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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피지의 올림픽 남자축구 경기가 열린 5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 노바 경기장.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붉은색 옷을 입거나 ‘케이팝(K-pop)’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반팔 티를 입은 브라질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들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즐거워했다.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은 브라질 한류 팬들이었다. 통상 한국 축구 방문경기에는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응원전이 펼쳐진다. 그러나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1, 2차전이 열리는 사우바도르에는 한국 교민이 20여 명에 불과해 응원단을 구성하기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재브라질 대한체육회는 케이팝에 매료된 브라질 한류 팬 50명을 초청했다. 한병돈 재브라질 대한체육회장(55)은 “동남아시아처럼 브라질에서도 케이팝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 노래 공연이 있을 때 적게는 2000명, 많게는 1만 명 정도의 브라질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말했다. 브라질 한류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 가수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싸이 등이다.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아나 디에드리히 씨(23·여)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만큼 월드컵 결승에 오른 브라질을 보러 온 것처럼 신나게 응원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한류 팬들은 응원을 위해 상파울루에서 사우바도르로 건너온 교민 100명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일부 한류 팬은 경기장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흥겹게 춤을 췄다. 한 회장은 “브라질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에 외출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러나 한류 팬들은 자국 경기가 아닌데도 빗속을 뚫고 경기장을 찾아오는 열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류 팬들은 한국의 조별리그 전 경기를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다. 브라질의 한류 열풍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느껴졌다. 양궁장의 한 자원봉사자는 “걸그룹 에프엑스(f(x))의 팬이다. 에프엑스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다 한국말도 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빌리지에서 출입증 검사를 담당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기자를 10분 이상 붙잡고 “걸그룹 씨스타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들리면 가장 먼저 알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류 열풍 덕분에 브라질 내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도 뜨거워졌다고 한다. 한 회장은 “브라질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는 사람이 연간 1만 명에 달한다”며 “최근에는 브라질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바도르=정윤철 trigger@donga.com / 이헌재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금맥이 터졌다. 주인공은 한국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 양궁이었다. 김우진(24·청주시청)-구본찬(23·현대제철)-이승윤(21·코오롱)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 대표팀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국 대표팀은 7일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미국에 세트스코어 6-0(60-57, 58-57, 59-56)으로 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8년 만의 단체전 금메달이다. 남자 단체전은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베이징 올림픽까지 3연패를 달성했지만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준결승에서 미국에 덜미를 잡혀 동메달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열린 리턴매치에서 미국에 설욕하며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양궁 첫 종목인 남자 단체전을 거머쥐며 사상 첫 올림픽 전 종목(남녀 개인전, 단체전) 석권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12개국 중 랭킹라운드를 1위로 통과해 8강에 직행한 한국은 네덜란드, 호주, 미국을 차례로 제압하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김우진, 구본찬, 이승윤은 미국과의 결승전 1세트부터 모두 10점 과녁을 맞히며 승기를 잡았다. 2세트에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과 미국이 팽팽하게 맞서며 57-57 동점을 기록했지만 이승윤이 쐈던 첫 번째 화살이 8점에서 9점으로 정정되며 한국이 1점차로 이겼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3세트에도 59점을 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
충격과 경악이었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7)이 자유형 400m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5초63를 기록했다. 전체 50명 가운데 10위에 그친 박태환은 8위까지 진출하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6조에서 뛴 박태환은 마지막 조인 7조가 레이스를 하기 전까지 전체 5위였다. 그러나 7조가 레이스를 마친 뒤 순위가 10위까지 밀렸다.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의 주 종목이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땄고,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실격 소동’ 속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절치부심 준비했던 이번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6조 8명의 선수 중에 반응속도가 0.64초로 가장 좋았던 박태환은 첫 50m 구간을 26초13을 가장 먼저 주파했다. 하지만 50~100m 구간에서 5위로 처졌고 후반 레이스에서도 승부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 이날 기록은 올해 4월 말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했을 때 기록한 기록(3분44초26)에도 1.37초 뒤진다. 도핑 파문 속에서 올림픽 직전에서야 출전 자격을 얻은 박태환은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m, 200m, 1500m를 남겨두고 있지만 모두 메달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박태환의 라이벌인 쑨양(중국)은 3분44초23의 기록으로 전체 4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박태환은 경기 후 “올림픽에서 결승을 못 갔다는 생각이 아쉬운데 잘 모르겠다. 기회를 어렵게 얻었는데 그 부분이 가장 아쉬운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열심히 한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모든 분들께 ‘어렵게 갔는데 잘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드리면 좋을 텐데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

