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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사진)가 미혼모 등 취약 계층을 위해 2억 원을 기부했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31일 “아이유가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아동권리보장원, 사랑의달팽이, 우양재단에 각각 5000만 원씩 모두 2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 지원과 보호 종료 아동의 자립을 위한 초기 비용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이유는 2025년에만 산불 피해 지원에 2억 원, 어린이날 아동·청소년 지원에 1억5000만 원 등 모두 9억5000만 원을 기부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세상 어디라고 빛과 어둠이 없을까. 2025년 한국 문화계는 유독 그 명암이 선명하게 엇갈렸다. 눈이 아릴 정도로 화려한 성과가 쏟아지면서도, 가슴이 묵직해지는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K컬처의 승전보는 찬란했다. 여름을 앞두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등장한 만화영화는 한 해가 저무는 지금도 우렁찬 사자후를 터뜨리고 있다. 꽤 괜찮은 작품으로 여겨지던 K뮤지컬 한 편은 세계적인 미국 공연계 최고의 시상식을 휩쓸어 버렸다. 제주가 배경인 토속적인 드라마가 세계인의 눈언저리를 붉게 물들였고, 돌아온 ‘원톱’ 여성 걸그룹은 세상을 “뛰어”다니며 대기를 들썩였다. 하나 새옹(塞翁)의 말은 올해도 뒤뚱거렸다. 과거에, 혹은 처신에 발목이 잡힌 스타들은 화마에 휩싸인 채 떠나거나 깊이 가라앉았다. 지난해부터 다툼이 이어졌던 샛별 같던 아이돌은 끝내 완전체로 돌아오지 못했다. 국민 할배도, 한국의 리즈 테일러도, 개그맨 창시자도 창공의 별로 돌아갔다. 병오년(丙午年)의 붉은 말은 또 우리를 어디로 태우고 갈까.❶ ‘헌트릭스’ 활약에 김밥-저승사자 K컬처 일상화2025년 올 한 해 문화계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광풍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해외에서 더 뜨거웠던 케데헌 신드롬은 이제 K팝을 근간에 둔 K컬처가 세계 시장의 주류(mainstream)로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K컬처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던 ‘오징어 게임’마저 넘어선 건 충격에 가까웠다. 김밥이나 라면, 저승사자 등 디테일한 한국 문화를 선보여 세계 속 K컬처의 ‘일상화’를 이끌었단 평가도 나온다. 케데헌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의 인기도 상상을 초월했다. 타이틀곡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도합 8주 동안 1위를 기록했다. 이 차트에서 가상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한 것도, 여성 가수가 부른 K팝이 정상에 오른 것도 처음이었다. 연출자인 매기 강 감독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2월 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❷ 완전체로 솔로로 지구촌 무대 달군 ‘블랙핑크’하반기 가상 아이돌 ‘헌트릭스’에 살짝 밀린 감은 들지만, 올해 K팝의 위너는 블랙핑크였다.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걸그룹이 솔로 아티스트로의 행보와 완전체 그룹 활동을 완벽하게 교직하는 모습은 향후 ‘K아이돌의 모범 사례’라 불러도 과하지 않았다. 미 빌보드 ‘핫100’에 무려 56주나 머물렀던 로제의 ‘아파트(APT.)’는 특히 백미였다. 내년 2월 열릴 그래미 어워즈에 ‘올해의 노래’ 등 3개 부문 후보로도 오르며 하얗게 쌓인 눈 위로 첫 발자국을 새겼다. 탁월한 음악성이 돋보인 제니의 첫 정규 앨범 ‘루비(Ruby)’는 미 롤링스톤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앨범’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활동의 파괴력도 놀라웠다. 7월 신곡 ‘뛰어(JUMP)’를 발표한 뒤, K걸그룹 최초로 ‘꿈의 공연장’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벌써부터 올해 전원 전역한 ‘황제테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빚어낼 쌍두마차의 활약이 기다려진다.❸ 브로드웨이도 열광 K뮤지컬 ‘확실히 해피엔딩’이젠 ‘확실히 해피엔딩(Absolutely Happy Ending)’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토니상 6관왕 등극은 글로벌 무대에서 K팝과 K드라마만 주인공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했다. 6월 ‘미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입이 벌어지게 하더니, 작품상과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며 결국 턱까지 빠지게 만들었다. 각본과 작사를 맡은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을 수상한 첫 한국인이란 기록도 세웠다. 2016년 300석짜리 소극장에서 출발한 이 뮤지컬이 지난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며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 기발함(quirky)에 보편적 인간애를 녹여낸 작품이 현지화 전략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누구나 공감할 내용을 맛깔스럽게 버무리라는 얘기. 그러니까, ‘잘’ 만들면 된다.❹ 제주 감성 ‘폭싹 속았수다’에 국내외 눈물 펑펑4년 동안 세상을 뒤흔들던 왕의 마지막 무대는 왠지 씁쓸했다. 6월 마지막 시즌3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K컬처 역사책에서도 언급될 이름이다. 2021년 9월 첫 시즌 공개 뒤 이듬해 미국 방송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이 거액을 품으려 목숨 건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은 팬데믹 이후 지구에 울려 퍼진 ‘우울한 팡파르’와도 같았다. 다만 물러섬의 미학이 그리 개운치는 않았다. 시즌3는 대놓고 혹평을 받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기립박수를 보낼 짜임새도 아니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 방영작 기준으로 선정한 ‘2025 베스트 K드라마’ 순위에서도 겨우(?) 3위에 머물렀다. 1위는 ‘폭싹 속았수다’였다. 올 3월 공개된 이 넷플릭스 드라마는 글로벌 톱10 TV쇼 부문에서 9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사계절에 빗대 풀어낸 ‘문예적인’ 작품이 전한 교훈은 뭘까. 역시, ‘잘’ 만들면 된다.❺ 꽃할배-트로트 천왕-개그 전도사 하늘 무대로올해도 별은 또 졌다. 이별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영원한 현역’일 줄 알았던 이순재 배우는 지난달 25일 91세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허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예능 ‘꽃보다 할배’ 등 70년 가까이 TV와 영화, 연극 무대를 넘나들던 고인의 열정.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대본을 놓지 않았다는 그의 성실함은 천국에서도 빛나지 않을까. 잊혀지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2월엔 ‘트로트 4대 천왕’ 가수 송대관이 떠났고, 10월엔 ‘개그맨’이란 말을 처음으로 만든 방송인 전유성이 작고했다.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불렸던 배우 김지미도 이달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으며, 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도 연이어 영면했다. 앞서 9월엔 ‘선댄스 키드’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의 별세 소식도 영화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❻ 관람객 600만명 ‘국중박’ 박물관 세계 4위 우뚝‘어쩌면 케데헌 덕?’