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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을 하는 A 씨(42)는 아내와 스마트폰으로 통화한 뒤 제대로 끄지 않아 이혼을 당할 뻔했다. 하청업체 사람들과 단란주점에서 술자리를 벌인 A 씨는 이 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내(42)에게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일 때문에 늦어지니 먼저 자라”고 거짓말을 했다. 만취한 A 씨는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았고, 아내도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통화는 계속 연결됐다. 아내는 A 씨가 여종업원과 나누는 대화를 고스란히 들었다. 당시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자신의 스마트폰에 녹음해 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아내는 한동안 A 씨와 별거했다. A 씨는 아내에게 수차례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에야 간신히 이혼을 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통화를 마친 뒤에도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난처한 일을 겪는 일이 늘고 있다. ‘불완전 종료’로 생기는 스마트폰 스트레스다. 스마트폰은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으면 상대가 끊지 않는 이상 통화가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은 터치형이기 때문에 화면 잠금이 설정돼 있지 않으면 손에 들고 다닐 때 엉뚱하게 오작동을 해 의도하지 않게 전화를 거는 일도 생긴다.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전화 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송모 씨(68·여)는 지난달 스마트폰으로 남편과 통화를 끝내고 5시간 뒤 다른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냈다가 깜짝 놀랐다. 전화가 남편과 5시간째 통화 중이었던 것. 아차 싶어 얼른 종료 버튼을 눌렀지만 송 씨는 이달 말 요금이 얼마가 나올지 몰라 걱정이다. 송 씨와 남편 모두 통화를 마친 뒤 실수로 스마트폰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10초에 18원짜리 일반요금제를 쓰는 경우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통화가 한 시간만 지속돼도 요금이 6480원 추가로 나온다. 특히 종료 버튼 등 휴대전화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사용자들이 기본요금이 싼 일반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볼 소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 같은 일은 대부분 피처폰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드물었던 일이다. 피처폰의 ‘꾹’ 하고 누르는 버튼 터치감은 사용자에게 종료됐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플립, 폴더, 슬라이드 형식의 휴대전화는 접거나 미는 방식으로 전화 통화가 종료된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아 ‘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에도 이를 구제받을 방법은 거의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조작 실수라면 부과된 요금에 관해 통신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해도 종료 버튼 사용법이 계속 헷갈린다면 휴대전화 옆쪽에 있는 전원버튼으로 통화를 종료시키도록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은 ‘환경설정’→‘통화’→‘전원버튼으로 통화 종료’를 클릭하면 이처럼 설정할 수 있다.조종엽·김성모 기자 jjj@donga.com}

검찰이 6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의 대화 내용 일부를 편집했다는 논란에 대해 19일 해명 자료를 내놨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이 기소 내용에 맞춰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대화 내용을 짜깁기했다는 여당 및 경찰의 주장과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박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본보는 19일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 검찰은 6월 14일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경찰이 증거 분석 결과의 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의 방증자료로 ‘이 문서 했던 것들 다 갈아 버려’라고 적힌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본보가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 대목은 ‘여기 문서 쓸데없는 것들 다 갈아 버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쓸데없는’을 ‘했던’으로 바꾼 채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 또 검찰은 발표자료의 ‘증거 분석결과 축소·은폐 모의’ 항목에서 “‘그거다’는 우리 다 같이 죽자는 거예요”라는 ‘분석관2’의 말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대화록을 읽으면 분석관들이 국정원 직원의 선거 개입을 은폐하는 순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영상 확인 결과 이 말은 “‘이럴 거다’는 안돼요. ‘그럴 거다’는 다 같이 죽자는 거예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럴 거다, 그럴 거다 식으로 대충 추정하면 위험하므로 심증이나 추정은 배제하자는 취지의 대화였던 것이다. 이에 앞서 분석관들은 “그게 그렇다고 어떻게 확신해요” “확신은 못하죠”라는 대화도 나눴다. 검찰은 또 “(서울청 분석관들이) 중요증거인 ID·닉네임을 확인한 상황에서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대화를 나눴다”며 “피곤하죠? 한 시간이면 끝나겠죠”라는 분석관의 말을 공개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면 분석관들은 “피곤하죠?∼” 대목을 발언하기에 앞서 “엑셀 그거 6만 건이 넘어가지고…”라는 말을 했다. 경찰 측은 검찰이 앞의 말을 삭제한 채 공개해 엑셀 작업이 아닌 모든 분석 작업이 한 시간이면 끝나는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국정원 직원 노트북에서 선거 관련 글 확인’이라는 제목하에 “오, 오. Got it(분석관 1)” “뭔데요?(분석관 2)”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분석관1)”라는 사이버수사대 직원 2명의 대화 내용 녹취록을 배포했다. 검찰 발표 자료만 보면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29)가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고 쓴 글을 사이버수사대원들이 발견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당시 사이버수사대원들은 김 씨가 작성한 글을 발견한 게 아니라 김 씨가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을 읽은 기록을 확인한 것이었다. 검찰은 19일 일부 언론이 “오, 오. Got it”이라는 표현이 녹취록에 없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진술녹화 3실과 4실의 녹취록이 있는데 이 중 4실 CCTV 영상에 이 말이 그대로 녹음돼 있다”며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법정에 동영상과 녹취록 전체를 제출하게 되어 있는 만큼 왜곡이나 편집을 할 수 없고,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 확인 결과 검찰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녹취록 내용을 일부 편집해서 발표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설령 발표문을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건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을 백 번 양보해 받아들인다 해도 검찰이 이번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녹취록 등 자세한 정황을 공개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증거 인멸 정황은 수사 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고 실제 재판 때 양측의 공방이 벌어지면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다.조종엽·유성열 기자 jjj@donga.com}
