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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 발레까지 모든 분야의 최고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팬텀’의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74)은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15년 국내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팬텀은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 요한슨은 “팬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출작”이라며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 너무나도 신이 난다”고 했다. 미국 뉴저지주의 극장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예술감독 출신인 그는 2007년 한국에서 뮤지컬 ‘햄릿’을 선보이며 국내 무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엘리자벳’, ‘레베카’, ‘웃는 남자’ 등 대형 작품을 꾸준히 연출하며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됐다.● 박효신, 9년 만에 ‘팬텀’ 복귀 팬텀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 발표한 소설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이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천재적 음악성과 끔찍한 외모를 동시에 지닌 유령과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크리스틴 다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같은 원작에서 출발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자주 비교되지만, 두 작품은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을 향한 유령의 애달픈 짝사랑을 부각한다면, 팬텀은 유령 개인의 서사와 내면의 고통에 보다 집중한다. 요한슨은 “팬텀 제작진은 원작 소설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유령의 탄생 이유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라며 “유령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의 관계 등을 다루는 ‘가정의 이야기’라서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극 중 인물들은 유령을 ‘에릭’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2막 중반부엔 발레 형식으로 유령의 과거를 되짚는다.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가 한 무대 안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유령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식이다.이번 시즌의 가장 큰 화제는 박효신의 팬텀 복귀다. 2015년 초연과 2016년 재연 당시 압도적인 노래 실력으로 찬사를 받았던 그가 9년 만에 팬텀을 다시 맡았다. 요한슨은 “박효신은 뮤지컬에 최고로 적합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라며 “연기자로서도 초연 때보다 훨씬 깊어진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시즌을 함께해 온 전동석과 카이가 함께 팬텀 역을 맡았다.“누가 팬텀이냐에 따라 다른 극을 보는 것처럼 세 명 모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겁니다. 쿠키를 틀에 찍어내는 것처럼 똑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거든요.” 작품 구성도 한층 정제됐다. 곡의 도입부나 코러스 일부를 티 나지 않게 덜어내며 러닝 타임(170분)을 기존보다 약 10분 줄였다. 번역도 다듬었다. 요한슨은 “한국어는 음절 수가 많고, 모음의 위치에 따라 고음 발성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배우의 호흡과 감정 전달에 좋은 번역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K뮤지컬, 해외 인기 반가워” 팬텀의 또 다른 매력은 감정선을 자극하는 서정적 넘버들이다. 팬텀이 지하 세계에서 구원을 기다리며 부르는 ‘그 어디에’, 크리스틴과 부르는 듀엣곡 ‘내 고향’ 등은 익숙하고 감미로운 선율을 자랑한다. 크리스틴을 질투하는 마담 카를로타의 ‘다 내 거야’ 등 익살맞은 넘버들이 중간중간 분위기를 바꾼다. 19세기 후반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3층 구조와 대형 샹들리에부터 비스트로, 지하 세계 등 대형 뮤지컬다운 화려한 세트도 볼거리다. 요한슨은 “세트가 장면마다 바뀌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주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약 20년간 활동하며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지켜봤다. 때문에 “최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뮤지컬들이 주목받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위대한 개츠비’와 ‘어쩌면 해피엔딩’ 등을 통해 외국 관객들도 이제 한국이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든다는 걸 알게 됐죠. 한국 뮤지컬계가 지나치게 겸손할 필요 없어요. 공연의 경쟁력을 한국 스스로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뮤지컬, 오페라, 발레까지 모든 분야의 최고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지난달 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팬텀’의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74)은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15년 국내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팬텀은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 요한슨은 “팬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출작”이라며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 너무나도 신이 난다”고 했다.미국 뉴저지 주의 극장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예술감독 출신인 그는 2007년 한국에서 뮤지컬 ‘햄릿’을 선보이며 국내 무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엘리자벳’, ‘레베카’, ‘웃는 남자’ 등 대형 작품을 꾸준히 연출하며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됐다.● 박효신, 9년 만에 ‘팬텀’ 복귀팬텀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루르가 1910년 발표한 소설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이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천재적 음악성과 끔찍한 외모를 동시에 지닌 유령과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크리스틴 다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같은 원작에서 출발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자주 비교되지만, 두 작품은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을 향한 유령의 애달픈 짝사랑을 부각한다면, 팬텀은 유령 개인의 서사와 내면의 고통에 보다 집중한다.요한슨은 “팬텀 제작진은 원작 소설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유령의 탄생 이유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라며 “유령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의 관계 등을 다루는 ‘가정의 이야기’라서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극중 인물들은 유령을 ‘에릭’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2막 중반부엔 발레 형식으로 유령의 과거를 되짚는다.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가 한 무대 안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유령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식이다.이번 시즌의 가장 큰 화제는 박효신의 팬텀 복귀다. 2015년 초연과 2016년 재연 당시 압도적인 노래 실력으로 찬사를 받았던 그가 9년 만에 팬텀을 다시 맡았다. 요한슨은 “박효신은 뮤지컬에 최고로 적합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라며 “연기자로서도 초연 때보다 훨씬 깊어진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시즌을 함께해 온 전동석과 카이가 함께 팬텀 역을 맡았다. “누가 팬텀이냐에 따라 다른 극을 보는 것처럼 세 명 모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겁니다. 