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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CSI’도 ‘24’도 ‘미드폐인’도 없던 그때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뚜두두둥∼ 와왕왕왕왕와∼’ 하는 오프닝 음악과 “멀더” “스컬리” 하는 성우들의 연기로 각인된 ‘엑스파일’은 그 무렵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팬덤을 형성한 미드(미국 드라마)였다. ‘엑스파일’이 지난달 24일부터 총 6회 분량으로 시즌10 방영을 시작했다. 시즌9가 방영된 지 무려 14년 만이다.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이 침공을 시작하는 운명의 날로 지목됐던 2012년 12월 22일이 4년이나 지난 뒤이기도 하다. 과연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는 건재할까, 외계인들은, 그 수많은 초자연현상들은 여전할까. 시즌10은 ‘엑스파일’의 주요 줄거리였던 외계인 침공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로즈웰에 추락한 우주선과 외계인, 외계인 유전자를 지닌 소녀가 여전히 등장한다. 대신 음모의 주체를 뒤바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동력을 마련했다. 연방수사국(FBI)을 떠나 의사로 일하는 스컬리와 시골에서 은둔하는 멀더는 주름살만 좀 늘었지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그대로다. 도마뱀 인간이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같은 결정적 한마디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옛 팬들을 의식한 모양새다.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매끈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무장한 새 시리즈는 ‘불시착한 UFO’처럼 느껴진다. 최첨단 기술로 치장한 민속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2016년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딘가 예스럽다. 예전처럼 드라마 속 이상현상들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엑스파일’의 축은 음모론이었다. 외계인은 실재하고 여러 초자연현상도 진짜지만 그 모든 진실은 파일 속에 묻힌다는 의혹 그 자체에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산뜻하고 명쾌했던 1990년대를 지나 진짜 음모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외계인을 끼워 넣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 위키리크스 사태나 스노든의 폭로에서 알 수 있듯 음모론 버금가는 현실을 맞닥뜨린 지 오래고, 누구나 음모를 꾸미고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모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창작물도 수없이 나왔다. 모든 것이 외계인과 정부 때문이라는 일차원적 설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시대에 다시 ‘엑스파일’이라니. 멀더, 거기 어디예요? 아직 1990년대에 있는 건 아니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태초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CSI’도 ‘24’도 ‘미드폐인’도 없던 그 때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뚜두두둥~ 와왕왕왕왕와~’하는 오프닝 음악과 “멀더” “스컬리”하는 성우들의 연기로 각인된 ‘엑스파일’은 그 무렵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팬덤을 형성한 미드였다. ‘엑스파일’이 지난달 24일부터 총 6회 분량으로 시즌10 방영을 시작했다. 시즌9가 방영된 지 무려 14년 만이다.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이 침공을 시작하는 운명의 날로 지목됐던 2012년 12월 22일이 4년이나 지난 뒤이기도 하다. 과연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는 건재할까, 외계인들은, 그 수많은 초자연현상들은 여전할까. 시즌10은 ‘엑스파일’의 주요 줄거리였던 외계인 침공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로스웰에 추락한 우주선과 외계인, 외계인 유전자를 지닌 소녀가 여전히 등장한다. 대신 음모의 주체를 뒤바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동력을 마련했다. FBI를 떠나 의사로 일하는 스컬리와 시골에서 은둔하는 멀더는 주름살만 좀 늘었지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그대로다. 도마뱀 인간이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누가 이런 걸 믿느냐”며 “더 이상 속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멀더의 모습이나,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같은 결정적 한마디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옛 팬들을 의식한 모양새다.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매끈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무장한 새 시리즈는 ‘불시착한 UFO’처럼 느껴진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민속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2016년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딘가 예스럽다. 예전처럼 드라마 속 이상현상들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엑스파일’의 축은 음모론이었다. 외계인은 실재하고 여러 초자연현상도 진짜지만 그 모든 진실은 파일 속에 묻힌다는 의혹 그 자체에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산뜻하고 명쾌했던 1990년대를 지나 진짜 음모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외계인을 끼워 넣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 위키리크스 사태나 스노든의 폭로에서 알 수 있듯 음모론 버금가는 현실을 맞닥뜨린 지 오래고, 누구나 음모를 꾸미고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모론적 세계관이 섬세하게 삽입된 창작물도 수없이 나왔다. 모든 것이 외계인과 정부 때문이라는 일차원적 설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시대에 다시 ‘엑스파일’이라니. 멀더, 거기 어디에요? 아직 1990년대에 있는 건 아니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중국권 감독들에게 무협영화는 어떤 관문, 혹은 통과의례인 듯하다. 리안(李安)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은 뒤 ‘와호장룡’(2000년)을 내놨고,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동사서독’(1994년) ‘일대종사’(2013년)가 있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역시 ‘영웅’(2002년) ‘연인’(2004년)을 잇달아 연출했다. 일정한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자신을 시험하는 폐관수련(외부와 연락을 끊고 수련하는 것) 뒤에 내놓는 성취인 셈이다. 》4일 개봉한 ‘자객 섭은낭’(12세 이상)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손꼽히는 허우샤오셴(侯孝賢·사진)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그의 첫 번째 무협영화다. ‘비정성시’ ‘밀레니엄 맘보’ 등에서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가 중국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전기(傳奇)소설의 주인공, 여성 자객 섭은낭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무협영화를 오랫동안 하고 싶었지만 내 현실주의적 면모 때문에 어려웠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무협의 줄거리를 가졌지만 무협 같지 않다. 