지명훈

지명훈 기자

동아일보 대전충청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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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명훈 기자입니다.

mhj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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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 살인범, CCTV는 피했어도 경관 ‘매의 눈’은 못 피했다

    ‘군산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면 한 번쯤은 인접한 논산을 거쳐 가지 않을까?’ 전북 군산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인 정완근 경사를 검거한 주역은 최근 만능 범죄 해결사로 떠오른 과학수사나 폐쇄회로(CC)TV가 아니었다. 사건과는 무관한 지역에 살고 있는 한 경찰관의 ‘매의 눈’ 같은 관찰력이었다. 2일 오후 6시 10분경 충남 논산시 취암동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도로. 쉬는 날이어서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던 부여경찰서 백강지구대 이희경 경위(45)는 30m 앞에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한 남자를 봤다. 이 남성은 검은색 바지에 등산화,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옷은 땀에 흠뻑 젖었고 등산가방 양쪽 주머니에 물병이 꽂혀 있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이 경위는 페달을 밟아 남자를 지나치며 슬쩍 얼굴을 봤다. 검은 선글라스에 모자를 써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이 군산 사건 용의자 수배전단 속의 사진과 흡사했다. 요 며칠 ‘군산 사건의 용의자가 외지로 도주하려면 논산을 한 번쯤 거쳐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수배전단을 유심히 봐두었던 터였다. 수상한 남성은 인근 건물 2층 PC방으로 들어갔다. 땀을 잔뜩 흘린 상태에서 집이나 사우나 대신 PC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더욱 짙어진 이 경위는 논산지구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잠시 후 이 경위는 지구대 경찰 2명과 함께 PC방 구석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 그 남성에게 다가가 신분증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신분증이 없다”던 그 남성은 이 경위가 “군산경찰서 정 경사가 맞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체념한 듯 두 손을 내밀었다. 군산에서 여성을 살해한 뒤 경찰의 대대적 수색을 비웃듯 열흘째 도피해 온 정 경사가 비번의 지구대 경관에게 붙잡힌 것이다. 이 경위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변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이 우리 지역을 지나갈지 모른다고 상정하고 평소에도 유심히 관찰을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철저한 자료 조사와 동물적인 감각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들이 주목받고 있다. 올 5월 캐나다 여성을 빌라 계단에서 성폭행했던 범인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최병하 경위(45)는 평소 수배 용의자 수십 명의 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얼굴을 익히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빌라 성폭행 현장 인근의 CCTV에 찍힌 범인의 희미한 인상착의를 여러 차례 숙지했던 최 경위는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강남대로에서 용의자와 닮은 남성을 발견했다. 그는 그 남성이 담배꽁초를 버리자 경범죄 위반 단속을 하는 척 다가가서 이름과 나이, 주소를 확인한 뒤 성폭행 사건 담당부서에 신원을 알려줬다. 최 경위는 4일 “CCTV는 약간 퍼지게 나온 걸 아니까 평소 화면 속 범인보다 다소 날씬한 사람들도 유심히 봐 둔다. 동영상 속 용의자의 걸음걸이 등을 유심히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어떤 범인을 잡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용의자들 사진을 보고 ‘내 친구 누구랑 닮은 사람’이라고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인근 지역에 가면 꼭 유사한 사람들을 찾아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첨단과학시대에도 경찰 개인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첨단기기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다”며 “관심의 차이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논산=지명훈 기자·조동주 기자 mhjee@donga.com}

    •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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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충남도정 역사전시관 9월 개관

    충남도가 옛 대전청사 도지사실에 ‘80년 도정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을 9월 개관한다. 충남도는 대전 중구 선화동 옛 도청사에 ‘충남 도정 역사 전시관’을 마련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전시 공간은 도지사가 업무를 보던 2층 도지사실과 부속실 등 234m² 규모. 집무실 내실에는 충남역사문화원이 보관 중인 명품 유물을 전시하고, 집무 공간에는 도지사가 사용한 집무 물품을 원형 보존한다. 도지사 접견실은 도지사가 쓰던 응접세트 등을 활용한 간담회장이나 카페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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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지난 100년간 학교는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100년간 대전의 학교 교정과 교실, 교무실 등 교육 현장의 역사가 되살아난다. 한밭교육박물관이 11월 30일까지 일정으로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대전교육 100년 특별기획전’. 대전교육 유물을 통해 100년의 역사와 변화를 조명하자는 취지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이뤄져 있는데 1부 ‘역사가 된 학교들’에선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 추억 속에, 혹은 몇 점의 기록으로만 남은 대전의 폐교들을, 2부 ‘학생 그리고 학교생활의 변화’에선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의 학교생활에서 변화한 모습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3부 ‘지도로 보는 대전교육의 변화’에서는 행정구역 변천에 따른 시기별 대전 교육기관의 양적 외형적 변화를 보여주는데 1925년 대전지도에서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학교들을 찾아볼 수 있다. 4부 ‘대전교육 행정의 이모저모’에서는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대전교육 행정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요 전시 유물로는 대전 최초의 근대식 학교였으나 1980년 아쉽게 폐교된 대전원동국민학교의 졸업장·졸업앨범, 2011년 개교 100주년을 맞은 대전 삼성초등학교의 일제강점기 통지표 및 상장, 1960년대 공책과 건강기록부, 대전교원 양성의 요람인 대전사범학교 제1회 졸업생 사진, 수업노트, 영수증 등이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사용된 학생용 대전시내버스 승차권과 1960년대 수업료, 학생회비 수납부철은 교통카드와 자동이체가 그 자리를 대신해 변화를 실감케 한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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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병캠프 희생 5명 의사자 신청키로

