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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총장 염재호)가 13일 ‘2017 교양축제’를 열고 일부 정규 과목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고려대 학생이 아니어도 교양축제 주제인 ‘갈등의 시대, 평화와 상생’과 관련된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 15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평소 듣기 어려운 명예교수 특강도 마련된다. 15일 오후 6시 반에는 학생들이 시를 낭송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교양축제 시선가-낭송의 밤’이 열린다. 17일까지 계속되는 강의와 행사는 사전에 신청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인터넷()이나 전화(02-3290-1591∼3)로 문의해도 된다. 자세한 시간표는 고려대 기초교육원 홈페이지(ge.korea.ac.kr)에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10,000 대 5,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참석자 숫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에 1만 명이 모였다. 반대 측은 5000명이 모였다. 양쪽 모두 주최 측 추산이나 환영 인파가 반대쪽을 압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반대 측 단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강도 높은 행동을 예고했지만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경찰 대응도 평소와 달랐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차벽이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회 현장에 경찰 차벽이 설치된 건 처음이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와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주변 등에 195개 중대 1만5600명과 경호인력 6300여 명 등 모두 2만1900여 명을 배치했다. ○ 차벽과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는 당초 경찰 계획에 없었다. 그 대신 광화문광장 도로 양편으로 철제 펜스가 이중으로 설치됐다. 다행히 오전에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 도착하기 전인 오전 11시경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부위원장은 “트럼프가 온다고 황제 대관식이라도 하듯 붉은 카펫을 깔고, 반대 목소리는 얼씬 못 하게 만드는 게 촛불 명령이었나”라며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동시에 비판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사드 반대’ 단체들도 경찰에 가로막히자 “촛불 민심을 왜 막느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오후 1시 15분 민중당 등 일부 시위대가 광화문광장으로 진입하겠다며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경호구역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돌아서 들어가라”는 경찰의 요청에 “그럼 여기서 집회를 하겠다”고 반발하며 광장 남단 세월호 농성장 앞에 주저앉았다. 이들은 주황색으로 ‘NO TRUMP’라고 쓴 작은 깃발을 품에서 꺼내 흔들며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광장 옆을 통과하기까지는 불과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급해진 경찰은 버스 23대를 동원해 광화문광장 중앙부터 남단까지 ‘ㄷ’자로 에워쌌다. 공동행동 측은 “차벽을 세운 문재인 정부는 이제 촛불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방문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호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설치한 것이다. 집회는 정해진 장소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10분경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광화문광장을 지나자 공동행동 등 ‘반트럼프’ 단체들은 “게 섰거라 트럼프” “트럼프는 꺼져라” 등 고성을 질렀다. 오후 7시부터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에서는 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막자”는 발언이 쏟아졌다. 경찰은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을 향해 시위대가 날계란 등을 투척할 것에 대비해 그물망을 든 채 이들을 제지했다. 오후 10시 30분경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에 시위대가 몰린 것을 의식한 듯 반대편 미대사관 쪽 도로를 통해 광화문광장을 빠져나갔다.○ ‘No 트럼프’ vs ‘Yes 트럼프’ 이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환영 측 시위대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흔들며 열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내부에서 손을 흔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행렬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경찰이 막아서 볼 수가 없다”며 항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그랜드하얏트호텔에도 250여 명이 모여 “위 러브 트럼프”를 외쳤다.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을 사이로 찬반 시위대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반대 측 시위대가 “노 트럼프”라고 외치면 찬성 쪽에선 “예스 트럼프”라고 맞받아쳤다. “전쟁 위협 트럼프 물러가라”는 반대 측의 구호가 나왔을 땐 찬성 측에서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평택시민행동 회원들이 찬성 측과의 충돌을 우려해 거리 행진을 취소하기도 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김배중 / 평택=김동혁 기자}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7, 8일)을 앞두고 이르면 5일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한다. 3일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대북 제재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독자 제재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북 독자 제재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발표하는 것은 양국의 대북 공조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트럼프 방한 맞춰 정부 대북 독자 제재 발표 청와대는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독자 제재의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 핵심은 북한의 금융기관과 금융인 제재다. 