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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2차 산업혁명 무대였던 프랑스 파리에선 지금 ‘대중교통 혁명’이 한창입니다.” 프랑스 수도권 도시·교통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소시에테뒤그랑파리(SGP)의 필리프 이뱅 최고경영자(CEO·60·사진)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파리에 불고 있는 변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파리와 주변 일드프랑스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신교통망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무인 지하철이 전면 운행되는 200km 길이의 신설 노선에 새로운 역 68개가 들어선다. 파리 주변을 둘러싸는 이 교통망은 샤를드골·오를리·르부르제 공항으로도 연결된다. 이들 공항의 국제 허브 역할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의 핵심은 시민들이 화석연료 자동차를 끌고 나오지 않는 대신 전기차, 무인차 등 친환경 신교통 수단을 널리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뱅 CEO는 “역 주변에 녹지를 조성해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각 노선 종점에 전기차나 무인차를 마련해 시민들이 쉽게 신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이 교통망을 이용하는 시민 20%가량은 전기차나 무인차를 꾸준히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유럽 공기가 굉장히 오염돼 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까지 나왔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정부도 대중교통을 친환경적으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실제 파리시는 시민들이 자가용을 집에 세워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끔 도심 주차비를 인상하는 한편 공용 자전거 ‘벨리브’, 공용 전기차 ‘오토리브’를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교통망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뱅 CEO는 “열차가 잠시 멈출 때 에너지를 저장해 뒀다가 다시 운행을 시작하면 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기술을 혁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의 또 다른 목표는 지옥 같은 파리 도심의 출퇴근난을 줄이는 것이다. 그는 “무인 지하철은 최대 시속 110km에 90초 간격으로 운행될 것”이라며 “파리 외곽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뱅 CEO는 “과거에는 파리 도심을 확장하려고만 했지만 이제 파리를 더 이상 키우지 않는다. 파리 중심지와 외곽을 신교통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도시의 부가가치가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사연들이 본보 보도로 알려진 뒤 아이들에겐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권 사각지대 속 아이들을 돕겠다는 단체와 시민이 나타났고 정부는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 중이다. 천주교 부산교구 사회사목국은 본보에 소개된 이주민 단체들과 협력해 올해 미등록 이주아동 지원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부산교구가 미등록 아동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다. 부산교구는 1960년대 6·25전쟁 피란민이 머물 빈민 주택을 지을 때 오스트리아 가톨릭 신자를 비롯한 외국인들에게서 건립 비용 약 5만5000달러(약 6160만 원)를 기부받았다. 전후 혼란 속 한국을 돕겠다고 한 푼 두 푼 모아 보낸 지구촌 이웃의 도움으로 당시 198가구가 살 곳을 얻었다. 세월이 흘러 아파트 부지를 소유한 부산교구는 낡은 아파트를 재개발하게 됐고 올해 재개발 보상금 30억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김예선 천주교 부산교구 사회사목국 주임은 “우리가 해외에서 도움을 받았듯 보상금 일부를 지역 사회의 미등록 이주아동 지원 사업에 쓰기로 했다. 우리가 받은 도움을 해외에서 온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주부 조현규 씨(53)는 본보에 소개된 미등록 청소년 페버 군과 미등록 아동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 제니퍼(가명·32) 씨 돕기에 나섰다. 우선 제니퍼 씨에게 학용품과 육아용품을 보낼 생각이다. 조 씨는 미등록 이주아동 보도를 접하며 과거 미국에서 두 아들을 낳아 키우며 느낀 차별과 불합리를 떠올렸다. 그는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국적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들을 도와서 혼자가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국회도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 개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출생신고를 통해 교육 및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이주아동 구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아, 이 햇빛!” 50일 만에 느끼는 따사로움이었다. 음침한 외국인보호소에 들어갈 땐 아직 바람이 쌀쌀한 초봄이었지만 담장 밖은 화창한 초여름이었다. 18세 흑인 소년 페버 군이 2일 오전 충북 청주 외국인보호소에서 전격 석방됐다. 페버는 보호소를 나오기 전 엄마가 면회 때 사다 준 새하얀 반팔 티를 처음 꺼내 입었다. 짐이라곤 옷가지뿐인 비닐봉지처럼 몸도 마음도 가뿐했다. 면회실에서 연방 시계를 보며 1분을 1년처럼 기다리던 엄마 조널 씨(46)는 아들이 나왔다는 소식에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들의 손을 말없이 잡자 소년은 하얀 이를 시원하게 드러내며 씩 웃었다. “엄마, 내가 정말 나왔어.” 미등록(불법 체류) 청소년이란 이유로 구금됐던 페버는 청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갑자기 구금 일시해제 신청을 받아들여 풀려날 수 있었다. 부모의 미등록 신분을 물려받아 ‘미등록 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 페버의 사연이 지난달 17일자 본보 보도(A1·8면 ‘그림자 아이들’)로 알려지자 시민 1650여 명이 지난달 24일 “페버를 풀어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한국에서 태어나 착실하게 성장한 미성년자를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가두고 추방하는 건 잔인하다는 목소리였다. 풀려난 페버는 “빨리 법적인 한국인이 돼 군대도 가고 직업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페버를 보호하던 외국인보호소 직원이 떠나는 페버를 향해 외쳤다. “페버야, 넌 한국 사람이야. 잊지 마.” 페버는 자유를 찾았지만 유효 기간은 3개월이다. 