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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방송인 고영욱 씨(37·사진)에게 징역 5년과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고 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7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10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전자발찌 부착 기간에 야간외출을 제한하고 아동 보육시설과 놀이시설 등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유명 연예인이 전자발찌를 차게 된 것은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2008년 10월 시행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일명 전자발찌법)은 상습적 성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줄곧 혐의를 부인한 고 씨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검찰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고 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만 13세 2명과 만 17세 1명 등 10대 여학생들을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안에서 모두 5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각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으며 고 씨는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이고 피해자들은 사리 분별력이 미흡한 미성년자”라며 “범행이 모두 고 씨와 피해자 단둘만 있는 오피스텔 또는 차량 안에서 벌어진 점에 비춰볼 때 구체적인 폭행이나 협박 등이 없었더라도 고 씨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강압으로 간음하거나 추행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 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성관계를 맺고 구강성교를 한 점, 키스를 시도했던 점, 허벅지를 만진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 씨가) 법정에 이르기까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심지어 일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초범이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도 죄질이 불량해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범행 대상 및 수법이 서로 유사해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점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다시 유사 범죄를 저지른 점을 고려할 때 고 씨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씨의 성 인식이 굉장히 왜곡되어 있고 자제력도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성 부장판사는 “고 씨는 청소년들의 선망과 관심을 받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아동 청소년이 성폭력 범죄에 노출될 경우 범죄의 특성상 전인격적 성장에 심대한 장애요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법원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재판정에 나온 고 씨는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으며 선고가 끝난 뒤 빠른 걸음으로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고 씨를 대리한 곽성환 변호사는 “고 씨의 의견을 듣고 빠른 시일 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징역 5년에 10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선고받은 고영욱 씨는 3년 동안 10대 3명을 대상으로 5번이나 성관계를 갖거나 강제추행했다.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에도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고 씨가 소아성애증 환자에 가깝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0일 판결 내용에 따르면 고 씨는 2010년 여름 만난 13세 A 양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그는 성관계에 앞서 A 양에게 술을 먹이기도 했다. 2010년 7월엔 17세이던 B 양을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강제추행했다. B 양의 고소로 검찰 조사를 받던 고 씨는 지난해 12월 길 가던 13세 C 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성추행했다. 그는 C 양이 중학생이라고 대답한 뒤에도 허벅지를 손으로 눌러보고 “가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고 씨의 범죄 내용을 접한 전문가들은 “고 씨가 소아성애증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의 범행 과정이 사춘기 이전이나 이른 사춘기의 미성년자에게 성적 편애를 갖고 실제 성행위도 하는 소아성애증 환자와 유사하다는 것. 연예인인 고 씨가 성인 여성을 만날 능력이 충분한데도 미성년자를 만난 것도 이 같은 의심의 배경이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 씨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반복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미뤄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를 통제하고 우위에 설 때 충족감을 느끼는 소아성애증 환자로 보인다”며 “미성년자 대상 성행위를 몇 번 경험하면 더 강한 자극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범행을 다시 저지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 씨는 2008년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당시 17세인 아이돌그룹 ‘카라’ 멤버 구하라에게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공개리에 건네기도 했다. 2011년에는 체조 국가대표 손연재 선수에게 “그만큼 연재 씨가 예쁜 거예요. 느끼한가”, “(손연재가 아프니)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히네”, “참고로 난 실물이 낫다” 등의 트위터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손 선수는 17세였다. 소아성애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주변에서 인식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은 미성년자에게 친절하게 행동해 경계를 풀거나 자신의 지위를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인 고 씨는 연예인을 선망하는 미성년자의 관심을 이용했다. 초등학생, 고등학생 제자 2명과 성관계를 맺어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 D 씨(30)도 직업상 어린 학생과 접촉이 잦고 단둘이 있어도 의심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했다. 소아성애증은 정신과적 질환으로 분류된 질병이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병원을 찾은 소아성애증 환자는 단 1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8808건이 발생했다. 소아성애증 환자는 “아이가 나를 먼저 유혹한다”고 여길 정도로 죄의식이 없다. 염건웅 한양대 사회교육원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스마트폰 채팅 등 성인이 10대에게 접근할 통로가 늘어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소아성애증 환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처벌뿐 아니라 치료 대책까지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박훈상·권오혁 기자 tigermask@donga.com}
