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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의 경제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經團連)가 5년 만에 회원 기업들에 정치 헌금을 권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2010년 중단된 정치헌금을 5년 만에 부활시키는 것으로 법인세 인하, 노동시간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문은 “정책을 돈으로 산다는 국민적 비판이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6월에 취임한 신임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회장은 최근 정치헌금 재개 검토 방침을 표명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정치헌금을 권유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기업과 경제단체에 구체적인 헌금액수를 할당해 모금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을 방침이다. 회원 기업 간 논의를 거쳐 9월 초 정식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은 자민당 정권 시절 정치헌금이 일반화돼 있었지만 이는 정경유착이란 부작용을 가져왔다. 1993년 자민당 정권이 처음 무너졌을 때 비자민당 연립정권은 정치헌금을 금지했다. 2004년 자민당과 민주당은 기업이 정치헌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2010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경단련은 모든 정치헌금을 중단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동해 해저 활단층에서 강진이 일어날 경우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지방에 최대 23.4m 높이의 지진해일(쓰나미)이 밀려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 내각부 문부과학성 등이 구성한 '일본해(동해)에 발생하는 대규모 지진에 관한 조사검사회'는 동해의 주요 단층 60곳에서 규모 6.8~7.9의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해 이같이 분석했다. 동해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바탕으로 쓰나미를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쓰나미의 높이는 홋카이도 남부의 세타나(せたな) 정이 23.4m, 아오모리(靑森) 현 후카구라(深浦) 정 17.4m, 이시카와(石川) 현 스즈(珠洲) 시 15.8m, 야마가타(山形) 현 쓰루오카(鶴岡) 시 13.6m 등으로 예상됐다. 쓰나미 높이가 60㎝면 승용차가 떠내려가고, 3m면 목조 2층 건물의 50%가 쓸려 내려가거나 무너진다. 다만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3층 이상 건물은 파괴비율이 낮다. 분석 대상이 된 173개 기초자치단체(시정촌·市町村) 중 82곳은 지진 발생 후 10분 이내에 쓰나미가 30㎝ 높이로 도달하며 이 가운데 15곳은 1분 만에 쓰나미가 같은 높이로 밀려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언론은 동해 지진으로 생기는 쓰나미의 규모가 크고 빠른 속도로 밀려오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동해와 접해 있는 일본 서부 지역의 11개 원전 근처에서 일어나는 쓰나미는 모두 전력회사가 가정해 대책을 마련한 규모를 밑돌았다. 이번 분석엔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과거 전례를 보면 일본 서부 지역 근해에서 지진이 일어날 경우 동해안까지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어 한국도 쓰나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1993년 7월 12일 홋카이도 오쿠시리(奧尻)섬 북서해역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쓰나미가 한국 동해안에 약 100분 만에 도착해 어선 53척이 파손됐다. 1983년 5월 26일 아키타(秋田) 현 서쪽 근해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도 동해안에 쓰나미를 일으켰다. 바다 수면이 최고 3미터까지 높아졌다 낮아지는 현상이 24시간 계속됐고 강원도 임원항에는 최고 7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강원도 지역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또 선박 44척이 유실되거나 침몰됐고 가옥도 68채 부서졌다. 동해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 위험에 한국도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설마?’ 20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 아사미나미(安佐南) 구에 사는 사토 사쿠라(佐藤さくら·17) 양은 트위터에 뜬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기하라 미리(木原未理·17·여)가 그날 새벽 산사태 이후 행방불명됐다는 내용이었다. 사토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기하라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때 토사에 깔려 무너지는 기하라의 집이 TV 화면에 비쳤다. 기하라는 아빠와 함께 행방불명됐다고 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25일 이렇게 전하며 고교 친구들의 ‘기하라 구하기’ 활동을 보도했다. 사토는 사고 당일 곧바로 기하라 집으로 향했다. 벌써 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기하라 집으로 난 길을 막고 있는 돌과 흙을 치웠다. 중장비가 진입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학생들은 그날 이후로도 매일 오전 8시경 체육복 차림으로 모였다. 적을 때는 10명, 많을 때는 20명이 왔다. 사토는 25일 오후 3시경 청소 도중 “기하라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 믿을 수 없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날 기하라가 다니던 히로시마 현립 야스후루이치(安古市)고교의 개학식이 있었다. 교장은 전교생 약 950명 앞에서 “기하라의 몫까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사토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하라와 함께 자란 고향을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체육복과 장화 차림에 삽을 들고 피해지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지역에 임상시험 단계인 에볼라 치료제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일본 기업이 개발 중인) 미승인 에볼라 치료제의 사용 허가를 검토하고 있다”며 “WHO가 요청하면 미승인 약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WHO의 허가가 나기 전이라도 긴급한 경우 일정한 조건 아래 개별 요청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가 장관이 언급한 치료제는 후지필름이 미국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인 인플루엔자 치료제 ‘아비간’이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생쥐 실험 결과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도 에볼라 확산에 대비해 이 치료제의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후지필름은 2만 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분량의 아비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도 에볼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콩고의 펠릭스 카방게 눔비 보건장관은 북서부 지역에서 이달 중순 이래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괴질 환자 8명을 상대로 표본 검사를 한 결과 “2명이 에볼라 양성반응을 나타냈다”고 24일 밝혔다. 