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

구자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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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자룡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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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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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구자룡]교황과 시진핑, 聖俗의 ‘거래’

    중국 베이징(北京)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년 전 영업용 택시를 탔을 때다. 50대 중반쯤의 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디에서 위안을 얻느냐”고 물었다. 무슨 뜻인가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슬쩍 말을 이어갔다. “예수님을 만나시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중국에 공인된 교회가 아닌 속칭 ‘가정교회’ 혹은 ‘지하교회’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도를 이렇게 조심스럽게 은밀히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래도 라오포(老婆·아내)도 함께 믿어 다행이다”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다. 아마 부부간에도 숨기면서 지하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20일 폐막한 직후 중국이 바티칸과 중요 협약을 맺을 전망이라는 홍콩과 서방의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왕차오(王超) 외교부 유럽 담당 부부장(차관)이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중국내 가톨릭 주교 서품 절차에 대해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 수교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교 임명 절차에 대한 타협이 이뤄져 수교가 이뤄지면 올해로 집권 2기를 맞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종교 자유 보장에 교황청의 공인을 받았다는 명분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5월 취임 이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는 또 한 번의 외교적 일격을 가하게 된다. 바티칸은 대만의 20개 수교국 중 유일하게 남은 유럽 국가다. 수교국 중 9개국이 가톨릭 국가여서 교황청을 따라 단교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은 교황청이 1951년 대만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자 관계를 단절하고 자체적으로 주교를 임명해 왔다. 교황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별도로 주교를 임명해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도록 했다. 주교 임명권 문제가 해결되면 수교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주교 임명권 문제는 2010년 ‘베트남 모델’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지하교회까지 참여하는 주교단을 구성해 주교를 추천하면 교황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바티칸이 임명한 성직자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임명하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해 관영 ‘천주교 애국회’ 소속의 성당만을 인정하고 있다. 개신교 쪽은 이른바 ‘삼자(三自)교회’만을 인정한다. ‘삼자교회’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중국기독교 삼자애국운동위원회’ 소속의 교회다. 삼자란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을 말한다. 가톨릭과 기독교를 불문하고 중국내 활동은 어떤 외부 세력의 지배나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세력이 중국에 들어올 때 서양 기독교가 앞잡이를 했다는 의식이 바탕에 남아 있다. 중국 헌법 36조는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하면서도 ‘종교 단체나 종교 사무는 외국 세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함께 규정하고 있다. 교황청의 타협이 굴복이라는 비판도 많다. 지하교회 신도들은 공산당의 통제를 받게 하는 것이라며 교황청이 배신했다는 반발도 있다고 한다. 바티칸의 한 고위 소식통은 “천주교는 중국 내에서 여전히 ‘새장 안의 새’이겠지만 새장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앞으로 새장을 1cm라도 더 키우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유럽의 교세가 쪼그라들고 북미와 남미의 성장이 정체 또는 둔화하고 있어 바티칸으로서는 중국이 ‘꿈의 시장’”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다. 중국내 기독교 인구는 지하교회를 포함해 줄잡아 1억 명이 넘고 2030년에는 2억4000만 명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과의 수교에 적극적이었다. 2014년 8월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비행기가 중국 상공을 지날 때 가진 기내 인터뷰에서 “내일이라도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5일 바티칸에서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교구의 쉬훙건(徐宏根) 주교를 접견해 단교 이후 처음으로 교황과 중국 당국이 임명한 주교가 만났다. 앞서 교황청은 지난해 12월 바티칸이 서품했던 광둥(廣東)성과 푸젠(福建)성의 두 명의 주교에게 자리를 애국회에 물려주라고 지시했다. 중국이 임명한 애국회 주교 7명에 대한 파문도 취소하고 모두 성직자로 인정하는 등 수교 준비 작업을 해왔다. 중국과 바티칸의 수교가 임박했다는 관측은 그동안 몇 차례 나왔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수교 여부에 관계없이 중국내에서 속삭이지 않고 전도하고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명실상부한 종교의 자유 분위기가 더욱 높아질지 관심이다. 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前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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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날씨를 아는 자가 전쟁 승리 맛봤다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기습 상륙작전을 위해서는 달빛이 있고 간조인 5, 6, 7일 중 하루를 선택해야 하는데 또 하나의 조건인 바람이 변수였다. 연합군 사령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장군 수하의 기상 예보관 중 미국 출신 예보관은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지난 50년간의 날씨 기록을 토대로 6월 5일을 적기로 꼽았다. 노르웨이 출신 예보관은 물리학과 수학에 기반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6월 5일 바람은 거셌으나 잠깐의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믿고 이튿날 새벽 전격적으로 상륙 작전이 진행됐다. 독일군은 강한 바람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경계를 늦췄고 독일 에르빈 로멜 장군은 파리에서 산 신발을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군대를 남겨두고 떠났다. 날씨 예보가 역사를 바꿨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날씨가 군사작전에 응용된 일화를 소개하며 오늘날 날씨 예보가 생겨나게 한 데 헌신하고 기여했던 기상학자들의 도전기를 소개한다. ‘앞으로 이틀간 날씨는 대체로 다음과 같을 것이다. 북부는 약한 서풍 맑음, 서부는 약한 남서풍 맑음, 남부는 조금 센 서풍 맑음.’ 1861년 8월 1일자 ‘런던 타임스’에 실린 첫 일기예보다. 이 예보를 실은 인물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 탄생을 가능케 했던 ‘비글호’의 선장 영국인 로버트 피츠로이로, 영국 기상국 기상 통계관으로 일한 경험으로 예보를 시작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때 구급대원으로 활동했던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은 포연 속에서도 위도 경도 높이 등 3차원 공간에서 대기 압력과 속도 등을 기록하는 방법을 고안해 기상학 선구자 중의 한 명으로 꼽혔다. 18세기 초만 해도 사람들은 폭풍을 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제는 과학적으로 바람의 원리를 밝혀 날씨를 예측한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위성도 동원되지만 날씨 예측은 틀릴 때도 많다. 날씨를 예측하려고 고군분투한 기상학자들, 일기 예보 뒤에 숨겨진 역사와 비밀 등을 알게 되면 날씨 예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 같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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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듀플러스] 자신만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생 직장아닌 평생 직업 찾아야

    우리 사회에서 청년층의 구직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직을 한 뒤 불과 1,2년 내로 이직하는 조기 이직도 직종에 따라 최고 30%에 이른다는 조사가 나왔다. 구직난과 높은 조기 이직률은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빚어질까.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장기적으로 자신의 적성 능력 비전 등을 기반으로 한 ‘생애 진로’에 대한 구상을 할 겨를이 없이 일자리 찾기에 급급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층은 이럴 때일수록 직업과 직종의 특성을 보다 잘 파악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직업 선택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대학교나 중고등학교부터 ‘생애 진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젊은 층 선망 직종 중의 하나인 항공기 승무원을 선발해 고용하는 항공사 대표의 현장에서의 경험과 예비 사회인을 기르는 대학의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사장'하늘 나는 승무원' 낭만적 환상 버리고 힘든 '감정 노동 근로자' 현실 알아야…“높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타고 근무한다는 낭만적인 생각만 갖고 항공사에 들어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고민하거나 이직하는 직원도 없지 않습니다.” 저비용(LCC)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최종구 사장(54)은 지난달 27일 강서구 양천로 회사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꿈을 키워오다 200∼300 대 1의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게 다니거나 끝내 버티지 못하는 사회 후배들을 보면 안쓰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한 일반직 직원이 인천 공항의 카운터와 탑승구 근무를 하다 6개월 만에 사직서를 낸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연발착에 항의하는 승객들을 응대하는 경험을 몇 번 하다가 “항의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더 못하겠다”며 거듭된 만류에도 끝내 그만 두었다는 것. 최 사장은 “항공 업종에 10여년 근무하면서 객실 승무원은 연예인, 정치인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는 ‘서비스 정신’ 또는 그 분야만의 ‘끼’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 분야가 비슷하다는 것. 특히 객실 승무원은 국적 인종 언어 문화 등이 다양한 전세계인을 만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승무원이 되기에 적합한 요소 3가지를 꼽으라면 시차를 넘나들며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할 때 필요한 건강, 외국어 구사 능력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능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입 사원 선발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울렁증이 있거나 무뚝뚝한 성격인 사람은 ‘감점’ 요인이고 우울증이 있거나 염세적인 성향인 사람들은 많은 사람의 안전과도 관련 있는 항공기에서 근무하는 운항 승무원에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 사장이 대학의 항공 관련 학과 등에서 장래 희망으로 승무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때 꼭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승객들에게 늘 밝은 미소로 응대하는 객실 승무원은 교육과 훈련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개인 스스로 적합한 성격과 ‘끼’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기보다 힘든 ‘육체 감정 근로자’라는 것. 최 사장은 대학생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자신에 맞는 직종과 직장을 찾기 위한 한 가지 방안을 제의했다. 자신이 대학에서 특강을 하듯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했던 사람들을 초빙해서 얘기를 듣고 질의응답도 하면서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각종 ‘취업 대비반’ 활동을 보다 활성화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최 사장은 자신도 보험, 제조업 등을 거쳐 항공사로 왔다면서 “취업난의 시대일수록 더욱 도전적이고 자립적인 마음을 기르는 것이 그 어떤 진로 교육을 받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부모에 의존해 자기 결정력이 떨어지고 소극적인 ‘캥거루족’은 사회의 찬바람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충고했다. 최 사장은 신생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은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 포상’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한국표준협회로부터 ‘2017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조사에서 저비용항공사 부문 1위에 선정됐다.건국대 교육공학과 박성열 교수빠르게 분화하는 대학별 특성 알고 학과·전공 제대로 알아야 시행착오 줄어“최근 건국대 1∼4학년 학생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 가량이 취업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취업 준비가 늦고 취업 후에도 이직률이 높은 이유를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건국대 교육공학과 박성열 교수는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일본 등에서도 조기 이직률이 30% 가량으로 높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며 “어느 나라나 신입 직원이 조기에 회사를 나가는 것은 개인과 기업, 사회 모두에게 부담과 비용이 되는 것이어서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어렵게 직장을 구해서 들어갔다가도 일찍 나오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을 구한 것이 통상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회사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이 자신의 기대에 맞지 않은 것도 더 큰 이직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에서 수강 신청을 부모와 상의해서 하는 학생도 있는데 인내와 독립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직장 생활이 힘들다며 금방 뛰쳐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층이 ‘캥거루족’이 되어 간다는 시각에는 “기성세대보다 밝고 진취적이며 도전적인, 캥거루족과는 대비되는 학생들도 많다”며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대학에서 사회 현실과 맞지 않는 쓸데없는 교육만 시킨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는 또 “대학은 연구 중심, 기능 중심, 산학협력 중심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면서 “대학과 학과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들어가는 것이 취업 등 향후 진로를 정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중심을 지향하는 대학에서 특정 직업을 구하는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를 기대하면 출발부터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대학도 특정 기능을 집중 배양해 사회에서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기르려는 추세도 강화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소개했다. 박 교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 학기별 ‘프로젝트 수업’, 기업 등에서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등 대학과 사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의 경우 2,3학년으로 올라갈 때 전공하는 과를 바꿀 수 있는 제도를 어느 대학보다 폭넓게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복수 전공이나 다전공(3개 이상 전공)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음미대, 의대, 사범대 등 특성상 전공을 개방할 수 없는 학과를 제외하면 대학을 들어온 뒤 알게 된 자신의 적성이나 장래 비전에 맞춰 전공을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취업과 관련해 젊은 층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점차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흥망성쇠가 심한 만큼 자신의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어느 조직이나 직장에서도 맞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직장에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시대는 점차 끝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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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 평양 과기대의 속살을 듣다