한국 여자 양궁 삼총사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랭킹라운드(예선) 1~3위를 휩쓸었다. 여자 양궁 세계랭킹 1위 최미선(20·광주여대)은 5일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랭킹라운드에서 72발 합계 669점을 쏴 전체 64명 중 1위을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장혜진(29·LH)은 666점으로 2위에 올랐고, 올림픽 양궁 사상 최초로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보배(28·광주시청)는 663점으로 3위에 자리했다. 한국 선수들이 랭킹라운드에서 1~3위를 휩쓴 덕에 8강전까진 서로 만나지 않는 환상적인 대진표가 짜여졌다. 잘하면 세 명이 사이좋게 금은동을 차지할 수도 있다. 첫 대결이 준결승에서 이뤄질 수 있어 개인전 메달 싹쓸이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의 강은주는 643점으로 15위에 올랐다. 국가별 3명의 랭킹라운드 합산으로 정하는 단체전에서도 한국은 1998점을 쏴 러시아(1938점), 중국(1933점)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12개 팀이 출전하는 단체전에선 1~4위 팀이 8강에 직행한다. 여자대표팀은 7일 단체전에 출전해 전무후무한 올림픽 8연패에 도전한다. 개인전 토너먼트는 8일부터 시작된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

대한민국 선수단이 13개씩의 금메달을 수확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대회 모두 첫날 금메달이 나왔다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유도 최민호가, 런던 대회 때는 사격 진종오가 한국의 금맥을 뚫었다. 한국 선수단은 6일 개막하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순위 10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성적표는 사실상 대회 첫날인 7일 경기 결과에 달려 있다. 이전까지 한국이 거둔 대회 첫날 최고 성적은 4년 전 런던 대회 때의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최대 5개의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일요일인 7일을 ‘골든데이’ 금(金)요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선봉장은 한국 사격의 대들보 진종오다. 런던 대회에서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을 석권했던 진종오는 7일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종오가 금메달 사냥에 성공하면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뒤를 이어 김우진-구본찬-이승윤 등 남자 양궁 삼총사가 단체전 결승에서 금빛 시위를 당긴다. 4년 전 미국에 덜미를 잡혀 단체전 동메달에 그쳤던 남자 양궁 대표팀은 리우에서 설욕과 함께 정상 복귀를 장담하고 있다. 유도 남자 60kg급의 김원진과 런던 올림픽 때 ‘1초 오심’에 울었던 펜싱 여자 에페의 신아람도 잇따라 금메달 수확에 나선다. 마지막은 수영 박태환이 장식한다. 우여곡절 끝에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 출전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한편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5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 1차전 피지와의 경기에서 8-0 대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단에 승리의 기운을 전파했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양궁 세계랭킹 1위 김우진(24·청주시청)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랭킹라운드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김우진은 5일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랭킹라운드에서 72발 합계 700점을 쏴 전체 64명 중 1위를 차지했다. 종전 기록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임동현(30·청주시청)이 세웠던 699점이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나온 첫 번째 세계신기록이자 올림픽 신기록이다. 2위 브래디 엘리슨(미국·690점)보다 무려 10점을 더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함께 출전한 세계랭킹 2위 구본찬(23·현대제철)은 681점으로 6위, 이승윤(21·코오롱)은 676점으로 12위에 자리했다. 한국 선수들은 토너먼트 편성에 따라 8강전까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준결승부터는 만날 수 있다 국가별 3명의 랭킹라운드 합산으로 정하는 단체전에서도 한국은 2057점으로 미국(2024점), 이탈리아(2007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한국시간으로 7일 오전 5시7분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개인전 토너먼트는 8일부터 시작된다. 김우진은 경기 후 “랭킹라운드는 랭킹라운드일 뿐이다. 세계 기록을 쐈지만 아직 중요한 경기들이 남아 있다. 본선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개인전과 단체전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

2003년 12월 이란의 밤 시(市)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땅이 갈라졌고, 집들이 무너져 내렸다.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됐다. 사망자만 2만3000여 명이었다. 당시 차를 타고 가던 18세의 ‘태권소녀’ 자라 네마티(31·사진)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충격으로 척추를 다치며 두 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태권도를 인생의 전부로 생각하며 국가대표를 꿈꿨던 소녀는 상실감에 사고 이후 2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국가대표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다. ▼ 올림픽-패럴림픽 동시 출전 ‘세계 유일’ ▼6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그는 이란의 국기를 든 기수로 이란 선수단을 맨 앞에서 이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곧이어 열리는 리우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도 참가한다. 1만여 명의 리우 올림픽 참가 선수는 물론 역대 올림픽 출전 선수 중 유일하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를 구한 것은 양궁이었다. 4일 리우 올림픽 양궁 경기장인 삼보드로무에서 만난 그는 “두 다리를 잃었지만 보통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싶었다. 우연히 양궁을 하게 된 순간 ‘아, 이거다’ 싶었다”며 “내게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기쁘고 행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타고난 운동신경에 노력이 더해지며 양궁 선수로서 그는 승승장구했다. 