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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9일 ‘세림이법’이 시행된 뒤 약 6개월 동안 어린이집 차량의 99.4%가 안전조치를 강화한 뒤 경찰 신고까지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림이법은 13세 미만 어린이 교육시설이 안전을 강화한 통학차량(9인승 이상 버스·승합차)을 관할 경찰서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말한다. 경찰은 29일부터 미신고 차량 단속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적발되면 과태료 30만 원이 부과된다. 어린이가 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보호자가 동승하지 않은 차량도 단속 대상이다. 보호자 동승 규정은 학원, 체육시설의 15인승 이하 차량에 한해 2년간 유예된다. 앞서 본보는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세림이법의 입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2013년 12월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 1월 시행 이후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쳤다. 본격 단속을 앞두고 어린이 통학 환경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26일 교육부 통계(14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차량 3만4372대 가운데 3만4151대(99.4%)가 신고를 마쳤다. 초등학교(92%)와 유치원(88.8%)도 신고율이 높았다. 그러나 아직 불안한 곳도 있다. 학원(27.7%)과 체육시설(22%)의 신고율이 매우 저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름 휴가철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때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 8월 교통사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요일별로는 금요일과 토요일, 시간대별로는 오후 8시~10시에 사망사고가 집중됐다. 전체 4244명의 사망자 가운데 토요일에 가장 많은 659명이 목숨을 잃었고, 금요일이 642명으로 뒤를 이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8시~10시 사이(449명)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이 몰리는 화성 고양 수원 평택 용인 등 경기지역에서 803명(18.9%)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교통안전공단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가 누적돼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단은 휴가철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29일 전국 자동차검사소를 방문하는 모든 차량의 타이어 공기압, 브레이크, 오일 점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떠나는 휴가는 생각만 해도 설렌다. 특히 올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내 휴가’ 캠페인 덕분에 차량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휴가길을 위해 도로 위 교통법규 준수는 기본. 하지만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착한 운전’만으로 사고를 100% 막을 수는 없다. 여름 휴가철에 특히 조심해야 할 운전수칙을 꼽아봤다.○ 타이어 펑크 때 급제동은 ‘금물’ 시속 100km로 주행하던 승용차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놀란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차량은 제어력을 잃고 중앙선을 넘어 20m가량 질주했다.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 핸들을 반대로 꺾자 이번엔 차체가 오른쪽으로 급회전해 갓길을 덮쳤다.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급제동을 하면 이처럼 더욱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실험에 쓰인 차량은 타이어 고무가 휠에서 벗겨질 만큼 차체가 좌우로 요동치면서 자칫 전복될 뻔했다. 모의실험을 주관한 교통안전공단의 노명현 부연구위원은 “펑크가 났을 때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이 펑크 난 방향으로 더 쏠리게 되고 핸들을 돌려도 바퀴가 움직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어떨까. 제동거리는 20m가량 늘었지만 중앙선은 물론이고 차로를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 차량이 흔들렸지만 운전자가 쉽게 방향을 제어할 수 있었다. 운전자 차재선 씨(51)는 “‘펑’ 소리 후 2초가량 참은 뒤 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으니 갓길에 안전하게 차를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면 온도가 높은 여름 휴가철엔 타이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타이어 내부가 고열로 변형돼 파열되기 쉬운 탓이다. 최근 5년간 타이어 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7, 8월에 전체 사고의 24.9%(177건)가 집중됐다. 치사율은 타이어 사고(9.4%)가 전체 교통사고 평균(2.3%)보다 4배 이상으로 높았다. ○ 뜨거운 실내와 에어컨 세균도 ‘복병’ 휴가지에 무사히 도착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수백 km를 달린 차량은 자칫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주행 중 엔진이 과열된 데다 여름철 직사광선까지 받으면 차량 내 대시보드 온도는 90도를 넘나든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화재의 11.4%가 차량 화재였다. 차량에 무심코 두고 내린 일회용 가스라이터, 탈취제 등 가스 제품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휴가지에서 실내나 그늘 주차가 어렵다면 창유리를 살짝 열어두거나 햇빛 차단막을 꼭 덮어야 한다. 휴가길 최대의 적은 ‘졸음’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휴가철(7월 16일∼8월 15일) 졸음운전 사고 현황을 보면 오후 2∼4시 사이에 전체 사고의 13.5%가 집중됐다. 2시간마다 졸음쉼터에서 쉬고 운전자를 바꿔도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기는 힘들다. 차량 내부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하면 졸음을 어느 정도 쫓을 수 있다.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에어컨 내 득실거리는 세균이다.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수분이 외부 유입 먼지와 만나 세균을 번식시킨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출발 전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지 못했다면 차량을 세우기 1, 2분 전 에어컨을 꺼 수분을 제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한국 사회에 ‘매리지 디바이드(Marriage Divide·경제적 사회적 여건에 따라 결혼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고 계층 간 격차가 생기는 것)’ 현상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탐사보도팀은 동아닷컴이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설문 툴을 활용해 미혼 남녀 1917명(남자 936명, 여자 981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한 남녀는 각각 53.0%, 55.6%에 그쳤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한 남녀가 각각 47.0%, 44.4%나 됐다는 얘기다. 왜 결혼하지 않는 걸까.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粗)혼인율’ 또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변수는 남자였다. 남자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혼 의지’가 춤을 췄다. 