매년 10억 원 이상의 국고지원을 받는 우익 관변단체 자유총연맹의 회장 선거가 ‘청와대 회장 내정설’ 등으로 혼탁해지고 있다. 김기성 자유총연맹 선거관리위원장(연맹 부회장)은 “연맹 사무총장 이모 씨(62)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선관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15일 이 씨의 투표권을 박탈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선관위는 이 씨의 사무총장 직위해제를 윤상현 연맹 회장 권한대행에게 권고했다. 복수의 연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씨는 7월 말∼8월 초 “청와대와 안전행정부가 K 후보를 낙점했으니, Y 후보는 후보직을 관둬야 한다”는 등의 말을 연맹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선관위원은 7월 29일 연맹 행사 시작 전에 이 씨가 자신을 따로 불러 이 같은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부 사무처장도 7월 말 이 씨가 전화를 걸어와 “안행부가 K 후보를 회장으로 점찍었다”는 말을 했다고 연맹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연맹 관계자는 “회장 선거에 정부의 입김이 미친다고 알고 있는 대의원이 많아 이 씨의 말은 표심에 실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장 선거는 단일 후보가 출마하던 관행을 깨고 연맹 부회장 출신의 K 후보와 지부장 출신의 Y 후보가 출마해 20일 표 대결을 벌인다. 이 씨가 청와대나 안행부 관계자들로부터 실제 “K 후보를 회장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는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한 언론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허모 씨가 8일 사무총장 집무실에서 이 씨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허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대화는 전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다. 본보는 이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씨는 경찰 조사 결과 국고보조금을 개인 용도로 횡령하거나 정해진 용도가 아닌 연맹 자체 사업이나 회원 자녀 장학금 등 다른 목적으로 쓴 혐의가 드러나 연맹 기획홍보본부장 신모 씨 등과 함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자유총연맹은 1954년 설립돼 15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국내 최대의 관변단체로 박창달 전임 회장이 임기 중인 올 6월 물러나 3년 임기의 새 회장을 20일 선거에서 선출할 예정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검찰이 6월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경찰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의 방증자료로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폐쇄회로(CC)TV에 녹음된 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의 대화내용을 공개하면서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국정조사특위에서 공개한 CCTV 화면에 따르면 검찰이 발표한 사이버수사대 직원의 발언 가운데 ‘이 문서 했던 것들, 다 갈아버려’라는 대목은 실제로는 ‘문서 쓸데없는 것들 다 갈아버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쓸데없는 것들’이라는 대목을 지운 채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 당시 검찰이 ‘증거분석결과 축소·은폐 모의’ 항목으로 발표한 이 발언은 경찰이 증거를 인멸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그런 말이 나온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사실관계와 증거를 종합해보면 쓸데없는 것만 폐기된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자료들이 모두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순(찰차) 24호, 여기 홍익(지구대 상황 근무자입니다).” “…” “순 22호, 여기 홍익.” “…” “순 26호… 순 27호….” “…” 무전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10일 0시 17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상황 근무자인 배진우 경사는 순찰차를 호출하며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취객이 소주병을 깨고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출동할 순찰차가 없었다. “다들 사건 처리하느라고 바빠요.” 순찰차 번호와 출동 상태가 빼곡히 적힌 종이 앞에서 배 경사는 말을 흐렸다. 그때 신고자의 독촉전화가 또 걸려 왔다. “홍대 정문 앞 놀이터 말씀이시죠? 다른 신고가 밀려서요. 빨리 해결하고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어 쉴 틈 없이 배 경사의 무전기가 울렸다. “연남 파출소입니다. 순찰차 지원 요청합니다.” “저희도 출동할 인력이 없습니다.” 홍익지구대에는 순찰차가 7대 있다. 홍익대 앞 놀이터 취객 행패 사건 당시 순찰차 22호는 술 취한 사람이 길에 널브러져 있다는 신고, 24호는 폭행 신고, 26호는 집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 27호는 외국인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각각 현장에 출동한 상태였다. 23호 팀원들은 지구대 안에서 폭행 사건을 조사 중이었고, 25호는 서교치안센터에서 민원을 처리하고 있었다. 예비 순찰차인 38호마저 직전에 출동하고 없었다.○ 112 신고 폭증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긴급 출동해야 하는 112 신고인 ‘코드1’ 건수가 올 상반기 71만168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37만5372건에 비해 89.6%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파출소 지구대 등 지역 경찰 인력 충원은 더디기만 해 현장 치안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신고 뒤 현장 도착까지 걸린 평균 시간도 2011년 3분 53초에서 2012년 3분 34초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에는 4분 10초로 36초 늘어났다. 코드1은 성폭행 강·절도 등 범죄가 벌어지고 있어 긴급 출동을 해야 하는 신고를 뜻한다. 연간 코드1 신고는 84만∼90만 건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연간 수준에 육박함에 따라 이 추세라면 연내 14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가 이미 끝난 현장 등 긴급하지는 않지만 출동해 처리해야 하는 ‘코드2’ 신고와 코드1 신고를 더한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약 373만 건에서 올해 상반기 약 422만 건으로 13.2% 증가했다. 이처럼 112 신고가 급증한 것은 112 접수 시스템이 바뀐 결과다. 경찰청은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남지방청 등 8개 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의 112 상황실을 지방청 단위로 통합했다. 전에는 경찰서에서 112 신고를 받던 것을 지방청으로 변경한 것이다. 신고 접수 인력을 한 군데에 모으면서 접수 효율성이 높아져 과거에는 통화 중 대기에서 끝나던 전화가 실제 신고로 이어지고 있다. 또 ‘4대악 범죄’ 단속을 강조한 결과 과거 코드2로 분류하던 가정폭력 등의 신고를 코드1로 분류하는 경우도 늘었다.○ 출동인력 태부족…민생치안 허점 이에 따라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는 폭증하는 112 신고를 감당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특히 관내에 유흥가 등이 밀집해 있는 지구대는 신고가 몰리는 밤마다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9일 밤 취재팀이 동행 취재한 서울시내 지구대에서는 출동 지령이 내려져도 바로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경찰관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들르지 못한 채 부랴부랴 현장으로 이동했지만 처리하지 못한 지령이 한 순찰차에 3개까지 쌓이기도 했다. 이배동 홍익지구대 경장은 “사건 당사자를 조사하기 위해 한 순찰조(2명)가 지구대로 복귀하면 다른 순찰차 한 대에 지령이 4, 5개 쌓이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2012년 2만6632건의 112 신고를 처리해 전국 1위에 오른 홍익지구대는 9일 오전 5시∼10일 오전 5시 하루 동안에만 93건의 신고에 대응 출동했다. 