활을 잡은 지 6개월 만인 2006년 이란의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가 된 그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란 여자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이후에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더 큰 꿈을 꿨다. 마침내 그는 지난해 11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이란 정부는 그의 훈련을 돕기 위해 올해 초 한국인인 박면권 감독을 영입했다. 박 감독은 “네마티를 보고 있으면 ‘무한 긍정’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항상 마음이 열려 있으니 뭘 가르쳐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이란에서 그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사인 요청 때문에 길거리를 제대로 못 지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네마티는 이란에서 닮고 싶어 하는 인물 1순위로 꼽힌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올림픽이 끝난 뒤 만들어질 예정이다. 네마티는 박 감독과 함께 4월 부산에서 2주간 전지훈련을 하며 한국의 선진 양궁 기술을 배웠다. 네마티는 “한국 사람들은 너무 친절했고, 음식도 맛있었다. 나는 평생 태권도와 양궁을 했다. 모두 한국과 인연이 깊은 종목들이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오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장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사대에 서서 경쟁하는 자체가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쉽진 않겠지만 최강으로 평가받는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겨보고 싶다.” 그의 삶 자체가 다큐멘터리 영화고 그 영화는 현재진행형이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키보바이(기보배), 초이미센(최미선)….” 4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경기장 삼보드로무에서 만난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인터뷰 담당 직원 이고르 시우바 씨는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소리 내 읽고 있었다. 기자에게 발음을 교정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 그는 “대회가 시작되면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딸 것이다. 인터뷰 때 정확히 이름을 소개하려면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의 금메달 획득은 현지에서도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폴란드 기자는 “한국이 양궁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다 가져가도 이변이라 생각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7일 남자 단체전을 시작으로 금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국 선수단도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대표팀이 생각하는 유일한 변수는 바람이다. 현지 경기장에서는 가끔씩 돌풍이 불어 화살의 궤적을 바꾸곤 한다. 돌풍의 영향으로 10점 과녁에 꽂혀야 할 화살이 5점에 맞는 경우가 가끔 나온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것조차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바람을 걱정하다 보면 평소의 좋았던 감각이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 한국 선수단은 태릉선수촌에서 했던 것처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활을 쏘고,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대한양궁협회는 경기장 근처에 양궁 선수들만을 위한 식당과 휴게실, 물리치료실을 마련해 두었다. 4일에는 수년째 양궁 대표팀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김영숙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가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 박사는 “선수마다 루틴이 있다. 현재로서는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그 루틴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리우 올림픽 양궁 경기 중계에 한국의 방송국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도 한국 선수단에는 유리하다. 장영술 협회 전무는 “현지인들을 보다가 매일 보던 익숙한 한국 사람이 보이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한층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팀 지도자들 가운데 한국 사람이 많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참가국 가운데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대만, 스페인, 이란, 말라위 등 8개 팀의 지도자가 한국인이다. 그 덕분에 양궁장에서 가장 익숙한 언어는 한국어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게 어느 나라 깃발이죠?” 버스 옆 좌석에 앉은 영국 기자가 묻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서쪽의 바라 다 티주카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 입구를 지날 때였습니다. 그가 가리킨 첫 번째 건물에는 다섯 개의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북한이 리우를 찾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라도 한 것일까요. 2일(현지 시간) 리우 올림픽 조직위가 실시한 선수촌 개방 행사에 가 보니 의문이 풀렸습니다. 올림픽 선수촌은 31개 동 3604채로 이뤄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공원과 산책로, 테니스 코트 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요즘 지어지는 한국의 큰 아파트 단지와 구조나 배치가 비슷합니다. 조직위원회는 입촌 전 각국 선수단에 입주 희망 건물을 신청받았습니다. 동과 방향을 선택하라고 한 것이죠. 선수단 규모가 큰 국가가 먼저 신청하고, 작은 규모 선수단의 국가들은 남는 공간에 들어가는 게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북한은 가장 외지고 먼 아파트를 택했습니다. 아파트는 1동부터 31동까지 있는데 북한 선수단 숙소는 서쪽 제일 끝에 있는 31동입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 때 북한은 주로 외진 곳에 자리 잡는다. 자기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접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단지 제일 끝에 있다 보니 밖에서 볼 때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북한의 이웃은 30동에 자리 잡은 개최국 브라질입니다. 한국 선수단의 숙소는 동쪽의 6동입니다. 북한 선수단 숙소와는 거의 정반대 방향입니다. 이곳을 택한 이유는 6동이 지난해 조직위가 선수촌을 사전 개방할 때 모델하우스로 썼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시설 점검이 이뤄질 수 있었죠. 이곳도 온수가 안 나오거나 변기가 막히는 등의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못 살겠다”며 선수촌을 뛰쳐나왔던 호주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황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한국 선수단은 18층 건물 중 11층까지 사용합니다. 