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경남 김해 가야CC는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다. 23일 끝난 올해 대회 전장은 6816야드(파 72)였다. 같은 날 남자 대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열린 대유몽베르CC(7060야드)보다 약간 짧다. 장타자 김민선(22·CJ오쇼핑)에게는 최적화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김민선이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것)을 달성했다. 김민선은 23일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한 김민선은 2위 배선우(8언더파 208타·삼천리)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이자 개인 통산 4승째다. 우승 상금은 1억 원. 박성현(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떠난 올해 김민선은 KLPGA투어의 ‘장타 여왕’ 자리를 물려받았다. 올해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64.32야드로 전체 선수를 통틀어 1위다. 2014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 온 김민선은 올해까지 4년 동안 거의 매년 좋은 성적을 올렸다. 2014년에 3위를 했고, 작년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날도 3번홀(파5)에서 폭발적인 장타로 2온에 성공해 간단히 버디를 잡아내는 등 장타 덕을 톡톡히 봤다. 김민선은 “거리가 다른 선수들보다 멀리 나가다 보니 세컨드샷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짧은 클럽을 잡아서 스핀을 잘 먹일 수 있었다”며 “첫 승을 빨리했으니까 두 번째 우승도 최대한 빨리하고 싶다. 시즌 목표는 3승이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성기 시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종 라운드 때 항상 빨간 티셔츠를 입었다. 빨간색 마니아인 맹동섭(30·서산수골프앤리조트·사진)은 대회 때마다 빨간 바지를 챙긴다. 2017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2라운드 때 맹동섭은 빨간 바지를 꺼내 입으려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대회 마지막 날에 입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입고 필드에 나선 맹동섭이 군 제대 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맹동섭은 23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CC 브렝땅·에떼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2위 박일환(25·JDX멀티스포츠·16언더파 272타)을 3타차로 따돌렸다. 이는 지난해 최진호(33·현대제철)가 이 코스에서 세운 대회 최소타(17언더파 271타)를 경신한 새 기록이다. 2009년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 이후 무려 8년 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춘 맹동섭은 개인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13세 때 골프를 시작한 후 맹동섭은 지난해 9월 전역한 뒤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가졌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던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남자골프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딴 그는 “전역 후 2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즐기면서 골프를 쳤는데 그게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휴식에서 돌아온 뒤엔 부족했던 어프로치 샷을 가다듬는 데 애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정석 넥센 감독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 조상우(23)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시속 150km의 묵직한 공을 던지는 선발 투수 조상우를 확보한 넥센은 향후 순위 싸움에서 든든한 힘을 얻게 됐다.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넥센의 경기는 조상우의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2013년 넥센에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조상우는 지난 시즌 직전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팀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불펜 투수로만 뛰며 123경기에서 14승 7패, 5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2.90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처음 선발 투수로 조상우를 등판시킨 장 감독은 경기 전 “첫 선발 등판인 만큼 투구 수를 80개에서 90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웬만하면 80개 전후로 끊어줄 생각이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선수 몸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조상우는 이날 5회까지 단 79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와 2볼넷으로 1점만을 내줬다. 넥센이 6-5로 승리하면서 조상우는 2015년 9월 3일 한화전 이후 598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투구 내용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날 던진 41개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45km나 됐다.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나왔다. 또한 타자 앞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는 투심패스트볼도 14개나 던졌다. 스트라이크가 50개였을 정도로 제구도 잘됐다. 타선에서는 허정협이 2회 선제 2점 홈런, 김하성이 5회 솔로 홈런을 때리면서 조상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롯데는 2-6으로 뒤진 9회초 3점을 따라갔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두산 왼손 선발 함덕주도 데뷔 첫 선발승의 감격을 맛봤다. 함덕주는 같은 날 열린 SK와의 방문경기에서 5이닝 5안타 4볼넷 4실점했으나 4개의 홈런을 몰아친 팀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첫 선발승을 신고했다. 2013년 입단한 함덕주는 지난해까지 구원승으로만 8승을 거두고 있었다. 한화는 kt를 14-1로 대파했고, LG도 KIA에 7-1로 승리했다. NC는 삼성을 6-3으로 꺾고 6연승을 내달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점: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언제나 ‘직관’(직접 관람의 줄임말)을 할 수 있다. 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돈을 내고 보는 게 아니라 경기를 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좌석은 야구장 내에서 가장 야구가 잘 보이는 곳이다. TV에서나 보던 스타플레이어들을 눈앞에서 볼 수도 있다. #단점: 야구를 보고 싶지 않은 날에도 봐야만 한다. 상(喪)중이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한 야구장으로 출근해야 한다. 남들처럼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야구를 보는 것은 언감생심. 한순간이라도 경기에서 눈을 떼면 직무유기다. 여기서 질문 하나. 야구를 좋아하는 당신은 이 일을 직업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 직업 속에서 보낸 두 남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정말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팬으로 즐기는 게 좋습니다. 