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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중 발생한 김모 씨(19)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용역업체인 은성PSD와 서울메트로, 구의역 관계자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를 유발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서울메트로 이모 전 대표(52)와 은성PSD 대표 이모 씨(62) 등 총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서울메트로와 김 씨가 속했던 정비용역업체 은성PSD, 구의역 관계자 등이 모두 김 씨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성PSD 대표 등 관리·감독 책임자 4명은 소속 근로자인 김 씨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1차 책임에 소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인 1조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1명이 작업했는데도 2명이 일한 것처럼 서류 조작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김 씨 등 주말 작업자를 관리·감독해야 할 중간 관리자는 근무시간에 사무실을 무단으로 이탈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강남역에서 똑같은 유형의 사망 사고가 있었고 최근 수년간 이 같은 사고가 잇따랐음에도 재발 방지에 소홀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는 하도급업체인 은성PSD가 인력 구조상 2인 1조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2인 1조로 근무한 것처럼 작업 확인서를 조작해 기록을 남기도록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또 구의역 역장과 역무원들은 김 씨가 역무실에 혼자 들러 스크린도어 마스터키를 가져갔음에도 아무도 작업 내용이나 안전 여부에 관해 확인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은성PSD 소속 정비용역직원인 김 씨는 5월 28일 오후 6시경 구의역 승강장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31일 오전 7시 45분 서울 광진구 건국대 공학관 4층의 한 강의실. 부슬비까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캠퍼스는 아직 고요한데 유독 이 강의실에만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이 학교의 1교시 시작은 9시부터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노트를 폈다. 8명의 학생이 자리를 채운 가운데 8시 정각 허정 전자공학과 교수(57)가 강단에 섰다. 곧 전자기장의 에너지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포인팅 벡터’와 관련된 문제 풀이가 시작됐다. 2001년부터 8차례 건국대의 ‘베스트 티처’로 선정된 허 교수는 바로 이 ‘0교시’ 수업으로 유명하다. 이번 학기에도 월, 수요일 1교시 강의를 맡으면서 8시부터 문제풀이 시간을 갖고 있다. 정오까지 이어진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에서 기자를 만난 허 교수는 “정규 수업시간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벌써 여러 해 이렇게 수업해 왔다”고 얘기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연구 실적이 교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 하지만 허 교수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많은 교수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한 것이 학생들에게는 평생의 자산이 될 텐데 하나라도 더 알게 해서 내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와 같은 방식이지만, 학생들은 허 교수의 노력이 반갑고 고맙다는 반응이다. 따로 출석 체크를 하지 않는 이날 0교시 수업엔 총 수강생 36명의 절반이 넘는 20명이 자리를 채웠다. 비단 0교시 수업이 아니라도 학생들이 막힌 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면 허 교수는 친절히 지도해 준다. 전자공학과 4학년 윤진 씨(26)는 이날 오후 “상담이 필요하다”며 허 교수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미처 못 마친 3학년 과정 수강과 졸업 작품 준비를 함께 하는 게 나을지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45분가량 상담하며 학습법까지 지도받은 윤 씨는 “교수님들도 다들 바쁘신데 일찍 출근해 강의하고 시험기간엔 새벽에도 질문을 받는 열정을 보여주시니 학생들 사이에서도 팬이 많다”고 귀띔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교복 차림의 중·고교생,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가족, 주말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가세했다.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며 열린 2차 주말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으로는 4만5000명)이 참가했고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3차 주말 집회가 열리는 12일에는 민중총궐기 등 대규모 행사까지 예정돼 있어 집회 참가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국 각지에서 타오른 촛불 진보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열었다. 농민 백남기 씨 영결식에 이어 열린 집회는 오후 4시경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후 6시부터는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다시 광화문광장까지 오는 행진이 진행됐고 광화문 일대에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촛불을 켜든 참가자들은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 ‘박근혜는 거짓 사과를 멈추고 하야하라’, ‘못 살겠다 갈아엎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당초 주최 측에 행진 금지를 통고했지만 이날 법원이 ‘금지 통고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행진이 허용됐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7시 반을 넘기면서 20만 명가량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이 집계한 인원은 4만5000명 선이지만 경찰 역시 이날 참가자가 지난달 29일 1차 주말 집회 참가자의 4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첫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가했다. 이날 촛불 물결은 전국 곳곳에서도 일어났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대구 지역에서도 시민·사회·노동 단체 관계자 등 1200여 명이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정권 퇴진, 대구 1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광주 금남로에서는 민주주의 광주행동 등이 촛불 집회를 열었고 부산역 광장에서도 91개 단체가 동참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울산과 제주, 경기 용인, 경북 포항 등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지층도 “속죄하는 마음”, 12일이 ‘분수령’ 집회에는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대학생과 중·고교생 모임,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다. 집회 전날 박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 담화에 분노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직장인 황모 씨(31·여)는 “진정성 제로(0)에 구색 맞추기식 사과를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왔다”라고 말했다. 정권을 옹호하던 보수층도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온 조일권 씨(65)는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으로서 너무도 실망스러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라며 허탈해했다. 네 살짜리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와 나온 직장인 홍모 씨(45)는 “야당이 ‘탄핵’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기 부담스러워한다면 시민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참가자가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일부 참가자가 과격한 모습을 보이려 하면 “경찰 통제에 따르자”라고 외치고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는 시민의식도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사과에도 시민들의 분노는 오히려 커지는 가운데 12일 3차 주말 촛불 집회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민중총궐기와 전국농민대회가 예정돼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5일 영결식을 치른 고 백남기 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중에 쓰러진 바 있다. 농민단체도 백 씨 사망과 쌀값 폭락 등의 문제를 놓고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측이 ‘100만 총궐기’를 외치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는 “5일 참가자의 2배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고 밝혔다.김도형 dodo@donga.com·최지연·홍정수 기자}