눔비 장관은 이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일대에 퍼진 것과는 다른 종이라며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민주콩고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기존에 없던 변종으로 밝혀지면,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가 이 지역에서 효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인 2명 중 1명은 한일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2~24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47%를 차지했다. 정상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는 답변은 39%였다.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비슷한 답이 나왔다. 45%가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39%는 빨리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의아한 통계가 또 하나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같은 시기에 벌인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11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84%였다. 중일 정상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39%에 그친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너무나 대조적인 결과다. 참고로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질문하지 않았다. 동일한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동일한 시기에 질문했지만 신문사별로 조사 결과가 크게 다른 이유는 질문의 미묘한 늬앙스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 신문의 정확한 질문과 답을 아래에 적었다. ①니혼게이자이신문 질문: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 일찍 개최해야만 한다(39%), 서두를 필요 없다(47%) ②마이니치신문 질문: 아베 총리는 11월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일중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답변: 회담하는 편이 좋다(84%), 회담할 필요가 없다(10%)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찍' 혹은 '서둘러' 정상회담을 열어야 하는지 초점을 맞췄고 마이니치신문은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서로 물어보는 핵심이 다른 것이다. 이를 감안해 두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자면 일본인들은 '중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고 해석해야 가장 정확하다. 마이니치신문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묻지 않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비슷한 응답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대부분 일본인들은 한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결과는 조심해서 해석해야 한다. 질문의 늬앙스 차이, 질문을 하는 순서의 차이 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익 성향의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이 집단적 자위권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조사하면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치가 나온다. 따라서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 결과를 보고 '일본인들은 이제 한일 정상회담조차 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구나', '일본인들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라고 확대해석해선 한일 기류를 정확히 읽지 못할수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2인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안보담당 장관직 제의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아베 체제가 흔들리면서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간사장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내각 개편에서 아베 총리가 타진하고 있는 안전보장법제담당상(신설)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 “아베 총리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 (입각한다면) 내 생각을 억누르고 국회에서 답변해야 하는데 그것은 정치가로서 자기부정이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일 국민적 반발을 산 집단적 자위권을 ‘각의(국무회의)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통과시켰다. 이시바 간사장은 드러내놓고 총리 뜻에 반대하진 않았지만 국회에서 집단적 자위권 통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국회 법률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단적 자위권 관련 후속 법률 개정을 맡을 안보법제담당상 자리를 껄끄러워하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안보법제담당상이 아닌 다른 장관직을 이시바 간사장에게 제시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시바 간사장은 ‘다른 각료 취임을 타진해오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간사장의 입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내년 9월 예정인 자민당 총재 선거 때문이다. 