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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는 15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 시범 운영을 실시 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형별로 15개 기관, 21개 번호로 운영되던 긴급신고전화는 119(재난), 112(범죄), 110(민원상담)으로 통합된다. 미국은 긴급신고(911)와 비긴급신고(311), 독일은 범죄(110) 재난(112) 민원(115) 신고로 운영 중이다. 김영갑 국민안전처 긴급신고통합추진단장은 “기존 긴급신고 번호도 당분간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률이 낮은 번호는 점차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6월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19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88명에 비해 242명(11.1%) 줄었다. 경찰은 부상자가 치료 중 숨질 가능성을 감안해도 사망자가 전년보다 최소한 10%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이른 것은 2002년 연간 10.8%(전년 대비 875명 감소) 이후 처음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2.2%(176.8명) 감소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사망자를 400∼500명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다. 지난해 상반기 329명에서 올해 171명으로 48%(158명)나 줄었다. 4월부터 검찰과 경찰이 사망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와 방조범 처벌을 강화한 효과가 컸다. 단속 및 처벌 강화 전후로 각 2개월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한 결과 66명에서 38명으로 42.5%나 줄었다. 보행 사망자도 지난해보다 12.8%(107명) 줄었다. 보행 사망자는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8.8%에 달했다. 경찰은 올해 보행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도심 이면도로 제한속도를 낮추고 이동식 과속 단속을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감소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4000명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4621명이었다. 동아일보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연중 기획을 통해 △음주운전 처벌 강화 △도심 제한속도 하향 조정 등을 제안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임정숙 씨(68·여)의 택시는 51년째 서울을 달린다. 임 씨는 1966년 열여덟 나이에 운전면허를 딴 뒤 한 달 만에 택시를 몰았다. 국내 최초의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1968∼2014년)가 건설되기도 전이었다. 그 사이 도로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임 씨는 아직도 하루 8시간 이상 운전할 만큼 건강하다. ‘무사고 운전’ 경력은 임 씨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그는 1967년 차량 결함 사고 이후 여태껏 사고를 낸 적이 없다. ‘49년 무사고 운전’의 비결을 듣기 위해 함께 도로 위에 나섰다.○ 서행, 또 서행… 초보처럼 운전하라 “나도 한때는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30분 만에 달리던 폭주 소녀였어요.” 지난달 21일 임 씨는 택시에 오른 기자에게 ‘고백’했다. 스피드를 즐기던 19세 소녀가 과속 습관을 고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임 씨는 “처음 면허를 땄을 때보다 차량은 많아지고 도로는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행 환경이 변했는데 과거의 운전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사고를 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임 씨는 나이가 들수록 작은 신체 변화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4년 전 백내장 초기 증상이 나타나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야간운전이 잦은 택시기사에게 시력 감퇴는 치명적이다. 임 씨는 “눈이 계속 나빠지는데도 어림짐작으로 운전대를 잡는 노인이 많다”며 “절대 자신의 운전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옆 차로의 교통 흐름이 더 빨랐지만 임 씨는 차로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도심으로 진입해서는 가급적 1차로 주행을 피했다. 추월을 하지 않으니 답답함을 느낄 승객도 있을 것 같았다. 임 씨는 “차로를 자주 바꾸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1차로는 중앙선 침범을 우려해 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중앙선을 밟으며 달려오는 화물차, 야간에 시야를 위협하는 전조등 등 1차로는 돌발 변수가 많아 고령 운전자에게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잠깐 방심한 사이 운전자 본인이 중앙선을 넘을 수도 있다. 느리게 한 차로만 고집한 덕에 임 씨의 손과 발은 주행 내내 한가했다. 급하게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았다. 그 대신 두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는 “앞뒤로 2대씩과 양 옆의 2대까지 차량 6대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달린다”고 말했다. 주행 방향과 옆 차로의 차량 흐름을 파악하면서 안전거리를 무시하는 차량은 미리 피한다.○ “판단은 빨리, 조작은 천천히” 신체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예측 운전’ 습관이 생겼다. 왕복 2차로 이면도로에 들어서자 빼곡히 주차된 차량이 시야를 가렸다. 하굣길 아이들이 불쑥불쑥 차도로 튀어나왔다. 임 씨의 시선이 향한 곳은 주차 차량의 바퀴 주변. 그는 “앞만 보고 달리면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바퀴 주변에 사람 다리가 보이면 미리 속도를 늦춘다”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는 차량, 보행자, 신호 등 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입력되면 판단이 느려지기 쉽다. 임 씨는 고가도로 진입부의 사고 흔적을 가리키며 “고가도로에 오를지 말지 망설이다 핸들을 못 돌려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젊을 때보다 빨리 결정하고, 여유롭게 핸들과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50년 이상 운전대를 잡는 동안 사고가 날 뻔한 순간도 많았다. 임 씨는 그럴 때마다 먼저 고개를 숙인다. 상대 과실이 클 때도 마찬가지다. “아들뻘 되는 운전자에게도 먼저 사과를 해요. 도로 위에서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요.” 최근 부쩍 늘어난 도로 위 ‘헐크족’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도로는 누가 빨리 가는지 경주하는 곳도, 내 차가 좋다고 과시하는 곳도 아니다”며 “교통법규를 준수하듯 예의를 꼭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80대 운전자가 젊었을 때 감각만 믿고 운전대를 잡으면 어떨까.