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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생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59)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00년생,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아니라면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로봇, 생명과학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에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정 총장의 40년 후배다. 그는 고려대 114년 역사상 첫 공과대 출신 총장이다. 2월 28일 제2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일 고려대 본관 인촌챔버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과 ‘융합’, 그리고 ‘다양성’을 강조했다. 》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이 무엇인가. “작년 말 한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담당자가 쓴 책에서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문구를 봤다. 책의 내용은 신입사원이 기존 조직에 순응하는 게 과거엔 순리였지만 지금은 몇 안 되는 신입사원이 조직을 흔든다는 것이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젊은이들에 대한 분석이 절실하다. 밀레니엄 세대는 조직보다 자신에게 충성하고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매우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이런 세대를 교육해야 하는데 기존 교육체계가 맞는지, 교육기법이 적절한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고민은 동아일보의 보도와 맥락이 닿아 있다. 올 초부터 ‘2000년생이 온다’ ‘부장님처럼 살기 싫어요. 청년들의 신(新)성공법칙’ 등 젊은 세대를 집중 분석하는 시리즈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세대이기 때문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교육하지 않으면 ‘비싼 등록금 냈는데 배울 게 없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대학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세대 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그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에 맞게 교육해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1학년 교양교육부터 인문학에 기반을 두도록 바꿀 것이다. 교양교육을 맡는 교무처 산하 기초교육원을 본부 소속 교양교육원으로 승격 개편해 학생들이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교양과목을 만들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계공학도도 인문학을 바탕에 둬야 한다. 학생들의 기업체 인턴을 가급적 해외에서 하도록 할 것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과대 출신인데 인문학을 유독 강조한다. “총장이 되면서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가 ‘휴먼 KU(고려대)’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기술이라도 그걸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아무리 엄청난 기술이라도 사람으로서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악한 의도를 갖고 만들면 사회 전체에 후폭풍이 매서울 것이다. 그래서 취임사에서도 고려대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을 강조했다. 그 정신에 충실한 도덕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남을 돕는 것이 정의의 시작’이라고 했다. 로마가 1000년 이상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 바로 도덕적 인간을 많이 배출한 데 있다고 믿는다.” ―그게 미래 인재상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나. “과거 산업화 시대엔 필요한 기능을 갖춘 표준화된 인간을 대량 배출하는 게 교육의 기능이었다. 하지만 미래엔 인간의 주관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할 수 있는가’ 여부가 아닌 ‘왜 해야 하는가’가 중요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기술이 아닌 윤리를, 객관성이 아닌 주관성을, 표준화가 아닌 맞춤형의 시대정신을 교육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리더는 뭔가를 할 기술이나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그런 능력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고려대는 단편적 지식이나 일방적인 신념을 가진 인재가 아닌 통합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로 윤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그 윤리성은 ‘인류에게 얼마나 이로운가’의 가치로 결정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AI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그 대상도 사람이다. 도덕적 가치가 결여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합, 통섭을 강조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하나. “사람 중심의 공유 가치 창출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대학의 주된 역할이 과거엔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복잡한 사회의 요구에 융합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인문계와 자연계, 문학과 공학, 윤리와 예술의 피상적 융합이 아닌 각 영역 자체가 해체돼 재구성되는 통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들은 그런 다양한 지식이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 작용해 미래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지 고민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고려대에서 시도하는 융합, 통섭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국내 최초로 문과대에 속한 심리학과를 AI, 뇌과학 분야와 융합해 심리학부로 분리, 독립시킬 계획이다. 2021학년도부터 심리학부 신입생을 뽑을 것이다. 그 학생들은 AI, 뇌과학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의학 등 모든 분야와의 융합 연구에 최적화된 교과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기존 학문체계 중심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될 것이다. 융·복합적 인재,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롤모델이 될 것이다.” 앞서 정 총장은 취임사에서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고 학과의 이익을 앞세우며 네 편, 내 편 따지는 편협한 자세로는 초연결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은 여러 학문이 연결될 때 그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의 모든 학생이 수강해야 하는 ‘자유-정의-진리’ 과목도 융합이 목적인가. “학부 공통 교양과목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해 의견과 관점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목표다. 강의 방식도 기존 수업과 다르다. 동영상 강의를 먼저 본 뒤 강의실에서는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교수의 질문에 답하며 토론하는 방식이다.