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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한류스타 위상이 이렇게 높았나? 1일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의 정용화(27)가 중국 공익 캠페인 모델로 선정되면서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 외국인이 공익 캠페인 모델로 선정된 것은 정용화가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엔블루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정용화는 올해로 6주년이 되는 중국 공익 행사 ‘파워 투 고(Power To Go)’의 모델로 활동하게 된다. 이 행사는 중국의 인기 배우 천쿤(陳坤)이 동료 연예인을 비롯해 일반인 자원봉사자들과 1주일간 중국 내 산간지역을 돌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 콘서트, 교육, 기부 등을 하는 행사다. 정용화는 중국 내 인기 척도를 나타내는 중국 SNS 웨이보의 ‘가온 웨이보 차트’에서 68주간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권 영화 ‘펑웨이장후즈줴잔쓰선(鋒味江湖之決戰食神)’에서 스타 셰프 역을 맡는 등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파워 투 고’ 관계자는 “정용화의 웃음과 음악은 따뜻한 느낌이 강하다. 또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이 많은 중국 젊은이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시니어벤져스?’ 슈퍼히어로 ‘덕후’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와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은 요즘 떠도는 유행어를 듣고 혼란스러웠다. 몰랐던 슈퍼영웅이 있단 말인가? 알고 보니 시니어(노년층)와 슈퍼히어로 집단 ‘어벤져스’를 합친 단어. 최근 화제인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tvN)의 주연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의 평균연령은 72세였다. 우리는 시니어벤져스를 세밀히 분석했다. 음. 우리가 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었다. ‘똘끼’가 충만하거나 짝사랑을 하고, 10대 같은 찐한 우정을 뽐냈다. 》 ○ 대중문화, 실버 콘텐츠를 탐하다 시니어벤져스는 노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려는 외계인? 조사에 착수해 보니 이뿐만이 아니었다. ‘할미넴’(할머니+미국 래퍼 에미넴을 합친 말) 들어봤나? 한 종편의 예능프로 ‘힙합의 민족’에서는 평균 나이 65세 여성들이 랩을 배운다. 할머니가 속사포 랩이라니…. 멍해진 우리는 종로 일대 극장가를 지났다. 제목에 ‘할머니’란 단어를 내세운 ‘계춘할망’이 상영 중이다. 주인공은 윤여정. 80대 고집불통 노인을 다룬 ‘오베라는 남자’, 노부부가 주인공인 ‘45년 후’ 포스터도 보인다. 문화 소비 주체인 젊은이의 관심 속에 ‘늙음’은 없지 않은가? 당연히 노년층을 내세운 영화, 드라마는 드물었다. 영화 ‘마파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 순재’, 이 캐릭터를 확장한 예능 ‘꽃보다 할배’ 등 속칭 코믹한 ‘실버 캐릭터’가 호응을 얻었을 뿐…. 젊은이들은 “요즘 실버 캐릭터는 ‘실버’를 벗었다”고 해석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조희자(김혜자)는 ‘감성소녀’, 희자의 동창 문정아(나문희)는 세계여행을, 독신 할머니 오충남(윤여정)은 로맨스를 꿈꾸죠. 나이만 빼면 그냥 우리 같아요.”(대학생 최유정 씨·24) 최신 문화트렌드에서 따온 시니어벤져스란 말 자체에 답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 어르신들 이야기지만 고현정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계춘할망’도 김고은이라는 청춘을 통해 할머니를 이야기합니다. 어르신이 주인공이라도 젊은 세대를 겨냥하죠. 젊은이들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르신 이미지가 깨질 때 재미를 느끼게 되고요.”(정덕현 문화평론가)○ 나는 ‘노인’이 아니라 ‘나’ 맞다. 주인공의 부모이거나 할아버지, 할머니였던 노년은 항상 뻔한 캐릭터. 인자한 할아버지, 며느리에게 ‘잔소리 따발총’을 쏘는 시어머니. 더 이상 아니다.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SBS)를 보니 81세 유종철(이순재)이 출근길 뽀뽀하는 신혼부부를 본 후 아내 김숙자(강부자)에게 기습키스를 날린다. 달라진 노인상이다. 대중문화에서 노년층이 중심으로 이동 중임을 확인한 두 요원. 하지만 실제의 노년층은 이런 현상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인들이 실버 캐릭터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에요. 우리도 ‘쌩쌩한’ 젊은 사람들이 나와 활기와 역동감을 보여주는 게 좋아요.”(주부 홍순진 씨·69) 한 70대 남성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싫다”고 했다. “내 손자한테나 할아버지죠, 타인이 왜 날 그렇게 부릅니까? 그냥 ○○○ 씨라고….”(서울 합정동 김모 씨·70) 혼란스러운 우리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를 찾아 노년 심리를 분석했다. ‘몇 살 이상을 노인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노인복지법상 규정한 ‘65세’라고 답한 이는 7.7%에 불과했다. 75세는 넘어야 노인이라는 응답이 20.2%나 됐다. 박지숭 연구원이 귀띔했다. “제 시아버지가 84세인데, 그분도 노인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잘 안 보세요. 기업도 이제 마케팅을 할 때 시니어란 단어를 자제하고요. 70대 할아버지가 청바지에 귀고리 하잖아요. 나이를 배제하고 그냥, 개인을 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거요.” ※결론: 시니어벤져스=10∼30년 후 나. 노인은 우리가 늙어가는 것일 뿐. 에이전트5 뇌리에 ‘디어 마이 프렌즈’ 주인공들이 단체로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가는 장면(3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다. 남은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다.” 하지만 성찰도 잠시. 두 요원은 요상한 안경을 쓴 젊은이를 만나게 되는데….(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별 상속자들’이 뜬다? 30일 방송가에는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란 키워드가 화제가 됐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전지현과 SBS 드라마 ‘상속자들’로 중국 최고의 한류스타가 된 배우 이민호가 차기작으로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는 올해 11월 SBS에서 방영되는 ‘푸른 바다의 전설’.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의 차기작으로, 국내 최초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 스타가 남녀 주인공으로 나오는 데다 스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드라마는 이미 중국 동영상 유통업체들로부터 회당 50만 달러(약 5억9000만 원)에 판권 계약 제안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전지현 소속사인 문화창고 측은 “조만간 관련 내용을 정리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별 상속자’란 말이 확산 중이다. 누리꾼들은 “빨리 국내에서 방영되면 좋겠다”,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에 회당 약 3억 원에 팔린 ‘태양의 후예’를 능가하는 한류 대작이 나올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마단 타방 군(15)은 지난해 4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손이 떨린다.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한순간에 집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 날 학교에서 또 다른 절망감에 시달렸다. “교실마저 초토화됐더군요. 제 희망이 담긴 곳인데….” 지진 후 흙바닥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양철판으로 덮은 임시교실이 생겼지만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웠다. 책상도 부족해 흙바닥에서 엎드려 공부해야 했다. 그런 그가 “희망이 생겼다”며 웃었다. 25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100여 km 떨어진 신두팔초크. 지난해 4월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곳이다. 