그 안에 부모의 나라인 나이지리아의 여권을 받지 못하면 다시 구금되고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 변호인은 강제퇴거 명령 자체를 거둬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한 달 넘게 “검토 중”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페버처럼 구금되는 미등록 청소년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불법 체류자 보호시설에 구금한 미성년자(만 19세 미만)는 2012년 56명이었지만 지난해 3.5배로(197명) 급증했다. ▼“페버의 눈물 닦아주세요” 1650명 간절한 탄원 통했다▼“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같은 방 사람들이 제가 자다가 죽는 줄 알았대요. 천식 때문에 숨을 제대로 못 쉬었거든요.” 18세 흑인 미등록(불법 체류) 청소년 페버 군은 구금 50일 만인 2일 충북 청주시 외국인보호소에서 풀려난 뒤 떨리는 목소리로 그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감옥 같은 보호소의 공기가 탁해 천식이 심해져 숨쉬기가 괴로웠다. 먹던 약이 떨어지면 덜컥 겁이 났다. 의사가 방문할 날만 기다리다 호흡장애로 죽는 건 아닐까 싶었다. 어느덧 같은 방 동료 25명 중 세 번째로 오래 묵은 장기 구금자가 됐다. 불안은 우울로 변해 갔다. 페버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페버처럼 불법 체류자란 이유로 구금 고통에 시달리는 ‘그림자 아이들’이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에 구금 처분을 받은 미성년자로 집계되지 않지만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부모와 함께 구금된 아이들을 합하면 증가율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법 체류자라도 미성년자인 아이들은 구금하지 않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흐름이다. 아이들은 구금 중 생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으로 풀려난 뒤에도 성장에 지장을 받고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젖먹이까지 엄마와 함께 구금 페버보다 훨씬 어린 아동들도 구금 피해에 시달리고 있었다. 라이베리아계 에머슨(가명·5) 군과 에런(가명·2) 군은 지난해 3월 유모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지하철역 개찰구를 들어서다 역무원의 제지를 받았다. 무임승차를 한 것으로 오해받아 경찰에 넘겨졌고 미등록자임이 발각돼 보호소에 갇히고 말았다. 영문도 모른 채 감옥 같은 보호소에 갇힌 아이들은 쇠창살을 잡아 흔들고 옷을 쥐어뜯었다. 대소변을 잘 가리던 에머슨은 갑자기 속옷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뛰어놀길 좋아하던 아이는 가끔 보호소 운동장에 나갈 수 있었지만 30분을 채우면 다시 보호소로 끌려와야 했다. 이들은 약 3주 만에 풀려나 정기적으로 당국에 구금 해제 허가를 받으며 거주하고 있다. 두 아이는 풀려난 뒤에도 대인기피증에 수면장애를 앓았다. 실제 구금 아동이 겪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난민지원단체 예수회난민서비스(JRS)는 구금이 육체 질환은 물론이고 정신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이들이 14세 미만이어서 인도적으로 구금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엄마가 함께 있길 원해서 같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모유를 줘야 하는 엄마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월드비전과 함께 미등록 이주아동 구금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결국 3주 뒤 풀려난 걸 보면 처음부터 구금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성인 불법 체류자는 자유로운 곳에서 살며 정기적으로 감독을 받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나 홀로 구금’ 아동 오히려 늘어 2012년 당시 18세였던 몽골 출신 A 군은 7세 때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다. 어느 날 친구들의 다툼에 휘말려 갑자기 경찰에 끌려갔다가 비자가 만료된 미등록자임이 드러났다. A 군은 부모 없이 보호소에 낯선 성인들과 함께 갇혔다. 5일 뒤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부모를 만날 수도 없었다. 홀로 비행기를 탄 A 군은 기억 속 까마득한 몽골로 내던져지는 느낌이었다. A 군의 ‘나 홀로 추방’ 소식을 접한 인권단체들이 나서 A 군의 비자 취득을 도왔고 A 군은 유학비자를 받아 한국의 부모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A 군을 돕던 한 이주민단체 관계자는 “아이는 미성년자였지만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수갑을 차고 빵만 먹으며 버텼다. 홀로 어찌 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A 군의 소식이 사회적 파장을 낳은 뒤 인권단체들은 비슷한 피해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도 바삐 움직였다. 5년이 지난 지금 A 군 같은 아이들은 줄었을까. 실상은 정반대였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포 및 제주 공항에서 추방을 위해 부모 없이 대기하는 아이들은 2014년 29명에서 지난해(1∼8월) 68명으로 오히려 훨씬 늘었다.부모 잃은 미등록 아동이 머물 곳을 마련해야 본보 보도로 알려진 미등록 유기 신생아는 우려대로 위탁시설을 전전하는 유랑아가 됐다. 올해 1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발견된 아기(생후 5개월)는 불법 체류자 엄마가 양육을 거부한 채 중국으로 추방되며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서울의 한 복지센터가 9개월간 보호할 예정이지만 그 후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 위탁시설은 합법 아동에 대해서만 정부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예산상 미등록 아이를 받기 힘든 처지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린 아동들을 구금하지 않고 위탁시설에 맡기려고 해도 시설에선 미등록 아동을 입소시킬 규정이 없고 예산도 부족하다며 난처해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아동 구금을 막기 위해 아동 보호를 위한 규정과 예산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모에게 학대받은 미등록 아동은 부모와 함께 구금하지 않고 위탁시설에서 특별히 관리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의 고지운 변호사는 “캐나다에선 학대받은 미등록 아동을 별도 시설에서 관리하거나 추방이 필요할 경우 부모의 국가에 있는 아동보호시설에 제대로 인계한다”고 소개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보호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경기 화성, 충북 청주, 전남 여수의 보호소 3곳 중 2곳에서는 학용품, 기저귀, 분유 정도만 지급됐다. 