사명감과 열정이 없이 이 일을 했다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테니까요.” 윤병웅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53)과 이주헌 기록위원(48). 두 사람은 각각 2500경기씩, 둘이 합쳐 5000경기 이상 공식기록원으로 야구장을 지켰다. 1990년 KBO에 입사한 윤 위원은 14일 SK-한화의 대전 경기에서 2500경기를 달성했다. 1993년 기록위원이 된 이 위원은 그보다 사흘 전인 11일 한화-두산의 잠실경기에서 2500경기를 채웠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라고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살아있는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두 사관(史官)을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한국시리즈의 감동은 남의 얘기 KBO리그에는 17명의 기록위원이 있다. 그중 10명이 1군 경기를 담당한다. 2명이 한 조가 돼 매일 열리는 5경기를 맡는다. 한 사람은 기록지에 수기로 기록을 작성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전산에 기록을 띄운다. 전산에 올려진 기록은 KBO 홈페이지나 각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문자중계로 팬들과 만나게 된다. 경기당 두 명의 기록위원이 배치되는 것은 보다 정확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기록위원들은 안타와 실책을 판정하고, 홈런의 비거리를 재며, 누가 승리투수인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남겨진 기록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가 된다. 기록지만 있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당시 경기를 재현해 낼 수 있다. 기록원들은 일반 팬들과 야구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대표적인 예가 끝내기 안타가 나왔을 때다. 팬들은 끝내기 안타의 순간 자체를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기록위원들의 눈은 경기장 곳곳을 좇고 있어야 한다. 이 위원은 “끝내기 안타를 친 타자가 1루만 밟고 끝내느냐, 아니면 2루 베이스까지 밟았느냐가 중요하다. 단타냐, 2루타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시간도 체크해야 한다. 끝내기 안타의 감흥은 나중에 집에 가서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느낀다”며 웃었다. 윤 위원도 “20년 넘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를 기록해 왔지만 우승 헹가래를 본 기억이 한 번도 없다. 경기가 끝나면 기록위원들은 곧바로 통계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승의 순간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양준혁의 ‘열정’과 이승엽의 ‘배려’ 기록위원들이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고민은 안타와 실책 여부를 결정할 때다. 안타 1개가 뭐 그리 대수냐 할 수 있지만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선수가 적지 않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이 큰 스타 선수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다.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전 삼성)의 기록실 급습 사건은 유명한 일 중 하나다. 신인이던 1993년 양준혁은 잘 때린 타구가 안타가 아닌 실책 판정을 받자 곧바로 기록실로 달려와 거세게 항의를 했다. “판정은 번복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던 양준혁은 홧김에 기록실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나무 문은 박살이 났다. 당시 그 판정을 내렸던 윤 위원은 “신인이 건방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양준혁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구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윤 위원은 2010년 9월 20일 열린 양준혁의 은퇴 경기에서 또 한 번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당시 TV로 경기를 시청했다는 윤 의원은 “그날 앞선 타석에서 3번 삼진을 당한 양준혁이 9회 마지막 타석에서 2루 땅볼을 친 뒤 1루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더라. 신인 때 그랬던 것처럼 양준혁은 마지막까지 열정이 넘치던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이 위원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삼성)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1990년대 말 어느 날이었다. 그는 이승엽의 텍사스 안타성 타구를 실책으로 판정했다. 이 위원은 “이승엽은 어지간한 일로 항의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너무 억울했던지 기록실로 찾아와 ‘그게 왜 실책입니까’라고 한마디를 하고 갔다”고 했다. 이튿날 둘은 공교롭게 복도에서 마주쳤다. 이승엽은 인사만 꾸벅 한 채 눈길을 피했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날 항의에 대해서 이승엽이 미안해하더라는 거였다. 이 위원은 “이승엽의 인성을 그때 알게 됐다. 안 그래도 미안하던 차에 그 얘기를 듣고 나선 더 미안해졌다. 올해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이승엽 선수를 혹시 만나게 되면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사의 현장을 직관하는 특권 ‘완벽주의자’의 삶을 사는 게 피곤할 수도 있지만 보람도 크다. 무엇보다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를 직접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은 기록원들만의 특권이다. 윤 위원은 송진우(전 한화)가 KBO리그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2006년 8월 29일 경기를 ‘인생 경기’로 꼽았다. 또 한 경기에서 한 타자가 4홈런을 때려낸 3번의 경기(2017년 SK 최정, 2014년 넥센 박병호, 2000년 SK 박경완)를 모두 지켜봤다. 2014년 서건창(넥센)의 한 시즌 200안타 기록도 그의 몫이었다. 이 위원은 “좋은 기록만 머리에 남는 게 아니다. 삼성 김재걸 코치는 현역 때 유격수로 한 경기에서 4번의 실책을 했다. 기록을 하면서도 ‘아, 정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고 했다. 팬들이 열광하는 퍼펙트경기나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이 나오는 경기는 기록원들에게는 가장 보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경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내리는 안타-실책 판정이 대기록을 만들 수도, 반대로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2007년 당시 두산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 다니엘 리오스가 9회 1사 후까지 퍼펙트 피칭을 한 적이 있다. 강귀태(현대)에게 안타를 맞아 대기록이 날아갔는데, 정말 1구 1구를 살 떨리게 본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1993년 양 팀 선발 정상흠(LG)과 박은진(태평양)이 경기 중반까지 둘 다 노히트노런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같으면 실책으로 줄 타구를 안타로 판정해 박은진의 노히트노런이 날아가고 말았다. 당시 죄책감에 몇날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야구 기록은 진화한다 요즘은 야구 기록의 ‘전성시대’다. 세이버메트릭스(통계를 이용한 과학적 야구 분석 기법)의 유행에 따라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록들이 수집, 정리, 분석되고 있다. 타구의 방향과 각도, 투수가 던진 공의 분당 회전 수 등은 실제 경기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KBO 기록위원들의 공식 기록은 큰 변화가 없다. 