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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작 보고는 기치가 선명하고, 유리한 형세를 차지하고, 깊고 정교할 뿐 아니라 기세가 충만해 감동시키고 마음을 파고들고 호소하는 힘이 극도에 달하는 이 시대 마르크스주의의 최신 성과다.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게 하는 작품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기초를 닦을 작품이다.” 차이치(蔡奇) 베이징(北京) 시 서기가 19일 베이징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대표단 회의에서 시 주석이 전날(18일) 장장 3시간 반에 걸쳐 발표한 공작 보고를 평가한 말이다. 중국 공산당이 5년 마다 개최하는 당대회는 최대의 정치 행사로 민심과 당원들의 뜻을 모으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당대회는 초반부터 시 주석에 대한 찬양을 통해 충성 경쟁을 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5년간 1인 집권 체제를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5년, 아니면 더 이상 최고 권력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 주석에 대한 용비어천가만이 나의 살 길이라는 심정으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시 주석의 지난 5년 집권과 19차 당대회 공작 보고에 대한 찬양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공작 보고 발표 후 아부성 발언이 물결을 이뤘다고 꼬집었다. 차이 서기의 발언을 조금 더 보자. “지난 5년 당과 국가에 일어난 역사적인 변혁, 이 모든 것은 시 총서기의 핵심 지도력이 당의 방향타를 잡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과연 영명한 영수로서 신시대 개혁 개방과 현대화 건설의 총설계사다” ‘총설계사’는 덩샤오핑(鄧小平)을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하고 하기 것 말고는 중국 지도자들에게는 쓰지 않는 말이다. 수식어만 바꾸어 시 주석이 덩샤오핑과 같은 급의 ‘총설계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차이 서기는 이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시 주석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지도를 굳게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시 주석에게 부여한 ‘핵심’ 칭호를 다시 거론했다. 핵심 칭호는 덩샤오핑이 자신의 후계 최고 지도자로 장쩌민(江澤民)을 지목한 뒤 마오와 자신 그리고 장 전 주석에게 붙였던 호칭이다. 장 전 주석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에게는 붙이지 않았다. 차이 서기와 함께 시 주석 측근 그룹에 속하는 리훙중(李鴻忠) 톈진(天津) 시 서기는 톈진시 당대표 대회에서 “시 주석의 보고는 높고 먼 안목으로 정확한 기치를 들었으며 높은 기개로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리 서기는 이어 “시진핑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은 제19기 당의 영혼으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도약이자 민족정신과 시대정신의 정화로 중화민족부흥의 앞길을 밝혀 우리가 ‘4개 위대(四個偉大)’를 쟁취할 수 있도록 하는 사상의 등대”라고 말했다. ‘4개 위대’는 시 주석이 집권 이후 강조한 것으로 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위대한 투쟁, 위대한 공정, 위대한 사업, 위대한 꿈의 추진’ 등을 지칭한다.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 되는 한정(韓正) 상하이(上海) 시 서기는 “시 주석의 공작보고는 중화부흥의 길을 제시한 전율할 만한 보고서”라고 추겨세웠고,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은 “시 주석의 지도력이야말로 중국의 최근 성과의 근본적 요소”라며 “공작보고에서 지적한 것은 과학적이고 정확하며 현실과 완전하게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당대회를 3개월 앞둔 7월 전격적으로 구이저우(貴州) 성 서기에서 충칭(重慶) 시 서기로 발탁된 천민얼(陳敏爾) 서기는 7분간의 연설중 수차례 시 주석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으로 시 주석에 대한 충성 경쟁에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다른 상당수 지역의 서기나 성장 시장 등의 찬사도 별 차이가 없다. SCMP는 “당대회에서 각 지역 당대표들의 토론 내용을 중국 뿐 아니라 세계 언론에도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드러낼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라며 “아첨(flattery)이 봇물처럼 거침없이 쏟아졌다”고 표현했다. 중국 당대표들의 시 주석 찬사를 보면 지방정부 수장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국가에서는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같은 찬사를 능가하는 것은 북한 관영 언론이 김정일이나 김정은 등 김 씨 왕조 지도자들에게 하는 것 외에는 유례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사회의 주요 모순(矛盾)은 이미 국민들의 보다 나은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으로 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공작보고에서 중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이 앞으로 대처해야 할 도전의 성격이 바뀌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마오쩌둥(毛澤東)이 사회주의 혁명을 하면서 ‘실천론’과 함께 내세운 ‘모순론’을 거론함으로써 시대 인식과 처방에서 자신을 마오와 비슷한 반열에 놓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핵심’ 칭호 부여 등과 함께 마오에 버금가는 권력 집중과 위상 강화를 과시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홍콩 밍(明)보는 19일 “1981년 11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1기 6중전회)에서 중국의 주요 모순을 ‘물질문화 수요와 낙후한 사회생산 간의 갈등’이라고 규정한 이후 36년 만에 모순에 대한 규정이 변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에는 생산력 향상이 가장 큰 시대적 과제여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시장 경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강조됐다. 시 주석은 전날 공작보고에서 중국의 생산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세계 선진 수준이 됐다고 밝히면서 앞으로의 과제는 보다 균등하고 충분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영 런민(人民)일보의 SNS인 샤커다오(俠客島)는 “보다 충분한 만족은 물질적인 수요뿐 아니라 민주 법치 공평 정의 안전 환경 방면 등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중국 사회가 가진 최대 과제를 지칭하는 ‘모순’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1956년 9월 제8차 당 대회 때는 ‘선진공업국에 대한 요구와 낙후한 농업국가 현실 간의 모순’이 지적됐다. 낙후한 농업국을 벗어나 서둘러 공업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는 2년 후 ‘대약진 운동’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이론적 기반으로도 작용했다. 1962년 8기 10중전회에서는 ‘무산계급과 자산계급 간의 모순’을 주요 모순으로 지적했다. 이는 마오가 4년 후 시작된 문화대혁명에서 자산계급 타도 투쟁을 벌이면서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 활용됐다. 앞서 마오는 1937년 옌안(延安)에서 중국 특색의 모순에 맞는 혁명 이론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는 ‘모순론’을 제기하며 사회주의 혁명 이론의 핵심적인 기초로 삼았다. 1975년엔 한 권의 책으로 ‘모순론(사진)’을 펴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 다음 날인 25일 19차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인선 관측이 출렁이고 있다. 유임되는 시진핑(習近平·64)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62) 총리 외에 나머지 5명의 상무위원으로 리잔수(栗戰書·67) 중앙판공청 주임, 왕양(汪洋·62) 경제부총리, 한정(韓正·63) 상하이(上海)시 서기, 천민얼(陳敏爾·57) 충칭(重慶)시 서기, 후춘화(胡春華·54) 광둥(廣東)성 서기 등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많았다. 