지구대원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출동의 우선순위를 판단하지만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하면 단순한 폭행 시비가 살인 사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재식 홍익지구대 경위는 “현장에 늦게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출동해야 할 신고는 증가했지만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 인력은 2013년 7월 말 현재 4만1369명으로 3년 전인 2010년(4만1578명)보다 오히려 209명 감소했다. 정원(4만3482명)보다는 2113명 적다.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신고가 많은 야간에 자원 근무, 탄력 근무를 통해 자체적으로 인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 근무는 신고가 몰려 업무 강도가 센 데다 초과 수당도 시간당 3000원 내외에 불과해 경찰들이 서로 기피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내근 인력을 감축해 올 7월부터 800여 명을 지구대 파출소에 신규 배치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5년 동안 경찰 2만 명이 충원될 예정이지만 경찰청 인력 배치 초안에 따르면 이 중 지역경찰 인력은 26% 정도인 5300명 수준이다. 5년 동안 전국 1980여 개 지구대 파출소의 6100개 순찰팀마다 겨우 한 명씩이 늘어나는 셈이다. 따라서 대폭적인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신규 선발 인력을 지역 경찰 등 민생 치안 현장에 우선 배치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조종엽·김성모 기자 jjj@donga.com}
3월 25일 호남지방의 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쉼터). 낮 근무자들이 퇴근한 오후 6시 반경 한 남자가 쉼터에 침입을 시도했다. 쉼터 안에 있던 사람들이 1층 현관문을 걸어 잠갔지만 이 남자는 빗물 홈통을 타고 건물 3층 화장실 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남자는 옷까지 벗으며 저항했다. 평소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남자가 쉼터로 피신한 아내의 동선을 추적해 쉼터까지 쫓아와 난동을 부린 것. 아내는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남편을 연행할 때까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가정폭력의 안전공간인 쉼터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쉼터에서도 가정폭력으로 아내와 이혼한 남자가 자녀를 추궁해 아내가 있는 쉼터의 위치를 알아낸 뒤 4개월 동안 쉼터 설립 법인으로 협박 전화를 건 적이 있다. 2011년 11월 서울의 또 다른 쉼터는 “인터넷에 쉼터 위치를 공개하겠다. 소장과 직원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한 가해자의 협박에 쉼터를 잠정폐쇄하고 입소한 다른 피해자들까지 다른 쉼터로 피신시키기도 했다. 5일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폭력 남편들이 쉼터까지 쫓아와 “여기 있는 것 다 안다” “내 아내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쉼터는 전국에 67곳이 있다. 대부분 사회복지법인이나 종교인들이 운영한다. 지난해에만 피해 여성 2514명과 동반 자녀 1586명에게 안식처가 됐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쉼터의 위치는 ‘극비’사항이다. 일반 가정집 같은 외관에 간판도 걸지 않아 동네 사람들마저 쉼터인지를 모른다. 하지만 일부 폭력 남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쉼터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가 자녀를 데리고 피신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의 학교를 통해 쉼터 정보가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서울지역의 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비공개를 요청하고 초등학생 자녀를 전학시켰고 이 학생은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 여성의 남편은 “내가 친권자”라며 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추궁해 전학 간 초등학교를 찾아낸 뒤 다시 중학교까지 알아냈다. 다행히 쉼터가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위치 노출까지는 막았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고, 여성도 함께 쉼터를 옮겨야 했다. 가정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은 “(가정폭력) 피해자 자녀가 다니는 학교나 유치원 등의 직원은 취학, 진학, 전학 또는 입소를 가정폭력행위자인 친권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든지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선 학교에서는 이 같은 조항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정폭력 때문에 전학 가는 건 드문 일이어서 다른 직원들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에 대해 엄정 대응키로 했다. 황성찬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피해자 보호시설 등을 찾아가 폭행·협박하는 등 상습적이고 고질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은 또 법원으로부터 받은 격리, 접근금지 결정을 위반한 가해자는 바로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를 신청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One-Strikeout)’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법원 결정을 어겨도 대부분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재발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해자는 반드시 격리, 접근 금지 등을 신청할 계획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경찰청은 휴가철을 맞아 야간 음주운전 일제단속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이 빈발하는 곳은 주야를 불문하고 단속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음주운전 2만6508건이 적발돼 지난해 7월(2만3717건)보다 11.8% 증가했다. 경찰은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말까지 전국에서 야간 음주운전 일제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휴양지나 유흥가 등에서는 시간대와 관계없이 단속한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1시에 전체의 52.3%인 1만3859건이 적발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남자 음주운전자는 30대가 30.7%로 가장 많았고 여자는 40대가 37.5%로 최다였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올해 1월 편의점주 이모 씨(34)가 서울 용산구 갈월동 자신의 가게에서 유흥업소 종업원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월에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박모 씨(44)가 사업문제로 갈등을 빚던 지인 3명을 같은 종류의 흉기로 찔렀다. 지난해 8월에는 유모 씨(39)가 의정부 역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같은 종류의 흉기를 마구 휘둘러 시민 8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 ‘흉기’는 길이 100mm, 너비 18mm, 두께 0.45mm가량에 7개 안팎의 마디가 있는 강철 날이 달려 있는 커터(커터칼)이다. 흔히 공예품을 만들 때 쓰인다. 사무실 등에서 보통 사용하는 문구용 커터보다 칼날과 손잡이가 약간 길고 두껍다. 편의점 문구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공업용 커터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로 둔갑하고 있다. 지난달 용인 모텔 살해사건에서 범인이 피해자를 위협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데 쓰인 도구도 커터다. 공업용 커터는 심야에 술에 취하거나 흥분해서 남을 해치려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흉기다. 도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 신분 확인 없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살 수 있다. 안산에서 지인 3명을 찌른 박 씨의 경우 전날부터 피해자들과 술을 마신 상태였다. 피해자와 대화 중 격분해 인근 편의점에서 흉기를 사와 오전 2시경 범행을 저질렀다. 