정규직 남성의 57.9%는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반면에 비정규직 남성은 35.7%만이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경제적으로 심리적 결혼한계선은 ‘월급 200만 원’이었다. 월급이 200만 원 이하일 때는 결혼의 꿈을 꾸지 않았지만, 이 선만 넘어가면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었다. 100만∼200만 원을 받는 남성 중 ‘결혼하기 싫다’고 대답한 비율은 61.3%인 반면에 월 200만∼300만 원을 받는 남성에게선 ‘결혼하고 싶다’(57%)는 응답이 ‘하기 싫다’(43%)를 앞질렀다. ▼ “안정적 직장에 성격 무난… 결혼 1차서류 겨우 통과” ▼‘오늘날의 청년들은 자아의식이 강하고 이해타산이 밝으므로 옛날과 같이 뜻만 맞으면 무조건 결합되는 푸근한 사랑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제대로 교육받고 제대로 생각할 줄 아는 남녀일수록 상대방 선택에 신중하게 되므로 올드미쓰와 노총각이 인텔리층에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1969. 6. 2. 동아일보 4면 ‘남녀 관계의 새로운 모랄’ 중) 적령기가 지나도 결혼을 미루는 젊은 세대는 어느 시대에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46년 전 동아일보 기사를 봐도 그렇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요즘은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는 ‘결못남녀’가 더 흔한 현상이 됐다. 이제 결혼은 ‘정상’, 미혼·비혼은 ‘비정상’이라고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다. 서로 다른 처지의 ‘결못남녀’들이 말하는 2015년 ‘남녀 관계의 새로운 모랄’을 들어봤다.“결혼 자소서(자기소개서) 쓰기가 두렵다” 대학 교직원 오승훈(가명·33) 씨는 지난해 가을 ‘결혼고시’에서 낙방했다. 평생 단짝이 될 거라 믿었던 여자친구는 사귄 지 6개월 만에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까지 한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지난봄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왜 결혼에 실패했을까’ 석 달간 오 씨는 오답노트를 써 내려갔다. “저는 1차 서류만 겨우 통과한 거였어요. 안정적인 직장에 성격도 그럭저럭…. 하지만 결혼 상대로는 부족했던 거죠.” 오 씨 말처럼 결혼은 취업과 닮았다. 일단 서류 통과부터 녹록지 않다. 화려하게 포장된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을 쓰고 이력서에는 남들과 차별화된 스펙을 꾹꾹 눌러 담아야 겨우 1차 서류를 통과한다. 문제는 2차부터다. ‘결혼해도 괜찮은 상대’라는 확신을 주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오 씨는 자신이 여기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결혼 시장에서 남자는 여자를 태울 꽃마차나 최소한 말 한 필이라도 있어야 돼요. ‘같이 걷자’는 말은 안 먹혀요. 연애는 결국 은근슬쩍 상대의 경제력, 집안 배경을 파악하는 기간이더라고요.” 4년차 교직원 월급은 혼자 살기엔 충분했지만 신혼집을 구하거나 결혼 자금으로 쓰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올해 초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에서 발표한 ‘2015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결혼비용으로 평균 1억5231만 원을 썼다. 총 결혼비용(집값 포함) 2억3798만 원 가운데 64%를 부담한 셈이다. 오 씨는 그 정도 돈을 모으지 못했다. 은퇴한 아버지에게 손을 벌릴 형편도 아니었다. 여자친구도 오 씨의 상황을 알고선 실망하는 눈치였다. ‘백마’는커녕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자 오 씨는 자신감을 잃고 그녀 앞에서 점차 움츠러들었다. 4년의 솔로 생활 끝에 찾아온 연애에 실패한 오 씨는 다시 ‘결혼 자소서’를 쓰기가 두렵다. 누군가를 또 만나도 같은 고비에서 탈락의 쓴맛을 볼까 봐 겁이 나서다. “20대에는 취업하려고 아등바등 전력질주를 했는데, 30대에 결혼을 하려면 또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돼요. 헤어지기 전 여자친구가 ‘왜 나한테 전력질주를 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죠.” “다시 호주로 가고 싶어요” 오 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박상인(가명·30) 씨는 7년째 연애 중인 여자친구를 두고도 “결혼하자”는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 박 씨보다 두 살 어린 그녀는 서른이 되기 전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박 씨는 곤혹스럽다. “지금 월급이 200만 원 정도예요. 결혼은 부모님 도움을 받아 한다고 해도, 제 수입으로 애 낳고 기르는 건 무리 아닐까요?” 두 사람은 2008년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만났다. 박 씨는 하루 8시간씩 주 4일만 일하고도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벌었다. 지금 받는 월급과 맞먹는다.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시간당 1만5000원가량을 받았는데 당시 한국의 시급 3770원의 4배였다. “한국에 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자리만 잡으면 결혼도 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냉혹했다. 고졸인 박 씨에게 허락된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택배, 고깃집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끝에 지금의 직장을 구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만 해도 생계에 지장이 없는 호주와 달리 한국에선 한 달 한 달이 빠듯했다. 결혼 자금을 모으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1000만 원이 채 안 되는 통장 잔액을 들고 서른을 맞았다. “가끔 호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거기 있었으면 벌써 결혼도 하고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요?” 박 씨의 여자친구는 지난해부터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박 씨는 주말에도 근무하느라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하기도 힘들다. 박 씨는 “두 사람이 열심히 모아서 2년 후에는 꼭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男, 월급에 따라 결혼 안 하는 이유 달라 오 씨와 박 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못남’이다. 탐사보도팀이 설문을 통해 들어본 미혼 남성들의 목소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혼하기 싫다거나 지금 상황에서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47%의 남성에게 이유를 물었다. 30대에선 ‘혼자서 즐기며 사는 것이 편해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지만 월급 차이에 따라 흥미로운 결과를 보였다. 월 100만∼200만 원을 버는 남성은 ▽월수입이 가족 부양할 만큼 되지 않아서(24.3%) ▽집 마련이 부담스러워서(12.2%) ▽자식 키우는 기혼자들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10.1%)를 선택했으며, 200만∼300만 원을 버는 남성은 ▽월수입이 가족 부양할 만큼 되지 않아서(19.6%) ▽혼자서 즐기며 사는 것이 편해서(14.1%) ▽집 마련이 부담스러워서(11.6%)를 꼽았다.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감이나 높은 집값에 대한 걱정이 결혼하기 싫은 마음에 영향을 준 것이다. 반면 수입이 월 400만 원이 넘는 경우는 달랐다. ▽혼자서 즐기며 사는 것이 편해서(21.8%) ▽사랑에 푹 빠질, 맘에 드는 이성 찾기가 어려워서(16.6%) ▽자식 키우는 기혼자들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12%) 순이었다. 누군가와 맞춰서 살거나 ‘나’를 접고 배우자에게 헌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경제적인 부담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돈 걱정이 앞서진 않았다. 