    충남 공주대사범대부설고는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 중 친구를 구하고 숨진 학생 5명에 대해 ‘의사자’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학교에 따르면 18일 사고 당시 훈련 중인 학생들이 거센 파도와 갯골에 휩쓸린 상황에서 이병학, 이준형 군(17)은 모래사장으로 나온 뒤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진우석, 김동환, 장태인 군(17)은 인간 띠를 만들어 친구들을 구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관계자는 “유족과 학생들이 안정을 찾아야 하는 상태여서 2개월 뒤 의사자 신청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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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충남교육청 ‘장학사 선발 비리’ 장학관 등 6명 파면

    충남도교육청은 장학사 선발 비리에 연루된 A 장학관 등 6명을 파면하고 B교장 등 19명을 해임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18, 1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44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했다. 파면과 해임 외에 강등 6명, 정직 6명, 감봉 6명, 견책 1명 등의 징계를 의결했다. 징계 관할이 학교법인인 1명과 교육부인 1명은 해당 기관에 별도로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이 같은 징계는 교육계 사상 최대 규모다. 징계를 내용별로 보면 부정 응시자가 25명(파면 2, 해임 16, 강등 2, 정직 3, 감봉 2)으로 가장 많았고, 문제 유출자 5명(파면 4, 정직 1), 출제 및 채점 관련 부정행위자 10명(해임 3, 강등 3, 정직 1, 감봉 3), 관리감독 태만 관련자 3명(정직 1, 감봉 1, 견책 1), 기타 1명(강등 1)이다. 비리 당시 직급별로는 장학관이 4명(파면 1, 정직 1, 감봉 1, 견책 1)이고, 장학사 8명(파면 3, 강등 2, 정직 1, 감봉 2), 교장 5명(해임 3, 강등 1, 감봉 1), 교감 2명(강등 1, 정직 1), 교사 25명(파면 2, 해임 16, 강등 2, 정직 3, 감봉 2)이다. 도교육청은 비리와 관련해 돈을 받은 사람 2명에게는 받은 돈의 2배, 돈을 준 19명에게는 공여한 액수만큼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징계를 받은 사람들은 불복할 경우 30일 이내에 교원 소청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소청 결정이 내려진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이대구 교육정책국장은 “부정응시와 문제유출 등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경우 파면과 해임 처분을 했다”며 “이번 징계로 일선 교육행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29일자로 67명의 교육전문직을 배치할 계획이며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행정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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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속정보 흘려주고 청부수사까지… 가짜석유 조직적 유통 무더기 적발

    국내 1위의 용제(솔벤트) 생산 업체인 ㈜CTC가 가짜 석유(경유) 제조업체들에 209억 원 상당(1747만 L)의 용제를 팔아온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석유 품질 관리 주무기관인 한국석유품질관리원 고위간부들은 가짜 석유 유통업자들의 금품을 받고 단속 정보를 흘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형사2부(부장 한웅재)는 가짜 석유 제조업자들에게 용제를 판매해온 CTC 회장 양모 씨(52) 등 가짜 석유의 원료제공, 제조, 유통, 단속정보 유출 등에 관련된 32명을 붙잡아 이 중 1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CTC는 현대정유로부터 용제의 원료인 HCGO(수소화 분해과정에서 나오는 경유 유사 성상의 반제품)를 공급받아 용제를 제조한 뒤 이를 가짜 석유 제조업자에게 팔았다. 이들 업자는 가짜 석유를 유통업자에게 넘겼다. 하지만 단속업무를 맡은 석유관리원 감사실장 A 씨는 가짜 석유 단속정보를 대포폰으로 B 씨(49) 등 브로커에게 알려주고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등 이 회사 간부 4명은 단속정보 브로커들에게 1인당 2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1000만 원까지 받고 단속정보를 흘린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매월 브로커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고 보직이 바뀌면 유착 관계를 후임자에게 인수인계 해줬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사 C 씨(48) 등은 가짜 석유 판매를 약점 삼아 금품을 뜯어내려는 사람을 청부수사해 구속하고 14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HCGO의 정상적인 시장수요가 미미하기 때문에 가짜 석유의 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윤만을 위해 HCGO를 지속적으로 팔아온 현대정유에 주의 공문을 보냈다. 이번 수사는 연간 탈세액이 1조 원가량(한국석유관리원 집계)으로 추산되는 가짜 석유 시장의 유통과 관리 감독의 구조적 비리를 적발해 세금 탈루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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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窓]“친구야, 못다 핀 꿈 하늘나라에서 활짝 피우렴”

