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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 지진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지하상가에 “밖으로 대피하라”는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쇼핑 중이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하다 쫓기듯 상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가 직원들은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지시에 멀뚱멀뚱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남아 있는 손님들을 맞았다. ‘가만히 있으라’ ‘밖으로 나가라’ 외에 더 이상의 안내는 없었다. 비상구를 지키던 공무원에게 “상가 밖으로 나가서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진 발생 때는 건물 붕괴를 피해 운동장이나 공원 등 넓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곳을 안내하는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훈련 매뉴얼에 이런 구체적인 대피 요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손님은 모두 내보내면서 대피 방법은 가르쳐 주지도 않고, 뭐 이런 훈련이 있느냐”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국에서 9만 명 참가했다는데… 지난달 경북 경주시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뒤 처음으로 이날 제403차 민방위의 날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 대피 훈련이 전국에 걸쳐 실시됐다. 국민안전처는 군인 경찰 소방서 등 공무원 5만1619명과 지역 주민 2만439명이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민방위 대원과 봉사단체 회원까지 더하면 약 9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한 곳을 제외하면 이날 훈련이 제대로 이뤄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강원도청에서는 상주 직원 900여 명 가운데 150여 명만 안내방송에 따라 건물 밖 주차장으로 대피했다. 대다수는 책상 밑으로 대피한 뒤 그냥 자리에 남았다. 재건축으로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 아파트 단지에는 시민 1200여 명을 포함해 300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됐다. 참가자들은 경기 광주시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하지만 신기한 듯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훈련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빠진 ‘맹탕 훈련’에서 배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영등포역 지하상가에서 대피훈련을 지켜보던 서영훈 씨(76)는 “오늘 훈련은 예전 민방위 훈련보다도 못한 것 같다”며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공무원들의 적당주의가 팽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서울안전처? 훈련 상황뿐 아니라 준비 과정의 졸속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부산시는 6일에야 민방위 훈련을 지진 대피 훈련으로 대체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준비할 시간이 촉박해 경찰과 소방당국의 협조도 얻지 못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1∼4학년 학생 대부분은 훈련이 시작되기 전 수업이 끝나 학교에 없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민관군 합동으로 대대적인 훈련을 한다는데 정작 지진 공포에 떨었던 지역은 소외시킨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훈련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낙제점이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나 시민들 모두 ‘대충 시간이나 때우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훈련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처럼 불시에 진행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계명 국민안전처 비상대비민방위정책관은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다소 서둘러 진행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훈련의 문제점을 분석해 지진 대피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최지연 /부산=강성명 기자}
185명 대 9명. 한국과 프랑스의 2014년 버스 교통사고 사망자다. 전체 등록 버스는 한국 9만5095대, 프랑스 8만9000대로 비슷하지만 사망자는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프랑스는 2011년 버스 교통사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도로 위 무법자’로 불리는 한국의 대형 버스와 달리 프랑스 국민이 버스 운전사를 신뢰하는 이유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프랑스에선 자전거 도로를 버스전용차로 곁에 만들 정도로 버스를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만 유별난 게 아니다. 올해 발표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통계를 보면 2014년 버스 교통사고 사망자는 벨기에 4명, 이탈리아 5명, 영국 11명, 독일 13명에 그쳤다. 비교 대상인 28개국 중 덴마크, 핀란드 등 9개 국가는 아예 사망자가 없었다. 반면에 한국은 매년 버스 교통사고로 200명 안팎이 목숨을 잃는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장 수석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버스나 영업용 차량 운전사들이 공공 자산인 도로에서 수익을 얻는 만큼 안전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책임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가 일반 운전자보다 영업용 차량 운전자에게 더 엄격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전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도 우리와 다르다. 한국의 버스 운전 자격시험은 필기시험 합격 뒤 사흘 동안 교육을 겸한 실기 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실제 도로를 주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는 대중교통 운전면허를 따려면 20시간 이상 도로 주행 실습과 평가를 거쳐야 한다. 전체 교육도 280시간에 이른다. 교육 과정도 다양하다. 터널, 고가도로 등 다양한 도로 구조에 따른 운전 요령을 따로 배운다. 사고가 났을 때 빠른 대처를 위해 응급구조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음주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 전력이 있으면 운전면허 갱신도 쉽지 않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는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면허를 갱신할 때 최근 10년 동안의 사고 기록, 음주운전 기록까지 꼼꼼히 검토한다. 영국은 35시간, 독일은 15시간짜리 교육을 5년마다 받아야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한국은 간단한 적성검사만 통과하면 된다. 교통안전에 위협을 끼치는 행위도 적극 처벌한다. 버지니아 주는 혈중알코올농도 0.04% 이상으로 주행하다 적발되면 1년간 자격이 박탈된다. 3년 내 심각한 수준의 교통법규 위반이 3회 이상이면 120일 동안 자격이 박탈된다. 시속 15마일(약 25km) 초과 과속 운전, 사상자가 있는 사고, 부적절한 차로 변경이 이에 해당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고삐 풀린 대형 차량들의 폭주가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빡빡한 운행 스케줄에 생계형 운전사라는 이유로 이들의 무법 질주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대형 버스는 시속 110km, 3.5t 이상 화물차는 시속 90km를 넘을 수 없도록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운전사들은 이를 무력화하고 과속을 일삼고 있다. 18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하고 버젓이 차량 검사를 받다가 적발된 대형 차량이 올 들어 973대(9월 말 현재)에 이른다. 