주인공 은낭(수치)부터가 그렇다. 어릴 적 고관의 아들 계안(장첸)과 정혼했던 은낭은 가문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파혼당하고, 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부모의 손을 떠나 여도사의 손에서 자객으로 키워진다. 은낭이 13년 동안의 수련을 마치고도 인정(人情)에 휘말려 임무를 그르치자 여도사는 아버지를 이어 고위직에 오른 계안을 암살하라며 은낭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전형적인 무협지 주인공처럼 숙명을 지고 사는 인물이지만, 은낭은 복수심에 불타는 ‘일대종사’의 궁이나, 강호의 고수가 되려는 욕망에 몸부림치는 ‘와호장룡’의 옥교룡과는 다르다. 은낭은 누구든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지니고도 끊임없이 망설인다. 인정에 이끌리는 은낭의 모습은 언뜻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결국 그 덕분에 운명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경지로 나아간다. ‘와호장룡’은 세련되고 화려한 경공으로 무협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일대종사’는 빽빽하게 계산된 권법 대결로 중국 영화계에 축적된 무협 액션의 연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허우 감독은 마치 주인공 은낭처럼 ‘현실적인 무협영화’라는 이율배반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덜어내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무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무공 수련 장면은 이 영화에서 생략됐다. 은낭과 적수들과의 대결은 화려하기보다는 일도양단(一刀兩斷)에 가깝다. 결정적인 순간 카메라는 욕심을 버리고 멀어진 채 수풀 사이로 펄럭이는 붉은 옷깃과 번뜩이는 칼날만을 비춘다. 나뭇가지에 걸려 상대를 놓치는 무사의 뒷모습에서 허우 감독이 생각하는 무협 액션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대신 영화는 풍경에 귀 기울이게 하며 덜어낸 자리를 채웠다. 산수화를 보고 그대로 그려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영화 속 절경은 이 무협 없는 무협영화를 완성한다. 여도사가 머무는 깎아지른 절벽이나 흑백의 가지가 빽빽한 자작나무 숲, 부상당한 은낭이 몸을 의탁하는 시골 농가는 중국 곳곳에서 찾아낸 실제 풍경이다. 시대를 반영한 섬세한 의상이나 소품과 함께 영화에 들인 공을 짐작하게 한다. 오랫동안 웅크렸다 일격에 상대를 제거하는 은낭의 단검처럼, 허우 감독이 8년 동안의 수련 끝에 내놓은 ‘자객 섭은낭’은 관객의 심장을 은연중에 벤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중화권 감독들에게 무협영화는 어떤 관문, 혹은 통과의례인 듯하다. 리안(李安)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은 뒤 ‘와호장룡’(2000년)을 내놨고,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동사서독’(1994년) ‘일대종사’(2013년)가 있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역시 ‘영웅’(2002년) ‘연인’(2004년)을 잇달아 연출했다. 일정한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자신을 시험하는 폐관수련(외부와 연락을 끊고 수련하는 것) 뒤에 내놓는 성취인 셈이다. 4일 개봉한 ‘자객 섭은낭’(12세 이상)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손꼽히는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그의 첫 번째 무협영화다. ‘비정성시’ ‘밀레니엄 맘보’ 등에서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가 중국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전기(傳奇)소설의 주인공, 여성 자객 섭은낭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무협영화를 오랫동안 해오고 싶었지만 내 현실주의적 면모 때문에 어려웠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무협의 줄거리를 가졌지만 무협 같지 않다. 주인공 은낭(수치)부터가 그렇다. 어릴 적 고관의 아들 계안(장첸)과 정혼했던 은낭은 가문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파혼당하고, 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부모의 손을 떠나 여도사의 손에서 자객으로 키워진다. 은낭이 13년 동안의 수련을 마치고도 인정(人情)에 휘말려 임무를 그르치자 여도사는 아버지를 이어 고위직에 오른 계안을 암살하라며 은낭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전형적인 무협지 주인공처럼 숙명을 지고 사는 인물이지만, 은낭은 복수심에 불타는 ‘일대종사’의 궁이나, 강호의 고수가 되려는 욕망에 몸부림치는 ‘와호장룡’의 옥교룡과는 다르다. 은낭은 누구든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지니고도 끊임없이 망설인다. 인정에 이끌리는 은낭의 모습은 언뜻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결국 그 덕분에 운명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경지로 나아간다. ‘와호장룡’은 세련되고 화려한 경공으로 무협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일대종사’는 빽빽하게 계산된 권법 대결로 중국 영화계에 축적된 무협 액션의 연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허우 감독은 마치 주인공 은낭처럼 ‘현실적인 무협영화’라는 이율배반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덜어내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무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무공 수련 장면은 이 영화에서 생략됐다. 은낭과 적수들과의 대결은 화려하기보다는 일도양단(一刀兩斷)에 가깝다. 결정적인 순간 카메라는 욕심을 버리고 멀어진 채 수풀 사이로 펄럭이는 붉은 옷깃과 번뜩이는 칼날만을 비춘다. 나뭇가지에 걸려 상대를 놓치는 무사의 뒷모습에서 허우 감독이 생각하는 무협 액션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대신 영화는 풍경에 귀 기울이게 하며 덜어낸 자리를 채웠다. 산수화를 보고 그대로 그려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영화 속 절경은 이 무협 없는 무협영화를 완성한다. 여도사가 머무는 깎아지른 절벽이나 흑백의 가지가 빽빽한 자작나무 숲, 부상당한 은낭이 몸을 의탁하는 시골 농가는 중국 곳곳에서 찾아낸 실제 풍경이다. 시대를 반영한 섬세한 의상이나 소품과 함께 영화에 들인 공을 짐작케 한다. 오랫동안 웅크렸다 일격에 상대를 제거하는 은낭의 단검처럼, 허우 감독이 8년 동안의 수련 끝에 내놓은 ‘자객 섭은낭’은 관객의 심장을 은연중에 벤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울에 사는 회사원 황종권 씨(30)는 설을 맞아 조금 일찍 부모가 있는 충북 청주시에 내려갔다. 조부모가 사는 충북 영동군까지 들러 새해 인사를 한 뒤 8일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태국 방콕에서 2박 3일을 보낸 뒤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황 씨는 “직장 초년생인 친구 3명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일정을 조율하던 중 마침 대체공휴일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며 “부모님도 이해해주셔서 큰 부담 없이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향 들렀다가 휴양지로, 외국으로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으레 가족, 친지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대체공휴일 도입으로 늘어난 휴일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달라진 생활방식은 명절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올해는 10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닷새로 늘었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D턴족’(명절에 잠시 고향에 들렀다가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의 증가다. 