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영처럼 몸으로 배운 기능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운전은 다른 활동에 비해 몸의 움직임도 적은 편이다. 심지어 장애가 있어도 보조 장치의 도움으로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지난달 20일 경북 상주시 교통안전교육센터. 기자는 직접 80세 노인이 되기로 했다. 근육과 관절 움직임을 제약하는 노인 체험 장비를 착용했다. 팔다리를 쉽게 구부릴 수 없었다. 허리 지지대를 착용하니 몸이 30도가량 굽었다. 노인성 질환인 백내장 증세를 구현한 안경을 쓰고 방음 스펀지로 귀를 막았다.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자신감이 사라졌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시야가 흐려 계기반의 눈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상체가 앞으로 쏠려 좌우 시야도 좁게 느껴졌다. “시속 80km를 유지하세요.” 무전이 계속 울렸지만 일정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곡선 주로에서는 핸들을 늦게 꺾어 코스를 이탈할 뻔했다. 실험을 주관한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육개발처 교수는 “시청각 능력이 감퇴하면서 속도와 균형 감각이 둔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60대의 시력은 30, 40대보다 평균 20%,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시력은 이보다도 30%나 떨어진다. 쉬운 직선 코스에서도 실수를 연발했다. 시속 80km를 넘기자 도로 양쪽에 세워 둔 러버콘(고깔 모형) 16개 중 3개를 치고 지나갔다. 팔다리가 뻣뻣해 세밀한 핸들 조작이 어려웠다. 돌발 상황을 가정해 신호에 따라 급차로 변경을 시도했지만 10번 중 3번은 핸들을 제 때 꺾지 못했다.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서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속도를 시속 60km로 낮추자 장애물 충돌 없이 코스를 통과했다. 장비를 벗었을 때 25초가 걸린 S자 코스(20m)를 사고 없이 지나려면 40초가 걸렸다. ‘T자 코스’ 후진 주차는 천천히 시도해도 각도가 어긋나거나 차선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 교수는 “실제로 교육받으러 온 사업용 차량 운전자 중에는 200m 직선 주행조차 힘든 고령자가 있었다”며 “본인의 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상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든이 코앞인데 운전대를 잡는 건 욕심이야 욕심.” 16일 서울 동대문구 모범운전자회 사무실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김형주 씨(70)는 자신의 ‘운전 유효기간’을 길어야 5년으로 보고 있다. 운전에는 정년이 없지만 김 씨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운전대를 놓을 생각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몸 상태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걸 느낀다”며 “운전을 꼭 해야 한다면 건강검진을 수시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고령 운전자 상당수는 운전면허 관리 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6일부터 17일까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함께 도로교통공단 교육생, 동대문경찰서 모범운전자회 소속 택시 운전사 등 고령 운전자 2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2%(104명)가 “적성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운전면허 유지 조건을 강화하면 ‘과잉 규제’나 ‘노인 폄훼’라는 이유로 노인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이제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적성검사 강화를 적용할 시기는 75세(53.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나이(평균 74.7세)와 비슷했다. 고령자 전체를 ‘교통사고 위험군’으로 낙인찍기보다 초고령자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적성검사 주기는 3년(33.1%)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1년과 2년이라고 답한 고령 운전자도 38.9%나 됐다. 현행 적성검사는 1종 면허는 65세, 2종은 70세부터 5년마다 받아야 한다. 고위험군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수시적성검사 도입에도 긍정적이었다. 치매 진단을 받거나 가족 등 주변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수시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84%, 74.5%였다. 그 대신 고령자 면허 관리에 융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시적으로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 회복 때까지 면허 효력을 중단시키는 ‘면허 일시정지제도’에도 71.4%가 찬성했다. 택시 운전사 서강식 씨(73)는 “손을 덜덜 떠는데도 생계를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고령의 택시 운전사들도 있다”며 “검사를 강화하면 고령 운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고 오히려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국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현재 13.1%다. 고령화사회(7% 이상)를 넘어 고령사회(14% 이상)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10년 후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로의 진입이 확실시된다. 빠른 고령화의 부작용은 교통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1년 605명에서 지난해 815명으로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비율은 2015년 17.6%에 달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더 이상 ‘도로 위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 이창준(가명·74) 씨는 요즘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30년 넘은 그의 운전 경력은 지난해 말 멈췄다. 같은 해 10월 강원도에서 운전 중 교통사고로 주민 2명을 숨지게 한 뒤부터다. 이 씨는 사고 이후 외출도 꺼릴 정도다. 당시 사고는 동시에 여러 방향을 확인해야 하는 교차로에서 이 씨가 좌회전하면서 반대 차로에서 오는 승용차를 보지 못해 일어났다. 겉으로는 부주의가 원인이지만 고령에 따른 신체능력 저하가 배경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교통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발생한 고령 운전자 교통 사망사고 10건을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시력 등 신체능력 저하로 기본적인 정보 자체를 잘 얻지 못하거나 △정보를 얻어도 급정거 등 즉각적인 반응을 못하고 △전진·후진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운전 조작을 못하는 등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다.