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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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3~2025-12-13
미국/북미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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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네타냐후 재판은 미친짓”에… 이 법원, 전격 재판 연기

    “통제 불능의 이스라엘 검찰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 이 언급 직후 연기가 결정되자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 대표인 라피드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복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재판 연기’라는 당근을 꺼냈다는 의미다. 재집권 후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강경보수 후보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을 공습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8일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습했다. 줄곧 미국의 이란 공습을 촉구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이은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참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도 중재해 ‘세계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음 주 안에 휴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돌입하도록 할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재판 연기를 촉구한 이유로 풀이된다. A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휴전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먼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 또한 미국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협정에 새롭게 가입할) 훌륭한 국가들이 몇 개 있다. 이란이라는 핵심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협정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충돌해온 시리아와 레바논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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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타냐후 뇌물 재판 전격 연기…트럼프 입김 통했나

    “통제 불능의 이스라엘 검찰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이 언급 직후 연기가 결정되자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 대표인 라피드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복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재판 연기’라는 당근을 꺼냈다는 의미다. 재집권 후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강경보수 후보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을 공습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8일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습했다. 줄곧 미국의 이란 공습을 촉구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연이은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참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도 중재해 ‘세계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음 주 안에 휴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돌입하도록 할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재판 연기를 촉구한 이유로 풀이된다. A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휴전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먼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 또한 미국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협정에 새롭게 가입할) 훌륭한 국가들이 몇 개 있다. 이란이라는 핵심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협정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충돌해온 시리아와 레바논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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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이 민주주의 탄압의 온상 됐다”…트럼프의 외교 투사들 [트럼피디아] 〈30〉

    2027년 프랑스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던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옛 국민전선)의 의원 겸 전 대표 마린 르펜은 올 3월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즉각 항소에 나섰으나 1심 판결에 따라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 상태다. 판결이 나고 2개월 뒤,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미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의 대표단이 파리를 방문해 구명 운동을 제안한 것. 미 국무부가 해외 극우 정치인 지지 활동에 나선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권관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십년간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 국무부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 인권 담당 조직 대폭 축소국무부는 올 4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공개한 것. 개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5년 동안 국무부는 급진적 정치 이념에 더 충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며 “미국의 핵심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 프로그램 중 법률로 보장되지 않은 것들은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곧바로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 직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무부는 총 6명의 차관을 두고 있었지만 5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국제 형사 사법 담당 사무국과 분쟁·안정화 사무국, 글로벌여성현안과 다양성·포용성 업무를 담당했던 사무국도 폐지한다. 개편 작업은 다음달 1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 ‘유럽 민주주의’와의 대결루비오 장관은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좌파 운동가들의 정치 보복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폴란드, 헝가리, 브라질의 ‘반(反)워크’ 지도자들을 겨냥했다고 봤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어떤 특징을 지녔을까. 폴란드의 보수 정부는 언론 탄압과 사법부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비판받았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0년 복귀 이후 민주주의 억압을 강화했고,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 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루비오 장관이 주도하는 작업을 두고 “인권 개념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 정책을 통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추진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폐지와 반워크 정책에 힘을 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무부에서 인권 업무를 맡고 있는 사무엘 샘슨(26) 민주주의·인권·노동국 선임고문도 주목받고 있다. 보수 시민단체에서 발탁된 샘슨은 대표적인 ‘영 마가’ 투사형 참모로 꼽힌다. 그는 유럽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공개한 글에선 “유럽이 디지털 검열, 대규모 이민, 종교의 자유 제한, 그리고 자치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공격의 온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르펜 판결이 “유럽 좌파가 법을 무기화(lawfare)한 표현의 자유 탄압”이라고 언급했다.● “인권은 전략적 투자”인권 개념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중동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훈수 두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그는 “평화, 번영, 진보는 전통을 버리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유산을 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현실주의 관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미국은 과거처럼 도덕적이며 훈계적인 외교정책에 관심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타국이 특정 정책이나 이념을 채택하라고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통과 군을 존중하고, 공통의 이익이 일치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에서 현실주의 외교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데비 샤르낙 미국 사학 및 국제학 교수는 타임 기고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대국 정치에 기반한 현실주의 접근을 중시했고, 인권은 공허한 제스처에 불과한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했다”고 짚었다. 