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2 출동 건수 30767 vs 43 도심-농어촌 극과 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전국의 경찰 지구대·파출소별 112신고 출동 건수가 최대 70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 지역의 일부 지구대·파출소가 인력이 모자라 출동이 늦어지는 동안 신고가 적은 일부 농촌 지역 파출소 경찰관들은 순찰 활동 외에 별다른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경찰도 근무 제도를 변경해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고 출동 건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일부 파출소는 통폐합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950여 개 지구대·파출소 중 출동이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75명 근무)다. 대표적인 번화가인 홍대 거리를 관할하는 홍익지구대는 1년간 3만767건(하루 평균 84.29건)의 112신고에 대응 출동했다. 반면 섬 지역을 제외하고 출동이 가장 적었던 전남 고흥서 영남파출소(4명 근무)는 1년 내내 신고 출동 건수가 43건(하루 평균 0.12건)에 불과했다. 관할 구역인 영남면의 인구가 1500여 명으로 적기 때문이다.

112신고 출동이 많은 상위 100곳과 출동이 적은 하위 100곳을 비교해도 ‘바쁜’ 곳과 ‘한가한’ 곳의 차이는 뚜렷했다. 상위 100곳은 지난해 1곳당 평균 1만9476건(하루 53.36건)의 신고에 대응 출동했지만 하위 100곳은 1년 동안 평균 82.4건(하루 0.23건)에 불과했다. 상위 100곳이 하위 100곳보다 236배 더 많이 출동한 것이다. 출동건수 상위 100곳은 지구대가 대부분(지구대 93곳, 파출소 7곳)으로 하위 100곳을 차지한 파출소들보다 경찰 인력과 순찰팀이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관서별로 처리해야 할 112신고의 불균형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석 결과 112 출동이 많은 곳은 도심 지역, 적은 곳은 농어촌 지역으로 나타났다. 출동이 많은 상위 100곳 중 95곳이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 지역의 지구대·파출소였다. 반면 출동이 적은 하위 100개 파출소의 소재지는 군 지역 49곳, 시 지역 16곳, 도서 지역 35곳이었다. 시 지역은 농어촌을 기반으로 도심이 형성된 기초지자체였다. 이처럼 농어촌·도서 지역의 112신고가 적은 것은 범죄자들이 노릴 만한 범죄 대상이 적고 외지인의 왕래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역 경찰관의 근무 제도를 변경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농촌형 3개, 도심형 4개의 근무 모델을 마련했으며, 모델별로 5∼10개 지구대·파출소를 선정해 4∼6월 동안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농촌형 모델에는 △주간에는 파출소를 따로따로 운영하고 야간에는 인근 파출소를 묶어 통합 운영하는 모델 △파출소에 1명이 인근 관사에서 거주하며 근무해 야간 근무 인력을 줄이는 모델 △파출소별로 있는 관리팀 업무를 경찰서가 통합해 운영하는 모델이 마련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은 야간보다 주간에 치안 수요가 많아 야간 근무 인력을 줄이고 주간 위주로 근무 인원을 배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부 농어촌 지역의 파출소는 통폐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특성화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섬은 고립된 지역이라는 특성상 파출소의 통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112신고가 극단적으로 적은 일부 농어촌 지역은 통합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112신고 출동은 적더라도 순찰차의 평소 순찰만으로 범죄 가능성이 줄어들고 주민들도 안심하는 만큼 파출소 통폐합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평소 범죄가 드문 곳이라고 하더라도 파출소가 없어지면 범죄 발생 시 출동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된다”며 “근무 인력을 줄일 수는 있지만 파출소 폐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경찰 지구대#파출소#11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