○ 돌발 상황에 대응 속도 늦어져 “(사고 상황을) 전혀 보지 못했다.” 이번에 분석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서 가해자가 된 노인들이 가장 많이 한 진술이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떨어지면 도로 위 전방 상황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충분히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73세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행인 2명이 숨졌다. 해가 지기 직전인 오후 5시 40분경 침침해진 눈 때문에 앞을 잘 보지 못한 탓이었다. 3년 전 뇌중풍 수술도 받았던 운전자는 평소에도 가족들에게 “눈이 잘 안 보이니 운전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이날도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북구 미아역에서 수유 사거리 쪽으로 가던 71세 개인택시 운전자가 손수레를 끌고 가던 70대 남성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자신의 손수레에 깔려 사망했다. 사고 시간은 오후 6시 45분. 당시 운전자는 시속 30∼40km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주행하고 있었지만 앞에 있던 손수레와 피해자를 보지 못했다. 사고 발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 경기 하남시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던 70세 운전자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3차로에서 1차로로 이동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80대 보행자를 치었다. 운전자는 보행자를 그대로 깔고 지나가 10m가량을 더 이동했다. 보행자는 결국 사망했다. 운전자는 지나던 사람이 버스로 다가가 운전석 유리창을 치며 말할 때까지 사고를 낸 사실을 몰랐다.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현장을 보면 도로 위가 비교적 깨끗한 곳이 많다. 급정거 흔적이 거의 없다. 돌발 상황을 맞닥뜨려도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시에서 여모 씨(76)는 평소 다니던 편도 2차로에서 운전하던 중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주부를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 급정거를 한 흔적은 없었다. 뒤늦게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대응을 못한 것이다. 경북 구미시에서 78세 택시 운전자가 뒤편에 있던 80대 여성과 충돌한 사고 현장에도 브레이크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평범한 도로에서 대형 참사 운동신경 저하가 비정상적인 운전으로 이어져 참사를 빚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0월 강원 인제군에서 속초로 향하던 78세 운전자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휴게소에서 차를 뺀다는 것이 오히려 후진을 해 울타리 역할을 하는 화단을 타고 넘어가 도로까지 나가 버리고 만 것이다.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 차량은 달려오던 차와 충돌했다. 지난해 9월 경남 산청군에서는 78세 고령 운전자가 커브 길에서 운전대를 제대로 틀지 못해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승자가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경남 의령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도 똑같이 85세 운전자가 커브 길에서 회전을 잘 못해 동승자 2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현장은 사고가 자주 나는 길도 아니었다. 회전반경을 넘어설 만큼 과속을 한 것도 아니었다. 젊었을 때는 무리 없이 틀 수 있었던 길에서 조작능력이 떨어지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교통사고를 낸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의무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찰청은 28일 사고 경력이 있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의무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의 교통안전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교육은 도로교통공단에서 희망자에 한해 자율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고령 운전자 증가에 따라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예컨대 적성검사 항목에 당뇨와 뇌중풍(뇌졸중) 등 고령자에게 많은 질병을 추가하는 식이다. 현재는 치매로 6개월 이상 입원 또는 치료를 받은 중증 환자만 수시 적성검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노인 교통사고 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고령 운전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들의 교통안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3.6% 감소했지만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오히려 68.9% 증가했다. 동아일보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함께 고령자 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3.2%가 “교통안전 교육 의무화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북부간선도로의 제한속도가 현재 시속 80km에서 70km로 낮아진다. 북부간선도로는 서울 성북구와 경기 남양주시를 잇는 편도 2차로의 자동차 전용도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열어 북부간선도로 종암 분기점∼하월곡 나들목 구간(1.6km) 양방향 제한속도를 다음 달부터 시속 10km 낮추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9월에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과 협의해 하월곡 나들목부터 남양주까지 이어지는 나머지 구간(12.8km)의 제한속도도 10km 낮출 계획이다. 제한속도 하향 조정은 북부간선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북부간선도로에선 km당 12.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종암 분기점에서 이어지는 내부순환도로(11.5건)보다 사고가 10%가량 많았다. 경찰은 높은 제한속도를 사고 원인으로 꼽는다. 북부간선도로는 편도 3차로인 내부순환도로보다 차로 수가 적지만 제한속도는 10km나 높다. 