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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원권 위조지폐 1300여 장이 무더기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발견됐다고 밝힌 위조지폐 수(1300장)보다 많은 양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9일 오후 1시 반경 화곡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위조지폐가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이 위폐는 한 화장품 판매업체가 입금하려던 돈 9500만 원에 섞여 있었다”고 21일 밝혔다. 확인된 위폐는 5만 원권 1351장으로, 액면가로 6755만 원에 달한다. 새마을금고 직원이 입금된 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바로 위폐임을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돈을 입금하려 했던 한 화장품 판매업체 사장 정모 씨(48)는 경찰 조사에서 “물품 판매 대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폐들은 컬러 프린터로 복사한 것으로, 불빛에 비춰볼 때 나오는 숨은 그림이 없고 지폐 중간 반짝이는 은선(隱線)도 없는 조악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화장품 업체는 홍콩 유통회사라고 밝힌 한 수입업체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계약서를 쓰는 대신 전화 통화로만 수출 계약을 맺었고 18일 한 60대 남성이 사무실로 와 물품 대금이라며 소형 여행용 가방에 현금을 담아와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받은 돈은 5만 원권 1600장, 1만 원권 1500장이었다. 1만 원권 전부와 5만 원권 가운데 249장은 진짜 지폐로 확인됐다. 진짜 5만 원권은 봉투에 담겨 있었고, 위폐들은 띠지에 묶인 돈다발이었는데 맨 위에 올려진 지폐만 진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돈다발 수만 확인했고 위조지폐라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화장품 판매업체 사무실 인근의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를 뒤쫓고 있다. 강은지 kej09@donga.com·황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임원진 등 일부 유가족이 대리운전 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유가족들은 자신들도 폭행을 당해 부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피해자인 대리기사와 목격자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들어봤다.○ 폭언 시비에 이어 집단 폭행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등 유가족 5명은 16일 오후 9시 반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 뒤쪽에 있는 한 일식집에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세꼬시에 소주, 맥주를 먹었다. 이들은 경기 안산으로 가는 대리기사를 불렀다. 대리기사 이모 씨(52)는 밤 12시쯤 도착했다. 하지만 식당 앞에서 일행들이 대화를 계속 하며 움직일 생각을 안 해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다른 기사를 불러주십쇼”라고 했고, 그 일로 시비가 붙었다. 대리기사 이 씨는 김 의원이 “소속이 어디냐, 얼마나 기다렸다고 그러냐”고 몰아붙였다고 했다. 이 씨가 “대리기사도 사람인데 인격적 대우를 해 달라”고 했더니 김 의원이 “아, 나 국회의원이야”라며 명함을 건넸다. 이어 김 의원이 이 씨에게 명함을 달라고 했고 이 씨가 없다고 했더니 일행이 “의원님 앞에서 버릇없다”고 제지했다. 이 씨가 “국회의원이면 굽실거려야 하나. 국회의원이 뭔데?”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수행원이 “야, 너 국정원 직원이지?”라며 이 씨의 얼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를 본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가와 이 씨의 멱살을 잡고 “뭐야, 이 ××”라며 주먹을 휘둘렀다고 했다. 17일 오전 경기 부천시 한 정형외과에서 본보 기자와 만났을 때 이 씨가 입은 와이셔츠 맨 위 단추는 뜯겨 있었고 안쪽에 피도 조금 묻어 있었다. 목엔 빨갛게 긁힌 흔적이 선명했다. 이 씨는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받았다. 이 씨가 폭행을 당한 과정은 이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노모 씨(35), 김모 씨(35)와의 인터뷰 내용과도 일치한다. 두 사람도 말리는 과정에서 유족들에게 얼굴을 맞고 티셔츠 앞쪽이 찢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먹과 무릎으로 이 씨의 허리를 때렸고 이 씨가 넘어지자 발로 찼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도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몰고 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김 의원 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집행부와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고 했다. 대리기사에 대해선 “이야기가 잘 안 풀려 신분을 밝혔고 기다리게 한 건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폭행 상황은 당시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느라 잘 못 봤다”며 “난 김 위원장을 말렸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 “죄송하고 부끄러워”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했을 땐 폭행이 멈춘 상황이었다. 경찰이 임의동행을 요구했지만 유가족들은 “우리도 폭행당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거부했다. 인근의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중상자가 아니라 입원이 불가하다”는 답을 듣고 오전 4시 반경 경기 안산 한도병원으로 이송됐다. 김병권 위원장은 왼쪽 팔, 김형기 부위원장은 치아를 다쳤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그러나 대리기사 이 씨와 목격자들은 “김 부위원장이 맞아서 다친 게 아니라 혼자 헛발질을 해 넘어지면서 얼굴을 다쳤다”고 반박했다. 이 씨도 “당시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쌍방 폭행 여부는) 확인하면 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유가족들이 입원한 안산 한도병원 2인실 일반병실엔 일반인의 면회가 제한된 채 하루 종일 대책위 관계자들이 오갔다. 전화를 하고 서로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였다. 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유가족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 결정을 내린 한 임원은 이날 긴급회의 후 “이제 공인으로 봐야 하는데 신중했어야 했다. (폭행은) 잘못한 거다”라고 말했다. 단원고 유가족 A 씨는 “부끄럽고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 우리가 술 먹고 폭력 휘두르는 사람들이 됐다”며 “유가족의 진정한 의지를 대변할 집행부가 들어서길 바란다”고 했다. 대리기사 이 씨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에 ‘실망했다’고 했다. 이 씨는 “세월호 성금도 내고 경기 안산시의 분향소도 갔다 왔고, 울기도 했다. 일반 사람에게 맞은 것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김현 의원에 대해 “김 의원이 처음에 내가 가겠다는 걸 붙잡고 시비만 걸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추후 일방 폭행인지 쌍방 폭행인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강홍구 windup@donga.com·박성진 / 안산=황성호 기자}

