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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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부에서 글로벌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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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 넘치는데 값은 계속 오르고… 우유 가격의 진실은?

    “비싸서 안 먹는 건데 가격은 안 내리고 소를 잡았네요.” “우유 가격만 내리면 지금 편의점으로 뛰어갈게요.”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우유 과잉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젖소 5400마리를 도축 중이라는 동아일보 기사(2월 3일자 A8면)에 달린 인터넷 댓글 중 일부다. 3일 오후 7시까지 등록된 댓글은 2289개. “순둥이(젖소)가 불쌍하다”는 것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그럼 우유 가격을 내리면 될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동아일보는 우유업계와 낙농업계, 축산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우유 가격의 진실’을 알아봤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우유 시장에선 시장논리가 작동하지 않아 우유 가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탓하며 가격 조정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외면으로 업계가 공멸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 줄었지만 올해도 가격 인상 가능성” 낙농·축산업계와 우유업계의 입장은 명확했다. ‘국내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원유(原乳·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가격은 낙농가와 우유업체들이 2년에 한 번씩 합의해 생산비에 적정 이윤을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는 전 세계 공통이다. 다만 외국에선 젖소들이 목초지에서 ‘공짜’ 풀을 뜯어먹고 우리나라에선 사료를 먹기 때문에 원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원유는 우유업체에서 살균·가공 과정을 거쳐 포장용기에 담긴 후 대리점을 통해 대형마트 등 소매점으로 공급된다. 이런 가격형성 구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자연히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원가와 마진이 보장되는 구조에서는 우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대리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점의 마진이 과다하다는 의견도 있다 .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관련 문제를 개선했다. 공급 물량이 많아지면 농민들과 원유 가격을 협상해 조정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유 재고가 사상 최고라는 지금도 우유 가격은은 여전히 내려가고 있지 않다. 우유를 저장용으로 가공한 탈지분유 재고량은 2014년 말 기준 1만8484t으로 전년 말(7328t)의 2.5배로 늘었다.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해 소비자의 반발을 우려해 반영되지 않은 원유값 인상분이 올해 반영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살아남으려면 가격 낮춰야” 결국 낙농업계는 “생산비와 최소한의 마진만 붙였다”는 것이고 우유업체들은 “우유는 정말 마진이 안 남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서건호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어찌되었건 국내 우유 가격은 외국보다 두세 배 비싸고 치즈 같은 경우는 최대 5배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우유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우유 소비량은 33.5kg(2013년)으로 2003년(38.2kg)보다 12.3%나 줄었다. 이제는 업계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우유를 사지 않으면 결국 우유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민경 건국대 바이오산업공학과 교수는 “우유 소비량을 늘려 관련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지금처럼 젖소를 도축하는 방식으로 가면 나중에는 또 공급 부족이 생겨 우유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성모 mo@donga.com·박창규 기자}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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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 Report]“우유 안 드시니… 고기라도 드릴게요”

