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남지역 ‘교복 표준모델 도입’ 놓고 업체들-학부모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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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50만 교복업 종사자 생존권 위협”
학부모 “학생들 자유복 입혀서라도 관철”

이번엔 학부모들의 희망대로 교복 값을 대폭 낮출 수 있을까.

충남지역 학부모들이 전에 없이 강력한 의지로 교복 값 거품 빼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 구매가 어려운 소규모 학교를 중심으로 교복 표준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고 교복 제조 및 판매 업체들의 반발에는 자녀들에게 교복을 안 입히는 극단적 처방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더는 교복업체라는 ‘갑(甲)’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교복업체 “충남교육청이 갑, 우리는 을”

3일 충남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 충남교육청사 앞에서 충남지역교복대리점 생존권사수대책위원회 소속 500여 명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충남교육청의 ‘교복 표준 모델 도입 및 일괄 구매 제도’ 추진으로 50만 교복 업계 종사자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교복 정책을 폐지하든지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복은 교풍과 학생의 개성 및 취향을 살리려는 것이기 때문에 표준 모델 도입은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고 학생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사전 조사도 없이 대리점 원가도 안 되는 낮은 가격에 교복을 판매하라는 것은 교복 대리점과 원자재 및 부자재 업체, 봉제업체 등의 도산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때 아닌 ‘갑을(甲乙)’ 논쟁도 벌어졌다. 대책위는 표준 모델 도입을 독려하는 충남교육청을 갑, 자신들은 을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갑은 교복 업체이고 을은 소비자인 학부모 아니냐”고 반박했다.

교복 업체가 반발한 것은 충남지역 14개 시군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충남학생교복적정가추진위원회(위원장 김기준)와 충남학교운영위원연합회(회장 지용기)가 지난달 18일 교복 표준모델 도입과 다자인 공모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고교별로 통일된 디자인을 만들어 공동 구매가 어려운 소규모 학교를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충남지역 전체 중고교(299개교) 가운데 100여 곳은 신입생이 100명 이하여서 공동 구매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교복 업체들은 표준 모델 도입의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이 좋을 경우 공동 구매가 가능한 대규모 학교들까지 합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학부모 단체 “동복 20만 원 하복 5만 원 선 돼야”

학부모 단체들은 교복 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그동안 등골을 휘게 했던 교복 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신학기 충남지역 중고교생 가운데 교복을 개별 구매한 경우가 전체의 78.8%나 됐다. 구매가는 동복을 기준으로 한 벌에 평균 26만4999원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비쌌다. 1위는 광주(28만8370원), 2위는 부산(27만3551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교복의 개별 구매가는 공동 구매가에 비해 할인율이 낮아 평균 25.6%나 비쌌다.

김기준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교복 값을 내리는 것이고 표준 모델도 이를 위한 한 가지 방안에 불과하다. 일단 동복은 20만 원, 하복 5만 원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협상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교복 업체들이 표준 모델 도입 등을 조직적으로 방해할 경우 단계별로 대응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우선 대규모 학교까지 표준 모델 도입을 확대하고 그래도 방해가 계속되면 해당 업체를 조사해 불매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표준 모델 도입을 끝까지 방해하면 내년도부터 충남 모든 중고교생들의 교복 착용 규정을 아예 폐지하고 자유복을 입히는 쪽으로 투쟁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교복 업체들은 학부모들의 조직력과 행동력, 단결력을 과소 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교복 값#표준모델#교복대리점 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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