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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린 이날,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지만 37명 청년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2018년 대학생 비무장지대(DMZ) 통일발걸음 발대식’은 이렇게 시작부터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엔 페루, 이탈리아, 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대학생 7명과 우리 대학생 60명(이 중 30명은 탈북 대학생)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 참가자들은 예년보다 높은 3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이들이다. 최용재 통일발걸음 기획팀장은 “올해 통일 분위기가 고조된 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참가자는 이날부터 22일까지 6박 7일간 김포, 강화, 파주 등 서부전선 120km를 걷는다. 한상대 6·25공원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은 발대사에서 “요즘 통일의 소리가 들린다. 통일을 향해 앞으로 가자”고 독려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대한 걱정보다는 향후 일정에 대한 기대감이 학생들에게는 더 큰 듯했다. 한 탈북 대학생 참가자는 “파주에서 남한 청년들과 북한을 바라보며 그들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 페루 출신으로 동국대 연극학부에 재학 중인 키아라 씨(25)는 “원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다. 탈북 청년과 친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낮에는 행군을 하고, 저녁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등에게 강연도 듣는다. 행사는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와 6·25공원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우연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촛불집회’ 당시 작성한 계엄 선포 검토 문건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구두로 문의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최 원장은 송 장관과 나눈 대화가) 법률 검토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고 국방부도 뒤늦게 “법리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군 안팎에서는 16일 공식 수사를 시작하는 군 특별수사단이 송 장관의 문건 은폐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방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송 장관은 3월 18일 평창 겨울패럴림픽 폐회식 행사장에서 최 원장을 만나 “군이 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이 있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에 최 원장은 “특정 정치세력을 진압하려는 의도로 작성한 문건이라면 군의 정치 관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치안 유지가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 통상적 대응방안을 검토해 본 수준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감사원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하자 해명 자료를 배포해 “최 원장은 문건을 제시받거나 세부 내용을 듣지 못했다. 일반론적 답변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직후 국방부도 “대변인이 ‘법리 검토를 요청해 결과를 받았다’고 말실수를 했다. 정식으로 법리 검토를 문의해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12일 국방부 대변인이 “외부 전문가에게 (기무사 문건의) 법리 검토를 맡겼다. (검토를 한 사람은) 전문성을 갖춘 고위공직자”라고 했던 말을 사흘 만에 번복한 것이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남북 간 군 통신선 복구 사업에 필요한 휘발유 등 금수품목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재 예외를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예외 승인을 받아낸 것은 처음이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5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후 안보리에 남북 군 통신선 복구 사업에 필요한 물자에 대한 제재 예외를 요청해 최근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에 필요한 대북 제공물자 50여 개 가운데 휘발유를 비롯한 연료와 버스·트럭과 같은 일부 차량 등이 요청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판문점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고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 15개국이 14일 새벽 별다른 반대 없이 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예외 인정에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량이나 차량 대수 등 대북 제공 물자의 상한선도, 군사적 목적으로의 전용을 막을 감시장치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북한에) ‘사업에 필요한 물자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또 제재위가 실제 사용량 등을 모니터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향후 필요성이 생기면 추가로 제재 예외를 요청한다는 자세여서 “비핵화 진전도 없는데 우리가 앞장서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소리(VOA)는 최근 평양 기름값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평양 주재 외교관을 통해 “L당 1.26유로 수준이던 휘발유 가격이 13일 현재 1.1유로로 13% 하락했다. 1.50유로였던 디젤유는 1.32유로로 12%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선포 검토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3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구두로 물은 것이 확인되면서 송 장관 책임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독립수사단을 설치해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기 전까지, 송 장관이 수사 지시는커녕 문건의 위법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조차 안 한 사실이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감사원이 ‘최 원장이 관련 법리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한 직후 브리핑을 자청했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은 3월 16일 기무사령관에게서 문건을 전달받은 이후 누구에게도 문건을 보여주며 정식 법리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앞서 국방부는 “송 장관이 문건을 전달받은 직후 외부 전문가를 통해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법리 검토를 했다”며 “그 결과 수사 대상까지는 아니지만 기무사의 월권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를 기무사에 대한 고강도 개혁의 근거로 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국방부는 ‘법리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바꾸며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4개월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뭉갠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한 문건이 공개되면 정상회담의 의미가 퇴색될 것을 우려해 문건 공개와 수사 지시 시점을 늦춘 것”이라고 했다. 