그런데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과 홍콩 밍(明)보는 18일 당 대회 개막 하루 전날 새로운 명단이 베이징 정가에서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후춘화와 천민얼이 빠지고 그 대신 자오러지(趙樂際·60) 중앙조직부장과 왕후닝(王호寧·61)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주임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특히 17일 발표된 42명의 당 대회 주석단 상무위원회 명단에서 천민얼이 제외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8차 당 대회 때는 주석단 상무위원회 명단에 현재의 상무위원 7명의 이름이 모두 포함됐다. 50대인 천민얼과 후춘화를 대신해 자오러지와 왕후닝이 들어가면 차기 상무위원 7명 중 50대는 한 명도 없다. 차기 지도자로 내정될 때 57세를 넘기지 않아야 국가주석으로 10년 집권하면서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67세 이하만 상무위원 진입)’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는 시 주석의 후계자가 이번 당 대회에서 지명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 주석이 집권 10년을 맞는 2022년 이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최고 권력자 자리에 남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차기 상무위원 7명에 시 주석과 리잔수 외에 시 주석 측근으로 분류되는 왕후닝과 자오러지까지 가세하면 과반수를 차지한다. 왕후닝은 리잔수와 함께 시 주석을 그림자처럼 보좌한 ‘시진핑의 두 남자’로 불린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물려준 3가지 유지를 어겼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8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계기로 시 주석의 과거 집권 1기 5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시 주석이 18일 공작 보고에서 지난 5년을 자화자찬한 것과는 다르다. 시 주석은 당의 합법성, 나아가 중국을 위협하는 반부패 처리와 복잡한 국내외 정세를 돌파하기 위해 집권 강화와 집단지도체제 약화 등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 주석의 권력 강화는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에 버금가는 ‘1인 지배 체제’로 40여 년을 거슬러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 등이 지적한 덩샤오핑 유지를 거스른 3가지 사례는 △당과 정부의 분리 균형 △1인으로의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는 것 △미국과 맞서는 등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보고에서 시 주석은 ‘모든 업무에서 당이 우선하며, 의법치국도 당이 있어야 보장된다’고 강조해 당정 분리 균형 원칙의 침해를 기정사실화했다. 시 주석은 국무원 총리가 주도하던 경제 분야에서도 당의 소수 인원을 동원해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일부 부장(장관)을 경질하기도 했다. 지난해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시 핵심’ 칭호를 받으면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그동안 가졌던 ‘n분의 1’의 결정권은 사라졌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이번 보고에서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군사력 강화와 주변국과의 영토 갈등, 미국과의 패권 경쟁 등으로 덩의 권고에서는 멀어졌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공산당의 초심과 사명을 잊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자신의 집권 2기 청사진을 이렇게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보고에서 중국이 중화부흥을 실현할 수 있는 시기로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부패 척결과 불균형 성장, 복잡한 국제 정세 등에 적절히 대응해 공산당의 집권 능력을 높이는 것이 큰 과제라고 제시했다. 이날 보고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가장 많은 69차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32차례 언급했다. ‘반부패 투쟁’과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도 각각 20차례와 7차례 발언했다. 시 주석은 또 ‘중앙전면 의법치국 영도소조’를 세워 ‘법치 중국 건설에 대한 통일적인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2기에는 의법치국 소조까지 가동해 더욱 반부패 사정이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치국이정(治國理政)’이라는 자신의 지도 이념을 이번 당 대회에서 통과시킬 당장 수정안에 포함시킬 정도로 반부패 숙정을 중시해왔다. 시 주석이 이날 보고에서 공산당의 역할을 수차례 강조한 것은 당의 확고한 집권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산당원 수는 늘어나고 있으나 기강이 해이해지고 충성심이 줄면서 집권 정당으로서의 합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당이 일체의 업무를 지도한다” “당의 인민 군대에 대한 절대적인 지도를 견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이 직면한 4대 위험으로 ‘정신해이, 능력부족, 군중과의 괴리, 소극적 부패(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등을 들었다.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강조하고 사회주의 문화 융성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은 자신의 집권 이후 강화되고 있는 사상 언론 및 시민단체에 대한 통제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보고를 보면 ‘당이 첫째, 개혁은 둘째’로 읽힌다”며 “중국식 사회주의가 없이는 개혁 개방도 안 된다는 것이 시 주석 집권 후의 기조”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보고 서두에 “이번 대회의 주제는 초심과 사명을 잃지 않고 중국 특색사회주의라는 위대한 깃발 아래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5년 전방위적 개혁으로 장기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난제를 해결했지만 이제 중국 사회의 갈등은 인민들의 날로 증가하는 보다 나은 생활에 요구와 불균형적인 발전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이 2020년 이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선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10년 임기가 끝나는 그가 2022년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보고에서 “19차 당 대회와 20차 당 대회 시기는 중국의 ‘2개 100년 목표’ 실현이 교차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2개 100년 목표’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과 건국 100주년(2049년)에 달성할 목표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 중요사상과 과학발전관을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 삼는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규범으로, 당장(黨章)으로 불리는 ‘중국공산당 장정(章程)’ 총강에 나오는 역대 지도자들의 지도이념 설명이다. 당장은 마오와 덩의 지도이념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실명을 담았다. 