이미 201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규모(472대)의 두 배를 넘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올 7월부터 9월 말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한 버스와 화물차 3317대를 적발했다. 문제는 단속이나 검사 때 걸러지지 않은 불법 개조 차량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민 안전 위협 요소 대응·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2011년부터 올 4월까지 3.5t 이상 화물차 2만9606대가 시속 90km 이상으로 주행하다가 적발됐다. 대형 차량의 폭주 뒤에는 돈을 챙기는 대가로 안전을 무시한 정비업자들이 있었다.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은 불법 개조 차량을 운전한 운전사 26명과 무허가 정비업자 4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비업자 오모 씨(35) 등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전세버스와 화물차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하고 10만∼30만 원씩을 받았다. 적발된 버스 중에는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구단의 선수단 버스도 있었다. 운전사 손모 씨(59)는 2014년 선수단 버스 3대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한 채 운행하다가 정기검사 때 원상 복구하는 수법으로 적발을 피했다. 속도제한장치 해제는 시간이 돈인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차량 검사소 주변에선 ‘엔진 출력 증강’ 등이 적힌 광고지를 쉽게 볼 수 있다. 10만 원만 주면 20분 만에 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운수업체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인천의 한 전세버스 회사 관계자는 “차량 검사 때만 원상 복구했다가 다시 푸는 운전사들이 꽤 있다”며 “최근 단속이 심해져 조심하라고 당부는 하지만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0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참사가 일어난 지점도 제한속도가 시속 80km였지만 운전사는 20km 이상 초과해 달렸다. 경찰은 회사나 운전사가 사고 버스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했는지 조사 중이다.박성민 min@donga.com / 광주=이형주 / 울산=정재락 기자}

대형 버스 참사를 막으려면 차량 안전기준뿐 아니라 운전사 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버스 내부에 아무리 많은 안전장치를 설치해도 결국 운전사의 과실이나 부주의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고 인명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17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이나 벌점 초과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버스 운전사는 408명에 이른다. 음주운전 적발이 30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46명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까지 일으켰다. 또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점이 초과돼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58명, 적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갱신하지 않은 운전사도 49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체 버스 운전사 15만여 명 가운데 적성검사 등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부적격 운전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운전이 미숙하거나 사고 전력이 있어도 대형 버스를 운전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버스 운전 자격시험은 필기시험을 치른 뒤 사흘 동안 교육을 겸한 실기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 합격률은 90% 이상이다. 교통사고를 내도 ‘전치 8주 이상 인명 사고’가 아니면 안전교육조차 받지 않는다. 생계형 운전사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승우 교통안전공단 교육개발처 교수는 “독일은 3개월 이상의 소양 교육과 테스트를 거쳐 면허를 딴 뒤 5년마다 15일짜리 교육을 받고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라며 “우리도 지금보다 철저히 버스 운전사 면허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4일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 언양 나들목에서 경주 나들목 방향 1km 지점. 전날 관광버스가 전소된 지점의 도로와 콘크리트 가드레일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1.2m 높이의 가드레일이 갓길을 차지하면서 2차로 밖 여유 공간은 40cm 정도에 불과했다. 충돌을 우려한 일부 차량들은 도로 왼쪽으로 치우쳐 차선을 밟고 달렸다. 승객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13일 관광버스 참사는 이처럼 ‘공사 중 도로’의 위험한 환경과 운전자의 무리한 주행이 초래한 인재(人災)였다. 사고 지점을 자주 지나는 한 화물차 운전사는 “도로가 구불구불한 데다 갓길을 차지한 가드레일 때문에 대형차들은 도로를 지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운전사 이모 씨(48)의 무리한 끼어들기도 문제였다. 사고 지점은 얕은 내리막길이어서 과속 우려가 있는 구간이다.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2차로를 달리던 이 씨는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해 차량 여러 대를 추월한 뒤 다시 2차로로 급격하게 차로를 바꿨다. 인명 피해를 키운 건 버스에 난 화재였다. 경찰은 버스가 가드레일과 충돌하는 순간 연료통이 깨지고 마찰로 생긴 불꽃 때문에 버스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돌 강도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다. 연료통이 폭발하면서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을 놓쳤다”고 말했다. 사고 버스에는 승객들이 빠져나올 비상구도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출입문 쪽은 가드레일에 막혀 탈출이 불가능했다. 대부분의 관광버스는 이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탈출할 비상구가 없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정원 16인 이상 차량은 차체 뒤쪽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규정이 있다. 총면적 2m² 이상의 강화유리가 일정 규격 이상으로 부착된 경우 비상구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사고가 나면 승객들은 비상망치로 유리를 깨고 탈출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한밤중 실내등이 꺼지거나 차내에 연기가 가득 차면 비상망치를 찾기 힘들다. 이번에도 생존자들은 “비상망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버스 운전사 이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음주와 무면허 사고 등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다.박성민 min@donga.com /울산=강성명 기자}