    “사랑한다. 준형아! 우릴 위해 뻗었던 따스한 두 손, 그 언제까지나 놓지 않을게.” 22일 충남 태안의 한 해수욕장에서 사설 해병대캠프 훈련 도중 숨진 공주대사범대부설고 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공주시 반죽동의 교정. 험한 갯골(거센 물살이 지나가는 바다 갯벌에 파인 깊은 골)과 거친 파도를 헤치고 살아 나왔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가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이준형 군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꽃다운 고교생 5명이 바다에서 어이없이 희생된 것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기에 그 아픔은 더 컸다. 인근 한일고 학생들은 ‘친구들아! 못다 핀 우리 꿈 하늘나라에서 활짝 피우자’라며 먼저 간 친구들을 애도했다. 공주대사대부고 교비 주변에는 국화와 포스트잇 메모지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동아리 대면식에서 고 진우석 군을 처음 만났다는 한 3학년 여학생은 “우석아!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공부 같은 거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적었다. 다른 학생은 “어른이 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뼈있는 글을 남겨놓기도 했다. 어른의 상술 때문에 상처 입은 청소년들의 마음이 느껴져 기자는 부끄러웠다. 한 시민은 “공주의 자랑이었던 사대부고 학생들이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울먹였다. 이번 사고로 숨진 학생들의 시신이 안치된 신관동 공주장례식장. 진우석 군의 이웃으로 조문을 왔다는 이광용 씨(57)는 화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교육계가 개혁해야 합니다. 어떻게 교관이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안 입힌 채 바다로 내모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나요. ‘바다에 들어가기 싫다’는 우석이를 왜 강제로 바닷물로 몰아넣었나요. 태안 바다가 위험하다는 지역 주민의 경고를 왜 외면한 건가요. 아이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이렇게 졸속으로 만들어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건 아닌지….” 이날 빈소에는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학생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는 유족의 부탁에 “유명을 달리한 학생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과거 ‘씨랜드’ 사고 등 어린 생명을 앗아간 각종 사건 때마다 되풀이 되는 모습 같아 아쉬웠다. 이 5명의 영결식은 24일 공주대사대부고 운동장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유족들은 고향이 각기 다른 학생 5명의 시신을 서로 외롭지 않도록 천안추모공원에 함께 안장할 방침이다.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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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학생들 파도에 휩쓸릴때 교장-교사는 회식중”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사고 났을 당시 교장과 인솔교사들은 일부 학부모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안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공주사대부고 이상규 교장을 포함한 교사 6, 7명과 학교운영위원인 학부모 등 17명가량은 사고 당일인 18일 오후 6시 5분 저녁 식사를 위해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해수욕장 H횟집에 도착했다. 학부모들은 붕장어구이와 가져온 1.5L 소곡주 2병을 식탁에 올려놨다. 붕장어를 연탄에 굽고 술을 한 잔씩 따라 건배를 마칠 무렵인 6시 23분경 일행 중의 한 교사가 전화로 사고 소식을 접했다. 이 교사는 이 교장에게 보고한 뒤 다른 교사 1명과 곧바로 식당을 뛰쳐나갔다. 이 교장과 나머지 교사 및 학부모들도 자리를 정리하고 뒤따라 일어났다. 해경이 식당 밖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이 시간은 6시 25분경이었다. 일부 유족은 교장과 교사들이 당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해경 관계자는 “식당 안에 CCTV가 없어 명확히 확인은 안 되지만 식당을 드나든 시각과 참석자 및 식당 주인의 증언, 음식값 영수증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할 때 술을 많이 마실 시간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교사들이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 사고 소식도 모른 채 식사 자리를 가진 것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규 교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나 유족들은 교육 당국에 파면을 요구했다. 공주대는 일단 21일 이 교장을 직위해제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캠프 참여가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2학년 학생 199명 가운데 장애 학생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참여했다. 21일 오후 태안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 학교 2학년 학부모 A 씨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학교 단체 행사에 어떻게 빠지겠느냐”며 “학부모 희망신청서를 받긴 했지만 반강제적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사대부고는 2010년 일반고에서 자율학교로 바뀌었으며 학생의 90%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010년까지는 충남지역 중학생만 선발했는데 전부 내신 3% 이내 성적우수자였다. 숨진 학생 5명의 분향소는 공주사대부고에 차려졌으며 장례식은 24일 서만철 공주대 총장을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학교장으로 치른다.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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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안 “갯골 위험” 주민 경고에 “너희나 걱정해라”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실종된 고교생 5명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어른들의 돈벌이 욕심과 안전 불감증이 꽃다운 청소년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거센 갯골과 파도에 스러진 꽃다운 청춘 헬기는 바다 위에서, 해경 경비정과 고깃배는 바닷물을 헤치며 해역을 샅샅이 뒤졌다. 실낱같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바닷가에서 시신이 떠오를 때마다 유족들은 통곡했다. 19일 오후 7시 15분 이병학 군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던 고교생 5명 전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는 18일 오후 4시 40분에서 5시 사이에 발생했다. 10명씩 줄을 지어 바닷속으로 걸어가던 공주대사범대부설고 2학년 남학생 80명 가운데 앞서가던 23명이 갑자기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에서 바닷속으로 300m가량 들어간 지점이었다. 이들은 갯골(거센 물살이 지나가는 바다 갯벌에 파인 깊은 골)에 발이 빠지거나 강한 파도를 맞고 물속으로 빠졌다. 이들은 ‘한영 T&Y’가 주관한 해병대 캠프에 이날 입소한 2학년 198명 가운데 일부였다. 이들은 조별로 보트 노 젓기 훈련을 마친 뒤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그 후 한 교관이 프로그램에 없던 지시를 했다. 다음 조 노 젓기 훈련을 할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수영을 하러 들어가라고 한 것이다. 한 학생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10명씩 줄줄이 들어갔다. 구명조끼는 없었고 교관은 2명뿐이었다. 교관이 ‘깊이 들어간 뒤 걷거나 수영해서 오라’고 말했다. 그때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물살이 크게 몰려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나도 허우적댔다. 발이 땅에 닿았다 안 닿았다 했다. 뒤에서 누르고 그랬다. 서로 누르고 발버둥치며 난리가 난 거다. 나는 친구를 업고 앞의 친구 손을 잡아서 살았다. 그 손에 둘이 산 거다. 나와 보니 교관 두 명이 열중쉬어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갯골은 워낙 깊어 수영에 능숙해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정동조 한국구조연합회 충남본부장은 “이 해수욕장에는 사고지점을 포함해 갯골이 2개나 있다”며 “장비를 갖춘 숙달된 다이버들도 갯골에 빠지면 물살이 빨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산소방서 태안군 의용소방대연합회원인 오창 씨(횟집 운영)는 “사고 당일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아 어선들도 출어를 포기했는데 그런 훈련을 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현돈 태안군 해수욕장연합회장은 “사고 전날 폭우에 파도가 높아 해병대 캠프에 (훈련) 자제를 요청했는데 캠프 측에서 ‘업체에서 하는 일을 왜 개인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너희나 걱정하라’고 비아냥거렸다”고 밝혔다. 태안해경은 “사고 해역은 물살이 빨라 수영을 하지 말도록 계도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영금지’ 부표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불감증은 마찬가지였다. 캠프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 넘도록 신고조차 하지 않고 우왕좌왕했다. 태안해경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5시 34분경이었다. 학교 측은 18일 오후 7시경 실종된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아이들이 무단이탈했다가 실종됐다’는 어처구니없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부실 캠프가 인재를 불렀다 공주사대부고는 여행사인 K사를 통해 안면도유스호스텔과 캠프 계약을 했다. K사는 계약을 성사시키고 중간에서 학생 1인당 1만∼2만 원씩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유스호스텔 측에서 캠프운영을 위탁받아 이를 한영T&Y에 재위탁했다. 한영은 K사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김모 씨가 회사를 나와 차린 업체다. K사는 지난해엔 A사에 재위탁했다. 해병대 캠프는 전국적으로 20여 곳의 군소업체들이 경쟁하며 학교들을 나눠 유치했으나 올해부터는 K사가 대부분을 싹쓸이한 뒤 한영에 몰아줘 업계의 불만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영 측이 캠프를 앞두고 공주사대부고에 한영이 아닌 A사의 교관 프로필을 도용해 제공한 것으로 안다”며 “한영은 아르바이트 임시직도 교관 요원으로 쓰지만 A사는 전원이 석사급 이상이거나 사회체육학과 전공자여서 스펙이 화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공주사대부고는 올해 2월 한영을 방문했을 때 상세한 교육프로그램이나 교관의 자격증 소지 여부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 한영 소속 교관 32명 가운데 인명구조자격증 소지자는 5명, 1, 2급 수상레저자격면허소지자는 8명뿐이었고 대부분이 정식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아르바이트 사원이었다. 17일 현재 2개 학교가 입소해 캠프는 정원(350명)을 채웠지만 구명조끼는 200벌에 불과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교관 2명은 인명구조자격증이 없이 이번 캠프를 위해 채용된 교관 경험이 전혀 없는 초심자였다. 경찰은 두 교관과 훈련본부장 이모 씨(44) 등 3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를 낸 사설 해병대 캠프는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했는데도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올라와 있었다. 태안=지명훈·김성모 기자·이은택 기자 mhjee@donga.com}

