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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창단한 안산공고는 그동안 존재감이 없는 학교였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SK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이 대표적이고, 주전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강한울(삼성)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적도 별로 없다. 김광현이 활약하던 2000년대 중반 4강에 두어 차례 오른 게 전부다. 김광현은 2학년이던 2005년 제59회 황금사자기에서 눈부신 역투로 팀을 4강에 올려놨다. 김광현은 성남서고와의 준결승에서 14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눈부신 호투 속에 단 1점을 내줬는데 팀은 0-1로 졌다. 그랬던 안산공고가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에서 파란의 팀으로 떠올랐다. 안산공고는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충청·전라권의 강호 대전고를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4-3으로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전고는 이번 대회 1회전에서 우승 후보 서울고를 이긴 팀이다. 안산공고의 반란은 주말리그부터 시작됐다. 경기권B에 속한 안산공고는 6전 전승으로 주말리그 도입 후 처음으로 권역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세를 몰아 6일 열린 신흥고와의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도 7-2로 승리했다. 안산공고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1회전에서 탈락했었다. 이날은 빠른 투수 교체로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선발 투수 정철원(3학년)이 경기 초반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주자 2회부터 김도규(3학년)를 구원 등판시켰다. 듬직한 신체조건(키 190cm, 몸무게 95kg)의 김도규는 이후 연장 10회 승부치기까지 8과 3분의 2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틀어막으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지난해까지 14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졌던 김도규는 이날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에 머물렀지만 대전고 타자들을 요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9회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10회 연장 승부치기로 돌입했다. 선공인 대전고가 1점을 먼저 앞서 나갔지만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안산공고 김동형(3학년)이 우익수를 넘어가는 큼지막한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쳐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내년 프로 입단 전에 150km를 던지는 게 목표라는 김도규는 “겨울 훈련을 시작하기 전 김광현 선배를 포함한 OB 선배들이 모교를 찾아 밥도 사 주시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홍상욱 안산공고 감독도 “(김)광현이나 (강)한울 등은 후배들을 위해 꾸준히 배트와 공, 글러브 등을 선물해 왔다.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일을 한번 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광주동성고는 경동고를 8-1, 7회 콜드게임으로 제압하고 8강에 선착했다. 마산고와 상원고의 경기는 마산고가 1-0으로 앞선 5회초가 끝난 뒤 빗줄기가 강해져 이튿날로 순연됐다. 오후 6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군산상고-덕수고의 경기도 10일 같은 시간으로 미뤄졌다. 이헌재 uni@donga.com·임보미 기자}

텍사스 외야수 추신수(35·사진)가 메이저리그 데뷔 12년 만에 개인 통산 150번째 홈런을 달성했다. 추신수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8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0-4로 뒤진 7회초 상대 좌완 브래드 핸드의 직구를 밀어 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4호이자 통산 150호 홈런이다. 2005년 시애틀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추신수는 2006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뒤 첫 홈런을 날렸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것도 4시즌(2009년, 2010년, 2013년, 2015년)이나 된다. 추신수는 이날 개인 통산 120호 도루에도 성공했다. 5회초 볼넷을 골라 나간 뒤 딜라이노 디실즈의 타석에서 시즌 2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추신수는 호타준족의 상징이랄 수 있는 20-20클럽에는 모두 3차례(2009년, 2010년, 2013년) 가입했다. 추신수는 이날 2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지만 텍사스는 2안타에 그치는 빈공 끝에 1-5로 졌다. 샌디에이고 타선은 홈런 3개 등 10안타를 때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근 주춤했던 KBO리그 NC 출신 메이저리거 에릭 테임즈(31·밀워키)의 대포가 모처럼 폭발했다. 테임즈는 8일 피츠버그와의 방문경기에 2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5-2로 앞선 9회초 조니 바바토를 상대로 시즌 12번째 홈런을 때렸다. 테임즈는 이날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9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176에 1타점으로 부진했던 테임즈는 10경기 만에 홈런을 추가했다. 테임즈의 홈런 직후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이 피츠버그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롯데에서 뛰었던 투수 조쉬 린드블럼(30)이었다. 홈런을 맞은 바바토를 구원 등판한 린드블럼은 에르난 페레스를 상대로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린드블럼은 공 1개로 페레스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2015년부터 2년간 롯데의 에이스로 활약한 린드블럼은 지난 시즌 후 재계약 제의를 받았으나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셋째 딸 먼로를 위해 미국 잔류를 선택했다. 피츠버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린드블럼은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인 끝에 하루 전 메이저리그 승격 통보를 받았다. 2014년 4월 3일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고 클리블랜드전에 나선 게 마지막 메이저리그 경기였던 그는 1131일 만에 다시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이 방송을 중계한 현지 방송 캐스터는 마지막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는 린드블럼을 향해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메이저리그에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주 연속 푸른 하늘이 밝게 웃었다. ‘스마일 퀸’ 김하늘(29·하이트진로·사진)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 컵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주 사이버 에이전트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개인 통산 JLPGA투어 5승째로 우승 상금은 2400만 엔(약 2억4000만 원). 