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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와 밴드 혁오가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문별 후보를 발표했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은 2016년 12월 1일부터 지난해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음반 가운데 3개 분야 24개 부문에서 수여한다. 아이유와 혁오는 4대 본상 가운데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3개 부문에서 지명됐다. 아이유는 ‘최우수 팝 음반·노래’, 혁오는 ‘최우수 모던 록 음반·노래’에도 후보로 올랐다. 김목인과 방탄소년단은 4개 부문 후보로, 강태구 레드벨벳 빛과소음 새소년 예서 우원재가 3개 부문 후보로 뽑혔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2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국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8시(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가 ‘더 시티(The City)’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나 이곳에 자리한 ‘바비컨 아트 갤러리’ 인근은 젊은 예술가, 가족, 휠체어를 탄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으로 북적였다. 영국에서 처음 열린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회고전 ‘바스키아: 붐 포 리얼(Basquiat: Boom for Real)’을 보기 위한 행렬이었다. 티켓 부스에선 “현재는 매진이라 오후 10시부터 입장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시 마감 하루 전날 갤러리는 밤 12시까지 문을 열었다. 1960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라피티 화가 바스키아는 28세로 요절하기까지 ‘낙서를 예술의 경지로 이끈 예술가’ ‘블랙 피카소’란 상찬을 받았다. 약물 복용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지라 작품 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 개인 수집가가 소장해 경매에서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런던에서 첫 회고전이 열리기까지 20여 년이나 걸린 이유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시작한 전시는 바비컨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았다고 한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물론이고 노트에 적은 시, 길에서 팔았던 그림엽서와 작곡한 음악 등을 통해 ‘인간 바스키아’를 보여준 전시장은 갤러리를 넘어 ‘평생 학교’가 됐다. 아트 앤드 디자인 BTEC(영국 공인 교과과정)를 밟고 있는 15∼17세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하며 작품 분석을 적어 내려가는 풍경도 보였다. 바스키아의 생전 영상을 감상하던 로즈메리 밀러 씨(63·여)는 “런던의 장점은 문화적 기회를 평범한 사람도 손쉽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가 살아있었다면 더 좋은 작품을 보여줬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00여 점에 이르는 회화는 그가 왜 젊은 예술가의 뮤즈인지 무언으로 설명했다. 랩을 하듯 수차례 눌러쓴 글씨와 동시대 힙합, 재즈 문화에서 차용한 시각 언어가 신선한 감각을 자극했다. 힙합 아티스트 제이지는 2013년 앨범에서 “내가 새로운 장미셸”이라 노래했고 수십억 원대 작품들을 소장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본 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가 경매에서 ‘무제’를 1억1050만 달러(약 1245억 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바비컨은 “1월 마지막 주말 3일간 70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으며 전체 최소 21만6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평균 티켓 가격(16파운드·약 2만4000원)을 감안하면 입장 수익만 51억 원을 넘는다. 제인 앨리슨 비주얼아트 최고책임자는 “사상 최대의 성과에 전율했고 젊은 세대가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었기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시의 주체가 공공 갤러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비컨은 런던 특별행정구역 ‘더 시티’에서 운영하는 공립 예술센터다. 그럼에도 대중성과 수익성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젊은 예술가 등 다양한 세대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며 얻게 될 가치를 환산하면 엄청난 경제·문화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런던 문화학교 ‘RP 인스티튜트’를 운영하는 미술사가 전하현 씨도 이런 흐름을 주목했다. 그는 “미국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영국 사회에 던진 충격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은 틀림없다. 파급 효과만으로도 훌륭한 전시”라며 “최근 영국은 전시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산업’형, 대중도 쉽게 접근하는 ‘소통’형 전시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공 미술관도 학술적 역할을 넘어 예술의 저변을 확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울림이 컸다.런던=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8시(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가 ‘더 시티(The City)’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나 이곳에 자리한 ‘바비칸 아트 갤러리’ 인근은 젊은 예술가, 가족, 휠체어를 탄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으로 북적였다. 영국에서 처음 열린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회고전 ‘바스키아: 붐 포 리얼(Basquiat: Boom for Real)’을 보기 위한 행렬이었다. 티켓 부스에선 “현재는 매진이라 오후 10시부터 입장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시 마감 하루 전 날 갤러리는 자정까지 문을 열었다. 1960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바스키아는 28세로 요절하기까지 ‘낙서를 예술의 경지로 이끈 예술가’ ‘블랙 피카소’란 상찬을 받았다. 약물 복용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지라 작품 수가 적은데다 대부분 개인수집가가 소장해 경매에서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런던에서 첫 회고전이 열리기까지 20여 년이나 걸린 이유다. 