위층은 대만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선수단은 아직 태극기를 걸어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4개월 전에 태극기를 포함한 각종 올림픽 지원 물품을 브라질로 보냈는데 상파울루 항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아직도 통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416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중국은 선수촌 한가운데에 위치한 13동을 씁니다. 바로 뒤편에 식당이 있어 편리하다고 하네요. 일본 선수단은 버스 터미널과 가까워 이동하기 쉬운 16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깃발을 내걸고 있지만 가장 많은 555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미국 국기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역시 한 동 전체를 사용하지만 테러 위협을 감안해 이번에는 국기를 걸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6일 개막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10-10’이다.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종합 9위를 했고,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7위에 올랐다. 2012년 런던에서는 5위였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10위 안에 들면 4대회 연속 10위 안에 자리하게 된다.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으로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년 전 런던 대회 때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에 오를 때 일등공신은 활(양궁)과 총(사격), 그리고 칼(펜싱)이었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활·총·칼’ 3총사의 활약에 한국 선수단의 성적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봉장은 단연 양궁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양궁은 한국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한국 양궁은 그동안 19개의 금메달과 9개의 은메달, 6개의 동메달 등 총 34개의 메달을 땄다. 여자 단체전은 무려 7연패에 성공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지만 아직 못 이룬 목표가 있다. 바로 전 종목(남녀 개인전 및 단체전 4종목) 석권이다. 한국 양궁은 이번 리우 대회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새로운 신화에 도전한다.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선수단 구성과 실력 면에서 남녀 모두 세계 정상에 오르는 데 모자람이 없기 때문이다. 여자부에서는 런던 올림픽 2관왕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와 스무 살 에이스 최미선(광주여대), 장혜진(29·LH)이 단체전 8연패에 도전한다. 만약 기보배가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면 한국 양궁 사상 최초의 개인전 2연패가 된다. 남자부는 세계랭킹 1위 김우진(24·청주시청)과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 등 3명이 출전한다. 에이스 김우진이 앞을 이끌면, 분위기 메이커 구본찬이 뒤를 받치고, ‘승부사’ 이승윤이 마무리 짓는다. 한국 남자 양궁은 그동안 개인전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4년 전 런던 대회에서 오진혁이 처음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리우 대회에 출전하는 3명 모두 개인전 금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다. 사격은 런던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올리며 한국 선수단의 호성적에 기여했다. 한국 사격의 대들보인 진종오(37·kt)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에 도전한다.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남자 공기권총 10m와 권총 50m 등 두 종목을 제패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딴 은메달까지 합해 그동안 획득한 올림픽 메달만 5개다. 진종오는 리우 대회에서도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등 두 종목에 출전하는데 두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따게 되면 양궁 김수녕이 가지고 있는 한국 선수 최다 올림픽 메달(6개)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진종오는 “한국 올림픽 최초로 개인 종목 3연패를 이루고 싶다. 이와 함께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도 달성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런던 대회 여자 권총 25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장미(24·우리은행)는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고, 남자 25m 속사권총의 김준홍(26·KB국민은행)도 깜짝 금메달을 노린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등 총 6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효자 종목으로 급부상한 펜싱은 리우 대회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태세다. 단체전 종목 순환 원칙에 따라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는 게 아쉽지만 당시 금메달 멤버였던 김정환(33)과 구본길(27·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런던 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28·익산시청)은 개인전 2연패와 함께 단체전에서도 메달에 도전한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성적을 좌우할 유력한 종목으로 꼽히는 또 다른 중목은 유도다. 한국 유도 대표팀에는 안창림(22·73kg급·수원시청)과 안바울(22·66kg급·남양주시청), 김원진(24·60kg급·양주시청) 등 무려 3명의 세계랭킹 1위 선수와 세계랭킹 2위인 곽동한(24·90kg급·하이원)이 있다. 역대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한국 유도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짝수 해엔 한 달씩 장기 휴가를 내야 한다. 올림픽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은 올림픽이 벌써 13번째다. 2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미국인 패트릭 해셋 씨(58)는 노란색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에게는 익숙한 옷이다. 그의 올림픽 자원봉사 여정은 자국에서 열린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시작됐다. 이후 여름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했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부터는 겨울올림픽에도 개근 중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는 한국 선수단 전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6회 연속이다. 그의 평소 직업은 조종사다. 평범한 여객기가 아니라 범죄인 수송 전용 비행기를 몬다. 그는 “내가 태우는 손님들은 주로 수갑을 차고 있다. 