휴일이 하루 더 늘자 고향에서 설을 쇤 뒤 여행지로 가서 즐기고 귀가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 종로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 씨(58)는 7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큰집에 간 뒤 다음 날 차례를 지내고 아내와 함께 바로 강원 속초시로 떠났다. 2박 3일간 친구 부부와 함께 동반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최 씨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명절마다 항상 가족이 모였지만 이제는 차례만 지내고 각자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설 연휴 기간 강원 지역 스키장이나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주요 관광지에는 여유로운 휴일을 보내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보광휘닉스파크 관계자는 “예년보다 20%가량 고객이 증가했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이 많았다”고 밝혔다. 아예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는 11, 12일 양일간 연차를 내면 9일에 달하는 ‘황금연휴’가 생겼다. 6일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회사원 류민정 씨(29·여)는 “대학 시절 어학연수를 다녀온 시카고에 갔다가 뉴욕 관광을 즐기고 올 예정”이라며 “마음에 드는 미술관이나 카페도 둘러보며 여유 있는 휴가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1인 문화 확산에 따라 류 씨처럼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기간 해외항공편 예약자 중 36%는 홀로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도 설 매출은 늘어 국내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의 설 선물 매출은 지난해 설보다 10%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세트 판매기간(1월 11일∼2월 6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8.8%, 8.3% 늘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 마트 설 선물세트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안팎 증가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3사 모두 4% 미만의 낮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던 지난해 설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예약 판매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예약 상품은 일반 판매 상품보다 10%가량 싸서 좀 더 알뜰하게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 5일부터 8일까지 약 441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약 505만 명보다는 다소 적은 수치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3일 개봉한 강동원 황정민 주연의 영화 ‘검사외전’은 설 연휴 중 약 326만 명을 모으며 8일 현재 누적 관객 약 430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쿵푸팬더3’가 5∼8일 약 74만 명을 모아 뒤를 이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시민들은 덤덤 명절이면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깃거리가 밥상에 오르기 마련이다. 정작 7일 발생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은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회사원 박호건 씨(27)는 “가족이 오랜만에 모인 만큼 서로 할 얘기도 많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북한 얘기는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인 영어학원 강사 션 보데트 씨(24)는 “지난해 8월 한국에 처음 왔는데 이후 북한의 도발 상황을 많이 접해봐서 이미 익숙해졌다”며 “이번에도 심각하지 않은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박창규 kyu@donga.com·최고야·이새샘 기자}

조선 건국 보름 전, 국새를 고래가 삼켜버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다. 졸지에 국새 도둑으로 몰린 해적과, 고래 지느러미도 본 적 없지만 국새를 얻어 금은보화를 손에 쥐기 위해 과감히 바다로 나온 산적, 여기에 조선 건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세력이 뒤엉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바다와 산을 오가는 스펙터클한 화면과 해적단 여두목 여월 역의 손예진, 능글맞고 뻔뻔한 산적단 두목 장사정 역의 김남길, 뱃멀미가 싫어 해적에서 산적으로 ‘이직’한 철봉 역의 유해진 등의 찰진 연기가 볼만하다.}

‘기럭지’와 얼굴로 인기는 많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잉여인생 치호(김우빈),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동우(이준호), 스펙 좋고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자 앞에서는 숙맥인 경재(강하늘)는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10년쯤 뒤에는 분명 자기 직전 이불을 발로 걷어찰 만큼 부끄러운 행동을 감행한다. 연애 못해 안달 내고 만취해서 난동도 피우는, 누구나 겪었을 만한 스무 살 시절이 배꼽을 잡게 한다.}

인천 차이나타운 암흑가에서 자라난 일영(김고은)과 모두가 ‘엄마’라 부르는 보스(김혜수)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갈등을 빚으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지하철 코인로커에 버려졌던 아이 일영은 자신을 거둬준 엄마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악성 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을 만난 일영은 따뜻하고 친절한 석현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일탈을 꿈꾸기 시작한다. 한국형 여성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하얗게 센 머리와 주근깨 가득한 피부, 보형물로 덩치를 키운 김혜수의 변신이 강렬하다.}