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과목이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는 창의에서 나온다. 창의는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거나, 이미 존재하는 생각이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해 내는 것이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론과 원리를 앞장서 개발해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입시 단계에서부터 창의적 인재를 선발해야 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예측 불가능의 시대엔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고려대생은 전부 ○○를 잘한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뮤지션도 있어야 하고,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모범적으로 생활해 내신이든 수능이든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에 앞장설 수 없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업, 인생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그게 동기 부여가 돼야 한다. 그런 창의적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면 좋겠다.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이 입시 평가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취임식에서 학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재정이 필요한 일이다. 전공 융합 등 다른 계획에도 많은 돈이 들어갈 텐데…. “등록금은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기부금, 발전기금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한국은 선진국처럼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기부를 유인하는 방법은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다른 대학들과 함께 세제 관련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겠다. 또 대학 스스로 창업을 적극 지원해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쉽지는 않다.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해서 큰 성과를 올린 대학은 몇 개 안 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서 기자 간담회에선 동남아 등에 고려대의 교육 콘텐츠를 수출하겠다고 했는데…. “동남아나 중국 현지 대학에 고려대의 커리큘럼을 전수하고 정착시켜 공동 캠퍼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수익을 올리게 되면 우리 학생들도 혜택을 볼 것이다. 중국의 경우 팽창성이 크다. 대도시의 유명 대학이 중국 내륙에 분교를 설치할 때 고려대의 교과과정을 전수하거나 교수들이 가서 강의를 할 수 있다. 대학은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대외협력, 산학협력, 국제협력이 중요하다.”○ 정진택 총장 주요 약력△ 고려대 기계공학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 박사(기계공학)△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공과대학장, 테크노콤플렉스원장,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한국유체기계학회장(2017년) 인터뷰=이명건 사회부장/정리=조동주 djc@donga.com·김정훈 기자}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모 씨(46·구속)가 상대적으로 단속이 심하지 않은 서초구에 불법 가라오케 2곳을 새로 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던 강남구 불법 가라오케 7곳 중 6곳은 영업을 중단했다. 이날 아레나 관계자와 강남구, 경찰 등에 따르면 강남구가 일반음식점 등록 업소의 불법 영업 단속을 강화하자 강 씨는 지난달 강남구 신사 청담 논현동에 있던 자신의 불법 가라오케 6곳의 문을 닫았다. 나머지 1곳은 이름을 바꿨다. 이 6곳 중 한 곳의 가라오케 관계자는 “최근 강남구와 경찰의 단속이 세지고 세무서에서도 조사를 나와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며 “조용해질 때까지 서너 달가량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씨는 강남구보다 단속이 덜한 서초구에 지난달 하순 불법 가라오케 2곳을 개장했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두 영업장은 일반음식점 신고가 돼 있지만 무단으로 단란·유흥주점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두 곳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손님을 가려 받는 등 철저하게 자체 보안을 유지했다. 기자가 4일 한 영업장을 찾기 위해 예약 담당 직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자 이 직원은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몇 번 따져 물었다. 기자가 “이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었다”고 하자 그제야 직원은 예약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영업장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지는 않고 영업장 근처 도로명 주소를 알려줬다. 해당 주소에 내려 이 직원에게 전화를 걸자 길 건너에서 지켜보던 그가 다가와 비로소 가게로 안내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5일 “단속을 강화해 관내에서 불법 영업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경찰이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모 씨(46·구속) 측과의 유착 정황이 포착된 구청 공무원 6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들은 전직 강남구청 공무원 출신인 윤모 씨로부터 향응과 접대 등을 받고 강 씨 소유 업소들의 불법 영업행위를 눈감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0일 “강남구청과 서초구청 소속 공무원 6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입건된 공무원 중에는 강남구청 소속이 5명, 서초구청 소속이 1명이다. 서초구청 소속 공무원도 강남구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6명이) 강남구청 위생과 등에서 근무하면서 아레나 등으로부터 향응접대를 받는 등 유흥업소와의 유착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23명의 수사관을 보내 이들 6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와 구청 공무원들 간의 유착은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청 공무원들이 강 씨 소유 유흥업소들의 위법 행위나 불법 용도변경 등을 눈감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본보는 최근 강 씨가 강남에 소유한 가라오케들을 일반음식점으로 구청에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단란·유흥주점으로 불법 운영 중인 실태를 잇달아 보도했다. 강 씨가 운영했던 강남구 논현동의 클럽 ‘바운드’는 지난달 26일부터 상호를 ‘레이블’로 바꾸고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복수의 강남 클럽 관계자들에 따르면 레이블에는 강남 클럽 ‘버닝썬’과 아레나에서 일했던 영업직원 등 200여 명의 운영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6일 구청과 합동 단속을 벌여 레이블이 신고하지 않은 9.9m²(3평)의 공간에 냉장고, 제빙기, 개수대를 설치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레이블 사장 김모 씨(72)를 입건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정훈 기자}

