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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멤버는 부상을 당해도 찍소리 못하고, 녹화 내내 방청객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요. 학대 프로인가요?” 명절 단골 인기 프로그램인 ‘아이돌스타 육상·씨름·풋살·양궁 선수권대회’(아육대)가 또다시 부상 논란에 휩싸였다. 19일 오후 경기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설 특집 ‘아육대’ 풋살 경기 녹화에서 그룹 엑소의 멤버 시우민이 무릎 부상을 당했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우민이 상대 팀 선수와 몸싸움 도중 태클을 당해 넘어졌다” “무릎을 감싼 채 괴로워하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시우민의 소속사는 “인근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으며 오른쪽 무릎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라고 밝혔다. ‘아육대’는 2010년 처음 추석 특집으로 편성돼 매해 추석과 설 명절에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녹화 시간이 최장 20시간으로 길고 부상 위험이 크다는 점 때문에 여러 차례 폐지 논란이 일었다. 그룹 틴탑, 갓세븐, 빅스, 인피니트 등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아육대에 출연해 부상을 입었다. 팬들은 “방송 출연 권한을 쥔 방송사의 대표적인 ‘갑질’ 프로”라고 비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사진)가 15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5세. 신 교수는 2014년 피부암 진단을 받았으며 최근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위독해졌다.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나온 고인은 대학 강단에 선 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년 넘게 복역하던 고인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고 같은 해 옥중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내 한국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책은 수형 기간 동안 부모, 형수, 제수 등에게 보낸 편지 230여 장을 엮은 것으로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감옥 생활에서 얻은 깊이 있는 사유, 가족의 소중함 등을 잔잔하고 정감 어린 필치로 그려내 최근까지 6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후 출간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 2’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도 인기를 끌었다. 전공인 경제학뿐 아니라 동양 고전, 실제 삶의 경험까지 녹인 그의 저서는 “서구 중심주의와 비서구 중심주의 모두를 넘어서서 인간 해방과 사회 해방을 위한 새로운 보편사상을 모색하려는 치열한 고투”(김호기 연세대 교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강의하기 시작한 뒤 약 20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서며 실천적 지성의 자리를 견지했다. 하지만 운동단체와 정계의 러브콜에는 거리를 뒀다. 2006년 은퇴한 뒤에도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으나 2014년 암 진단을 받고 강의를 중단했다. 지난해 4월에는 그동안의 저서를 집대성한 ‘담론’을 펴내는 등 학문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제19회 만해문예대상을 받기도 했다. 서예를 취미로 밝혀온 고인은 독특한 글씨체로 유명했다. 그의 글씨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저서 제목은 물론이고 소주 브랜드의 상표로 사용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 씨(68)와 아들 지용 씨(26)가 있다.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성공회대 대학성당이며 발인은 18일 오전 11시. 02-2610-4251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관객 수 2억1729만 명. 지난해 극장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재에도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올해도 박찬욱 강우석 김지운 등 중견 감독의 신작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쏟아지며 스크린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중견 감독 복귀… 일제강점기 영화도 잇달아 강우석 감독은 ‘전설의 주먹’(2012년) 이후 4년 만에 ‘고산자’로 돌아온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김정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로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멜로영화가 장기인 허진호 감독은 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주인공인 ‘덕혜옹주’로 사극에 도전한다. ‘친구2’ ‘극비수사’로 재기한 곽경택 감독은 죽은 엄마가 살아 돌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부활’(가제)을 선보인다. ‘비트’의 김성수 감독은 현재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등이 출연하는 ‘아수라’를 촬영 중이다. 지난해 ‘암살’에 이어 올해도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영화가 잇달아 나온다. 5, 6월경 개봉하는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이 할리우드 데뷔작 ‘스토커’(2013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 1930년대를 배경으로 돈 많은 상속녀와 그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간의 사연을 담았다. 1920년대 항일단체 의열단을 다룬 ‘밀정’은 김지운 감독이 3년 만에 연출하는 영화다. 할리우드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리엄 니슨이 맥아더 장군으로 나오는 ‘인천상륙작전’과 원전 사고를 다룬 재난영화 ‘판도라’는 제작비가 100억 원 넘는 대작이다.○ 할리우드는 ‘히어로 vs 히어로’ 주목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자리를 노리는 히어로 영화가 올해도 쏟아진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맞붙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4월에 찾아온다. 마블 스튜디오의 새 히어로 ‘데드풀’이 다음 달 18일, ‘닥터 스트레인지’는 11월 개봉한다. 마블에 한동안 맥을 못 추던 DC코믹스에서 나온 히어로들의 활약도 볼거리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을 다룬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3월에 포문을 열고, 악당 조커와 할리퀸 등이 등장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8월 개봉한다. 속편과 리메이크도 강세를 보인다. 6월 개봉하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1996년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의 속편이다. 지난해 7편으로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낸 스타워즈 시리즈는 12월에 8편인 ‘스타워즈: 로그원’이 나온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공상과학(SF) 시리즈의 전설 ‘스타트렉’은 30주년을 기념한 ‘스타트렉 비욘드’를 8월에 내놓는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쿵푸팬더3’는 28일 개봉한다. 1984년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주인공의 성별을 여성으로 모조리 바꿔 리메이크한 동명의 영화(7월 중 개봉), 1960년 작품을 원작으로 이병헌과 덴절 워싱턴, 이선 호크 등이 출연하는 ‘황야의 7인’(9월 중 개봉)도 기대작이다.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 }