    • 201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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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39명 중징계 회부… 23명 교단퇴출 방침

    충남교육청은 ‘장학사 매관매직’ 사건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18, 19일 양일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징계는 대상자 수나 고위직 연루 규모, 징계 수위 등에서 국내 교육계 사상 최대일 것으로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 ‘46명 중 39명 중징계 회부’ 사상 최대 도교육청이 장학사 선발 비리와 관련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인원은 모두 46명. 돈으로 시험지를 미리 사고팔거나 이런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에 태만했던 이들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찰에서 넘겨받은 수사 결과와 자체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39명은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 7명은 경징계(감봉 견책)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교육청 내 외부 인사로 이뤄진 징계위원회는 이들 46명(이 가운데 2명은 교육부와 사립학교 법인에서 진행)에 대한 징계 심의를 이틀에 걸쳐 진행한다. 18일 하루에 소화하기에는 대상자 수가 너무 많아 19일까지 일정을 늘려 잡았다. 징계에 회부된 인사의 비리 유형은 △시험문제 유출자 6명 △문제 부정 출제 및 선제(응시자에게 미리 알려준 문제를 출제하거나 문제풀 가운데 선택하는 행위)자 10명 △시험문제를 사전에 제공 받은 응시자 26명 △시험 관리감독 태만자 4명 등이다. 도교육청은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사전에 건네받은 응시자 20명과 시험문제를 알려주고 돈을 받은 장학사 등 3명 등 23명에 대해서는 파면, 해임 등으로 교육계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교육계 내부에선 징계를 앞두고 죄의 경중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응시자 가운데 일부는 ‘시험문제를 사라’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300만 원 이상 금품 제공은 파면, 200만 원 이상은 해임’이라는 양형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정은 사정이고 사실은 사실 아니냐”며 “공무원은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를 거부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장학사 공백 메우기’ 등 후속 조치 분주 도교육청은 장학사 비리 이후 처음으로 장학사 임용예정자 58명을 선발했다. 징계로 인한 장학사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지역교육청 추천심사와 서류전형, 논술을 통한 소양평가, 교육활동실적평가 및 면접을 통한 역량평가 등 다양한 전형으로 유치원과 초등 및 중등 전문직을 선발했다. 도교육청 이대구 교육국장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각 전형 위원들의 50% 이상을 타 시도교육청 및 외부기관의 인원으로 구성해 전문성과 함께 투명성을 높이도록 했고 시험 출제위원도 출제 직전까지 선정 여부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등 보안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전찬환 충남교육감 권한대행(부교육감)은 “전국에서 이번 장학사 비리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다시는 이런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한 징계가 이뤄지게 교육청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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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美 슈라이너병원 ‘사랑의 인술 16년’ 막내린다