미국이 9월 26일 지정한 제재 대상 중 3분의 2가량을 우리만의 제재 대상에 올려 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시 조선중앙은행과 조선무역은행 등 북한의 금융기관 10곳과 이들 은행의 국외지점장 등 북한인 26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최근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흥진호 사건과 관련해 해운·선박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정부의 독자 제재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더라도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발표 시점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으로 잡은 것은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문 대통령의 대북 원칙을 재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첨단 무기 도입 등 우리 군의 독자적 대북 억제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합의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 文 “중국과의 관계도 돈독히 할 것” 청와대와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조율하면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7일 첫 일정으로 청와대가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상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소개한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마지막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다. 7일에는 두 정상이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일정도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에 대해 연설한다. 문 대통령은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메시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해졌다.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고려한 메시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10,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 靑, 반미 집회 속 경호 총력 미국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의 국빈 방문인 만큼 청와대는 의전과 경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빈 예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면 2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케이팝 콘서트 등의 공연과 함께 하는 국빈 만찬이 열린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에 서울 도심에서는 100건이 넘는 반미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경찰과 청와대는 경호를 위해 7일 새벽부터 청와대 앞길 등을 통제할 예정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최지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7, 8일 이틀 동안 서울 도심에서 100건이 넘는 반미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7, 8일 서울 도심에 트럼프 대통령 관련 집회가 총 109건 신고 됐다고 3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동선에 맞춰 청와대 인근과 광화문에 76건, 국회 25건, 국립현충원과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숙소 인근에도 각각 4건이 신고 됐다. 경찰은 이 중 청와대 인근 집회 2건을 금지 통고했다. 또, 청와대 인근 집회 26건에 대해서는 행진을 제한했고, 트럼프 대통령 숙소와 현충원 인근 집회도 각 1건씩 제한 통고했다. 집회는 대부분 반미 성향 단체들이 신청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이 연합해 만든 ‘NO트럼프 공동행동’ 규모가 가장 크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이틀을 ‘전국집중 24시간’으로 선포하고 청와대와 국회, 트럼프 대통령 숙소를 오가며 규탄 집회를 벌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집중 집회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기습 농성을 벌인 청년 25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영등포경찰서 등은 3일 오후 12시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트럼프 방한 반대’ 구호를 외치며 해산에 불응한 청년 2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중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3일 앞둔 주말엔 도심에서 반미·친미 집회가 모두 열린다. ‘NO트럼프 공동행동’은 4일 오후 4시에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집회가 끝난 후엔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한다. 태극기행동본부는 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대회’를 열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대한애국당도 같은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념 한미 동맹 강화 및 박근혜 전 대통령 정치투쟁 지지 태극기 집회’를 연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경력을 대비시킬 예정이다.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28일 서울에서 열렸다. 1년 전 첫 집회 때와 달리 다양한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그때처럼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집회는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국회 일대 두 곳에 나뉘어 열렸다. 광화문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가 주최한 ‘촛불은 계속된다’ 집회가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개헌’ 등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의견 사이로 ‘성폭행범 공소시효를 늘려 달라’ 같은 요구도 나왔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광화문광장에는 약 6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단일 집회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정치인도 참석했다. 같은 시간,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는 ‘촛불파티 2017’이 열렸다. 주최 측 추산 7000여 명이 모였다. 광화문광장과 마찬가지로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당사 방향으로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체조 리듬에 맞춘 ‘다스 체조’ 등 각종 패러디를 선보이며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요구했다. 촛불집회가 둘로 쪼개져 열린 이유는 퇴진행동의 ‘청와대 행진’ 계획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진보단체 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퇴진행동 측은 1년 전 모습을 재현하는 데 무게를 뒀다. 반대 측은 전 정부 인사들이 청와대에 없으니 행진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퇴진행동 측은 “공식 행진은 없다”며 논란을 진화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 2500명은 광화문 집회가 끝난 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청와대 행진과 반미 구호 등은 촛불 1주년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광화문광장 대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7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지만 광화문과 여의도 모두 이렇다 할 불법 행위는 없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과 서울역 등지에서 친박(친박근혜) 단체가 주최한 태극기 집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김예윤 yeah@donga.com·최지선·김배중 기자}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42)의 부친 윤모 씨(68)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허모 씨(41)가 27일 범행을 시인했다. 