14일 개봉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15세 이상)는 촬영 때부터 혹독하고 엄격한 촬영 현장에 관한 흉흉한(?) 말이 돌았던 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초 미국 대륙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자연광 아래에서만 영화를 촬영한 데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하길 고집한 탓에 촬영 기간이 9개월로 한없이 길어졌다. 이 때문에 원래 촬영지이던 캐나다 극지의 얼음이 녹기 시작해 아르헨티나 남단으로 촬영지를 통째로 옮겨야 했다. 주인공 휴 글래스 역을 맡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채식주의자이지만 극 중 들소의 생간을 씹는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거기에 맨손으로 불을 피우고 화승총을 쏘는 방법을 배웠고,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 두 종류를 습득해야 했다. 대사를 극단적으로 절제했고, 줄거리는 간결하다. 사냥꾼 휴는 동료들과 이동하던 중 곰의 습격을 받아 사투 끝에 곰을 죽이지만 그 역시 부상당해 생사의 기로에 선다. 원주민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호크(포리스트 굿럭)와 젊은 동료 짐 브리저(윌 폴터), 그리고 베테랑 사냥꾼 피츠(톰 하디)가 함께 남아 휴를 돌보기로 하지만 제 욕심에 급급한 피츠는 휴를 버리고 그의 아들마저 죽인다. 산 채로 묻혔던 휴는 복수심 하나만을 무기로 다친 몸을 이끌고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원주민들의 습격과 추위, 배고픔에 맞서며 4000km가 넘는 길을 따라 피츠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영화 속 19세기 미 대륙의 자연 풍광은 한없이 원시와 야생에 수렴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휴는 동물적인 부성애로, 피츠는 생존과 성공을 향한 욕망으로 움직인다. 그 외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도덕을 욕망에 앞세워 휴를 도왔던 원주민은 백인 사냥꾼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살해당하며 ‘야만인’이라고 조롱받는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띤 회색 자연은 압도적이고, 디캐프리오와 하디의 연기 역시 그에 지지 않는다. 숱한 고생담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때론 거칠게, 때론 고요하게 관객들을 이끄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처절한 절망의 바닥에서 끝끝내 기이한 희망이 움트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수상작.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4일 개봉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15세 이상)는 촬영 때부터 혹독하고 엄격한 촬영 현장에 관한 흉흉한(?) 말이 돌았던 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초 미 대륙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자연광 아래에서만 영화를 촬영한데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하길 고집한 탓에 촬영 기간이 9개월로 한없이 길어졌다. 덕분에 원래 촬영지이던 캐나다 극지의 얼음이 녹기 시작해 아르헨티나 남단으로 촬영지를 통째로 옮겨야 했다. 주인공 휴 글래스 역을 맡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채식주의자이지만 극중 들소의 생간을 씹는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거기에 맨손으로 불을 피우고 화승총을 쏘는 방법을 배웠고,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 두 종류를 습득해야 했다. 대사를 극단적으로 절제했고, 줄거리는 간결하다. 사냥꾼 휴 글래스는 동료들과 이동하던 중 곰의 습격을 받아 사투 끝에 곰을 죽이지만 그 역시 부상당해 생사의 기로에 선다. 원주민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휴의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와 휴의 젊은 동료 짐 브리저(윌 폴터), 그리고 베테랑 사냥꾼 피츠가 함께 남아 그를 돌보기로 하지만 제 욕심에 급급한 피츠(톰 하디)는 휴를 버리고 그의 아들마저 죽인다. 산채로 묻혔던 휴는 복수심 하나만을 무기로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원주민들의 습격과 추위, 배고픔에 맞서며 4000km가 넘는 길을 따라 피츠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영화 속 19세기 미 대륙의 자연 풍광은 한없이 원시와 야생에 수렴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휴는 동물적인 부성애로, 존은 생존과 성공을 향한 욕망으로 움직인다. 그 외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도덕을 욕망에 앞세워 휴를 도왔던 원주민은 백인 사냥꾼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살해당하며 ‘야만인’이라고 조롱받는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띤 회색 자연은 압도적이고, 디캐프리오와 하디의 연기 역시 그에 지지 않는다. 숱한 고생담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영화는 휴가 그토록 원했던 복수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으로 끝맺는다. 말 그대로 산산이 부서진 채 자신이 4000km를 뚫고 전진하도록 만들었던 단 하나의 목표를 놓아 보내는 휴의 뒷모습은 의외로 허망하지 않다. 때론 거칠게, 때론 고요하게 관객들을 이끄는 이냐리투 감독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처절한 절망의 바닥에서 끝끝내 기이한 희망이 움트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골든글로브 작품, 감독, 남우주연상 수상작.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3관왕에 올랐다. 