특히 종암 분기점에서 하월곡 나들목 구간은 지난해에만 28건의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도로 굴곡과 경사가 심하고 높은 방음벽이 설치돼 있어 운전자들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이 때문에 제한속도를 낮추고 과속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제한속도를 낮추면 과속으로 인한 추돌, 전복 사고가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살인 음주운전’이 한 가정의 행복을 앗아 갔다. 12일 인천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후 11시경 인천 서구 청라호수공원 인근 교차로에서 김모 씨(32)의 트랙스 차량이 신호 대기 중이던 SM3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SM3 승용차는 인도까지 10m가량을 튕겨 나간 뒤 배전박스와 부딪치며 멈춰 섰다. 이 사고로 SM3 운전자 김모 씨(42·여)와 김 씨의 어머니(66), 아들(5)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김 씨의 남편 박모 씨(39)는 중태다. 박 씨 가족은 이날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 대신 평소 아이를 돌봐주는 박 씨의 장모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차량 운전자 김모 씨(32)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2%였다. 그는 이날 저녁 아내와 술을 마신 뒤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경찰은 현재 입원 치료 중인 김 씨가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야외활동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6월에는 음주운전을 비롯해 각종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경찰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월 한 달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는 평균 64.6명으로 전체 월평균 57.5명보다 많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이 시작되면서 야외 활동과 음주가 잦아지고, 연말보다 단속을 덜 한다는 인식 때문에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많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들어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5월 교통사고 사망자는 1616명으로 지난해(1798명)보다 10.1%(182명) 줄었다. 경찰은 치료 중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중상자를 감안하더라도 전년 대비 사망자가 8~9% 가량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2004년 9%(649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지역별로는 울산(41.9%), 광주(30.8%), 제주(26.5%) 지역의 감소 폭이 컸다. 광역지자체 중 충북(7.5%)과 인천(16.9%)은 오히려 사망자가 늘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2년 5392명 이후 2013년 5092명, 2014년 4762년으로 매해 300명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41명이 줄어드는데 그쳐 감소 폭이 급감했다. 경찰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사망자를 약 400명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사망자가 감소한 것은 보행자 안전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보행자 사망은 지난해 5월까지 723명에서 올해 624명으로 13.7%(99명) 감소했다. 무단횡단 사망자도 209명에서 185명으로 줄었다.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 사망은 지난해 339명에서 310명으로 8.9%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보행 사망자의 49.7%를 차지했다. 어린이 교통안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34명으로 지난해보다 81.3%(12명) 늘었다. 한 명도 없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망자도 4명으로 늘었다.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화물차 사고도 늘었다. 화물차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80명에서 104명으로 30% 급증했다. 화물차에 치여 숨진 보행자도 전년 대비 44%(11명) 늘어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륜차(240명)와 고속도로(100명) 사고 사망자도 지난해보다 각각 15.9%, 19% 늘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양측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민간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중국과의 외교 마찰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나포 과정에서 우리 어선이 허가된 조업구역을 넘어 북방한계선(NLL) 남쪽 550m까지 올라가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 돌발 상황에 NLL 초긴장 5일 국민안전처와 연평도 어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0분경 옹진수협 소속 꽃게잡이 어선 19척이 출항 허가를 받았다. 3분 뒤 어선들은 일제히 당섬선착장을 떠나 연평도 왼편 어장으로 향했다. 약 10분 뒤 어민들은 우리 해역을 침범한 중국 어선 70여 척을 확인했다. 어민들은 바다 위에서 휴대전화와 무전기로 의견을 나눈 뒤 ‘직접 나포’를 결정했다. 이어 중국 어선을 향해 전속력으로 배를 몰았다. 이를 본 중국 어선들은 NLL을 넘어 북한 해역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미처 달아나지 못한 2척이 우리 어선들에 포위됐다. 중국 어선에는 선원 11명이 타고 있었다. 우리 어선은 NLL 남쪽 약 550m 지점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한 뒤 연평도로 함께 입항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서해 NLL 주변은 비상이 걸렸다. 우리 어선이 허가된 조업구역을 벗어난 건 오전 5시 6분경. 해군 연평도 레이더 기지에서 어선들의 북상을 감지한 것이다. 해군은 단체 월북 가능성이나 북한 경비정과의 충돌을 우려해 고속함 4척과 고속단정 3척을 출동시켰다. 해경도 경비함정 2척과 연평특공대 고속단정 1척을 현장으로 이동시켰다. 중국 어선 나포가 이뤄진 곳은 우리 어선이 조업이나 항해를 할 수 없는 구역이다. 해경 관계자는 “민간 어선이 중국 어선의 모든 불법 행위에 직접 대응하면 해상 질서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해경은 우리 어선이 진입 금지 구역까지 들어간 것은 관련법을 검토해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연평도에서는 2005년 어민들이 중국 어선 4척을 나포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어민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안전처는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오죽하면 그랬겠나”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탓에 ‘꽃게 불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여러 차례 해경에 강력한 단속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경 단속이 제대로 효과를 얻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올 들어 중국 어선들은 갑판 주위에 긴 쇠꼬챙이를 설치하고 마치 군함처럼 조타실을 철판으로 감싸는 등 해경 단속에 대한 대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2009년 295만 kg에 달했지만 2010년 242만 kg, 2011년 225만 kg, 2012년 189만 kg, 2013년 97만 kg까지 떨어졌다. 2014년 137만 kg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다시 117만 kg으로 줄었다. 