어떤 손님들은 발에 체인이 감겨 있기도 하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국과의 인연은 1985년에 시작됐다. 군 조종사였던 그는 그해부터 1988년까지 서울 용산과 경기 평택 등에서 근무했다. 해셋 씨는 “마지막 군 복무 기간이었던 3년 동안 한국 사람들이 내게 베풀어준 호의를 잊을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한국 선수단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일은 ‘만능 해결사’다. 선수단 안전부터 이동까지 필요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수단 숙소 수도꼭지가 고장 났을 때 조직위에 알리는 것도 그의 일이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슬픈 일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벌어진 오심 논란이다. 당시 체조의 양태영은 개인종합에서 우승할 만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심판들이 점수를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동메달로 추락했고, 금메달은 미국 선수의 차지가 됐다. 그는 “국제체조연맹은 물론이고 심판들 스스로도 인정한 오심이었다. 하지만 제시간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했다. 반대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실격에서 구제된 것은 아쉬우면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5시간의 이의 제기 끝에 결국 판정 번복을 이끌어냈다. 국제수영연맹(FINA) 사상 첫 판정 번복이었다. 박태환은 결국 은메달을 땄다. 해셋 씨는 “이의 제기를 하던 관계자들과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기억이 난다. 판정이 번복된 것은 다행이지만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박태환의 메달 색깔은 은이 아니라 금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눈은 이미 2018년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향해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평창에도 올 것이냐”라고 묻자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만 생각하면 벌써 흥분된다. 모처럼 고향에 돌아가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평창 올림픽은 그가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는 14번째 올림픽이 된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짝수 해엔 한 달씩 장기 휴가를 내야 한다. 올림픽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은 올림픽이 벌써 13번째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미국인 패트릭 해셋 씨(58)는 노란색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에게는 익숙한 옷이다. 그의 올림픽 자원봉사 여정은 자국에서 열린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시작됐다. 이후 여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했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부터는 겨울 올림픽에도 개근 중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는 한국 선수단 전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6회 연속이다. 그의 평소 직업은 조종사다. 평범한 여객기가 아니라 범죄인 수송 전용 비행기를 몬다. 그는 “내가 태우는 손님들은 주로 수갑을 차고 있다. 어떤 손님들은 발에 체인이 감겨 있기도 하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국과의 인연은 1985년에 시작됐다. 군 조종사였던 그는 그해부터 1988년까지 서울 용산과 경기도 평택 등에서 근무했다. 해셋 씨는 “마지막 군 복무 기간이었던 3년 동안 한국 사람들이 내게 베풀어준 호의를 잊을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보답 해야겠다는 생각에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한국 선수단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일은 ‘만능 해결사’다. 선수단 안전부터 이동까지 필요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수단 숙소 수도꼭지가 고장 났을 때 조직위에 알리는 것도 그의 일이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슬픈 일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벌어진 오심 논란이다. 당시 체조의 양태영은 개인종합에서 우승할 만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심판들이 점수를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동메달로 추락했고, 금메달은 미국 선수의 차지가 됐다. 그는 “국제체조연맹은 물론 심판들 스스로도 인정한 오심이었다. 하지만 제 시간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했다. 반대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실격에서 구제된 것은 아쉬우면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5시간의 이의제기 끝에 결국 판정 번복을 이끌어냈다. 국제수영연맹(FINA)의 사상 처음 판정 번복이었다. 박태환은 결국 은메달을 땄다. 해셋 씨는 “이의제기를 하던 관계자들과 함께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기억이 난다. 판정이 번복된 것은 다행이지만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박태환의 메달 색깔은 은이 아니라 금이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눈은 이미 2018년 겨울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향해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평창에도 올 것이냐”고 묻자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만 생각하면 벌써 흥분된다. 모처럼 고향에 돌아가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평창 올림픽은 그가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는 14번째 올림픽이 된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슈퍼모델 지젤 번천(36)이 강도를 만난다고? 5일(현지 시간) 브라질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번천이 강도를 당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여느 대회처럼 리우 올림픽 개막식도 어떤 내용으로 꾸며질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다. 하지만 드레스 리허설 등을 통해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오 디아’ ‘폴랴 지 상파울루’ 등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개막식 쇼에서 번천이 리우 출신의 아름다운 여성을 다룬 노래 ‘더 걸 프럼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에 맞춰 걷던 도중 공격을 받는 장면이 있다는 것. 드레스 리허설에 참가한 일부 출연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번천이 한 소년에게 강도를 당하고, 이후 경찰이 소년을 체포한다. 하지만 번천은 자신을 공격한 이 강도를 포옹하며 용서하고, 해피엔딩 영화처럼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 막을 내린다”고 내용 일부를 말했다. 