아동 교육 프로그램이 실시된 기록은 전무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을 지낸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 문제가 그간 방치된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신속히 미등록 이주아동의 출생신고를 허용하고 구금을 금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노지원·김예윤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0)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강한 남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도 직설적이고 당당한 행보를 이어갔다. ‘늙은 스트롱맨’을 길들이는 ‘젊은 조련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과 푸틴은 29일 프랑스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2시간가량 첫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수교 300주년을 기념한 만남에서 두 정상은 북핵 프로그램과 테러리즘에 대한 공조 체제 강화 등 일부 현안에선 의견이 일치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체첸공화국 동성애자 탄압, 유럽연합(EU)의 러시아 경제제재 해제 등 주요 현안에선 확고한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고 BBC가 전했다. 마크롱은 푸틴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선 기간 가짜 뉴스 논란을 불러온 러시아 국영 매체 러시아투데이와 스푸트니크통신을 직접 언급하며 “거짓 선전을 퍼뜨린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대선 기간 러시아 언론의 캠프 출입을 막은 이유를 묻는 푸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푸틴 면전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를 가짜 뉴스 생산자라고 비판한 발언은 유럽 매체들이 톱뉴스로 다뤘다. 마크롱은 “화학무기 사용은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이라며 “누구든 이런 상황이 생기면 프랑스가 즉각 보복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후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4월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을 겨냥해 경고하는 발언이었다. 이에 푸틴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테러집단에 대처하려면 정부를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마크롱은 푸틴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듯 체첸공화국에 동성애자를 고문하는 게이 수용소가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예의주시하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은 마크롱에 대해 “학습이 빠르고 자신감이 있으며,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해 단호한 의견을 표명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은 트럼프에 이어 푸틴과도 ‘악수 외교’를 폈다. 트럼프와 힘겨루기를 한 것과는 달리 푸틴과는 정중하고도 신속한,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냉담한 악수를 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평가했다. 현지 언론에는 먼저 손을 내민 마크롱의 손을 바라보는 푸틴의 모습이 보도됐다. 마크롱은 28일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푸틴,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스트롱맨을 다루는 팁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들은 국제 관계를 힘의 논리로 보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모욕해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양자 대화를 할 때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존중받을 수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조은아 기자}

“일본처럼 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라.” 2010년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은 중국 공산당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학자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부동산과 주식 거품 붕괴로 1990년대 초부터 30년간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방법을 내놓으라는 주문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오답 사례 연구’는 공산주의가 붕괴됐던 소련을 연구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국은 일본 경제 침체를 바라보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중국은 일찍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고민했지만 7년 뒤인 지금 일본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방어하느라 돈을 찍어낸 중국은 이후 심각한 국가 부채, 자산가격 급등, 투기적 금융상품 증가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게 FT의 주장이다. FT는 우선 중국의 국가 부채를 뇌관으로 꼽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10년 200%를 넘어선 뒤 2015년 250%를 넘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4일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28년 만에 처음으로 Aa3에서 A1으로 한 등급 내렸다. 일본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980년대 50% 수준에서 1990년대 100%로 훌쩍 뛴 것과 유사한 궤적이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과도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 역시 1980년대 후반 일본을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베이징 근교 아파트(100m²) 매매가는 시 거주자의 연평균 수입의 50배를 넘는다. 중국 큰손들의 투기 열풍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의 CC랜드는 올 초 런던의 명물 ‘치즈강판’ 빌딩에 11억5000만 파운드(약 1조6000억 원)를 투자했다. 중국 국영 화학회사 켐차이나는 지난해 스위스 종자회사 신젠타를 430억 달러(약 48조23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일본처럼 각종 금융기법을 동원한 투기상품이 늘어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단기투자 상품인 중국 자산관리상품(WMP)이 늘어나는 점도 일본의 과거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중국 경제의 일본화’ 가설이 과장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사 CLSA의 전략가 크리스토퍼 우드는 FT에 “일본이 1990년대 침체에 직면했을 때는 경제회복 동력이 부족했지만 중국은 정부가 나서 강력하게 경제 틀을 짤 수 있어 회복할 동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민첩하게 관리하는 점도 차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엔화를 초강세로 돌려야 했고 수출경쟁력을 잃었다.