특히 올봄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선원 월급도 밀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평도 어민 A 씨는 “정상적인 꽃게잡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눈앞에 중국 어선들이 나타나자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조업을 포기하고 중국 어선을 잡으러 갔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나포된 중국 어선 1척은 22t급으로 조개잡이 전문이다. 나포 당시에는 이미 조개를 운반선에 옮겨 보내 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나머지 1척(7t급)에는 꽃게 20kg과 소라, 잡어가 실려 있었다. 두 어선 모두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조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 해경은 선장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 어선들은 “배를 정박해 두고 잠을 자고 있었다”며 불법 조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박성민 기자}
탑승자 전원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차량은 다음달 1일 오후 2~4시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2, 3일에도 주요 고속도로 40여 개 휴게소 출구에서 단속에 나선다. 한국도로공사는 6월 한 달 동안 고속도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 상 고속도로에서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돼있다. 도로공사는 1일 오후 2~4시 전국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를 점검한다. 요금부과 차로를 지나는 모든 차량이 대상이다. 적발된 차는 일단 안전띠를 매도록 계도하지만 불응할 경우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안전띠 착용을 강제하는 까닭은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348명 가운데 448명(33.2%)은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고속도로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31%에 그쳤다. 독일(97%) 영국(89%) 프랑스(84%) 등 교통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안전띠 착용률을 2배로 높이면 안전띠 미착용 사망자를 15%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캠페인의 5대 실천 제언으로 고속도로 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정착을 제시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내년부터 2층 이상 신축 건축물의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다. 내진 보강을 하면 재산세와 취득세를 감면받는 대상도 현재 ‘연면적 500m² 미만, 2층 이하’에서 모든 건축물로 확대된다. 정부는 27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지진 방재대책을 확정했다.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30.3%로 일본(82%)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 지진이 잇따르면서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980년대 연평균 16회였던 지진(규모 3.0 이상) 발생횟수는 1990년대 26회, 2000년대 44회, 2010년대 56회로 늘었다. 정부는 현행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m² 이상’인 신규 건축물의 내진 설계 기준을 ‘2층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 대신 내진 보강을 하는 기존 건축물에는 인센티브가 늘어난다. 층수나 면적과 상관없이 모든 건축물의 재산세와 취득세를 감면하고 건폐율과 용적률도 완화된다. 취득세는 50%, 재산세는 5년 동안 매년 50%씩 감면된다. 지진보험에 가입하면 신규 건축물은 30%, 기존 건축물은 20%까지 보험료가 할인된다. 지진 경보 시간은 현재 발생 후 50초 이내에서 2020년까지 10초 이내로 단축할 방침이다. 긴급 대피에 필요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서다. 지진 감지 시간을 줄이기 위해 현재 200곳인 관측소는 314곳으로 늘어난다. 국외에서 발생한 지진이더라도 진도 4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는 지역의 주민에게는 긴급재난문자를 제공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노인 안전을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말까지 전국 노인요양원 5400여 곳의 학대 여부 등 인권 실태를 전수 조사한다. 특히 시설 평가 점수가 좋지 않았던 3000여 곳은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최근 3년 새 학대가 발생했던 시설 190곳은 복지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점검한다. 지난해 노인 학대 판정건수는 3818건으로 5년 전보다 24.4% 증가했다. 요양시설 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소형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속보설비 등 소방안전 설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관련법도 고치기로 했다.박성민 min@donga.com·조건희 기자}

“고속버스도 아닌데 안전띠를 매야 돼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경기 파주시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회사원 최모 씨(32)에게 평소 버스에서 안전띠를 착용하는지 물었다. 그는 “불편해서 한 번도 맨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씨가 타는 버스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2012년 11월부터 M버스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다. 승객이 탑승할 때 안전띠 착용 안내방송을 하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이 만난 M버스 승객 50명 중 13명(26%)은 안전띠 착용이 의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아들집에 갈 때 가끔 M버스를 타는 박모 씨(59·여)는 “버스에서 안내방송을 듣거나 홍보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4년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수도권 M버스의 안전띠 착용률은 21.6%. 