그 뒤에 이어지는 3개 대표 중요사상과 과학발전관은 각각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지도이념이지만 실명은 붙지 못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위상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8일 개막하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공개되는 당장 수정안의 지도이념 부분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실명이 붙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의 지도이념이자 국정 운영 방침인 ‘치국이정(治國理政)’은 만연한 부패가 청산되지 않으면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치국이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14일 18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8기 7중전회)가 끝난 뒤 발표된 공보는 시 주석 집권 5년 동안 “경제, 정치, 문화, 사회, 생태문명 건설이라는 5위일체(五位一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 개혁 심화, 의법치국(법치주의),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 추진의 ‘4개 전면(全面)’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19차 당 대회에서 공개되는 당장 개정안에 시 주석의 지도이념이 포함되는 것은 확실하다. 14일 폐막한 18기 7중전회에서 이미 합의 통과됐기 때문이다. 19차 당 대회 대변인인 퉈전 당 중앙선전부 부부장도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당 대회에서 확립한 중대한 이론과 전략 사상을 당장에 넣어 치국이정의 새로운 이념·사상·전략을 충분히 구현하고 당 영도의 견지와 강화도 충분히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 영도의 견지와 강화 구현’을 언급한 것은 당 주석제 부활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지도이념 설명에 ‘시진핑’이라는 실명이 들어가고 사라졌던 ‘당 주석제’까지 부활된다면 시 주석은 마오와 덩에 버금가는 지위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주석제는 마오가 집권 이후 사망 때까지 지낸 직위다. ‘당 주석=마오쩌둥’을 의미했다. 마오는 총서기나 국가주석 등의 직함이 없을 때도 당 주석만으로 최고 실권자로 군림했다. 마오 사망 뒤 실권 없는 화궈펑(華國鋒)이 넘겨받았으나 덩샤오핑이 1982년 폐지했다. 최고 규범인 당장에 명시된 역대 지도자들의 지도이념에는 중국 사회가 당면한 시대적 도전 과제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 응축돼 있다. 마오의 ‘마오쩌둥 사상’은 중국의 공업화 단계가 낮아 도시 노동자 중심의 혁명이 아닌 농민 중심의 도시 포위 전략 혁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중국식 발전 형태인 셈이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은 공산당 일당 지배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견지하면서도 시장경제를 접목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경제’를 실용주의 개혁개방의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평등 이념에 따른 고른 부의 분배 외에 차별적인 성장을 인정하는 선부론(先富論)을 수용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세계 경제 질서 편입을 통한 성장이 필요했던 시기에 집권한 장쩌민은 ‘3개 대표론’을 내놓았다. 노동자와 농민 이외에 자본가와 지식인 등도 공산당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은 표면적으로는 중국 발전 단계에 맞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발전 등을 강조하지만 핵심은 ‘인본주의(以人爲本)’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한 빈부 계층 지역 격차 등 갈등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컸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힘겨운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18일 개막하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외교담당 부총리 제도를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외교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이 핵심 장관인 반면 중국의 외교수장인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에 속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외교를 경시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정치국은 중국 최고지도부인 상임위원 7명을 포함해 25명으로 구성된 당의 실질적인 정책 결정기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19차 당 대회에서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사진)이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해 외교 부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4명의 부총리 중 외교담당 부총리는 없다. 양제츠가 정치국에 진입하면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정치국 위원으로 외교담당 부총리를 지낸 첸치천(錢其琛) 이후 14년 만의 일이 된다. 양제츠의 전임자인 탕자쉬안(唐家璇)과 다이빙궈(戴秉國) 전 국무위원은 정치국 위원이 되지 못했다. SCMP는 양제츠가 정치국에 진입하면 집권 2기를 맞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외교를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커지는 북핵 위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공세, 국제사회에서의 중국 위상 강화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미 대사를 지낸 양제츠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와 인연이 있는 등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올해 67세인 양제츠가 승진하지 못하면 왕이(王毅) 외교부장이나 시 주석의 측근인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SCMP는 내다봤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는 당원 약 8875만 명을 대표한 지역 및 단체 대표 2287명이 참가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의 막을 열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은 현재 당원 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정당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이외에 새로 진입할 5명의 명단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의 주요 정책 노선이 채택되는 등 당 대회는 중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이벤트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차 당 대회는 1921년 7월 23일 상하이(上海)의 프랑스 조계지 내 건물에서 당원 57명을 대표한 13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밀리에 열렸다. 중간에 회의 장소가 발각돼 일부가 체포된 뒤 나머지는 도주해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의 난후(南湖) 호수 중간에 배를 띄워 놓고 회의를 마쳤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소조 대표로 참가했다. 이후 당 대회는 군벌 정부의 탄압과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부와의 갈등 등으로 상하이(1, 2, 4차 개최) 이외에 광저우(廣州·3차), 우한(武漢·5차) 등에서도 개최됐다. 1928년 6월 6차 당 대회는 국민당 정부의 단속 등을 피해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항일 전쟁과 국민당 군대와의 전투 등으로 7차 당 대회는 6차 이후 17년 만인 1945년 4월에야 개최됐다. 장소도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의 산골인 양자링(楊家(령,영))이었다. 1949년 10월 1일 신(新)중국 성립 이전에는 한 차례도 베이징에서 열지 못했으나 1956년 9월 8차 대회 이후부터는 줄곧 베이징에서 열렸다. 문화대혁명(1966∼1976년)의 혼란 때문에 불규칙하게 열리던 당 대회는 1977년 8월 제11차 대회 이후부터 5년마다 규칙적으로 열리고 있다. 마오 전 주석은 1935년 1월 15∼17일 구이저우(貴州)성 쭌이(遵義)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일명 쭌이 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갔다. 마오 전 주석이 1949년 10월 집권 후 1976년 사망하기 전까지 당 주석을 맡고 있을 때 정치국 상무위원은 최고 의사결정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마오의 1인 지배체제하에 있었다. 19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주석 직함을 받을 경우 마오 시대로 회귀한다는 관측도 나온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최고의 권력자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4일자·사진) 커버스토리에서 올해로 집권 5년을 맞은 시 주석의 높아진 위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시 주석은 18일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재선출돼 집권 2기 5년을 다시 열 예정이다. 