    《 사람 한 명 없는 도축장에선 수백 개의 허연 입김이 파란 하늘로 피어올랐다. 빛을 반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빛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구슬처럼 둥글고 커다란 소들의 눈이었다. 우유 생산량이 많아 사랑받던 젖소 ‘순둥이’도 두 눈을 껌벅이며 도축장 안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가 넘쳐 나 소를 잡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기준 국산 우유 재고량은 2013년 말(9만2000여 t)의 갑절을 넘어선 23만2000여 t. 결국 사람들은 젖소 5400마리를 도축해 우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   1t짜리 작은 트럭에 타고 있던 젖소 ‘순둥이’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기자를 바라보는 것이 꼭 사람 같았다. 녀석의 크고 깊은 눈망울에 새파랗게 차가운 겨울 하늘이 떠올라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담아가려는 듯했다.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죽음. 도축장 줄에 선 소들 가운데 젖소는 순둥이뿐이었다. 굵은 끈이 순둥이의 얼굴에 헐겁게 묶여 있었지만 도망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순둥이는 원래 식용인 육우가 아니다. 인간들이 실리(實利)를 찾기 위해 내린 결정 때문에 다른 젖소들만큼 살지 못하고 도축장에 왔다. ‘젖’이 넘치자 사람들은 결국 ‘소’를 잡기로 했다.○ 만 세 살 겨울에 저세상으로 지난달 27일 오전 9시 경기 부천시 오정구 송내대로의 농협중앙회부천축산물 공판장. 자체 도축장을 갖춘 이곳 주차장을 택시 두 대를 이어놓은 길이의 5t 트럭 30여 대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죽음에도 순서가 있었다. 트럭들은 순서를 기다렸다가 도축장 건물 입구에 꽁지를 가져다댔다. 그 와중에 범퍼 곳곳에 녹이 슨 1t 트럭 ‘포터’가 주차장에 들어섰다. 좁은 짐칸에는 젖소 순둥이가 타고 있었다. 700kg의 덩치가 제자리걸음만 해도 트럭은 좌우로 출렁거렸다. 순둥이의 엉덩이에는 뒤섞인 진흙과 오물이 말라붙어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농구공만 한 젖은 솜사탕처럼 희고 고왔다. ‘소는 죽는 날을 안다’고 했던가. 도축장 근처에선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한 놈이 울기 시작하면 다른 놈들도 따라 울었다. 시골에서 듣던 정겨운 ‘음∼메’ 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소들은 악다구니를 쓰듯 서럽게 흐느꼈다. 순둥이는 눈만 껌뻑이다 도축장 직원의 “이랴” 소리와 함께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평균 수명의 반도 살지 못한, 만 세 살의 겨울에 저세상으로 갔다. 35년간 소를 키워 온 순둥이 주인은 “순해서 순둥이란 이름을 지어 줬다”고 했다. “젖이 많이 나오는 좋은 소”였다던 그는 “자식 보내는 심정이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 기자의 차를 순둥이의 잔상이 뒤따랐다. 왠지 모를 죄책감도 함께했다. 길을 헤매기도 하면서 두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곳은 충남 천안시의 거대한 물류 창고(6280m²·약 1900평). 학교 운동장만 한 주차장에는 차량이 한 대도 없었다. 사람이 오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창고 안에는 시멘트 포대와 비슷한 것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지방을 제거한 우유를 가루로 만든 탈지분유였다. 잘 상해버리는 우유는 이렇게 가루로 만들어야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그래 봐야 기한이 2년 이하이지만. 창고에 쌓여 있는 20kg짜리 분유 포대는 무려 15만 개나 됐다. 1L 우유 2750만 병이 쌓여 있는 셈이었다. 공장을 보여준 유가공 업체 관계자는 “우리 창고도 아닌데 임차료, 운반비를 주면서 왜 쌓아 뒀겠냐, 안 팔려서 쌓아 뒀지”라고 말하며 한숨을 몰아 쉬었다. “입사하고 20년 동안 이런 일이 없었어요. 1년 전만 해도 텅 빈 창고였는데….”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첫 새끼를 낳은 직후 한 달 동안 70kg이나 짜냈던 순둥이의 젖도 산더미처럼 쌓인 분유 더미 안에 들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미는 컵은 줄고, 따라야 할 우유는 늘고 요즘엔 우유가 남아돈다. 엄마들이 자식 ‘키’ 키우려고 억지로 우유를 먹이는 것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됐다. 내미는 컵(수요)은 점점 줄어드는데 그 컵에 따라야 할 우유(공급)는 계속 늘어나는 꼴이다. 사람들은 우유 대신 ‘아메리카노’나 ‘건강음료’를 찾는다. 2013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33.5kg(농림축산식품부)이었다. 유럽인들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줄고 있다.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우유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든다는 슬픈 사실에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10년 전보다 10% 이상 적은 43만6455명이었다. 반면 최근 몇 년 사이 젖소 수는 증가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있는 젖소는 경기 평택시 인구와 비슷한 43만1000마리에 이른다. 2013년 말보다 7000마리가 더 늘었다. 농민들은 정부에 화살을 돌린다. 한 농장주는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구제역이 유행할 때는 (정부가) 젖을 짤 젖소가 모자란다며 소를 더 많이 키우라고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았던 지난해 날씨도 젖소들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됐다. 지난해에는 특히나 여름이 서늘하고 겨울이 따뜻해 젖소들의 평균 우유 생산량이 늘었다. 젖소의 고향은 기후가 서늘한 유럽이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10∼20도인 적정 사육온도에서는 우유가 평소보다 더 많이 나온다. 문제는 우유 소비량이 늘어난다고, 재고가 넘쳐난다고 해서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원유 가격은 농가와 유가공 업체가 협상을 해 결정한다. 농가의 생산원가(설비와 사료 값 등)에 적정 이윤을 더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서건호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론 소비자들이 많이 마시는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농가에 보조금을 주고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낙농업계과 우유업계는 결국 우유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젖소 5400마리를 도축하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그 때문에 세 살짜리 소 순둥이의 육신은 낯선 도시의 정육점 진열대에, 빨간색 조명을 받으며 놓이게 됐다.부천·천안=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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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스케치]사각사각 짜릿한 손끝… 너를 놓고 싶지 않구나