허 씨는 경찰에서 “부동산 업무 때문에 양평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허 씨의 채무관계 등 금융거래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경기 양평경찰서와 허 씨 지인 등에 따르면 허 씨는 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허 씨가 얼마 전까지 일했던 한 건물관리회사 관계자는 “월급 없이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만 지급하는데 허 씨는 실적이 없어 수입이 거의 없었다. 경쟁적인 환경에 적응을 못해 3개월 만에 사실상 정리해고됐다”고 말했다. 올 4월까지 허 씨와 같은 부동산업체에서 일했던 동료는 “허 씨가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최근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계속 연락을 주고받다가 추석 이후 전화를 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허 씨 가족은 얼마 전 ‘허 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허 씨 위치가 파악돼 종결처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허 씨가 윤 씨의 금품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 씨는 범행 2시간쯤 전인 25일 오후 5시 10분경 윤 씨 집 주변에 나타났다. 범행 대상인 윤 씨를 미리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허 씨가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범행 일주일 전부터 지우는 등 범행 전 행적을 감추려 한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윤 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예리한 흉기에 의한 경동맥 손상 등 다발성 자창이 사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허 씨가 사용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횟집에서 가져온 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시기와 장소는 말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허 씨와 피해자 측 모두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허 씨가 다른 경로로 피해자 정보를 알았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윤 사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50)를 조사할 계획이다. 허 씨는 “주차 시비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밝힌 뒤 자세한 내용을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 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오후까지 남편과 함께 있었는데 주차 시비가 난 적이 없었다”며 “이 마을에 10년 살면서 한 번도 주차 문제로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 씨의 집은 고급 전원주택 40여 채가 모여 있는 언덕 꼭대기에 있다. 윤 씨의 집 바로 옆에는 전원주택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라 대형 공사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특히 신축 주택의 위치가 숨진 윤 씨의 집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다. 하지만 윤 씨와 별다른 마찰을 빚지는 않았다는 게 이웃의 설명이다. 한 주민은 “윤 씨가 주민들에게 늘 친절해 원한을 살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양평=최지선 aurinko@donga.com·남경현 / 이지훈 기자}

국제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프로게이머 송병구 씨(29·사진)가 인공지능(AI)과 대결한다. 종목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스타크래프트’다. 26일 세종대에 따르면 31일 오후 1시 서울 세종대 학생회관에서 ‘인간 vs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열린다. 송 씨는 ‘인간 대표’로 출전한다. 김경중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스타크래프트 AI ‘MJ봇’ 등과 대결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스타크래프트 인기가 가장 높았고 프로게이머 수준도 최상위권이다. 송 씨도 2007년 게임계의 올림픽인 월드사이버게임스(WCG) 스타크래프트 부문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프로게임단 삼성전자 칸의 에이스로도 활동했다. 인간과 AI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은 해외에서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종주국’인 한국에서 한국인 프로게이머와 AI가 대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사이버대 졸업생인 송 씨는 ‘MJ봇’ 외에 호주 ‘ZZZK’, 노르웨이 ‘TSCMO’ 등 외국 AI와도 맞붙는다. 송 씨는 ‘프로토스’(게임에 등장하는 종족 이름)를 사용한다. 호주 ZZZK는 ‘저그’, 한국 MJ봇은 ‘테란’으로 맞서고 노르웨이 TSCMO는 현장에서 무작위로 한 종족을 선택한다.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가 겨룬 바둑 경기는 번갈아 가며 돌을 놓는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동시에 여러 선택사항이 있어 경우의 수가 훨씬 많고 속도가 빠르다. 김 교수는 “AI가 유닛을 조작하는 속도를 인간이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인간은 여러 유닛을 한 부대로 지정해 운용할 수 있는 반면 AI는 부대 지정이 불가능한 게 약점”이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뇌물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 38주기 추도식이 26일 열렸다. 다음 달 14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을 맞는 날이다.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은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친박(친박근혜)계 집회를 방불케 했다. 추도식장 입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주장에 서명을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석방’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추도식에는 조원진 공동대표를 비롯한 대한애국당 소속 500여 명 등 22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둘째 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3)은 추도사에서 “정당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 죄형법정주의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앞으로 역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맹자 고자장구하(告子章句下) 얘기를 형님께 해주셨을 것 같다”고 했다. 맹자 ‘고자’ 편에 나오는 ‘하늘이 큰일을 맡기려고 할 때는 반드시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육체를 힘들게 하여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는 구절에 박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빗댄 것이다. 추도사를 마치자 “박근혜 대통령님 만세”라고 여기저기서 외쳤다.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 배지를 단 60대 여성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켜주실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보다 추도식을 찾은 자유한국당 등 옛 여권 정치인은 적었다. 현역 의원 중에는 대한애국당 조 공동대표,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만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자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출당을 권고한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봉변을 당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류 위원장이 추모식장 지정석에 앉자 추모객 10여 명이 주위에 몰려왔다. 이들은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다. 네가 박근혜를 죽였다. 집으로 꺼져라”라고 고함쳤다. 류 위원장은 사복 경찰관 등의 보호를 받으며 쫓기듯 자리를 떴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시련’을 겪었다. 추도식 후 헌화를 할 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놓인 조화를 본 일부 추모객이 “저 조화 치워”라고 소리치자 현충원 측이 묘역 옆으로 옮겨 놓았다.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 땅에 놓았다. 현충원 측은 “추모객이 훼손할까 봐 조화 위치를 잠시 바꿨다”고 해명했다. 이날 추도식은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 구미와 일제강점기에 교사로 일한 경북 문경에서도 열렸다.최지선 aurinko@donga.com·황성호 기자}