결혼하기 싫은 이유도 월급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안정된 남성일수록 결혼을 통해 얻는 장점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자식 대신 조카… 섹스는 애인과… 반지 낄 필요 있나” ▼“힘을 내요. 미스터 김!” 여자들은 어떨까. 아동복 디자이너 박정은(가명·34·여) 씨는 ‘요즘 남자’들이 부쩍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했다. “남자들만 허리띠 졸라매 집을 사고, 결혼 비용을 부담하라는 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죠.” 박 씨는 왕자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공주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는 “꽃마차는 안 타도 된다. 믿음만 있다면 가시밭길이라도 같이 걸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남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지만 여자들 생각은 다르다는 얘기다. 박 씨는 “조건만 좇는 여자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남자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라’는 주문처럼 들렸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결혼 의지’는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연령별·고용상태·월급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비율이 ‘하고 싶지 않다’는 비율을 상회했다. 26∼30세 여성(64.1%), 31∼35세 여성(60.8%), 36∼40세(53.8%) 모두 ‘결혼하고 싶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그럼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박 씨는 “기혼 친구들을 볼 때면 결혼 생각이 싹 달아난다”고 했다. 얼마 전 박 씨가 졸업한 여대 동기 단체대화방에서는 ‘섹스리스 부부’가 화제가 됐다. 누군가 “출산 뒤 (섹스를) 안 하고 산다”고 물꼬를 트자 “나도 그렇다” “관계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공감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 순간 박 씨는 머리를 한 대 크게 맞은 기분이었다. “연애만 해도 섹스를 하는데, 오히려 결혼한 부부가 ‘섹스리스’로 산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섹스는 단면에 불과하다. 부모 세대는 성(性), 육아, 교육 등 결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충족시킬 욕구가 있었다. 그러나 자식들이 사는 세상은 다르다. 애인과 마음껏 섹스할 수 있다. 아이는 없어도 조카를 돌보고, ‘삼둥이’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육아의 기쁨을 느낀다.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지 않아도 전통적 ‘결혼의 맛’을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시월드 때문에 결혼 꺼려” 남자들이 ‘돈’이라는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한다면 여자들은 ‘결혼’이라는 문 뒤에 펼쳐질 미래를 두려워했다. 취재진이 만난 미혼 여성들은 “아줌마가 아저씨보다 불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시월드(시댁을 뜻하는 신조어)’ 등의 유행어에서 보듯 결혼이 여성에게 ‘족쇄’로 인식되곤 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이진아(가명·40·여) 씨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기 전까진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결혼 뒤 이름도 잃어버린 채 ‘○○ 엄마’로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 설문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30대 여성은 ‘시댁 리스크(위험요인)’를 가장 크게 받아들였다. 31∼35세 여성(23.8%)과 36∼40세 여성(20.8%) 모두 ‘시댁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부담스러워서’를 결혼하기 싫은 이유 1위로 뽑았다. 그 뒤를 이어 △혼자서 즐기며 사는 것이 편해서 △사랑에 푹 빠질 맘에 드는 이성을 찾기 어려워서 △자식 키우는 기혼자들 모습이 힘들어 보여서였다. 여성 전체에서는 ‘혼자 즐기며 사는 것이 편해서’가 1위로 꼽혔다. ‘여자 나이’에 유달리 가혹한 결혼 시장의 편견에도 여성들은 초연해지고 있었다. 30대 중반이 고비였다. 이 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정민(가명·38·여) 씨는 “앞으로는 ‘100세 시대’잖아요. 쫓기듯 결혼해서 정(情) 때문에 한 사람과 60, 70년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소개팅이란 말만 들어도 질색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집은 얼마짜리냐, 대출은 없느냐’고 묻는 남자들에게 지쳤기 때문이다. “회사 미혼 언니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냥 내 돈 탐내는 남자만 아니면 된다’고도 해요. 그런 걱정 하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죠.” 그는 “사람만 괜찮으면 ‘돌싱’도 상관없다”고 했다. 누구와 어떤 사랑을 하는지가 중요하지 돈과 배경은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결혼은 꼭 해야 하나요?”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 5명 중 1명(18.6%)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회사원 구현철(가명·32) 씨도 그중 하나다. 구 씨는 ‘결혼 적령기’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주위에선 “나중에 애들 등록금 대고 시집 장가 보내려면 지금 결혼해도 늦다”고 늘 성화지만 좀처럼 납득이 안 된다. 아이를 안 낳을지도 모르는데 불확실한 ‘미래 지출’을 걱정해 결혼을 강요당하기 싫은 탓이다. 남자들에게도 결혼은 무거운 짐이다. 구 씨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그렇게 살기 싫다’고 고개를 젓는 중이다. 가장이 돼서 희생만 강요당하며 살기 싫은 탓이다. 구 씨의 목소리가 커졌다. “대학, 군대, 취업, 결혼까지 인생을 남들이 정해준 시간표대로 살 필요는 없잖아요.” 그는 소신대로 20대를 보냈다. 삼수 끝에 의대 진학에 실패하자 일찍 취직했다. 남보다 늦게 군대를 제대하고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어릴 적 꿈을 찾아 내년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구 씨는 “내 불안을 아내, 아이와 공유하긴 싫다”고 다짐했다.‘나무꾼’은 없다 결혼 세태의 변화는 젊은층의 연애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결혼은 필수, 연애는 선택’이었다면 요즘은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인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만난 20, 30대 젊은 세대는 ‘필수과목’이라는 연애마저도 혼란스러워했다.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네꺼인 듯 네꺼 아닌 네꺼 같은 나….” 지난해 초 발매돼 큰 인기를 끈 히트곡 ‘썸’의 노랫말이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를 가리키는 ‘썸’은 대중문화를 넘어 남녀관계의 대세가 됐다. ‘밀당’의 수준은 관심만 갖는 수준인 ‘심(心)남’, 이성이지만 친구 사이로 선을 긋는 ‘남자 사람 친구’으로 세분화됐다. 여기엔 “시간과 돈을 올인 해야 하는 연애보다 ‘썸’이 편하다”는 항변과 “여자가 넘어올 때까지 찍어보는 나무꾼이 멸종한 시대”라는 한탄이 교차했다. 그 많던 돌쇠와 나무꾼은 왜 사라졌을까. 전문가들은 취업을 위해 연애, 결혼, 출산까지 포기하는 ‘삼포세대’의 씁쓸한 자화상이라고 분석한다. 지난달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 발표한 신곡 ‘희한한 시대’에는 그런 애환이 담겼다.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마지막 저금통장에 들어있는 19만 원을 들고서 나는 어디로 갈까….” 