쿠키를 틀에 찍어내는 것처럼 똑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거든요.”작품 구성도 한층 정제됐다. 곡의 도입부나 코러스 일부를 티 나지 않게 덜어내며 러닝 타임(170분)을 기존보다 약 10분 줄였다. 번역도 다듬었다. 요한슨은 “한국어는 음절 수가 많고, 모음의 위치에 따라 고음 발성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배우의 호흡과 감정 전달에 좋은 번역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K뮤지컬, 해외 인기 반가워”팬텀의 또 다른 매력은 감정선을 자극하는 서정적 넘버들이다. 팬텀이 지하 세계에서 구원을 기다리며 부르는 ‘그 어디에’, 크리스틴과 부르는 듀엣곡 ‘내 고향’ 등은 익숙하고 감미로운 선율을 자랑한다. 크리스틴을 질투하는 마담 카를로타의 ‘다 내 꺼야’ 등 익살맞은 넘버들이 중간중간 분위기를 바꾼다.19세기 후반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3층 구조와 대형 샹들리에부터 비스트로, 지하 세계 등 대형 뮤지컬다운 화려한 세트도 볼거리다. 요한슨은 “세트가 장면마다 바뀌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주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그는 한국에서 약 20년간 활동하며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지켜봤다. 때문에 “최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뮤지컬들이 주목받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와 ‘어쩌면 해피엔딩’ 등을 통해 외국 관객들도 이제 한국이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든다는 걸 알게 됐죠. 한국 뮤지컬계가 지나치게 겸손할 필요 없어요. 공연의 경쟁력을 한국 스스로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 모든 걸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 손으로 가린 얼굴 사이로 보이는 입에서 변조된 기계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어 ‘버블티’ ‘테슬라’ ‘프라이드 치킨’ ‘할리우드 파티’까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배경엔 공사장을 연상케 하는 쇳소리와 기괴한 음들이 뒤엉키며 압박감을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내지르는 한 단어. “날리(Gnarly·끝내준다).” 하이브와 미국 게펀 레코드의 6인조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곡 ‘날리’는 서구 차트에서 반응이 좋다. 4월 30일 발매한 이 곡은 지난달 중순 미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92위로 진입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도 52위로 진입해 4주 연속 10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K팝 대형 기획사들이 선보인 ‘현지화 그룹’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캣츠아이는 ‘날리’에서 기존의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 대신에 과감하고 실험적인 콘셉트를 내세웠다. 영어로 ‘끝내준다’ ‘기가 막힌다’는 뜻인데, 국내에서도 중의적으로 ‘난리’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이퍼팝 특유의 왜곡된 사운드와 펑키한 비트가 2분 12초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 복사기에 짓눌린 얼굴 등 과장된 이미지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난리’ 난 느낌이 가득하다. 물론 처음엔 “가사가 유치하다” “콘셉트가 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방송 등에 출연해 보여준 퍼포먼스가 분위기를 바꿨다. 멤버 6명은 무대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 연기와 함께 트월킹, 무대를 깨부수는 듯한 ‘해머 퍼포먼스’까지 ‘과잉의 미학’을 선보인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무대의 기세가 공격적이고, 약간은 저속한 영역까지 파고 들어가는 ‘야성미’가 돋보였다”며 “캣츠아이가 다른 K팝 걸그룹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보여준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매거진 ‘더블유(W)’도 “(날리가) 처음엔 호불호가 갈렸지만 대중이 반복해 들으면서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캣츠아이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드림 아카데미’로 선발된 다국적 그룹이다. 멤버 윤채만 한국인이고 마농(스위스)과 소피아(필리핀), 다니엘라·라라·메간(미국) 등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하지만 한국식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와 보컬, 안무 등은 전형적인 K팝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의 현지화 그룹들은 아이돌 유행이 지나간 서구에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K팝 팬들조차 ‘K팝스럽지 않다’며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캣츠아이가 유의미한 성과를 낸 건 맞지만 앞으로 팀 색깔을 뚜렷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날리는 복잡한 것들을 하나의 단순한 단어로 치환해 버리는 등 소셜미디어 세대들의 문법을 잘 갖춘 노래”라며 “멤버들의 시너지와 스토리를 잘 다듬어 나간다면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 모든 걸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손으로 가린 얼굴 사이로 보이는 입에서 변조된 기계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어 ‘버블티’ ‘테슬라’ ‘프라이드 치킨’ ‘할리우드 파티’까지, 접점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배경엔 공사장을 연상케 하는 쇳소리와 기괴한 음들이 뒤엉키며 압박감을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내지르는 한 단어. “날리(Gnarly·끝내준다).”하이브와 미국 게펀 레코드의 6인조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곡 ‘날리’는 서구 차트에서 반응이 좋다. 4월 30일 발매한 이 곡은 지난 달 중순 미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92위로 진입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도 52위로 진입해 4주 연속 100위권을 유지 중이다. 최근 몇 년간 K팝 대형 기획사들이 선보인 ‘현지화 그룹’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캣츠아이는 ‘날리’에서 기존의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 대신에 과감하고 실험적인 콘셉트를 내세웠다. 영어로 ‘끝내준다’ ‘기가 막힌다’는 뜻인데, 국내에서도 중의적으로 ‘난리’를 뜻하는 걸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이퍼팝 특유의 왜곡된 사운드와 펑키한 비트가 2분 12초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 복사기에 짓눌린 얼굴 등 과장된 이미지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난리’난 느낌이 가득하다. 물론 처음엔 “가사가 유치하다”, “콘셉트가 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방송 등에 출연해 보여준 퍼포먼스가 분위기를 바꿨다. 멤버 6명은 무대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 연기와 함께 트월킹, 무대를 깨부수는 듯한 ‘해머 퍼포먼스’까지 ‘과잉의 미학’을 선보인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무대의 기세가 공격적이고, 약간은 저속한 영역까지 파고 들어가는 ‘야성미’가 돋보였다”라며 “캣츠아이가 다른 K팝 걸그룹과 어떻게 차별화 되는지 보여준 계기였다”라고 분석했다. 미 매거진 ‘더블유(W)’도 “(날리가) 처음엔 호불호가 갈렸지만 대중들이 반복해 들으면서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캣츠아이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드림 아카데미’로 선발된 다국적 그룹이다. 멤버 윤채만 한국인이고, 마농(스위스)과 소피아(필리핀), 다니엘라·라라·메간(미국) 등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하지만 한국식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와 보컬, 안무 등은 전형적인 K팝 걸그룹이라 할 수 있다.