공식 기록의 본질은 여전히 야구 경기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역사에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 기록은 말 그대로 원재료이자 1차 재료이다. 하지만 KBO 기록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뜬공에 대한 구분이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이건 모두 ‘F8’로 기록됐지만 올해부터 라인드라이브성 뜬공은 ‘L8’로 기록에 남는다. 이 위원은 “현재 기록은 투수와 타격에 비해 수비에 관한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호수비 등을 기록으로 표현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기록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야구는 전통이 만들어지는 스포츠다. 해마다 누적되는 개인 기록과 팀 기록이 합산되면서 전통이 되고 역사가 된다. 우리가 고(故) 최동원과 장효조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역사가 주는 감동에 팬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 기록위원이 되려면 ‘실력’과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KBO는 기존에 있던 인원에 결원이 생기거나 팀이 늘어날 때에만 새 기록원을 뽑기 때문이다. 기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년 초 KBO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기록강습회’는 항상 대성황이다. 350명 내외를 선착순으로 받는데 공고 후 몇 시간 만에 마감되기 일쑤다. KBO는 이후 일종의 심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전문기록원’ 과정을 개최한다. 70명가량을 모집하는데 300∼40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꽤 높은 편이다. 전문기록원 과정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사람들 가운데 연간 한두 명만 KBO에 입사할 수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은 “기록 작성 능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야구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야구를 많이 봐야 하고, 야구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성실성과 인성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록강습회에 참석하는 여성 팬도 크게 늘었다. 전체의 30% 이상이 여성이라 조만간 여성 기록원의 탄생도 기대할 만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낯설어도 너무 낯설다. 다른 팀도 아닌 삼성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17일까지 3승을 거두는 동안 11번을 졌다(승률 0.214). 순위는 10개 팀 중 10위다. 불과 몇 해 전까지 KBO리그는 ‘삼성 왕조’가 지배했다. 2011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시작으로 내리 4년 연속 KBO리그의 최정상에 우뚝 섰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트로피를 두산에 내줬지만 그해 정규시즌 우승은 삼성의 차지였다. 이상 조짐이 나타난 것은 작년부터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9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지금 추세라면 삼성이라는 팀이 생긴 지 35년 만에 최하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야구계에는 “올라가긴 힘들어도 내려오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간 최상위권에 있었던 탓에 삼성은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좋은 자원을 뽑지 못했다. 팜(2군과 잔류군)에도 유망주가 많지 않아 암흑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삼성 야구의 몰락이 아쉬운 게 아니다. 야구는 잘할 수도, 반대로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처럼 무기력한 삼성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삼성의 위기는 KBO리그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삼성은 특별했다. 1등이 아니면 실패라고 생각했기에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메이저리그의 선진 수비 기법을 도입했고, 경산 볼파크라는 선수 육성 시설을 만들었다. 팀 전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해 미국에 스카우트를 상주시키기도 했다. 원년부터 삼성은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모았다. 온갖 노력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자 라이벌 팀 해태 감독으로 9번이나 우승을 이끈 김응용 감독을 데려와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모든 면에서 1등을 추구하던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은 소속 선수들에게는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올린 만큼 연봉과 보너스로 보상을 받았다. 1990년대 초 쌍방울의 지명을 받은 양준혁은 삼성에 입단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은 특별한 한 팀이 아닌 10개 팀 중 한 팀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삼성만의 강렬한 색채를 잃어버린 채 평범해져 버렸다. 예전 삼성은 우승을 하고도 곧바로 다음 해 우승을 꿈꾸는 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9위를 한 삼성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겨울을 났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차우찬이 LG로 간 자리를 우규민으로 메웠고 2년 전 NC로 이적한 3루수 박석민(NC)의 자리에 이원석을 데려온 정도다. 다른 팀들이 현역 메이저리거들로 외국인 선수를 채울 때 삼성은 상대적으로 몸값이 싼 선수들을 데려왔다. 몇 해 전부터 삼성 산하 스포츠 팀들은 성적 못지않게 ‘경영 효율’을 중시하고 있다. 한때 FA 시장이 열리면 다른 구단들은 삼성의 눈치부터 봤다. 삼성의 움직임이 전체 FA 시장 판도를 결정하곤 했지만 이 모든 게 다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돈으로 성적을 산다”는 비난에 시달려온 야구 팀들이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구단들은 팬과 안티 팬이 극명하게 갈린다. 갈등이 있는 곳에 흥미가 생기고, 이는 흥행으로 연결되곤 한다. KBO리그에서 비슷하게나마 그 역할을 했던 게 삼성이었다. 그런 삼성이 빛을 잃으면서 KBO리그도 중요한 특색 하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기고도 배고파했던 삼성의 야성이 그립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연아일까, 아닐까.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11월 1일부터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내년 2월 9일까지 101일 동안 전국을 누빈다. 남북한 인구수(약 7500만 명)를 상징하는 7500명의 성화 봉송 주자들이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뜻하는 숫자를 포함하는 2018km의 국내 코스를 달리게 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희범 조직위원장, 김기홍 기획사무차장, 홍보대사 김연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성화 봉송 경로 및 성화 봉송 주자 선발 계획’을 공개했다. 성화 봉송의 하이라이트는 점화자다. ‘개막식의 꽃’이라 불리는 개막식 성화 최종 점화자는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다. 