정지은 문화평론가는 “언제부터인지 연애가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쓰는’ 경제활동을 닮아버렸다”고 설명했다. ‘썸’이 꼭 삼포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선택과 결정을 미루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의 특징이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는 이를 ‘메이비(maybe) 세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저서 ‘결정장애 세대’에서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많은 선택지 앞에서 사상 최대의 과잉 기회와 씨름하고 있다. 굳이 결정을 내리고 싶지도 않고 병적으로 결정을 미룬다”고 설명했다. 노명우 교수는 “서로에게 확신이 없으면서도 ‘연애는 필수’라는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주위만 맴도는 ‘썸’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미스매칭 왜 계속되나 2010년 이상호 한국은행 경제학 박사와 이상헌 성균관대 경제학과 연구교수가 발표한 ‘저출산·인구고령화의 원인에 관한 연구’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이상 ‘결못남녀(결혼을 못하는 사람들)’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전세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 경제학자들은 ‘청혼모형’에서 여성은 남성이 청혼해 오기를 기다린다고 가정한다. 남성은 결혼시장 참가자 가운데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청혼을 하고, 청혼받은 여성은 남성의 ‘수준’을 관찰한 후, 그 수준이 자신이 생각한 유보가치(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보다 낮으면 거절하고 다음 청혼자를 기다린다. 요즘처럼 젊은 남자들이 구직도 어렵고, 사회생활에 뛰어드는 시기도 점점 늦어지면 여성의 ‘기준’에 맞는 남자는 갈수록 찾기 힘들게 되는 구조다. 이상헌 교수는 “여자는 청혼을 기다리고 있지만 남성은 프러포즈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시행계획을 수립한 이후 관련 예산을 매년 늘려왔다. 무상보육 비용을 포함해 지금까지 66조5367억 원을 출산율 높이는 데 썼다. 그러나 지난해 신생아는 43만6500명으로 2006년 44만8200명에 비해 오히려 1만17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를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정부의 전면적인 정책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랑스처럼 동거가 일반화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결못남녀’의 증가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박성민 min@donga.com·노지현 기자}
여객선 침몰, 대형화재 같은 사회재난 때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구호금과 생계지원비의 기준이 마련됐다. 국민안전처는 사회재난 피해 지원 기준을 담은 규정을 입법 예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지원액은 자연재난 지원 기준을 따르게 된다. 구호금의 경우 세대주 사망 시 1000만 원, 세대원 사망 시 500만 원이 지급된다. 장해등급 7등급 이상의 부상자는 사망자 지원금의 절반을 받는다. 화재 등으로 이재민이 발생할 경우 구호비는 하루 7000원 씩 최장 60일까지 받을 수 있다. 주거비와 교육비도 지원된다. 이주가 불가피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주거비도 받는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으면 6개월간 수업료도 지원된다. 지방세 건강보험료 전기료 통신료 등도 감면된다. 국세 납세 유예 혜택도 주어진다. 지난해부터 세월호 참사,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등 대형 사회재난이 속출했지만 자연재난과 달리 구호 및 생계 지원의 기준이 없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혼선을 빚었다. 내년 상반기부터 바뀐 규정이 적용되면 사회재난 피해자도 신속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규정이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야 가능하다. 다만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피해자 지원을 실시할 때 이 규정을 적용하게 된다. 안전처 안영규 복구총괄과장은 “중앙대책본부가 설치되지 않는 일반 사회재난의 경우 정부 지원기준을 각 지자체 조례에 반영해 특별재난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경기 수원시의 한 쇼핑몰은 2013년부터 2년 연속 소방종합정밀점검에서 ‘안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점검 결과는 달랐다. 피난계단 출입문과 방화시설이 불법으로 변경돼 있었다. 그러나 점검을 맡은 소방시설관리업체 A사는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이듬해 점검을 맡은 B사도 쇼핑몰 내 영업장을 2배 가까이 불법 확장한 식당을 적발하고도 묵인했다. 1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두 업체는 법적 기준보다 낮은 금액으로 안전점검 계약을 맺은 뒤 부실점검을 반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시설법과 엔지니어링사업법에 따르면 A사는 861만 원, B사는 869만 원을 받아야 했지만 실제 계약금액은 215만 원과 243만 원에 불과했다. 계약금에 맞춰 투입 인원과 기간을 줄이다보니 부실점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전처 관계자는 “점검업체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낮은 금액에 수의계약을 맺은 뒤 건물주 입맛대로 결과를 허위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난 사업장이 보수공사를 하지 않았지만 안전등급을 올려준 경우도 있었다. 한 시설물안전진단기관은 강원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곳에 균열이 있어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내리고 오히려 안전등급을 D등급에서 C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안전처는 이처럼 불법 가설물을 설치하거나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안전점검 의무를 위반한 백화점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 12곳과 소방시설관리업체 2곳을 적발했다. 안전처 유인재 안전감찰관은 “일반 건축물 안전점검과 같이 소방점검에서도 공인된 기관이 사후 검증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학교 앞 ‘스쿨존’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줄어들던 스쿨존 내 교통사고가 지난해 다시 늘어난 것이다. 7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 751건에서 2012년 511건, 2013년 427건으로 줄었던 스쿨존 교통사고는 지난해 523건으로 급증했다. 사고 다발 지역(교통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발생한 곳)도 2013년 32곳에서 지난해 43곳으로 늘었다. 전남 고흥군 고흥동초등학교 근처에서는 1년간 어린이 교통사고가 4건이나 일어났다. 3건 이상 발생한 곳도 6곳에 달했다. 이 사고다발 지역들에서만 90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88명이 다쳤다. 피해 아동 대부분은 집중력이 부족한 미취학 아동(23명)과 초등학교 저학년생(44명)이었다. 사고다발 지역의 72%는 대도시에 몰려 있다. 서울 8곳, 부산 6곳 등 7개 대도시 22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한 해 2건 이상 사고가 발생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2∼6시에 전체 사고의 64.5%가 발생했다. 하굣길 교통안전이 더욱 위험한 것이다. 시기별로는 학년 초인 3월(11.1%), 야외활동이 많은 6월(13.3%)과 10월(13.3%)에 사고가 집중됐다. 안전처는 2011∼2013년 사고 발생 후 개선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39곳을 포함한 82곳을 ‘교통사고 다발 스쿨존’으로 분류해 8일부터 특별 현장 점검에 나선다. 민병대 안전처 안전개선과장은 “무단 횡단이 잦은 곳에는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스쿨존 주정차 금지구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아파트단지. 강서구청 마크가 붙은 승합차에서 위생관리과 김은정 주무관이 2L짜리 생수 6통과 식료품 상자를 꺼내 내려놓자 지나가던 주민들이 하나 둘 멈춰 섰다. 