    “가영아! 미안해. 그저 곁에서 지켜보며 하나님께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주렴. 앞으로 남은 수술들을 잘 견뎌 다오. 전처럼 예쁜 모습 되찾기를….” 2004년 11월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이너병원 2층 병실. 몇 시간 후면 여섯 살의 어린 딸을 수술실로 들여보내야 하는 어머니 노미숙 씨(44·충남 공주시)의 병상일기 중 일부다. 당시 슈라이너병원을 취재하러 갔던 기자는 딸의 병상에서 기도하던 노 씨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충청권의 18세 이하 청소년 화상 및 선천성 기형 환자들의 희망이 돼 왔던 ‘사랑의 인술사업’. 혜택을 받은 환자와 가족이 ‘슈라이너의 추억’이라는 카페를 만들 정도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사업이 16년 만에 막을 내린다. 사업에 참여한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국내 치료의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청소년 135명 희망 찾아 준 감동의 인술 사랑의 인술사업은 1997년 심대평 당시 충남도지사가 슈라이너병원과 ‘장애 아동 무료 시술 협약’을 맺으며 시작됐다. 2002년에 충북도, 2003년에 대전시가 동참해 현재까지 135명(충남 86명, 충북 32명, 대전 17명)이 치료를 받았다. 항공료(1000만 원)와 체재비(500만 원)를 비롯해 수술 및 치료까지 1억 원 이상이 드는 비용을 무료로 해 줬다. 당시만 해도 국내의 이 분야 의료 수준은 초보 단계였다. 슈라이너병원은 미국의 성공한 사업가 등이 만든 ‘슈라인 재단’이 운영하는 화상 및 선천성 기형 전문 치료기관. 슈라이너병원의 ‘인술 철학’은 감동적이었다. 의료진은 수술 전에 환자를 찾아와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춘 뒤 이야기를 하며 환자를 안정시켰다. 수술에 사용할 주삿바늘을 미리 만져 보게 한 뒤 “아프지 않게 만들었다”고 말해 줬다. 한국인 환자를 위해 한국인 간호사를 채용했고 도서실에는 한국어 서적과 인터넷도 갖춰 놓았다. 수술이 끝나면 한국을 방문해 사후 관리와 재활치료 과정을 확인했다. 당시 프랑크 라봉테 병원장은 “우리는 몸이 불편하지 않으니 (장애인에게) 빚이 많다. 무료 치료는 ‘배려가 아닌 의무’다”라고 말했다. 현지의 충청향우회는 고국에서 온 환자와 가족의 체류를 그림자처럼 도왔다. 공항 영접과 배웅부터 입원하고 수술할 때의 통역까지 도맡았다. 아파트에서 기거하는 환자와 가족을 수시로 찾아 시장을 함께 가고 주말이면 유원지나 영화관으로 안내했다. 당시 충청향우회장이던 이창건 씨는 “환자로 온 아이들에게서 고향을 느낀다”고 했다. ○ 새로운 파트너십으로 국내 치료 길 열어 사랑의 인술사업은 2002년경에도 위기를 맞았다. 슈라이너병원 측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만큼 좀 더 어려운 나라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무료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아직은 무료 치료가 절실하다고 보고 당시 부지사이던 류철희 씨를 ‘특사’로 보내 궁핍한 도내 장애 아동들의 실태를 담은 비디오를 틀어 주면서 유예를 호소했다. 당시 동행했던 이건휘 충남지체장애인협회장은 “비디오를 보고 병원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오히려 병원 측이 더 많은 환자를 받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사업이 이번에 중단되는 것은 국내 의료 환경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치료비도 저렴해졌고 무료 치료를 후원하는 재단도 등장했다. 한국은 OECD 회원국인 만큼 외국의 무료 진료에 계속 기댈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국내 최대의 화상치료 후원 재단인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 및 이 분야의 높은 치료 기술을 갖춘 건양대 또는 단국대병원과 협약을 맺어 관내 환자의 치료를 돕기로 했다. 대전시는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과 이미 협약을 맺은 상태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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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층간소음 문제 팔 걷은 대전시 ‘소음방지용 슬리퍼’ 제작-보급

    대전시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음 방지용 슬리퍼’(사진) 보급에 나섰다. 시는 우선 1000켤레를 만들어 그동안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어 온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시범 보급할 계획이다. 시는 밑창의 두께가 3cm를 넘는 시중의 방음용 슬리퍼를 구입해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밑창이 이 정도 두께인 슬리퍼를 착용하면 걷거나 뛸 때 쿵쿵거리는 소리가 60% 이상 줄어든다는 것. 최규관 시 환경정책과장은 “이번 슬리퍼 보급을 계기로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자체 예산으로 방음 슬리퍼나 매트 등을 보급해 갈등이 줄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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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이 사람]전창곤 대전프랑스문화원장