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은 K컬처의 인기와 ‘뮷즈’(박물관 문화상품)의 히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관람객 수만 따지면 세계 박물관 4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여기에 전국 12개 국립박물관을 합치면 누적 관람객 수는 1380만여 명. 국립현대미술관의 누적 관람객 수 역시 337만 명(20일 기준)을 넘으며 개관 이래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 30대 방문객이 전체의 63.2%를 차지했으며, 외국인 관람객은 21만 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6.3%였다. 다만 이러한 열기를 내년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언하기 어렵다.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전시 질 향상과 관람 환경 개선, 소장품 관리 역량 강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중장기적으로 인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는 소리다.❼ 연예계 덮친 주사이모-소년범-조폭 연루 논란12월 연예계를 강타한 사자성어는 ‘주사이모’ 아닐까. 이달 초 개그우먼 박나래 씨로부터 피어오른 불씨는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전 매니저들에 대한 ‘갑질’ 논란 등으로 시끄럽더니, 결국 불법 의료행위 의혹은 샤이니 키(본명 김기범)와 유명 유튜버 입짧은햇님(본명 김미경)까지 파장을 미쳤다. 이들은 모두 고개 숙이고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개그맨 조세호 씨도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불거진 뒤 출연 프로그램들에서 하차했다.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 씨는 아예 은퇴를 선언했다. 30여 년 전 청소년 때 강력범죄 이력이 있다는 의혹 제기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정치계로도 옮겨 붙은 이번 논란은, 범죄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소년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❽ 돌아온 하니 떠난 다니엘, 완전체 깨진 뉴진스우리가 알던 뉴진스는 이제 사라졌다. 지난해 11월부터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뉴진스 사태’는 1년여의 세월을 날린 채 완전체 복귀가 물거품이 됐다. 당시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며 법적 분쟁에 들어갔던 뉴진스는 10월 1심 법원이 어도어의 승소 판결을 내리며 끝을 맺는 듯했다. 지난달 해린과 혜인이 공식 복귀를 선언했고, 나머지 셋도 돌아올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상황은 결국 분열로 치달았다. 어도어는 29일 하니의 복귀를 발표하며 다니엘의 전속계약 해지도 결정했다. 민지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나, 4세대 걸그룹의 정점이던 5인조 걸그룹은 이제 볼 수가 없게 됐다. 향후 행보도 관심이다. 2022년 데뷔해 K팝 판도를 바꿨다는 찬사를 들었던 뉴진스는 과거의 가공할 화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래저래 핫한 걸그룹이다.❾ 다섯 번 방한 교황 레오 14세, 2027년 또 온다4월 21일(현지 시간) 신대륙 국가(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처음 교황에 올랐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보름여 후인 5월 8일 제267대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도 미국 출신. 연이은 비(非)유럽계 교황의 배출은 교황청이 더는 과거의 관습과 권위에 머무르지 않고, 복음의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내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두 교황 모두 한국과 인연이 깊다. 역대 교황 중 한국을 방문한 건 1984년 5월 요한 바오로 2세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뿐이다. 2023년 9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동양인 성인 최초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세워진 건 이런 인연이 작용한 덕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는 2001년부터 12년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으로 다섯 차례나 방한했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 다시 한번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❿ 장관급 오른 K팝 사령관… 국가 핵심동력으로9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CCO) 겸 대표 프로듀서가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장관급)에 임명된 건 K컬처의 달라진 위상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현역 뮤지션인 그의 임명은 K컬처를 단순히 지원과 진흥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겠다는 정부의 메시지로도 읽히고 있다. 박 위원장은 K팝이 아직 북미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 도전했던 경험이 공동위원장 발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임명 당시 “K팝이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는 대중문화교류위가 화제성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정리=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을 이어온 걸그룹 뉴진스(다니엘, 민지, 하니, 해린, 혜인)의 ‘완전체’ 복귀가 무산됐다. 어도어는 하니의 복귀를 확정한 반면에 다니엘과는 전속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어도어는 29일 공식 입장문에서 “하니는 가족과 함께 오랜 기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법원 판결을 존중해 어도어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지에 대해선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다니엘은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분쟁 상황을 초래한 다니엘 가족 1인과 민희진 전 대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어도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니엘은 (다른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독자 활동을 하는 등 전속계약 위반 행위를 발견했다”며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해지를 통보했으며, 다니엘에 대한 손해배상 소장도 접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뉴진스는 해임된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1월 전속계약 종료를 선언하며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어도어는 같은 해 12월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올 10월 1심 법원은 어도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엔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를 결정했으며 하니와 민지, 다니엘도 복귀 의사를 언론에 전했다. 하지만 어도어는 나머지 3명의 “진의를 확인하겠다”며 즉각적인 결정을 미뤄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대호군(大護軍) 장영실이 만든 안여(安輿·임금이 타는 가마)가 견실하지 못하여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다.” 