승객 5명 중 4명은 안전장치도 없이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최근 취재진이 탑승한 M버스는 안전띠를 착용한 승객이 평균 2명에도 못 미쳤다. 2년 전보다도 안전의식이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정부의 무관심이 승객의 ‘안전 불감증’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의무조항만 만들었을 뿐 이를 알리고 불법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을 강화한다고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적극적인 홍보와 단속이 병행돼야 하는데 운수업체나 여론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안전띠 착용’ 스티커 부착은 고작 10% 취재팀은 19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에서 인천, 경기 수원 성남 용인 김포 파주시를 오가는 광역버스 30대를 직접 탔다. 이 가운데 좌석 뒷면에 안전띠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는 차량은 3대에 불과했다. 부착한 지 오래돼 좌석 일부에만 안내문이 남은 버스도 있었다. 2년 전 교통안전공단 조사(62.5%)보다도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시민들이 안전띠 착용이 의무라는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승객이 쉽게 알아채고 안전띠 착용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전달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것처럼 안전띠 미착용을 경고하는 그림이 대표적이다.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홍보 효과를 높이려면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안전띠 미착용 경고 그림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안전띠 미착용 경고 그림을 직접 제작했다. 문자 위주인 현재의 홍보 스티커 디자인을 탈피했다.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마리오네트 인형극 이미지 등으로 표현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인천에서 M버스로 출퇴근하는 김윤하 씨(27·여)는 “글자는 너무 뻔해서 눈에 안 들어왔는데 사진은 계속 잔상이 남아 안전띠 착용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모 씨(58)는 “뒷좌석 창문 옆에 오토바이 확인용 거울을 부착한 뒤 사고 위험이 크게 줄었다”며 “운전자의 참견을 싫어하는 승객들도 불쾌감 없이 받아들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나치게 경직된 광고 심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는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 방송 광고를 제작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아들이 앞좌석의 아버지(운전자), 옆에 앉은 누나와 잇달아 충돌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너무 충격적이라는 이유로 모두 삭제됐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핵심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 삭제돼 효과가 반감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아쉬워했다.○ 의무화 4년째…단속 건수는 ‘0’ 유명무실한 처벌 규정도 문제다. 경기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안전띠 착용 안내방송을 하지 않아 과태료를 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안내방송 여부를 확인하려면 암행 단속을 해야 하는데 각 자치단체의 단속 인력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실상 승객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동배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최근 관광버스 대열운행이 적발되면 30∼90일의 영업정지를 내리기로 한 것처럼 안전띠 미착용이 적발되면 운수업체에 대한 행정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영국처럼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2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근처 이면도로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한모 씨(74)가 주차장에서 나오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3월엔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이모 씨(83)가 달려오던 택시를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피해자는 모두 70세가 넘은 노인이었다. 공통점은 더 있었다. 숨진 두 사람 모두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또 새벽이나 늦은 오후에 운전자가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동대문구에는 경동시장과 약령시장 등 전통시장 다섯 곳이 밀집해 있다. 유동인구 중 노인층이 많다 보니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동대문구에서 노인 19명이 보행 도중 숨졌다. 서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다. 또 올해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7명 중 3명이 노인 보행자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15 교통문화지수에서 동대문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4위에 그쳤다. 전국 69개 자치구 중 64위로 교통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특히 보행자 안전도와 직결되는 횡단보도 신호 준수 비율도 76.2%로 서울에서 꼴찌였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좀처럼 줄지 않자 경찰이 고심 끝에 떠올린 것은 바로 ‘반딧불이’. 밤하늘에서 빛나는 반딧불이처럼 짙은 옷차림이나 어두운 밤에도 운전자가 보행자를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대문경찰서는 경동시장 상인회와 함께 야광조끼 300벌을 제작했다. 또 폐지 수집이나 배달에 쓰이는 리어카와 자전거에는 야광 스프레이를 뿌리고 반사 스티커도 부착했다. 야광조끼는 24일 심야에 도로 위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고령의 상인과 점포 직원들에게 전달됐다. 항상 사고 위험에 가슴을 졸이던 상인들은 크게 반겼다. 20년째 경동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장점동 씨(65)는 “보통 오전 3∼4시에 하역 작업이 가장 많은데 과속 차량이 많아 늘 불안했다”며 “이제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진홍 동대문서장은 “전통시장 상인과 손님의 90% 이상이 고령자라서 지역 특성에 맞는 보행자 대책이 필요했다”며 “향후 경동시장 주변 상가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전통시장 주변의 위험 요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전통시장 주변은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며 “각 자치단체가 주차 공간 확보와 단속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6일 경남 함안군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에서 발생한 9중 추돌사고로 4명이 숨졌다. 