이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닉슨 행정부는 이란 팔레비 국왕의 권위주의 통치를 규탄하지 않았다. 대신 1973년 걸프 산유국의 석유 금수조치 이후 이란 원유를 대거 수입했다.닉슨의 현실주의 외교가 장기적으로 미국 안보에 해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에서는 팔레비 왕조 전복을 꾀하는 반체제 세력이 규합하고 있었고, 결국 1979년 이슬람혁명과 신정일치 이슬람 공화국의 탄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직후에는 혁명세력이 미국 대사관에서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붙잡고 444일간 억류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외교 정책은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가 출범하며 반전됐다. 인권을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보는 흐름이 등장한 것. 카터 대통령은 인권을 단순한 도덕주의가 아니라 현실 외교의 전략적 구성 요소로 보고 적극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범 첫해에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을 신설했고,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로 전환했다. 인권 지향 외교가 냉전 종식 후 동유럽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폴란드에서는 민주주의 노동운동 ‘자유노조(Solidarity)’가 1989년 소련 해체 이후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주도했다. 다니엘 프리드 전 주폴란드 미국대사는 “인권을 중시하는 외교는 도덕적 미사여구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였다”며 “미국 외교는 늘 일정 정도 현실주의를 필요로 하지만, 인권은 전략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실효성 있는 목표임이 입증됐다”고 24일 저스트서큐리티 기고에서 분석했다. ● “우리에게 낯선 일이다”RN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RN은 미국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RN은 최근 서민과 프랑스 정체성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반인종, 반이민 등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가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자칫 반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제안을 거절한 것. 르펜의 측근은 거절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외국 정부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우리에게 낯선 일이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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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 간 트럼프, ‘GDP 5% 국방비’ 도장 받아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 25일(현지 시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줄곧 GDP의 5%를 국방비로 쓰라고 요구했다.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 32개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를 갖고 2035년까지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비용 1.5% 등 총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나토에서 공식적으로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지침이 합의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미 국방부는 ‘국방비 5% 룰’이 아시아 동맹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 도중 ‘집단안보’를 규정한 나토 헌장 5조 준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조항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지지하지 않는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같은 질문엔 “당신이 (5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며 확답을 피한 바 있다. 이에 대외 군사 개입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이 침략당했을 때 공동 대응을 규정한 집단안보 준수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나토 정상들이 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합의하자 5조 준수 의지도 보다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나토 집단방위 확답않던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뒤에야 “지지”[나토 정상회의]나토행 전용기선 “여러 정의 있어”… 정상회의 뒤 나토 방어 묻자 “물론”국방비 증액 끌어내기 지렛대 삼아… 나토, 美가 안보 발빼나 우려 여전“(나토 헌장 5조를)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합의문 발표 뒤 이같이 밝혔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나토 운영의 핵심 조항 또는 존재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 조항의 준수 여부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24일 헤이그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선 이 조약을 준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5조에는 여러 정의가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에 따라 그가 나토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실상 부인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 증액을 공식 합의하고 나서야 집단 방위 의지를 뚜렷하게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5조 준수 여부를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유인책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토 회원국들은 일단 안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워낙 예측 불가능해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 뒤 헌장 5조 지지 밝혀 25일 나토 정상들은 회의 전 예고대로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올리는 데 공식 합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국가들을 방어할 것인가’란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물론이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겠나”라고 답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5%까지 늘리는 역사적인 합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는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약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 증액에 합의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5조 준수 여부를 ‘지렛대’로 삼은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유럽 국가들은 예측 불허인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맞추려 애썼다.유럽 언론들은 헤이그에 24시간도 머물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이날 정상회담 토론 시간이 2시간 반으로 단축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방 지도자들은 모두 때때로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로 악명 높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며 “이틀간 진행될 나토 정상회의는 그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축소됐다”고 전했다.● 뤼터 “유럽 국방비 지출 증액, 당신의 승리”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노골적인 ‘트럼프 띄워주기’에도 나섰다. 칭찬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뤼터 사무총장의 메시지엔 “당신은 수십 년간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룰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리는 쉽지 않았지만, 모두가 (국방비 목표) 5%에 서명하도록 이끌었다! 유럽은 마땅히 그래야 하듯 큰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이는 당신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나토 회원국들은 성명을 통해 이런 방침을 밝히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군사 지출 관련 논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으로 인해 그늘에 가려질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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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미리 알려줘 감사”… 이란, 미군기지 공격 ‘약속대련’