만약 이시바 간사장이 장관으로 입각하게 되면 선거에서 아베 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 상태에서 총재 출마는 신하가 임금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격이어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일본 정계의 분석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이시바 간사장 측근들은 “모든 입각 제의를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의원으로 ‘백의종군’하다가 내년 총재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시바 간사장은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당원과 서포터,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아베 의원은 국회의원 표결로만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뒤집고 총재직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이시바 간사장을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여기고 있다. 사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당내 ‘반(反)아베’ 파벌이 득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계는 아베 총리의 다음 수와 이시바 간사장의 대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러시아가 일본인 입국금지 조치를 22일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일본에 보복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22일 러시아 입국금지 대상자 명단을 하라다 지카히토(原田親仁) 주러 일본대사에게 전달했다. 러시아 외교부와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민당 국회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대일 제재를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주러 일본대사관은 “일-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이라는 뜻을 표명했다. 러시아가 올해 초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 반도를 장악하자 일본 정부는 4월 러시아 정부 관계자 23명을 입국금지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 땐 일부 러시아 개인과 단체의 일본 내 자산을 동결하는 추가 제재를 실시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일단 올해 4월 일본이 시행한 것과 같은 수준의 제재를 취했지만 앞으로 더 강경한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올가을로 조정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도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아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에 속도를 내려던 아베 신조 총리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우크라이나 정세가 호전되지 않는 한 일-러 관계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유흥수 신임 주일대사(77·사진)는 23일 부임 일성으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내년을 “새로운 한일관계 출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이날 오후 도쿄(東京)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의 발전적인 관계, 안정적인 관계,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각오를 가지고 부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사는 “(한일 간에)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관계가 계속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저의 확신”이라며 “한일관계가 어려운 시기에 대사로 부임하게 돼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21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일본의 책임론도 거론했지만 부임 뒤에는 한일 관계 정상화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한국에서 강연을 마치고 유 대사와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하네다 공항에서 유 대사와 만나 악수했다. 먼저 입국장을 빠져나온 무라야마 전 총리가 한국대사관 차량 앞에서 유 대사를 기다렸다. 무라야마 총리는 유 대사에게 “상황이 어렵지만 일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달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 전 주일대사(현 국정원장) 후임으로 부임한 유 대사는 부산을 지역구로 12, 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의원 시절 통일외교통상위원장과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을 맡아 한일 현안에 밝고 일본 내 원로 정치인들과 친분이 깊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 북부의 산사태로 80명이 넘는 주민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애매한 피난 권고 기준으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22일 오후 11시 현재 산사태로 40명이 사망하고 47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상당수는 토사에 깔려 숨진 것으로 추정돼 사상 최대 피해를 냈던 2011년 9월 와카야마(和歌山) 현과 나라(奈良) 현 토사 재해(사망 49명, 행방불명 13명)보다 사태가 더 심각하다. 사고 현장에선 자위대와 경찰 등 3400여 명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집중호우가 간헐적으로 계속돼 작업 진척 속도가 느리다. 추가 산사태로 인한 피해도 우려돼 22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6만8813가구, 16만4108명에 피난 권고 또는 지시가 내려졌다. 아사히신문은 22일 이번 산사태의 피해 규모가 컸던 이유로 ‘피난 권고의 애매함’을 들었다. 20일 오전 3시 히로시마 2개 구에서 기준치를 넘는 호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향후 강수량 예측에 따라 (피난 권고를 할지) 대응한다’는 규정이 있어 시는 곧바로 피난 권고를 내리지 않았다. 1시간 뒤 강우량이 기준치의 배를 넘어서자 2개 구의 구청장이 나서 피난 권고를 발령했지만 이미 상당수 가옥이 토사에 파묻힌 뒤였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000년 5월 3일 낮 12시 56분 일본 니시테쓰(西鐵) 버스는 사가(佐賀) 현 사가 시에 있는 제2합동청사를 정시에 출발했다. 목적지는 후쿠오카(福岡) 시 덴진(天神) 버스터미널. 약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당시 17세였던 한 소년이 운전사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길이 40cm의 칼을 꺼내더니 운전사 목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승객에게 외쳤다. “너희들의 행선지는 덴진이 아니라 지옥이다!” 버스를 탈취한 청년은 운전사에게 덴진과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게 했다. 