닮은 듯 다른 영원한 라이벌. 스포츠 전문가들은 테니스와 골프의 묘한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여전히 백인 선수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 주요 스포츠 종목이고 철저한 개인 스포츠라는 점은 가장 큰 공통점이다. 선수들이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투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같다. 이 투어 전체의 인기를 타이거 우즈(골프)와 로저 페더러(테니스) 같은 톱스타가 견인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대결 방식과 점수를 집계하는 방법은 대조적이다. 골프는 선수 2명이 맞대결하는 ‘매치 플레이’ 방식 대신 4일 동안 총 72홀에 걸친 경기 결과로 우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르는 대회가 대부분이다. 각 선수가 나머지 선수를 모두 상대하는 셈이다. 거의 모든 대회가 예선부터 토너먼트 경기로 치르는 테니스는 철저한 맞대결 경기다. 그래서 정상급 선수 사이에서도 천적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6게임을 먼저 따야 하는 한 세트를 2개 혹은 3개 먼저 따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경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총 득점에서는 몇 포인트 차가 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더 많은 포인트를 따내고도 경기에선 지는 경우도 있다. 두 종목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한중일 세 나라의 구도도 큰 흥밋거리다. 한국은 골프가 강세다.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에 이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며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 선수를 필두로 한 여자 골프는 세계 최정상이다. 남자 골프 역시 최경주 양용은 선수 이후 적지 않은 선수가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다. 하지만 테니스에서는 아직 최정상급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남자 테니스에서 독보적인 모습이다. 니시코리 게이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결승전까지 오르며 아시아권 선수의 벽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여자 선수들이 골프와 테니스 양쪽 모두에서 강세를 보인다. 테니스에선 2014년 은퇴한 리나가 두 차례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골프에서는 펑산산 등이 정상급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요즘 한국의 테니스 팬들은 가슴이 뛴다. 세계 테니스의 ‘레전드(Legend·전설)’들이 다음 주 한국을 찾기 때문이다. 피트 샘프러스(45·미국)와 존 매켄로(57·미국), 마라트 사핀(36·러시아), 팻 캐시(51·호주). 4명의 선수가 12, 13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 특설코트에서 열리는 기아자동차 남자프로테니스(ATP) 챔피언스투어 경기에 나선다. 현역에선 은퇴했지만 샘프러스는 메이저 대회 14회 우승의 ‘테니스 전설’이다. 매켄로는 ‘코트의 악동’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다. 지난해 이 대회에 참가한 마이클 창(44·미국)보다 더 거물급 선수들이 한국을 찾는 셈이다. 이런 대회를 주관하면서 경기 진행 전체를 책임지는 인물을 테니스계에서는 ‘토너먼트 디렉터’라고 부른다. 화려한 무대 뒤에 자리한 진짜 실력자인 셈이다. 주요 대회 결승전 중계 등에서는 잠깐씩 TV 화면에 얼굴을 비추기도 한다. 이번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는 세계 테니스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이다. 바로 김지선 지선스포츠마케팅 대표(44)다. 김 대표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이른바 ‘테니스 비서관’(총무비서관실 소속 건강보좌역)을 지낸 이력으로 유명하다.“골프는 쌓이는데 테니스는 풀린다” 실업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대한테니스협회 이사를 지낸 김 대표는 MB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소개를 통해 양재테니스코트에서 함께 운동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목에 수건을 걸고 나타난 푸근한 옆집 아저씨’가 그가 기억하는 MB의 첫인상이다. MB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는 여전히 곁에 남아 있다. 김 대표는 “못 말리는 테니스광답게 이 전 대통령은 어깨가 아픈데도 여전히 매주 테니스를 즐기고 주요 경기는 새벽에도 생중계를 챙겨 본다”고 전했다. MB뿐만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명사들 상당수와 인연을 맺었다. MB와 함께하면서 알게 된 이도 적지 않지만 그 전부터 함께 운동을 한 사람도 많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의 일원과 유명한 정치인이지만 “테니스 코트에서는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부분 코트 위에서는 스스럼없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김밥 같은 간식을 나눠 먹고 경기가 시작되면 ‘승부욕’이 넘쳤다고 기억했다. 정 이사장의 경우 “나도 좀 끼워줘요”라며 은근슬쩍 복식팀에 섞여 들어가고, 오 전 시장은 어떻게든 공을 상대편 코트에 넘기려 애를 썼다. 조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운 세련된 폼으로 공을 쳤지만 승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조 회장은 대학교 동문모임 등에서 주로 운동했는데 아무래도 자주 테니스를 칠 시간이 없어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작은 내기에서도 절대 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운동이 마음대로 안 된다’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여느 테니스 동호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며 웃었다. 이들은 김 대표와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골프를 치면 쌓이는데 테니스를 하면 풀린다”고 입을 모았다. 골프는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운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테니스는 2, 3시간만 있어도 충분히 뛰어다니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테니스로 엿본 美대사관… “선생님 퍼뜩, 퍼뜩” 외교 번호판 ‘001-001’. 주한 미국대사가 타는 차량 번호다. 미국대사들도 그녀가 함께한 명사에 포함된다. 그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와 성 김 전 대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한국 이름 ‘심은경’으로도 유명했던 스티븐스 전 대사는 테니스를 즐겼다. 대사 공관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 각국 대사나 국내 주요 인사, 한국 주재 미국 기자 등을 자주 초청했다. 또 국내 다른 테니스 모임을 찾아다니며 운동을 했다. 일종의 ‘테니스 외교’인 것이다. 같은 조로 복식경기를 할 때는 늘 한국말로 “지선, 할 수 있어요”를 외쳤다. 체격이 큰 편인데도 코트를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적극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테니스 코트에 올 때면 직접 간식을 챙겨오기도 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가 “자전거를 타고 경북 상주에 다녀왔는데 반건시 좀 먹어 보라”고 권할 때는 김 대표도 깜짝 놀랐다. 한국어를 잘하지만 ‘반건시’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스티븐스 전 대사는 요즘도 한국에 오면 공항에서 직접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들어온다”며 “항상 꾸밈없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간 성 김 전 대사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김 대표에게 보여줬다. 