《 정부가 불법 조업 단속에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을 강력히 응징하기로 했다. 필요시 함포 사격은 물론이고 경비함을 이용한 충격제압도 하기로 했다. 또 정선 명령을 어기고 도주하는 중국 어선은 공해상까지 추격해 나포하기로 했다. 정부는 11일 ‘중국 어선 단속 강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현행 해양경비법도 공용화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살상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현장에서는 사용을 자제해 왔다. 또 정부는 이날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도주한 중국 어선 관계자를 조속히 검거해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7일 발생한 해경 고속단정 침몰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서해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해경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어선이 폭력을 휘둘러 단속에 저항하면 공용화기 발사는 물론이고 함정을 직접 충돌시키는 제압 방식까지 감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용화기 사용 등은 이미 기존 규정에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단속 작전이 얼마나 강화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을 두고 해경 대원들 사이에서 실효성이 낮은 ‘엄포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폭력 어선에 함포도 발사 11일 정부가 발표한 중국 어선 단속 강화 대책에는 더 이상의 공권력 훼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이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 해경 경비함에 있는 벌컨포 함포 등과 같은 공용화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해양경비법 제17조는 선체나 무기 흉기 등을 이용해 경비대원을 공격하면 개인·공용화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춘재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조정관은 “공용화기를 사용할 때는 가급적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발포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지침을 최대한 빨리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선원의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행위로 검거된 선원들은 공무집행 방해는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해 전원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 중국 어선이 정선 명령을 어기고 도주할 경우 공해상까지 추적하고 중국 영해로 넘어갔을 때에는 중국 해경에 검거를 요청하기로 했다. 외교 공세도 높였다. 정부는 이날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 근절과 도주한 선박 관계자의 처벌을 요구했다. 9일 덩충(鄧瓊) 총영사를 초치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이 우리 공권력에 정면 도전한 직접적 조직적 도발”이라고 엄중성을 강조했다. 추 대사는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고 책임 있게 임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와 함께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전날에 이어 11일에도 “한국이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유관 문제를 처리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고속단정 침몰 사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실효성도 의심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나포 작전에 나서는 함정 요원들은 심드렁한 분위기다. 권총과 소총 같은 개인화기나 공용화기 모두 어차피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함정 요원들은 혹시 모를 인명사고 가능성 때문에 개인화기 사용을 꺼리고 있다. 그런데 벌컨포와 함포 등을 쏠 경우 대부분 100t 미만인 중국 어선은 반파되거나 아예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이 정도 크기의 배에는 10명 안팎의 선원이 타고 있기 때문에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과 외교적 문제는 물론이고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비함과 단속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화력만 키우는 건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년 성어기에 서해와 남해에 몰려드는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2000여 척. 해경이 보유한 경비함은 모두 311척인데 서해와 남해 동해에서 중국 어선 단속에 투입되는 경비함은 하루 40여 척에 불과하다. 인천해경서의 한 함정 요원은 “함포는 중국 어선에 직접 쏘지 않고 바로 옆 해상에만 떨어져도 10t 미만 소형 목선은 전복돼 침몰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중국 어선에 ‘경고장’을 던진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조현근 서해5도 중국 어선 대책위원회 간사(43)는 “해경의 강력 대응 방침을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민들이 오래전부터 정부에 요구했던 서해5도 관할 해경서 신설과 기동전단의 상설 운영 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박성민 min@donga.com /인천=황금천 /조숭호 기자}

《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근처의 교차로.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지만 시내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을 바라보니 버스 운전사는 왼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중이었다. ‘빵’ 하고 울리는 경적에 깜짝 놀란 운전사는 그제야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러면서도 손에 쥔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운전사는 미처 대화를 못 끝냈는지 운행 중에 또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운전사가 휴대전화를 조작하느라 순간순간 한눈을 파는 사이 오토바이 여러 대가 부딪힐 듯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 시내버스 사고로 사흘에 1명 사망 ‘시민의 발’로 불리는 시내버스가 오히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시내버스 교통사고 사망자는 109명. 최근 잇따른 대형 교통사고로 공포의 대상이 된 전세버스(40명)나 고속버스(9명)보다 오히려 인명 피해가 크다. 올 2월 경기 평택시에서는 일가족이 탄 화물차가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달리던 버스와 충돌해 어머니와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신호 위반 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4, 5일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연구위원과 함께 서울의 시내버스 운행 실태를 점검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버스는 도로 위 ‘최상위 포식자’였다. 급차로 변경, 정지선 위반 등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칙 운전’이 평균 3, 4분에 1회씩 반복됐다. 덩치가 작은 일반 차량은 버스를 피해 곡예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팀은 서울 강북구와 관악구를 오가는 간선버스, 금천구와 서초구를 오가는 지선버스를 직접 타고 차고지에서 회차 지점까지 교통법규 위반 실태를 확인했다. 버스전용차로 구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로를 갈지자로 주행하는 반칙 운전은 여전했다. 금천경찰서 앞 정류소를 출발한 버스는 도로를 횡단하듯 4차로에서 2차로까지 2개 차로를 한꺼번에 가로질러 끼어들었다. 다음 정류소까지 거리가 2km도 안 됐지만 굳이 추월 차로에 끼어들어 차량 서너 대를 따라잡은 뒤 ‘칼치기’(급격한 차로 변경)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버스에서 내린 뒤 ‘반칙 운전’ 점수를 계산해 봤다. 두 버스의 교통법규 위반은 각 22회. 모두 적발됐다고 가정했을 때 각각 범칙금 69만 원, 75만 원을 내야 한다. 벌점도 105점, 90점에 달했다. 벌점은 운전면허 정지 기준(40점)을 넘겼고, 면허 취소(1년 121점) 기준에 육박했다. 왕복이 아닌 편도 운행만 점검한 결과다.