현지 언론은 함께 출연하는 몇몇 배우가 이 장면에 불만을 표시하며 본공연 때는 해당 장면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이 장면에 대해) 항의했고, 계속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은 ‘시티 오브 갓’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이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모델인 번천은 적십자사와 ‘세이브 더 칠드런’ ‘국경없는 의사회’ 등 자선단체들을 후원하고 환경보호에도 열심이다. 설정이긴 하지만 그런 번천이 강도를 당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자 메이렐리스 감독은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를 보도한 언론사(폴랴)를 거명하며 “폴랴가 어디서 이런 멍청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쇼를 망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바보 같은 상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강도 장면 따위는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대된 데는 리우가 ‘범죄 도시’로 낙인찍힌 것도 한몫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실제 번천이 강도를 당하는 장면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이 장면은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삭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막식의 꽃’이라 불리는 개막식 성화 최종 점화자가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축구 황제’ 펠레다. 펠레가 3개월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브라질의 성화 봉송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막식에서 성화를 점화하는 역을 맡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무명의 10대 선수 7명을 공동 점화자로 내세운 2012년 런던 올림픽처럼 파격적인 인물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웅장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은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올림픽의 얼굴인 개막식 총감독은 유명 영화감독에게 맡기는 게 최근의 유행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은 베를린, 칸, 베니스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장이머우 감독이었다. 런던 올림픽 총감독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쓴 대니 보일 감독이었다. 리우 올림픽 총감독을 맡은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도 이름값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시티 오브 갓(City of God)’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이다. 문제는 돈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었다. 역대 개막식으로는 가장 많은 1000억 원을 넘게 썼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는 480억 원가량이 들었다. 가장 최근 올림픽이었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도 런던 올림픽과 비슷한 금액의 돈을 썼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브라질은 돈이 없다. 메이렐리스 감독에게 총감독을 맡길 당시만 해도 4번의 행사(올림픽 개·폐막식, 패럴림픽 개·폐막식)에 1억1400만 달러(약 127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이후 틈날 때마다 예산을 삭감해 최근에는 5600만 달러(약 622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메이렐리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예산이 모자라는데 개막식 예산의 대부분은 경기장 안전 유지에 써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개막식 쇼 자체에 쓸 수 있는 돈은 베이징 올림픽 때의 20분의 1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리우 올림픽 개막식은 50억 원짜리 개막식이 된다. 그는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3000명이 해야 할 공연에 700명밖에 투입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브라질 국민의 40%가 아직 제대로 된 위생시설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번의 쇼에 수천만 달러를 쓸 수는 없다.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열정과 따뜻한 가슴을 담은 개막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106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공사 지연 등으로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달에는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일을 내팽개치고 파업을 벌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 분위기를 띄우는 데 쓸 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 불과 며칠 뒤 올림픽이 열리지만 주요 경기장들이 밀집한 바하 지역의 올림픽 파크 주변에서조차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포함해 7개 대회 연속 올림픽 출장을 온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렇게 올림픽 기분이 나지 않는 올림픽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여러 경기장이 손님 맞을 채비를 못 한 것도 불안 요소다. 1일 올림픽 파크 내 테니스 센터와 아쿠아틱 센터 등에서는 여전히 망치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경기장 공사가 끝나지 않았느냐”란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끝나고 있는 중이다.” 리우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 아니면 영국 일간지 ‘더 선’이 예상하듯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올림픽’으로 남게 될까.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uni@donga.com·정윤철 기자}