남성 6인조 그룹 ‘신화’의 홍콩 팬클럽 회장 L 씨(29·여)는 2월 중순 고민에 빠졌다. 3월 16, 17일 한국에서 열릴 ‘신화 15주년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탓이었다. L 씨는 신화의 노랫말을 알아듣기 위해 배운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들어가 매물로 나온 티켓을 찾았다. 그러다 임모 씨(28)가 올린 ‘신화 콘서트 스탠딩SR석 20만 원, VIP석 45만 원 판매. 티켓은 택배로’라는 글을 봤다. L 씨는 기쁜 마음에 팬클럽 회원들에게서 티켓 70여 장 값인 2300여만 원을 모아 임 씨에게 보냈다. 하지만 기다리던 택배는 오지 않았다. 임 씨가 인터넷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사기를 친 것이다. 격분한 L 씨는 한국까지 날아와 임 씨를 신고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7월부터 인터넷 카페에서 유명 가수들의 티켓을 판다고 속여 내·외국인 75명에게서 51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임 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유명 가수에 대한 팬심을 이용한 티켓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L 씨가 피해를 당한 ‘중고나라’에는 티켓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사례가 4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지난달 12일엔 가수 싸이의 티켓을 싸게 판다며 37명에게서 400여만 원을 챙긴 형제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야구 티켓 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박모 씨는 지난달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LG와 SK의 개막전 티켓을 판다는 글을 보고 김모 씨 계좌로 5만2000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인터넷 사기 피해 사례를 모으는 ‘더치트’에는 김 씨 명의의 계좌로 당한 피해만 19건이 등록돼 있다. 모터쇼 입장권이나 놀이동산 자유이용권, 서울시내 고급호텔 숙박권도 주요 사기 대상이다. 인터넷 카페의 티켓 거래는 구매자가 먼저 돈을 보내면 판매자가 티켓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이뤄져 사기에 취약하다. 사기꾼은 대부분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쓰고 일정 기간 사기를 치면 새로운 명의의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갈아탄다. 티켓 사기꾼들은 절대 직접 거래하진 않는다. 만남을 요청하면 연락을 끊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회피한다. 인터넷에서 티켓을 살 때 직거래를 한사코 거부하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조동주·박훈상·권오혁 기자 djc@donga.com}
2008년 “서울 강남에 신 내림을 받은 여자 스님이 신침(神鍼)을 놓는데, 암뿐 아니라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위치한 스님 변모 씨(52·여)의 침술원에는 간판은 없었지만 내부에 중국 베이징대 침구학과 졸업장과 세계침술사 자격증이 걸려 있었다. 변 씨는 중국 명문대에서 침을 배웠다는 이유로 더욱 인기가 높았지만 시술법은 기괴했다. 환자가 찾아오면 증상과 관계없이 침으로 척추 부위 생살을 뜯어내고 그곳에 긴 침을 수십 대씩 놓았다. 피부조직이 검게 변해도 “노폐물이 쏟아져 나온다. 곧 피부세포가 다시 살아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임모 씨(47·여)도 목과 어깨 통증을 치료하려고 일주일에 두 번씩 침술원을 찾았다가 1월 8일 치료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임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3일 침술원에 들이닥쳤을 때 변 씨를 맹신한 환자들이 막아서기도 했다. 강남경찰서는 불법 시술을 해온 변 씨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변 씨는 최근까지 하루 평균 10여 명으로부터 3만∼5만 원씩 받아 2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변 씨의 중국 출국 기록은 고작 4일뿐이었고, 대학 졸업장과 자격증 모두 가짜였다. 베이징대에는 침구학과가 없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둘만의 추억을 남기자”는 남자친구 말을 믿고 성관계 동영상을 찍은 여성들이 이별 후 협박당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파렴치한 남성들은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는 것도 모자라 여자친구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8일 헤어진 여자친구 A 씨(21)가 다시 만나주지 않자 그녀의 알몸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위반)로 김모 씨(24·전직 회사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학 선후배인 두 사람은 2년 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2월 김 씨는 부산 동래구 자신의 집에서 A 씨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이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촬영했다. 김 씨는 자신의 얼굴은 찍지 않고 여자친구의 얼굴은 동영상에 그대로 등장하게 했다. 여자친구가 잠든 틈을 타 중요 부위를 사진 찍기도 했다. 올해 초 A 씨가 이별을 요구하자 김 씨는 돌변했다. 김 씨는 동영상 2개와 알몸 사진 10여 장을 협박도구로 이용했다. 다시 만나주지 않으면 인터넷에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수차례 협박했다. 참다못한 A 씨는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사실을 안 김 씨는 국내 유명 음란사이트에 A 씨 알몸 사진과 이름 나이 직장 전화번호까지 올렸다. 이를 보고 전화를 걸어온 수많은 남자 때문에 A 씨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 사진, 동영상 촬영이 쉬워지면서 A 씨와 같은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한 명문여대 인트라넷 게시판에는 ‘남자친구가 동영상을 촬영하자고 조른다. 찍기는 싫고, 거절하면 헤어질 것 같아 고민이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서 접수한 고민상담 565건 중 10% 정도가 성관계 동영상이나 알몸 사진, 몰래카메라로 협박당한 피해 사례였다. 성관계 동영상을 빌미로 돈을 뜯어낸 남성도 있다. 보험사 직원 B 씨(32)는 2010년 10월부터 C 씨(26·여)를 만났다. 지난해 7월 B 씨는 C 씨와 동남아 휴양지로 여행을 떠났다. C 씨는 남자친구의 계속되는 요구에 성관계 동영상을 함께 찍었다. 지난해 10월에도 서해안으로 여행 가 두 번째 성관계 동영상을 찍었다. B 씨는 C 씨가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며 돈을 뜯어냈다. 결국 2000여만 원을 빼앗긴 B 씨는 최근 경찰에 신고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D 씨(27)는 만나는 여자친구마다 알몸 사진을 찍어 인터넷 저장공간에 올렸다. D 씨가 “네가 옆에 없을 때 외로움을 달래려면 알몸 사진이 필요하다”고 계속 조르자 여자친구들은 이 요구에 못 이겨 카메라 앞에 섰다. 이렇게 그의 카메라에 저장된 여성이 여러 명이다. D 씨는 서버 ID를 친구들과 공유하며 이 사진을 돌려봤다. 단체 카카오톡 방에도 잠자리 사진을 공개해 친구들 사이에선 D 씨 여자친구들이 특정 부위를 딴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남성들은 상대 여성이 들어주지 않고는 못 배기게끔 집요하게 동영상 촬영을 요구하면서도 이를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사랑을 빙자해 원치 않는 일을 여성에게 요구하는 건 명백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건강한 성문화 교육기관인 푸른아우성 이재경 사무국장은 “협박이나 돌려보기 위한 동영상 촬영은 범죄”라고 말했다.박훈상·김수연 기자 tigermask@donga.com}