이 지역 타나반장 산골마을(해발고도 2900m)에 위치한 홍연공립학교에는 당시 참상을 가늠케 하는 벽돌 잔해가 수북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주민 모두에게 축제날이었다. ‘지구촌공생회’(공생회)의 지원으로 교실 개보수가 이뤄진 데다 교실 4개로 된 학교 건물 기공식이 열렸다. 이 단체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월주 스님(81)이 2003년 설립한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공생회는 14개국에서 2300여 개의 우물과 식수시설, 59개 교육시설 등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세워진 공생회 네팔 지부를 통해 총 8개 학교 건물을 최근까지 건립했고 신두팔초크 지역에 향후 8개 학교를 세울 예정이다. 기공식에 참석한 월주 스님은 마을 주민들과 추모 묵념을 한 후 “네팔 지진으로 3만6000여 개의 교실이 무너졌고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160만 명에 달해 도움이 절실하다”며 “아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미래 동량으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생회는 21∼27일 카트만두와 남부 룸비니 일대 학교 10곳을 돌며 학교 시설과 지진 피해, 추가 지원책 등을 점검했다. 곳곳에 무너진 건물 잔해와 난민용 천막이 보이는 등 지진 피해 여파가 여전했지만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 치유받고 있었다. 23일 룸비니 루판데히 주 보우티와 마을에서 열린 스리나와두르가 분황초등학교 준공식에서 만난 부두 말라 양(10)은 “좋은 교실이 생겼으니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현지에서 달릿이라고 불리는 하층민이 사는 이 마을은 정부 지원도 넉넉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공생회 지원으로 학교 내 7개 교실이 완성된 것. 교실 건립을 위해 총 2억2000만 원을 공생회에 기증한 후원자들이 아이들과 포옹하자 주민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생회 네팔지부 다와 라마 운영위원장(40)은 “절망하던 아이들이 교실이 생기자 꿈을 말한다. 네팔도 한국처럼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공생회는 학교 부지 선정과 부지 조성, 정부에 대한 민원 등 학교를 지을 때 현지인의 참여도 강조했다. 네팔 주민들이 원조에만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주 스님은 “‘자조(自助)’ 즉 스스로 돕고 협력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원 문의 02-3409-0303 신두팔초크·룸비니=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턱턱…. 숨이 막힌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겁다. 망토를 휘날리며 멋지게 달리겠다는 의지는 1분 만에 사라졌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 기자는 슈퍼 히어로 ‘엑스맨’ 복장을 하고 강변 산책로 1000m가량을 달렸다. 무슨 일일까? 시간을 일주일 전으로 돌려본다.○ 가설: 슈퍼히어로 복장으로 실제 싸울 수 있을까? 12일 동아일보 문화부의 회의 자리.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 등의 흥행에 맞춰 기획할 만한 소재를 논의하다가 슈퍼 히어로의 화려한 액션은 ‘의상’에서 나온다는 의견이 나왔다. 슈퍼 영웅들은 몸에 달라붙는 스판덱스, 일명 ‘쫄쫄이’를 입고 근육을 자랑한다. 육체의 역동성과 곡선이 강조돼 섹시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망토를 걸치고 얼굴을 가리면 슈퍼 히어로 완성. 기자는 ‘요상한’ 공상이 들었다. 멋진 코스튬(의상)의 활동성은 어떨까? 실제 격렬하게 싸울 수 있을까? 슈퍼 히어로 코스튬을 입고 실험을 하기로 했다. 목표는 22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열리는 ‘마블런’.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등의 제작사인 마블의 캐릭터들을 즐기는 마라톤 축제다. 마블런에 참가해 코스튬의 활동성과 실용성을 검증하기로 한 기자. 사전 훈련을 위해 코스튬을 입고 19일 한강변을 찾은 것이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개봉(25일)에 맞춰 이 영화제의 국내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서 ‘엑스맨 매그니토’ 캐릭터 의상을 빌렸다. 흉부 갑옷, 헬멧, 가죽 장갑과 롱부츠, 망토까지 걸치니 변신 완료. 조깅 중인 행인들은 ‘웬 미친×이냐’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한강변을 1km가량 뛰었다. 1분도 안 돼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롱부츠는 발목의 순발력을 저하시켰고 흉부 갑옷은 어깨, 팔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제일 큰 문제는 망토. 공기 저항을 일으켜 달리기 속도를 크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발목까지 내려와 움직일 때마다 발에 걸렸다. 적과 싸우다 스스로 망토를 밟고 고꾸라지겠다. 헬멧은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 옆에서 날아오는 주먹은 보지 못하고 얻어맞기 딱 좋다. 비교를 위해 코스튬을 벗고 스포츠웨어 차림으로 500m를 뛰었다. 근육과 어깨, 팔, 무릎 등 관절 부위를 적당히 압박해 몸에 탄력을 더했다. 통풍도 잘돼 피로도가 작았다.○ 결론: 기능성보다는 제작과정 자체가 즐겁다 현실에서 슈퍼 히어로가 된다면 스포티한 차림으로 싸우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마블런 참석자들에게 이야기하자 ‘기능성에는 관심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슈퍼 히어로 복장을 재현하는 과정 자체에 쾌감이 크다는 것. 영화와 만화 등의 캐릭터 의상을 입는 행위를 뜻하는 ‘코스튬 플레이’(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스프레 인터넷 카페 ‘코사모’의 회원이 12만 명이 넘는다. 코사모 지종철 대표는 “핼러윈 같은 축제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덕후’(마니아)만 코스프레를 한다는 생각이 줄었다”고 했다. 코스튬은 어떻게 구할까? 기자가 입은 엑스맨 의상은 제작비 700만 원, 제작 기간이 두 달에 이르는 고가의 옷이다. 반면 가볍게 입을 만한 코스튬은 온라인몰에서 2만∼6만 원이면 대여, 10만 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다. 마블런에 참석한 회사원 안진우 씨(30)는 3년에 걸쳐 ‘캡틴아메리카’ 의상을 제작했다. 헬멧, 벨트 등 부위별로 주문 제작했다. 그는 “옷 제작에 700만 원 정도 썼다. 디테일을 높여가는 과정이 정교한 공예품을 만드는 듯 재미있다”고 말했다. 고가 맞춤형 코스튬의 경우 히어로별로 가격이 다르다. 옷이 단순한 슈퍼맨, 스파이더맨은 300만 원, 헬멧 등 부착 장비가 많은 캡틴아메리카와 배트맨은 800만∼900만 원, 아이언맨은 1200만 원가량이다. 김윤종 zozo@donga.com·김배중 기자}

《 ‘진정성’ 있는 저항은 사라지고 ‘디스 문화’만 남았다는 교실 속 10대들의 외침에 답답해진 우리는 전가의 보도인 조사팀(엠브레인)에 ‘지령’을 내렸다. ‘이 시대 저항의 아이콘’을 찾으라고. 12∼15일 10대와 20대 500명에게 젊은층의 저항문화에 대해 물었다. 응답자의 44.6%가 ‘젊은 세대만의 자유와 혁신, 기존 체제에 대한 거부 등 저항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했다. 33.6%는 ‘사라졌다’고 했다. 》○ 이 시대 저항의 아이콘은 지드래곤, 방탄소년단 청춘들이 뽑은 저항의 아이콘 1위는 가수 지드래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래퍼 블랙넛, 그룹 빅뱅, 방송인 유병재가 뒤를 이었다(표 참조). 상위권을 점한 것은 대개 아이돌 아니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이들. 이 밖에 유아인, 블락비, 도끼, 저스틴 비버, 일간베스트, 아이콘, 악동뮤지션, 싸이, 혁오, 버스커버스커…? 우린 새삼 국어사전을 다시 들췄다.(저항: 명사. 1.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팀.) “웃기는 결과군. 양현석 방시혁 품에서 큰 이들이 저항의 아이콘? 서태지는 적어도 자신이 룰을 만들었지, 시스템의 인형은 아니었는데….”(에이전트5·김윤종 기자) 두 요원은 어이없어 하다 ‘꼰대’ 취급을 당했다. “서태지 때도 기성세대는 ‘뭐 저딴 애가 문화대통령이냐’고 하지 않았나요? 서태지나 방탄이나 우리가 보기엔 별 차이 없어요. 자기 노래 작사, 작곡하고 패션 리더로 트렌드 앞서가요. 서태지 나왔을 때 그룹 들국화 얘기하면서 ‘요즘 애들이란…’이라며 혀 차던 386세대랑 똑같네요.”(10대 김정석 군) 허한 마음을 달래려 저항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줄 사람들을 찾았다. 20년 가까이 인디 음악계를 지킨 이들. 서울 상수역에서 록 밴드 해리빅버튼의 이성수와 힙합 그룹 가리온의 MC메타를 만났다. 