고교생 A 군(18)은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한 달 전 검찰에 송치됐다. A 군은 1월 26일 낮 12시 반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의 학원가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달리다 앞서 걸어가던 초등학생 B 군(7)을 치었다.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군을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로 넘겼다. 전동킥보드를 몰기 위해선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A 군은 둘 중 아무것도 없었다. A 군은 전동킥보드 무인 공유서비스 업체를 통해 전동킥보드를 빌렸다. A 군이 면허증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있었던 건 전동킥보드 무인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C업체의 느슨한 회원 가입 절차 때문이었다. 이 업체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회원 가입을 받을 때 면허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따로 뒀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건너뛰어도 회원 가입에는 문제가 없었다. A 군을 조사하던 경찰은 이런 문제점을 확인하고 C업체 대표를 형법상 방조 혐의로 입건해 A 군과 함께 검찰로 넘겼다. 업체 대표 D 씨는 입건되고 나서야 회원 가입 절차에서 면허증 확인 과정을 건너뛸 수 없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하지만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여전히 C업체에서 빌린 전동킥보드를 타는 무면허 10대들이 많았다. 본보가 지난달 16일과 21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대치동 학원가 주변을 둘러본 결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무면허로 C업체의 상호가 표시된 전동킥보드를 타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C업체가 회원 가입 절차에서 면허증을 찍은 사진을 반드시 등록하게 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려도 되도록 했는데 손가락 사진만 찍어도 면허증 사진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생긴 것이다. 한 중학생은 “친구가 손가락만 찍어도 빌릴 수 있다고 알려줬다”며 “빌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회원 가입을 할 때 인터넷에 떠도는 운전면허증 사진을 캡처해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 ‘퍼스널 모빌리티’ 보급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에서는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40대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을 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뇌출혈을 일으킨 피해 여성은 20여 일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숨졌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서울 구로구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20대 남성이 60대 노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사고로 피해 노인은 뇌경막외출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전동킥보드를 몰았던 20대 남성 역시 무면허였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국내 판매량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2017년 한 해에만 약 7만5000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퍼스널 모빌리티 운전자가 가해자로 판명된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동킥보드의 주행 속도를 시속 25km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직 입법화는 되지 않았다. 전동킥보드는 최고 시속 60km까지 달릴 수 있다.김정훈 hun@donga.com·김소영 기자}

서울 강남구청장이 관내 불법 업소에 대한 단속을 소홀히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6일 정순균 강남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생대책위는 고발장에서 “강남구청장은 (강남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 씨에 대한 대대적인 경찰 수사에도 단속을 하지 않고, (강 씨 소유 가라오케의) 불법영업 실태를 알리는 언론 보도 이후에도 방관해 불법업소들이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4월 15일과 16일, 22일 세 차례에 걸쳐 강남구에 있는 강 씨 소유의 불법 가라오케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김순환 민생대책위 사무총장은 “불법 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하는데도 강남구는 ‘관리하는 업소가 1만 6000개나 돼 민원이 들어오는 곳 외엔 단속을 할 수 없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는 강남구의 실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씨가 실소유한 불법 가라오케는 최소 4곳이 더 있는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해당 가라오케는 강남구에 있는 ‘G가라오케’ 1, 2, 3, 4호점이다. 이곳들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를 하고 단란·유흥주점으로 불법 영업 중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장부에 따르면 G가라오케 지점 한 곳의 하루 매출은 평균 1000만 원이 넘었다. G가라오케 지점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강남구로부터 위반건축물 단속을 받은 곳이 없었다. 전직 아레나 영업사장 A 씨는 “1호점의 경우 위반건축물 지정을 두 차례 받았는데, 구청이 나오는 날을 미리 전달받아 노래방 기기 등을 숨기는 방식으로 해제를 받았다”며 “전직 강남구 공무원이 이 과정에 개입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강 씨는 지난해 12월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경찰이 자신에게 수갑을 채워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경찰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가 5명의 국회의원 측에 돈봉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4일 “최근 불러 조사한 한어총 관계자로부터 ‘5명의 의원 측에 현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1명은 의원에게 직접 줬고 나머지 4명은 보좌관을 통해 전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5명의 의원에게는 200만 원 또는 300만 원씩 모두 1200만 원의 현금이 건네졌다. 한어총은 2013년 어린이집 운영 규제 관련 법안 등이 발의되자 국회 상대 로비를 위해 시도분과위원들로부터 후원금 4750만 원을 모았다. 이때 한어총 사무국 계좌로 입금된 돈의 일부인 1200만 원이 5명의 의원 측에 전달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5명의 의원은 당시 어린이집 관련 법안을 다루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후원금 모금이나 전달 과정에 관여한 김용희 한어총 회장과 사무총장 2명, 시도분과위원 17명 등 모두 2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이나 의원 측 입건자는 아직 없다”며“의원 측 관계자들을 조만간 불러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경찰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가 5명의 국회의원 측에 돈봉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4일 “최근 불러 조사한 한어총 관계자로부터 ‘5명의 의원 측에 현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1명은 의원에게 직접 줬고 나머지 4명은 보좌관을 통해 전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5명의 의원들에게는 200만 원 또는 300만 원씩 모두 1200만 원의 현금이 건네졌다. 