주제가상 후보에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심플 송’이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14일 국내 개봉하는 ‘레버넌트…’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턴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감독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캐프리오·사진)을 차지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수여하는 골든글로브 상은 매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한 달 전쯤 열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레버넌트…’는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 주인공 휴 글래스가 곰과의 사투로 생사의 기로에 선 자신을 버리고 간 동료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해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2관왕에 올랐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마션’, 남우주연상은 ‘마션’의 맷 데이먼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룸’의 브리 라슨(드라마), ‘조이’의 제니퍼 로런스(뮤지컬·코미디), 남우조연상은 ‘크리드’의 실베스터 스탤론, 여우조연상은 ‘스티브 잡스’의 케이트 윈즐릿이 받았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외국어영화상은 아우슈비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사울의 아들’(네메시 라슬로 감독)이 수상했다.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은 인종 차별을 딛고 성공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흑인 배우 덴절 워싱턴이 받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제가 맡은 한상렬이란 인물은 전쟁의 참상을 겪고도 자기 신념을 끝까지 지켰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제가 이해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어른’이었어요.” 드라마 ‘미생’(2014년)에서 장그래 역을 맡아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던 임시완(28)이 21일 개봉하는 영화 ‘오빠생각’(12세 이상)에서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영화 ‘오빠생각’은 6·25전쟁 당시 전국을 돌며 위문공연을 하고, 이후 해외 순회공연에도 나섰던 해군어린이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고아들을 모아 합창단을 조직한 군인 한상렬 소위 역을 맡은 그를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은 뒤 아이들이 합창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며칠 동안 계속 떠올랐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소중한 존재인지가 담긴 영화입니다.” 영화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여동생과 단둘이 남은 소년 동구(정준원)와, 그런 동구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합창단 아이들을 전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한상렬 두 사람의 이야기로 이뤄졌다. “이 영화를 위해 난생처음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연습했다”는 그는 영화 초반부 대규모 전투 장면을 촬영하다 모형 칼에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고아를 착취하는 악역 갈고리(이희준)와의 난투극을 찍으면서는 목이 졸려 잠시 기절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기절해서 그때 기억이 없는데, 오히려 (저를 기절시킨) 희준이 형이 제가 기절한 10여 초 동안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오빠생각’의 다른 주인공은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다. ‘뜸북뜸북 뜸북새/논에서 울고’로 시작하는 ‘오빠생각’을 비롯해 ‘고향의 봄’ ‘즐거운 나의 집’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들이 합창단의 화음으로 재탄생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그는 “제목만 듣고는 노래가 낡고 촌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노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된 곡이 많았다. 그런 점이 관객에게도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바르고 착한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조만간 촬영을 시작할 영화 ‘원라인’에서는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기꾼 역을 맡아 처음 범죄자 역할에 도전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지난해 본인이 연출한 영화 ‘국제시장’으로 관객 1426만 명을 모으며 ‘해운대’(2009년)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그가 제작한 영화 ‘히말라야’는 지난해 12월 개봉해 관객 700만 명을 향해 질주 중이다. 연출 데뷔작 ‘두사부일체’(2001년)부터 ‘히말라야’까지 그가 연출하거나 제작한 영화는 대부분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바로 영화제작사 JK필름의 설립자인 윤제균 감독(47)이다. 그를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JK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처음부터 “하도 사람들 앞에서 도와 달라고 무릎을 많이 꿇어 ‘도가니’가 닳아 없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영화 제작 원칙에 대해 “첫 번째는 작품에 대한 겸손, 두 번째는 관객에 대한 겸손이다. ‘이 정도면 관객이 좋아할 거야’라고 자신하는 순간 ‘훅 간다’”고 했다. “저는 요즘도 시나리오 단계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얼마나 재미를 느끼는지를 모니터링해요. 다른 제작사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절차죠. 5점 만점에 4점 가까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수정하죠. 영상 편집본도 4점이 넘을 때까지 반복해서 모니터링합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연출과 제작이 골고루 섞여 있다. 그는 “둘 다 힘들다. 감독은 핑계를 댈 수 없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제작자는 잘됐을 때는 감독 덕분, 안됐을 때는 자기 탓이 된다”고 했다. 그의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작품성이 없다’ 같은 비난은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는 “상업영화라는 표현보다는 대중영화라는 표현을 쓴다”고 했다. “브레인스토밍 할 때 제 기준은 ‘보고 싶은 영화인가’예요. 철저히 내가 보고 싶고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하자는 거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작품성이 없다는 비판도, 좀 더 나은 웰메이드 영화를 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영화들이 새로운 장르와 기술을 실험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해운대’에서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쓰나미를 표현했고, ‘7광구’(2011년)에서는 3차원(3D) 영화를 시도했다. “관객이 돈을 내고 볼 만한, 뭔가 새로운 것이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요. 그동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그는 요즘 좀 지친 상태라고 했다. “15년 동안 17편을 연출하거나 제작했는데 그중에 원작이 있는 영화가 없다. 100% 창작물”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킹스맨’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매드맥스’의 조지 밀러 감독이 70대잖아요. 