6일 0시 반경 대리운전 기사 임모 씨(47)는 배우 이지아 씨(32·여)의 ‘대리 콜’을 받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왔다. 이 씨의 차량은 시가 2억2000여만 원 상당의 수입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스포트 GT S’로 국내에는 100여 대만 수입됐다. 이 씨가 본인 명의로 리스한 차량이다. 임 씨는 약간 술을 마신 이 씨와 이 씨의 지인인 한 여성을 뒷자리에 태우고 출발했다. 출발 5분 만에 임 씨는 골목길에서 우회전하다 직진하던 강남경찰서 논현2파출소 순찰차를 들이받았다. 임 씨는 경찰에서 “연예인이 탄 데다 마세라티를 처음 몰아봐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세라티 앞 범퍼가 크게 부서졌지만 이 씨 등이 다치지는 않았다. 경찰차 조수석에 탔던 박모 경사(47)만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 씨 소속사 관계자는 8일 “대리운전 업체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 있기 때문에 마세라티와 경찰차 수리비는 보험회사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2011년 가수 서태지 씨와의 결혼과 이혼 사실이 동시에 밝혀져 화제에 올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년 전 수억 원의 정부 예산이 한 민간 갤러리에 편법 배정되는 과정에 당시 이명박 정권의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사정당국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사정당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첩보를 접수하고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정당국은 이 사안이 전임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으로 해석될 수 있어 수사 착수에 대해선 매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운영 갤러리에 예산 편법 지원 2011년 예산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문화예술진흥기금 2억5000만 원이 A 갤러리에 신규 사업으로 반영됐다. A 갤러리는 여성 B 씨가 관장이다. A 갤러리가 주최하는 외국과의 문화 교류전에 지원하는 것이었지만 실제 예산 명세서에는 사업명 없이 ‘A 갤러리’라고 이름만 기록돼 있다. 기금 지원 대상 사업명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게 되어 있는 예산 명세서에 사업명은 빼고 특정 사업 주체의 이름만 적어 예산을 지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2010년 예산에도 A 갤러리가 주관한 다른 전시회에 1억 원이 배정됐다. 2년 연속 개인 소유 갤러리가 주관하는 사업에 정부 예산이 지원된 것이다. 다만 이때는 예산 명세서에 사업명이 명기됐다.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당시 예산 배정 과정은 정상적인 경로를 밟지 않은 채 이뤄졌다. 통상 예산은 주무 부처의 검토를 거쳐 기획재정부 예산실로 넘겨지고, 국무회의의 심의 및 의결 절차를 거쳐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본회의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그러나 A 갤러리에 대한 예산은 이런 과정 없이 본회의 직전 ‘쪽지예산’ 형식으로 끼워 넣어졌다. 2010년 말 처리된 2011년 예산안은 ‘4대강 예산’과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 관련 ‘형님 예산’ 등의 논란 끝에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그 과정에서 상임위 심의 없이 막판에 누군가에 의해 A 갤러리 지원 예산이 다른 쪽지예산들과 함께 포함된 것이다. ▼ 정상절차 없이 예산 막판 밀어넣기… 與의원도 배정때 영향력 행사 의심 ▼○ 누구도 모르는 유령예산 18대 국회에서도 이 갤러리에 예산이 편법 배정된 경위를 놓고 일부 야당 의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2011년 1월 10일 당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예산 배정 과정을 추궁했지만 문화부와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문제의 예산이 배정됐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B 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B 관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고발하겠다고 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측이 반대해 흐지부지됐다. 2010년 12월에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블로그에 “A 갤러리가 2년 연속 동일한 방법으로 예산을 지원받은 것은 미스터리”라며 “제2의 신정아 논란으로 비화됐다”고 썼다.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자 A 갤러리는 2011년 5월 ‘예산을 당해연도에 모두 쓸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예산 지원을 받는 걸 포기했다. 기금을 담당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개인 갤러리의 전시회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며 “업계에서 지명도가 낮은 갤러리가 해외 교류전을 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 들었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 의혹 A 갤러리에 대한 의혹은 단순히 예산 지원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치러진 비즈니스서밋에서 A 갤러리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개막만찬장 미디어아트 상영을 비롯해 이 서밋의 예술 분야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당시 비즈니스서밋 예술분야 기획은 화랑가에서 갤러리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꼽혔다. 