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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치에서 출발해 시리아 라타키아로 향하던 러시아 군용기가 이륙 직후 흑해 상공에서 갑자기 추락했다. 약 90년 역사의 ‘붉은 군대 합창단’으로 알려진 러시아군 소속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단원 68명 등 탑승자 92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타스 통신 등 외신들은 25일 오전 5시 40분 소치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러시아 국방부 소속 투폴레프(Tu)-154 항공기가 이륙 7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이후 항공기 잔해들이 소치 해안에서 1.5∼8km가량 떨어진 흑해 수심 50∼70m 등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항공기에는 승객 84명과 승무원 8명이 타고 있었다. 러시아 군악대의 대표 지휘자인 발레리 카릴로프 장군과 언론인 9명도 있었다. 러시아 국방부 당국자는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에서 시신 4구를 수습했다”며 “생존자가 있다는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 공군기지 등에서 장병들을 위해 신년 위문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1928년 단원 12명으로 출발한 이 합창단은 볼쇼이 합창단, 돈코사크 합창단과 함께 러시아의 3대 합창단에 꼽힌다. 남성 합창단 특유의 장엄한 음색으로 러시아 정서를 표현해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만 1500회 이상 공연했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 삽입곡 ‘백학’을 부른 러시아 국민가수 이오시프 코브존도 1950년대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에서 활동했다. 사고기는 소치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뒤 운항에 필요한 적정 고도에 오르지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들이 조난 신고도 보내지 않아 사고가 순식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수사기관 당국자는 “항공기 기체 고장이나 조종사의 실수 등이 유력한 원인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Tu-154는 러시아 항공우주업체 투폴레프가 옛 소련 시절 개발해 1966년 처음 비행한 여객용 항공기로 1998년까지 1000대 이상 생산됐다. 사고 항공기는 올해 9월 정기점검을 받았으나 1983년 생산돼 30년 이상 운항했을 정도로 낡았다. 현재까지 비행시간이 6689시간에 달한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르 오제로프 상원 국방·안보위원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일이다. 테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철새 서식지가 공항과 가까워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들어가 비행기가 고장 났을 가능성도 나온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나는 두려웠다.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벽 뒤에 몸을 숨길 곳을 찾았고 (이동해서) 내 일을 했다. 마음을 가라앉혔고 사진을 찍어 댔다.” 19일 저녁 터키 앙카라 프리스틴미술관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저격당하던 순간을 포착한 AP통신 사진기자 부르한 외즈빌리지(56·사진)는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저녁 퇴근길에 프리스틴미술관에 들렀다. 미술관에선 ‘터키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라는 사진전이 열렸다. 이곳에서 카를로프 대사가 개막 축하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행사는 아니었다. 외즈빌리지는 “카를로프 대사의 사진을 찍어 두면 나중에 러시아-터키 관계 기사에 유용할 것 같았다. 전시장에 도착했을 때는 카를로프 대사가 막 연설을 시작하고 있었다”라고 20일 언론에 전했다. 카를로프 대사가 잔잔하게 말을 이어 가던 중 갑자기 총성이 연달아 들렸다. 행사장은 순식간에 공포에 빠졌다. 외즈빌리지는 “나도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기자였다. 훗날 ‘당시 왜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외즈빌리지는 죽음의 공포를 억누르고 다가가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카메라를 잡은 팔을 뻗어 셔터를 눌렀다. 저격범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쓰러진 카를로프 대사 옆에 서서 오른손에 총을 들고 왼손 검지를 하늘로 치켜든 채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사진은 곧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 세계 AP통신 제휴 언론에 보내졌고 이튿날 세계 유력지들은 1면에 외즈빌리지가 찍은 사진을 주요 기사로 실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터키 경찰관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가 19일 수도 앙카라 현대미술관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62)를 살해하며 “알레포를 잊지 마라, 시리아를 잊지 마라”라고 외친 것은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지구촌에 고발한 극단적인 행동이었다. 인권 유린을 일삼는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을 돕는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총격 사살이라는 형태로 표출한 것이다. 시리아는 인구의 74%가 수니파지만 13%에 불과한 시아파의 아사드 대통령이 대를 이어 독재정권을 유지하며 수니파를 탄압하고 있다. 현재 시리아에서 러시아는 정부군을, 미국과 터키 등은 반군을 돕고 있다. 시리아 인접국인 터키는 수니파가 다수다. 올해 7월 터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도와 양국의 관계가 회복됐지만 시리아 사태에 대해선 이견이 여전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터키군이 시리아로 넘어간 이유는 영토 욕심이 아니라 폭군 아사드의 통치를 종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자 러시아는 즉시 해명을 요구했다. 터키군은 10월 시리아 정부군이 영공을 침범한 터키군 전투기를 격추하겠다고 경고한 뒤 시리아 반군의 공습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군의 공개적인 ‘격추 경고’는 곧 러시아의 동의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를 등에 업고 수니파인 반군을 격퇴하며 알레포를 함락했다. 이를 지켜본 터키 내 수니파의 울분이 러시아 현직 대사 사살이라는 유례없는 사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랍의 봄’ 이후 시아파인 아사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2011년부터 형성된 수니파 반군은 2012년 여름 알레포 동부를 점령했다. 반군은 시리아 전역으로 세를 확장했고, 아사드 정권은 아랍의 봄을 겪은 다른 국가들처럼 몰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 개입을 감행하자 정부군과 반군 간에 형성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정부군이 승기를 잡게 됐다. 