“변한 게 없네요.” 23일 경기 고양시의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서 만난 주부 이모 씨(34)가 불쾌한 듯 말했다. 이 씨의 시선은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반려견과 주인을 향해 있었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이날 반려견 대부분은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 쇼핑객이 많았다. 이 씨는 “목줄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라며 “개가 아이한테 가까이 다가와 깜짝 놀랐는데, 정작 주인은 ‘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바라만 봤다”고 말했다. 평일 낮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중년 남성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안고 있던 갈색 푸들 한 마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목줄은 풀어져 있었다. 푸들은 곧바로 근처 반려견 출입금지 매장으로 달려갔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지만 매장에 따라 출입을 제한한 곳도 있다. 푸들이 들어가자 매장에 있던 손님들은 “당장 데리고 나가라”며 개 주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반려견을 데리고 온 황모 씨(58)는 간이판매대에서 옷을 고르다 잠시 바닥에 목줄을 내려놓았다. 개가 목줄을 끌고 돌아다니자 곧바로 이곳저곳에서 “목줄 잡아라”는 외침이 들렸다.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가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의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뒤 사망한 사건 후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곳곳에서 일반인과 개 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주부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카페에는 “쇼핑몰 복도에서 ‘영역 표시’를 하는 모습을 봤다” “끈을 짧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개 주인으로부터 ‘레이저 눈빛’을 받았다” 등 일부 개 주인의 안일한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주부 윤모 씨(36)는 사건 이후 외출 때 아들에게 두꺼운 양말을 신게 한다. 공원 등지에서 만나는 반려견이 아들에게 다가와 발을 핥는 경우가 많아서다. 윤 씨는 “지금껏 물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지켜만 봤는데 사건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개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과 그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신고를 하려면 개 주인의 이름 등 인적사항도 파악해야 한다. 이웃이 아닌 경우 정보를 알기 어렵다. 벌써부터 유명무실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고포상금제 시행에 앞서 반려견 인식표 부착이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식표에는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동물등록번호 등이 명시돼 있다. 이형석 우송대 동물보호학과 교수는 “인식표가 없으면 주인을 알기 어렵다”며 “지금도 인식표 미부착 시 주인에게 과태료 20만 원을 부과하지만 이 역시 단속이 안 돼 지키지 않는 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개파라치 제도가 정착하려면 주인을 쉽게 특정할 수 있도록 외출 시 반드시 인식표를 부착하도록 해야 한다”며 “동물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려견 관련 교육 및 홍보를 확대해 인식표 부착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양=신규진 newjin@donga.com / 최지선·김예윤 기자}
휴가 나온 군인 박모 씨(23)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3층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화장실 좌변기 칸 위에서 휴대전화 불빛이 번쩍한 것. 순간 박 씨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남성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는 소문을 떠올렸다. 박 씨는 “화장실에 몰카범이 있는 것 같다”며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좌변기 위로 올라가 옆 칸을 살폈다. 40대 남성 A 씨가 손을 위로 뻗어 다른 칸 변기 쪽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를 비추고 있었다. 경찰이 문을 두드리자 사색이 돼 나온 A 씨 휴대전화에는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 있는 다른 남성들 사진이 여러 장 저장돼있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남성 사진을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A 씨를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동서울터미널 2, 3층 남자화장실이 동성애자들의 성적 일탈 창구이자 이를 찍은 몰카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고 있다는 소문의 실체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최근 SNS 텀블러 한 블로그에는 비교적 인적이 드문 이곳 2, 3층 남자화장실에서 찍었다는 몰카 영상이 잇달아 게시되며 ‘터미널 남자화장실 몰카 주의보’가 퍼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뒀다가 나중에 보려고 몰래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A 씨 휴대전화를 압수해 이전에도 몰카를 찍었는지,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한 적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디지털 도어록을 물어뜯고 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의 한 반려견 훈련소. 자신의 반려견 ‘망고’를 만난 김모 씨(38)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4개월 전 상황을 설명했다. 망고는 몸무게 약 50kg인 대형견 ‘카네코르소’. 이탈리아 원산으로 대표적인 사냥견 중 하나다. 망고는 문을 부수고 나간 후 이웃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상처를 입혀 훈련소에 들어왔다. 사냥견이나 경비견은 반려견이 돼도 특유의 공격성 때문에 낯선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있다. 주인들은 예상치 못한 돌발행위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사고 수습보다 예방이 중요 32개월 된 망고는 김 씨의 눈에 ‘아기’였다. 하지만 망고는 김 씨가 잠시 외출한 사이 도어록을 물어뜯고 나가 사고를 쳤다. 피해 할머니는 2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를 내고 이사를 가겠다고 했지만 합의가 안 됐다. 김 씨가 “개를 훈련시설로 보내겠다”고 약속하고서야 마무리됐다. 