본인도 테니스를 쳤지만 둘째 딸 에리카 김 양(16)에게 매주 테니스를 가르쳐 달라며 김 대표를 ‘선생님’으로 모셨다. 외로운 한국 생활에서 고모 같은 역할을 해달라는 바람도 담겨 있었다. 그는 “에리카가 처음에 친구 문제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아빠에게 심술을 부리고 있길래 내가 코트 한쪽에 가서 누구를 혼내주면 되냐며 태권도 동작을 보여줬더니 이내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곧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그에게 사투리를 배워 “선생님, 퍼뜩 퍼뜩”이라고 말하며 가족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던 에리카는 지난해 이 대회에 자원봉사자로도 나섰다. 최고의 의전은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 대통령 그리고 각계 인사들과 함께해 온 그녀가 생각하는 ‘의전’이란 뭘까. 생각보다 단순했다.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란다. 그는 “편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까지는 내 영역 밖일 수 있다.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게 하는 것, 거기까지다”라고 말했다. 너무 평범한 것 아닐까. 이런 의문에 그가 뒷얘기를 꺼냈다. 그는 테니스 코트에까지 ‘일’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봤다. 운동을 하러 와서 ‘프로젝트’나 ‘로드맵’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이다. 손에서 일을 놓고 마음 편하게 쉬고 싶어 찾은 곳에서 이런 상황이 생기면 당사자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있으면 기분 나빠하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얘기했다.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대회 출전을 위해 가족과 함께 입국했던 마이클 창은 옆에 아내와 장모가 있는데도 세 명의 자녀가 앉을 카시트를 모두 본인이 직접 설치했다.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김 대표는 일단 나서지 않고 지켜봤다. 그리고 나중에 따로 제안을 했다. 부인과 장모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믿을 만한 유모를 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알고 지내던 외교관 인사를 통해 물색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족을 각별히 챙기는 마이클 창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의전이었다. 대회를 마친 뒤 마이클 창은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앞으로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일본의 테니스 스타 니시코리 게이(27)와 우리나라의 간판 정현 선수(20) 사이의 스페셜 매치를 마련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샘프러스 찍고 ATP투어 대회 가져올 것” 이 대회의 지난해 간판선수는 마이클 창. 올해는 피트 샘프러스와 존 매켄로다. 샘프러스 같은 선수는 부르는 데 수십만 달러 이상을 써야 한다. 아쉬울 것 없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초청료를 많이 부른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제 겨우 2회를 맞은 대회에 최고의 흥행 카드로 알려진 최정상급 선수들을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세심한 의전에 대한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챔피언스투어를 다니는 세계 테니스계 유명 인사는 풀이 좁고 서로 친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공유한다”며 “대회 한 번을 치러도 ‘거기는 가서 경기할 만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명 선수들이 찾지만 이벤트 성격이 있는 대회. 김 대표의 욕심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있다. 이 대회를 발판으로 정식 ‘ATP투어 대회’를 꼭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정상급의 현역 선수들은 호주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열리는 4개의 메이저 대회와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60개 내외의 ATP투어 대회를 돌면서 랭킹 점수를 쌓고 상금을 번다. 여기가 세계 남자 테니스의 주류다. 한국도 1987년부터 1996년까지 ‘KAL컵 코리아 오픈’을 개최했지만 규정 관중을 채우지 못해 폐지됐다. 김 대표는 140만 명에 이르는 테니스 동호인 수를 생각하면 이제 다시 투어 대회를 가져올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선수들을 VIP급으로 모시겠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대회를 제대로 운영하는 모습을 ATP에 보여주고 테니스 팬들에겐 경기장을 찾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순실 씨 국정 농단 파문이 불거진 뒤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2일에도 역대 국회의장단까지 대거 포함된 정치·사회·종교계 원로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사회 각 분야 단체와 해외 유학생까지 대열에 합류하면서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안보와 민생안정을 바라는 종교·사회·정치원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초당적인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결단하고 모든 국정 운영을 거국내각에 맡겨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거국내각 구성에 협조해야 하고 야당은 국가비상사태를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 정상화에 협력해 달라”고 밝혔다. 이 시국선언에는 박관용 김원기 임채정 김형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김상현 손봉호 윤여준 정운찬 씨 등 사회 원로, 법륜 스님과 인명진 목사 등 종교계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외국 대학 유학생들도 시국선언에 가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는 한인 동아리 학생 30여 명이 1일 오후(현지 시간) 규탄 시위를 벌이고 선언문을 내놓았다. 이들은 “어떻게 대통령 대신 민간인이 국정 운영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동료 미국인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한인 학생들은 대답할 수 없었다”며 참담함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글과 영문으로 작성한 선언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와 관련자 전원의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 시드니에 있는 한인 대학생들도 1일(현지 시간) 주시드니 총영사관 앞에서 이번 사태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이화여대와 서강대 등 전국 40여 개 대학 총학생회가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을 전국적으로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한국환경회의 등이 각기 국정교과서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서 불거진 의혹을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열면서 시국선언 대열에 사회 각계의 단체까지 줄지어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2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는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집회를 겸한 철도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는 오후 7시부터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각종 집회와 시위가 잇따랐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청탁금지법은 99% 소 돼지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법인가요?” “구름 위 높은 곳에선 저렇게들 해먹는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어선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가 겹치면서 청탁금지법을 향한 자조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 제정을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 등 지도층이 음지에서 저지른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모습이 이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거악(巨惡)’을 잘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한탄이다.