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의 현지화 그룹들은 아이돌 유행이 지나간 서구에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K팝 팬들조차 ‘K팝스럽지 않다’며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캣츠아이가 유의미한 성과를 낸 건 맞지만, 앞으로 팀 색깔을 뚜렷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날리는 복잡한 것들을 하나의 단순한 단어로 치환해 버리는 등 소셜미디어 세대들의 문법을 잘 갖춘 노래”라며 “멤버들의 시너지와 스토리를 잘 다듬어 나간다면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북한의 피바다 가극단을 능가하는 공연을 만들어라.” 1960년대 후반 중앙정보부 문화예술혁명분과의 유덕한 실장은 정권으로부터 비장한 명령을 받는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는 공연이어야 한다”는 게 ‘각하’의 지시다. 당황한 유 실장은 일단 유명 연출가 김영웅부터 섭외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뮤지컬이란 이름조차 낯설었던 시대에 한국 최초의 뮤지컬이 만들어진 과정을 유쾌한 상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실제로 국내 최초의 뮤지컬 단체인 ‘예그린악단’의 맥을 이어 온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로, 극단의 시작을 재치 있게 돌아보는 ‘셀프 패러디’ 재미도 담겼다. 첫 뮤지컬이 제작되는 과정은 모든 게 ‘좌충우돌’이다. 알고 보니 김영웅은 유명 연출가와 동명이인인 배우 지망생에 불과했다. 작가는 급하게 섭외된 극단 경리가 대충 맡았다. 배우들도 오합지졸이다. 한물간 오페라 가수와 틈만 나면 아기 동자를 찾는 무속인, 어딘가 어설픈 트로트 가수…. 케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출연진들은 합이 참 안 맞는다.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은 각하가 좋아한다는 유명 가수 윤마리. 겨우 섭외에 성공했지만, 대본을 못 외우는 치명적 약점을 가졌다. 시작부터 꼬일 대로 꼬인 ‘얼렁뚱땅 극단’의 무모한 도전은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군사 정권의 지시와 검열로 대본이 거듭 수정되는 과정이 백미다. 조금이라도 불온해 보이면 삭제되고, 간접광고(PPL)가 잔뜩 붙는 등 ‘뮤지컬 속 뮤지컬’은 갈수록 산으로 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단원들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난관에 부딪칠수록 예술에 대한 진정성을 깨닫고 성장하는 것.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재기발랄한 예술가들에 대한 헌사로 보이는 대목이다. 뮤지컬 제작기를 다룬 ‘메타 뮤지컬’인 만큼 공연예술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던진다. “뮤지컬은 이 팍팍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그게 바로 뮤지컬이니까요’), “무대만 있으면 해볼 만해”(‘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등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뮤지컬 팬이라면 중간에 등장하는 국내외 뮤지컬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명 넘버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15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북한의 피바다 가극단을 능가하는 공연을 만들어라.”1960년대 후반 중앙정보부 문화예술혁명분과의 유덕한 실장은 정권으로부터 비장한 명령을 받는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는 공연이어야 한다”는 게 ‘각하’의 지시다. 당황한 유 실장은 일단 유명 연출가 김영웅부터 섭외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뮤지컬이란 이름조차 낯설었던 시대에 한국 최초의 뮤지컬이 만들어진 과정을 유쾌한 상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실제로 국내 최초의 뮤지컬 단체인 ‘예그린악단’의 맥을 이어 온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로, 극단의 시작을 재치 있게 돌아보는 ‘셀프 패러디’ 재미도 담겼다. 첫 뮤지컬이 제작되는 과정은 모든 게 ‘좌충우돌’이다. 알고 보니 김영웅은 유명 연출가와 동명이인인 배우 지망생에 불과했다. 작가는 급하게 섭외된 극단 경리가 대충 맡았다. 배우들도 오합지졸이다. 한물간 오페라 가수와 틈만 나면 아기 동자를 찾는 무속인, 어딘가 어설픈 트로트 가수…. 케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출연진들은 합이 참 안 맞는다.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은 각하가 좋아한다는 유명 가수 윤마리. 겨우 섭외에 성공했지만, 대본을 못 외우는 치명적 약점을 가졌다. 시작부터 꼬일대로 꼬인 ‘얼렁뚱땅 극단’의 무모한 도전은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군사 정권의 지시와 검열로 대본이 거듭 수정되는 과정이 백미다. 조금이라도 불온해 보이면 삭제되고, 간접광고(PPL)가 잔뜩 붙는 등 ‘뮤지컬 속 뮤지컬’은 갈수록 산으로 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단원들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난관에 부딪힐 수록 예술에 대한 진정성을 깨닫고 성장하는 것.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재기발랄한 예술가들에 대한 헌사로 보이는 대목이다.뮤지컬 제작기를 다룬 ‘메타 뮤지컬’인 만큼 공연예술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던진다. “뮤지컬은 이 팍팍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그게 바로 뮤지컬이니까요’), “무대만 있으면 해볼 만해”(‘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등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뮤지컬 팬이라면 중간에 등장하는 국내외 뮤지컬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명 넘버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15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50) 등이 제목과 객석 등이 따로 없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을 선보인다. 1일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루시드폴과 정가(正歌·가곡, 가사, 시조 등의 한국 전통 음악) 보컬리스트 정마리, 설치미술 작가 부지현이 다음 달 4∼6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싱크 넥스트’의 개막 공연을 선보인다. 싱크 넥스트는 2022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선보여 온 릴레이 공연으로,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공연 예술을 지향한다. 올해는 9월 6일까지 아티스트 18팀이 모두 32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루시드폴 등의 공연은 약속된 기승전결이 없다. 아티스트 세 명은 3시간 동안 각자 선보이고 싶은 퍼포먼스를 자유롭게 행한다. 루시드폴은 음색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앰비언트 뮤직을, 정마리는 정가를, 부지현은 설치미술 작품을 원하는 시간과 순서에 따라 선보이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리듬에 맞춰 공연과 퇴장을 반복하기 때문에, 세 사람이 우연히 동시에 퍼포먼스를 하는 순간도 있다”고 말했다. 무대 전면을 바라보는 일반적 형태의 객석도 없다. 관객들은 공연장 내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아 무대를 관람한다. 이때 아티스트가 관객 사이를 지나다니며 공연을 하기도 한다. 편안한 관람을 위해 덧신과 베개도 지급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파란 하늘’이란 단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하늘에 노을이 졌을 땐 붉고, 밤이 되면 칠흑같이 까매진다. 각종 기상 현상과 시간대에 따라 하늘은 무수한 색들을 보여준다. 파란 하늘이란 말은 물리적 실재에 대한 진술보다는 문화적 규범에 가깝다. 언어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 델라웨어대 언어학 교수다. 그는 언어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아마존 밀림에서 보내면서 인간의 언어와 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언어학 연구가 서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영어와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저자는 비영어권 언어들에 집중하며 언어 간 명백한 차이를 분석한다. 영어와 한국어는 ‘미래’를 ‘앞에 놓인 것’으로, ‘과거’를 ‘뒤에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볼리비아와 페루에서 약 300만 명이 쓰는 아이마라어는 ‘오래전’이란 단어를 ‘내 앞쪽으로 멀리 떨어진 시간’으로 직역할 수 있다. 과거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아는 존재이기 때문에 앞에서 볼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래를 말할 때는 ‘뒤에 있다’고 표현하고 뒤를 가리키는 몸짓이 미래를 상징한다. 생활 환경이 언어에 반영되기도 한다. 라오스의 라오어엔 ‘산’을 가리키는 말이 없다. 