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건이 공개되면 ‘군이 여당 편을 든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국방부는 “앞서 ‘법리 검토를 했다’는 발언은 대변인의 실수였다”면서도 그 같은 발언을 정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군 특별수사단이 16일부터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등에 대한 공식 수사를 시작함에 따라 송 장관이 조사를 받을지가 관심을 끈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송 장관은 현역 군인이 아닌 공무원 신분이어서 군 특별수사단의 수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핵무력 건설(building of nuclear force)’이란 표현이 등장하면서 북-미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이후 핵무력은 물론이고 ‘병진노선’조차 언급하지 않았던 북한이 미국을 타깃으로 한 노동신문 영문판에서 12일 핵무력 건설을 다시 언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 북한은 이날 판문점 미군 유해 송환 실무협상에도 불참한 채 미국에 장성급 회담을 역(逆)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비핵화’는 물론이고 체제 보장을 얻기 위해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등장한 ‘핵무력’ 노동신문은 12일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문 사설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위해 중단 없이 전진해 온 패기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번영의 새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력 건설에 매진했던 기세 그대로 새로운 노선인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이 사설은 주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해 북한 내부의 신념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이후엔 일절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핵무력 건설’이 다시 등장했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에 ‘병진노선’이 등장한 것도 5월 30일 사설에서 “병진노선을 위대한 승리로 결속한 것처럼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자”고 한 것이 마지막이다. 핵무력 건설이 등장한 12일자 영문 사설은 전날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한 ‘필승의 신념을 간직하고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는 사설을 요약한 것. 하지만 전날 국문 사설이 ‘병진노선’이라고만 언급한 것을 영문판은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으로 바꿔 핵무력을 부각했다. 북-미가 비핵화 후속 협상과 종전선언 시기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핵무력을 부각하면서 워싱턴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설에서 “전대미문의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위해 멈춤 없이 달린 기세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새 국면을 열어가야 한다”며 미국의 대북제재 속 자력갱생을 언급한 것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베트남 모델’을 일축하며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바람 맞힌 北, “격 높이자” 美에 역제안 북한은 이날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 협상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을 통해 이끌어낸 합의의 첫 단추부터 어그러진 것. 한미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미 간에 뭔가 크게 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핵심 당국자도 “미 측에서 ‘12일 ○시에 나가겠다’고 통보했는데 북한에서 답이 없었다. 약속이 확정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 협상팀이 철수하자 유엔군사령부에 “15일에 장성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협상을 하자는 것보다는 후속 비핵화 실무협상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회담의 격을 높이자는 명분으로 이미 합의한 사안에 대해 추가 요구를 내놓는 방식으로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정은식 ‘벼랑 끝 전술’ 나서나 북한이 노동신문에 핵무력을 언급하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신뢰감을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종전선언 등 체제보장을 제공하지 않으면 다시 핵개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또 유해 송환 협상 역시 종전선언을 앞당기기 위한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후속 협상 때 북한이 ‘왜 우리한테만 자꾸 뭘 하라고 하느냐. 미국도 조치를 내놔라’고 하면서 이슈들을 쪼개기 시작할 때 유해 송환도 안 될 수 있다고 봤다. 본격적인 기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북-중 간 밀월관계 파악에 주력해 온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북한은 아직도 핵무장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근거로 대북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북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우리는 북한 전체가 그들이 전략적으로 잘못 해 왔다는 걸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있었고 그걸 봤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영문 사설에서 ‘핵 무력 건설(building of nuclear force)’을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정책노선으로 채택한 뒤로 노동신문이 ‘핵 무력 건설’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욱 큰 난관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조선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Let Us Accelerate Advance of Korean Revolution)’는 제목의 영문 사설에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위해 중단 없이 전진해 온 패기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전선에서 새로운 번영의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앞서 11일 노동신문 1면 톱으로 게재된 사설을 영문으로 옮긴 것이다. 노동신문은 전날 국문판 사설에서 ‘병진노선’이라고 표기한 대목을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으로 표현했다.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진 노동신문 등 대외 매체에서 ‘핵 무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영문판도 최근엔 병진노선을 ‘두 전선의 병진(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two fronts)’ 정도로 표현해 왔다. 그동안 자제했던 ‘핵 건설’이란 표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이후 비핵화 후속 조치와 종전선언 시기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체제 보장 조치를 받아내려고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더군다나 북한은 이날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이날 유해 송환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및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전 판문점에 도착했으나 북측 협상단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회담이 무산됐다. 북한은 그 대신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 15일 장성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간)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의 현재 태도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다”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 싱가포르=한상준 기자}