○ “최순실은 청탁금지법 대상 아니냐” 지금 온라인상에선 최순실 게이트를 청탁금지법과 연결짓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순실과 관련된 기사와 각종 게시물의 댓글에는 “최순실이 이것저것 대통령에게 제공했던데 청탁금지법이 대통령에겐 적용 안 되나 보죠?” “최순실이 기업에서 받은 돈이 140억 원이라는데 청탁금지법 위반 아닌가요?” 같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 씨의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경찰관에게 감사 사례로 4만5000원짜리 떡 준 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단속되면서 엄청난 비리 청탁을 한 최순실은 왜 수사조차 못 하고 있느냐”라는 항의 글부터 “윗물들은 바뀌지 않을 테고 아랫물은 삭막해져만 가고…” 등 세태를 한탄하는 글도 보였다. 최 씨가 지난달 30일 비밀리에 귀국한 것을 두고도 “신변 보호차 비밀 입국을 도와달라고 누군가에게 청탁한 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 청탁금지법을 최순실 사태에 적용해 본다면 이런 가운데 한 변호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최순실 사태가 벌어졌다면 어떤 처벌들이 적용될까’라는 주제로 일련의 의혹을 정리해 두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신설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최 씨가 정부 공직자에게 청탁을 한 상황이라면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씨가 이화여대 교수에게 딸의 학점 특혜를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 씨는 제3자(딸 정유라)를 위한 부정 청탁을 한 셈이며 청탁을 받은 사립대 교수 또한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에 제시된 14가지 대상 직무엔 ‘학교 입학·성적 등에 관련된 업무 처리 및 조작’ ‘공공기관 주관 수상·포상 등의 선정 및 탈락 과정에 개입’ ‘채용, 승진 등의 과정에서 인사 개입’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해당 글을 올린 이철우 변호사는 “정상적인 직무수행자가 아닌 사람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로 부정 청탁에 해당된다”며 “정부 인사에 개입하거나 국가 행사 및 사업체 선정에 관여한 일, 자녀 학점 특혜까지 청탁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비선 실세’야말로 청탁금지법 처벌 타깃 영순위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탁금지법이 잘 뿌리 내리려면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원생 박모 씨(30·여)는 “법의 취지를 살리고 싶다면 권력자들의 부정행위부터 엄격히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교수는 “‘위부터 잘해라’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대통령이나 권력 실세 등 윗분들부터 잘 지켜줘야 우리 같은 일반인도 이 법에 더욱 공감하며 지켜 나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최지연 lima@donga.com·김도형 기자}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성난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29일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는 시민들이 켠 촛불로 뒤덮였다. 의혹이 본격 제기된 뒤 열린 첫 주말 집회에는 2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참가해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민심을 대변했다. 촛불집회가 연이어 예고되면서 ‘촛불’이 ‘들불’로 번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화문 점령한 촛불… 몸 낮춘 경찰 진보 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주최로 이날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회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1만2000명가량이 참가했고 일부 시민은 직접 준비한 초에 불을 밝혔다. 당초 투쟁본부는 시위 참가자를 2000명으로 신고했는데 분노한 시민들이 대거 몰렸다. 1시간여 동안 발언과 공연이 이어진 뒤 참가자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시작된 행진은 당초 청계광장에서 보신각을 거쳐 인사동 방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두가 방향을 틀면서 참가자 대부분이 광화문광장으로 향했고 세종대왕상 인근에서 참가자들과 경찰의 대치가 시작됐다. 일부 참가자와 경찰이 충돌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1명이 연행되기도 했지만 격렬한 혼란은 없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밤 12시 전에 귀가했다. 집회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이례적으로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르고 이성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미신고 행진으로 세종대로 일부의 양방향 교통을 3시간 이상 통제해야 했음에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홍완선 서울종로경찰서장은 대치 현장에서 수차례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라를 걱정하는 만큼 집회·시위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허탈·분노·상실 이날 서울지역 최저기온이 3.5도까지 떨어지는 차가운 날씨 속에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드러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진서 씨(65)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보니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는 처음이라는 주부 김모 씨(61·여)도 “국정을 최순실이란 여자가 좌지우지했단 사실에 화가 나고 가만히 있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아 나왔다”고 얘기했다. 물러나라는 구호가 끊이지 않았지만 집회 참가자 각자의 생각은 조금씩 달랐다. 대학생 윤철민 씨(21)는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아니냐”며 “지금 물러나진 않더라도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반면 고려대 재학생 최모 씨(22)는 “국민들이 보고 싶은 것은 변명하는 모습이 아니고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물러나는 모습”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평일에도 촛불집회… 들불로 번질지 ‘촉각’ 이날 전국 곳곳에서도 집회가 이어졌다. 부산에서는 파업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대학생들이 중구 광복로 패션거리 일대에서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전북 전주시에서도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회의’ 집회가 열렸고 버스 운전사들이 경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창수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분노를 넘어 우울감, 상실감을 느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것”이라며 “이 분노를 잘 달래지 못하면 공격적인 모습이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첫 주말 집회가 예상보다 커진 가운데 “대통령 퇴진”을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부터 평일 저녁에도 청계광장 인근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질 예정이고 주말인 11월 5일, 12일에 또다시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다. 김도형 dodo@donga.com·김단비·김동혁 기자}