때문에 지난해 9월 시작한 전시는 바비칸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았다고 한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물론 노트에 적은 시, 길에서 팔았던 그림엽서와 작곡한 음악 등을 통해 ‘인간 바스키아’를 보여준 전시장은 갤러리를 넘어 ‘평생 학교’가 됐다. 아트 앤 디자인 BTEC(영국 공인 교과과정)을 밟고 있는 15~17세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하며 작품 분석을 적어 내려가는 풍경도 보였다. 바스키아의 생전 영상을 감상하던 로즈마리 밀러 씨(63·여)는 “런던의 장점은 문화적 기회를 평범한 사람도 손쉽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가 살아있었다면 더 좋은 작품을 보여줬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00여 점에 이르는 회화는 그가 왜 젊은 예술가의 뮤즈인지 무언으로 설명했다. 랩을 하듯 수차례 눌러 쓴 글씨와 동시대 힙합, 재즈 문화에서 차용한 시각 언어가 신선한 감각을 자극했다. 힙합 아티스트 제이 지(Jay-Z)는 2013년 앨범에서 “내가 새로운 장미셸”이라 노래했고 수십억 원대 작품들을 소장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본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가 경매에서 ‘무제’를 1억1050만 달러(약 1245억 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바비칸은 “1월 마지막 주말 3일 간 70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으며 전체 최소 21만 6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평균 티켓 가격(16파운드, 약 2만 4000원)을 감안하면 입장 수익만 51억 원을 넘는다. 제인 알리슨 비주얼아트 최고책임자는 “사상 최대의 성과에 전율했고 젊은 세대가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었기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시의 주체가 공공 갤러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비칸은 런던 특별행정구역 ‘더 시티’에서 운영하는 공립 예술센터다. 그럼에도 대중성과 수익성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젊은 예술가 등 다양한 세대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며 얻게 될 가치를 환산하면 엄청난 경제·문화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런던 문화학교 ‘RP Institute’를 운영하는 미술사가 전하현 씨도 이런 흐름을 주목했다. 그는 “미국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영국 사회에 던진 충격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은 틀림없다. 파급 효과만으로도 훌륭한 전시”라며 “최근 영국은 전시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산업’ 형, 대중도 쉽게 접근하는 ‘소통’ 형 전시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공 미술관도 학술적 역할을 넘어 예술의 저변을 확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울림이 컸다.런던=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해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드라마, 리얼리티쇼? 정답은 드라마도 리얼리티도 아닌 바로 BBC 자연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2’이다. ‘블루 플래닛’은 자연 다큐의 대가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2001년 선보인 해양 다큐. 발전된 기술로 더 깊은 바닷속 다양한 생명을 고화질 영상에 담은 다큐의 첫 에피소드 ‘하나의 대양(One Ocean)’은 1400여만 명, 영국 인구의 20%를 화면 앞으로 이끌었다. 영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총 8회 방영된 ‘블루 플래닛 2’가 최근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도 방영을 시작해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달 20일 첫 방송을 했고 300여만 명이 시청했다. 한국에서도 KBS1에서 6회까지 방영을 마쳤다. ‘블루 플래닛 2’는 첫 장면을 바닷물에 비친 태양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진행자 애튼버러 경의 멘트. “끝이 없어 보이는 대양은 감탄을 자아내지요. 때로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교육이나 호기심 충족을 넘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보여주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대양이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장면은 추상화를, 먹잇감을 교란하기 위해 색소를 뿜어내는 갑오징어는 사이키델릭 아트(몽환적인 예술)를 연상케 한다. 괴상한 해양 생물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생존 방식들은 겸허한 마음마저 들게 만든다. 블루 플래닛팀은 4년의 제작 기간 동안 39개국 125곳을 방문해 거의 모든 대륙의 대양을 촬영했다고 한다. 수중 촬영 시간만 600시간에 달한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치머가 음악감독을 맡아 감동을 더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명작이다. KBS1에서 다음달 1, 2일 오후 9시 40분에 7, 8화를 방영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함으로 시청률 20∼30%를 오가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가 최근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KBS2 ‘흑기사’는 200년 전 운명으로 얽힌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첫 회 해외 로케이션으로 선보인 아름다운 풍경과 배우 김래원 신세경의 정통 로맨스 연기로 8회에 최고 시청률 13.2%를 올렸다. 그러나 경쟁작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SBS ‘리턴’이 등장한 뒤 내리막길이다. 이승기 차승원이 출연한 tvN ‘화유기’는 중국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프로 한다. 스타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가 3년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방송 사고와 스태프 부상 등 악재가 겹쳤다. 한 주 동안 결방하고 재정비 후 10회까지 방영했지만 시청률은 5∼6%에서 답보하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일을 상상력으로 가능케 하면서 시공간과 소재를 확장해왔다. 시작은 길라임(하지원)과 김주원(현빈)의 영혼이 뒤바뀌며 벌어진 일을 그린 ‘시크릿 가든’(2011년·최고 시청률 31.4%). 