조선의 대표적인 과학자 장영실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24년(1442년) 3월 16일에 실린 이 기록을 끝으로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그 역사의 공백을 짐작해 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조선의 천재 과학자가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무대 위로 옮긴다. 이야기는 바로크 시대 화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방송국 PD 진석이 이탈리아인 엘레나로부터 비망록 한 권을 건네받으며 시작된다. 진석이 역사학자 강배와 함께 기록 속 단서를 좇는 과정에서 장영실의 행방이 드러난다. 1막과 2막의 대비가 또렷해 다채롭게 극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조선을 배경으로 한 1막은 신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영실과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뒷받침하는 세종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반면 2막은 역사적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이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조선을 떠난 영실이 낯선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진다. 두 세계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무대 미술이 특히 흥미롭다. 조선은 지붕이 있는 궁궐 구조를 중심으로 따뜻하고 안정적인 영실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유럽은 지붕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공간에서 이질성과 개방감을 동시에 부각한다. 이런 대비는 장영실이 경험해야 했던 두 세계의 간극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배우들의 1인 2역 소화도 관전 포인트다. 장영실과 현대의 역사학자 강배는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맡고, 세종과 PD 진석은 카이·신성록·이규형이 연기한다. 같은 배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을 인지하며 펼치는 메타적 유머도 웃음을 자아낸다. 대취타와 태평소 같은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되며 동서양의 조화를 꾀한 음악 역시 매력적이다. 유럽에 남겨진 영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넘버 ‘그리웁다’는 절절한 외로움과 상실감을 또렷하게 전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서사의 밀도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르네상스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2막에서 다빈치와의 관계가 전면에 부각되며 1막에서 공들여 쌓았던 세종과 장영실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흐려진다. 그럼에도 ‘한복 입은 남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대극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스케일과 미학을 안정적으로 보여준 작품. 장영실을 위인의 초상에 가두기보다, 국경과 시대의 경계에 놓인 한 인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 역시 의미가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을 이어온 걸그룹 뉴진스(다니엘·민지·하니·해린·혜인)의 ‘완전체’ 복귀가 무산됐다. 어도어는 하니의 복귀를 확정한 반면, 다니엘과는 전속계약 해지를 결정했다.어도어는 29일 공식 입장문에서 “하니는 가족과 함께 오랜 기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법원 판결을 존중해 어도어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지에 대해선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반면 “다니엘은 함께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분쟁 상황을 초래한 다니엘 가족 1인과 민희진 전 대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어도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니엘은 (다른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독자 활동을 하는 등 전속계약 위반 행위를 발견했다”며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해지를 통보했으며, 다니엘에 대한 손해배상 소장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뉴진스는 해임된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1월 전속계약 종료를 선언하며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어도어는 같은 해 12월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올 10월 1심 법원은 어도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엔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를 결정했으며, 하니와 민지, 다니엘도 복귀 의사를 언론에 전했다. 하지만 어도어는 나머지 3명의 “진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즉각적인 결정을 미뤄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대호군(大護軍) 장영실이 만든 안여(安輿·임금이 타는 가마)가 견실하지 못하여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다.”조선의 대표적인 과학자 장영실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24년(1442년) 3월 16일에 실린 이 기록을 끝으로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그 역사의 공백을 짐작해 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조선의 천재 과학자가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무대 위로 옮긴다.이야기는 바로크 시대 화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방송국 PD 진석이 이탈리아인 엘레나로부터 비망록 한 권을 건네받으며 시작된다. 진석이 역사학자 강배와 함께 기록 속 단서를 좇는 과정에서 장영실의 행방이 드러난다.1막과 2막의 대비가 또렷해 다채롭게 극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조선을 배경으로 한 1막은 신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영실과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뒷받침하는 세종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반면 2막은 역사적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이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조선을 떠난 영실이 낯선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진다.두 세계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무대 미술이 특히 흥미롭다. 조선은 지붕이 있는 궁궐 구조를 중심으로 따뜻하고 안정적인 영실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유럽은 지붕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공간에서 이질성과 개방감을 동시에 부각한다. 이런 대비는 장영실이 경험해야 했던 두 세계의 간극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한다.배우들의 1인 2역 소화도 관전 포인트다. 장영실과 현대의 역사학자 강배는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맡고, 세종과 PD 진석은 카이·신성록·이규형이 연기한다. 같은 배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을 인지하며 펼치는 메타적 유머도 웃음을 자아낸다. 