1월 중순 북한 평양 휘발유 값이 L당 2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소식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드디어 먹혔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채택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97호가 대북 원유 공급을 연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휘발유 등 정제유 제품 공급 상한을 50만 배럴로 묶은 효과가 나왔다는 것.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월 우리 대미 특사단을 통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수락을 받았다.○ 대북제재 유지에도 떨어지는 평양 휘발유 값 그런데 6개월 만인 7월 초 평양 휘발유 값이 L당 1.1유로(약 1445원)로 떨어졌다고 NK프로가 10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일본 대북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4월 중순부터 휘발유 값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5월 8일부터는 휘발유와 디젤유의 값이 한 달 전보다 35%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름값 하락에 대북제재 구멍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의 망을 허술하게 펼쳐 김정은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 후 접경지역을 오가는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양측의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북-중 교류가 잦아지면 대북제재 감시망을 조금씩 넘나드는 교역이 모여 제재망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판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제재 약화 조짐을 중국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규모의 밀수에 나서 (싼 기름) 가격을 형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대북제재 이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는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 내부의 기름 수요가 줄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은 “최근에 면담한 복수의 북측 학자들에 따르면 ‘탄소하나(C1)’ 산업으로 석탄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두만강 하저(밑바닥)에 있는 러시아∼북한 송유관과 고난의 행군 시기 중단된 나진의 승리화학콤비나트도 다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 북-중, 군사적으로도 밀착 조짐 중국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치국 위원인 왕천(王晨)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오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주관으로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조약 서명 57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 조약은 ‘한쪽이 어떤 국가나 연합국의 무장 공격으로 전쟁이 발생하면 다른 한쪽이 전력을 다해 군사 원조를 한다’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담고 있다. 또 ‘한쪽이 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어떤 세력에도 참가하지 않는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 2021년이 만료 기한이다. 양국은 2016년 조약 서명 55주년 때만 해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이 축전을 주고받았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대북제재로 북-중 관계가 최악이었던 지난해에는 관련 기념행사가 없었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 조약 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올해 관련 기념행사를 재개한 것은 북-중이 경제를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압박에 맞서 군사적으로 급속히 밀착되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고, 북한은 북핵 협상 실패에 대비한 보험을 드는 셈이다.○ 북한 지연술과 중국 개입으로 ‘비핵화 이중고’ 김정은은 열흘 사이 중국 접경지역 민생 행보를 펼치면서 ‘베트남 모델’을 거론한 미국에 반감을 드러내는 한편 중국을 향해 ‘경협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신의주, 삼지연 등 북-중 접경지대를 연속 시찰했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 노선을 강조하면서 대미·대중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완화 없이는 미국이 제시하는 베트남 모델에는 관심이 없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꾀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시원한 답 없이 중국에 기대는 모습이 강화될수록 미국은 비핵화 성과에 더욱 조급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특유의 지연 전술이 본격화되고, 중국의 개입이 노골화될 경우 비핵화 문제는 한층 어려운 국면으로 흐를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한 달이 지나도록 북한 비핵화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최근 평양 내 주유소 기름값이 오히려 눈에 띄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행 송유관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다시 대북제재의 끈을 헐겁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핵화 방법론과 속도에 이어 무역 전쟁으로 미국과 더 불편해진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대결에서 대북제재를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관련 전문매체 NK프로는 10일(현지 시간) 평양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평양 주재 외국인들이 지불하는 L당 휘발유 가격이 7월 현재 1.1유로(약 1445원)로 석 달 전인 4월 중순의 1.26유로(약 1655원)보다 14% 저렴해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어 “1년 만에 세 번째 하락”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벤저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에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평양 내 휘발유값 하락에 대해 “북-중 접경지대에서의 밀수 증가와 불법 무역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재감시 완화가 빚어낸 