    평양에는 한국과 북한 정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2002년 남북한 간에 설립에 합의한 뒤에도 2010년 개교할 때까지 8년이 걸릴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아직 한 번도 문을 닫지는 않고 지속되고 있다. 당초 설립할 때는 한국 대학의 교수들이 평양에서 북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수도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됐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약 70여명의 교수진은 미국과 유럽 각 국 국적의 대부분 크리스천 교수들이 ‘자원 봉사’하듯이 강의하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한국과 북한 당국의 합의로 설립됐지만 김진경 설립 총장은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의 연변과학기술대학의 총장이기도 했다. 평양과기대를 드나드는 서방의 교수진은 모두 중국을 경유해 드나들고 교수진의 일부는 연변과기대 출신이기도 하다. 평양 과기대가 사실상 한국 북한 중국의 협력하에 설립 운영되는 특수 대학임을 보여준다. 23일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는 지난해 3월 김진경 설립 총장에 이어 외방(外方)측 2대 총장에 임명된 전유택 총장의 특강이 있었다. 과거 7년 가량 평양과기대에서 강의를 했었던 전 총장은 “총장 취임 후 아직 학교에 가보지 못했고 언제 들어갈 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며 약 200여명의 청중들에게 평양 과기대를 소개했다. 전 총장은 10살 때까지 평양에서 살다가 내려온 실향민 가정 출신이기도 하다. 특강 후에는 특강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와 한국고등교육재단 박인국 사무총장 등 재단 관계자 등과 저녁을 함께 하며 과기대 및 평양 생활에서 느낀 점을 전했다. 평양과기대에는 북한의 김일성대나 김책공대 등 평양과 지방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선발되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학생 선발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맡고 있다. 국제금융 경영학 등 문과와 농생명 공학 등 이공계에 현재는 학부생 450명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100 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학부생 400명과 대학원생 120명을 배출했다. 전 총장은 “평양과기대는 북한내의 유일한 국제대학으로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하며 세계 각 국에서 온 교수진 70여명이 있다”며 “북한내에서 유일하게 자본주의 경제를 강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전 총장은 “입학생의 60%는 평양, 나머지는 지방 출신인데 평양 출신이 더 개방적”이라며 “지방 출신이 더 오래 동안 외부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입생 중에는 외국 교수들에게 정치적인 성향을 떠보고 체제를 선전하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며 오히려 학교측에 학생들을 주의시키라고 요구하기도 전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외국인 교수들과 영어로 강의듣는 곳이어서 학생들은 외국에 유학 온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소개했다. ‘100% 영어로 수업한다’는 말은 맞지만 수업 시간 외에는 ‘서로 답답하기 때문에’ 한국말 조선말로 대화하기도 한다고 했다. 북한에서 강의하는 교수들 중 절반 가량은 미국 국적이나 중국 국적의 조선족 등이어서 영어보다는 한국어(조선어)로 대화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2015년부터 남녀 공학으로 전환해 현재는 약 50명 가량의 여학생이 있는데 이때부터 남학생들이 세수도 잘하고 옷 입는 것도 신경을 쓰는 것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은 평양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학교에는 북한 교수들도 있지만 강의는 하지 않고 학생 관리나 강의 커리큘럼을 짤 때 서로 상의한다고 한다. 평양과기대가 북한에서 특별히 설립된 대학이라는 것을 뚜렷히 보여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을 한 해 앞두고 2011년 대학생까지 동원해 대대적으로 아파트 공사를 했는데 과기대생은 빠졌다는 것이다. 전 총장은 이날 발표에서 한 학생의 졸업생 대표 연설 한 편을 소개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던지 피부색이 어떠하든지 모두 PUST(평양과기대)의 한 가족. 우리들의 성공은 즉 교수님의 성공. 우리는 교수님들과 이곳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전 총장은 “졸업식 때 떠나면서 우는 학생도 있었는데 떠나면 언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이 일단 졸업해서 떠나면 임의로 학교에 다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나 교수들도 학생들이 졸업 후 어디에서 무얼 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졸업하면 그야말로 이별이라고 했다. 졸업생들이 어디에서 근무하는 지 전해 듣기만 하는데 은행 계통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환영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책공대 사리원대 청진대 등 다른 대학에서 가르킨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했다. 일부에서 평양과기대를 나온 인재들이 해킹에 동원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탈북한 태영호 전 공사가 국회에서 “해커양성소는 따로 있다. 평양과기대는 아니다”고 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전 총장은 평양에서 겪은 에피소드들도 소개했다. 북한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하지만 평양에서는 300달러 가량되는 휴대전화를 다들 한대씩 들고 있다며 다만 평양에서 멀리 나가면 끊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 총장은 평양의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반딧불 부대’도 소개했다. 장마당에는 여성들이 나와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데 여성들이 두부 등 집에서 만든 음식 등을 아파트 입구나 골목에서 팔 때 ‘반딧불 부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두운 거리에서 앉아있다가 사람들이 지나갈 때만 전지를 켜서 물건을 보여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반딧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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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구자룡]하이난섬 카지노가 몰고올 쓰나미

