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45만명 희생… 대부분 정부군-러 공격으로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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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터키 러대사 피살로 전세계 주목

 터키 경찰관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가 19일 수도 앙카라 현대미술관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62)를 살해하며 “알레포를 잊지 마라, 시리아를 잊지 마라”라고 외친 것은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지구촌에 고발한 극단적인 행동이었다. 인권 유린을 일삼는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을 돕는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총격 사살이라는 형태로 표출한 것이다.

 시리아는 인구의 74%가 수니파지만 13%에 불과한 시아파의 아사드 대통령이 대를 이어 독재정권을 유지하며 수니파를 탄압하고 있다. 현재 시리아에서 러시아는 정부군을, 미국과 터키 등은 반군을 돕고 있다.

 시리아 인접국인 터키는 수니파가 다수다. 올해 7월 터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도와 양국의 관계가 회복됐지만 시리아 사태에 대해선 이견이 여전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터키군이 시리아로 넘어간 이유는 영토 욕심이 아니라 폭군 아사드의 통치를 종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자 러시아는 즉시 해명을 요구했다.

 터키군은 10월 시리아 정부군이 영공을 침범한 터키군 전투기를 격추하겠다고 경고한 뒤 시리아 반군의 공습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군의 공개적인 ‘격추 경고’는 곧 러시아의 동의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를 등에 업고 수니파인 반군을 격퇴하며 알레포를 함락했다. 이를 지켜본 터키 내 수니파의 울분이 러시아 현직 대사 사살이라는 유례없는 사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랍의 봄’ 이후 시아파인 아사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2011년부터 형성된 수니파 반군은 2012년 여름 알레포 동부를 점령했다. 반군은 시리아 전역으로 세를 확장했고, 아사드 정권은 아랍의 봄을 겪은 다른 국가들처럼 몰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 개입을 감행하자 정부군과 반군 간에 형성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정부군이 승기를 잡게 됐다. 러시아는 대를 이은 아사드 정권의 동맹국으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를 받으며 외교적인 돌파구를 모색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시리아 정부군은 13일 반군이 점령한 알레포 동부를 4년 만에 탈환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휴전 합의에 따라 19일까지 알레포 동부를 떠난 주민이 총 2만 명이고 18일 현재 알레포에서 총 7만 명이 피란을 기다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알레포 동부 주민 수만 명은 거리 곳곳에서 영하의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도시를 벗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숨진 이들은 30만∼45만 명으로 대부분 민간인이며 이 가운데 90%는 시리아군과 그 동맹인 러시아군 등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군사적 개입을 주저했다. 2013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구두 경고만 했을 뿐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인도주의적 휴전을 놓고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는 “시리아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최대 외교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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