지난해 태권도 경기 부당 판정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밀중 관장(당시 47세)이 조직적인 승부조작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16일 태권도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전 관장은 아들이 태권도 명문고를 나온 J대 태권도학과 최모 교수(48)의 자녀에게 어이없는 경고 누적으로 진 뒤 부당한 판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었다. 본보 취재팀이 16일 다수의 태권도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와 비슷한 비리가 비일비재해 개혁이 절실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태권도 관계자들은 전국대회에서 승부조작이 만연한 상태라고 말한다. 특히 고교, 그것도 고교 3학년에 집중된다. 오용진 전 서울시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 수석부의장은 “고3이 되면 전국대회 메달이 있어야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며 “그때까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는 금메달 5000만 원, 은메달 3000만 원 정도를 주고 청탁에 나선다”고 가이드라인이 되는 금액을 밝혔다. 이는 2006년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나섰던 대한태권도협회 부위원장 송모 씨(58)가 검찰 조사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전국대회 금메달 2000만∼2500만 원, 은메달 1000만∼1500만 원, 동메달 500만 원”이라고 밝혔던 청탁 금액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런 비리가 만연함에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것은 태권도 분야의 독특한 ‘폐쇄성’ 때문이다. 소수의 중고교와 일부 대학에만 태권도 학과가 있다 보니 전체 태권도인이 결국 서로 ‘형님, 동생’으로 잘 아는 사이다. 지방 태권도협회의 한 간부는 “돈을 건넸지만 메달을 따지 못하고 돈도 돌려받지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금전이 오간 승부조작 문제가 드러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태권도 지도자의 행태도 문제를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제자가 승부조작 피해를 보더라도 항의 없이 넘어가기 일쑤다. 오 전 수석부의장은 “전 관장 자살의 계기가 된 부정 시합도 학부모와 학생은 억울해했지만 코치나 감독은 심판과 한번 이야기하더니 자리를 떴다”며 “제자가 당하는 것을 내버려 둔 비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태권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등부 태권도 대회는 매년 10여 차례 열린다. 한 태권도장 관장은 “지도자 입장에서는 설령 제자 한 명이 승부조작 피해를 보더라도 다음 대회에서는 다른 제자가 이득을 볼 수도 있는 구조”라며 “관행으로 보는 데다 심판과의 관계도 있어 눈앞의 승부조작도 못 본 척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본보가 접촉한 한 현직 고교 태권도 감독 C 씨는 “태권도 시합에서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태권도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승부조작 가담자가 적발되면 기소 즉시 단증(段證) 및 심판자격증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형이 확정되면 자격증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승부조작으로 기소되면 체육지도자 자격을 1년 이내에서 정지하거나 취소하도록 하고,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면 영구 추방되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전 관장 아들 승부조작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김모 서울시태권도협회 전무(45)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김 씨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아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박재명 jmpark@donga.com·황성호 기자}

13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경찰버스 5대가 일제히 시동을 걸자 ‘부르릉’ 하는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밤새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지키던 버스들이다. 8월 22일 주민센터 농성이 시작된 뒤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단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렇게 경찰버스가 밤마다 농성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시동소리를 듣고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10여 명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 소음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시계’가 됐다. 이날 아침식사는 쇠고기 야채죽. 원불교 신도들이 가져왔다. 아들의 학생증을 목에 건 한 어머니는 익숙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숟가락을 떴다. 그는 “밥을 지어본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가끔 집에 가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취재 중인 기자에게 “많이 먹어라”며 자신의 죽을 몇 숟가락이나 덜어줬다. 식사를 마친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민센터보다 한 달 이상 먼저 시작된 광화문광장 농성은 어느덧 14일로 2개월을 맞았다. 한 유가족은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냥 날씨만 바뀐 것 같다”며 “언제까지 더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위로 격려’ 사라지고 ‘막말 조롱’만 비슷한 시간 광화문광장 건너편 천막도 바빠졌다.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농성장이다. 이날로 13일째다. 이곳의 아침식사 메뉴는 전복죽. ‘성호’라는 법명으로 한때 금당사 주지를 지낸 정한영 씨(56)는 도로 건너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바라보며 “오늘 (그들에 반대하는) 행사가 많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작은 평온했지만 오후가 되자 광화문광장 일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3시경 농성장 건너 횡단보도 중앙에 ‘세월호 특별법 웬말이냐?’는 현수막 1개가 내걸렸다. 거의 동시에 농성장 뒤편 세종대왕상 근처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 등 50여 명이 초콜릿바 4000개를 바닥에 뿌렸다. 이른바 ‘자유시간 배포 퍼포먼스’였다. ‘폭식 투쟁’도 재현됐다. 이번에는 피자와 햄버거뿐 아니라 치킨과 보리음료를 마시는 ‘치맥 파티’까지 등장했다. 오후 8시까지 이어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위태로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은 진실을 감추고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법”이라며 “종북세력이 세월호를 이용해 경제를 파탄내고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노래를 틀고 “MC 무현이 지옥에서 돌아왔다”는 과격한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행사가 이어지는 내내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은 구호를 외치는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의 사진을 찍으며 ‘개××’ 같은 욕설을 퍼부었다.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 초콜릿바를 뿌리는 과정에서도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행히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양 측의 집회는 팽팽한 기 싸움 끝에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일단락됐다. 이런 분위기는 14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한쪽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 대결’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었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시형 씨(41)는 “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렇게까지 하면서 서로를 비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중국인 관광객 리신칭 씨(28·여)도 “(세월호 참사를) 잘 모르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데도 아무런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갈등 조정 손놓고 부채질하는 사람들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이 벌써 두 달이 됐지만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일부 인사들의 막말 탓이 크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막말이 공개된 뒤 배우 이산 씨는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며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라는 글을 써 논란을 부추겼다.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 씨의 남편 신동욱 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장훈은 ‘실험단식(소금과 물만 먹는 단식이라고 설명)’에 참가해 ‘치킨단식’의 불명예를 씻고 국민가수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단식의 신성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올렸다. 가수 김 씨가 1차 단식 이후 치킨을 먹은 걸 비꼰 내용이다. 김 씨는 이에 자신의 트위터에 “난 반칙한 것이 없다”며 반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현재의 갈등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가족 정혜숙 씨(46)는 “유가족에게 막말하는 사람들도 싫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가 더 밉다”고 했다.}