우뚝 솟은 산보다는 부드러운 능선과 골짜기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반면 밀림은 ‘성긴 밀림’과 ‘나무가 빽빽한 밀림’으로 구분한다. 아마존의 피라항족은 아버지, 어머니, 고모, 삼촌, 할아버지를 가리킬 때 한 단어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 낱말, 냄새를 표현하는 수십 가지 단어 등 우리가 몰랐던 언어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준다. “다양한 언어를 기록하는 것이 인간이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읽다 보면 인간의 가장 놀라운 유산 중 하나인 언어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기세가 파죽지세다. 최근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와 드라마리그어워즈에서 작품상을 잇달아 수상한 데 이어, 다음 달 8일(현지 시간) 열릴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연출·각본·음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공연계의 영화 ‘기생충’이 될 수 있단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상 시엔 한국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 기록이 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K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단기 공연이나 투자 참여를 넘어, 한국 창작자와 프로듀서가 현지 제작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보편적 서정성’ 가진 K뮤지컬‘어쩌면 해피엔딩’은 박천휴 작가와 미국인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돼 2016년 서울 대학로 300석 규모 소극장에서 초연됐다.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에게 버려진 헬퍼봇들의 사랑과 여정을 그린다. 참신한 설정과 섬세한 정서로 국내에서도 호평받았다. 해외 진출은 2016년 뉴욕에서 열린 쇼케이스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미국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에게 발탁되며 브로드웨이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폐막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시 공연)으로 개막했다. 최근 2주 연속 티켓 매출이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우란문화재단 프로듀서로서 이 작품 개발에 참여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처음부터 브로드웨이를 겨냥하진 않았지만, 창작자 두 명 모두 뉴욕이 기반이었던 만큼 영어 개발도 병행했다”며 “쇼뮤지컬과는 다른 보편적인 감정과 서정성이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소규모 극이 더 각광받게 됐다”고 말했다.● 美英 진출한 ‘위대한 개츠비’미국 브로드웨이에 가장 먼저 진출한 한국 뮤지컬은 1997년 뉴욕 링컨센터에 올랐던 ‘명성황후’다. 이후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을 담은 뮤지컬 ‘영웅’이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다. 그러나 일회성이었고, 관객 상당수는 교포였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K뮤지컬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지난해 4월 아시아인 최초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를 정식 개막한 데 이어 지난달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도 올렸다. 신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오픈런으로 공연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영국도 9월 이후 극장을 옮겨 계속 공연할 계획”이라며 “현지에선 한국 뮤지컬 제작자가 프로듀싱했다는 것에 놀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토종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역시 지난해 런던의 채링크로스 시어터에 영어판 장기 공연을 올리며 웨스트엔드에 공식 진입했다.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한국 공연을 단순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현지 산업 구조 안에 편입돼 상업적 성과를 냈다”고 했다. 이런 경향을 두고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K팝과 드라마, 영화로 축적된 한국 문화에 대한 신뢰가 뮤지컬이라는 복합 예술 장르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병성 공연 평론가는 “영미권을 공략하기 위해선 현지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학로 중소극장 뮤지컬의 경우 마니아 중심의 팬덤을 넘어선 보편적인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여러분들의 도파민을 팡팡 터뜨려줄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합니다.”(가비)“스우파 리더들의 모험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전부 담겨 있어요.”(허니제이) 글로벌 대항전으로 확장된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공개된다.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팀 ‘범접(BUMSUP)’(가비, 노제, 리정, 리헤이, 립제이, 모니카, 아이키, 허니제이, 효진초이) 멤버들은 “감동과 서사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2021년 방영돼 인기를 끈 스우파의 세 번째 시즌이다. 이번 시즌엔 한국과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 등 5개국의 6개 팀이 참여했다. 스우파 시즌1 리더들이 모인 한국팀 범접을 비롯해 에이지 스쿼드(AG SQUAD·오스트레일리아), 모티브(MOTIV·미국), 오사카 오죠 갱(OSAKA Ojo Gang·일본), 알에이치도쿄(RHTokyo·일본), 로얄 패밀리(ROYAL FAMILY·뉴질랜드)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연출을 맡은 최정남 PD는 “스우파 두 번째 시즌에서 해외 댄스 크루와 서바이벌을 하면서 ‘더 많은 해외 댄스 크루들을 한국에 알려도 되겠다’고 확신했다”라며 “영어, 일본어도 많고 한국어 비중이 20%일 정도로 ‘외화’ 느낌도 난다”고 말했다. 심사를 맡은 가수 겸 JYP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연예계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나에게 제일 본능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춤’이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세계적인 댄서 마이크 송도 “평소라면 볼 수 없을 ‘레전드 댄서’들의 배틀이 이뤄진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임신 중 프로그램에 합류한 모니카는 직접 무대에 서진 않았지만,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한다. “출산한 지 50일이 지났다”는 그는 “처음엔 배틀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경연이 진행될수록 ‘내가 빠져 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치열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우파 시리즈는 각종 미션을 통해 댄스 챌린지 붐을 일으켜 왔다. 최 PD는 “시즌 1에서 ‘헤이마마(Hey Mama)’, 시즌2에서 ‘새삥’ 같은 노래가 유행했다”며 “이번에도 미션을 통해 챌린지가 일어날 곡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여러분들의 도파민을 팡팡 터뜨려줄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합니다.”(가비) “‘스우파 리더’들의 모험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전부 담겨 있습니다.”(허니제이)글로벌 대항전으로 확장된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공개된다.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팀 ‘범접(BUMSUP)’(가비, 노제, 리정, 리헤이, 립제이, 모니카, 아이키, 허니제이, 효진초이) 멤버들은 “감동과 서사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2021년 방영돼 인기를 끈 스우파의 세 번째 시즌이다. 이번 시즌엔 한국,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 등 5개국의 6개팀이 참여했다. 스우파 시즌1 리더들이 모인 한국팀 범접을 비롯해 에이지 스쿼드(AG SQUAD‧오스트레일리아), 모티브(MOTIV‧미국), 오사카 오죠 갱(OSAKA Ojo Gang‧일본), 알에이치도쿄(RHTokyo‧일본), 로얄 패밀리(ROYAL FAMILY‧뉴질랜드)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연출을 맡은 최정남 PD는 “스우파 두 번째 시즌에서 해외 댄스 크루와 서바이벌을 하면서 ‘더 많은 해외 댄스 크루들을 한국에 알릴 시즌을 해도 되겠다’고 확신했다”라며 “영어, 일본어도 많고 한국어 비중이 20%인 만큼 ‘외화’ 느낌도 난다”고 말했다. 