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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올해 7월 전국 최초로 유아교육과를 신설한다. 기존 교육청 안에 분산된 유아교육 관련 업무를 통합하는 한편 관리 기능까지 강화한다. 현재 부처 간에 논의하는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과정에서 교육당국이 기선 제압에 들어간 모양새다.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신설되는 유아교육과에는 전문직과 일반직을 섞어 10여 명의 인력을 둔다. 이들은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 △유치원 운영위원회 관리 △교육·재무·방과후 과정 지도 △교육현장 지도 △교사 연수 및 교육과정 개발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아교육의 기반을 세우는 획기적인 시도다. 경기 부산 등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미래인재교육과의 유아교육팀이 유아교육을 담당하지만 전문직 4명만으로 구성된 데다 재량이 적어 업무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올해부터 만 3∼5세 전체에 ‘누리과정’이 적용되면서 업무 부담은 더욱 커졌다. 누리과정은 유치원-어린이집 구분 없이 적용되는 유보통합 프로그램이다. 특히 신설되는 유아교육과는 박근혜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유보통합 관리체계를 교육부 쪽으로 일원화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보통합을 위해 지원하는 예산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일원화돼 있다. 교육과정 역시 누리과정이란 공통 커리큘럼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기관과 관리 부처가 다르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혀 왔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유치원, 복지부가 관할하는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현장이 혼란스럽다. 학부모들은 헷갈리고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이번 유아교육과 신설은 교육을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일원화하자는 공감대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사이에 형성되면서 추진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관리체계가 분리된 상황에선 유보통합의 의미를 살리기 힘들다. 이번 건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제안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받아들여 마련됐다. 관리체계 일원화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비효율성을 없애 학부모 만족도를 높이려는 취지라는 얘기다. 교육부는 최근 논의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가칭 ‘유아학교’로 만든다는 계획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반발을 의식해서다. 그 대신 이번 유아교육과 신설을 계기로 단계적으로 교육부가 주도해 관리체계 일원화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복지부 측은 이번 조치에 불만을 드러냈다. 복지부는 그동안 교육-복지 통합모델을 만들자는 원론적 태도를 내세워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작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교육 당국이 먼저 조직 개편에 나서는 건 단순 힘겨루기로 보인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 교육감은 20일 오후 서울 지역 유치원장 700여 명을 상대로 특강을 하는 자리에서 유아교육과 신설 및 유보통합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올해 중학교 3학년부터 가업을 잇는다고 하면 특성화고에 좀더 쉽게 진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학년도부터 ‘특성화고 가업승계자 특별전형’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특성화고는 패션 디자인 관광 미용 경영 건설 금속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로 특정분야 인재 및 전문 직업인 양성이 목표다. 학과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특성화고 일부 학과는 경쟁률이 10 대 1을 웃돌 만큼 인기가 많아 합격 가능한 내신 성적도 꽤 높은 수준이다. 이제 부모나 조부모의 가업을 이으려는 학생은 성적이 다소 떨어져도 가업승계자 전형을 통해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업승계자 전형은 학과별 정원의 20% 내외로 뽑는다. 1차 전형에선 △출석 △내신 성적 △미래설계계획서 △담임추천서 △부모의 기업경영기간 등을 본다. 2차 전형에선 가업승계와 관련된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고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학교별 전형요강은 교육청 승인 후 8월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응시자격에 부모의 경제력 같은 특별한 제한은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성화고는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므로 최근 부유층 자녀 특혜 시비를 일으킨 국제중처럼 논란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주장 이현호(33)가 14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중고생을 때린 혐의로. 이현호는 고개를 숙였다. “이유야 어쨌든 물리적으로 대처한 건 내 잘못”이라면서. 그런데…. 대중의 반응은 의외다. 그를 감싸는 분위기다. 계속된 영웅 대접에 당사자가 오히려 “당황스럽다”고 할 정도다. 심지어 이현호에게 맞은 일부 아이의 부모까지 나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때려줘서 고맙다”며. 왜 그랬을까. 폭력을 행사했는데?○ 훈계에 불만… 폭행 방화 살인까지 이현호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대놓고 담배 피우던 10대들에게 한마디했다. 아이들이 “아저씨, 돈 많아요?”라며 비아냥거리자 참다못해 ‘꿀밤’ 수준으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걸 자리에 있던 여학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언제부터일까. 당연한 훈계가 화제가 될 만큼 훈계하기 무서운 시대가 됐다. 연장자의 권리이자 의무인 훈계. 이젠 어른에겐 불안하고, 아이에겐 성가신 행동이 됐다. 어른이 훈계하길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전과 달라진 아이들의 반응 때문이다. 지난날에는 묵묵히 받아들였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예민하다 못해 살벌해졌다. 아파트 경비원 A 씨는 말했다. “아파트 주변에서 손자뻘 되는 학생들이 담배를 피웠다. 피우지 말라고 했더니 밤마다 찾아온다. 경비실에 벽돌을 던진다. 무서워서 이젠 담배 피우는 걸 보고도 못 본 척한다.” 실제로 훈계하던 어른은 자주 봉변이나 해코지를 당한다. 3일 제주에서 중학생 A 군(16)이 난동을 부렸다. 소지품 검사를 하던 담임교사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발견하고 나무라자 갑자기 소화기를 집어 들고 뿌렸다. 경찰이 오고서야 사태가 진정됐다. 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선 집단폭행 사건이 있었다. 술 마시며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이모 씨(21)가 한마디 하다가 박모 군(14) 등 2명에게 얻어맞았다. 이 씨는 코뼈가 부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2월 전남 강진에선 고교생 B 군(18)이 만취한 상태로 한밤중에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갔다. 이별을 통보받은 뒤였다. 여자친구는 집에 없었다. 그녀의 부모가 한마디 하자 홧김에 흉기로 찔렀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숨지고 어머니는 크게 다쳤다.○ 충동의 시대… 훈계를 참지 못해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고교생 100명에게 취재팀이 물어봤다. 훈계 들으면 대들고 싶은지. 19명이 그렇다고 했다. 5명 중 1명꼴로 훈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셈. 그 가운데 5명은 “훈계를 들으면 폭력 충동까지 느낀다”고 답했다. 훈계 자체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100명 가운데 26명이 “나이 많아도 훈계할 자격은 없다”고 했다. 과거엔 훈계를 들으면 움츠러들었다. 적어도 잘못은 인정했다. 요즘 10대는 오히려 큰소리칠 때가 많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쌍방 폭행은 어른에게 불리하다는 걸 알 만큼 애들이 영악하다. 왜 때리느냐고 대드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강남경찰서엔 훈계에 반발하다 어른과 시비가 붙어 조사받은 10대가 올해에만 20명이 넘는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설문에서 고교생들은 ‘행복의 조건’ 1순위로 돈, 그 다음으로 성적을 꼽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10대의 사고방식이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자신만 생각하는 사고가 훈계를 참견으로 여기게끔 만든 기제”라고 했다. 18세 이하 청소년 범죄 가운데 강력, 폭력사건 비중은 점차 늘어 30% 수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일 때가 많다. 10대는 훈계에 콧방귀를 뀌는 반면에 어른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충동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인내심이 없는데 이는 특히 청소년에게 심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충동 제어장치가 무너진 가운데 10대는 외부 자극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훈계를 듣고 인내할 만한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경기교육청은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학부모회 조례)를 2월 27일 공포했다. 학부모회 설치 관련 규정을 조례로 제정해 학부모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기존 학교운영위원회와 뭐가 다른지 학교와 학부모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 그 대신 교사의 업무 부담만 크게 늘었다. 최근 경기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 학부모회에 운영비 명목으로 50만 원씩 지급했다. 공모로 뽑은 537개 학교 학부모회에는 추가로 100만∼250만 원을 줬다. 