그 바람에 화랑가 일각에서는 “갤러리를 밀어주는 고위층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갤러리 대표는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갤러리가 어떻게 세계 최정상급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서밋의 예술분야를 맡을 수 있었는지 업계에서도 뒷말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A 갤러리에 대한 지원의 배후에 정권 실세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갤러리 대표는 “A 갤러리가 정부 실세의 도움을 받고 있고 그 덕에 작품도 많이 팔았다는 말을 A 갤러리에서 일했던 직원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갤러리 대표는 “A 갤러리가 예산을 따낸 것을 놓고 업계에서도 의문이 컸다”며 “A 갤러리가 정부 쪽 사람들과 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사정당국 실체 파악 중 사정당국은 문제의 예산 배정 과정에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C 씨와 새누리당 소속 D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국은 예산 배정 과정에서 쪽지예산을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C 씨가 고위공직에 임명되기 전 정보기관이 C 씨와 A 갤러리의 관계에 대해 사전검증 차원에서 조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런 의혹을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B 관장은 “C 씨를 전혀 모른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 인터넷을 찾아보고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해외에 한국의 작가와 작품을 알리겠다는 소명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 어떤 부정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D 의원의 보좌관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본보 취재팀은 C 씨와 D 의원에게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10여 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박훈상·김성규 기자 tigermask@donga.com}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회색 모자와 하늘색 마스크를 쓴 얼굴이 뒤를 돌아봤다. 경찰을 발견한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위협하듯 들이대며 말했다. “내가 조세형이다.” “엎드려라. 반항하면 쏘겠다.” 그는 저항을 포기한 채 순순히 방바닥에 엎드렸다. 수갑을 채우는 순간 한때 ‘대도(大盜)’라 불렸던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내뱉었다. “인생 끝났네.” 조세형 씨(75)가 3일 오후 8시 반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빌라를 털다가 이웃 주민의 신고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1970, 80년대 부잣집을 상대로 대담한 절도 행각을 하며 이름을 날렸던 그답지 않게 초라하고 엉성한 수법이었다. 그는 두께 6mm 유리창 두 개를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로 깨뜨리고 빈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웃들이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음이 났다. 경찰에 신고한 이웃 빌라 주민 정모 씨(39)는 “갑자기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보니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빠루를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 씨 스스로도 경찰에서 “인근 공사장에서 주운 빠루로 밤에 시끄럽게 유리를 깨니까 이웃 주민이 신고한 것 같다”며 “그게 프로가 할 짓이냐”고 자탄했다. 그는 “선교사무실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아마추어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처가 ‘새 출발을 하고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 달라’며 준 3000만 원을 1년 전쯤 한 무속인에게 사기당한 뒤 도저히 선교사무실 임대 보증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고 범행 이유를 설명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범행을 계획하고 3, 4일 전에는 종로구 종묘 쪽에서 범행에 사용된 노루발못뽑이 두 개 중 하나와 펜치 등을 구입했다. 그는 “(서초동은) 예전에 도둑질을 할 때 많이 와 봤던 지역이지만 그 집을 노리고 온 건 아니었다”며 “옛날에도 그냥 돌아다니다가 잘산다 싶은 집이면 즉흥적으로 들어갔다. 돈이 될 것 같았고 불이 꺼진 것을 보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집 안에 침입한 지 35분여 만에 방 안에서 붙잡힌 조 씨의 주머니와 쇼핑백에서는 롤렉스 시계 2개와 금반지, 귀걸이 등 시가 3000만∼5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 33점이 발견됐다. 모두 같은 집에서 훔친 것이었다. 조 씨가 생활고에 시달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교회 등 강연을 다니면 한 달에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는 받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조 씨는 1982년 경찰에 붙잡혀 15년 동안 수감됐다가 1998년 출소한 뒤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교회에서 간증을 하거나 모 사설경비업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도’의 도벽(盜癖)은 제어할 수 없었다. 2000년 말 선교 활동을 위해 일본에 간 그는 도쿄(東京) 시내의 주택에 침입했다가 일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붙잡혔다. 일본에서 만기 복역 후 2004년 4월 귀국한 그는 이듬해 또다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단독주택을 털다 검거됐다. 2011년에는 금은방 주인과 가족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구속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점퍼로 얼굴을 가린 조 씨는 “3, 4일 전에도 대구 교회에서 강연을 했다”며 “기독교 신자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해서 죽고 싶다. 이제는 기독교 신자라고 말할 자신도 없다”고 말했다. 조 씨는 “서울 시내 사우나나 찜질방을 돌아다니며 잠을 잤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동대문구 장안동 내연녀의 집에서 생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박희창·박훈상 기자 ramblas@donga.com}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혼 소송 중인 부인으로부터 협박 등 혐의로 피소된 한류스타 류시원 씨(41·사진)를 일부 기소 의견으로 2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류 씨의 부인 조모 씨(32)는 류 씨가 자신을 협박했다며 2월 말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류 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일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류 씨 소속사는 2일 “(조 씨 측이)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2, 3년 전 부부싸움 중 몰래 녹취한 내용을 근거로 고소했다”며 “법정에서 이혼 원인과 책임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류 씨 부부의 이혼조정은 2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금전이나 양육 문제로 고소한 것은 아니며 인정되는 혐의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강남 8학군’ 