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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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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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사재기는 작가인생 모독” 황석영 이어 김연수씨도 절판 선언

    소설가 황석영(70)의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가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황석영은 의혹이 일자 본인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책의 절판에 이어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고, 해당 출판사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앞서 SBS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은 7일 방송에서 자음과모음이 펴낸 ‘여울물 소리’를 비롯해 김연수의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과 백영옥의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에 대한 조직적인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본보는 8일 입장을 듣기 위해 황석영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황석영의 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황석영 선생님이 출판사 사장에게 ‘사재기를 했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사장은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절대 안했다’고 부인했다. (선생님은) 사재기와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소송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황석영은 7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여울물 소리’는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책을 절판하고 출판사에 명예훼손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 배상과 민형사상 책임을 단호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소설가 김연수(43)는 “출판사가 사재기한 사실도 몰랐고, 제 책을 사재기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편집자에게 물었더니 사재기 사실을 인정했다. 제 책을 절판하고 (배포된 책은) 회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사재기 의혹이 확산되자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떠한 유형의 변명도 하지 않겠다.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에 다니던 황석영의 딸은 2개월 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3개월 안에 전문경영인을 선출해 타개책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강 대표가 서울 서교동 사옥 매각 방침까지 밝혀 당장 사무실 공간부터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출판사의 사재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사재기 감시기구인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는 자음과모음이 2011년 출간한 남인숙의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에 대해 ‘사재기 의심’ 결정을 내렸다(본보 2012년 8월 29일 A13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바탕으로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지만 출판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냈으나 올 2월 패소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재기 논란에 대해 베스트셀러 위주의 출판 시장 구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편법을 써 일단 순위에 올려놓으면 판매에 탄력이 붙는다. 사재기로 적발돼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되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사재기가 적발되면 더이상 출판업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며 “문제는 일부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출판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데 있다. 영화계의 영화진흥위원회처럼 공신력 있는 단체가 전국 판매량을 집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42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한국출판인회의는 8일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에 관련한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사재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처벌 조항이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 엄격히 강화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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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시인들을 위한 ‘집’을 지을겁니다”

    황학주 시인(59·사진)은 지난 20여 년간 아프리카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92년 케냐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대자연과 가난하지만 순박한 그곳 사람들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지인들과 뜻을 모아 2004년에는 봉사단체인 ‘피스프렌드’도 만들었다. 하지만 황 시인은 최근 ‘피스프렌드’를 탄자니아의 현지 봉사단체에 넘겼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최근 시 계간지 ‘발견’을 창간했다. 현지에서 유치원을 지으며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뛰어놀 공간을 마련해 주었던 그가 이제는 시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집’을 지은 것이다. “욕심이 생기면 더 어려워지니 더 늦기 전에 ‘피스프렌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했습니다. (계간지는) 저마다의 변방에서 홀로 시 쓰는 시인들이 운명적으로 감당해야 할 고독 옆에 미약하게나마 자리를 놓고 싶은 뜻이고요.” 창간호에는 황 시인과 신덕룡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숭원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최영철 시인의 좌담이 실렸다. 시인 장석원과 김이듬의 대화, 소설가 김인숙이 김선우 시인의 시를 읽고 쓴 글도 있다. 강은교 문인수 김경미 이경림 김태형 이수명 조연호 등 시인 16명의 신작 시를 수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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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호 고려대 교수 “정지용 3부작 완성… 훌륭한 시인 만나 행복했습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최동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5)가 ‘정지용 시집’을 처음 산 것은 1976년 겨울이었다. 월북 시인으로 낙인 찍힌 정지용(1902∼?)의 책은 당시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정지용은 6·25전쟁 때 납북돼 1953년 평양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1950년 9월 경기 동두천에서 미군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스물여덟 살의 국문학도는 서울 인사동 경문서림에서 어렵게 이 ‘불온서적’을 손에 넣었다. 그 시집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풀칠이 돼 붙어 있는 두 장을 가만히 물에 불려 펼쳐보니 시 ‘붉은 별’이 나왔다. “서정성 짙은 시였지만 ‘붉은’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되던 상황이니 누가 풀칠을 해놓은 것 같았다”며 최 교수는 웃었다. 