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김도형 기자

동아일보 AD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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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경찰, 교육, 외교통일, 정치, 스포츠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중후장대 산업을 취재한 경험 위에서 IT 기업들과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dod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경제일반39%
자동차17%
기업8%
건강8%
문화 일반8%
복지4%
사회일반4%
교육4%
검찰-법원판결4%
유통4%
  • 학대받는 아이, 부모가 거부땐 ‘격리’ 쉽지않아

    19일 찾은 서울 강남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 A 씨(33)는 “최근까지 수도권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일하면서 정원의 2배에 가까운 아이를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일손이 달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는 얘기다. 경찰의 통보를 받고 학대아동 보호·치료 업무를 실제로 진행하는 전국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현재 55곳이다. 이곳에서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격리해 비밀리에 보호하는 학대피해아동쉼터 37곳을 운영하는데 정원이 각 7명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수용인원이 약 250명밖에 안된다. 2014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아동 학대 사례가 1만 명이 넘고 14명이 사망했지만 학대 받는 아동이 갈 곳이 없는 셈이다. 경찰과 함께 학대피해 아동 조사와 치료 사업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학대아동 보호의 중심이다.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방치하고 굶기고 때리는 식의 학대가 계속 이어지다가 결국 ‘끔직한 일’이 빚어진다. 학대 초기에 발견해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장의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서는 인원 및 시설적인 한계와 법적인 문제로 ‘격리’와 같은 대응을 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공조하는 경찰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담당자는 “아동학대는 기본적으로 가정 안에서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고 눈에 보이는 피해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격리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아동학대 사례가 신고까지 됐는데도 제대로 초기 개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의 출발점이 된다. 이번 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처럼 극단적인 사례도 부모가 처음부터 아이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때리고 굶기는 등의 일을 반복하다 벌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아동학대 상황에서 부모와 아이가 ‘분리’돼야만 아이가 진술하고 보호될 상황이 마련될 수 있는데 지금은 부모가 거부하면 개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친권이 절대시되는 문화 속에서 현장에서는 아이를 숨기고 진술서도 제대로 못 내게 하는 부모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받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떼놓은 다음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마련하고 적극적인 격리로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김도형 dodo@donga.com·전주영 기자}

    • 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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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성매매 고객 의심 명단’ 6만여 명 자료 입수 분석 중

    경찰이 6만여 명에 이르는 성 매수자 의심 명단을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성매매 고객 명단으로 의심되는 엑셀 파일을 입수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파일 입수경위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성매매 조직이 관리한 고객 명단이 맞는지 진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한 여론기획 전문회사는 서울 강남지역 성매매 조직의 고객 명단이라면서 6만6300여 명의 전화번호와 차량 등 특징, 상대 여성의 이름 등이 담긴 엑셀 파일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해당 명단에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경찰도 대거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실제로 해당 파일에 경찰이 포함돼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그 명단에 오르게 됐는지를 파악할 방침이다. 또 명단을 공개한 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명단 입수경위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수사나 내사가 아닌 진위 파악 단계”라며 “성매매 관련성이 확인되고 수사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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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마포구 도로변에서 가방에 담긴 20대 여성 시신 발견

    서울 마포구의 도로변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들어있는 가방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10분경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터널 인근 도로변에 놓인 가방 안에서 김모 씨(23·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곳에서 휴식 중이던 한 택시 운전사가 가방을 발견하고 내부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가방은 가로 1m, 세로 0.5m 크기로 시신은 알몸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가방이 발견된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김도형기자 dodo@donga.com}

    •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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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中도피 보이스피싱 일당 韓中공조로 검거

    경찰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보이스피싱 조직 피의자들을 중국 공안이 대거 검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공안의 추적을 피해 주기적으로 근거지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국내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6명을 포함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22명이 지난달 말 중국 하얼빈(哈爾濱) 시에서 공안에 체포됐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이 지난해 중국 측에 검거를 요청한 이 조직은 당초 창춘(長春) 시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근거지를 하얼빈으로 옮겼지만 공안이 꾸준히 추적해 검거에 성공한 것이다. 체포 작전에는 80명가량의 공안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증거를 분석하는 한편 총책급으로 파악된 전모 씨(33)와 이모 씨(33) 등의 국내 송환 문제를 협의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이들의 범죄 금액은 15억 원가량이지만 경찰은 실제 피해액이 이보다 5배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인출책을 검거하는 것으로는 보이스피싱 근절이 어렵다고 본 경찰이 지난해부터 중국 공안과 적극적으로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서대문서는 지난해부터 중국 옌볜(延邊) 지역 공안과 직접 연락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이번 조직 검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조직 역시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하얼빈으로 근거지를 옮기기 전에도 공안의 검거 작전에 대비해 8, 9개월 단위로 옮겨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는 공안의 압박이 커지면서 아예 중국을 떠나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조직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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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랑스러운 아빠, 사랑해요” 자녀들 하늘 향해 눈물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의 노력과 희생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 온 수상자들의 사연이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실수로 수류탄을 떨어뜨린 훈련병을 구한 김현수 상사(33)에게 훈련병들은 “앞으로도 멋진 사나이로 남아 달라”며 뜨겁게 파이팅을 외쳤다. 서해에서 전쟁 같은 작전으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한만욱 경위(44)의 활약상에는 “덕분에 큰 시름 덜고 일한다”는 어민들의 밝은 미소가 곁들여졌다. 대상을 받은 이정남 경감(55)은 233명의 목숨을 구한 마포대교 위에서 언제나처럼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제복을 입고 일하다 순직하거나 부상한 특별상과 위민경찰관상, 위민소방관상 수상자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시상식장은 이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시상식 내내 슬픔을 다독이던 유가족들은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시 엽총 살인사건 당시 부하 직원 대신 인질극 현장에 출동했다 범인의 총탄에 순직한 이강석 경정(당시 43세)의 아들 정재 군(17)은 “가족들이 모이면 아직도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매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응급 환자 구조 헬기를 타고 전남 신안군 가거도로 출동했다 사고를 당한 고 백동흠 경감(당시 46세)의 아들 승호 군(14)도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꼭 얘기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지난해 7월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 단란주점 화재 진압 작전에 나섰다 끝내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 강수철 지방소방령(당시 48세)의 부인 진정임 씨(48)는 “화재 출동을 나갔다 오면 며칠씩 목에서 검은 잿가루가 나오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강 소방령 대신 시상대에 오른 딸 윤서 양(18)은 “쉬는 날에는 학교 끝날 시간에 늘 데리러 오던 자상한 아버지가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수상자 여러분의 사연을 보며 함께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에 한없는 자부심과 고마움을 느꼈다”며 “제복은 국민의 삶 한가운데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시상식에 앞서 특별승진 임용식이 진행됐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과 강신명 경찰청장은 직접 새 계급장을 달아주며 격려했다. 이날 박상진 지방소방장과 한만욱 경사는 각각 소방위와 경위로, 이정남 경위와 남한수 경위는 각각 경감으로 승진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금을 기부하겠다는 수상자도 있었다. 한만욱 경위는 해경 순직자 3명을 위해 상금(2000만 원) 전액을 내놓기로 했다. 조장석 하사도 상금 전액을 해군바다사랑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전사·순직한 해군 장병의 자녀를 지원하는 장학재단이다. 이정남 경감도 상금 일부를 복지기관에 내놓고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쓸 계획이다. 심사위원장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영예로운 제복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제복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고마운 마음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체 제복 공무원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강신명 경찰청장,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등 내외빈과 수상자 가족, 동료들이 참석했다.김도형 dodo@donga.com·김호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축사 전문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제복 공무원께 감사”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난 한 해 국민 안전을 위해 헌신하신 공로로 수상을 하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살신성인의 사명감으로 희생하신 순직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안위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어려운 근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제복 공무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안정 속에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까지 몰려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보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나라로 도약해 나가려면, 우리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떠받치고 있는 제복 공무원 여러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는 여러분이 보다 큰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제도적 기반 정비에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오늘의 뜻깊은 시상식을 축하하며,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대상이정남 경감(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찰팀)◇영예로운 제복상김현수 상사(육군 제61사단 본부근무대 경비소대장)조장석 하사(해군 인천해역사령부 218대대 223전진기지대 의무장)남한수 경감(경북 상주경찰서 동문지구대 순찰팀)한만욱 경위(제주해양경비안전서 3012함)박상진 지방소방위(서울119 특수구조단)◇특별상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고 최승호 경감, 고 백동흠 경감, 고 박근수 경사, 고 장용훈 경장)◇위민경찰관상고 이강석 경정(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장)고 이기태 경감(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이광덕 경위(경기 성남중원경찰서 금광지구대 순찰팀)◇위민소방관상고 이종태 지방소방경(경남 산청소방서 산악구조대)고 강수철 지방소방령(제주 서귀포소방서 동홍119안전센터)노석훈 지방소방장(광주 서부소방서 화정119안전센터)● 심사위원 명단정상명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이현옥 상훈유통 대표김진국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안동범 세무법인 로고스 회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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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에게 홍보 전화 걸었다가…가짜 비아그라 유통 일당 ‘덜미’