심사하는 ‘파이트 저지’를 맡은 가수 겸 JYP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연예계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나에게 제일 본능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춤’이었다”며 “전 세계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즐길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함께 파이트 저지를 맡은 세계적인 댄서 마이크 송도 “평소라면 볼 수 없을 ‘레전드 댄서’들의 배틀이 이뤄져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임신 중 프로그램에 합류한 모니카는 직접 무대에 서진 않았지만,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고 한다. “출산한 지 50일이 지났다”는 그는 “처음엔 배틀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경연이 진행될수록 ‘내가 빠져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분위기가) 치열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우파 시리즈는 각종 미션을 통해 댄스 챌린지 붐을 일으켜 왔다. 최 PD는 “시즌 1에서 ‘헤이마마(Hey Mama)’, 시즌2에서 ‘새삥’ 같은 노래가 유행했다”라며 “이번에도 미션을 통해 챌린지가 일어날 곡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동굴. 손바닥만 한 램프에서 요정이 ‘펑’ 하고 튀어나온다. 화려한 탭댄스와 노래, 마술을 선보이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요정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라면에 밥 말아 먹었다”, “소원으로 롯데 시그니엘도 줄게”, “이븐(Even)하게” 같은 한국식 유행어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알라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 ‘지니’다. 알라딘 최고의 ‘씬 스틸러’ 지니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정원영(40)을 13일 극장에서 만나 봤다.● “날렵하고 친구 같은 지니 연기” 정원영은 제작진 사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라고 불린다. 함께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정성화, 강홍석은 물론 영화에서 지니로 등장한 미국 배우 윌 스미스에 비해 몸집이 아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발적인 에너지와 존재감은 누구보다 크다. 정 배우는 “개막하고 200번 넘게 공연했지만 역할에 완전히 적응이 안 됐다”면서 “매일 어렵고, 매일 새롭다”며 웃어 보였다. 지니는 그에게 각별한 배역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알라딘을 처음 본 뒤 “내가 하고 싶은 노래, 춤, 연기 세 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지니뿐”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오디션 때도 작고 날렵한 체구를 강점으로 삼았다. 애크러배틱 동작 중 하나인 ‘하우스턴’으로 화려하게 등장해 외국 스태프들의 주목을 받았다. “브로드웨이 지니들은 워낙 체구가 크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반응이 오잖아요. 저는 더 많이 움직여야 박수를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정원영의 지니는 보디가드같이 듬직하진 않다. 하지만 더 귀엽고 깜찍하다. 그는 “다른 지니보다 더 애교스럽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지니가 되고 싶었다”며 “알라딘에게도 선생님보다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선 직접 만든 애드립인 ‘지가지니(지니+기가지니)’ 등을 활용해 재치를 더했다.● “선한 영향력 주는 배우 되고파” 뮤지컬 베테랑이지만, ‘알라딘’에서 8분간 이어지는 고강도 퍼포먼스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를 부르기 전엔 늘 긴장 상태다. 관객을 즐겁게 하려면 쓸 수 있는 에너지의 100%를 써야 하기 때문이란다. 공연 중에 체력이 바닥나 무대에 드러누운 적도 있을 정도다. “이 노래 직전엔 항상 심장이 쿵쾅거리고 두려워요. 하지만 그만큼 많은 박수를 받기 때문에 늘 설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극에서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는 알라딘을 만나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된다. 정 배우는 이 대목에 착안해 ‘자유를 갈망하는’ 지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풍부히 표현하려 했다. 그는 “연출진 역시 지니를 과장된 만화 캐릭터보단 인간답게 그리고자 해 그에 맞춰 연기했다”고 했다. 2007년 뮤지컬 ‘대장금’의 앙상블로 데뷔한 정 배우는 ‘맨 오브 라만차’, ‘렌트’,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아버지가 배우 정승호이고, 이모가 배우 나문희인 연기자 집안이다. 배우로서 먼저 길을 걸어온 가족들은 항상 그에게 연기 조언보다 “좋은 사람이 돼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착한 지니’처럼, 그의 궁극적 목표 역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배우다. “배우 일을 하면서 영향력이 생긴다면 그걸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 알라딘 서울 공연은 다음 달 22일까지. 7월 11일부터 9월 28일까지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아무런 마음의 기대도, 생각 없이 무대 보러 오세요. 나머지는 지니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동굴. 손바닥만 한 램프에서 요정이 ‘펑’ 하고 튀어나온다. 화려한 탭댄스와 노래, 마술을 선보이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요정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라면에 밥 말아 먹었다”, “소원으로 롯데 시그니엘도 줄게”, “이븐(Even)하게” 같은 한국식 유행어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알라딘’ 속 ‘지니’ 이야기다.●“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지니는 극 중 최고의 ‘씬 스틸러’다. 배우 정원영(40)은 제작진 사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라고 불린다. 함께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 정성화, 강홍석은 물론 영화 속 지니로 등장한 미국 배우 윌 스미스에 비해 몸집은 아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에너지와 존재감만큼은 누구보다 크게 느껴진다. 13일 극장에서 만난 정원영은 “개막 후 200번을 넘게 공연했지만 역할에 완전히 적응이 안 됐다. 매일 어렵고, 매일 새롭다”며 웃어보였다.지니는 그에게 각별한 배역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알라딘을 처음 본 뒤 “내가 하고 싶은 노래, 춤, 연기 세 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지니뿐”이라고 확신해 왔다고 한다. 당시 동료 배우들도 “넌 알라딘보다 지니에 더 어울린다”고 말해줬다. 오디션에서는 작고 날렵한 체구를 강점으로 삼았다. 아크로바틱 동작 중 하나인 ‘하우스턴’으로 등장해 화려하게 등장해 외국 스태프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브로드웨이 지니들은 워낙 체구가 크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반응이 오잖아요. 저는 더 많이 움직여야 박수를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의 지니는 보디가드 같이 듬직하진 않지만, 더 귀엽고 깜찍하다. 그는 “다른 지니보다 더 애교스럽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지니가 되고 싶었다. 알라딘에게도 선생님보다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선 직접 개발한 애드립인 ‘지가지니(지니+기가지니)’ 등을 활용해 재치를 더했다. “처음엔 PPL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동료들이 웃는 걸 보니 관객들도 웃어줄 것 같더라고요.”●‘풀충전’으로 버텨내는 8분8분간 이어지는 고강도 퍼포먼스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를 부르기 전엔 늘 긴장 상태다. 관객을 즐겁게 하려면 쓸 수 있는 에너지의 100%를 써야 해, 템포를 조절할 수도 없다. 공연 중 체력이 바닥나 무대에 드러누운 적도 있다. 그는 “이 노래 직전엔 항상 심장이 쿵쾅거리고, 두렵다”면서도 “그만큼 많은 박수를 받기 때문에 늘 설렘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인상 깊은 무대 위 순간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을 때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직관적인 개그에 더 많이 반응하고, “얘 갔어?”