정지용은 그렇게 조심스럽고 신비하게 최 교수에게 다가왔다. 서너 편만 쓰자던 논문은 어느새 15편이 됐고, 그 사이에 30여 년이 훌쩍 흘렀다. 최 교수가 정지용에 관해 평생 쓴 논문을 모은 ‘정지용 시와 비평의 고고학’(서정시학·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2003년 ‘정지용 사전’(고려대출판부)과 2008년 정지용 평전인 ‘그들의 문학과 생애, 정지용’(한길사)을 펴낸 그는 이번 논문집까지 내고 밝게 웃었다. “사전과 평전에 논문집까지 냈으니 ‘정지용 3부작’을 완성한 셈이지요. 정지용 같은 훌륭한 시인을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 교수는 정지용에 대한 문단의 비판을 반박하다가 논문 편수가 늘었다고 했다. “정지용을 보통 기교주의자라고 비판을 하는데, 잘못됐다고 봐요. 정지용의 기교 속에서는 깊은 정신적인 탐색과 우리 전통에 대한 해석이 있지요. 토속어로 한국어의 ‘말 맛’을 시적으로 펼치는 데는 그만한 시인이 없지요.” 이번 논문집에는 최 교수가 새로 발견한 사실도 담겨 있다. 휘문고등보통학교 시절 정지용이 1923년 1월 학교 문예부에서 발간한 ‘휘문’ 창간호에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의 연작시 ‘기탄잘리’ 중 9편을 번역 소개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최 교수는 8월 25년 동안 섰던 고려대 강단을 떠나 정년퇴임한다. ‘3부작’을 정년 전에 마쳐 후련하다고도 했다. “강단을 떠나면 제 고향인 수원 (팔달구) 남창동으로 돌아갈 겁니다. 가서 후배들에게 시 창작 강의도 하고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죠.”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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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골목길 돌고돌아 도망치는 가출 아들과 뒤쫓는 아버지…

    가출한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 아들은 황급히 도망가고 아버지는 행여 놓칠까 뜀박질을 한다. ‘기적소리조차 검은’ 서울역 근처 남영동 골목을 돌고 도는 부자의 필사적인 달리기 한판. 30여 년이 흐름 지금. 한 출판사 건물 안에 아버지는 2층에서, 아들은 3층에서 나란히 일한다. 그때 아버지가 아들을 잡지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달에 만나는 시’ 5월 추천작으로 김종해 시인(72·사진)의 ‘아버지와 아들’을 선정했다. 올해로 시력(詩歷) 50년을 맞은 시인이 지난달 펴낸 열 번째 시집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문학세계사)에 수록됐다.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시인이 추천에 참여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시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김종해 시인, 아들은 김요일 시인(48). 시인을 아버지로 둔 아들은 음악에 빠져 고교 1학년 때 DJ를 하며 독립을 선언한다. 한 달 만에 찾은 아들의 모습은 의외였지만 아버지는 “너무 삐뚤어진 모습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정마다 이제는 웃고 넘길 만한 아련한 추억들이 있을 터.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해보면 어떨까. 이건청 시인은 “체험과 정서와 정신이 면밀하게 결합돼 이뤄낸 곡진한 시편들을 싣고 있다. 긴장과 투시력으로 원숙, 혼융의 세계를 불러낸 시인의 노고가 느껍기 그지없다”며 추천했다. “생의 남은 날들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헌사가 될 것이다. 칠순 시인의 새 시집은 무엇보다도 죽음과 죽은 자들에 대한 회고가 담담하다. 이 담담함 속에 노경(老境)의 감회들이 녹아든다.” 장석주 시인의 추천평이다. 손택수 시인은 “시력 50년! 노을처럼 아름다운 음악도 없다. 그렇다면 이 노을은 저녁노을이 아니라 아침노을이라고 불러야 하리라”라고 했다. 김요일 시인은 김영승 시인의 시집 ‘흐린 날 미사일’(나남)을 추천하며 “인간이 겨우 견디며 서 있는 이 땅에서 ‘찬란하고 장엄하고 허무한/盲目的(맹목적) 生의 意志(의지)의 大전환’을 보여준다. 김영승 시인의 풍자와 사유는 김수영보다 깊고 마음의 결은 천상병보다 투명하다”고 평했다. 이원 시인은 오은 시인의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를 추천했다. “시단의 래퍼 오은이 더 펀펀(fun/pun)해진 사회학을 들고 돌아왔다. 고소한 오렌지 타입, 오은의 ‘쥐락펴락’ 랩은 역시 현실보다 한 수 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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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에서]작가 박범신이 이코노미석만 타는 이유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소설가 박범신(67·사진)이 생각났다. 올해 초 그의 논산 집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인근 소줏집에서 그가 불콰한 얼굴로 했던 얘기가 새삼 떠오른 것이다. 박범신은 몇 해 전부터 부인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작가인 본인은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 집을 지킨 아내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최근 부부의 행선지는 아내가 정한다고 했다. 중국 만리장성부터 미국 그랜드캐니언, 히말라야를 둘러봤고, 올 초에는 인도 타지마할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다 박범신은 문득 항공권 얘기를 꺼냈다. “나이 들고 이코노미(석)를 타고 다니려니 다리가 저리고 불편하다”는 얘기였다. 지금도 신간을 펴내면 수만 권은 너끈히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코노미’를 고집한다니. ‘여유도 있는 분이 왜 이코노미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그 답변이 의외였다. “자식이 갑자기 아파서 수술비가 몇 억이라도 나오면 내가 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런 일이 생겼는데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그 심정이 어떻겠어.” 그에게는 2남 1녀의 자녀가 있다. 모두 부모로부터 독립했고,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일흔이 다 돼 가는 소설가 눈에는 여전히 그 장성한 자식들이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아이로 보이는 것이다. 그는 3월 장편소설 ‘소금’을 펴냈다. 여기엔 가족에게 자신의 것을 다 내어주는 아버지가 나온다. 박범신 자신의 모습 같다. 다만 소설 속 아버지는 가출했지만 박범신을 비롯한 수많은 아버지들은 가정을 지켰다. 가족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부모 자식 간에 언젠간 비교적 공평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기본적인 윤리이지 싶어요. 부모가 자식을 낳아 키웠으니, 부모가 늙어서 움직이기 힘들면 자녀가 돌보는 게 윤리죠. 또 제가 젊었을 적에 작가랍시고 돌아다녔으니까, 이젠 아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거죠. 그런 게 공평한 것 같아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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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프로이트에게 담배란? 헤겔에게 세탁기는?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소문난 애연가였다. 하루에 적어도 스무 개비의 시가를 피웠다. 건강상의 이유로 그의 의사 친구는 금연 처방을 내렸지만, 결국 그는 금연 7주 만에 다시 시가를 물었다. 금단 현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담배의 해악을 잘 알고, 인간의 심리 연구에 평생을 바친 프로이트였지만 결국 흡연 욕구를 참지 못하고 구강암으로 세상을 떴다. ‘에피쿠로스와 병따개’ ‘헤겔과 세탁기’ ‘니체와 선글라스’ ‘사르트르와 가죽소파’ ‘헤겔과 세탁기’ 등 학자·작가 30명과 사물 30개를 연관시켜 그들의 삶을 되짚어본 철학 에세이다. 철학, 종교, 과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사유가 즐거워지는 책. 다만 사람과 사물의 결합이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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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한-일 풀빵의 명인’ 父子대결… 승자는?