사고 차량 중에는 중학생 170여 명을 태운 관광버스 5대가 있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은 건 안전띠였다. 출발 전 안전띠 착용을 당부한 인솔 교사 덕분에 학생들은 가벼운 부상만 당했다. 안전띠만 착용해도 치명적인 교통사고 때 사망률이 4분의 1로 감소한다. 그러나 여전히 도로 위 곳곳에서 안전띠는 무시당하고 있다.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안전띠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6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출발을 앞둔 부산행 고속버스에서 안전띠 착용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승객 서너 명이 주섬주섬 안전띠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의자를 젖히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을 빠져나갈 때까지 안전띠를 착용한 승객은 전체 39명 중 11명.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한 중년 여성이 옆 좌석에 다리를 뻗고 창문에 기대 몸을 뉘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자녀를 무릎에 눕혀 재우는 어머니도 있었다. 안전띠 대신 왼쪽 팔로 아이의 상체를 감싸고 있었지만 버스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아이의 몸이 위태롭게 앞으로 쏠렸다. 올해 16년 차 운전사인 권영근 씨(54)는 이런 승객들을 볼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시속 100km 넘게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사고라도 나면 대형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버스전용차로로 갑자기 끼어든 차량을 피해 급정거를 하다가 안전띠를 매지 않은 승객들이 앞좌석에 부딪혀 크게 다칠 뻔했다. 이들은 오히려 “운전 똑바로 하라”며 권 씨에게 화를 냈다. 그는 “안전띠를 매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불쾌해하고 술에 취해 욕을 하는 승객도 있다”며 “단속에 걸리면 승객 대신 운전사가 과태료 3만 원을 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출퇴근 광역버스는 ‘착용률 제로’ 장거리를 운행하는 고속버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9일 자정 무렵 서울역에서 인천으로 가는 1400번 광역버스. 정류소 10여 개를 지나 경인고속도로에 진입할 때까지 안전띠 착용을 안내하는 방송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좌석승객 40여 명 중 안전띠를 착용한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012년 광역버스와 전세버스, 택시의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승객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는 반응이다. 1400번 광역버스로 매일 출퇴근하는 박모 씨(25·여)는 “고속버스에선 안전띠를 잘 매지만 출퇴근 버스에서는 혼자 안전띠를 매는 게 유난스러워 보여 착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교통안전공단이 수도권의 광역버스 6개 노선을 조사한 결과 안전띠 착용률은 21.6%에 그쳤다.○ 안전띠 미착용은 ‘자살행위’ 안전띠 미착용 사망자는 2012년 352명 이후 2014년 285명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302명으로 다시 늘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띠 착용 여부가 확인된 사망자 716명 가운데 42.2%(302명)가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사망률은 착용할 때보다 약 3.7배나 높다. 석주식 교통안전공단 부연구위원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차량 내의 의자, 천장과 다중 충돌이 발생하거나 밖으로 튕겨나갈 확률이 높다”며 “앞좌석 탑승자를 뒤에서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전띠는 교통사고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그러나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은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달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에서도 폐기 가능성이 높아 결국 20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처지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하루빨리 의무화하는 동시에 현행 3만 원인 과태료도 함께 인상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났다.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중앙이 위아래로 뚫린 건물 구조 탓에 연기를 막는 방연 셔터도 무용지물이었다. 화마(火魔)가 언제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가까운 비상계단으로 달려갔다. 이미 비상계단 입구는 북새통이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에비뉴엘동(2만9800m²)에서 실시된 ‘2016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현장. 안전한국훈련은 범국가적 재난 대응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2005년 시작됐다. 올해 훈련의 첫날인 이날 초고층 건물과 연결된 다중이용시설인 에비뉴엘동 지하에서 방화 테러가 발생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 아래 800여 명이 참가한 대피훈련이 펼쳐졌다. 훈련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게 진행됐다. 계단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대피하던 입주자와 시민들은 갑자기 불이 꺼지고 연막탄 연기가 스며들자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모 씨(26·여)는 “훈련이라는 걸 알면서도 갑자기 연기를 마시게 되자 심장이 뛰면서 조급해졌다”며 “이런 훈련을 경험하지 않고 진짜 화재 상황에 처하면 침착하게 대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화재 발생 뒤 8층에서 1층까지 건물을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7분 20초. 계단을 내려오는 시간만 4분이 넘게 걸렸다. 비상계단 출구 주변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예상보다 대피 시간이 길어졌다. 최규출 동원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고층 건물에서는 ‘굴뚝 효과’로 연기가 초속 5m로 빠르게 이동한다. 골든타임 5분 안에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전한국훈련이 진행된 에비뉴엘동은 국내 최고층인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와 연결돼 있다. 