잡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시 주석이 지난 한 세기 동안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라고 말했다”며 “시 주석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지는 우선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은 국내적으로 기반이 취약해 자신이 설정한 어젠다 하나도 밀어붙이지 못하고 외교적으로도 위축돼 있는 반면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을 틀어쥔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마음껏 활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해 자유무역 수호자가 되겠다고 자처했을 때 세계가 그의 말을 주목한 것도 자신의 말을 뒷받침할 외화를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서유럽 부흥 지원을 위한 마셜플랜 이후 미국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리더십 유형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시 주석은 또한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턱밑인 발트해까지 군함을 보내는 등 전례 없는 군사강국 노선도 추구하고 있다. 잡지는 권력 집중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시 주석이 국내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못지않게 억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민 생활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이 14억 중국인의 견제를 받지 않는 자신에 대한 권력 집중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정상이 아니고 위험하다”며 “1인 지배는 문화대혁명 시기 같은 혼란기에나 나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데이비드 샴보 교수도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시 주석 집권 2기의 정치체제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규정한, 봉건전제 군주가 지배하는 체제인 ‘가산제(家産制·국가가 군주의 세습재산처럼 취급되는 정치형태)’ 국가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 한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돼 왔고 19차 당대회 이후 측근들이 대거 등용되면 중국의 정치체제는 조직과 시스템이 아닌 전제군주형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샴보 교수는 “이는 베버가 말한 ‘전통적 혹은 봉건적 가산제 국가’와 비슷하다”며 “당이나 국가가 능력 기반의 관료조직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한 개인 지배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 주석이 반부패를 기치로 1인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후임자들이 쌓아놓은 권력 분산 및 집단지도체제를 허물어뜨렸다”고 비판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국에 도피해 중국 지도부의 부패를 폭로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최근 1주일 사이 두 차례 만난 뒤 관련 사진을 공개해 배경이 주목된다. 배넌은 8월 물러나기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핵심 측근이다. 12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궈 회장은 10일 배넌과 함께 찍은 사진 4장과 함께 회동 사실을 공개했다. 궈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5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기자회견 뒤 배넌과 점심을 했고, 10일에는 집으로 찾아온 배넌 일행과 3시간 반 동안 저녁 식사를 했다”고 적었다. 궈 회장은 또 “지난 반년 동안 줄곧 친구를 통해 배넌과 연락했다”고 밝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만나 왔음을 시사했다. 한 트위터 평론가는 “이는 궈 회장의 중국 지도부 비리 폭로에 미 정부가 개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참모였던 로저 스톤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궈원구이는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압력을 넣도록 하는 지렛대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미국이 궈 회장이 가진 지도부 비리를 활용해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도록 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밍보는 궈 회장이 평소 “중국인의 일은 중국인이 해결하는 것이 맞지만 미 정부가 일찌감치 개입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비리 혐의를 폭로한 궈 회장을 4월 인터폴에 요청해 적색 수배령을 내렸으며, 미국 측에도 줄곧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배넌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왕 서기와 만나 1시 반 동안 대화를 나눴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휴양 시설이 있는 원산을 최고의 관광지로 개발하면서도 미사일 발사 실험 장소로도 삼는 등 원산이 ‘핵과 경제의 병진’을 상징하는 곳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은 원산을 해변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에 대한 답사도 벌였다. 로이터가 입수한 160쪽 분량의 원산 개발안에 따르면 북한은 400여㎢ 면적에 15억 달러 가량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계획안은 이곳에 10개 해변, 140개 역사 유적, 680곳의 관광지가 있으며 4곳의 지하 광천수 온천과 건강에 좋은 330만t의 진흙도 있다고 소개했다. 백화점 등 상가 시설과 골프장가 건설되고 인근에는 2014년 건설했으나 문을 열지 않은 원산 공항이 있고, 이미 운영중인 마식령 스키장도 소개됐다. 북한은 해안 관광지 개발을 위해 올해 초 16명의 관리를 스페인에 보내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들이 둘러본 곳은 지중해 연안의 ‘마리나 도르’와 베니도름에 있는 ‘테라 메티카’ 두 곳이다.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 대변인도 “둘러보고 촬영도 했다”고 확인했다. 테라 메티카의 대변인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문명들이 포함된 것에 인상을 받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원산이 ‘김정은 왕조’와 오랜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일성이 해방 직후 소련 군대와 함께 처음 북한에 들어올 때 배를 타고 온 곳이 원산이었다고 전했다. 2013년 원산만에서 김정은과 함께 제트 스키를 타고 개인 요트에서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를 함께 마시는 사진을 공개한 캐나다의 컨설턴트 마이클 스페이버는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원산의 개발 구상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원산에 세계 각 국의 관광객과 비즈니즈맨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 김정은의 얼굴이 공개되기 전 공개한 어렸을 때의 사진을 받은 곳도 원산의 한 휴양지 별장에서의 일로 새벽 1시반 경이라고 밝혔다. 후지모토는 김 씨 일가의 요리사를 했던 인물로 ‘김정일의 요리사’(2003년)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2010년) 등의 책을 썼다. 김정은의 출생지가 분명치 않은 가운데 원산의 많은 사람들은 그가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것 등을 이유로 원산이라고 믿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원산에서는 4월 자주포와 방사포 등 장사정포 300여 문이 섬을 향해 포사격을 하며 미국의 위협에 대응한 무력 시위를 벌였고 40여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이뤄진 곳이라며 ‘관광과 포’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맞서 중국군이 남태평양 괌 인근 섬에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군사기지 건설을 계획 중이라고 대만 왕(旺)보와 홍콩 밍(明)보 등이 10일 보도했다. 