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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대는 수시모집에서 정원 내 모집인원의 62.2%를 선발한다. 이 가운데 수시 1차 모집에서 일반학생(논술) 전형 178명, 심층면접 전형 107명, 지역고교출신자 전형 64명, 미래항공우주인재 전형(입학사정관 전형) 62명, 사회기여자 및 항공종사자 자녀 전형 18명을 뽑는다. 수시 2차 모집에서는 학업성적우수자 전형 126명을 선발한다. 일반학생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40%+논술 60%를 반영한다. 심층면접 전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100%로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심층면접 100%로 뽑는다. 심층면접은 30분의 문제풀이 시간과 10분의 구술면접 시간을 준다. 지역고교출신자 전형 중 고양시 지역고교출신자 전형은 학생부 40%+논술 60%로, 경기/인천 지역고교출신자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100%로 뽑는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수능 3개 영역 중 1개 이상 2등급 이내)도 적용한다. 미래항공우주인재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60%+서류평가 40%로 3배수 내외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심화면접 100%로 최종 선발한다. 심화면접은 기초학력면접과 특기적성 및 인성면접을 15분씩 총 30분 실시한다. 이 전형에선 62명 가운데 40명을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에서 뽑는다. 사회기여자 및 항공종사자 자녀 전형은 학생부 100%로 모집한다. 지난해 수시 2차 모집에서 실시한 항공종사자 자녀 전형을 사회기여자 전형과 통합한 전형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수능 3개 영역 중 1개 이상 2등급 이내)을 적용한다. 학업성적우수자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100%로 뽑는다. 원서접수는 수시 1차 9월 6∼11일, 2차 11월 12∼16일이다.ibhak.kau.ac.kr, 02-300-0228∼9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협성대는 2013학년도 수시에서 1차, 2차로 나눠 모집하며 수험생들의 복수지원이 가능하다. 수시 1차에서는 일반전형, 대학독자적기준 특별전형(어학·문학특기자, 면접전형, 지역연고, 국가유공자 및 사회기여자, 담임목사추천), 정원 외 특별전형(농어촌학생, 특성화고교 출신자, 기회균형선발, 북한이탈주민)으로 565명을 선발한다. 전형방법은 어학·문학특기자 전형의 경우 학생부 50%+서류심사 30%+면접 20%, 면접 전형의 경우 학생부 60%+면접 40%로 뽑는다. 담임목사추천 전형은 학생부 60%+면접 40%로 선발한다. 일반전형을 포함한 그 외 모든 전형은 학생부 성적 100%로 뽑되, 일반전형의 실내디자인학과만 학생부 60%+면접 40%로 선발한다. 수시 2차에서는 일반전형, 대학독자적기준 특별전형(담임목사 추천)으로 255명을 선발한다. 전형방법은 일반전형의 경우 학생부 100%, 신학대학의 담임목사추천 전형의 경우 학생부 60%+면접 40%로 뽑는다. 예술대학의 음악계열은 실기 80%+학생부 20%를 반영하며, 미술·디자인계열은 실기 70%+학생부 30%로 선발한다. 학생부 성적반영은 인문, 예능계열의 경우 국어·수학·영어 교과영역 중 석차등급이 높은 5과목, 사회·과학 교과영역 중 석차등급이 높은 5과목 등 10과목을 반영한다. 자연계열은 수학·영어 교과영역 중 석차등급이 높은 5과목, 사회·과학 교과영역 중 석차등급이 높은 5과목 등 10과목을 반영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되지 않으며,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2013학년도에는 미디어영상전공, 호텔관광경영전공 등을 신설했다. 원서접수는 수시 1차 8월 27일∼9월 11일, 2차 11월 12∼16일이다.iphak.uhs.ac.kr, 031-299-0609∼11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성신여대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 1차에서 527명, 2차에서 414명을 모집한다. 지원자 모두 논술고사에 응시할 수 있다. 논술고사 시간은 2시간이며 인문계·자연계로 구분해 수능 전 10월 14일에 실시한다. 글로벌의과학과를 제외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 공인어학능력시험 성적이 있는 학생은 성신글로벌인재1·2 전형에 유리하다. 성신글로벌인재1 전형은 1단계에서 공인어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수험생이 지원한 외국어로 면접고사를 실시한다. 성신글로벌인재2 전형은 수시 2차에서 선발한다. 공인어학능력시험 성적 100%를 반영해 합격자를 뽑는다. 미술, 음악, 연기 분야의 학생들은 실기우수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실기우수자 전형은 미술대학, 음악대학에서 실기 성적 100%를 반영해 합격자를 선발하고 융합문화예술대학(미디어영상연기학과, 현대실용음악학과, 무용예술학과, 메이크업디자인학과)은 1단계에서 실기 성적으로 4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고사를 실시한다. 미술대학, 음악대학 일부 학과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수시 2차 일반학생 전형은 학생부 100%로 선발한다. 우선선발 인원은 수능 최저학력기준(4개 영역 가운데 인문계는 2개 평균 2등급, 자연계는 2.5등급 이내)을 적용해 모집인원의 50%를 선발한다. 우선선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일반선발 기준(4개 영역 가운데 2개 각각 4등급 이내)을 적용해 뽑는다. 성신여대는 교차지원이 가능하며, 수시모집에는 3회 지원이 가능하다. 원서접수는 수시 1차 9월 6∼11일, 2차 11월 12∼16일이다.www.sungshin.ac.kr/iphak, 02-920-2000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대입 수시모집의 필수 서류인 자기소개서. 자기를 소개하란 말인데 수험생들에게는 막막하기만 하다. 3일 동안 질문지를 잡고서 고치고 또 고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등학생인 동생이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단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원하는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쓸 만한 정보는 찾기 힘들다. “자신이 직접 작성해야 하고 진솔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라”는 식이다.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자기소개서 대필업체. 거금 35만 원이 필요했지만 미련 없이 자기소개서를 맡겼다. 고3 수험생 A 군의 얘기다. 그는 “대필이 나쁜짓인 줄 안다. 하지만 이공계 지망이라 작문실력이 떨어지는데 대학에서 제공하는 정보마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대입 수시모집 마감을 앞두고 자기소개서 대필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올해 입시에서 대필 자기소개서를 적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도대체 어떻게 써야 좋은 자기소개서가 되는 걸까. 수험생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그래도 주요 대학 입학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있다. 》○ 전공, 항상 전공을 기억하라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학업능력, 적성을 개발하기 위해 본인이 참여한 교내활동 중 의미 있는 활동을 5가지 이내로 기술하고,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500자 이내) ‘지원학과에 대한 지원 동기를 설명하고, 입학 후 학업 계획과 향후 진로 계획에 대해 기술하세요.’(500자 이내) 올해 한양대 수시모집의 자기소개서 항목 가운데 몇 가지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보통 교내외 활동, 지원동기와 포부, 단체 및 봉사활동 경험, 성장과정 등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요구하고 있다. 얼핏 보면 상당히 다양한 정보를 요구해 막막하다. 하지만 입학관계자들은 “자신의 전공에 집중해 포커스를 맞추면 풀어나가는 길이 보인다”고 조언한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자기소개서에는 일반적으로 ‘틀’이 있다. 전공과 관련된 적합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고 본인이 그 전공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가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입학관계자는 합격자 자기소개서 가운데 평가가 좋았던 두 가지를 예로 들었다. ‘광고를 하고 싶어 독립영화제와 광고작품전에 도전한 이야기’와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되기 위해 정보기술(IT)과 관련 창업에 도전한 이야기’가 그것. 자신이 활동한 경험을 먼저 제시하고 해당 학과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학교생활 틈틈이 관련 활동을 했다는 것을 연결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시작은 작은 에피소드로 “큰 물고기를 잡으려다 보면 대하소설이 된다. 수필 쓰듯 작은 에피소드부터 풀어라.” 서울대 입학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성적이 상위권인 서울대 지원 수험생의 자기소개서조차 ‘대하소설’이 절반 이상이라고 했다. 처음에 추상적이고 장황한 얘기부터 전개하다 보니 ‘시작은 창대하고, 결론은 흐지부지’인 경우가 많다는 것. 경희대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로 의상학과에 지원한 B 양의 사례를 들었다. B 양의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시작했다. ‘강원도 홍천의 농촌에 사는 나는 옷 입는 데 관심이 많다. 좀 눈에 띄더라도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다. 시골이다 보니 ‘튀는’ 옷을 입고 나가면 친구들이 뒤에서 수군거렸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그는 ‘옷은 또 다른 자신이고 자아’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전했다. 