    중국에서 밀수입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품처럼 속여 국내에 대량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과거 중국의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 수사 과정에서 구매자로 위장해 연락처를 남겼던 경찰관에게 제품을 홍보하려 전화를 걸었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에서 제조한 불법 의약품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손모 씨(69) 등 5명을 구속하고 이모 씨(55·여)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공급 총책인 손 씨는 2014년 7월부터 이달 초까지 중국의 밀수업자로부터 가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을 사들여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사무실에 보관하면서 국내 유통업자 박모 씨(44·여·구속) 등 4명에게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손 씨에게 제품을 공급받은 박 씨 등은 인터넷에 판매사이트를 개설하고 명함 형태의 광고지를 제작해 제품을 정품인 것처럼 홍보한 뒤 이를 보고 연락한 고객 4400여 명에게 판매해 15억 원 가량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 등은 오피스텔을 빌려 전화 상담실을 차리고 과거에 중국산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매한 적이 있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입수해 고객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이들이 유통한 의약품 가운데는 비아그라 등의 주성분인 실데나필과 타다라필이 정품의 3~5배 이상인 제품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성분을 과용하면 심혈관계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다. 경찰은 이들 제품이 중국에서 ‘황금 비아그라’, ‘황금 시알리스’ 등으로 포장돼 국내에 유입됐지만 정품은 ‘황금’ 같은 이름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박 씨 등은 무좀 등에 쓰는 곰팡이균(진균) 질환 치료제를 ‘여성용 비아그라’로 속여 팔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개인정보 명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제품을 판매하려다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우연히 전화를 받은 ‘고객’이 과거 불법 의약품 구매자를 가장해 유통업자를 수사한 경찰관이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유통·판매한 가짜 의약품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며 “국내 공급 총책인 손 씨에게 의약품을 공급한 밀수업자의 소재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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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끄니 나만의 생각이 보여요

    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 200명 가까운 사람이 책상과 테이블을 가득 채웠지만 ‘사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와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이 홀 안을 채우고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컴퓨터는 책상 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이삼봉홀에서는 ‘2016년 이화 에크리’가 열렸다. 프랑스어인 ‘에크리’는 글을 쓴다는 뜻. 행사에 참석한 학생 158명은 미리 정해진 책 5권 가운데 한 권의 서평이나 기행문을 썼다. 이날의 ‘백일장’이 특별한 이유는 어떤 전자기기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학생들은 오로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감성으로 글을 완성해야 했다. 디지털 정보는 마감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대형 스크린의 디지털시계가 전부였다. 평소 인터넷 검색 자료를 마우스로 긁어 붙이고 편집한 뒤 키보드로 정리하는 데 익숙했던 학생들은 B4 용지 크기의 시험지에 연필로 2, 3쪽씩 글을 써 내려갔다. 길고 긴 3시간을 보낸 뒤 학생들은 “어떻게 책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제러미 리프킨의 책 ‘한계비용 제로 사회’ 서평을 쓰고 나온 최윤영 씨(21·여·글로벌건강간호학 전공 2학년)는 “그동안 책을 가볍게 읽고 글쓰기 역시 다른 사람의 생각에 의존해 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얘기했다. 기행문을 써낸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짤막한 여행 소감을 올리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을 경험했다. 지난해 스페인에 다녀온 이야기를 쓴 윤신우 씨(21·사회학 전공 3학년)는 “여행 중에도 SNS에 글을 많이 올렸지만 대부분 ‘멋있다’, ‘맛있다’처럼 좋은 것만 보여줬는데 이번엔 길을 잃고 헤매던 나쁜 경험까지 담아서 썼다”고 했다. 흔하디흔한 백일장이 특별한 행사로 눈길을 끄는 것은 학생들이 인터넷과 SNS에만 몰입하는 세태의 영향이 크다. 정보의 양은 무한대로 늘어났지만 정작 많은 학생들은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균관대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맡기고 책을 읽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에크리를 주최한 장미영 호크마교양대학장(59·여)은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쓰는 글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자양분이 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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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무인정찰기 대낮 도심 주택가 추락