승객들에게는 커튼을 치도록 명령했다. 그 후 버스가 야마구치(山口) 현에 도착하기까지 소년은 3명의 승객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때 68세의 여성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 내 버스 탈취 사건 중 사람이 죽은 첫 사례였다. 원래 버스는 오후 2시 6분 덴진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야 했다. 오후 3시가 되어도 터미널에 도착하지 않자 니시테쓰 영업소는 사라진 버스를 수소문했다. 무선으로 연락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니시테쓰 측은 경찰에 신고했다. 버스가 주고쿠(中國) 자동차도로에 들어섰을 때 교통경찰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칼을 든 소년이 당황했다. 그때 한 남성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다. 얼마 후 또 한 명의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소년은 탈출에 대한 보복을 하겠다며 승객들에게 또 칼을 휘둘렀다. 버스는 히가시히로시마(東廣島) 시의 건물 옥상 주차장에 정차했다. 그때부터 경찰과 대치가 이어졌다. 소년은 음식을 요구하며 부상당한 인질 3명을 풀어줬다. 소년의 가족이 와서 “칼을 버리라”고 설득했지만 소년은 말을 듣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난 지 15시간 반 후인 4일 오전 5시경 특수부대원 15명이 급습해 소년을 체포했다. 광란의 버스 탈취 사건도 끝났다. ‘니시테쓰 버스 탈취 사건’이 1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사건을 다룬 ‘어느 날, 내 아이가 괴물로 변해 있었다’라는 책이 최근 출간됐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 이리에 요시마사(入江吉正·62) 씨는 서문에서 “소년은 왜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였을까. 어떤 마음의 변화를 통해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믿게 됐을까. 그 같은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은 소년의 가족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이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소년의 행적을 다뤘다. 소년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다. 가출도 했다. 고교를 중퇴하면서부터 세상의 모든 것들이 불만이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느꼈고 그때 그는 버스 탈취를 감행했다. 이리에 씨가 소년의 행적을 되돌아보며 내린 결론이 있다. 소년이 괴물로 변해버린 이유는 ‘가정 내 폭력’ 때문이란 것이다. 원인을 알면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리에 씨는 사회에 반항하는 괴물을 바로잡아 줄 이는 가족이라고 암시했다.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에게 ‘악행을 멈추게 할 브레이크가 무엇인가’를 묻자 약 70%가 “가족”이라고 답했다는 2011년판 일본 범죄백서를 인용하면서.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 주택가를 덮친 산사태로 한국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21일 히로시마 총영사관에 따르면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토사가 히로시마 일부 지역의 민가를 덮쳤다. 이 사고로 아사미나미(安佐南) 구 야기(八木)에 사는 안모 씨(75)가 토사에 파묻혀 숨졌다. 당시 그는 목조주택 1층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층에 있던 안 씨의 부인 정모 씨(72)는 중상을 입었지만 20일 오후 구조돼 인근 아사 시민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난 특별영주권자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21일 오후 9시 현재까지 히로시마 일대 산사태로 총 39명이 사망하고 51명이 실종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정치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기록을 뛰어넘는 업적을 세우겠다는 야심을 비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3일 실시할 예정인 내각 개편에서 현재 2명인 여성 각료를 5명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여성 각료가 가장 많았던 때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새 내각을 구성하던 2001년. 당시는 5명이었다. 아베 총리는 “여성 각료를 최대로 만들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도 아베 총리의 해외 출장 숙박비를 예년의 두 배인 약 7000만 엔(약 7억 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전 세계를 순방하는 아베의 ‘지구본 외교’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대로 확정된다면 사상 최대 숙박비가 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가 된 이후 1년 8개월 동안 47개국을 방문했다. 다음 달 초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방문을 끝내면 고이즈미 전 총리가 5년 5개월 동안 방문했던 48개국을 뛰어넘는다. 아베 총리는 9일부터 2주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 역시 고이즈미 전 총리가 보낸 최장 2주간의 여름휴가와 맞먹는 기간이다. 다만 히로시마(廣島) 시 주택가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아베 총리는 20일 도쿄(東京)의 총리관저로 복귀했다. 아베 총리는 또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재집권을 목표로 하면서 고이즈미 총리에 필적하는 장기 집권을 꿈꾸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이즈미 전 총리는 ‘탈(脫)원전’을 외치며 아베 총리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전투용 헬기 AH-64D가 “타타타” 소리를 내며 일본 후지(富士) 산 앞자락에 나타났다. 가상의 적이 머무는 산중턱에 기관포 포탄이 쏟아졌다. 탄피가 비 오듯 땅으로 흘러내렸다. 참관인 2만3000여 명은 일제히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19일 시즈오카(靜岡) 현 고텐바(御殿場) 시 외곽의 ‘히가시후지 군사연습장’. 육해공 자위대가 모두 출동하는 자위대 최대 규모의 실탄사격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이 열렸다. 연습에 참여한 자위대원은 약 2300명. 전차와 장갑차 80여 대, 화포 60여 문, 전투기 20여 대도 동원됐다. 자위대는 1966년부터 이 훈련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이날 연습은 일본의 한 낙도가 공격받는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실시됐다. 2012년 9월 중일 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이 일어나면서 ‘낙도 사수’는 자위대 훈련의 단골 메뉴가 됐다. 본격 연습에 들어가자 먼저 초계기(경계 정찰 임무의 항공기) P-3C가 ‘적 출현’을 알렸다. 