홍천 출신 의상 디자이너의 특강을 들으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고 꾸준히 습작활동도 해왔다는 얘기도 전했다. 임 사정관은 “자그마한 에피소드지만 왜 의상학과에 지원했는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드러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진정성도 ‘A등급’ 자기소개서를 만드는 데 핵심 요소다. 고려대 입학관계자는 “자기소개서를 수천 개 읽다 보면 첫 번째 줄만 봐도 소설인지 진실인지 티가 난다”고 강조했다. 일단 꾸며낸 티가 많이 나면 대충 훑어만 보기에 평균 이상 점수를 받기 힘들다는 것.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완성될까. 입학관계자들은 우선 어깨에 힘부터 빼라고 했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일단 자신의 장단점과 특징, 의미 있는 경험 등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정리한 뒤 이를 가감 없이 원고지에 옮기라고 충고했다. 특히 미사여구는 금물이다. 미사여구를 쓰거나 단문이 아닌 복문으로 작성하면 아무래도 겉모습만 화려한 소설이 되기 쉬워서다.○ 늦어도 3학년 1학기엔 준비하자 이 밖에 수험생이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이 더 있다. 일단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중앙대 이찬규 입학처장은 “대부분의 학생이 책이나 TV를 보면서 지금의 꿈을 키워왔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식상하다. 본인의 단점이 드러나더라도 자신의 외모, 성격, 인생사 등이 드러나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구체적으로 하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석록 한국외국어대 책임입학사정관의 조언이다. “의대에 지원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냥 남들을 돕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이 대학 병원은 화상전문병원으로 화상 치료에 전문성이 있다. 나는 화상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이 대학 의대에 지원하고자 마음먹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결국 대단한 활동이나 수상경력이 없어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 입학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늦어도 3학년 1학기까지는 자신이 보여줄 이야깃거리를 찾아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제상 경희대 입학처장은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 원서를 쓰려면 가지고 있는 좋은 소재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각 대학의 자기소개서 양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요소’는 비슷하니 틈날 때마다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나열·감정호소는 모두 감점 감점을 피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입학관계자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여기는 기초적인 부분을 놓치는 수험생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흔한 경우는 경력을 나열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자기소개서다.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적혀 있는 수상실적이나 활동경력을 단순히 늘어놓고 무턱대고 자신이 뛰어나다고 우기는 자기소개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서강대 이욱연 입학처장은 “모범답안을 찾기보다는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쓰되 활동과 수상경력을 단순하게 나열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글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점만 내세우다가 정작 자기소개서 항목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쓰지 않는 ‘사오정 자기소개서’도 문제다. 연세대 박승한 입학처장은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원하는 답을 질문을 통해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모범답안처럼 만들거나 자신의 얘기를 강조하다 질문에서 원하는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기소개서 버전 45개, 인력 투입 일수 딱 한 달. 8월 18일 5시 58분. 최종 제출을 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얼마 전 기자에게 도착한 e메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가 보냈다.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만들려고 가족이 함께 노력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이가 독서실에서 귀가하는 밤 11시부터 가족회의가 시작됐습니다. 때론 의미 있는 단어의 향연으로 웃고, 이견으로 삐친 적도 있었죠. 솔직히 자기소개서가 꼬여 갈 땐 대행업체 사이트를 보며 유혹에 흔들린 적도 있었어요.” 잠시 흔들렸지만 돈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고 나니 모두가 뿌듯했다고 전했다. 아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식구 사이의 정을 돈독하게 쌓는 계기가 됐다는 말이었다. 최선을 다한 아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줄은 이랬다. “돈으로 포장된 자기소개서와 정성과 진실이 담긴 자기소개서를 대학 입학처에서 구분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맞춤형 대필까지 등장하는 등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 대필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본보 15일자 A10면 보도)가 처음 나간 뒤 기자에게 이런 e메일이 여러 통 쌓였다. 지방에 사는 수험생은 “서울에선 다 하는데 나만 안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어느 학부모는 “정부, 대학은 대체 뭐하고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논술 첨삭하던 학원 강사는 물론이고 대학생까지 돈을 노리고 뛰어들 만큼 대필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하지만 원칙대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자기소개서를 직접 쓰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쓸 때는 귀찮고 힘들지만 완성하고 나면 그만큼 뿌듯하니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처음으로 내 자신을 찬찬히 돌아봤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반성했다.”(수험생 장모 군) “3주 동안 밤을 새우며 쓰고 고치다 보니 작문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 다가올 논술 시험에 자신감도 생겼다.”(수험생 심모 양) 대필은 그 자체로 심각한 범죄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다수의, 선량한 학생과 학부모까지 흔들릴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자기소개서를 대필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 학생은 대학 논문은 물론이거니와 취업용 자기소개서까지 대필하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취재 현장에서 만난 수험생은 기자에게 “(대필 관련) 기사를 써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는 정성껏 만든 자기소개서를 수줍은 표정으로 보여 줬다. 고맙다는 말은 오히려 기자가 학생에게 하고 싶다. 유혹을 뿌리치고 양심이란 기둥을 잘 지켜 줘서.신진우 교육복지부 기자 niceshin@donga.com}

뉴스를 보다 그대로 넋을 잃었다. 깨어난 뒤엔 정신없이 아이를 찾았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 전해숙 씨(55)는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 1995년 6월 29일. 그날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전 씨의 상실감은 더 컸다. 당시 중3이던 딸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참사를 당했다. 딸아이는 아빠 생일 선물을 마련하겠다고 백화점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그날 오전, 딸아이는 여느 때처럼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전 씨는 딸아이를 가슴에 묻어야 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어디에 하소연할까. 전 씨는 세상으로 향하는 모든 마음의 창을 닫았다. 혹여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성당에만 다녔다.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다친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성당에서 몸이 아픈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다. 제대로 돕고 싶었다. 굳게 닫힌 마음의 창이 열리기 시작한 게 이즈음. 눈이 녹듯 아픔도 녹았다. 봉사활동 자격증을 따려 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졸업 학력만으론 자격증을 딸 조건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양원주부학교에 입학했다. 오랜만에 시작한 공부는 낯설었다. 영어, 수학이 특히 힘들었다. 