일각에서는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선거용 조례’라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법제처 자료에 따르면 교육감 또는 지방의회 의원이 발의해 현재 발효 중인 교육 조례는 모두 845개(세종시 제외). 이 중 77.8%(657개)가 2010년 이후 공포됐다. 2010년은 독립기구인 시도 교육위원회에 속했던 교육위원들이 광역 시도의회 교육의원으로 편입되면서 권한이 대폭 강화된 시점이다. 교육 조례가 남발되면서 부담은 일선 학교가 떠안게 됐다. 행정업무가 늘어 일부 학교에선 조례 처리 전담교사까지 생겼다. 특히 △학생인권 조례 △학생인권옹호관 조례 △교권 조례 △혁신학교 조례 △사학 조례 △학교자치 조례 △학부모 조례 등 정치색을 띤 교육 조례가 잇따르면서 현장은 더 피곤해졌다. 이 조례들은 2010년 진보·좌파 성향 교육감 6명이 당선된 지역에 집중됐다.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해 말 서울 성북구에 있는 A고교 정문 앞. 오전부터 시끌시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인 이 학교 교사 A 씨가 교육감 선거운동에 연루돼 해직 판정을 받고 교문을 나섰다. 주변 학교의 전교조 교사 20여 명이 몰려와 환송식을 열어줬다. 여기에 학생 수십 명이 동참했다. 분위기는 점차 고조됐다. 거친 구호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말이 환송식이지 항의 집회에 가까웠다.○ 실적 쌓기·말뚝박기용 조례에 피로감 누적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대다수 학생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 학생은 “괜히 공부하면 배신자 소리를 들을까 봐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했다. 집회 내내 대기한 교사들도 마찬가지 심정. 그런데도 학교는 제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공포된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학내 집회 권리를 보장한다. 결국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녀를 데리고 가라고. 집회가 계속되자 마지막엔 경찰까지 출동했다. 집회를 지켜본 박모 교사는 “학교가 정치운동의 놀이터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북 부안군의 B초등학교는 조례 때문에 학교 업무가 몇 차례 마비됐다. 조례가 시시콜콜한 업무방식까지 규정하면서 교사 부담이 늘어서다. 이 학교 교감은 “이젠 일상적인 교무회의 내용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기 C초등학교는 최근 교육청으로부터 조례대로 임원을 정확히 구성하지 않았으니 학부모회를 재조직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가뜩이나 바쁜 학기 초에 업무가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새로 구성된 학부모회는 기존 학교운영위원회와 갈등을 빚었다. 이모 교사는 “교사가 어느 조직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고 전했다. 한번 생긴 조례는 교육감이 바뀌거나 교육현장 상황이 달라져도 바꾸기 쉽지 않다. 시도 의회를 통과해야 수정 또는 폐기가 가능하다.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개입돼 있다. 그런데도 ‘아니면 말고 식’ 교육 조례가 남발된다. 충분한 논의나 법적 논리에 대한 검토 없이 만들어진다. 일종의 ‘실적 쌓기용’인 셈이다. 상위법과 충돌하는 ‘말뚝박기용’ 이념 조례도 문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의원들이 나눠 먹기식으로 다른 의원 조례에 거수기 역할을 해주다 보니 조례가 양산된다”고 지적했다.○ 교사 90% “조례로 스트레스 커졌다” 조례가 제정되면 교육청은 관련 공문을 학교에 내려 보낸다. 학교에서는 이때부터 새로운 업무가 시작된다. 우선 교사는 조례의 내용을 공부하고 이를 어떻게 학칙에 반영할지 검토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의 생각과 맞부딪치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조율하도록 애도 써야 한다. 조례가 제정됐다고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진 않는다. 이를 연착륙시키려는 노력도 결국 학교의 몫이다. 예를 들어 학생인권조례가 생기면서 두발 복장 소지품을 어떻게 규제할지 일선 학교들이 다시 판단해 학생에게 전달하고 납득시켜야 했다. 학교 현장의 스트레스는 동아일보-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 결과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구 D고교 임모 교사의 별명은 ‘임 조례’. 학교에 떨어지는 교육 조례 관련 업무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다 해서 선배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처음엔 하나둘씩 하던 일이 언제부턴가 그냥 그의 전담업무가 돼버렸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 업무량이 늘어난 점 외에 워낙 민감한 사안이 많아서다. 그는 “잠깐 휴직계라도 내서 조례로부터 탈출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임 조례’ 같은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도 흔하다. 전국 초중고교 교사 372명 가운데 ‘교육 조례가 학교에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가중시킨다’고 답한 응답자는 91.4%에 이르렀다. ‘교육 조례로 스트레스가 가중됐다’는 교사는 90.1%. 교육 조례가 교사 사이,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갈등을 부추긴다고 답한 응답자도 각각 79.8%, 87.9%에 이르렀다. 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교육 조례 제정에 적극적인 이유와 관련해선 ‘특정 이념 및 교육 지배구조 형성 목적’이란 대답이 3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감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법(32.5%) △특정 단체의 주장 반영 목적(23.1%) △학생·학부모의 다양한 교육 요구 반영 목적(5.1%) △교육민주화 등 교육발전 목적(4.3%) △기타(1.4%) 순이었다. 정부에서도 남발되는 교육 조례의 심각성을 최근 인지했다. 일단 한국교육개발원(KEDI)을 중심으로 2000년대 이후 제정된 교육 조례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이후 이들 조례가 끼친 영향을 분석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는 “교육 조례가 본연의 목적인 학교 현장 지원이라는 취지로 돌아가야 ‘조례 공화국’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다.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올해 2월 20일, 허태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놓고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 다닐 때 쓴 논문이었다. 허 내정자는 그날,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논문 작성 당시 작성 방법이나 연구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연구윤리 기준을 충실히 지키지 못했다. 부끄럽게 생각한다.”○ 표절 검증 못해 전전긍긍하는 대학들 당사자는 사과를 했지만 정작 대학은 아직까지도 표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건국대 측은 “논문 발표 시기가 너무 오래전의 일이다. 또 외부위원들이 참여하기를 고사해 조사위원회 구성 자체가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표절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표절 시비가 불거진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제대로 된 기준은 물론이고 절차조차 마련되지 않아 검증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3월 문대성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국민대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파장이 커지자 국민대는 4월 초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12월 “표절 가능성이 높다”는 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문 의원은 결과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냈다. 문제는 그 후 학교의 대응에 있었다. 처리 방식조차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검토 중이긴 하지만 조사 기한을 못 정했다. 학교 규정에 따른 정교한 처리 절차가 없어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유명인 표절 검증은 주로 언론이 주도한다. 하지만 몇몇 사례만 보더라도 최종 검증 책임이 있는 학교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 해당 논문이 표절인지 여부는 영영 알 수 없게 된다. 선진국은 어떨까. 언론 검증과 별개로 학교 검증은 매우 엄격하게 진행된다. 남형두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미국에선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 ‘탐문→조사→판결→항소’의 절차에 따라 검증이 이뤄진다”고 했다. 검증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비밀유지계약에 서명을 한다. 길게는 2년의 시간을 투자해 신중하되 철저하게 표절 검증을 한다. 영국에선 표절 검증 3단계 절차를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도 ‘과학자 행동규범’에 따라 대학 및 연구기관에 부정행위 방지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정부 연구비 지원 관련 논문 부정을 신고하는 창구까지 개설했다.○ 표절 공세로 멍드는 상아탑 학내 표절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상아탑은 무분별한 표절 공세로 멍들고 있다. 학교에는 학내 파벌, 이해관계에 따라 제대로 된 근거 없이 일단 상대방이 표절했다는 제보가 넘친다. 총장 선거, 보직 배정 등 굵직한 이슈를 앞두고는 표절 관련 음해성 투서가 빗발친다. 이 때문에 죄 없는 피해자가 생기기도 한다. 최경희 교수(이화여대 과학교육과)는 지난달 한 신문사를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 신문사가 그의 논문에 대해 자기표절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 기사에는 최 교수의 논문이 이전 논문의 순서만 바꿔 짜깁기한 것이라고 표현됐다. 최 교수는 바로 반박 자료를 냈다. 몇몇 공인된 정의를 공통적으로 서술했을 뿐 내용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더 커지자 이화여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었다. 지난달 18일엔 ‘자기표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최종 결과를 통보했다. 최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한 달 만에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음해하는 투서를 보냈다. 