    다음은 소개팅의 한 장면. 호텔 커피숍에 들어선 여자가 남루한 남자의 행색을 보고 한숨 먼저 쉰다. 하지만 남자의 한마디에 분위기는 반전된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아버님의 일을 잇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정도는 됩니다. 하하.” 여자는 갑자기 눈앞에 다이아몬드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참 검소하게 입으세요”라며 남자를 치켜세운 여자의 관심은 이제 기업체의 업종과 규모에 쏠린다. 여자가 조바심을 낼 때쯤 남자는 말한다. “아버지와 함께 풀빵을 굽는데요.” ‘한방’ 먹은 여자의 멍한 표정. 소설은 이렇게 첫 장면부터 웃긴다. 작가는 톡톡 튀는 대화와 상황을 깨는 반전 설정으로 독자를 키득키득 웃게 만든다. “철저히 재미있게 가보자고 썼다”는 작가의 말대로 작품 속에선 그늘을 찾기 어렵고, 시종일관 생기발랄하다. 사실 인물의 설정이나 상황은 그리 웃기지만은 않다. 붕어빵의 명인을 아버지로 둔 ‘나’는 고교 때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정도 성적이었지만 붕어빵이 좋아 대를 잇기로 한다. 하지만 군대에 가서 부적응하면서 ‘관심 사병’이 됐고, 결국 군대 생활 내내 붕어빵만 굽는 ‘보직’을 받는다. 지겹게 붕어빵을 구어 트라우마에 시달린 그는 붕어빵에 흥미를 잃고, 제대 후 일본 여행에서 우연히 문어를 넣은 일본식 풀빵인 다코야키 명인을 만난다. 소설은 단순하다. ‘나’가 다코야키 명인으로 나아가는 성장기를 그린 것. 소설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아버지가 끈질기게 “붕어빵의 세계로 복귀하라”고 설득하는 것, 그리고 ‘나’의 제자가 된 임용고시 준비생 현주와의 로맨스다. 또 도넛을 파는 과묵한 윤 씨, 덩치는 크지만 마음은 순박한 순대장수 박 씨 아저씨 같은 조연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보다 풍성한 맛을 보여준다. 가장 큰 매력은 소재 선택에서 빛난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과 다코야키를 파고들어 그 속에서 장인정신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다코야키를 굴리는 송곳을 다루기에 적합한 손은 무엇일까. “손가락이 길면서 손바닥이 너무 넓어서도 안 된다. 손바닥이 너무 넓으면 회전을 줄 때 손목에 조금씩 무리가 가고 다코야키를 오래 구울 수 없다.” 심지어 ‘나’는 손과 손목의 감각 발달을 위해 피아노 체르니 30번까지 연습한다. “붕어빵의 맛은 꼬리가 결정한다” “다코야키는 한 알 한 알 같으면서도 다른 맛을 내야 한다”는 풀빵 명인들의 얘기도 흥미롭다. 음식 만화의 신세계를 보여준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부풀어 오르던 기대감은 마지막에 살짝 김이 빠진다. 붕어빵의 명인인 아버지와 다코야키의 떠오르는 신예인 나와의 대결 장면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 예선만 있고 결승은 건너뛴 느낌이랄까. 문어 없는 다코야키, 팥 없는 붕어빵을 씹은 느낌처럼 허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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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시인 장진성 수기 ‘시를 품고 강을 넘다’, 英 랜덤하우스와 초판 10만부 출간계약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의 탈북 시인 장진성(42·사진)이 세계적인 출판사인 영국의 랜덤하우스와 출간계약을 했다. 이번에 계약을 한 책은 2011년 국내 출간됐던 탈북수기 ‘시를 품고 강을 넘다’. 랜덤하우스의 별도 브랜드인 라이더는 선인세 5만 파운드(약 8600만 원)를 지급하고, 영국에서만 초판 10만 부를 찍기로 했다.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초판 10만 부를 찍은 것과 어깨를 나란히한 것이다. 아울러 랜덤하우스는 ‘시를 품고 강을 넘다’의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판권을 사들였고, 이미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28개국에 판권을 재판매했다. 전 세계가 탈북 시인이 직접 쓴 수기를 읽게 되는 것이다. 2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북한 전문매체 ‘뉴포커스’ 사무실에서 만난 장 시인은 “처음에는 랜덤 출판사가 뭔지도 잘 몰랐다. 저명한 해외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나니 어리벙벙했다”며 웃었다. 장 시인은 뉴포커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영어 번역을 맡은 재영 교포 셜리 리 씨(24)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생활한 문인이 북한 얘기를 직접 문학적으로 쓴 작품을 찾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장 시인의 작품은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9월까지 영어 번역작업을 마친 뒤 2014년 5월 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출간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장 시인은 해외 출간을 위해 제목만 그대로 두고 원고를 대폭 손질했다. 1부 ‘독재자’에서는 노동당 통일선전부에서 일했던 작가가 털어놓는 북한의 현실을, 2부 ‘도망자’에서는 2004년 탈북 과정을 그린다. 3부 ‘연인’에서는 남한에 정착한 이후 얘기가 펼쳐진다. 장 시인은 9월부터 랜덤하우스의 홍보 계획에 따라 유럽을 순회하며 작가와의 대화 등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에서는 중동의 인권에는 관심을 갖지만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습니다. 인권 문제도 경제적 투자가치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책을 통해 해외 독자들을 만나서 북한의 비참한 인권 현실을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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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했지만 아픔도 많았던 만남… 이제 그분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올해로 소설가 김동리(1913∼1995)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김동리의 부인 소설가 서영은(70)은 고인과 관련한 각종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김동리가 떠난 지 18년, 그는 어떤 봄을 맞고 있을까.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영은의 집을 찾았다. 새벽에 내린 비로 정원에 있는 산목련이 하얀 잎을 우수수 떨어뜨린 날이었다. 둘의 신혼집이었던 이곳에는 김동리도 없고, 정겹게 키우던 다섯 마리의 개도 차례로 세상을 떴다. 삼면이 책으로 가득 찬 작업실 겸 서재에서 그와 찻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 고인과 관련된 각종 행사에 일절 참석 안해 서영은은 김동리가 떠난 뒤 신앙을 가졌다. 