대취타와 태평소 같은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되며 동서양의 조화를 꾀한 음악 역시 매력적이다. 유럽에 남겨진 영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넘버 ‘그리웁다’는 절절한 외로움과 상실감을 또렷하게 전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다만 서사의 밀도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르네상스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2막에서 다빈치와의 관계가 전면에 부각되며 1막에서 공들여 쌓았던 세종과 장영실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흐려진다. 그럼에도 ‘한복 입은 남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대극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스케일과 미학을 안정적으로 보여준 작품. 장영실을 위인의 초상에 가두기보다, 국경과 시대의 경계에 놓인 한 인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 역시 의미가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세계적 인구학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콜먼은 지난해 11월 한국의 한 포럼에 참석해 “한국이 인구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세계 최초로 인구 소멸을 맞이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같은 시기 엑스(X·옛 트위터)에 “세대마다 한국 인구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이라며 “인구 붕괴”란 게시물을 올렸다. 그동안 한국의 저출산 담론은 오랫동안 ‘숫자’의 언어에 갇혀 있었다. 합계출산율, 출생아 수, 인구 피라미드 같은 지표로 문제의 심각함을 주로 논의했다. 신간은 이 익숙한 논의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든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30년 넘게 인구경제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왜 이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이 점점 어려운 선택이 됐는가”를 묻는다. 책은 여성 인구 구조와 결혼 감소, 유배우(有配偶) 출산율 변화를 꼼꼼히 살피며 한국 저출산의 핵심 요인이 ‘결혼의 감소’와 ‘첫째 아이 출산의 급락’에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사교육비, 주거비, 노동시장 불안정, 성평등 수준 같은 경제·사회적 요인을 결합해 출산 결정이 개인의 의지나 가치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의 결과임을 논증한다. 특히 사교육비 증가가 둘째·셋째 출산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분석, 주택 가격 상승이 무주택자에겐 출산을 억제하고 유주택자에게는 자산 효과로 작용한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한국 사례 중심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것도 장점이다. 다만 저출산 정책 평가에서 지나친 단정은 피한다. “지난 20년의 정책이 ‘완전한 실패’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결혼한 중상위층 가구에 편중돼 정책의 영향권 밖에 놓인 사람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짚는다. 또 비혼 출산 지원 역시 출산율 제고 수단이 아니라 인권과 선택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합리적으로 풀어간다. 책의 결론은 명확하다. 출산율 자체를 목표로 삼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년의 현재를 힘들게 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조건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를 ‘인구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없다면, 어떤 숫자도 회복되지 않는다. 인구 위기를 둘러싼 다소 감정적인 논쟁을 넘어, 정책과 사회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차분히 짚어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한국 공연계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석화 씨(사진)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고인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줄곧 투병해 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이던 1975년 민중극단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원래 교사나 현모양처를 꿈꿨으나 개성 있는 음색 덕에 CM(광고방송)송을 부르며 주목 받았다. 대중에게 친숙한 “열두 시에 만나요…”(아이스크림)와 “하늘에서 별을 따다…”(탄산음료)가 고인의 목소리다. 고인이 스타로 발돋움한 작품은 ‘신의 아그네스’였다.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그를 연극계 간판 배우로 만들었다.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했다. 그는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국내 연극계를 이끄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역시 국내 초창기부터 ‘신데렐라’(1976년), ‘명성황후’(1996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으며, 1999년 음악전문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2022년 10월 런던 출장 중 쓰러진 고인은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당시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고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섰던 우정 출연이었다. 1984년 동아일보 여성동아대상을 비롯해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백상예술대상,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오스트리아 빈은 오래된 도시다. 한때 제국의 중심이었던 이곳에서는 최첨단 기술이나 번쩍이는 새로움보다, 낡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만나고 싶어진다. 시간이 남긴 흔적과 그 안에 쌓인 이야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간. 그런 여행자의 마음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곳이 마리아힐퍼 슈트라세에 자리한 호텔 ‘모토(MOTTO)’다.호텔 모토는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미쉐린 키 1개’를 받은 부티크 호텔이다. 총 85개 객실과 6개 스위트를 포함해 91개 객실 규모로 운영된다. 클래식 음악사와도 연관이 깊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생이자 작곡가인 요제프 슈트라우스가 1827년 이곳에서 태어났다.건물의 역사는 16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든 크로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19세기에는 ‘호텔 쿠머’로 불리며 화가와 작가, 음악가들이 모여들던 예술가들의 살롱 역할을 했다. 1904년 개보수 과정에서도 로비의 기울어진 모서리와 대형 기둥 같은 구조적 특징은 그대로 보존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군이 주둔했던 시기를 거치면서도 상층부 인테리어 일부는 남아 있다.호텔 위치의 과거를 들여다 보면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 가장 트렌디한 쇼핑 거리로 알려진 마리아힐퍼 슈트라세는 과거 쇤부른 궁전으로 향하던 주요 이동 축이었다.