한어총은 2013년 어린이집 운영 규제 관련 법안 등이 발의되자 국회 상대 로비를 위해 시도분과위원들로부터 후원금 4750만 원을 모았다. 이 때 한어총 사무국 계좌로 입금된 돈의 일부인 1200만 원이 5명의 의원 측에 전달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5명의 의원은 당시 어린이집 관련 법안을 다루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후원금 모금이나 전달 과정에 관여한 김용희 한어총 회장과 사무총장 2명, 시도 분과위원 17명 등 모두 2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이나 의원 측 입건자는 아직 없다”며 “의원 측 관계자들을 조만간 불러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에이 사장님, 구청이 우리는 단속 안 해요.” 22일 새벽, 전화기 너머로 당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E가라오케 종업원이었다. 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버닝썬, 아레나 사건 이후로 단속을 많이 한다던데 괜찮으냐”며 예약 문의를 하자 ‘걱정 말라’는 투로 말했다. 이 종업원은 “이 정도도 (처리) 못하면 이 바닥에서 일 못하죠. 걱정 말고 오실 때 전화주세요”라고 했다. E가라오케는 강남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 씨(46·구속)가 소유한 업소 중 하나다. 이 가라오케는 구청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단란·유흥주점으로 불법 영업을 한다. 세금을 절반 이하로 줄이려는 전형적인 탈세 수법이다. 기자는 강남구 논현동의 H가라오케, 신사동 M가라오케에도 같은 문의를 했다. 모두 강 씨 소유의 업소로 역시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단란·유흥주점으로 장사를 한다. 종업원들은 한결같이 “걱정 말고 오라”는 반응이었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는 “강 씨가 운영하는 업소는 구청에 신고를 해도 별 탈이 없다. 강 씨 업소를 신고했다 보복 신고를 당해 곤욕을 치르는 업주들은 많다”고 전했다. 최근 본보는 H, E, M가라오케의 불법 영업 실태를 잇달아 보도했다. 그런데도 강남구는 이들 업소에 대해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불법 영업을 하는 현장을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강남구의 담당 직원은 “우리 과에서 관리하는 업소가 1만6000곳이다. 7명의 인력으로 그 많은 곳을 단속할 수는 없다”며 “신고 민원이 들어오는 곳만 나가 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 초 강 씨의 수백억 원대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강 씨의 탈세 의혹이 불거지면서 강 씨가 강남 일대에 소유한 유흥업소들의 각종 불법 행위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그런데도 강남구는 강 씨 소유 업소에 대한 점검에 나서지 않았다. 경찰은 강 씨가 아레나 등의 업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단속 공무원들과 유착해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아직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유흥업소와 단속 공무원들 간의 유착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많다. 하지만 강남구는 이 같은 여론에도 둔감한 듯하다. 강남구의 한 과장급 직원은 경찰이 최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한 전직 강남구 공무원에 대해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경찰이 잘못 짚은 것 같다”며 감싸는 듯한 말을 했다. 강남구는 별다른 내부 감찰도 벌이지 않고 있다. 강남구가 뒷짐을 진 사이 불법 영업을 하는 강 씨 소유의 가라오케는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전망이 좋은 가라오케’ ‘노래방 무제한 서비스’ ‘DJ 쇼 제공’ 등의 문구가 담긴 온라인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강 씨 소유의 가라오케 종업원들이 전화기 너머에서 보였던 당당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김정훈 사회부 기자 hun@donga.com}

외교부 소속 30대 남성 사무관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외교부 사무관 A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31일 저녁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노래방에서 30대 여성 B 씨를 뒤에서 끌어안고 몸을 더듬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A 씨와 B 씨는 이날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B 씨는 8일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강제로 내 몸을 만지고 더듬어 수치심이 든다.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출석 일정을 조율해 조만간 조사한 뒤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A 씨가 입건된 사실을 외교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해 해외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2명이 성 비위 문제로 귀국 조치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김문환 전 주에티오피아 대사는 대사로 근무하던 2014∼2017년 2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외교부는 최근 소속 공무원의 성 비위 사례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내부 통신망에 올려 전 직원에게 공개했다. 보고서는 비위 당사자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비위 행태를 상세히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연 1, 2회 대외비 복무 감사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한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외교부 소속 30대 남성 사무관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외교부 사무관 A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31일 저녁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노래방에서 30대 여성 B 씨를 뒤에서 끌어안고 몸을 더듬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나 알게 된 A 씨와 B 씨는 이날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B 씨는 8일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강제로 내 몸을 만지고 더듬어 수치심이 든다.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출석 일정을 조율해 조만간 조사한 뒤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A 씨가 입건된 사실은 외교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해 해외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2명이 성 비위 문제로 귀국 조치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김문환 전 에티오피아 대사는 대사로 근무하던 2014~2017년 2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외교부는 최근 소속 공무원의 성 비위 사례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내부 통신망에 올려 전 직원에게 공개했다. 