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달리 장기 침체를 벗어난 일본은 최근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해 뜨는 나라 일본, 드디어 떠오르는가’란 기사에서 고질적인 경기 침체와 인구 고령화로 ‘테마파크 불모지’로 꼽히던 일본이 최근 테마파크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아베노믹스가 결실을 보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며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덜 쓰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의 관성을 바꾸는 게 관건으로 아베 정부와 정치인들은 ‘침체기 사고방식’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긍정적인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의 소비와 투자 상승률은 여전히 선진국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당신이 여자를 3명 강간해도 내가 대신 감옥에 가주겠다.” 막말의 정점을 찍을 듯한 이 발언의 주인공은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72)이다. 두테르테가 26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군인들을 격려하며 이 같은 농담을 던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충격적인데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을 살피면 더욱 충격적이고 공포스럽다. 두테르테의 이번 막말이 나온 민다나오 섬은 23일 그가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단체 테러를 막기 위해 60일간 계엄령을 선포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계엄령 선포 기간 권력을 악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군인들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권단체들은 즉각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필리핀 현지 매체 라플러에 따르면 여성인권단체 가브리엘라는 성명을 통해 “강간은 농담이 될 수 없다. 계엄령이 선포돼 여성과 아동을 헤치는 군사력 남용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 펠림 카인 아시아지부 부지부장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농담이라기엔 역겹다. 군인들에게 계엄령 선포 기간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난 여론이 세계적으로 퍼지자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내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군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과장되게 허세를 부렸다”고 해명했다. 석연치 않은 해명에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미국의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일어난 1989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강등했다. 중국 국가부채가 심각해지자 시장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24일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계단 내리며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발표했다. A1은 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한국 국가신용등급인 Aa2보다 두 계단 아래다. 무디스의 중국 국가신용등급은 1989년부터 점진적으로 오르다 2010년 Aa3로 오른 뒤 이번에 A1으로 강등됐다. 무디스는 중국 부채 증가와 재무 건전성 악화를 강등 원인으로 꼽았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당국이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 전반의 부채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8년 160%에서 지난해 260%로 뛰었다. 무디스는 중국 잠재성장률이 앞으로 5년간 약 5%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6년 6.7%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이 당장 위기라고 말할 순 없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이 5%로 떨어지면 중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돼 한국 수출도 줄어들기 쉽다”고 내다봤다. 중국 재정부는 무디스 발표 직후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무디스 평가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재정부는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과대평가하고 정부의 총수요 확대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중국의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올랐고, 이는 구조개혁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윤완준 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케이블TV 운영기업 차터커뮤니케이션의 토머스 러틀리지(사진)였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미국 주요 기업의 CEO 중 ‘5대 연봉왕’은 모두 미디어콘텐츠 및 게임 기업에서 나왔다. AP통신이 경영데이터 분석기업 에퀼라에 의뢰해 주요 대기업 CEO 346명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러틀리지는 지난해 9800만 달러(약 1097억 원)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연봉의 약 90%인 8800만 달러는 스톡옵션 인상분이다. 차터커뮤니케이션은 2015년 타임워너케이블과 브라이트 하우스 네트워크스를 인수해 미국 2위 케이블 운영사가 됐다. 2위는 6860만 달러를 받은 CBS방송의 레슬리 문베스 CEO였다. 