    미국이 21일(미 동부시간 기준)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지 72시간 만인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나라의 휴전을 전격 선언했다. 같은 날 이란은 보복 조치로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습했지만 이를 미국, 카타르에 사전 통보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임을 강조했다. 미군이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오히려 “이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보복 공격 직후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받아들이며 신속히 외교 모드로 전환했다.● 이란 “가장 큰 미군기지 공격”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23일 밤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리의 약속’이란 작전명으로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 기지는 미국 테러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기라며 “미국이 우리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벙커버스터 GBU-57)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21일 공습에 비례적으로 보복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은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공격을 사전에 통보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알우데이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엔 항공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하기 전인 5일 사진에는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전 기지 내 항공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겼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충돌 72시간 만에 종료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보복 공격 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의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제안을 24일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시 휴전이 발효됐다고 선언했다. 21일 오전 12시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격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72시간 만에 종료된 셈이다. 이란 국영TV도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휴전에 대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휴전이 갑자기 선언돼 전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에슬라미 사무총장은 24일 “핵 프로그램과 산업에 중단이 없도록 사전에 계획을 해뒀다”고 말했다. 휴전 발효 뒤에도 양쪽은 긴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CNN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며 “이란이 휴전을 완전히 위반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 주장을 허위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야당인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나쁜 휴전은 몇 년 안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온갖 마케팅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의 (휴전) 돌파구가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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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벙커버스터 14발→이란 미사일 14발 보복 ‘약속 대련’…72시간만에 ‘휴전’

    미국이 21일(미 동부시간 기준)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지 72시간 만인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나라의 휴전을 전격 선언했다. 같은 날 이란은 보복 조치로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습했지만 이를 미국, 카타르에 사전 통보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임을 강조했다. 미군이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오히려 “이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보복 공격 직후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받아들이며 신속히 외교 모드로 전환했다.● 이란 “가장 큰 미군기지 공격”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23일 밤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리의 약속’이란 작전명으로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 기지는 미국 테러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기라며 “미국이 우리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벙커버스터 GBU-57)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21일 공습에 비례적으로 보복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란은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이란이 공격을 사전에 통보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알우데이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엔 항공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격하기 전인 5일 사진에선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전 기지 내 항공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겼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충돌 72시간 만에 종료이날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보복 공격 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의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제안을 24일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시 휴전이 발효됐다고 선언했다. 21일 오전 12시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격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72시간 만에 종료된 셈이다.이란 국영TV도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휴전에 대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이란의 고농축늄 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휴전이 갑자기 선언돼 전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에슬라미 사무총장은 24일 “핵 프로그램과 산업에 중단이 없도록 사전에 계획을 해뒀다”고 말했다. 휴전 발효 뒤에도 양쪽은 긴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CNN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며 “이란이 휴전을 완전히 위반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 주장을 허위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야당인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나쁜 휴전은 몇 년 안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온갖 마케팅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의 (휴전) 돌파구가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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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선 넘고 과속에 갈팡질팡…로보택시 첫날 오류 속출

    중앙선 침범, 과속, 도로 한복판에서 정차…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10년간 준비한 테슬라 ‘로보택시’의 개시 첫날 다양한 교통법규 위반 정황이 포착됐다. 로보택시는 22일 오후 2시부터 테슬라 본사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운행 첫날부터 “안전에 강박적으로 신경 썼다”는 머스크 CEO의 포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는 이날부터 4.2달러(약 5800원)를 받고 복잡한 교차로 등을 피해 오스틴 일부 구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승객이 자율 주행 차량에 올라 뒷자석 스크린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핸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운전하는 방식이다. 시범 운행 기간에는 조수석에 직원이 동승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 개입해 초기 안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플루언서 등 첫날 초대받은 승객 10여 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승기를 공개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롭 모어러가 올린 영상에는 로보택시가 노란색 중앙선을 넘어 잠시 반대 차선에 진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좌회전 전용 차선에 서있던 로보택시가 좌회전을 하지 않고 갈팡질팡하던 도중 발생한 일이었다. 로보택시가 과속한 사례도 최소 2건이 공개됐다. 테슬라 투자자 소여 메리트를 태운 로보택시는 제한속도가 시속 30마일(48km)인 구간에서 시속 35마일로 주행했다. 유튜브 허버트 옹이 탄 로보택시도 제한 속도 시속 35마일 구간에서 시속 39마일로 달렸다. 주행 중 갑자기 도로에서 정차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유튜버 ‘비어디드 테슬라 가이’는 로보택시를 제어하는 뒷자석 스크린에서 ‘일시 정차’ 버튼을 누른 뒤 달리던 차량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고 밝혔다. 이 유튜버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일시 정차’ 버튼을 누른 뒤 스크린에는 ‘안전한 장소에 정차하겠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것.