영화를 보며 ‘나는 저렇게 못 찍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영화를 만나면 다시 자극을 받죠. 제 꿈은 흥행이나 성공이 아니라, 나이 들어서까지 영화를 찍는 거예요.” 올해 그의 목표는 다른 해보다 작지만, 의미 있는 것이다. “한국 영화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작비 30억∼40억 원으로 300만∼400만 관객을 노리는 영화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죠. 올해는 JK필름에서 그런 영화들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비슷한 시도들이 점점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지난해 본인이 연출한 영화 ‘국제시장’으로 관객 1426만 명을 모으며 ‘해운대’(2009년)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그가 제작한 영화 ‘히말라야’는 지난해 12월 개봉해 관객 700만 명을 향해 질주 중이다. 연출 데뷔작 ‘두사부일체’(2001년)부터 ‘히말라야’까지 그가 연출하거나 제작한 영화는 대부분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바로 영화제작사 JK필름의 설립자인 윤제균 감독(47)이다. 그를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JK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일성부터 “하도 사람들 앞에서 도와달라고 무릎을 많이 꿇어 ‘도가니’가 닳아 없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영화 제작 원칙에 대해 “첫 번째는 작품에 대한 겸손, 두 번째는 관객에 대한 겸손이다. ‘이 정도면 관객이 좋아할 거야’라고 자신하는 순간 ‘훅 간다’”고 했다. “저는 요즘도 시나리오 단계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얼마나 재미를 느끼는 지를 모니터링해요. 다른 제작사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절차죠. 5점 만점에 4점 가까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수정하죠. 영상 편집본도 4점이 넘을 때까지 반복해서 모니터링합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연출과 제작이 골고루 섞여 있다. 그는 “둘 다 힘들다. 감독은 핑계를 댈 수 없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제작자는 잘됐을 때는 감독 덕분, 안 됐을 때는 자기 탓이 된다”고 했다. 그의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냈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작품성이 없다’ 같은 비난은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상업영화라는 표현보다는 대중영화라는 표현을 쓴다”고 했다. “브레인스토밍 할 때 제 기준은 ‘보고 싶은 영화인가’예요. 철저히 내가 보고 싶고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하자는 거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작품성이 없다는 비판도, 좀 더 웰메이드 영화를 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영화들이 새로운 장르와 기술을 실험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해운대’에서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쓰나미를 표현했고, ‘7광구’(2010년)에서는 3차원(3D) 영화를 시도했다. “관객이 돈을 내고 볼만한, 뭔가 새로운 것이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요. 그 동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그는 요즘 좀 지친 상태라고 했다. “15년 동안 17편을 연출하거나 제작했는데 그 중에 원작이 있는 영화가 없다. 100% 창작물”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킹스맨’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 감독이 70대잖아요. 영화를 보며 ‘나는 저렇게 못 찍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겼죠. 제 꿈은 흥행이나 성공이 아니라, 나이 들어서까지 영화를 찍는 거예요.” 올해 그의 목표는 다른 해보다 작지만, 의미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작비 30, 40억 원으로 300, 400만 관객을 노리는 영화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죠. 올해는 JK필름에서 그런 영화들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비슷한 시도들이 점점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스위스의 한 고급 호텔. 단골 고객들이 투숙 중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프레드 (마이클 케인)는 은퇴한 뒤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노장 영화감독 믹(하비 카이텔)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 할리우드 스타 지미(폴 데이노)는 다음 영화의 배역을 준비 중이다. 프레드의 딸이자 비서인 레나(레이철 바이스)도 아버지를 만나러 호텔을 찾는다. 7일 개봉하는 영화 ‘유스’(15세 이상)는 ‘젊음’이라는 뜻의 제목과는 달리 노년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프레드와 믹은 모두 인생의 황금기가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레드는 영국 왕실에서 특별히 연주를 해달라는 요청이 와도 매몰차게 거절하고, 믹은 어떻게든 필생의 걸작을 남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프레드가 자신을 포기한 채 그저 늙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면, 믹은 반대로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믿는 쪽이다. 지미와 레나도 나이는 젊지만 팔순 노인만큼이나 지친 상태다. 지미는 자신을 그저 그런 스타로 보는 대중의 시선에, 레나는 갑작스럽게 자기를 버린 남편에게 질린 채.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급스럽게 꾸민 호텔은 마치 삶이 멈춘 진공의 공간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절망한 채 상처 입은 동물처럼 호텔에 틀어박혀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온다. 자기 인생에 더 이상 돌파구가 없고, 인생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시기. 믹은 이 진공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실패한다. 프레드는 역설적으로 그런 믹을 보고 난 뒤에야 자기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텔 의사는 그에게 말한다. “이곳에서 나가면 젊음이 있죠.”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그 절정이 프레드가 끝내 거부했던 곡을 지휘하는 마지막 연주회 장면으로, 소프라노 조수미가 등장해 클라이맥스의 감동을 길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얼마나 늙었든, 큰 상처를 입고 절망했든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생에는 젊음이, 그러니까 희망이 남아 있음을 아름다운 선율에 실어 노래한다. 새해 첫 영화로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스위스의 한 고급 호텔. 