러시아는 대를 이은 아사드 정권의 동맹국으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를 받으며 외교적인 돌파구를 모색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시리아 정부군은 13일 반군이 점령한 알레포 동부를 4년 만에 탈환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휴전 합의에 따라 19일까지 알레포 동부를 떠난 주민이 총 2만 명이고 18일 현재 알레포에서 총 7만 명이 피란을 기다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알레포 동부 주민 수만 명은 거리 곳곳에서 영하의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도시를 벗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숨진 이들은 30만∼45만 명으로 대부분 민간인이며 이 가운데 90%는 시리아군과 그 동맹인 러시아군 등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군사적 개입을 주저했다. 2013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구두 경고만 했을 뿐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인도주의적 휴전을 놓고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는 “시리아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최대 외교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다 현지 언론의 몰래카메라에 잡혀 직무가 정지됐다. 19일(현지 시간) 칠레 현지 방송에 방영된 시사 고발 프로그램 ‘자신의 덫에 빠지다’에는 한국의 중년 외교관 A 씨가 칠레인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A 씨는 여학생의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을 시도했으며 손목을 잡고 강제로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여학생이 “(나의) 어디가 좋으냐”라고 묻자 A 씨는 “(너의) 눈, 입술, 가슴”이라고 답했다. 또 “(너는) 좀 섹시한 편이다”라거나 “너는 너의 가슴이 싫으냐”, “특별한 이성친구 아니면 애인 어떠니” 등 성적 수위가 높은 발언을 했다. 방송 진행자가 A 씨에게 성추행 동영상을 찍었다고 알리고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하자 A 씨는 “제발 부탁한다”며 허리까지 숙이고 공개하지 말라고 사정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현지 방송은 올 9월 A 씨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14세 칠레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제보하자 다른 여성을 A 씨에게 접근시켜 함정 취재를 진행했다. 방송 마지막에 출연한 칠레 여학생의 부모는 “내 딸도 저런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A 씨는 7급 공채 출신으로 현지 여성들에게 자원봉사 형태로 한국어를 가르쳐주다 성추행을 저질렀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관 면책특권에 따라 해당 외교관은 칠레 정부의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성실하게 조사를 받도록 할 것”이라며 “A 씨는 현재 직무정지 상태로 칠레 정부가 조사를 마치면 국내로 소환해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A 씨를 형사고발할 계획이며 이와 별도로 외교부 감사관실을 통해 부처 차원의 징계도 추가할 방침이다. 유지은 주칠레 대사는 피해 여학생과 가족, 현지 교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칠레 교민들은 이번 사건이 중남미 한류 열풍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산티아고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칠레인들이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와 A 씨에 대한 험악한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칠레 교민 게시판에는 ‘현지 여성들에게 한국 국비 장학생을 추천해 준다며 치근덕거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의 아내에게도 추파를 던졌다’ 등 A 씨의 성추행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이유종 pen@donga.com·조숭호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60)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프랑스 재무장관 재임 시절 직권을 남용해 기업주에게 부당한 혜택을 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라가르드는 2011년 IMF 사상 첫 여성 총재로 취임했고 올해 2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판결로 징역 1년에 벌금 1만5000유로(약 1845만 원)에 처해 지거나 총재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파리 소재 공직자 특별법원인 공화국법정(CJR)은 2007년 재무장관이던 리가르드가 아디다스와 국영 크레디리요네은행의 분쟁을 중재하면서 아디다스 전 소유주인 베르나르 타피에게 4억 유로(약 4920억 원)의 보상금을 받게 해줬다는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타피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를 지원했다. 이런 지원의 대가로 사르코지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라가르드가 타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NYT는 "이번 판결로 라가르드에게 사퇴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며 "그리스 구제금융,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등 난제가 쌓인 IMF를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검찰은 15일 "라가르드가 처벌받을 수 있는 과실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며 무죄 의견을 내놓았다. 검찰은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소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법원 조사위원회가 진행을 결정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미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를 앞두고 ‘트럼프를 찍지 말라’는 반(反)트럼프 캠페인이 활발하며 공화당 선거인단의 ‘반란표’가 나올지 주목된다고 17일 보도했다. WP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반트럼프 캠페인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도 패배한 데 대해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280만 표 정도 덜 받았지만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절반(270명)을 크게 웃도는 306명을 확보해 승리했다. 애리조나 주의 대통령 선거인(공화당) 캐롤 조이스는 “트럼프를 뽑지 말라는 e메일을 하루 3000통씩 받는다”고 전했다. ‘공유경제’ 개념의 창시자인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공화당 선거인단 20명이 반란표를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시그는 반트럼프 단체 ‘일렉터스트러스트’와 함께 반대표를 고민하는 공화당 선거인단에 무료로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다. CNN은 현실적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트럼프의 당선 번복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16일 보도했다. 미 대통령 선거는 간접선거로 유권자들은 지난달 8일 대통령을 선출한 게 아니라 19일 대통령 투표에 나설 주별 선거인단을 뽑은 것이다. 선거인들은 19일 반드시 자신의 정당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트럼프가 확보한 306명 중 37명 이상이 배신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면 승자가 바뀔 수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트럼프는 현재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아니라 ‘선거인단을 절반 이상 확보해 당선이 거의 확정적인 후보’인 것이다. 