중학교와 대학 때 한 번씩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심한 방황과 혼란의 길을 걸었던 그가 뒤늦게 종교에 눈을 뜬 것이다. “젊었을 적 방황이나 아픔의 상처가 심해 가눌 길 없는 상태까지 갔지요. 그것의 극점이 김동리 선생이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10년이 넘는 연애 끝에 1987년 결혼했지만 김동리는 1990년 뇌중풍으로 쓰러졌고, 5년 뒤 세상을 떴다. “쓰러지시고 5년, 돌아가시고 10여 년 동안 그 만남을 통해 치러야 하는 것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가장 행복했던 관계가 김 선생님과의 관계였지만 아픔도 많았죠. 제게는 어떤 고치를 벗어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 2010년 펴냈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시냇가에 심은 나무·사진)를 최근 재출간했다. 그는 2008년 9월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여 일 동안 걷는 동안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개정판이 나온 것은 여행에세이로 소개됐던 책을 종교서적 전문 출판사에서 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순례길이라 말하는 그는 “이제 그(김동리)를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의미(김동리의 부인)는 이제 저한테 큰 뜻으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동리문학관도 다른 분들이 잘 운영하고 있어 이제 제가 부인이라는 이유로 어디 기웃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얼른 불러 주십사 하고 기도합니다. 저를 위한 기도로는 그것이 유일합니다.”○ “손소희 여사가 ‘그를 끝까지 사랑해 달라’고 말해.” 김동리는 생전에 세 번 결혼했다. 1939년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월계와 결혼했고, 1953년경 만난 소설가 손소희(1917∼1987)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손소희가 1987년 1월 세상을 뜨자, 그해 봄 김동리와 서영은은 서울 정릉 봉국사에서 친인척들만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린다. 당시 김동리는 74세, 서영은은 44세.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문단은 떠들썩했다. 문단 야사에는 손소희가 불륜 사실을 알고도 ‘새파란 후배’인 서영은에게 “김동리 선생을 잘 부탁한다”는 얘기를 남겼다는 말이 있다. “김 선생님과 한 3년쯤 사귀고 있을 때였어요. 제가 (출판사) 문학사상에 다닐 때였으니 1978년쯤 됐죠. 손 선생님이 (관계를) 아시고 저를 찾아왔어요. 퇴근하는데 집 앞에 어떤 차가 서 있고 기사가 나와서 저를 불러 차 안에 나란히 앉았는데, 손 선생님이 옆에 계셨죠.” 손소희가 꺼낸 말은 의외였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어떻게 하냐. 김 선생은 가엾고 불쌍한 사람이다. 네가 끝까지 사랑을 많이 해주어라.” 서영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머릿속에 35년 전 그 차 안, 그리고 김동리와의 결혼, 이별이 빠르게 스치는 듯했다. “저보다 어떤 의미에서 손 선생님이 김 선생님을 더 사랑하신 것 같아요. 비슷한 연배가 공유할 수 있는 삶의 궤적을 함께한 거죠. 저와는 30년 차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어요. 결혼하니까 이게 느껴졌어요.” 서영은에게 이제 남은 것은 종교와 글이다. 이달 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성서로 해석한 책을 펴낸다. 9월엔 케냐 투르카나로 20여 일간 취재를 겸한 봉사활동에 나선다고 했다. 28년간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뜬 임연심 선교사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서다. “임 선교사님이 자신의 얘기를 다룬 책을 제가 썼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두세 번 뵙기는 했지만 큰 인연은 없어서 그 얘기를 듣고 좀 놀랐지요. 하지만 제 앞에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바로잡습니다]소설가 김동리의 두 번째 부인 손소희 씨의 출생-사망 연도는 1917∼1987년이기에 바로잡습니다.}

    •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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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SF문학 개척자 한낙원을 다시 읽다

    ‘발사대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X-50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종판 오케이!” 용이가 소리쳤다. “원자 동력 상태 오케이, 산소 공급, 기압 상태 양호!” 철이가 맞받았다.’ 세계연방정부가 수립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라산 우주과학연구소의 특별 훈련생인 용이와 철이, 현옥이 우주선 X-50을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나가는 모험을 그린 과학소설 ‘잃어버린 소년’의 일부다.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우주선과 세계연방정부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1959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합신문에 연재됐던 소설로 무려 반세기 전 작품이다. 한국 과학소설의 개척자로 불리는 한낙원(1924∼2007·사진)의 대표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현대문학)이 최근 출간됐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그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선집으로 묶은 것은 처음이다. 장편으로는 ‘읽어버린 소년’을 비롯해 ‘별들 최후의 날’ ‘금성 탐험대’가 실렸고, 중단편으로는 ‘길 잃은 애톰’을 비롯해 5편이 담겨있다. 한낙원은 1950년대 말부터 ‘학원’ ‘학생과학’ ‘소년동아일보’ ‘새벗’ 등 어린이와 중고교생 신문이나 잡지에 과학소설을 연재했다. 평남 용강 출신으로 6·25전쟁 중 월남해 주한 유엔군 심리작전처 공보교육국 방송부장, 월간 ‘농민생활’ ‘동광(童光)’ 주간 등을 지내며 40여 년 동안 과학소설 60여 편을 발표했다. 작가는 전쟁 후 혼란기, 1960, 70년대 급속한 산업화시기에 일찌감치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우주를 향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과학소설 창작에 매진했다. “좋은 과학책을 읽으며 자라는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무척 안됐다 싶어서 오래전부터 과학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원이 없고 좁은 땅에 살면서 세계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로 무장하는 길밖에 없으니까요.”(‘길 잃은 애톰’의 저자 머리말에서·1980년) 선집을 엮은 김이구 문학평론가는 “기본적으로는 과학소설이지만 미스터리나 추리기법을 사용한 부분이 많아 지금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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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인 5명중 4명 “문학상 공정성 의문”