조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원유가 들어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대북 전문가도 11일 동아일보에 “평양 기름값이 올해 초에 올랐다가 지금 많이 하락했다고 들었다” “신의주를 중심으로 해상에서 북-중 간 기름 밀수가 빈번히 행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에서 “중국이 우리가 취하는 (보호)무역 정책 때문에 (북-미 간) 합의사항에 대해 부정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비핵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름값 하락에 이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이 ‘최악’이라는 자체 평가가 나오면서 워싱턴의 북한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CNN은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은 이번 방북을 ‘최악’이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북-중은 경제, 군사적 유대 강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북-중은 지난해 폐지론까지 나왔던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 서명을 기념하는 행사를 10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데 이어 11일 평양에서 연회를 열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9일 오후, 정장 차림의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사진)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나타났다. 신임장 사본을 외교부 의전장에게 제출하는 ‘신고식’을 치러야 대사로서 공식적인 외교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전까지 주한미군을 통할하는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낼 때와는 달리 제복 대신 양복을 입고, 까만 콧수염을 기른 그는 이날부터 외교관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7일 부임한 해리스 대사는 18개월간 공석이었던 주한 미국대사의 존재감을 메우려는 듯 부임 전부터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군인에서 외교관이 되면서 콧수염을 기르는 게 신선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특유의 콧수염을 자랑한 그는 9일부터 본격적인 외교 업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에 동행했던 북핵 실무 총책인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을 만나 협상 내용을 브리핑 받았다. 신임장 사본 제출 뒤에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만나 환담을 겸해 북핵 관련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면담에서 해리스 대사는 “평소 취미로 수집해온 탈을 한국에도 가져왔다. 관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해리스 대사가 주한 미국대사로는 최중량급 인사인 데다 미국이 한국 못지않게 중시하는 호주 대사로 지명됐다가 한국으로 되돌아온 점을 들어 그가 ‘역대급’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해리스 대사가 태평양사령관 시절 수시로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도 여야 의원들에게 거의 꼬투리를 잡힌 적이 없을 정도로 정무적 감각이 탁월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한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는 해군이었던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경남 창원시 진해에서 한국 해군과 함께 근무했던 경험담을 듣고 자랐다. 부임한 뒤 그를 지켜본 복수의 관계자들도 “푸근하고 정겨운 모습을 강조하며 군인에서 외교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을 알고 싶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 시작은 그 흔한 케이팝도 드라마도 아니었다. 헝가리 청년 가보 세보 씨(36·사진)를 부다페스트에서 움직인 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김기덕 감독의 장르영화들이었다. 한국 영화 이론을 공부하겠다며 2015년 9월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1년, 가보 씨는 또 한 번의 전기를 맞았다. 고 신상옥 감독(1926∼2006)과 영화배우 최은희(1926∼2018) 부부의 납북과 탈북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연인과 독재자’를 관람한 뒤 북한 영화로 고개를 돌린 것. 논문 ‘신상옥 감독이 북한 영화에 미친 영향’으로 이달 초 박사 학위를 받은 가보 씨를 10일 고려대에서 만났다. “신 감독이 가져온 변화요? 사회 문제에 천착하던 북한 영화를 사랑과 같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감정을 조명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실제로 가보 씨는 신 감독이 납북된 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직접 연출한 영화 7편을 모두 섭렵해 분석했다. 북한 영화 최초로 키스신과 삼각관계가 등장하는 ‘돌아오지 않는 밀사’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설적으로 김정일은 이런 영화를 해외 시장에 내보내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선전 도구로 쓰기도 했다. 실제로 최은희 씨는 ‘소금’으로 1985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 영화들의 장면들을 비교하며 “남녀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거나 동지적 감정으로 손을 잡는 게 전부였던 북한 영화가 확 달라졌다. 연애 감정을 살리거나 피가 낭자한 자극적인 장면들이 포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 납북 전 옛날 북한 영화 ‘춘향전’ 속 성춘향과 이몽룡의 첫날밤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이었다”고도 귀띔했다. 가보 씨가 북한 영화에 애착을 가진 데는 소련 아래서 공산주의를 겪은 고국 헝가리와의 유사점도 배경이 됐다. 그는 공산주의 시절인 1950년대 헝가리 영화와 북한의 1980년대 영화를 비교하기도 했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몸을 쓰는 노동자로서 땀 흘려 일해 공화국에 기여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차이점은 헝가리 영화가 내부 반동 인물을 교화해 올바른 체제 인사로 교화시켜 나가는 데 비해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 등 외부의 적을 만들어 물리치고 민족주의를 고취시켜 나간다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 헝가리로 돌아가는 가보 씨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북한에 대한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 유럽에선 아직 베일에 가려진 북한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을 알고 싶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 시작은 그 흔한 K-Pop도 드라마도 아니었다. 헝가리 청년 가보 세보 씨(36)를 부다페스트에서 움직인 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김기덕 감독의 장르영화들이었다. 한국영화 이론을 공부하겠다며 2015년 9월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1년, 가보 씨는 또 한 번의 전기를 맞았다. 고 신상옥 감독(1926~2006)과 영화배우 최은희(1926~2018) 부부의 납북과 탈북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연인과 독재자’를 관람한 뒤 북한 영화로 고개를 돌린 것. 논문 ‘신상옥 감독이 북한 영화에 미친 영향’으로 이달 초 박사학위를 받은 가보 씨를 10일 고려대에서 만났다. “신 감독이 가져온 변화요? 