이런 초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경우 가까운 중간대피층(피난안전구역)으로 얼마나 빨리 피하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롯데월드타워에는 22층부터 102층까지 약 20층 간격으로 피난안전구역 다섯 곳이 있다. 전문가들은 104개(2014년 기준)에 달하는 국내 초고층 건물(50층 이상)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 30층’으로 돼 있는 피난안전구역 설치 간격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안전처는 “가급적 실제 상황과 유사한 훈련에 국민이 직접 참여토록 해 실질적인 재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안전한국훈련은 20일까지 지진, 원전시설 테러 등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해 총 338회에 걸쳐 진행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르면 내년부터 경운기 트랙터 등 주행형 농기계의 음주운전이 금지된다. 급증하는 농기계 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국민안전처는 28일 제23차 안전정책조정회의에서 농기계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논의한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는 농기계 음주운전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킬 계획이다. 먼저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실효성을 분석해 벌금 등 제재 수단을 마련하기로 했다. 농기계 사고 사망자는 2010년 39명에서 2013년 99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2014년 75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5년 동안 연평균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60대 이상 사망자가 전체의 75.7%(258명)를 차지해 고령운전자의 피해가 컸다. 농기계 사고 치사율은 16.5%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2.3%의 약 7배에 달했다. 모내기철인 5월(14.3%)과 수확철인 10월(14.1%)에 사고가 집중됐다. 사고 유형별로는 전도·전복 사고 31.9%, 도로이탈 28.2%, 공작물 충돌 12.1% 순이었다. 정부는 안전장비 지원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농기계 3만 대에 등화장치(안전등) 부착을 지원하고, 충북과 경기 지역 30개 마을에 농기계 안전반사판을 보급한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담당자가 채점 결과를 시도별, 남녀별로 엑셀 파일에 옮기던 중 아래쪽 응시자 명단 일부가 누락됐습니다.”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 필기시험 합격자 번복과 관련해 25일 중앙소방학교가 내놓은 해명이다. 청년 10명의 운명을 가를 뻔한 사고의 이유가 단순한 ‘클릭 실수’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응시자 수천 명의 성적 데이터를 담당자 한 명이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입력한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전체 채점 과정의 전산 처리가 불가능하다면 입력 과정에 실수는 없는지 반드시 재검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소방학교 인사채용팀 직원 8명 중 누구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격자 발표 하루 뒤인 22일 불합격 응시자 3명이 확인을 요구하기 전까지 중앙소방본부는 채점 오류 사실을 몰랐다. 윤순중 중앙소방학교장은 “처음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991년부터 진행된 경력채용 시험에서 같은 실수가 없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뒤늦게 합격 처리된 응시생 6명 중 3명은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소방 및 구급학 전공자 462명을 뽑는 이번 경력채용의 지원자는 2625명. 21일엔 시험 결과를 확인하려는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구직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합격이 번복된 응시자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소방공무원 채용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까지 무너졌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번복 과정에서도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에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을 의식한 듯 “외부 침입이나 해킹 흔적은 없다”고 강조했을 뿐 응시생들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시도 없었다. 홈페이지에 정정 공지한 합격자 명단 게시물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안전처는 “담당자의 고의 조작 여부를 감찰하고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 데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담당자 개인의 실수로 문제를 축소한다고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 조직 신뢰를 떨어뜨린 ‘주범’은 공무원 채용 시스템을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해 온 조직 자체라는 점을 안전처와 중앙소방학교만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박성민·사회부 min@donga.com}
소방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채점 오류가 확인돼 합격자 발표가 번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에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에 이어 정부의 허술한 공무원 채용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4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에 따르면 21일 발표한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 1차 필기시험 서울지역 합격자 가운데 남자 지원자 4명, 여자 지원자 2명이 잘못 포함됐다. 불합격자 3명이 이의를 제기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드러났다. 오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중앙소방학교 측은 세 과목 총점을 평균점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나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는 “채점실 전산은 외부 네트워크와 단절돼 있고, 폐쇄회로(CC)TV에도 외부인의 침입 흔적은 없었다”며 “무단 침입이나 합격자 조작은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은 소방 관련 학과 및 의무소방원 출신을 대상으로 소방사(9급)를 선발하는 전형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