○ 100km 달릴 때 위협 운전 68회 눈으로 측정할 수 없는 버스의 위협 운전은 더 심각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3∼2015년 사업용 차량의 디지털 운행 기록을 분석한 결과 시내버스는 100km를 달릴 때 위협 운전을 68회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폭 운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화물차(18회)의 4배에 가까웠다. 위협 운전은 과속 급출발 급정차 급회전 등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11가지 운전 습관을 포함한다. 사고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 건 보행자다. 2012∼2014년 서울에서 발생한 버스 교통사고 사망자 137명 중 114명(83.2%)이 보행자다. 특히 버스중앙차로에서 사고가 잦았다. 횡단거리가 짧아지면서 무단횡단이 늘어난 반면 급출발 급정차 등 버스의 위협 운전 습관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사들도 이런 운전 습관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버스 운전사들이 꼽은 사고 원인은 차로 변경(30.6%), 급출발·급제동(22.1%), 신호 위반(9.1%) 등이 대다수였다. 1분, 1초라도 빨리 가겠다는 생각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임 연구위원은 “사고를 줄이려면 디지털 운행 기록을 분석해 위협 운전이 잦은 운전사나 회사에는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디지털 운행 기록 제출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노선·휴식·교육 바꿔야 사고 줄인다 버스 운전사들은 운행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서울의 경우 4∼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노선은 하루 2회, 3시간 미만의 단거리 노선은 3회씩 운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착이 늦어지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버스 운전 30년 경력의 이모 씨(65)는 “왕복 40km 거리를 2시간 50분 안에 돌아와야 하는데 제때 밥이라도 먹으려면 신호 대기나 정류소 정차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안전 교육도 문제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3년 동안 안전 교육을 받은 횟수는 평균 1.4회에 불과했다. 교육 대부분은 비디오 시청 등 실효성이 낮은 내용이다. 반면 일본의 운수회사들은 직급별, 연차별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외 안전교습소에서 체험 실습 교육까지 받는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시간에 달하는 장거리 노선을 대폭 개편해야 운전사의 피로도와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유독가스로 가득 찬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은 공기호흡기(공기통)에 의지해 불을 끄고 생존자를 구조한다. 공기통이 유일한 생명 유지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소방관들이 사용 중인 공기충전기(공기통에 공기를 넣는 장치) 10대 중 6대가 내구연한을 넘긴 낡은 제품이었다. 또 절반 이상은 공기 역류나 수분에 의한 부식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불량 제품이었다. 3일 국민안전처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서에 설치된 공기충전기 1147대 중 696대(60.7%)가 내구연한 6년을 넘겼다. 노후 충전기 설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94.4%)이었다. 다음으로 인천(89.5%) 창원(86.4%) 순이었다. 인구가 많고 소방서 출동이 잦은 서울(74.8%)과 경기(75.2%) 지역도 높았다. 게다가 공기충전기 343대(29.9%)는 공기 역류 방지를 위한 밸브가 없었다. 또 261대(22.8%)는 수분에 의한 부식을 막기 위한 자동정지 센서도 없었다. 두 기능은 각각 2005, 2009년 설치가 의무화됐다. 만약 공기통에 오염된 공기가 충전되면 소방관의 건강은 물론이고 화재 현장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올 8월 일부 공기통에서 백색가루 형태의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을 빚었다. 이물질이 확인된 제품은 전국적으로 500개 이상. 그러나 용기 내부의 부식 탓인지, 외부에서 유입된 건지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불량 장비는 소방관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소방관 3만7849명 중 3098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비율도 2012년 47.5%에서 지난해엔 62.2%까지 올라갔다. 진 의원은 “정부의 정책과 예산 우선순위에서 소방관의 복지와 건강은 매번 뒤로 밀리고 있다”며 “안전처가 각 시도와 함께 시급히 노후 장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것 보세요. 건물 외벽 마감재를 손으로도 뗄 수 있을 정도네요.”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5층 건물을 둘러보던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책기획위원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뜯겨진 1층 외벽 마감재 안으로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철물로 견고하게 고정돼 있어야 할 석재 마감재 일부는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이날 전문가와 함께 둘러본 서울 강남대로 주변의 건물 20곳은 대부분 석재나 유리로 외벽을 마감했다. 김 위원장은 “지진이 발생하면 콘크리트나 철근으로 된 건물 뼈대는 무너지지 않아도 이런 외벽 마감재는 충격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진 인명피해 주원인은 ‘비(非)구조물’ 지진 때 낙하물 사고가 우려되는 건 외벽 마감재뿐이 아니다. 근처 식당 옥상에는 약 15m 높이의 철탑이 설치돼 있었다. 태풍 등 거센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강남대로 일대는 상가건물의 벽면마다 간판 수십 개가 뒤덮고 있었다. 또 대형 수입차량 전시장은 도로 쪽 벽면의 70%가 유리였다. 지진이 났을 때 언제라도 보행자를 덮칠 수 있는 비구조물이다. 비구조물은 건물 골격을 제외한 외벽과 유리, 승강기, 전기·소방시설, 광고판 등을 말한다. 사무실이나 가정의 조명, 가전, 가구도 포함된다.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이나 교량이 무너지는 걸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인명 피해는 이런 비구조물 탓이 크다. 특히 도심에서 지진이 날 때는 비구조물 낙하에 따른 피해가 막대하다. 김 위원장은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의 70∼80%는 비구조물이 떨어지거나 파손되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입원한 환자 23명 중 5명은 텔레비전, 가구 등 낙하물을 피하지 못해 다친 경우였다. 학교시설 피해는 더 심각했다. 교육부가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지역 218개 초중고교 가운데 102개교에서 비구조물이 떨어지거나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대다수는 천장과 벽의 타일과 조명이 떨어지는 등 낙하물 사고였다. 승강기와 배관시설이 파손된 학교도 있었다. 이 의원은 “학교 내진 설계가 구조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비구조물 안전은 간과하고 있다”며 “내진 보강이 끝난 학교도 아이들의 안전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소방시설 비구조물 피해는 치명적 비구조물로 인한 지진 피해는 낙하물 사고뿐이 아니다. 소방이나 전기, 통신시설이 파손되면 대형 화재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곳은 병원이다. 