사회 문제에 천착하던 북한 영화를 사랑과 같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감정을 조명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실제로 가보 씨는 신 감독이 납북된 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직접 연출한 영화 7편을 모두 섭렵해 분석했다. 북한영화 최초로 키스신과 삼각관계가 등장하는 ‘돌아오지 않는 밀사’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설적으로 김정일은 이런 영화를 해외시장에 내보내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선전 도구로 쓰기도 했다. 실제로 최은희 씨는 ‘소금’으로 1985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 영화들의 장면들을 비교하며 “남녀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거나 동지적 감정으로 손을 잡는 게 전부였던 북한 영화가 확 달라졌다. 연애감정을 살리거나 피가 낭자한 자극적인 장면들이 포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 납북 전 옛날 북한영화 ‘춘향전’ 속 성춘향과 이몽룡의 첫날밤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이었다”고도 귀띔했다. 괴물이 나오는 판타지 SF영화 ‘불가사리’가 가져온 음향효과 등 기술 변화도 상당했다. ‘연인과 독재자’ 시사회에서 우연히 만난 신 감독 아들 신정균 감독과의 심층 인터뷰는 천군만마였다. 신 감독 부부가 한국으로 귀국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해빙 무드를 타고 불가사리가 한국에서 재개봉 됐을 때 “아버지(신상옥 감독)가 불같이 화를 내셨다. 북한에서 만든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는 흥미로운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가보 씨가 북한 영화에 애착을 가질 수 있었던 데는 소련 아래서 공산주의를 겪은 고국 헝가리와의 유사점도 배경이 됐다. 그는 공산주의 시절인 1950년대 헝가리 영화와 북한의 1980년대 영화를 비교하기도 했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몸을 쓰는 노동자로서 땀 흘려 일해 공화국에 기여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헝가리 영화는 내부반동 인물을 교화해 올바른 체제인사로 교화시켜나가는 것이 다르다. 이에 비해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 등 외부의 적을 만들어 물리치고 민족주의를 고취시켜 나간다”고 짚었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 헝가리로 돌아가는 가보 씨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북한에 대한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 유럽에서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북한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으로 달려갔지만 기대했던 비핵화 시간표나 검증 대상은 들고 돌아오지 못했다. ‘(협상)판을 깨지 않고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마저 흘러나오는 가운데 꽉 막힌 비핵화 대화의 출구를 조속히 찾기 위한 ‘플랜 B’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부터 예견된 난관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떠나며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워싱턴 조야의 반응은 싸늘하다. 굳이 성과라면 앞서 정상 간 만남에서 ‘완전한 비핵화’라고 포장됐던 비핵화 견해차가 이번에 벗겨지며 첨예한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지경이다. 문제는 미국이 패를 많이 써버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연이어 결정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며 CVID를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비핵화 조건부 경제 지원 의사에 북한은 “북한의 미래는 미국이 결코 가져다주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공화국 보검’인 핵을 ‘푼돈’에 넘길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정상회담 후 약 한 달 만에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자칫 어렵게 만든 대화 모멘텀이 급속히 냉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가장 핵심적인 북한의 핵 능력 신고 절차와 관련된 합의 시점이 빨리 이뤄져야 접점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앞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디테일에 대한 지침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교착 국면은 예고됐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다시 주목받는 문 대통령의 운전석론 일단은 서신을 교환한 북-미 정상이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 모멘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6일 판문점에서 ‘깜짝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가 싱가포르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처럼 이번에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정부는 이전보단 신중한 입장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핵 회담이 단시일 내에 끝나는 쉬운 협상이 아니지 않나. 일단 긴 호흡으로 (북-미 간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북-미가 12일 판문점에서 만나 미군 유해 송환 등을 논의하는 후속 회담을 열기로 한 만큼 일단 움직임을 더 지켜볼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미 간 이견의 골이 깊어지고 자칫 감정이나 자존심 싸움에 들어가기 전에 정부가 다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결국 장기전이고 북-미 정상의 인내심 싸움에 들어간 측면도 있다. 다소 다혈질인 양측 정상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리 정부가 상황을 주시하고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중간한 중재자 역할보다는 한반도의 캐스팅보트를 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중재나 조정자 역할을 버리고 오히려 미국에 힘을 실어줘 비핵화 단계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8일 북한이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 비핵화 요구만 들고 왔다”고 비난한 데 대해 이같이 맞받아쳤다. 1박 2일의 방북 기간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9분간의 발언 중 대북 제재를 12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 더는 북한 핵 위협은 없다”고 장담한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반응이다.○ 김정은 못 만나고 강도로 몰린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하루 앞둔 5일(현지 시간) “이번 방북은 북-미 간 성과를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야에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1박 2일간 9시간에 걸쳐 이뤄진 고위급 회담은 사실상 별다른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합의는 물론이고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내놨던 ‘선물’인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장 폐기에 대한 확실한 시기도 못 박지 못했다. 특히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7일 평양을 떠나며 “비핵화 시간표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자마자 몇 시간 뒤 폼페이오를 ‘강도’라고 비난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방침을 밝히자 앞선 비난 성명에 대한 사실상의 사과 입장을 담은 ‘정중한’ 담화문을 발표했던 북한 외무성이 다시 태도를 바꿔 미국에 날을 세운 것. 