1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농성장 맞은편 횡단보도에 ‘세월호 특별법 웬말이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사람 3명이 나타난 것. 세월호 특별법 반대를 주장하던 이들은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애국자가 돼라”며 고성을 질렀고, 사람들이 계속 합류해 50여 명으로 불어났다. 농성장 쪽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즉각 “×새끼, ××한다” “집 가는데 뒤통수 조심해라”라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곧이어 ‘세월호 특별법을 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란색 팻말들이 세워졌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세월호 특별법 찬반으로 나뉜 사람들은 2시간가량 구호를 외치며 기 싸움을 벌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달째. 소통을 상징하는 공간인 광장은 첨예한 갈등과 분열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7월 14일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자리를 잡았다. 여야의 두 차례 합의를 거부한 채 농성이 이어지고,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국론 분열 양상까지 나타나면서 광화문광장 주변에선 각자의 주장이 충돌하는 모습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이달 6일 단식을 진행하는 유가족 앞에서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이 음식을 시켜먹으며 단식을 비하하면서 갈등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9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가 개집과 개밥을 준비해 일베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13일에는 일베 회원을 중심으로 초콜릿바를 광장에 뿌리며 맞불을 놨고, 유가족 농성장 앞에서 햄버거를 먹고 ‘인증샷’을 찍는 행위도 여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갈등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의견은 없고 그저 상대방을 조롱하고 반대만 주장하는 집단의 행위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감정적으로 지친 상태이기 때문에 저들(반대자들)의 공격에 이성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없다”며 “국회 등 정치권이 세월호 유가족의 대화 파트너로 다시 돌아와 민주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권오혁 기자}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11일 ‘흡연파’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겠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연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환영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잘됐다. 이참에 담배를 끊겠다”는 흡연자도 있었다.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인지 이날 하루만큼은 곳곳에서 담뱃값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흡연자들은 주로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세수 확보책’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유승현 씨(30)는 “담뱃값을 올려도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것”이라며 “정부가 손쉽게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면서 ‘국민 건강’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인이나 학생, 노인 등 흡연율이 높고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불만도 컸다. 퇴직자 김현수 씨(61)는 “나같이 할 일 없는 퇴직자들에게는 흡연이 유일한 낙”이라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제는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다”며 낙담했다. 대학생 이진훈 씨(23)는 “대학생 용돈에 담뱃값 인상은 청천벽력이다. 돈이 없으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정부 정책은 결국 ‘무전유죄, 유전무죄’랑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에 근무하는 김모 병장(22)은 “지금은 예전과 달리 담배 보급이 없다”며 “월급 14만 원으로 담뱃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담배를 끊는 군인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정호정 씨(53·여)는 “아들이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금연을 선언했다”며 “개인적으로 담뱃값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수입 담배를 취급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양주나 외국산 과자를 판매하는 상가 내 상점들은 이른바 ‘보따리 장사’들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들여온 외국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11일 만난 한 상인은 “국산 담배 가격이 오르면 (외국 담배) 매출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반겼다. 이곳에서 파는 수입 담배 가격은 한 갑에 4000∼5000원 선이다. 반면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 판매상들은 울상을 지었다. 서울 종로구 일대의 담배 가판대에서는 가치담배 1개비를 200원에 팔고 있다. 판매상 박모 씨(75)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1개비에 500원은 받아야 한다”며 “많이 팔아야 하루 한 갑 파는데 이제 그마저도 팔기 힘들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에선 ‘사재기’ 조짐도 보였다. 이날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대체휴일) A편의점의 전체 담배 판매는 전주 같은 요일(9월 3일)보다 33.6% 늘었다. 보통 휴일에는 담배 판매량이 평일보다 떨어지지만 정부 발표가 예고되면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B편의점과 C편의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1.2%, 32.9% 담배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A편의점 관계자는 “과거에도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있었던 때에 판매량이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담배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황성호·최고야 기자}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11일. 수입 담배를 취급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양주나 외국산 과자를 판매하는 상가 내 상점들은 소위 '보따리 장사'가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들여온 외국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한 상인은 "국산 담배 가격이 오르면 (외국 담배) 매출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 곳에서 파는 수입 담배 가격은 한 갑당 4000~5000원 선이다. 반면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 판매상들은 울상이다. 서울 종로구 일대의 담배 가판대에서는 가치담배 1개비를 200원에 팔고 있다. 판매상 박모 씨(75)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1개비에 500원은 받아야 한다"며 "많이 팔아야 하루 한 갑 파는데 이제 그마저도 팔기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담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 뿐 아니라 시민들도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입장이 갈렸다. 