이번 설 연휴에는 극장에서 검사와 사기꾼, 판다와 다람쥐와 함께 웃어볼까.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강동원과 황정민이 각각 사기꾼 한치원과 누명을 쓴 전직 검사 변재욱 역을 맡았다. ‘막춤’도 불사하며 한없이 가벼운 바람둥이 사기꾼 역할을 소화한 강동원의 연기가 눈요깃거리로 충분하다. 이성민과 박성웅, 김원해 등 탄탄한 조연진과 훈훈한 유머로 연휴에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영화다. 손예진과 대만 배우 천바이린이 주연을 맡은 ‘나쁜놈은 죽는다’도 설 연휴를 노리고 4일 개봉했다. 어린 자녀까지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4일 개봉한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가 있다. 가수 활동을 접고 휴식기를 갖던 천방지축 다람쥐 3인방 앨빈, 사이먼, 테오도르는 아빠 데이브의 청혼 계획을 알고 이를 방해하기 위해 미국 마이애미로 아빠와 여자친구를 쫓아간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소동과 신나는 음악, 깜찍한 춤이 볼거리다. 물론 지난달 28일 개봉한 ‘쿵푸팬더 3’도 건재하다. 쿵후 마스터들을 제압하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 카이의 등장으로 판다 친구들에게 쿵후를 전수해야 하는 임무를 받게 된 포의 또 다른 성장담을 다뤘다. 시끌벅적한 연휴 분위기를 피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관객이라면 4일 개봉한 ‘자객 섭은낭’과 ‘캐롤’을 주목할 만하다. 허우샤오셴 감독이 연출하고 수치, 장첸이 주인공 섭은낭과 전계안 역을 맡은 ‘자객 섭은낭’은 당나라 소설을 원작으로 화려한 액션 없이 완성해낸 시적인 무협 영화다.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각각 주인공 캐롤과 테레즈 역을 맡은 영화 ‘캐롤’은 한겨울 날씨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멜로 영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952년 12월 미국 뉴욕 맨해튼.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창 바쁜 백화점 점원 테레즈(루니 마라)의 시선을 한 여자가 사로잡는다.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아름다운 여성 캐롤(케이트 블란쳇)이다. 그는 마법처럼 테레즈에게 다가와 자기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 선물을 산 캐롤이 떠난 자리에는 그가 두고 간 장갑 한 켤레가 남아 있다. 4일 개봉한 영화 ‘캐롤’(18세 이상)은 레즈비언이 무엇인지조차 드러내놓고 말하기 힘들었던 시대,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고립된 두 여자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얘기다. 테레즈는 사진에 재능이 있지만 자신감이 없고,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못한다. 캐롤은 자기 정체성을 억누른 채 살다 결국 남편에게 이혼을 고한 참이다. 그 시대, 여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것은 이중의 고난이었다. 둘은 점심을 같이 먹고, 집에 방문하고, 마침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영화는 두 사람이 호텔 커피숍에서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감정은 “참 이상한 사람이에요, 당신.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서로 호감을 갖는 건) 마치 물리학 같은 거지. 서로 부딪히는 핀볼처럼” 같은 시적인 대사를 타고 점진적으로 증폭된다. 그리고 마지막 커피숍 장면에서 단순하지만 적확한 문장으로 폭발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 소설을 쓴 여성 스릴러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삼아 섬세하고 치밀한 심리 묘사만으로도 긴장감 있게 결말로 나아간다. 두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없었다면 영화의 설득력은 한층 떨어졌을 것이다. 우아하고 저돌적이지만, 동시에 불안한 캐롤을 연기한 블란쳇의 매력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라도 단숨에 굴복시킬 정도로 압도적이다.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강렬하지만 쓸쓸한 화면, 크리스마스캐럴과 뒤섞인 우울한 피아노 선율, 시대를 반영한 의상이 한겨울의 멜로드라마를 마무리한다. ★★★★☆ (별 5개 만점)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태권도 유망주 대수(강동원)와 아이돌을 꿈꾸던 미라(송혜교)는 열일곱에 아이를 가져 서른셋 나이에 열여섯 살 아들 아름(조성목)의 부모로 살고 있다. 아름이는 선천성 조로증 환자로 신체 나이는 무려 여든 살이다. 10대 때 자신을 낳은 철없는 부모 대수와 미라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소년 아름이는 의젓하고 감성적이다. 여전히 청춘을 보내고 있는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담담한 시선이 가슴을 울린다. 2011년 출간된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이경영)가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가운데 PD추적 윤민철 PD(박해일)는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논문이 조작됐다”는 전화를 받는다. 제보자는 바로 이장환과 함께 연구를 하던 심민호 팀장(유연석). 제보자의 증언만을 믿고 사건에 뛰어든 윤민철은 “국익을 해친다”는 여론의 비판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방송마저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 2005년 실제로 벌어졌던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로 방송인 오상진의 해설을 곁들여 방영된다.}

동영상 콘텐츠 공룡이 국내 시장도 점령할까? 7일이면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된다. 넷플릭스는 한 달 동안 ‘사용은 편리하지만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료인 첫 한 달이 지나면 사용자마다 가입 시기에 따라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된다. 유료 가입자가 발생하는 7일부터는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확충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미국드라마(미드) ‘덱스터’ ‘가십걸’은 15일, ‘슈츠’는 22일 전 시즌이 공개된다. 영화 ‘와호장룡’의 속편인 ‘와호장룡: 운명의 검’(26일) 등 자체 제작 콘텐츠도 선보인다. 특히 미드 ‘브레이킹 배드’의 스핀오프(spin-off·원작에서 파생된 새로운 작품으로 일종의 번외편)인 ‘베터 콜 사울’ 시즌2는 미국 현지에서 새 에피소드가 방영되면 바로 다음 날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시즌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통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개봉 영화 30여 편을 넷플릭스 한국 사이트에서만 제공하기로 최근 계약을 맺었다. 향후 개봉작에 대해서는 별도 협상을 거친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가 대대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영화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나눠 받는 게 아니라 단매(편당 구매)를 고집한다. 자체 콘텐츠를 충분히 갖고 있는 넷플릭스가 굳이 국내 콘텐츠 확충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 이외의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일본 진출 당시 후지TV, 소프트뱅크와 제휴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방송사나 이동통신사와 제휴하지 않았다. 방송 콘텐츠는 ‘꽃보다 남자’ ‘아이리스’ 등 이전 콘텐츠만 서비스하고 있고, 그 수도 20편 안팎에 불과하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다들 드라마 판권 판매보다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제작비를 투자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더 많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한국 측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사용자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지, 단순히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콘텐츠는 총 9000∼1만 편 정도로 경쟁사인 아마존의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기적으로 넷플릭스가 OTT(Over The Top·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은 높다. 