    보고 있으면 나도 하고 싶어진다. 소리까지 들으면 속된 말로 아주 죽여 준다. 고차원적으로 말하자면,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그 행위가 실존적 편안함을 안겨 준다. 미묘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촉감도 있다. 또 누구에게나 목적은 같지만 과정은 다양하다. 그러니 빠져든다. 본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딴생각하지 마라. 이것은 만년필(萬年筆)에 대한 이야기다. 기자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만년필연구소’를 찾았다. 을지로3가역 7번 출구로 나와 추위에 손을 비비고 있을 무렵 국내 최대 만년필 동호회 ‘펜 후드’의 회장 박종진 씨(44)가 나타났다. 그를 따라 대로를 걷다 낯선 골목길로 들어섰다. 3, 4층짜리 건물들 사이를 오가는 거미줄 같은 전선들. 색이 바래다 못해 시커멓게 때가 낀 건물들은 세월을 머금고 있었다. 녹이 슬어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미닫이 창문들과 ‘한림문화’ ‘명성합지’ 같은 간판들이 눈에 띄었다. 은밀한 수술실“간판도 없는데 용케들 다 찾아와요.” ‘철컥철컥’ 기계들이 무언가를 찍어내는 소리 사이로 박 씨가 입을 열었다. 4층짜리 허름한 건물 꼭대기에 그가 운영하는 만년필연구소가 비밀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엔 인터넷 홈페이지나 그 흔한 전화번호 하나 없다. 철문에도 ‘403호’라는 표지만 싱겁게 달려 있을 뿐이다. 문을 열자 검은색 소파에 사채업자 ‘형님’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을 법한 음습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곳은 ‘영혼의 친구’ 만년필을 위한 공간이다. 33m²(약 10평)가 채 안 되는 이 연구소에서 2007년 이후 박 씨가 고친 만년필만 2만 자루가 넘는다. 그는 수리비도 받지 않고 만년필을 고쳐 줬고, 소문은 동호인들의 입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박 씨가 목에 걸고 있던 500원짜리 동전만 한 돋보기를 만년필에 들이댔다. “이건 좀 어렵겠는데요.” ‘보호자’의 표정이 어둡다. 박 씨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고 책상은 ‘수술대’다. 이곳에서는 만년필을 ‘고친다’고 하지 않는다. ‘살린다’고 이야기한다. 오후 3시 무렵 계단에서 손님들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초등학생부터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까지 남녀노소가 뒤섞인 줄이 생겼다. “예전에는 교수님들이나 글쟁이들이 많이 썼는데 요즘은 전혀 안 그래요. 고치러 오는 사람들이 아주 다양합니다.”萬年동안 쓰는 펜? 萬人의 펜? 사실 이 시대에 만년필은 그다지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1970, 80년대만 해도 만년필은 부모님이 공부깨나 한다는 자식에게 졸업선물로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파커’ 만년필 하나만 셔츠 주머니에 꽂고 다니면 모두가 부러워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만년필을 쥐고 있던 ‘독수리 오형제(다섯 손가락)’ 대신 엄지(2G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 입력)가 주목을 받더니, 이제는 검지(스마트폰 사용)의 시대가 열렸다. 학생들은 컴퓨터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리포트를 쓴다. 회사원들도 굴러다니는 볼펜으로 잠깐씩 끼적일 뿐 결재나 서명까지 컴퓨터로 하는 세상이다.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아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런데도 만년필은 팔린다. 2003년 2월 국내에 들어온 독일 만년필 브랜드 ‘라미(LAMY)’는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2013년 대비 38%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 새빨갛거나 샛노랗게 광택이 나는 원색의 5만 원대 ‘입문용’ 또는 ‘저가’ 제품이 특히 많이 팔렸다. 신경숙 작가가 팬사인회에 라미의 노란색 ‘사파리 만년필’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가 브랜드로 알려진 ‘몽블랑’ 역시 꾸준하게 판매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몽블랑 만년필 매출은 2013년 12월 대비 16% 늘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핫트랙스’ 문구매장은 최근 만년필 매장을 기존의 2배로 확장했다.만년필 관능론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만년필을 쓸까. 도착했을 때 받은 커피가 식었을 때쯤 점잖아 보이는 40대 남성이 연구소에 들어왔다. 한참 동안 만년필에 대한 토론을 벌이다 그가 갑자기 기자의 귀에 손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만년필로 글을 쓰는 것은 섹스랑 같아요. 컴퓨터 속의 ‘윈도(Window·소프트웨어의 창)’를 통해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창문’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걸(실체를) 보고 싶어 하고 만지고 싶어 하죠. 그런 점에서 디지털은 돼지털만도 못합니다.” 잉크가 종이에 번져 가는 모양새와 특유의 냄새, ‘사각사각’ 하는 소리, 펜대의 매끄러우면서도 묵직한 촉감과 무게감 같은 감각은 가상세계가 제공하지 못하는 물리적 만족감을 준다. 만년필을 고치러 온 김용재 씨(59)는 “만년필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 감각이 매력”이라며 “제품이나 메이커마다 특성이 있고 종이 재질, 잉크 종류에 따라서도 느낌과 냄새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얇은 펜촉은 빙판 위의 스케이트 날처럼 날카롭고, 두꺼운 펜촉은 설원에서 미끄러지는 스키처럼 부드럽다”며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충족해 주는 도구를 인간이 포기하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의 답변에 기자가 직업을 물었다. 김 씨는 알고 보니 컴퓨터 전문가인 건국대 경영정보학 교수였다. 사실 무언가를 직접 쓰는 행위의 핵심에는 심오한 심리학적 배경이 있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는 마음에 평안함을 가져오며 잡념을 없애 주고 스트레스를 잊게 만든다. 쓰는 내용을 더 깊이 음미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두뇌가 다룰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어서 단순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이 머릿속을 채우면 잡념이나 걱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손으로 글씨를 쓰면 잡념이나 스트레스가 글을 쓰는 행위로 대체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딴생각을 하면서 글씨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공부할 때는 손으로 쓰면서 외워라”라고 잔소리를 했던 것이 다 일리가 있다는 의미다.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마음챙김명상치유센터 소장)는 “글씨를 쓰다 보면 몰입하게 되는데, 그럼 결국엔 명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며 “불경을 베껴 쓰는 사경(寫經)을 하면 산란한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감이 생기는 것이 그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만년필을 쓸 때 정서적 향수까지 더해져 좀 더 깊은 안정감을 얻는다.물리적 결과물이 없으면 허무해진다 만년필을 쓰는 이유를 실존(實存)과 연결시키는 사람도 있다. “만년필이 컴퓨터 자판보다 낫다는 것은 주식보다 아파트가 좋은 것과 같아요.” ‘윤광준의 생활명품’을 쓴 윤광준 작가는 만년필을 쓰는 이유에 대해 생뚱맞은 답을 내놓았다. 그는 만년필을 오래전부터 써 왔으며, 나무로 된 펜대를 선호한다. “인간은 기능적 편리함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써 왔어요. 하지만 디지털은 구체적·실존적 결과물이 없어요. 편리함이 극에 달하더라도 물리적 행위나 결과물이 없으면 결국 허무(虛無)만 남게 됩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건물이나 땅 같은 ‘실체적 재산’을 선호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람은 자신이 한 행위의 흔적을 남기고 그 결과물을 보고 즐겨야 만족하는 족속이며, 기를 쓰고 ‘이름’을 남기려는 것이 인간의 습성 중 하나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는 것처럼 말이다.세월, 소중한 사연들 메이커가 아니라 사연이 ‘보물’이어서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보컬 김종진 씨는 해외에 나가면 꼭 문구점에 들러 만년필 코너를 둘러본다. 그는 1950년대에 생산된 펜촉이 낭창낭창한(탄력 있게 구부러지는) 만년필을 좋아한다고 했다. 곡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꼭 만년필을 사용한다. 원래 필기구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이라는 김 씨는 스스로를 ‘아날로그 추종자’라 부른다. “우리 세대 때는 중학교 올라갈 때 어른들이 만년필 한 자루씩 사줬어요. 친구들이 파커 만년필을 받았는데 저는 그보다 가격이 싼 국산 만년필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처음엔 공부를 못 해서 그랬나 보다 했는데 세월이 흘러 놓고 보니 그게 속상해서 ‘내가 받지 못했던 좋은 만년필을 가져 보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후 만년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컴퓨터 자판을 두들긴 땐 오타를 쳐도 다시 예쁜 글씨로 고칠 수 있잖아요. 만년필은 안 그래요. 쓰는 각도나 힘에 따라 선이 다르게 나오고 일단 쓰면 고칠 수가 없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헬스케어 전문업체 ‘바디프랜드’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박영하 이사의 만년필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는 항상 셔츠 주머니에 은색 파커 만년필을 꽂고 다닌다. 박 이사는 “19년 전에 지금의 아내가 약혼식을 하는 대신 만년필을 선물해 줬다”며 “다른 펜하고는 의미가 다르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는 만년필은 아내이자 세월이다. 회사원 양재원 씨(39)는 60여 자루의 만년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격이 얼마 되지 않는, 이름 없는 브랜드 제품이다. 양 씨는 “아버지가 성경 전권을 필사하고 건네주신,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라고 말했다.만년필과 '작은 사치' 책 ‘남자의 물건’을 쓴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은 만년필을 사랑하기로 유명한 이다. “이제 겨우 60자루를 모았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는 만년필이 좋은 이유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내 인생에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라고 말했다. 인생에선 본인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지만, 만년필만은 자기 마음대로 사서 골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작은 사치’란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작은 호사를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잊고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성향이 있다”며 “특히 자기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보여 주는 만년필과 같은 물건이야말로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되기에 좋다”고 말했다. 여하튼 손안에 컴퓨터(스마트폰)를 들고 다니고,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이 최첨단의 시대에 의외로 많은 사람이 아날로그 필기구인 만년필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은 만년필을 두고 “사고 말고(buy or not)의 문제가 아니라 살고 말고(live or die)의 문제”라고 말한다. 마우스 대신 만년필을 손에 쥔 사람들. 그들이 소리 없이 외친다.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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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 뉴스]소비심리 꽁꽁… 60개국 중 59위