북한은 외무성 담화문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의 의제로 △정전 65주년(7월 27일) 종전선언 발표 △ICBM 엔진 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 발굴 실무협상 등을 제기했지만 미국은 비핵화 대상 핵시설의 신고와 검증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회담에서 끝까지 고집한 문제들은 이전 행정부들이 고집하다가 대화 과정을 다 말아먹고 불신과 전쟁 위험만을 증폭시킨 암적 존재”라고 했다. 특히 북한은 “합동군사연습을 한두 개 일시 취소한 것을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극히 가역적인 조치로 우리가 취한 핵시험장의 불가역적인 폭파 폐기 조치에 비하면 대비조차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가 핵 실험장 폐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ICBM 엔진 시험장 폐기 등 추가 조치를 위해선 종전선언을 비롯한 가시적인 체제 보장 조치를 내놓으라는 얘기다.○ 대화 판은 깨지지 않은 만큼 협상은 이어질 듯 북한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완료 전 대북 제재 완화 불가 방침을 거듭 강조하며 압박에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회견에서 북한이 CVID 요구를 ‘강도’에 빗댄 데 대해 “비핵화가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제재 이행이 계속될 것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 보장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경제 제재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종전선언을 요구한 북한에 ‘비핵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앞으로 수일, 수주 안으로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재 이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보게 될 것”이라며 대북 제재와 관련해 추가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 관계는 지난달 싱가포르 회담 전후로 절정에 달했던 해빙 무드와는 전혀 다른 냉기류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내 여론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 ‘대화파’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도 있다. 다만 북-미가 비핵화 신고, 검증 등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하며 대화의 판은 깨지 않은 만큼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실무접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킹그룹을 이끌 대표로는 ‘판문점 채널 구원투수’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등판’을 요청한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면담을 거절한 대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제안을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이 아직 성사되지 않은 핫라인 통화나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더 자주 오실수록 양측이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6일 세 번째 평양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김영철의 미국행에 이어 둘의 공식적인 만남만 이번이 네 번째. 북핵 협상 선봉에 선 이들이 이젠 기자들에게 공개적인 친근감을 과시할 정도로 북-미 관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이번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의견 접근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미 언론은 여전히 폼페이오가 평양에서 비핵화 로드맵 성과를 내는 것을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폼페이오 “北에 세금 내야겠다”며 농담 폼페이오와 김영철은 이날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2시간 45분간 회담했다. 폼페이오는 “이번이 세 번째(방문)”라며 “내가 한 번 더 오게 되면 (북한에 방문에 따른) 세금을 내야겠다고 농담했었다”고 했다. 이에 김영철은 “(평양이) 이제 익숙해지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영철이 “오늘의 만남은 정말로 의미가 있는 만남이다”고 하자, 폼페이오는 “동의한다. 생산적인 만남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의 상대가 김영철에서 리용호 외무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상대는 김영철이었다. 다만 7일 리용호가 교체돼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용호는 이날 공항 영접도 김영철과 함께 했다. 북한은 미국 대표단의 숙소로 ‘국빈용’인 백화원초대소를 내줬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회담장과 숙소였으며,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도 머문 곳이다. 반미 선전공세를 사실상 멈춘 데 이어 국빈 숙소까지 내주며 미국에 강하게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셈이다. 북한 관리가 미국 기자에게 농담하는 이색적인 장면도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 취재 중인 미 ABC방송 타라 팔메리 기자는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의 김광학 연구사에게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미국 대통령처럼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혹 이 버스 안에 가짜 뉴스(fake news)는 없지요’라며 웃었다”고 했다. ○ 유해 송환 너머, 비핵화 이행 틀 만들까 앞서 신의주 시찰에 나섰다는 김정은이 폼페이오와 회동했다는 소식은 6일 오후 늦게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이 사전에 김정은-폼페이오 회동을 공지한 만큼 7일엔 만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6일 미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최소한 검증·확인할 수 있는 핵시설과 (핵물질) 목록에 대해 첫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미 준비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진 미군 유해 송환도 다시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빼고 ‘완전한 비핵화’에 머물렀던 북핵 합의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합의하며 다시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비핵화 시간표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무한정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CNN은 “백악관과 국무부에는 8월 말까지 북한의 견고한 시간표나 세부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8월 예정됐다 유예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나 9월 유엔총회와 맞물려 추가적인 북핵 합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워싱턴의 기류라는 것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감사원이 4일 이명박(MB) 정부를 겨냥한 4대강 사업의 추진 과정을 들여다본 감사결과를 1년 만에 발표했다. 4대강 사업 단일주제로만 감사원이 실시한 네 번째 감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내린 