    한낮 서울 도심에서 훈련 중이던 군용 무인 정찰기가 주택가에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군 당국은 주민 신고를 받은 경찰의 통보를 받고서야 출동해 추락한 기체를 수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군 당국에 따르면 7일 오후 1시 50분경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 무인 정찰기가 추락해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들이 “날개가 있다”고 설명하는 등 비행 의심 물체로 추정돼 군과 경찰 합동조사단이 출동해 수거한 이 무인 정찰기는 2009년 우리 군이 도입한 ‘리모아이-006’ 기종이다. 중량이 3.4kg 내외인 이 무인 정찰기는 최대 시속 75km의 속도로 날며 300m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상에 보내는 장비다. 지난해 개발을 완료하고 전력화에 나선 방위사업청이 “해외 첨단 무인기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성능을 갖췄다”고 홍보한 바 있지만 훈련 중에 갑작스럽게 추락하면서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 기기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북한이 보유한 무인기와 비슷한 크기의 우리 무인 정찰기를 띄워 훈련을 하다 통신이 두절된 지 1시간 만에 찾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단 이날 불었던 강풍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자칫하면 시민들이 크게 다치거나 숨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사고”라며 “전시도 아닌 평시에 인구 밀집지역에서 훈련을 벌이는 군 당국이 보다 확실하게 안전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손효주 기자}

    • 201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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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청소년들 극단적 선택 막게 마포대교에 현장 상담센터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4시 반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서울 영동대교에서 전화기를 들었다. 한강 다리 14곳에 자살을 막으려 설치한 ‘SOS생명의전화’다. “하염없이 걷다보니 다리 위에까지 오게 돼 전화를 걸어봤다”고 입을 뗀 학생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모가 짜놓은 틀 안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부모가 원하는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할 자신이 없다는 답답함이었다. 경시대회 성적마저 좋지 않아 고민이지만 부모와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곧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였던 이 학생은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20분 넘게 상담한 뒤 “얘기를 들어줘서 참 고맙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 전화를 받은 ‘한국생명의전화’ 최정미 대리(33·여)는 “생명의 전화를 든 경우에는 상담과 더불어 경찰과 119 신고도 활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막고 있다”며 “다만 이 학생처럼 추가로 가족 상담 등이 필요해 보이는 경우 곧바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마포대교를 비롯한 한강 다리 14곳에 ‘SOS생명의전화’를 운영하면서 자살 예방에 힘써온 ‘한국생명의전화’가 올해 전문 상담원이 상주하는 상담센터를 마련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최 대리의 얘기처럼 일회성 상담을 넘어서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담자는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단체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돕기 위한 노력이다. 상담센터는 ‘SOS생명의전화’ 사업을 지원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예산을 지원해 버스나 컨테이너 형태로 마련된다. 서울시와 협의를 거친 뒤 올 상반기 마포대교 아래나 한강대교 아래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상담센터에서는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과 시민은 물론이고 자살 시도를 했다가 구조된 사람들을 위한 후속 상담 등이 이뤄진다. 시범운영 뒤에는 성과를 바탕으로 더 늘려갈 방침이다. 상담센터 설치는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청소년 자살 시도와도 연관돼 있다. 지난 5년간 4000건이 넘는 위기 상담 가운데 10대 청소년의 비율은 40.1%에 이른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위기 상황을 터놓고 이야기할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상담센터가 설치될 뿐 아니라 올해 가양대교 등 다리 6곳에는 ‘SOS생명의전화’가 추가 설치된다. 그러면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한강교량 20곳 모두에 전화 설치가 완료된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56)은 “전화 운영을 시작할 때는 ‘교량에까지 와서 전화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지만 5년이 지나고 보니 고민과 갈등을 털어놓을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SOS생명의전화로 상담하면서 119 출동까지 있었던 사례는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630건. 이 사람들은 모두 구조됐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서상희 채널A기자}

    • 20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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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日, 소녀상보다 위안부 피해 기록물 더 두려워해”

    34만 건. 국무총리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세든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 지하 6층에 보관된 강제동원 피해조사 자료 건수다. 30일 이 자료실에서 만난 박인환 위원장(62)은 “여긴 일본의 양심적인 정치인과 지식인이 과거사 문제로 한국을 찾으면 꼭 들르던 ‘성지’였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와 태평양전쟁전후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의 뒤를 이어 2010년 문을 연 위원회는 31일 활동을 마친다. 확보한 자료는 모두 국가기록원으로 옮겨진다. 박 위원장은 “저 자료는 이제 오랫동안 묻히지 않을까 싶다”며 “위원회가 문을 닫아도 일제강점기 우리가 당한 피해를 입증하는 증거와 팩트를 확보하는 노력만큼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검사 출신으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그는 2012년 위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4년 동안 일해 보니 일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소녀상’이 아니고 ‘기록’이더라”고 얘기했다. 얼마나 자주 집회를 열었느냐가 아니라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무기’라는 것이다. 그는 “광복 70년이다. 기억은 점점 더 흐려질 텐데 기록과 증거가 없으면 일본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도 지난 과거를 입증하지 못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현직 의원 15명을 포함해 위원회를 찾았던 일본인은 자료를 보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강제동원 피해를 신고하면 다 인정해주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이들은 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기각시키는 비율이 상당하는 것을 보여줘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에서 박 위원장이 꼽는 최고의 성과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구술집 ‘들리나요?’를 펴내고 영어판을 미국의 학계 정치계 언론계 외교가에 배포한 일이다. 박 위원장은 “참담한 과거를 털어놓은 할머니의 얘기를 정부의 기록물로 만들어 세계에 알리는 것이 가해자가 가장 겁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해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물러서도록 한 성과가 작지 않지만 조금 성급하게 접근한 것 아닌가 하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위로금 지급을 해본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지원재단을 우리나라에 설립한다는 점이다. 그는 “가해국인 독일은 재단을 만들어 배상했다”며 “우리나라에서 만든 재단이 어떻게, 언제까지 사업을 벌일지 등이 앞으로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7만6000여 건, 6200억 원에 이르는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위로금 지급을 정작 우리 정부가 제대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강제동원 피해를 접수해 사망은 2000만 원, 장애는 300만∼1800만 원까지 지급했다. 박 위원장은 “피해국 스스로 국민에게 위로금 형태로 배상하는 사례로 국제사회에 내놓을 만한데 정부는 ‘예산 부담’으로 보더라”고 했다. 한시적 기구로 출범한 위원회는 설움도 적잖게 당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 안치 과정에서는 외교당국이 “상대국을 자극한다”며 홍보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들리나요?’ 영어판 배포에도 외교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기관별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위원회 업무를 행정자치부에 넘겨주며 꼭 한 가지만은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역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조금 감성적이지 않나 싶어요.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관심을 가지는 민족이 결국 역사의 승자가 됩니다. 진실을 찾겠다고 꾸준히 설득했을 때 많은 자료를 제공해준 것도 결국은 일본이었습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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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단체-피해 할머니들 “알맹이 빠진 합의… 수용못해”