이후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 한류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사랑을 담은 ‘별에서 온 그대’(2014년·28.1%)는 중국에서 ‘치맥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고려 시대 억울하게 죽어 도깨비가 된 김신(공유)과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의 서정적 로맨스를 그린 ‘도깨비’(최고 시청률 20.5%)는 지난해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20%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다. 이 드라마들은 색다른 소재로 같은 로맨스라도 신선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판타지 배경과 소재를 벗겨내면 결국 운명적 사랑이나 신데렐라, 키다리 아저씨 등 전통적인 서사에 의존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화유기’의 주인공인 요괴 손오공(이승기)은 금강고 때문에 삼장(오연서)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를 지켜야 할 운명이 된다. 삼장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요괴의 능력을 발휘해 구해주는 패턴은 변형된 키다리 아저씨를 떠오르게 한다. 오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 필연만을 강조해 개연성이 떨어지고 로맨스 자체가 피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흑기사’는 국내 드라마의 전형적 소재였던 ‘아이 바꿔치기’로 두 여주인공의 운명이 갈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악녀 샤론(서지혜)이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도 자주 보았던 전개 방식이다. 결국 국내 드라마의 가장 인기 있는 주제이자 고질적 문제인 로맨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남녀의 사랑은 일정 수준의 흥행을 보장하는 소재여서 제작자가 포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미생’ ‘시그널’ ‘비밀의 숲’처럼 남녀가 아닌 인간의 관계로 서사를 확장한 시도들이 더 큰 화제와 인기를 모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임 슬립으로 시작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판타지 로맨스도 곧 새로운 변신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해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드라마, 리얼리티쇼? 정답은 드라마도 리얼리티도 아닌 바로 BBC 자연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2’이다. ‘블루 플래닛’은 자연 다큐의 대가 데이비드 아텐보로 경이 2001년 선보인 해양 다큐. 발전된 기술로 더 깊은 바다 속 다양한 생명을 고화질 영상에 담은 다큐의 첫 에피소드 ‘하나의 대양’(One Ocean)는 1400여만 명, 영국 인구의 20%를 화면 앞으로 이끌었다. 영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총 8회 방영된 ‘블루 플래닛 2’가 최근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도 방영을 시작해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달 20일 첫 방송을 했고 300여만 명이 시청했다. 한국에서도 KBS1에서 5회까지 방영을 마쳤다. ‘블루 플래닛 2’는 첫 장면을 바닷물에 비친 태양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진행자 아텐보로 경의 멘트. “끝이 없어 보이는 대양은 감탄을 자아내지요. 때로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교육이나 호기심 충족을 넘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보여주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대양이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장면은 추상화를, 먹잇감을 교란시키기 위해 색소를 뿜어내는 갑오징어는 사이키델릭 아트를 연상케 한다. 괴상한 해양 생물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생존 방식들은 겸허한 마음마저 들게 만든다. 블루 플래닛팀은 4년의 제작 기간 동안 39개국의 125곳을 방문해 거의 모든 대륙의 대양을 촬영했다고 한다. 수중 촬영 시간만 600시간에 달한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치머가 음악 감독을 맡아 감동을 더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명작이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함으로 시청률 20~30%를 오가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가 최근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KBS2 ‘흑기사’는 200년 전 운명으로 얽힌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첫 회 해외 로케이션 촬영으로 선보인 아름다운 풍경과 배우 김래원 신세경의 정통 로맨스 연기로 8회에 최고 시청률 13.2%를 올렸다. 그러나 경쟁작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SBS ‘리턴’이 등장한 뒤 내리막길이다. 이승기 차승원이 출연한 tvN ‘화유기’는 중국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프로 한다. 스타 작가 ‘홍자매’(홍정은·홍미란)가 3년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방송 사고와 스태프 부상 등 악재가 겹쳤다. 한 주 동안 결방하고 재정비 후 10화까지 방영했지만 시청률은 5~6% 사이에서 답보하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일을 상상력으로 가능케 하면서 시공간과 소재를 확장해왔다. 시작은 길라임(하지원)과 김주원(현빈)의 영혼이 뒤바뀌며 벌어진 일을 그린 ‘시크릿 가든’(2011년·최고 시청률 31.4%). 이후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 한류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사랑을 담은 ‘별에서 온 그대’(2014년·28.1%)는 중국에서 ‘치맥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고려 시대 억울하게 죽어 도깨비가 된 김신(공유)과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의 서정적 로맨스를 그린 ‘도깨비’(최고 시청률 20.5%)는 지난해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20%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다. 이들 드라마는 색다른 소재로 같은 로맨스라도 신선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소재를 벗겨내면 결국 운명적 사랑이나 신데렐라, 키다리 아저씨 등 전통적인 서사에 의존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화유기’의 주인공인 요괴 손오공(이승기)은 금강고 때문에 삼장(오연서)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를 지켜야 할 운명이 된다. 삼장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요괴의 능력을 발휘해 구해주는 패턴은 변형된 키다리 아저씨를 떠오르게 한다. 