둘에게 설문 결과를 들이밀었다. “아이돌은 ‘울타리’ 안에 있는 셈인데, 저항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게 재밌네요.”(이성수)○ 하위문화, 반문화, 포스트 하위문화 MC메타는 최근 SBS스페셜 ‘헬조선과 게임의 법칙-개천에서 용이 날까용?’에서 랩으로 청춘의 마음을 대변했다. “학자금 대출부터 시작이에요. 현실에 눌려 ‘짜부’가 돼 일어설 힘조차 없는 환경에서 저항을 떠올리는 게 쉽지 않죠. 래퍼 블랙넛이 3위에 오른 게 재밌네요. 저항의 타깃이 불분명하다는 강한 방증인 듯해요.” 이론적 보강이 필요했다. 저항문화에 관해 연구해온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국제문화연구학과 HK교수를 찾았다. “하위문화(subculture)와 반문화(counterculture)가 서로 다릅니다. 속칭 저항문화는 하위문화에 가까워요. 10대, 노동계급 등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렷한 의식이 있다기보다 그냥 체제가 싫은 것이 강화된 것. 즉, 저항이 아니라 반항에 가깝죠. 반면 반문화엔 이를테면 히피문화가 속해요. 정치적·이념적 저항이 있는 겁니다.” 두 요원이 찾던 저항문화는 하위문화에 가까웠다. 하위문화는 대중문화와 밀접하다. 쉽게 상업화된다. 반문화는 주로 아방가르드 같은 고급문화로 흡수됐다. 이런 하위문화, 반문화에 진정성이 있다는 사회적 담론이 ‘반문화 진정성’이다. 상업문화 안에 있되 자기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문화적 실천을 하는 것. 요즘은 이런 ‘포스트 하위문화’가 대세다. 저항문화, 이제는 촌스러워진 걸까. “관객이 10명도 안 되는 클럽에서 음악에 맞춰 분노하는 것이 저항일까, 아니면 주류시장 안에서 자기를 표현하며 힘을 획득하는 것이 저항일까.”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이 중얼거렸다.○ 팔리는 저항, 우리는 속은 걸까 체 게바라의 초상이 대량 생산되는 현실. 돌아보니 미니스커트, 장발, 비키니, 록, 힙합, 서태지…. 다 잘 팔렸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에서 남과 다른 뭔가를 추구하는 욕구를 저항문화가 충족시켜 왔다는 것이죠. 소비적 자본주의 질서에 항거하는 반문화가 도리어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을 반영한다는 역설입니다.” ‘혁명을 팝니다’의 저자 조지프 히스, 앤드루 포터의 주장이다. 해답을 찾지 못한 두 요원, 본부 인근 음반가게로 향했다. 진열대에서 둘의 손끝은 너바나, 밥 말리,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을 지나 미끄러졌고 끝내 AOA와 I.O.I에 닿아 멈췄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웹툰 작가로는 드물게 자신의 만화 그림들을 소재로 한 아트북을 최근 발표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바로 ‘거시기’한 이야기를 하기가 기자도 부끄러웠나보다. “웹툰은 스토리와 창의성이 뛰어나지만 작화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웹툰 그림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0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작업실에서 웹툰 작가 하일권 씨(34)를 만났다. 단어부터 고상한 아트북 이야기부터 꺼낸 것은 이날 인터뷰 주제가 그의 신작 19금 웹툰 ‘스퍼맨’이기 때문. 스퍼맨은 왕성한 성욕으로 슈퍼 정자(sperm)를 보유하게 된 대학생 김기두가 슈퍼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주인공 삼아 서정적인 작품을 주로 그려와 ‘제2의 강풀’로도 불렸던 그가 왜 19금 웹툰을 그렸을까. “다들 자신이 갖지 못한 특수한 힘에 열광하잖아요. 하지만 기존 미국식 히어로와는 다르게 그리고 싶었어요. 어떤 힘을 가진 영웅을 만들까 고민했죠. ‘먹방’이 대세니까 식욕을 힘으로 쓰는 히어로를 생각하다 성욕(性慾)이 딱 떠올랐어요.” 기두는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야한 생각을 한다. 발기를 해야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스퍼맨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 스퍼맨은 직접적인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은 없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가 특유의 창의력과 B급 유머로 화제가 됐고 성인웹툰으로는 드물게 포털(네이버)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처음 그릴 때는 좀 부끄러웠어요. 하하. ‘야시시’한 분위기를 내야 하는데 잘 안 그려졌죠. 그래서 일본 AV(성인영화) 보면서 연구도 하고…. 스스로 부끄럼을 내려놓고 본능에 충실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도 ‘웃기기만 하지 야한 것이 부족하다’는 독자들이 많아요.”(웃음) 하 씨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며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한 후 만화작가로 진로를 바꿨다. 2006년 포털사이트에 처음 올린 ‘삼봉이발소’로 데뷔했다. 그는 이발사가 사람들을 구한다는 설정의 이 작품을 비롯해 ‘왕따’ 학생과 소녀로봇의 사랑을 다룬 ‘3단합체 김창남’, 세계 최고의 때밀이(세신사)가 되려는 주인공을 그린 ‘목욕의 신’ 등 평범한 소재를 창의적 아이디어로 작품과 연결시킨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어릴 적 집이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성곽 쪽 꼭대기였어요. 반면 초등학교는 성북동이라 매일 40, 50분은 산언덕을 혼자 걸어 다녔죠. 걷기가 힘들다보니 재미있는 공상을 하며 잊으려 했어요. 동대문 성벽과 이어지는 계단을 걷는 순간 계단이 하늘로 움직인다든지….” 인터뷰를 끝내며 그는 스퍼맨을 시작으로 슈퍼히어로 작품을 더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히어로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받고 사람들을 구해주는 이야기는 어떨까요? 히어로 영업부서가 있고 슈퍼히어로 대리, 부장도 있고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생계형’ 히어로를 그리고 싶어요. 이게 한국형 슈퍼히어로 아닐까요?”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일민(逸民) 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의 영결식이 12일 오전 모교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루스채플관에서 엄수됐다. 고인이 다니던 벧엘교회 김서년 목사의 인도로 이날 오전 8시에 시작된 영결식에는 상주인 방성훈 스포츠조선 대표이사 발행인 겸 조선일보 이사 등 유족과 조선일보 임직원,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김석수 연세대 이사장,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목사는 영결예배에서 “고인이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4월 30일 부친의 기일을 맞았을 때 병상에서 일어나 의정부의 선영까지 올라갈 정도로 효성이 지극했다. 고 방일영 선생과 형제간 우애도 돈독했다”며 추모했다. 방 상임고문은 열세 살에 아버지를 여읜 후 다섯 살 위인 형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을 아버지처럼 따랐다.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은 이날 “조간신문이 배달돼 문 앞에 떨어지는 소리를 두려워했던 고인의 자세가 조선일보를 변화시켰다”며 평생을 신문인으로 살아온 고인의 자세를 강조했다. 조사에 나선 김용학 연세대 총장도 “고인의 꼿꼿한 자세와 카랑카랑한 눈빛, 짧지만 강렬한 건배사와 축사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8년간 기자 생활을 한 고인은 “편집국장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는데 부장은커녕 차장 한 번 못 해보고 기자를 그만둔 게 한”이라며 기자직에 대한 애착을 보여줬다. 고인은 신문사 경영인으로서 언론의 재정 독립을 강조했고 이를 실천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자서전인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에서 1970년대 중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보며 “(언론의 독립을 위해선) 어떡하든 재정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지면 개혁과 과감한 투자로 조선일보 부수를 크게 늘려 재정 안정화에 기여했다. 영결예배 후 고인의 운구 행렬은 서울 사직동 자택과 세종대로 조선일보 본사를 돌았다. 고인은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선산에 안장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채널A의 방송제작 전문 자회사 채널A미디어텍(대표 박정열)이 FNC아카데미와 1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방송인 유재석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FNC아카데미는 씨엔블루, AOA 등 인기 아이돌을 발굴, 양성해왔다. 