    중국 하이난(海南)섬은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수립 이후까지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군대가 대만으로 철수하지 않고 버티다 이듬해 5월 1일 ‘해방’됐다. 1988년 광둥(廣東)성에서 독립해 22번째 성(省)이 되면서 섬 전체가 경제특구로 지정돼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제주도의 약 18배 크기인 하이난섬은 아열대 기후와 해변이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지로 ‘동양의 하와이’를 내세우며 제주도와는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2002년부터 이곳에서 중국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 포럼’을 열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중국 기업 ‘포산 인터내셔널’은 올해 2분기(4∼6월) 섬 남쪽 해변에 100억 위안(약 1조7380억 원)을 투입해 호텔과 워터파크, 쇼핑가, 공연장 등이 들어선 초호화 ‘아틀란티스 싼야 리조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도 섬 북서쪽 해변 인공섬에 호텔과 테마파크, 쇼핑몰, 회의장 등으로 구성된 ‘오션 플라워 섬’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섬에 카지노 허용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업계가 가장 먼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이어 아시아 각국의 카지노 경쟁 나아가 관광 산업 구도에도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카지노업계 그리고 제주도 관광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중 간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긴 데 이어 장기적으로 또 하나의 악재가 아닐 수 없다. 2일 블룸버그통신이 처음 보도한 이후 로이터통신과 CNN 보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몇 차례 하이난섬 카지노 허가설이 나오다 사그라든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배경까지 거론되며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관광객과 투자 유치를 위해 도박을 허용하고 비자 규제를 완화하는가 하면 국제공항을 하나 더 건설해 3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반환된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카지노가 합법이지만 이들은 특별행정구다. 기존 중국 영토 내에서는 사행 산업의 대표 격인 카지노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로 마카오의 도박 산업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하이난에 카지노를 허용할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블룸버그통신은 하이난성 정부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특히 하이항(海航·하이난항공·HNA)의 적자 누적 등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일부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도박까지 허용해 하이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은 남중국해 진출의 교두보라는 점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이난섬은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고 미국과는 ‘항행의 자유’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전초기지와 같은 곳이다. 특히 아시아의 카지노 허브 경쟁에서 중국이 뒤처질 수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불교 이슬람 문화권인 동남아 각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카지노를 금기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싱가포르는 2010년 ‘리조트월드 센토사’와 ‘마리나베이 샌즈’ 두 곳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건설해 2016년 카지노 매출만 4조 원 이상을 올렸다. 베트남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내년 개장한다. 일본도 2016년 카지노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얀마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개설 방침을 최근 밝혔다. 러시아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카지노 건설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아시아 각국의 이 같은 카지노 열풍은 중국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중국이 내부적으로 카지노를 금지하는 바람에 다른 아시아 국가로 몰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하이난섬에 카지노를 합법화하려는 것은 자국민 카지노 관광객이 외국에 나가서 쓰는 돈을 내부로 돌리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다고 전문가 세바스천 굴라드 씨는 분석했다. ‘하이난섬 카지노 쓰나미’가 몰려올지도 모를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은 어떤가. 영종도의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문을 열었고 미단시티의 리포&시저스,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건설이 준비 중이지만 타이밍이 다소 늦은 데다 사드 찬바람까지 맞고 있다. 현재 8곳의 카지노가 있는 제주에는 제주신화월드, 제주트림타워, 오라관광단지 등에 어느 규모로 카지노장을 추가로 허가할지 총량 규제를 두고 논란 중이다. 태풍이 불어오는데 내부적 논란으로 시간을 끌다 실기(失機)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하이난섬과 경쟁할 수 있는 제주의 관광 잠재력 키우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 前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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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아이젠하워때 ‘에어포스원’ 명명… 핵전쟁대비 첨단장비 장착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인 1933년 ‘더글러스 돌핀 수륙양용기’를 구입한 게 시초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작 이 전용기를 10년 후 교체할 때까지 실제 탑승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 전용기로 처음 주문 제작한 것은 1943년 ‘더글러스 VC-54C’로 ‘세이크리드 카우(sacred cow)’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에어포스원’이란 이름의 전용기를 처음 탄 대통령은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항공 관제사들이 당시 전용기 명칭인 ‘컬럼바인 II’와 비슷한 이름의 민간 항공기를 혼동하는 사건이 발생한 게 계기가 됐다. 에어포스원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부터는 같은 기종의 비행기 2대가 운영된다. 현재는 보잉 747-200을 개량한 코드명 ‘VC-25A’ 2대가 있다. ‘하늘의 백악관’ ‘날아다니는 요새’로도 불리는 에어포스원은 최첨단 안전 및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모든 창문은 방탄유리로 제작됐고 비행기 바닥은 핵폭발도 견딜 수 있는 장갑판 소재다. 적의 미사일과 레이더를 교란하고 열추적 미사일을 회피하는 전자파 방어 시스템이 비행기 상층의 ‘애틱’과 날개 등에 설치되어 있다. 날개에는 적의 미사일을 교란하는 조명과 적외선 방어 시스템이 있다. 재급유 없이 1만3000여 km를 비행할 수 있고 위성통신 장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파수로 세계 여러 나라와 통신할 수 있다. 26명의 승무원 외에 76명이 탑승 가능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전용기 1시간 운용비용은 20만6337달러였다. 미국도 한때 노후 전용기 교체 여부가 논란이 됐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 국방부는 1991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에어포스원을 교체하겠다고 밝혔으며 보잉 747-8 기종 2대를 주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약 한 달 후인 2016년 12월 6일 트위터를 통해 에어포스 원의 구매 계약 취소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값이 40억 달러(약 4조3300억 원)로 나도 보잉이 돈을 벌기 바라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문 제작을 하기 전 원래 대당 가격은 3억5700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전용기는 보잉 747-400을 개조한 것으로 편명은 ‘B-2472’다. 에어포스원 같은 별도의 이름은 없다. 에어포스원의 ‘대통령 전용실’ 같은 것도 없고 앞부분 10개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만이 특별석이다. 뒤로는 주요 지도자 좌석과 일반 수행원, 맨 뒤 기자석 등이 있지만 모두 이코노미 좌석으로 줄잡아 300여 명이 탈 수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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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 中 대륙서 ‘언론 자유’ 위해 분투하는 난팡주말

    중국의 TV 라디오 방송은 물론 신문도 일간이든 주간이든 엄밀히 말하면 중앙 정부나 지방정부, 혹은 각급 당 기관, 공산주의청년단 등이 운영한다. ‘○○일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어느 정부나 당기관의 기관지이고, ‘○○상보’ ‘○○도시보’ ‘○○청년보’ 등은 기관지의 자매지로 재정적으로는 독립적일지라도 보도 논조는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중국에는 민간 자본으로 운영되는 독립 언론사나 언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어느 언론이든 당 중앙선전부의 지침을 벗어나서는 존립할 수가 없다. 당국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보도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경우 편집장 낙마 등 바로 조치가 따른다. 이런 언론 환경에서 광둥(廣東) 성 정부 산하 주간지인 난팡(南方)주말의 ‘언론 자유의 외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난팡주말과 자매지 난팡도시보는 과거에도 몇 차례 ‘필화(筆禍)’를 겪은 적이 있다. 홍콩 밍(明)보와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 등에 따르면 난팡주말의 황허(黃河) 기자는 8일 자신이 작성한 기사가 검열에서 빠진 것에 항의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기사 전문과 함께 취재 수기를 올렸다. 7일 제작돼 8일 발행될 지면의 9면과 10면 두 개면에는 원래 황 기자가 동료 왕웨이카이(王偉凱) 기자와 함께 취재한 두 편의 탐사보도 기사인 ‘하이항(海航·하이난 항공) 다시 유동성 위기’, ‘하이난항공 위기의 역사’가 게재될 예정이었다. 지면 제작까지 마쳤으나 검열에 걸려 실리지 못하자 황 기자는 5000자 안팎에 달하는 장문의 기사를 SNS에 올렸다. 황 기자는 “7일 밤 편집부로부터 고심해서 쓴 하이난 항공 기사가 제작까지 마친 상황에서 내려진다는 말을 듣고 8년 전 핑안(平安)보험 등에 대한 기사가 심야에 철회당해 분노하고 어찌할 바 몰랐던 때가 생각났다. 8년 전에는 반년 이상이나 (기자 게재를) 호소하고 기다렸으나 끝내 기사를 싣지 못했다”고 이번에 ‘거사’에 나선 심정을 밝혔다. 그는 “8년 후 다시 이런 상황을 당했으나 다시 기다리지 않고 취재해서 쓴 기사와 취재 수기를 직접 인터넷에 올리기로 했다”고 결의를 나타냈다. 그는 “중대하고 대중의 이익과 관련된 사실과 진상은 발생과 동시에 공중의 몫이다. 이를 공개하는 것은 기자의 천직이며 공민의 본분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기자는 취재수기에서 기사에 대한 판권을 포기해 다른 매체가 이 기사를 게재할 권리를 개방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동료들의 만류로 SNS에서 기사와 취재 수기를 삭제했으나 보쉰은 기사와 수기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사태로 돤궁웨이(段功偉) 남팡주말 총편집(편집장)이 면직되고 전임자인 왕웨이(王巍) 남방잡지사 총편집이 다시 총편집을 겸임하고 있다고 밍보 등이 전했다. 난팡주말에 끝내 실리지 못한 두 기사는 최근 수년간 거침없는 국내외 인수합병(M&A)으로 재계 순위가 급성장한 하이항 그룹의 성장 과정, 자금난, 경영부실 문제 등을 다뤘다. 올 1분기에 150억 위안(2조5900억원)의 자금 부족에 직면, 상반기에 약 1000억 위안(17조30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며 과도한 부채에 의해 성장한 사업 방식이 중국 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 회사 재정난 관련 내용은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달 말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간 거침없는 해외 M&A로 미국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170위에 오르는 등 급성장한 하이난항공그룹의 부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기사였다. 하이난항공 이사회 전펑(陳峰) 주석은 “대량의 인수합병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으나 올해 은행 및 다른 금융기관의 지지를 얻어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쉰은 전했다. 하이항항공 집단은 9일 베이징(北京)에서 중신(中信)은행과 전략적 협력 협정을 맺어 은행측은 하이항항공에 200억 위안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난항공은 7일 전국 139개 지사 회의실 등에서 동시에 회의를 갖고 입당 선서를 다시 외치며 충성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한 국영 항공사의 재정난을 파헤친 기사를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여겨 게재를 막은 것은 왜일까. 바로 이 항공사가 미국에 도피 중이면서 중국 지도부의 부패를 폭로하고 있는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이 지목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궈 회장은 특히 지난해 10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서 물러난 왕치산(王岐山)의 부인과 하이난항공과의 관련설을 제기했다. 궈 회장은 “왕 전 서기 가족들이 이 회사 주식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고 폭로했다. 왕 전 서기는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났으나 다음달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격) 선출을 통해 다시 공직을 맡으며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84년 광둥(廣東) 성 기관지 난팡일보의 자매지로 창간된 난팡주말은 개혁 성향의 보도로 유명하며 과거에도 몇 차례 당국의 검열에 저항했다. 2013년 신년호에서 난팡주말은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라는 제목의 신년사에서 헌법을 바탕으로 국민의 권력 견제와 권력 분산 등 정치 개혁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당시 광둥 성 당국이 일방적으로 이 글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찬양하는 글로 바꾸자 기자들 80여명이 집단 성명을 내고 파업을 벌였다. 당시에도 편집진이 대거 교체되면서 나흘만에 정상화되는 진통을 겪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방중 당시 중국 언론 중 유일하게 인터뷰를 했으나 당국의 불허로 해당 지면이 백지로 나간 적도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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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양식, 김여익 원조說… 전남 광양에 첫 양식지 보존