김하늘은 7일 일본 이바라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김하늘은 고진영과 렉시 톰프슨(미국) 등 2위 그룹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JLPGA에서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한 것은 2015년 이보미 이후 처음이다. 2015년 일본 무대에 진출한 김하늘은 그해 9월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에서 처음 우승했고, 지난해엔 3월 악사 레이디스 토너먼트와 11월 리코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리코컵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기 때문에 김하늘은 메이저 대회 2연속 우승이라는 기록도 달성했다. 김하늘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JLPGA투어 10개 대회 가운데 5승을 합작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자가 알고도 못 치는 커브를 던지네요. 생전의 최동원이 던졌던 커브 같네요.”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이 열린 7일 서울 목동구장. 경남고와 성남고의 경기를 지켜보던 프로 스카우트들은 경남고 선발 투수 최민준의 커브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쇠팔이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고 최동원은 한국 야구가 낳은 전설적인 투수다. 경남고 출신인 최동원은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과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를 주 무기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고교 3학년인 최민준의 직구는 동문 선배 최동원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날 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최동원을 연상시키는 ‘명품 커브’를 앞세워 성남고 타자들을 연신 돌려 세웠다. 7이닝 동안 4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3-0 승리를 이끈 최민준은 팀을 16강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커브를 던져 삼진을 6개나 잡아냈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는 “최민준의 커브는 빠르면서도 각이 크다. 커브만 보면 최동원이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평소 최민준은 커브 외에도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 등 다양한 공을 던진다. 하지만 이날은 커브가 워낙 좋다보니 거의 직구와 커브 두 구종만으로 한 경기를 책임졌다. 최민준은 “초등학교 때 잘 배워 좋은 커브를 던질 수 있는 것 같다. 크지 않은 키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 선배님(세인트루이스)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고는 1회말 상대 실책과 볼넷으로 맞은 1사 1, 2루에서 한동희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는 권영호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고, 5회에는 예진원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3-0으로 앞선 8회초 최민준을 구원 등판한 서준원은 2이닝을 무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2학년 서준원은 사이드암 투수로서는 상당히 빠른 142km의 공을 던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광주진흥고가 9회말 터진 성영래의 끝내기 안타로 배재고를 7-6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경기 초반 0-4로 뒤지던 진흥고는 4회말 7명의 타자가 연속해서 안타를 때려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소중한 승리를 낚았다. 동산고는 4-4 동점이던 9회말 상대의 끝내기 실책을 발판 삼아 강릉고에 5-4로 역전승했다. 마산용마고는 8회초 터진 오영수의 홈런 등으로 청담고(경기 평택)를 9-4로 이겼다. 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타자가 알고도 못 치는 커브를 던지네요. 생전의 최동원이 던졌던 커브 같네요.”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이 열린 7일 서울 목동구장. 경남고와 성남고의 경기를 지켜보던 프로 스카우트들은 경남고 선발 투수 최민준의 커브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쇠팔이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고(故) 최동원은 한국 야구가 낳은 전설적인 투수다. 경남고 출신인 최동원은 150km가 넘는 빠른 공과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를 주 무기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고교 3학년인 최민준의 직구는 동문 선배 최동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날 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최동원을 연상시키는 ‘명품 커브’를 앞세워 성남고 타자들을 연신 돌려 세웠다. 7이닝 동안 4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3-0 승리를 이끈 최민준은 팀을 16강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커브를 던져 삼진을 6개나 잡아냈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는 “최민준의 커브는 빠르면서도 각이 크다. 커브만 보면 최동원이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평소 최민준은 커브 외에도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 등 다양한 공을 던진다. 하지만 이날은 커브가 워낙 좋다보니 거의 직구와 커브 두 구종만으로 한 경기를 책임졌다. 최민준은 “초등학교 때 잘 배워 좋은 커브를 던질 수 있는 것 같다. 크지 않은 키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 선배님(세인트루이스)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고는 1회말 상대 실책과 볼넷으로 맞은 1사 1, 2루에서 한동희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는 권영호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고, 5회에는 예진원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3-0으로 앞선 8회초 최민준을 구원 등판한 서준원은 2이닝을 무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2학년 서준원은 사이드암 투수로서는 상당히 빠른 142km의 공을 던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광주진흥고가 9회말 터진 성영래의 끝내기 안타로 배재고를 7-6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경기 초반 0-4로 뒤지던 진흥고는 4회말 7명의 타자가 연속해서 안타를 때려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소중한 승리를 낚았다. 동산고는 4-4 동점이던 9회말 상대의 끝내기 실책을 발판 삼아 강릉고에 5-4로 역전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롯데 포수 강민호(사진)가 개인 통산 20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강민호는 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방문 경기에서 0-1로 뒤진 2회초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류희운의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역전 2점 홈런을 때렸다. 