구름 속에 가려 있던 전투기 F-2가 굉음을 내며 연습장 위를 곧바로 날아와 폭탄을 떨어뜨렸다. 뒤이어 항공기와 함정을 타고 온 자위대원들이 연습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산자락으로 적을 압박해 들어갔다. 뒤에서는 헬기 AH-64D와 전차, 박격포가 엄호 사격을 했다. 화기가 동시에 불을 뿜자 100m 이상 떨어진 관람석이 흔들렸다. 연습이 끝난 뒤 도쿄(東京)에서 온 초등학생 후지타(藤田·12) 군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폈다. 연습장을 빠져나오는 참관인들은 연신 “대단하다”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다른 나라의 전투에 참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즈오카 현 출신의 60대 남성은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자위대는 어디까지나 일본을 지키는 게 임무다. 다른 나라에 가 전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고야(名古屋)에서 친구 5명과 함께 온 나카다이라 히로코(中平廣子·35·여) 씨는 “전쟁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고텐바=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패전일인 15일 정부 공식 추도식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 사실과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이날 아베 내각의 각료들과 국회의원들은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집단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아베 총리는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의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때부터 모든 일본 총리들이 추도사에 포함시켰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 ‘부전(不戰)의 맹세’를 빼고 추도사를 읽었다. 그 대신 아베 총리는 “전몰자 여러분의 귀한 희생 덕분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있다. 그것을 한시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전몰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베 총리는 추도식 참석에 앞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무명 병사들의 유골이 안치된 지도리가후치(千鳥ヶ淵)의 전몰자 묘원에 헌화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에는 직접 참배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공물(供物)인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사비로 냈다. 명의는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로 했다. 일본 각료 중에서는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국가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행정개혁 담당상 등 3명이 이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조회장 등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84명(대리 참배 제외)도 야스쿠니를 집단 참배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한일 관계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일본 내 혐한(嫌韓) 시위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이나 종교 등에 대한 증오 발언) 규제를 위한 입법 운동에 나선다. 민단은 다음 달부터 중앙본부와 지방 조직을 동원해 일본 정부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을 상대로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법률 및 조례 제정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최근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나 오사카(大阪) 등 한인이 밀집된 곳에서의 혐한시위는 사라졌다. 하지만 후쿠오카(福岡) 히로시마(廣島) 군마(群馬) 등 지방으로 혐한시위가 확산되고 있어 민단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민단은 다음 달 17일 전국 지방단장 회의에서 입법 운동 방침을 확인한 뒤 연말까지 지역별로 국회 및 지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식으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을 임시국회를 전후한 시기나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의원연맹 합동총회 때에도 혐한시위 규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민단은 지자체에 제출할 진정서 초안에 △인종 차별과 민족 차별을 부추기는 헤이트 스피치를 법률로 금지할 것 △일본이 비준한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 2조 1항 등에 근거해 인종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단체들의 시위 및 집회와 공공시설 이용을 허가하지 말 것 △헤이트 스피치가 법률로 처벌받아야 하는 위법 행위이자 범죄임을 인정할 것 등을 명기했다. 일본 내에서는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등 그동안 혐한시위가 빈발하게 일어났던 대도시 지자체장은 지난달 잇달아 헤이트 스피치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 필요성을 거론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7일 혐한시위에 대해 “일본의 긍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볼 때 부끄러운 일이다.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유럽의 외국인 배척운동에 대한 규제방식 등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자민당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당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어 헤이트 스피치 규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서원철 민단 조직국장은 “일본 내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혐한시위와 헤이트 스피치 규제는 한일 관계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 관련 일지 ▼▽2013년 ―연중: 도쿄 신오쿠보와 오사카 등 한인 밀집 지역에서 혐한 시위 발생― 3월: 일본 국회의원, ‘배외주의· 인종모멸 시위에 항의하는 국회 집회’ 개최― 5월: 유엔 권리위원회, 일본에 헤이트 스피치 교육 권고― 9월: 시민 1000여 명 모여 헤이트 스피치 반대 ‘도쿄대행진’ 실시시민단체 ‘헤이트 스피치와 민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국제 네트워크’ 결성▽2014년 ― 2월: 미 국무부,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 에서 혐한 시위 문제점 지적― 7월: 박근혜 대통령,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에게 반한 시위 우려 전달― 8월: 아베 총리, 헤이트 스피치 대처 주문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은 야마토(大和) 해군항공대 기지(일명 야나기모토·柳本 비행장)를 나라(奈良) 현 덴리(天里) 시에 세우면서 조선인들의 피와 땀을 쥐어짜 냈다. 