한 중년 여성은 “여기 혹시 메르스 격리자가 사느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찾아왔다”고 둘러댔지만 믿지 않는 눈치였다. 서둘러 자리를 피한 김 주무관은 구호품을 격리 가구 현관 앞으로 옮긴 뒤에야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그는 “미리 쓰고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격리자가 있다는 걸 알아채 어쩔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21일 현재 전국의 메르스 자가 격리자는 3296명. 이들을 일대일로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구호품 전달을 위해 매일 ‘007 작전’을 해야 한다. 일부 격리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메르스 포비아(공포증)’에 걸린 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여 이웃에게 들키면 “구청 때문에 격리 사실이 알려져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항의 전화가 쏟아지기 일쑤다. 어렵사리 구호품을 전달해도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강서구는 쌀, 라면, 즉석 밥, 참치·햄 통조림, 생수 등 10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격리자는 “왜 고기와 소주는 없느냐”고 따지거나 배달이 늦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때로는 무리한 요구도 한다. 경기 지역의 한 시 관계자는 “격리 중인 중년 남성이 ‘당장 담배를 갖다 주지 않으면 직접 사러 나가겠다’고 소란을 피워 급히 담배를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대다수 격리 가구에 1차 지원이 끝났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곳도 있다. 홀몸 가구나 집 안에 환자가 있는 경우다. 경기 화성시 김진호 생활보장팀장은 11일부터 이틀에 한 번 시청 근처 단골 식당에 도시락을 주문한다. 암 투병 중에 혼자 격리된 A 씨(47)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의 부인(151번 환자)은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에서 남편을 간호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합니다.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의 부인인 두 번째 확진자 A 씨(63·여)가 5일 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A 씨는 “(사태가) 이렇게 확대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잠잠해지고 치료가 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A 씨 가족은 그동안 ‘중동에 갔다 왔으면서 의료진에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첫 환자인 A 씨 남편은 바레인에 주로 있었으며 ‘메르스 위험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업무차 갔다 온 적이 있지만 초반 의료진에게는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A 씨는 “당시 남편의 열이 40도에 육박해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라며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A 씨는 보건당국의 미숙한 초동대처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바이러스를 갖고 들어온 것은 잘못이지만 대처하는 병원들과 보건당국의 방법이 1960년대와 똑같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감기라고 해서 감기약을 먹다가, 더 큰 병원으로 가니 ‘폐렴이다’라고 해서 약 먹으면서 계속 기다렸다는 것. 지난달 20일 남편과 본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입원한 환자들과 의료진이 2차 감염됐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41명 가운데 이 병원에서만 29명이 감염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혼자 편히 쉬고 싶은 주말, 밀려드는 소개팅은 귀찮기만 하죠. 여친, 남친 만나는 시간보단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결혼한 친구들은 다들 혼자인 제가 부럽다니 제 처지가 그리 나빠 보이진 않네요.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갈수록 눈은 높아지고, 그러다 가끔은 나이 들어 혼자일 내 모습이 떠올라 겁도 나고…. 아직 미혼인 여러분께 동아일보 탐사팀이 묻습니다. 여러분이 결혼하고 싶은, 혹은 결혼하기 싫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는 올해 처음 열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100km가 넘는 곳에서 찾아오거나, 1박 2일 일정으로 참가한 학생들도 있었다. 경기 양주시에 사는 강지인 양(16·파주 율곡고 1년)은 대회 하루 전날인 8일 인천 월미도에 도착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느라 3시간이 걸렸다. 강 양은 대회 당일에 가장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강 양이 제출한 작품 속에는 바다 위에 핀 당아욱 꽃이 갓난아기를 포근히 감싸고 있었다. 강 양은 “당아욱의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제(8일)가 어버이날이라 ‘생명의 바다’라는 주제와 어울려 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생들이 주인공인 축제였지만 함께 온 부모들도 마치 소풍을 온 듯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에 사는 신조옥 씨(35)는 이른 아침 일어나 2시간을 넘게 운전해 충남 서천 청소년수련관에 도착했다. 신 씨는 “그림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근처 국립생태원도 둘러볼 겸 한걸음에 달려왔다. 내년에는 광주에서도 이런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딸 이현빈 양(8·광주 선창초 2년)은 “그림을 그리면서 바다가 우리한테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평소 일밖에 모르던 아빠들도 이날은 그림을 통해 아이들과 특별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두 딸을 데리고 대회에 참가한 김인성 씨(42)는 “육아는 아내 몫이라고 생각한 탓에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 평소 두 딸이 바다와 생명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바다는 생생한 현장 교실로 바뀌었다. 대전예고 학생 30여 명은 서천 앞바다의 갯벌과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다. 인천=박성민 min@donga.com / 서천=이기진 기자}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 비상임이사직을 꿰찬 인물 상당수가 여당 또는 친박(친박근혜) 성향 단체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직은 민간 기업의 사외이사처럼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자리다. 하지만 정권 창출에 관여한 낙하산 인사들이 비상임이사에까지 임명되면서 공공기관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낙하산 잔치 여전 30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중점관리 공공기관’ 36곳 가운데 낙하산 비상임이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전체 비상임이사직 6명 가운데 3명이 낙하산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총 7명 비상임이사직 가운데 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중부발전은 각각 5명 중 2명이 보은성 낙하산 인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친박(친박근혜)계’ 김학송 사장 임명으로 시끄러웠던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또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그 중심에는 김항술 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이 있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도로공사 이사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해 남북을 잇는 통일 도로에 관심이 많다”는 자기소개서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비상임이사로 임명됐다. 