미 군사력이 집결한 괌의 뒤통수에 비수를 겨누는 형국이다. 중국이 군사기지를 두려는 곳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보호령으로 있다 1994년에 독립한 미크로네시아연방. 이곳에 전투기 폭격기 등 군용기들이 이착륙할 수 있는 군사기지가 세워지면 중국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으로 신속히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밍보는 미국이 대중 견제를 위해 설정했던 제2 도련선(일본∼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을 돌파해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디딤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보 등 대만 언론은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에 중국 군사기지가 완공되면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도 큰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와이 소재 미 육군군사학교의 한 영관급 장교는 왕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군사기지가 건설되면 괌뿐 아니라 대만의 안전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크로네시아는 미국과 1986년 안보 관련 조약을 맺었고 2023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크로네시아의 법률전문가들이 중국과 새로운 안전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국과의 조약을 끝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고 있다고 왕보는 전했다. 중국은 2003년부터 대규모 전력시설, 교량, 농장, 학교 등의 건설을 지원하는 등 미크로네시아에 대한 경제원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미크로네시아 공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면적 702km²에 인구 10만여 명인 도서 국가 미크로네시아는 영토가 점차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어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외치고 있다. 중국은 이 틈을 파고들어 태평양 제도의 국가들에 지구 온난화 방지 활동 지원을 약속하며 환심을 사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것도 국토가 침몰 위기를 맞고 있는 미크로네시아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고 왕보는 전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면적은 12.14km²에 이른다. 중국이 미크로네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남태평양에 6개 수교국을 갖고 있는 대만에 외교적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올해 하반기 미크로네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은 팔라우와 솔로몬제도 역시 점차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에너지 가격을 올려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2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고갈시키는 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논평에서 “자신도 1년 전까지는 경제 제재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으나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11월 유엔 제재 결의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제재의 효용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4월과 9월 원유 공급을 줄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평양의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3배로 뛴 것을 예로 들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정가(定價)에 익숙하고 시장의 힘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북한에서 불안을 야기해 2009년 김정일이 화폐개혁을 통해 물가 상승에 대처할 때와 같은 패닉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대북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중국의 대북 무역흑자가 늘면 북한 화폐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미 달러화 대비 화폐 가치가 폭락해 북한은 달러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럴 경우 북한의 외환보유액 20억 달러는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지적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동유럽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남부의 담장 높은 건물 안에서는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파티가 벌어진다.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와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등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때로는 건물 옥상에서 불꽃놀이도 벌어진다. 북한은 대사관저였던 문제의 ‘테러 레지던스’라는 건물을 현지 업체에 임대해 예식장으로 빌려주거나 잡지 사진과 뮤직비디오, TV 광고 촬영을 위한 공간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 북한이 전 세계 40여 개 나라의 자국 대사관을 각종 외화벌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 공관을 돈벌이에 활용하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40여 개 북한 기업과 단체가 주소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제약회사에서부터 광고회사, 요트클럽 등 다양하다. 주중 북한대사관 직원은 ‘해금강무역회사’ 일꾼으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해금강무역회사는 모잠비크에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을 공급한 회사로 알려졌으며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인도 주재 북한대사관은 지하에 정육점을 운영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독일이 유스호스텔로 사용되는 북한 외교시설을 폐쇄하는 등 일부 국가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이번 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 공산당이 18일 개막하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뚜렷한 후계자가 지명되지 않으면 이는 시 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총서기나 다른 직책을 가지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뚜렷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이 5년마다 개최하는 최대 정치행사에 참석할 대표 2287명의 명단이 지난달 29일 확정된 가운데 관영 언론의 시 주석 띄우기도 고조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국경절 연휴 기간(1∼8일)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는 제목의 7부작 특집 프로그램으로 시 주석의 첫 번째 5년 임기 성과를 전했다. 당의 최고 규범인 당장(黨章) 개정안에 시 주석의 실명은 들어가지 않고 정치 이념만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지난달 29일 ‘현대 세계의 마르크스주의 사조와 그 영향’을 주제로 한 제43차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고위 간부는 마르크스주의 저작들을 연구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 사상, 과학발전관과 함께 ‘당 중앙의 치국이정(治國理政) 신이념, 신사상, 신전략’도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국정 이념인 ‘치국이정’을 이미 당장에 명기된 다른 지도 사상과 함께 나란히 소개한 것은 앞으로 과학발전관에 뒤이어 삽입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 지도부 선출과 당장 개정안 등을 처리할 대표 2287명은 5년 전 18차 당대회보다 17명 늘어났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최고 지도부의 대표 지역이 출생지나 과거 근무지가 아닌 곳으로 조정된 것이다. 