이 협약을 통해 채널A미디어텍과 FNC아카데미는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엔터테이너 아카데미 사업을 통한 인재 발굴과 양성 △다양한 콘텐츠 및 부가가치 사업 등을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박정열 대표는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13일 첫방(‘쇼미더머니 시즌5’)이구먼. 이번 시즌 1차 예선엔 1만 명이나 모였대!”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의 호들갑이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의 심기를 건드렸다. ▽5=마이크에 대고 자잘하게 말하는 게 뭐 대단하다고. 저항, 자유, 에너지, 감정의 심연이 ‘쫑알쫑알’로 표현이 되나. 록의 저 가슴 뻥 뚫는 디스토션(기타 소리를 거칠게 왜곡 증폭하는 장치) 사운드! ▽7=‘쫑알쫑알’이라니. 노도처럼 몰아치는 리듬과 운문의 홍수를 아는가. 이제는 힙합의 시대다. 촌스럽게 무슨 록을 듣는다고.▽5=록엔 영웅서사가 있지. 곰이 마늘만 먹듯 연주를 갈고닦는 과정에서 성찰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슈퍼파워를 얻게 되지. 거대한 사운드로 주류에 저항하는 내면…. 힙합은 피처링, 샘플링이 많잖아. 매끈한 기성품일 뿐.▽7=록은 저항의 대상이 모호할 때가 많아. 랩엔 대상을 구체화해 현미경 보듯 조목조목 타격하는 느낌이 있지. 시인처럼 치열하게 운문을 지어 입으로 실어 나르는 수행이 장난은 아니지! 》두 요원 사이에 발발한 ‘시빌 워(civil war·내전)’? ‘세대의 목소리’를 두고 오랫동안 경쟁해 왔던 록과 힙합의 오랜 신경전이기도 했다.(※각주: 이 대목에서 두 요원의 과거를 들춰야만 한다. 에이전트5는 한때 기타리스트를 꿈꿨다. 에이전트7은 래퍼 경연대회 엠넷 ‘쇼미더머니2’ 참가자 출신).○ 록 소년 vs 힙합보이 ‘록이냐, 힙합이냐’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멱살 잡기 직전까지 간 두 요원. 불현듯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외계의 음모란 생각에 정신을 가다듬었다. “싸우지 말고 사람들부터 만나보자.”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메타부터 만났다. “1990년대 전만 해도 가요, 포크, 록 말곤 젊은이들이 국내 대중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장르음악이 거의 없었어요. 그 이후 힙합의 미디어 노출이 늘면서 자연스레 매력에 빠진 거죠. 저도 한때 레드제플린 팬이었죠.” 조용필, 신승훈조차 자신의 앨범에 힙합 요소를 넣고 있으니 음, 1차적으로 보면 힙합의 승리.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시즌5까지 나온 ‘쇼미더머니’(엠넷)와 흥행 부진으로 사라진 록 경연대회 ‘TOP밴드’(KBS). ‘쇼미더머니’ 연출을 총괄해온 엠넷 고익조 팀장은 고교생 랩 배틀 프로그램 ‘고등 래퍼’를 기획 중이었다. “젊은 세대가 자신들을 표출하는 방식은 유행에 따라 ‘왔다갔다’해 왔죠. 지금은 힙합이죠. 록? 요즘 10대들은 연주하기 힘들어해요. 힙합은 컴퓨터와 펜만 있으면 되죠. 만들어진 비트를 인터넷에서 찾아 가사만 얹어도 됩니다. 쉬운 걸 원하는 시대에 맞죠.” 반면 ‘TOP밴드’ 시즌1∼3을 연출한 KBS 김광필 PD는 담담했다. “밴드를 부활시키려 노력했는데…. 젊은 세대의 정서를 록이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메시지 측면에서도 거대 담론보다 랩의 세밀한 주장에 요즘 사람들이 더 공감하고 있죠. 20대 중 록 듣는 사람은 클래식, 재즈처럼 접근해요. 소수의 취향이 된 거죠.”○ 교실에선 어떤 냄새가 날까… 진짜 10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친김에 서울시내 중고교를 돌아다녔다. “교실에서 록 듣는 애들은 드물어요. 아이들이 힙합 디스(Diss·비난) 가사를 중얼거릴 뿐이죠. 근데 그 속에 거창한 저항정신은 없어요. 다들 너무 잘 알거든요. 저항하기에는 사회가 너무 팍팍하다는 것을…. 문화로 저항하기보다는 그냥 남학생들은 담배 피우고 여학생들은 화장합니다.”(서울 성북구 A중학교 교사 신모 씨·35) 고교생 10여 명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저항이란 단어와 힙합, 록은 관계가 적었다. “록은 너무 과장돼 코미디 같아요. 대놓고 비속어 쓰고 욕하는 힙합이 공감이 가요. 근데 록, 힙합, 시대정신 뭐 이런 거보다는 당장 먹고살기 어렵고 취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1순위예요.”(서라벌고 1학년 김모 군) “저항이나 감정을 표출하려면 문화를 통하기보다는 직접 해버려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글을 쓰고 댓글 달면서 현실을 비판하고, 또래와 의견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요.”(고교 2학년 박모 군) 비틀스, 레드제플린, 메탈리카, 서태지, 너바나, 에미넘…. 1개 장르 혹은 1명의 뮤지션을 ‘세대의 메시아’로 탐독하는 문화. 기타를 멘 친구 혹은 비트에 가사를 얹는 친구에게 동경을 보내던 분위기. 모두 사라져 간다. 패션 좋고, 노래와 춤을 잘하는 ‘아이돌 스타’ 이미지 학생이 10대 문화리더가 된 현실에서 ‘록 vs 힙합’은 이미 구시대 버전. 답답함에 ‘명예 에이전트’ 김헌식 문화평론가를 찾았다. “록이나 힙합으로 풀어내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망적이에요. 그렇다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없진 않잖아요. 저항 문화는 사라지고 ‘디스 문화’만 남았죠.” 두 요원은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슈트를 챙겨 입은 뒤 홍익대 앞으로 향했다.(2부에 계속) 임희윤 imi@donga.com·김윤종 기자}

한국적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화가 오세영 화백(사진)이 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1세. 1955년 충남 공주 태생인 고인은 1986년 서른두 살의 늦은 나이에 만화잡지 ‘만화광장’에 단편을 실으며 데뷔했다. 1980년대 대량 제작 공장식 시스템으로 일관하던 한국 만화계를 바꾸기 위해 토속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을 바탕으로 사회성 있는 작품을 창작해왔다. 뛰어난 묘사와 연출 기법으로 1980, 90년대 만화가들이 좋아하는 만화가로 꼽혔다. 빈소에는 이두호 김형배 이희재 등 선후배 만화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대표작은 ‘부자의 그림일기’ ‘남생이’ ‘월북 작가 순례기’ 등이다. 특히 박경리 소설 ‘토지’를 원작으로 한 ‘만화 토지’(2007년)는 한국적 화풍으로 독자뿐만 아니라 원작자에게도 극찬을 받았다. 1999년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 2009년 고바우 만화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경기 용인시 ‘평온의 숲’, 발인은 7일 오전 7시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왜 ‘슈퍼히어로(Super hero)’인가?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영화관은 슈퍼히어로 영화로 도배됐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국내에서만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앞서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도 세계적으로 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TV를 켜면 곳곳에 ‘슈퍼걸’ ‘플래시’ 등 네다섯 편의 슈퍼히어로 드라마가 방영된다. 2010년대 이후 영화 ‘어벤져스’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 흥행 최상위권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관련 게임, 장난감, 테마파크 등 수많은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영화 ‘저스티스리그’ ‘닥터 스트레인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원더우먼’ ‘플래시’ ‘아쿠아맨’ 등 연간 4, 5편의 대작이 향후 5년간 계속 개봉한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원작의 힘이라고 말한다. 즉, 미국 만화 출판사인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가 발행하는 방대한 ‘슈퍼히어로 그래픽노블(Graphic Novel)’이 성공의 원천이라는 것. 실제 슈퍼히어로 영화가 개봉되면 서점에선 원작 만화 판매량이 급증한다. ‘요즘 슈퍼히어로가 얼마나 심오한데’라고 주장하는 지인(자녀, 애인)과 소통하고 싶다면, 슈퍼히어로 ‘초보 덕후’가 되고 싶다면, 혹은 대세가 된 슈퍼히어로물을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원작 읽는 법’을 배워 보자. 