시즌 4호포를 때린 강민호는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200홈런 이상을 기록한 24번째 선수가 됐다. 롯데가 이날 3-2로 승리하면서 강민호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강민호의 팀 동료 이대호는 2-1로 앞선 4회초 구장을 훌쩍 넘어가는 장외 솔로 홈런포를 때렸다. 시즌 8호. 넥센은 선발 투수 신재영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김민성과 채태인 등의 홈런을 앞세워 KIA를 9-1로 꺾고 올 시즌 KIA를 상대로 5연패 뒤 첫 승을 따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회 첫날부터 ‘언더도그’의 반란이 이어졌다. 3년 만에 황금사자기 무대를 밟은 대전고가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 서울고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포철고도 김영준이라는 특급 에이스를 보유한 선린인터넷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대전고는 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서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던 강호 서울고에 4-3, 재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전 프로 스카우트 대부분은 서울고의 우세를 예상했다. 서울고는 투타 양면에서 빼어난 재능을 과시하고 있는 강백호와 곧잘 홈런을 때려내는 거포 이재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2학년 투수 최현일과 이교훈이 지키는 마운드도 대전고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야구는 개인이 아닌 팀 스포츠였다.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대전고는 경기 내내 짜임새 있는 야구를 펼치며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이끈 주역은 선발 투수 신현수였다. 동문 선배인 조상우(넥센)를 연상시키는 신체조건(키 190cm, 몸무게 101kg)을 갖춘 신현수는 아직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이날도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36km에 불과했다. 하지만 절묘한 제구력과 공격적인 피칭을 앞세워 서울고 타선을 7과 3분의 2이닝 동안 9피안타 3실점으로 잘 막았다. 128개의 공을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온 신현수는 “좋아하는 조상우 선배처럼 빠른 공을 던지고 싶다. 시속 145km까지 구속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대전고는 3회초 이윤오의 2타점 적시타로 2-0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4회말 대거 3점을 내주며 2-3 역전을 허용했다. 대전고는 5회초 공격 무사 1루에서 한구연의 우익수 방향 3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3루에서 이윤오가 희생플라이를 쳐내 재역전에 성공했다. 4-3으로 쫓기던 8회말 2사 1, 2루에서 신현수를 구원 등판한 2학년 이장우는 허를 찌르는 견제로 2루 주자 박준영을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9회말에도 2사 만루 상황까지 몰렸지만 마지막 타자 정문근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김의수 대전고 감독은 “올해 모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힘든 상대인 서울고를 이긴 여세를 몰아 남은 경기에서도 큰일을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포철고 역시 끈끈한 팀컬러를 앞세워 선린인터넷고를 10-8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톱타자 조일현은 6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헌재 uni@donga.com·임보미 기자}

가수 이승철(51)이 프로골퍼 양용은(45)의 캐디로 나선다. 이승철은 4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에서 열리는 제36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첫날 1라운드에서 양용은의 캐디백을 멜 예정이다. 캐디는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할 수 있다. 의형제 사이인 둘은 이전부터 깊은 우의를 쌓아 왔다. 이승철은 기회가 될 때마다 양용은이 출전하는 국내외 경기를 직접 찾아 응원해 왔다. 양용은 역시 이승철의 ‘아프리카 차드 학교 건립’ 기부 활동을 위해 2000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승철은 2011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마스터스 대회의 사전 이벤트 파3 콘테스트에서 양용은의 일일 캐디로 나서기도 했다. 구력이 30년 가까이 되는 이승철은 핸디캡이 싱글인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다. 몇 해 전부터 골프공 사업도 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산 촌놈들이 언제 서울 구경을 해 봤겠어. 밤새 기차 타고 와서 관중이 가득 찬 야구장에 서 있으려니 엄청 긴장했지. 글쎄, 우리 팀 선발 투수가 얼마나 떨었던지 공을 백네트에다 던져버렸다니까.”(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수학여행 가기 전날처럼 설레었지. 비록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출전 자체가 영광이었어. 한국의 고교 야구는 황금사자기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김인식 KBO 총재 특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만난 김응용 회장(77)과 김인식 특보(71)는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이렇게 추억했다. 김 회장은 1959년 열린 제13회 황금사자기 대회 때 부산상고(현 개성고) 선수로 출전했고, 배문고를 나온 김 특보는 1963년과 1964년 제17, 18회 대회에서 2년 연속 그라운드를 밟았다. 두 사람은 한국 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들이다. 김 회장은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4번 타자로 활약했고. 프로 감독으로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해태 9번, 삼성 1번)을 이끌었다. 두산과 한화 등에서 프로 감독을 지낸 김 특보는 3차례(2006년, 2009년, 2017년)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회장은 올해 한국 아마 야구를 이끄는 최고 행정가가 됐고, 김 특보는 WBC 이후 KBO리그 총재를 보좌하는 자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올해로 71회째를 맞는 황금사자기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큰 기대를 표했다. 3월 열린 제4회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맛본 김 특보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우리 대표팀에 정말 좋은 투수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는 시속 145km를 넘게 던지는 재목이 여럿 있더라. 팬 여러분이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이 선수들의 성장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어린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프로에 오는 게 중요하다. 