넷플릭스 진출 전 국내 유료 OTT 서비스는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티빙’ ‘푹’ 등의 브랜드가 있지만, 특정 방송사의 콘텐츠를 다시보기 할 수 있는 사이트 정도에 그쳤다. 국내 OTT 서비스 가입자는 약 2500만 명(중복 가입 포함)으로 추산되지만 이 중 유료 가입자 비중은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넷플릭스 론칭 이후 월 4900원으로 보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왓챠플레이’가 1일 첫선을 보였고, 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를 지난달 시작했다. 당초 지상파 방송 다시보기만 제공했던 푹은 지난해 10월부터 종편 프로그램의 다시보기와 영화 등 다른 콘텐츠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중 왓챠플레이와 옥수수는 사용자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는 ‘넷플릭스 닮은꼴’이다. 최명호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 30대 젊은층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OTT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넷플릭스가 시장을 자극해 여러 서비스가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잘난 외모만 믿고 막 사는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이 감옥에서 살인죄 누명을 쓴 전직 검사 변재욱(황정민)을 만나 그의 복수를 돕는다. 3일 개봉하는 영화 ‘검사외전’(15세 이상)은 설날 연휴 기대작이다. 강동원 황정민 ‘대세’ 배우 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쿵푸팬더 3’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기 때문이다. ‘검사외전’은 강동원이 나온 ‘검은 사제들’과 황정민이 활약한 ‘히말라야’를 합친 만큼 폭발력을 보일까. 이 영화에 대해 본보 영화 담당 두 기자의 입장은 “강동원 보는 재미가 있다”와 “강동원 말고 뭐가 없다”로 갈렸다. ▽이새샘=한치원 너무 귀엽다. 어설픈 영어 발음으로 유학생 행세 하는 대책 없는 바람둥이 사기꾼이라니. 쇠파이프 날아다니는 시위 현장에서 ‘셀카’ 찍고, 감옥에 갇혀서도 돈 많은 여자친구를 쥐락펴락하는 장면부터 배꼽 잡았어. ▽김배중=그래? 난 그냥 여자친구랑 같이 보고 “내가 이런 영화도 참아줬다”며 생색낼 것 같은 영화던데. 여자친구가 조르지 않으면 안 볼 것 같아. ▽이=너무 냉정한데. 물론 줄거리가 좀 단순하고 갈등이 너무 쉽게 풀리는 면은 있지. 그렇지만 강동원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 않나. 어디 영화에서 강동원이 아줌마랑 춤을 추고, 대놓고 여자한테 ‘끼 부리는’ 모습을 보겠어. ▽김=너무 객관성을 잃은 거 아냐. 한치원도 강동원이 연기하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사기꾼 캐릭터잖아. 감옥생활에 대한 묘사나 한국 법조계, 정계에 대한 묘사도 다 어디서 본 듯하고. ▽이=이 영화를 보고도 강동원에게 함락되지 않는 자, 심장에 피가 돌지 않는 게 분명하니 구마의식(마귀를 내쫓는 의식)을 거행해야겠어. ▽김=(외면한 채) 강동원에게 무게중심이 너무 쏠린 거 같아. 특히 황정민은 존재감이 덜해 좀 아쉬웠어. 강동원은 ‘의형제’ ‘검은 사제들’에서 유난히 연배가 있는 남자 배우와 궁합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이=그러고 보면 강동원 황정민 말고도 극중 변재욱에게 누명을 씌우는 검사 출신 정치인 우종길을 연기한 이성민, 황정민의 검사 시절 라이벌 양민우 역의 박성웅 등 출연진이 쟁쟁하지. 이성민은 의외로 악역이 어울리더라고. ▽김=한치원이 같은 고교 후배라는 거짓말에 양민우가 넘어가는 장면, 학연과 지연에 약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비꼰 장면, 한치원이 학력을 속이며 사기를 치는 장면에서는 빵 터지긴 해. 그래도 코미디영화로는 웃음이 많이 모자라고, 범죄영화로는 치밀함이 부족해. ▽이=이렇게 의견이 갈리다니 역시 남녀의 차이인가. 그러고 보면 시사회 때 유난히 여자들 웃음소리가 컸지…. ▽김=남자들한테는 강동원 얼굴이 의미가 없다니까. ▽이=명절에는 보통 가족끼리, 편하게 볼만한 오락영화를 찾으니 개봉 시기에 맞춰 내용을 ‘수위 조절’ 했다는 인상도 받았어. 너무 골치 아프거나 섬뜩하지 않게 말이야. ‘쿵푸팬더 3’는 벌써 관객 160만 명을 넘겼는데 ‘검사외전’이 치고 나갈 수 있을까? ▽김=그건 설 연휴 극장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영화 선택권이 남녀 중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듯.▼ 한 줄 평과 별점 ▼ 이새샘 기자 훅훅 치고 들어오는 강동원의 매력에 대략 정신이 혼미 ★★★☆김배중 기자 어디서 본 듯한 옛날 흑백영화 속에 ‘컬러풀’한 강동원 합성한 듯 ★☆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대호’의 주인공은 누굴까.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포수 천만덕 역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을 떠올리겠지만 영화를 봤다면 다른 얼굴을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바로 영화에서 마지막 조선 호랑이로 등장하는 ‘대호’다. 100% 3차원(3D)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거대한 호랑이 대호는 영화 전체 러닝타임 139분 중 40%에 이르는 약 50분 동안 등장한다.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정 연기, 감정 표현으로 만덕과 때로는 대결하고 때로는 교감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개봉 당시 “영화의 주인공은 최민식과 ‘김대호 씨’”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 대호는 국내 CG 기술로 탄생했다. 대호는 어떻게 탄생했고, 한국 영화 CG의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털 1000만 가닥 심은 ‘대호’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100% 3D CG로 구현한 동물 캐릭터는 2013년 ‘미스터 고’의 고릴라 링링이 유일했다. 그나마 링링은 인간과 움직임이 유사한 영장류로 모션캡처 기술(사물에 센서를 달아 움직임 정보를 받아 영상 속에 재현하는 기술)을 사용해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호는 네 발로 걷는 호랑이라 사람에게 센서를 다는 모션캡처 방식으로는 움직임을 표현할 수 없었다. 맹수인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유사한 장면을 담은 영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참고할 자료가 부족한 상태였다. 여기에 수컷 호랑이인 대호 외에도 대호의 어미와 짝, 새끼 호랑이 등 호랑이 가족을 만들어야 했다. 대호의 CG 제작 업체인 ‘포스(4th) 크리에이티브 파티’의 조용석 본부장은 “등장 분량이 많고 중요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정공법으로 도전한 것이 완성도 높은 대호가 나온 비결”이라고 말했다. 대호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1년, 촬영을 거쳐 캐릭터를 영상에 합성하는 데 추가로 6개월 등 모두 1년 6개월이 걸렸다. 대호가 나오기까지는 총 11단계의 작업을 거쳤다. 우선 호랑이의 외형을 디자인했다. 전체적인 몸의 형태는 물론이고 혀 이빨 눈알 등 신체의 모든 부분을 디자인했다. 그 뒤 호랑이의 피부 질감이나 가죽 무늬 등을 표현해내는 텍스처 작업, 그 위에 근육의 움직임을 얹는 리깅 작업을 했다. 실제 촬영 영상 위에 대호의 움직임을 배치하는 카메라 트래킹 작업과 호랑이의 동작, 얼굴 표정 등 각종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마친 뒤에는 근육과 털의 움직임을 호랑이의 동작에 맞추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뛰어가는 호랑이의 살이 출렁이는 느낌이나 바람에 털이 쓸리는 모습 등이 이 단계에서 만들어졌다. 