이를 언론사가 받아 검증조차 없이 내 이름을 그대로 보도해 나를 낭떠러지로 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언론사에 대해선 “길고 고독한 싸움이 될지라도 마녀사냥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2011년 12월엔 한 우편물이 부산 한국해양대에 배달됐다. 이 대학 6대 총장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박한일 해양공학과 교수(55)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투서였다. 한국해양대는 연구윤리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총장 임용 시점이 늦춰지는 등 대학이 혼란 속에 빠졌다. 정밀 실사를 한 뒤 위원회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연구윤리 강령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사람이 임용을 앞둔 총장 후보를 음해하기 위해 보낸 투서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박 교수는 총장으로 임용된 뒤에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는 주변에 “‘아니면 말고’식 투서로 인해 ‘표절 교수’로 낙인찍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근 서울의 모 사립대에선 신랄한 폭로전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당사자는 같은 학과에서 꽤나 잘나간다는 두 교수. 첫 번째 펀치는 A 교수가 날렸다. B 교수의 논문이 표절이란 주장. B 교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A 교수가 쓴 논문을 샅샅이 파헤쳐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폭로전이 꼬리를 물면서 제자들까지 상대 교수 논문 검증에 동원됐다. 폭로전은 법정까지 갔다. 결국 두 교수의 논문은 표절이 아니란 판정이 나긴 했다. 하지만 본인은 물론이고 학과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해마다 교수 채용 시기가 되면 130건가량의 제보가 쏟아진다. 이거 처리하느라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표절에 대해 사회적으로 워낙 관심이 뜨거워 비상식적인 투서 하나도 무시하기 힘들다.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장치라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수십 개 학교에서 문의가 왔다. 학교폭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한 고교 교사는 “학교를 바꾸는 한 줄기 빛”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학교에 도입을 건의하겠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e메일이 쏟아졌다. 일선 경찰서는 학생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익명 메신저 ‘마스크챗’의 놀라운 효과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마스크챗은 카카오톡과 비슷하지만 실시간 익명 대화가 가능한 신형 모바일 메신저. 동아일보가 마스크챗 개발업체 레드퀸과 함께 충북 충주의 A고교를 대상으로 효과를 실험한 결과 700여 명의 학생이 두 달 동안 155건의 의견을 쏟아냈다. 예방 효과가 탁월했다. 본보 기사를 보고 서울시교육청은 “마스크챗을 일선 학교에서 시범 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우선 시내 20∼30개의 희망 학교가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들에 공문을 보내 자세한 방법을 알려줄 계획이다. 6개월가량 시범운용하고 평가가 좋으면 서울 시내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 설치비와 운용비의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마스크챗 활용을 적극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관자를 참여자로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기사에 나온 고교를 관할하는 충북도교육청 역시 큰 관심을 보였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A고의 운용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좋다고 판단되면 도내 학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문의는 이틀째 계속됐다. 기숙학교인데 학생 수가 많지 않아 학내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전남 B고. 이 학교 교사는 레드퀸을 직접 찾아가 활용방법을 배웠다. 규모가 작은 학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할 가능성이 크니 익명 메신저의 효과가 특히 크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경기 남양주 심석고의 최용찬 교사는 “항상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는 ‘다리’가 필요했다. 마스크챗이 ‘오작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 씨(여)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마스크챗 사용을 건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레드퀸에 양해각서(MOU) 체결을 제안했다. 강서경찰서 청소년계는 이미 학생들로부터 카카오톡으로 학교폭력 등 관련 제보를 받는 중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참여가 저조하다. 이에 관내 45개 학교 학생이 실시간 익명으로 경찰서 담당자에게 제보하는 ‘힐링 메신저’로 마스크챗을 선정했다. MOU를 맺으면 경찰서는 마스크챗 활용을 홍보하고 의견 및 성공사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레드퀸은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지원한다. 일반 기업에서 마스크챗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A업체 인사팀 관계자는 “사무실 내 왕따 문제가 기업에서 심각하다. 익명 메신저는 왕따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성희롱 방지, 사내 선후배 간 소통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메시지가 왔다. “김준석(가명), 군용 칼 2개 들고 다녀요.” 학생이 군용 칼을 들고 학교를 다닌다니…. 이모 교사는 그냥 넘어가기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방과후 수업 중인 준석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잠깐 가방 들고 학생부실에 오겠니.” 둘만 있는 학생부실에서 가방을 열었다. 군대에서나 쓸 법한 묵직한 대검 2개가 나왔다. 그런데도 준석이는 태연했다. “칼 수집이 취미라 가지고 다녀요.” 도로변 잡상인에게서 구입했다고 했다. 이 교사는 “이건 불법무기 소지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몇 달 전, 다른 학교의 고교생이 가방 속의 칼을 꺼내 친구를 찌른 사건도 얘기했다. 40분가량 듣던 준석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냥 취미로 생각했는데…. 잘못했어요.” 충북 A고교에서 지난달 11일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준석이가 흉기를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이 교사는 어떻게 알았을까. 》○ 통로를 만드니 말이 쏟아져 동아일보 취재팀은 학생들의 목소리, 교실 안 풍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학생들이 가장 잘 아니까, 익명을 전제로 제보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가능하다고 봤다. 정부가 1년에 두 번 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로는, 학교 곳곳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로는 학교폭력을 크게 낮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보기술(IT)업체 레드퀸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마스크챗(Mask Chat)’을 활용했다. 카카오톡은 익명의 대화가 불가능하다. 일반 문자메시지는 발신번호를 지우면 쌍방향 소통이 되지 않는다. 마스크챗은 카카오톡과 비슷하지만 실시간 익명대화가 가능한 신형 메신저다. 충북 A고의 학생 70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2월부터 4월 초까지 155건의 ‘목소리’를 남겼다. 내용별로는 △폭력·따돌림 29건 △담배·음주·절도 37건 △일반 상담(집안문제 등) 16건 △진로 및 학업 상담 21건 △기타(건의 및 칭찬글 등) 52건이었다. 교사들은 실시간 메시지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막았다. 지난달 말이었다. 3학년 학생 한 명이 2학년 사물함 근처에서 서성댔다. 1, 2학년이 수학여행 가고 없는 틈을 타서 축구화를 훔칠 작정이었다. 다른 3학년 학생이 복도에서 이 장면을 목격해 마스크챗으로 바로 제보했다. 문제의 학생은 그 자리에서 잡혔다. 이후에 비슷한 도난 사고는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메신저로 ‘자살 충동’을 알렸다. 교사는 “심정을 이해한다”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신뢰가 쌓였다. 사흘 정도 지났을까. 학생이 메시지를 보냈다. “만나고 싶어요.”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눌수록 학생의 표정이 밝아졌다. 상담이 끝나고 학생이 말했다. “메신저 그리고 선생님 덕분에 덜 외로웠어요. 이젠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처음 며칠은 장난스러운 내용이 많았다. 열흘쯤 뒤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에 A가 B를 때렸다. 얼굴에서 피가 흐른다”는 식의 진지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동생에게 미안해 참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내용 역시 많아졌다. “××가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꺼내 분리수거했어요.”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칭찬하는 글이 늘었다. 학급운영 방안 및 수업방식과 관련한 건의도 이어졌다. 교사들이 소통의 창구를 마련했더니 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다.○ 침묵하는 다수를 깨워라 정부는 국가 차원의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지난달 마련했다. ‘키바 코울루(KiVa Koulu)’를 벤치마킹했다. 핀란드 정부가 학교 따돌림과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 키바 코울루는 ‘침묵하는 다수’에 주목한다. 모든 학생을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만들면 학교폭력을 없앨 수 있다고 본다. 마스크챗 개발자 역시 이렇게 생각했다. 핀란드와 다른 점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점이다. A고 학생들은 처음에는 이 메신저를 불신했다. 고자질이라 생각했다. 도난사건과 폭력이 줄어드는 등 학교 분위기가 좋아지자 참여자가 늘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흡연율. 