경찰-웹툰작가 김양수, 콜라보레이션…‘’소년탐정 김포돌‘’" border="0"> 경찰-웹툰작가 김양수, 콜라보레이션…‘’소년탐정 김포돌‘’" border="0">사설탐정을 합법화하는 공인탐정법이 발의된 가운데 경찰이 인기 작가의 웹툰을 활용해 법 개정을 위한 홍보에 나섰다. 30일 경찰청은 인기 웹툰 '생활의 참견'으로 유명한 김양수 작가와 함께 제작한 '공인탐정법' 홍보 웹툰을 공개했다. 12컷으로 구성된 웹툰은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를 소재로 사설탐정 합법화의 필요성과 도입 후 효과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경찰은 생활 속 소재로 소소한 웃음을 안기는 김 작가 특유의 장점을 활용해 홍보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공인탐정법은 사설탐정을 합법화하고 국가가 적절히 관리·감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설탐정은 불법이다. 개인이 특정인의 소재를 추적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등을 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자주 발생한다. 경찰은 정식으로 탐정업이 도입되면 미아나 가출인의 소재 파악, 기업 보안, 사이버 안전 등 분야에서 피해 예방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탐정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국가 관리제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계속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 및 활동에 대해 직접 설명했지만 논란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의 설립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두 재단이 대통령 해외순방에 참여한 건 “당초 취지에 맞게 활동한 것”이고 “자체적으로도 사업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누구라도 불법이 있으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21일 “박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재단 설립 경위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문제가 없다’고 미리 규정을 지었다는 지적이다. 과연 박 대통령의 설명처럼 두 재단은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로 만들어졌는지, 운영은 실질적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금 유용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해 본다. 》 [① 설립 및 모금] 朴대통령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뜻 모아”“설명자료 못받아… 전경련 요청은 정부 입김 닿은 것”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관련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재단인지 모른 채 돈을 냈다”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10대 그룹 임원은 21일 “두 재단 설립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신설 재단 측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 자료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다른 기업 관계자들도 그 재단이 뭘 하는 곳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10대 그룹 임원도 “전경련이 하자니까 ‘나랏일’일 거라고 여겨 큰 의문을 갖지 않고 관행적으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이 기업에 유무형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정부 입김이 이미 닿았다는 것”이라며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것인데 이제 와서 ‘자발적 참여’라고 하는 것은 순진한 포장”이라고 지적했다. 의혹의 진상을 풀 수 있는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경련 모금은) 순수한 자발적 모금이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내가 아이디어를 냈고 기업들도 관련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지난해 여름부터 석 달간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문화체육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담당하는 청와대 참모가 두부 자르듯 모른 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 요청에 화답한 전경련이 온전히 자기 아이디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정부가 암묵적으로 재단 설립을 희망해 왔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난해 2월과 7월에 기업인들에게 문화체육 투자 확대와 창조경제 융성을 강조한 직후 전경련이 모금에 나섰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재계 스스로 돈을 냈다고 여길 만하다. 재단에 참여한 기업들의 증언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이 정부 의중을 알아채고 스스로 모금을 주도했는지, 정부가 직접 전경련에 지시했는지는 알 수 없다”라면서도 “다만 자금 출연은 전경련보다는 정부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업으로서는 직접적인 정부 지시가 없더라도 전경련이 주도하는 사업에는 ‘보험’을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이명박 정부 당시 미소금융재단 설립, 지난해 10월 청년희망재단 설립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의 제안→전경련 주도→대기업 출연’은 정해진 절차였다. 한편 K스포츠재단이 4대 그룹에 80억 원씩 추가 투자를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복수의 그룹이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② 운영 및 자금유용 의혹] 朴대통령 “K스포츠, 어려운 체육인재 키우는 재단”소외계층 예산 5억… 유망 종목-해외 진출 지원엔 23억박근혜 대통령은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운영에 있어 정부의 입김은 전혀 없었으며 활동에도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었다. 실제 운영은 이와 달랐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에 대해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우는 재단”이라고 했지만 2016 사업계획서를 살펴본 결과 총 124억 원 가운데 소외계층 체육활동 확대 예산은 5억 원에 불과했다. ‘유망 종목 집중 지원 국위 선양’과 선수 및 지도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에는 이보다 많은 각각 15억 원, 8억 원이 배정됐다. 이와 관련해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독일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재단은 운영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휩싸였다. 대부분 이사진은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됐고 모든 업무는 각 재단의 특정 인물이 주도했다. K스포츠재단 주요 보직에 지원했다 떨어진 스포츠계 인사 A 씨는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정동춘 이사장이 후임자로 선임된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후보자 가운데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한 뒤 정치적인 줄이 가장 없는 인물이 선택됐다”는 말이 나왔다. 현 정부에서 최순실 씨와의 인연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떠올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 광고감독(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도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맡은 보직에서 한 직급 내려갈 것을 지시하는 등 미르재단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의 돈이 사실상 정 씨의 독일 훈련자금용이란 의혹을 의식한 듯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가 사실상 설립하고 운영한 스포츠 마케팅업체 비덱, 더블루케이의 존재가 드러나고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이들 두 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13일 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고 한 달 뒤 독일에서 비슷한 목적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 더블루케이가 설립됐다. 이 회사의 유일한 주주는 ‘최서원’. 최서원은 최 씨의 바뀐 이름이다. 8월 폐업한 한국 더블루케이의 고영태 이사(40)가 독일 더블루케이에도 경영인(매니저)으로 올라 있다. 최 씨가 고 씨를 통해 사실상 두 회사를 모두 지배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과도 여러 가지로 얽혀 있다. K스포츠재단의 직원인 B 과장은 일주일에 3, 4번씩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찾았다. B 과장은 4월 독일에서 최 씨가 머물 호텔을 알아보고 기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으로 80억 원을 제안했고, 사업주관사로 비덱을 지목했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K스포츠재단과의 각종 거래를 통해 최 씨가 재단 돈을 독일 더블루케이로 끌어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③ 최순실 딸 특혜 의혹]최경희 前 이대총장 “입시-학사관리 특혜 없었다”‘금메달 학생 선발’ 입학처장 주문, 명쾌한 해명 없어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20)는 2014년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하는 과정에서 학칙 개정 등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17일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및 19일 사퇴의 글에서 “입시와 학사관리에 특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 씨가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수시모집 원서를 낸 2014년, 이화여대는 기존 11개이던 체육특기자 종목을 23개로 늘렸다. 