월트디즈니의 로버트 이거(4100만 달러),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의 데이비드 자슬라브(3720만 달러),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로버트 코틱(3310만 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을 보호하는 단체들은 우리 안의 반(反)이민 정서가 미등록 아동의 인권을 지키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주민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을 잘 파악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국회와 함께 일찍이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개선하려 노력했다. 2014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이주아동 권리 보장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부모가 미등록자여도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을 하고,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18세까지 교육과 의료 혜택을 보장해 주는 내용이었다. 불법 체류자여도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제인권법에서 권고하는 기본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거센 역풍에 시달렸다. ‘정부가 세금도 안 내는 이주민들에게 왜 세금을 쓰냐’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도 “반대 여론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결국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계속 계류되다 흐지부지돼 버렸다. 그 후에도 반이민 정서는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 2008년 개설된 온라인의 한 다문화정책 반대 카페는 회원 수가 1만 명을 넘는다. ‘이주민들이 일자리를 앗아간다’, ‘외국 이민자들이 테러를 일으킨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IOM 이민정책연구원의 ‘외국인 및 이민에 대한 국민의 태도 변화 분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민자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2003년 25.4%였다가 2015년 17.8%로 줄었다. 정기선 IOM 이민정책연구원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일부 일리가 있는 반대 의견도 경청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반대 여론 중 근거 없는 루머는 소통을 통해 풀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닥칠 인구절벽을 대비해 미등록 이주아동을 글로벌 인력으로 키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은주 이주노동희망센터 국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은 한국에서 잘 크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문화 외교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사랑해, 우리 딸.” 태어난 지 10개월 된 김아리(가명) 양의 손을 잡으며 엄마 김가연(가명·31) 씨가 속삭였다. 아리는 좋다는 듯 다리를 흔들며 한 손으로 엄마 검지를 꽉 쥐었다. 아리와 엄마가 기쁨을 나누는 유일한 방법이다. 11일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아리와 김 씨는 안고 싶어도 안을 수가 없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침대에 누운 아리는 의료기기와 연결된 온갖 튜브로 고정돼 있기 때문. 배는 공기가 차 수박처럼 부풀었고 팔다리는 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흐물흐물했다. 김 씨는 “아리가 태어나자마자 상태가 심각해 젖 한 번 못 물려본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아리의 병력은 복잡하다. 아리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태어났을 땐 심장에 각각 지름 0.9cm 구멍이 두 개나 뚫려 있었다. 생후 5일 만에 위장 수술, 생후 1개월 때 심장 수술, 그 뒤에도 수술을 5번이나 받았다. 아리는 신체적 장애 이외에 ‘사회적 장애’까지 안고 태어났다. 몽골 출신인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 미등록 이주아동이란 꼬리표를 달고 세상에 나온 것. 미등록 아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아리 가족은 병원비로 약 2억95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인이면 1800만 원만 내면 될 일이다.○ 병원비 갚으려면 한국 못 떠나 아리 부모는 2008년경 몽골에 있는 다른 두 딸을 잘 키워보려 합법적으로 한국에 왔다. 비자가 만료된 뒤 부부는 몽골로 떠나려 했지만 갑자기 아리가 생겼다. 아리가 다운증후군에 다른 기형도 있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부부는 몽골보다 의료기술이 발전한 한국을 떠날 수 없었다. 부부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한시 체류 비자를 받아 한국에 머물고 있다. 아리를 돕는 22개 단체의 도움으로 병원비 중 8500만 원은 갚았지만 2억1000만 원이 남았다. 고려대 안산병원 관계자는 “일반 의료수가로 따지면 병원비가 6억 원이 넘지만 외국인노동자센터와의 협약으로 가격이 할인됐다. 그래도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남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하루하루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김 씨는 아리의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을 나가면 아리가 죽을까 봐 두려워요. 집에 의료장비도 사놔야 하고, 감염을 막으려면 제가 잘 돌봐야 하는데 일을 어찌해야 할지….”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미등록 자녀의 비싼 병원비를 갚느라 한국을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불법 체류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이런 악순환을 막고 아동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아이도 출생등록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 후 즉시 국가에 등록돼야 한다. 한국의 미등록 이주아동도 빨리 출생신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속에 걸릴까 봐 두려운 병원 가는 길 미등록 베트남 근로자 위엔차미(가명·33) 씨는 지난해 여름 돌쟁이 아들 천하이량(가명·2) 군이 갑자기 40도까지 열이 오르고 계속 토하자 공포에 떨었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등록 아동이라 고액의 병원비를 부담해야 했다. 병원비야 나중에 갚으면 되지만 엄마는 무엇보다 병원에서 미등록자임이 드러날 게 걱정이었다. 누가 신고해 아이와 생이별을 하게 되면 아픈 아이는 누가 돌볼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사흘이 지나도 고열이 계속되자 엄마는 두려움을 꾹 누르고 아이와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아이가 ‘급성 폐렴’이라고 했다. 사흘 입원비는 90만 원. ‘조금만 늦게 왔으면 아이를 영영 못 볼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엄마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날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산다. 