평창조직위 역시 누가 최종 점화자가 될 것인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 언론에서는 이미 ‘피겨 여왕’ 김연아를 최종 점화자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평창의 성화 봉송 소식을 전하면서 “만약 김연아가 성화대에 불을 붙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뉴스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NBC스포츠는 올해 2월 성화봉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김연아가 최종 점화자가 될 게 유력하다”고 전한 바 있다. 김연아는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스포츠 스타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당시 세계신기록(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8 평창 올림픽 유치 때도 힘을 보탰다. 김연아는 올림픽 성화 봉송과도 인연이 깊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앞둔 2005년 12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활약한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앞두고도 성화를 들고 달린 적이 있다. 그러나 김연아가 최종 점화자가 아니라 다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연아는 10월 24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되는 2018 평창 올림픽 성화를 한국으로 옮겨 오는 인수단의 일원으로도 참여한다. 김대현 평창조직위 문화행사국장은 “김연아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에서 성화를 직접 들고 트랩을 내려와 성화 봉송 주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가 아닌 깜짝 인물이 최종 점화자로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평창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식 행사인 성화 봉송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11월 1일 한국에 도착하는 성화는 전국 17개 시도와 강원도 내 18개 시군을 돈다. 거북선(경남 통영), 증기기관차(전남 곡성), 집와이어(강원 정선), 요트(부산) 등 다양한 봉송 수단을 활용한다. 조직위는 다문화가정, 장애인, 소외계층, 사회공헌자 등 다양한 성화 봉송 주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성화 봉송 파트너사인 코카콜라, 삼성전자, KT 등도 5월까지 캠페인을 통해 주자를 선발한다. 김연아는 “많은 사람이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여해 특별한 경험을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우승을 갈망하며 “천만금을 줘도 우승 반지와는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곤 한다. 지난해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 선수단이 받은 챔피언 반지는 ‘천만금’에 비유될 만하다. 컵스 선수단은 13일 안방인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온통 보석으로 장식된 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백금을 주 재료로 한 이 반지는 팀 로고 주변에 108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았다. 옆면도 106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해 반지 한 개당 214개의 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 무게도 5.5캐럿이나 된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구성된 구단 로고는 33개의 루비와 46개의 사파이어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무게는 3캐럿과 2.5캐럿이다. 반지 한 개당 가격은 중형 승용차 한 대 가격보다 비싼 7만 달러(약 8000만 원)나 된다. 반지 안쪽에 염소 그림을 새겨 놓은 것도 특이하다. 이는 ‘염소의 저주’를 깼다는 의미다. 염소의 저주란 1945년 월드시리즈 때 리글리필드에 애완 염소를 데려온 팬을 내쫓은 뒤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미신이었다. 다이아몬드 개수만 비교하면 2003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플로리다(현 마이애미)의 우승 반지가 이번 컵스 반지를 압도한다. 당시 플로리다는 228개의 다이아몬드와 13개의 루비, 희귀한 푸른색 다이아몬드 1개를 사용한 반지를 만들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돈만 있으면 몇 년 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있다.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구단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매년 메이저리그 30개 팀의 가치를 산정해 발표하는데 올해 팀당 평균 가치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19%나 오른 15억3700만 달러(약 1조7582억 원)를 기록했다. 12일 포브스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구단은 37억 달러(약 4조2232억 원)로 평가받은 뉴욕 양키스다. 20년 연속 1위다.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가 27억5000만 달러(약 3조1389억 원)로 2위였다. 전통의 보스턴(27억 달러)과 지난해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26억80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포브스는 1998년 처음 조사를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매년 평균 11.5%씩 구단 가치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시장의 연평균 상승률은 3.5%였다. 메이저리그 팀들의 가치가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계권료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ESPN 등 전국 방송과 별개로 각 지역 케이블 채널에 중계권을 판매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구단 장사로 큰 이익을 보는 ‘큰손’들도 속출하고 있다. 프랭크 매코트 전 다저스 구단주는 2004년 다저스를 3억7100만 달러(약 4236억 원)에 산 뒤 8년 후인 2012년에 구겐하임 그룹에 23억 달러(약 2조6261억 원)를 받고 매각했다. 당시 구겐하임 그룹은 바가지를 썼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불과 5년 만에 다저스의 구단 가치는 4억 달러 넘게 늘어났다. 1992년 시애틀을 인수했던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는 지난해 지역 투자자들에게 구입 금액의 10배가 넘는 14억 달러(약 1조5985억 원)에 구단을 팔았다. 돈만 있다고 메이저리그 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팀을 인수하기 위해선 구단주들의 모임인 구단주 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유명 스포츠 스타 가운데 구단 인수 파트너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출신인 매직 존슨은 다저스의 대표 구단주를 맡고 있다. 골프 스타 필 미컬슨도 오맬리가(家)와 함께 2012년 샌디에이고를 인수했다. 양키스의 전설적인 스타 데릭 지터도 최근 매각설이 돌고 있는 마이애미 인수전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치로 같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3년 전이었다.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휘문고 1학년 이정후(19·넥센)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본인 선수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라고 답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아버지 이종범(47·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이종범이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펄펄 날아다니며 전성기를 구가할 때 이정후는 너무 어렸다. 