동료 학생들이 곁에 있기에, 선생님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배움의 기쁨을 알아갔다.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오래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발표도 했다. 올해 딸아이의 17번째 기일은 챙기지 못했다. 기일마다 딸과 자주 갔었던 곳을 찾았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도서관에서 고입 검정고시 준비에 매진했다. 아이도 응원해줄 것이라 믿었다. 합격통지서를 받은 4월의 어느 날, 아이의 사진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전 씨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엄마의 등을 밀어 주는 딸의 손길을 느꼈다. 그렇게 딸의 온기를 받으며 학교로 가는 지하철 계단을 매일 올랐다. 작지만 큰 결실. 전 씨는 만학도 주부 158명과 함께 이달 24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주부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양원주부학교는 6·25전쟁으로 인해 남한으로 피란 온 사람들의 자녀, 전쟁고아, 극빈 아동 등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1953년 설립된 일성고등공민학교의 후신이다. 올해까지 4만896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오늘도 두 명의 인생을 추가로 책임지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최근 올라온 글(캡처사진 참조)이다. 자신을 진보신당 울산시당 편집위원이자 A대학 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밝힌 이가 썼다. 그는 이런 글도 남겼다. “원래는 논술을 첨삭했는데 수시모집 시기를 맞아 자기소개서 담당이 됐다”, “자소서는 10만 원, 진로 계획은 20만 원에 해 준다”, “여고생 4명의 자소서를 써주고 있다. 선생이라는 이유로 전화번호를 훔쳐 카톡(카카오톡)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부끄러움이 없는 말투. 아니, 당당함이 묻어났다. 또 다른 20대도 자기 블로그에 자랑을 늘어놨다. 스스로를 ‘대필 스페셜리스트’라고 표현했다. “싼값에 고객을 모신다. 지난해에만 대입 자소서 관련 20명 이상 대필해줬고, 고객 모두 양과 질에서 만족했다.” 그는 자신이 대신 써준 자기소개서 샘플을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필업자 중 일부는 이렇게 대학생 신분을 강조한다. 입시업체의 전문가들이 컨설팅과 대필을 자주 하는 바람에 자기소개서 내용이 비슷해지자 대학생들이 참신함을 내세우며 빈틈을 노리는 셈이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는 대학생들이 붙인 자기소개서 대필 전단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선 더 쉽다. ‘자기소개서 대필’이라는 검색어만 치면 된다. 강남구 도곡동의 A학원에서 일하는 40대 논술강사는 “대필은 엄연히 나쁜 짓 아니냐. 우리는 조언 자체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데 대필한다고 나서는 대학생을 보면 진짜 용감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런 대학생들은 특히 일대일 맞춤형 대필로 인기를 끌지만 교육과 입시를 왜곡한다는 인식이 거의 없다. 경력 2년차라는 대학생 A 씨는 “주변에서 많이 하다 보니 크게 잘못이라고 못 느낀다.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가 대필 몇 번 해주고 200만 원 벌었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B 씨는 “대필을 잘한다고 소문나면 ‘작가’로 불린다.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그만큼 글 잘 쓰고 똑똑하고 돈 잘 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C 씨는 큰소리까지 쳤다. “어차피 걸릴 염려도 없다. 걸리면 수험생이야 처벌받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대필 행위를 제재 또는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앙대 이찬규 입학처장은 “수험생이 대필받은 사실을 부인하면 그만이다. 일대일로 대필한 대학생을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자기소개서 대필 의혹이 강한 것으로 드러난 고교와 교사에게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맞춤형 대필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의 조미정 교육연구소장은 “대필의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수험생에 대한 조언과 첨삭을 넘어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다면 형사처벌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대필=범죄’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대학 입시 자기소개서 대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다.주요 대학들은 자기소개서를 여러 명의 입학사정관이 공동으로 검토하는 식으로 확인할 계획이지만 점점 교묘해지는 대필을 완벽히 막기는 힘들어서 애를 먹고 있다. ○ 대필과의 전쟁…고심하는 대학들서울대는 18일 입학사정관전형의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6600자 분량을 요구하는 데다 질문 내용이 만만치 않아 대필 유혹에 흔들린 학생이 많았을 거라는 후문이다.대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는 2단계로 검증하기로 했다. 입학사정관 25명이 1차로 검토하고, 2차로 서로 바꿔 보기로 했다. 입학사정관들은 과거 대필 사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면서 대필을 가려내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중앙대는 면접 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지조사를 하기로 했다. 범죄로 인해 기소된 적 있는지, 대필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식이다. 답변과 다른 내용이 나중에 밝혀지면 합격취소 등의 조치를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한다. 이찬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장기적으론 자기소개서 작성 기준과 대필 방지 대책을 모은 종합 가이드라인을 세울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한양대도 지난주 입시 관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5년 동안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면서 쌓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전에 좋지 않은 사례로 적발된 학교는 더 엄격히 검토해서 대필을 가려낼 방침”이라고 밝혔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자기소개서 대필 의혹이 강한 것으로 드러난 고교와 교사에 대해서는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인력도 부족, 시스템도 부족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교사추천서 대필 의혹을 문제 삼는 데 대해 서울 A대학의 입학사정관은 “교사추천서는 참고용으로만 보니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다르다. 딱히 선발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기소개서를 더 비중 있게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자기소개서 대필 방지대책이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급증하는 수시 지원자에 비해 입학사정관이 턱없이 적다는 점. 서울의 B대학 관계자는 “많아야 10∼20명인 입학사정관에게 1만 명이 넘는 수험생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보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라고 얘기했다.표절 검색 시스템도 외국과 비교하면 정교하지 못한 편이다. 올 초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영학 석사 과정의 지원자가 8년 전 온라인 매체에 실렸던 글을 베껴 썼던 사실이 드러나 불합격됐다. 표절을 잡아내는 ‘턴잇인포어드미션’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결과다. UCLA는 당시 지원자 870명의 에세이를 검사해 12명의 표절 사실을 밝혀냈다.글쓰기의 윤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다. 서울 대원외고의 유순종 교감은 “해외 중고교에서는 글을 읽고 요약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써내는 교육이 일반화돼 있다. 우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학생들이 대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저희는 한 달 동안 아이 자기소개서 때문에 가족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조언해주는 식이죠. 아이는 이렇게 노력해서 쓰는데 친구들은 대필 맡기면 된다고 걱정 없답니다. 대필 업체, 정말 압수수색이라도 안 하나요?’ 대입 수시모집 1차 원서접수가 16일 시작되면서 자기소개서 대필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읽고 독자가 e메일을 보내 이렇게 하소연했다. ○ 원칙 지키면 이상한 사람? 그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다. 원칙대로 자기소개서를 쓰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 게 요즘 고교 교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금은 대필 맡기는 학생이 20% 정도이지만, 이런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으면 내년에는 50%가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자기소개서와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 이상이다. 