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로보택시 차량의 규통법규 위반 신고를 받아 테슬라로부터 추가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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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네타냐후 작전 공조… 美, 이란 방공망 제거 요청에 이, 공습 48시간 전 무력화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의 3개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이스라엘에 방공망 무력화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함께 작전을 준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2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공군이 미국의 요청으로 21일 이란 포르도 핵시설 공격 48시간 전에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협조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번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공습에 앞서 이스라엘이 제거해야 할 목표를 정리한 명단을 넘겼다고 한다. 미국 B-2 전략폭격기의 안전한 이란 영공 진입을 위해 이스라엘의 목표물은 이란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이스라엘의 사전 공격으로 이란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포르도 핵시설만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으로 이스파한, 나탄즈 핵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올렸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농축 우라늄 400kg(농축 농도 60%)의 행방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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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무 “中,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막아달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22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미국으로부터 21일 핵시설 공습을 당한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는 가운데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이란 압박을 요구한 것이다. 싼값에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해 온 중국이 자국 경제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이날 루비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원유 수입을 호르무즈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이란에 연락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출량의 약 90%가 중국으로 간다. 핵 개발에 따른 경제제재로 이란 원유의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이를 구입해 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제재를 받지 않는 걸프 산유국산 원유보다 배럴당 2∼5달러 싸다. 또 중국은 원유 수출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해 자국 공산품의 이란 수출까지 유도하고 있다. 경제제재로 코너에 몰린 이란을 상대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올 3월 기준으로 중국이 해상을 통해 수입한 원유의 16%가 이란산으로 집계됐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SJ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중국은 가장 싼 원유 공급원을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 사회가 분쟁 완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글로벌 유가가 폭등할 것이고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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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일 알림 100개’ 사선 넘어 탈출한 韓유학생

    “새벽 3시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방공호로 대피했습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A 씨는 험난한 귀국 과정을 담은 영상을 최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등을 선제공격하자,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에 보복 공습을 가했다. 당초 A 씨는 16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13일 이란의 반격에 따른 영공 폐쇄로 항공편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는 ‘세계 최초 전쟁 피란 브이로그’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견디다 못해 귀국을 결심했다”며 “새벽에 공습을 겪으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고, 다음 날이 되자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14일 하루에만 스마트폰에 미사일 경보 알림이 100개 넘게 떴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되는 모습이 기숙사 창문을 통해 보였다고. 이스라엘과 이란 교민들의 피란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육로로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요르단 수도 암만을 거쳐 17일에야 서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 한인회,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 명성교회, 요르단 한인회의 지원을 받아 암만행 버스를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고 한다. 예루살렘과 암만은 자동차로 약 2시간(약 100km) 거리다. 그는 “80만 원대였던 요르단∼한국 항공권이 공습 직후 하루 새 155만 원이 뛰어 237만 원이 됐다”고 했다. 또 피란길에 만난 한인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지중해 사이프러스로 나가는 뱃삯이 1500달러(약 208만 원)까지 뛴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피란 과정에서 요르단 교민들이 한식과 숙소를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보살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민분들로부터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또 요르단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자신의 동선을 묻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대한민국 국민인 게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하루 동안 신세를 진 교민 가정으로부터 받은 김밥을 먹으며 피란을 마무리했다. 17일 그를 태우고 암만을 출발한 비행기는 사우디 제다와 카타르 도하를 거쳐 18시간 만인 다음 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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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란 방공망 제거’ 요청에…네타냐후, 48시간전 공습해 ‘하늘길’ 열었다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 3개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이스라엘에 방공망 무력화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함께 작전을 준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22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공군이 미국의 요청으로 21일 이란 포르도 핵시설 공격 48시간 전에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협조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번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은 공습에 앞서 이스라엘이 제거해야할 목표를 정리한 명단을 넘겼다고 한다. 미국 B-2 전략폭격기의 안전한 이란 영공 진입을 위해 이스라엘의 목표물은 이란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이스라엘의 사전 공격으로 이란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22일 기자 회견에서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가 미군 폭격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포르도 핵시설만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으로 이스파한, 나탄즈 핵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올렸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농축 우라늄 400kg(농축 농도 60%)의 행방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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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무장관 “中,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막아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22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미국으로부터 21일 핵시설 공습을 당한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하는 가운데,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이란 압박을 요구한 것이다. 싼값에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해 온 중국이 자국 경제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주목된다.이날 루비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원유 수입을 호르무즈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이란에 연락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출량의 약 90%가 중국으로 간다. 