신화통신은 빈곤 지역이나 소외된 지방을 배려해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북한은 폭우 속에 마치 찢어진 우산을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은 그런 안보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세르게이 쿠르바노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54·사진)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면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안보 불안을 느껴 핵개발까지 나서게 된 데는 러시아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990년 러시아와 북한 간 기본 조약을 개정할 때 전쟁이 나면 도와준다는 구절이 삭제됐고, 북-중 관계도 군사 동맹관계에서 벗어나면서 북한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미국 일본과의 수교에 기대를 걸었으나 무산된 것도 안보 위기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이날 한러대화(조정위원장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 주최로 서울 중국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러대화 전략 컨퍼런스’ 발표에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은 이같은 안보 불안과 함께 내부적인 필요성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는 카리스마가 없으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후 갑작스럽게 집권해 더욱 그런 필요가 컸다는 것이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뒤 김정은을 위대한 지도자로 선전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설령 김씨 왕조 소리라고 해도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어서 남과 북이 서로 군사적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대화 프로세스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날 컨퍼런스에서 국립외교원 고재남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로부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사안별로 탈동조화해야 안정적인 한-러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고 유라시아 진출의 교두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냉전시대는 물론 탈냉전 시대에도 미-러 관계 변화에 한-러 관계도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크림반도 합병이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유엔 총회 결의안을 지지하면서도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는 불참한 것이 탈동조화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고 교수의 ‘탈동조화’ 주장에 대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의 한국 정책이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좌우됐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민대 장덕준 교수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를 두고 미중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과 가장 대화 채널을 원만히 유지하는 국가는 러시아인 것도 러시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한 이유로 들었다. 서울대 신범식 교수는 “한국의 북방 정책이나 신북방 정책 등 한러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북한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한-러 관계에서 가급적 북한을 개입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방법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한-러 관계가 북한 변수라는 볼모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갈등이 높아지는 지금은 모든 분야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은 높지 않고 경제분야에서만 경제 분야에서만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양대 엄구호 국제대학원장은 “리비아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 과거에 핵을 포기했던 국가들의 경로를 보면 대외 안보 환경의 변화, 국제사회의 제재와 보상, 국내 정권의 변화, 기술적 취약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떤 변수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북핵 위기가 심화할 수록 한국의 한미 군사동맹 의존도가 높아지고, 북한의 중국 의존은 심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야 말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넓혀 줄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약 30년에 걸쳐 북한이 핵개발을 해온 것을 분석해 보면 특정 국가가 지구촌에서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해 왔기 때문”이라고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티모닌 대사는 또 “사드 배치를 한-러 관계에서 보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는 바로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MD) 구축 차원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는 아시아판 MD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모닌 대사는 “한반도는 러시아와 가까이 있어서 이런 아시아판 MD 구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러시아가 북한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지렛대라는 견해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특히 “한국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 해결에 러시아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말을 놀랍게 생각한다”며 “한반도의 어떤 문제도 러시아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올 한 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2월 밝혔던 중국이 지난달 석탄을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하겠다고 공언하더니 안보리 제재를 피하는 꼼수를 쓰며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중국은 북한에서 석탄 163만6519t(약 1억3815만 달러어치)을 수입했다. 중국 상무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이뤄진 안보리 결의에 따라 지난달 15일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 이전에 중국 항구에 도착한 물품은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8월 수입량이 15일 이전에 도착한 것이라면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다. 안보리는 지난해 11월 제재 결의에서는 한 해 북한 석탄 수입 상한선을 4억 달러 또는 750만 t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1∼8월 석탄 수입량이 430만 t(약 3억588만 달러어치)이니 이 역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올해 2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올해분의 북한 석탄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 기간도 올해 2월 19일∼12월 31일로 분명히 밝혔다. 