    위안부 관련 단체를 비롯해 피해 할머니들은 한일 정부의 최종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은 점이 컸다. 합의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힌 일부 피해 할머니조차 정부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8일 “피해자들과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록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일본군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을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을 놓고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범죄의 가해자로서 책임 인정과 배상 등 후속 조치를 적극 이행해야 함에도 재단 설립으로 그 의무를 슬그머니 피해국 정부에 떠넘기고 손을 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대협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번복할 수 없는 공식적인 방식으로 사죄하고 피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고 밝혔지만 “법적 책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빠진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과 비판을 자제하겠다는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정대협은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합의 발표 직후 정대협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용수 할머니(87)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생각하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오늘의 결과는 전부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측도 한일 정부를 비판하며 정대협 입장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정부가 과거에 밝혔던 것과 달리 할머니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결과물을 던져놓고 따라오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한일 양국의 정치적 야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89)는 “피해 할머니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기다렸는데 정부에 섭섭하다”며 “우리는 돈보다 명예를 회복해야 하고, 그래서 사죄와 배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할머니는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며 협상 결과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희남 할머니(89)는 “정부에서 기왕 나서서 올해 안에 해결하려고 애쓴 것을 생각해 정부에서 한 대로 따라가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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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들의 헌신, 대한민국이 기억하겠습니다