조선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고 가 짐승 다루듯 기지건설 작업에 마구 투입했다. 그 기록은 1995년 제작된 유적지 안내 간판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이라는 짤막한 문구로 남아 있었다. 또 ‘위안소에 여성이 강제로 연행돼 왔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 간판이 세워진 뒤부터 덴리 시청 민원 창구에는 “강제동원 근거가 없다”는 극우의 주장이 계속 접수됐다. 결국 시는 올해 4월 안내 간판을 철거했다. 그 후 “안내문의 내용이 시의 공식 견해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밝혔다. 도쿄신문은 13일 이 같은 예를 들면서 “전쟁의 가해와 비참함을 알리는 비석과 설명문이 최근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 ‘무언의 증언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전쟁을 경험한 이들은 위기감을 느낄 정도”라고 보도했다. 나가노(長野) 현 나가노 시에 설치된 마쓰시로(松代)대본영 지하참호 입구에는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동원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안내 간판이 지금도 세워져 있다. 하지만 시청은 우익의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해 8월 ‘강제적으로’라는 문구 위에 흰색 테이프를 붙여 가렸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각종 유적도 하나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시즈오카(靜岡) 현 시마다(島田) 시에 있는 이른바 ‘제트(Z)연구’ 유적은 하천 공사 때문에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 유적지는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 폭격기 B29에 전자파를 쏴 조종 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 곳이다. 1944년 11월 24일 미군의 공습 표적이 됐던 나카지마(中島) 비행기제작소의 변전실은 공원 정비라는 명목으로 철거 결정이 난 상태다. 오키나와(沖繩) 현 마에다고치(前田高地) 후방진지 유적은 올해 토지구획 정리 과정에서 해체됐다. 오키나와에선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치열한 지상전이 벌어졌다. 일본의 전쟁유적보존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히로시마(廣島) 원폭 돔을 비롯한 전쟁 유적이 일본 전국에 걸쳐 약 3만 곳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216곳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가해 역사를 알리는 유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의 영향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극우들이 유적의 문구 등을 트집 잡아 지자체에 항의를 하면 지자체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안은 신중하게 처리한다”며 유적 설명문을 바꾸거나 아예 없애버린다. 한편 휴가 중인 아베 총리는 고향인 야마구치(山口) 현에 귀향해 12일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묘를 찾았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용의자였다가 총리까지 지낸 기시 노부스케는 아베 총리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묘소를 찾아온 기자들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키겠다는 것을 새로 맹세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 등 야당 인사들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법으로 막기 위해 나섰다. 1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민주, 생활, 사민당 등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초당파 의원 모임 ‘입헌포럼’은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금지를 명기한 ‘평화창조기본법안’ 초안을 만들었다. 초안은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해 군사적인 관여를 확대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징병제와 관련해 “어느 누구도 강제적으로 자위대원이 될 수 없다”고 명기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징병제를 부정했다. 아베 총리가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으며 내세우고 있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해서는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의 위협에 일본이 군사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한 뒤 외교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헌포럼은 자민당 등 보수 정당이 헌법을 개정하려는 데 맞서 호헌(護憲)파 야당 의원들이 모여 2013년에 결성한 의원 연맹이다. 현재 중의원과 참의원 합해 36명의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패전일인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의 개요를 공개하고 전후 일본이 헌법을 통해 밝힌 ‘부전(不戰)의 맹세’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올해 가을 임시국회에서는 평화창조기본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13일 ‘전후 69년 역사를 잊지 않을 후대의 책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아베 신조 총리에게 올해 패전일에 일본이 과거 주변국을 침략해 피해를 준 사실을 언급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패전일에 아베 총리가 전몰자 추도식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아 한국, 중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초래한 것을 지적하는 사설이었다. 사설은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아시아 여러 나라로 전쟁의 재앙을 확산하고 시민이 전쟁에 말려들게 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뜻을 국내외에 밝히는 것이 후대의 책무”라고 밝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독도와 가장 가까운 섬인 시마네(島根) 현 오키(隱岐) 제도에 자위대 기지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국경과 가까운 해역의 낙도 10여 개를 ‘특정 국경 낙도’로 정해 자위대와 해상보안청 등 국가기관을 주둔시키기로 했다. 