그 뒤에 호랑이의 모습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룩 디벨로프먼트, 주변 환경에 맞춰 호랑이에게 그림자를 주는 라이팅 렌더링, 호랑이의 입에서 입김이 뿜어져 나오거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등 특수효과를 주는 이펙트(FX) 작업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입력된 데이터를 모두 합성해 실제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렌더링 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촬영 과정도 일반 영화보다 훨씬 복잡하다. 대호가 등장하는 장면은 현장에서 4, 5번 반복해서 촬영했다. 대호가 없는 빈 화면을 찍은 뒤 털로 된 공(퍼볼)과 금속 공(크롬볼)을 놓고 한 번씩 더 찍는다. 퍼볼은 현장에서 대호의 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크롬볼은 그림자가 어떻게 지는지 확인해 CG에 반영하기 위한 도구다. 그 뒤에 대호와 비슷한 크기의 판을 놓고 다시 한 번 찍는다. 나중에 CG팀이 이 판 위에 대호 그래픽을 얹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판을 놓고 찍는 대신 현장에서 대호 역할을 대신한 배우 곽진석이 대호를 연기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움직임이 크거나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판으로는 대호의 움직임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호랑이 한 마리에 털을 1000만 가닥 이상 심었다. 만약 개인용 컴퓨터(PC) 1대로 전체 호랑이 출연 분량을 렌더링했다면 1000년 이상이 걸렸을 거다. 그만큼 섬세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대한 작업”이라고 했다. CG 없는 한국 영화 없다 ‘대호’ 외에도 최근 한국 영화에서 CG의 비중은 크게 늘었다. ‘대호’와 함께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 역시 CG의 비중이 큰 영화다. 위험한 등반 장면을 모두 실제로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약 3주에 걸친 해외 촬영 기간에 관련 장면을 모두 소화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구조 장면을 촬영한 뒤 눈 폭풍이 몰아치는 날씨를 합성하거나, 강원 영월 세트장에서 찍은 장면 위에 히말라야의 실제 등고선 데이터를 활용한 산 CG를 입히는 식으로 약 1200컷에 CG가 들어갔다. 영화 전체 장면의 80% 이상이 CG의 힘을 빌린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로봇, 소리’는 CG로 시작해 CG로 끝난다. 영화는 주인공 로봇 ‘소리’가 인공위성에서 떨어져 나와 지구로 추락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지막 장면인 ‘소리’가 모래산을 기어오르는 장면에서는 소리의 팔다리를 움직이는 스태프의 모습을 지우는 데 CG 작업이 들어갔다. ‘히말라야’ CG 제작 업체인 라스카의 박의동 대표는 “7, 8년 전만 해도 CG가 들어간 영화와 들어가지 않은 영화를 구분했지만 약 4년 전부터 거의 모든 영화에 CG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도 실내에서 촬영하고 야외 화면을 따로 촬영해 CG로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데다 배우들도 연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타지나 재난 영화처럼 CG가 핵심인 장르가 아니더라도 전체 비용을 낮추고 촬영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 CG가 필요하다.CG 업체 대형화, 해외 진출 이처럼 한국 영화에서 CG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CG 제작 산업의 규모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수년 전까지 업체당 직원 10∼20여 명으로 영세했던 업체들이 100명 이상의 인원을 갖추며 대형화하고 있다. 업체마다 전문화, 특성화된 분야가 생기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 작품의 CG 작업을 여러 업체가 나눠서 하기도 한다. CG 관련 비용이 영화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산업(영화 외에 게임, 애니메이션 등 모두 포함) 전체 매출액은 2011년 약 2101억 원에서 2013년 약 2441억 원으로 연평균 약 8% 증가했다. 종사자 수 역시 같은 시기 1171명에서 1349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발달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진출도 활발하다. 쉬커(徐克) 감독의 ‘적인걸 2’ ‘지취위호산’, 저우싱츠(周星馳) 감독의 ‘서유기’ 등 최근 중국에서 좋은 흥행성적을 낸 블록버스터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덱스터, 매크로그래프, 디지털아이디어 등 한국 업체의 이름이 올라 있다. 하지만 CG 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CG 업체 관계자는 “제작비를 산정할 때 주로 인건비만 포함이 된다.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해 그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 영화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CG 관련 노하우를 쌓았더라도 이를 소프트웨어로 개발하는 등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원천기술로 만들 시간이나 자본이 없다는 뜻이다. 조용석 본부장은 “한국의 영화 관련 CG 제작업은 시장 규모가 작고 CG에 책정되는 제작비도 크지 않다. 그에 비해 CG에 대한 눈높이는 굉장히 높고 요구사항도 많다”며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한국 현실에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업체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의동 대표 역시 “과거와 비교해 CG 예산을 정해 놓고 무조건 그 가격에 맞춰 달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국 영화는 현재 포화 상태고, 규모가 큰 영화도 몇 편 나오지 않는다. 영화 산업 전체에 대한 지원을 늘려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

《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 So White)’, 이 말은 진실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1929년 시작해 올해까지 88번째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흑인은 고작 15명뿐이다. 최근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완화됐을까. 동아일보가 2000∼2015년 16년간의 남녀 주연상 조연상 감독상 작품상 공로상 등 주요 7개 부문을 조사한 결과, 112개 부문 중 흑인에게 돌아간 상은 모두 1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29∼1999년 총 4개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다. 》첫 흑인 수상자는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와 여우조연상을 받은 해티 맥대니얼이다. 