오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 필연만을 강조해 개연성이 떨어지고 로맨스 자체가 피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흑기사’는 국내 드라마의 전형적 소재였던 ‘아이 바꿔치기’로 두 여주인공의 운명이 갈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악녀 샤론(서지혜)이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도 자주 보았던 전개 방식이다. 결국 국내 드라마의 가장 인기 있는 주제이자 고질적 문제인 로맨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남녀의 사랑은 일정 수준의 흥행을 담보하는 소재여서 제작자가 포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미생’, ‘시그널’, ‘비밀의 숲’처럼 남녀가 아닌 인간의 관계로 서사를 확장한 시도들이 등장해 화제와 인기를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타임 슬립으로 시작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판타지 로맨스도 곧 새로운 변신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배우 조정석(38)은 공간의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맡은 ‘납뜩이’는 조연이었지만 재치 있는 연기로 단숨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장을 빠르게 읽고 대처하는 순발력은 작품 흥행과 별개로 “조정석의 연기는 볼만했다”는 평을 나오게 만든다.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최근 종영한 MBC ‘투깝스’에서 연기한 1인 2역에 대해서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차동탁은 정의감에 휩싸인 강력계 형사인 반면 빙의된 배역인 공수창은 뺀질거리는 사기꾼이었죠. 아마 두 인물이 비슷한 캐릭터였다면 오히려 연기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정반대여서 상상력을 발휘하면 재밌는 장면이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투깝스’는 액션 로맨스 코미디를 다 녹이려다 산만해졌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조정석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차동탁일 때 조정석은 한없이 진지하고 무겁다가도 공수창이 빙의되면 ‘납뜩이’가 연상될 만큼 유감없이 끼를 발휘했다. 그 때문에 공수창 배역만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조정석은 “단점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알고 어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스스로 꼽은 장점은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 인터뷰 현장에서도 처음엔 긴장한 듯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줄곧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띄웠다. ‘살고 있는 집의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정말 깨끗하다”며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스마트폰을 뒤적이고 “요즘 관심사가 건강”이라며 뜬금없이 홍삼의 효능을 설파해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키스 장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기술이 다른 듯하다’는 짓궂은 질문에도 그는 “아…. 기술, 체조 신기술 이런 건가요?”라고 받아치고는 곧바로 진지한 연기론을 펼쳤다. “기존에 생각지도 못했던 호흡을 구현할 때 보는 사람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든요. 그런 호흡을 매 순간 고민해요. 키스 신뿐 아니라 다른 연기도 유행을 따르거나 하던 대로 하면 발전이 없을 것 같아요.” 연기할 때와 달리 쉴 때는 조용히 집에 있거나 운동을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제가 밖으로 많이 다닐 것 같죠? 사실은 ‘집돌이’예요. 물론 술자리에서 한잔하면 밝은 기운이 저절로 나오긴 하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더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끝내고 쉬고 싶기도 하련만 벌써 연극 연습을 시작했다. 차기작은 1984년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진 영국 극작가 피터 섀퍼의 연극 ‘아마데우스’. 천재 모차르트와 그를 시기한 빈 왕실의 궁정음악가 살리에리를 다룬 내용이다. 모차르트 역할을 맡은 조정석은 이번 복귀를 “충전의 시간”이라며 “작품에 대해 골똘히 공부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무대는 제게 친정이자 고향 같은 곳이니까요. 저는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리에 가까워요. 배우에겐 천재란 말이 어울리지 않거든요. 감각이나 순발력은 타고날 수 있지만 한 번 보고 느낀 것만으로 빈틈없이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봅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늘고 얼마나 고뇌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평창 음악제가 점점 성장하는 것을 보고 정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해외에 많이 알려져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참석하길 원한다고 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정명화)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010년부터 7년 동안 이끌어왔던 평창대관령음악제·평창겨울음악제의 예술감독에서 물러난다. 24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경화는 “한국은 땅덩어리는 작지만 세계에서 실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칠순을 바라보지만 외국 무대에 열심히 서며 한국을 빛내는 게 여전히 우리가 꿈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2004년 시작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9회째였던 2010년부터 정명화 정경화 자매가 이끌어왔다.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알찬 프로그램과 거장과 신예 연주자가 함께하는 묵직한 기획으로 많은 호응을 얻어왔다. 겨울올림픽 유치를 목적으로 시작했던 음악제였던 만큼 올림픽 이후 상황은 불투명한 게 현실.