은퇴한 ‘역도 여제’ 장미란이 북한 선수들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있을 땐 안부를 물어도 ‘일 없시요∼’라며 찬바람이 불 정도로 쌀쌀하다. 그런데 라커룸 등에서 따로 만나면 ‘언니, 아직도 결혼 안 했어요’라며 살갑게 대한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사격 대회가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 센터에서는 훈훈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날 한국과 북한 여자 사격 대표팀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사로 사이 거리가 멀었지만 사로 배치 조정 등으로 인해 훈련 막바지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하게 됐다. 먼저 훈련을 끝낸 한국 선수단의 김장미와 황성은이 빵을 먹다가 연습 중인 북한 선수 조영숙에게 빵을 건넸다. 황성은이 “이거 좀 드시라”고 하자 조영숙은 주변을 살핀 뒤 옆 테이블에 내려놓아 달라고 말했다. 사격 대표팀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과는 국제대회에서 마주친 경우가 많아 우리 선수들과는 안면이 있다. 딱히 친하게 지낸다고 하긴 그렇지만 서로 호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역도 경기장에서 조우한 남북한 선수들도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은 대외적으로는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곤 한다. 31일 열린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 참석한 윤성범 북한 선수단장은 ‘북한의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북한이라고) 그렇게 부르면 답변 못 한다”고 두 차례나 강경하게 말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보 사이트 ‘인포 2016’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북한은 31명(남자 11명, 여자 2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북한의 전통적인 메달밭인 역도가 7명(남자 4명, 여자 3명)으로 가장 많다. 리우데자네이루=정윤철 trigger@donga.com·이헌재 기자}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교민이 말했습니다. “강도들은 주로 동양인들을 표적으로 삼으니 조심하세요.” 예전 브라질 출장을 갔다가 강도를 만났다는 한 선배 기자는 “리우에 가서는 수도승처럼 살아야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6일부터 여름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는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곳입니다. 올해 5월까지 살인 사건만 2000건이 넘었다고 하죠. 올림픽은 고사하고 사람 살 데가 못 되는 곳입니다. 리우로 출장 오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역시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면 필요한 물건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엔 슬리퍼였고, 후배는 선글라스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흔한 물건들이지만 ‘안전지대’인 미디어 빌리지나 메인프레스센터(MPC) 주변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큰마음 먹고 시내로 나가게 됐지요. 같이 출장 온 후배 기자들과 함께 택시를 잡아탑니다. 이왕 가려면 한꺼번에 가라더군요. 미리 들은 말이 있어 스마트폰과 지갑은 숙소에 놔두었습니다. 주머니에는 200헤알(약 7만 원)과 2G 폴더폰뿐입니다. 200헤알을 가져간 건 어디선가 들은 강도 상대 요령 때문입니다. “강도를 만나면 천천히 주머니를 가리켜 돈을 꺼낸다는 걸 확인시킨 뒤 돈을 건네주세요. 200헤알쯤 든 별도 지갑을 준비하는 게 좋아요.” 그렇게 MPC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하 쇼핑몰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여기가 리우가 맞나 싶습니다. 총을 든 군인이나 경찰도 없고, 차를 막아선 채 물건을 팔려는 잡상인도 없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쇼핑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12만 m² 규모의 쇼핑몰에 수백 개의 가게가 늘어서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쇼핑몰에서나 보던 유명 브랜드점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여유롭게 주말 쇼핑을 즐깁니다. 한 흑인 가족은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서 왔느냐”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리우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얼굴의 리우와 마주쳤습니다. MPC로 돌아오는 택시를 탄 것까진 좋았는데 택시 운전사가 길을 헤맵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됩니다. 차가 큰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길을 달립니다. 근처 허름한 가게에선 현지인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천만다행으로 군인, 경찰 일행과 마주쳤습니다. 필사적으로 이들에게 MPC 위치를 설명합니다. 한 경찰관이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검색하더니 택시 운전사에게 알려 줍니다. 평소 택시비의 2배를 내고 무사 귀환에 성공했습니다. 직접 본 브라질은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호화로운 타운하우스 바로 옆에 파벨라라는 빈민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우도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리우의 밝은 쪽 얼굴만 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교민이 말했습니다. “강도들은 주로 동양인들을 표적으로 삼으니 조심하세요.” 예전 브라질 출장을 갔다가 강도를 만났다는 한 선배 기자는 “리우에 가서는 수도승처럼 살아야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6일부터 여름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는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곳입니다. 올해 5월까지 살인 사건만 2000건이 넘었다고 하죠. 올림픽은 고사하고 사람 살 데가 못 되는 곳입니다. 리우로 출장 오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역시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내다보면 필요한 물건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엔 슬리퍼였고, 후배는 선글라스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흔한 물건들이지만 ‘안전지대’인 미디어 빌리지나 메인프레스센터(MPC) 주변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큰마음 먹고 시내로 나가게 됐지요. 같이 출장 온 후배 기자들과 함께 택시를 잡아탑니다. 이왕 가려면 한꺼번에 가라더군요. 미리 들은 말이 있어 스마트 폰과 지갑은 숙소에 놔두었습니다. 주머니에는 200헤알(약 7만 원)과 2G 폴더폰 뿐입니다. 200헤알을 가져간 건 어디선가 들은 강도 상대 요령 때문입니다. “강도를 만나면 천천히 주머니를 가리켜 돈을 꺼낸다는 걸 확인시킨 뒤 돈을 건네주세요. 200헤알(약 7만 원) 쯤 든 별도 지갑을 준비하는 게 좋아요.” 그렇게 MPC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하 쇼핑 몰(Barra Shopping Mall)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여기가 리우가 맞나 싶습니다. 총을 든 군인이나 경찰도 없고, 차를 막아선 채 물건을 팔려는 잡상인도 없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쇼핑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12만㎡ 규모의 쇼핑몰에 수백 개의 가게가 늘어서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쇼핑몰에서나 보던 유명 브랜드점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여유롭게 주말 쇼핑을 즐깁니다. 한 흑인 가족은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서 왔느냐”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리우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얼굴의 리우와 마주쳤습니다. MPC로 돌아오는 택시를 탄 것까진 좋았는데 택시 기사가 길을 헤맵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됩니다. 차가 큰 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길을 달립니다. 근처 허름한 가게에선 현지인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천만다행으로 군인, 경찰 일행과 마주쳤습니다. 필사적으로 이들에게 MPC 위치를 설명합니다. 한 경찰관이 스마트 폰으로 위치를 검색하더니 택시기사에게 알려 줍니다. 평소보다 2배의 택시비를 내고 무사귀환에 성공했습니다. 직접 본 브라질은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호화로운 타운하우스 바로 옆에 파벨라라는 빈민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우도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리우의 밝은 쪽 얼굴만 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