단골 고객들이 투숙 중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프레드 (마이클 케인)는 은퇴한 뒤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노장 영화감독 믹(하비 케이틀)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 할리우드 스타 지미(폴 다노)는 다음 영화의 배역을 준비 중이다. 프레드의 딸이자 비서인 레나(레이첼 와이즈)도 아버지를 만나러 호텔을 찾는다. 7일 개봉한 영화 ‘유스’(15세 이상)는 ‘젊음’이라는 뜻의 제목과는 달리 노년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프레드와 믹은 모두 인생의 황금기가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레드는 영국 왕실에서 특별히 연주를 해달라는 요청이 와도 매몰차게 거절하고, 믹은 어떻게든 필생의 걸작을 남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프레드가 자신을 포기한 채 그저 늙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면, 믹은 반대로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믿는 쪽이다. 지미와 레나도 나이는 젊지만 팔순 노인만큼이나 지친 상태다. 지미는 자신을 그저 그런 스타로 보는 대중의 시선에, 레나는 갑작스럽게 자기를 버린 남편에게 질린 채.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급스럽게 꾸민 호텔은 마치 삶이 멈춘 진공의 공간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절망한 채 상처 입은 동물처럼 호텔에 틀어박혀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온다. 자기 인생에 더 이상 돌파구가 없고, 인생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시기. 믹은 이 진공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실패한다. 프레드는 역설적으로 그런 믹을 보고 난 뒤에야 자기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텔 의사는 그에게 말한다. “이곳에서 나가면 젊음이 있죠.”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그 절정이 프레드가 끝내 거부했던 곡을 지휘하는 마지막 연주회 장면으로, 소프라노 조수미가 등장해 클라이맥스의 감동을 길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얼마나 늙었든, 큰 상처를 입고 절망했든,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생에는 젊음이, 그러니까 희망이 남아 있음을 아름다운 선율에 실어 노래한다. 새해 첫 영화로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어릴 때 드라마 ‘모래시계’와 ‘서울뚝배기’를 보며 자랐어요. 픽사는 진정성이 작품에서 묻어나기를 원해요. 제 문화적 배경인 한국이 작품에 녹아들 수밖에 없죠.”(피터 손 감독·39) “픽사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합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의 다양한 시도를 받아주는 곳이에요.”(애니메이터 김재형 씨·43) 7일 개봉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전체 관람가)는 두 한국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바로 이민 2세대인 피터 손 감독과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다. 두 사람을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굿 다이노’는 선사시대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공룡 알로와 인간 소년 스팟의 우정을 다뤘다. 자연 풍광을 실사 영화라고 착각할 정도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표현했다. ‘굿 다이노’는 보통 3∼4년인 3차원(3D)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보다 훨씬 짧은 2년 만에 완성됐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성실성이 있었다. 손 감독은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오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셨다”며 “아버지의 성실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한국인 스태프는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해 온 손 감독과 달리 김 씨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를 하다가 애니메이터로 ‘전직’했다. 김 씨는 “한창 힘든 수련의 1년 차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어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관련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6년 픽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니모를 찾아서’ ‘업’ ‘인사이드 아웃’ 등에서 경력을 쌓아 현재 베테랑 애니메이터로 불린다. 그는 “후회한 적은 없지만 한계에 부닥친 적은 많다. 지금도 드로잉 수업을 받는 등 기본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한국 TV 프로그램이나 비디오 게임을 보면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관객에게 통할 만한 이야기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곧 한국에서도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피터 손 감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새해 들어 중국 드라마(중드)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그 선두주자는 지난해 중국 현지 시청률 1위에 인터넷 동영상 클릭 수가 30억 뷰를 넘었던 54부작 ‘랑야방’. 현지 방영과 동시에 한국으로 수입돼 중화TV에서 지난해 말 방영됐다. 국내 중드 팬들 사이에서 계속 화제가 되자 4일부터 주요 시간대인 오후 9시에 앙코르 방송되고 있다. 재방송으로는 이례적인 편성이다. 중국 양나라 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역적 누명을 쓴 뒤 집안이 몰락한 임수(후거)는 얼굴과 신분을 모두 바꾼 채 강호를 호령하는 조직 강좌맹의 종주(맹주)인 매장소로 살아간다. 후계 다툼이 한창인 태자(가오신)와 5황자 예왕(황웨이더)은 천하제일 책사로 소문이 난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접근한다. 하지만 매장소는 어린 시절 친구이자 성품이 강직한 7황자 정왕(왕카이)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은밀히 그를 돕기 시작한다. 드라마 ‘정도전’ 같은 정치사극 성격이 강한데 여기에 ‘아내의 유혹’류 복수극까지 끼얹은 셈이다. 초반 전쟁 장면에서 다소 오글거리는 컴퓨터그래픽만 참아내면 매회 눈이 휙휙 돌아가는 무협 액션에 화려한 의상과 고풍스러운 세트로 눈요깃감을 보장한다. 거기다 주인공 매장소는 지략과 덕성을 겸비한 청아한 성품에 외모도 꽤 잘생긴 데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한국 드라마 여자 주인공 뺨치는 사연까지 갖고 있다. ‘랑야방’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복수와 권력 암투를 다루면서도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매장소는 복수에 매몰되지 않고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신을 한탄할 줄 알고, 원수 앞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복수의 방법이 권력을 획득해 상대를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잃었던 과거의 자신을 다시 찾는 것에서 멈춘다는 점 역시 새롭다. 얼굴에 점찍고 ‘다 부숴버리겠어!’ 