라고 관객에게 말을 걸면 “네!”라고 대답한다. 무대와 객석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는 알라딘을 만나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감정을 갖게 되는 존재다. 정원영은 자유를 갈망하는 지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풍부히 표현하려 했다. 그는 “연출진 역시 지니를 과장된 만화 캐릭터가 아닌 인간답게 그리고자 했다”며 “지니의 갈망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늘 램프 안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지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2007년 뮤지컬 ‘대장금’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맨 오브 라만차’, ‘렌트’,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탄탄한 경력의 그에게도 지니는 곧 ‘간절함’이었다. “18년 공연 하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캐릭터를 원한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첫 공연 날 친한 강홍석 배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형 너무 축하해’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조용히 뮤지컬을 하고 있던 내게 인생에 단 한 번 오는 ‘터닝포인트’가 왔던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그의 아버지는 배우 정승호, 이모는 배우 나문희다. 보다 일찍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온 가족들은 늘 그에게 연기 조언보다도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해줬다. 연기 조언보다도 “항상 스탭과 배우들이 ‘나이스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늘 소원을 들어주던 ‘착한 지니’처럼, 그의 궁극적 목표 역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배우다. “배우 일을 하면서 내가 영향력이 생긴다면 그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요.”알라딘 서울 공연은 6월 22일까지다. 7월 11일부터 9월 2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아무런 마음의 기대도, 생각 없이 무대 보러 오세요. 나머지는 지니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화상회의를 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길을 찾으며, 원격 웨이팅 앱을 이용해 식당 줄서기를 대신한다. 요즘 평범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처럼 기술은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직접 경험”의 쇠퇴라는 문제도 똬리를 틀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감각과 사고, 관계 등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탐구한다. 미국 문화비평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겪는’ 대신 ‘보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등이 매개가 된 유튜브 세상에선 게임, 먹방, 언박싱 등 온갖 종류의 간접 경험들이 넘쳐난다. 짧은 순간에 남의 경험을 엿보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미국 10대의 64%가 “투표권보다 소셜미디어를 선택하겠다”고 답했고, 세계 청소년 53%가 “후각을 포기하더라도 기술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책은 일곱 장에 걸쳐 기술을 통해 얻은 간접 경험이 실제 경험보다 더 우선시되는 시대의 여러 양상을 다룬다. 특히 ‘손글씨’에 대한 고찰이 인상적이다. 모두가 타이핑하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잉크와 종이가 주는 감각적 경험, 손글씨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이제 영어 필기체를 제대로 쓸 줄 아는 미국 청소년은 드물어졌다. 중국도 ‘제필망자(提筆忘字·펜을 들었는데 글자가 생각나지 않는다)’란 말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저자는 “손글씨는 인쇄된 글자가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기다림이 어느새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된 시대도 조명한다. 놀이공원에 방문하는 이들은 스마트폰을 보며 지루함을 견딘다. 아이들도 호출기를 손에 쥐고 테마 공간에서 논다. 하지만 이런 ‘기다림의 부재’가 과연 좋은 것일까. “지루함에서 달아나기 위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은 시간의 폭정에 맞서는 작은 혁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혁명은 때때로 자신을 삼켜버린다.” 빅테크 기업의 엔지니어들은 사람들이 400ms(밀리초·1000분의 1초)의 지연도 길게 느낀다는 사실을 포착해 앱과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한다. 동영상 2300만 개를 시청한 시청자 670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초 안에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으면 상당수가 시청을 포기했단다. 자극을 마약처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짧은 지루함조차 견딜 수 없게 된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딴생각을 하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창의성도 발현하기 어려워진다. 이 밖에도 책은 복잡한 감정을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로 대체하는 ‘감정의 아웃소싱’, 눈앞의 관광지 풍경보다 스마트폰 렌즈 각도에 신경 쓰는 ‘기술로 매개된 쾌락’ 등 누구나 공감할 법한 문제점들을 다룬다. 결국 “‘경험의 멸종’은 자연스러운 진화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선택의 결과”라는 게 책의 메시지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우리 공동체에 이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가정에 좋은 영향을 줄까?” 같은 의문을 품을 때 기술은 목적이 아닌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보조적 도구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을 읽다 보면 스마트폰 대신 소중한 사람과의 눈맞춤을, 건조한 인스타그램 속 ‘좋아요’ 대신 마음을 담아 눌러쓴 손편지가 그리워진다. 불완전함과 모순 속에서 놀랄 정도로 창의적인 발상을 해내곤 했던 ‘인간다움’을 우리는 갈수록 잃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에는 사람의 감각, ‘휴먼 터치(Human Touch)’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박정주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팀 총괄(44)은 14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나 자사의 음악 추천 시스템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180개국에서 6억7800만 명이 사용 중이다. 2021년 2월 한국에 진출했으며, 현재 약 1억 곡의 음악과 600만 개가 넘는 팟캐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박 총괄은 2003년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SM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을 거쳐 스포티파이 코리아 론칭 직전인 2020년 합류했다. 2023년부터 뮤직팀을 총괄하며 아티스트 및 레이블 협업 등 음악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미국 빌보드가 선정하는 세계 음악 산업을 이끄는 리더 ‘2025 빌보드 글로벌 파워 플레이어스’로도 뽑혔다.● 에디터가 숨은 국내 뮤지션 발굴 박 총괄이 내세운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음악의 개인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이란 문구처럼, AI 머신러닝과 편집자의 판단이 결합돼 사용자 맞춤형 추천이 이뤄진다. “전 세계에 에디토리얼 팀이 있는데, 한국에도 2명이 있습니다. 매일 신곡을 듣고, 아티스트의 활동을 봅니다. 결국 기술과 사람의 역할이 결합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기게 되는 겁니다.” 기계가 알아채지 못하는 가능성을 에디터들이 발견하기도 한다. 2021년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라이징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인 ‘레이더 아티스트’로 선정된 힙합 뮤지션 ‘애쉬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에디터가 해외에서 주로 스트리밍되는 K팝 아이돌이 아닌 힙합 뮤지션에 주목했다. 