    2001년 4월 27일자 동아일보를 비롯해 국내 언론에는 ‘유럽 유학 1호 한국인 화가’, ‘월북작가’로 불리던 배운성(1900∼78)의 작품이 국내로 돌아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배운성이 1940년 독일군의 파리 점령 직후 귀국하기 전까지 파리 근교 라뤼슈 예술창작촌에서 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48점이 전시됐다. 그는 독일 베를린미술종합대에서 수학한 뒤 귀국해 홍익대 미술학과 초대 학과장을 지내면서 국내 미술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가 6·25전쟁 때 월북했다. 그의 작품이 온전히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파리 유학 중이던 전창곤 대전프랑스문화원장(55)의 수집벽 덕분이었다. 전 원장은 라뤼슈 예술창작촌이 파리의 미술계에 유통시킨 것으로 보이는 이들 작품을 파리의 화상 등으로부터 사들였다. 이제는 수집가(컬렉터)로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전 원장이 11일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프랑스문화원(분원)에서 ‘버려진, 그리고 되살아난 작품들’ 전시회를 열었다. 내달 28일까지 계속될 이 전시회는 전 원장이 벼룩시장과 풍물시장, 골동품 수집상 등에서 최근 모은 회화 조각 사진 31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수집의 권유’ 정도의 부제를 붙여도 좋을 전시회의 취지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소장품을 과시하거나 매매하기 위한 전시회가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수집이 어떤 것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 구미가 당기거든 수집 아마추어(애호가)의 세계에 입문할 것을 권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예술품은 성가(聲價)에 따라 한동안은 뭇사람의 온갖 관심을 받으면서 근사한 공간에서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온갖 자태를 뽐내지만 유행이 지나면 박물관의 수장고나 한때는 연인이었을 소장자들의 골방에 유통기간 지난 온갖 잡동사니들과 함께 힘겨운 자리다툼을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며 “이런 ‘화장발’ 없는 맨얼굴의 예술품에 다시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수집가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치 있는 예술품을 발견해 제자리를 찾아준다는 점에서 수집가는 ‘예술 지킴이’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에는 주변에 보이는 그림이나 사진을 자신의 방을 꾸미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다. 그러다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그것에 집중해 자신의 수집 세계를 구축하고 감성 차원에서 시작하되 꼭 학습의 과정을 거치라고 권하고 싶다”며 “평생교육원이나 백화점의 무료강좌 등을 활용해 수집 분야의 이론을 익히면 훨씬 많은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프랑스 유학 시절 수집 활동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학비와 생활비의 대부분을 충당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배운성의 작품 48점은 거래된 적은 없지만 상당한 고가로 추정된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 대부분은 대전과 서울의 풍물시장 등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것들. 전 원장은 “화랑에 전시된 좋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력이 있어야만 수집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안목이 길러지면 웬만한 직장인보다는 수입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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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충북][강원]솔향기 따라 파도 따라… 초보도 운전이 즐겁더라

    《 여행 도중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면 운전의 피로감은 한순간에 날아가곤 한다. 올 휴가철에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를 찾아가는 건 어떨까. 마침 국토교통부가 ‘피서철,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베스트 10’을 발표했다. 전국 51개 국도 중에 지역별로 경관이 아름답고 피서하기 좋은 노선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4개가 충청과 강원지역에 있다. 길 자체가 멋진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드라이브 코스들을 소개한다. 》○ 안면송의 솔향 그윽한 섬(島) 길(충남 태안군)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안면읍 창기리의 국도 77호선(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20.1km에 걸쳐 시원한 드라이브 코스가 여행의 피로감을 풀어 준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파도 너울대는 청정 바다 등 천혜의 절경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꽃지 해수욕장, 천상병 시인 생가, 천리포수목원을 주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수목원(041-672-9982)은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 씨가 세운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목련, 호랑가시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무궁화 등 1만4370여 종의 꽃과 나무가 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향수 길(충북 옥천군)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국도 37호선(사진) 중 옥천읍 죽향리∼안내면 정방리의 15.5km 구간은 금강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마음 푸근한 고향길이다.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좌우로 시원한 물과 녹음 우거진 산들이 이어져 드라이버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우리 민족 정서를 잘 담아 낸 ‘향수(鄕愁)’의 작가 정지용(1902∼1950)의 발자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출발점인 죽향리 인근에는 정 시인 생가와 문학관(043-730-3408)이 있다. 1974년 허물어진 것을 1996년 복원했다. 주변의 장계국민관광지(043-730-3070)에는 정 시인의 시문학 세계를 조명한 옥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1호 ‘멋진 신세계’가 조성돼 있다. 장령산자연휴양림(043-730-3491∼3)과 신라 진흥왕 때 의신조사가 세운 사찰인 용암사(043-732-1400)도 가볼 만하다.○ 삼림욕 절로 되는 산중도로(강원 고성군) 강원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고갯길 가운데 최북단에 위치한 진부령 46호선 국도(사진). 이 가운데 고성군 간성읍 흘리∼교동리 23.1km 구간은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곳이다. 진부령 정상에서 고성 방면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와 도로 양쪽으로 우거진 숲을 지나다 보면 한여름 더위도 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도 이 길을 ‘삼림욕 절로 되는 산중도로’로 선정했다. 도로 주변에는 소문난 해변과 관광 명소가 즐비하다. 설악산 12선녀탕을 비롯해 용대자연휴양림, 건봉사, 화진포, 송지호, 통일전망대 등이 있다. 동해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회 맛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고성군 관광홈페이지(tour.goseong.org) 참조.○ 그대로 머물고 싶은 해변도로(강원 삼척시)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근덕면 궁촌리 7호선 국도(사진) 24.3km 구간에선 푸른 바다를 보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이 길의 테마는 ‘머물고 싶은 해변도로’. 도로 한쪽으로는 바다가, 다른 한쪽으로는 산림이 펼쳐진다. 주변에는 볼거리와 놀 거리가 가득하다. 또 여름이면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곳곳의 해변에 피서객이 넘친다. 최근 들어 삼척을 찾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곳은 해양레일바이크다. 근덕면 궁촌리∼용화리의 5.4km 구간에선 해안절경을 레일바이크를 타고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남근(男根) 조각’이 가득 찬 원덕읍 해신당공원과 기기묘묘한 형태의 종유석과 석순이 있는 신기면의 대금굴, 환선굴도 들러 볼 만하다. 삼척시 관광 홈페이지(tour.samcheok.go.kr) 참조.지명훈·이인모·장기우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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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학교폭력 피해자 치유공간, 전국 처음으로 대전에 문열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학부모를 교육하고 치유하는 기관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전에 문을 연다. 대전시교육청은 11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성구 대동에서 ‘해맑음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1만2503m² 용지에 건축면적 1196m² 규모로, 주변이 녹지여서 치유와 재활에 적합하다. 위탁을 받은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단순 보호를 넘어 상처를 조기에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시켜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운영한다. 2주 동안 심리상담과 예술치유, 전문적 위기치유, 인성 함양, 학교 적응력 높이기 등 맞춤형 대안교육을 한다. 기숙형 종합지원 센터이며 수용 규모는 남학생과 여학생 15명씩 모두 30명. 숙식비를 비롯한 교육비 전액이 무료다. 그동안 국내에는 Wee센터(140여 곳)와 기숙형 학교폭력 가해자 전용학교 등 가해자 재활교육 시설이 크게 늘어났지만 정작 피해자들을 위한 전용 공간은 없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학교폭력 피해자 전용 치유시설이 그동안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아직 피해자의 아픔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 피해자의 치유와 재활이 활기를 띠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태순 시교육청 학생생활안전과장은 “학교폭력 가해학생 치유기관인 새솔센터와 피해학생 치유기관인 해맑음센터를 동시에 운영해 학교폭력에 종합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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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충남지역 ‘교복 표준모델 도입’ 놓고 업체들-학부모 갈등