하지만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두 번째 흑인 수상자가 나오기까지 25년이 걸렸다. 2002년 포이티어가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고 덴절 워싱턴과 핼리 베리가 동시에 남녀 주연상을 타기도 했지만, 전체 수상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다. 2014년에는 루피타 뇽오가 ‘노예 12년’으로 여우조연상을 탔고 같은 작품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올해 역시 흑인 배우가 남녀 주·조연상 후보에 2년 연속 오르지 못한 데다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이나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후보가 발표된 뒤 스파이크 리 감독, 배우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대니 보일 감독, 배우 맷 데이먼 등 백인 영화인까지 시상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는 힙합의 탄생과 흑인 래퍼들의 인생을 다룬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아프리카 소년병의 이야기를 그린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등 흑인 감독이 연출했거나 흑인 배우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화제작이 여럿 있다. 하지만 이 중 ‘스트레이트…’만이 각본상 후보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삶을 다룬 ‘셀마’가 남우주연상, 작품상 등의 후보로 점쳐졌지만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아카데미는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 동성애자 등 다른 소수계층에 대해서도 폐쇄적이다. 2001년 영화 ‘와호장룡’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흥행 수입 1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작품상은 ‘글래디에이터’에 돌아갔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배우가 주·조연상을 수상한 사례도 없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배우 이언 매켈런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는 영악하게도 동성애자를 연기한 이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준다. 왜 이성애자를 연기한 동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보수성과 폐쇄성을 공격받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올해 아카데미는 한국 영화계에는 ‘선물’을 안겨줬다. 바로 배우 이병헌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시상식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이병헌은 시상을 하거나 특정 인물, 혹은 영화를 소개하는 발표자(presenter)로 초청돼 무대에 선다. 시상식 축하무대를 주제가상 후보곡으로 꾸미는 시상식 관례상 소프라노 조수미 역시 무대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삽입곡 ‘심플 송(Simple Song)’이 현재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 So White), 이 말은 진실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1929년 시작해 올해까지 88번째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한 흑인은 고작 15명뿐이다. 최근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완화됐을까. 동아일보가 2000~2015년 16년간의 남녀 주연상 조연상 감독상 작품상 공로상 등 주요 7개 부문을 조사한 결과, 112개 부문 중 흑인에게 돌아간 상은 모두 1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29~1999년 총 4개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다. 첫 흑인 수상자는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해티 맥대니얼이다. 하지만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두 번째 흑인 수상자가 나오기까지 27년이 걸렸다. 2002년 포이티어가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고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동시에 남녀주연상을 타기도 했지만, 전체 수상자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다. 2014년에는 루피타 농요가 ‘노예 12년’으로 여우조연상을 탔고 같은 작품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올해 역시 흑인 배우가 남녀 주·조연상 후보에 2년 연속 오르지 못한데다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이나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후보가 발표된 뒤 스파이크 리 감독, 배우 윌 스미스 등 흑인 영화인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대니 보일 감독, 배우 맷 데이먼 등 백인 영화인까지 시상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는 힙합의 탄생과 흑인 랩퍼들의 인생을 다룬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아프리카 소년병의 이야기를 그린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등 흑인 감독이 연출했거나 흑인 배우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화제작이 여럿 있다. 하지만 이 중 ‘스트레이트…’ 만이 각본상 후보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삶을 다룬 ‘셀마’가 남우주연상, 작품상 등의 후보로 점쳐졌지만 주제가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아카데미는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 동성애자 등 다른 소수계층에 대해서도 폐쇄적이다. 2001년 영화 ‘와호장룡’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흥행수입 1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작품상은 ‘글래디에이터’에 돌아갔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배우가 주·조연상을 수상한 사례도 없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배우 이안 맥켈런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는 영악하게도 동성애자를 연기한 이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준다. 왜 이성애자를 연기한 동성애자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보수성과 폐쇄성을 공격받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올해 아카데미는 한국영화계에는 ‘선물’을 안겨줬다. 바로 배우 이병헌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시상식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이병헌은 상을 시상하거나 특정 인물, 혹은 영화를 소개하는 발표자(presenter)로 초청돼 무대에 선다. 시상식 축하무대를 주제가상 후보곡으로 꾸미는 시상식 관례 상 소프라노 조수미 역시 무대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삽입곡 ‘Simple Song’이 현재 아카데미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카데미 인종차별 논란 말말말 ▼ 스파이크 리 감독“어떻게 2년 연속 후보 배우 40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질 수 있는가? 우리는 연기를 할 줄 모른단 말인가?”윌 스미스“지금으로선 시상식에 가기 괜찮다고 말하기 불편하다. (불참 결정은) 시상식을 지켜보며 자신들이 대변되지 못한다고 여길 어린이들을 위한 일이다.”윌리엄 메이시(배우·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회원 상당수가 영화를 다 보지도 않고 투표한다. ‘영화는 안 봤지만 난 이 사람 평소에 좋아했으니까’라는 식이다.”마이클 케인“흑인이기 때문에 그 배우에게 투표할 수는 없다. 인내심을 가져라. 