두 달 만에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 중순쯤 되자 익명의 제보를 의식해 학생 스스로 행동에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신모 군(3학년)은 “메신저 덕분에 이젠 힘없는 아이, 저학년들도 발언권이 생겼다. 모든 학생이 평등해져 좋다”고 했다. 김모 군(3학년)은 “선생님과 가까워졌다. 친구들끼린 이제 ‘천사 메신저’라 부른다”며 웃었다. 키바 코울루 개발에 참여한 핀란드의 사나 헤르카마 선임연구원은 본보에 보낸 e메일을 통해 익명 메신저를 이렇게 평가했다. “키바 코울루를 모바일로 확장시킨 게 놀랍다. 훌륭한 통찰이자 중요한 혁신이다.” 미국의 유명한 학교폭력 고발 다큐멘터리인 ‘불리(Bully)’를 보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아버지는 “아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옆에 있던 학생 한 명만 용기를 북돋아 줬다면 최악을 막았을 것”이라고 흐느꼈다. 한 교육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기 폭력의 57%가 교실이나 복도 등 학내에서 일어난다. 대다수 학생이 일상적으로 지내는 공간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또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학교폭력 방지에 최선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동현 한양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10대는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에 신호를 보낸다. 익명 메신저는 구원의 메신저가 되고, 방관자를 방어자로 바꾸는 힐링 메신저 역할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점심시간. 메시지가 뜬다. “옥상으로 올라와.” 학교 일진들이 기다린다. 둘러싼다.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다. 얼마 전 벨트에 부착한 신고 벨. 지체 없이 누른다. 학부모 교사 경찰의 휴대전화에 실시간 긴급메시지가 뜬다. 위험에 놓였다는 신호다. 벨 안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내장돼 신고자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메시지를 가장 먼저 본 사람은 학교 교사. 바로 옥상으로 달려간 덕분에 아이는 무사히 위기에서 탈출한다. 신고 벨은 발명가 이찬석 씨(53)가 개발했다. ‘안전해’라는 이름의 학교폭력 예방 단말기로 9월 출시된다. 버튼을 누르면 역시 ‘안전해’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이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된다.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예방이 가능하다. 이 씨는 “최소 비용만 받고 거의 무료로 나눠 주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자신도 학부모이기 때문. “한번은 친한 친구의 아이가 학교에서 얻어맞았어요.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죠. 이때부터 학교폭력 방지 전도사로 나서게 됐습니다.” 교육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글샘교육㈜은 학교폭력 실시간 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 교사가 교실에서 컴퓨터와 연결된 TV에 설문을 띄우면 학생이 문항을 보면서 리모컨으로 응답한다. 교실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학교폭력을 막으려는 다양한 대안도 나오고 있다. 충북 보은군 탄부초등학교는 전교생을 ‘6남매’로 묶었다. 6학년이 맏이가 되고 저학년, 특수학급 학생을 함께 묶는 식이다. 교사는 가장이 된다. 체험활동, 운동회, 수련회는 6남매가 어울리도록 만든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소외된 아이들이 줄면서 학교폭력이 급감했다. 이 학교 연규영 교장은 “상부상조하던 품앗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들 표정이 확실히 밝아졌다”고 했다. 울산 울주군의 울산인터넷고 교문 앞에선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이면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교사들은 등교하는 학생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안아준다. 악수나 손뼉 마주치기로 정감을 나누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졸업장을 받고도 “생각보다 써먹을 곳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졸업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다. 먼저 회사에서 보는 눈이 남다르다. 실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잘 키운 국내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가 웬만한 해외 MBA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는 임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국내 환경에 딱 맞는 맞춤형 커리큘럼, 유연한 사고방식까지. 국내 MBA의 강점은 다양하다. 여기 국내 대학에서 MBA를 한 3명이 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힘주어 말했다. “MBA를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중국 전문가, 꿈을 이루다최고은 씨(29·여)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중국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를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부 시절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냥’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 남들처럼 스펙을 쌓고 그 스펙을 바탕으로 손꼽히는 대기업에 입사해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최 씨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심란했다. 적성과 무관한 곳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비싸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3년 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지인이 이곳을 “중국 경제 전문가 양성기관”이라면서 강력하게 추천했다. 공부는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학교에선 책으로 중국을 배우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CHINA MBA), 푸단대 경제대학원(CHINA MBE, CHINA FINANCE 과정 등)과의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이었다. 100%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빠듯했다. 그런데 전문성까지 요구하는 환경이라니.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따라가 보기로 작심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한 학기가 지나갔고 중국 경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졸업할 때쯤엔 어느 새 중국 전문가 수준이 됐다. 사례 및 실무 중심 커리큘럼, 훌륭한 교수진의 강의가 힘이 됐다. 최 씨는 지금 KOTRA 글로벌팀에서 근무한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는 “중국대학원 졸업생이란 자부심이 가슴 한구석에 늘 있다”고 했다. 당찬 포부도 밝혔다. “지금 일하는 이곳에서 한중 무역의 핵심 중개자가 될 것입니다.”의료환경, 입체적으로 배워한양대 MBA에서 의료경영을 전공한 조은희 씨(43). 그는 “병원들이 대체로 의료산업의 변화 추세 등에 감각이 무디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도 그런 감각이 없었다. 한양대 MBA 과정을 하기 전까진. 그는 한양대 MBA를 통해 의료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공부했다. 또 의료인들이 갖춰야 할 서비스 마인드, 글로벌 의료체계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웠다. 그는 한양대 MBA의 강점으로 특히 세분되고 전문화된 교육 방식을 꼽았다. “한양대 MBA는 6개 과정으로 세분돼 있어요. 본인의 관심과 역량에 맞게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역시 매력. 차세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세계적인 전문가 등 여러 트랙의 재학생들은 함께 공부하며 팀워크를 형성한다. 공부가 막힐 때 조 씨는 교수진에게 ‘SOS’를 요청했다. 그는 “현장과 연계된 수업은 특히 이후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 교수님들이 한 가족처럼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무래도 다가가기 편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서울아산병원의 아카데미 운영팀에서 근무한다. MBA에서 습득한 전문지식을 현장의 실질적인 서비스에 적용하니 업무 능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양대 MBA 과정을 마치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넓고 다양한 길이 보여요. 요즘엔 MBA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자기 계발에 적극적이라 보고 선호하는 기업도 많습니다.”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른 시점 김경민 씨(38). 첫 직장은 국내 중견기업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선 외국계 은행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의욕이 없었다. 어딜 가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가끔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고민도 많아졌다. 그러다 마음속에 리서치 애널리스트란 직업이 자리 잡았다.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선뜻 결단을 내리긴 쉽지 않았다. 일단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게 찜찜했다. 30대 중반이란 나이 역시 걸림돌. 이때 김 씨는 고려대 MBA를 알게 됐다.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커리큘럼도 꼼꼼히 살펴봤다.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그는 ‘파이낸스 MBA’ 과정을 시작했다. 금융 분야에 특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간 1년 과정.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밤을 새워 공부할 만큼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캠퍼스에서 알게 된 인맥 관리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MBA 과정을 마친 뒤 현대증권에 입사했다. 