핵 개발에 따른 경제 제재로 이란 원유의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이를 구입해 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제재를 받지 않는 걸프 산유국산 원유보다 배럴당 2~5달러 싸다. 또 중국은 원유 수출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해 자국 공산품의 이란 수출까지 유도하고 있다. 경제 제재로 코너에 몰린 이란을 상대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올 3월 기준으로 중국이 해상을 통해 수입한 원유의 16%가 이란산으로 집계됐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SJ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중국은 가장 싼 원유 공급원을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중국 외교부는 “국제 사회가 분쟁 완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글로벌 유가가 폭등할 것이고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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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중동내 모든 미국인 표적 됐다”… 미군기지 4만명 등 대상 보복 위협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21일(현지 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 직후 “미국이 입는 피해는 이란보다 더 클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국영TV도 “중동 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1979년 2월 이란의 이슬람 혁명 발발, 같은 해 11월부터 1981년 2월까지 444일간 이어진 당시 이란 혁명세력의 미국인 인질 52명 억류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역사가 최고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이 입는 피해가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이 입은 피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연설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하던 18일 연설 모습으로 대미(對美) 보복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X를 통해 “정당한 자기방어 대응을 허용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이란은 자국의 주권, 이익,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개최도 요구했다.● 중동 주둔 미군 기지부터 공격 나설 가능성 높아 일단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 타격을 중심으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이며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센 레자이 전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미국의 공격 몇 시간 전 국영 TV에 출연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다면 이란은 미군 기지를 타격하고, 페르시아만(걸프만) 내 기뢰를 폭파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은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사일을 이용해 미군기지 공격에 나선다면 이라크(2500명), 바레인(9000명), 쿠웨이트(1만3500명), 카타르(1만 명), 아랍에미리트(UAE·3500명) 등 중동 내 주둔 중인 미군 4만 명이 사정권에 있는 것이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같은 친미 산유국의 걸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아랍에선 아라비아만) 인근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란은 걸프만을 끼고 사우디, UAE, 카타르 등 산유국과 마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의 입구 역할을 하는 구역.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한국 수입 석유의 약 70%)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홍해에서의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이 재개돼 글로벌 물류망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왔고,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 과정에서 군사력도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1979년부터 이어져 온 적대적 관계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엔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미국 내 뿌리 깊은 이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신정일치 체제를 수립한 이란 이슬람 세력은 1979년 2월 혁명을 통해 친미 성향의 전제왕정을 붕괴시킨 뒤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그 뒤에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레바논 미대사관과 미군 기지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1월 무인기(드론)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살해하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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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1만㎞ 날아간 B-2, ‘벙커버스터’ 첫 실전투하 14발 퍼부어

    미국은 21일(현지 시간) 감행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에서 최신형 벙커버스터인 GBU-57 폭탄, 정밀 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란 핵시설 3곳을 공격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 단행한 이란 본토 공격이고,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과 미국의 추가 개입 등에 따른 부담까지 감수한 참전 결정이었기에 확실한 타격을 추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해낸 일을 할 수 있는 군대는 어느 곳에도 없다”고 자찬하며 이란의 보복 시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벙커버스터, 포르도에 12발·나탄즈에 2발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7대는 이날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논스톱으로 이란까지 날아가 핵시설 3곳을 집중 타격했다. 이 기지에서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까지의 직선거리는 각각 1만1100km, 1만1200km, 1만1302km다. 수차례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18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날아가 임무를 완수한 것. 이렇게 목적지까지 날아간 B-2 폭격기들은 길이 6.25m, 무게 13t의 GBU-57을 포르도 핵시설에 12발, 나탄즈에 2발 투하했다. 초대형 관통 폭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인 GBU-57은 깊숙한 곳에 있는 핵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꼽힌다. 이번 작전에서 처음 실전에 쓰였다.높은 상공의 전투기에서 투하된 벙커버스터 한 발은 지하 60m까지 관통이 가능하다. 지하 80∼90m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핵시설을 공습하려면 더 큰 폭발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군이 처음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후 다시 여러 발을 연속 투하해 더 깊은 지점까지 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미국 당국의 초기 평가에 따르면 공습한 세 곳의 핵시설 모두 극심한(extremely severe) 손상과 파괴를 입었다. 반면 이란 측은 피해가 지하 시설이 아닌 지상 부분에 국한됐다고 맞섰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이번 공습은 B-2를 동원한 최대 규모의 작전이었고, 거리 면에서는 9·11 테러 직후에 이어 두 번째로 멀리 날아간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 美 잠수함서 토마호크 30발 발사NYT에 따르면 미 해군 잠수함 또한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을 겨냥해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발사했다.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의 속도는 시속 890km로 최신 미사일에 비해 느리지만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한편 케인 의장은 이번 공습 당시 일부 B-2가 태평양 상공에 ‘미끼(decoy)’로 배치돼 이란을 교란시켰다고 공개했다. 미끼로 투입된 B-2가 서쪽에서 기만 작전을 펼치고 실제 공격에 투입된 B-2들은 은밀히 동쪽으로 날아가 이란을 타격했다는 것이다. 회견에 동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리더십과 ‘힘을 통한 평화’ 정책 덕분에 이란의 핵 야망이 말끔히 제거(obliterate)됐다”고 추켜세웠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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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중동내 미군기지부터 공격 가능성…4만 명 사정권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21일(현지 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 직후 “미국이 입는 피해는 이란보다 더 클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국영TV도 “중동 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1979년 2월 이란의 이슬람 혁명 발발, 같은해 11월부터 1981년 2월까지 444일간 이어진 당시 이란 혁명세력의 미국인 인질 52명 억류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역사가 최고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이 입는 피해가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이 입은 피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연설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하던 18일 연설 모습으로 대(對)미 보복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바스 아그락치 이란 외교장관도 X를 통해 “정당한 자기방어 대응을 허용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이란은 자국의 주권, 이익,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개최도 요구했다.