    은행 통장 잔액 110만77원. 4년차 직장인 김모 씨(29)는 요즘 시름이 깊다. 통장 잔액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데 걱정은 늘어만 간다.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으려면 갈 길이 먼데 돈이 모이질 않는다. 김 씨의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이웃들의 이야기다. 우리 국민의 소비심리와 경기전망이 세계 60개국 가운데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은 2014년 4분기(10∼12월) 소비자신뢰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48)가 세계 60개국 중 59위에 그쳤다고 28일 밝혔다. 꼴찌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45)였다. 미국(106·3분기 대비 2%포인트↓)과 중국(107·4%포인트↓) 소비자들은 전 분기보다 약간 못하지만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독일(98·1%포인트↑)과 영국(94·1%포인트↑)에선 경기 전망이 소폭 개선됐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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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후 1년 일자리 전망 나쁘다” 52%…소비자신뢰지수 바닥

    은행잔고 110만 77원. 4년차 직장인 김모 씨(29)는 요즘 시름이 깊다. 은행잔고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데 걱정은 늘어만 간다.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으려면 갈 길이 먼데 돈이 모이질 않는다. 김 씨의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이웃들의 이야기다. 우리 국민의 소비심리와 경기전망이 세계 60개국 가운데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은 2014년 4분기(10~12월) 소비자신뢰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48)가 세계 60개국 중 59위에 그쳤다고 28일 밝혔다. 꼴찌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45)였다. 한국인들은 ‘향후 1년 간 일자리 전망’ 항목에 절반이 넘는 52%가 ‘나쁘다’고 답했다. ‘향후 1년 간 개인 재정 상황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1%가 ‘나쁘다’ 또는 ‘좋지 않다’로 답했다. 미국(106·3분기 대비 2%포인트↓)과 중국(107·4%포인트↓) 소비자들은 전 분기보다 약간 못하지만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독일(98·1%포인트↑)과 영국(94·1%포인트↑)에선 경기 전망이 소폭 개선됐다. 인도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29(3%포인트↑)로 3분기째 세계에서 소비 심리가 가장 긍적적이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들이 향후 경제 전망이나 개인 재무 상태 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긍정적, 100미만이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김성모 기자mo@donga.com}

    •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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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칩 1위’ 포카칩 1분에 200봉지씩 팔려