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여름음악제는 올림픽의 유산으로 이어지겠지만 겨울음악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2018 평창겨울음악제’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명창 안숙선, 피아니스트 손열음, 댄서 벨렌 카바네스 등 국내외 저명 연주자가 참여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일본 도쿄 하라주쿠(原宿)에 가면 한국 NHN의 ‘라인 프렌즈 스토어’는 물론 국내 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와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최근 KOTRA는 ‘2018 일본 진출 전략’ 중 하나로 ‘3차 한류 재점화’를 꼽기도 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케이팝 아이돌이 이끈 1·2차 한류가 지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생적 3차 한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CJ E&M은 2018년 케이콘(KCON)의 첫 개최지로 일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케이콘은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화장품 음식 패션 게임 등 생활 밀착형으로 확산되고 있는 ‘3차 한류’에 발맞춰 관련 컨벤션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고 현지 한류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관람객의 57%를 차지하는 10, 20대 소비자를 겨냥한 디지털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케이콘은 4월 13∼15일 사흘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 국제전시장홀’에서 진행된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케이콘은 한류 세계화를 목표로 7년 동안 북미 아시아 중동 유럽 등에서 누적 관람객 56만 명을 유치했다. 2015년 시작한 일본 케이콘은 배우 연우진, 최우식, 남궁민 등이 참여해 3년 동안 9만6500명이 찾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성시연 지휘자가 떠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해외 저명 지휘자를 초대하는 ‘비르투오소’ 시리즈로 관객들을 만난다.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2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경기필이 성시연 지휘자와 긴 트레이닝을 했다면 올해는 많은 거장들과 다양한 색깔을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한국을 찾는 이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야프 판 즈베던 음악감독(사진). 판 즈베던은 2008년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2017, 2018 시즌부터 뉴욕필을 지휘했고 2018, 2019 시즌부터 정식 취임한다. 한국에서는 3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같은 달 2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등을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과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나선다. 5월 3∼5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 등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첼리스트 어맨다 포사이스, 피아니스트 안젤라 청과 더블 리사이틀을 갖고 경기필하모닉과 협연을 펼친다. 정 사장은 “주커만이 올해 70세를 맞이한 기념으로 다니엘 바렌보임, 이츠하크 펄먼과의 협연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2016년부터 이끌고 있는 다니엘레 가티도 9월 30일과 10월 1일 경기도문화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만날 수 있다. 가티는 지난해 11월 RCO와 내한해 말러 교향곡을 선보여 극찬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함께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을 이끌며 러시아 문화예술계의 변화를 선도한 발레리 게르기예프도 뮌헨 필하모닉과 한국을 찾는다. 11월 21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할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카를로스 클라이버…. 45년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수많은 거장 지휘자와 함께해 온 라이너 퀴힐(68·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빈 필과 함께한 지휘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를 꼽았다. “모든 지휘자가 각자 음악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있어요. 때로 자기중심적 지휘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심에서 한발 물러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가장 좋은 지휘자죠. 그런 면에서 줄리니가 가장 뛰어났어요.” 그는 “카라얀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할 줄 알았고, 번스타인은 음악적 지식이 많아 좋은 지휘자일 뿐 아니라 훌륭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며 “클라이버는 말러 8번 교향곡처럼 웅장한 곡도 섬세하고 정확하게 이끌 줄 아는 ‘팔이 긴 지휘자’”라고 기억했다. 퀴힐은 “늦은 나이인 11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빈 필의 음악회를 보며 단원이 되길 열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세였던 1971년 빈 필의 악장이 됐다. 연두색 재킷에 붉은 손수건을 꽂고 나타난 그는 45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인물답게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요제프 라너와 요한 슈트라우스가 있었던 19세기 빈에는 비행기도 컴퓨터도 없었어요. 작곡가들은 말을 타고 숲에서 새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었죠. 저는 브람스가 소나타를 지은 오스트리아 호숫가에도 가봤어요. 삭막한 도시에서 기계들에 둘러싸여 자라는 현대의 젊은 연주가들이 기교는 뛰어나지만 때로는 로봇처럼 연주한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워요.” 퀴힐은 18일 서울 금호아트홀의 거장 내한 시리즈 ‘금호아트홀 익스클루시브’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20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도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주택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골목에 자리한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 1층엔 새빨간 미용실 간판이 붙어 있다. 그 옆에 있는 자그마한 간판 ‘Idaho(아이다호)’는 겉만 봐선 무슨 공간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간신히 입구를 찾아 올라가면 회색 노이즈 화면밖에 보이지 않는 브라운관 TV만 있다. 이곳은 복합 문화 공간 ‘아이다호’다.○ “카페가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이에요” 최근 망원동을 비롯해 경리단길, 을지로 등지에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음식점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 30대 젊은 예술가들은 이런 공간에서 자신의 작업을 전시·판매하고 공연을 연다. 