갈월동 편의점 살인 사건의 범인 이 씨도 주점에서 범행 직전인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이 씨는 술값을 주겠다며 종업원을 편의점으로 데려왔고 “빨리 달라”는 종업원과 말다툼을 벌이다 편의점 내 커터로 범행을 저질렀다. 2011년 대전 중리동 술집에서 대리운전사가 함께 술을 마시던 동료 2명을 공업용 커터로 찌른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언쟁 끝에 가까이 있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공업용 커터를 범행에 사용했다. 공업용 커터를 사용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공업용 커터를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상’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흉기로 분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엌칼을 사용한 범죄가 적지 않지만 일반인이 집에서 부엌칼을 쓰는 것을 제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공업용 커터가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흥가 주변의 편의점에서 야간에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업용 커터가 사용된 범죄 중 상당수가 ‘야간’과 ‘술’, 그리고 ‘편의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오승진 경찰청 강력계장은 “강력범죄 중 우발적 범행은 대부분 야간에 술을 마신 채로 벌어진다”며 “유흥가 주변 편의점들이 공업용 커터를 야간에는 매장에서 치우는 등 판매를 자제한다면 이런 범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업용 커터로 사람을 찌르거나 베면 살인이나 살인미수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1월 발생한 갈월동 편의점 살인사건에 대해 법원은 “공업용 커터 칼은 사용방법에 따라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흉기인 점 등에 비춰 살인 의도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또각또각, 뚜걱뚜걱. 가로등도 희미한 밤의 골목길. 인적 뜸한 거리에 여성의 하이힐 소리와 그를 뒤따르는 한 남자의 구둣발 소리만 또렷하다. 여성은 불안하다. 걸음을 빨리하지만 남자와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 것 같다. ‘멈출까, 더 빨리 갈까.’ 멈추자니 남자가 옆까지 다가오는 게 무섭고, 더 빨리 가자니 남자를 오히려 자극할 것만 같다. ‘따라오지 말라고 말할까.’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한 상황이다. 25일 경찰청이 발간한 ‘경범죄 처벌법 해설서’에 따르면 이 남자는 경범죄 처벌법상의 ‘지속적 괴롭힘’(스토킹)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설서는 “스토커 처벌은 피해자가 전화나 구두, 서면 등으로 거절의사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의 경우 여성이 명시적으로 “따라오지 말라”고 한 뒤에도 남자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따라가야 스토킹을 적용할 수 있다. 지속적 괴롭힘 대신 경범죄 처벌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뒤따라가 불안하게 한 것”(불안감 조성)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남자가 “산책하러 나왔는데, 여자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주장한다면 처벌이 쉽지 않다. 해설서에는 “불안감 등 주관적인 감정에 대한 판단은 평균의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다”고 애매하게 서술돼 있다. 결국 경범죄 처벌법으로 ‘골목길 안심 통행권’을 보장받기는 어려운 셈이다. 경범죄 처벌법이 1954년 제정 이후 10차례나 개정돼 왔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25일 ‘경범죄 처벌법 해설서’를 발간했지만 이 역시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다. ‘장난 전화’ 조항은 피해자가 거절하는데도 만나 달라는 내용의 문자나 전화를 반복하는 행위를 처벌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 해설서에는 “1, 2회는 규제할 수 없다. 수십 차례는 처벌할 수 있다. 탤런트에게 6차례 밤 10시 이후 전화해 ‘사랑하는데 만나 달라’는 전화를 걸어 괴롭히면 처벌 대상이다”라고만 나와 있다. 심야의 케이블 채널 패션쇼에서 가슴이 완전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 모델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반 여성이 이 옷을 사서 거리에서 입으면 경범죄 처벌법 상 ‘과다 노출’로 처벌받는다. 거리에서 가슴을 완전히 노출하는 옷차림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해수욕장 수영장 등에서 상의를 탈의한 이른바 ‘토플리스 차림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해설서는 “과다 노출의 판단은 사회 통념, 행위의 장소나 주변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진영 변호사(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는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큰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걸인이 공공장소에서 통행을 방해하면 처벌하는 조항도 논란이 인다. 해설서는 “역 계단의 한 귀퉁이에 바구니만 놓은 채 엎드려 구걸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통행 방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장 변호사는 “경범죄 처벌법은 형법의 일종인데도 범죄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후진적인 법률”이라며 “대부분의 일반인을 쉽게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전직 중앙일보 지역주재 기자가 27년간 몸담은 회사를 비판한 책을 펴내자 중앙일보가 지면을 통해 책의 내용이 허위이므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는 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24일자 신문에서 “이용우 씨의 책 ‘삼성뎐’이 홍석현 회장과 중앙일보 관계자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 씨와 출판사, 책 소개 등을 통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한 언론사들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책은 1970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대구 주재 기자로 일했으며 전국기동취재반장, 영남취재본부장, 영남총국장을 거쳐 1997년 퇴직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용우 씨(73)가 17일 출판한 ‘삼성뎐’이다. 중앙일보는 책의 내용이 허위라는 한 예로 “이 씨가 책에서 ‘1974년 홍석현 현 중앙일보 회장이 결혼할 당시 홍진기 당시 회장의 지시로 경주의 숙소를 구해준 뒤 25세의 홍 회장을 밀착 수행하면서 비애감을 느꼈다’고 주장했으나 홍 회장이 결혼한 시기는 1976년 12월이며 경주에 숙박한 일도 없다. 홍 회장은 이용우 씨를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가 책에서 “1974년 홍진기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장남인 홍석현 회장의 신혼여행 준비를 지시해 사진기자와 함께 호텔 예약, 식사 메뉴 준비, 관광 가이드 등을 하며 수발했다. 당시 홍석현 회장 부부는 수발을 드는 우리 일행을 기자가 아닌 종처럼 대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라는 점을 악용해 절도와 강도를 일삼아온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에 의한 범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법은 옛 시대의 연령잣대에 얽매여 있어 범죄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황모 군(13·중2)은 부모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키가 175cm나 될 정도로 조숙했던 그는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이모 군(15·고1)과 지난해 12월 2일 오전 1시 광주 동구의 한 슈퍼마켓에 들어가 현금 5만 원, 담배 3보루(시가 8만1000원)를 훔쳐 달아났다. 같은 달 17일에도 인근의 다른 슈퍼마켓 문을 부수고 들어가 금고에서 현금 7만 원과 담배 3보루를 훔쳤다. 용돈과 담배가 필요해 시작한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갖고 싶은 물건은 훔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6월 15일 오전 1시 반 광주 동구의 한 정자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장모 씨(56)의 지갑을 털었다. 