그래 놓고 8월에 석탄을 수입한 것은 지난달 15일부터 시행된 자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금수조치 이전에 안보리 결의 위반 요소를 없애려는 꼼수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모호한 입장만 드러내 보였다. 특히 8월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석탄 대부분은 6개월가량 중국의 항구에 쌓여 있다가 통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의 석탄 수입업자를 인용해 “5000t 화물이 6개월간 항구에 묶여 있다가 지난달에야 해관의 신호를 받아 반입이 허용됐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월 중국 상무부의 잠정 중단 조치 때 중국 석탄 수입업자들이 선불로 들여온 석탄을 못 들여오게 했다”며 “수입업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중국 당국이 9월 5일 전면 중단 전에 통관을 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8일 중국 민간기업이 올해 4월경 북한에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밀수출했으며 중국 당국의 실무 담당자가 물자의 대북 반출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고순도 텅스텐과 알루미늄 합금 등이 북한 중앙과학기술무역에 몰래 들어갔다는 것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구자룡 기자}

영국 런던에서 제2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한 달 전쯤인 2009년 3월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은 은행 홈페이지에 ‘국제 통화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을 한 편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역할을 확대해 달러를 대체하는 슈퍼 기축통화로 활용하자”는 제안이었다. “어느 특정 국가의 경제 상황이나 국가 이익에서 독립돼 탄력적으로 발행될 수 있는 준비자산이 필요하며 SDR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 후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달러화에 대한 ‘선전 포고’였다. 그 후 위안화의 달러 제국에 대한 도전은 계속됐고 그 선봉에는 저우 행장이 있었다. ‘중국의 앨런 그린 스펀’ ‘미스터 런민비’ 등의 별칭도 가지고 있는 저우샤오촨(周小川·69) 런민은행 행장이 다음 달 공산당 제 19차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2002년 12월 임명된 후 15년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1987년 8월 ~2006년 1월까지 18년 재임)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게 재직하고 있다. 저우 행장은 국무원 부처 책임자는 두 차례 이상 임기를 지낼 수 없도록 돼 있는 내부 규정을 깨고 3차례 연임했다. 2013년 장차관급 정년인 65세를 맞았으나 역시 훌쩍 넘겼다. 중국의 11번째 런민은행장으로 첫 박사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저우 행장은 2013년 유임과 함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부총리급)에도 올라 런민은행 행장이 장관급에서 사실상 부총리급으로 격상됐다는 해석도 나오기도 했다. 저우 행장이 처음 임명될 당시 총서기는 장쩌민(江澤民)에서 후진타오(胡錦濤)로 바뀌었으나 장쩌민은 중앙 군사위 주석 지위를 유지해 실세로 남아있었다. 따라서 그는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까지 3명의 최고 지도자를 모셨다. 미국 FRB 의장도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3명을 거쳤다. 저우 행장의 재임 시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2010년)이 됐다. 그가 국제 통화시스템 개혁의 하나로 내세웠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위안화도 포함(2015년) 됐다. 신흥국의 IMF 궈터(지분) 조정도 이뤄졌다. 2차 대전 후 달러 중심의 금융질서를 흔드는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2016년)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노력했다. 위안화가 달러가 맡았던 역할을 일정 부분 가져오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의 개혁 성향은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개방을 추진한 1980년대에 경제 체제 개혁의 정책 영향 업무를 맡은 것과도 관련이 깊다. 공학도였던 그였지만 국무원체제개혁방안 영도소조원,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 위원(1986년) 등을 맡았다. 1991년 중국은행 부행장을 맡으면서 금융계로 옮긴 뒤에도 그의 개혁 행보는 계속됐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시절 기업공개(IPO) 제도를 엄격한 인허가제에서 심사제로 완화했다. 런민은행 행장을 맡은 지 3년째인 2005년 위안화 고정환율제를 복수 바스켓 기준 변동환율제로 바꿨다. 2013년에는 대출 금리에 한해 하한선을 폐지해 ‘절반의 금리 자유화’를 이뤘다. 저우 행장은 1975년 베이징화공학원(화학 전공)을 졸업한 뒤 칭화(淸華)대에서는 시스템 공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부친은 저우젠난(周建南)은 기계공업부 부장(장관)을 지냈고 모친도 국가과기위 위원을 지낸 고위 관료 가문 출신이다. 대학 전공과 달리 직장을 다니면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금융 전문가로 변신한다. 학자형 관료인 그는 국내외 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논문 가운데 ‘기업과 은행 관계의 재건’과 ‘사회보장: 체제 개혁과 정책 건의’는 중국 경제학계의 최고 논문상이라는 ‘쑨예팡 경제과학논문상’을 1994년과 1997년에 각각 수상했다. 그가 퇴임하려는 시기에 시 주석의 반부패 개혁의 칼 끝이 금융계로 확대되고 있다. 8월 4대 국유은행 중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의 회장이 교체된 것도 그 하나다. 올 가을이나 내년 3월 물러나는 그의 뒷머리가 개운치만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그가 추진한 위안화 국제화를 축으로 한 금융 개혁과 자유화에 대한 반론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저우 행장의 후임과 관련 미국 CNBC는 22일 궈수칭(郭樹淸·60)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과 장차오량(蔣超良·59) 후베이(湖北)성 서기를 저우 행장의 후임으로 유력하다고 전했다. 궈 주석은 인민은행 부행장, 국가외환관리국 국장, 건설은행 회장, 증감회 주석 등을 두루 거친 금융통으로 행장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그가 임명되는 경우 저우 행장의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 계열의 장 서기가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마치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 시 서기가 정치국원을 건너뛰고 상무위원에 진입한 뒤 시 주석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기세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왕 서기가 광둥(廣東) 성 부성장을 할 때인 1999년 ‘광둥 국제신탁투자공사’의 50억 달러 파산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면서 눈에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인물 외에 류스위(劉士余·56)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과 이강(易綱·59) 인민은행 부행장도 거론된다. 중국은 중앙은행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서구 시스템과는 다르다. 따라서 누가 중앙은행 행장이 되는가가 정책의 큰 기조를 바꾸지는 않는다. 공산당 일당지배와 시 주석을 정점으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등 권력층이 주요 결정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우 행장의 퇴진은 시 주석 집권 2기와 함께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돼 양적 양화를 지속했던 미국 달러 시대가 최근 마감됐다. 미 FRB가 자산 축소를 선언한 것이다. 