다만 미 선거 역사상 선거인단이 반란표를 행사하거나 투표용지에 정해진 후보의 이름을 쓰지 않아 무효표로 처리된 사례는 1% 미만에 불과하다. 1832년 이후 대선에서 선거인단 반란표가 1표 이상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공화당 선거인단이 다수 기권 표를 행사해 트럼프와 클린턴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상원이 부통령을 뽑는다. 미 상·하원은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2013년부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뽑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영향력, 재력 등을 종합평가해 세계 인구 74억 명 가운데 영향력이 큰 74명을 선정한 결과 푸틴이 1위에 올랐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포브스는 “러시아 국내는 물론이고 시리아,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푸틴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계속 손에 넣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을 세계 구석구석에서 행사했다”고 평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72위에 불과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위에 올랐다. 지난해 2위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8위로 추락했다. ‘유럽의 여제’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위, 프란치스코 교황은 5위를 차지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6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7위),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8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9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10위)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40위였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43위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이름이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40위,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42위에 올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43위였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엔 미국인에게도 이름이 새로운 ‘워싱턴 아웃사이더’들이 많은 만큼 인연이 깊은 한국인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이광국 현대자동차그룹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와 친분을 맺고 있다. 이 부사장은 최근까지 현대차 워싱턴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현대차 몽고메리 시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인 세션스 후보자와 수시로 연락하는 사이였다. 1997년부터 주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세션스 후보자는 현지와 서울 본부의 현대차 그룹 관계자들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 현안을 자주 논의했다. 홍재기 공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소장)은 2007∼2009년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에서 연락장교로 근무할 때 사령관이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와 인연을 맺었다. 홍 부사령관은 ”1년에 두 번 매티스가 관저를 개방하는 ‘오픈하우스’ 파티를 했다. 가보니 서가에 엄청난 양의 책이 있었다“며 “전쟁사, 전투전략 및 체계 등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들도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으며 박식했다”고 말했다. 뉴욕 금융가 출신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당시 재계 12위였던 한라그룹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간여했다.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한라시멘트 등 한라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에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채권 헐값 인수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악명을 떨쳤다.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과 인연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후보자와는 한국 정부가 별다른 연결 고리가 없다. 미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2008년 8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 당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며 “주미 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이제부터 틸러슨 측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해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전 국방정보국장) 등이 모두 중동, 유럽을 중심으로 경력을 키워온 사람들”이라며 “아시아에 대한 정책 비중이 낮아지고 북핵 문제 등 현안을 임기응변으로 대응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pen@donga.com·정임수·조숭호 기자}

인구 190만 명의 서아프리카 소국 감비아를 22년 동안 통치해 온 야히아 자메 대통령(51·사진)이 대선 패배 이후 1주일 만에 승복 선언을 뒤집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10일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자메 대통령의 대선 불복 선언을 규탄하고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자메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아무 조건 없이 아다마 바로우 대통령 당선인에게 권력을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자메는 1일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바로우에게 패배하자 다음 날 결과를 승복했다. 하지만 9일 방송에 출연해 “투표에서 일부 부정이 있었다.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바로우 당선인은 “물러나는 대통령에겐 대선 결과를 부인하고 재선거를 지시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이 없다”고 비난했다. 1994년 육군 중위이던 자메는 초급 장교들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1965년 2월 독립 이후 30년 가까이 감비아를 다스려온 다우다 자와라 초대 대통령을 몰아냈다. 자메는 2년 동안 군정을 실시한 뒤 1996년 대선에서 부패 척결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1년 연임에 성공했고 이듬해 대통령의 연임에 제한이 없도록 헌법을 뜯어고쳤다. 2006년, 2011년 대선에서도 내리 당선돼 22년 이상 권좌를 지켰다. 자메는 미신, 신비주의로 국가를 통치했다. 