    김이 국내에서 언제부터 양식되었는지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전남 광양의 김여익(金汝瀷·1606-1660)이 처음 시작했다는 설이 전해온다. 1714년(숙종 40년) 광양 현감 허심(許¤)이 지었다는 김여익의 묘표(墓表·무덤앞에 세운 비석 등 표지)에 관련 기록이 있는데, 묘표는 남아 있지 않으나 내용이 김해 김씨 족보에 남아 있다는 것. 또 광양시 태인동 궁기마을의 ‘광양 김시식지(光陽 김始殖址)’는 1987년 6월1일 전남이 지방기념물 제113호로 지정해 첫 김 양식지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김시식지에는 ‘김여익 사당’과 함께 ‘김역사관’도 마련됐는데 역사관 안내문에는 “김여익이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켰으나 조정이 항복하자 고향으로 돌아와 태인도에 살던 중 소나무 밤나무를 이용한 김 양식 방법을 창안해 보급했다”는 묘표 및 족보 내용 일부를 적었다. 김의 명칭 유래도 몇 가지가 있으나 인조가 수랏상에 올라온 김 맛을 보고 즉흥적으로 지은 것이라는 설이 전한다. 인조가 “이게 무엇이냐”고 신하들에게 물었으나 “이름은 없고 광양의 김 아무개가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그럼 김이라고 불러라”고 하명한데서 나왔다는 것이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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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이섬유소에서 비타민까지… 반찬 그 이상의 ‘종합건강식품’

    김은 서양인들 사이에서도 건강식품으로 서서히 각인되고 있다. 김의 성분 중 대표적인 것은 수용성 식이섬유소 포피란이다. 포피란이 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해 배변이 잘되게 한다. 또 포피란 등 식이섬유와 칼륨은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성질이 있어 혈관을 깨끗하게 해 준다. 김의 각종 비타민도 건강식품 기능을 강화한다. 김에 풍부한 비타민 B1은 피로 회복을 돕고 김밥처럼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면 효율적이고 편하게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게 한다. 비타민 B1, B2는 뇌신경 작용과 관계가 깊어 건망증과 치매를 예방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김에는 뼈와 치아 형성에 필수적인 성분인 칼슘이 풍부해 갱년기 여성과 중장년 남성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또 마른 김 5장에는 달걀 1개에 가까운 단백질이 들어 있을 정도로 고단백질 식품이다. 김에 많은 요오드 성분은 신진 대사를 도와 지방연소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마 미역 파래 등 해조류에 많은 알긴산이라는 식물성 섬유도 풍부하다. 역시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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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 잡초’서 웰빙식품으로… “수출1위 참치, 게 섰거라!”

    《 지난달 31일 오전 8시 전남 해남군 송지면 연안 앞바다. ‘만호 바다’라 불리는 곳이다. 3.7t의 작은 김 채취선 청해호를 타고 5분가량 나가자 가지런히 줄을 지어 끝없이 설치된 김 양식 부표(浮標)가 눈에 들어왔다. 만호 바다는 ‘만호(萬戶)’의 어가(漁家)가 먹고살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국김생산어민연합회 김중현 해남군지회장은 말한다. 매서운 바닷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갔다. 부표 옆에서 작업 중인 선박으로 좀 더 다가가자 폭 210cm, 길이 110m 크기의 김 양식망 아래로 김이 한 가득 매달려 배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지난해 처음 수출 5억 달러를 넘긴 ‘수산물의 검은 반도체’ 김의 신화는 이렇게 차가운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은 10월 말에서 이듬해 3, 4월 해수 평균 온도 섭씨 5∼8도에서 양식된다. 가장 품질이 좋고 비싼 것은 추위가 매서운 1, 2월에 생산된다고 한다. 》○ 1위 수산품 참치 바짝 추격하는 김 해양수산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5억1300만 달러로 전년도(3억5300만 달러) 대비 45.4%가 늘었다. 수산물 단일 품목으로 참치(지난해 6억2500만 달러 수출)에 이어 두 번째로 5억 달러를 넘긴 것이다. 주목할 점은 신장세다. 김 수출은 2007년 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1300만 달러로 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대상국도 49개국에서 2배 이상인 102개국으로 늘었다. 1위 참치와의 수출 격차는 2008년 2억1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1200만 달러로 줄었다. 지난 10년간 김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23.8%로 참치의 8.8%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김 수출이 높이 평가받는 것은 부가가치의 거의 100%가 국내 어민과 산업에 돌아간다는 점이다. 참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원양어업으로 초기 수산업 발전에 주춧돌이 됐다. 다만 먼바다에서 잡아 선상에서 직접 수출하고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한다.○ 한국 김 수출 경쟁력의 비밀 김은 세계에서 한중일 3국에서만 생산된다. 2016년에 생산된 마른김 약 250억 장 중 한국이 49%, 일본 33%, 중국 18%를 차지했다. aT 구자성 수산수출부장은 “해남과 신안 등 전남의 다도해 지방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바닷물이 섬을 비스듬히 드나들면서 김에 적당한 양분을 제공하고 김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 주는 등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개펄이 많아 미네랄도 풍부하다. 자연 조건만이 수출 경쟁력을 키운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신안군 압해읍 복룡로의 예맛식품 산하 ‘신안천사김’ 가공 공장이 의문의 일부를 풀어줬다. 이 업체는 2012년부터 미국 코스트코에 ‘커클랜드’ 브랜드로 조미김을 공급하고 있다. 공장 내부를 창문 너머로 견학하지만 신발을 갈아 신고, 위생복과 위생모자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한 후 손을 씻고 들어갔다. 직원들은 작업장에 들어갈 때 속옷에 작업복 내의를 착용한 뒤 ‘우주복’이라는 별명이 붙은 위생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 작업장 바닥에 타일을 깔고 천장은 스테인리스로 덮어 기름기나 먼지를 깨끗이 청소할 수 있게 했다. 근로자들이 하얀 위생모자를 쓰고 작업하는 공장 내부는 마치 반도체 공장을 보는 듯했다. 생산돼 나오는 제품을 보고서야 조미김 공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박우성 수석부장은 “작업장이나 사람에서 나오는 ‘낙하균(落下菌)’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엄격한 위생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포장된 후 미국까지 배로 운반하는 데 40여 일이 걸리는 데다 고온의 적도를 지나는 만큼 미세한 균이라도 떨어지면 쉽게 증식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하지 않으면 코스트코 납품 조건이나 다른 주요 국제인증을 통과할 수 없다고 박 부장은 말했다.   ▼ 유기농김-할랄김 등 맞춤개발로 세계화 가속 ▼‘신안천사김’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영국 일본 호주 등 10개국으로 수출된다. 이 업체는 스낵 제품에 넣는 재료를 아몬드 코코넛 멸치 블루베리 등으로 다양화하는 등 제품 개발로 지난해 425억 원어치를 수출했고 올해는 48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찾아간 해남의 마른김 공장 N수산에서는 지하수를 정수기로 정화한 물로 씻어 김 원초를 마른김으로 만들고 있었다. 김 수출이 늘면서 원초나 마른김에 대한 요구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는 현장 분위기를 보여줬다.○ 서양에서 재평가된 ‘검은 수산물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김이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반찬이 아닌 건강 스낵으로 재평가받고 있어서다. 서양에서 ‘검은 종이’ ‘바다의 잡초’로 무시받던 때가 있었으나 저칼로리 참살이(웰빙) 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이 과밀 양식과 낮은 생산 효율, 바다 오염 등으로 생산이 부진하고, 일본은 고령화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늘지 못하는 것도 한국 김 수출의 전망을 밝게 한다. 양식과 마른김, 조미김 및 스낵으로의 2차 가공 그리고 수출 등이 분업화 전문화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김 수출을 늘리는 데 한몫한다. 해수부 노진관 수출가공진흥과장은 “전남 목포 대양산업단지에 980억 원을 들여 해양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관련 업체를 집약화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김은 수출 증가로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공급량이 늘어나면 단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공급량을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노 과장은 “양식 면허 확대와 단위 면적당 생산량 확대 등을 통해 공급량을 늘리면서 수출 제품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개선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국내 김 산업이 튼튼해지고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데는 2012년 개발된 ‘슈퍼김’(해풍 1호) 개발이 큰 원동력이 됐다. 해남의 한 어민이 기존의 종자 채취용 엽체(葉體)보다 5배가량 큰 길이 110cm에 폭 87cm의 대형 엽체를 발견해 목포지방해양수산청 당국에 신고한 뒤 신품종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당시 배양 개발의 주역이었던 김동수 한국김산업연합회 본부장은 “씨를 한 번 뿌려 한 해 6, 7회 수확하던 것을 12회까지 늘려 획기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켰다”며 “공급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주마가편이 필요한 김 수출 산업 김 수출 확대는 종자 및 양식 기술 개발을 이끌고 관련 기자재(김 채취선, 건조기, 가공기기 등)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등 전후방 효과도 커 김 산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2010년 업계 건의로 해수부는 매년 정월대보름을 ‘김의 날’로 지정했다. 각국 현지 식문화 등에 맞춘 ‘수출 목적형 제품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영·유아용 유기농 김과 이슬람권을 겨냥한 할랄 김이 대표적이다. aT의 경우 지난해 신흥 수출 유망국(동남아 유럽 중남미 등) 진출 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6개 권역으로 나눠 시장 개척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가 제안한 ‘김 제품 규격안’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아시아 규격으로 채택된 것이 시장 개척의 길을 연 계기가 됐다. 백진석 aT 식품수출이사는 “김은 반도체처럼 한국산이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수산물의 반도체”라며 “김 수출 여건이 좋을 때 더욱 생산과 수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삼은 6개, 김은 0’… 전문 연구소 한 곳도 없어 한국이 김의 생산과 수출에서 선도 국가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수출용 김의 영문 표기 등이 일원화되어 있지 않는 등 ‘한국 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상징체계(브랜드 캐릭터 색깔 등)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남군은 ‘해남김’ 브랜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마른김 수출 비중을 현재의 40% 선에서 낮출 필요가 있고 조미김 제품도 국가별 상황에 맞게 보다 정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한국산 마른김을 수입해 다양한 김 스낵 제품을 만들어 한 해 약 1600억 원(2016년)의 매출을 올린 태국 타오캐노이사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이필형 aT 수출사업처장은 말한다. 이 처장은 “태국 시장의 70%를 장악한 이 업체는 김을 튀기거나 타원형으로 말아 구워내는 등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4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한국 업체를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와 정부는 2024년 10억 달러의 김 수출 목표를 세웠지만 김 전문 연구소가 한 곳도 없어 신품종이나 기자재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섭 한국김산업연합회 회장은 “인삼이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제품으로 인식돼 관련 연구소가 5, 6개나 되지만 김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삼 제품 전체 수출액은 1억5800만 달러로 김의 30%가량이었다. 신안·해남=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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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9>中 차세대 초음속 전자기포 ‘레일건’, 군함 장착하나