야구가 뭔지를 알기 시작할 무렵 이종범은 선수로서 이미 하향세를 보이고 있었다. 반면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이정후가 아버지의 진면목을 알게 된 건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예전 프로야구 영상을 본 이후다. 이종범은 “그때 아들이 처음으로 ‘아빠, 정말 대단했었네’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렇다고 ‘롤 모델’이 달라지진 않았다. 넥센 신인으로 올해 KBO리그에서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정후의 우상은 여전히 이치로다. 8일 두산전에서 ‘신인 이종범’보다 10경기나 빠른 프로 7경기 만에 홈런, 그것도 2개의 홈런을 쳐 낸 뒤 이정후는 “어딜 가나 아버지와 비교한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와 비교하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이 할 때 야구가 더 잘된다”고 했다. 아버지로서, 또 야구 선배로서 섭섭하진 않을까. 이종범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와 이치로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고도 했다. 이종범은 이른바 ‘천재형’이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 골프, 당구 등 모든 스포츠와 잡기에 능하다. 1994년 선배 선동열(전 KIA 감독), 가수 양수경과 함께 ‘Two & One’이란 음반을 냈을 정도로 노래 솜씨도 뛰어나다. 남들보다 노력을 덜한 것은 아니지만 놀 땐 놀고, 할 땐 하는 스타일이었다. 이에 비해 이치로는 ‘노력형’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수십 년째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오직 야구밖에 없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메이저리거로 뛸 수 있는 이유다. 이종범은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종범이 이치로에게 부러웠던 것은 또 하나 있다. 바로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다. 왼손 타자는 타격과 함께 1루로 내달릴 때 오른손 타자보다 유리하다. 타격 후 홈 플레이트 건너편에서 스타트해야 하는 오른손 타자보다 더 짧은 거리를 달린다. 빠른 발을 가진 이치로는 이 점을 활용해 수백 개의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사실 타고난 왼손잡이는 이종범이다. 지금도 야구를 빼곤 모든 걸 왼손으로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시작할 때 왼손잡이용 글러브가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른손으로 야구를 배웠다. 이에 비해 오른손잡이였던 이치로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투좌타(던지는 건 오른손, 치는 건 왼쪽 타석에서 하는 것)로 변신했다. 이종범은 “만약 내가 왼손잡이로 야구를 했다면 훨씬 재미있는 일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오른손잡이로 태어났다. 그가 야구를 한다고 했을 때 아들을 우투좌타로 바꾼 사람은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정후는 이제 몇 경기 했을 뿐이다. 여전히 배울 게 많은 데 벌써부터 너무 큰 주목을 받아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정후가 아버지의 벽을 넘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체격 조건과 두둑한 배짱, 그리고 마인드를 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만도 않는다. 무엇보다 이종범이 인정하고 있다. “정후는 천재형보다는 노력형”이라고.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안양 한라가 2년 연속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상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안방에서 우승을 확정지어 기쁨이 두 배였다. 패트릭 마르티넥 감독이 이끄는 안양 한라는 11일 경기 안양빙상장에서 열린 사할린(러시아)과의 2016∼2017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 파이널 3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기성의 서든데스 골로 3-2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고 승점(120점)으로 통산 최다 우승(5회)을 달성한 안양 한라는 플레이오프 파이널에서도 3연승으로 완벽하게 우승했다. 2010년과 2011년, 2016년 등 아시아리그 정상에 세 차례 올랐던 안양 한라는 네 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전 세 번은 모두 방문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지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팬들 앞에서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개막 후 속절없이 5연패를 당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 주말부터 불타오르기 시작한 넥센의 방망이가 선두 kt마저 무너뜨렸다. 넥센 타선은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에서 모두 33득점을 했다. 경기당 평균 11득점의 가공할 공격력으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에 3연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평균자책점 1.00을 기록 중이던 선두 kt의 방패도 넥센의 날카로운 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넥센은 2회말 채태인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장단 17개의 안타를 퍼부으며 kt를 12-2로 완파했다. 서건창과 허정협이 3안타씩을 때려낸 가운데 이정후와 윤석민, 김민성, 박동원 등이 2안타씩을 쳐냈다. 최근 4연승을 기록한 넥센은 4승 5패로 단숨에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신인왕 넥센 선발 신재영은 5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롯데는 SK와의 경기에서 6-4로 승리하며 이날 패한 kt와 함께 공동 1위(7승 2패)로 올라섰다. NC는 LG에 4-3으로 역전승했다. LG는 6연승 뒤 3연패에 빠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정은(21·토니모리·사진)은 지난해 평생 한 번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소영(20·롯데)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얻은 값진 성과였다. 그런데 최저 타수 13위(71.68개)에 오를 정도로 안정감은 보였지만 단 한 번도 우승컵을 안아보진 못했다. 이에 비해 경쟁자였던 이소영은 지난해 7월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했다. ‘무관의 신인왕’ 이정은이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정은은 9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 스카이·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198타를 적어낸 이정은은 2위 박성원(24·대방건설)을 4타 차로 따돌렸다. 이소영은 13언더파 203타로 3위에 자리했다. 1라운드부터 이날까지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킨 완벽한 우승이었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 원. 이정은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김자영(26)에게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한 이정은은 1번홀(파4) 버디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전반 9홀에만 5타를 줄여 경쟁자들의 기를 꺾었고, 후반에도 안정적으로 스코어를 지켜냈다. 