특유의 풍성한 흰색 옷을 입고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자신이 비밀스러운 힘을 지녔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는 2007년 “화요일엔 에이즈, 금요일엔 천식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해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통령궁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자메는 야당 인사, 언론인 등 정권에 반기를 드는 인사들에겐 “아홉 자 깊이의 구덩이에 파묻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인권과 언론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올해 10월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를 발표하기도 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정부는 2일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기남 최룡해 당비서 등 정권 핵심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도 이날 총련 간부의 재입국과 북한 기항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21호와 연계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국제 공조의 일환이다. 》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가 2일 발표됐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통일부, 기획재정부, 법무부와 공동으로 △금융 제재 대상 확대 △해운 통제 강화 △수출입 통제 강화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 △출입국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한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2321호와 연계해 대북 압박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올해 3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채택됐을 때도 유사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금융 제재 대상에는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군부 핵심과 김기남 최룡해 노동당 비서, 마샤오훙(馬曉紅) 중국 단둥훙샹(鴻祥)실업발전공사 대표 등 개인 36명이 추가됐다. 단체는 조선노동당, 국무위원회 등 핵심 조직과 봉화병원(사치품 수입), 강봉무역(석탄 수출) 등 35곳이다. 이로써 제재 대상은 개인 79명, 단체 69개로 늘었다. 중국인이 제재 대상이 되는 건 처음이며 외교 채널로 사전에 중국에 통보됐다. 이들은 외환·금융 거래 금지 및 국내 자산 동결 대상이지만 실제 거래가 없어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북 독자 제재 움직임에 즉각 반대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틀 이외에 한 국가에 대해 독자로 제재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며 “더욱이 독자 제재를 핑계로 중국의 정당한 합법적인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폐막식에 왔던 황병서, 최룡해, 김기남과 3월 제재 대상에 이미 오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남북 대화 때 북한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한때 남북 직항로로 북한 대표단을 태우고 오갔던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이 됐다. 이 실장은 “(대화 재개 가능성으로) 필요할 경우 국제관례를 감안해 (제재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을 끌었던 김여정(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은 최종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협력 혐의를 받았던 제3국 관계자 2명도 삭제됐다. 김여정이 이끌고 있는 선전선동부는 제재 대상 단체에 포함됐다. 해운 통제는 종래 ‘과거 6개월 동안’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은 국내 입항을 금지했던 것에서 ‘과거 1년’으로 기간이 2배로 늘었다. 국내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외국인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분야에 협력한 혐의가 드러나면 재입국이 금지된다. 금융 제재 대상 외국인도 입국할 수 없다. 또 정부는 북한의 제2 외화 수입원인 임가공 의류가 중국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무단 반입되지 않도록 국내 의류 수입 업계를 상대로 계도하기로 했다. 북한의 의류 수출액은 지난해 8억 달러(약 9380억 원)로 재작년보다 7.9% 증가했고, 수출 비중도 32.2%로 무연탄(4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다른 물품도 위장 반입되지 않도록 집중 관리 대상 품목을 기존 농수산물 22개에서 유엔 제재 대상 광물 11개를 추가해 33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 증강을 막기 위해 잠수함 분야 맞춤형 감시 대상 품목도 작성해 발표하고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러시아 소식통은 “대북 제재의 권한은 유엔 안보리만 갖고 있으며 개별 국가의 독자 제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조숭호 shcho@donga.com·이유종 기자}

30대, 40대 젊은 리더들이 부상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과 난민 유입으로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위기를 타개할 인물로 패기 있는 정치인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감한 개혁파들이다. 진보자유당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5)는 ‘캐나다 최고의 총리’로 꼽히는 고(故)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아들로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첫 내각을 남녀 동수로 꾸리고 난민과 원주민을 입각시켜 새바람을 일으키더니 경기를 부양하고 중산층을 늘리며 환경친화적인 경제정책을 밀어붙여 인기를 끌고 있다. 10월 취임 1주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2%였다. 중도 좌파인 민주당의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41)는 2014년 2월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최연소 총리가 돼 노동개혁과 교육개혁, 선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법안이 상원에서 번번이 부결되자 상원의원을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과감한 개헌안을 내놓아 4일 국민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43)도 지난해 6월 10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내용의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78%가 반대해 부결됐지만 그의 개혁성은 주목 받았다. 상원의 힘을 빼놓기 위해 자리를 건 렌치 총리처럼 젊은 리더들은 정치적 도박도 마다하지 않는다. 골수 좌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41)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내몰리면서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카드로 채권국인 유럽연합(EU)을 압박해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2015년 1월 총리 취임 후 8개월 만에 실시한 조기 총선에서 승리해 이를 동력으로 노동시장 개혁, 연금 삭감 등 구제금융을 위한 개혁안을 이끌어 내는 정치력을 보였다. 다국적기업 유니레버 출신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49)는 2012년 4월 부가가치세 인상, 공무원 임금 동결 등 정부 예산을 연간 150억 유로(약 18조7500억 원) 줄이는 긴축안을 놓고 야당과 2개월 가까이 협상을 벌이다 결렬되자 총리직을 던졌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총선에서 긴축 정책을 통해 재정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권자들에게 먹혀 연임에 성공했다. 