시민단체도 잇따라 찬반 성명을 발표하면서 담뱃값 인상이 첨예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흡연자들은 주로 담배 가격 인상이 정부의 '세수(稅收) 확보책'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회사원 유승현 씨(30)는 "담뱃값을 올려도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것"며 "정부가 손쉬운 세수 확보를 위해 가격을 올리면서 '국민 건강'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인이나 학생, 노인 등 흡연율이 높고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불만도 컸다. 퇴직자 김현수 씨(61)는 "나같이 할 일 없는 퇴직자들에게는 흡연이 유일한 낙"이라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제는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에 근무하는 김모 병장(22)은 "지금은 예전과 달리 담배 보급이 없다"며 "월급 14만 원으로 담뱃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담배를 끊는 군인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정호정 씨(53·여)는 "아들이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금연을 선언했다"며 "개인적으로 담뱃값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사재기' 조짐도 보였다. 이날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대체공휴일) A편의점의 전체 담배 판매는 전주 같은 요일(9월 3일)보다 33.6% 늘었다. 보통 휴일에는 담배 판매량이 평일보다 떨어지지만 정부 발표가 예고되면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B편의점과 C편의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1.2%, 32.9% 담배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A편의점 관계자는 "과거에도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있었던 때에 판매량이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담배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장외 논쟁도 뜨겁다. 이날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정부가 국민건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담뱃값 인상은 결국 서민 증세"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가격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라는 점은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우리가 불법인데 돈을 뜯겨도 어떻게 신고를 합니까…" '남성보도방' 업주 최모 씨(29)는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2012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보호비' 명목으로 남성보도방 연합체 '강남선수협회' 회장 김모 씨(33)에게 총 6886만 원을 뜯겼다는 사실을 경찰에 털어놨다. 최 씨는 이전 경찰조사에서는 김 씨와 거래한 통장 입출금 내역을 앞에 두고도 "김 씨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허위 진술했다. 이후 경찰의 출석요구도 수차례 묵살했다.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 남성접대부를 공급하는 최 씨는 김 씨의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가 자신도 처벌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최 씨는 결국 김 씨와의 대질조사 끝에 매달 2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상납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상습 공갈)과 폭행, 감금 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씨는 강남구 일대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남성보도방 연합체와 유흥주점 업주를 상대로 "조직폭력배인 내가 보호해주겠다"며 총 1억 5066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혼자서 보호비를 뜯어냈지만 업주들은 자신들의 불법 영업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주로 현금으로 보호비를 받아 꼬리를 감추던 김 씨는 보호비를 주지 않는 업주들을 감금해 폭행하다가 덜미를 잡혔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박모 씨(23·여)는 어릴 때부터 현직 프로야구선수 A 씨의 팬이었다. A 씨의 팬클럽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 '파워블로거'를 사칭해 사기 행각을 하던 박 씨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A 씨의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었다. 박 씨는 자신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파워블로거라며 A 씨에게 1억 원 상당의 외제차를 선물해 신뢰관계를 만들었다. 이어 박 씨는 A 씨에게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받는 등 총 2억 1000만원을 갈취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와 상담원으로 일한 박 씨의 고종사촌 장모 씨(37·여)와 피해자 모집책인 정모 씨(43·여)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박 씨 일당은 파워블로거를 사칭해 시세보다 싸게 명품 가방과 골드바, 외제차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2013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명으로부터 총 41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이외에도 중견기업회장 부인, 전직 프로축구감독 부인 등 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른바 ‘카스맥주 소독약 냄새’ 루머를 수사 중인 경찰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하이트진로 사옥과 대전 대리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하이트진로는 카스맥주를 생산하는 오비맥주의 최대 경쟁업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에 걸쳐 하이트진로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이 회사 직원 안모 씨(33)가 갖고 있던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안 씨는 8월 초 온라인과 유흥가에서 급속히 퍼진 카스맥주 관련 루머를 온라인에 올린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안 씨는 같은 달 6일 오비맥주 측이 악의적 유언비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자수했다. 그는 자신이 루머의 최초 유포자가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은 대전에 있는 하이트진로 대리점에서도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경찰은 이곳에서도 이모 차장(45)의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했다. 경찰은 둘 외에 다른 직원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올여름 카카오톡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오비맥주의 대표 제품인 카스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 특정 기간에 생산된 카스맥주를 먹지 말라”는 내용의 글이 급속히 유포됐다. 당시 소문 중에는 “가임기 여성이 마시면 큰일 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와 별도로 조사에 나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6일 “카스맥주는 다른 주류회사 제품보다 용존산소량이 많음에도 유통 과정에서 관리를 제대로 못해 맥주가 산화했을 때 발생하는 냄새인 산화취가 난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비맥주가 월드컵에 맞춰 대량으로 맥주를 생산하면서 일부 제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소독약 냄새는 아니며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3일 압수수색에 대해 “관리직 직원 한 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부 과장된 내용을 남긴 것을 파악해 경찰에 자진 출석시킨 바 있다. 이번 압수수색도 회사 차원이 아닌 해당 직원 개인에 대한 조사”라고 해명했다. 또 오비맥주를 겨냥해 “문제의 본질을 무시한 채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일으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비맥주 측은 “황당하다”며 “루머 유포 세력이 하이트진로라고 특정하지도 않았는데 되레 비판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2007년 오비맥주가 ‘해외 먹튀 자본’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황성호 hsh0330@donga.com·박창규·정윤철 기자}