지금은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에서 근무한다. 하루하루 낯선 환경에 생소한 업무.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개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 순간에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을 많은 후배들에게 그는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을까. “많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조금 이른 시점입니다. 주저하지 마세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국민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은 일반적인 MBA와는 달리 변화에 민감하고 특성화된 과정들을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경영 MBA와 리더십과코칭 MBA는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인 과정이고 금융보험전문가 MBA 등은 산업체 수요에 특화된 과정이다. 김용민 국민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글로벌 감각과 융합능력을 갖춘 전문 경영인을 육성하는 것이 국민대 MBA의 강점”이라며 “최근에는 1년 반 만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집중화 프로그램도 개설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2학기에 개설될 빅데이터경영 MBA 과정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해 이를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통찰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빅데이터 애널리스트 양성이 목표다. 빅데이터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데이터 처리, 분석에 필요한 모형을 만들고 결과를 도출하는 분석능력,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라는 세 가지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이 과정은 경영학 통계학 데이터과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를 아우르는 융합교육으로 차별화된 교과과정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외 빅데이터 전문기업과 제휴해 실무 적용능력을 키우는 실습교육에 집중하게 된다. 2012년 신설된 리더십과코칭 MBA 과정은 국내 최초의 리더십과 코칭 전공의 정규 MBA과정. 경영학 인적자원개발 교육공학 산업심리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 등을 아우르는 학제 간 훈련을 바탕으로 커리어 코칭 이론과 실무기법을 제공한다. 소그룹 전담 교수와 전문가 멘토를 배치해 밀착 지도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경영 MBA 과정은 기업 또는 비영리조직의 전문경영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벤처창업, e-비즈니스, 중국 경제·경영 과목 등 특정 산업 또는 지역에 관련된 과목도 개설하고 있다.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외국인 학생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국내 학생들의 국제적 식견을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금융보험전문가 MBA 과정은 학위 취득은 물론이고 각종 금융분야 자격증 획득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권 실무와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필수적인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MBA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교육 대학원 인가를 받았다. 관련 교과목을 정규 과정에 개설해 자격증 소지자를 배출한다. CFP는 미국 CFP협회가 국제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종합개인재무설계사 자격증으로 금융권에서는 필수 자격증으로 꼽힌다. 이러한 특성으로 이 과정은 전체 학생의 90% 이상이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 근무하는 금융권 종사자들이다. 국민대 MBA는 해외 대학과 폭넓게 교류하고 최고의 장학금 및 교육시설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국제교류화 사업의 하나로 2004년 베트남유치사업단을 신설했고 2008년에는 여러 국가의 활발한 참여로 국제화추진사업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베트남 호찌민국립대, 하노이국립대의 우수 졸업생들이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입학해 학문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 기업에서 기부금과 인턴십 지원도 받고 있다. 국민대 MBA의 모든 강의는 전용 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 총 5개의 전용 강의실(전산실 1개)은 2012년 전체 리모델링을 완료해 재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첨단 강의용 기자재를 갖추고 강의의 질과 효율을 한 단계 높임으로써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이고 있다. 또 다양한 장학제도로 보다 많은 재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면학 분위기를 장려하기 위한 특별장학금(성적우수 장학금), 원장 장학금, 동문 장학금, 공무원 장학금, 교직원 장학금, 본교 교직원 및 교직원 직계 장학금, 교직원 배우자 및 직계자녀 장학금, 군위탁생 특별장학금, 외국인 특별장학금 등이 있다. 특히 외국인 학생은 대부분 외국인특별장학금으로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 받고 있다. 국민대 MBA는 5월 20일부터 6월 4일까지 2013학년도 후기 신입생을 모집한다. 인터넷(gba.kookmin.ac.kr)으로 원서를 접수하고 6월 8일 면접을 거쳐 24일경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성탄절을 앞둔 어느 날. 문이 열리자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사무실에 있던 40명가량은 모두 여성. 그를 바라보는 눈빛의 의미는 두 가지였다. 신기하다는 호기심 그리고 얼마나 버틸까라는 의구심. 그리고 7년 뒤인 지난해 성탄절. 그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이때는 분위기가 천지차이였다. 최고 업무 실적을 자랑하는 자타 공인 ‘에이스’. 그리고 사무실 분위기 메이커. 이날 그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선물꾸러미까지 어깨에 짊어졌다. 지금 나이는 쉰 살. 늦깎이로 입문했지만 실력은 물론 열정까지 최고다. 학습지 시장에 불문율처럼 내려오던, 남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깼다. 웅진 씽크빅 정달조 학습지 교사. 학생을 잘 가르치는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상위 5% 이내 아니면 초등생은 기본부터 학습지 교사는 교사와 영업직이 섞인 직종이다. 보통 학생당 과목 하나에 3만5000원 정도인데 이 중 40%가량을 교사가 손에 쥔다. 수입은 가르치는 학생 수에 따라 천차만별. 한 달에 100만 원을 못 버는 교사도 많다. 광주 남구에서 일하는 정 교사는 순수 연봉만 7000만 원에 이른다. 맡고 있는 수업은 한 달에 300개 정도. 주중엔 보통 오후 1시쯤 가르치기 시작해 11시쯤 마친다. 주말에도 평균 10시간가량 일한다. 처음부터 잘나간 건 아니었다. 학부모들은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보다시피 무뚝뚝하게 생겼잖아요. 게다가 나이 많은 아저씨고. 저라도 제 아이 안 맡길 것 같은데요.” ‘무명’ 생활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잘 가르친다고 입소문이 났다. 그의 수업에 만족한 학부모들이 홍보맨 역할을 했다.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를 유명 교사로 이끈 학습 지도 노하우가 뭘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 “벚나무는 사과를 맺을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하세요.” 즉 조급해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란 얘기다. 그는 학부모 10명 중 9명이 자기 아이를 과대평가한다고 했다. 유아 부모는 자녀를 천재로, 초등학생 부모는 영재로 안다. 자녀가 중학생 때쯤 현실을 깨닫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처음 아이를 맡으면 서너 번의 수업은 수준 파악에 시간을 들인다. 선행학습은 저학년이면 3개월, 고학년이면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상위 5% 안에 드는 영재가 아닌 이상 초등 수준에선 기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 과정에서 특히 3가지를 강조했다.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하되 점수 얘기는 하지 마세요.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벚나무 얘기가 또 이어졌다. “벚나무에서 달콤한 열매가 안 난다고, 사과나무에서 멋진 꽃이 안 핀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아이가 중학생이 되기까진 조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라 예진(가명)이란 학생이 있었다. 어릴 때 크게 병을 앓아 또래보다 정신연령이 낮았다. 어느 날 예진이가 불쑥 던진 한마디. “선생님은 다 알잖아요.” 이 한마디가 그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학습지 교사는 길게는 10년 넘게 아이와 인연을 이어 갑니다. 개인적인 얘기도 많이 하죠. 공부뿐만 아니라 상담교사 역할까지 하므로 학생에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교수법은 단순히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초등 저학년은 흥미 위주로 수업한다. 10분 집중이 힘들고 잠시도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수업 중간중간 몸동작을 크게 하는 식으로 함께 움직이는 시간을 갖는다. 음색과 음성을 바꿔 가며 수업하므로 지루해할 겨를이 없다. 가끔은 과장된 칭찬도 이 또래 학생에게 긍정적이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수업 마무리. “연속극 다음 회 기다리듯 다음 주를 기대하게끔 해야 해요.” 초등 고학년에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칭찬은 금물이다. 사춘기와 맞물려 자존감이 생기는 시기라 형식적인 칭찬은 역효과를 낸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진심을 담아 하는 게 좋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 지금 공부하는 내용이 나중에 어떤 수업과 이어진다고 알리는 진도 연계학습도 필수다. 마지막으로 중학생.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시기다. 수시로 성인처럼 인정해 주면 학습 진행이 효과적이다. 학습시간, 학습량, 진도는 교사가 주도하지만 결정 과정에 일정 부분 학생을 참여시키면 책임감이 생겨 수업 집중력이 높아진다. 