박 총괄은 “당시 데이터가 거의 없었지만 저희가 먼저 발굴한 케이스”라며 “이후 미 음악 잡지 롤링스톤에도 소개됐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각국의 에디토리얼 팀이 모여 음악 트렌드를 공유하는 ‘글로벌 큐레이션 그룹(Global Curation Group)’은 로컬 음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거나, 새로운 음악을 들여오는 창구 역할을 한다. 박 총괄은 “최근 J팝 인기로 일본 팀과 협업이 늘었다”며 “요네즈 겐시 내한 당시 세트리스트를 기반으로 한 ‘온 투어 플레이리스트(On Tour Playlist)’를 기획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빌리 아일리시 내한 성사시켜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해외 아티스트와 국내 팬을 연결하는 데도 활용된다. 지난해 6월 빌리 아일리시가 한국 청음회에 참석한 것도 이 덕분이었다. 영국 런던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열렸지만, 직접 참여하진 않았다. 박 총괄은 “당시 아일리시가 일본 등에서 스케줄이 있단 사실을 알게 돼 국내 팀에서 급박하게 움직여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이퀄(EQUAL)’, 신인을 발굴하는 ‘루키(Rookie)’ 등 국내 레이블과의 협업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329만 명이다. 유튜브 뮤직(979만 명)과 멜론(601만 명)에 이어 3위. 지난해 무료 요금제를 출시한 뒤로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 총괄은 “한국은 음악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청취자들의 수준도 높아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전략은 어려웠다”며 “현재 고무적인 숫자(이용자 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에는 사람의 감각, ‘휴먼 터치(Human Touch)’가 반드시 필요합니다.”14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난 박정주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팀 총괄(44·사진)은 자사의 음악 추천 기능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포티파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세계 180개국에 6억78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2008년 유럽 6개국에서 공식 출시됐고, 한국에는 2021년 2월 서비스가 시작됐다.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1억 곡 이상의 노래와 600만 개 이상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2003년 삼성전자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박 총괄은 SM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그룹, 소니 뮤직 등을 거쳐 스포티파이 코리아가 론칭되기 직전인 2020년 합류했다. 2023년부터 뮤직팀 총괄로서 아티스트와 레이블 협업 등 음악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전시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블루레이와 홈씨어터 등으로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빌보드가 음악 산업을 이끄는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는 ‘2025 빌보드 글로벌 파워 플레이어스’에도 포함됐다.●알고리즘 뒤의 사람스포티파이의 핵심은 ‘음악의 개인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준다. 이때 스트리밍 수치, 팔로우 수 등 스포티파이가 확보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과 사람인 ‘에디토리얼 팀’의 추천이 동시에 적용된다. “전세계 스포티파이에 있는 에디토리얼 팀은 한국에도 2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새로운 음악을 듣고,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봅니다. 결국 기술과 사람의 역할이 결합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기게 되는 겁니다.”에디토리얼 팀은 데이터는 없지만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직관적으로 골라낼 수 있다. 2021년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라이징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인 ‘레이더 아티스트’로 선정된 가수 애쉬 아일랜드의 예가 그렇다. 사람 에디터들이 해외에서 많이 스트리밍되는 K팝 아이돌 아닌 힙합 가수를 발굴한 것이다. 박 총괄은 “데이터가 몰랐을 때 저희가 픽을 한 케이스”라며 “애쉬 아일랜드가 주목받으면서 미국 음악 잡지인 롤링스톤에도 소개됐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각국의 에디토리얼 팀이 모여 음악 트렌드를 공유하는 ‘글로벌 큐레이션 그룹(Global Curation Group)’은 예전이라면 각 나라에서만 머물렀을 음악이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박 총괄은 “최근 J팝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팀과의 협업이 늘었다”라며 “최근 요네즈 켄시가 내한했을 때 ‘온 투어 플레이리스트(On Tour Playlist)’를 만들어 실제 아티스트가 공연했을 때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빌리아일리시 내한하게 한 글로벌 네트워크스포티파이 뮤직팀의 또다른 축은 아티스트 레이블과의 긴밀한 협업이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기에 각종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한국 팬들의 접점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빌리 아일리시가 세 번째 정규 앨범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HIT ME HARD AND SOFT)’ 발매 당시 한국에서 열린 청음회에 직접 참석한 게 대표적 사례다. 런던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열렸지만,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박 총괄은 “당시 빌리 아일리시가 일본 등에서 스케쥴이 있단 사실을 알게 돼 국내 팀에서 급박하게 움직여 성사된 것”이라며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음악 서비스가 아닌 팬-아티스트 간의 연결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국내 레이블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레이다 아티스트를 비롯해 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이퀄(Equal)’, 신인을 조명하는 ‘루키(Rookie)’ 등 다양한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박 총괄은 “예전엔 아티스트와 협업하기 위해 스포티파이 자체에 대해 설명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4년 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우리가 누군지 설명할 필요는 줄었다”며 웃었다.19일 시장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29만 명. 유튜브 뮤직(979만 명), 멜론(601만 명)에 이은 3위다. 지난해 10월 광고를 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료 요금제’를 출시한 뒤 이용자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글로벌 1위라는 위상에 비해 국내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 총괄은 “한국은 음악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청취자들의 수준도 높아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전략은 어려웠다”라며 “지금 고무적인 숫자(이용자 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56년 역사를 끝으로 제작이 중단될 뻔했던 미국의 대표적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가 계속해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하는 미 공영방송 PBS 산하의 비영리단체 ‘세서미 워크숍’은 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새로운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PBS에서 시작해 4500편 이상 방영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교육 방송이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초 AFKN이 방영을 시작했다. 세서미 워크숍은 2015년부터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산하의 케이블 채널 HBO와 계약해 콘텐츠를 방영해 왔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 측이 지난해 12월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뜻을 밝히며 난관에 빠졌다. 