회사원 우찬미 씨(25·여)는 퇴근길 버스에 오르면 하루 감사한 사람과 일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영향으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고 있는 '감사릴레이'에 친구 지목으로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독교 단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감사릴레이는 아이스버킷챌린지 형식처럼 SNS 상에 게시물을 올린 후 다음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다만 3일 동안 감사한 점을 계속해 올려야 하고, 이 규칙을 어기더라도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릴레이 참여 3일째인 우 씨는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주목받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담된다"면서 "감사릴레이의 경우 소박하게 하루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참여동기를 설명했다. 페이스북 등 SNS에는 우 씨처럼 아이스버킷챌린지 형식이 변형된 '챌린지'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2500여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감사합니다' 페이지에는 하루에도 10여개 이상 '감사함'을 담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배경화면 인증 릴레이' 역시 휴대전화 잠금화면을 인증한 후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정치적 의견을 내는 일에도 아이스버킷챌린지와 유사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2일 캠페인 릴레이를 시작했다. 이 릴레이는 시민단체 상근자들이 모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캠페인을 진행한 뒤 이를 이어갈 3개 단체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참여연대는 후속 행동 시민단체로 환경운동연합,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지목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형식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취지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켜 변형된 형태들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인기 영화배우 이병헌 씨(44·사진)가 20대 여성 2명에게 거액의 금품 요구 협박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피의자들의 협박 과정과 도피행각 등 사건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2일 이 여성 2명에 대해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병헌 씨는 클럽을 운영하는 친구를 통해 피의자 김모 씨(21·여·가수)와 이모 씨(25·여·모델)를 알게 됐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병헌 씨는 6월 말경 자택이 아닌 서울 강남구의 피의자 이 씨의 집에서 김 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이 때 두 여성은 이병헌 씨가 성적 취향을 물어보는 등 음담패설을 하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병헌 씨는 이 여성들에게 “첫 경험이 언제냐” “남성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된 영상에는 음담패설 외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만한 행동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이 동영상을 보관해온 두 여성은 지난달 28일 피의자 이 씨의 집에서 이병헌 씨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50억 원을 9월 1일 오후 2시경까지 주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병헌 씨의 소속사(B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피의자들을 잡기 위해 피의자 이 씨의 집으로 출동했으나 둘 다 도주하고 난 뒤였다. 경찰은 성동구에 위치한 피의자 김 씨의 주거지 주변에 잠복한 끝에 1일 오전 3시 20분경 둘 다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두 여성 소유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컴퓨터 등 6점을 압수해 협박에 사용된 동영상의 복사본 존재와 유포 여부를 분석 중이다. 둘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헌 씨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이병헌 씨의 공식 입장은 수사가 종결된 뒤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황성호 기자}
현직 판사가 자신이 졸업한 대학 후배 여대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한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A 판사(29)가 대학 후배를 성추행했다는 사건이 접수돼 수사 중에 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4월 이 법원에 임용된 A 판사는 군 법무관이던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술집에서 여자 후배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판사로 재직 중이던 올해 7월에도 대구의 한 식당에서 다른 여자 후배를 강제로 껴안거나 허벅지를 만진 의혹을 받고 있다. A 판사는 서울의 한 대학 법대를 졸업했으며 피해자로 알려진 여학생들은 같은 대학 내 동아리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7월 말 경기지역 경찰서에서 첩보를 입수해 기초 조사를 벌인 뒤 8월 말 첫 번째 사건 발생 지역인 강남경찰서로 이첩됐다. 경찰은 당초 이번 수사를 A 판사가 근무 중인 지역의 경찰서로 넘기려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남서에서 계속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A 판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그가 소속된 지방법원에 수사 개시 사실을 통보했다. 이 법원 공보관은 “본인도 관련 사실을 이날(2일)에야 알았고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한다. 본인은 추행한 적이 없으며 매우 억울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 판사는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 여학생들의)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가벼운 신체 접촉만 있었고 손으로 직접 터치한 적은 없었다”며 혐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피해자들과 평소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매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으며 이따금 후배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 만난 정도”라고 주장했다. A 판사는 “아직 경찰로부터 소환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피해자들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 그들과 친한 다른 후배를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황성호 기자}
경찰이 흉기를 든 여성 우울증 환자 A 씨(32)에게 실탄을 쏴 진압해 총기 사용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A 씨는 오른쪽 쇄골 부위와 허벅지에 실탄 두 발을 맞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31일 오전 7시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 인근 정자에서 A 씨가 칼을 들고 소리를 지른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에 남태령파출소 소속 김모 경위 등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A 씨가 다가오는 경찰을 피해 도주하다 34.2cm 길이의 식칼을 휘두르며 경찰과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김 경위의 총에서 실탄 2발이 발사됐다. 경찰은 A 씨가 계속 칼을 휘두르자 김 경위가 공포탄을 쏠 의도로 첫 번째 방아쇠를 당겼지만 기계 오작동으로 실탄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김 경위는 “첫 번째 총알이 발사됐지만 A 씨가 총에 맞았는지 몰랐다. 