호텔 모토의 콘셉트는 ‘빈과 프랑스 파리의 만남’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감성이 단순히 ‘마케팅 포인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텔 모토의 세일즈·마케팅 총괄 이사인 롤란트 에겐호퍼(Roland Eggenhofer)는 “호텔의 오너가 파리와 프랑스 요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데다, 전후 프랑스군이 이 건물을 사용했던 역사적 맥락도 호텔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실제로 로비와 일부 공간에는 경매를 통해 파리 리츠 호텔에서 들여온 샹들리에와 조명, 빈티지 가구들이 사용되고 있다.외관은 빈 장인 공예의 정수가 응축된 모습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바탕으로 고딕과 비잔틴 요소가 겹쳐진 파사드, 탑과 돔의 구성은 세월 속에서도 온전히 보존됐다. 실내로 들어서면 요즘 호텔 같지 않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금빛 램프가 은은하게 빛나는 로비, 꽃무늬 패브릭 벽지와 거울, 샹들리에가 어우러지며 1920년대 파리로의 짧은 ‘플래시백’을 만들어낸다. 고전적인 느낌의 엘리베이터, 차분한 핑크색 위주의 객실 인테리어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이곳에 머문다면 조식은 꼭 먹는 것이 좋다. 호텔 모토의 모기업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케이터링 업체로, 대통령실과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주요 행사를 책임져왔다. 7층 레스토랑 ‘셰 베르나르’에서도 그 내공이 드러난다. 단품으로 제공되는 조식은 익숙한 메뉴지만 완성도는 분명 다르다. 1층 베이커리에서 직접 구워 제공하는 빵도 조식의 만족도를 끌어올린다.빈=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2’가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1위에 올라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다만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의 성적에 따라 최종 순위는 판가름날 전망이다.19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토피아 2’의 누적 관객 수는 571만22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위를 차지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568만1456명)을 넘어선 기록이다. 이로써 올해 국내 최고 흥행작 1·2위는 모두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뒤이어 한국영화 ‘좀비딸’(563만9920명)과 ‘F1 더 무비’(521만3724명),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341만9096명)이 3~5위에 올랐다. 상위 5편 가운데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 3편을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끈다.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는 누적 관객 879만9000여 명을 모았지만, ‘파묘’(1191만3000여 명), ‘범죄도시 4’(1150만2000여 명)에 밀려 3위에 그쳤다. 2019년 개봉한 ‘겨울왕국 2’은 1376만8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천만 영화’가 됐지만, ‘극한직업’(1626만5000여 명) 등에 밀려 연간 3위에 만족해야 했다.한편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이틀 만에 누적 관객 44만5369명을 기록하며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개봉 뒤 첫 주말인 20, 21일 성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올해 흥행 순위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세대 연극 스타’로 활약해 온 배우 윤석화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69세.연극계에 따르면 윤석화는 이날 오전 9시 54분경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이후 그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투병해 왔다. 고인은 19살이 된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원래는 교사나 의사, 현모양처가 꿈이었다는 그는 개성 있는 목소리 덕에 광고에 삽입되는 CM송을 부르며 방송국을 드나들었다. “열두 시에 만나요…”로 시작하는 부라보콘 CM송과 “하늘에서 별을 따다…” 오란씨 CM송이 모두 고인의 목소리다. 어느 날 ‘탤런트가 되어보겠냐’는 제안을 한 PD에게 “탤런트는 관심 없고 연극하고 싶다”고 답해 함께 찾은 민중극단에서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고인은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연극계 간판 배우로 발돋움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으로 고인은 1984년 여성동아가 제정한 제1회 여성동아대상을 받기도 했다.고인은 또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함께 국내 연극계를 이끈 여성 연극인으로 자리매김했다.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싹트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신데렐라’(1976년)에 발을 들인 뒤 ‘명성황후’(1996), ‘넌센스’(2001) 등 한국 뮤지컬사의 의미 있는 작품들에 출연하거나 제작했다.연극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활동도 활발했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다. 1999년에는 음악전문지인 월간 ‘객석’을 인수해 종합예술지로 발행했다.2002년에는 후배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대학로에 설치극장 ‘정미소’를 열었다.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고쳐 만든 192석 규모 소극장으로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바람을 담아 17년 간 운영했다.고인의 건강이 나빠진 건 2022년 《8월 연극 ‘햄릿’ 공연을 마친 이후였다. 그해 10월 런던 출장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귀국했는데,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자”며 항암치료를 중단하기도 했다.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8월이었다.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기념 연극 ‘토카타’에 외롭게 앉아 있는 노인 역할로 5분 가량 우정 출연했다. 고인은 그 해 한 인터뷰에서 “완전히 건강을 되찾는다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올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1989년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여자 연기상(1984, 1989, 1996년)과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1996년),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2004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국내 입양 기금 마련을 위한 활동을 지속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연극 분야 발전과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카자흐스탄 국립예술대학교(KazNUA)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 장남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선보인 배우를 한 명 꼽는다면 누구일까. 여러 의견이 나오겠지만, 꽤 많은 이들이 배우 박정민(38)을 떠올리지 않을까.그는 그간 영화 ‘전, 란’ ‘하얼빈’ 등 꽤나 다작에 출연했던 배우. 하지만 지난해 돌연 “1년간 쉬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로서 가장 빛이 날 때 선언한 ‘안식년’. 