망고는 훈련소 입소 후 산책 훈련, 경계심을 낮추는 훈련, 입마개에 익숙해지는 훈련 등을 받았다. 김 씨는 “(사람을 물까 봐) 불안했지만 망고가 입마개를 싫어할 것 같아 안 했다. 내가 현명했으면 사고도, 도망치듯 이사 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의 개들은 망고처럼 사고 전력이 있는 ‘문제견’이다. 사람을 물어 주인이 재판에 넘어갈 뻔한 개도 있다. 하지만 “내 개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사고 전에 훈련소를 찾은 주인은 드물다. 윤재하 리더스독 훈련소장(36)은 “한번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개는 또 사람을 물 가능성이 높다. 여기 개들도 대부분 한 번 이상 사람을 물었다”고 말했다. 소형견도 안심하면 안 된다. 경기 고양시의 한 반려견 훈련소에는 약 20마리가 문제 행동을 고치기 위해 들어와 있다. 이 중 80%가 몰티즈 같은 소형견이다. 훈련사는 “소형견일수록 오히려 주인이 잘못 가르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개월에 걸친 훈련 막바지에는 개 주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자신의 개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 주인은 “바쁘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다. 윤 소장은 “산책 중 타인을 향해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면 행동 교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꼭 훈련소를 올 필요는 없지만 집에서라도 반드시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파라치’ 뜨면 사고 줄어들까 ‘펫테러’를 일으킨 반려견은 평소 무는 행동을 주인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한일관 대표의 정강이를 문 프렌치불도그의 주인인 가수 겸 배우 최시원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홍보단에서 의무경찰 복무 당시 개에게 얼굴을 물려 한 달가량 홍보단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윤 소장은 “문제의 개는 승강기가 열리자마자 달려들었다. 이전에도 공격적 성향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5종 맹견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또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반려견과 개 주인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개파라치’ 제도도 내년 3월 도입된다. 개 주인이 부과해야 하는 과태료의 4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우송대 애완동물학부 이형석 교수는 “사람을 무는 개의 행동은 일종의 범죄인 교화처럼 전문가로부터 교정을 받아야 한다. 과태료 부과와 함께 교정 교육 이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포=김단비 kubee08@donga.com / 고양=김예윤 / 최지선 기자}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사건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달 초 경기 시흥에선 진돗개가 집 거실에서 주인의 한 살배기 딸을 물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전남 무안군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선 60대 남성이 개 주인에게 “왜 목줄을 채우지 않느냐”고 나무라다 개 주인에게 밀려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 급기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목줄이 없는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유명 음식점 ‘한일관’ 대표가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에게 직접 물린 사건은 1019건. 올 1∼8월엔 이보다 많은 1046건이 발생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지만 ‘펫티켓’(애완동물·펫+에티켓·반려동물을 키울 때 필요한 예절)이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안이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 몸무게가 10kg쯤 되는 프렌치불도그가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쑥 들어온 건 지난달 30일 오전 9시경이었다. 유명 음식점 ‘한일관’ 주인 김모 씨(53·여)가 해외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아들과 1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같은 아파트 11층에 사는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 어머니는 엘리베이터 하강 버튼을 누르고는 깜박 두고 온 휴대전화를 가지러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사건은 최 씨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어놓고 집에 들어간 직후 11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벌어졌다. 최 씨 집에 있던 불도그가 문틈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로 순식간에 들어갔다. 목줄을 매지 않은 불도그는 당황한 김 씨가 몸을 돌리자 달려들어 왼쪽 종아리를 물었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불도그가 김 씨를 물고, 황급히 뒤따라 온 최 씨 어머니에게 끌려 나가기까지 단 4초가 걸렸다.○ 물린 지 엿새 뒤 갑자기 악화 김 씨는 사고 직후 14층 집으로 올라왔다. 개 이빨이 바지를 뚫고 들어와 피가 났다. 김 씨는 상처를 소독한 뒤 바지를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형부와 약속을 해놓은 터였다. 서울 백병원 교수인 형부는 본보 기자에게 “그날 처제가 개에 물렸다기에 응급실에서 치료받으라고 했다”며 “상처가 꽤 깊어 피가 흐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개에게 물린 지 한두 시간 뒤인 이날 오전 백병원에서 파상풍과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병원 측 확인 결과 이 불도그는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은 상태였다. 김 씨는 이틀 뒤인 이달 2일 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 측은 “상처가 깨끗하고 상태가 좋다”며 소독 후 항생제 연고 처방만 했다. 이때만 해도 김 씨는 치명적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사흘 뒤인 5일, 추석 연휴에도 식당에 나온 김 씨는 “몸이 으슬으슬한 게 좋지 않다”며 조퇴했다. 심상치 않다고 느낀 김 씨는 6일 오전 8시 15분경 백병원 응급실에 갔다. 김 씨는 X선 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는 2∼3시간 동안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김 씨 측은 “호흡이 곤란해지고 기침할 때마다 피가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의식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정오경 중환자실로 실려 간 김 씨는 불과 5시간 만인 오후 5시에 숨졌다. 백병원은 김 씨 혈액에서 다량의 균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급성 패혈증에 의한 쇼크사로 판정했다.○ 최 씨 가족, 사건 뒤에도 목줄 없이 개 산책 최 씨 측은 21일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한다. 유족들에게 사죄드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최 씨 측의 반려견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가 개에게 물린 지 닷새 만인 5일 최 씨 가족 인스타그램에는 목줄을 하지 않은 불도그가 산책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3일에는 불도그 생일을 축하한다며 케이크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반성하지 않고 공공장소에 개를 풀어놨다는 비난이 일자 최 씨 측은 21일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불도그도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가족은 앞서 8월 26일 SNS에 불도그 사진과 함께 ‘사람을 물기 때문에 주 1회, 1시간씩 교육시킨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슈퍼주니어 멤버인 이특 씨도 이 개에게 물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씨 가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김 씨 유족은 최 씨 가족에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족은 같은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며 알고 지낸 이웃이다. 유족 측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송으로 회복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최 씨 가족이 김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김예윤 기자}