    이번엔 학부모들의 희망대로 교복 값을 대폭 낮출 수 있을까. 충남지역 학부모들이 전에 없이 강력한 의지로 교복 값 거품 빼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 구매가 어려운 소규모 학교를 중심으로 교복 표준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고 교복 제조 및 판매 업체들의 반발에는 자녀들에게 교복을 안 입히는 극단적 처방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더는 교복업체라는 ‘갑(甲)’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교복업체 “충남교육청이 갑, 우리는 을” 3일 충남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 충남교육청사 앞에서 충남지역교복대리점 생존권사수대책위원회 소속 500여 명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충남교육청의 ‘교복 표준 모델 도입 및 일괄 구매 제도’ 추진으로 50만 교복 업계 종사자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교복 정책을 폐지하든지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복은 교풍과 학생의 개성 및 취향을 살리려는 것이기 때문에 표준 모델 도입은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고 학생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사전 조사도 없이 대리점 원가도 안 되는 낮은 가격에 교복을 판매하라는 것은 교복 대리점과 원자재 및 부자재 업체, 봉제업체 등의 도산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때 아닌 ‘갑을(甲乙)’ 논쟁도 벌어졌다. 대책위는 표준 모델 도입을 독려하는 충남교육청을 갑, 자신들은 을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갑은 교복 업체이고 을은 소비자인 학부모 아니냐”고 반박했다. 교복 업체가 반발한 것은 충남지역 14개 시군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충남학생교복적정가추진위원회(위원장 김기준)와 충남학교운영위원연합회(회장 지용기)가 지난달 18일 교복 표준모델 도입과 다자인 공모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고교별로 통일된 디자인을 만들어 공동 구매가 어려운 소규모 학교를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충남지역 전체 중고교(299개교) 가운데 100여 곳은 신입생이 100명 이하여서 공동 구매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교복 업체들은 표준 모델 도입의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이 좋을 경우 공동 구매가 가능한 대규모 학교들까지 합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학부모 단체 “동복 20만 원 하복 5만 원 선 돼야” 학부모 단체들은 교복 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그동안 등골을 휘게 했던 교복 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신학기 충남지역 중고교생 가운데 교복을 개별 구매한 경우가 전체의 78.8%나 됐다. 구매가는 동복을 기준으로 한 벌에 평균 26만4999원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비쌌다. 1위는 광주(28만8370원), 2위는 부산(27만3551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교복의 개별 구매가는 공동 구매가에 비해 할인율이 낮아 평균 25.6%나 비쌌다. 김기준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교복 값을 내리는 것이고 표준 모델도 이를 위한 한 가지 방안에 불과하다. 일단 동복은 20만 원, 하복 5만 원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협상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교복 업체들이 표준 모델 도입 등을 조직적으로 방해할 경우 단계별로 대응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우선 대규모 학교까지 표준 모델 도입을 확대하고 그래도 방해가 계속되면 해당 업체를 조사해 불매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표준 모델 도입을 끝까지 방해하면 내년도부터 충남 모든 중고교생들의 교복 착용 규정을 아예 폐지하고 자유복을 입히는 쪽으로 투쟁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교복 업체들은 학부모들의 조직력과 행동력, 단결력을 과소 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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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과학발명품경진대회 작품 심사

    8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한국야구르트가 협찬하는 제3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의 작품 심사가 진행됐다. 이번 대회엔 5개 부문에 모두 301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한 학생(오른쪽)이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출품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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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공주대, 내포신도시에 의대 설립 추진