괜히 나만, 또는 우리 아이만 손해 보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실제 동아일보가 서울 강남구의 A고 학생 60명에게 자기소개서 대필을 맡길 생각이 있는지 물었더니 ‘하지 않겠다’는 대답은 13명(21.7%)에 그쳤다. 자녀가 고교 2학년인 김서연 씨(44)는 “나쁜 짓인 건 안다. 그런데 내 아이의 라이벌이 대필을 맡긴다고 할 때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라고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자기소개서를 스스로 쓰려고 생각하던 수험생과 학부모에게까지 이런 불안감이 퍼지고, 결국 대필자를 구하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구의 B고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강남과 양천구 등을 중심으로 만연한 대필이 이제는 지방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일선 고교 교사 사이에서는 자기소개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정보 부족이 새로운 상술 부추겨 합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대필을 시키는 일부 학생 및 학부모도 문제지만 대학과 교육당국이 제공하는 정보가 부실해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명문 A대는 올해 수시모집 일반서류전형, 학교생활우수자전형, 자기추천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받는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작성법은 ‘자주 묻는 질문(FAQ)’을 통해 짤막하게 설명하는 데 그친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직접 작성해야 하며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를 들어 진솔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면 된다”는 식이다. 서울의 B대도 마찬가지. 수시 1차 모집에서는 모두 자기소개서를 받지만 구체적 작성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 대학의 온라인 상담 코너를 보면 “본인이 잘 판단해서 쓰면 된다”는 식으로 답변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모범답안이 있는 게 아니라서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이나 예시를 공개하도록 대학에 권장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얘기했다. 이런 틈을 상업적으로 노리는 업체들도 있다. 온라인으로 영업하는 A 업체는 △대학별, 전형별, 계열별 합격 선배 1395명이 수시합격을 위해 맞춤형 멘토링을 제공한다 △국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선배들의 피와 땀이 섞인 수백 장의 자기소개서를 갖고 있다면서 이용 기간에 따라 돈을 달리 받는다. 지난주 영업을 시작한 B 업체도 마찬가지. 자기소개서 1편을 열람하는 가격은 평균 3000원으로 정했다. 3만9900원의 ‘프리패스권’을 사면 500편 전체를 자유롭게 보게 한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의 김영일 대표는 “정보가 부실하면 불안감이 커지고, 결국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하기 쉽다. 자기소개서 대필은 대학 논문 대필, 입사지원서 대필로 이어져 ‘악마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찝찝하다. 논술 지도라고 선전하지만 이건 엄연히 대필. 그런데 현금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미 강남 바닥엔 내가 대필해준 학생 3명 모두 합격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지칭) 간판까지 달고 있는 난 섭위대상 1순위. 여름 방학 두 달만 집중적으로 하면 500만 원은 손에 쥔다. 이 기회를 버릴 수 없다.’(대필 경력 2년 차 대학생 A 씨) 대입 수시모집 1차 원서접수가 16일 시작된다. 본격적인 입시철에 접어들면서 A 씨 같은 자기소개서 대필업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수시에서는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래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직접 정리해야 하지만 합격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돈을 주고 전문업자를 찾는 사례가 늘었다. 서울 강남구의 고교에서 진학을 지도하는 A 교사는 “자기소개서와 관련한 상담이 3, 4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도 안 된다”고 했다. 학생들이 교사의 조언을 토대로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학생들은 대신 전문업자를 찾는다. 논술 학원 등 사교육 업체는 건당 50만∼100만 원까지 받는다. 인터넷에서도 관련 업체가 성업 중이다. 검색창에 ‘자기소개서 대필’을 치면 수십 곳의 업체가 뜬다. 보통 장당 4만∼5만 원을 받는다. 빠르면 하루 안에 완성본을 보내준다. 돈을 지불하면 합격한 대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도록 하는 유료사이트도 생겼다. 이런 사이트의 관리자 A 씨는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만들었다. 대필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최근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접속할 만큼 반응이 좋긴 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나 대학은 자기소개서 대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가령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해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학이 활용토록 했다. 김병진 대교협 입학지원팀장은 “유사도 검색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지난해 60개 대학에서 올해 125개 대학으로 확대했다. 소요 시간이 3배 이상 빨라지고 시스템이 정밀해져 표절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으로 ‘맞춤형 대필’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맞춤형 대필은 대학 재학생이 수험생과 일대일로 2시간 이상 인터뷰를 하고 작성하는 방식. 서울의 강남, 서초, 양천구 등 교육특구에서 인기가 많다. 학부모 신모 씨(44)는 “전문가 냄새가 덜 나고, 학생의 신선한 시각이나 문체를 넣으므로 쉽게 적발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액수는 100만 원 정도. SKY 출신이면 2배, 대필자의 전공이 수험생의 지원 학과와 관련 있으면 보너스가 붙는다. 학부모 김모 씨(46)는 “경력이 2, 3년 정도 되고 수험생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경험이 있는 대필자를 최고 등급으로 친다”고 전했다.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럭셔리’ 대필도 유행이다. 여러 명에게서 대필을 받은 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거나 좋은 부분만 짜깁기해 완성하는 식이다. 서울 용산구의 A고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논술 학원에는 논술은 물론이고 대필을 함께 해주는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해 학생과 학부모를 유혹합니다. 대필은 진화하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내와 아들에게 금메달을 바칩니다.”(유도 90kg급 금메달 송대남)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어섰습니다.”(양궁 남자 개인 금메달·단체 동메달 오진혁) “예전 같으면 황혼기였겠죠. 하지만 전 이제 전성기입니다.”(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금메달 원우영)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운동선수로서는 환갑으로 여겨지는 30대 나이에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에 섰다. 송대남은 33세, 오진혁은 31세, 원우영은 30세다. 런던 올림픽이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여느 올림픽 같으면 어린 태극전사들의 돌풍이 입에 오를 법한 시기지만 이번엔 유독 노장들의 투혼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그리고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그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메달리스트의 나이(야구, 핸드볼은 제외)를 비교하니 2004년 2명, 2008년 3명에 불과했던 30대 메달리스트가 이번 올림픽 들어 12명(9일 현재)으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2004년 4명이었던 10대 메달리스트는 이번엔 한 명도 없었다. 메달리스트들의 평균 나이 역시 크게 높아졌다. 2004년 24.6세(34명), 2008년 24.9세(35명)에서 27.1세(37명)까지 높아졌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아마추어로 구성된 올림픽 선수단의 평균 나이가 25세를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스포츠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과학적 관리-절제로 체력 다지고 경험-노하우 쌓이니 경기력 쑥쑥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 최연장자는 남자의 경우 탁구의 오상은(35), 여자는 펜싱의 정길옥(32)이다.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 가운데 17명(45.9%)은 이전에 한 번 이상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금메달을 수확한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4명의 평균 나이는 27.8세였다. 이들에 대해 김용율 펜싱 대표팀 총감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여전히 힘이 남아돈다. 