고교 3학년생이 1일 등굣길에 집 근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10분경 강남구 C고 3학년 김모 군(17)이 대치동의 한 아파트 14층 복도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반에서 중위권인 김 군은 지난주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고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폭력을 당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전현직 고위 공직자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윤 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 외에도 다른 사정기관 고위 간부들과 친분을 유지해 온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윤 씨가 그동안 20여 차례나 형사입건되고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나 사정기관 간부들이 영향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있다. 2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수년 전 당시 사정기관 간부인 A 씨에게서 윤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재는 공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김 전 차관도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A 씨를 통해 윤 씨를 알게 됐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 씨가 탄탄한 법조계 인맥을 등에 업고 형사처벌을 피해 왔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건설업을 하며 2000년 이후 횡령과 배임, 사기, 사문서 위조, 강간 공갈, 간통 등 20여 건으로 형사입건된 전력이 있지만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윤 씨 측근은 2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윤 씨가 2008년 중반 이후 사업이 잘 안 돼 사정 당국 쪽 인맥을 넓히려 했고, 김 전 차관과 A 씨, B 씨(전직 지방기관장) 등과 친분을 쌓았다”고 주장했다. 여성 사업가 K 씨(52)가 지난해 11월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을 때도 성폭행 등 주요 혐의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고 성접대 의혹은 조사되지 않았다.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정부가 국가공무원 정원의 상한을 2만 명 확대해 공무원 수가 곧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행정기관에 두는 국가공무원 정원의 한도를 기존 27만3982명에서 29만398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 총정원령 개정안을 23일 공포했다. 이는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소속 공무원과 검사 및 교원을 제외한 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소유주 신상을 트위터에 공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고발당한 작가 공지영 씨(50)와 조국 서울대 교수(48)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를 명시하지 않고 오피스텔 위치만 언급했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이나 가족의 신상이 공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접대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가 상류층 봉사단체에까지 손을 뻗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등 사정기관의 전현직 고위인사들뿐만 아니라 상류층 곳곳에 인맥을 만들기 위해 부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유명 봉사단체인 P의 전직 회장인 A 씨는 21일 취재팀과 만나 “(지역사교모임인) R클럽에서 윤 씨를 처음 봤다. 윤 씨는 R클럽 회원들을 별장에 초대하더니,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P단체 회원도 자기 별장에 초청하겠다고 했다. 2010년 5월 P단체 회원, 미용단체 회원, 연주팀 등 40여 명이 별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강원 원주시에 있는 이 별장은 윤 씨가 고위층을 불러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장소다. P단체의 전 회원들에 따르면 2010년 5월 당시 남녀 회원들은 버스 편으로 이 별장에 갔다. 윤 씨는 일부 회원에게 D건설 회장 명함을 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야외에서 아마추어 성악가 콘서트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술과 함께 식사를 했다. 술자리는 별장 안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윤 씨는 이날 남녀가 모인 영화감상실에서 포르노를 틀어줬다. 회원 일부는 강하게 항의하고 곧바로 상경했다. A 씨는 “윤 씨가 짓궂은 장난을 좋아해 포르노를 튼 거지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며 “골프장에서 가깝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고급 별장 초대를 쉽게 거절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윤 씨는 R클럽에서 직함은 없었고 들어온 지 몇 달 만에 탈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 씨 별장이 워낙 커서 몇천억 원대 부자인 줄 알았고 그에 맞게 대우해줬다”고 했다. 당시 윤 씨를 알던 사람들은 나중에 윤 씨가 진행한다던 골프장 사업이 잘 풀리지 않고 별장도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A 씨는 “(사업을 하는) 윤 씨는 살기 위해서는 로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윤 씨는 여자들을 (별장으로) 데려올 능력이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 출범한 P단체는 의사와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이 참가해 비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왔다. 윤 씨 별장 모임에서 포르노 사건이 있은 뒤 일부 참가자가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다른 참가자도 다른 단체로 발길을 돌렸다. P단체는 현재 해체된 상태다.박훈상·이철호 기자 tigermask@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전현직 고위관료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해온 30대 중후반 여성 C 씨가 아닌 제3의 여성인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이 여성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 동영상의 촬영 시기는 2010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C 씨와 별개의 인물로 보인다고 22일 밝혔다. C 씨는 최근 경찰에서 “2008년 말 윤 씨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을 만나 성접대를 했다”며 “그런데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은 김 전 차관으로 보이지만 여성은 내가 아니다. 