역도 국가대표인 원정식-윤진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204명의 한국 선수단 내 유일한 부부 선수다. 26일 리우로 출발하면서 둘은 “같이 가니까 마치 가족여행을 가는 것 같다.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고 오겠다”고 말했다. 원정식-윤진희처럼 애슈턴 이턴(미국)-브리앤 타이슨이턴(캐나다·이상 28) 부부도 리우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행보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리우 올림픽에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가능성이 높은 ‘스타 커플’이기 때문이다. 애슈턴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선수다. 10종 경기 선수인 그는 지난해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의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045점을 받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덕분에 대회 3관왕에 오른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제칠 수 있었다. 10종 경기는 첫날 100m 달리기,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달리기에 이어 둘째 날 110m 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 달리기를 한 뒤 각 개별 종목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빨리 뛰어야 할 뿐 아니라 높이, 멀리 뛰어야 하며, 던지기도 잘해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 종목에서 우승한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현재까진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맨’이라면 아내인 브리앤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우먼’에 도전한다. 브리앤은 캐나다 대표로 리우 올림픽 여자 7종 경기에 출전한다. 4년 전 런던 대회 때는 11위에 그쳤지만 2013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 부부가 동시에 금메달을 따면 다른 국적의 부부 선수가 동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이 부부는 2006년 미국 오리건대에서 처음 만났다. 입학 상담을 하러 온 브리앤과 처음 대화를 나눈 게 당시 신입생이던 애슈턴이었다. 둘은 오랜 연애를 거쳐 3년 전 이맘때 결혼에 골인했다. 훈련 파트너이자 인생 동반자인 둘 사이엔 아찔한 일도 있었다. 몇 해 전 함께 투창 훈련을 하다가 브리앤이 던진 창이 때마침 자신이 던진 창을 줍기 위해 가던 애슈턴을 향한 것. 창끝이 그의 입술을 스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당시 코치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키아누 리브스처럼 애슈턴이 가까스로 몸을 피했다”고 했다. 브리앤은 “사람들은 남편이 철두철미하게 몸 관리를 할 거라 생각하지만 남편은 핫도그 같은 정크 푸드를 우걱우걱 먹고, 오전 2시까지 비디오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며 웃었다. 둘은 대학생이던 2007년 팬 아메리카 주니어 챔피언십 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그 대회가 열린 곳은 브라질이었다. 부부가 돼 거의 10년 만에 다시 찾는 브라질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제수영연맹(FINA)과 국제조정연맹(FISA)은 26일 각각 7명과 3명의 러시아 선수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금지 조치를 내렸다. FINA는 도핑 전력이 있는 4명 외에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 사실을 폭로한 ‘매클래런 보고서’에 이름이 거명된 3명의 선수도 리우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7명의 명단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율리야 예피모바도 포함됐다. 그러나 양 단체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러시아 선수들에 대해서는 올림픽 출전을 막지 않았다. 세계양궁연맹도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러시아 선수 3명의 대회 출전을 승인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적인 골프 스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매킬로이는 한발 더 나아가 “나는 골프라는 종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메이저 대회 등에서 우승하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돌아온 골프지만 매킬로이를 비롯한 남자 최상위 랭커들이 대거 대회 불참을 선언해 맥이 빠졌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출전’이 상충하는 것만은 아니다. 리우 올림픽 한국 남자 국가대표 안병훈(25·CJ)과 왕정훈(21·한국체대)에게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은 올림픽 전초전이다. 28일 미국 뉴저지 주 스프링필드의 볼터스롤 골프클럽(파70)에서 시작되는 이번 대회는 리우 올림픽을 2주 앞둔 시점에 열려 올림픽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이번 대회에는 ‘코리안 브러더스’의 맏형 최경주(46·SK텔레콤)도 출전한다. 최경주는 리우 올림픽 남자 골프 국가대표 코치를 맡고 있다. 26일 ‘최 코치’와 두 명의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함께 연습 라운딩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중 핑퐁 커플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동메달), 어머니(은메달)가 모두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지만 두 분 다 아쉽게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부모님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고 싶다”라고 말했다. 안재형은 한국 남자탁구 국가 대표 감독으로 아들과 함께 리우 올림픽에 나간다. 올림픽 여자 국가대표 선수인 김세영(23·미래에셋)과 전인지(22·하이트진로)도 메이저 대회에서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둘은 28일 영국 런던 인근 워번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시작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둘은 이 대회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브라질로 갈 계획이다. 반면 박인비와 양희영은 올림픽에 전념하기 위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건너뛰기로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