지금 선수 대부분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은메달을 딴 탁구 남자 단체 3명의 평균 나이는 32.3세. 4위에 올라 메달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탁구 여자 단체 4명 가운데 3명도 30대였다. 노장들의 선전을 가능하게 한 비결은 ‘몸 관리 업그레이드’가 첫손에 꼽힌다. 김영수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몸 관리 비법이 최근 몇 년 새 선진국 수준이 됐다”면서 “체력은 그대로인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니 나이가 들어도 경기력은 오히려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경수 사격 대표팀 총감독은 “술, 담배 등을 하지 않는 선수가 늘었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이젠 선수들이 더 잘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5, 6년 사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부분도 30대 투혼을 이끌어 낸 한 요인. 과거 같으면 팀이 없어 은퇴할 나이의 선수들이 지자체 팀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해왔다. 그 덕분에 대학생 등 20대 초반이 중심이었던 과거 올림픽 무대에서와는 달리 지자체 소속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실제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을 조사했더니 19명(51.4%)이 지자체 소속이었다. 2004년 20.9%, 2008년 26.5%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올해부터 신규 창단 실업팀에 3년 동안 총 3억 원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 소속 선수 양성에 발 벗고 나섰다. 과거와 달리 격투기 등 이른바 ‘힘쓰는’ 종목뿐만 아니라 메달밭이 사격, 펜싱 등 노장들이 활약할 수 있는 종목으로 다변화됐다는 해석도 있다.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한명우 선문대 교수는 “국내 스포츠심리학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심리 훈련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으로 노장 선수들이 더 좋다. 그래서 이들의 성적 향상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다소 싸늘한 시선도 존재한다. 사이클 조호성(38), 배드민턴 이현일(32), 유도 황희태(34) 등 노장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세대교체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한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에선 20대 초반 선수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렇다 보니 올림픽이 되면 ‘그때 그 선수’만 또 바라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아내와 아들에게 금메달을 바칩니다."(유도 90kg급 금메달 송대남)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어섰습니다."(양궁 남자 개인 금메달·단체 동메달 오진혁) "예전 같으면 황혼기였겠죠. 하지만 전 이제 전성기입니다."(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금메달 원우영)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운동선수로는 환갑으로 여겨지는 30대 나이에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에 섰다. 송대남은 33세, 오진혁은 31세, 원우영은 30세다. 런던 올림픽이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여느 올림픽 같으면 어린 태극전사들의 돌풍이 입에 오를 법한 시기지만 이번엔 유독 노장들의 투혼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그리고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그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메달리스트의 나이(야구, 핸드볼은 제외)를 비교하니 2004년 2명, 2008년 3명에 불과했던 30대 메달리스트가 이번 올림픽 들어 12명(9일 현재)으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2004년 4명이었던 10대 메달리스트는 이번엔 한 명도 없었다. 평균 나이 역시 크게 높아졌다. 2004년 24.6세(34명), 2008년 24.9세(35명)에서 27.1세(37명)까지 높아졌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아마추어로 구성된 올림픽 선수단의 평균 나이가 25세를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스포츠에 한 획을 그을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 최연장자는 남자의 경우 탁구의 오상은(35), 여자는 펜싱의 정길옥(32)이다.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 가운데 17명(45.9%)은 이전에 한 번 이상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금메달을 수확한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4명의 평균 나이는 27.8세였다. 이들에 대해 김용율 펜싱 대표팀 총감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여전히 힘이 남아돈다. 지금 선수 대부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은메달을 딴 탁구 남자 단체 3명의 평균 나이는 32.3세. 4위에 올라 메달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탁구 여자 단체 4명 가운데 3명도 30대였다. 노장들의 선전을 가능케 한 비결은 '몸 관리 업그레이드'가 첫 손에 꼽힌다. 김영수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몸 관리 비법이 최근 몇 년 새 선진국 수준이 됐다"면서 "체력은 그대로인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니 나이가 들어도 경기력은 오히려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경수 사격 대표팀 총감독은 "술, 담배 등을 하지 않는 선수들이 늘었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이젠 선수들이 더 잘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5, 6년 사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부분도 30대 투혼을 이끌어 낸 한 요인. 과거 같으면 팀이 없어 은퇴할 나이의 선수들이 지자체 팀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해왔다. 덕분에 대학생 등 20대 초반이 중심이었던 과거 올림픽 무대에서와는 달리 지자체 소속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실제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을 조사했더니 19명(51.4%)이 지자체 소속이었다. 2004년 20.9%, 2008년 26.5%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올해부터 신규 창단 실업팀에 3년 동안 총 3억 원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 소속 선수 양성에 발 벗고 나섰다. 과거와 달리 격투기 등 이른바 '힘쓰는' 종목뿐만 아니라 메달밭이 사격, 펜싱 등 노장들이 활약할 수 있는 종목으로 다변화됐다는 해석도 있다.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한명우 선문대 교수는 "국내 스포츠심리학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심리 훈련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으로 노장 선수들이 더 좋다. 그래서 이들의 성적 향상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다소 싸늘한 시선도 존재한다. 사이클 조호성(38), 배드민턴 이현일(32), 유도 황희태(34) 등 노장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세대교체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한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에선 20대 초반 선수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올림픽이 되면 '그때 그 선수'만 또 바라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일단 기선부터 제압해야죠. 매치업 상대에게 처음부터 밀리면 끝까지 못 말려요.”현재 올림픽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4강 신화를 쓴 홍명보 감독이 선수 시절 한 말이다.축구는 팀 스포츠다. 조직력이 떨어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인 능력에서 월등하게 차이가 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팀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가 상대와의 1 대 1 전투에서 밀리면 팀 전체 전력까지 휘청거린다는 게 정설. 8일 오전 3시 45분 결승 진출을 다툴 브라질의 선수 구성은 화려함 그 자체다. 이 경기에서 승부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매치업을 소개한다.○ 오재석 vs 네이마르왼쪽 측면공격수로 활약하는 네이마르(산토스)는 기대대로 활약 중이다. 4경기를 치르며 3골을 뽑았다. 하지만 오재석(강원)도 기세 면에선 만만치 않다. 영국과의 8강에서 부상당한 김창수(부산)를 대신해 전반 5분 만에 깜짝 출장했지만 연장전 끝날 때까지 안정적인 수비를 펼쳐 좋은 평가를 받았다.워낙 순간스피드가 좋고 공과의 일체감이 발군인 네이마르를 상대로 오재석이 무작정 덤비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네이마르의 속도와 드리블 타이밍은 예측을 뛰어넘는다. 