    “골고루 상을 주는 것 같아서 조금 지루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잔칫날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개그우먼 박미선은 2011년 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쇼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뒤 이런 소감을 남겨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이듬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좋은 취지로 얘기한 건데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박미선의 ‘의도하지 않았던 일침’이 내심 반가웠다. 상은 떡과는 다르다. 나눠 먹으면 그리 맛나지도, 흥겹지도 않다. 문단도 방송계와 비슷하다. 방송계는 연말에 몰아서 상을 준다. 하지만 문단은 사시사철 수상 시즌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12 문예연감’에 따르면 공식 집계된 문학상만 376개(2011년 기준)이다. 하루 한 명 이상의 문인이 상을 받는 셈이다. 때론 수상자가 돼 상을 받고, 때론 심사위원이 돼 상을 주는 문인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계간 ‘문학의오늘’이 ‘2013년 오늘, 한국의 문학상을 묻는다’라는 제목의 특집을 준비하며 문인 70명에게 문학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여름호에 게재될 설문조사 결과를 미리 입수해 소개한다. ‘한국의 문학상 선정 과정이 공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공정하다’고 답한 사람은 13명(18.6%)에 불과했다. ‘공정하지 못하다’가 20명(28.6%), ‘문학상에 따라 다르다’는 37명(52.8%)으로, 문학상 전체 혹은 일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율이 81.4%였다. ‘공정하지 못하다’라고 답한 20명 가운데 8명은 그 이유로 ‘심사위원과 단체의 인맥이 개입된다’, 6명은 ‘작품성이 아닌 외적 상황이 개입한다’를 들었다. ‘가장 받고 싶은 문학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대산문학상(7명), 이상문학상(5명), 미당문학상(4명)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없다’라고 잘라 답한 사람도 25명(35.7%)이나 됐다. 문학상 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으로는 ‘문학상을 통폐합하자’ ‘블라인드 심사를 하자’는 말들이 쏟아졌다. 문학상 수를 줄이고, 공정성과 권위를 높이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달라질 게 없다’든가 ‘문학상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비관적인 답변도 나왔다.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묻는 질문(중복 대답 가능)에는 이상문학상(20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대산문학상과 동인문학상(각각 10명), 만해문학상(5명) 순이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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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박정희와 측근 황용주, 둘의 만남과 결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 동기인 황용주(1918∼2001). 부산일보 주필이자 편집국장이 된 황용주는 1960년 1월 군수기지사령관이 돼 부산으로 내려온 박정희와 재회하고 가까워졌다. 그는 박정희와 5·16군사정변을 모의하고, 언론의 힘을 일깨워 준 측근이기도 하다. 박정희 정권 때 문화방송 사장까지 지내며 승승장구했지만 1964년 11월 월간 ‘세대’에 남북한 상호 체제 인정 등 진보적인 통일론을 내세웠다 필화사건에 휘말려 추락했다. 저자는 생전 황용주와의 만남, 그리고 그가 남긴 일기에 기초해 그의 일생을 되짚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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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소설로 그려낸 19세기말 유럽의 사상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앞서 국내에서 두 차례 번역 출간됐지만 절판됐다. 오스트리아 작가인 무질은 수학자인 주인공 울리히를 앞세워 19세기 말 유럽에서 활발했던 과학철학 심리학 생철학 군국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와 성찰을 소설 형식으로 담았다. 무질은 이런 독특한 전개방식을 ‘에세이즘’이라 칭하며 “인간의 내적 삶이 결정적인 사유를 통해 추출해낸 단 하나의 변할 수 없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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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열불난다 이 며느리… 근데 왠지 씁쓸하네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름만 들어도 왠지 불편할 것만 같은 미묘한 관계. 옛날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잡고 살았다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며느리 전성시대냐고?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현실적으로 말해 발언권이 센 사람은 보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돈이 있어야 돈독한 가족의 정(情)도 생기는 게 요즘 한국사회다. 소설은 요즘 고부(姑婦)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여자’로 불리는 시어머니와, ‘그녀’로 불리는 며느리. 며느리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파출부로 일하며 아들(‘그녀’의 남편)을 고작 3류 대학에 보낸 시어머니를 경멸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잘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전문대를 겨우 졸업했으며 홈쇼핑 전화상담사로 일한다. 