하는 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나 상투적인 캐릭터가 많았던 불과 몇 년 전의 중국 드라마를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무협 액션과 소품, 세트, 의상의 완성도는 이미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모티브가 될 만한 소재가 중국 역사 속에는 넘쳐난다. 그 수많은 권력 암투와 복수, 각종 사연과 전투들을 다 이렇게 드라마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2016년의 대세는 아무래도 ‘중드’인 듯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새해 들어 중국 드라마(중드)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그 선두주자는 지난해 중국 현지 시청률 1위에 인터넷 동영상 클릭 수가 30억 뷰를 넘었던 54부작 ‘랑야방’. 현지 방영과 동시에 한국으로 수입돼 중화TV에서 지난해 말 방영됐다. 국내 중드 팬들 사이에서 계속 화제가 되자 4일부터 주요 시간대인 오후 9시에 앙코르 방송되고 있다. 재방송으로는 이례적인 편성이다. 중국 양나라 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역적 누명을 쓴 뒤 집안이 몰락한 임수(후거)는 얼굴과 신분을 모두 바꾼 채 강호를 호령하는 조직 강좌맹의 종주(맹주)인 매장소로 살아간다. 후계 다툼이 한창인 태자(카오신)와 5황자 예왕(황웨이더)은 천하제일 책사로 소문이 난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접근한다. 하지만 매장소는 어린 시절 친구이자 성품이 강직한 7황자 정왕(왕카이)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은밀히 그를 돕기 시작한다. 드라마 ‘정도전’ 같은 정치사극 성격이 강한데 여기에 ‘아내의 유혹’ 류 복수극까지 끼얹은 셈이다. 초반 전쟁 장면에서 다소 오글거리는 컴퓨터그래픽만 참아내면 매회 눈이 휙휙 돌아가는 무협 액션에 화려한 의상과 고풍스러운 세트로 눈요깃감을 보장한다. 거기다 주인공 매장소는 지략과 덕성을 겸비한 청아한 성품에 외모도 꽤 잘생긴데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한국 드라마 여자 주인공 뺨치는 사연까지 갖고 있다. ‘랑야방’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복수와 권력 암투를 다루면서도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매장소는 복수에 매몰되지 않고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신을 한탄할 줄 알고, 원수 앞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복수의 방법이 권력을 획득해 상대를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잃었던 과거의 자신을 다시 찾는 것에서 멈춘다는 점 역시 새롭다. 얼굴에 점찍고 ‘다 부숴버리겠어!!’하는 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나 상투적인 캐릭터가 많았던 불과 몇 년 전의 중국 드라마를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무협액션과 소품, 세트, 의상의 완성도는 이미 일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모티브가 될 만한 소재가 중국 역사 속에는 넘쳐난다. 그 수많은 권력암투와 복수, 각종 사연과 전투들을 다 이렇게 드라마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2016년의 대세는 아무래도 ‘중드(중국드라마)’인 듯 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일 오전 7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영화관. 이른바 ‘조조영화’도 시작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상영관 앞에 속속 모여들었다. 바로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새해 특별판 ‘셜록: 유령신부’(12세 이상)의 국내 첫 상영을 보기 위해 모인 ‘셜록’의 팬들. 영국 현지 시간(1일 오후 9시)과 같은 시간에 상영하기 위해 오전 7시로 정해졌다. 영국 현지에서 TV로 방영되는 특별판은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상영관을 채운 관객 300명은 90분 상영시간과 엔딩 크레디트 뒤에 이어진 20여 분의 특별영상 상영 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영화 상영 뒤 만난 양지원 양(18)과 재원 군(16) 남매는 “경기 용인시에서 첫 지하철을 타고 왔다. 둘 다 ‘셜록’의 팬”이라고 말했다. 셜록 홈스가 쓴 것과 똑같은 사냥 모자를 들고 있던 이원종 군(14)은 “지난해 가족과 함께 런던 여행을 가 드라마 촬영지, 셜록 홈스 박물관을 둘러봤다”고 했다. 2010년 시즌1부터 현재 시즌3까지 나온 ‘셜록’은 아서 코넌 도일의 원작소설을 현대로 옮겨온 일종의 패러디 작품이다. 영국 방영 당시 시청률이 30%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홈스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은 이후 할리우드에서 러브 콜이 쇄도하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별판은 본편 시리즈의 설정을 또 한 번 뒤집어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 대신 등장인물과 배우는 모두 같고,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도 그대로 옮겨왔다. 홈스와 왓슨의 입씨름이나 홈스와 형 마이크로프트 간의 경쟁 등 주요 장면들도 빠지지 않았다. 시즌2에서 홈스의 눈앞에서 자살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시즌3 말미에 등장했던 홈스의 숙적 모리어티까지 등장해 본편과의 연결고리를 잇는다. 시리즈의 작가인 마크 게이티스는 특별 영상에서 “시리즈의 단순한 번외편이 아니라는 점을 팬들에게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특별 영상은 TV로는 방영되지 않았다. ‘셜록’의 위력은 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작소설을 출판한 황금가지 출판사는 “드라마 개봉이 확정된 뒤인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셜록 홈스’ 전집 판매량이 한 달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며 “보통 영화·드라마와 연계된 책은 영화 상영 뒤 판매량이 느는데 ‘셜록’은 원작을 미리 읽으려는 팬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코넌 도일이 쓰지 않은 또 다른 ‘셜록 홈스’ 시리즈인 ‘셜록 홈스: 모리어티의 죽음’이 나왔고, 최근에는 드라마 ‘셜록’의 공식 가이드북인 ‘셜록: 크로니클’이 출간되는 등 관련 책도 여럿 나왔다. 특별판은 이날 하루에만 약 39만 명이 봤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국내 홍보사인 이가영화사는 “‘2014년 1월 시즌3가 방영된 뒤 시즌4가 2년째 나오지 않고 있어 특별판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고 설명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970, 80년대 ‘독고탁’ 캐릭터로 인기를 끈 만화가 이상무(본명 박노철·사진) 화백이 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1946년 경북 김천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6년 순정만화 ‘노미호와 주리혜’로 데뷔했다. 1971년 ‘주근깨’부터 독고탁을 주인공으로 스포츠와 가족애를 담은 만화를 선보였다. 독고탁 캐릭터(오른쪽 그림)는 이전 만화 주인공과는 달리 말썽쟁이에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로 만화 팬을 사로잡았다. 고인은 성인물을 주로 그린 고 고우영 화백과 함께 1970년대를 대표하는 만화가였다. 