벨기에 최연소 총리인 샤를 미셸 총리(41)는 올 3월 브뤼셀 테러를 수습하며 위기 대처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와 달리 국정 운영 미숙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젊은 리더들도 있다. 에스토니아에선 지난달 23일 타비 로이바스 전 총리(37)가 연정 파트너 정당들이 불화 끝에 탈퇴하는 바람에 의회 불신임을 받아 물러났다. 후임 역시 젊은 위리 라타스 총리(38)다. 올 10월 취임한 에스토니아 대통령 케르스티 칼률라이드(47·여)도 40대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친(親)난민 정책을 펼쳐 ‘난민 대모(代母)’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또다시 난민 청소년을 울게 만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7월 본국 송환에 내몰린 팔레스타인 출신 난민 소녀에게 원칙만을 강조해 결국 울리고 말았는데 이번엔 그때와는 달리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소년 에드리스는 전날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집권 기독민주연합 당대회에서 메르켈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에드리스는 독일어로 “메르켈 여사, 감사하다.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말했고 메르켈 총리는 “독일어 잘 배웠다. 계속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했다. 난민 소년은 “그렇게 하겠다”며 메르켈 총리의 두 손을 잡아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단상에 있던 메르켈은 소년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 뒤 아래로 내려가 에드리스와 손을 맞잡았다. 에드리스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쳤고, 옆에 있던 아버지와 함께 메르켈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메르켈은 지난해 7월 방송으로 중계된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4년 이상 기다렸으나 거주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팔레스타인 출신 난민 소녀 림(14)에게 “수많은 난민을 독일이 다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놔 급기야 림이 눈물을 흘렸다. 메르켈은 림이 울자 당황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이 상대가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냉정한 현실만을 강조했다며 비난했다. 메르켈은 이후 이를 만회하려는 듯 적극적으로 친난민 정책을 펼쳤고 림과 그의 가족도 당국으로부터 거주허가증을 발급받아 독일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됐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역대 최대 규모의 군중이 대통령 퇴진을 외친 야간 집회였는데도 경찰에 연행되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떠난 길거리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깨끗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뒤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고 일상에 복귀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주말 촛불집회가 한 달째 계속되며 26일에는 참가 인원이 전국적으로 190만 명(주최 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구호도 하야(下野)에서 체포, 구속으로 강도가 세졌지만 우려했던 경찰과의 충돌 등 불상사는 전혀 없었다. 이를 두고 나라 안팎에서 “박근혜 정권이 무너뜨린 국격(國格)을 국민들이 다시 쌓아올리고 있다”며 극찬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150만 명(경찰 추산 27만 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첫눈에 비까지 흩날리는 궂은 날씨도 이들을 막지는 못했다. 부산 광주 등 각 지역에서도 40만 명(경찰 추산 6만 명)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쓴 참가자들은 “강제 수사하라” “구속하라”를 외쳤고, 일부 참가자들은 27일 새벽까지 밤샘 집회를 하기도 했다.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질서, 비폭력”을 외치며 끝까지 평화 집회를 지켰고,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는 자발적으로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웠다. 5차에 걸친 집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아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서울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법원이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을 허용하면서 청와대를 동·서·남쪽으로 포위하듯 에워싸는 U자형의 ‘청와대 인간 띠 잇기’를 실현해 보였다. 5차 촛불집회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 국민들이 축제 형태로 평화로운 집회의 새 장(場)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는 190만 명이 합심해 이해타산에 따라 싸우는 정치권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홍정수·이유종 기자}
25일 타계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대해 대부분의 각국 정상은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지만 일부는 부정적인 유산을 강조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역사는 한 인물이 그의 주변 사람들과 전 세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타계를 계기로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을 희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조전(弔電)에서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내 슬픔을 전한다”고 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혁명은 처음에는 희망이었지만 나중에는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 세계는 자국민을 거의 60년간 억압했던 야만적인 독재자의 타계를 목격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 중국, 중남미 좌파 정권 등 쿠바의 우방국들은 일제히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대 세계사에서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쿠바 사회주의 사업의 창건자였으며 인민의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애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 세계의 모든 혁명은 카스트로의 유산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밝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100만여 촛불시위대의 외침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꿋꿋이 버티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공범’이라는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오자 대국민사과 때 밝혔던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마저 스스로 뒤집었다. 