    충남 공주대가 의대 설립에 시동을 걸었다. 공주대는 충남도청이 이전한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에 공주대 의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하고 범도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서만철 공주대 총장은 8일 충남도청에서 안희정 지사와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 민주당 박수현 의원, 이준우 도의회 의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주대 의대설립 추진위원회 발족 및 선포식을 열었다. 두 기관은 설립 승인을 받으면 내포신도시 내 대학 용지에 의과대학을 두기로 했다. 공주대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국공립대 가운데 의과대학이 없는 시도는 충남 전남 울산 세종 등 4개 시도에 불과하다며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서만철 총장은 “충남 유일의 국립 종합대학인 공주대가 의과대학을 유치한다면 특성화된 지방공공 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행복을 위한 맞춤형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서남대 의대 폐지를 추진하면서 이 대학의 정원(49명)을 받아 의대를 설립하려는 대학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내포신도시를 서해안 배후 중심도시 및 지역 균형개발의 거점도시로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충남도는 도시 성장으로 인구가 급증할 경우에 대비해 대학교 용지(43만8000m²) 및 종합병원 용지(3만3000m²)를 확보하고, 대학과 종합병원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농어촌지역 의료서비스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공중보건의마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만큼 공주대에 특성화된 의과대학이 설립된다면 충남의 의료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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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석학들 척척 모시는 KAIST 동아리

    ‘도널드 노먼 미국 애플사 전 부사장,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사이보그 인류학자 앰버 케이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플린 박사,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일본 게이오 주쿠대학 부총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권위 있는 국제 학술회의에서 모셔갈 법한 이들은 한 대학 동아리가 8년간 자신들의 행사에 초청한 인사들이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통합을 위한 국제학생회의(ICISTS)’를 2005년 처음 개최해 아시아 최대의 대학생 포럼으로 발돋움시킨 KAIST 동아리 ‘ICISTS-KAIST’가 그 주인공이다. 이 동아리는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한 조화로운 가치관을 전파한다’는 목표로 2005년 첫발을 내디뎠다. 동아리 이용희 회장(화학과 3학년)은 “과학자는 과학을 전유물로 여기고 시민은 과학에 무관심해지면서 벽이 생겼다”며 “이 벽이 만들어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는 다음 달 5∼9일 대전 유성구 KAIST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완전한 조화-인간 사회를 위한 공존’이라는 주제 아래 15개국에서 인문학에서 순수과학까지 서로 다른 전공과 국적, 배경을 가진 석학들과 대학생 300여 명이 모여 전공의 벽을 허물고 현대 과학 이슈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 ‘모든 아이에게 컴퓨터를(OLPC)’ 프로그램을 창시한 월터 벤더 전 매사츠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소장과 ‘빅 히스토리’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매쿼리대 교수 등 20여 명의 세계적 연사들이 강단에 선다. 이 동아리가 성공한 비결은 철저한 준비에 있다. 동아리 소속 35명의 대학생들은 8월 중순 행사가 끝나면 내년도 주제를 준비해 6개월간 공부하면서 주제와 동아리 미션에 맞는 연사를 섭외한다. 국내외 대학에 온라인 또는 방문 홍보로 참가자들을 모으는 작업도 1년 내내 진행된다. 장기문 홍보부장(건설 및 환경공학과 3학년)은 “기업 스폰서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유명한 연사들이지만 강연료 없이 항공료와 숙박비만 제공하는데도 우리 같은 비영리단체의 역할을 이해해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소규모 그룹 토의를 통해 석학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또 참가자들은 6, 7명이 한 조를 이뤄 주제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결과물을 제출해 성과를 공유한다. 12일까지 홈페이지(icists.org)에서 참가 희망자를 접수한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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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충남]印尼 유학생들 “한국, 日-中보다 영향력 커”

    “한국의 기술과 문화가 인도네시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영향력이 크다.” 7일 대전 유성구 KAIST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재한 인도네시아 유학생 연합회의(CISAK)’에 초청 인사로 참석한 차이룰 탄중 차기 반둥 시장 당선자의 말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발전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학생들이 친목을 넘어 학술적으로 교류 협력하는 이 회의는 올해로 6번째를 맞았다. 모두 200여 명이 참석했는데 한국뿐 아니라 태국 대만 유학생은 물론 인도네시아 대학생들도 찾아와 그 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회의를 참관한 유학생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의 학술 교류 활동이 동남아 국가 가운데 가장 활발하다”며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익히려는 열정이 우리의 과거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전통 접시춤으로 시작된 올해의 회의 주제는 ‘지식 협력을 통한 국가적 자긍심 높이기’. 우선 한국의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나와 화학과 농업 분야의 연구실적을 설명하고 추이를 전망했다. 학생들은 오후에는 △전자 통신 정보 △에너지 △사회과학 △약학 및 건강 △과학기술 혁신 △식량 및 농업 등의 분야로 나눠 세미나를 열었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명사들이 날아왔다. 9월부터 5년간 반둥 시를 이끌 탄중 시장 당선자는 ‘사회의 창의성’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유명 건축가인 그는 “인도네시아는 발전도상에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나가 선진 학문을 배우고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국가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본다”며 “오늘 국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는 공부를 하면서도 국가에 기여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인도네시아 브랜드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한국 마니아다. 대전에 오기 전 서울에 들러 청계천과 인사동 등을 둘러봤다는 그는 “반둥 시내에 치카푼둥이라는 강이 있는데 현재 청계천과 비슷한 콘셉트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일함 하비비 씨가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자원의 역할’에 대해 강연했다. 전 하비비 대통령의 아들로 현재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부산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의 초청으로 왔다”며 “유학생들의 학술 모임과 교류가 인도네시아의 밝은 미래를 보여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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