    ‘포카칩 잭팟!’ 오리온의 감자스낵 ‘포카칩’이 지난해 과자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1300억 원을 돌파했다. 오리온은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자사의 감자스낵인 포카칩(오리지널, 어니언, 스윗치즈 3종)의 지난해 매출액이 1300억 원을 넘어섰다고 26일 밝혔다. 포카칩의 매출과 판매량은 지난해 12월의 경우 각각 109억 원과 900만 봉지로 집계됐다. 1초에 3.4봉지, 1분에 200봉지가 팔린 셈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좋은 감자칩을 만들기 위해 20년 넘게 연구 투자한 결과”라며 “지난 14년 동안 한 번도 감자칩 시장 1위를 뺏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1994년 강원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한 뒤 2001년 ‘두백’이라는 이름의 종자를 개발해 포카칩 원료로 사용해 왔다. 국립종자원에도 등록된 이 품종은 튀겨도 고유의 감자 색을 잃지 않으며,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감자칩 원료로 알맞다는 것이 오리온 측의 설명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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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경영]애경, 생활용품에 디자인 입히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다. 눈이 반하면 마음도 반하게 되어 있다. ‘디자인’은 그만큼 기업들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애경은 2015년 혁신경영의 핵심을 ‘디자인’에 두고 있다. 기존에도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해왔던 애경은 단순히 미적 관점을 넘어서 전략의 관점으로 디자인경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디자인 관련 수상을 여섯 차례 한 바 있는 애경은 올해도 디자인 강세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애경은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브랜드 가치도 높이기 위해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디자인 경영에 힘쓰고 있다. 매월 ‘디자인 전략회의’를 하고 회의에서 만들어진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생각은 초기 제품 개발에서부터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리오 베이킹소다를 담은 주방세제’나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케라시스 퍼퓸 리미티드 에디션’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애경 관계자는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전략의 관점으로 보고 접근하는 마인드가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물 세트에도 디자인의 옷을 입혔다. 생활용품 선물세트에 디자인을 가미해 예술적 감성을 입혔는데 선물세트 시장에서 최근 2년간 가장 큰 신장세를 보였다. 경쟁사도 벤치마킹하는 등 선물세트 시장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사실 애경은 일찌감치 디자인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2007년 5월 생활용품 업계에서는 획기적으로 디자인 부서를 ‘디자인센터’로 독립시켰다. 센터의 위치도 ‘젊음의 거리’가 있는 홍익대 근처로 잡았다. 2009년에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현재까지 우수 디자인으로 50여 건의 상을 수상했다. 지난해는 한 해 동안 6개의 디자인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케라시스의 두피모공 전문 샴푸인 ‘케라시스 네이처링’은 지난해 8월 세계 3대 디자인 시상식으로 꼽히는 ‘독일 레드닷 어워드’ 본상을 수상했으며 ‘펜타워즈2014’의 ‘브론즈 어워드’와 ‘굿 디자인 어워드’ 생활포장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해 3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애경 디자인센터장 이석주 전무는 “앞으로도 대학생 공모전을 통한 디자인 아이디어 발굴부터 세계적 산업디자이너,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해 생활용품에 디자인 가치를 부여할 계획”이라며 “디자인을 미적 관점을 넘어 전략의 관점으로 확대한 경영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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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화방지 배추 2배 소득… 유기농 외길로 중국 수출길 열어

    어떻게 하면 부자 농부가 될 수 있을까. 농민은 고민한다. 그러나 두렵다. 새로운 시도엔 위험이 따른다.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아도 팔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마케팅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국내 농가를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2010년 ‘배추 파동’으로 불리며 포기당 1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배추값은 매년 폭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추 가격은 2013년보다 43.4% 하락했다. 배추뿐만이 아니다. 양파 마늘 등 대부분 채소 가격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 한국-중국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더 싼 가격으로 몰려온다. 새로운 생존 방안이 절실하다. 그 생존 방안을 찾는 두 명의 농부가 여기 있다. 충북 충주에서 유기농 채소를 키우는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55)와 전남 진도에서 베타후레쉬 배추를 재배하는 한승용 하늘채소영농조합법인 대표(50)다. ○ 연 매출 100억 원 ‘유기농 농부’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충주 신니면 장안농장의 류 대표는 2004년까지만 해도 33만여 m²에 연 매출 5억 원 정도로 농사를 지었다. 현재는 농사 규모가 커져 농장 직원 170명에 협업 농가가 150여 곳에 이른다. 쌈 채소 50여 종을 400t 규모로 재배하며 연 매출 100억 원을 올린다. 비결은 뭘까. 첫째, 생태순환농법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를 가축에게 먹여 만든 퇴비로 농작물을 재배한다. 14일 찾아간 장안농장 옆에는 661m²의 축사에 흑돼지 4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류 대표는 유기농 채소를 이 돼지들에게 먹이고, 돼지의 분뇨는 다시 채소의 비료로 쓰인다. 그는 “돼지가 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유기농 채소만 먹고 뛰놀다보니 건강하다. 이런 가축에서 나온 퇴비를 사용해 더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둘째, 마케팅이다. 류 대표는 “농업도 사업이다. 제품에 감동을 담았다면 그걸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쌈채소 축제와 쌈장 경연대회를 연다. 2011년부터는 한 달에 10만 원을 내면 매주 1회 식재료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장안배달식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농장 안 식당(100석 규모)에서 채소 뷔페(점심 1만2900원, 저녁 1만8000원)를 운영하고 있다. 신선한 채소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매주 1000여 명이 찾는다. 이 중에는 중국인도 많다. 세 번이나 이곳을 찾았다는 중국 식품업체 팀장은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아직 중국에는 제대로 된 유기농 채소가 없어 수입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곧 중국 업체와 3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셋째, 판로다. 이마트는 2004년부터 이 농장의 유기농 채소를 시중가의 두 배 가격에 매입해 안정적 판로를 지원했다. ○ ‘기적의 배추’ 신품종 베타후레쉬 배추 진도 하늘채소영농조합법인의 한 대표는 이번 겨울 처음으로 ‘베타후레쉬 배추’를 팔고 있다. 이 배추는 노화 방지와 비타민A 생성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 성분을 일반 배추보다 150배 더 함유했다. 종자개발회사인 동부팜이 10여 년간의 연구로 만든 신종자를 심은 배추다. 15일 이 배추밭을 방문해 배춧속을 보니 기존 배추보다 노란빛이 강했다. 줄기 부분에는 주황빛이 돌았다. 단맛도 많이 났다. 동부팜은 지난해 봄 이마트와 논의한 끝에 베타후레쉬 배추가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해 한 씨에게 재배를 제안했다. 한 씨는 “신품종 재배의 위험 부담이 컸지만 새로운 시도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수확량을 모두 사주기로 한 것도 힘이 됐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좋다. 이마트에서 올해부터 판매하는 이 배추는 전체 배추 매출액의 50%를 차지한다. 소비자들은 주로 쌈채소나 쌈장에 찍어 먹을 용도로 두세 포기씩 사가고 있다. 베타후레쉬 배추의 인기는 시장의 흐름을 잘 짚은 덕분이다. 이 배추는 일반 배추보다 크기가 작고 배춧잎 두께는 얇다. 수분 함량이 적어 식감이 좋다. 여기에 단맛까지 더해져서 쌈채소로 제격이다. 김치를 담그지 않아도 활용도가 높다. 이마트 매출액을 보면 2014년 쌈채소 판매는 2013년보다 18% 늘었다. 일반 배추 판매가 2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한 씨는 베타후레쉬 배추를 팔아 포기당 250원의 수익을 올린다. 한 씨는 4만3000m² 규모의 밭에 이 배추를 심었다. 3.3m²당 18포기씩, 23만4000포기를 심은 한 씨는 올해 약 59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한 씨는 같은 면적에 일반 배추를 심었다면, 잘 팔릴 때라도 26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타후레쉬 배추를 재배했을 때 수익이 2.3배로 늘어나는 것이다.충주=김성모 mo@donga.com / 진도=한우신 기자}