우승 몇 번 했다고 명문 학교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학교 출신이 몇 명이나 메이저리그에서 있는지, 아니면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성적을 위해 선수들을 혹사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협회와 KBO는 ‘프로 아마 업무공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아마 선수 보호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투구 수 제한과 변화구 투구 금지 등의 조치는 대책이 확정되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아마 선수들의 겨울철 경기를 막기 위해 프로 신인 드래프트 일정을 현재 8월에서 9월로 한 달 정도 미루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일정에 따라 주말리그 시작도 한 달 미뤄지면 겨울철 야구를 막을 수 있다. 이 밖에 현행 나무 배트를 알루미늄 배트로 대체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김 회장은 “미국, 일본 고교 선수들은 모두 알루미늄 배트를 쓴다. 아직 신체 발달이 제대로 안 된 어린 선수들은 나무 배트를 사용해서는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들다. 경제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김 특보는 “프로야구 흉내를 내기보다 좀더 학생다운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점수를 내면 모두 더그아웃 밖으로 쏟아져 나와 과도하게 괴성을 지르며 오버액션 하는 세리머니 등은 보기가 좋지 않다. 학생으로서 기본을 갖춘 야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역사적인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1부 리그) 진출 원동력을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2013년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62)이다. 1994년 안양 한라(전 만도 위니아)를 창단한 정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스하키 마니아다. 1997년 금융위기로 그룹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알짜 회사들을 매각하면서도 아이스하키 팀만은 지켰다. “20년 넘게 왜 비인기 종목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전정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정 회장의 주도로 2003년 창설된 한중일 리그를 통해 선진 아이스하키를 배울 수 있었다. 리그 출범 당시 안양 한라 직원이던 양승준 협회 전무는 “일본 팀들은 수준이 낮다며 한국 팀과의 교류 자체를 꺼렸다. 초창기만 해도 큰 점수 차로 지던 한국 팀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 팀들을 따라잡았다”고 했다. 정 회장이 2013년부터 가동한 ‘핀란드 프로젝트’는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폭제가 됐다. 안양 한라는 2012년부터 아이스하키 강국인 핀란드 2부 리그에 선수 10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이듬해엔 핀란드 2부 리그 팀 키에코 반타 구단을 아예 인수해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했다. 상무를 아시아리그에 편입시켰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정 회장이 국방부와 일본 팀들을 설득해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상무가 아시아리그에 합류하면서 선수들은 경기 감각을 유지한 채 소속팀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백지선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7명을 성공적으로 귀화시키면서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 3년 새 한국은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일본, 카자흐스탄, 헝가리 등을 완파했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으로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자동출전권도 받았다. 여기에 톱 디비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20년이 넘는 인내와 끊임없는 투자가 있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 팀 선발 투수(KIA 양현종, NC 장현식)를 볼 때 KIA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렇게까지 싱거운 대결이 될지는 몰랐다. 올 시즌 1, 2위 간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던 KIA-NC의 광주 경기는 선두 KIA의 완승으로 끝났다. 사실상 1회부터 승부가 결정 났다. 장현식은 1-0으로 앞선 1회말 첫 타자 버나디나와 이명기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갔다. 후속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으나 나지완 이범호에게 다시 연속 볼넷을 내줘 밀어내기로 손쉽게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안치홍에게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맞고 강판되고 말았다. 4개의 볼넷을 남발한 장현식이 1이닝을 채 버티지 못한 반면 양현종은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9-3으로 승리한 KIA는 18승 6패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양현종은 5승(무패)째. NC의 연승 행진은 ‘9’에서 마감됐다. KIA와의 승차는 2.5경기로 벌어졌다. 두산은 잠실 경기에서 롯데를 2-0으로 꺾었고 LG는 kt에 2-1로 승리했다. kt는 최근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47년 4월 15일(현지시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바뀌었다. 브루클린 다저스 소속의 재키 로빈슨(1972년 사망)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이다. 미국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으로 불리는 흑인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흑백의 경계를 허문 로빈슨이 달았던 등번호 42번은 1997년부터 메이저리그 전체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2017년 4월 26일 메이저리그 또 하나의 역사가 쓰여 졌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기프트 은고페이(27)가 순수 ‘아프리칸(African)’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거가 된 것이다. 피츠버그 소속의 은고페이는 2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안방 경기에서 4회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4회말 공격 때 처음 타석에 들어선 은고페이는 존 레스터를 상대로 안타까지 쳤다. 1루 코치 키메라 바티는 1루 베이스를 밟은 은고페이를 끌어안았고, 상대 1루수 앤서니 리조도 미소를 지었다. 피츠버그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모국을 위해서”라고 외치며 그의 역사적인 첫 안타를 축하했다. 이날 경기 전 피츠버그는 사상 첫 리투아니아 출신 메이저리거 투수 도비다스 네브로스카스를 트리플A로 보내고, 은고페이를 메이저리그로 불러 올렸다. 주전 3루수 데이비드 프리스가 허벅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어 백업 내야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응고페이는 고향의 야구 클리닉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2008년 피츠버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야구를 하는 나라이지만 선수 대부분은 백인이다. 