결혼을 신분상승의 한 기회로 노렸던 그녀지만 일이 꼬여 변변치 못한 직장을 가진 남편과 결혼한다. 결혼 후 대출을 받아 재개발 유력지라는 곳에 빌라를 샀지만, 개발은 물 건너가고 집값은 떨어진다. 흔히 볼 수 있는, 너무 평범해서 드라마 소재로도 쓰이지 못할 이 가족의 얘기를 작가는 지독히 물고 늘어진다. 일상적인 사물도 현미경을 들이대면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되듯이, 소설은 자신의 모든 불행을 시어머니 탓으로 돌리는 며느리, 그리고 며느리를 대신해 가사와 육아 부담을 모두 짊어지면서도 변변히 대꾸 한번 못하는 어눌한 시어머니의 대립을 촘촘히 짚어낸다. 사실 소설을 읽다 보면 열불이 여러 번 난다. 며느리는 아들을 낳자, 자신의 필요에 의해 시어머니와 살림을 합친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약속한 수고비를 미루거나 줄이고, 자신의 아이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어머니에게 무시와 무안, 무응대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급기야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우리는 종(種)이 다르다”라고까지 단언한다. 이 며느리가 정신병자일까. 물론 과장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우리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어 내내 씁쓸했다. 자식 양육과 교육에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부모에게는 애정을 덜 쏟는 게 현실 아닌가. 자녀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을 자식이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기에 “아들이 나를 비롯해 가족 누구도 닮지 않는 돌연변이였으면 좋겠다”는 며느리의 바람은 탈출구 없는 지난한 현실에서 외치는 절규처럼 들린다. 이때쯤이면 기괴했던 며느리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수돗물이 단수된 집에서 침이 말라가는 구강건조증을 가진 시어머니, 단수와 시어머니의 병에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며느리를 다루는 현재와 이들의 과거 모습을 오가며 소설은 진행된다. 타들어가는 갈증과 단수된 집에서 나오는 온갖 악취가 밀도 있게 부풀어 오르며 그로테스크한(기괴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존엄성을, 또 그들과 더 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으면 했다”는 게 작가의 집필 의도. 소설 속 가정처럼 우리 집도 어딘가 ‘말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살펴보자. 쩍쩍 갈라져, 부스러지기 전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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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남종화 거목’ 도촌 신영복 화백 별세

    현대 남종화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던 도촌 신영복 화백(사진)이 25일 오전 9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1933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을 지냈고 옥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학(성균관대 겸임교수) 혜(섬유예술가) 훈 씨(조선대 외래강사) 등 2남 1녀와 사위 손용호(플로리다주립대 교수), 며느리 송정수 씨(중앙대 연구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광주 조선대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8시. 062-220-3352}

    • 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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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용 문학상에 정희성 시인

    정희성 시인(68·사진)이 제2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그리운 나무’. 상금은 1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5월 11일 오후 3시 충북 옥천군 옥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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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번째 시집 ‘방!’ 펴낸 정일근 시인 “시인 30년이라니, 내가 벌써 원로라니”

    정일근 시인(55)은 이색 기록을 갖고 있다. 1984년 등단해 지금까지 시집 11권을 내면서 모두 다른 출판사에서 냈다. 시 해설집 3권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형 문학 출판사에 원고 쏠림이 심하고, 출간을 위해 길게는 몇 년씩 기다리는 상황에서 그는 ‘마이 웨이’를 외친다. 23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시인은 “난 출판계의 노마드(유목민)”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전 (출판사가)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을 제일 싫어해요. 책은 내준다는 곳에서 바로 내야죠. 한 대형 출판사에 가서는 ‘반년 만에 안 내주면 (원고를) 다른 데 들고 가겠다’고 말했더니 석 달 만에 나오데요. 허허.” 올해 등단 30년을 맞은 시인은 4년 만에 나온 11번째 시집 ‘방!’(서정시학)의 ‘시인의 말’에 “어느새 시력(詩歷) 서른 해에 닿았다. 시인 30년이라니!”라고 썼다. 마지막 느낌표의 의미가 무엇인가 물었더니 “세월 참 빠르다는 뜻”이란다. “보통 등단 후 10년까지는 젊은 시인, 20년까지는 중견 시인, 30년까지는 중진 시인, 30년 넘어가면 원로란 소리를 듣지요. 제가 벌써 원로라니. 등단 50년은 넘어야 원로 같은데….” 그는 해를 넘길수록 시가 짧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시가 독자를 점차 잃는 것도 길고 난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반성에서 나온 변화다. ‘방!’이라고 압축한 시집 제목도 그렇다. 시집에는 울주군 은현리에 있는 집필실 얘기, 평소 관심을 갖고 지켜봐온 고래 얘기, 요새 자주 찾는 지리산의 자연을 노래한 시 81편이 실렸다. ‘두루 삼십 리가 되는 황금빛 악양 들판 빠져 나오는데/청 터진 지리산이 밀어올린 잘 익은 보름달 떠오른다.’(시 ‘절창’ 전문) 30년 동안 2000여 편의 시를 썼고, 절반은 시집으로 엮었다는 정 시인. 그는 ‘다작 시인’으로 불리는 게 제일 못마땅하다고 했다. “시인이 뭡니까. 시 쓰는 사람 아닙니까. 시로 꾸준히 독자와 소통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이죠. 앞으로도 묵묵히 시인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서정시학에서는 정수자 시조시인(58)의 시조집 ‘탐하다’와 서상만 시인(72)의 시집 ‘적소(謫所)’도 출간됐다. 정 시조시인은 “압축미와 간결미를 유지하면서 우리의 미학적 가치를 시조 형식을 통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 시인은 “적소(죄인이 귀양살이 하는 곳)는 시인이 머무는 곳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어딘가 입실해야 하는 고독한 병실이기도 하다. 적소에서 건져낸 것들을 시집에 담았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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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껍데기는 가라” 봄바람에 실린 시인의 외침