    •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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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입만 초고속, 해지는 거북이” 초고속인터넷 피해 접수 급증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가입이 쉽고 빠르지만 해지는 어렵고 느려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10월 접수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관련 피해상담 건수(205건)가 2013년 같은 기간(161건)보다 2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피해유형 중에서는 해지신청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요금이 계속 부과되는 ‘해지접수 및 처리 관련 분쟁’(29.4%)이 가장 많았다. 신고 중에는 계약해지 후 15개월 동안 통장에서 요금이 빠져나갔다는 사례도 있었다. 약정기간이 지난 후 서비스를 해지했는데도 위약금이 청구된 것과 같은 ’위약금 분쟁’(17.1%)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소비자원이 시장점유율 상위 4개 회사(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KT, SK텔레콤)와 관련된 피해를 분석한 결과, 가입자 100만 명당 피해는 LG유플러스(21.6건), SK브로드밴드(13.1건), KT(7건), SK텔레콤(6건) 순이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월말 1900만 명을 넘어섰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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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만 빠른 초고속인터넷서비스…소비자 피해 증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가입은 쉽고 빠르지만 해지는 어렵고 느려 소비자들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10월 접수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관련 피해상담 건수(205건)가 2013년 같은 기간(161건)보다 2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피해유형 중에서는 해지신청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요금이 계속 부과되는 ‘해지접수 및 처리관련 분쟁’(29.4%)이 가장 많았다. 신고 중에는 계약해지 후 15개월 동안 통장에서 요금이 빠져나갔다는 사례도 있었다. 약정기간이 지난 후 서비스를 해지했는데도 위약금이 청구된 것과 같은 ‘위약금 분쟁’(17.1%)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소비자원이 시장점유율 상위 4개 회사(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KT, SK텔레콤)와 관련된 피해를 분석한 결과, 가입자 100만 명당 피해는 LG유플러스(21.6건), SK브로드밴드(13.1건), KT(7건), SK텔레콤(6건) 순이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월말 1900만 명을 넘어섰다.김성모 기자mo@donga.com}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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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일기획, 유튜브 광고회사평가 은상… 갤럭시 광고 6개 영상 호응도 높아

    제일기획은 최근 유튜브가 주관한 ‘2014년 올해의 창의적 광고회사’ 평가에서 2위에 올라 아시아 광고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본상(은상)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이 평가는 1년 동안 유튜브 사이트에 게시된 광고영상물의 조회수, 스킵(광고 건너뛰기)된 것을 제외한 실제 광고시청 건수, 광고영상의 총 시청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집계해 이뤄진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55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갤럭시 11 Training’편 등 6개 영상이 모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며 “유튜브의 평가는 누리꾼들의 순수한 관심을 객관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제일기획의 광고·마케팅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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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상 김모임 연세대 명예교수 “상금1억, 여성지도자 육성에 기부”

    유한양행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11회 유일한상’ 시상식을 열고 김모임 연세대 명예교수(80·사진)에게 상패와 상금 1억 원을 수여했다. 김 명예교수는 40여 년간 모교인 연세대 간호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지난해에는 26억 원의 전 재산을 모교에 기부하는 등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것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번 상금 1억 원도 기부하겠다”며 “국제적인 여성 지도자를 길러내는 데 상금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유일한상은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사회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됐다. 사회 각 분야에서 귀감이 되는 인물에게 주어진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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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올해의 자동차 광고상’… 이노션, TV부문 최우수상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세계적 명성의 ‘원쇼(The One Show)’ 광고제와 미국 최대의 국제 자동차 전시회인 ‘북미오토쇼’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2015 올해의 자동차 광고상’에서 TV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상 작품은 이노션 미국법인이 제작한 현대자동차 광고 ‘아빠의 육감’ 편이다. 올해의 자동차 광고상은 전 세계의 자동차 광고 중 최고의 작품에 주어진다. 이노션은 이 상을 지난해(인터랙티브 부문 최우수상)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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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물경쟁 끝, 이젠 면발로 승부”… 농심 ‘우육탕면’ 출시