보고서는 비위 당사자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비위 행태를 상세히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연 1~2회 대외비 복무 감사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한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모 씨(46·구속)가 불법으로 운영 중인 가라오케가 추가로 또 확인됐다. 21일 아레나 관계자와 경찰 등에 따르면 강남구 논현동의 H가라오케는 구청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래방 기기를 들여놓고 디제이와 접객부 등을 고용한 채 단란·유흥주점으로 영업 중이다. 2008년 12월 논현동의 고층빌딩 중 4개 층을 빌려 영업을 시작한 이 가라오케는 4개 층에 서로 다른 상호의 경양식집 4곳이 있는 것처럼 신고를 해놓고 4개 층 모두를 가라오케로 영업 중이다. 본보가 20일 밤 이 가라오케 내부를 둘러본 결과 복도엔 각종 주류와 음료가 쌓여 있었고, 곳곳에서 음향 앰프와 마이크가 눈에 띄었다. 가라오케 입구는 건강한 체격의 남성이 지키고 있었다. 가라오케 내부에서는 짧은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복도를 오갔고 노랫소리도 들렸다. 아레나 전직 직원 A 씨는 “(강 씨가) 층마다 각각 다른 상호로 신고하고 4명의 바지사장을 앉혀 뒀다”며 “탈세 목적도 있고 한 업소가 단속을 당했을 때 나머지 업소들은 영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각각 신고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강남구 신사동의 M가라오케와 청담동의 E가라오케도 일부 층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단란·유흥주점으로 영업을 한 사실이 최근 본보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H가라오케는 구청으로부터 위반건축물 단속을 한 차례도 당한 적이 없다. 신고한 내용과 다른 형태로 영업하면 위반건축물로 단속 대상이다. 위반건축물로 지정되면 매년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다. 강남구는 이 빌딩에 단란·유흥주점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에서 관리하는 일반음식점과 단란·유흥주점이 1만6000개”라며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위법행위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씨가 실소유한 가라오케들과 단속 권한이 있는 구청 간에 유착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우리 엄마 상태가 안 좋아져서 지금 긴급 수술 들어가야 한대요. 어떡해요, 우리 엄마.” 18일 오전 9시 45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 전날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 거주자 안인득 씨가 휘두른 흉기에 희생된 사촌동생 최모 씨(19·여)의 빈소를 지키던 A 씨(31·여)가 다급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최 씨와 함께 안 씨에게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어머니 강모 씨(54)가 입원해 있는 경상대병원에서 “어머니 상태가 위중하다”는 연락이 온 것. A 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기자에게 “어떡해요” “어떡해요”를 연발하며 당황했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차에 올라탔다. 이날 오후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찾아왔다. A 씨의 남편은 민 청장에게 “장모님이 5번이나 경찰에 신고를 해도 조치가 없어서 ‘사람이 죽어야 조치를 해주겠느냐’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강 씨는 아랫집에 사는 안 씨가 집에 오물을 투척하고 위협적으로 시비를 걸어와 무섭다며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5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계도 조치하는 데 그쳤다. 유족들은 위험한 행동을 일삼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느슨한 관리에 한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한 유족은 민 청장에게 “안 씨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받던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해도 ‘이건 우리 관할이 아니다. 자료를 더 가져오라’는 말만 했다”며 “차라리 범인을 잡아오라고 해라. 경찰이 뭐 하는 거냐”며 따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17일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불만을 쏟아냈다. 숨진 최 씨의 어머니는 “할 말이 없느냐”는 진 장관의 물음에 “내 자식 살려내면 된다. 할 말은 그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진 장관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사람이) 죽은 다음에 오면 뭐 할 건가. 필요 없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진 장관과 민 청장은 유족들에게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해당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앞으로 하겠다, 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 대답해 달라”며 정부와 경찰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경남지방경찰청에 진상조사팀을 꾸려 안 씨 관련 신고 처리와 현장 조치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진주=김정훈 hun@donga.com·강동웅 기자}

“위이이잉.” 17일 오전 4시 25분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 화재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불이야”라는 외침이 들렸다. 불이 난 곳은 406호. 평소 이웃들에게 자주 난동을 부리던 안모 씨(42)의 집이었다. 안 씨의 집 베란다 창밖으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파트 1∼10층에 사는 80가구 주민들은 황급히 중앙계단으로 대피하다 2층에서 멈춰 섰다. 어둠 속에 있던 안 씨가 갑자기 막아섰기 때문이다. 안 씨는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다.○ 대피 주민들 기다렸다 무차별 살해 아파트는 경보음과 비명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됐다. 안 씨는 잠옷 차림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무방비상태에서 얼굴과 목 등 급소를 공격당한 주민들은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쓰러졌다. 주민 박모 씨는 “화재경보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2층 계단 쪽에 쓰러진 4, 5명의 목과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며 몸서리쳤다. 안 씨는 도망가려는 피해자를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주민 김모 씨(55·여)는 안 씨에게 오른팔을 붙잡힌 채 목 주변을 두 차례 공격당했지만, 두꺼운 외투를 입은 덕에 목숨을 건졌다. 김 씨는 간신히 건물 밖으로 도망친 뒤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는 살아있느냐”며 오열했다. 안 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복도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중앙 계단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안 씨는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2층 계단 주변에서 기다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안 씨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주민들을 끌어내기 위해 복도 파이프 배관을 흉기로 두드려 ‘탕’ ‘탕’ 소리를 내고 “불이야”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안 씨가 주민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두른 뒤 ‘다 죽였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 12세 초등학생, 19세 여고생 희생 안 씨에게 공격당한 사망자 5명과 중상자 3명은 모두 여성과 노인, 장애인 등 약자들이었다. 