여기에는 정 씨의 종목인 승마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모집요강은 ‘원서 접수 마감일 기준으로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 대회의 개인 종목 3위 이내 입상자만 지원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화여대 측은 정 씨가 원서 마감(9월 16일) 나흘 뒤 아시아경기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이를 평가에 반영해 ‘원 포인트 규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평가 교수가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증언까지 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남궁곤 입학처장은 “종목 확대는 교육부의 ‘입시 2년 전 예고제’에 따라 정 씨가 원서를 넣기 1년 4개월 전부터 ‘수시모집 요강’에 공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의 ‘금메달 학생 선발’ 발언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정 씨는 입학 후 학교에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받는 등 부실한 학사관리 의혹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런 특혜의 대가로 이화여대가 9개 교육부 예산 지원 사업 중 8개에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지난해 1학기 수강한 8개 과목 중 6개에서 F학점을 받아 평점 0.11을 받았다. 그해 2학기에 휴학한 정 씨는 올 1학기에 6개 과목에서 평점 2.27을 받았다. 4월 최순실 씨가 학교에 찾아가 학장과 면담하고 지도교수가 교체된 뒤의 일이다. 정 씨는 여름학기 2개 과목에서는 1학기보다 높은 3.30을 받았다. 이화여대는 17일 “일부 과목에서 리포트 등 증빙 자료를 갖추지 않고 부실하게 출석 대체를 인정한 점이 있다”라며 책임을 부분 시인했다. 하지만 교육부 사업은 정당하게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수로 선정하는 같은 사업에서 성균관대는 7개를 수주했는데 액수는 이화여대의 2배가 넘는다는 설명도 했다. 이 밖에도 이화여대는 올 6월 국제대회 참가나 교육실습 등으로 인한 결석자의 학점을 인정하는 규정을 만든 뒤 3개월을 소급 적용하면서 정 씨의 2016년 1학기 성적을 높여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한편 7월 28일부터 85일 만에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던 이화여대 학생들은 21일 이사회에서 최 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된 직후 농성을 끝내기로 했다. 학생들은 “이화학당 이사회로부터 최 전 총장의 사표 수리 공문을 정식 수령했다”라며 “이사회의 결정을 기쁘게 수용하며 지난 86일간의 본관 점거 농성을 해지함을 공식적으로 알린다”라고 밝혔다.정지영 jjy2011@donga.com·김정은 기자김창덕 drake007@donga.com·김도형 기자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14일 오후 9시 45분쯤 경찰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에서 술을 마시고 뛰어내리겠다며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한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제2롯데월드에는 국내 최고층 건물로 최근 겉모습을 완성한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가 자리 잡고 있다. 아직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는 고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물론 출입 자체도 통제되고 있지만 술에 취한 자살 기도자가 다른 곳에서라도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했다. 신고가 접수되면서 제2롯데월드 인근의 송파경찰서와 신천파출소, 송파소방서 등에서 즉시 인력과 순찰차, 구급차가 출동했다. 또 경찰이 신고 내용을 알리면서 롯데 측이 재난과 테러 등의 위험 상황 대처를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대테러 특수요원 L-SWAT 대원들도 수색에 나섰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각 운영사의 안전 순찰을 강화하는 조치도 함께 취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 인력, 롯데 측 인력이 롯데월드타워 주변을 샅샅이 뒤진 지 몇 분이 지난 오후 10시 10분쯤 롯데 측 L-SWAT 대원이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밖을 서성거리는 스무 살 가량의 남성을 발견했다. 경찰이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온라인 사이트에 자살 예고글을 올린 정모 씨(19)로 드러나면서 긴박한 상황은 종료됐다. 경찰과 소방은 물론 롯데 측까지 힘을 모아 자살 관련 신고 20여 분 만에 불상사를 막은 것이다. 서울 강남구 거주자로 준비했던 소주 4병 가운데 2병을 마신 정 씨는 파출소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머리가 나빠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는 등 스스로를 비관하는 하소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각 기관간의 공조가 잘 되면서 빠른 시간 안에 발견해 무사히 가족에게 인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가입비를 내면 회원처럼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이른바 ‘유사 회원권’을 판 뒤 갑자기 영업을 중단한 골프회원권 거래소 대표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 대표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골프를 치려는 이들이 크게 줄어 회사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회원권거래소 대표 김모 씨(45)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김 씨는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2014년 4월 가입비를 선납하면 골프장 이용료를 대신 내주는 상품을 내놔 큰 인기를 끌었다. 등급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내고 가입하면 회원 대우를 받아 골프장 예약은 물론이고 이용료 등도 할인받을 수 있게 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김 씨는 3일 직원과 가입자들에게 ‘업무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내고도 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 피해자들은 곧바로 김 씨를 고소했다. 경찰 측은 “지금까지 60여 명, 10억 원 이상의 피해가 접수됐는데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전체 피해 규모가 수백억 원에 이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씨는 “사업 악화로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사업을 중단한 것”이라며 사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골프를 치려는 사람이 많아 지출이 너무 컸고, 법 시행 후에는 골프를 치려는 사람이 뚝 끊겨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비슷한 사건이 불거졌다는 점에 비춰 골프장 유사 회원권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선불로 큰 혜택을 누린다는 점 자체에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금전 거래와 골프장 예약 내용 등을 분석해 사기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6개월로 돼 있는 4·13총선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13일) 마감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의 기소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반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핵심 3명은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자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미르 재단’ 의혹 등으로 꼬인 정국이 더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성상헌)는 이날 추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4·13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당선된 추 대표는 올 3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16대 국회의원 시절 손지열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강남·북 균형을 위해 동부지법을 광진구에 존치하자’고 요청해 존치 결정이 내려졌었다”고 밝힌 게 문제가 됐다. 