공을 뺏으려고 하지 말고 막힌 공간으로 몰아가는 수비가 좋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중심을 낮춘 상태에서 네이마르를 막으라고 조언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네이마르는 협력 수비와 밀착 수비로 에워싸일 경우 볼을 질질 끌다 공격 흐름을 끊어 버릴 때가 있다”면서 “이때 역습을 노리면 한 방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 기성용 vs 오스카르양 팀 감독이 팀 내 전력의 핵심으로 꼽는 선수들이다. 홍 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필드 어디에서나 보일 만큼 활동량이 많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다”고 칭찬했다. 브라질의 마누 메네지스 감독 역시 최근 2500만 파운드(약 440억 원)의 이적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첼시로 이적한 오스카르를 두고 “시야가 넓고 볼 터치가 좋다. 전방으로 찌르는 패스 능력도 일품”이라고 극찬했다.공격형미드필더로 나서는 오스카르가 창의적인 패스를 자유롭게 뿌리게끔 놔두면 한국 수비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옆으로 두세 번 치고 나가다 순간적으로 전방으로 찌르는 패스는 말 그대로 ‘킬 패스’라는 평가. 한준희 해설위원은 “기성용이 강한 압박과 몸싸움으로 오스카르를 계속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영 vs 치아구 시우바둘 다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치아구 시우바(파리 생제르맹)는 현재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상급 중앙수비수. 힘도 좋고 수비수로는 드물게 스피드도 발군이다. ‘태클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정교한 태클도 무기다.반면 한국의 대표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은 컨디션이 다소 떨어진 상황. 과감한 돌파와 장기인 반 박자 빠른 중거리 슈팅이 앞선 경기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그렇다고 브라질 수비진이 난공불락은 아니다. 앞선 4경기에서 5골을 허용했다. 상대가 역습 시 공간을 보완하는 조직적인 플레이나 협력 수비에서 문제가 보였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시우바는 공격 가담 능력이 좋다. 반대로 얘기하면 역습 시 수비 전환이 느리다는 얘기”라면서 “원-터치 패스로 2, 3번 안에 박주영까지 연결하면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능력치에 비해 다소 부족한 시우바의 헤딩 능력을 노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위치 선정은 물론이고 점프력도 좋은 박주영이 시우바와 자주 경합해 공중 볼을 따낸다면 2선 공격수에게 찬스가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동영상=한국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 승부차기 다시보기}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란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를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래서 부모는 수영을 시켰다. 과잉 행동을 제어하고, 집중력 저하를 해소시키는 공간으론 수영장이 최고였다. 신체 조건은 물론이고 재능까지 탁월했던 아이는 훈련량도 엄청났다. 얼마 되지 않아 또래 사이에 경쟁자가 없었다. 15세에 이미 국가대표로 나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했다. 하지만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진 못했다. 4년 뒤 아테네 올림픽.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훌쩍 큰 그는 연일 금빛 행진을 펼치며 6관왕에 올랐다. 끝이 아니었다. 그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선 무려 8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마크 스피츠가 세운 기록(7관왕)을 깨고 새로운 전설이 됐다. 또 4년이 흘러 런던 올림픽. 그의 입으로 마지막이 될 거라 공언한 이 대회에서 얼마나 금메달을 추가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마리화나 흡입 등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며 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던 그의 성적에 물음표를 던지는 전문가가 많았다. 대회 직전 대표팀 동료가 그를 두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도 안 한다”고 비난하는 등 구설수에도 올랐다. 역시 출발은 좋지 않았다. 7개 종목에 출전한 그는 앞선 4개 종목에서 금메달 하나를 수확하는 데 만족했다. 그것도 단체전(남자 계영 800m)에서 따낸 하나였다. 그리고 3일 영국 런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남자 개인혼영 200m 결선. 혼신의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친 그는 1분54초27의 기록으로 맨 처음 터치패드를 찍었다. 레이스를 끝내고선 특유의 무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옆 레인의 라이벌 라이언 록티(28·미국)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록티는 1분54초90의 성적으로 은메달. 귀환한 ‘수영 황제’는 그때서야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종목에서 3연패를 이룬 마이클 펠프스(27·미국)다. 남자 수영 선수가 개인전의 같은 종목에서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건 그가 처음이다. 남녀를 합치면 돈 프레이저(호주·여자 자유형 100m)와 에게르세기 크리스티나(헝가리·여자 배영 200m)에 이어 3번째. 펠프스는 3일 현재 통산 올림픽 메달 수를 20개(금 16, 은 2, 동 2)로 늘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예전엔 ‘물 찬 제비’처럼 호리호리했죠. 지금은 완전 헐크예요, 헐크!” 남자 유도 대표팀 정훈 감독은 그를 두고 독하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15년 전 66kg에 불과했던 몸무게를 지금 91kg까지 늘렸으니. 사실 일반인의 몸무게가 이렇게 늘어나면 자기 관리 못했다고 손가락질 받기 딱 좋다. 그런데 그는 반대다. 생존을 위해 늘렸고, 그 덕분에 치열한 정글에서 살아남아 33세의 나이에 최고의 무대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일 남자 유도 90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송대남(남양주시청)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73kg급으로 시작해 81kg급, 다시 90kg급으로 변신한 송대남.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그의 생존 비결은 뭘까.○ 체중 늘렸지만 도복 잡기도 힘들어 송대남이 체급을 90kg으로 바꾼 시기는 지난해 3월. 81kg급으로 옮길 때보다 몇 배 더 고통스러웠단다. 체육과학연구원 김영수 책임연구원은 “나이가 들면 근력을 키우기 어렵다. 게다가 송대남은 ‘종합병동’으로 불릴 만큼 잦은 부상으로 몸이 망가져 있는 상태라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통이 따랐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부상으로 인한 훈련 부족으로 몸무게가 3kg가량 늘어난 상태였고 81kg급에는 강력한 라이벌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체급 올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일단 먹었다. 하루 5끼 먹으며 성인 남성 하루 칼로리의 8배 넘게 섭취했다. 쇠고기, 삼계탕, 달걀 등 고단백 위주로 식단을 짰다. 탄수화물도 빼놓지 않았다. 단백질 흡수를 빠르게 하려면 탄수화물도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게 트레이너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힘을 쓰는’ 체중을 늘려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하루 평균 3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해도 근력은 쉽게 늘지 않았다. 피나는 운동으로 힘을 붙이면 다시 체중이 2∼3kg 빠졌다. 먹고 빼기를 반복하다 보니 흡사 고무 옷을 입은 느낌. 그래도 그렇게 석 달을 반복했더니 서서히 힘이 붙기 시작했다. 몸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자신감은 얼마 가지 못했다. 경기에 나섰더니 상대 도복조차 잡기 힘들었다. 상대는 보통 그보다 5cm 이상 컸고 팔다리도 길었다. 게다가 90kg급에는 유독 신체 조건과 힘이 좋은 선수들이 득실댄다는 평가가 나오던 시점. 무게중심도 달랐기에 기술을 거는 타이밍조차 잡기 어려웠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주변 사람들에겐 이런 말을 했다. “괜히 체중을 늘려 양복 맞추느라 돈만 들었다.”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론 울었다.○ 교본에 나올 법한 업어치기, 더 빠르고 정교하게 20대 송대남은 포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30대 송대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결혼한 아내, 그리고 아내 배 속에 있는 아기를 생각하면 도복을 벗을 수 없었다. 아내는 정 감독의 막내 처제였다. 누구보다 성실한 그를 눈여겨본 정 감독이 소개해 줬다. 항상 그를 아끼던 감독을 생각해서라도 그만둘 수 없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 마음을 다잡은 그는 전략부터 새로 짰다. 작은 키와 부족한 근력을 스피드로 보완했다. 상대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였더니 반응이 왔다. 박선우(대구시체육회·90kg급→100kg급으로 체급 올림)는 “현대 유도는 손이 아닌 발로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스텝이 중요하다. 체급을 올려도 몸에 밴 스피드는 남아 있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스피드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그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일단 쉴 새 없이 ‘반복 대련’을 했다. 30∼40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상대를 바꿔 가며 대련해 다양한 상대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다. 73kg급에서 81kg급으로 이동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김재범은 변칙 기술에 능한 스타일. 