“찾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매번 없다고 하려니 민망하네요.”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우이신설선의 한 전철역에서 만난 역사 관계자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급성 심정지 때 응급조치에 쓰이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지난달 초 개통한 이곳에는 소화전 6개, 구호용품보관함 3개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AED는 한 개도 없다. 우이신설선 역사에 AED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건 아니다. 대합실 연면적 2000m² 이상, 하루 평균 이용자 1만 명 이상이라는 의무 설치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우이신설선 이용자 중 30%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다. 승객 최모 씨(72)는 “사람이 규정에 맞춰서 장소를 골라 쓰러지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걱정했다. 우이신설경전철 관계자는 “구청이 AED를 확보했지만 비치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예술의전당 사장을 지낸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63)가 17일 연주회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사연()이 알려지면서 ‘AE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발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해 김 교수를 살린 내과 전문의 김진용 씨(49·한국노바티스 전무)는 “흉부 압박만으로는 부족하다. AED가 있어야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 당시 직원들이 AED 위치를 잘 알고 있어서 빠른 조치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게 온 기적이 우리 주위에서도 항상 일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19일 본보 취재진이 수도권의 주요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대형마트 등을 확인한 결과 기대가 현실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AED의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는 1300채가 넘어 의무 설치(500채 이상) 대상이다. 하지만 아파트 입구 주민센터에 고작 1대만 설치됐다. 단지 내 가장 구석진 동에서 정문까지 걸어서 20분이나 걸려 긴급 상황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신분당선 강남역의 경우 AED가 지하 2층의 한 귀퉁이에 설치돼 있었다. 한 층 아래인 승강장에서 AED 설치 장소까지 뛰어가도 3분이 걸렸다. 심정지 후 4분이 지나도록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뇌 손상이 시작된다. 승강장 주변에서 사고가 생길 경우 ‘골든타임’ 4분을 지키기가 어려워 보였다. AED가 설치돼 있어도 눈에 잘 띄지 않거나 AED 위치 안내도 부실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는 입구 안내 데스크 주변에 AED가 설치되어 있지만 주변에 박스가 수북이 쌓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마트 직원들도 AED의 위치에 대해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아 작동 여부가 불분명해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하철 2호선 교대역의 AED는 환자의 가슴에 붙이는 패드가 상자 밖으로 삐져나온 채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AED 찾기 서비스도 정확도가 낮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의 경우 센터 홈페이지에서는 총 8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1대도 없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리업체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업데이트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급성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2만9832명이다. 이 가운데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뇌 기능을 회복한 비율은 4.2%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회생 비율은 7∼9%다. 황성오 연세대 교수(응급의학)는 “AED 공공장소 설치 기준을 ‘빠른 걸음으로 2분 이내’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심정지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를 파악해 추가로 비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자동심장충격기 또는 자동제세동기로 불린다. 순간적인 전류충격으로 심장의 세동(細動), 즉 잔떨림을 제거하는 기계다. 심장마비는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하고 가늘게 떨고 있는 상태다. 이때 AED로 강한 전류를 흘려 심장을 완전히 멈추게 한 뒤 다시 정상 박동을 찾게 한다. 제세동기라는 이름이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2015년부터 심장충격기로 많이 불린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권기범 기자}
KBS 추적60분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 씨(39)가 19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오후 2시 변호인과 함께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씨가 스스로 모발 및 소변 검사와 유전자(DNA) 채취를 요청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적60분은 7월 방송된 ‘검찰과 권력―검사와 대통령의 아들’에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사위의 마약 투약에 이 씨가 연루돼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지난달 검찰에 추적60분 제작진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씨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과 고영태 씨(41·구속)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박 전 과장은 추적60분의 방송 직후 ‘과거 고 씨에게 이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들었다’는 취지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18일 낮 12시 36분경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한 건물 1층으로 장모 씨(57·여)가 몰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돌진해 6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명은 허리 골절 등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5명은 경상을 입었다. 