    ‘4월은 갈아엎는 달’이라고, ‘껍데기는 가라’고 분연히 외쳤던 시인 신동엽(1930∼1969). 그의 저항 시들은 1960년대 주로 발표됐지만 1980년대에 더 많이 읽혔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간암으로 요절한 그가 남긴 시어들은 혼탁한 요즘 시대에도 명징하게 살아있다. 최근 시인을 기리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시인의 기일(4월 7일)에 맞춰 ‘신동엽 시전집(詩全集)’(창비·사진)이 나왔으며 5월 3일 고향인 충남 부여군에 그의 이름을 딴 ‘신동엽문학관’이 문을 연다. 우리 곁으로 한걸음 다가온 그를 마중하러 10일 부여를 찾았다. 시전집 출간에 참여한 김윤태 신동엽기념사업회 상임이사(문학평론가)가 도움말을 해줬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동엽길12. 군청 인근의 한 주택가 골목을 돌아가니 신동엽문학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 1층, 지하 1층과 옥상 정원으로 구성된 문학관(연면적 800m²)은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 2009년 착공해 4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현대적으로 지어진 문학관 앞 편에는 파란색 기와를 얹은 신동엽 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원래는 초가집이었지만 1985년 복원하며 기와를 얹었다. 신동엽은 농민의 아들로 1남 4녀 중 맏이였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학비가 지원되는 전주사범학교에 입학한 속 깊은 청년이기도 했다. 문학관은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주요 전시물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조각가 심정수가 만든 ‘신동엽 흉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1층 상설전시실에는 시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시 ‘껍데기는 가라’ ‘금강’ 등의 초고가 전시돼 있고 성적표, 편지, 출간 도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천상병 시인이 지었다는 시 ‘곡(哭) 신동엽’도 보였다. 신동엽이 부인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78)과 젊은 시절 주고받은 연애편지도 눈에 띈다. “인 여사가 워낙 꼼꼼하게 자료를 보관해 와서 귀한 자료가 많이 남아있습니다.”(김윤태 평론가) 신동엽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입선해 등단했다. 1967년 1월 ‘현대문학전집’ 제18권으로 기획된 ‘52인의 시집’에 ‘껍데기는 가라’를 비롯한 7편을 실은 그는 그해 12월 무려 4800여 행에 이르는 장시 ‘금강’을 선보이며 시인으로서 만개한다. 동학혁명과 3·1운동, 4·19혁명으로 이어진 민초들의 거센 목소리를 시로 담아냈다. 하지만 6·25전쟁 당시 민주청년동맹 선전부장을 맡은 그의 이력이 끝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힌 시인은 사후에도 한동안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신동엽 전집’은 1975년 간행됐지만 두 달도 못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판매금지 조치 당했고 긴급조치가 풀린 1980년 증보판을 냈지만 다시 판금되기도 했다. “아직도 신동엽을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저는 틀리다고 봅니다. 그의 시편을 보면 오히려 아나키스트나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에 가까워요. 초기 그의 시에는 ‘완충’ ‘정전’이라는 말이, 그리고 이후로는 ‘중립’이라는 시어가 많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김윤태 평론가) 새 시전집에 들어간 시들은 강형철 김윤태 평론가가 육필 원고를 일일이 살펴 오류를 바로잡았다. 시인의 30주기에 맞춰 내려던 시집이 40주기를 넘겨 나왔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훌쩍 흐른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신동엽을 잊고 지낸 탓이리라. 5월 3일 오후 2시에는 문학관 개관식이 열린다. 유품 전달식, 흉상 제막식, 헌화식이 열린다. 6·25전쟁의 상흔을 가슴에 안고, 민중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했던 신동엽.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지금, 시인의 결연한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시 ‘껍데기는 가라’에서)부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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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작가 미치 앨봄 “시간의 가치, 효율성으로 잴수야… 아름다운 추억으로 삶 채우세요”

    《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줬던 에세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1997). 이 책은 2002년 국내 출간돼 300만 부를 넘어선 것을 비롯해 세계 41개국에서 1400만 부 넘게 팔렸다. 미국 작가 미치 앨봄(55)은 이 책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정작 성공은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이 내 삶을 정의하지도 않고 만족시키지도 않아요. 내가 좋은 남편이나 가족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이죠. 늘 이 점을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합니다.” 