이후에도 A 씨가 계속 칼을 휘둘러 허벅지를 향해 실탄을 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성 경찰관 2명이 키 165cm, 몸무게 60kg의 30대 여성 한 명을 진압하는 데 총기를 사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경위 등 출동 경찰관 2명은 ‘2인 1조로 출동할 때 한 명은 테이저건이나 가스총을 소지해야 한다’는 경찰청 지시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2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지난해 3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고 최근까지 통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300명이 넘는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의 배경에는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있었다. 해수부 관료와 해운업계의 고질적인 유착 관계는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이어졌고 결국 대형 참사의 단초가 됐다. 해수부뿐 아니라 정부 부처 퇴직 관료들은 산하 기관, 유관 단체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해당 기관의 로비스트를 자임했다. 이들이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옷을 바꿔 입으며 부정부패의 단단한 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 공공부문 개혁 없이는 전체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나눠 받고 내려 받으며’ 고착화된 부정부패 공공부문의 부정부패 관행은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 의식의 영향이 크다. 선후배나 동료가 감시자 역할을 포기하는 대신 완전범죄의 공범이 되는 길을 스스럼없이 선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현수막, 벽보 등 옥외광고물 부착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44)는 서울 한 자치구의 광고물 정비담당 직원에게 1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넸다. 불법 광고물 부착에 대한 단속을 무마하고 과태료 액수를 낮추기 위해서다. 효과는 기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나타났다. 이 씨는 더욱 적극적으로 로비에 나섰다. 평소 공무원들을 ‘형님’이라 불러오던 이 씨는 광고물을 붙이기 전에 공무원들에게 미리 사진을 보여주고 ‘가이드라인’을 부탁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게 2년간 이 씨의 돈을 받은 공무원은 6개 구 11명에 이른다. 먼저 돈을 받은 사람이 동료를 소개해 나눠 받고 후임자에게 인계해 내려 받은 것이다. 이들이 받은 돈은 밝혀진 것만 약 7700만 원.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진 이 씨와 공무원들의 부당거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들어온 제보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올 1월 이 씨와 서울 모 자치구 공무원 최모 씨(47)를 구속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은 기업체 임직원 400명, 자영업자 6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2.3%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제공한 금품 종류는 현금(30.4%)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상품권과 선물(이상 21.7%)이 각각 차지했다. 금품을 제공하는 이유로는 ‘떡값, 촌지 등 업무 처리상의 관행’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공무원 상당수 “부정부패 심각하지 않다” 국민들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심각하게 바라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비리를 관대하게 보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부패인식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답변한 공무원의 비율은 13.5%로 일반 시민(53.7%)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체 39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청렴한 기관’을 뽑는 설문에서 일반시민은 ‘시민단체’, 기업인은 ‘교육 분야’를 꼽았다. 그러나 공무원은 ‘행정기관’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스스로를 가장 깨끗하다고 본 것이다. 또 공무원의 절반 이상(61.5%)은 향후 한국 사회의 부패가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최근 성빈 변호사(태인합동법률사무소)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박사 논문으로 제출한 ‘뇌물범죄에 대한 경찰관의 인식 연구’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경찰관 5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관행적 향응 수수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3.40점(5점 만점)으로 예상했다. 부정한 처사(4.29점), 알선수뢰(4.19점)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액수가 적은 관행적인 금품 및 향응 수수를 보는 시선이 지나치게 관대한 셈이다.○ 한 건의 부정에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 많아야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은 비리행위는 동조자의 자발적 신고가 없는 한 발각될 가능성이 작다. 문제는 드물게 비리행위가 드러나도 징계 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금품 및 향응 수수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271명. 이 가운데 파면 또는 해임 조치된 이는 58명으로 전체의 21.4%에 그쳤다. 한국행정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부정부패 해소 방안으로 ‘비리 공직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자체적인 통제 기능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민간의 감시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김안태 부패심사과장은 “비리 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도록 처벌의 수위를 높이면 부정부패가 상당 부분 근절될 것”이라며 “관행화된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연금 박탈, 파면 등의 파격적인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이라며 “다만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황성호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관행이 되다시피 한 데는 교육계와 종교계의 잘못도 있다고 본다. 교육계는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올바른 인식 교육에 소홀했고, 종교계 역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교육계와 종교계가 비리의 한 축으로 전락하면서 부정부패에 둔감한 분위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2007년 이후 4명의 교육감을 선출했다. 이 가운데 2명은 비리에 연루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서울 시민이 뽑은 첫 교육감인 공정택 전 교육감은 재임 당시 교육계 인사 9명으로부터 승진 대가로 1억4600만 원을 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후임 곽노현 전 교육감도 단일화 조건으로 선거 후 상대 후보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곽 전 교육감은 이후 ‘사후매수죄’가 위헌적 요소가 있고 돈을 건넨 시점도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종성 전 충남도교육감은 재임 시절 장학사 시험 때 특정 교사의 합격을 지시하고 시험지 유출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종교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아들 회사의 주식을 교회자금으로 사 교회에 13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사회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고 있는 교육계와 종교계에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교육계와 종교계의 경우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단체의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두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성직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박성민 경상대 법학과 교수도 “종교계 과세 범위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외부 감시를 더 수월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서울에서 20년 넘게 유흥주점을 운영했던 서상욱(가명·52) 씨. 서 씨가 운영했던 업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룸살롱이다. 