대부분 ‘아이다호’처럼 커다란 간판이나 표지판도 없고, 먹거리를 팔지만 식당으로 불리기는 꺼린다. ‘아이다호’는 스스로를 ‘카페·펍을 기반으로 한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찾기 힘든 위치에 자리한 탓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눈 밝은 사람만 찾아오는 묘한 멤버십도 형성돼 있다. ‘아이다호’는 2016년 서울 홍익대 중심으로 활동하던 일렉트로닉 밴드 ‘히든플라스틱’ 멤버 크랜(강경훈)과 비주얼 아티스트 판타스틱 린린(오세애)이 시작했다. 처음에는 둘만의 작업실을 구하던 두 사람은 다른 예술가도 편하게 찾아와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방향을 바꿨다. 강 씨는 “콘셉트를 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 취향대로 공간을 만들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전시와 공연 역시 두 사람의 취향에 따른다. 대관 요청이 들어와도 공간의 성격과 맞는지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20년 넘게 동네 헬스클럽으로 운영됐던 이곳은 지금도 벽면에 ‘기본 스트레칭 동작’ 삽화가 담긴 액자가 그대로 남아 있다. 천장의 선풍기도 당시 것이다. 여기에 카운터 위에 달려 있는 오래된 표어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하얀색 타일과 물감을 던져 오래된 느낌을 만든 가죽 소파까지. 오래된 물건들을 활용해 복고적 분위기가 나지만 두 사람의 취향이 더해져 미지의 과거로 돌아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 씨는 “상호명은 1991년 영화 ‘아이다호’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 나중에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찍고 1993년 세상을 떠난 배우 리버 피닉스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분위기를 즐겼을지도.○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숨은 공간 중구 을지로에도 이런 숨은 공간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 밤이면 축축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을지로 골목은 새로운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 지자체가 도시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 청년들에게 싸게 작업실을 임대하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든 게 계기가 됐다. 금속공예 아티스트가 작업실 겸 펍으로 운영하는 을지로3가의 ‘물결’은 간판 없이 포스터만 덩그러니 붙어 있다. ‘을지 커피숍’이란 오래된 간판이 있는 건물의 4층에 위치한 ‘물결’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중에 들어간 듯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십분의 일’은 취업공부를 함께 하던 친구들이 ‘청년 아로파’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와인바. 아예 간판도 없이 오래된 불투명 유리문에 ‘와인’ ‘소주 없음’이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 간판도 공간도 숨겨놓듯 드러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들은 ‘처음부터 장사를 위해 차린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처럼 예술가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거절한 한 업주는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형성되고 공간을 유지할 정도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해 방영한 tvN ‘윤식당’은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의 여유로운 일상을 차용했다. 지글지글 불고기를 굽는 배우 윤여정은 핀란드에서 오니기리를 만들어 파는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와 닮았다.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식당 속의 편안한 대화를 엿보는 재미까지도. 5일 방송을 시작한 ‘윤식당2’는 이 매력을 고스란히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로 가져갔다. 가라치코 마을은 아프리카 대륙 인근 카나리아 제도에 위치한다. 남부 유럽과 아프리카의 문화가 섞인 마을의 강렬한 색감은 이전과 비슷한 내용을 새로워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화면 일부에만 초점을 맞추는 ‘미니어처 타임랩스’ 기법은 화려한 풍경을 동화 속 장난감 마을처럼 만들었다. 제작진은 새 시즌에 배우 박서준을 투입하고 애피타이저와 디저트에서 난도를 높여 변화를 줬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한식을 맛있게 먹는 외국인 손님들이었다. 첫 손님이었던 덴마크 부부가 “한국의 청와대에서 먹었던 것만큼 맛있다”고 칭찬한 것을 본 누리꾼은 이들이 전 덴마크 경제장관 부부임을 찾아내기도 했다. 또 자신을 ‘푸드 블로거’라고 소개한 우크라이나 고객이 실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도 찾아냈다. ‘타이쿤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도 여전하다. 타이쿤 게임은 놀이동산, 편의점, 붕어빵 노점상 등을 운영하는 모바일 게임의 한 장르다. 높은 곳에서 내리찍듯 부감으로 촬영한 요리 장면, 주문서를 화면 하단에 띄워 하나씩 삭제하는 그래픽은 시청자가 윤식당을 경영하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만든다. 평소 나영석 PD는 제작진에게 ‘부모님도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지 고민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tvN 역대 예능 최고 시청률(2회 14.8%)을 기록한 ‘윤식당2’는 10대부터 50대까지 고루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 같은 아기자기함, 중장년층의 몰입을 돕는 ‘오너’ 윤여정, 전 세대를 아우르는 휴양지의 보편적 매력이 통한 셈이다. 다만 단순한 주제에 비해 1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은 자칫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시즌1과 달리 완벽하게 준비된 식당과 메뉴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12일 방영된 2회에서 잡채를 새 메뉴로 결정하자마자 당면이 등장한 것을 놓고 “메뉴를 미리 정해놓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tvN 관계자는 “여러 상황에 대비해 일부 재료를 한국에서 준비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1869)는 책 ‘근대의 악기법과 관현악법’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이렇게 설명한다. “오르간과 오케스트라는 서로 은밀한 적대감을 갖는다. 자신의 영역을 쉽사리 내어주지 않으려 하는 라이벌 관계다. 오르간이 황제라면 오케스트라는 교황이다.” 파이프 오르간 음색을 솔로로도 감상할 수 있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의 오전 공연 ‘오르간 오딧세이’가 새롭게 단장했다. 1월 선보이는 ‘오르간 In 바로크’는 오르간 음악이 다수 작곡된 바로크 시대가 주제다.