다른 20대 여성인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세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선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앞서 20일 건설업자 윤 씨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검찰에 보냈을 때 첨부된 동영상을 본 일부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정당국 관계자는 “동영상을 제출한 여성 사업가 K 씨와 C 씨는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를 받은 여성들 중 일부는 ‘김 전 차관이 계속 부인하면 나와 대질신문을 시켜 달라’며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의 주선으로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C 씨 외에도 또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K 씨는 “김 전 차관이 2011년 고검장이던 시절 윤 씨에게 성접대를 받는 동영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C 씨가 김 전 차관과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한 시기는 2008년 말∼2009년 초다. 김 전 차관과 관계를 맺었다는 C 씨의 주장이 아예 거짓일 가능성도 경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도 “C 씨와는 별장은 물론이고 그 어디서든 한 번도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 자체는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동영상의 배경이 된 장소도 그 별장이 거의 확실하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조사를 받은 여성 대다수가 문제의 동영상을 본 뒤 ‘윤 씨 별장이 맞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는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결론지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윤 씨가 별장에서 지인들과 히로뽕 등 마약을 복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마약을 투약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말 여성 사업가 K 씨가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압수수색해 뒷자리에서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진정 수면효과가 있는 로라제팜 알약 1정을 발견했다. 경찰은 윤 씨가 여성들에게 약물을 몰래 먹여 성접대에 동원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3명에는 윤 씨와 윤 씨 조카, 로라제팜을 윤 씨에게 공급한 사람이 포함돼 있다. 윤 씨가 주선한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은 주부 등 평범한 여성이 많아 경찰이 관련 진술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윤 씨가 일반 여성을 소개받은 뒤 한두 번 만나다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협박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질질 끌려다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별장에 초대받은 인물 리스트에 올라있는 전 감사원 국장급 간부와 관련해 윤 씨는 2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서울 반포동의 빌라 한 채를 시가보다 1억 원 이상 싸게 팔았고 향응도 100번 이상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직 관료는 “윤 씨가 부탁해 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김학의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성 접대 의혹 사건의 발단은 일선 경찰서에서 접수한 성폭행 고소사건이었다. 지난해 11월 여성사업가 K 씨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건설업자 윤모 씨(52)를 고소했다. K 씨는 고소장에 “윤 씨가 내게 최음제를 먹인 다음 강제로 성관계를 갖고 이 장면을 운전사에게 찍도록 했다”며 “동영상으로 협박해 현금 15억 원과 벤츠S500L 차량도 빼앗아갔다”고 썼다. K 씨와 함께 경찰서에 온 여성 C 씨도 2008년 윤 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했고 이 내용은 K 씨의 고소장에 추가로 들어갔다. C 씨는 2008년경 고위관료(김학의 법무부 차관으로 추정)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한 여성이다. 경찰은 윤 씨를 긴급 체포하고 강간 및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윤 씨와 K 씨가 오랜 기간 교제한 것으로 보여 성폭행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경찰은 강원 원주시 남한강변 인근의 별장을 압수수색해 나온 불법 총기 등을 근거로 지난달 총포도검법 위반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윤 씨 측은 “K 씨가 수십억 원대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C 씨와 공모해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될 뻔한 사건은 윤 씨가 벤츠S500L 차량에 보관해둔 동영상 CD 7장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엄청난 성 접대 의혹 사건으로 비화됐다. 지난해 12월 K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대부업자 P 씨에게 윤 씨로부터 벤츠S500L 차량을 빼앗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P 씨는 부하 2명을 시켜 별장에서 벤츠를 빼앗아왔다. 그런데 빼앗아온 차의 트렁크에서 윤 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장면 CD 7장이 트렁크에서 발견됐다. P 씨는 이 중 김 차관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K 씨에게 보내 “당신 동영상도 있다”고 협박했다. 이런 내용이 경찰의 고소사건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왔고 법조계 등에 ‘김학의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이 유출됐다’는 은밀한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청와대는 법무부 차관 인선을 앞두고 동영상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차관뿐 아니라 현직 병원장, 전직 고위공직자 등이 포함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상태였다. 경찰청 등 사정기관에도 ‘첩보’ 수준으로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뇌부는 지난달 말경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동영상이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청와대가 은밀하기 이를 데 없고 은폐해도 무방할 듯한 이 사건의 내사 및 탐문에 나선 것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올초부터 첩보를 입수해 확인 취재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언론이 취재에 나섬에 따라 결국은 세상에 공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훈상·김성모 기자 tigermask@donga.com}