은고페이는 경기 후 “이 순간을 얼마나 꿈꿔왔는지 모른다. 1루를 밟았을 때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말했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은고페이는 아프리카 인구 16억 2000만 명 중 유일한 한 명이다. 믿기 힘든 아름다운 일이 오늘 벌어졌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따르면 실제 아프리카 인구는 12억 16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다시는 야구를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뭘 해도 잘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고, 혈기 넘치던 시절이었다. 2010년 8월 이형종(28)은 LG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골프채를 잡았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11시까지 하루 18시간씩 공을 쳤다. 하루에 3000개의 공을 때린 날도 있었다. “정말 체력적으로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미친놈처럼 공만 친 것 같아요.” 3개월도 안 돼 70대 타수에 진입했다. 6개월 만에 세미프로 테스트에 나갔다. 이틀간 열린 테스트에서 첫날은 무사히 통과했다. 그런데 둘째 날 커트라인에 한 타 모자란 78타를 치면서 탈락했다. 그토록 싫었던 야구가 그리워졌다. 나오긴 쉬웠어도 되돌아가는 건 어려웠다. 무엇보다 여전히 팔꿈치가 아팠다. 그는 2011년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눈물 왕자’의 탄생 그의 야구 인생이 처음부터 험난한 건 아니었다. ‘야구 천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실패를 모르고 자랐다. 초중학교 때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이끌었다. 첫 번째 시련은 서울고 3학년이던 2007년 열린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었다. 광주일고와의 대결에서 그는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에이스이던 그는 마운드에 털썩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에이스’란 별명이 붙었다. 이형종은 “어릴 땐 유독 승부욕이 강했다. 볼링이건, 당구건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런데 그날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무력감과 분노가 뒤섞여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LG는 1차 지명 선수인 그에게 계약금으로 4억3000만 원을 안겼다. 봉중근 등 선배 투수들은 “진짜 물건이 하나 들어왔다. 한국 최고 투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팔꿈치였다.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술대에 올라 2년을 허무하게 보냈다. 2010년 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팀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해 5월 16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며 승리 투수가 된 기쁨도 잠시. 또다시 팔꿈치 부상이 도졌다. 그는 야구를 포기했다. ○ 세상에서 간절함을 배우다 밖은 추웠고 냉정했다. 골프를 배우고, 미국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느라 있던 돈을 다 써버렸다. 생활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 2012년 처음 얼마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호프집 등을 전전하며 서빙을 했다. 주 6일,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해도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하루 쉬는 날엔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는 “야구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산다는 걸 알게 됐다. 다시 야구를 하게 되면 모든 걸 쏟아부어야겠다는 간절함이 들었다”고 했다. 2013년 그는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어깨가 아팠다. 또 수술을 하라고 했다. 투수 이형종은 여기까지였다. 2014시즌 후 그는 타자 전향을 결심했다. 한 번 방망이를 돌릴 때마다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그가 타자로 1군에 올라오자 주변에서는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결국 잘한다)’이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서용빈 LG 타격코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서 코치는 “형종이가 훈련하는 걸 한 번이라도 직접 본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한 번도 야간 훈련을 빼먹지 않은 유일한 선수가 형종이다”라고 했다. ○ 돌고 돌아 진짜 야구 선수로 올해 이형종은 LG에선 없어선 안 될 타자다. 톱타자로 나선 26일 SK전에서도 3타수 3안타를 치며 타율을 4할대(0.413·75타수 31안타)로 끌어올렸다. 타격 부문 2위다. 또 3홈런과 13타점, 5도루를 기록 중이다. 잘 치는 데다 아낌없이 몸을 날린다. 팬들은 그에게 미칠 광(狂)자와 적토마의 합성어인 ‘광토마’란 별명을 붙였다. 그는 타격할 때 다리를 높이 들고 친다. 교과서적인 자세와는 관계가 멀다. 하지만 그런 폼으로도 정확히 타격 타이밍을 잡는다. 포수 정상호는 “SK 최정이 상황에 따라 다리를 들면서 친다. 최정을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이형종도 천재더라”라고 했다. 양상문 감독도 “투수 때 와인드업을 많이 해봤기 때문인지 어려움 없이 타이밍을 잡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일을 겪은 선수라서 그런지 모든 플레이에 절실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요즘 이형종은 자나 깨나 야구 생각이다. 경기 후에도 그의 야구는 이어진다. 그는 “집에 가면 내 플레이를 다시 한 번 화면으로 돌려본다. 잘 친 타격은 10번 넘게 보기도 한다. 그렇게 복습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하다”며 웃었다. 요즘 야구장에서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이 크게 늘었다. 이형종은 진정한 야구 선수가 된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타자로 전향한 후 2군에서 힘들 때도 행복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매일 신나게 야구하면서 팬들의 응원까지 받습니다. 매일 절정의 행복을 느끼는데 어떻게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만하면 메이저리그가 한국 프로야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KBO리그 출신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일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메이저리그 2년째를 맞는 두산 출신의 김현수(29·볼티모어)는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다. 김현수는 25일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안방경기에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1-3으로 뒤진 6회 상대 선발 크리스 아처를 상대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솔로 홈런을 쳐냈다. 벅 쇼월터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같은 포지션에 기량이 비슷한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방식) 때문에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던 김현수였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현수는 하루 전 보스턴과의 경기에서는 9회 대타로 나서 왼손 투수 페르난도 아바드를 상대로 안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왼손 투수를 상대로 친 첫 번째 안타였다. 