첫 감사 지시였던 만큼 기대감이 높았지만 관련자 수사 의뢰도 없고 대운하 사업 연관성, 수질오염 원인 등 핵심 논란들은 밝혀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491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4대강 사업이 결정된 과정과 추진 절차, 집행의 적정성을 짚고 연세대와 서울대 산학협력단, 대한환경공학회에 의뢰한 성과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무리한 사업 지시 및 추진이 빚은 ‘하자 많은 결정’이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 중단을 선언한 지 2개월 뒤인 2008년 8월부터 4대강 사업에 착수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 측근인 장석효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TF팀장의 용역자료를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라고도 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보 설치 △수심 5∼6m 굴착 △낙동강 물그릇(수자원 확보량) 8억 t 확보 등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타당성이나 기술 분석을 거치지 않고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최종 발표했다. MB의 ‘대운하 로망’은 감사결과 곳곳에 드러난다. 최소 수심을 2.5∼3m로 하면 홍수 예방과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는 국토부 보고에도 수차례 지시로 결국 6m로 끌어올린 부분이 대표적이다. 배가 다니도록 최소 수심을 6m로 해야 한다는 대운하설계팀의 추진안을 따온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 환경부는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수질개선 목표를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으로만 기준을 삼았고,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조류 발생 등 수질오염이 우려된다는 표현을 각종 보고서에서 삭제시켜 공론화 과정도 막았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직접 이 전 대통령의 조사 협조를 얻기 위해 구속 전 두 차례나 서울 대치동 사무실도 찾아갔지만 협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외부 기관에 맡긴 성과 분석 결과도 미흡한 편이었다. 4대강 사업의 총비용은 31조여 원이지만 총편익이 6조6000억 원에 그친다는 경제성 분석 결과가 있지만 환경변화와 시설부족 등을 이유로 정확한 추정치가 아니라는 한계를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번 감사는 시민단체 공익감사 청구 형식을 빌려 청와대 하명을 받은 ‘억지 춘향 감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감사결과 발표 후 성명을 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반복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감사는 중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6일 방북과 맞물려 미군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북한이 과거와 달리 이번엔 “송환비를 받지 않겠다”고 미측에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미군 유해 200여 구를 송환하는 협상을 벌이며 미 측에 별도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 미군 유해 발굴은 1990년에 시작돼 2007년까지 이어졌는데 지금까지 총 443구가 송환됐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통상 유해 1구당 약 5만 달러(약 5600만 원)를 북에 지급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에 200여 구를 송환한다면 미국이 지불할 비용만 100억 원이 넘는다. 대량의 현금 유입을 금지한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이번엔 비용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은 향후 추가될 수 있는 유해 송환에 대해서는 ‘유료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북-중 접경지역 시찰에 나섰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칭찬한 공장에 선물을 보내며 경제발전 독려에 나섰다. 노동신문은 4일자 1면을 통해 김정은이 최근 시찰을 다녀온 신도군 주민에게는 버스를, 신의주 화장품공장에는 ‘문화 용품’을 보내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시찰에서 호되게 꾸짖은 신의주 방직공장과 화학섬유공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문제가 제기된 곳은 선물을 보내기는커녕 공장장을 비롯한 실무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사진)가 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관련해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 등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대담집 ‘평화의 규칙’ 출판 간담회에 공동저자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과 함께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멀리서 온 폼페이오를 그냥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 국무부가 2일(현지 시간) 언급한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개념에 대해 “‘최종(final)’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보다 더 강화된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미 언론매체들의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회의론에 대해 “기본적으로 추정이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 해제 시점과 관련해선 “지금까지 보여준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 등으로는 제재 완화가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성실히 (핵 시설, 물질 등을) 신고하고, 사찰까지 허용하면 제재 완화가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에 대해선 “(중국은) 주한미군 성격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연계해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문제만 해결되면 중국이 주한미군을 반대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평양행은 시작부터 기존과 달랐다.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백악관과 국무부가 먼저 밝혔다. 그만큼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CVID를 공동성명에 담지 못했던 백악관이 이번엔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물’을 꼭 챙기겠다는 의지와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 로드맵’ 최신판 들고 평양 가는 폼페이오 북-미 회담 후 20여 일이 흘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비핵화 성과를 아직 내놓지 못한 채 오히려 북한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이 이미 이뤄졌다고 잘못 발표하며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 1일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이 열렸지만 미국이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3일(현지 시간)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비핵화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전에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의제 조율을 원했지만 비핵화 문제는 김정은만이 