또 항만 공항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재정 지원도 할 예정이다. 자민당은 관련 법안을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관련 법이 통과되면 즉각 후속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문은 ‘특정 국경 낙도’ 지정 이유에 대해 중국의 해양 진출과 외국 자본의 토지 매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10여 개 낙도 중 상당수는 일본이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섬 인근 지역이다. 유사시 자위대원을 출동시키기 쉽도록 경비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오키 제도는 독도와 직선으로 약 158km 떨어져 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시마네 현은 2012년 오키 제도에 자위대가 상주할 수 있도록 기지를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실제 오키 제도에 자위대가 배치되면 독도가 한일 간 외교 갈등뿐만 아니라 군사적 대치를 상징하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이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150km 떨어진 요나구니(與那國) 섬,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인근인 홋카이도(北海道) 레분(禮文) 섬 등도 특정 국경 낙도로 지정될 예정이다. 또 나가사키(長崎) 현 쓰시마(對馬) 섬도 이에 포함될 후보다. 쓰시마에는 육상자위대 정규부대가 추가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극우단체들은 이 섬의 토지를 한국 자본이 잇달아 사들인다며 안보 위협론을 제기한 상태다. 일본이 이들 섬에 자위대를 배치시키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도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한편 일본은 독자기술로 처음 만든 스텔스 전투기의 성능 시험비행을 내년 1월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스텔스기는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일본 방위성의 의뢰를 받아 개발했다. 항공자위대가 보유한 전투기 중 F-2가 2030년 무렵 퇴역하면 후속 기종을 선정할 때 이 같은 일제 전투기도 넣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방위성은 시험비행 후 2018년까지 실용화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국제사회가 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압박하지만 정작 일본은 거꾸로 가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오보 인정’을 계기로 우익이 이 신문을 집중 공격하면서 과거사 문제에서 퇴행 양상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검증에 참여한 역사학자 하타 이쿠히코(秦郁彦) 씨는 7일자 요미우리신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 위안부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증거는 없다는 사실을 전해 이해시켜야 한다. 일본인이 쓴 학술 논문과 서적을 영어로 번역해 해외에서의 편견과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며 국제 여론전을 주문했다. 그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내버려두면 된다. 관계 회복을 위해 일본이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극우 정치인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6일 BS니혼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한관계를 꼬이게 한 것은 아사히신문”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앞서 아사히신문은 5일 “여성에 대한 자유의 박탈과 존엄 유린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자”고 제언하는 위안부 특집기사에서 ‘제주도에서 다수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증언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 씨의 주장에 기반을 둬 작성한 자사 기사들을 “취소한다”고 밝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사히신문이 한 일본인의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증언에 대해 오류를 인정한 특집 기사를 내자 일본 우익과 언론이 고노 담화 뒤집기와 재검증을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이는 6월 20일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에 이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다. 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2인자이자 차기 총리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특집 기사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 또는 이웃나라와의 우호, 국민의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기 때문에 검증이라는 것을 국회에서도 행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관계자를 국회에 불러 위안부 문제를 재검증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쳐 언론자유 침해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자민당 중의원도 “그런 기사를 실은 것은 매우 경솔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간에 큰 오해를 낳은 죄가 크다”고 비판했다. 우파 성향의 일본 언론들도 아사히신문 공격에 가세했다. 산케이신문은 6일자 사설에서 “근거 없이 작문된 1993년 고노 담화 등에서의 위안부가 강제 연행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아사히신문의 보도 취소로) 이미 붕괴됐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문제가 된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한국의 반일 여론은 물론 일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세계에 심는 근거 중 하나였으며 좀 더 일찍 정정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역사사회학자인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 게이오대 교수는 6일자 아사히신문에 “일본 보수파 일부는 군인이나 관료가 여성을 직접 연행했는지 안 했는지를 논점으로 하면서 안 했다면 일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논점은 일본 밖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거북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갈라파고스적 반응이라고 반박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