책 ‘슈퍼히어로 전성시대’를 낸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 블로그 ‘부머의 슈퍼히어로’를 운영하는 미국 만화 번역가 이규원 씨, 국내에서 슈퍼히어로 만화를 가장 많이 출판한 ‘시공사’ 백소용 책임편집자에게 특강을 들어봤다. 팁1: 역사부터 알자 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슈퍼히어로물의 역사에 대한 이해. 그간 나온 영화의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원작 만화의 역사는 무려 90년에 육박한다. 슈퍼히어로의 시작은 ‘벅 로저스’(1929년). 외계인과 싸우는 미국 만화 최초의 슈퍼히어로다. 이후 1930년대 슈퍼히어로 초기 만화들은 미국 내 비누회사가 판촉물로 나눠 주면서 본격화됐다. 판촉물이 인기를 얻자 30∼60쪽 잡지 형태의 만화가 발행됐고 이런 잡지 6∼12개가 합쳐져 만화 단행본이 됐다. 1935년에는 DC코믹스의 첫 만화잡지인 ‘뉴펀’이 발매됐고 이듬해 ‘얼굴을 가리고 복면을 쓴’, 즉 현재 슈퍼히어로의 원형이 된 ‘더 팬텀’이 신문에 연재됐다. 1938년에는 슈퍼히어로 대명사 슈퍼맨이, 이듬해 배트맨이 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슈퍼히어로 만화 전성기가 시작된다. 슈퍼히어로가 독일군을 물리친다는 설정의 ‘캡틴 아메리카’가 인기를 끌었다. 슈퍼히어로 만화의 본질이 크게 달라진 것은 1960년대. 단순한 권선징악 스토리로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 작품과 달리 사회 속 ‘마이너리티’인 뮤턴트(돌연변이)가 주인공인 ‘엑스맨’, 가난한 학생이 슈퍼 영웅이 되는 ‘스파이더맨’ 등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가 탄생됐다. 그러나 1970년대 슈퍼히어로 만화는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사람들이 영화, TV 등 영상매체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 ‘슈퍼맨’ 역시 새로운 만화보다는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영화 ‘슈퍼맨’(1978년)이 주목받았다. 침체되던 슈퍼히어로 만화가 부활한 것은 1986년. 앨런 무어의 ‘왓치맨’,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 등 영웅의 인식론적 세계, 과격한 묘사, 사회 문제를 담는, 즉 성인이 읽기 좋은 슈퍼히어로 만화가 발표되면서 위상이 격상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예술성이 강조되면서 1990년대에는 소수만 열광하는 문화로 전락한다. 마블이 파산 위기에 몰렸을 정도. 2000년대 슈퍼히어로 만화가 다시 각광을 받는다. 2000년 개봉한 영화 ‘엑스맨’을 시작으로 ‘다크 나이트’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흥행하면서 원작이 다시 주목받았다. 슈퍼히어로 영화가 많아진 이유는 40, 50대 초반인 잭 스나이더(배트맨 대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엑스맨 시리즈), 앤서니 루소(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 미국 주요 감독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1960, 70년대 어린 시절 슈퍼히어로 원작에 빠져들었던 이 세대는 성인이 된 후 원작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영화화에 나섰다. 여기에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면서 다시 슈퍼히어로 전성시대가 됐다. 김 편집장은 “슈퍼히어로 캐릭터와 스토리가 너무도 많아 이를 조합해 수십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며 “원작 만화에서는 디테일한 설정, 캐릭터 특성, 스토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팁2: 슈퍼히어로 그림 문법에 익숙해지기 슈퍼히어로 만화를 읽은 독자 중 상당수는 “어렵다”고 말한다. 슈퍼히어로 만화 그림이 한국 독자에겐 낯선 탓이다. 슈퍼히어로 만화는 각 컷의 연결성보다는 개별 컷의 이미지와 대사를 중시한다. 스토리 위주로 만화를 보는 한국 독자는 액션의 동선이 컷마다 이어지는 일본 만화 형식에 익숙하다. 액션이 한두 컷으로 끝나 액션 연출이 빈약한 데다 심리적 대사가 많은 슈퍼히어로 만화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정보량도 국내나 일본 만화의 5∼10배에 달할 정도. 이 씨는 “1960∼80년대 슈퍼히어로 만화는 액션보다는 내레이션으로 스토리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그림 소설’이라고 할 정도”라며 “2000년대 들어 슈퍼히어로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영화 스타일로 그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스토리보드 작가, 캐릭터 디자이너가 만화책도 그린다는 것. 최근에는 일본 망가 스타일까지 흡수한 슈퍼히어로 그림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또 같은 ‘배트맨’이라도 만화책에 따라 캐릭터 디자인이 달라지는 등 수많은 형태가 존재한다. 백 편집자는 “캐릭터 소유권을 갖고 있는 마블, DC 코믹스가 전체적으로 기획을 한 후 스토리, 그림 작가를 고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팁3: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이해하라 이처럼 슈퍼히어로 만화는 캐릭터가 많고 세계관이 방대하다. 스파이더맨 등 인기 캐릭터는 스토리가 1000개 이상 나왔을 정도. 같은 슈퍼맨이라도 작가에 따라 그림체, 작품 분위기, 세계관이 천차만별이다. 한 작가가 지구에서 활약하는 슈퍼맨을 그려 왔다면 다른 작가는 ‘지구2’를 설정해 새로운 슈퍼맨 이야기를 구성한다. 또 다른 작가는 ‘지구3’에서 슈퍼맨을 악당으로 그린다. 슈퍼히어로 원작에는 이런 식의 평행우주, 즉 멀티버스(multiverse) 작품이 많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설정상 큰 차이와 각종 오류가 생긴다. 이에 마블, DC 코믹스는 정기적으로 한 번씩 세계관을 통째로 뒤집어엎는 사건을 담은 스토리를 발표한다. 이를 ‘크로스오버 이벤트’라고 부른다. 슈퍼히어로들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메인 줄거리를 발간하면서 동시에 그 사건과 관련된 개별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별도의 만화로 진행하면서 난잡해진 세계관을 정리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시빌 워’. 동명 원작은 수십 권이나 된다. 이 복잡한 만화를 어떤 순서로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출간 순서대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 출판되지 않은 작품이 많은 데다 너무 방대하다. 따라서 초보 단계는 영화 원작부터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본 후 미진했다면 이 영화의 뼈대가 된 ‘배트맨 허쉬’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 ‘저스티스 리그’ 등을 읽는 식이다. 이 씨는 “과거에 출간된 슈퍼히어로 만화를 2000년대 설정에 맞게 리부트한 ‘얼티멋 유니버스 시리즈’ ‘뉴52’ 시리즈 위주로 보는 것도 좋다. 영화와 비슷해 괴리감이 적다”고 말했다. 중급은 ‘캐릭터 중심’으로 완독하는 것이다. 배트맨이 좋다면 ‘배트맨: 이어 원’ ‘배트맨: 롱 할로윈’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등을 출간 순서대로 읽는다. 혹은 ‘작가 중심’으로 작품을 보는 것도 한 방법. 그림이 실사에 가까운 앨릭스 로스, 한국 출신 작가 짐 리(본명 이용철), ‘배트맨: 이어 원’을 그린 데이비드 마추켈리, ‘시빌워’와 ‘킥애스’로 유명한 마크 밀러 등이 추천됐다. 이 단계를 넘은 고급 독자들은 앞서 말한 크로스오버 이벤트 작품인 ‘시빌 워’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 ‘제로 아워’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 ‘하우스 오브 엠’ 등에 도전한다. 팁4: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라 슈퍼히어로 원작 만화의 양축은 DC와 마블 코믹스. 두 회사가 만든 캐릭터는 성격이 판이하다. 자신의 취향을 고려해 DC나 마블 중 한 곳을 중심으로 작품을 보는 것도 좋다. 30, 40대가 어린 시절 익숙했던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 등은 DC코믹스 캐릭터다. 완전무결한 데다 고민도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사람들을 구하는 정통파 영웅 캐릭터다. 진지하고 무겁다. 반면 마블 캐릭터인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등은 다소 트렌디하고 다중적이다. 김 편집장은 “DC는 서사나 장르적 재미에 치중해 확실한 영웅신화 스토리, 확실한 스릴러로 가는 식”이라며 “반면 마블은 현실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내용이 비교적 쉽고 공감도가 높다”고 말했다. 