아들이 아플 때마다 엄마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위장 결혼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한국 남자와 위장 결혼하면 아이가 한국 국적을 갖게 되니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주변에서는 남자에게 2000만 원을 주고 결혼한다고 해요. 하지만 수시로 술집 외상값 갚아달라는 가짜 남편의 요구도 들어줘야 한대요.” 미등록 이주아동을 돕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배상윤 원장은 “이런 아이들은 간단한 치료 한 번을 받아도 2만 원 이상씩 든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건강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에 배 속에서부터 아픈 아이들 미등록 이주여성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 아이들의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필리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슬린 양(7)의 몸무게는 또래 평균(23.8kg)에 훨씬 못 미치는 19kg이다. 엄마 마이린 씨(37)는 입이 짧고 늘 기운이 없는 딸을 보며 임신했을 때 근무했던 공장에서 맡은 강한 본드 냄새와 매캐한 먼지를 떠올린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한 탓에 아이가 건강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자책한다. 김설이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팀장은 “유해한 환경에서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고 장시간 근무하는 미등록 임신부들은 본인과 아이가 모두 위험한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조산이나 유산이 꽤 많이 일어난다”고 전했다.안산=노지원 zone@donga.com / 남양주=김예윤 / 군포=조은아 기자 ※장애로 고통받는 아리를 후원하고 싶다면…△사단법인 뷰티플하트(070-8832-0646·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502-272855·‘아리’라고 기부 대상 표기)△네이버 해피빈 모금()※다른 미등록 이주아동도 후원하고 싶다면…△경기시흥 아동보호전문기관(031-316-1391)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031-594-5821)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031-429-7706)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031-599-1770)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02-749-6052) △이주노동희망센터(02-2039-2950) △이주민센터 친구(02-6406-7179)}
일본을 중심으로 한 11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국이 11월까지 미국 없이 TPP 발효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TPP 폐기로 좌초 위기에 처했던 TPP가 부활할지 주목된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1개국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별도 회의를 갖고 11월에 열릴 APEC 정상회의 때까지 TPP 실현을 위한 준비를 마치기로 했다. 11개 가입국은 일본,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멕시코,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다. 이들은 “TPP의 가치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포괄적이고 높은 질적 수준의 협정을 신속하게 발효하는 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1개 가입국은 “TPP의 높은 기준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국가도 포함해 TPP를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밝혀 앞으로 가입 국가가 추가로 나올지 주목된다. TPP에 관심을 나타낸 국가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이 있다. TPP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12개국이 합의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이익에 반한다며 폐기를 선언한 뒤 좌초 위기를 겪어 왔다. 당초 계획대로 12개국이 TPP를 발효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베트남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초등학교 6학년생 이지은(가명) 양은 2년 전 엄마가 한국인 새아빠를 집에 들인 뒤부터 집을 자주 나갔다. 붙잡혀 오면 엄마에게 회초리로 매섭게 맞았지만 나가는 것이 더 나았다. 엄마가 일하러 나갈 때 새아빠는 짐승으로 변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만 노려 지은이를 성폭행했다. 지은이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바깥일에 치인 엄마는 멀고 먼 존재였다. 지은이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했지만 추방될까 두려워 엄두를 못 냈다. 지은이처럼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은 학대를 당해도 추방 공포 때문에 속으로 울 때가 많다. 미등록 이주아동 학대 피해 통계는 따로 집계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학대를 당하는 다문화 및 외국인 아동 피해를 보면 그 증가세를 짐작할 수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다문화 및 외국인 아동 피해 신고는 지난해 1217건으로 2013년(340건)의 3.6배였다.○ 맞아도, 버려져도 참아야 하는 아이들 네팔인 미등록 부부가 한국에서 낳은 아르케이(가명·2)군은 지난해 생후 13개월에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뒤 몸무게가 잘 늘지 않았다. 불안해진 엄마 미나(가명·39) 씨가 어느 날 어린이집에 가보니 “야, 빨리 밥 안 먹어”란 고함이 들렸다. 동시에 나온 아들의 울음소리가 미나 씨 마음을 찢었다. 안에 들어간 미나 씨 눈에 들어온 건 식은 국과 밥뿐인 아들의 밥상. 한국 아이들 상엔 달걀과 고기가 놓여 있었다. 미나 씨는 “내가 부탁을 하면 원장은 법과 규칙을 운운했다. 불법 체류자라 신고 못 할 걸 알고 당당하게 굴었다”고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미등록 신생아들은 한국인 유기 영아들보다 훨씬 힘겨운 삶을 맞는다. 올해 1월 어느 날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서 핏덩이 여자 신생아가 홀로 발견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아기 엉덩이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대변을 떼어내자 아기가 날카롭게 울었다. 아기는 저체온증에 걸려 응급실로 이송됐다. 경찰 수사 결과 아기 엄마는 미등록 중국인이었다. 경찰은 엄마에게 딸을 중국으로 데려가 출생신고 하라고 권했지만 엄마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며 거부했고 최근 강제 출국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신수경 변호사는 “아이는 출생신고도 안 돼 보호소들을 전전하기 쉽다. 