숨진 희생자는 12세 초등학생,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있는 19세 여고생, 그리고 50대 후반과 60, 70대 노인이었다. 한 주민은 “안 씨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남성들은 공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전했다. 화재 대피 요령에 따라 신속히 계단으로 내려온 주민들이 주로 희생양이 됐다. 엘리베이터를 탔거나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화를 피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3분 만인 오전 4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안 씨가 또 다른 공격 대상을 찾고 있을 때였다. 안 씨는 15분간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이 안 씨에게 테이저건을 쐈지만 안 씨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효과가 없었다. 안 씨는 경찰을 향해 흉기를 집어던졌다. 경찰은 공포탄을 한 발 발사한 뒤 안 씨의 하체를 향해 실탄을 한 발 발사했지만 빗나갔다. 안 씨는 경찰이 다시 실탄을 쏘려고 하자 다른 흉기를 다시 경찰에게 던졌다. 경찰은 안 씨에게 또 다른 흉기가 없는지 확인한 뒤 장봉으로 안 씨를 제압했다.진주=김정훈 hun@donga.com·박상준 / 김자현 기자}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 씨(46·구속)가 자신이 소유한 M가라오케(강남구 신사동)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자 이 가라오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그 대신 강 씨 측은 M가라오케를 찾는 손님들에게 E가라오케로 갈 것을 유도하고 있다. 역시 강 씨 소유인 E가라오케는 M가라오케가 영업을 시작한 2년 뒤인 2011년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경찰은 M가라오케의 불법 영업행위와 관련해 가라오케 측과 구청 단속 공무원 간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M가라오케 관계자와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M가라오케는 당분간 손님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M가라오케의 예약 담당 직원 A 씨는 14일 본보 기자에게 “클럽(아레나) 등에 복잡한 문제가 생겨 당분간 손님을 안 받는다”며 “겸사겸사 내부 수리도 하고 해서 다시 영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가라오케 운영에 관여했던 B 씨는 이 같은 일시적인 영업 중단에 대해 “강 씨가 구청 단속이나 경찰 수사 같은 비바람을 피해 가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잠시 문을 닫았다가 비바람이 그치면 다시 영업을 시작하곤 한다”고 했다. A 씨는 M가라오케로 연락을 하는 손님들에게 E가라오케를 추천하고 있다. A 씨는 “E가라오케는 가기 전에 먼저 전화를 해야 입장할 수 있다. 도착 후에도 빌딩 앞에서 전화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E가라오케는 M가라오케와 영업 방식이 같다. 고층빌딩의 2개 층을 빌려 영업하고 있는데 아래층은 일반음식점으로, 위층은 위락시설로 영업 신고를 했다. 하지만 두 개 층 모두에 노래방 기기를 갖춘 룸을 만들어 놓고 디제이(DJ) 등 접객부를 고용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E가라오케는 구청으로부터 위반건축물에 대한 제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청의 단속은 대부분 민원을 통해 이뤄져 모든 업소를 일일이 적발하기는 어렵다”며 “E가라오케에 대한 민원이 있었는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위락시설 등으로 신고하는 것에 비해 세금이 절반 이상 낮아진다. M가라오케는 3개 층 중 가장 위층만 위락시설로 신고하고 나머지 2개 층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채 영업을 하다가 단속에 적발돼 3년간 총 1억5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것은 탈세가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단속이 있으면 노래방 기기들을 옮기려고 한 개 층은 위락시설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아이돌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C 총경이 대화방 멤버인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34)에게서 모두 4차례의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4차례 골프 모임의 비용은 모두 유 씨 측이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김정훈 hun@donga.com·구특교 기자}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 씨(46·구속)가 현직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가라오케 민원 해결 등 편의를 제공받은 정황을 경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씨 측의 요청을 받고 구청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전직 강남구 공무원 A 씨를 제3자 뇌물취득죄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이행강제금 부과받고도 계속 영업 아레나 관계자와 강남구, 경찰 등에 따르면 강 씨는 200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고층 건물 3개층을 빌려 내부 계단으로 연결한 뒤 M가라오케를 개장했다. 강 씨는 이 업소를 강남구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지만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고 디제이(DJ)를 고용하는 등 단란·유흥주점처럼 운영했다. 개업 직후 M가라오케를 방문했던 한 아레나의 단골고객은 “고층 빌딩에서 강남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분위기가 좋고, 룸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기에 좋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 씨가 탈세 등의 목적으로 이 같은 용도변경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흥주점의 경우 일반음식점에 비해 세금이 많다. 강남구는 2012년 9월 퇴폐업소 일제단속을 벌여 무단 운영 사실을 적발했다. 구는 ‘허가 없이 일반음식점을 단란·유흥주점으로 용도변경했다’며 M가라오케 아래 2개층을 위반건축물로 지정했다. 맨 위층은 스카이라운지로 꾸며져 있어 단속되지 않았다. 위반건축물로 지정되면 위반 사항이 시정될 때까지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M가라오케는 층당 25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강 씨는 2012년부터 3년간 매년 5000만 원을 내며 영업을 지속했다.○ 눈속임 영업 적발 않고 위반건축물 ‘해제’ 강 씨는 M가라오케 등에 매년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모색했다고 한다. 경찰은 강 씨가 2014년 아레나를 개업하며 영입한 이른바 ‘관작업’(공무원에게 현금 등 뇌물을 주는 작업) 전문가 이모 씨에게 이 민원 해결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레나 전직 직원들로부터 “이 씨가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전 강남구 공무원 A 씨를 통해 현직 공무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2015년 7월 위반건축물로 지정된 M가라오케 2개층 중 1개층에 대해 위반건축물 지정을 해제했다. ‘2014년 7월 행정처분으로 폐업 후 영업 중단이 돼 단란·유흥주점이 완전 퇴거를 했다’는 사유였다. 강남구는 또 2016년 9월 나머지 1개층에 대해서도 ‘내부에 있던 반주, 음향, 노래방 기기 등이 철거됐고 DJ 등 접대부를 고용하지 않았다’며 위반건축물 지정을 해제했다. 하지만 M가라오케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직원들은 “눈속임으로 가라오케 운영을 지속했지만 강남구가 이를 적발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전직 직원 B 씨는 본보 기자에게 “구청 공무원이 단속 나오는 날짜를 미리 전달받아 그날에 맞춰 해당 층을 비웠다”고 말했다. B 씨는 또 “이 씨가 영입된 이후 A 씨를 통해 가라오케 영업 관련 구청 민원이 일사천리로 해결됐다”고 했다. M가라오케는 현재 같은 장소에서 계속 영업 중이다. 