특히 중학교 2학년은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 30분 단위로 끊어서 잠시라도 고민을 들어 주고 공감을 표시하는 시간을 가지면 수업에도 효과적이다.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학(學)보다 습(習)이 중요해요.” 입력이 학이라면 저장은 습. 컴퓨터는 입력하는 대로 다 저장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반드시 혼자 되새길 시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생이 교육방송 교재,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하루 1시간씩만이라도 저장할 시간을 주세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의 A고교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을 하나 받았다. 이런 내용이었다. ‘사교육업체로의 진학 관련 정보 제공 내역을 파악하고자 하오니 관련 자료를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문은 제출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①제공 업체=××업체 ②제공 방법=전화 문의에 답변 ③제공 내용=2013학년도 주요 대학 진학 결과 ④비고=업무담당자 실수로 해당 자료를 제공함’ 교장은 공문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1년 중 가장 바쁜 때 교육 본질과 상관없는 잡무 요청을 받으니 황당했다. 더 어이없는 점은 학교를 사교육업체에 자료를 유출하는 통로 수준으로 보는 비상식적인 사고방식이다.” 사실 서울시교육청도 어쩔 수 없었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의 요구를 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학교에 전달하는 우리도 미안하다. 하지만 예산을 쥔 시의회 회기가 코앞이라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시의회의 자료 요구로 일선 학교가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3, 4월은 초중고교가 개학 이후 가장 바쁜 시기. 새로 편성된 학급 관리, 행정처리는 물론 교과목 연구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여기에 자료 요구가 이어지니 불만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B고교 영어교사는 “교사들끼린 이를 3월의 악몽이라 부른다. 애꿎은 곳에 힘을 쓰면 피해는 모두 학생 몫”이라고 했다. 시의회의 요구 자료를 처리하는 데 애먹기는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의원의 자료 요구 내용은 교육청의 교육자치과 의회협력팀에 전달된다. 이어 교육청 해당 부서와 교육지원청을 거쳐 일선 학교로 간다. 교육청의 장학관은 “애매한 공문이 내려가면 일선 학교에서 문의가 빗발친다. 며칠 동안 우리도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시의회도 이런 실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지난해에는 3월 한 달을 공문서 50% 감축의 달로 정했다. 당시 곽노현 전 교육감이 “가장 시급한 교육 현안은 선생님들이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시의회는 “적극 협조하겠다”며 화답했다. 실제 시의회의 자료 요구는 지난해 3월에 19건으로 2011년 3월 59건보다 크게 줄었다. 그러다 올해 3월 다시 46건으로 늘었다. 요구 문항 수는 153개에 이른다. 이를 두고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길들이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 학생인권옹호관 조례를 두고 시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교육감 취임 직후인 올해 1월 시의회의 자료 요구는 64건. 이에 김 의원은 “교육감이 불통(不通)이다 보니 자료 요구권을 적극 활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업체에 정보 제공한 내용을 요구한 부분과 관련해선 “공교육이 해야 할 일에 사교육 업체가 나서는 게 문제라 생각해 경로 확인 차원에서 요청했다”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자타공인 모범생이다. 별명은 ‘점 일’. 성적이 전국 0.1% 안에 들 만큼 우수하다는 이유로 몇몇 친구가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용돈 걱정?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하얀 피부에 갸름한 턱선. 귀공자 같은 외모에 반한 여학생만 여럿이다. 요즘은 손이 덜덜 떨린다고 했다. 봄 날씨가 오락가락 한다지만 한겨울 추위보다는 덜하다. 그런데 왜 손을 덜덜 떨까? 누가 봐도 ‘엄친아’인 조민성(가명·고2) 군 이야기다.○ 벼랑 끝에 선 모범생 언제나 손을 떠는 건 아니다. 누가 그의 별명을 부를 때만 그렇다. 특정 자극에 대한 조건반사인 셈. 이젠 일부 교사까지 그렇게 부른다. 어느 순간부터 별명이 부담됐다. 가뜩이나 잠을 잘 못잘 만큼 공부 스트레스가 심한데 별명을 들으면 마음이 무거웠단다. 그러다 조금씩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 군은 말했다. “가끔 복도에서 경쟁자를 만나면 전부 사고를 당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쩔 땐 나 자신이 무서워요. 힘들죠. 근데 불안해서 공부는 손에서 못 놓겠어요. 자존심 때문에 누구한테 털어놓지도 못하겠고….” 이런 증상은 모범생의 ‘1등 콤플렉스’다. 성적과 외모와 가정환경. 어느 하나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훨씬 좋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의식하다 보니 언제나 최상의 성적과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생긴다. 1등 콤플렉스를 견디지 못한 청소년은 위기에 빠진다. 지난달 경북 지역 명문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던 권모 군(고2)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교 1등이던 학생. 학교 폭력을 당한 적도, 우울증 증세도 없었다. 그는 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더이상 못 버티겠어요.” 경찰은 성적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자살 사유로 추정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도 고3 김모 군이 얼마 전에 목숨을 끊었다. 그 역시 평소에 사고 한번 친 적 없는 모범생이었다. 2년 전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 고교생도 마찬가지. 항상 1등이어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그는 분신 직전 주변에 이렇게 말한 걸로 알려졌다. “부모님이 나를 보살펴 주는 것에 비해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없어.”○ 엄친아 신드롬, 1등 콤플렉스에 불 질러 기자는 학급성적이 상위 10% 안에 든다고 밝힌 서울 강동·송파 지역 고교생 100명에게 물었다. 얼마나 행복한지. 남보다 불행하다고 답한 학생이 57명이었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33명, 더 행복하다는 응답은 10명에 그쳤다. 100명 중 6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는 △주변의 기대감(41%) △공부 스트레스(22%) △교우 관계(20%)를 꼽았다. 1등 콤플렉스가 최근에 특히 심각해진 이유로는 ‘엄친아 신드롬’이 꼽힌다. 예전에는 공부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좋은 성적에 경제력, 외모까지 모두 갖춰야 진정한 엄친아로 불린다. 이런 분위기가 우등생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설명이다. 한숨 돌릴 만한 틈조차 없는 환경 역시 문제. 교육연구정보원의 이유진 전문상담원은 “요즘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담는다. 특히 꽉 짜인 스케줄에 둘러싸인 모범생은 스트레스를 풀 곳도, 푸는 방법도 몰라 더 문제”라고 했다. 모범생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크다. 스스로에 대해 지나칠 만큼 완벽함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이들은 자존감은 엄청나지만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심리적인 탄력성’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벼랑 끝에 서있듯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고 설명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석사 이상 학력을 가진 교사가 7년 새 55% 증가하는 등 교단의 고학력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31일 밝힌 ‘2012년 교육통계분석자료’에 따르면 석사 이상 고학력 교사는 14만8769명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사 46만7627명 가운데 31.8%나 된다. 학력별로 보면 석사학위 소지자는 2005년 9만3410명에서 지난해 14만3917명, 박사학위 소지자는 같은 기간 2499명에서 4852명으로 각각 54.1%, 94.2% 증가했다. 반면 학사학위만 가진 교사는 76.6%에서 68.2%로 약간 줄었다. 석·박사 교사의 비율은 고등학교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석사 38%, 박사 1.9%로 고교 교사 10명 가운데 4명은 석사 이상이었다. 석사 교사 비율은 중학교 35.9%, 초등학교 26.3%, 유치원 13.8%였고 박사는 중학교 0.9%, 초등학교 0.6%, 유치원 0.7%였다. 이를 두고 김무성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들이 전문성을 기르려는 욕구가 커지며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임용시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교사 준비생’이 늘어난 현상과 관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박사학위를 소지하면 주어지는 승진 가산점에 젊은 교사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설명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성신여대의 취업 지도는 입학 때부터 시작된다. 학년별 경력개발 로드맵에 따라 각자 적성에 맞는 취업교육을 시켜준다. 또 소양교육도 제공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요구에 적합한 역량을 배양한다. 학년별 경력개발 로드맵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 탐색은 물론이고 사전 준비까지 하게 도와주는 게 핵심. 충실한 대학 생활을 유도하며 학년별 교육 목적에 따라 학생 스스로 준비해야 할 사항을 알려준다. 또 취업 교과목, 경력개발센터 추천프로그램 같은 과정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도 제공한다. 성신여대에는 재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취업준비위원회(DreamHolic)’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과의 네트워킹을 이용해 재학생과 졸업생 간의 유대를 강화시켜 주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취업준비위원회 활동은 2∼4학년 학생 40명이 중심이 된다. 