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속 소방관 생명줄 공기충전기 60% 낡아

  • 동아일보

[열악한 장비- 근무환경에 우는 ‘MIU’]
1147대 중 696대 내구연한 넘겨… 절반은 공기역류 못막는 등 불량
지난 8월엔 공기통서 이물질 나와

 유독가스로 가득 찬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은 공기호흡기(공기통)에 의지해 불을 끄고 생존자를 구조한다. 공기통이 유일한 생명 유지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소방관들이 사용 중인 공기충전기(공기통에 공기를 넣는 장치) 10대 중 6대가 내구연한을 넘긴 낡은 제품이었다. 또 절반 이상은 공기 역류나 수분에 의한 부식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불량 제품이었다.

 
3일 국민안전처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서에 설치된 공기충전기 1147대 중 696대(60.7%)가 내구연한 6년을 넘겼다. 노후 충전기 설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94.4%)이었다. 다음으로 인천(89.5%) 창원(86.4%) 순이었다. 인구가 많고 소방서 출동이 잦은 서울(74.8%)과 경기(75.2%) 지역도 높았다.

 게다가 공기충전기 343대(29.9%)는 공기 역류 방지를 위한 밸브가 없었다. 또 261대(22.8%)는 수분에 의한 부식을 막기 위한 자동정지 센서도 없었다. 두 기능은 각각 2005, 2009년 설치가 의무화됐다. 만약 공기통에 오염된 공기가 충전되면 소방관의 건강은 물론이고 화재 현장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올 8월 일부 공기통에서 백색가루 형태의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을 빚었다. 이물질이 확인된 제품은 전국적으로 500개 이상. 그러나 용기 내부의 부식 탓인지, 외부에서 유입된 건지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불량 장비는 소방관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소방관 3만7849명 중 3098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비율도 2012년 47.5%에서 지난해엔 62.2%까지 올라갔다. 진 의원은 “정부의 정책과 예산 우선순위에서 소방관의 복지와 건강은 매번 뒤로 밀리고 있다”며 “안전처가 각 시도와 함께 시급히 노후 장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소방관#공기충전기#불량장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