탄핵을 당하거나 하야를 할 정도로 잘못한 게 없다는 인식 없이는 생각하기 힘든 대응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는 정치 부패라는 ‘한국병’이 여전함을 보여준다”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1969∼1974년 재임)을 하야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 때보다 최순실 게이트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남미의 해외 정상들 중에는 박 대통령보다 더 가벼운 혐의로도 불명예 퇴진한 사례가 적지 않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발간된 언론 대담집에서 시리아 군사작전에 관한 국가 기밀을 털어놓았다는 이유로 최근 탄핵 위기로 내몰리기도 했다.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실언조차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은폐, 거짓말이 탄핵 자초 진실 은폐를 시도했다가 불명예 퇴진한 대표적 사례는 닉슨 전 대통령과 관련된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1972년 6월 17일 워싱턴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워터게이트빌딩)에 배관공으로 위장한 남성 5명이 도청 장치를 설치하다가 경비원에게 발각됐다. 처음에는 단순 절도로 치부됐다. WP가 이틀 뒤 이들이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닉슨 선거운동본부 관련자라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닉슨은 이런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고, 범행에 가담한 전직 CIA 요원은 개인적 차원에서 일을 저질렀다고 둘러댔다. 연방수사국(FBI)은 닉슨의 선거운동본부에서 5명에게 자금이 흘러갔고 긴밀한 연락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스모킹 건’(범죄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은 WP가 받은 익명의 제보였다. WP는 FBI의 익명 제보자를 통해 받은 수사 정보로 사흘이 멀다 하고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닉슨은 WP에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 CIA를 움직여 FBI의 수사를 막으려고도 했다. 여론이 이 사건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사이 닉슨은 1972년 대선에서 재선했다. 닉슨의 재선 이후 WP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NYT)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도 경쟁적으로 워터게이트를 파헤쳤다. 미 언론들은 존 미첼 법무장관이 민주당 관련 정보 수집을 총괄했고 도널드 세그레티 변호사가 불법 도청 등 정치공작을 했다고 폭로했다. 재판 과정에서 충격적인 증언들이 쏟아졌다. 코너에 몰린 닉슨은 “나는 몰랐으며, 아랫사람들이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라고 발뺌했다. 닉슨은 보좌관들만 백악관에서 내보냈다. 1973년 5월부터 상원 주최 워터게이트 청문회가 열렸다. 닉슨은 국가 기밀을 핑계로 집무실 대화 녹음테이프의 공개를 거부했다. 여론의 공세로 결국 전체 분량의 1%인 40시간분이 공개됐고, 미첼 법무장관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 등이 도청, 문서 위조, 매수 등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닉슨이 거액을 탈세하고 대기업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닉슨은 1973년 10월 법무장관, 차관에게 워터게이트 담당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의 해임을 지시했으나 이들은 지시를 거부하고 사임했다. 민심은 완전히 닉슨을 떠났다. 1974년 7월 하원은 닉슨의 탄핵을 결의했다. 역사상 처음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을 우려한 닉슨은 1974년 8월 8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권좌를 이어받은 제럴드 포드 부통령이 그를 사면한 덕분에 처벌은 받지 않았으나, 닉슨의 이름에는 거짓말 때문에 사임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지인에게 싼 금리로 돈 빌렸다가 탄핵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은 작은 혜택을 보려다가 명예를 잃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독일 대중지 빌트는 2011년 12월 13일 불프 대통령이 부동산 구입을 위해 니더작센 주지사 시절 기업인 출신 지인에게서 시중 금리보다 싼 연리 4%의 조건으로 50만 유로(약 6억2500만 원)를 빌렸다고 폭로했다. 불프는 첫 기사가 나간 뒤 빌트 주필, 편집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폭언했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언론의 추가 보도가 이어지자 불프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그러나 언론 협박 등으로 파문은 더 커졌다. 독일 국민은 “그가 대통령이란 게 부끄럽다”, “비리가 있는 대통령과는 살 수 없다”고 분노했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5%가 대통령 사임에 찬성했다. 야당인 사회민주당의 토마스 오퍼만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사임을 압박했다. 이듬해 2월 16일 하노버 지방검찰청이 대통령 수사 면제권 철회를 연방하원에 공식 요청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면제권 철회 요청은 독일 역사상 처음이다. 다음 날 불프는 자진 사퇴했다.회계 부정도 탄핵 사유 군부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투사인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15년 부정부패와 경제난, 가뭄이라는 3중고 속에 탄핵 위기로 내몰렸다. 에너지부 장관 출신인 호세프는 2003∼2010년 국영 정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이사회의장을 지냈다. 페트로브라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며 직원이 8만 명이 넘는 남미 최대 기업이다. 2007년 당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정권이 이 회사에 신규 유전개발권을 독점으로 주는 대신 유전설비의 85%를 국산품으로 쓰게 하면서 국내 건설사 및 납품사로부터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폭로됐다. 비자금은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 2014년 대선에서 호세프와 맞선 제1야당 사회민주당의 아에시우 네베스 대표는 유세에서 “호세프도 페트로브라스로부터 정치자금을 상납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호세프는 꼬리를 무는 의혹과 야권 공세에도 재선에 성공했다. 대선이 끝난 뒤 시작된 검찰 조사에서 페트로브라스의 상납 비리가 드러났다. 한 전직 임원은 “페트로브라스가 2004년부터 8년간 약 81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2100억 원이 집권 노동자당으로 흘러갔다”고 폭로했다. 뇌물 조성이 한창일 때 이사회의장을 지낸 호세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아졌다. 결국 브라질 하원은 2015년 12월 호세프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의회 몰래 국영은행의 돈을 끌어다 사회복지 사업에 써 연방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사유였다. 올 3월 노동자당의 최대 파트너인 브라질민주운동당이 연정에서 탈퇴했다. 5월 브라질 상원은 22시간에 걸친 밤샘 토론 끝에 탄핵심판절차 개시를 통과시켜 호세프를 직무 정지시킨 데 이어 8월 상원에서 81명 중 61명의 찬성으로 최종 탄핵 평결을 내렸다. 자백으로 용서 받은 클린턴 자백으로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대통령도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8년 1월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탄핵 위기에 몰렸다.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에게 자신과의 성관계를 부인하는 위증을 교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됐다. 특검팀은 1998년 9월 수사 결과 클린턴이 위증과 사법방해, 권력남용 등 11개 항의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특별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했다. 대통령의 범죄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들이 충분히 확보된 것이다. 절벽 끝으로 내몰린 클린턴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 부정적이었던 여론은 클린턴의 사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같은 해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상원에서도 클린턴에 대한 탄핵안이 부결돼 클린턴은 임기를 끝마칠 수 있었다.이유종기자 pen@donga.com}