    ■ 제복상, 김현수 상사수류탄 사고현장 뛰어든 ‘훈련소 큰형님’ 4, 5초의 시간, 김현수 상사(32·사진)는 주저하지 않았다. 실수로 수류탄을 놓친 훈련병 쪽으로 뛰어들었고 그를 밖으로 끌어내 목숨을 살렸다. ‘2016년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 상사는 “당시 다른 부대원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과분한 상을 받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1월 육군훈련소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김 상사는 당시 안전핀을 제거하고 수류탄을 던지라는 명령을 받은 훈련병이 실수로 수류탄을 자신이 서 있던 호 안에 떨어뜨리자 즉각 “호 안에 수류탄!”을 외치고 몸을 던졌다. 김 상사가 병사의 생명을 구조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당직근무를 서고 있을 때 훈련병 1명이 오전 3시경 갑자기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작 증세를 보였다. 그는 곧바로 훈련병을 등에 업고 의무대까지 100m가량을 내달려 응급조치를 했고 훈련병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김 상사는 “지난 경험들은 평소 소신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며 “앞으로도 군인정신의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근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복상, 조장석 하사급류 무릅쓰고… 두동강난 어선 조난자 구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2016년 영예로운 제복상’에 선정된 해군 인천해역사령부 218대대 223 전진기지대 소속 조장석 하사(24·사진)는 올 4월 어선에 타고 있다가 여객선과 충돌해 물에 빠진 두 사람을 구조했다. 출장을 마치고 여객선을 타고 부대로 복귀하던 조 하사는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선이 두 동강 나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있어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 하사는 차가운 바다를 20m 이상 헤엄쳐서 조난자들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을 구조한 뒤 자신도 탈진과 저체온증이 온 상태였지만 응급조치를 멈추지 않았다. 의료 지원 시설이 부족한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에서 조 하사는 2013년 전입 이후 올 6월 보건진료소가 생길 때까지 대민 응급의료 지원에 힘썼다. 조 하사의 노력으로 223 전진기지대는 올 10월 군의 격오지 부대 원격 진료 시범 사업 대상 부대로 선정됐다. 해군 바다사랑 장학재단 도움으로 대학 학업을 마친 조 하사는 “영예로운 제복상 상금은 바다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해 내가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 제복상, 남한수 경위‘도둑 없는 마을’ 주민참여 이끈 CCTV 전도사 2011년 8월 경북 상주시 공검면 예주마을. 낯선 1t 트럭이 동네 집 마당에 있는 파이프 등 농자재를 몰래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마을지킴이용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4시간여 만에 절도범을 붙잡았다. 남한수 상주경찰서 동문지구대 순찰팀장(56·경위·사진)은 2010년 지구대 근무 시작 이후 5년여 동안 상주 화동·외서·공검·내서면 등의 마을 진입로에 CCTV 400여 대를 설치했다. 예산 7억9600여만 원은 농협 등의 지원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으로 마련했다. 남 팀장이 마을 이장 등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한 결과였다. 그는 “예주마을 사건 해결 이후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후 CCTV를 설치한 마을에서는 절도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를 ‘훈장선생’으로도 부른다. 경찰청 문화대전 대상을 수상할 만큼 서예 실력이 뛰어난 남 팀장은 매주 3, 4회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친다. 서예용품과 교재 등은 자비로 마련해 지원한다. 남 팀장은 “주민 가까이서 치안 서비스를 하는 지구대 근무를 마지막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제복상, 한만욱 경사쇠꼬챙이 공격 뚫고 불법 中어선 단속 지휘 14일 오후 4시 전북 군산시 어청도 남서쪽 128km 해상.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 20척을 포착하고 재주해양경비안전서 3012함 등이 긴급 출동했다. 중국 어선 측면에는 3∼5m 크기의 쇠꼬챙이가 무수히 박혀 있었고, 후미에는 그물이 쳐져 있었다. 한국 해경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고속단정을 탄 3012함 검색팀장 한만욱 경사(43·사진)는 지그재그로 도망치는 150t급 어선을 잡기 위해 3m가 넘는 너울을 헤치고 접근했다. 쇠꼬챙이를 잡고 어선에 올라 탄 한 경사는 강하게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을 제압하고 조타실을 장악했다. 한 경사는 “중국 선원들이 쇠파이프, 쇠갈고리 같은 흉기를 들고 저항할 때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다”라며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긴장을 늦추면 곧장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 기동전단 검색팀장으로 참여해 최근까지 모두 55척을 나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 경사는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가족을 지키는 심정으로 바다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제복상, 박상진 소방장검은 연기속 침착한 대응… 상주터널 참변 막아 수학여행 길에 오른 버스가 상주터널에 들어선 직후 버스 앞에서 ‘쿵’ 하는 폭발음이 들리고 창밖으로 자욱한 연기가 가득했다. 조명이 꺼져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10월 26일 경주로 떠난 서울 신대림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교사 등 40명이 탄 버스 50m 앞에서 시너통을 가득 실은 3.5t 화물차가 터널 벽을 들이받아 폭발했다. 버스에는 119대원 동행 프로그램에 지원해 수학여행에 함께한 서울 119특수구조단 소속 박상진 지방소방장(45·사진)이 타고 있었다. 박 소방장은 버스를 후진시켜 터널 입구로 돌리려다 검은 연기가 빠르게 퍼지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학생들은 겁에 질렸지만 입을 막고 버스에서 내려 차례로 터널 입구로 빠져나가라는 박 소방장의 지시에 따랐다. 터널 안에서는 차량 11대가 전소되고 22명이 부상했지만 학생들은 모두 무사했다. 박 소방장은 특전사를 거쳐 2000년 119구조대원이 됐다. 2002년 소방의 날 상을 받은 이후 2003년 긴급구조훈련 유공, 2008년 2급 응급구조사 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그는 “현장에 갈 때는 가족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간다. 가슴 아픈 현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조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 특별상“가야한다” 칠흑 안갯속 응급헬기 착륙시키다… 3월 13일 밤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 어둠의 바다 위로 짙은 해무가 몰려왔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모호할 만큼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그러나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 목포항공대 소속 조종사 최승호 경감(52)은 반드시 헬기를 착륙시켜야 했다. 한 시간 넘게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일곱 살짜리 응급 환자를 뭍으로 이송하기 위해서였다. 경력 29년의 베테랑 조종사도 갑작스러운 국지성 해무 앞에선 도리가 없었다. 착륙 지점을 찾지 못한 헬기는 그대로 바다로 추락해 최 경감 등 4명이 숨졌다. 사고 지점은 헬기 조종사들에게 악명 높은 곳이다. 섬을 반원형으로 둘러싼 산에 부딪히는 바람 때문에 헬기가 크게 흔들려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야간 이착륙 때 필요한 유도등도 없었다. 최 경감은 헬기 운항 3583시간의 베테랑이다. 2006년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해경에 투신해 바다를 지켜 왔다. 부기장 백동흠 경감(46)도 23년 동안 해군과 해경에서 헬기 조종간을 잡았다. 홀어머니를 모셔온 박근수 경사(29)은 5월 결혼 예정이던 예비 신랑이었다. 지난해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둔 장용훈 경장(29)의 시신은 끝내 수습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위민경찰관상엽총 맞고 차량에 치여도 끝까지 임무 다해 고 이강석 경정(순직·당시 43)은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장으로 근무하던 2월 27일 총기 인질극 신고를 받고 부하 직원들을 대신해 현장에 출동했다. 이 경정은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하고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범인이 쏜 엽총에 맞아 순직했다. 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고 이기태 경감(순직·당시 57)은 철로 위에 누운 장애 청소년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순직했다. 이 경감은 제70주년 경찰의 날인 10월 21일 자폐성 장애 2급인 김모 군(16)을 집에 데려다주던 중 김 군이 갑자기 철길로 뛰어들자 끝까지 구하려다 함께 사망했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 금광지구대 이광덕 경위(41)는 지체장애 6급을 이겨 내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 경위는 2011년 1월 12일 성남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 활동을 하던 중 부근을 달리던 차량에 치였다. 3년 8개월간의 재활 끝에 지난해 9월 25일 일선에 복직했다. ■ 위민소방관상3000회 출동… 쉬는 날도 달려간 소방영웅들 고 이종태 지방소방경(47)은 9월 벌집 제거 작업 중 벌에 쏘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과민성 쇼크로 숨졌다. 3000회 넘게 화재 구조 현장에 출동한 베테랑 소방관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인사혁신처는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상황이 아니었다”며 유족의 순직 승인 요청을 거절했다. ‘소방영웅’을 보내는 예우가 아쉬웠다. 지난해 7월 제주 서귀포소방서에 단란주점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고 강수철 지방소방령(순직 당시 48세)은 비번이었지만 신고 문자를 받고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119센터장이라는 사명감에 직접 호스를 들고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시간여의 사투 끝에 불길을 잡았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강 소방령은 건물 2층에서 마스크가 벗겨진 채 발견됐고 끝내 숨을 거뒀다. 광주 서부소방서 노석훈 지방소방장(39)은 올해 8월 주택가 전신주 벌집을 제거하다 감전 사고를 당했다. 상반신에 3도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 등 10여 차례의 수술 끝에 목숨은 구했지만 왼쪽 팔꿈치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노 소방장은 “4개월여의 재활 훈련이 끝나면 동료들이 있는 현장으로 꼭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자기 자리서 혼신의 힘 다한 공무원에 높은 점수 ▼5회째를 맞는 ‘영예로운 제복상’은 올해도 외부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1∼4회에 이어 이번에도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심사에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와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인 안동범 세무법인 로고스 회장이 새롭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백 상임이사는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해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헌신하고 있다. 안 회장은 연평해전 6용사 합동 안장을 제언한 바 있다. 또 국가보훈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김진국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과 제복상에 2000만 원을 기부한 이현옥 상훈유통 대표가 심사에 힘을 보탰다. 심사위원들은 국방부 경찰청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에서 후보 23명을 추천받아 공적을 종합적으로 심사했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혼신의 힘을 다해 희생한 공무원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그 결과 심사위원단은 대상 1명, 영예로운 제복상 5명, 특별상 4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3명 등 모두 16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자 중 경찰, 소방 공무원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이에 준하는 인사 혜택을 받게 된다.시상식: 2016년 1월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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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 만행 세계에 알린 소녀상… 정부 “철거 터무니없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은 빈 협약 위반으로 보고 있다.” 일본 소식통은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소녀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인식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1961년 체결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 22조는 “접수국은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소녀상 설치를 막지 않아 대사관의 품위를 떨어뜨렸고 소녀상의 인도(人道) 점유를 허용한 데다 공관 반경 100m에서 집회를 할 수 없는 집시법 위반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 “소녀상은 빈 협약 위반” 주장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런 주장에 “터무니없다”고 대응한다. 소녀상이 빈 협약 위반이라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고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고 피해자 구제를 팽개친 일본 정부가 소녀상 설치와 수요 집회가 이어지도록 만든 원인 제공자라고 한국은 보고 있다. 일본의 잇단 억측 보도에 대응을 자제하던 외교부는 26일 ‘한국 정부가 서울 남산 추모공원으로 소녀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요미우리신문 보도까지 나오자 “일본의 저의가 무엇인지, 회담의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며 단호하게 맞섰다. 일본은 2014년 4월부터 27일까지 12차례 진행된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소녀상은 일본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로 한일 협상 타결 이후 관련 단체 의견을 들어 처리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가장 아파하는 게 소녀상” 일본과 위안부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한 인사는 “일본이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게 위안부 소녀상이다. 국제사회 앞에 굉장히 창피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부(comfort women)’가 실제는 ‘성노예(sex slave)’이고 반인륜 범죄의 희생자였음을 보여 주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가 1000회를 맞았던 2011년 12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중심이 된 시민 모금으로 설치됐다. 전국 27곳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등 해외에도 세워져 ‘전쟁 여성 인권 피해’와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해외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 압력을 넣고 있다. 글렌데일 시장이 이후에 “일본의 미움을 받는 도시가 됐다. 소녀상 설치를 후회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을 정도다. 소녀상 쟁점화는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부터 받아 낸 것도 있다’며 우익 성향의 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협상 전략으로 위안부 해법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시작해 나머지 지역에 대한 철거 요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정대위) 관계자는 “캘리포니아 고등학교에서 2017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가르칠 계획인데 (소녀상 이전으로)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렌데일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가주한미포럼(KAFC) 김현정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면서도 성노예 제도 운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대협은 26일 성명을 내고 “소녀상 철거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역사를 제거하려는 시도이며, 문제 해결의 또 다른 걸림돌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조숭호 shcho@donga.com·김도형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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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녹번동 공사장 터파기에 주변 주택 8개棟 붕괴위험… 주민 132명 대피