정부 지원금은 출생신고된 아동에게만 지급돼 보호소들이 예산상 입소시키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방황하다 자해 충동까지 느껴 아이들은 추방 공포로 인한 심리적 학대에도 시달린다. 방글라데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등록 아동 마히아 양(12)은 7세 때 외국인 복지센터에서 패닉에 빠졌다. 교사가 장난을 멈추게 하려고 “장난치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말했던 것. 사색이 된 아이는 벌벌 떨며 울었다. 알고 보니 아이는 미등록자가 많은 한 공단에서 이웃 아저씨들이 출입국관리소에 거칠게 잡혀가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돌보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의 배상윤 원장은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유년기에 아이들이 사랑을 받지 못하니 입소 아이들 중 30%가량은 발달이 느린 편이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방황의 길을 걷는다. 중국인 미등록자 부모가 한국에서 낳은 A 군(14)은 초등학생 때 반에서 1등을 하고 반장을 한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중국으로 추방되며 한국에 홀로 남았다. A 군은 아빠와 살던 집에서 홀로 지내며 컴퓨터 게임과 성인비디오로 시간을 견뎠다. 반항심에 폭력적으로 변하다 보니 친구들과 멀어져 외톨이가 됐다. 인천 서구에서 기자와 만난 택시운전사 민승춘 씨(65)는 최근 한 모텔 앞에서 18세 태국계 소녀를 태웠다. 아이 얼굴은 붓고 까져 피가 흘렀다. 민 씨가 어찌된 일인지 묻자 아이는 서툰 한국어로 성매매 남성이 한 짓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는 민 씨 말에 아이는 “불법 체류자라 안 된다”고 속삭였다. 은수연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과장은 “탈선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정서가 불안하고 자해 위험까지 있다.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안정적으로 입소시킬 법이 생겨야 한다”고 설명했다.조은아 achim@donga.com / 인천=김예윤 / 노지원 기자}
미국 법무부가 특별검사 수사에 나서면서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반(反)트럼프 움직임을 더욱 구체화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의회 의사당에서 탄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7선 연방 하원의원인 앨 그린(텍사스)은 17일 하원 본회의장 발언을 통해 ‘트럼프 탄핵’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식적인 의회 활동 중 트럼프 대통령 탄핵 발언이 나온 건 처음이다. 그린 의원은 “유권자와 헌법에 대한 의무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일리노이 주지사 후보인 J B 프리츠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탄핵은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되지만, 안보와 민주주의를 보호하려면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해킹한 것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뢰할 만한 보고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탄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저스틴 어마시 연방 하원의원(미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 관련 수사 중단을 요청한 게 사실이면 탄핵되어야 하느냐’고 묻는 정치전문 매체 ‘더 힐’ 기자에게 “그렇다”고 답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의 한 연방 하원의원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아마 펜스는 (대통령) 예행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당한) 리처드 닉슨 때와 똑같다. 사건 자체보다 은폐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 역사상 유일한 최대의 마녀사냥(the single greatest witch hunt)”이라며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 캠프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온갖 불법이 일어났지만 특검은 지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건의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자신에게 칼끝을 겨눈 특검 수사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는 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이번 결정을 공식 발표하기 30분 전 백악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상의 없이 결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코네티컷 주 뉴런던의 해안경비대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단언컨대 역사상 그 어떤 정치인도 나만큼 불공평하고 나쁘게 다뤄진 적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내 선거본부와 그 어떤 외국 정부도 공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러시아 스캔들 수사 문제가) 조속히 결론지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러시아 유착 스캔들 당사자이기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가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기밀을 누설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원한다면 “트럼프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대화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은 미국이 ‘정치적 정신분열증’에 빠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한기재·조은아 기자}