#. 권력과 언론의 팽팽한 기싸움앙숙 NYT 찾은 트럼프#. '살아 있는 권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최고 권위 언론' 뉴욕타임스(NYT)가 긴장과 공존을 거듭하는 권력과 언론 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 내내"NYT는 망해가는(falling) 언론사다.나에 대한 거짓, 편파 보도만 일삼는다독자 감소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죠.# 21일 CNN 등 5개 방송사 경영진을 트럼프 타워로 불러들인 트럼프는#. "불행히도 나 역시 NYT를 본다. 안 봤으면 내 실제 수명보다 20년은 더 살겠지만…그럼에도 NYT는 미국의 보석이다"#. 당초 트럼프는 NYT에 오프더레코드(비공개) 회동 조건을 제시했다가 NYT가 이를 거절하자 인터뷰 취소 소동을 벌였습니다. 결국엔 NYT 요구대로 공개 행사로 진행했죠.#. 트럼프는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발행인 등 NYT 경영진을 만나자마자 "NYT가 대선 내내 편파 보도를 했다"며 예의 포문을 열었습니다.하지만 결국에는 "NYT에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죠.#. 트럼프는 21일 5개 언론과의 면담에서도 대선 보도에 대한 불평과 독설을 쏟아냈는데요. 뉴욕포스트는 당시 상황을 총살 현장(Firing Squad)에 비유했죠.#당시 트럼프는 면담 장소를 '거짓말쟁이들, 부정직한 언론인들이 모인 방' 이라고 비난했죠. 특히 동석한 NBC 여기자 마르타 래다츠에게"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하자 울음을 터뜨린 끔찍한(nasty) 기자"라고 했습니다.#트럼프는 제프 주커 CNN 사장에게도 "나는 CNN을 혐오한다.CNN 조직원은 모두 거짓말쟁이들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독설을 날렸죠. #NYT는 이런 트럼프를 최고 언론 비판관 (nation's press critic in-chief)으로 혹평했는데요. 군 통수권자인 미 대통령을 최고 사령관(commander in-chief)이라고 부르는 것에 빗댄 표현이죠.#. 11월 8일 대통령 당선 후 2주간 두문불출하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던 트럼프 냉철한 사업가답게 그는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대통령직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듯 보입니다. '언론 길들이기'를 시도하던 트럼프가 NYT의 의연한 태도에 오히려 되치기 당한 셈이죠.#'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 남용 문제를 파헤치지 않겠다'는 발언, 자신을 비판했던 인도계 여성 정치인 니키 헤일리를 UN 대사로 내정한 것 등 화합과 통합의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죠. #. "나 너 안 만나" Vs "그러거나 말거나"살아있는 권력(대통령)과 최고 권위 언론이날선 기 싸움을 벌일 수 있는 미국이 부럽습니다!원본 : 이승헌 기자 이유종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 이고은 인턴}

1970년대 최소 170만 명의 캄보디아 양민을 학살한 ‘킬링필드’의 핵심 전범 2명에게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확정됐다.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는 23일 반(反)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90)과 키우 삼판 전 총리(85)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은 캄보디아 국민의 극단적인 운명을 전혀 고려치 않았고 범죄 규모도 매우 크다”며 “종신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 붕괴 이후 37년 만에 킬링필드 관련 주요 기소자 9명 중 3명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다. 이들에 앞서 크메르루주 정권 당시 악명 높았던 투올슬렝 수용소(일명 S-21)의 카잉 구에크 에아브 소장(74)은 2012년 최종심에서 1만 명이 넘는 수감자의 고문과 학살을 감독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은 1975년 친미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각각 권력 서열 2위와 4위로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강제이주와 반대세력 처형, 학살 등에 가담했다. 2010년 9월 기소돼 2014년 8월 1심에서 모두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해 이날 항소심이 열린 것이다. ECCC는 2006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반인륜 범죄 등의 혐의로 9명을 기소했으나 이엥 사리 전 외교장관과 이엥 티리트 전 사회부 장관 등 2명은 도중에 노환으로 숨졌다. 크메르루주 정권의 1인자 폴 포트는 1998년 사망해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유엔과 캄보디아의 협정으로 설립된 ECCC는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판결은 1975∼1979년 자행된 최소 200만 명의 양민 강제이주, 이전 정권의 군인 처형 등 반인륜 범죄에 대한 것이다. 이슬람 참족과 베트남 소수민족 집단학살, 강제결혼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따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1975년 들어선 크메르루주 정권은 노동자,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170만∼220만 명의 지식인과 부유층 등을 학살했다. 킬링필드는 당시 숨진 숱한 양민들의 무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핵심 전범들은 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이 붕괴된 뒤에도 2007년까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살았다. 캄보디아 집권 세력이 이들에 대한 처벌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범재판이 시작된 것은 유엔의 집요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주요 방송의 뉴스 부문 경영자와 뉴스 앵커를 불러 선거 기간 자신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불평과 함께 독설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은 “마치 총살대에 선 것 같았다”며 살벌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21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오후 1시 자신의 거처인 뉴욕 트럼프타워로 ABC, CBS, NBC, CNN, 폭스뉴스 등 5개 방송사 주요 경영인과 대선토론 진행자 등 유명 방송 앵커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뉴욕포스트는 한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경영인과 앵커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취재 접근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갔다”며 “그런데 일방적으로 ‘트럼프식 몰아세우기’를 당했다. 