이정은은 “지난해 우승은 없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2년 차 때는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우승이 빨리 찾아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승하면 회사 회장님이 벤츠 차량을 선물해 주신다고 하셨다. 운전면허는 아직 없지만 이제 딸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이스하키를 하던 오빠(하이원 한건희)를 따라 취미로 스틱을 잡았던 초등학교 5학년 소녀는 2005년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에 뽑혔다는 거였다. 엄마 손을 잡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긴 했다.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진짜 국가대표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모님 품을 떠나 서울 태릉선수촌에 입소한 11세 소녀는 낯선 환경에서 한 달 내내 울기만 했다. 열 살 넘게 나이 차가 나는 동료 언니들은 소녀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소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국가대표가 됐다.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연소 국가대표였던 그는 한국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5전 전승 우승의 주역이 됐다. 대회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 골리상을 차지했다. 어느덧 소녀에서 숙녀가 된 한도희(23·사진)다. 13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무명이다. 주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른바 ‘세컨드 골리’(두 번째 골키퍼)다. 그의 앞에는 세계적인 골리로 평가받는 신소정(27·뉴욕 리베터스)이 있다. 신소정은 미국여자프로아이스하키리그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 선수다. 10년 넘게 국가대표였지만 한도희가 공식 경기에 출전한 횟수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신소정이 자리를 비웠거나 부상 중일 때, 아니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정도만 경기에 나갔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전초전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의 주전 자리 역시 신소정의 몫이었다. 하지만 대회 직전 신소정이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마침내 기회가 왔다. 한도희는 첫 경기였던 슬로베니아전을 시작으로 북한전까지 4경기 동안 한국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한국이 19골을 넣는 동안 3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당 실점률은 0.75점밖에 되지 않는다. 마지막 네덜란드전에서는 신소정이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켰지만 대회 MVP는 한도희의 몫이었다. 한도희는 “돌이켜 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정말 열심히 운동했는데 보여줄 기회가 없을 때 좌절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한도희의 성장으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신소정-한도희라는 두 개의 든든한 방패를 앞세워 평창 올림픽을 맞을 수 있게 됐다. 개최국 자격으로 올림픽에 자동 출전하는 한국은 본선 B조에서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7위) 등과 맞붙는다. 한도희는 “남들이 보기엔 1승이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의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이다. 일본은 꼭 잡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한 그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혹시 아나요. 일본을 이기고 나면 또 다른 기적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어깨동무를 못 했어요. 다음엔 꼭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고 싶어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에이스 박종아가 6일 역사적인 남북 대결을 마친 뒤 한 말이다. 한국은 이날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북한과의 대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리 팀인 한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진 뒤 양 팀 선수들은 서로 뒤섞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분위기가 썩 화기애애하진 않았다. 몇몇 북한 선수는 패배를 곱씹으며 눈물을 흘렸고, 이에 한국 선수들도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도 선수들 사이에 교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예은은 “지난해 슬로베니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났을 때는 서로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식당에서 마주칠 때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짧게 얘기를 나눴다. 호주전을 앞두고는 북한 코치님이 ‘게임 잘 뛰라’고 격려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빙판에서 부쩍 가까워진 한국과 북한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7일 현재 4전 전승으로 1위를 달리는 한국은 8일 네덜란드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 전승 우승으로 3부 리그로 승격한다. 1승(연장승) 3패를 기록 중인 북한은 8일 슬로베니아전에서 패하면 최하위가 확정돼 5부 리그로 강등된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열악한 경제 사정 탓에 좋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북한이 상위 리그로 다시 올라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을 제외하고 남북이 다시 만날 수 있는 무대는 아시아경기지만 북한은 2월 삿포로 아시아경기 때도 불참했다. 강릉=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관심 폭발이었다. 6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한국과 북한의 대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7000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강릉하키센터에는 개장 후 최다인 580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인터넷 예매로 나눠주는 6000석의 티켓이 하루 전 일찌감치 매진돼 만원 관중도 기대했으나 늦은 경기 시작 시간(오후 9시) 탓인지 자리를 모두 채우진 못했다. 하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의 평창 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IIHF의 르네 파젤 회장(스위스)도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방한했다. 파젤 회장은 다음 주에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NHL 사무국과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파젤 회장은 이날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함께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도열한 가운데 퍽 드롭(퍽을 빙판에 떨어뜨리는 것)을 했다. 프로야구에서의 시구에 해당한다. 국내외 언론의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미리 출입증을 신청한 해외 언론은 모두 46개사 79명이나 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사전 취재 등록을 하지 않고 현장에 찾아온 언론사를 포함하면 50개 이상의 해외 언론사가 이날 경기를 취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P, AFP, 로이터 등 서방 언론뿐 아니라 중동 매체인 알자지라도 취재 전쟁을 벌였다. 