슈퍼히어로 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비교 대상인 SF ‘스타워즈’ 시리즈나 판타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달리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만화 속에 넣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초인등록법을 다룬 ‘시빌 워’는 9·11테러 이후의 인권보다는 안보에 치우친 미국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최근작인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이 꼭 끼는 쫄쫄이 위의 빨간 팬티를 더 이상 입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슈퍼맨의 남근과 힘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던 빨간 팬티가 마초적 이미지보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요즘 사회에서는 부담스러워진 것. 최근 슈퍼히어로 만화에는 높아진 여성의 위상을 반영해 ‘미즈마블’ ‘스파이더우먼’ 등 여성 히어로도 많아지고 있다. 김 편집장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아이언맨 슈트가 머지않은 현실이 된 데다, 게임에 익숙한 대중은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당분간 슈퍼히어로 콘텐츠의 힘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울 시내를 비출 10만여 개의 연등은 어떤 장관을 이룰까?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14일) 봉축행사는 지난달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사자(四獅子) 삼층석탑등’이 환하게 빛나면서 시작됐다. ‘사사자 삼층석탑등’은 국보 35호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을 원형으로 삼아 제작한 것이다. 올해 봉축 표어는 ‘자비로운 마음, 풍요로운 세상’.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 자신과 타인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깨우침과 나눔의 정신을 살리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올해 봉축행사는 서울 조계사를 중심으로 전국 교구 사찰에서 진행된다. 봉축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연등회. 연등은 부처님오신날의 꽃으로 통한다. 나아가 연등회는 불교적 의미를 넘어 공동체 문화축제가 됐다. 국내외 참여자가 국내 축제 중 가장 많다. 연등회는 전국에서 열리지만 가장 큰 연등회는 6∼8일 서울 조계사 인근과 종로 일대 등에서 진행된다. 6일부터는 조계사 옆 우정공원, 삼성동 봉은사, 청계천에서 한지 고유의 은은한 멋과 빛의 아름다움을 담은 전통 등 전시회가 열린다. 특히 올해로 9번째를 맞이하는 청계천 전통 등 전시회에는 서울의 터를 잡은 무학대사와 태조 이성계, 왕실의 사찰순례 행렬과 육법 공양을 형상화한 60여 점의 작품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7일 오후 4시 30분부터는 서울 동국대 운동장에서 ‘어울림마당’이 개최된다. 40여 개 단체의 연희단 1000여 명과 어린이 청소년 청년 율동단이 신나는 노래와 춤사위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 청년 율동곡으로는 1986년 성철 스님의 봉축법어를 랩으로 작곡한 ‘당신의 생일입니다’가 사용돼 화제다. 이어 이날 오후 7시부터는 동대문을 거쳐 종로 일대 조계사까지 연등행렬이 진행된다. 행렬에 사용되는 연등 수만 무려 10만여 개. 올 연등행렬에 처음 등장하는 선두등은 ‘주악비천등’이다. 천상세계를 날아다니며 음악을 연주하는 천인을 뜻한다. 또 북한 문헌을 토대로 복원한 북한의 전통등도 선보인다. 연등행렬이 끝나는 오후 9시 반부터 종각 사거리에서는 연등행렬을 마친 사람들이 모여 ‘회향 한마당’을 연다. 전통 민요와 강강술래로 무대가 메워질 예정이다. 8일 낮 12시에는 조계사 앞길에서 ‘전통문화마당’이 펼쳐진다. 사찰음식을 맛보며 단청·참선 등 다양한 전통문화부터 청년 힐링상담, 불교 애니메이션 전시, 연희단 옷입어보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안국동과 공평사거리 두 곳의 무대에서는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최승희 춤 등 각종 공연이 계속된다. 전통문화마당이 끝나는 8일 오후 7시부터는 연희단이 중심이 돼 인사동과 종로 일대에 다시 한 번 등물결을 펼치며 풍요로운 세상을 기원하게 된다. 행렬 뒤 공평사거리에서 열리는 연희단 공연으로 연등회가 마무리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한국과 외국인 청년 등 49개국 150여 명이 연등회 서포터스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는 봉축법요식은 14일 오전 10시부터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 봉행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제뉴스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의 18세 여성이 승용차를 몰면서 ‘스냅챗(snapchat)’으로 친구들에게 속도를 자랑하는 ‘인증 동영상’을 보내려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습니다. 피해자는 스냅챗을 상대로 소송을….” 2일 저녁 요원 숙소. 임무를 마친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과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는 저녁뉴스를 보던 중 귀가 솔깃해졌다. 동시에 외쳤다. “에이전트여, 스냅챗을 아는가?” 몰랐다. 둘 다…. 우리는 끽해야 카톡, 페이스북이나 쓰면서 ‘SNS에 달통하다’고 자부하는, 그러니까 10대가 보기에는 처절히 ‘아재’였단 말인가? 스마트폰을 꺼내 즉시 스냅챗을 깔았다.○ 스냅챗, 스노우, MSQRD… 얼굴 바꾸는 SNS 앱 인기 별건 아니군. 스냅챗은 미국, 유럽에서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 자신의 모습을 찍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전송하면 된다. 앱을 쓰다 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그 안에 외계인이 득실거렸다. 송혜교와 ‘28%’가량 비슷한 여성,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닮은 듯한 남성…. 스냅챗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얼굴 바꾸기’로 자신의 얼굴을 변형한 사진과 동영상이었다. 무섭기도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나를 비춘 뒤 유명인이나 동물사진을 선택해 겹쳐내면 끝. ‘페이스스와프’ ‘MSQRD’ 등 다른 얼굴 바꾸기 앱도 인기였다. 에이전트7은 ‘페이스오프’를 떠올렸다. 수술로 범죄자와 추적자의 얼굴을 바꾼 그 영화 말이다. 왜 얼굴을 변형해 SNS에 올릴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걷어내 지구인 뇌를 교란하려는 외계의 음모? “도서관에 자리 맡아놨는데, 잠시 비운 사이 누군가가 앉아 있더군요. 그 황당한 순간을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설명하기 귀찮아요. 얼굴을 요상하게 찍어 친구들에게 보냈죠. 이미지로 말하는 거죠.”(대학생 송현진 씨·22) 언어학에서나 들어본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이미지를 문자처럼 읽어내는 능력)? 방송작가 이영선 씨(31)가 비웃었다. “진지충들…. 또 의미를 추적하시겠다? 아빠 증명사진 위에 수염, 뿔 그려본 적들 없어요? 그냥 재미죠.” 머쓱했지만 거대 기업 페이스북마저 최근 얼굴 바꾸기 앱 개발사를 인수한 것은 엄연한 사실. 페이스북 미국 본사를 방문하려다 비용을 생각해 네이버를 찾았다. 네이버는 자회사를 통해 스냅챗과 유사한 앱 ‘스노우’를 발표했다. “SNS 트렌드가 텍스트→사진→동영상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10대들은 사진에서 느끼지 못하는 생생함을 동영상으로 공유하죠.”(캠프모바일 이은영 부장) “PC 메신저 시절에 스크린은 수시로 로그인이 필요한 객체였죠. 하지만 지금 휴대전화 화면은 언제든 즉각 내 모습을 비추는 ‘제2의 나’입니다. 텍스트에 부속되던 이모티콘을 그대로 내 얼굴 위에 겹쳐내 버리는 게 지금의 얼굴 바꾸기죠. 섬뜩하지만요.”(이진섭 브랜드 매니저)○ 타인의 시선으로 구축한 자신의 세계… 현실인가 가상인가 이런 현실은 ‘Z세대’란 단어와 맞물린다. 2000년 이후 출생해 스마트폰 동영상, SNS와 함께 성장한 세대…. “이들은 익스포저(exposure·노출) 심리가 강해요. 그런데 실제 대화나 관계에는 어색해하죠. 상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데 익숙한, 즉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스마트폰은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줍니다. 그런데 실제 대화는 어떨까요? 내 이야기에 반박하고 대응하겠죠. SNS는 ‘소통’이라기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설득’이죠.”