    “고질적인 저비용 공사 관행과 부실한 감독·관리 때문에 곳곳에서 빚어지는 일인데 터파기 공사 초기에 문제가 드러나 차라리 다행인 것 같아요….” 26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다세대주택 신축공사장 인근의 주택들에서 균열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이날 현장을 둘러본 안형준 건국대 건축대학장의 지적이다. 부실한 공사 안전관리 때문에 연말에 100명이 넘는 주민이 집을 떠나 대피하는 일이 일어난 가운데 관할 구청의 늑장대응과 고질적인 ‘안전불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또 나오고 있다. 은평구는 27일 붕괴 위험이 드러난 녹번동 주택 8개 동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2곳은 건축주에게 철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9월 철거 공사를 마치고 이달 15일 착공된 2개 동 22채 규모의 다세대주택 건축 현장에서는 24일부터 인근 주택에 균열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접수됐고 25일 저녁부터 균열이 급격히 확대됐다. 연휴가 지난 뒤인 28일 대책을 마련하려던 은평구는 결국 26일 새벽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주민의 신고를 접수한 뒤 가스관 파열을 확인하고 붕괴 위험 주택 2채를 안전등급 최하인 E등급으로 지정했다. 이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주변 주택 5개 동에 사는 주민 등 132명에게도 대피 명령을 내렸다. 70여 명은 구청이 지정한 인근 모텔에 묵고 있고 나머지는 친척과 지인의 집에 머물고 있다. 27일 오후 은평구가 외부 전문가 4명을 투입해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지하 누수’와 ‘부실 지지대’ 두 가지가 사고의 이유로 꼽혔다. 언덕 한쪽을 파내며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 경사면에 흙막이 지지대를 세웠지만 노후 맨홀에서 물이 새면서 상승한 토압을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겨울에 살던 집에서 빠져나온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가운데 이달 초부터 은평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40대 여성 주민은 “12월 초에 이미 집이 기울어져서 구청을 찾아 민원을 넣었지만 시공사에서는 겉면에 시멘트를 발라주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은평구 관계자는 “12월 15일 이전에 굴토를 했다면 불법”이라며 “주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2월 초의 민원은 주민과 업체를 연결해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안형준 학장은 “흙막이 공사가 부실해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제대로 계측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설계, 시공, 감리, 감독관청 모두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지은 지 20∼30년 이상 된 주택이 공사 현장을 둘러싸고 있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은평구는 공사장의 토사 굴착 부분을 다시 메우고 지지대를 보강하는 작업을 벌였다. 은평구 관계자는 “지반을 안정시킨 후에 정밀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철거 예정인 2개 건물 거주민은 시공사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고 신축 주택을 지어 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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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채널A 제정, ‘제5회 영예로운 제복賞’ 수상자 선정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소속 이정남 경위(54·사진)가 선정됐다. 2013년 7월 용강지구대에 부임한 이 경위는 그동안 동료들과 함께 마포대교에서 233명의 목숨을 구했다. ‘자살대교’라는 오명을 가진 1.4km의 마포대교를 밤낮없이 순찰하며 자살 기도자를 설득한 결과다. 26일 오후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마포대교 순찰에 나선 이 경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한겨울에도 온몸에 땀이 난다”고 했다. 순찰차에서는 자살 기도자를 찾기가 어려워 차에서 내려 다리 위를 뛰어다녀야 해서다. 난간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도 다리 전체를 다 볼 수가 없다. 차에서 내려 뛰다가 또 차를 타면서 이 긴 다리를 오고 간 횟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 ‘주야야휴’ 생활 2년반… 하루 3명 구하기도 ▼지난해 5월에는 한 번 출동해 3명을 구한 적도 있었다. 다리 위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상담원에게서 자살하려는 학생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10대 2명을 구했다. 지구대로 돌아오던 길에 다리 밑에서 “살려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물 속에 있던 30대 남성까지 구조해 냈다. ‘주간, 야간, 비번, 휴무’의 기존 근무 시스템을 ‘주간, 야간, 야간, 휴무’로 바꿔가며 마포대교를 누빈 것도 어느새 2년 반이 다 됐다. 이 경위는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다리 난간에 선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올 8월 탈영병이 자살을 시도할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도 한 시간 가까운 설득이 필요했다. 자살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버티던 탈영병도 이런 끈질긴 노력에 결국 마음을 열고 난간을 내려왔다. 자살 기도자가 어느 순간에 강으로 뛰어들지 모르기 때문에 설득 중에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렇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안전한 곳으로 이끌고 나면 이 경위 자신도 맥이 탁 풀린다. 주고받은 대화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이 경위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들이 ‘마포대교’를 찾은 이유를 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사연을 듣고 난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헌신-봉사… 우리 사회 숨은 영웅들 ▼○ 대상(상금 3000만 원)이정남 경위(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찰팀)○ 영예로운 제복상(상금 2000만 원)김현수 상사(육군 제61사단 본부근무대 경비소대장)조장석 하사(해군 인천해역사령부 218대대 223전진기지대 의무장)남한수 경위(경북 상주경찰서 동문지구대 순찰팀)한만욱 경사(제주해양경비안전서 3012함)박상진 지방소방장(서울119 특수구조단)○ 특별상(상금 2000만 원)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고 최승호 경감, 고 백동흠 경감, 고 박근수 경사, 고 장용훈 경장)○ 위민경찰관상(상금 1000만 원)고 이강석 경정(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장)고 이기태 경감(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이광덕 경위(경기 성남중원경찰서 금광지구대 순찰팀)○ 위민소방관상(상금 1000만 원)고 이종태 지방소방경(경남 산청소방서 산악구조대)고 강수철 지방소방령(제주 서귀포소방서 동홍119안전센터)노석훈 지방소방장(광주 서부소방서 화정119안전센터)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5회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이 상은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군인 경찰(해경) 소방공무원의 노력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소속 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27일 수상자 16명을 결정했습니다. 시상식은 2016년 1월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립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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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冬장군 실종… 전국이 난리