한국 언론까지 더해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모였다. 경기 시작 40분 전인 오후 8시 20분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빙판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응원석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평소 200여 명이던 남북공동응원단은 이날은 개성공단 기업인 및 금강산기업인회 임원들까지 합류하면서 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걸린 경기장에서 경기 내내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등의 구호를 외치며 양 팀 선수들을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한국 땅에서 처음 열린 아이스하키 공식 남북 대결이었던 이날 경기의 승자는 한국이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선 한국은 불과 몇 해 전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북한을 시종 압도했다. 한국은 1피리어드 8분 13초에 박예은이 선취골을 터뜨렸고, 약 3분 뒤엔 조수지가 추가골을 넣었다. 2피리어드 종료 직전에는 이은지의 골이 터졌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은 북한을 3-0(2-0, 1-0, 0-0) 으로 꺾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4-1 승리에 이어 2연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4연승 행진을 이어간 한국은 역시 4전 전승을 거두고 있는 네덜란드와 8일 우승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은 다음 시즌부터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로 승격한다. 경기 후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북한 진옥에게, 문용선 북한 대표팀 단장은 한국의 이은지에게 각각 경기 최우수선수(MVP)상을 시상했다. 이후 승리 팀 한국의 태극기가 게양되는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은 빙판을 떠나기 전 기념사진을 찍으며 역사적인 경기를 추억으로 남겼다. 양측 선수들은 악수를 한 뒤 차분히 헤어졌다. 일부는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남과 북이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어울린 이날은 때마침 유엔이 제정한 ‘발전과 평화를 위한 국제 스포츠의 날’이기도 했다. 강릉=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강원 강릉에서 열리고 있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 못 올 뻔했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컸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에도 남녀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막판에 IIHF가 손을 내밀었다. 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IIHF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항공료를 지불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참가가 최종 확정됐다. 한국에 온 뒤에는 국제 대회의 관례에 따라 대회 주최 측이 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세계선수권이다. 만약 북한이 출전하지 않았다면 그룹 최하위가 강등되는 원칙에 따라 자동적으로 5부 리그(디비전2 그룹B)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이날 한 수 위로 평가받던 영국을 연장 접전 끝에 3-2(0-0, 1-0, 1-2, 1-0)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북한은 앞선 두 경기에서 호주와 네덜란드에 연달아 패하며 강등 위기에 몰려 있었다. 더구나 영국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0-7로 진 아픈 기억이 있다. 엔트리 22명을 채우지 못해 선수도 20명밖에 데려오지 못했다. 세계 랭킹에서도 북한은 26위로 영국(21위)에 다섯 계단이나 뒤진다. 하지만 이날 북한 선수들은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뒀다. 북한은 2피리어드 후반에 정수현이 선제골을 터뜨렸고. 3피리어드 초반 원철순의 추가골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하지만 곧바로 두 골을 내줘 2-2 동점으로 3피리어드를 마친 채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분위기상 영국의 승리가 점쳐졌으나 연장 1분 59초 만에 문전 혼전 상황에서 진옥이 서든데스 골을 성공시키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1승 2패가 된 북한은 디비전 2그룹 A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영국은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한국은 6일 오후 9시 같은 장소에서 북한을 상대로 남북대결을 펼친다. 상대 전적은 한국이 1승 4패로 뒤져 있지만 가장 최근 열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이 4-1로 승리했다.강릉=이헌재 기자 uni@donga.com※한국과 호주의 여자아이스하키 경기 결과는 제작시간 관계로 게재하지 못했습니다. 을 참조 바랍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뛰고 있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이 ‘겨울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참가 불가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NHL 사무국은 4일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문제는 공식적으로 종결됐다”고 못 박았다. NHL 구단주들은 이전부터 “평창에 선수들을 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올림픽에 선수들을 보내 봐야 자신들이 얻을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NHL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안 그래도 돈벌이가 잘되는데 3주간 리그를 중단해 가면서 올림픽에 선수들을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전의 키는 선수들이 쥐고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을 영예롭게 여긴다.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워싱턴 캐피털스의 주장 알렉산드르 오베치킨(러시아)은 “NHL이 어떤 결정을 하든 난 국가를 대표해 평창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노조는 이날 “오늘 결정은 NHL 사무국의 일방적인 결정일 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NHL이 올림픽을 볼모로 선수노조와 협상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구단주들은 몇 달 전 “다가올 노사협약을 3년간 유예해 준다면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선수노조는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 NHL 선수들은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2014년 소치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해 왔다. 소치 올림픽 때는 대회 개최 7개월 전에야 NHL 선수들의 출전이 최종 결정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올해 1월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두산의 안방구장인) 잠실야구장이 가장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두 달여 만에 자비를 들여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공식 개막전인 두산-한화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의 얼굴엔 여느 야구팬들처럼 새 시즌을 맞은 설렘이 가득했다. 