(전우영 충남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얼굴 바꾸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얼굴을 넘어 촬영된 다양한 사물, 배경을 통째로 휴대전화 앱을 통해 변형하는 기술이 이미 코앞에 와있다. “이제 점점 현실과 변형된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겁니다. 현실의 변형에서 진짜 현실을 판독해내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할 거예요.”(모바일 영상 합성 앱 얼라이브 오주현 대표)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창 밖 풍경이 앱 속 영상처럼 느껴져 구토가 쏠렸다. 임무 중단. 과열된 뇌를 식힐 겸 콘서트장으로 향하던 두 요원은 곧 거대한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데….(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살려주세요.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어두운 창고 안. 손발이 꽁꽁 묶인 여성이 쓰러져 있다. 한 무리의 남성들은 “네가 저지른 죄를 회개하라”고 비웃으며 자신들의 혁대를 푼다. 웹툰 전문사이트 ‘레진코믹스’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속죄캠프’의 한 장면. 여성을 납치, 감금한 후 집단 성폭행을 시도하려는 듯한 모습이 묘사된다.○ 웹툰 선정성 점차 심해져 ‘속죄캠프’가 화제가 되면서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수위가 지나치다’, ‘성범죄를 정당화한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해당 업체가 “우리도 이 작품이 어떤 논란을 불러올지 두렵다”고 밝혔던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거친 성적 묘사나 폭력 장면을 담아 성인 남성이 선호한다는 ‘남성향’ 웹툰은 동성애를 다룬 ‘BL(Boys Love)’, ‘GL(Girls Love)’과 함께 주요 웹툰 사이트의 핵심 콘텐츠로 통한다. 업체마다 ‘남성향 웹툰’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거나 공모전을 열 정도. ‘19금 경험담’을 짧은 스토리로 풀어낸 ‘썰만화’도 유행 중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회사원 강지훈 씨(32)는 “성적 판타지도 콘텐츠다. 결국 취향의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생 최수현 씨(28)는 “왜곡된 성적 판타지는 여성혐오 등 실제 사회문제와 연결된다”고 밝혔다. 이런 웹툰들은 성인 인증을 거쳐야 볼 수 있다. 하지만 최모 군(18)는 “이메일, 휴대전화를 통해 성인 인증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인증 후 화면을 캡처해 친구들과 돌려 본다”고 말했다. 성인용뿐 아니라 전체관람가 웹툰의 표현 수위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낚시신공’(네이버)의 경우 극 중 학생들 간 싸움에서 전기톱 등으로 팔과 얼굴이 잘리는 장면이 나오자 연재가 중단됐다. 웹툰 ‘결계녀’는 여성 속옷이 수시로 노출돼 논란이 되자 속옷을 검은색 바지로 수정했다.○ 자율 규제만으론 부족?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선정성, 폭력성 등으로 신고가 들어와 심의해야 하는 웹툰이 한 달 평균 1만 건에 달한다. 방심위는 1∼3월 웹툰 ‘결계녀’, ‘본격게이양성소’ 등의 선정성이 지나치다고 판정해 한국만화가협회에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2012년 방심위와 한국만화가협회가 ‘웹툰 자율규제 협력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창작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취지였다. 방심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웹툰의 경우 삭제, 사이트 접속 차단, 이용 해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 자율 규제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웹툰 속 선정성, 폭력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일정한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은 “‘자율 규제’라곤 하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애매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폭력성, 선정성을 판단할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정부의 일방적 규제보다는 소비자, 시민사회, 유통업체, 작가들의 합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란은 한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슬람 국가 중 하나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은 한류 열기가 더 뜨거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의 시작은 2007년 이란 국영방송(IRIB)에서 방영돼 시청률 90%가 나온 드라마 ‘대장금’이다. 드라마 ‘주몽’도 2008년 방영돼 시청률 85%를 기록했다. ‘동이’ ‘고맙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등도 인기를 누렸다. 이후 ‘대장금’ ‘주몽’처럼 큰 인기를 끈 드라마는 없지만 한류는 꾸준히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를 품은 달’ ‘홍길동’ ‘굿닥터’ ‘계백’ ‘발효가족’ 등 한국 드라마 6편이 방영됐다. ‘라바’ ‘장금이의 꿈’ 등 애니메이션도 8편 수출됐다. 서양 콘텐츠와 다른 한국 콘텐츠의 △감성적인 접근 △예의 바름 △로맨티시즘 △순수함 △가족 중심 가치 등이 보수적인 이란인을 매료시켰다는 평가다. 한국 대중가요(케이팝)도 KBS월드, 아리랑TV 등 해외 채널을 통해 꾸준히 전파되고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이란에서도 가수 싸이가 화제가 됐다.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이란 콘텐츠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2%씩 성장해 82억 달러(약 9조3500억 원·2016년 추정치)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란에서 한류를 ‘재점화’시킬 수 있는 분야로 게임을 꼽는다. 이란 정부가 2007년부터 게임 개발을 장려하는 가운데 2014년 이란 게임 시장이 1억2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등 ‘중동 3대 게임 시장’으로 성장했다. 올해 1월 대이란 제재가 해제됐지만 아직 이란에서는 서구에 대한 반감이 심해 할리우드 영화 등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한류가 반사이익을 누려 선점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영수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이란은 당장 한류 콘텐츠로 큰 수익을 누리기는 어렵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등 인접 국가에 한류를 확산시킬 허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미국 만화가가 그린 ‘명량해전’은 어떤 모습일까? 27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 따르면 미국 만화작가 온리 콤판 씨(33)가 충무공 탄신일인 이달 28일을 맞아 ‘이순신: 폴른 어벤저(Yi Soon Shin: Fallen Avenger·사진)’를 선보인다. ‘이순신: 폴른 어벤저’는 충무공이 배 12척으로 왜군의 330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다룬 단행본 만화다. 콤판 씨는 당초 미국 뉴욕에서 10월에 열리는 만화축제 ‘코믹콘’에서 이 작품을 공개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 팬을 위해 28일 0시(한국 시간)에 SICAF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일부를 편집영상 형태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콤판 씨는 충무공의 업적을 담은 만화 ‘이순신: 전사 그리고 수호자’ 3부작을 2009년부터 발표했다. 이 만화는 미국에서 5만1000여 권이나 판매됐다. 콤판 씨는 충무공을 소재로 계속 만화를 그리는 이유에 대해 “요즘 슈퍼 히어로를 다룬 콘텐츠는 너무 포화됐다. 무언가 다르면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진짜 영웅의 이야기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이순신”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SICAF는 7월 6∼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피자 왔습니다.” 21일 서울 광화문 요원 대기실.