구조물진단학회에 따르면 2010년 칠레 지진 당시 공공병원 130곳의 62%가 전기, 조명시설 등 비구조물이 파손돼 제 기능을 못 했다. 4곳은 아예 운영이 중단됐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진으로 병원이 무너지지 않을 수는 있어도 수술 등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건축물 중요도 기준에서 대형 병원은 특수시설로 분류돼 일반 건물의 1.5배 내진 기준을 갖춰야 하지만 과연 그 기준에 맞게 설계됐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발표한 ‘내진율 42%’(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 기준)가 실제 내진 성능과 동떨어진 통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물 붕괴나 매몰 사고는 피할 수 있어도 비구조물 파손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비구조물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민안전처는 5월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유리와 승강기, 조명 등 비구조물의 내진 설계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의 ‘건축구조기준’과 비교하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유리와 벽의 틈새 기준 등 일부 규정이 신설됐을 뿐 대부분 기존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박 교수는 “비구조물 내진 기준은 이미 마련돼 있다.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이를 따르지 않고 점검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진을 자주 겪은 일본, 미국 등 방재 선진국들은 비구조물 내진 기준을 엄격하게 따른다. 미국의 건축물 안전기준에는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비구조물은 지진 진동에 견딜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본은 조명기구 등에 이중 고정장치를 설치하도록 해 낙하물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미국 등 건축 안전기준이 까다로운 나라에서는 비구조물 하나를 추가로 설치할 때마다 안전에 영향이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구조물 내진 설계를 감독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非)구조물 ::건축물의 기둥과 기초 벽체 등 구조물을 제외하고 여기에 설치되는 부착물을 말한다. 외벽 칸막이벽 천장 조명 물탱크 전기통신장비 승강기 등이 해당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유치원 통학버스에 또 어린이가 치여 숨졌다. 그것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19일 오후 5시 20분 광주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옆 왕복 2차로 도로. A 양(6)이 놀이터에서 놀다 귀가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 순간 성모 씨(66)가 몰던 34인승 사설유치원 통학버스가 A 양을 치었다. A 양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S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다니는 A 양은 이날 오후 4시 20분 귀가한 뒤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고가 난 곳은 초등학교 담장 옆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였다. 학교 반경 300m 이내는 스쿨존으로 지정돼 모든 차량이 시속 30km 이내로 서행해야 한다. 또 신호등이 없어도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 당시 운전자 성 씨는 원생들을 모두 귀가시킨 뒤 교사 2명과 함께 유치원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성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이 사고지점 근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성 씨가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성 씨는 경찰에서 “횡단보도를 지나던 순간 버스 오른쪽에 있던 A 양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성 씨가 스쿨존 운행제한속도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또 당시 횡단보도에 불법 주차한 차량 운전자를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관리를 강화한 일명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로 13세 미만 어린이 10명이 숨졌다. 올 2월에도 충북 청주시에서 8세 초등학생이 태권도학원 차량에 치여 숨졌고, 지난달에는 광주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통학차량에 2세 남자아이가 치여 목숨을 잃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박성민 기자}

19일 오후 8시 33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km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는 12일 관측사상 최대인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시 내남면 화곡저수지와 불과 3.3km 떨어진 곳. 기상청 관계자는 “규모 4.5 지진은 현재까지 발생한 경주 지역 여진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여진의 발생 깊이가 약 14km로 깊고, 창문이 흔들리는 수준으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월성원전 등 모든 원전이 정상 가동했고, 고속철도(KTX) 등 일부 열차는 안전을 위해 일시 정지 후 서행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재산 피해는 11건, 지진 감지 신고는 1만2625건(오후 10시 반 기준)에 이르렀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여진의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본진이 다른 단층을 건드려서 새 지진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임현석 lhs@donga.com·박성민 기자}
추석 연휴 직전인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각종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연휴 막바지인 17일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 피해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14호 태풍 ‘므란티’와 16호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수증기를 품은 저기압이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18일 오전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곳에 따라 시간당 3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귀경 행렬이 이어진 17일에는 여수 278mm, 장흥 251mm, 통영 234.5mm 등의 강수량을 보였다. 충청 남부와 남부 지방에 호우특보가 발효됐고 막바지 귀경길에 오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전남 20개 항로를 비롯해 경남과 제주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모두 33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제주공항에서도 국내선 58편의 출발이 지연됐고 김해 울산 포항공항 등지에서도 지연이나 결항으로 이용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지진 피해 복구가 한창인 경주 일대는 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진 지역이 많아 폭우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경주 일대는 12일 지진 이후 여진이 총 351회(17일 오후 7시 기준)나 발생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안전진단 지원팀을 구성해 19일까지 주요 피해 지역의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박성민 기자}