함께 선임된 유영준 이사는 대통령 경호실 근무와 경호안전센터 연구위원이 공개된 이력의 전부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오랜 회계 업무 경험이 있어 이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도로공사 업무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관련 사업을 하면서 유관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로 들어간 사례도 있다. 조영재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전국시도연합회장은 지난달 한국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조 회장은 공공하수도 관리 사업을 하는 대진환경개발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어서 적합한 인사가 아니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비상임이사는 인맥과 경력 관리를 원하는 정치권 주변 인사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고 더 높은 자리로 옮기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김선덕 대한주택보증 사장, 이영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이번 정부 들어 비상임이사에서 기관장으로 임명됐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비상임이사는 기관장이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비상임이사 자리가 기관장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하는 일에 비하면 급여 수준도 적지 않다. 비상임이사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면 기본급과 참석수당으로 평균 250만 원을 받는다. 1년 12번 출근에 연봉 3000만 원을 챙기는 셈이다. 2013년 ‘연봉 최대 3000만 원’ 가이드라인이 내려오기 전에는 조건이 더 후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이 비상임이사에게 연봉 8000여만 원을 지급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제구실 못하는 ‘거수기 이사회’ 기관장은 물론이고 비상임이사까지 낙하산이 활개 치는 현실은 결국 공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공기업 임원은 “일부 이사들은 업무 이해도가 떨어져 중요 사안에 대해 토론조차 못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이사회에 온갖 이유를 대며 참석하지 않거나 마지못해 서면으로 대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권 창출 공신은 많은데 나눠 가질 자리는 한정돼 있다. MB 정부 이후 비상임이사 자리에도 보은인사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선임 절차는 낙하산 인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사 공정성을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치지만 국민은 그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다. 관련법에는 임추위의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해당 기관들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예외 조항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연임을 노리는 비상임이사가 경영진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연임 금지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임추위에 노조 추천인사를 포함시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기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기관 정상화 다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공공기관 요직에 임명되는 ‘정피아(정치권+마피아)’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관장이나 감사 대신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길이 덜 미치는 비상임이사에 정치권 인사들이 집중 포진하고 있다. 30일 본보가 정부의 중점관리 공공기관 36곳의 비상임이사 220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이 넘는 47명(21.3%)이 범여권 출신으로 집계됐다. 중점관리 공공기관은 부채가 많거나 방만 경영을 한 기관으로 2013년 12월 지정됐다. 부실 대형 기관이 많은 만큼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비상임이사 역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비상임이사 47명 중 27명은 새누리당에 몸담거나 공천을 신청했던 인사였다.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 캠프에 참여한 인물이 11명, 국가미래연구원 등 대통령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과 친박(친박근혜) 성향 외곽단체 소속 인물이 8명으로 집계됐다. 전직 국회의원부터 정치권에 막 발을 내디딘 ‘정치 꿈나무’까지 경력도 다양했다. 비상임이사 자리는 연봉 3000만 원에 불과하지만 향후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정치권 인사들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또 권한에 비해 책임이 적다는 점도 비상임이사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공공기관 이사는 “비상임이사는 사실상 내정 상태에서 공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상임이사 낙하산 현상이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개혁 방침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낙하산 척결은 대형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 비상임이사가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을 챙겨주는 자리로 활용되면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공공기관 정상화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네팔 대지진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한국인 생존자들은 고국 땅을 밟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팔을 떠난 뒤 예정보다 두 시간 지연된 28일 오전 1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 104명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공포감이 뒤섞여 있었다. 대지진 발생 후 출국할 때까지 네팔에서의 50시간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여진이 우려돼 숙소에 머물 수 없어 노숙도 감내해야 했다. 올 1월 네팔 토목공사 현장에 일하러 갔다가 지진으로 팔과 목을 다친 박종권 씨(40)는 “병원 대다수가 무너지고 생사를 오가는 환자가 많아 경상자는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이라지만 자가발전기가 없는 곳에서는 물과 전기도 공급이 안 돼 고통은 더욱 심했다. 일부는 참사 충격에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관광을 갔던 허미경 씨(53)는 “함께 있던 중국 소녀의 오빠가 매몰됐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이진희 씨(25)는 “맞은편 호텔이 무너져 내가 묵던 호텔을 덮쳤다. 건물 밖에 있어 천만다행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마 참사 후 첫 귀국 비행기에 오른 이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하루빨리 현장을 탈출하려는 생존자와 구호물자 수송이 몰리면서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은 아수라장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당초 5월 말에 귀국할 예정이었던 김정식 씨(67)는 “공항에서 7시간을 기다려 비행기표를 구했다. 