그래서 체급 이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하지만 송대남의 기술은 교본에 나올 법할 만큼 우직했다. 한 유도 관계자는 “송대남은 ‘미스터 클린’으로 불릴 만큼 기술이 깨끗하다. 반대로 말하면 지나치게 정직하다는 얘긴데 이럴 경우 키가 크고 힘 좋은 상대를 만나면 고전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송대남은 고심했다. 그렇다고 장점을 버리기도 힘든 터. 결국 장점을 극대화하기로 결심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인 뒤 장기인 업어치기로 승부를 봤다. 낮게 웅크려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업어치기는 신체 조건이 뒤처지는 선수에게 유리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송대남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가다듬었다. ‘알고도 못 막는’ 기술로 승화시켰다. 송대남은 국제대회에서 연전연승하며 국제유도연맹(IJF) 랭킹 포인트를 쌓았고, 결국 5월 대표 선발전에서 간판 이규원을 꺾고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비운의 펜싱 스타 신아람(26·계룡시청)의 ‘특별상’ 수상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발단은 1일 국제펜싱연맹(FIE)이 경기 결과에 승복하고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신아람의 정신을 높이 사 특별상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FIE는 이날 한국 선수단이 제출한 소청을 기각했다. 관련 규정이 없어 심판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어설픈 논리가 이유였다. 특별상을 통해 일단 논란을 무마하고 보자는 ‘꼼수’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2심까지 갔기 때문에 판정이 번복될 일도 없고 스포츠중재재판소에 간다고 해도 승산이 없다”면서 “단체전도 있고 하니 (특별상을) 받고 끝내자고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논란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신아람이 특별상을 거부했다고 보도하면서 커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신아람은 인터뷰에서 “그것(특별상)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을 달래기 힘들다. 판정이 오심이라고 믿기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아람은 ‘특별 메달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받는다, 안 받는다 말할 처지가 못 된다’고 말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논란 직후 본보 기자와 만난 신아람은 특별상을 받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생각하기 싫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한체육회에서 수상 관련 강요가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받는다고 말 한 적도, 안 받는다고 한 적도 없다. 모든 건 단체전이 끝나고 생각해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신아람은 지난달 31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1초가 남은 상황에서 잘못된 시간 측정 때문에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동영상=신아람 1초 오심, 다시보기}
비운의 펜싱 스타 신아람(26·계룡시청)이 국제펜싱연맹(FIE)이 주기로 한 '특별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신아람은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그것(특별상)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을 달래기 힘들 것"이라며 "판정이 오심이라고 믿기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는 바로 앞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특별상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과 정반대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FIE는 이날 우리 선수단이 제출한 소청을 기각했다. 대신 신아람이 경기 결과에 승복하고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정신을 높이 사 메달이나 트로피 형식으로 특별상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특별상을 통해 일단 논란을 진정시키고 보자는 '꼼수'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2심까지 갔기 때문에 판정이 번복될 일도 없고, 스포츠중재재판소에 간다 해도 승산이 없다. 단체전도 있고 하니 FIE가 신아람의 상황을 인정해 줄 때 (특별상을)받고 끝내자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 단체전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특별상 수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신아람은 이날 미니홈피를 통해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힘든 시간"이라면서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신아람은 31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1초가 남은 상황에서 잘못된 시간측정 때문에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황당한 실격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4시간 뒤 실격 판정이 번복돼 기사회생했다. 비디오 판독 덕분이었다. 박태환은 비록 올림픽 2연패는 놓쳤어도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수영에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2.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비디오 판독 덕분에 처음엔 웃었다. 유도 남자 66kg급 8강에서 상대인 에비누마 마사시(일본)가 유효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연장전이 끝난 뒤 주심과 부심 2명은 조준호의 승리를 판정했다. 그런데 이번엔 비디오 판독이 조준호를 울렸다. 심판위원장은 비디오 판독을 이유로 판정을 번복했다. 유도에서 비디오 판독은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26개 종목 가운데 9개만 비디오 판독 안 해 바야흐로 올림픽도 비디오 판독의 시대를 맞았다. 종목마다 비디오 판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런던 올림픽 26개 전 종목의 비디오 판독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지 않은 종목은 축구, 핸드볼, 배구 등 9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요트, 조정 등은 배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 결승선 통과 여부를 파악하기에 비디오 판독 자체가 필요 없는 종목. 사격 역시 전자 표적지 안에 마이크로 칩을 부착하는 첨단 기술을 사용해 비디오 판독이 불필요하다. 역도는 특이하게 비디오 판독을 하다 판정 시스템의 변화로 이번 대회부터 중단했다. 런던에서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종목은 4개(유도, 태권도, 펜싱, 하키). 하키를 제외하곤 모두 겨루기 종목이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는 “겨루기 종목의 경우 기술이 들어갔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심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다. 팬들의 신뢰 문제를 고려할 때 비디오 판독 요구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디오 판독의 원리는 모든 종목이 비슷하다. 지나간 장면을 확인해 오심을 최대한 줄이자는 거다. 차이는 ‘무엇’을 확인하는지에 따라 생긴다. 육상, 수영, 사이클 등은 스타트 및 피니시 라인을 확인해 부정 출발 여부 및 결승선 통과 순위 등을 점검한다. 테니스, 배드민턴 등은 공이나 셔틀콕의 아웃과 서브 폴트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게 목표. 태권도,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에선 기술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비디오 판독은 버저가 울리기 전에 슛이 들어갔는지(농구), 도약·착지 장면을 포함해 기술 전 과정이 제대로 구현됐는지(체조) 등을 확인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반대 목소리 있지만 여전히 대세 비디오 판독에 대해선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심판의 권위가 상실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데러(스위스)는 한 인터뷰에서 “최소한 두 사람이 모든 라인을 지켜본다. 몇 개의 실수를 바로잡자고 비디오 판독을 하는 건 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경기 흐름이 끊겨 역효과를 낼 거란 우려도 있다. 김건태 한국배구연맹 심판은 “보통 한 경기에서 심판이 300회 이상 판정을 내린다. 기계가 심판을 대신하면 경기 흐름이 매끄럽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비디오 판독이 오히려 판정 번복 등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실제 2008년 카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박모 군이 대표로 뽑혔다 탈락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벌점이 발견됐다는 게 카누연맹 측의 해명이었지만 비리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판정 번복으로 억울하게 패배한 조준호도 비슷하다.