제14호 태풍 므란티와 제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호우특보가 발효돼 전국에 큰비가 내리면서 추석 귀경길이 순탄치 못했다.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고 섬으로 통하는 선박 운항이 중단돼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성묘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7일 제주공항에서는 오전 9시 50분 출발할 예정이던 광주행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이 출발이 늦어지는 등 이날 서울 부산 광주 등 국내선 연결편 58편이 지연 운항했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바람이 초속 7.1m 안팎으로 강하게 불었으며 윈드시어(난기류) 특보도 내려졌다. 윈드시어는 강한 맞바람이 서로 충돌해 방향과 속도가 다른 돌풍을 형성하는 것으로 항공기 이착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기상 악화로 전남북과 경남, 제주 등 남부지역 바닷길 77개 항로의 127척 가운데 33개 항로 46척의 운항이 끊겨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성묘객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전남도는 먼바다에 2∼3m 높이 파도가 일어 전남지역 도서를 연결하는 여객선 53개 항로 85척 가운데 20개 항로 27척의 운항이 중지됐다고 밝혔다. 목포여객선터미널을 통해 섬에 들어간 귀향객은 5만4900명이었고 17일 낮까지 육지로 돌아온 인원이 5만1000여 명이었다. 아직 3000여 명이 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 여수의 경우 16개 항로 23척 가운데 15개 항로 21척이 결항됐다. 폭우로 인한 각종 사고도 이어졌다. 또 광주 광산구 운남동 도로에서는 불어난 물에 승용차 시동이 꺼져 운전자 손모 씨(62)가 119 구조대에 구조됐다. 또 부산 곰내터널은 3.5t 트럭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져 1시간 동안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과 전남 담양군 월산면 용흥사 계곡에서는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된 허모 씨(51) 등 등산객 5명이 구조됐다. 이 밖에 전남 강진군 성진면 풀치터널이 폭우로 토사가 유입되고, 광주의 비닐하우스 9동이 침수되는 등 폭우 피해가 속출하거나 축제 취소도 잇따랐다.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 /박성민 기자}
12일 규모 5.8의 역대 최강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시에선 명절과 태풍도 잊은 채 피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태풍에 따른 폭우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피해 현장에서는 13일부터 공무원과 군인, 자원봉사자 등 연인원 7000여 명이 투입돼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시간당 10mm의 장대비가 내린 17일에도 경주시 공무원과 전문건설인협회 소속 회원 50여 명이 황남동 등 피해 지역을 돌며 집 상태 등을 집중 점검했다.○ 폭우에 따른 2차 피해 우려 이번 지진으로 문화재 45곳을 비롯해 가옥 780여 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도와 경주시, 문화재청은 파손된 문화재 가운데 기와는 불국사 대웅전을 비롯해 대부분 임시 복구를 마쳤지만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침수가 우려된다. 진병길 경북문화재돌봄사업단장은 “일단 비닐로 비부터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가 그치면 신속하게 침수 여부를 확인해서 정상적인 복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붕 410여 곳은 응급조치를 한 상황이다. 하지만 17일 곳곳에서 비가 샌다는 신고가 잇따라 들어왔다. 진원지인 내남면과 한옥 주택이 많은 황남동에서 신고가 많았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경주에는 16일 오전부터 17일 오후 4시까지 125.5mm의 비가 내렸고, 18일 오전까지 10∼5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성동에 사는 김모 씨(39)는 “강진이 난 뒤에도 계속 여진이 이어져 깜짝깜짝 놀란다”며 “태풍 영향으로 폭우까지 내리니 부서진 지붕이나 담이 허물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경주는 지진의 진원지라서 다른 곳보다 지반이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금이 간 집이나 담 등 위험한 장소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박업계와 전통시장, 부동산 업계 등 타격 지진은 잦아들었지만 경주 시민들과 관광객의 ‘심리적 지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숙박업소다. 현대호텔과 힐튼호텔 등 보문단지 내 주요 호텔을 비롯해 콘도와 펜션, 리조트 등 수십 개 숙박단지에서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들이 속출했다. 경주시가 파악한 숙박업소들의 전체 예약 취소율은 65%가량이다. 숙박 예약을 취소한 관광객은 6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한 직간접 피해액은 1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현대호텔은 지진 발생 당일 투숙했던 수십 명이 환불해 호텔을 빠져나갔으며 약 300개의 객실은 연휴 예약이 취소됐다. 전통시장은 추석 대목이었음에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불안해진 시민들은 시장으로 선뜻 나서지 못했다. 신우현 경북 성동시장 상인회장(60)은 “13일 오후부터 조금씩 손님들이 다시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벽이 갈라지는 등 피해를 입은 상점 40여 곳은 현재 복구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계속되는 ‘지진 공포’…지진 대비 방안도 시급 지진 이후 시민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추석(15일)저녁에도 2시간 동안 규모 1.9∼2.6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하는 등 300차례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블로그와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지진 이후 가벼운 층간 소음에도 마음이 불안해지네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또 흔들, 불안해서 살 수가 없네요” 등 지진 공포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스마트폰으로 진동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지진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받았다는 사람도 많았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17일 경주를 방문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청했다. 부서진 한옥 기와 보수를 위해서는 피해액의 70%를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화재를 제외한 한옥 기와 피해액은 현재 8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진 피해 부상자는 17일 오후 5시 현재 23명으로 집계됐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16일 9건 등 닷새 동안 지진 감지 신고 5만2706건이 접수됐다. 건물 균열 1513건, 지붕 파손 2416건, 담장 파손 871건, 수도배관 파열 61건, 도로 균열 21건 등 피해 신고 5744건이 접수됐다. 국민안전처는 3030건(52.8%)은 2차 붕괴 방지 등 응급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경주 24억 원, 울산 7억 원 등 4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진 피해 지역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경주=이권효 boriam@donga.com /최지연·박성민 기자}

‘9·12 지진’을 계기로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진경보 속도 향상 △내진 점검 △원전 안정성 강화 △정밀 지질역학조사 △지진 안전교육 등의 분야에서 대대적인 점검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우선 재난경보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지진경보는 기상청이 지진 발생 장소와 규모를 파악하면 국민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를 송출하는 구조. 하지만 12일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강진이 발생했는데도 긴급재난문자는 9분 뒤 송출돼 ‘뒷북경보’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전국에 설치한 지진계는 총 150곳. 20km 간격으로 설치돼 지진을 감지하는 데 4초 이상 걸린다. 기상청이 지진신호를 분석하는데도 평균 50초가 필요하다. 지진 발생 1분여의 시간이 지난 후에 지진 정보가 국민안전처로 보내지지만 안전처 역시 경보 발령 지역을 선정해 문자를 발송하기 때문에 빠르면 3, 4분, 늦게는 10분 후 지진경보가 국민에게 전달된다. 일본은 늦어도 10초 내에 경보가 발령된다. 미국도 20∼40초 사이에 지진경보가 전달된다.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우남철 주무관은 “10초 내로 지진경보가 전달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진율 향상도 절실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중 내진 확보가 된 건물은 6.8%(47만5335동)에 불과하다. 건축법상 내진설계를 꼭 해야 하는 건물조차 33%(47만5335동)만 내진시설을 갖췄다. 지질 연구가 축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주시와 인근에는 월성원전 등 총 12기의 원전이 모여 있다. 인근 바닷속 지각도 잘 움직이는 ‘활성단층’이라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올 수 있다. 규모 6.5∼7.0을 견디게 설계된 국내 원전이 7.0 이상을 버티도록 강화해야 한다는 것.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규모 7.0의 강진도 염두에 두고 예방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며 지진 피해 예방 수칙, 대피법 등 체계적인 지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박성민 기자}