1980년대 ‘아홉 개의 빨간 모자’ ‘우정의 마운드’ 등에서 독고탁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만화전문 잡지 ‘보물섬’ 등에 등장한 야구선수 독고탁은 프로야구 출범(1982년)과 맞물려 큰 인기를 누렸다. 만화에서 독고탁이 던지는 ‘더스트볼’ ‘드라이브볼’ 같은 마구는 어린이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고인의 만화가 원작인 ‘내 이름은 독고탁’ ‘다시 찾은 마운드’ 등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허영만 화백은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인과 데뷔 시기가 같고 동년배라 친구로 지냈다. 작품에 배어 나오는 정직함과 따뜻함은 이 화백 본인의 성격과도 닮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현세 화백은 “독고탁은 한국인 특유의 슬픔과 한을 웃으며 승화시킨 캐릭터로 향토색과 따뜻함이 살아 있는 작품을 많이 그린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딸 슬기 씨는 “이른 오전 집을 나서 작업실에 도착한 뒤 연락이 되지 않아 확인해보니 돌아가신 상태였다”고 말했다. 만화 속 독고탁의 여자친구인 슬기는 바로 딸 이름에서 따왔다. 고인은 ‘달려라 꼴찌’가 2014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복간되며 팬들을 만나는 등 최근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유족으로 부인 박정화 씨, 딸 슬기 씨, 사위 이상종 씨가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대병원 2호실, 발인은 5일 오전 11시. 02-2072-2011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일 오전 7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영화관. 이른바 ‘조조영화’도 시작하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지만 사람들이 상영관 앞에 속속 모여들었다. 바로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새해 특별판 ‘셜록: 유령신부’(12세 이상)의 국내 첫 상영을 보기 위해 모인 ‘셜록’의 팬들. 영국 현지(현지 시간 1일 오후 9시)와 같은 시간에 상영하기 위해 시작 시간이 오전 7시로 정해졌다. 영국 현지에서 TV로 방영되는 특별판은 한국과 일본, 미국 등 5개국에서만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상영관을 채운 관객 300명은 90분 상영시간과 엔딩 크레디트 뒤에 이어진 20여 분의 특별영상 상영 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영화 상영 뒤 만난 양지원 양(18)과 재원 군(16) 남매는 “경기 용인시에서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왔다. 둘 다 ‘셜록’의 팬”이라고 말했다. 셜록이 쓴 것과 똑같은 사냥 모자를 들고 있던 이원종 군(14)은 “지난해 가족과 함께 런던 여행을 가 드라마 촬영지, 셜록 홈즈 박물관을 둘러봤다”고 했다. 2010년 시즌1부터 현재 시즌3까지 나온 ‘셜록’은 코난 도일의 원작소설을 현대로 옮겨온 일종의 패러디다. 영국 방영 당시 시청률이 약 30%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셜록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은 이후 할리우드 러브 콜이 쇄도하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별판은 본편 시리즈의 설정을 또 한번 뒤집어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영국으로 돌아갔다. 대신 등장인물과 배우는 모두 같고,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도 그대로 옮겨왔다. 셜록과 왓슨의 입씨름이나 셜록과 형 마이크로프트 간의 경쟁 등 주요 장면들도 빠지지 않았다. 시즌2에서 셜록의 눈앞에서 자살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시즌3 말미 등장했던 셜록의 숙적 모리어티까지 등장해 본편과의 연결고리를 잇는다. 시리즈의 작가인 마크 게이티스는 특별 영상에서 “시리즈의 단순한 번외편이 아니라는 점을 팬들에게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특별 영상은 TV로는 방영되지 않았다. ‘셜록’의 위력은 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작 소설을 출판한 황금가지 출판사는 “드라마 개봉이 확정된 뒤인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셜록 홈즈’ 전집 판매량이 한 달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며 “보통 영화·드라마와 연계된 책은 영화 상영 뒤 판매량이 느는데 ‘셜록’은 원작을 미리 읽으려는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코난 도일이 쓰지 않은 또 다른 ‘셜록 홈즈’ 시리즈인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 나왔고, 최근에는 드라마 ‘셜록’의 공식 가이드북인 ‘셜록: 크로니클’이 출간되는 등 관련 책도 여럿 나왔다. 특별판은 이날 하루만 약 39만 명이 봤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국내 홍보사인 이가영화사는 “‘2014년 1월 시즌3가 방영된 뒤 시즌4가 2년째 나오지 않고 있어 특별판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고 설명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올해는 ‘미치는’ 해였죠.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올해를 기억할 겁니다.” 배우 황정민(45)에게 2015년은 그럴 만한 해다. ‘국제시장’이 올해 2월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전까지 그의 최고 흥행작은 ‘신세계’(468만 명)였다. 여름에는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가 됐고, 그의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판 뒤집혔다” 등은 초등학생도 아는 유행어가 됐다. 17일 개봉한 ‘히말라야’ 역시 이번 주말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히말라야’는 내가 촬영 현장에서 악역을 자처했던 영화”라고 했다. 최근 그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촬영장에서 별명이 ‘엄 대장’이었다고 들었다. “산악영화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는 상황인 데다 환경이 워낙 열악했다. 까딱 하면 다치니까 가끔 큰소리도 치고, 내가 나서서 짐도 들고 일일이 스태프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점점 나를 ‘홍길이 형’ ‘엄 대장’ 하고 부르기 시작하더라.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는 그런 중압감에서 해방되는 홀가분함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영화 속의 떡진 머리와 쉰 목소리가 현실감 넘치던데…. “붉은 기가 있는 내 피부색 덕도 좀 봤다.(웃음) 네팔에서 2주, 몽블랑에서 열흘 촬영했는데 최고 해발 4500m까지 올라갔다. 실제로 씻기도 힘들었고 고산병 증세로 얼굴도 붓고…. 힘들었지만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서 계속 헐떡거리다 보면 자연스레 쉰 목소리가 난다고 하기에 일부러 사흘 동안 소리를 질러서 쉰 목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베테랑’ ‘히말라야’에서 모두 주인공이면서도 후배 배우를 이끌고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30대 때는 열심히 해서 ‘나 잘났지’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보니 연기가 좋으면서도 힘들기도 했었다. 40대 들면서 점점 그런 욕심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배우로서 저는 지금 잘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로소 일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올해를 보내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2015년은 절대 잊지 못할 해다. 