사고로 다친 사람들 대신 얻은 자리라 마음이 불편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고국의 대지진 소식을 들은 국내 거주 네팔인들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고국을 돕기 위해 모금활동에 나서는 한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한국 거주 네팔인들의 모임인 재한 네팔인협회가 추산한 국내 네팔인은 약 2만9000명. 네팔인협회장 비너트 쿤와 씨(43)는 “지진 소식이 전해진 뒤 전국 각지의 네팔인이 자체적으로 모금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네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대부분 일용직이나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 직접 얼굴을 보고 의논하기 힘들지만 각자 거주지를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협회 사무실에 네팔 대지진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모국의 아픔을 나누기 위한 행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에 머무는 네팔인들은 현지 전화나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게 가장 답답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쿤와 씨는 “성금을 송금해도 현지에서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네팔인들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겨우 가족과 친구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네팔인협회 관계자는 “네팔과 인연을 맺은 한국인들이 관심을 보여줘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네팔의 엄청난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인천=박성민 min@donga.com·황성호 / 이건혁 기자}
건강기능 식품을 노인질환 특효약으로 속여 팔아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식이유황 성분이 든 건강기능 식품의 효능을 과장해 노인 1600여명을 상대로 5억8000만 원어치를 판매한 식품회사 대표 정모 씨(62) 등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유명 제약회사 직원을 사칭해 무료 체험 제품을 준다며 피해자의 나이, 가족관계 등을 파악했다. 정보를 넘겨받은 영업 직원들은 다시 전화를 걸어 “어머니, 나 딸 친구 ○○야”라며 노인들의 경계를 풀었다. 홍보책에는 ‘척추 디스크가 완치됐다’ ‘암세포가 줄었다’는 등 가짜 체험기를 담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였다. 식품 정보에 어두운 노인들은 공장에서 4만 원 가량에 넘겨받은 제품을 5배 비싼 19만8000원에 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는 제품 효능을 믿고 과다 섭취해 복통에 시달리거나 당 수치가 갑자기 올라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지난달 30일 대학생 이모 씨(23)는 시간이나 때울 생각으로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손바닥 안 세상은 ‘신세계’였다. 접속한지 얼마 안 돼 낯선 여성이 네이버 메신저 ‘라인’으로 옮겨 알몸 채팅을 하자고 말을 걸어왔다. 상대는 “이 앱을 깔면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며 파일을 보냈다. 그 파일을 덥석 받은 게 화근이었다. 여기에는 상대의 전화번호부와 위치정보를 몰래 빼내는 악성앱이 깔려 있었다. 이 씨의 음란행위 영상과 개인정보를 손에 넣자 상대는 돌변했다. 굵은 남자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영상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친구들에게 급히 돈을 빌려 부랴부랴 300만 원을 송금한 이 씨는 “이런 채팅이 처음이라 피싱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후회했다.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만 800여명, 피해액은 10억 원에 달했다. 피해자 대부분 30대 남성으로 대기업 회사원, 한의사, 공무원 등 직업도 다양했다. 경찰 수사결과 피의자는 총책 조모 씨(26)가 이끄는 기업형 몸캠 피싱 조직으로 밝혀졌다. 아직 돈을 보내지 않은 피해자까지 더하면 1000명 넘는 남성이 알몸 사진을 미끼로 협박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적발된 몸캠 피싱 조직과 달리 중국이 아닌 국내에 총책을 둔 자생 조직이었다.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난 조 씨는 지난해 초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화번호부를 몰래 빼오는 악성앱을 구입해 문자메시지와 위치정보까지 가져오도록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몇 차례 몸캠 피싱에 성공하자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알게 된 지인들을 끌어들여 사무실 3개를 둔 기업형 조직을 만들었다. 채팅 유인, 공갈 협박 등으로 역할을 나눈 이들은 “자살할 때까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한 사람당 50만~600만 원씩을 뜯어냈다. 송금을 거부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동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을 5개월여 간 추적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조직원 19명을 붙잡아 조 씨 등 5명을 상습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몸캠 피싱 조직이 주로 이용하는 네이버 ‘라인’ 메신저는 자신이 아닌 가짜 화면을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고, 파일을 전송할 때 악성앱 여부를 검사하지 않아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일용직 근로자 황모 씨(55)는 지난해 7월 처음 만난 단골 식당 주인 곽모 씨(당시 50세·여)에게 호감을 느꼈다. 한 달 뒤 두 사람은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관계가 깊어지자 황 씨는 돌변했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는 곽 씨가 다른 남자 손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참지 못했다.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생떼를 부렸고, 식당에 살다시피 하며 곽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곽 씨는 그런 황 씨가 부담스러웠다. 곽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금천구의 한 모텔에서 만난 황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곽 씨는 “다른 남자가 있으니 가게에도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분을 참지 못한 황 씨는 평소 공사현장을 드나들며 갖고 다니던 둔기를 꺼내 곽 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쳐 살해했다. 황 씨의 의처증 증세는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1996년 남자관계를 추궁하던 황 씨는 야산에서 아내를 살해했다. 황 씨는 이 사건으로 1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에도 내연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폭행해 2012년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위현석)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황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황 씨가 사회로 복귀하면 또 다른 이성에게 해를 끼칠 위험성이 높아 사회에서 영구 격리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 사는 손모 씨(31·여)는 집 앞 놀이터만 보면 분통이 터진다. 1년 전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뒤 아직까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탓이다. 