결단할 수 있는 만큼 실무 라인에선 별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생각대로 착착 진행이 안 됐다는 반응”이라며 백악관의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북한의 ‘생명줄’인 핵은 김정은-트럼프 간 직접 소통으로만 진척될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과거 북-미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을 거친 만큼 트럼프와 김정은이 결단해야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거듭 방북 의사를 밝혔고, 국무부가 심지어 방북 가능성을 언론에 흘려 북한을 압박하는 전술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폼페이오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가 수정한 ‘비핵화 로드맵’ 최신 버전을 들고 가 김정은을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을 압박하며 소정의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려 애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 조급한 미국, 한일에 묻지도 않고 회의 날짜 통보 비핵화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백악관의 조바심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 국무부가 7, 8일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미일 3자 협의를 한다고 3일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과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해 일정 조율에 애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이 시기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도, 싱가포르 순방을 떠나는 날짜와 겹친다. 사정을 잘 아는 당국자는 “미국과 일정을 협의 중이다. 상의 없이 미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해 당황했다”며 “물리적으로 가지 못할 경우 전화로 결과를 공유받거나 대신해서 누군가가 갈 수도 있지만 순방 수행을 조정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도쿄행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 장관의 일정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장관 회담이라고 못 박지 않고 ‘한일 지도부(leaders)’로 표시한 만큼 미측에서도 배려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사전에 완벽히 만남 시간표를 주고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일본 외무성 또한 강 장관의 거취를 물어오며 미측과 일정 조율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일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이끌고 방북하면서 평양에서 남북미 3자가 회동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부터 6일까지 체류할 계획인 조 장관이 6, 7일 머무는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6일 오전경 자리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조 장관도 방북길에 오르기 전 관련 질문에 대해 “일단 가서 봅시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동안 김영철-폼페이오 소통 라인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던 조 장관이 이들과 동석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부터 이틀간 평양을 방문한다.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24일 만에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방북은 앞서 폼페이오의 두 차례 방문과 달리 사전에 일정을 공지한 ‘공개 방문’ 형식인 데다 평양 체류 기간도 이전보다 길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예정을 사전에 알렸다. 북한의 ‘비핵화 뜸들이기’에 지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북핵 총책이 평양으로 ‘달려가는’ 만큼 비핵화 시간표 등 소정의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중요한 북한 비핵화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5일 북한으로 떠나 북한 지도자(김정은)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후) 7일부터 8일까지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국과 일본의 지도부를 만나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final, fully verified)’ 북한의 비핵화 합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방북 후 한미일 3자 협의는 사전에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미 측의 이른 발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의 카운터파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싱가포르 순방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만큼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1일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도 별다른 소득 없이 빈손으로 필리핀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북한과 많은 좋은 대화들이 잘 이뤄지고 있다. 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전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1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간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임무를 마치고 2일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6·12 북-미 정상회담 후 19일 만에 양측 협상팀이 마주했으나 ‘단 한 번, 한 시간’ 만나고 헤어진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과 사전 준비된 의견만 빠르게 주고받는 ‘원포인트 회담’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판문점에) 매우 빠르게 왔다 간다. 오늘 (필리핀) 마닐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판문점 협상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일엔 별도 일정이 없고 북한과 실무협상은 전날 짧은 만남이 전부”라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 조율 차원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대사와 함께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또한 전날 판문점을 찾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폼페이오 장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IA가 비핵화 협상을 주도했던 만큼 비핵화 관련 로드맵 등 북-미 고위급 협상 의제가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방북 전 어떻게든 사전에 (일부) 확정 짓고 가려는 것이다. 논의하고자 하는 의제와 방향을 알려주고, 받고 싶은 답변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내용을 전달한 거라고 본다”고 했다. 평양에 보내는 사전청구서 성격이라는 의미다. 이번 판문점 실무협상에 미국이 국무부와 CIA가 조합된 ‘연합팀’을 꾸린 것도 눈길을 끈다. 한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가 주무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연합팀이 꾸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