며칠 뒤에는 오전 3시경 인근 한 슈퍼마켓에서 주인 박모 씨(61·여)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담배 4보루를 훔쳤다. 6월 말에는 자전거보관대에서 30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주차된 승용차에서 스마트폰을 훔치기도 했다. 7월부터 김모 군(15) 등 동네 학교 선배 3명이 가세했다. 이들은 7일 오전 3시 반경 이모 씨(60)의 금은방 유리 출입문을 벽돌로 부수고 침입을 시도했지만 경보장치가 울려 달아났다. 10일 오전 1시 반에는 곽모 씨(39·여)의 휴대전화 가게 출입문을 가위로 부수고 침입한 뒤 휴대전화 19대(1900만 원 상당)를 훔쳤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새 휴대전화를 싸게 판다’는 글을 올렸다가 광주 동부경찰서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하지만 황 군은 소년법상 ‘촉법소년’이어서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처벌 없이 풀려난 황 군은 이후 13일 동안 시내를 돌며 8건의 강도 및 절도행각을 벌였다. 범죄 면죄부를 받은 듯 거리낄 게 없는 범죄행각이었다. 12일 새벽 자전거 3대를 훔치다 다시 경찰에 붙잡혔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다. 23일에는 강도로 돌변했다. 이날 오전 1시 44분 광주 동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종업원 조모 씨(20·여)를 흉기로 위협한 뒤 현금 등 15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편의점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해 황 군을 다시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황 군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저지른 절도가 28건이며 피해액은 총 2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게털이 13건, 자전거·오토바이털이 10건, 빈차털이 3건, 취객 지갑털이 2건, 강도 1건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황 군은 ‘촉법소년은 입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선배들도 황 군이 처벌되지 않는 것을 알고 각종 범행을 시킨 것 같다. 선배들은 항상 망을 보고 실제 훔치는 건 황 군에게 시켰다.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데 처벌을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촉법소년의 범법행위가 갈수록 다양화 흉포화하고 있지만 대안은 없는 상태다. 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11년 9701명에서 2012년 1만3339명으로 37.5% 증가했다. 경찰청이 발간하는 ‘2011 범죄 통계’에 따르면 14세 미만의 범법행위자가 316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의 30분의 1에 불과해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범죄자료를 작성하지 않아 관련 통계는 대부분 누락돼 있다”고 말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촉법소년에 대한 형식적 보호관찰보다 ‘쉼터’ 같은 민간 차원의 생활지도 공간을 통해 범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촉법소년(觸法少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행위를 한 소년을 의미한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어 보호 처분을 원칙으로 한다.광주=이형주 기자·조종엽 기자 peneye09@donga.com}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과 건설업자 윤모 씨(52·구속)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18일 송치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두 사람은 2007년 4∼5월과 2008년 3∼4월경 강원 원주시의 윤 씨 별장 등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피해자가 ‘폭행과 협박 때문에 성관계를 맺었다.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이니 별장에 놀러 와서 만나보라는 윤 씨의 말을 듣고 갔다가 김 전 차관을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드러난 계기가 됐던 ‘성접대 동영상’은 2006년 8, 9월경 원주 윤 씨 별장의 노래방에서 촬영됐으며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원본 동영상과 성문(목소리) 분석 결과를 토대로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으로 식별됐다”고 밝혔다.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은 윤 씨가 여러 차례 서로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성접대의 대가성은 알선수뢰죄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 별장에서는 전현직 공무원 등을 상대로 성접대가 이뤄졌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과 윤 씨 별장 관리인, 친인척, 별장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지난해 8월 히로뽕을 구입한 혐의 △서울저축은행 전무 김모 씨(58·구속)에게 빌라를 제공하고 320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 △병원 리모델링 공사와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설 예정가를 미리 입수해 낙찰받은 혐의 등에 관해서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윤 씨 혐의 관련자 16명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한편 김 전 차관의 친척은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동영상이 촬영된 시점이라는 2006년 8, 9월은 인천지검에 근무하던 시절인데 뭣 때문에 인천에서 강원도까지 가겠느냐.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여당 중진 의원의 경찰 고위 간부 폭행설은 사실일까.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경찰 치안감인 이모 국장을 폭행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김 의원과 이 국장은 물론이고 이성한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폭행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기자는 그동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두루 인터뷰했다. 문제의 회식 자리는 지난달 17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열렸다. 임시국회 안전행정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마치고 안행위 소속 국회의원 4명과 이성한 청장, 치안감 2명, 안행위 수석전문위원 행정실장 등 9명이 저녁식사를 하러 모였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만은 않았다. 이 경찰청장의 말에 따르면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갔다. 오후 7시 40분 이 국장이 선약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 의원이 언성을 높이며 가지 말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이 국장의 뺨을 때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맞은 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청장도 15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폭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경찰청은 대변인 공식 발표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 같은 국가정보원 관련 이야기나 폭행은 없었다. 확인 없이 보도한 일부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동석했던 또 다른 치안감도 폭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회식에 참석했던 민주당 L 의원은 “도중에 화장실에 가기 전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와 보니 이 국장이 부축을 받으며 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17일 민주당은 주장했다. 