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프랑스 작곡가 니콜라 드 그리니(1672∼1703)의 ‘대영광송’의 한 악장 등을 선보인다. 발 건반으로만 연주하는 프랑스 현대 작곡가 장 랑글레의 ‘프레스코발디 오마주’ 가운데 ‘에필로그’도 만날 수 있다. 연주는 오르가니스트 류아라가 맡았다. 콘서트 진행을 맡은 트럼피터 나웅준은 이원 생중계 방식으로 파이프 오르간 내부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건반악기이면서 관악기의 특성을 지닌 파이프 오르간의 성격과 다양한 음색을 결정짓는 ‘스톱’, 파이프에 바람을 공급하는 ‘바람상자’, 음의 세기를 조절하는 ‘스웰박스’ 등 오르간 내부 구조와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오르간 In 바로크’는 28일과 다음 달 25일 오전 11시 30분에 공연된다. 4월부터는 고전주의, 낭만주의 시대 오르간 음악이 정기적으로 이어진다. 7월과 12월에는 시즌 특별 콘서트가, 10월에는 다양한 악기와 함께 오르간을 연주하는 ‘오르간 플러스’가 준비돼 있다. ‘오르간 오딧세이’는 올해 모두 11회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4일 방영한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 지난해 작고한 고 김영애 배우의 아들 이민우 씨 사연은 눈물을 참기가 무척 힘들었다. 생계를 책임졌던 고인의 바쁜 스케줄 탓에 아들은 어머니와의 추억이 거의 없었다. 사춘기 시절엔 너무 갈등이 심해 쫓겨 가듯 해외로 떠났단다.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기 직전, 어머니는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 왔다.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 아들은 곧장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2년 반 동안 줄곧 어머니 곁을 지켰다. 고인은 2012년 췌장암 판정을 받은 뒤에도 드라마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통증을 참으려 복대를 차고 연기했다. 아들은 숱하게 어머니를 말렸다. 하지만 고인은 “작품을 하지 않는 게 더 고통스럽다”며 현장에 머물길 고집했다. 이 씨는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한 번도 인생을 허투루 산 적이 없는 인간 김영애. 참 열심히 살았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고인을 기억하게 만드는 화려한 작품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197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삶을 아름답게 빛낸 건, 다름 아닌 누구보다 꾸준했던 열정이었다. 다시 한번 삼가 조의를 표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데뷔 뒤에 찾아온 허무와 결핍 때문이었습니다.” 의외였다. ‘출국’(2001년),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2004년) 등 호소력 짙은 음악으로 사랑받아 온 가수 하림(42). 하지만 12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만난 그는 “데뷔 직후 고민에 빠져 세계를 돌며 ‘음악 방랑’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를 그리 내몰았을까. “어릴 때 음악은 제 삶의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데뷔하자 음악이 도구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히트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받게 됐고, 그에 대한 반론을 스스로 찾지 못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하림은 2000년대 아일랜드 스페인 인도 등 ‘월드뮤직’ 강국을 숱하게 탐방했다. 다큐멘터리 촬영차 방문했던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것도 그때쯤이었다. “당시 아프리카의 한 소녀에게 기타를 보내주기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국내에 돌아와 공연에 빠져 잊고 지냈죠. 뒤늦게 생각나 바로 기타를 보냈어요. 그게 2008년, 해마다 아프리카에 기타를 보내는 ‘기타 포 아프리카’를 시작한 계기예요.” 아프리카와의 인연은 최근 자연스럽게 ‘2018 평창문화올림픽-아트드림캠프’로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이 캠프는 겨울스포츠가 낯선 말라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청소년들이 한국 예술가와 교류하는 프로젝트다. 이날 서강대에서 열린 음악회 ‘평화의 눈꽃, 나리다’도 각국 청소년과 함께 합동 공연을 펼치는 결과물이었다. 지난해 11월 말라위에서 음악 교육을 진행했던 하림도 학생들과 함께 만든 곡 ‘흥’과 ‘하모니’를 선보였다. “말라위 친구들은 에너지가 넘쳐 흥분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중요했어요. 합주할 때도 제가 먼저 지치곤 했죠. 그 과정에서 오히려 고민거리가 생겼어요. 무대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방법이 뭘까, 음악의 원초적인 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하림은 그런 고민 끝에 ‘문화 예술도 결국 삶을 위한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스페인의 ‘플라멩코’란 춤과 음악은 누구나 즐기는 일상의 예술이죠. 우리 역시 일상에서 함께 즐기는 ‘생활 음악’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요. 예술이 삶에서 출발해야 시장도 살아나고 예술가도 살 수 있습니다. 음악의 도구화와 상업화를 경계해야 하는데, 브레이크를 잡는 사람들이 부족해 안타까워요.” 최근 그는 이주노동자에게 음악을 즐길 무대를 제공하는 ‘국경 없는 음악회’도 진행한다. “현장 음악이 중요하고, 기록을 위한 음악은 두 번째라고 생각해 앨범 작업을 피해 도망 다녔다”는 하림. 다음 앨범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당분간은 문화 프로젝트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언젠가 저의 생각이 조금 더 열리면, 그동안 꾸준히 작업해온 많은 음악을 기회가 되는 대로 선보이겠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눈 덮인 대관령에서 펼쳐졌던 ‘평창겨울음악제’가 서울 강릉 춘천 원주 등에서도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8 평창겨울음악제가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첫선을 보인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평창겨울음악제는 처음으로 주 개최지인 강원 평창군 평창알펜시아콘서트홀을 벗어났다. 다음 달 개최될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려는 뜻이다. 30, 31일 서울 공연으로 문을 여는 축제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다음 달 2, 3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로 이어진다. 클래식 실내악에 댄스와 발레, 국악을 접목한 프로그램과 러시아 마린스키극장 성악가들이 펼치는 오페라 갈라 등 특색 있는 무대와 풍성한 볼거리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정명화 정경화 예술감독을 비롯해 명창 안숙선, 피아니스트 손열음, 스페인 댄서 벨렌 카바네스, 한국계 네덜란드 하프 연주가 라비니아 메이어르 등 국내외 최고의 예술가 다수가 참여한다. 