개업 당시보다 1개층을 더 확장해 4개층으로 운영된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 있지만 ‘노래방 무제한, DJ쇼 이벤트’ 등 유흥업소에서만 가능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홍보하고 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킹(King)이 떴다!” 서울 강남 일대 클럽에 재벌가 3, 4세가 등장하면 영업직원(MD) 사이에서는 이런 은어가 오간다. MD들은 ‘킹’을 위해 클럽에 파티션을 쳐 은밀한 공간을 만든다. 실장이나 이사 등 클럽 간부는 메이크업 박스나 007가방에 담긴 대마와 엑스터시 등 마약을 테이블 위에 ‘세팅’해둔다. 킹 일행은 주로 미국에서 대학을 함께 다니며 가까워진 재벌가 3, 4세들이다. ‘로열패밀리’들이 클럽에서 마약을 즐긴 뒤 성매매를 위해 인근 호텔로 향하면 클럽 매출은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를 찍는다. 강남 일대 클럽에서 여러 킹을 직접 봤다는 전직 MD인 A 씨가 본보에 털어놓은 재벌가 마약 파티의 얘기다.● 하루에 억대 쓰는 재벌가 3, 4세 A 씨는 2016년부터 강남 일대에서 MD로 일하는 동안 킹이 클럽을 찾을 때마다 ‘비상’이 걸렸었다고 한다. A 씨에 따르면 유흥주점에서 1차로 술을 마신 킹 일행이 2차로 클럽 개장시간에 맞춰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MD들은 검은 가벽을 급히 설치하고 파티션까지 쳐 킹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 내부는 거울미로처럼 복잡하게 구성했다. 입구엔 가드 2, 3명이 지키며 무전이나 2G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A 씨는 킹 일행의 테이블에 양주 샴페인과 함께 고급 대마초와 필로폰 엑스터시 등이 깔리는 걸 수차례 목격했다고 했다. 술값이 1000만~2000만 원이고 마약이 추가되는 ‘2차 세팅’을 하면 가격이 5000만~6000만 원으로 치솟는다. 킹의 방문 횟수는 매출과 직결되기에 클럽 측은 “유학생들이 하는 것과는 급이 다른 제품이다”이라고 강조한다. 킹 일행이 마약을 두고 “우리 건 평민들 거랑 다르다”고 자랑하는 걸 듣기도 했다고 A 씨는 말했다. 킹이라고 전부 남성은 아니다. 재벌가 3, 4세 여성들이 클럽에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클럽 측은 남성 킹이 오면 클럽 여성을, 여성 킹이 오면 클럽 남성을 데려다 앉힌다. 간혹 남녀가 함께 온 킹 일행은 그들끼리 마약 파티를 즐긴다고 한다. 그러다 클럽이 마련해둔 인근 오피스텔이나 호텔로 자리를 옮긴다. 주로 클럽 측이 성매매 여성 또는 남성을 사전에 섭외해둔다고 한다. 클럽 측은 재벌가 3, 4세들의 ‘안전한 마약파티’를 위해 특화된 뒤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MD들은 클럽이 단기로 빌린 강남 일대 오피스텔 숙소로 ‘마약 쓰레기’를 가져와 철저히 없애준다. A 씨는 주사기는 구두로 밟아 으깨고 남은 마약이나 대마 꽁초 등과 함께 태우는 작업이 일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소각’으로 불리는 이 작업을 할 때는 화재감지기를 껐다. 소각 잔해물은 서울 중랑구나 경기 고양시 등 외곽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이 지역으로 가져가 버렸다고 한다. A 씨는 한달에 한번씩 오피스텔을 옮겨가며 소각 작업을 했다고 했다. A 씨는 “재벌가 3, 4세들이 이전에는 주로 유흥주점에서 마약 파티를 즐겼는데 이들을 유치하려는 강남 클럽들이 고급 마약을 안전하게 제공해준다고 홍보하면서 트렌드가 바뀌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강남 클럽에 대한 마약 수사가 확대되면서 재벌가 3, 4세들도 자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1시간 만에 필로폰 받을 수 있어” 부유층과 유명인들이 마약을 구하는 또 다른 창구는 인터넷이다.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60)와 SK그룹 창업주 손자 최모 씨(32)도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샀다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 정모 씨(30)도 인터넷을 통해 액상대마를 구매한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마약 판매상이 알려주는 계좌로 무통장 입금을 하면 판매상은 우편함이나 지하철 물품보관대 등에 마약을 숨겨두고 찾아가게 한다. 일명 ‘던지기’ 수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거래를 하면 판매상과 구매자가 서로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본보 취재팀이 10일 인터넷에서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를 검색해보니 대마초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등 여러 마약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취재팀이 보안성이 좋은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서울인데 아이스(필로폰)를 사고 싶다’고 연락하자 판매상은 ‘1g당 70만 원이고 1시간 안에 받을 수 있다’며 대포 통장으로 보이는 무통장 입금용 계좌번호와 송금할 때 사용하라며 차명인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보내왔다. 그는 텔레그램 ID와 날짜를 적은 종이, 현재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를 배경으로 필로폰 실물을 찍어 ‘인증샷’까지 제공했다. 취재팀이 다른 판매상에게 알약 형태의 마약 엑스터시를 사고 싶다고 문의하자 1정당 18만 원이라는 답과 함께 무통장 입금을 하면 마약이 있는 곳의 주소를 알려준다고 했다. 그는 과거 다른 고객과 거래했던 증거라며 서울 강남의 한 빌라 우편함 사진이 나오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캡쳐해 보내왔다. 코카인과 필로폰을 판다는 또 다른 판매상은 “아이스는 순도 높은 북한산”이라며 “서울 구로에 이미 드랍해(떨어트려) 놓은 곳이 있다”고 했다. 자택 아파트 경비실로 배달해준다는 판매상도 있었다. 최근 경찰의 마약 단속이 강화되면서 함정 수사를 의심하는 판매상도 있었다. 한 엑스터시 판매상은 취재팀이 ‘무통장 입금을 하면 장소를 결정하느냐’고 묻자 “오늘만 이런 질문하신 분이 5명이 넘는다”며 “다 경찰 프락치인 거 같은데 계좌만 따고 계좌 죽이려고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재벌가 3, 4세와 유명 연예인들은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려 구매 중간책으로 지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경찰에 따르면 SK가 3세 최 씨와 현대가 3세 정 씨는 지인 이모 씨에게 현금을 전달했다. 그러면 이 씨는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사 이들의 집으로 보내줬다. 래퍼 씨잼(본명 류성민·26)은 연예인 지망생 고모 씨에게 수백만 원을 송금하면 고 씨가 한국계 미국인에게 대마초를 사와 전달했다.●LCD 모니터에 필로폰 숨겨 대거 밀수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팔리는 마약은 주로 해외 유학생 등의 운반책이 몸이나 짐에 몰래 숨겨 들어오거나 국제우편으로 배송된다. 밀수범은 세관과 머리싸움을 벌인다. 특히 국내로 배송되는 모든 국제우편을 X-레이로 검사하는 관세청의 검열망을 뚫기 위해 각종 수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만 폭력조직 죽련방 일당은 지난해 7월 시가 3700억 원 어치 필로폰 112kg을 나사제조기에 숨겨 태국에서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했다가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두꺼운 철판으로 구성된 나사제조기 안에 마약을 넣어 감시망을 피했다. 이들은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액정 안에 필로폰을 숨겨 X-레이 검사를 피하는 수법도 썼다고 한다. 비닐에 싼 필로폰을 넣고 빵을 구워 X-레이 검사에서 앙꼬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도 발견됐다. 치약과 연고도 단골 메뉴다. 겉으로만 보면 새 제품처럼 개봉도 안 돼 있지만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 인형 눈이나 빨대에 알약을 채워 들여오기도 한다. 땅콩잼이나 고추장통 안에 비닐로 싼 마약을 숨겨오는 건 고전 수법이다. 주한미군용 국제우편도 마약 거래에 이용된다. 