근데 묘하게도 대중은 이때 더 열광했다. 출판사 ‘무제’를 차려 베스트셀러를 내놓았고, 가수 화사의 뮤직비디오 출연 뒤 한 영화제에서 ‘끝내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뒤늦게 개봉한 초저예산 영화 ‘얼굴’은 극강의 연기를 뿜어냈고, 유튜브 채널 ‘침투부’ 등에 스스럼없이 나와 이슈가 됐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한’ 안식년이었다.그런 박 배우가 올해를 오랜만에 돌아온 무대로 마무리한다. 2017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를 맡은 뒤 8년 만. 그가 택한 작품은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를 표방한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2002년 맨부커상을 받은 얀 마텔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리안 감독의 2012년 영화로도 유명하다.18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무엇이 8년 만에 무대에 설 용기를 줬느냐”는 질문에 “가장 큰 용기를 낸 건 저를 택한 외국 연출들”이라며 웃었다.“무대를 자주 한 배우도 아니고, 엄청 오래 쉬었다가 갑자기 오디션 보고 하고 싶다고 나타난 저를 선택하셨으니까요.” 그는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무대가 무서웠다”고 한다. 들어오는 무대 제안도 줄곧 거절했다고. 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 무대 영상를 보고 마음이 뒤흔들렸다.“방대한 이야기를 한정된 공간에서 구현해 내는 방식이 놀라웠어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작품의 핵심은 ‘상상력에 기반한 믿음’이다. 폭풍우 속에서 구조된 파이는 병원에서 보험회사 직원에게 자신의 여정을 두 가지 버전으로 들려준다. 동물들과 함께한 동화 같은 이야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파괴하는 잔혹한 이야기. 뭘 믿을지는 각자의 몫이다.박 배우는 처음엔 두 번째 이야기가 진실에 가깝다고 느꼈다고 한다.“내년이면 마흔, 찌들 대로 찌든 나이에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 있지’ 의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 박 배우는 “연출님이 ‘조금 더 마음을 열어 보라’고 하셨다”며 “어느 쪽이 진실인지보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갔다”고 했다.“지금 표현하고 싶은 건 살고 싶어 하는 한 소년의 절규 같아요. 앞으로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요.”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날로그’는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 무대에서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머리와 심장, 다리를 담당하는 세 명이 조종하는 대형 퍼핏(puppet·꼭두각시)으로 구현된다. 박 배우는 퍼핏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연기라기보다 훈련”이라고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파이의 감정은 더 처절해진다. 그는 이 구간에서 감정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목을 보호하는 발성을 쓰는 순간, 감정적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소년이 희망과 절망의 극단을 오가며 버텨내는 과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려 했다.“좋을 땐 좋고, 절망할 땐 최선을 다해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상황마다 다른 감정 상태에 놓인 파이를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선보인 배우를 한 명 꼽는다면 누구일까. 여러 의견이 나오겠지만, 꽤 많은 이들이 배우 박정민(38)을 떠올리지 않을까. 그는 그간 영화 ‘전, 란’ ‘하얼빈’ 등 꽤나 다작에 출연했던 배우. 하지만 지난해 돌연 “1년간 쉬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로서 가장 빛이 날 때 선언한 ‘안식년’. 근데 묘하게도 대중들은 이때 더 열광했다. 출판사 ‘무제’를 차려 베스트셀러를 내놓았고, 가수 화사의 뮤직비디오 출연 뒤 한 영화제에서 ‘끝내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뒤늦게 개봉한 초저예산 영화 ‘얼굴’은 극강의 연기를 뿜어냈고, 유튜브 채널 ‘침투부’ 등에 스스럼 없이 나와 이슈가 됐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한’ 안식년이었다.그런 박 배우가 올해를 오랜만에 돌아온 무대로 마무리한다. 2017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를 맡은 뒤 8년 만. 그가 택한 작품은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를 표방한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2002년 맨부커상을 받은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안 감독의 2012년 영화로도 유명하다.18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무엇이 8년 만에 무대에 설 용기를 줬느냐”는 질문에 “가장 큰 용기를 낸 건 저를 택한 외국 연출들”이라며 웃었다. “무대를 자주 한 배우도 아니고, 엄청 오래 쉬었다가 갑자기 오디션 보고 하고 싶다고 나타난 저를 선택하셨으니까요.” 그는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무대가 무서웠다”고 한다. 들어오는 무대 제안도 줄곧 거절했다고. 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 무대 영상를 보고 마음이 뒤흔들렸다. “방대한 이야기를 한정된 공간에서 구현해내는 방식이 놀라웠어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작품의 핵심은 ‘상상력에 기반한 믿음’이다. 폭풍우 속에서 구조된 파이는 병원에서 보험회사 직원에게 자신의 여정을 두 가지 버전으로 들려준다. 동물들과 함께한 동화 같은 이야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파괴하는 잔혹한 이야기. 뭘 믿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박 배우는 처음엔 두 번째 이야기가 진실에 가깝다고 느꼈다고 한다. “내년이면 마흔, 찌들 대로 찌든 나이에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 있지’ 의심이 들었어요.”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 박 배우는 “연출님이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라’고 하셨다”며 “어느 쪽이 진실인지보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갔다”고 했다. “지금 표현하고 싶은 건 살고 싶어 하는 한 소년의 절규 같아요. 앞으로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요.”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날로그’는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 무대에서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머리과 심장, 다리를 담당하는 세 명이 조종하는 대형 퍼펫(puppet·꼭두각시)으로 구현된다. 박 배우는 퍼펫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연기라기보다 훈련”이라고 했다. “모든 ‘합’이 약속이었어요. 저를 ‘네 번째 퍼펫티어’라고 하는데,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적응이 되면서 파이의 감정에 따라 퍼펫이 다르게 보였죠.” 후반부로 갈수록 파이의 감정은 더 처절해진다. 