》 앨봄이 자신의 일곱 번째 책이자 세 번째 소설인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21세기북스)을 펴냈다. ‘시간의 아버지’인 도르와 불멸을 꿈꾸는 백만장자 빅토르, 실연의 상처로 자살을 기도한 소녀 세라가 함께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하며 시간의 소중함과 인생의 가치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는 팍팍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e메일을 통해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소설의 집필 동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기대수명은 50세였지만 이제 75세 정도 됐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더 열심히, 오래 일하지만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뿐이다. 우리는 더 빠른 인터넷, 전화, 교통수단을 원하고 급하게 일을 한다. 하지만 시간의 가치는 속도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최초로 시간을 측정한 사람을 등장시키는 우화 같은 책을 써보기로 했다.” ―시간을 주제로 삼았는데, 현대인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다고 보나. “우리는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간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혼동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고작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라면 이건 시간에 대한 모욕이다. 인간적인 접촉과 사랑에 대한 감사로 채워야 시간도 가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대개 일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 휴가, 일몰, 아름다운 풍경은 기억한다. 이 순간들은 기억할 만한 것이다. 이 순간들로 우리 삶을 채워야 제한된 우리 삶이 가치 있어진다.”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은 전통적인 소설 기법과는 차이가 있다. 도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반쪽, 혹은 한두 쪽의 짧은 분량으로 분절돼 이어진다. 왜 이런 낯선 기법을 사용했을까. “똑딱거리는 시계의 리듬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우화처럼 단순하게 쓰고도 싶었다. 시간의 의미 같은 거대한 주제일수록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2010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국내 개정판을 펴낼 때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작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일과 성과를 매우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성공에는 효과적이지만 인간다워질 수는 없다. 나는 은퇴나 휴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왔다. 매일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매일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라. 매일 웃고, 매일 침묵하는 시간을 가져라. 이런 일들을 한다면 정말 시간을 잘 썼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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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5월아, 오지 마라… 그 미친 상처 도질라

    불편한 소설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책장 가득 배어 있어 쉽게 책장을 넘기기 힘들다. 게다가 이를 기술하는 작가의 태도도 불편하게 만든다. 철저히 웃음을 배제한 채 별다른 감정의 고조도 없이, 피해자들의 아픔만을 마지막 책장까지 지독하게 나열한다. “이런 지옥 같은 아픔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고 강압하는 듯하다. 이를테면 주인공 정애의 삶은 어떤가. 열다섯 정애는 아버지가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해 집을 떠난 뒤 실성한 어머니와 동생인 순애 영기 명애를 돌봐야 한다. 1970년대 전라도의 한 시골은 이런 불쌍한 가정을 돌볼 만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넉넉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정애의 돼지와 닭을 훔쳐가고 심지어 정애와 순애를 겁탈한다. 순애가 병으로 죽고, 어머니는 애를 낳다가 애와 함께 죽고, 아버지도 사고로 죽는다. 이 와중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터지고 정애는 다시 공수부대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급기야 실성을 한다. 이런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는 사회적 폭력 속에 무방비하게 놓인 한 여성의 비극적인 인생을 극단까지 몰고 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애의 동생 명애도 정신이상을 보이고, 별다른 교육도 받지 못하고 기술도 없는 영기는 건달이 된다. 정애의 친구인 묘자 역시 공수부대원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 남편과 결혼하지만, 결국 남편의 정신이상을 견디다 못해 그를 살해한다. 소설에서는 이런 불행하고, 붕괴되고, 절망하는 삶이 이어진다. 심지어 소설 속 가해자로 등장했던 사람들도 결국은 하나둘 제대로 된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다. 결국 1980년 광주는 모든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피해만 남겼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파렴치한 인사로 나오는 이장의 아내 박샌댁은 이렇게 읊조린다.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는 사람들은 다 미친 거여. 미친 세상에서 미친 사람만이 미치지 않은 거여. 그래 그런 거여. 정애 자네만이 미치지 않은 사람이여.’ 1980년 광주가 남긴 상처와 고통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앞서 ‘피어라 수선화’(1994년) ‘라일락 피면’(2007년) ‘내가 가장 예뻤을 때’(2009년) 등 소설을 통해 광주의 아픔을 노래했던 작가이기에 이번 작품은 아쉬운 점이 많다. 정애 등 10여 명에 달하는 ‘광주의 증인’들의 삶이 파괴되는 과정을 병렬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작가가 2년 전 펴냈던 장편 ‘꽃같은 시절’을 재밌게 읽었다. 무자비한 개발 횡포를 비판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작가가 그립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 앞에 작가부터 경직된 것은 아닐는지. 슬픔은 작가가 쥐어짜는 게 아니라 작품의 행간을 통해 독자에게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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