    ‘군함을 격침시키는 파괴력, 위성을 떨어뜨리는 정밀함’ 이런 평가를 받는 가공할 위력의 차세대 초음속 전자기포 ‘레일건(rail-gun)’을 중국이 세계 처음으로 구축함에 탑재 운영할지 관심이다. 레일건은 폭약을 쓰지 않고 전자기력을 이용해 탄환 등 발사체를 음속보다 최고 6,7배 빠르게 발사할 수 있는 미래형 첨단 무기다. 유효 사거리도 기존 함포가 20㎞ 가량에 불과하지만 레일건은 100㎞를 훌쩍 넘는다. 발사체의 전자기력을 일으키는 두 개의 포신이 기차 레일처럼 생겨서 ‘레일 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은 10년 이상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레일건 개발을 추진했고 2016년에는 화력 실험도 마쳤으나 최근 개발 계획을 중단하고 극초음탄(HVP)이나 레이저 무기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에 100만 달러가 드는 비용 문제 등으로 미국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앞으로 5~10년내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중국 전문가의 말을 소개했다. 레일건은 반응 시간이 매우 빨라 같은 구경 함포에 비해 장전 속도가 훨씬 빠르고 발사체 가속에도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아 초고속으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레일건은 육상 포격과 대함 작전은 물론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는 등 용도가 다양하다. 사격 시 장약이 필요 없어 함정의 탄약 저장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2016년 미 해군의 첫 레일건 발사시험에서 5파운드(11.3㎏) 무게의 텅스텐 탄환을 10.6m의 포신을 통해 시속 4500마일(7242㎞)의 속도로 발사해 200㎞가 넘는 거리의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다만 개발 및 운용에 많은 비용이 들고 포탄 발사 시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하며 포 장비 마모가 심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중국이 레일건 개발에 성공해 실전화하면 군함 작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해군이 레일건을 군함에 장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은 최근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에 정박해 있는 남해함대 소속의 072III급 대형 상륙함 ‘하이양산’(海洋山)함(함정 번호 936)의 뱃머리에 H/PJ76F 2연장 37㎜ 구경 함포를 대신해 레일건으로 추정되는 대형 함포를 장착한 사진이 홍콩 언론이 보도되면서다. 하이양산함의 만재 배수량은 4800t이다. 이 함포의 구경에 대해서는 155mm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포탑과 포신, 주변 물체를 대조해 보면 203mm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전세계 해군이 주로 사용하는 함포 구경은 127mm나 130mm이며 미 해군이 운영 중인 줌왈트급 구축함 탑재 함포가 155mm다. 이미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레일 건’을 어느 구축함에 탑재하는 것이 적합한 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6일 자국산 1만t급 미사일 구축함 ‘055급’이 레일건 탑재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군사평론가 쑹중핑(宋忠平)은 “”전자기포, 레이저포 등의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완전통합형 전자추진 장치를 갖춘 함정만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전면 전자유도 체계를 갖춘 미사일 구축함 055급에 레일건을 장착하는 타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055급 구축함이 레일건을 장착하면 21세기 명실상부한 최강 함정이 될 전망이다. 055급 미사일 구축함은 2017년 6월 28일 상하이(上海) 장난(江南)조선소에서 진수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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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대 캠퍼스, 지역 발전 허브로 거듭난다

    지방대학들은 본교와 서브캠퍼스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대학 발전을 꾀할 뿐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는 지역을 넘어 해외에도 캠퍼스를 개척하고 있는데 역시 지역 발전에 바탕을 둔 것이다. 관건은 지역산업과의 연계성에 맞춰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다. 대학들의 최종 목표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이미지와 평판도를 높여 우수한 자원을 유치해 명문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 거점 국립대, 지역 발전에 특화된 캠퍼스 조성 전북대의 ‘한스타일 캠퍼스’ 조성은 ‘전주=한옥’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대학도시 전주’라는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도시 전주’는 전북대의 긍정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면 전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도시 발전을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기업이 아닌 대학 주도로 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이 전략은 현 정부의 ‘콘텐츠 중심’ 성장과도 맞물려 있을 뿐 아니라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대학 중심 도시 성장이라는 것 때문에도 의미가 있다. 관광산업 전문가인 김형우 박사(관광경영학)는 “전북대의 ‘한스타일 캠퍼스’ 전략은 전주 한쪽에 치우친 한옥 콘텐츠를 확산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스토리가 더해지면 대학과 도시에 다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제 건축양식으로 세워지는 전북대 큰사람교육개발원이 완공되면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새로운 한옥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2만여 m² 캠퍼스에 조성된 한옥 콘텐츠 및 11.4km에 이르는 캠퍼스 둘레길과 신정문 및 덕진공원을 연결하는 녹색예술 거리인 ‘공감터 길’ 등은 시민은 물론이고 관광객에게도 특화된 캠퍼스에서 받은 인상을 도시 이미지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북대 6개 서브캠퍼스 중 하나인 고창캠퍼스는 ‘한스타일 캠퍼스’를 뒷받침하는 교육 인프라다. 전북대는 대학원에 전국 유일의 한옥건축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고창캠퍼스는 3만8627m² 면적에 한옥 건축 전문인력양성과정 등 각종 한옥 건축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전주캠퍼스에서는 이론 교육, 고창캠퍼스에서는 한옥 건축 실습에 필요한 실습장을 갖추고 매년 400여 명의 한옥 건축 특화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강원대 삼척캠퍼스와 도계캠퍼스는 최근 동해시에 있던 한중대 폐교로 대학 발전과 지역개발에 있어 중요성이 더 커졌다. 한중대 폐교는 지역경제에 악영향, 인구 유출, 교육환경 악화 등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삼척캠퍼스는 산학협력단지를 캠퍼스 안에 구축해 에너지특성화캠퍼스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2019년 완공될 그린에너지관은 지상 10층, 9970m²의 대형 건물로 포스코파워, 남부발전, 동해화력 등 지역 에너지 산업단지와 기술 교류에 있어 핵심 플랫폼으로 사용된다. 해발 900m에 있는 도계캠퍼스를 도계 읍내로 내려보내 도계를 명실상부한 ‘대학도시 도계’로 만들어 대학 주도 지역 발전을 증명하는 것도 강원대에 주어진 숙제다. 도계캠퍼스가 읍내로 내려오면 현재 1만4000명 수준의 도계 인구를 2만 명으로 늘리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대학의 판단이다. ‘대학도시 도계’를 만드는 데 기본적인 전제는 ‘교육과정 순회 허용’. 이는 이동 수업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는 한국체대 소속 국가대표 학생들의 수업 편의를 위해 진천선수촌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강원대는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발전에 대학의 역할이 강조되는 ‘대학도시 도계’가 성공하려면 도계캠퍼스에도 이동 수업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동남권의생명특화단지’ 조성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권의생명특화단지’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미래 유망 산업인 의약바이오헬스산업의 국가 거점을 양산시에 구축하는 것. 부산대는 양산캠퍼스를 의·약·생명과학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부산대가 이런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던 데는 거점 국립대로는 유일하게 양방병원, 한방병원, 치의과병원을 모두 갖추고 있는 등 특화된 의학교육 인프라와 2003년 경암 송금조 선생의 기부에 의해 조성된 110만 m²(약 33만3000평) 규모의 양산캠퍼스 덕분이다. 양산캠퍼스의 특화 전략은 부산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에 주춧돌이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 지방 사립대, 지역산업 발판으로 해외까지 개척 원광대는 전북도가 핵심 산업의 하나로 농생명 분야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연계해 ‘생명산업 특성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원예산업학과(종자산업학 전공) 식품생명공학과 생물환경화학과 식품영양학과 등은 지역 연계로 특화가 가능한 전공 분야다. 전북에는 종합산업진흥센터가 2016년 11월 들어선 데 이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이전했고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가 조성되는 등 농업 연구의 메카로 변모하고 있다. 원광대의 농업생명산업 특성화는 지역적인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한 발전 전략이다. 나아가 중국 연변대에 4000m² 규모의 북방농업연구소를 개소하고 카자흐스탄농업대와는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베트남 컨트대와도 협력을 추진하는 등 식물 육종 연구의 범위를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동서대는 중장기 3대 개혁 비전의 하나로 ‘특성화 전략’을 포함시켜 부산의 발전 방향과 코드를 맞춘 실질적인 산학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부산 해운대 센텀캠퍼스로 옮겨온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 영화영상산업의 중심에서 입체적인 산학 연계를 통한 ‘실전적 특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임권택대학’은 2015년 디지털콘텐츠 분야와 통폐합해 단과대 체제로 재출범했다. 관광학부가 올 1학기에 센텀캠퍼스로 옮기는 것도 집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관광학부는 전시·컨벤션시설, 호텔, 여행사와 연계한 공동 교육, 인턴십 등의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실무형 관광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대학은 또 아시아 최초로 한중 합작 대학인 중국 중남재경정법대에 제2캠퍼스를 설립해 동서대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300명의 현지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종승 urisesang@donga.com·구자룡 기자}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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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 中, 美의 ‘핵태세보고서’에 대응 ICBM 요격 미사일 실험