    농심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개발한 라면 신제품 ‘우육탕면’을 13일 공개했다. 우육탕면은 면발 굵기(3.2mm)가 지금까지 나온 라면 중 가장 굵다. 면의 굵기가 일반 라면(1.6mm)의 2배, 통통한 면발로 잘 알려진 ‘너구리’(2.1mm)의 1.5배다. 농심은 이날 제품발표회에서 “50년 동안 쌓인 제면 노하우로 두꺼운 면발을 단시간에 익힐 수 있는 기술(면 내부에 열이 잘 전달되도록 제조)을 개발해 우육탕면에 처음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별한 면발 덕분에 너구리와 같은 시간(끓는 물에 5분) 동안만 조리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우육탕면은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을 내도록 했고, 쇠고기육수에 고추장을 넣어 국물맛을 냈다. 농심의 심규철 면마케팅 팀장은 “농심의 50년 라면 노하우를 집약해 1년이 넘는 개발 과정을 거쳤다”며 “그동안 라면 업계가 국물에 사활을 걸었던 것과 다르게 면에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농심 측은 면발에 변화를 준 것에 대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에 따르면 세계 라면업계를 선도하는 일본 식품업체들은 2010년부터 구불구불하지 않은, 직선 형태의 라면 면발을 만들어내는 등의 변화를 시도해 왔다. 농심은 우육탕면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는 해외 시장에 수출할 예정이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의 목표는 매출액 500억 원 달성과 판매순위 톱 10 진입이다. 최성호 농심 상무는 “우육탕면은 쇠고기맛 라면이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도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고인 일본 라면업체들을 따라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육탕면 1봉지(123g)의 소매가격은 판매점에 따라 960∼1200원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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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쓰다 요금 폭탄”…실버요금제 소비자 불만 급증

    스마트폰으로 메신저나 인터넷을 쓰는 고령자들이 늘어났지만, 이들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서비스는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버요금제 상품의 데이터량이 사용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은 65세 이상이 가입하는 실버요금제에 대한 소비자상담(불만) 건수가 2013년 1214건에서 지난해(1~11월) 1910건으로 57.3% 급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전체 소비자 불만(2013년~2014년) 3124건 중 가장 많은 것은 ‘계약 당시 고지 받은 것보다 요금이 많이 청구됐다’(35.2%·1101건)는 것이었다. ‘알뜰폰의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기본 제공량을 초과한 데이터 요금이 과다하게 청구됐다’는 불만(23.5%·734건)과 ‘본인의 이용 패턴에 맞지 않는 요금제에 가입됐다’(11.8%·368건)가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요금 과다청구와 기본 데이터 부족, 초과 데이터 요금 과다청구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데이터가 적고 기본 사용량을 넘는 데이터 요금이 비싸다 보니 전체 요금이 과다 청구된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요즘에는 고령자들도 메신저·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만 실버요금제의 할인혜택은 주로 음성통화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생긴다. 이에 따라 고령 소비자들의 실버요금제 이용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 소비자연맹의 지적이다. 201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소비자 중 실버요금제를 사용하는 비율(30.8%)은 채 3분의 1이 되지 않았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쓰다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상담 내용이 꽤 많았다”며 “고령의 소비자의 실제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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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벅스 커피-칠레산 와인, 서울이 가장 비싸

    서울에서 파는 스타벅스 커피와 칠레산 와인, 탄산수 가격이 뉴욕, 런던, 파리보다 더 비싼 세계 최고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해 6월과 10월 세계 13개국을 대표하는 도시 1곳씩의 가공식품과 농축산물 25개 품목(42개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42개 제품 중 35개의 가격이 조사 대상국 중에서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물가가 비쌌다. 특히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커피와 칠레산 와인(몬테스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13개국 중 제일 비쌌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국내 가격은 ‘톨 사이즈’(355mL) 기준으로 4100원이다. 이는 프랑스 파리(4023원), 일본 도쿄(3633원), 중국 베이징(3679원)보다 비싼 것은 물론이고 가장 가격이 싼 미국 뉴욕(2477원)보다 1.7배 가까이로 높은 것이다. 칠레산 와인 가격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2004년 발효됐는데도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비쌌다. ‘몬테스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의 가격(백화점 판매가)은 2010년 4만7000원에서 지난해 4만3000원으로 내렸지만 한국에서의 가격이 조사국 중 최고가였다. 또 탄산수 2개 제품(게롤슈타이너, 산펠레그리노) 가격은 13개국 중 2위, 펩시콜라와 버드와이저 맥주 값은 3위로 조사되는 등 한국의 음료 가격도 비싸게 나타났다. 국내산 쇠고기 등심과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 역시 서울이 13개 도시 중 가장 비쌌다. 소비자시민모임은 “FTA 체결로 인한 관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유통구조 개선 등의 제도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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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서 파는 스타벅스 커피-칠레산 와인 가격 세계 최상위권, 이유는?

    서울에서 파는 ‘스타벅스 커피와 칠레산 와인, 탄산수 가격이 뉴욕, 런던, 파리보다 더 비싼 세계 최상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해 6월과 10월 세계 13개국을 대표하는 도시 1곳씩의 가공식품과 농축산물 25개 품목(42개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42개 제품 중 35개의 가격이 조사 대상국 중에서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물가가 비쌌다. 특히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커피와 칠레산 와인(몬테스알파 까베르네쇼비뇽)은 13개국 중 제일 비쌌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국내 가격은 ’톨 사이즈(355ml)‘ 기준으로 4100원이다. 이는 프랑스 파리(4023원), 일본 도쿄(3679원), 중국 베이징(3679원)보다 비싼 것은 물론 가장 가격이 싼 미국 뉴욕(2477원)보다는 1.7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칠레산 와인 가격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2004년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비쌌다. ’몬테스알파 까르네쇼비뇽‘의 가격(백화점 판매가)은 2010년 4만7000원에서 지난해 4만3000원으로 내렸지만 한국 가격이 조사국 중 최고였다. 또 탄산수 2개 제품(게롤슈타이너·산펠레그리노) 가격은 13개국 중 2위, 펩시콜라와 버드와이저 맥주 값은 3위로 조사되는 등 한국의 음료 가격이 비싸게 나타났다. 국내산 쇠고기 등심과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 역시 서울이 13개 도시 중 가장 비쌌다. 소비자시민모임은 “FTA 체결로 인한 관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유통구조 개선 등의 제도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mo@donga.com}