하루 일하는 여종업원만 300명에 이르고 하루 손님은 800명 안팎인 대형 업소들이다.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서 씨의 수첩은 수많은 약속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대부분 관할 경찰서나 구청 직원들이다. 그와 만나고 헤어지는 공무원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늘 흰 봉투가 꽂혔다고 한다. 이른바 명절 ‘떡값’이다. 보통 과장은 150만 원, 계장이나 팀장은 100만 원, 일반 직원은 50만 원이 ‘공정가’다. 부서나 팀에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통째로 건넨 적도 있다. 서 씨는 이처럼 추석이나 명절 때 쓰는 돈이 많을 때면 3000만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공들인 대가로 서 씨가 얻는 것은 단속 정보다.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다. 2년 전 유흥주점 운영을 그만둔 서 씨는 “나쁜 건 알지만 주고받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필요악’”이라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부정부패는 무수히 많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혈연 지연 학연을 앞세워 관행처럼 이뤄지는 로비문화는 부정부패에 대한 의식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갑과 을은 하나같이 “어쩔 수 없다”며 똑같은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관리 비결은 결국 ‘돈봉투’ “5년 넘게 대형마트에 납품했지만 로비 없이는 1년도 불가능했다. 정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돈을 건네고 접대를 했다.” 최근까지 포장지 생산업체를 운영했던 정현경(가명·48·여) 씨는 대형마트 납품 과정의 기억을 떠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믿음직한 거래처를 갖고 있다는 안도감보다 수시로 오는 접대 요구에 늘 불안에 떨었기 때문이다. 접대의 양태도 각양각색이었다. 대형마트 본사 담당 부서의 회식비를 대납하는 것은 기본. 개인적으로 ‘술 한잔 먹자’는 연락이 오면 따로 챙겨줄 돈을 준비했다. 한 직원에게는 차명계좌를 만들어 납품액의 1%를 상납하기도 했다. 심지어 낚시를 즐기는 담당자를 위해 고가의 낚시용품을 구입해 건넨 일도 있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수년째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박모 씨(43)는 3개월에 한 번씩 학과장 부인에게 50만 원대의 화장품을 선물한다. 한 달에 120만∼200만 원 벌고 있지만 교수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로비다. 교수 논문을 대필하는 것은 기본이다. 박 씨에게는 “학과 교수들의 자가용을 모두 바꿔주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남의 얘기 같지 않다. 그는 “지방대의 경우 2억 원이면 어렵지 않게 교수로 채용된다는 얘기가 지금도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관리의 최고는 연예인 매니저다. 10년 넘게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진욱(가명·36) 씨는 방송국에 갈 때마다 복도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에 동전을 잔뜩 넣어놓는다. PD뿐 아니라 작가 등 방송국 직원 모두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CD케이스에 10만 원씩 넣어 돌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자판기 동전 채워 넣기 같은 ‘센스’가 더 인정받는다. 맛집 리스트를 외워 PD에게 접대하거나 회식이 있으면 끝날 무렵 등장해 계산한 뒤 대리운전을 자처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이 씨는 “특정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적지 않은 금액을 건네는 관행이 아직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 10명의 을, “불법 로비 근절은 불가능” 대기업에서 대관업무(공공기관을 상대하는 일)를 맡고 있는 박현우(가명·35) 씨의 담당 기관은 국회다. 그는 입법 로비를 위해 촌지를 건네는 사람들을 하수(下手)라고 여긴다. 박 씨가 생각하는 진정한 로비는 서로가 ‘윈윈’하는 것.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의원실과 기업의 현실을 읍소하려는 담당자가 만날 때 ‘거래’는 성사된다. 특히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비싼 밥을 사며 원하는 것은 규제 관련 정보다. 규제 하나에 기업의 생사가 오가는 처지이다 보니 규제 신설이나 완화 관련 정보는 입수하는 대로 회사에 보고한다. 스포츠계에선 대학 체육부 감독이나 코치가 학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선수를 부정 입학시키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의료기기·제약회사가 납품 대가로 병의원에 돈을 건네거나 관련 학회를 지원하는 것도 고질병 가운데 하나다. 갑을 상대하는 을들은 불법로비로 싹튼 부정부패가 사회 전체로 볼 때 손해라는 걸 잘 안다. 그렇지만 로비를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안 하면 다른 누군가가 하기 때문이다. “불법로비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겠느냐”는 취재팀의 질문을 받은 10명의 을은 하나같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강은지 kej09@donga.com·황성호기자}

18세 미얀마인 타 테 아웅 양(사진)은 한국에서 가수로 성공하고 싶었다. 지난해 6개월 동안 한국 드라마 300여 편을 보며 한국어 실력을 홀로 갈고닦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미인대회인 ‘미스 아시아 퍼시픽 월드 2014’는 그런 그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키 172cm에 서구적 미모를 갖춘 그는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웅 양의 ‘코리안 드림’은 그가 2억 원에 달하는 왕관을 들고 잠적하면서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8월 26일 주최 측은 아웅 양이 수차례에 걸쳐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했다. 아웅 양은 다음 날 주최 측에 알리지 않고 미얀마로 돌아갔다. 주최 측은 “아웅 양이 미얀마 현지에서 3000만 원을 받고 CF를 촬영하고도 ‘무료로 촬영했다’며 거짓말을 하고 현지 매니저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아웅 양의 어머니가 당초 자비로 입국해 보름만 머물겠다고 했는데 뒤늦게 항공권 비용을 주최 측에 요구하고 체류기간도 3개월로 늘리겠다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덧붙였다. 아웅 양은 “주최 측이 가슴 성형 수술을 강요하고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왕관은 얼떨결에 가져온 것이니 돌려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아웅 양에 대한 동정론은 물론이고 반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75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7월 19일과 8월 1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수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주최했다. 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서울 등 도심 곳곳에서 수시로 추모행사나 대정부 규탄 집회 등을 열고 있다. 대부분 유가족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고 있다. 이런 대규모 집회나 장기 농성은 익숙한 장면이다. 대형 이슈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국민대책회의’ ‘○○범국민운동본부’ 같은 공동기구는 항상 정해진 코스처럼 집회나 농성을 이어간다. 공동기구 내에서도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단체보다는 전국 단위의 단체들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다.○ 이슈 때마다 참여하는 단체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하는 단체를 명칭에 따라 분류한 결과 ‘농민회’ ‘전농’ 등 농민 관련 단체가 111개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노동조합, 노동자회 등 노동 관련 단체(96개), 청년단체(55개), 여성회 또는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42개) 순이었다. 인권단체는 29곳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각자의 전문 영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대형 이슈만 생기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든 것이다. 참여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전국 단위 단체의 지역 조직을 개별적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특징이다. 