    중국이 5일 우주공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는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국방부가 6일 발표했다. 중 국방부는 ‘육지기반 중간단계 탄도 미사일 방어(MD) 기술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ICBM 요격 실험을 공개한 것은 지난 2016년 7월 24일 관영 중앙(CC)TV 메인뉴스 보도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당시 CCTV는 2010년 1월 11일과 2013년 1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이 ‘지상배치 중간단계 미사일방어(GMD)’ 체계를 동원해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CCTV가 3년 이상 지난 ICBM 요격 실험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그해 7월 8일 한국과 미국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6일 이번에는 관영 언론 보도가 아닌 국방부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또 다시 ICBM 요격 실험을 공개했다. 그것도 실험 발사 하루 만에 즉각 공개했다. 무언가에 대한 무력시위로 실험을 했다고도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가 2일 발표한 74쪽 분량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중장거리 ICBM을 공개할 것이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NPR 보고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경고가 가장 비중있게 다뤄졌지만 중국 러시아와 관련된 대목도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핵무기를 줄이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 등은 정반대 행보를 보여 왔다. 이들은 새로운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무기 사용 전략과 계획을 늘렸으며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도 점점 더 공격적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정례브리핑에서 “NPR는 냉전적, 제로섬 게임 사고 방식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핵보유를 늘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발표대로라면 미국이 NPR을 발표한 지 사흘만에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를 비난하고 현장에서는 ICBM 요격 훈련을 시행한 것이다. 중 국방부가 “이번 실험은 방위적 차원으로 어떠한 국가도 겨냥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대립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8년 마다 발표하는 NPR에서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을 지목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해 요격 실험을 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본다. 문제는 중국의 ‘내로남불’의 이중잣대다. 중국은 미국이 NPR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즉각 요격 실험으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로 배치되는 사드에 대해서는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포털 왕이(網易)는 “중국 전문가들은 (우주 공간) 중간단계 요격 미사일은 세계 평화를 지키고, 대국간의 전략적 균형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사드가 미-중간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며 반발하는 것이 무색하다. 중국은 사드의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한미가 주장하는 반경 600km가 아닌 2000km까지로 임의로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중서부 지역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 일본까지도 탐지하고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이 운용중인 후방산란수평레이더인 ‘OTH-B(over the horizon backscatter)’는 탐지거리가 3000㎞에 이른다. 한반도 전역을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중국은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체계인 SA-21b(S-400) SAM을 도입할 계획인데 S-400의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700㎞이다. 태안반도에서 100㎞ 정도 떨어진 산둥반도에 이 레이더가 배치되면 한국과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특정국을 겨냥한 것이든 아니든 ICBM 요격 미사일 실험을 하고 관련 체계를 갖추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다만 중국이 사드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곱게만 볼 수 없는 것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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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보는 창, 東亞는 내 인생 최고의 동반자”

    “내가 동아일보 기자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행운이었다.”(이낙연 국무총리) “내일 아침 동아일보∼. 내일 아침 동아일보∼. 목이 터져라 소릴 질러대며 신문을 팔았다.”(방열 농구협회장) “‘물고문 도중 질식사’ 동아일보 1면의 대문짝만 한 기사로 종철이의 희생은 역사가 됐다.”(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 씨) 2018년 1월 26일자로 지령 3만 호를 맞은 동아일보는 숱한 사람들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현재 19명이 소개된 ‘나와 동아일보’ 시리즈에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 적지 않았다. ○ 인연은 달라도 ‘내 인생의 동반자’ 이 총리는 변호사가 되려고 법학과를 선택했지만 법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영양실조에 빠지면서 군 제대 후 월급이 많은 투자신탁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회사 이름이 생소하다며 친구들이 만날 때마다 다시 묻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그 무렵 동아일보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해 21년을 기자로 근무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통해 △진실을 알기는 몹시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느 경우에나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익혔으며 △말과 글은 알기 쉬워야 하고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술회했다. “많이 일했고, 많이 마셨다. 나의 내면을 형성한 소중한 기간이었다.” 유신시대 대학을 다닌 정세균 국회의장은 광고 탄압의 여파로 신규 채용이 잠정 중단되면서 동아일보 기자가 되는 꿈은 접어야 했다는 뒷얘기를 공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74년 고려대 재학 시절 유신정권의 동아일보 광고 탄압에 맞서 직접 손으로 쓴 대자보를 도서관에 붙여 항의하고 지원 모금활동을 벌여 동아일보에 전달했다. 이 일로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조사도 받았으나 지금도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영화 ‘1987’로 재조명된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 씨는 1월 19일자에 실린 ‘물고문 도중 질식사’ 동아일보 1면 톱기사를 보는 순간 벌벌 떨렸던 손의 감각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동아일보를 보면 그리운 두 얼굴이 떠오른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서른셋에 생을 마감한 김 부총리의 아버지는 한때 고향 충북 음성에서 장사를 하면서 동아일보 보급소장 격의 일을 했고, 서울에서 사업을 할 때는 1년에 두세 차례 자신을 앞세워 동아일보를 방문해 이재민 등을 위한 구호품을 냈다고 한다. 또 동아일보 인턴기자를 했던 큰아들 덕환 군이 스물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10년 전의 인턴기자 그 모습 그대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방열 농구협회장은 1950년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아일보를 팔던 기억을 생생히 전했다. “갓 받아든 신문을 왼팔과 옆구리 사이에 끼운다. 신문은 따끈따끈했다. 바람을 가르듯 달리기 시작한다. 가슴이 뛴다. 잘 팔릴 땐 하루 두 탕을 뛴다. 후문으로 달려가 또 한 차례 신문 배당을 받아 팔기도 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동아일보를 교과서 삼아 언문과 한문을 익혔다는 그는 이때 익힌 글솜씨로 ‘방열의 눈’이라는 칼럼을 동아일보에 쓰기도 했다. 배우 강석우 씨는 1984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고 최인호 작가의 소설 ‘겨울나그네’의 인기는 드라마에 비유하면 40%에 가까운 시청률이라고 했다. “겨울나그네 연재를 눈물로 읽었다. 매번 어찌나 감질나게 끝나던지 애간장이 녹을 지경이었다. 소설이 연재되는 페이지는 (신문을 보셔야 하는 아버지 몰래) 먼저 슬쩍 들춰보곤 했다.” 그러다 그는 겨울나그네 영화의 주인공도 맡았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격을 받은 석해균 선장과 지난해 11월 판문점에서 총격을 받으며 남으로 넘어온 북한 병사 오청성을 치료할 때 치열한 취재정신을 보여준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들과의 만남을 소개했다. “아무도 모르는 경로와 방법을 동원해 경비망을 뚫고, 한 장면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보여준 기자로서의 치열한 ‘진정성’에 놀랐다.”○ 문화 체육계, 등용문이자 도약의 디딤돌 사시(社是) 중 ‘문화주의를 제창함’이 있는 것처럼 동아일보는 선도적으로 문화사업을 벌여 많은 문화체육계 인사들에게 등용문이나 도약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안숙선 명창은 1989년부터 동아일보와 국립극장이 함께 주최한 ‘완창 판소리’ 무대 공연이 소리꾼으로서 스타가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허영만 화백은 동아일보 지면에 만화 ‘식객’과 ‘꼴’을 각각 1438회와 542회 게재하며 일간지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가 됐다. ‘식객’은 2002년 9월 2일부터 2008년 12월 18일까지, ‘꼴’은 2008년 1월 1일 시작해 2010년 3월 31일까지 연재했다. 겹치는 시기를 빼도 7년이 훌쩍 넘는다. 1995년 중편소설이 당선된 전경린 씨는 당시 중편소설을 완성했으나 신춘문예에 응모할 수 있었던 신문사는 동아일보밖에 없었다고 했다. 소프라노 신영옥 씨는 1978년 10월 제8회 동아음악콩쿠르 본선 및 대상 선발대회에 참가해 3등을 했지만 그 때문에 이듬해 미국 뉴욕 줄리아드음악원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주인공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1991년 3월 제62회 동아마라톤 3위 입상이 마라톤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이를 계기로 그해 7월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대표로 참가해 우승했고 8월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을 넘어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그는 “동아마라톤 3위가 없었다면 오늘의 황영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은퇴 경기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 선발전으로 열린 제67회 동아마라톤이었다. 발레리나 김주원 씨는 어엿한 발레리나로서 가장 가슴이 뛰었던 첫 무대를 꼽으라고 하면 1995년 동아무용콩쿠르 무대를 주저 없이 꼽는다고 했다. 자신의 이력 첫 줄에는 동아무용콩쿠르 금상이 새겨져 있다고 했다. 국내 언론사 주최 바둑대회로는 처음 1956년 창설된 ‘국수전(國手戰)’에서 총 16번(1976∼1986년은 연속 10연패) 우승한 조훈현 국수(국회의원)는 지금도 ‘조 의원’보다 ‘조 국수’라 불리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 애정 어린 응원 “동아일보, 아∼ 그대는 정녕 오늘의 내가 있도록 등불이 되어주었습니다. 다음 세대인 젊은이들도 내가 체험했던 감명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소통과 공감을 이어가길 기원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3만 호 발행을 축하하며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방열 협회장은 글을 보내며 이런 추신을 달았다. 이낙연 총리는 “동아일보 3만 호에는 내 청춘의 흔적도 서려 있다”며 분발을 당부했고 홍준표 대표는 “대학 시절 동아일보는 1등 신문이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숙선 명창은 “지난 수십 년간 국악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한 수많은 무대를 만들어 주어 모두 배고프고 힘들던 시절에 국악인들은 동아일보에 커다란 신세를 졌다”고 회고하며 지령 3만 호를 축하했다. 소프라노 신영옥 씨도 “언론사 중 동아일보만큼 한국 클래식 음악에 큰 공헌을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힘써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능후 장관은 “항상 올곧고 날카롭게 세상을 비판하는 언론관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작가 전경린 씨는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와 유신 독재정권에서 정간과 폐간 등 시련을 겪어온 역사를 통해 그 자세와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며 “더욱 탄탄한 걸음으로 쉼 없이 나아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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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구자룡]‘엄마’의 참을 수 없는 우유부단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득표율(33%)로 다수를 차지한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과 22일부터 대연정 본협상을 벌인다. 총선 이후 4개월이 넘도록 연립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1월 자유민주당 녹색당 등과 이른바 ‘자메이카 연립정부(각 당 상징색이 검정 노랑 녹색으로 자메이카 국기와 비슷)’ 협상이 결렬된 후 SPD에 손을 내밀었다. 2005년 SPD 소속 게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1998∼2005년)에게 승리한 뒤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그리스 부채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유럽 분열의 원심력이 커지는 속에서 유럽 통합의 핵심적인 지도력을 발휘해 왔다. 특히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왔다. 그의 리더십 향배는 독일 국내 정세와 유럽 통합, 나아가 세계 자유무역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메르켈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메르켈의 연정 협상에 주목하는 이유다. 메르켈이 SPD와 연정 협상에 나선 건 2005년 SPD와의 대연정 이후 두 번째다. SPD는 메르켈과의 첫 연정에 참여했다가 최저임금제 등 핵심 정책들을 메르켈이 과감히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바람에 정체성이 흐려져 지지율이 급락하는 타격을 입었다. 기민-기사 연합과 SPD가 마지막 24시간에는 밤샘 협상을 벌인 끝에 12일 예비협상에 합의했다. SPD가 21일 특별 전당대회에서 예비협상안을 통과시키면 22일부터 본협상을 벌인다. 연정계약서 초안이 나와도 SPD 당원투표가 남아있다. 작센안할트와 튀링겐주(州) SPD는 합의안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해 내부 반발이 크다. 양당 간 협상이 타결돼도 신정부는 빨라야 4월에야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은 국내 여론조사에서 다음 총선 2021년 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 10월 36%에서 12월에 47%로 올랐다. 심지어 디벨트지의 최근 조사에서는 ‘당장 퇴임’ 응답도 50%를 넘었다. ‘독일의 대처’로도 불리던 메르켈의 리더십이 급격히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끝까지 여론을 들어 결정한다’는 실용주의와 신중함은 결단이 필요한 때에 ‘참을 수 없는 우유부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야당의 정책을 과감히 수용해 ‘학습 기계’라는 별명도 붙은 ‘무터(엄마) 리더십’ 포용의 정치는 반대파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존재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으로도 해석된다. 식상함과 ‘메르켈 피로증후군’이 쌓여간다는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몰려드는 난민에 대한 포용 유화정책이 불안감을 높여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외국인 혐오 민족주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6%를 득표하며 3당으로 올라선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일부에서는 메르켈이 ‘헬무트 콜의 최장 집권 기록을 갱신할까’ 하는 관측도 나왔으나 벌써 오랜 옛날 얘기처럼 됐다. 2차 대전 후 독일 총리를 지낸 인물은 보수 CDU 콘라트 아데나워부터 메르켈까지 8명이다. 같은 의원내각제지만 일본이 43대 총리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부터 98대 아베 신조까지 33명이 55차례 정부를 바꾼 것과 비교된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 중심제 미국이 해리 트루먼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13명인 것에 비해서도 평균 재임 기간이 길다. 때로는 연정을 하면서 보수 CDU와 진보 SPD 주도의 정권이 교체된 것은 2차 대전 후 4차례에 불과하다. 독일이 전후 폐허 속에서 패전국으로 승전국에 의해 강제 분단되면서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데는 정치적 안정도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의 진보와 보수 정권은 시기별로 시대적 사명을 역할 분담했다. 아데나워,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 등 3명의 보수 CDU 총리 정부가 3연임(1949∼1969년)하며 전후의 혼란을 극복하고 재건의 기틀을 닦았다. 안보와 경제적 안정의 토대 위에서 SPD 소속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연이어 집권(1969∼1982년)해 ‘동방 정책’ 등 동독 포용정책으로 화합과 통일을 준비했다. 지난해 6월 작고한 CDU 소속의 헬무트 콜이 서독 총리 8년과 통독 총리 8년 등 16년을 재임(1982∼1998년)하면서 탈냉전 시대 속에서 통일을 마무리했다. 메르켈이 4연임을 무사히 마치면서 난민 유입 사태 수습과 유럽 통합의 사명을 다할지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되면서 중도 하차해 무대 뒤로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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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무기 수입은 세계 5위, 2014년 9조원어치 구매