    • 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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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톡경제]허니버터칩이 달군 과자 열풍, 대장균이 얼려버린 시리얼 시장

    식품업계를 출입하는 기자가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허니버터칩 좀 구해 달라”였습니다. 그만큼 식품업계에서는 2014년을 ‘허니버터칩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처음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었을 때는 사람들이 무작정 유행을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현상을 말하는 ‘밴드왜건 효과’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인기가 지속됐고, 급기야 처음에는 배 아파하던 경쟁사들까지 콧노래를 부르게 됐습니다. 허니버터칩을 사러 온 고객들이 다른 과자도 사게 됐고, 허니버터칩을 ‘참고해’ 만든 후발 제품들도 잘 팔렸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스낵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9% 올랐습니다. 해태제과를 뺀 나머지 업체들의 매출 성장률도 17.6%나 됩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허니버터칩 돌풍이 낙수효과를 냈다”고 반겼습니다. 식품업계의 다른 관계자들은 아예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은 덕에 다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과자업계에서 ‘꿀’이 흘러넘쳤다면 ‘독(毒)’이 넘쳐흐른 곳도 있습니다. 시리얼업계에서는 애꿎은 업체들까지 경쟁 상대의 ‘독배’를 함께 마셨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시리얼업계 1위인 동서식품의 시리얼에서 대장균이 검출됐습니다. 이 때문에 시리얼 시장 전체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지난해 4분기 시리얼 전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7% 감소했습니다. 동서식품 제품 매출이 75.5%, 나머지 회사들의 매출은 22.1% 줄어들었습니다. 원래 먹을거리 시장이 민감하긴 합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식품은 본래 인간의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다. 게다가 정보 접근성이 훨씬 높아지면서 특정 사건의 파급력이 세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으론 과자와 시리얼 이야기에서 인간사를 꿰뚫는 교훈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일 수는 없다’입니다. 기업의 세계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우선이지만 이런 원칙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요. 아무쪼록 2015년은 소비자들이 맛있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많이 나오는, 달콤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김성모·소비자경제부 mo@donga.com}

    • 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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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니버터칩’ 배 아파하던 경쟁사가 콧노래? 이유를 보니…

    식품업계를 출입하는 기자가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허니버터칩 좀 구해달라”였습니다. 그만큼 식품업계에서는 2014년을 ‘허니버터칩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처음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었을 때는 사람들이 무작정 유행을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현상을 말하는 ’밴드왜건 효과‘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인기가 지속됐고, 급기야 처음에는 배 아파하던 경쟁사들까지 콧노래를 부르게 됐습니다. 허니버터칩을 사러 온 고객들이 다른 과자도 사게 됐고, 허니버터칩을 ‘참고해’ 만든 후발 제품들도 잘 팔렸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스낵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9% 올랐습니다. 해태제과를 뺀 나머지 업체들의 매출 성장률도 17.6%나 됩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허니버터칩 돌풍이 낙수효과를 냈다”고 반겼습니다. 식품업계의 다른 관계자들은 아예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은 덕에 다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과자 업계에서 ‘꿀’이 흘러넘쳤다면 ‘독(毒)’이 넘쳐흐른 곳도 있습니다. 시리얼 업계에서는 애꿎은 업체들까지 경쟁 상대의 ‘독배’를 함께 마셨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시리얼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의 시리얼에서 대장균군이 발견됐습니다. 이 때문에 시리얼 시장 전체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지난해 4분기 시리얼 전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7% 감소했습니다. 동서 제품 매출이 75.5%, 나머지 회사들의 매출은 22.1% 줄어들었습니다. 원래 먹을거리 시장이 민감하긴 합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식품은 본래 인간의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다. 게다가 정보 접근성이 훨씬 높아지면서 특정 사건의 파급력이 세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으론 과자와 시리얼 이야기에서 인간사를 꿰뚫는 교훈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일 수는 없다’입니다. 기업의 세계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우선이지만 이런 원칙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요. 아무쪼록 2015년은 소비자들이 맛있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많이 나오는, 달콤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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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알리스’ 230억 시장 풀린다… 들뜬 제약업계

    올 하반기(7∼12월)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제약사 릴리의 발기부전·전립샘비대증 치료제인 ‘시알리스’의 특허가 9월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20곳이 넘는 국내 제약사들이 시알리스 복제약을 개발하며 특허 만료를 기다리고 있다. 2003년 처음 시판된 시알리스는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2013년 기준 약 26%·2014년 통계는 취합 중)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2013년에만 23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2차 춘추전국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에는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복제약이 잇따라 나와 시장에서 혼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 수요가 분산돼 시알리스가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시알리스의 약효 성분인 ‘타다라필’을 이용한 복제약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는 광동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한미약품 등 20여 곳이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는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는 이미 비아그라 복제약(‘팔팔정’)으로 오리지널 약품의 매출을 넘어선 경험이 있다. 팔팔정은 지난해 시알리스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2013년 기준 약 16%)를 차지했다. 몇 달 전부터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시알리스 복제약인 ‘구구정’(가칭) 시판을 준비 중”이란 소문이 돌았다. 한미약품은 ‘팔팔정을 뛰어 넘자’는 뜻으로 새 약의 가칭을 구구정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제품명은 ‘타달정’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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