기자는 L 의원의 증언을 들으려고 했으나 해외 출장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처럼 동석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폭행설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폭행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려는 태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7일 “여당 중진 의원이 경찰 간부를 폭행하는 것은 경찰을 정권의 시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원내대표단 5명은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찾아와 이 청장에게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10만 경찰의 자존심이 하수구에 처박힌 라면봉지 신세가 됐다”, “‘시일야방성대곡’의 심정이다”, “간부가 국회의원에게 얻어맞고도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숨기는 듯해 짜증이 난다”는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경찰청은 폭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언론사를 17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폭행당한 사실이 정말로 없다면 당사자인 이 국장과 이 청장,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당장 옷을 벗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만약 폭행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 의원은 물론이고 경찰청장도 당장 물러나야 한다. 부하가 폭행당했는데도 항의하기는커녕 여당 중진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려 했다면, 이는 더이상 리더의 자격이 없음을 의미한다. 국민은 더는 소모적인 논쟁을 원치 않는다. 김 의원과 경찰청장, 국장, 그리고 회식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하루빨리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서 명명백백하게 진위를 밝혀야 한다.조종엽 사회부 기자 jjj@donga.com}
‘관광 경찰대’는 주요 관광지의 순찰을 강화하고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각종 불법행위를 줄이기 위해 투입되는 경찰이다. 바가지 요금 택시, 무자격 가이드, 불법 콜밴 등 관광 관련 불법행위를 단속한다. 관광 경찰대는 경찰의 고유 업무뿐 아니라 기존에는 다른 행정기관에서 하던 업무도 처리한다. △음식점, 숙박업소, 택시의 부당요금 단속을 비롯한 관광 관련 업체들의 행정지도와 단속 △외국인 대상 관광정보 제공과 교통 안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사항 처리 등이다. 경찰은 외국인 관광객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외국어 특채 등으로 관광 경찰을 선발할 방침이다. 관광 경찰대는 서울 부산 인천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도시 지방경찰청 내 외사과 소속으로 설치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관광 경찰대’는 100명 규모로 10월부터 서울 명동, 인사동, 동대문, 이태원, 홍익대 주변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지역에 먼저 투입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 광복동, 인천 차이나타운 송도 등에도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위층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10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형법상 경매·입찰방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윤 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신청한 윤 씨의 구속영장에는 특수강간 혐의가 제외됐으나 경찰은 구속 이후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추가로 소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다음 주 내로 윤 씨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이 사건 관련자 15명 안팎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경과 병동에 입원해 있던 김 전 차관은 “병원이 알려져 있어 치료에 방해가 된다”며 9일 퇴원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 김 전 차관 측이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강경 우파 성향의 누리꾼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주로 좌파로부터 공격을 받아왔으나 이번에는 특정 이념성향과 무관한 일반 누리꾼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누리꾼의 분노를 촉발한 것은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19·사진) 합성사진 건이다. ‘국민 첫사랑’ 수지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사진을 올린 데 대해 9일 온라인에선 일베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앞서 일베 회원인 고등학교 1학년 조모 군(16)은 수지를 성적으로 묘사한 합성사진을 만들어 일베에 올린 혐의(모욕)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조 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얼굴을 합성해 성적으로 조롱하는 사진을 지난해 12월 24일 일베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9일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조 군과 일베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누리꾼 ‘ediw****’는 “개념이 없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줘야 한다” 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베 회원들은 여성 비하가 몸에 뱄다”고 비난했다. 박성민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타인의 사진을 마음대로 합성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다. 다만 연예인은 공인이어서 사진 합성 행위 자체로만은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합성해 온라인에 게시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물론이고 형법상의 모욕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일베 회원들은 경찰이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사건 이후 일베에는 수지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사진과 게시글이 새로 올라왔다. 또 “합성사진 좀 올렸다고 입건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반 누리꾼 가운데도 합성사진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고교생의 철없는 장난을 형사처벌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나왔다. 일베에는 그동안 이와 유사한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평론가 홍사종 씨는 “일베는 자신들의 극우 성향을 확산시키는 데 여성 연예인 비하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집단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사진이나 메시지가 나머지 소속원들의 인정과 환호를 받는다”고 말했다.조종엽·백연상 기자 jjj@donga.com}