또 이 같은 내용을 올 4월 2, 3일 배포한 8만2000여 부의 선거 공보물에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자신이 17대 총선에서 낙선하는 바람에 당초 결정대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동부지법은 2017년 이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법조타운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더민주당은 “제1야당에 대한 탄압이며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청와대와의 조율을 통해 정권을 압박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를 기소했다는 주장이다. 추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존치 약속을 받은 것으로 이해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추 대표의 발언과 공보물 기재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차이가 있으며 당선을 위해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새누리당 최경환 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4·13총선을 앞두고 경기 화성갑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김성회 전 의원과 통화하며 다른 지역구로 옮길 것을 종용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검찰에 고발됐다. 더민주당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의 통화 녹음 파일 전체를 분석한 결과 서로 친분이 깊은 상황이었으며 김 전 의원이 검찰에서 해당 발언을 협박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구체적인 해악을 언급한 것이 없는 점 등에 비춰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추 대표 기소나 최 의원 등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총선 이후 이날까지 현직 의원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12명, 더민주당 14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이다. 길진균 leon@donga.com·김민·김도형 기자}
서울 강남경찰서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과 관련해 첫 번째 수사 대상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에 대해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신 구청장은 관내 경로당 회장 등 150여 명을 초청해 관광과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8일 고발됐다. 경찰은 행사 대상인 경로당 회장과 회원들이 김영란법 대상이 되는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로당 회장은 선출직으로 경로당 관리·운영 권한과 의무가 있지만 법령에 근거한 공무수행이 아니고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직자 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들을 공직자로 보더라도 해당 행사가 김영란법 예외 조항인 직무 관련 행사에 속하기 때문에 역시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해당 행사는 강남구가 조례에 근거해 2010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공식 행사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첫 수사 대상 사건으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 중간발표를 한 것이다. 함께 고발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은 더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 접수 직후부터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낮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번 사건이 실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이 너무 포괄적이고 이번과 같은 악의적인 신고를 할 개연성이 많아 한동안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요건에 맞고 증거가 있으면 수사기관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수사 개시에 신중을 기하고 일반 고소나 진정과 달리 무차별적인 신고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무고죄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8월 말 취임하면서 사회 곳곳의 '갑질'을 뿌리뽑겠다고 밝힌 이철성 경찰청장이 조직 내부에서 갑질로 구설에 올랐던 총경급 간부들을 인사 조치했다. 경찰청은 30일 일선 경찰서장급 계급인 총경 10명을 전보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갑작스레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는 갑질 등의 비위행위로 물의를 일으켰던 간부가 좌천 혹은 대기 조치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수사2과장으로 전보된 천범녕 서울지방경찰청 제3기동단장은 기동단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는 민원이 접수돼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무과로 대기 발령된 이원희 서울 방배경찰서장은 직원에게 부인 승용차 수리를 시키고 인사에서도 갑질을 일삼았다는 비판이 직원들 사이에게 흘러나온 바 있다. 현 소속 지방청 경무과로 대기 발령된 현춘희 경기북부경찰청 청문감사관도 직원들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과 갑질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를 놓고 경찰 조직 안에서는 사회 곳곳의 갑질을 뿌리 뽑겠다고 밝힌 이 청장이 조직 내부부터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경찰청 관계자는 "문책 인사 대상이 된 간부들은 현재 진행 중인 감찰 결과에 따라 별도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그룹 클래지콰이의 여성 멤버 호란(본명 최수진·37·사진)이 음주운전을 하다 청소 차량을 추돌하는 사고를 내 환경미화원 1명이 다쳤다. 2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0분경 호란이 몰던 지프 차량이 성수대교 남단을 지나다 길가에 서 있던 성동구 청소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청소 차량 운전석에 타고 있던 환경미화원 황모 씨(58)가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시 호란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01%였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음주운전치상) 등 위반 혐의로 호란을 불구속 입건했다. 호란의 소속사인 지하달 측은 “불미스러운 일을 전하게 돼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앞으로 호란은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비서실장으로 지난달까지 일했던 조현우 씨(54)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건설업자에게 5000만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평소 청렴을 강조해온 서울 교육 수장(首長)의 비서실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체포돼 서울 교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성상헌)는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28일 오전 조 전 비서실장을 자택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비서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실장이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시설 공사와 관련해 건설사 대표 정모 씨(53)에게서 5000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폐쇄회로(CC)TV를 제조하는 모 장애인 고용 업체가 제품을 아파트 건설공사에 납품하도록 알선해 주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돼 최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교육계에서는 조 전 비서실장이 정 씨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 전 비서실장은 교육감의 뒤에서 사실상 서울시교육청을 총괄하는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조 교육감의 교육감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비서실장으로 일한 조 전 비서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변호사 시절 운영한 계간지 ‘역사비평’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시민사회운동을 계속했다. 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는 정무팀장을 맡았다. 2014년 7월 조 교육감 취임과 함께 선임된 조 전 비서실장은 올 8월 임기를 마쳤다. 재계약을 통해 근무 기간을 연장했지만 8월 말 사임 의사를 밝혀 비서실장 자리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최근 의원면직서를 제출했지만 퇴직 절차는 중단돼 있다.김도형 dodo@donga.com·임우선 기자}