나 역시 오스카를 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64·사진)이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는 모습이 26일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니슨은 보잉 선글라스를 쓴 채 파이프를 물고 있다. 맥아더 장군 특유의 차림새와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실제 맥아더 장군과 흡사한 모습이다. 니슨은 “맥아더 장군이라는 인물에게 강하게 끌렸다. 맥아더를 연기하는 일은 그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었다. 그는 훌륭한 군인이었고, 타고난 리더였으며, 한국인을 위해 싸워 자유를 지켜내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영화에 처음 출연한 경험에 대해서는 “영화를 연출하는 이재한 감독과 손에 꼭 맞는 장갑처럼 호흡이 잘 맞았다. 함께 출연한 이정재는 정말 아름다운 배우”라고 말했다. 11일 입국한 니슨은 2주간의 촬영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출국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감독판 개봉했을 때는 포털 사이트 댓글을 다 읽었어요. 좋은 댓글은 아내에게 보여주며 자랑도 하고요.” 우민호 감독(45)은 조금 들떠 있었다. 질문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파괴된 사나이’(2010년) ‘간첩’(2012년) 그리고 ‘내부자들’. 3수 끝에 받아든 성적표가 관객 890만 명(‘내부자들’ 약 700만 명, 19일 현재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약 190만 명)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를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예상외의 흥행인가. “‘내부자들’ 본판은 물론 감독판까지 이렇게 흥행할 줄은 몰랐다. 본판은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감독판은 30, 40만이면 잘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방송에서 패러디도 많이 하고 재관람하는 관객도 많았다. “캐릭터의 힘인 것 같다. 통쾌함이나 정의 실현 같은 면으로 분석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관객이 등장인물들의 욕망에 은연중에 이입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나 쾌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시나리오를 쓸 때도 캐릭터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본판과 감독판의 가장 큰 차이는 오프닝과 엔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디 오리지널’은 안상구의 독백으로 시작해 이강희의 독백으로 끝난다. 두 장면을 합치면 8분 정도 분량인데 둘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장면이라 어느 하나만 남길 수는 없었다. 결국 본판에서는 편집했다.” ―엔딩은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숨겨놓는 거라던데…. “맞다. 감독판의 엔딩에서 제 의도를 상당히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치해 보일 수 있다. 처음에 편집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강희를 비롯한 내부자들을 향해 있던 칼날이 관객을 향하기를 바랐다.” ―화제가 됐던 장면 중 하나가 배우들이 전라로 등장하는 별장 파티 장면이다. 배우나 감독이나 선뜻 찍기 힘들었을 텐데…. “배우분들은 흔쾌히 응해줬다. 저 역시 원작에서 느꼈던 분노를 전하기 위해서 쭈뼛거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수치심이 거세된 권력층이 얼마나 무섭고 섬뜩한 존재인지를 전달하는 장면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좀 아쉬운 게, 이경영 씨나 백윤식 씨 모두 운동을 하셨는지 몸이 좋으셔서 원작처럼 늙고 추한 엉덩이가 나오질 않더라.(웃음)” ―이르지만 차기작 계획이 있나. “인터뷰에서 강한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액션 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벌써 시나리오가 두 편 들어왔다.(웃음) 어릴 적 안상구처럼 주말의 명화를 즐겨봤었다. 오프닝 음악이 들리면 심장이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진짜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긴장되죠. 어제는 새벽 3시까지 못 잤어요. 처음 혼자 주인공을 맡았으니…. (로봇을 가리키며) 이놈한테 기대기라도 하면 좋은데 그럴 수도 없고요.”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만은 그대로였다.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이성민(47)이 27일 개봉하는 영화 ‘로봇, 소리’에서 주인공 김해관 역을 맡았다. 첫 단독 주연이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배경은 2013년, 실종된 딸을 찾아 10년 동안 전국을 헤매던 해관은 어느 날 외딴 섬에서 추락하던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로봇 ‘소리’를 발견한다. ‘소리’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고,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낼 수 있는 고성능 도청 로봇. 해관은 ‘소리’를 이용해 딸을 찾아 나선다. 부녀 사이의 애틋함을 말하는 영화의 이면에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숨어 있다. 해관의 딸이 참사 당일 사고가 났던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인근에서 실종된 것으로 나온다. “대구 지역 극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어요. 가장 치열한 시절을 보낸 곳이죠. 2003년 당시엔 서울에 올라온 뒤였지만 가족은 아직 대구에 있었어요. 아내와 ‘괜찮냐’고 통화하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영화 자체는 아버지와 로봇, 그리고 딸의 이야기지만 ‘그때의 사고를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죠.” 해관은 처음엔 ‘소리’를 낯설어하다 조금씩 친밀감을 느끼고 나중에는 ‘소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기까지 한다. 상대역 ‘소리’는 한 대당 ‘몸값’이 1억여 원으로 세 대가 번갈아가며 그와 연기했다. 그는 “평범한, 조금 완고한 중년 남자라면 로봇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했더니 감정이입이 어렵지는 않았다.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엔 ‘소리’를 실은 차를 따라가며 배웅 인사까지 할 정도였다. 시사회 때 나이 있는 관객 분들도 함께 웃으시는 걸 보면서 다들 귀여워해 주는구나 싶어 안심했다”고 말했다. 다혈질이지만 속정 깊은 의사 최인혁(‘골든타임’), 진정한 멘토가 되어주는 직장상사 오상식(‘미생’)까지 이성민이 맡아온 역할은 유독 서민적이고 인간적이다. 김해관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어릴 때는 둘만의 비밀이 있는 친밀한 사이였다가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조금씩 멀어지고 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다.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는 이성민은 “아직까진 영화에서처럼 사이가 멀어지진 않았다. 딸에게 ‘영화 재미있다. 홍보해 달라’고 말했더니, ‘보지도 않고 어떻게 얘기하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로봇, 소리’는 딸을 잃은 아버지가 낯선 로봇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딸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미생’의 오상식이 가장이면서도 직장인으로서의 무게를 진 역할이고 좀 더 공적인 인물이었다면, 김해관은 평범하고 개인적인 아버지예요. 누구라도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