올해로 4년째로 △구성팀 △기획팀 △기자팀 △모니터링팀 △SNS팀 등으로 나뉘어 활동 중이다. 기획팀은 각종 취업 프로그램 및 취업 관련 이벤트를 기획한다. 기자팀은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을 인터뷰하거나 최신 취업뉴스 등을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모니터링팀은 각 취업 프로그램에 대한 장단점을 모니터해 실제 교육받는 학생들의 생각과 상황을 전달해준다. SNS팀은 주로 학생들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취업 준비생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적거나 이해가 부족해 지원을 망설이는 때가 많다. 이를 고려해 학교는 지난해 11월 20일 수정관 1층에 기업체 발굴 및 일자리 매칭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실 ‘잡아라 Job’을 열었다. 잡아라 Job은 잘 알려지지 않은 우량기업을 발굴해 졸업예정자 및 졸업자들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한다. 또 취업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학생들은 서류에서 면접까지 채용 전 과정에서 취업지원관으로부터 일대일 밀착지도를 받을 수 있다. 학교는 4학년 전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취업준비현황을 조사해 학생 개개인의 취업역량을 분석 계량화하여 분류한다. 이후 그에 맞는 취업전략과 교육을 한다. △경력개발센터 △잡 카페 △잡아라 Job과 연계한 취업지원관 3명이 한 팀으로 학생이 취업할 때까지 일대일 맞춤형 취업지원을 해준다. 학생취업준비현황 조사 결과는 학과 교수들의 학생 상담 및 취업지도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노영화 경력개발센터장은 “입학한 직후부터 학년별 경력개발 로드맵에 의해 학생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선택해 취업준비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는 저학년들이 적성파악을 통해 경력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학년들을 위해서는 직무결정에 따른 취업경쟁력 및 경력을 강화시켜주는 취업 성공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신여대는 1, 2학년부터 학생들이 진로를 찾아 매진할 수 있도록 저학년용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커리어 스타트(Career Start)’ 프로그램의 하나로 매달 진행되는 ‘MBTI로 알아보는 나의 강점과 약점’ ‘커뮤니케이션 스킬 UP’ 등이 대표적이다. 무료이력서 사진촬영도 학교가 제공하는 눈에 띄는 서비스다. 취업준비생들의 대외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력서 사진을 전문가가 직접 무료로 촬영해준다. 커리어 스타트 3단계를 모두 이수한 학생은 경력 마일리지 쿠폰에 도장을 받는다. 3개의 도장을 받은 재학생은 인증 수료증을 얻을 수 있다. 4학년을 위한 전문과정도 마련돼 있다. 최근 학생들은 금융권에 관심이 많다. 이를 고려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한 ‘성신 금융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학기당 3, 4학년 50명이 대상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취업교과목으로 편성됐다. 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취업률이 90% 가까이에 이를 만큼 독보적인 성과를 이미 내고 있다. 이 밖에도 여대의 특성을 살려 마련한 전문비서 및 승무원 아카데미 역시 호응이 좋다. ‘스튜어디스 스쿨’(연 2회)과 ‘전문비서 교육과정’(연 4회)은 3, 4학년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학교는 미취업 졸업생을 위해 추천 인재 사전 등록제도 시행하고 있다. 취업희망 직무분야에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사전 등록하게 하는 제도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세대의 지난해 취업률은 63.5%. 전국 대학 평균인 56.2%를 크게 웃돈다. 전국 194개 대학에서 상위 23%에 해당한다. 특히 경영학부 디자인학부 음악학부 등은 전국 대학 10% 안에 드는 취업률을 보였다. 비결이 뭘까. 간단하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고 있어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직무역량이 탁월한 전문가다. 또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춘 사람이다. 한세대는 이러한 인재를 기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췄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마인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8+4위크(week) & 4위크(week) 프로그램’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어학연수 및 기업 인턴십에 대한 갈증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다. 22개국 65개 대학에서 어학연수 기회가 주어지는 데다 한 학기 이상 해외 인턴십을 하면 200만 원의 장학금도 지원받는다. 한세대의 전임 교수 가운데 3분의 1은 외국인이다. 학생들이 졸업 학기 전까지 1주일에 5시간 이상 정규과목으로 영어수업을 듣도록 돼 있다. 특히 말하기와 쓰기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져 외국인 교수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영어수업은 만만치 않다. 대부분 학생들이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전공과목이 아닌 영어수업을 꼽을 정도다. 물론 학생들의 열정도 넘친다. 계절학기로만 보통 200여 명의 학생이 영어수업을 듣는다. 학교의 글로벌라운지는 본관에 있다. 5층 건물 전체를 카페, 스터디룸, 외국어교육 전용강의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선 오직 영어만 써야 한다. 한세대는 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전문 직무기술 습득 프로그램을 잘 갖춘 학교로도 유명하다. 일단 전문 직무기술 습득기관을 설립해 특화교육을 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정보기술(IT) 전문가 양성을 위한 한세비트교육센터 △친환경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GEMI센터 △음악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한 한세달크로즈센터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위한 한세커뮤니케이션센터 등이다. 또 사회복지 서비스사업단을 구축해 장애아동 재활치료 및 아동정서 클리닉 전문가도 양성하고 있다. 매학기 본인이 취업하고자 하는 직무를 선택해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미리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직무역량인증 아카데미’도 눈에 띈다. 일단 학생들의 취업경향과 직업선호도를 분석해 18개 직무를 선정하게 한다. 이후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이 교육 수료를 담당한다. 지난 학기에만 14개 과정이 개설돼 245명이 수강했다. 전체 3, 4학년 가운데 18%가량이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했다. 학교는 또 학기제 인턴십 과정과 방학 인턴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직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청년연수지원제도 시행한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주기 위해 1인 1개 국가공인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만 웹디자인기능사, 사회조사분석사 등 직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취업 시 가산점을 받는 국가공인 자격증 18개 과정을 개설했다. 맞춤형 취업교과목 운영 역시 한세대가 높은 취업률을 올리는 비결이다. 재학생들은 학년별 취업교과목을 통해 취업감각을 익힌다. 입사서류 작성 특강, 면접 및 이미지컨설팅도 받는다. 졸업자들은 재취업을 위한 구직알선 및 모의면접 실시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그 밖에 전임교원 및 취업컨설턴트의 밀착 취업상담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재학생들은 학생 담임지도 교수제에 따라 전임교원에 모두 배정돼 있다. 한 학기에 의무적으로 2회 이상 진로, 진학 및 생활상담을 받는다. 학교에는 3명 이상의 취업전문 컨설턴트가 상주해 있으면서 수시로 학생 진로지도, 취업상담 등을 한다. 이미 컨설턴트들은 전공별 찾아가는 취업특강 92회, 개인상담을 301회나 했다. 참여한 학생은 1840명. 재학생(2800명) 기준 66%가량이 1회 이상 취업특강이나 개인 상담을 받은 셈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조기에 취업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세대에선 1명의 교직원이 1명 이상의 재학생 취업을 알선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학생담당지도교수제를 통해 입학 때 선정된 전담지도교수와의 관계가 졸업 후에도 이어지도록 관리를 해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연세대 취업팀의 취업데스크는 언제나 키보드 소리로 분주하다. 취업포털사이트의 채용정보, 각 기업체로부터 전달된 채용정보 중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 적합한 내용을 선별해 학내 경력개발시스템의 채용공고에 실시간으로 올린다. 정보의 신속성과 적시성에 기반을 둔 프로세스다. 연세대 취업프로그램의 핵심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에 있다. 교육프로그램 및 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생, 재학생, 취업전문컨설턴트, 기업 인사담당자, 대학의 취업팀 담당자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들어준다. ‘취업 멘토링 올스타’는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최근 취업에 성공한 각 분야 선배들과 직접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학생(멘티)과 졸업생(멘토), 취업팀 담당자(코디네이터)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각자의 연락처를 공유하고 해당 기업에 적합한 최신 채용 성공 사례도 함께 나눈다. 학생들은 해당 기업이 본인에게 적합한 회사인지를 직접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멘토링 모임 이후에도 궁금한 점은 e메일로 문의가 가능하다. 이렇게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연세대 학생과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일대일로 커리어 상담을 한다. 같은 업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취업스터디 소모임을 만든다. 취업전문컨설턴트와 학생은 취업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남의 자리를 가진다. 