12일 오후 8시 32분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내남면 부지리 화곡저수지 부근)에서 국내 지진 관측(1978년) 이래 역대 최대인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오후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역대 5번째 강진이다. 두 진앙은 직선으로 1.4km 거리에 불과해 불안감이 더 컸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이날 서울 기상청 본청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이번 지진은 관측사상 가장 큰 지진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남한 전 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주와 대구 일대에서 체감 진도는 6, 부산과 경남 창원에서 느낀 진도는 5에 이르렀다. 밤 12시까지 규모 2.0∼3.0의 여진이 90여 차례나 이어졌다. 쓰시마(對馬) 섬에서도 진도 3의 흔들림을 감지한 것으로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지진 이전에 가장 큰 지진은 1980년 1월 8일 북한 평안북도 삭주 남남서쪽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었다.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총 9번 발생했는데 이 중 3번은 올해 발생했다. 기상청은 해일이나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앙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양산단층대 부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지진 진동이 감지되면서 119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오후 9시 30분 현재 경주와 울산, 부산, 서울 등 전국적으로 3만7267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역대 최대 강진이었지만 진원지가 땅속 깊은 곳이라 대구 경주 등에서 부상자 6명만 발생한 것으로 집계(밤 12시 현재)됐다. 2차례의 지진에 월성 원전 4기와 울산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4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앞서 7월 5일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69일 만에 남동쪽 지역에서 또 역대 최대 강진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임현석 lhs@donga.com·박성민 기자}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 한 뒤 일가족이 탄 승용차를 들이받아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고속도로순찰대 2지구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40분 경 대전 동구 대성동 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 방향 209㎞ 지점(통영기점)에서 다코타 0.6t 화물차를 몰던 오모 씨(57)가 10㎞ 가량을 역주행하다 1차로를 달리던 김모 씨(33)의 아반떼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김 씨의 어머니(61)가 숨졌다. 김 씨와 조카(2)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오 씨가 이날 오전 0시 18분쯤 서대전 나들목으로 진입한 것으로 미뤄 도중에 유턴 하듯이 차를 돌려 10㎞가량을 역주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씨의 가족은 11일 오후 “치매에 걸린 오 씨가 오전 7시 경 집에 나간 뒤 들어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오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환자의 운전은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부의 운전면허 관리 대책은 부실하다. 경찰청은 65세 이상 운전자 중 약 22만여 명이 치매를 앓는 상태로 운전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하대 의대 연구팀이 2005~2013년 치매환자 4377명을 분석한 결과 272명(6.2%)이 운전을 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54%는 1년 뒤에도 운전을 계속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상 치매 등 정신질환으로 입원 치료 중인 사람 중 입원기간이 6개월 이상인 이들에 대해서만 수시적성검사를 하고 있다. 대다수 가벼운 치매 환자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운전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수시적성검사 역시 ‘위험 운전자’를 모두 걸러내지 못한다. 지난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6146명 중 불합격 된 운전자는 188명(3%)에 불과했다. 일본도 치매 운전자 역주행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224건 중 27건이 치매 환자가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서안산 나들목 근처를 달리던 차량 앞에 갑자기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대형 컨테이너 트럭 2대가 2, 3차로에서 경쟁하듯 속도를 내고 있었고 추월차로인 1차로마저 전세버스가 차지하고 있었다. 전체 차로가 막힌 승용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도를 늦췄고, 영문도 모른 채 ‘깜깜이 운전’을 해야 했다. 다른 화물차들이 따라붙으면서 승용차 3, 4대가 순식간에 대형 차량들에 의해 사방이 포위되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들 차량의 간격은 20∼30m에 불과했다.○ 7500대 적발했지만 ‘반칙 운전’ 여전 최근 ‘대형 차량 공포’가 확산되면서 경찰의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고속도로 상황은 여전히 심각했다. 본보 취재진이 암행 순찰차를 타고 목격한 대형 차량들은 ‘도로 위 괴물’과 다름없었다. 교통 흐름이나 다른 차량의 안전은 아랑곳 않고 지정 차로 위반, 과속, 난폭운전을 일삼았다. 8일 오전 영동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각각 1시간 동안 적발된 대형 차량은 12대. 5분에 한 대꼴이었다. 26t 폐기물 운반 차량으로 1차로를 달리다 적발된 운전자 이모 씨(44)는 “앞에서 서행하는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1차로를 달렸다. 운반 시간을 맞추려면 별 수 없다”고 말했다. 제2경인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서창 갈림목에서는 전세버스 한 대가 도로를 횡단하듯 3차로에서 1차로로 끼어들었다. 1, 2차로 차량들은 급하게 속도를 줄여 겨우 사고를 피했다. 버스는 2km가량 달아났지만 결국 암행 순찰차 지시로 갓길에 멈춰 섰다. 운전자 이모 씨(41)는 “3차로가 주행 차로인 화물차들이 2차로를 점령하고 있으니 버스들은 1차로를 달릴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7, 8월 두 달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지정차로 위반으로 암행 순찰차에 적발된 화물차는 7498대. 전체 단속 건수(1만682건)의 70%가 넘는다. 고속도로순찰대 11지구대 윤종남 경위는 “7월 봉평터널 사고 이후 집중 단속으로 대형 차량의 불법 주행이 많이 줄었지만 요즘도 한 시간에 10대 이상의 차량을 적발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면 대형 차량은 승용차보다 치사율이 높다. 