미끄럼틀 계단 손잡이는 파손된 지 오래고, 구름다리 바닥의 나무 받침대도 사라져 1.5m 아래 바닥이 훤히 보인다. ‘출입금지’ 푯말을 세워 놨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갈 때가 많다. 손 씨는 “다섯 살 아들은 매일 나가 놀겠다고 보채는데 행여 다치기라도 할까 봐 매일 마음을 졸인다”고 했다. 아파트 놀이터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1월 전국 3만6094개 아파트 놀이터 중 1456곳의 사용을 금지했다.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아예 검사를 받지 않은 곳이다. 어른의 안전불감증 탓에 아이들만 뛰어놀 곳을 빼앗겼다. 취재진이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관리인은 “가구마다 아이들이 줄면서 놀이터를 보수할지, 공원으로 용도를 변경할지 주민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방치 이유를 설명했다. 그 사이 놀이터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2011년부터 3년 동안 접수된 7∼14세 중상해 안전사고 548건 중 놀이터 사고는 128건(23.4%)에 달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안모 씨(35·여)는 올해 초 아이가 그네에서 떨어져 다친 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보수 공사를 요청했다. 두 달 뒤에야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부속이 없어 고칠 수 없다”며 보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집 앞 놀이터가 못 미더운 부모는 시간과 돈을 들여 사설 놀이터를 찾는다. 19일 ‘모래’를 테마로 한 서울 용산구의 한 사설 놀이시설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3∼10세 아이 20명이 고운 모래가 깔린 놀이터에서 안전사고 걱정 없이 뛰어놀았다.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표정도 밝았다. 두 아들을 데려온 조혜수 씨(39·여)는 “동네 놀이터는 안전사고나 모래 위생이 걱정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3월 말 문을 연 뒤 3주 동안 1800명이 넘는 어린이가 이 시설을 찾았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두 시간 동안 20명으로 입장을 제한할 정도다. 하지만 민간 놀이시설이 집 앞 놀이터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모래 체험을 마치고 나온 윤관 씨(41)는 “매주 입장료를 내며 사설 놀이터에 오는 건 부담스럽다. 안심하고 갈 수 있게 자치단체가 집 앞 놀이터를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안전검사에 통과하지 못한 놀이터를 꾸준히 줄여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120여 개 놀이터는 재건축 등의 이유로 보수가 힘든 상황이다. 임경숙 국민안전처 기획총괄팀장은 “위험한 놀이터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이용금지 한 달 내 시설을 개선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술에 취해 경찰 얼굴에 침을 뱉고 난동을 부린 외국인 강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형훈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사립대 미국인 강사 A 씨(29)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한국에서 1년 넘게 일반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A 씨는 지난 1월 1일 오전 8시 쯤 술에 취해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 있는 제과점을 찾았다. 그는 전날 자신이 원하던 빵을 구입하지 못해 화가 난 상태였다. A 씨는 “매니저를 불러라”고 소리를 지르며 다른 손님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종업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맥주병을 제과점 밖으로 던져 깨뜨리기도 했다. 경찰에 연행된 뒤에도 A 씨의 행패는 이어졌다. 그는 인적 사항을 묻는 경찰에게 욕설을 하고 얼굴에 침을 두 차례 뱉었다. A 씨는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김 판사는 “정당한 공무집행과 영업을 방해한 점은 죄질이 불량하지만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9일 북한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평소 친분이 있던 경향신문 기자와 했던 인터뷰 전문(全文)이 15일 공개됐다. 성 회장은 48분여 동안 진행된 통화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14번, ‘의리’를 6번 사용하면서 정치권에 느낀 극심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성 회장은 “정치집단은 신뢰를 지키는 것이 정도”라며 “그런 신뢰를 헌신짝처럼 버리니 나 하나를 희생해 앞으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웃옷 주머니에 남겼던 ‘8인 메모 리스트’에 등장했던 이병기 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선 금품 제공액수 등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성 회장은 이 실장에 대해 “(충남) 홍성 사람이고 착한 분이에요. 그분도 참 처신을 잘해야 된다. 나하고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인데 처신을 잘해야 한다”며 일종의 ‘경고성’ 언급만 했다. 그는 “그 양반(이 실장)이 굉장히 정치적으로 신뢰 있고 의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참 잘해야지요”면서 구체적인 금품 제공액수 등을 묻는 질문에 “아이고 뭐, (그 얘기를) 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며 함구했다. ‘(돈 준 시점이) 일본(대사로) 가 있을 때인가’라는 질문에도 “아니에요. 그 사람은 안 지 오래됐으니까요”라고 말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임을 시사했다. 이 실장은 2013∼2014년 주일 대사를 지냈다. 반면 성 회장은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해선 9번이나 언급하면서 “사정을 당해야 할, ‘사정대상 1호’인 이완구 총리가 사정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성완종이 살아온 것과 이완구가 살아온 것을 비교해 보라”며 비난했다. 이어 “(이 총리가) 자기 욕심이 너무 많아 남들을 나쁘게 이용한다”며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인다”고 말했다. 2013년 4·24 재·보선 당시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전달한 사실도 언급하며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것이지 조건이 있고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이 총리의 지시로 이뤄진 거라는 판단을 깔고 있었다. 하지만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는 이 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 이전에 이미 검찰이 내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수사 초기 검찰은 오히려 이 총리의 ‘선언’에 대해 불편해하는 표정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성 회장은 “MB도 알고 잘 알지만 나는 MB(이 전 대통령) 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로비를 했느냐는 질문엔 “그 사람 나보다 돈이 수십 배, 수백 배 많은 사람인데, 그 사람들이 저한테 왜 돈을 받으러 그러겠어요”라며 부인한 뒤 “이상득 의원과 친했던 것 이상으로 (검찰은 나를 통해) 그분들을 털고 싶어 했다”고 주장했다. 사망 당시 발견된 메모에 적은 8명 중 허태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에 관한 부분은 돈을 건넨 시기와 액수와 함께 등장했다. 다만 유정복 인천시장은 아예 언급이 없었고,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선 이 총리가 2013년 4·24 재선거에 출마할 당시 자신이 서병수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이 총리를 공천해야 한다고 거들었다는 언급만 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