내가 원한다고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축복받은 해였다.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은 뮤지컬 ‘오케피’다. 내가 연출도 하지만 그냥 무대에서 다른 배우들과 같이 ‘논다’는 느낌이다. 내년 1월에는 ‘아수라’ 촬영을 시작하고 2월에 ‘검사외전’도 개봉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일은 늘 열심히 하니까.”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올해는 ‘미치는’ 해였죠.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올해를 기억할 겁니다.” 배우 황정민(45)에게 2015년은 그럴 만한 해다. ‘국제시장’이 올해 2월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 전까지 그의 최고 흥행작은 ‘신세계’(468만 명)였다. 여름에는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가 됐고, 그의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판 뒤집혔다” 등은 초등학생도 아는 유행어가 됐다. 17일 개봉한 ‘히말라야’ 역시 이번 주말 중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히말라야’는 내가 촬영현장에서 악역을 자처했던 영화”라고 했다. 최근 그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촬영장에서 별명이 ‘엄 대장’이었다고 들었다. “산악영화에 대한 노하우도 전혀 없는 상황인데다 워낙 환경이 열악했다. 깜빡 하면 다치니까 가끔 큰 소리도 치고, 내가 나서서 짐도 들고 일일이 스태프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점점 나를 ‘홍길이 형’ ‘엄 대장’ 하고 부르기 시작하더라.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는 그런 중압감에서 해소되는 홀가분함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영화 속의 떡 진 머리와 쉰 목소리가 현실감 넘치던데. “내 붉은 끼가 있는 피부색 덕도 좀 봤다.(웃음) 네팔에서 2주, 몽블랑에서 열흘 촬영했는데 최고 해발 4500m까지 올라간다. 실제로 씻기도 힘들었고 고산증세로 얼굴도 붓고…. 힘들었지만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서 계속 헐떡거리다보면 자연스레 쉰 목소리가 난다고 하기에 일부러 사흘 동안 소리를 질러서 쉰 목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베테랑’ ‘히말라야’에서 모두 주인공이면서도 후배 배우를 이끌고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30대 때는 열심히 해서 ‘나 잘났지’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보니 연기가 좋으면서도 힘들기도 했었다. 40대 들면서 점점 그런 욕심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배우로서 저는 지금 잘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로소 일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올해를 보내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2015년은 절대 잊지 못할 해다. 내가 원한다고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축복받은 해였다.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은 뮤지컬 ‘오케피’다. 내가 연출도 하지만 그냥 무대에서 다른 배우들과 같이 ‘논다’는 느낌이다. 내년 1월에는 ‘아수라’ 촬영을 시작하고 2월에 ‘검사외전’도 개봉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일은 늘 열심히 하니까.”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오프닝도, 엔딩도 바뀌었다. 인물은 더 깊어졌다. 24일 현재 관객 약 66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흥행 기록 2위로 올라선 ‘내부자들’이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31일 선보인다. 1위는 ‘친구’로 약 820만 명 추산. 감독판 ‘내부자들’은 130분에서 180분으로 러닝타임이 50분 늘어났다. 늘어난 분량에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와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검사 우장훈(조승우) 등이 각각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여럿 추가됐다. 줄거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후 사정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더해졌다. 우선 ‘디 오리지널’은 안상구가 기자회견 직전 기자와 따로 인터뷰를 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기존 ‘내부자들’은 안상구가 자신을 배신한 이강희와 여당 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에게 복수하기 위해 비리 폭로 기자회견을 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안상구는 ‘이런 일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잭 니컬슨이 나오는 영화 ‘차이나타운’ 이야기를 하며 동문서답한다. 이병헌이 인터뷰에서 “편집 과정에서 빠져서 아쉬웠다”고 꼽은 장면이기도 하다. 안상구가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감독이나 제작자를 쥐고 흔드는 위치의 인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추가됐다. 이강희와 안상구가 어떻게 만났고, 어느 정도로 오랜 관계였는지, 왜 안상구가 이강희를 그토록 믿었는지를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과거 얘기도 등장한다. 조국일보 편집국장(김의성)은 기존 영화에서 ‘통편집’됐다 이번에 되살아났다. 그가 이강희가 쓰는 칼럼을 두고 대화하는 모습이나 다른 편집국 부장들과 비밀 편집회의를 하는 장면이 여럿 삽입됐다. 이를 통해 이강희가 단순히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누군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 또 이강희가 어떤 인물인지가 좀더 확실히 드러난다. 영화를 봤던 관객이라면 통쾌해할 만한 장면도 있다. 바로 섬뜩한 톱질 실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조 상무(조우진)의 최후다. 그는 영화 속에서 장필우와 재벌 오 회장(김홍파)의 수족 노릇을 하며 안상구의 팔을 직접 자른 인물이다. 기존 영화의 결말대로 안상구와 우장훈의 후일담으로 끝나는 듯하던 ‘디 오리지널’은 엔딩 크레디트 도중에 새로운 결말도 넣어뒀다. 백윤식이 “이 장면 때문에 이강희 역할을 수락했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보인 장면이다. 우민호 감독은 ‘디 오리지널’에 대해 “개봉 전 최종 편집본이던 3시간 40분 분량에서 호흡이 긴 부분만 잘라냈다. 빠진 장면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봤던 관객이라면 등장인물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에, 보지 않았던 관객이라면 좀 더 친절한 사건 전개에 만족할 만하다. 3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있느라 겪을 요통과 요의(尿意)만 참을 수 있다면. 18세 이상.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