그는 이 구간에서 감정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목을 보호하는 발성을 쓰는 순간, 감정적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소년이 희망과 절망의 극단을 오가며 버텨내는 과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려 했다. “좋을 땐 좋고, 절망할 땐 최선을 다해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매 상황마다 다른 감정 상태에 놓인 파이를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유명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인 키(본명 김기범·34·사진)가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A 씨에게 불법 의료 행위를 제공받은 걸 인정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키는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 씨(40)가 의료시설이 아닌 장소에서 링거를 맞은 사진이 공개된 뒤 연루설이 불거졌다. 키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키는 지인 추천으로 A 씨가 근무하던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그를 의사로 처음 만났다”며 “이후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고,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땐 자택에서 몇 차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의혹을 인정했다. SM은 이어 “(키는) 그를 의사로 알았고, 그 역시 별다른 언급이 없어 진료를 받는 게 문제가 될지 몰랐다”며 “최근 논란을 통해 그가 의사가 아니란 걸 알고 큰 혼란에 빠졌다. 본인의 무지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는 성명에서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알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가수 황가람이 부른 ‘나는 반딧불’이 올해 노래방에서 국민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로 뽑혔다. 17일 금영엔터테인먼트가 전국 금영노래방 반주기에서 집계한 올해 연말 결산 차트에 따르면 ‘나는 반딧불’이 1위를 차지했다. 황가람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이 노래는 가수 중식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로 시작하는 노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어려웠지만 결국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은 서정적 가사로 널리 공감을 얻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한 가사와 삶의 애환이 깊이 묻어나는 보컬이 시너지를 낸 노래”라며 “단순히 노래 감상을 넘어, 속내를 담아 부르고 싶은 이들이 많아 노래방 차트 1위에 오른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차트에선 조째즈의 ‘모르시나요’와 이창섭의 ‘천상연’, 버즈의 ‘가시’, 우즈의 ‘드라우닝(Drowning)’이 순서대로 2∼5위를 차지했다. 금영엔터테인먼트는 “이용자들은 ‘나는 반딧불’과 ‘모르시나요’ 같은 새롭게 해석한 리메이크 곡들을 자신의 감정과 스타일로 다시 부르며 소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유명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인 키(본명 김기범·34)가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A 씨에게 불법 의료 행위를 받은 걸 인정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키는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 씨(40)가 의료시설이 아닌 장소에서 링거를 맞은 사진이 공개된 뒤 연루설이 불거졌다. 키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키는 지인 추천으로 A씨가 근무하던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그를 의사로 처음 만났다”며 “이후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고,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땐 자택에서 몇 차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의혹을 인정했다.SM은 이어 “(키는) 그를 의사로 알았고, 그 역시 별다른 언급이 없어 진료를 받는 게 문제가 될지 몰랐다”며 “최근 논란을 통해 그가 의사가 아니란 걸 알고 큰 혼란에 빠졌다. 본인의 무지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키는 성명에서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알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키는 고정 출연하던 tvN ‘놀라운 토요일’과 MBC ‘나 혼자 산다’ 등에서 하차할 것으로 보인다. MC를 맡은 ‘2024 MBC 방송연예대상’에도 참석하기 어려워졌다.키는 최근 박 씨 관련 논란이 커진 뒤 그 역시 “‘주사이모’ A 씨와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A 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에 키의 집으로 추정되는 장소와 그의 반려견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가수 황가람이 부른 ‘나는 반딧불’이 올해 노래방에서 국민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로 뽑혔다.17일 금영엔터테인먼트가 전국 금영노래방 반주기에서 집계한 올해 연말결산 차트에 따르면 ‘나는 반딧불’이 1위를 차지했다. 황가람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이 노래는 가수 중식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로 시작하는 노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어려웠지만 결국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은 서정적 가사로 널리 공감을 얻었다.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한 가사와 삶의 애환이 깊이 묻어나는 보컬이 시너지를 낸 노래”라며 “단순히 노래 감상을 넘어, 속내를 담아 부르고 싶은 이들이 많아 노래방 차트 1위에 오른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차트에선 조째즈의 ‘모르시나요’와 이창섭의 ‘천상연’, 버즈의 ‘가시’, 우즈의 ‘드라우닝(Drowning)’이 순서대로 2~5위를 차지했다. 금영엔터테인먼트는 “이용자들은 ‘나는 반딧불’과 ‘모르시나요’ 같은 새롭게 해석한 리메이크 곡들을 자신의 감정과 스타일로 다시 부르며 소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모래 먼지 폭풍 ‘더스트 볼(Dust Bowl)’이 휩쓴 황폐한 땅에서, 두 젊은 남녀는 끝내 벗어날 출구를 찾지 못한다. 11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더 나은 삶을 꿈꾸다 범죄의 길로 빠진 실존 인물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국내 영화 개봉명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범죄 자체보다 빈곤과 공황의 시대에 내몰린 청춘의 절박한 선택에 시선을 둔다. 10일 극장에서 만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67)은 이 작품을 “젊은이들이 여기서 벗어나려 애썼던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왜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universal) 이야기가 아닐까요.” ‘지킬 앤 하이드’와 ‘마타하리’, ‘웃는 남자’, ‘시라노’ 등으로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친숙한 와일드혼은 팝 음악에서 출발해 뮤지컬 무대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작곡가.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의 히트곡 ‘웨어 두 브로큰 하츠 고(Where Do Broken Hearts Go)’를 만든 그는 이후 뮤지컬에서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분명한 클라이맥스를 지닌 음악으로 사랑받아 왔다. 이번에 선보인 ‘보니 앤 클라이드’는 국내에서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프로덕션이다. 