성접대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건설업자 윤모 씨와 정부 고위 관료 A 씨가 1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A 씨 측은 그동안 “윤 씨와 만난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왔다. 윤 씨와 친분이 있는 사업가 ○○○ 씨는 20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나 “A 씨가 간부급 인사가 되기 전부터 윤 씨와 알고 지냈다”며 “고위 관료 A 씨를 포함해 강원 원주시의 별장에 초대된 유력 인사들과 윤 씨는 모두 한두 해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윤 씨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 씨는 A 씨의 등에 절대 칼을 꽂을 리가 없다”며 “지금 윤 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수를 탄 것도 A 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온 또 다른 지인인 박모 씨도 “윤 씨를 10년 전쯤 처음 알게 됐는데 당시 윤 씨와 A 씨는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고 전했다. 이어 “둘 사이의 관계가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0년 이상 사귀면서 최근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안다”며 “서로 협박하고 협박당할 사이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 씨는 “성접대 성격이 아니라 오랜 친분에 의한 ‘난교(亂交)파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 씨에 따르면 윤 씨는 2010년 전후부터 자신과 오랜 친분을 쌓은 정부 고위 관료, 대형 건설사 사장, 병원장 등 이른바 ‘잘나가는 인사들’을 불러 여성 예술계 인사, 여성 사업가 등과 함께 별장에서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 씨는 “나는 술자리엔 함께하지 않았지만 윤 씨로부터 당시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며 “술에 취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즉석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래스’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다 보니 보안이 유지됐다”고 했다. 처음엔 속칭 ‘텐프로’ 룸살롱 여성을 불렀으나 점점 자극적인 파티를 하려다 보니 유흥업 종사자가 아닌 일반 여성들을 물색해 초대했다고 ○○○ 씨는 전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가 고위관료 A 씨 등 유력 인사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논란의 핵심인 2분 분량의 성관계 동영상을 20일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윤 씨를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법무부에 보낸 출국금지 요청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시했다.경찰과 검찰 법무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건설업자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했던 여성사업가 K 씨를 19일 소환 조사하면서 성접대 동영상을 제출받았다. K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윤 씨가 A 씨뿐 아니라 여러 고위 인사를 성접대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A 씨와 성관계를 한 것으로 알려진 C 씨를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동영상 속 남자가 A 씨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밀 분석이 끝나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키로 했다. 경찰은 본보가 “작은아버지(윤 씨)의 요청으로 고위관료 A 씨에게 성접대 동영상의 스틸사진을 보내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 보도한 윤 씨의 조카도 소환 조사해 노트북컴퓨터를 제출받았다. 경찰은 윤 씨가 다른 고위인사 성접대 동영상도 보관하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윤 씨의 조카가 고위관료 A 씨의 동영상을 보관해 뒀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웹하드도 압수수색할 계획이다.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별장을 다녀간 전현직 고위층 인사 10여 명의 이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리스트’가 나온 것이다. 동영상에 찍힌 것으로 의심받는 A 씨를 포함한 전현직 고위급 관료 7명, 전직 국회의원, 병원장 2명, 언론사 간부 2명 등이 별장을 다녀간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이들은 사실상 ‘집단 난교(亂交) 파티’를 벌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최근 성접대가 이뤄진 윤 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을 수색해 변태 성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쇠사슬과음란영상물을 다수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여성사업가 K 씨는 건설업자 윤 씨가 공사 수주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정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씨가 조만간 피의자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른 관련자 진술을 통해 윤곽을 어느 정도 그린 뒤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성접대 여성 등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이름이 나오는 인사들에 대해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충분할 경우 지위 고하를 떠나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신광영·박훈상 기자·차주혁 채널A 기자 neo@donga.com}

18일 오후 9시경 강원 원주시 남한강변의 한 별장 앞에 서자 간담이 서늘했다. 정부 고위 관료를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이 건설업자 A 씨에게서 성접대를 받은 장소로 의심받는 별장 주변은 암흑천지였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대문 앞을 비췄다. 별장 안에선 개 짖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기자는 인근의 다른 집 문을 두드렸다. 별장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증언을 들어 보기 위해서였다. 집주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별장 관리인이 나무 몽둥이를 들고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취재팀이 별장 앞에 세워 놓은 차를 폐쇄회로(CC)TV로 본 모양이었다. 관리인을 본 집주인은 “난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하고는 집 안으로 사라졌다. 관리인은 A 씨를 ‘대장’이라고 불렀다. 그는 기자에게 “대장은 여기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관리인이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인기 여가수가 별장에 왔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별장에 A 씨가 숨어 있다”고 했지만 관리인은 “여기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취재팀이 확보한 사진에 따르면 이 별장 내부에는 노래방 기기와 드럼 세트, 홈바 등이 설치돼 있다. 