현대가 3세 정모 씨(34)는 한국계 미국인 최모 씨가 주한미군용 국제우편으로 밀수한 대마초를 전달받아 피웠다가 적발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내사를 받아온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65)과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68)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약 1년 만이다. 김 전 위원장과 함 전 사장은 각각 지난달 24일과 4월 5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9일 강원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8월 강원 정선에서 개최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골프대회’에 앞서 열린 프로암대회에 참가해 주최 측인 강원랜드로부터 식사와 기념품 등 100만 원이 넘는 접대를 받은 혐의다. 프로암대회는 공식 대회가 열리기에 앞서 스폰서와 저명인사 등을 초청해 이벤트 형식으로 치르는 행사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이를 어기면 금품을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다. 함 전 사장은 2017년 8월 당시 강원랜드 사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프로암대회는 공식 대회의 일부분으로 접대가 아닌 정당한 대회 참가”라며 “식사비용과 기념품 등 대회에서 쓰인 비용도 1인당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프로암대회를 ‘접대성 행사’로 판단했고 1인당 접대 금액도 100만 원을 초과한 것으로 봤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전 위원장을 포함한 100여 명이 프로암대회에 참가해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아 지난해 3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천주교주교회의를 비롯한 종교단체와 의료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생명대행진 코리아 조직위원회’는 6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8회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9’ 집회를 열고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헌법소원을 기각하라고 촉구했다. 헌재는 11일 낙태죄 처벌조항 위헌심판에 대해 선고할지 8일 결정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대행진 조직위는 “(낙태죄에 위헌 판결을 내린다면) 개인이 임의로 낙태를 선택하도록 법을 바꾸게 되는데 이는 낙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최근 모자보건법상 낙태수술 허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일부 여론과 관련해 “낙태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낙태수술 허용 조항에 포함한다면 낙태는 더 늘어나고 여성의 건강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며 생명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피고인은 2015년 9월 중순 서울 강남구 주거지에서 A 씨로부터 필로폰 약 0.5g을 건네받았다.’ ‘피고인은 2015년 9월 말 A 씨가 지정한 B 씨 명의 ○○은행 계좌로 필로폰 대금 30만 원을 송금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6년 1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C 씨의 판결문에 기록된 범죄 사실이다. 당시 C 씨는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판결문에서 C 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대금을 입금해야 할 계좌를 지정한 것으로 돼 있는 A 씨는 처벌은 물론이고 경찰 조사조차 받은 적이 없다. A 씨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31)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이 사건을 처음 인지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처음 알게 된 건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다. 이 팀은 2015년 마약사건 첩보를 입수한 뒤 첩보를 마약수사팀에 넘기지 않고 자체 수사를 시작했다. 지능범죄수사팀이 마약 수사를 맡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능범죄수사팀이 마약 수사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이례적이다”며 “같은 형사과 안에서도 마약범죄 첩보를 입수하면 마약수사팀으로 넘긴다. 마약 수사의 전문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종로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집회·시위 업무 때문에 다른 수사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종로서 관할에서는 연간 1000건이 넘는 집회 및 시위가 열린다. 실제 종로서 지능범죄수사팀은 2015년 당시 C 씨를 구속하고 황 씨 등 7명을 입건했지만 수사관들이 집회·시위 사범 수사에 투입되면서 마약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능범죄수사팀은 2015년 12월 집회·시위 사범 수사를 마무리한 뒤에도 황 씨에 대한 수사를 약 1년 6개월 동안 사실상 방치했다.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D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D 씨가 다른 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후임으로 사건을 맡은 수사관은 2017년 6월 입건자 7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시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내사에 착수해 사건 처리가 지연된 이유 등을 확인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일명 ‘룸살롱 황제’로 불린 이경백 씨(47)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파면된 경찰들이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와 경찰의 유착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클럽들과 공무원 간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최근 내사에 착수했다. 아레나를 포함해 강남 일대 유흥업소 16곳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 씨(46)는 160억 원대 세금 포탈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됐다. 최근 경찰은 아레나에서 영업사장을 맡았던 A 씨로부터 “(강 씨의) 지시를 받아 영업사장들이 알고 지내던 전직 경찰 2명을 통해 현직 경찰들에게 향응 등을 제공하며 관리해 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아레나 측이 현직 경찰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연결고리로 삼은 전직 경찰 2명이 이 씨로부터 뇌물을 받아 7년 전 파면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아레나에서 일했던 강 씨의 측근 B 씨도 이런 얘기를 최근에 들은 적이 있다고 1일 본보 기자에게 말했다. 아레나와 경찰의 유착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경찰 2명은 2012년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유흥주점 단속 업무를 맡았다. 둘은 단속 정보를 알려주거나 불법 영업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 이 씨한테서 1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수 정준영 씨(30·구속) 등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함께 참여한 가수 로이킴(본명 김상우·26)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은 로이킴이 카톡 대화방에 유포된 불법 촬영물을 단순히 보기만 했는지, 아니면 불법 촬영물을 직접 유포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