최초로 선보이는 안숙선과 정명화의 판소리와 첼로가 어우러지는 ‘평창 흥보가’(작곡 임준희)는 놓치면 아쉽다. 다음 달 1일 강원 춘천시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선 메이어르와 춘천시향의 협연, 2일 강원 원주시 백운아트홀에선 마린스키 소속 성악가들과 원주시향의 협연을 선보인다. 10일 평창군 평창올림픽페스티벌파크에선 문화공작소 세움의 코리안 브레스 재즈 연주회가, 16일 강릉아트센터에선 TIMF앙상블과 지휘자 성시연, 손열음 정경화가 협연을 펼친다. 구체적인 일정은 2018 평창겨울음악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강릉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매도 가능하다. 1만∼3만 원. 033-240-1363, 02-725-3395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 등 12개 언론 단체가 10일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소유권을 언론계로 되돌려 줄 것을 촉구했다. 언론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프레스센터는 ‘언론의 전당’이라는 설립 취지와 언론계가 소유했던 옛 신문회관에서 시작한 시설의 역사성에 비춰볼 때 언론계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와 정부는 프레스센터 분쟁을 재산 다툼 차원에서 다룸으로써 프레스센터가 언론의 전당이며 공적 자산이라는 원칙을 훼손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정도에 따라 문제를 처리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간 프레스센터 소유권 분쟁에 관해 청와대가 해법 모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발표됐다. 언론단체들은 “뒤늦게나마 정부 산하기관이 소송이 아닌 정부 부처 간 정책 협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임태혁)는 프레스센터의 관리운영권을 둘러싸고 코바코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언론재단이 부당이익금 220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은 “정부가 직접 나서 소유권 및 관리운영권 조정 노력을 벌이는 시점에 나온 이번 판결은 언론계의 상징 건물인 프레스센터의 설립 취지와 역사성, 공적 시설로서의 지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단체는 역대 정부가 2009년부터 결론을 내렸던 조정안대로 프레스센터와 남한강연수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회관과 광고문화회관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관할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유재산 관리 책임 기관인 기획재정부가 ‘당사자가 합의해 오면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식의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재부가 2012년 5월 법률 자문을 통해 프레스센터는 언론계가 소유·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며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소유권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청와대에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 참여단체는 신문협회 외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이하경)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 관훈클럽(총무 박제균)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이사장 김창기) 한국여기자협회(회장 채경옥) IPI한국위원회(위원장 방상훈)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사장 김기웅) 대한언론인회(회장 이병대)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김선호)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이동희) 한국어문기자협회(회장 이승훈) 등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거침없는 연주에선 굳건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3)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곡씩 연주를 마칠 때마다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2015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첫 한국인 우승자다운 여유랄까. 나탄 밀스타인(1904∼1992)의 ‘파가니니아나’와 요한 할보르센(1864∼1935)이 편곡한 헨델의 ‘파사칼리아’는 무대를 꽉 채우다 못해 넘쳐흘렀다. “일곱 살 때 이모가 선물해 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앨범을 듣고 언젠간 이렇게 연주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로 파가니니가 어렵고 기교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피하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바이올린에서 그런 소리가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게 해준 곡이었고, 그래서 바이올린을 더 열심히 연마해야 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양인모는 5월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 전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단 말이 나올 정도로 고난도 기교를 요구한다. 그는 “카프리스는 콩쿠르나 실기시험 레퍼토리 연주곡이란 선입견이 있는데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던 양인모는 지난해 12월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학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같은 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다닌다. 빠듯한 일정 탓에 국내 무대를 잡기 힘들어 ‘굴착기로 파도 일정이 안 나오는 (상상 속) 2D 캐릭터’란 국내 팬들의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학교 때문에 안타깝지만 계속 연주 제의를 거절해왔어요. 이번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덕분에 한국에 자주 올 수 있어 기쁩니다. 이 자리에서 약속 하나 할게요. 이달 말까지 웹사이트를 열어 연주 정보를 공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부지런히 관리하겠습니다.” 양인모는 11일 금호아트홀에선 파울 힌데미트(1895∼1963)의 소나타 등을 들려줄 계획이다. 5월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연주에 이어 6월과 9월, 11월에도 무대에 오른다. 금호아트홀은 2013년부터 해마다 30세 이하 연주자를 상주음악가로 발탁해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