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국장은 “심판위원장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권력을 쌓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비디오 판독은 여전히 대세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테니스에서 도입 초기 논란이 많았던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의 경우 현재는 대다수 선수들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입 이후 심판에게 항의하는 횟수가 90% 이상 줄어들며 경기 진행까지 오히려 빨라졌다는 평가. 팬들에겐 호크아이 자체가 하나의 ‘즐길거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포츠 관계자들은 “정도의 선만 지킨다면 비디오 판독 자체가 나쁠 게 없다”고 말한다.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를 제한하거나 요청 조건 등만 엄격하게 규정한다면 ‘최악의 오심’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이란 얘기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다행히 실격 소식에 연연하지 않고 할 일은 했다. 휴식을 취한 뒤 점심을 충분히 먹고, 보조 풀에서 워밍업까지 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동요가 없을 수 없었을 터.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정상적인 루트로 가던 기차가 강제로 탈선됐다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면 된다”며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28일(현지 시간) 런던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0초대의 세계신기록을 목표로 삼았던 박태환의 전략이 ‘실격 해프닝’으로 꼬였다. 마지막 100m 랩타임 목표를 53초로 세웠지만 55초43으로 들어왔다. 결국 이 차이가 메달 색깔을 갈랐다. 올림픽에서 실격 판정이 번복된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 박태환의 분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국제수영연맹(FINA)의 출발 규정은 엄격하다. FINA 경영 규정 4조인 출발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은 ‘제자리에(take your marks)’라는 신호가 나온 뒤 출발대에서 한 발이 앞으로 나온 자세를 취한 뒤 출발 신호가 나올 때까지 움직이면 안 된다. 출발 반응 속도로 인한 미세한 차이가 경기 결과를 뒤바꿀 수도 있기에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전부 차단한다. 모든 선수가 동작을 멈추면 심판은 출발 신호를 울린다. 박태환이 실격 판정을 받은 건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미세하게 움직였다고 심판진이 판단해서다. 당시 출발 대기를 하던 선수들을 공중에서 촬영한 화면을 보면 박태환이 미세하게 어깨를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팀의 이의 제기로 비디오를 다시 분석한 결과 박태환이 출발대에서 움직인 건 더 빠르게 출발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음이 인정됐다. 노민상 전 수영 대표팀 감독도 “저 정도로 실격 판정을 내린다면 심판의 자질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실격 판정은 현장 심판이 내린다. 처음엔 그 심판의 국적이 중국으로 알려졌다. 국내 팬들은 “박태환의 라이벌인 쑨양(중국)에게 금메달을 주기 위한 음모”라며 흥분했다. 이러한 주장은 얼마 안 돼 해프닝으로 판명됐다. 미국 AP통신이 “박태환의 실격을 판정한 사람은 캐나다의 빌 호건”이라고 보도한 뒤부터다. 그런데 ‘음모론’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오심으로 박태환이 실격됐을 경우 결선에 오를 뻔한 선수가 캐나다 국적인 라이언 코크런이었기 때문. 이와 관련해 피에르 라퐁텐 캐나다 수영연맹 회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심판은 그들의 능력 때문에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며 호건을 옹호했다. 코넬 마컬레스쿠 FINA 전무 역시 “아마도 단순한 실수일 것”이라고 음모론을 일축했다. 한편 미국 NBC 방송은 “현장 심판이 다른 선수의 부정출발을 발견한 상황에서 레인 번호를 착각해 박태환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호건의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 ‘오버’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올림픽 수영 심판에 캐나다 심판이 배정된 건 호건이 16년 만에 처음이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 #1. 2004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이 열린 그리스 아테네. 열다섯 살 앳된 소년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 버저가 울리기도 전에 스타트를 끊었다. 결국 물에 ‘몸만 담그고’ 바로 실격. 소년은 탈의실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2. 4년 뒤 중국 베이징. 어느새 훌쩍 커버린 소년은 같은 종목에 출전했다. 두 번 실수는 없었다. 거짓말 같은 스피드로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경쟁자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3. 그리고 또 4년 뒤 영국 런던. 이제 청년 냄새가 풀풀 나는그가 다시 한 번 결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SK텔레콤)얘기다. 4년 전 ‘베이징 박태환’과 현재의 ‘런던 박태환’.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베이징 올림픽 때보다 긴장은 덜 된다.”21일 런던에 도착한 박태환의 첫마디였다. 물맛이 생각보다 짜지 않다는 등 너스레도 떨었다. 이를 들은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태환이의 심장이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박태환의 긴장을 풀어주는 심리치료제는 음악과 그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 감상. 물론 긴장을 덜 한다고 방심한다는 얘긴 아니다. 박태환은 “주변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은 더 커졌다. 결코 방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외모도 변했다. 얼굴은 소년티를 벗었다. 갸름한 얼굴엔 남자다운 선이 붙었고, 눈빛에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박태환의 어머니 유성미 씨는 “베이징 대회 당시만 해도 여성 팬 가운데 ‘누나 팬’이 90% 이상이었는데 이제 절반은 ‘오빠 부대’”라고 귀띔했다.박태환의 신체 변화에서 핵심 키워드는 ‘근육’. 기존의 날렵하던 몸매가 한눈에 봐도 탄탄해졌다. 박태환 전담팀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박태환의 체지방률은 약 10.5%. 지금은 8.5% 정도로 줄었다. 반면 체중은 74kg에서 77kg으로 늘어났다. 체중 증가는 근육량이 늘어서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가슴 두께는 2cm가량 더 두꺼워졌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량도 10∼15% 증가했다. 특히 단거리에 유리한 속근(速筋)이 발달했다는 게 주목할 부분. 전담팀의 체력담당 권태현 트레이너는 “박태환은 지구력에 유리한 지근(遲筋)을 타고났다. 순간적인 폭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속근 발달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타고난 지구력에 스피드까지 갖췄다는 얘기다.특유의 장점이던 폐활량은 4년 전보다 더 늘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박태환의 폐활량은 6900cc. 예선 탈락했던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선 6700cc 정도에 머물렀다. 그랬던 폐활량을 현재는 7200cc까지 만들었다.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훈련한 덕을 봤다.영법(泳法)도 4년 전 박태환이 아니다.베이징 대회 때 박태환은 잠영은 물론이고 돌핀킥도 거의 하지 않았다. 물의 저항과 싸워야 하는 수영에서 그 저항을 덜 받으려면 물속에서 하는 헤엄인 잠영이 필수. 적은 에너지로 빠른 속도를 이끌어내는 돌핀킥도 중요하다.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 아래 지옥 훈련을 한 덕분에 지금 박태환의 돌핀킥은 5, 6회에 이른다. 잠영으로는 최대 13m까지 갈 수 있게 됐다. 팔을 젓는 스트로크 역시 체력이 더 소모되지만 효율성은 높은 ‘I’형으로 바꿔 경쟁력을 높였다.박태환이 받을 포상금 규모도 4년 전과 달라졌다. SK텔레콤은 박태환의 성적에 따라 금메달 1억5000만 원, 은메달 8000만 원, 동메달 500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을 딴 박태환은 합쳐서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박태환의 연금점수는 282.7점. 연금 월별 수령 상한선인 110점을 한참 뛰어넘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하나 따면 7000만 원, 2개 따면 1억30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쥐게 된다.베이징에서 박태환은 컨디션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 베이징의 탁한 공기에 대비해 코치진은 공기청정기 9대를 준비했고, 대한체육회는 코 마스크를 지급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바나나를 마이크 삼아 이야기하고, 기자들이 건네는 농담은 재치 있게 받아친다. 29일 새벽 자유형 400m 결선을 마친 뒤 박태환은 어떤 모습일까.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