기회만 보장받는다면 언제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연이틀 과시한 셈.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홈런 이후 조너선 스코프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7회 말 애덤 존스가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6-3으로 승리했다. KBO리그 최고의 역수출품이라 할 수 있는 밀워키의 에릭 테임즈(31·전 NC)는 이날 신시내티와의 안방경기에서 9호와 10호 홈런을 연이어 터뜨렸다. 올 시즌 신시내티를 상대로만 벌써 7번째 홈런이다.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테임즈는 4월 월간 최다 홈런 기록 경신에도 도전한다. 역대로 4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홈런을 쳐낸 선수는 앨버트 푸홀스(2006년)와 알렉스 로드리게스(2007년)로 나란히 1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4월에 5경기를 남겨둔 밀워키는 3타수 2안타 3타점 3득점을 올린 테임즈의 활약을 발판 삼아 11-7로 승리했다. 지난해 6월까지 롯데에서 뛰었던 짐 아두치(32·디트로이트)는 메이저리그 복귀전이었던 24일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하루 전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로 승격한 아두치는 “한국에서 뛰었던 경험이 야구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이 새 역사를 써 가고 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전통의 강호 카자흐스탄에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24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홈페이지는 한국의 돌풍을 이렇게 표현했다. 백지선(짐 팩·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5-2로 꺾었다. 전날 폴란드에 4-2 승리를 거둔 한국은 2연승(승점 6점)으로 선두로 뛰어올랐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상대가 안 되는 팀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 한국은 3부 리그가 익숙한 나라였다. 2년 전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에서 우승해 2부 리그로 승격했지만 세계랭킹은 여전히 23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카자흐스탄의 세계 랭킹은 16위다. 진정한 세계선수권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챔피언십, 이른바 톱 디비전 16개국 중의 하나였다. 지난해 2부 리그로 강등돼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하게 됐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6개국 중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최근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뛰었던 선수를 5명이나 귀화시키면서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 한국은 1995년 아시안컵에서 카자흐스탄에 1-5로 진 것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삿포로 아시아경기 0-4 패배까지 12번 맞붙어 12번 모두 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집고 카자흐스탄에 대역전승을 거뒀으니 세계가 깜짝 놀랄 만했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귀화한 골리 맷 달튼과 골 넣는 수비수 알렉스 플란트(이상 안양 한라)였다. 아이스하키의 골리는 야구의 에이스에 비유된다. 팀 전력의 60%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정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홍보팀장은 “달튼이 골문을 든든히 지키는 덕분에 팀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뒤지고 있어도 공격수들이 힘을 낼 수 있다. 한국 팀 전력의 70%라고 봐도 된다”고 했다. 이날도 달튼은 32개의 유효 슈팅 중 30개를 막아 냈다. 공격에서는 이번 대회 직전 우수 인재 특별 귀화로 태극마크를 단 플란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플란트는 1-2로 뒤지던 3피리어드 5분 29초에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신상훈의 역전골로 3-2로 앞선 3피리어드 9분 58초에는 강력한 슬랩샷으로 상대 골문을 흔들었다.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플란트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하지만 진정한 기적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대회의 상위 2팀은 다음 시즌부터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한다. 승점이 같을 경우엔 승자승을 따지기 때문에 강호 카자흐스탄을 이긴 한국은 승격 가능성이 무척 높은 편이다. 남은 3경기에서 1승 1연장패만 해도 승격 안정권에 들 수 있다. 백 감독은 “정말 훌륭한 경기였다. 카자흐스탄처럼 강팀과 많은 경험을 쌓을수록 우리 팀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큰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동양인 최초로 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들어올린 그는 2014년부터 모국인 대한민국 아이스하키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7명의 귀화 선수(이번 대회 출전은 5명)와 기존 국내 선수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해 온 그는 “우리는 절대 약팀이 아니다.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원 팀’(하나의 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은 25일 오후 11시 헝가리와 3차전을 치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경남 김해 가야CC는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다. 23일 끝난 올해 대회 전장은 6816야드(파 72)였다. 같은 날 남자 대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열린 대유몽베르CC(7060야드)보다 약간 짧다. 장타자 김민선(22·CJ오쇼핑)에게는 최적화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김민선이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것)을 달성했다. 김민선은 23일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한 김민선은 2위 배선우(8언더파 208타·삼천리)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이자 개인 통산 4승째다. 우승 상금은 1억 원. 박성현(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떠난 올해 김민선은 KLPGA투어의 ‘장타 여왕’ 자리를 물려받았다. 올해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64.32야드로 전체 선수를 통틀어 1위다. 2014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 온 김민선은 올해까지 4년 동안 거의 매년 좋은 성적을 올렸다. 2014년에 3위를 했고, 작년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날도 3번홀(파5)에서 폭발적인 장타로 2온에 성공해 간단히 버디를 잡아내는 등 장타 덕을 톡톡히 봤다. 