    지금이 과연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포근한 날씨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점심시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발걸음만큼이나 옷차림도 가벼웠다. 이따금 두꺼운 패딩이나 오리털 점퍼를 입은 사람도 보였지만 하나같이 지퍼를 열어 놓은 차림이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5.3도. 23일에는 10.6도까지 올랐다. 얇은 후드티에 슬리퍼를 신은 박진호 씨(34)는 “외투를 입으려고 보니 생각보다 춥지 않아 그냥 집에서 입던 옷차림으로 나왔다”며 “겨울인지 가을인지 분간하기 힘든 날씨”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공덕역 지하의 한 잡화점 앞에는 발토시 니트모자 발열타이츠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러나 물건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장 이모 씨(43·여)는 “겨울 의류와 방한용품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예년과 완연히 다른 겨울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코트를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도 많다. 히말라야 등반대원을 연상케 하는 두툼한 기능성 점퍼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목이 실종된 겨울 쇼핑가는 침울하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3일까지 아웃도어 상품군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 하락했다. 온라인 쇼핑몰 ‘현대H몰’의 난방용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4.9% 떨어졌다.▼ 얼음 안 얼어… ‘얼어붙은’ 강원 겨울축제들 ▼눈과 얼음으로 상징되는 겨울축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보통 얼음낚시를 위해서는 하천의 얼음 두께가 20cm 이상 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강원도나 경기북부 주요 하천의 얼음 두께는 5cm에도 못 미친다. 급기야 강원 홍천군축제위원회는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1월 1∼17일 열 예정이던 ‘제4회 꽁꽁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전명준 홍천군축제위원장은 “고온 현상 지속으로 내년 1월 중순까지도 홍천강의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축제 내실을 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어쩔 수 없이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는 대형 얼음조각 수십 개를 전시하는 ‘하얼빈 빙설대세계’를 23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개막을 30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충남 청양 알프스마을에서 열리는 칠갑산얼음분수축제도 24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로 예정되었지만 평균 12m 높이의 얼음분수가 녹아내려 개막을 일단 28일로 미룬 상태다. 또 24일 개막 예정이던 경남 거창 금원산얼음축제는 30일로, 25일 개막하기로 했던 경기 가평 청평얼음꽃축제는 내년 1월 1일로 미뤄졌다. 이미 시작한 축제는 반쪽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18일 개막한 강원 평창송어축제는 주 행사인 얼음낚시를 제외한 채 눈썰매 등 일부 놀이시설만 운영 중이다. 평창송어축제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이맘때면 오대천이 20cm 이상 꽁꽁 얼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겨울축제를 열었는데 올해는 얼음이 거의 얼지 않았다”며 “축제 준비자들의 마음만 꽁꽁 얼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24일 개막한 경기 양평 ‘물맑은 양평 빙어축제’와 25일 시작되는 강원 영월 동강겨울축제도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얼음낚시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밖에 1월 중 개막 예정인 강원 정선 고드름축제, 평창 대관령눈꽃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축제도 날씨 상황을 지켜보며 개최 여부, 일정 변경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같은 겨울 축제이지만 눈이나 얼음과 상관없는 거리 행사는 오히려 날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인천 중구 개항장지구에서 진행 중인 ‘신포어울림 빛축제’에는 예상을 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병직 중구 문화예술팀장은 “포근한 날씨 덕분에 거리 음악회가 열릴 때마다 700∼800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 덕분에 신포시장의 유명 먹거리인 닭강정과 공갈빵 등은 연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제7회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 축제도 방문객 증가가 뚜렷하다. 부산 중구 광복로 1.2km 일대에서 진행 중인 축제에서는 다양한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양각색의 조명을 이용한 조형물이 인기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약 700만 명. 축제조직위는 날씨 덕분에 올해 100만 명이 추가로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밤에도 크게 춥지 않아서인지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는 올 11, 12월 엘니뇨 영향으로 한반도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기 찬 공기가 자주 유입됐기 때문이다. 올해 남한지역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0.9도 높은 13.8도.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온도다. 이번 주말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반짝 추위가 오겠지만 다음 주 중반 이후 다시 영상 5도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홍천=이인모 imlee@donga.com / 김도형·김범석 기자}

    •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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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탈북자 친구에 신장 나눠줄 수 있게 됐어요”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좌절될 뻔했던 탈북민 사이의 신장 이식 수술이 마침내 성사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북한 이탈 주민 손하나 씨(48·여)가 다른 북한 이탈 주민 주명희 씨(40·여)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는 수술이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2011년 탈북한 손 씨는 하나원(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 시설)에서 알게 된 주 씨와 친자매처럼 지내 왔다. 그런데 주 씨가 신장이 나빠지면서 이틀에 한 번꼴로 인공투석을 받는 처지가 되자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손 씨는 올해 초 한 대학병원을 찾아가 신장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장기이식법에 따라 기증자는 보호자의 동의와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런 사연이 10월 말 동아일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손 씨는 유전자형 검사를 다시 받는 등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신장을 떼어 줄 수 있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 주 씨를 위해 운동본부 측은 수술비를 후원할 예정이다. 손 씨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끼는 동생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명희가 수술 이후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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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 인출책, ‘지하철 물품보관함’ 때문에 덜미…어쩌다가?

    지하철 물품보관함에서 사기 피해금을 꺼내가려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 인출책이 현장에서 붙잡혀 구속됐다. 이 인출책은 검거 전날 피해자에게 돈을 넣어두도록 했던 보관함에 또 다른 피해자가 돈을 넣게 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중국동포 한모 씨(24)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한 씨는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주로 전화국을 사칭하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인출·송금책으로 활동하면서 현금 입출금기와 지하철역 안 물품보관함 등에서 7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피해액 5600여만 원을 찾아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씨는 연이어 이틀 동안 같은 지하철역의 같은 물품 보관함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한 씨 조직의 보이스피싱에 속은 염모 씨(77·여)는 이달 17일 현금 1537만 원을 은행에서 찾아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7번 보관함에 넣었고 한 씨는 그날 돈을 찾아 조직에 전달했다. 사기임을 뒤늦게 알아차린 염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은 보관함 관리업체에 이 사실을 알렸다. 다음날인 18일에도 피해자 오모 씨(65·여)가 연신내역 7번과 12번 보관함에 각각 2000만 원과 3200만 원을 넣었고 피해자가 7번 보관함에 돈을 넣는 장면을 확인한 관리업체는 이 보관함의 비밀번호를 바꿔놓았다. 이날 오전 12번 보관함에서만 돈을 찾아 전달한 한 씨는 다시 7번 보관함의 돈을 찾기 위해 연신내역에 왔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오 씨는 “냉장고에 돈을 넣고 문을 3번 두드리면 안전하게 보관됐다는 신호가 접수되고 금융감독원 직원이 방문해 조치한다”는 말에도 속아 자신의 집 냉장고에도 1500만 원을 넣어뒀으나 한 씨가 검거되면서 이 돈을 지킬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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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티켓 익히니 품위가 솔솔… “선배 시민이라 불러줘요”