학교 내외 구성원 간 다양한 조합을 통해 네트워크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특히 맞춤형 취업박람회는 연세대의 자랑이다. 지난해 열린 ‘연세취업박람회 2012’에는 6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보였다. 연세대 장학취업팀 주최, ㈜월드클래스에듀케이션 주관으로 열린 박람회에는 삼성 LG 현대자동차그룹 등 150여 개 주요 기업이 참가했다. 기업별로 부스를 차려 진행된 채용상담은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업무특성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가 됐다. 또 맞춤형 상담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기업과 직무를 스스로 찾아 지원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리쿠르팅에 나선 현업 담당자들은 기업명이 아닌 소속 부서가 적힌 명찰을 달거나 직무별로 세분화된 업무 소개 자료를 준비했다. 박람회가 열린 3일 내내 업계 전체를 조망하는 특강 형식의 설명회가 열린 점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경력개발시스템의 온라인 상담을 통해 진로고민 서류전형 면접전형 기업선택 인적성검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질의를 올린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질문에 신속하게 답변해준다. 온라인 상담이 충분치 않으면 일대일 면접상담을 신청하거나 수시로 개설되는 해당 분야 취업특강에 참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다방면에 진출한 풍부한 동문들은 최고의 무기다. 학교는 학생들이 일정 기간 캠퍼스에 거주하면서 전공에 대한 조언을 받고 진로에 대한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는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RC) 제도도 도입했다. 국제캠퍼스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문화 차이를 배우는 공동생활을 가르친다. 또 학업, 진로에 대한 교수 지도도 활발하다. 리더십 창의력 등 학업역량 교육도 이뤄진다. 더불어 인성 교양을 배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보통 취업을 준비하는 단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발견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일. 둘째 결정된 진로와 관련한 자신의 핵심역량을 발견하고 강화하는 일. 특히 이 단계에선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수신(修身)’에 해당하는 기간인 셈이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 셋째는 이런 기본역량을 효과적으로 채용담당자에게 ‘전달(Delivery)’하는 일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운영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은 세 번째 단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 쓰는 방법, 면접에 임하는 요령, 직무적성시험 분석 등 다분히 기술적인 내용들에 국한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따라서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다. 하지만 연세대 취업팀의 취업지원프로그램 운영의 목표는 오히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 가깝다. 가시적인 부분보다는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상품을 예쁘게 포장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상품 본래의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대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는 뭘까. 그 하나가 전공이다. 국민대가 학과별 ‘취업멘토교수제도’를 2011년 도입한 이유다. 47명의 교수가 멘토로 있으면서 학과별 특성화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별·그룹 진로상담 △졸업 선배와의 대화 △기업체 견학 등이 학과별로 진행된다. 그 덕분에 ‘교수-직원-학생’ 세 그룹이 진로설정 및 인성개발, 직무역량 강화 등의 목표에 대해 당사자로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협력이 가능해졌다. 학교는 ‘인생설계와 진로’를 2013학년도부터 교양필수 과목(3학점)으로 지정했다. 신입생 때부터 진로를 명확히 설정하고 사회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기존에 교양과목으로 개설돼 좋은 평가를 받아온 터라 관심이 모아진다. 진로 교육과 관련해 ‘KMU-SAMSUNG 리더십’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기업 현장에서 인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삼성SDS와 협약을 체결해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다. 약 1개월 동안 삼성SDS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직장매너 프레젠테이션 등 리더십 교육 △멘토 사원의 지도 아래 진행되는 현장실습 △직무연구과제 수행 △경쟁 프레젠테이션 과제 발표회 등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문제 해결 능력과 역량,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또 다른 전문화된 프로그램으로 ‘직무트랙’도 눈에 띈다. 직무별 입사 지원을 하는 최근 채용시장에서 직무에 대한 이해는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 2009년도부터 운영되는 직무트랙은 인사 기획 영업·영업관리자 마케팅 금융 유통·MD 등 직무별로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등 현직자들이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강의와 실습, 과제 발표회 등으로 구성된다. 연간 12개 직무트랙에 학생 500여 명이 참여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신입생 때부터 진로를 어떻게 설정할지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능력은 성공적인 사회 진입의 가늠자다. 국민대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집중교육을 하는 이유다. 신입생들은 토론, 그룹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객관적인 자기분석, 올바른 인성개발, 비전 설정 및 직무역량 개발 등을 할 수 있다. 찾아가는 취업컨설팅인 ‘All that 취업’도 독특하다. 매주 수요일마다 본교 캠퍼스 곳곳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로 학교가 상담부스를 설치해 재학생들의 진로 상담 및 취업컨설팅을 해준다.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 노하우 등도 전수해 준다. 일주일에 1∼2회 경력개발센터 팀장 이하 팀원들이 등교시간에 직접 정문 앞에서 취업 관련 자료를 배부해주기도 한다.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학교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취업전문가가 온라인 및 대면 면접컨설팅을 1개월가량 해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본인 스스로 면접 수준을 파악해 보완할 수 있고 기업 맞춤형 면접 방법을 입학 전부터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동문 선배들은 학기마다 열다섯 차례 이상 학교를 찾는다. 학교에서 채용 시기에 이들을 초청해 취업 준비,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등을 전해주는 특강 및 간담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민대는 세미나실, 상담실, 자료검색실 등을 갖춘 잡 카페도 운영한다. 이곳에선 취업과 진로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취업 관련 상담 및 소통을 하는 취업 허브공간인 셈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시장에서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우수 학생들을 선발한 뒤 집중적으로 교육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엘리트 멘토링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에선 5개 대기업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인사팀장 또는 담당자를 초빙한다. 맞춤형 멘토들인 셈이다. 학생들은 희망 직무 및 기업별 그룹으로 나뉜다. 그룹마다 12∼15명의 학생에게 멘토 1명을 배정한다. 이후 멘토들은 3개월 동안 입사에 필요한 모든 구직스킬(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 등)을 맡은 학생들에게 컨설팅해준다. 이러한 맞춤형 취업준비를 통해 학생들은 희망하는 기업 및 직무분야로 조기 취업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시교육청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를 단계별로 전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학생에게 우선 입학권을 주고, 한부모나 다자녀 가정의 학생은 나중에 뽑는 식이다. 상류층 또는 고위층의 자녀가 한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사배자 전형을 통과하는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14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 입학 전형 기본계획’을 28일 발표했다. 사배자 단계별 전형은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에 적용된다. 예를 들면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 기준을 중심으로 사배자를 먼저 뽑고, 여기서 정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1단계 탈락자와 소년소녀가장 중에서 뽑는다. 마지막으로 다자녀 및 한부모 가정에 속한 학생을 선발한다. 최종적으로 몇 단계가 될지, 어느 유형의 사배자가 어떤 단계에 포함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교육부 개선안을 반영해 5월 이후 확정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사배자를 정원의 50% 이상 뽑되 모집 정원에 미달하면 비경제적 사배자로 충원했다. 하지만 경제적 사배자 전형의 정원이 채워지지 않아 비경제적 사배자로 채우는 일이 잦았다. 실제 2013학년도 경제적 사배자 선발 비율은 서울지역 25개 자율형사립고는 39.4%, 국제고·외고 7곳은 36.0%에 그쳤다. 사배자 전형이 결국 부유층 입학 통로로 전락했다는 논란을 부른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귀족학교’로 불릴 만큼 비싼 학비 등 경제 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면 결국 부유한 집안의 자녀가 비경제적 사배자로 전형을 통해 입학한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배자 성격이나 모집 비율을 정교하게 다듬으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