간담회는 완전히 재앙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먼저 제프 저커 CNN 사장을 지목해 “나는 당신네 방송이 싫다. CNN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대놓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참석자는 “트럼프가 기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장을 가리켜 ‘거짓말쟁이들, 부정직한 언론의 방’이라고 말했다. 참석한 NBC 기자를 지목해선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하자 울음을 터뜨린 끔찍한 기자’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데버러 터니스 NBC 뉴스 부문 사장에게 “다른 좋은 사진도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이런 사진만 쓴다”고 지적하자 터니스는 “당시 웹사이트엔 아주 좋은 사진을 걸어놓았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CNN과 NBC를 ‘부정직한 언론’ 가운데 최악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을 한껏 몰아세운 트럼프는 언론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슬며시 언급했다. 트럼프는 “언론에 바라는 것은 공정성”이라고 말했고 참석자 중 한 명이 ‘공정성’의 구체적인 뜻을 묻자 트럼프는 “진실”이라고만 짤막하게 답했다. 자리를 주선한 켈리앤 콘웨이 정권인수위원회 수석고문은 간담회를 마친 뒤 “매우 솔직하고 정직한 자리이기도 했다”며 “리셋(관계 개선)의 단추를 누른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한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불편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진보 진영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간담회와 관련해 트럼프를 ‘언론비판 국가 최고지도자(nation’s press critic in chief)’라고 표현하며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22일 NYT의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발행인과 기자, 논설위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58·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될 것이라고 NBC방송이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방 및 안보 관련 수석 고문이다. 국무위원의 신분은 아니지만 정부 내 국방 및 안보 관련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며 미국 국제 안보 정책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제이슨 밀러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플린이 오늘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플린은 트럼프 당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플린은 2012∼2014년 DIA 국장을 맡다 전역한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민주당 당원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기간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의 안보 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됐으며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플린을 부통령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플린은 대통령 선거 직전인 지난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한국은 경제, 안보에서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고 트럼프도 이를 강화하고 싶어 한다”며 “미국은 한국 국민과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린은 지난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현 북한 체제를 앞으로도 오래도록 존속하게 해선 안 된다”며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동유럽에서 친(親)러시아 정책을 표방해 온 후보들이 잇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치에 주력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매달릴 태세여서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불가리아와 몰도바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친러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됐다. 옛 공산권 국가인 불가리아에서는 공군 총사령관 출신의 무소속 루멘 라데프(53)가 친서방의 집권 유럽발전시민당 후보 체츠카 차체바(58·여)를 누르고 득표율 59.4%로 당선됐다. 라데프는 “유럽연합(EU)과 긴밀히 협의해 러시아 (경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1990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주장해 온 사회주의자당 이고리 도돈(41)이 친서방 성향의 ‘행동과연대당’ 후보 마이아 산두(44·여)를 득표율 52.6%로 제쳤다. 도돈은 “국민들은 친서방 정책과 가난, 부패, 불법에 지쳤다. 서방은 물론이고 동방(러시아)과도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두 동맹국을 얻었다”며 “소련 붕괴 후 동유럽을 재편했던 EU라는 결속체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가리아와 몰도바의 친러 후보 승리는 경제난에 따른 것이다. 불가리아는 가스의 90% 이상을 러시아에서 들여올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EU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불가리아도 수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자 불만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유럽 내 최빈국 중 하나인 몰도바의 최대 교역국이다. 많은 몰도바인이 러시아에 사는 가족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한다. 2013년 러시아가 몰도바의 최대 수출품인 와인과 채소, 육류 등의 수입을 금지하자 몰도바는 경제난에 봉착했다. 경제부 장관을 지낸 도돈 당선인은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무역을 증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불가리아와 몰도바에서 친러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EU의 동진(東進)정책도 차질을 빚게 됐다. EU는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동진정책에 공을 들여왔다. 이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패권주의를 자극해 러시아는 탈(脫)러시아를 꿈꿨던 옛 동유럽권 공산국가들에 군사 에너지 무역 보복 등으로 압박을 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 국가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통합하는 ‘유라시안연합(EEU)’을 결성한다는 구상까지 갖고 있다. EU 국방 및 외교 장관들은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합동군사 배치 등을 포함하는 안보강화 계획에 합의했다. 이들은 “미국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선거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용론을 주장했던 트럼프와 푸틴이 가까워지면 미국과 EU 및 나토의 균열이 깊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