의상과 분장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구성과 음악적 밀도 역시 이전 시즌보다 강화됐다. 2022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선보인 새 버전으로 호주와 브라질, 덴마크, 핀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됐다. 와일드혼은 “보니와 클라이드는 정말 다양한 문화권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며 “내 예술이 살아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각 나라에 최대한의 자유도를 주고자 한다”고 했다.이 작품은 와일드혼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특히 미국적인 색채가 짙다. 1930년대 텍사스를 배경으로 컨트리, 로큰롤, 재즈가 어우러진 음악 어법이 특징. 오케스트라는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텍사스 지역 색채를 드러내는 밴조와 만돌린을 강조한 9인조 편성으로 구성됐다. 그는 이번 한국 프로덕션에 대해 “뮤지션들이 정말로 내 스타일을 잘 포착해냈다. 아주 아메리카적인 사운드”라며 “텍사스 억양을 그대로 구현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진실하게(real)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와일드혼다운 중독성 강한 넘버들 역시 매력이다. 보니의 도발적인 끼를 담은 ‘하우 바웃 어 댄스(How ’Bout a Dance)’에 대해 “1920년대 히트곡이 무엇일지 상상하며 만든 곡”이라고 했다. 클라이드가 범죄자로 각성하는 ‘레이즈 어 리틀 헬(Raise a Little Hell)’은 “가수가 넘어야 할 큰 산 같은 노래”라며 “곡을 쓸 때 철저히 캐릭터 입장에서 분노를 느껴보고자 했다”고 했다. 2004년 ‘지킬 앤 하이드’ 한국 초연부터 와일드혼은 벌써 21년간 한국 뮤지컬과 인연을 이어왔다. 올해도 ‘데스노트’, ‘지킬 앤 하이드’, ‘웃는 남자’ 등 그의 작품 6편이 국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이를 두고 “나 자신을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웃었다. 최근엔 클래식 작곡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한다. 교향곡 1번과 2번을 완성했고, 세 번째 교향곡 ‘비엔나’를 작업 중이다.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등 자신의 뮤지컬 음악을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재구성한 음반도 최근 처음 녹음했다. “한국 관객들은 언제나 너무 놀랍고, 감사합니다. 관객들과 마치 연인 관계(love affair)처럼 느껴져요.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거라고 할까요. 역시 음악엔 국경이 없는 것 같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정부가 내년 1월 초 K팝 콘서트를 중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4대 대형 기획사인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에 콘서트 개최와 관련한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K팝 가수를 초청해 콘서트를 열 수 있을지 중국 측과 4대 대형 기획사를 상대로 사전 조율 단계”라고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직 행사가 명확하게 확정이 되지 않아 구체적인 섭외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내년 비슷한 시기에 뮤지션들의 스케줄에 대한 문의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확정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열린 첫 한중 정상회담 이후 답방 성격으로 방중을 추진 중이다. K팝 콘서트가 양국 문화 분야 협력에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여기에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시작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해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6일 베이징의 주중 한국문화원에선 ‘K팝 데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지난달 한중 국빈만찬에 참석한 뒤 “이 대통령, 시 주석과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자는 제안에 호응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불러 지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서울! 모두 춤 춰(Everybody, go dance)!”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이렇게 추운 날, 이렇게 후끈 달아오르는 무대라니. 도자 캣(Doja Cat)은 역시 도자 캣이었다.미국 팝스타 도자 캣이 9월 발매한 정규 5집 ‘비(Vie)’를 기념해 가진 첫 내한 공연은 눈보라를 뚫고 모여든 1만4000여 명의 한기를 금세 녹여 버렸다. 무대 내내 이어진 퍼포먼스는 모두의 체온과 호흡, 집중력을 함께 끌어올렸다.도자 캣은 올 2월 블랙핑크 리사와 부른 ‘본 어게인(Born Again)’으로 국내 팬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아이콘. 2014년 데뷔해 ‘쥬시(Juicy)’ ‘세이 소(Say So)’가 틱톡 밈으로 확산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첫 내한 공연에서 마주한 도자 캣은 흔한 ‘바이럴 스타’가 아니었다. 래퍼로서 날 서고 사나운 에너지, 필요할 때마다 절묘하게 강약을 오가는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무대라는 도화지에 몸을 마음껏 던지는 퍼포먼스. 훨씬 입체적이면서도 노련한 ‘올 라운드 플레이어’였다.보통 이런 콘서트는 무대 의상을 남녀 뮤지션 할 것 없이 서너 벌 정도 갈아입는 게 보통. 하지만 도자 캣은 이번 월드투어에선 모두 한 벌로 나서며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공연에선 실버 장식이 달린 ‘하의 실종’ 검은색 보디슈트에 레트로한 베레모, 초록색 가발을 매치했다.80년대 감성이 짙은 오프닝 곡 ‘카즈(Cards)’를 시작으로 도자 캣의 무대는 풍성하고 활기찼다. 연인과의 낭만적인 순간을 노래한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에선 몽환적인 보컬이 돋보였다. 날카로운 랩이 이어진 ‘겟 인투 잇(Get Into It)’은 야성적인 에너지가 넘쳐났다. “예쁜 게 죄는 아니다”라며 자존감을 노래한 ‘고저스(Gorgeous)’를 부른 뒤 활짝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여유도 인상적이었다.‘미성년자 관람 불가’ 공연답게 끈적한 무대는 ‘19금’ 수위를 넘나들었다. 딱히 선을 넘은 건 아니건만, 트월킹을 하거나 무대에 누워 노래만 불러도 뭔가 달랐다. 마이크 줄을 몸에 감거나 마이크를 입에 넣는 ‘마이크 먹방’은 특히나 그랬다. 자극적이면서도 랩과 보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습. 몸짓 하나하나가 하나의 무대 언어로 오감을 자극했다.하이라이트는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히트곡 ‘페인트 더 타운 레드(Paint the Town Red)’부터.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떼창을 이끌었고, 세련된 비트의 ‘보스 비치(Boss Bitch)’가 흐를 땐 공연장이 클럽처럼 출렁였다. 무대에 걸터앉아 ‘스트레인저(Stranger)’를 부르는 순간, 휴대전화 플래시가 물결치는 관객석도 장관이었다. 공전의 히트곡 ‘세이 소’를 거쳐 엔딩곡 ‘절러스 타입(Jealous Type)’까지. 무대에서 넘쳐난 에너지는 관객으로 퍼진 뒤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생큐, 코리아(Thank you, Korea)!” 짧은 인사와 함께 장미꽃을 건네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눈앞에서 마주한 도자 캣은 그저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겉멋 스타가 아니었다. 100분가량 이어진 무대에서 끝까지 관객을 춤추게 만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퍼포머’였다.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