특히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공공·비영리단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대거 삭감하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65년 미국 아이오와주 한 시골 마을.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파병 왔던 남편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왔다.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버드가 아들 마이클과 딸 캐럴린을 데리고 일리노이주 농업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운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프란체스카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1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줄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다. 뮤지컬만 쳐도 국내 공연이 2017,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원작은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팔린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1992년).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메릴 스트립과 함께 찍은 동명 영화는 더 유명하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낯선 남자는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온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 프란체스카는 길을 묻는 이방인 로버트를 친절하게 맞아준다. 그러다 세계를 떠도는 로버트의 삶에 호기심을 느끼고 점차 가까워진다. 로버트 역시 상냥하고 배려심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갈수록 빠져든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로버트) 이 작품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불륜을 다뤘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서사가 설득력을 갖추며 거부감을 다소 완화한다. 젊은 시절 화가를 꿈꿨던 프란체스카는 고향을 떠난 뒤 엄마이자 아내로만 살아왔다. 시대적 배경으로 미뤄 보면 이는 온전한 그의 선택이라기보단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 억눌린 결과에 가까웠다. 로버트를 만나 진짜 ‘나’를 찾았다며 생기를 되찾는 프란체스카가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 공연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해 더 눈길이 간다. 프란체스카 역은 조정은과 차지연이, 로버트 역은 박은태와 최재림이 맡았다. 주연의 연기 호흡이 잘 어우러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랑의 한계를 깨달을 땐 한없이 애틋하게 노래하지만, 발랄하고 장난기 있는 연인의 모습은 통통 튀게 표현했다. 폭발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는 대목은 어쭙잖은 치정극과 이 뮤지컬을 차별화하는 포인트다.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꾸민 무대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아련하게 만드는 장치다. 태양이 내리쬐는 옥수수밭과 소박한 통나무집은 목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서정적인 넘버들도 과하지 않게 귀에 감긴다. 오케스트라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돼 풍성한 선율을 담아낸다. 7월 13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65년 미국 아이오와 주 시골 마을.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파병 왔던 남편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 왔다.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버드가 아들 마이클과 딸 캐롤린을 데리고 일리노이 주 농업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운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프란체스카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1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줄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다. 뮤지컬만 쳐도 국내 공연이 2017,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원작은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팔린 로버트 제임스 웰러의 소설(1992년).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메릴 스트립과 함께 찍은 동명 영화는 더 유명하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낯선 남자는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온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 프란체스카는 길을 묻는 이방인 로버트를 친절하게 맞아준다. 그러다 세계를 떠도는 로버트의 삶에 호기심을 느끼고 점차 가까워진다. 로버트 역시 상냥하고 배려심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갈수록 빠져든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로버트)이 작품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불륜을 다뤘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서사가 설득력을 갖추며 거부감을 다소 완화한다. 젊은 시절 화가를 꿈꿨던 프란체스카는 고향을 떠난 뒤 엄마이자 아내로만 살아왔다. 시대적 배경으로 미뤄 보면 이는 온전한 그의 선택이라기보단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 억눌린 결과에 가까웠다. 로버트를 만나 진짜 ‘나’를 찾았다며 생기를 되찾는 프란체스카가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이번 공연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해 더 눈길이 간다. 프란체스카 역은 조정은과 차지연이, 로버트 역은 박은태와 최재림이 맡았다. 주연의 연기 호흡이 잘 어우러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랑의 한계를 깨달을 땐 한없이 애틋하게 노래하지만, 발랄하고 장난기 있는 연인의 모습은 통통 튀게 표현했다. 폭발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는 대목은 어줍잖은 치정극과 이 뮤지컬을 차별화하는 포인트다.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꾸민 무대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아련하게 만드는 장치다. 태양이 내리쬐는 옥수수밭과 소박한 통나무집은 목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서정적인 넘버들도 과하지 않게 귀에 감긴다. 오케스트라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돼 풍성한 선율을 담아낸다. 7월 13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최근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는 노래를 발매해 세계적인 비난을 받은 미국 래퍼 카녜이 웨스트(사진)의 내한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쿠팡플레이는 19일 “최근 웨스트의 논란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31일 열릴 예정이던 그의 ‘예(YE) 내한콘서트’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내한을 기념해 열렸던 웨스트 브랜드 ‘이지(Yeezy)’의 굿즈 판매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중단됐다. 웨스트는 31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관객 약 5만 명 규모의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다. 웨스트는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일인 8일(현지 시간)에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라는 제목의 싱글을 발매했다. 해당 곡은 “내 친구들은 다 나치야/히틀러 만세” 등의 가사가 10번 이상 반복되며, 히틀러의 1935년 연설을 샘플링해 곡 말미에 사용했다. 현재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등에선 유해 콘텐츠로 분류돼 들을 수 없다. 웨스트는 올 2월에도 X에 “나는 나치다” “나는 히틀러를 사랑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