그는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오재원의 등번호(24번) 위에 자기의 이름을 새긴 두산 유니폼을 입고 경기 내내 열띤 응원을 보냈다. 두산은 이날 3-0으로 승리하며 태평양을 건너온 열성 팬의 기대에 아낌없이 부응했다. 지난해 22승을 거둔 에이스 니퍼트는 이날 한화 타선을 상대로 8이닝 4안타 3볼넷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올해로 6번째 개막전 선발로 나선 그는 승리를 추가하며 개막전에서만 5승(1패)째를 따냈다. 니퍼트가 호투를 이어가는 사이 타선도 힘을 보탰다. 민병헌과 에반스는 각각 3회와 6회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올렸다. 7회에는 허경민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두산은 개막전에서만 22승(11무 1무)째를 거두며 역대 개막전 승률 1위(0.667) 자리를 굳게 지켰다. 또 2013년부터 올해까지 개막전에서만 5연승을 거둬 이 부문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한화는 실책 4개로 자멸하며 개막전 7연패의 늪에 빠졌다. KIA는 광주 경기에서 만루홈런 등 2홈런을 때린 나지완의 활약을 앞세워 삼성을 7-2로 꺾었다. 시범경기 1위 kt는 SK에 3-2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6년 만에 친정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는 NC와의 경기에서 솔로 홈런 포함 3안타로 맹활약했지만 팀의 5-6 패배는 막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 4명이 31일 개막하는 2017 프로야구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선수 시절 이들이 친 안타를 합하면 모두 8258개, 홈런은 927개다. 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들은 올해 두산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두산의 3연패를 막을 대항마로는 KIA와 LG를 꼽았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방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두산이 정말 그렇게 강한가. ▽바람의 아들(이종범·이하 바람)=한마디로 완벽한 팀이다. 지난해 우승 멤버가 고스란히 있다. 1∼4선발 투수가 갖춰진 유일한 팀이다. 부상만 없다면 우승에 가장 가까이 있는 팀이다. ▽적토마(이병규)=올해 판도는 1강 9중이다. 두산은 아무리 찾아도 약점이 없다.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9개 팀이 5강 싸움을 벌이지 않을까 싶다. ―올해 역시 한화가 화제의 중심에 있을 것 같다. 한화의 성적은 어떻게 예상하나. ▽스나이퍼(장성호)=5강 진입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투수들에게 물음표가 너무 많다. 권혁, 송창식, 안영명, 배영수, 이태양, 윤규진 등이 모두 수술대에 올랐던 선수들이다. 정근우와 이용규 등 주전 야수들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못 나온다. ▽양신(양준혁)=반대로 애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4월을 잘 버티고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돌아와 자리 잡으면 충분히 5강 가능성이 있다. 원래 타격은 나무랄 데 없는 팀이다. 원투펀치가 될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제 역할을 해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바람=지난 2년간 한화는 이상할 정도로 투타 엇박자가 났다. 올해도 5강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만약 포스트시즌에 간다면 의외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 한화다. 양신 말대로 강력한 원투펀치에 경험 많은 야수들이 있지 않은가. 단기전에서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KIA, LG가 두산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는데…. ▽양신=KIA에 최형우가 와서 타선이 강해진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발 투수들이 좋다. 헥터, 팻 딘, 양현종까지 1∼3선발이 훌륭하다. 한승혁 등 젊은 투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KIA는 올해가 아니더라도 향후 3∼5년간을 꾸준히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 될 것 같다. ▽스나이퍼=LG를 높이 보는 이유 역시 선발진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1선발 역할을 해 줘야 할 허프가 무릎을 다친 게 변수다. 마무리 투수 임정우도 어깨가 아프다.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남은 선수들이 잘 버텨주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 ―SK(이병규)와 삼성(장성호)을 5강 후보로 꼽은 것도 눈길이 간다. ▽적토마=SK에는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 많다. 에이스 김광현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예전에 잘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있다. 새 마무리 서진용이 키 플레이어다. 신임 사령탑인 힐먼 감독은 일본에서 뛸 때 만났던 감독이다. 선수들을 믿고 쓰는 스타일이다. SK 선수들과 궁합이 잘 맞을 것이다. ▽스나이퍼=삼성이 약체라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지난해 삼성이 9위에 그친 건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새로 뽑은 레나도와 러프 등이 평균적인 활약만 해주면 괜찮을 것이다. 최형우가 빠졌지만 한국시리즈를 여러 번 우승한 선수들이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적토마=시즌 때도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반발한다고 무너지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넓은 스트라이크 존은 확실히 타고투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람=아마 경기 시간이 평균적으로 20분씩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타자들은 방망이가 나갈 수밖에 없다. ▽스나이퍼=관건은 높은 공을 잘 던질 수 있느냐인데 사실 우리나라에 그렇게 제구가 되는 투수가 많지 않다. 언더핸드 투수들은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다. ▽양신=높은 공을 마음먹은 곳에 던질 수 있는 대표적인 투수는 니퍼트(두산)다. 니퍼트는 작년에도 20승을 거뒀다. 높은 공까지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면 올해는 25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25승을 거두면 올해도 MVP는 니퍼트의 차지가 되겠다. ▽스나이퍼=니퍼트도 잘 던지겠지만 최형우가 제일 기대된다. 비싼 몸값에 대한 부담이 있겠지만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바람=난 최정(SK)이 좋아 보인다. 작년에 40홈런을 치면서 한 단계 올라선 것 같다. 감독이 바뀐 것도 상승효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종범 위원의 아들인 신인 이정후(넥센)가 화제다. ▽양신=종범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잘 치더라. 깜짝 놀랐다. 고졸 신인이 가질 수 없는 타격 궤적을 갖고 있다. 구자욱(삼성)처럼 안타를 많이 칠 수 있는 타격 폼이다. ▽바람=롯데 신인 유격수 김민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풋 워크, 캐치, 송구 등 유격수로서의 자질을 타고났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기본을 배운 것 같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되길 기대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