그만큼 경제 체질 회복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스트 저우 행장’의 시대는 미 달러와 위안화의 새로운 통화 전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되어 있고 철권 통치를 받고 있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버티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장화와 자본주의 경제’가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북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9%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호주 시드니대 저스틴 해스팅 교수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평양에서는 건물 붐이 일고, 식료품 가격이 안정적인데다 대북 수출 제한 품목인 고급 승용차가 버젓이 거리에 등장하기도 한다. 미국 등은 북한이 외화를 얻는 방법으로 무기 거래, 마약 밀매, 컴퓨터 해킹, 보험 사기 등을 지목하기도 한다. 해스팅 교수는 진실은 보다 복합적이라고 진단한다. 바로 북한 경제가 더 이상 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라는 것에 의문을 푸는 열쇠가 있다는 것이다. 해스팅 교수는 이같은 북한 경제의 변화를 분석한 책 ‘ 세계 경제에서 가장 기업가적인 국가, 북한’을 펴내기도 했다. 북한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실용주의와 창의, 이윤에는 거리낌없는 행동 등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다. 부녀자들을 중심으로 한 기층 국민들은 중국이나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면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회색 시장(합법과 불법의 중간 영역)’이 나타나고 있다. 보다 규모가 큰 사업가는 국영 기업 등으로 등록한 뒤 사업을 벌인다. 대부분의 주요 도시간 교통 수단도 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선양(沈陽) 등의 북한 식당에 종업원을 공급하는 사업도 있다. 북한의 고위층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중국 등과 사업을 벌인다며 한 중국인 사업가는 북한 군 고위 관계자에게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 10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국영 기업은 변경 지역의 업체나 위장 계좌 등을 통해 제재를 피하는데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제재에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제재 품목인 철광석 수산물 섬유 등은 밀수를 통해 조달되기도 한다. 한 무역업자는 북중 변경 도시 단둥(丹東)을 통한 무역의 70% 가량은 실제로는 밀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해스팅 교수는 전했다. 해스팅 교수는 무역이 완전 중단되고 국경이 폐쇄되면 북한이 무릎을 꿇겠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실패 때문에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병연 교수도 ‘북한 경제의 베일을 벗기다’라는 영문 저서에서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경제가 정치로부터 분리되는 시장화의 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필요한 생필품을 ‘비공식 부문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60% 이상으로 구소련 시절 20%인 것에 비하면 유례없이 높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비공식 부문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곧 ‘시장화’라고 분석했다. 주로 부녀자들을 중심으로 일반 평민들은 장마당 시장 경제에서 돈을 벌고, 북한의 최고위층은 무역에 직접 가담하거나 무역업자로부터 ‘뒷돈’을 받는 방법으로 돈을 챙기는 등 시장 경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장 경제가 커지고 무역이 활성화하면 북한 지도부에게는 자금원이 커지는 것이지만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부정적인 측면이 있어도 시장 경제화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 이처럼 시장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경제 제재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단 제대로 해야 한다는 조건에서다. 김 교수는 제대로 이뤄지는 경제 제재는 ‘사자 굴 입구를 찾은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비유했다. 입구에서 기다리다 사자를 잡듯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피어슨과 다니엘 튜더 두 명의 전직 서울 주재 로이터 특파원이 쓴 ‘조선 자본주의 공화국’은 ‘북한의 일반 주민이 자본주의로 먹고 산다는 사실을 아시나요’라는 질문으로 서문을 시작한다. ‘스키니 진을 입은 북한을 가다’라는 부제처럼 북한 사회에 불고 있는 시장화 및 자본주의 물결이 어느 정도인지를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상세히 묘사했다. 북한은 최근 이 책의 제목이 ‘조선민주주의 공화국’을 ‘조선 자본주의 공화국’으로 바꾼 것에 반발해 번역서를 소개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자들을 비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을 방문 중인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20일 하루 동안 리커창(李克强)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모두 만났다. 외국 정상이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4명을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자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한 국제중재재판소 판결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올해 5월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한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상회의에 싱가포르를 초청하지 않았다. 중국이 한때 섭섭하게 생각했던 싱가포르와의 관계를 다시 개선하려는 것은 믈라카해협을 끼고 있는 전략적인 위치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해로뿐만 아니라 일대일로 계획에 포함된 ‘범(汎)아시아 철도망’ 구축에서도 중요한 나라다. BBC 중문판은 20일 범아시아 철도망을 비롯한 중국의 5가지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이 세계 경제 질서를 바꾸고 전략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첫째는 중국과 유럽을 잇는 대륙 간 화물철도망 확충. 올해 1월 저장(浙江)성 이우(義烏)를 출발한 화물열차가 18일간 1만2451km를 달려 런던에 도착했다. 세계 최장 화물철도 노선인 이우∼마드리드 간 노선(1만3052km)도 2014년 11월 개통됐다. 현재 유럽 11개국 29개 도시와 중국 28개 도시 간에 51개 철도 노선이 운영 중이다. 2025년에는 베이징과 모스크바 간 고속철도도 개통돼 30시간이면 주파할 것으로 보인다. 범아시아 철도망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종단 노선을 구축하고 횡단 노선으로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처음으로 승인한 사업이자 일대일로의 주요 프로젝트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잇는 것으로 550억 달러(약 62조 원)를 투입해 도로와 철도, 발전소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출구를 확보하고 미국 영향력 아래에 있는 믈라카해협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전략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중국은 스리랑카 콜롬보항 앞바다를 매립해 인공섬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섬에는 수상레저센터, 고급호텔, 아파트, 쇼핑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프리카-인도양-남중국해를 잇는 요충지를 확보하는 것이어서 인도가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주요 철도와 도로 건설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아덴만 지부티를 연결하는 철도를 개통한 데 이어 케냐 나이로비와 몸바사를 잇는 철도를 건설 중이다. 한편 21일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중국사회과학원은 전날 발간한 ‘자유무역지대 청서’에서 일대일로 주변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자고 제안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