차량은 건물 출입문 유리창 2개를 부수며 안으로 들어간 뒤 멈췄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박모 씨(45)는 “우당탕 하는 굉음에 오른쪽을 돌아보니 차가 건물 1층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기름 냄새가 나고 사람들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려 크게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사고로 1층에 있던 의류매장 간판과 편의점 비품 등이 부서졌고 차량 범퍼가 파손됐다. 경찰은 운전 미숙 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운전자 장 씨는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오던 중 차 뒷바퀴가 턱에 걸려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차가 앞으로 세게 나갔다”며 “좌측으로 핸들을 틀었는데 차가 인도로 들어가 건물 안으로 돌진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 측정 결과 음주상태는 아니었다”며 “추가적으로 조사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는 29년째 ‘달리지 못하는’ 버스가 있다. 공원 백제학연구소 야외 창고 한편에 먼지가 잔뜩 앉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다. 눈비를 맞아 차체는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고 앞바퀴에는 거미줄이 생겼다. 연구소에서 쓰는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 30여 개와 같이 뒹군다. 청소용 대걸레는 차에 기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말벌이 벌집을 짓는 바람에 소방관이 출동해 떼어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특별 제작한 ‘88콤비버스’다. 올림픽 이후 관련 단체가 외면해 쓰임새 없이 방치된 88콤비버스가 폐차 위기에 놓였다. 88콤비버스는 한때 ‘한국 스포츠의 오랜 벗’이라 불린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위해 특별 제작됐다. 사마란치 전 위원장은 1981년 IOC 84차 총회에서 88 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쎄울, 꼬레아!”를 외친 세계 스포츠계 거물이었다.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인상 깊은 축사를 남겨 한국인 뇌리에 남아 있기도 하다. 당시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사마란치 위원장이 국내외 귀빈들과 함께 타고 이동하도록 25인승 버스를 6인승으로 개조했다. 버스 제작사인 아세아자동차가 개조를 맡았다. 버스 좌석은 사무실용 고급 소파를 둥글게 배치해 사마란치 위원장과 내빈들이 서로 마주 보며 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앞 유리 위에 오륜기와 파랑 빨강 노랑으로 이뤄진 서울 올림픽 엠블럼을 그려 넣었다. 옆면에는 ‘GAMES OF THE ⅩⅩⅣTH OLYMPIAD SEOUL 1988’(제24회 서울 올림픽)이 굵게 적혀 있다. 88콤비버스는 올림픽이 끝난 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올림픽공원에 있던 올림픽미술관에 기증해 전시했다. 사마란치 위원장과 여러 국제경기연맹 회장 등이 서울과 지방을 돌며 탄 차량이라는 의미가 있어 보존할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003년 올림픽미술관이 소마미술관으로 바뀌어 이전하고 그 자리에 한성백제박물관이 생기면서 88콤비버스는 애물단지가 됐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소마미술관에도, 백제 유물을 전시하는 한성백제박물관에도 ‘설 자리’가 없었다. 88콤비버스는 2003년 이후 훼손 상태가 심해질 때마다 간단한 보수만 하면서 방치됐다. 한성백제박물관 측은 더 이상 보관이 어렵다며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버스를 처분해 달라고 10일 공문을 보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버스가 기념물 목록에 없어 소유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공단 소유로 확인돼도 전시 공간이 마땅치 않으면 폐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우리나라는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세계 4대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스포츠 선진국인데 스포츠 유산 보존에는 미흡하다”며 “88콤비버스같이 의미 있는 유산은 지금부터라도 후세를 위해 잘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은 법원이 자신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큰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기한이 연장된 당일인 13일 저녁 서울구치소 상담 담당 직원과의 면담에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가 안 돼 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며 법원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튿날인 14일에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며 담당 교도관에게 “괜찮다.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속 연장 대응책 고심하는 朴 박 전 대통령 측은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은 채 조용한 주말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의 변론을 주도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55)는 추가 구속영장 발부 이튿날인 14일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이처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구속 기한 연장에 반발하는 일이 재판부를 불필요하게 자극할까 우려하는 까닭이다.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에서 재판부 눈 밖에 나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 16일 오전 공판 시작 전에 박 전 대통령과 의논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점으로 볼 때 향후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재판 도중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지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실형을 선고할 만한 사건이 아닌데 구속기한을 연장했다가는 피고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일선 법원 판사는 “이번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풀어줬다가 나중에 실형을 선고하고 다시 법정구속을 하는 일도 큰 부담”이라며 “재판부도 그런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보석 신청을 하는 길이 남아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 발부 이유로 ‘증거인멸 우려’를 든 만큼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늘어난 만큼 당분간 주 3, 4회씩 재판을 열며 강행군을 이어갈 방침이다. 19, 20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친박 단체, 도심 곳곳서 집회 친박(친박근혜) 성향 보수단체 회원 등 6000여 명은 박 전 대통령 추가 구속영장 발부 직후인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와 중구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법원을 비난하는 시위를 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명 총연합’ 회원 100여 명도 같은 날 법원 인근 서울 서초구 정곡빌딩 앞에서 강남역 사이 구간을 왕복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추가 구속 결정은 인권 유린”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일부 집회 참석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헌정 유린을 하고 있다”며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한애국당 등 ‘친박(친박근혜)’ 성향 단체 회원 2000여 명이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구속 연장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앞 3개 차로를 메운 채 “구속 연장 절대 불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태블릿PC 진짜 사용자 양심선언!’