경찰은 최근 불거진 ‘불량 맛가루’ 파문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 기관이 안전성 조사를 마친 뒤 불량식품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8일 밝혔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식품의 제품명은 식약처가 조사한 뒤 공개한다. 실적 과시성 수사 결과 발표로 혼란을 주기보다 신중한 조사로 소비자와 관련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8일 총리실 주재로 식약처와 회의를 여는 등 협의를 거쳐 불량식품 단속 결과 발표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같은 매뉴얼이 마련되면 소비자들이 경찰이 발표한 불량 식품의 상품명을 몰라 혼란에 빠지거나 정상적인 업체들까지 매출 감소 등의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불량 맛가루’ 파문은 경찰이 I식품가공업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I업체의 분말을 납품받은 식품제조업체 239개의 명칭이나 제품명을 밝히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확실하고, 분석 결과 건강에 해를 끼치는 식품으로 확인될 경우 식약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도 제품명을 신속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불량 채소, 다시마로 분말을 제조한 I식품가공업체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아 맛가루, 면류, 선식, 유부초밥 재료 등을 제조한 239개 업체의 목록을 2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조사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제조한 식품의 안전성을 조사한 뒤 문제가 드러나면 회수, 제품명 공개 등 행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올해 방콕 여름휴가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돼요.” “한국 기장들의 소프트 랜딩 관행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던데 불안하네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6일(현지 시간) 아시아나항공기의 착륙 사고가 난 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항공기 여행을 앞둔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행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항공기 안전에 관한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코스닥에 상장된 한 여행사 상담원은 8일 “고객들로부터 여행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를 여러 건 받았다”고 말했다.○ 불안한 국적기? 여행객들의 관심은 “과연 내가 타는 항공기는 안전한가”이다. 일부 누리꾼은 “아시아나항공이든 대한항공이든 국적기는 이제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등 불신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외항사 파일럿들은 착륙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데, 국적기 기장들은 공군 출신이라서 전투기처럼 빠르게 착륙하는 습관이 있다” “국적기 기장들은 착륙 시 뒷바퀴가 먼저 땅에 닿도록 하는 ‘소프트 랜딩’을 선호하는데 위험하다. 안전한 ‘하드 랜딩’을 해야 한다”는 등 그럴듯한 내용과 전문용어로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오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장 외에도 부기장과 지상의 통제센터가 수시로 비행 상태를 체크하기 때문에 기장이 독단적으로 조종할 수 없다는 것. 한 민항기 부기장(45)은 국적기가 빠르게 착륙한다는 글에 대해 “항공기 무게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규정된 착륙 속도가 있다”며 “속도가 빠르면 활주로를 벗어나게 돼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프트 랜딩 선호’도 마찬가지다. 이 민항기 부기장에 따르면 “착륙법은 활주로의 길이와 우천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뿐”이라며 “항공사에서는 승객들이 ‘쿵’ 하는 느낌을 받는 정도의 정상적인 폼 랜딩과 충격량이 기준을 벗어나는 하드 랜딩으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소프트 랜딩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폼 랜딩이건 하드 랜딩이건 뒷바퀴가 먼저 닿아 착륙한다. ○ 동남아 현지 국내선이 사고 많다? 한국인들이 휴가지로 선호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남아 지역의 상당수 휴양지는 국적기를 타고 가서 현지 항공사의 국내선(연결편)을 이용하는데 이것이 불안하다는 것. 한 누리꾼은 “T항공이나 P항공 등 동남아 항공사들은 자국 국내선에 경험이 부족한 기장들을 배치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에 불과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민간 여객기 항공 사고 통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는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여객기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국가는 미국(24건)이다. 상위 2∼4위도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이다. 항공편이 많으니 사고도 잦은 것. 사망자 수는 나이지리아(163명) 파키스탄(127명) 러시아(41명) 등에서 많았지만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았다.○ 오래된 비행기는 불안? 항공기의 크기나 연식(제조연도)이 안전성에 관련되는지도 논쟁거리다. 한 누리꾼은 “200인승 이하의 중소형 기종들이 대형 항공기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이는 대형기종들의 사고 소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더 강하게 남는 탓에 생긴 오해”라며 “여객기의 크기와 안전성은 별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연식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하나하나 분해해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의 정비 시설에서 기준에 따라 정비를 한다”며 “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정비한 항공기는 20년 된 비행기나 올해 나온 비행기나 성능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유지 보수에 얼마나 자원을 투자하느냐에 항공기의 안전성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공항이 따로 있을까? 조종 경력 20년이 넘은 한 민항기 기장은 “런던 히스로 공항을 비롯해 대형기가 다니는 공항은 활주로와 관제시설이 좋아 이착륙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 제주공항 등 바닷가에 있는 공항은 바람이 셀 때가 많은데, 옆에서 불어오는 측풍은 베테랑 조종사도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이런 공항도 규정대로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상공에서 머무르는 등 규정을 따르면 문제가 없다. 김두만 한국항공대 교수는 “비행기 사고는 대형 사고일 가능성이 높아 불안할 수 있지만 사실 기차나 차량 등 지상 교통수단보다 사망률이 훨씬 낮다”고 말했다.조종엽·김수연 기자 jjj@donga.com}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사고도 내지 않는 ‘착한’ 운전자는 앞으로 벌점 감경 혜택을 받는다. 경찰청은 “교통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실천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거나 교통사고를 내지 않으면 1년마다 특혜점수 10점을 부여하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를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동아일보와 경찰청은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 정착을 위한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찰청은 본보 시리즈 ‘시동 꺼! 반칙운전’도 함께 기획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특혜점수는 마일리지 형태로 기간에 관계없이 계속 적립된다. 운전자가 만약 차후에 교통법규를 위반해 벌점을 받게 되면 적립된 ‘착한 운전 마일리지’로 감경받을 수 있다. 신호 위반을 해 적발되면 15점의 벌점을 받지만 착한 운전을 1년 동안 한 운전자는 10점이 감경돼 벌점이 5점이 되는 식이다. 마일리지는 착한 운전 1년당 10점씩 계속 쌓여 간다. 8월 1일부터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 지구대에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갖고 가면 신청할 수 있다. 8월 1일 신청한 운전자가 1년 동안 ‘무사고 무위반 운전’을 하면 2014년 8월부터 벌점 감경 혜택을 받는 것이다. 이 제도는 반칙 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단속, 철저한 법집행과 함께 착한 운전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경찰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교통 법규를 지키는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아이가 거의 매일 먹어 온 맛가루(밥에 뿌려 먹는 분말가루·후리가케)에 가축사료와 쓰레기가 뒤섞였다는 신문 보도를 보고 속상해서 눈물을 흘렸어요. 