“학교 선생님인데 매달 ‘칭찬 스티커’를 많이 모아 온 학생 중 한 명을 뽑아 3000∼5000원짜리 선물을 주고 있어요. 이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되나요?”(대구) “내 나이가 환갑인데 3만 원 이상 식사를 하면 김영란법에 위반되나요?”(대전) 김영란법 시행 이틀 동안 112로 걸려온 전화에는 이런 것들도 있었다. 국민들은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조금이라도 궁금증이 생기면 일일이 경찰에 문의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9일 오후 5시까지 경찰에 접수된 김영란법 위반 신고는 서면 2건, 112전화 29건 등 모두 31건이었다. 112로 접수된 것은 ‘칭찬 스티커 선물’을 포함해 대부분 단순 상담전화였다. 경남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다”, 인천에선 “건설업자도 김영란법에 해당하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에서는 “교수의 생일을 맞아 대학생들이 각각 5만 원씩을 모아 선물을 사줬는데 법에 저촉되는지 궁금하다”란 112 신고전화가 걸려와 경찰은 서면신고를 권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112로 접수된 신고는 대부분 단순 상담전화라 정부 민원 안내 콜센터인 110번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부 김영란법 위반 신고 내용이 공개되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권익위는 29일 김영란법 적용 대상 기관에 ‘청탁금지법 신고자 보호 협조사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상담·접수 단계에서부터 신고자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을 요구했다. 김영란법 위반 행위를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신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신고자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자 본인이 내용을 발설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접수한 기관이 이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휴가 군인에 대한 무료 이용 혜택을 잠정 중단했던 에버랜드는 의무복무 요원에 대해서는 혜택을 다시 제공하기로 했다. 국가를 위해 복무 중인 군 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뜻에서 2010년 7월부터 휴가 군인에게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해 왔던 에버랜드는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이 혜택 제공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에버랜드는 29일 의무복무 요원에 한해 종전처럼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거짓말처럼 청탁 전화가 끊긴 병원, 손님이 사라진 한정식 식당, 그리고 웬만한 약속은 모두 미룬 공무원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 임직원 등의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을 금지하는 김영란법은 사회 곳곳에서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클린 코리아’의 시금석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 이날 경찰과 국민권익위원회에는 관련 신고가 들어왔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하루 종일 청탁 전화가 단 한 통도 오지 않아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 일시를 앞당겨 달라거나 병실을 옮겨 달라는 등의 민원을 하루에도 여러 건 받았는데”라며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 법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 한정식 식당가는 이날 빈방이 부쩍 많이 보였다. 점심때는 물론이고 저녁 시간에도 식당마다 많아야 2, 3팀이 식사를 할 뿐이었다.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자리 잡아 고위 공직자들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법 시행 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공무원들은 일단 약속을 미루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경기 과천시의 한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은 “9, 10월에 잡힌 약속들은 양해를 구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민감한 시기에 괜한 문제를 일으킬까 봐 신경이 쓰여 경찰 관계자 등과의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고 털어놓았다. 기업에서 공무원 등을 상대하는 임직원들도 이날부터 생활이 180도 달라졌다. A사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임원은 “공직사회는 투서가 워낙 흔하기 때문에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당분간은 몸을 사리며 그야말로 ‘떳떳한 업무적 만남’만 가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잡혀 있던 골프 모임을 모두 취소하거나 이미 앞당겨 진행했다. 김영란법은 시행 전부터 논란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다른 어떤 법보다 널리 홍보가 됐지만 아직도 잘 모르거나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울산시 공무원 B 씨는 “출근길에 ‘구청에 전화 한 통 해달라’는 친척의 부탁을 받았다”며 “야속하게 받아들일까 봐 김영란법 얘기를 꺼내지 않고 ‘알았다’고만 한 뒤 구청에 연락하지 않았다. 적잖은 일반인은 법 시행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특정 행위가 위법이냐, 아니냐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이 ‘이거 걸리지 않나’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이미 혁명적인 의식 변화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김지현·김단비 기자}
“정부가 5년 넘게 등록금 인상을 막으니 대학들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화여대 사태가 일어난 거죠.” 서울 한 사립대 고위 관계자는 25일로 농성 60일째에 접어든 이화여대 사태의 본질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평생교육 단과대 개설 추진에 “학교가 학위 장사를 하려는 것이냐”라며 반대하면서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학교가 해당 단과대 계획을 철회한 뒤에도 소통 부족 등을 이유로 7월 28일부터 “총장 사퇴”를 외치며 본관을 점거하고 있다. 이화여대뿐이 아니다. 서울대는 연구중심 시흥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면서 총학생회와 갈등을 빚고 있고, 숙명여대는 지난해 일반대학원에 남학생 입학 허용을 추진하다 학생들의 반발에 무산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이 몇몇 대학만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모든 대학이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률 등 ‘지표 평가 경쟁’, 재정 압박의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넘기 위해 평생교육 단과대 개설 등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반발로 역풍을 맞는 대학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학 등록금 동결이다. 대학 등록금은 법적으로 최근 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인상할 수 있지만 교육당국의 압박으로 5년 이상 요지부동이다. 입학정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재 4년제와 전문대의 입학정원은 약 55만 명인데 고교 졸업생은 2018년 55만 명, 2023년 40만 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해 대학의 숨통을 막은 뒤 원하는 사업 중심으로 국고 보조금을 나눠주며 대학을 길들이고 교육을 획일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김도형 dodo@donga.com·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