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과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는 허기를 달랬다. 다만 ‘특정’ 피자는 먹을 수 없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 정우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보도를 최근 접했기 때문. 그뿐만이랴.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이 운전기사를 괴롭힌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입맛이 떨어졌다. “우울한데 TV나 보자.”(에이전트5) 》 채널을 돌렸다. 이상하다. 비슷한 캐릭터가 계속 등장한다. 핏(fit)이 딱 떨어지는 고급 슈트, 칼같이 빗은 머리, 싸늘한 표정…. ○ 대중문화 속 ‘절대악’이 된 재벌 tvN 드라마 ‘기억’의 신영진(이기우), SBS ‘미세스캅2’의 이로준(김범), ‘리멤버’의 남규만(남궁민)은 모두 재벌로 나온다. 이 멋진 남자들은 툭하면 기물을 집어던지고 폭언을 일삼는다. ‘기분 더럽네. 예능이나 볼까’란 생각에 ‘개그콘서트’(KBS)를 틀자 ‘베테랑’ 코너에서 회장 아들이 등장해 아버지뻘 되는 부장에게 구두를 던진다. 두 요원은 문득 궁금했다. 대중문화에서 재벌가가 광기 어린 ‘절대악’으로 그려지는 이 현실이…. 진짜 재벌의 모습일까. 혹은 외계인이 이들의 정신에 침투해 조종하는 것은 아닐까? 전국경제인연합회부터 찾아갔다. 대중문화 속 기업인 이미지에 재계의 불만이 크다는 소리를 들었던 차. “운전기사 폭행 사건의 통계를 낸다면 대기업 오너 말고 다른 직종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재벌 폭행만 주목받죠. 대중문화가 반(反)기업 정서를 높이면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요. PD나 작가 분들의 이해를 도울 겸 시장경제 강연에 초청해도 색안경을 끼고 안 모여요.”(전경련 임상혁 전무)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수저계급론’을 내뱉었다. “드라마 속 재벌은 2, 3세잖아요. 부모 잘 만난 금수저인데, 안하무인이니 악역으로 딱이죠. 재벌을 응징하면 속시원해하면서도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아이러니는 슬퍼요”(대학원생 송모 씨)○ 10명 중 7명 “악역 재벌은 현실의 반영” 조사팀(엠브레인)에 의뢰했다. 400명에게 ‘대중문화 속 재벌의 모습이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나’라고 물으니 67.1%가 ‘반영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재벌들의 실제 갑질을 봤기 때문’(39.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재벌을 직접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두 요원조차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 다리 건너 듣기’란 작전을 실시했다. “재벌을 지켜보면 반말은 기본 ‘장착’이죠. 공식석상에서 직원에게 ‘과장님, 갖다 주실래요’라고 해도 좋으련만 ‘야, 이거 좀 가져와라’란 식이에요. ‘서민새끼들’이란 하대 마인드가 강해요.”(재계 담당 기자 A 씨) 프로파일러 출신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연성이 있다’고 평했다. “재벌 2, 3세가 ‘절대 위치’로 키워졌잖아요. 다른 사람을 배려할 필요가 없죠. 부모나 형제 등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잘나다 보니 강박도 커서 콤플렉스를 갖게 되고 스트레스를 외부로 표출합니다.” ○ 악역 캐릭터도 유행 탄다? 최근 ‘악의 축’ 재벌 캐릭터의 유행은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가 계기가 됐다. 이후 재벌 캐릭터는 대부분 조태오를 차용했다. ‘베테랑’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를 찾았다. “저희도 재벌 혹은 준재벌이라도 만나보고 캐릭터를 만들려 했어요. 그런데 그 누구도 만나주지 않더군요. 실제 그룹 오너들의 보도, 기록을 조합해서 조태오를 만들었어요.” 현실 속 거대 권력은 조심스럽다. “재벌 캐릭터를 만들 때 조심해요. 특정 대기업 오너나 회사와 비슷해 보이면…. 광고주에게 항의를 받기도 합니다.”(지상파 PD A 씨) 주인공을 괴롭히는 전형적 ‘밉상’ 악역은 2000년대 초중반 사라졌다. 착한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선악 구도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 이후 악해질 수밖에 없는 사연을 소개해 연민을 끌어내는 악역 캐릭터가 대세였다. “이제는 악역을 통해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요. 대중문화는 현실의 반대급부로 강화됩니다. 현실의 결핍을 허구인 대중문화로 메우려는 욕구가 강해요. 다만 재벌 악당 캐릭터가 너무 많아져 사람들이 식상해하기 시작했어요.”(정덕현 문화평론가) 주인공이 갖지 못한 것은 주인공에 감정 몰입을 하는 우리도 갖지 못한 것…. 그것이 ‘돈’이라면 악당 재벌 캐릭터는 계속될 것 같다는 모호한 결론만 내린 채 신촌으로 향했다.(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도연아. 어디 가?” 캠퍼스를 거닐던 개그우먼 장도연은 우연히 강의실 앞에서 탁재훈을 만났다. “오빠. 공강 시간이에요? 저는 ‘야외교육론’ 수업 중인데, 과제로 학교 내 명소를 찾고 있어요.(장도연) “명소? 학교에서 숨어서 잘 곳이나 좀 찾아줘. 하하.”(탁재훈) 21일 오후 1시 경기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 채널A 예능프로그램 ‘오늘부터 대학생’(매주 토요일 밤 11시) 촬영 현장. ‘오늘부터 대학생’은 연예인들의 좌충우돌 대학 생활 도전기를 그린 리얼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탁재훈(48)과 개그맨 장동민(37), 개그우먼 콤비 박나래(31)와 장도연(31)이 각각 단국대 도예과, 체육교육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해 대학 생활을 체험한다는 설정이다. 촬영 현장에서는 수시로 폭소가 터졌고, 수시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리얼 예능’이란 말이 실감됐을 정도. 모든 촬영은 대본 없이 설정만 주어진 채 이뤄졌다. 주인공들은 그 설정 안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까지 봤다. 캠퍼스 현장을 생생히 살리기 위해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만 20여 대. 하늘에는 드론 카메라까지 떠 있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더 큰 웃음과 감동이 발생해요. 단 한 순간이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커요.”(제작 담당 채널A 이성수 PD) 이날 탁재훈과 장동민은 학생 20여 명과 함께 단국대 도예과 김병율 교수 지도하에 전공 실습 시험을 봤다. 도자기 제작용 물레를 점검하는 탁재훈 장동민의 표정은 학생들 못지않게 진지했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탁재훈은 “‘낄끼빠빠’ 아세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젊은 세대 신조어예요. 알아 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라며 웃었다. 같은 시간. 캠퍼스 내 폭포공원 앞에서는 박나래와 장도연이 체육교육과 학생들과 조를 이뤄 ‘야외교육론’ 수업에서 과제 발표를 하고 있었다. 박나래와 조를 이룬 단국대생 김은수 씨(22)는 “처음에는 연예인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거의 같은 과 학생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진짜 후배처럼 막 대할까 봐 걱정”아라며 웃었다. 박나래도 거든다. “대학 생활을 똑같이 해야 하니 쉽지 않았어요. ‘하차하겠다’며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과 친해지면서 마음이 바뀌더군요. ‘나도 학생’이란 생각으로 동화되니 진정성도 생기고 수업 중 재미있는 상황도 자주 발생해요.” 실제 촬영 현장은 출연진뿐 아니라 단국대 학생들,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융화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다만 낯선 순간이 많다고 한다. “학생들이 필기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교수님 강의를 촬영하거나 칠판을 찍더라고요. 편리하면서도. 뭔가 낭만은 없어진….”(탁재훈) “낭만요? 요즘 대학생들 힘들어요. 다들 오후 6시만 되면 사라집니다. 대부분 ‘알바’하러 가는 거였어요. 다들 참 열심히 해요. 초심이 떠오르더군요.”(장동민) ‘오늘부터 대학생’은 웃음뿐 아니라 ‘소통’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젊은층에게는 동질감을, 중장년층에게는 학창 시절 향수와 요즘 청춘의 고민을 알려주겠다는 취지다. 이 PD는 “‘오늘부터 대학생’을 보면서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