그런데 어떤 제품이 그렇다는 건지 알려주지 않으니 엄마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박모 씨(33)는 3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맛가루에 폐기 대상 채소 등 불량 식재료가 사용됐다는 경찰 발표가 알려진 3일 소비자와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경찰이 해당 제품명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부모들의 걱정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비단 맛가루뿐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량식품을 근절 대상 4대악으로 규정한 뒤 경찰 등 사법당국의 불량식품 제조업자 검거가 급증하고 있지만 단속 실적만 발표할 뿐 제품명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불량식품과 무관한 다른 업체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다. 3일 취재팀이 서울 송파구 중랑구 강남구 용산구 등의 대형마트 5곳에서 만난 주부들은 그동안 아이가 먹어 온 맛가루에 불량 재료가 포함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걱정과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나모 씨(32)는 “평소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들도 맛가루를 넣으면 맛있게 먹어 즐겨 이용해 왔다. 하지만 어떤 제품이 불량품인지 알 수 없어 아예 맛가루 자체를 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육아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3일 “냉동실에 있던 맛가루를 다 꺼내서 버렸다” “폐기용 채소로 아이 음식을 만들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분노하는 글이 쏟아졌다. 불안한 엄마들은 “불량 재료가 포함됐다는 맛가루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은 먹이지 않고 있지만 아이가 밥에 비벼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 고민스럽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안전소비자신고센터의 한 상담원은 “경찰 발표 이후 불량 재료가 들어간 맛가루 상품명을 묻는 전화를 수십 통 받았지만 우리도 아는 것이 없다”며 “문의해 온 부모들에게 경찰청 민원전화(전화 182)를 가르쳐 드릴 뿐이다”라고 말했다. “매장서 다 빼라”… 애꿎은 업체들도 날벼락서울지방경찰청은 2일 “폐기하거나 가축사료로 써야 하는 채소를 가루로 만들어 맛가루 제조업체 A사 등에 납품한 식품가공업체 I사 대표를 입건했으며 이 맛가루는 전국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유통됐다”면서도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일에도 멸균 시설을 갖추지 않고 유통기한이 지난 누에분말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 홈쇼핑 등을 통해 유통시킨 4개 제약사 및 협동조합 관계자를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에도 “건강기능식품과 제약사의 명칭은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맛가루를 판매하는 전국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도 혼란에 빠졌다.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경찰 발표를 봐도 불량 원료가 쓰인 후리가케가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없다 보니 제조사를 불문하고 무조건 환불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일단 매장에 진열된 맛가루 제품을 철수시키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홈플러스 면목점은 제조사를 불문하고 기존에 판매하던 맛가루 29종 전부를 진열대에서 치웠다. 불량 채소 가루가 쓰였을 수도 있는 다른 품목 20여 개도 함께 철수시켰다.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는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간 맛가루 판촉행사를 진행해 왔지만 이날 행사를 중단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자체적으로 불량 재료가 포함된 맛가루 제조사와 상품명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단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특정 기업 2, 3개의 맛가루에 불량 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일단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국내의 맛가루 시장은 연간 6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정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온 맛가루 제조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맛가루 전문업체 푸른들은 3일 600여 통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였고 다짜고짜 욕설부터 퍼붓는 고객도 있었다. 이 업체는 “우리는 불량 채소 분말을 납품한 I업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데다 식약처로부터 ‘위해요소 품질관리 우수식품 인증(HACCP)’까지 받은 곳”이라고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 구매했거나 거의 다 먹은 제품을 환불해 달라는 요청도 제법 있었지만 환불해 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하루 만에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보는 셈이라 너무 억울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불량 재료가 포함된 제품이라며 여러 식품업체의 이름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지만 그중 대부분은 불량 재료 포함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업체다. 경찰이 정확한 회사의 이름과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맛가루를 취급하는 전체 업체가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된 것.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 불량 재료 포함 맛가루 업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풀무원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이번 사태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문으로 만들어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동식품 판매사인 ‘우리애들밥상’은 경찰 발표 이후 전화가 빗발치자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전화를 걸어 “제발 불량 재료가 사용된 맛가루 업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그쪽 업체는 명단에 없지만 전체 업체 이름을 모두 공개하긴 곤란하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찰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애꿎은 중소기업만 죽어나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시장의 혼란은 경찰의 성급한 수사 결과 발표가 일차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4대 사회악’ 척결대상에 불량식품이 포함되면서 경쟁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다른 경찰서에서도 비슷한 사건을 수사한다는 말을 듣고 어차피 알려질 거라면 우리가 지금 발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4년 불량 만두 파동 때 섣부른 보도가 한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보고 불량식품 업체의 이름을 밝히는 게 조심스러워졌다”며 “맛가루 제조업체는 대부분 불량 원료인지 모르고 분말을 납품받았는데 업체의 이름을 노출시키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혼란과 정상 업체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제품명을 제외한 채 단속 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하면 소비자들의 불안과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정부 당국이 일관된 기준을 정해 사회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불량식품의 경우 제품명을 일반에 신속히 공개하고 즉각 매장에서 철수하도록 제도와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조종엽·조동주·곽도영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