● 중동 주둔 미군 기지부터 공격나설 가능성 높아 일단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 타격을 중심으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이며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센 레자이 전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미국의 공격 몇 시간 전 국영TV에 출연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다면 이란은 미군 기지를 타격하고, 페르시아만(걸프만) 내 기뢰를 폭파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은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사일을 이용해 미군기지 공격에 나선다면 이라크(2500명), 바레인(9000명), 쿠웨이트(1만3500명), 카타르(1만 명), 아랍에미리트(UAE·3500명) 등 중동 내 주둔 중인 미군 4만 명이 사정권 안에 있는 것이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같은 친미 산유국의 걸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아랍에선 아라비아만) 인근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란은 걸프만을 끼고 사우디, UAE, 카타르 등 산유국과 마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의 입구 역할을 하는 구역.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한국 수입 석유의 약 70%)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홍해에서의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이 재개돼 글로벌 물류망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예맨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심각한경제난을 겪어왔고,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 과정에서 군사력도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1979년부터 이어져온 적대적 관계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엔 보수층을 중심으로한 미국 내 뿌리 깊은 이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신정일치 체제를 수립한 이란 이슬람 세력은 1979년 2월 혁명을 통해 친미 성향의 전제왕정을 붕괴시킨 뒤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그 뒤에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레바논 미대사관과 미군기지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1월 무인기(드론)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살해하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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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1만㎞ 날아간 B-2, ‘벙커버스터’ 첫 실전투하 14발 퍼부어

    미국은 21일(현지 시간) 감행한 ‘미드나잇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에서 최신형 벙커버스터인 GBU-57 폭탄, 정밀 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란 핵시설 3곳을 공격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 단행한 이란 본토 공격이고,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과 미국의 추가 개입 등에 따른 부담까지 감수한 참전 결정이었기에 확실한 타격을 추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해낸 일을 할수 있는 군대는 어느 곳에도 없다”고 자찬하며 이란의 보복 시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벙커버스터, 포르도에 12발·나탄즈에 2발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7대는 이날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논스톱으로 이란까지 날아가 핵시설 3곳을 집중 타격했다. 이 기지에서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까지의 직선거리는 각각 1만1100km, 1만1200km, 1만1302km다. 수차례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37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날아가 임무를 완수한 것. 이렇게 목적지까지 날아간 B-2 폭격기들은 길이 6.25m, 무게 13t의 GBU-57을 포르도 핵 시설에 12발, 나탄즈에 2발 투하했다. 초대형 관통 폭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인 GBU-57는 깊숙한 곳에 있는 핵 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꼽힌다. 이번 작전에서 처음 실전에 쓰였다.높은 상공의 전투기에서 투하된 벙커버스터 한 발은 지하 60m까지 관통이 가능하다. 지하 80~90m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핵 시설을 공습하려면 더 큰 폭발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군이 처음 벙커버스터를 투하한 후 다시 여러 발을 연속 투하해 더 깊은 지점까지 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이 이란 현지 시간 21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25분 후에 끝났다고 공개했다. 초기 평가에 따르면 공습한 세 곳의 핵 시설 모두 극심한(extremely severe) 손상과 파괴를 입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측은 피해가 지하 시설이 아닌 지상 부분에 국한됐다고 맞섰다. 케인 의장은 “이번 공습은 B-2를 동원한 최대 규모 작전이었고, 거리 면에서는 두 번째로 멀리 날아간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美 잠수함서 토마호크 30발 발사NYT에 따르면 미 해군 잠수함 또한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을 겨냥해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발사했다.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의 속도는 시속 890km로 최신 미사일에 비해 느리지만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한편 케인 의장은 이번 공습 당시 일부 B-2가 태평양 상공에 ‘미끼(decoy)’로 배치돼 이란을 교란시켰다고 공개했다. 미끼로 투입된 B-2가 서쪽에서 기만 작전을 펼치고 실제 공격에 투입된 B-2들은 은밀히 동쪽으로 날아가 이란을 타격했다는 것이다. 회견에 동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리더십과 ‘힘을 통한 평화’ 정책 덕분에 이란의 핵 야망이 말끔히 제거(obliterate)됐다.”고 추켜세웠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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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불법체류자 체포전의 설계자 스티브 밀러…트럼프의 브레인으로[트럼피디아] 〈29〉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 상점가에서 6일(현지 시간) 불법 체류자들이 대거 체포된 직후 시위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방위군 및 해병대를 시위 진압에 투입하라는 초유의 명령을 내리며 급격히 긴장 수위가 올라갔을 당시 백악관에서는 모두 의도된 일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시위 닷새째인 10일 한 백악관 관계자는 NBC뉴스에 “이 싸움을 하게 되어 기쁘다.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같은 날 다른 백악관 관계자도 폴리티코에 “이보다 훌륭한 각본을 짤 수가 없다. 이민 문제는 트럼프에게 표를 가져다준다”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 단속과 시위 대처 방식을 두고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 때부터 이민정책을 설계한 스티브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 지지하는 최측근 참모인 그에 대해 살펴봤다.● “문제적 천재”밀러는 1985년 진보적 부유층 거주지인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났다. 모계 쪽은 러시아제국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03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부모는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는 민주당원이었고 그가 다닌 고등학교는 다문화와 다양성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밀러는 16세 때 지역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라틴계 학생들에 대해 경멸을 드러냈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기초 영어도 부족한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학교 전반에는 라틴계가 많은데, 정작 우등반에는 거의 없다”고 했다. 9·11 테러 발생 2년 뒤인 2003년 작성한 해당 글에서 “(이 학교는) 오사마 빈라덴에게도 환영받을 만한 곳”이라고도 비난했다. 밀러는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릴 때부터 ‘비순응적 성향’을 가진 아이였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학생회에 출마했을 때는 연설에서 “쓰레기 치우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들었다. 그 일 하라고 돈 받는 청소부들이 있는데 왜 내가 치워야 하냐”고 외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사지 디애틀랜틱은 밀러가 진보 성향의 동급생을 화나게 만들려고 일부러 이같이 발언했다고 봤다. 프랑스24는 밀러를 두고 “문제적 천재”라고 평했다. 그는 학창시절 우파 라디오 진행자 래리 앨더의 방송에 70차례 이상 출연하기도 했다. 