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흔들었다. 앞서 8일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에 대해 박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근무했던 신혜원 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박 전 대통령의 카카오톡 계정 관리를 한 태블릿PC”라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법원과 강남역 사이를 왕복하는 가두 행진을 벌인 뒤 해산했다. 박 전 대통령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구속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 연장 여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존의) 구속영장과 다른 공소 사실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권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연장하라, 마라를 국감에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고만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최지선 기자}

매일 오전 5시 반 서울 강남구 ‘워시마스터’ 사무실 앞 주차장에서 세차용품을 실은 트럭이 시동을 건다. 운전자는 안진수 대표(57)다. 안 대표는 동료 3명을 차례로 태우고 강남구를 여기저기 누비며 자동차 광을 낸다. 자동차 한 대당 세차 시간은 15분 남짓. 대부분 물세차가 금지된 실내 주차장에선 물 한 방울 흘려서도 안 된다. 왁스 섞은 물을 헝겊에 묻혀 앞 유리부터 뒤꽁무니까지 차량 앞뒤로 바쁘게 움직이면 땀이 물처럼 흐른다. 50여 대를 닦고 오후 3시경에야 늦은 점심을 먹는다. 지난달 개업한 출장세차 자활기업 워시마스터 강남점의 하루다. 워시마스터는 서울광역자활센터의 도움을 받는 자활기업네트워크다. 2015년 공유자동차 대여업체 ‘쏘카’가 서울광역자활센터에 이동세차 사업을 제안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9개 자활이동세차업체가 문을 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32명이 번듯한 직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들은 쏘카가 대여하는 차량 2000여 대의 세차를 도맡아 한다. 워시마스터 강남점에는 그중에서도 사연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구두닦이, 일용직을 전전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안 대표는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지난 10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딸만 셋인데 아이들 옷에 쥐가 오줌을 갈겨도 수도가 없어 빨래해 주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준영 씨(33)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프로 구단에 입단했지만 어깨 수술이 발목을 잡았다. 7년 만에 방출됐다. 상실감에 한동안 일을 할 수 없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수급자가 됐다. 박균식 씨(63)와 박종인 씨(63)는 아내와 이혼한 후 혼자 살면서 삶이 무너졌다. 열심히 살았지만 몸이 아파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들은 2014년 강남지역자활지원센터에서 만났다. 모두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강해 금세 친해졌다. 겨울에는 언 손을 녹여가며, 여름에는 탈수 증세를 막으려 소금을 먹어가며 세차를 배웠다. 지난달 개업하면서 네 사람은 명함도 맞췄다. 평사원 없이 모두 대표, 부장으로 간부급이다. 워시마스터 강남점 월 매출은 1000만 원. 네 사람은 수익 가운데 96만 원씩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공동으로 저금한다. 3년 뒤 자활센터에서 독립해 워시마스터 세차장을 차리기 위해서다. 수급자에서 벗어나 ‘주는 기쁨’을 누려보는 게 꿈이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 가정 아이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 스스로 제대로 된 여가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큰 때문이다. 땀에 전 작업복 차림으로 이들은 “꿈을 꼭 이루겠다”며 웃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16일 밤 12시로 1심 구속 기한(6개월)이 끝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이번 주에 결정된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필요한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하거나 검찰 조서 내용을 확인해야 할 사건 관련자 수가 300여 명에 달해 16일 이전에 심리를 마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 비협조하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도 불출석한 점 △재판 과정에서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3차례 불출석한 점 △다른 국정 농단 사건 재판에서 구인장이 발부됐는데도 증인 출석을 거부한 점 등을 이유로 추가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불구속 상태에서는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재판에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남은 중요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조작하거나 기존 진술을 뒤집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롯데와 SK 관련 혐의는 공소장에 이미 기재돼 있고 사실상 심리를 마친 상태”라며 “이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는 “(박 전 대통령은) 굶주린 사자들이 우글대는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피를 흘리며 군중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탄핵돼 이미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고 자신의 생명보다 중하게 여겨온 명예와 삶을 모두 잃었다”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침묵을 지켰다. 재판부는 심리를 마치며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이번 주 내에 법정 밖 혹은 법정에서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구속 기한 연장 여부를 다음 재판 기일인 13일 법정에서 알리거나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양측에 통보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부근에서는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등 친박(친박근혜) 성향 단체 회원과 대한애국당 당원 등 500여 명이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열리는 날 평소 100여 명이 모이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이들은 법원 주변에 ‘추가 구속 절대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행인들을 상대로 무죄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 서명을 받았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이날부터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법원 주변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