    《 매너 없는 노인을 향한 비난과 노인의 항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취재 도중 만난 노인 중에는 젊은 사람이 마땅히 배워야 할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의 행동은 복잡하지 않았다.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전단지 하나라도 꼭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같은 작은 실천이었다. 젊은이들이 지키는 형식적인 매너보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이들은 “기본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거나 “젊은이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노인을 젊은이가 따라가야 할 품격 있는 ‘선배 시민’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시작되고 있었다.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커피숍 2층에서 얘기를 나누던 박분녀 씨(67·여)와 황명옥 씨(67·여)가 잠시 뒤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일회용 컵을 포개서 재활용쓰레기통에 넣고 물티슈와 휴지로 테이블을 닦았다. 빵 부스러기로 지저분하던 테이블이 이내 깨끗해졌다. 두 사람은 소파 위에 떨어진 작은 빵 부스러기까지 털어내고서야 자리를 떴다. 박 씨는 “젊었을 때는 내 방식대로 살아야지란 생각도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더라”고 했다. 기자가 “보통 손님들은 자리 정리를 커피숍 직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집에서도 본인이 먹은 자리는 본인이 치우지 않느냐”는 박 씨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젊은이보다 훌륭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노인도 많다. ‘시니어 매너’를 알리는 노인복지회관도 늘고 있다.○ ‘노인의 품격’ 갖추는 시니어들 이날 오후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무악센터에서는 아카데미 수업 말미에 매너 수업과 토론이 곁들여졌다. 재테크 방법을 수업한 시니어 파트너즈 소속 김수일 강사(56)가 그림을 동원해 15명의 수강생에게 ‘젊은 세대가 싫은 상황’과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싫어하게 되는 상황’을 물어봤다. 공공장소에서 서로 끌어안고 스킨십하는 젊은 세대의 ‘꼴불견’을 보여 준 뒤에 노인이 시끄럽게 떠들고 새치기하는 그림을 보여 주자 수강생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들이 보기에 최근 젊은이들의 개인주의가 지나쳐 보이는 것처럼 노인이 무심코 젊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있다는 깨달음이다. 수강생 박외술 씨(69)는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이 아닌 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힘들게 직장 다니며 출퇴근하는 젊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배려를 공유한 것이다. 각자 ‘시니어 매너’를 공유하는 것을 지켜본 김 강사는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도록 하면 어르신들이 많이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 함께 배우는 ‘시니어 에티켓’ ‘시니어 에티켓’ 동영상을 만들어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리는 노인들도 있다. 서울 강남시니어플라자에 다니던 노인 10여 명은 식당 예절과 휴대전화 예절, 대화 예절을 주제로 3편의 동영상을 만들었다. 새치기와 시끄러운 휴대전화 사용, 젊은 사람에 대한 하대 등을 다뤘다. 식당에서 거리낌 없이 새치기하거나 사회복지사를 ‘박 양’이라고 부르는 노인의 모습을 콩트 형식으로 그렸다. 영상에서 악역을 맡았던 정우영 씨(77)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더니 ‘잘했다. 저런 것이 문제다’라고 공감하더라”고 말했다. 영상 제작에 참여한 이상초 씨(73)도 “일종의 희극으로 만들어서 ‘꼭 지키자’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호갑 강남시니어플라자 관장은 “무엇보다 훈계가 아니란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인이 노인에게 권하는 방식의 캠페인도 좋다”고 밝혔다.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는 ‘강남스타일 시니어 봉사단’을 만들어 노인 스스로 에티켓 관련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매너 교육을 하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싹트는 매너 교육…‘노인’ 대신 ‘선배 시민’ 아직 시니어 매너 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키워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무악센터의 박혜영 과장은 “복지관을 찾는 분들은 비교적 점잖은 편이지만 ‘이미지 메이킹’ 수업 등에서 매너 교육을 하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갈등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매너 교육을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너 교육을 단일 과정으로 편성하지 않아도 여러 수업에 조금씩 녹여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악센터와 연계된 경로당들에 시니어 매너를 안내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자리 잡은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인생학교’란 이름의 1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노인들에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알리는 이 교육에는 매너와 배려 교육, 화장실 청소 같은 봉사활동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센터의 최선희 과장은 “젊은 세대에게 멋진 선배, 멋진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에서 앞세운 단어는 바로 ‘선배 시민’. 단순히 나이만 먹은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이 있고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최 과장은 “내년엔 지역사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세대가 스스로 ‘내가 시민으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느끼고 ‘난 선배 시민이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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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지마세요, 공연 직전 휴대전화 ‘off ’

    공연 시작 전의 객석은 무대보다 훨씬 환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무대에 오른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공연장 ‘블루스퀘어’. 1700여 석의 삼성전자홀은 공연 15분을 앞두고 각자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관람객이 70%가 넘어 보였다. 그런데 공연 직전 휴대전화를 꺼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공연장 모습은 뮤지컬처럼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이 모두 순식간에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이나 옷에 넣었다. 휴대전화 불빛으로 환하던 객석이 금세 캄캄해졌다. 그러면서 뮤지컬을 여는 노래 ‘룩 다운(Look Down)’이 울려 퍼질 때는 관객 모두 아무런 방해 없이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출입구마다 안내 요원이 객석을 살펴봤지만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은 없었다. 휴대전화로 다른 사람의 공연·영화 관람까지 방해하는 이른바 ‘폰딧불이족’이 사라진 공연장의 풍경이다. 공연장 측의 노력과 함께 관람객 스스로 이런 실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휴대전화를 끄는 것이 공연이나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변주혜 씨(36·여)는 “같이 공연을 보면 나는 물론이고 어머니의 스마트폰 전원도 꺼 드린다”며 “스마트폰이 좋긴 하지만 공연이나 영화를 보며 쉴 때만큼은 방해 받지 않고 싶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끄지 않고 진동이나 무음 상태로 두는 것은 어떨까. 휴대전화 끄기를 직접 실천해본 사람들은 “꺼두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한다. 직장인 원유빈 씨(26·여)는 “휴대전화가 아예 꺼져 있으면 전화를 건 친구도 ‘무슨 일이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안 받았다고 질책하지 않더라”고 했다. 최근 공연장 등에서는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더 엄격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양종모 블루스퀘어 하우스 매니저는 “개관 때부터 휴대전화 관련 안내를 해 왔다”며 “최근에는 초등학생까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고 불빛이 나오는 블루투스 이어폰 등을 착용하는 관람객도 있어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휴대전화 사용 에티켓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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