듀크대 시절에는 극우 사상가 데이비드 호로위츠와 협업해 캠퍼스 내 반이슬람 운동을 주도했다. ‘백인 정체성’을 강조하며 ‘대안우파(alt-right)’라는 용어를 퍼뜨린 백인우월주의자 리처드 스펜서와도 연을 맺었다. 듀크대 라크로스팀 성폭행 사건 때는 백인 남학생을 옹호하며 전국 보수 언론에 등장했다.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 나자 그는 이 시건을 ‘백인에 대한 박해’라고 주장했다. ● 트럼프의 트롤그는 졸업 후 워싱턴으로 가 티파티 소속 미네소타 공화당 하원의원 미셸 백만의 공보비서로 일했다. 이후 극우 성향의 앨라배마 상원의원이었던 제프 세션스 밑으로 옮겼다. 세션스는 이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이 됐다. 세션스 의원실 근무 당시 밀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이끌던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와 연을 맺었다. 브레이브바트 뉴스 소속 기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미등록 이민자들에게 합법화 경로를 열어주려 했던 초당적 이민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전을 펼쳤다. 결국 법안은 2013년 좌초됐고 밀러는 극단적 반이민 정책을 옹호하는 인물로 워싱턴 정계에 각인됐다.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멕시코인은 마약상, 범죄자, 강간범”이라고 연설하자 밀러는 세션스 의원실에 휴직계를 내고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배넌의 추천으로 이민 문제 담당과 연설문 작성자로 임명됐다. 이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7개 이슬람 국가 출신자 입국 금지 및 남부 국경에서 부모와 자녀의 격리 수용 등 악명 높은 정책들을 주도했다.디애틀랜틱은 밀러를 ‘트럼프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트롤’이라고 표현했다. 도발적 논쟁 그 자체를 추구하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토론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없고, 논쟁으로 인한 혼란 자체를 정치적 승리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이다. 도발의 취지는 상대를 자극하고 상대의 위선을 드러내는 것이다. 밀러는 “깨달음을 위한 건설적 논쟁을 지향한다”고 했다. ● ‘유배기’에 곁을 지키다밀러는 2020년 대선 패배와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그러면서 워싱턴 로비스트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대신 ‘아메리카 퍼스트 법률재단(AFL)’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그는 “좌파의 법적 공격에 맞서야 한다”며 수십 건의 소송에 앞장섰다. 2022년에는 반유대주의를 이유로 대학에 대한 연방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불법체류자와 결혼한 미국인의 추방 유예 정책을 문제 삼아 승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메리카 퍼스트 법률재단은 지난해 기준 변호사 20여 명, 누적 모금액 6000만 달러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밀러가 지난해 단체에서 받아간 임금도 50만 달러가 넘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좌절된 정책들의 실행 전략을 연구하는 데도 몰두했다. 법조인 출신이 아니지만 오래된 법률을 새롭게 활용할 방안을 제시했다. 전시법인 ‘외국인 적국자 법(Alien Enemies Act)’을 이민자 추방에 활용하자고 그가 처음 제안했다고 한다. ● 화려한 백악관 복귀결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후 쏟아진 행정명령을 통해 드러났다. 밀러는 언론과 법원이 대응하지 못하도록 ‘전선을 범람(flood the zone)’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모든 행정명령을 직접 작성하거나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국토안보보좌관 역할을 수행하고 대학과 로펌, 박물관 압박 정책도 지휘하고 있다. 부처 장관을 거치지 않고 연방정부 관료들과 직접 소통한다고 한다. 아메리카 퍼스트 법률재단 인맥도 요직에 대거 기용되며 밀러의 입지를 강화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 리드 루빈스타인 국무부 법률고문, 맷 휘태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 대사 등이 대표적이다. 국무부 부장관에는 측근인 크리스토퍼 랜다우 전 주멕시코 대사를 앉혀 이민 단속 문제에 대한 국무부 협조를 끌어내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WSJ은 “밀러는 법적 한계를 우회하려는 집착이 강하다”고 전했다. 올 3월 한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불법 체류자를 태우고 엘살바도르로 향하던 추방 항공기를 돌리라고 명령하자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일부는 법원 명령을 거부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지만, 밀러는 항공기를 계속 운항하라고 주장했고 결국 밀러의 뜻대로 됐다.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강행을 두고 “헌법을 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과격한 조치도 밀어붙인다. 로스앤젤레스 시위는 밀러가 단속당국에 체포 속도를 높이고, 체포 대상을 확대하라고 압박한 뒤 발생했다. 밀러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하루 체포 목표를 세 배로 늘려 3000건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밀러는 전국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간부를 워싱턴으로 불러 단기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건축 자재점 ‘홈디포’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표적으로 대대적 체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로스앤젤레스의 홈디포와 상점가에서 불법 체류자들이 대거 체포됐고 이에 반발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밀러는 즉각 이들이 “반란을 벌이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 “내가 태어난 도시의 상당 부분이 이제는 실패한 제3세계 국가처럼 보인다. 찢기고 발칸화된, 낯선 이들로 이뤄진 사회가 됐다”며 비난했다. 이를 두고 루트 베르메호 카사도 스페인 레이후안카를로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간은 국경 통제와 불법 이민자 만을 문제 삼았지만, 이제는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문화적으로 통합되지 않는다’는 정체성 담론에 불이 붙었다. 밀러가 그 흐름을 주도했다”고 프랑스24에 말했다. ● “제2의 딕 체니”공화당이 상원 통과를 시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는 ICE 요원 1만 명 충원, 10만 명 수용 규모의 시설 신축 등 15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포함되어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밀러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는 NBC방송에 “밀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딕 체니 전 부통령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백악관 인사”라고 했다. 밀러는 백악관에서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와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집무실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통해서도 밀러의 위상은 잘 드러난다. 마이크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 직후 가진 NBC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밀러를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일종의 좌천 인사(downgrade)다. 스티븐은 지금 훨씬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29화 요약: 트럼프식 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는 트럼프 2기의 주요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지휘하는 핵심 실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지위가 국가안보보좌관보다 높다고 했고, 부처 장관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청소년기부터 이민자와 진보 사상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충돌과 갈등을 오히려 반기는 스타일이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https://original.donga.com/2025/trump_policymap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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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인내심 바닥”… 이란 핵시설 타격 ‘군사개입’ 열어둬