참여 단체가 수백 개인 곳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몸집을 불린다. 민노총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같은 단체의 경우 경기지부 강원지부 등 지역 조직들까지 대거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 단체 중 일부는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이슈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용산 참사, 제주해군기지 건설, 쌍용차 정리해고, 광우병 사태 등이다. 당시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1000개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공동기구에 이름을 올렸다. 사안의 유형이나 성격은 천차만별이고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 배에 탄 것이다. 동아일보는 과거 발족한 공동기구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성명서 등에 명시된 참여단체 리스트를 확인하고 집계한 뒤 국민대책회의 참여 단체와 비교했다. 2006년 결성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는 270개 단체가 있는데 40개가 같았다. 한미 FTA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돼 2011년 이명박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당시 도심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열리는 등 심한 진통을 겪었다. 2008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는 무려 1841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이때도 전국 단위의 단체들이 주도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과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촛불집회 개최를 주도하며 반정부 투쟁을 이어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단체 가운데 254개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이명박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도 “정권에 의한 살인이 저질러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도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노총 등 4개 단체는 6개 이슈 관련 연대기구에 모두 참여했다.○ 과거 집회 주도 인물들 ‘단골 등장’ 매번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단체가 비슷하다 보니 인물도 같은 사람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인사들은 과거에 활동한 공동대책기구 때에도 주도적으로 일했다. 손종표 공동상황실장과 이재근 공동상황실장은 각각 민노총 조직국장과 참여연대 정책기획팀장 출신이다. 또 박래군 공동운영위원장은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 김태현 공동운영위원장은 쌍용차 범대위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양한웅 공동위원장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등을 지냈다. 과거 집회시위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인물도 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는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 대표와 함께 광우병 대책회의에서 활동한 박원석 당시 상황실장은 현재는 정의당 국회의원으로, 이달 20일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종 이슈 때마다 전문 영역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을 놓고 우려가 적지 않다. 이들이 사회 약자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합리적 대안을 내놓는 대신 감성적 접근을 시도하거나 과격 집회를 주도하면서 현안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이샘물 evey@donga.com·황성호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 릴레이’가 유가족과 정치권, 가수, 영화인 등 유명 인사에 이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경석 목사(66), 노재봉 전 국무총리(78) 등 사회원로 인사 5180명은 27일 오후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결과를 야당과 유가족 측이 수용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단식 릴레이를 희화화하는 ‘단식 퍼포먼스’를 하거나 단식투쟁에 반대한다는 ‘폭식 투쟁’을 예고했다. 27일로 단식 45일째를 맞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47)가 촉발한 단식 농성이 점차 확산되며 국론이 분열되는 모양새다. 이날 낮 12시경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국민 단식장’이라는 팻말이 붙은 텐트에 1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이 텐트 옆에는 단식 릴레이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하는 부스가 마련돼 단식 신청을 받았다. 단식 접수를 마친 단원고 졸업생 최승원 씨(20·대학생)는 “이제까지 집회나 시위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해 늘 세월호 참사에 부채의식을 가져왔는데 유민 아빠에 대한 공격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최 씨는 단식투쟁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수단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제까지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얼마나 온건하게 해왔느냐”고 되물으며 “극단적인 정국이라 극단적인 방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는 단식 릴레이에 참여하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고 있다. ‘동참합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시민들이 유민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단식에 참여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21일 개설된 이 페이지는 2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794개의 ‘좋아요’를 기록한 상태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 다른 SNS에서는 인증 후기를 올리는 움직임이 있다. SNS에 단식 후기를 올린 한 누리꾼은 “김영오 씨가 쓰러진 게 계기가 돼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 하루 단식했다”면서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단식 후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주변 누리꾼들과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단식 릴레이를 시작한 21일부터 26일까지 6일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해 단식에 참여하겠다며 지원한 인원이 2만5000명을 넘어섰다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전국에 광화문광장처럼 단식 농성장이 있는 곳은 25곳이다. 단식 릴레이에 참여하는 시민이 늘어나자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맞불을 놓았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어버이연합은 광화문광장 건너편에서 25일부터 단식 릴레이를 비꼬는 ‘단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보수성향 시민단체 자유대학생연합은 ‘28일부터 단식투쟁보다 1만 배는 더 위험한 폭식투쟁을 하겠다’는 글을 자신들의 비공개 페이스북에 공지하며 단식 릴레이 반대에 동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단식은 극단적이지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한 방법”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극단적 방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 할 경우 사회적 설득력이 떨어져 결국 갈등이 증폭되고 결과 역시 사회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경석 목사 등 사회원로들은 이날 5180명이 참여한 온라인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에게 수사권, 기소권을 주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민생법 통과와 국회 정상화가 절박하지만 나라를 무너뜨리면서까지 그 길로 갈 수는 없다. 여야가 합의한 재협상안은 반드시 수용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