    한국이 처음으로 무기를 만든 것은 1971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미제 무기를 복제한 M-1 소총과 60mm 박격포가 처음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번개사업’이라는 병기 긴급 개발 지시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1960년대부터 자동소총과 탱크, 대포를 생산한 것에 비하면 빠른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첫 방산 수출은 1975년 미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판 47만 달러어치의 소총 탄약이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전차와 초음속 항공기, 잠수함 등 첨단 무기를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 ‘2017년 방위산업 통계연감’에 따르면 수출 대상국은 2006년 47개국에서 2016년 89개국으로 증가했고 수출업체도 2006년 4개에 불과했으나 2016년 176개사로 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2∼2016년 국제 무기 수출 규모는 1422억 달러로 미국이 33.2%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 23.3%, 중국이 6.2%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0%로 1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무기 수입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07∼2016년 세계 수입 시장 점유율 3.9%로 5위다. ‘2017년 방위산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2조1473억 원에서 2015년 5조9406억 원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F-35A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 등 대형 구매사업에 따라 9조1000억 원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2016년에는 8894억 원으로 줄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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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방산 굴기’… 美-러 이어 무기수출국 3위 올라

    중국항공공업집단(AVIC)은 지난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 무인공격기 ‘이룽(翼龍) 2호’ 30대를 판매하기로 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가 미국산 무인 공격기 ‘리퍼(MQ-9)’ 대신 중국산을 구매키로 한 것이다. 중국이 최근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굴기(崛起·떨쳐 일어남)하면서 미국 등 서방 무기 선진국을 위협하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국방기술품질원이 펴낸 ‘2017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12∼2016년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중국은 점유율 6.2%로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07∼2011년에 비해 무기 수출 규모가 74% 늘어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에서 껑충 뛰었다. 지난해 11월 홍콩 펑황왕(鳳凰網)이 보도한 중국의 10대 무기 수출품 중 1위는 둥펑(東風) 미사일로 1988년 사우디에 35억 달러어치를 팔았다. 이어 잠수함, 대함 미사일, 샤오룽(梟龍) 전투기, FD-200 등 대공 미사일, 로켓포, 조기경보기, 자주포, 휴대용 대공 미사일 그리고 CH-3와 CH-4, 이룽 등 드론이다. FC-1 샤오룽 전투기는 한국의 T-50 고등훈련기의 경쟁 기종으로, 무기 수출 시장에서 중국의 굴기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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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 “2025년 방산 매출 12조원”… 글로벌 톱 10 정조준