김민선은 “거리가 다른 선수들보다 멀리 나가다 보니 세컨드샷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짧은 클럽을 잡아서 스핀을 잘 먹일 수 있었다”며 “첫 승을 빨리했으니까 두 번째 우승도 최대한 빨리하고 싶다. 시즌 목표는 3승이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성기 시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종 라운드 때 항상 빨간 티셔츠를 입었다. 빨간색 마니아인 맹동섭(30·서산수골프앤리조트·사진)은 대회 때마다 빨간 바지를 챙긴다. 2017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2라운드 때 맹동섭은 빨간 바지를 꺼내 입으려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대회 마지막 날에 입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입고 필드에 나선 맹동섭이 군 제대 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맹동섭은 23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CC 브렝땅·에떼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2위 박일환(25·JDX멀티스포츠·16언더파 272타)을 3타차로 따돌렸다. 이는 지난해 최진호(33·현대제철)가 이 코스에서 세운 대회 최소타(17언더파 271타)를 경신한 새 기록이다. 2009년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 이후 무려 8년 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춘 맹동섭은 개인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13세 때 골프를 시작한 후 맹동섭은 지난해 9월 전역한 뒤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가졌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던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남자골프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딴 그는 “전역 후 2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즐기면서 골프를 쳤는데 그게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휴식에서 돌아온 뒤엔 부족했던 어프로치 샷을 가다듬는 데 애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정석 넥센 감독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 조상우(23)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시속 150km의 묵직한 공을 던지는 선발 투수 조상우를 확보한 넥센은 향후 순위 싸움에서 든든한 힘을 얻게 됐다.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넥센의 경기는 조상우의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2013년 넥센에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조상우는 지난 시즌 직전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팀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불펜 투수로만 뛰며 123경기에서 14승 7패, 5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2.90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처음 선발 투수로 조상우를 등판시킨 장 감독은 경기 전 “첫 선발 등판인 만큼 투구 수를 80개에서 90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웬만하면 80개 전후로 끊어줄 생각이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선수 몸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조상우는 이날 5회까지 단 79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와 2볼넷으로 1점만을 내줬다. 넥센이 6-5로 승리하면서 조상우는 2015년 9월 3일 한화전 이후 598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투구 내용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날 던진 41개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45km나 됐다.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나왔다. 또한 타자 앞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는 투심패스트볼도 14개나 던졌다. 스트라이크가 50개였을 정도로 제구도 잘됐다. 타선에서는 허정협이 2회 선제 2점 홈런, 김하성이 5회 솔로 홈런을 때리면서 조상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롯데는 2-6으로 뒤진 9회초 3점을 따라갔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두산 왼손 선발 함덕주도 데뷔 첫 선발승의 감격을 맛봤다. 함덕주는 같은 날 열린 SK와의 방문경기에서 5이닝 5안타 4볼넷 4실점했으나 4개의 홈런을 몰아친 팀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첫 선발승을 신고했다. 2013년 입단한 함덕주는 지난해까지 구원승으로만 8승을 거두고 있었다. 한화는 kt를 14-1로 대파했고, LG도 KIA에 7-1로 승리했다. NC는 삼성을 6-3으로 꺾고 6연승을 내달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점: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언제나 ‘직관’(직접 관람의 줄임말)을 할 수 있다. 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돈을 내고 보는 게 아니라 경기를 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좌석은 야구장 내에서 가장 야구가 잘 보이는 곳이다. TV에서나 보던 스타플레이어들을 눈앞에서 볼 수도 있다. #단점: 야구를 보고 싶지 않은 날에도 봐야만 한다. 상(喪)중이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한 야구장으로 출근해야 한다. 남들처럼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야구를 보는 것은 언감생심. 한순간이라도 경기에서 눈을 떼면 직무유기다. 여기서 질문 하나. 야구를 좋아하는 당신은 이 일을 직업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 직업 속에서 보낸 두 남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정말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팬으로 즐기는 게 좋습니다. 사명감과 열정이 없이 이 일을 했다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테니까요.” 윤병웅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53)과 이주헌 기록위원(48). 두 사람은 각각 2500경기씩, 둘이 합쳐 5000경기 이상 공식기록원으로 야구장을 지켰다. 1990년 KBO에 입사한 윤 위원은 14일 SK-한화의 대전 경기에서 2500경기를 달성했다. 1993년 기록위원이 된 이 위원은 그보다 사흘 전인 11일 한화-두산의 잠실경기에서 2500경기를 채웠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라고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살아있는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두 사관(史官)을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한국시리즈의 감동은 남의 얘기 KBO리그에는 17명의 기록위원이 있다. 그중 10명이 1군 경기를 담당한다. 2명이 한 조가 돼 매일 열리는 5경기를 맡는다. 한 사람은 기록지에 수기로 기록을 작성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전산에 기록을 띄운다. 전산에 올려진 기록은 KBO 홈페이지나 각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문자중계로 팬들과 만나게 된다. 