    “미국이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중 급유를 지원하고 이란 포르도의 지하 핵 시설을 3만 파운드(약 13.6t)짜리 폭탄으로 파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하며 초강경 압박에 나선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 시간) 그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외교 해법을 모색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반대하던 입장에서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이란 핵 협상 타결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양측의 이견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과 군사시설 수십 곳을 기습 타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긴급히 떠나 수도 워싱턴으로 귀국하면서 ‘외교로 이란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고도 했다. 이란 핵 역량은 갈수록 고도화되는데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줄곧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끈질긴 설득까지 더해져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군사 압박해야 핵 협상도 성공”NY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줄곧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 압도적인 군사 공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외교 협상을 성공시키려면 군사 압박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제거 계획까지 주장한 네타냐후 총리를 만류했다. 하지만 이란 핵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그의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보고하자 공격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을 만류했던 기존 입장과 달랐던 것.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직접 동조하진 않고 이스라엘에 최소한의 지원만 해준 뒤, 추후 이란에 양보를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 5일 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해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이란이 궁지에 몰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또한 강경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란과의 지지부진한 핵 협상을 마무리할 ‘골든타임’으로 여겨 ‘최대 압박’ 기조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입장 선회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인정 욕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등이 ‘성공적’이라고 호평하자 여기에 가담해 자신의 공 또한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중재 및 관세, 반(反)이민 등 국내 정책에 대한 비판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치적 욕심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인질 사태 등 거치며 美, 이란에 깊은 혐오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80분간 이번 사태에 관한 국가안보회의(NSC)를 가진 뒤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측에 회의 결과를 공유하고,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실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면 이스라엘에 공중 급유 등을 지원하는 소극적인 지원에서부터 항공모함,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등을 투입하는 적극적인 지원 방식이 모두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 기조의 근간에 미국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이란 혐오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의 이슬람 세력은 1979년 2월 혁명을 통해 2500여 년간 유지됐던 전제왕정을 붕괴시켰다. 같은 해 11월 혁명 후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최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됐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집권 1기 때부터 인질 숫자 ‘52’를 강조하며 이란에 적대감을 표시해 왔다. 미국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이라크를 적극 지원하며 이란과 대치했다. 1983년 10월에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에 폭탄 테러를 가해 미군 241명이 사망했다. 베트남전쟁 이후 하루 만에 미군이 입은 가장 큰 인명 피해였다. 분노한 미국은 1984년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뒤 이란, 북한, 이라크를 묶어 ‘악의 축’으로 지칭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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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36년 통치’ 하메네이 최대 위기… 체제 존립 기로에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를 거론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 개입을 검토하면서 36년 동안 이란을 통치하고 있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86·사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신정일치(神政一致) 체제가 된 이란에서 하메네이는 종교 지도자로서 ‘신의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는 동시에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행정수반일 뿐, 하메네이는 헌법상 국가원수로 대통령 인준 및 해임권을 쥐고 있다. 이 밖에 하메네이는 내각, 사법부, 국영 언론사 경영진 등 모든 공직에 대한 임면권과 대내외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1939년 이슬람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난 하메네이는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혁명에 참여해 이란 왕정을 붕괴시켰다. 1989년 호메이니 사망 뒤 그의 최측근으로 꼽힌 하메네이가 권력을 승계했다. 최고지도자로 올라선 뒤 반대파를 대거 숙청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이번에 이스라엘이 집중 타격한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란 신정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된 최정예 부대로 하메네이 권력의 핵심 축이다. 그동안 하메네이는 IRGC를 통해 체제 단속은 물론이고 반미, 반이스라엘 성향의 대외 정책을 펼쳤다. 그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무장단체를 지원해 일명 ‘저항의 축’을 구축하고 핵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 공격으로 저항의 축이 사실상 궤멸 직전에 몰리고, IRGC 수뇌부도 대거 제거되면서 상당한 권력 기반을 잃었다. 이에 따라 향후 이란의 정권 붕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46년간 이어진 신정일치 체제와 고강도 경제 제재에 지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이 크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내부 결집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란 여론이 현 상황을 외세에 의한 침략으로 여겨 이스라엘,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만약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인해 사망한다면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정국이 상당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반정부 성향 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하메네이 사망 시 권력 공백 속에 정파 간 폭력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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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정체제 존립 기로…‘36년 철권통치’ 이란 하메네이 앞날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18일(현지 시간) “전투가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지만 제거하지 않고 있다”며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자 내놓은 반응이다.하메네이는 입법, 행정, 사법 3부의 위에 있는 이란의 최고 권력자다. 신정일치인 이란에서 종교적으로 신의 대리인을 맡고 대통령 인준·해임권까지 갖고 있다. 대통령은 4년에 한번 국민 투표로 뽑지만 최고지도자는 종신제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국가 원수지만, 하메네이에게 이란 대내외 정책의 최종 결정권이 있다. 사법부 수장, 국영 언론 경영진, 내각 등의 임면권을 쥐고 있다. 1939년 평범한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난 하메네이는 혁명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란 팔레비 왕조에 맞서 여러 차례 투옥되며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최측근으로 떠올랐다. 혁명 직후 1981년 대통령으로 선출돼 7년간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다. 호메이니가 사망한 뒤 1989년 최고지도자로 발탁됐을 당시만 해도 전임자에 비해 대중적 호소력과 카리스마가 부족해 약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철권을 쥐고 반대파 관리에 나서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 카네기 국제 평화 기금의 카림 사다드푸르는 “하메네이가 지난 100년 동안 가장 강력한 이란인 다섯 명 중 한명으로 변모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특히 혁명 이후 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된 최정예 부대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통해 내부 단속은 물론 대외 강경책을 폈다.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 일대 민병대를 지원해 친(親)이란 무장단체 ‘저항의 축’을 만들었다. 핵 프로그램 개발도 적극 추진했다. 1957년 친(親)서방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 나간 것. 2000년대 초 고농축 우라늄의 농축을 일시 중단했으나 2006년 재개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메네이의 리더십 스타일은 이념적 경직성과 전략적 실용주의를 혼합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생존이 위태로울 때는 기꺼이 굽히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2015년 경제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총 6개국과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 당시 8년간 이어진 테헤란 공습과 지상전으로 호메이니가 1988년 휴전을 수용한 것을 두고 “영웅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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