    “방위산업체 어느 한 회사든 무기 생산 기술의 70%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무기를 만들어 쿠데타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서 농반으로 하는 말이다. 자주포를 만드는 한화지상방산이 포신은 위아(WIA)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것처럼 어떤 무기나 장비도 한 업체가 단독으로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방위산업은 정부가 유일한 구매자로 정부에서 개발과 생산 방향을 좌우하면서 업체별로 특화시켰다. 이 같은 제도가 업체에는 전문화된 경쟁력을 갖춰 ‘방산 강소국’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등 인명 살상용 무기가 아닌 방어체계나 정밀 유도무기, 레이더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 특화한 방산 주력 업체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기본훈련기 KT-1 등의 전문 제작업체다. 매년 세계 방산업체 100위 순위를 발표하는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KAI는 매출(2016년 기준) 41위를 차지해 2016년 47위에서 6계단 올랐다. KAI는 건군 이래 자주국방을 위한 최대 규모 무기개발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소형 무장헬기·소형 민수헬기(LAH·LCH) 사업에 참가하고 있다. KF-X는 한국 공군의 노후 전투기(F-4, F-5)를 대체하고 2020년 이후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한 성능을 갖춘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 첫 국산 헬기 수리온은 KAI를 비롯한 98개의 국내 협력업체와 18개 대학, 10개 연구소 등이 함께 개발에 참여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Kill Chain)의 조기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며 정밀 유도무기 및 레이더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LIG넥스원의 역할도 커졌다. 지난해 4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전력화를 앞둔 ‘대포병탐지레이더-Ⅱ’는 적 화력 도발 시 날아오는 포탄을 탐지하고 이를 역추적해 적 화포의 위치를 아군 포병부대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핵심 장비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한화 5개 방산 계열사의 매출(2016년 기준)은 약 4조5000억 원으로 19위를 차지했다. 2025년까지 매출 12조 원과 영업이익 1조 원으로 글로벌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는 탄약 유도무기 분야에서 항공우주 및 방산전자, 첨단 체계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는 유도무기부터 탄약, 무인체계, 우주사업까지 선제적인 투자와 정부 사업 참여를 통해 국산 무기의 첨단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력화하고 있는 230mm급 다연장 ‘천무’는 기존 지상 화력무기보다 월등한 사거리와 정밀도로 개전 초기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테크윈은 각종 전투기 및 헬기 엔진 제작을 도맡아 온 대한민국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제작 기업으로 2016년 기준으로 8000대 이상의 엔진을 누적 생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983년 12월 인도된 초계함(PCC) 안양함 건조로 특수선 시장에 처음 진입한 뒤 1500t급 프리깃함(FF), 해양경비정, 초계정(Patrol Boat) 등을 건조하면서 특수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건조사업(KSS-1)을 통해 1987년 처음으로 209급 1번함인 ‘장보고함’을 건조한 이래 209급 9척과 214급 3척, 3000t급 신형 잠수함 2척 등 지금까지 총 17척을 수주했다. 2011년 12월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400t급 잠수함 3척을 11억 달러에 수주해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 기록을 세웠다. ○ 수출 외연 넓히는 국내 방산업체 KAI가 지금까지 수출한 국산 항공기는 동남아, 남미,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7개국 145대, 모두 약 4조 원 규모다. KAI는 항공 선진국인 미국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은 노후한 고등훈련기 T-38C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1차로 요구되는 훈련기 대수가 350대, 약 17조 원 규모다. 한화디펜스는 기동, 대공 유도무기, 발사체계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축적해 온 기업으로 1993년 K-200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해 국내 방위산업 최초로 대규모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LIG넥스원은 중남미, 아시아, 중동 지역을 수출 전략시장으로 삼고 콜롬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해군으로부터 호위함을 수주하며 수상함 수출을 시작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훈련함, 영국 항공모함 군수지원함,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태국 호위함 수주 등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 전문화한 중견 중소 ‘강소 기업’ 디펜스뉴스 집계에서 96위에 포함된 풍산방산기술연구원은 한국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탄약을 생산, 공급해 온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생산업체다. S&T모티브는 소형 화기 전문 업체로 주력 소총인 K-2 소총과 K-14 저격용 소총 등 이른바 K(Korea) 계열 소총 및 기관총을 개발, 생산하며 무기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 밖에 이오시스템(조준경) 삼양화학(화생방 장비) 산청(방독면) 아리쓰리시스템(적외선 센서, X선 센서) 연합정밀(케이블 조립체) 코오롱데크컴퍼지트(연료탱크) 등 업체들도 전문 분야에 특화하고 있다. 한편 한국 방산업체 매출은 아직 글로벌 방산 기업과 격차가 크다. 매출액(2016년 기준)으로 1위는 434억6000만 달러(약 46조9000억 원)인 록히드마틴이다. 10위 탈레스의 매출은 83억6200만 달러(약 9조226억 원)다. 한화 5개 계열사를 합쳐도 탈레스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이세형 turtle@donga.com·구자룡 기자}

    •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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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양날의 칼’, 북한 모란봉 악단

    북한이 다음달 평창 동계 올림픽의 예술단에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을 파견할지 관심이다. 현송월 모란봉 악단 단장이 15일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 회담 대표 중 한 명으로 왔기 때문이다. 다만 직함을 ‘관현악단 단장’이라고만 밝혀 모란봉 악단이 올 지 다른 관현악단이 올 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모란봉 악단은 2012년 7월 6일 첫 시범 공연에서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곡과 ‘마이 웨이’를 연주하고,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같은 미국 만화 주인공들이 출현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따라서 이 악단이 내려와 단독이든 한국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든 공연을 하게 되면 큰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여성 10인조 모란봉 악단은 대중문화 오락을 위한 ‘걸그룹’이 아니다. 전원이 인민군 소속 ‘정치 선전대원’들이다.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에 올랐고 지난해 7월 대륙간탄도급 ‘화성-14형’ 발사 축하 공연을 했다.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창단됐고 김 위원장이 직접 ‘모란봉’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친솔(親率·직접 챙김) 악단’이다. 단장 현송월은 작년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된 당 간부다. 단원 대부분은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가 나온 금성학원 출신이다. 남북이 공연 일정과 내용 등에 대해 합의해 공연하게 돼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2015년 12월 베이징(北京) 공연이 갑작스럽게 무산된 사건의 기억이 아직 뚜렷하기 때문이다. 모란봉 악단이 그해 12월 9일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 대사의 환송을 받으며 평양 기차역을 출발할 때 북중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모란봉 악단은 10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12일부터 14일까지 인민대회당 뒤에 있는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북한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12년 11월 공산당 총서기에 올라 집권한 이듬해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해 고위급 교류 중단 등 관계가 냉각됐다.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행은 그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평양에 간 데 이어 양국관계 해빙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모란봉 악단이 첫 해외 공연을 위해 베이징에 오기로 한데는 최고 지도부의 인가를 포함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모란봉 악단이 10일 도착하는 날부터 뭔가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났다. 김정은이 이날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오늘 우리 조국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 보유국이 될 수 있었다”는 발언을 북한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에서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으나 모란봉 악단 공연에 참여하는 중국 지도부의 격을 정치국원에서 부부장(차관)급으로 3,4단계 내렸다는 설이 나왔다. 12일 오후 7시 반 첫 공연을 앞두고 오전 모란봉 악단 소속 여성 단원들이 숙소인 ‘민주(民族)호텔’에서 짐을 싸서 나와 공연장이 아닌 공항으로 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1시 출발 예정인 고려항공에 탑승한 뒤 오후 4시 7분경까지 비행기에서 타고 있다가 결국 평양으로 떠났다. 이들의 돌연한 공연 취소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다만 정식 공연 하루 전인 11일 오후 리허설을 본 중국 지도부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공연 내용 수정을 요구했으나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즉 공연 내용이 김정은 찬양 일색인데다 무대 배경에는 미사일 발사 장면 등이 나온 것을 중국측이 문제 삼은 것이다. 북한 측은 핵 실험과 중국의 유엔 안보리 제재 참여 국면 속에서 만들어진 ‘모란봉 악단 공연’을 통한 관계 개선 기회를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끝내 수용하지 않자 공연 수시간 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북한은 이듬해 1월 4차 핵실험을 함으로써 중국에서 ‘모란봉 악단 사태’로 당한 것을 되갚는 듯한 도발을 감행했다. 모란봉 악단은 극적인 북중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기대가 큰 만큼 더욱 낙차가 크게 관계를 악화시키는 ‘독을 품은 장미’가 됐다. 남북 양국이 함께 평창 동계 올림픽을 치르고 모란봉 악단이 흥을 돋우게 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 소동’에서 보듯 ‘모란봉 악단’ 공연이 어떤 뜨거운 감자가 되지 않도록 한 걸음씩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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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1987’ 속 장면들 알고보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극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 픽션이 가미됐다. 영화에서 중앙대 용산병원 의사 오연상 씨는 화장실에 왔을 때 경찰 감시를 피해 오랫동안 화장실에 쪼그리고 숨어 있다가 나온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에게 ‘물고문 사망’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다. 1999년 사망한 윤 기자는 생전 특종기에서 진료실로 밀고 들어가 설득해 물고문을 암시하는 용감한 증언을 받아냈다고 적었다. 신문사 편집국 칠판에 분필로 적혀 있는 ‘보도지침’을 사회부장이 박박 지우며 사실대로 기사를 쓰라고 지시하는 장면도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서슬 퍼런 보도지침은 당시 분명히 존재했지만 편집국 칠판에 공공연히 적혀 있진 않았다. 통제는 보이지 않게 이뤄졌다는 게 당시 기자들의 증언이다. 영화에는 경찰이 신문사 사무실 내부에까지 난입하고 최루탄을 쏘아 아수라장이 된 장면도 나온다. 실제로는 기자들이 데모 현장에 나갔다가 최루탄으로 범벅이 돼 신문사로 복귀하곤 했다고 한다. 박종철 씨 부모와 누나가 부산에서 올라와 병원에 빈소가 차려진 것을 보고 오열하는 장면은 슬픔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다. 부친 박정기 씨는 그해 1월 14일 경찰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오면서 기차에서 듣게 되고 이튿날 집으로 전화해 영정용 사진을 가져오도록 했다. 또 영화에선 당시 치안본부장이 부검의 황적준 박사에게 사인을 ‘심장마비’로 해달라는 압박과 함께 돈 봉투를 건네자 황 박사가 이를 거부하는 장면도 나온다. 황 박사가 어떤 회유와 압박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황 박사는 ‘물고문 치사’를 적시한 동아일보 기사(1987년 1월 16일자)를 보고 진실은 감출 수 없겠다고 생각하고 감정서는 사실대로 기술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후에 황 박사의 일기가 동아일보에 공개돼 치안본부장 개입이 드러나 구속된다. 당시 최환 공안부장은 영화에선 곧장 사표를 내고 변호사가 된 걸로 나오지만 고검장까지 지낸 뒤 검찰을 떠났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201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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