경기당 두 명의 기록위원이 배치되는 것은 보다 정확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기록위원들은 안타와 실책을 판정하고, 홈런의 비거리를 재며, 누가 승리투수인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남겨진 기록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가 된다. 기록지만 있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당시 경기를 재현해 낼 수 있다. 기록원들은 일반 팬들과 야구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대표적인 예가 끝내기 안타가 나왔을 때다. 팬들은 끝내기 안타의 순간 자체를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기록위원들의 눈은 경기장 곳곳을 좇고 있어야 한다. 이 위원은 “끝내기 안타를 친 타자가 1루만 밟고 끝내느냐, 아니면 2루 베이스까지 밟았느냐가 중요하다. 단타냐, 2루타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시간도 체크해야 한다. 끝내기 안타의 감흥은 나중에 집에 가서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느낀다”며 웃었다. 윤 위원도 “20년 넘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를 기록해 왔지만 우승 헹가래를 본 기억이 한 번도 없다. 경기가 끝나면 기록위원들은 곧바로 통계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승의 순간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양준혁의 ‘열정’과 이승엽의 ‘배려’ 기록위원들이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고민은 안타와 실책 여부를 결정할 때다. 안타 1개가 뭐 그리 대수냐 할 수 있지만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선수가 적지 않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이 큰 스타 선수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전 삼성)의 기록실 급습 사건은 유명한 일 중 하나다. 신인이던 1993년 양준혁은 잘 때린 타구가 안타가 아닌 실책 판정을 받자 곧바로 기록실로 달려와 거세게 항의를 했다. “판정은 번복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던 양준혁은 홧김에 기록실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나무 문은 박살이 났다. 당시 그 판정을 내렸던 윤 위원은 “신인이 건방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양준혁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구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윤 위원은 2010년 9월 20일 열린 양준혁의 은퇴 경기에서 또 한 번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당시 TV로 경기를 시청했다는 윤 의원은 “그날 앞선 타석에서 3번 삼진을 당한 양준혁이 9회 마지막 타석에서 2루 땅볼을 친 뒤 1루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더라. 신인 때 그랬던 것처럼 양준혁은 마지막까지 열정이 넘치던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이 위원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삼성)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1990년대 말 어느 날이었다. 그는 이승엽의 텍사스 안타성 타구를 실책으로 판정했다. 이 위원은 “이승엽은 어지간한 일로 항의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너무 억울했던지 기록실로 찾아와 ‘그게 왜 실책입니까’라고 한마디를 하고 갔다”고 했다. 이튿날 둘은 공교롭게 복도에서 마주쳤다. 이승엽은 인사만 꾸벅 한 채 눈길을 피했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날 항의에 대해서 이승엽이 미안해하더라는 거였다. 이 위원은 “이승엽의 인성을 그때 알게 됐다. 안 그래도 미안하던 차에 그 얘기를 듣고 나선 더 미안해졌다. 올해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이승엽 선수를 혹시 만나게 되면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사의 현장을 직관하는 특권 ‘완벽주의자’의 삶을 사는 게 피곤할 수도 있지만 보람도 크다. 무엇보다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를 직접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은 기록원들만의 특권이다. 윤 위원은 송진우(전 한화)가 KBO리그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2006년 8월 29일 경기를 ‘인생 경기’로 꼽았다. 또 한 경기에서 한 타자가 4홈런을 때려낸 3번의 경기(2017년 SK 최정, 2014년 넥센 박병호, 2000년 SK 박경완)를 모두 지켜봤다. 2014년 서건창(넥센)의 한 시즌 200안타 기록도 그의 몫이었다. 이 위원은 “좋은 기록만 머리에 남는 게 아니다. 삼성 김재걸 코치는 현역 때 유격수로 한 경기에서 4번의 실책을 했다. 기록을 하면서도 ‘아, 정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고 했다. 팬들이 열광하는 퍼펙트경기나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이 나오는 경기는 기록원들에게는 가장 보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경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내리는 안타-실책 판정이 대기록을 만들 수도, 반대로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2007년 당시 두산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 다니엘 리오스가 9회 1사 후까지 퍼펙트 피칭을 한 적이 있다. 강귀태(현대)에게 안타를 맞아 대기록이 날아갔는데, 정말 1구 1구를 살 떨리게 본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1993년 양 팀 선발 정상흠(LG)과 박은진(태평양)이 경기 중반까지 둘 다 노히트노런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같으면 실책으로 줄 타구를 안타로 판정해 박은진의 노히트노런이 날아가고 말았다. 당시 죄책감에 몇날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야구 기록은 진화한다 요즘은 야구 기록의 ‘전성시대’다. 세이버메트릭스(통계를 이용한 과학적 야구 분석 기법)의 유행에 따라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록들이 수집, 정리, 분석되고 있다. 타구의 방향과 각도, 투수가 던진 공의 분당 회전 수 등은 실제 경기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KBO 기록위원들의 공식 기록은 큰 변화가 없다. 공식 기록의 본질은 여전히 야구 경기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역사에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 기록은 말 그대로 원재료이자 1차 재료이다. 하지만 KBO 기록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뜬공에 대한 구분이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이건 모두 ‘F8’로 기록됐지만 올해부터 라인드라이브성 뜬공은 ‘L8’로 기록에 남는다. 이 위원은 “현재 기록은 투수와 타격에 비해 수비에 관한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호수비 등을 기록으로 표현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기록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야구는 전통이 만들어지는 스포츠다. 해마다 누적되는 개인 기록과 팀 기록이 합산되면서 전통이 되고 역사가 된다. 우리가 고(故) 최동원과 장효조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역사가 주는 감동에 팬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