지난해 화물차 교통사고 치사율(사고 100건 당 사망자)은 3.4명으로 승용차(1.5명)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3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차량 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방 주시 태만(758건), 졸음운전(674건), 과속(431건) 등 운전자 과실에 따른 사고의 치사율은 14.3명에 달했다. 김동국 한국도로공사 사고분석차장은 “특히 과적 차량은 제동 거리가 평균 50%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사고 피해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공포의 중부내륙고속도로 일반 운전자들이 화물차 사고를 가장 주의해야 할 도로는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꼽는다. 화물차의 과속 및 난폭 운전이 잦아 다른 운전자들에게 ‘공포의 도로’로 불린다. 지난해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 사망 사고 22건 중 18건(82%)이 화물차가 일으킨 사고였다. 최근 3년 동안 사망 사고가 20건 이상 발생한 주요 고속도로의 화물차 사고 비율도 중부내륙고속도로(68.8%)가 가장 높았다. 이어 남해고속도로(55.6%) 경부고속도로(50.7%) 순이다. 9일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부근에서는 2차로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14t 트럭이 발견됐다. 졸음운전이 의심됐다. 암행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붙자 운전자는 그제야 차선을 넘지 않고 정상 주행을 했다. 졸음운전으로 보이는 대형 차량은 거의 10분 간격으로 발견됐다. 택배 차량 운전사 임모 씨(63)는 “요즘 추석 운송 물량이 밀려 하루 3, 4시간씩 자고 운전대를 잡는다”고 말했다.○ 600억 원짜리 안전 대책도 무용지물 정부 대책이 헛바퀴 돌면서 대형 차량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속도제한장치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 8월 이후 생산된 3.5t 이상 차량에 속도제한장치를 달도록 했다. 시속 90km 이상 주행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많은 차량이 이 장치를 불법으로 뗀 채 달리고 있다. 2011년부터 1t 이상 차량에 부착하도록 의무화된 디지털 운행 기록 장치도 마찬가지다. 차량 속도, 분당 엔진 회전수, 차량 좌표 등의 정보가 기록돼 과속, 급차로 변경 등 11개 유형의 위험 운전 행동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장치는 개발 및 보급에 약 600억 원이 들었다. 하지만 교통안전법 개정 당시 운수업계의 반발로 디지털 운행 기록 장치를 근거로 단속이나 처벌은 할 수 없다. 교통사고를 일으켜도 이 장치를 제출해야 할 의무는 없다. 디지털 운행 기록을 사고 예방에 적극 활용하는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독일은 경찰이 예고 없이 단속을 벌여 운행 속도와 주행 거리를 위반한 기록이 확인되면 곧바로 벌금을 부과한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운행 기록 장치를 바탕으로 운전자들에게 개별 아이디(ID)를 부여하면 차량과 운전자의 기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대형 차량의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운전자의 무리한 운행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시흥=박성민 min@donga.com / 칠곡=정성택 기자}
10일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김포시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화재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안전장비 비치 여부 등을 포함해 작업 중 안전불감증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11일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생존자 김모 씨(47)는 경찰에서 “지하 2층에서 작업하다 동료를 만나러 지하 1층에 잠시 올라가 물을 마시던 중 불길이 솟아 오르는 게 보여 소화기로 끄려 했으나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1층에서 용접 작업을 하다가 튄 불꽃이 천장에 있던 우레탄폼 소재 단열재로 순식간에 옮겨 붙어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팀과 이날 합동 감식을 벌였다. 또 공사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화재 당시 소화기를 포함한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정해진 안전규정에 따라 작업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불이 난 주상복합건물은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연면적 1만5900m²)로 지난해 12월 착공해 내년 1월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일 오후 발생한 화재로 지하 1, 2층에서 스프링클러 배관 용접작업을 하던 근로자 7명 가운데 4명이 외부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형 공사현장의 사고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 6월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는 철근 절단 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이후 국민안전처가 전국 20개 대형 공사현장을 선정해 긴급점검을 실시한 결과 모두 281건의 안전수칙 위반이 적발됐다. 공사현장 한 곳에 10건 이상인 셈이다. 유형별로는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는 등 재난사고 예방을 하지 않은 경우가 109건, 보호헬멧 미착용 등 안전수칙을 어긴 경우가 95건 등이었다.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근로자들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곳도 16곳이나 됐다.김포=황금천 kchwang@donga.com / 박성민 기자}
법정에 들어선 피고인의 얼굴에선 아무런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초점 잃은 두 눈은 텅 빈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판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를 묻는 판사의 질문과 변호인의 추가 증거자료 요청 뒤 10여 분 만에 끝났다. 6일 오전 강원 영월군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봉평터널 추돌사고 2차 공판이 열렸다. 가해 운전자 방모 씨(57)의 국선변호인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사고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방 씨가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느라 피해 차량을 늦게 발견했다”며 “앞 차량이 주행 중인 것으로 착각해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터널 구간의 차량 흐름을 착각해 사고를 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 역시 넓은 의미의 ‘졸음운전’으로 보고 있다. 방 씨는 변호인을 통해 뒤늦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변호인은 “사고 직후에는 죄책감에 유족들에게 미처 사과를 하지 못했다”며 “피고인이 조만간 서신으로라도 유족들에게 사죄하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1차 공판에서 유족들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용서를 빌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방 씨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직 재판 초기이지만 방 씨는 고의성이 없는 ‘과실 사고’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방 씨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도 선고 형량은 3년을 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과실범의 처벌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대형 사업용 차량의 과실은 양형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영월=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