기자는 A 씨가 몸을 피한 곳으로 추정되는 충북 제천시의 한 절을 찾았다. 별장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A 씨는 별장에 귀한 손님이 올 때면 이 절에서 만든 밑반찬을 얻어 원주 별장으로 갔다고 한다. 주지 스님은 “A 씨가 별장에 고위층을 불러서 자주 접대했다. 그들이 절간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곳까지 와서 얻어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이후 이곳에 들르지 않았다”고 했다. 본보 취재 결과 A 씨는 최소 4, 5개의 건설 및 리모델링 관련 업체 회장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 씨 지인들은 “회장 명함은 허울일 뿐 2006년 분양 실패 이후 빚이 늘어 고민이 컸다”고 전했다. A 씨는 시행을 맡은 건물 분양 과정에서 투자비 7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아내 등과 함께 투자자에게 고소당하기도 했다. 70억 원 횡령 건은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지만 지난달엔 분양자 8명에게 분양대금 3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다시 고소당했다. A 씨가 2008년 토지를 매입해 추진한 골프장 공사도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취재팀이 A 씨 자택과 회사 관련 주소지를 방문해 보니 A 씨와 투자 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점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A 씨에게 빌려 준 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18일 A 씨가 주로 출근하는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 찾아갔을 땐 책상 하나와 컴퓨터, 소파밖에 놓여 있지 않았다. 자신이 돈을 빌린 업체의 방 하나를 빌려 쓰는 탓에 문에 붙이는 안내판조차 없었다. 책상에는 각종 고소장, 등기부등본 등 소송에 필요한 서류뭉치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제천·원주=조동주·박훈상·이철호 기자 djc@donga.com}

정부 고위 관료가 수년 전 건설업자에게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지난 몇 주간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사건으로 여겨져 왔다. ○ 고소 사건에서 불거진 의혹이 사건은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여성이 지난해 11월 건설사 대표 A 씨를 강간 협박 혐의 등으로 서울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이 여성은 A 씨가 자신에게 최음제를 먹여 성폭행하며 휴대전화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공개하겠다며 협박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A 씨에게 빌려 준 돈 15억 원을 갚으라고 요구하자 A 씨가 채무 독촉을 피하려고 동영상과 흉기로 위협했다는 게 이 여성의 주장이다.고위 공직자 B 씨가 등장하는 동영상 의혹은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를 고소한 여성은 A 씨가 돈을 갚지 않자 속칭 ‘해결사’를 동원해 A 씨가 타던 벤츠S600을 뺏어 왔는데 이 차 트렁크에서 A 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동영상 CD 7장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들 CD 중 하나에 B 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동영상 첩보를 입수한 경찰청이 동영상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자 “폐기해 버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이 여성의 고소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총기와 약물 소지, 불법 음란성 동영상 촬영 혐의를 확인해 A 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으며, 현재 A 씨의 고위층 성 접대 의혹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별장에서 성 접대 B 씨가 성 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의 존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문제의 동영상이 존재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첩보를 여러 군데서 입수해 찾고 있지만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 동영상을 직접 본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A 씨와 A 씨의 조카, 그리고 A 씨를 고소한 여성과 한 법조계 인사다.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은 이들 가운데 A 씨의 조카와 법조계 인사에게서 동영상 내용에 대해 상세한 증언을 들었다.이 법조계 인사는 17일 취재팀과의 두 차례 통화에서 “휴대전화에 담긴 성관계 동영상을 봤는데 화면에 등장하는 남성이 ○○○(B 씨의 이름)가 분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유흥업소 여성이 아닌 일반 여성으로 알려졌다.문제의 동영상 파일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A 씨의 조카도 16일 취재팀과 만나 “노래방 시설이 있는 곳에서 성관계가 이뤄졌고, 얼굴 정면이 아니라 서 있는 사람을 아래에서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아버지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B 씨)에게 성관계 동영상 중 한 장면을 스틸 사진으로 만들어 보내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취재진의 요청에도 이 동영상의 공개를 거부했다. 당시 별장에는 B 씨 외에도 4, 5명의 사회 지도층 인사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A 씨가 성 접대를 한 곳으로 알려진 곳은 강원도 남한강변에 있는 별장이다. 이 별장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서울에서도 급이 될 만한 사람들이 별장에 자주 왔다”고 말했다. 별장 관계자도 “예쁜 아가씨들이 서빙을 하고 탤런트 가수들도 놀러 왔다”고 전했다.경찰이 B 씨가 등장한다는 성 접대 동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 씨 집과 별장 등을 압수수색해야 하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A 씨 별장에 불려가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과 주변 인물들을 접촉해 동영상의 행방을 쫓고 있다.경찰은 A 씨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B 씨와 전직 국장급 공무원, 병원장 등 유력 인사들을 이 별장으로 불러 성 접대를 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흥업소 여성이 아닌 사업가와 예술가, 주부 등 일반 여성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정계 인사, 기업가, 대학 교수 등이 참가하는 유명 조찬모임에 건설사 회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참여하기도 했다. 취재팀은 A 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그의 사무실과 주민등록상 주소지, 평소 자주 가는 곳 등을 수차례 방문하고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박훈상·이철호 기자·김윤수 채널A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