18세 흑인 소년 페버는 지난달 충북 청주의 외국인보호소에 갇혔다. 미성년자인 페버는 비좁은 방에서 20여 명과 먹고 잔다. 방에서 안이 훤히 보이는 화장실을 쓰니 짐승이 된 기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앓은 천식이 심해져 숨쉬기가 어렵고 열도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뜰 땐 숨이 턱 막혀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부모님 고향 나이지리아로 추방당하면 이 지옥보다 나을까?’ 동료들이 하나둘 쫓겨날 때마다 페버는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나이지리아는 아는 이 없는 외딴곳. 어린 동생들이 당장 어떻게 먹고살까 생각하면 이 땅을 떠날 수가 없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페버를 불법 체류자라고 부른다. 페버는 불법 체류를 선택한 적이 없다. 불법 체류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을 뿐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가 미등록(불법 체류) 외국인이면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도 미등록자다. 페버가 학생일 때는 미등록 이주아동이어도 한시적 체류비자를 받아 한국에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초 순천공고를 나와 공장에 취업하자 법은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 “동생들을 먹여 살리려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해도 소용없었다. 페버 가족은 당국의 강제퇴거명령에 이의 신청을 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페버 같은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림자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 기록이 없어 건강보험 혜택도, 학교에 갈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성폭력, 가정학대에는 더 쉽게 노출된다. 피해를 당해도 미등록자임이 드러나 쫓겨날까봐 신고를 못하고 고통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이주노동희망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세계인의 날’이 올해 10주년(5월 20일)을 맞지만 정부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통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인권법에 따라 미등록자여도 아동만은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조은아 achim@donga.com·노지원·김예윤 기자}

“이미그레이션(출입국관리사무소), 이미그레이션!” 지난달 13일 충북 청주의 한 공장에 승합차 여러 대가 들이닥치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급하게 속삭였다. 공장 뒷문에서 일하던 페버 군(18)은 승합차를 보자 온몸이 얼어붙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을 뒤로하고 냅다 달리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날 잡으러 왔어. 지금 도망치고 있어!” 페버 군의 전화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끊어지자 충격에 빠진 엄마 조널 씨(46)는 두 다리가 풀렸다. 엄마는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 달려가 “페버는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이고 천식이 심하니 잠시만이라도 풀어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는 17세가 넘으면 법에 따라 구금할 수 있고 풀어 주면 도주할 게 뻔하다”는 차가운 답만 돌아왔다.○ 미등록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죄 페버 군은 1999년 한국에서 나이지리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합법 비자로 1997년 엄마와 한국에 온 아빠는 수차례 귀화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10년 전 비자 연장을 못 해 나이지리아로 강제 출국됐다. 아빠가 불법 체류자로 지목되며 동반 비자를 갖고 있던 엄마와 배 속 아기까지 5명이나 되는 남매는 미등록자(불법 체류자)로 전락했다. 엄마는 모국으로 돌아갈 엄두를 못 냈다. 남편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고 임신한 몸으로 4남매를 나이지리아에서 먹여 살릴 길이 막막했다. 엄마는 강하게 마음을 먹고 호랑이 굴로 들어가듯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애쓴 결과 자신은 일시적 체류 허가를 받고 다섯 남매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내에 체류하도록 허가받았다. 페버 군 가족은 이웃의 후원금을 받아 근근이 먹고살았다. 페버 군이 다니던 서울 이태원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 A 씨는 “남매들이 학교 수돗물로 배를 채우곤 했다. 예의 바르고 반듯해 사람들이 매달 30만 원씩 모금해 도와줬다”고 말했다. 페버 군은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고교 3학년 때 친구인 박모 씨(19)는 “페버가 자격증 시험공부를 할 때 이해를 제대로 못 해 친구들이 놀렸지만 결국 자격증을 3개나 땄다. 돈을 벌어 동생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동생들을 키우기 위해 직장을 찾아 헤맨 페버 군은 청주에 일자리를 잡고 주말마다 전남 순천으로 돌아와 가족을 돌봤다. 후원금에만 기대 살 수 없어 일을 시작했다가 추방 위기에 놓인 것이다. 법률사무소 메리츠의 김봉직 변호사는 “국가안전, 사회질서, 공중보건 등 국익을 해치는 사람이 아닌데도 예외 없이 구금하고 강제퇴거 명령을 내리는 건 인도주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출산하느라 비자 연장 못 한 미혼모 미등록 이주민들은 한국이 너무 쉽게 불법 체류자 낙인을 찍는다고 하소연한다. 모국 케냐와 무역 사업을 하는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7년 전 한국에 온 제니퍼(가명·32) 씨도 그중 한 명이다. 한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끝내고 구직비자를 받은 그는 지난해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한국에 유학 온 케냐인 엘리트란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갑자기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게 됐고 남자친구는 홀연히 모국으로 떠나 버렸다. 낯선 한국에서 홀로 출산하고 몸조리하느라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구직비자는 만료가 됐고 미혼모에 불법체류자란 딱지까지 붙었다. 애를 맡길 곳이 없어 불법 취업도 못하니 생계가 힘들어진 제니퍼 씨는 모든 것을 합법으로 되돌려 놓기로 마음먹었다.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아이를 한국에 두고 케냐로 돌아가 한국대사관에서 새 유학비자를 받고 아들 출생신고도 마쳤다. 합법 외국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들은 여전히 미등록 아동이다. 아들을 외국인으로 등록하려면 그간 불법 체류에 대한 과태료 100만 원을 내야 하기 때문. 기부금에만 기대 사는 제니퍼 씨는 과태료를 낼 수가 없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조영관 변호사는 “미혼모 외국인들은 출산 과정에서 비자를 연장하기 힘들어 쉽게 불법 체류자가 된다. 이런 약자를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위장결혼’에 국적 잃는 소녀 한국인으로 살던 아동이 부모의 위법으로 갑자기 국적을 잃고 미등록 신세가 되기도 한다. 중학생 김미연(가명) 양은 아빠가 엄마가 아닌 이모와 위장 결혼한 사실이 최근 적발돼 갑자기 국적을 잃고 학교까지 못 다닐 위기에 처했다. 중국인이었던 아빠는 한국인으로 귀화한 뒤 한국인이 되길 원하는 중국인 이모의 ‘국적 세탁’을 위해 위장 결혼을 해주며 미연이를 두 사람의 딸로 서류에 올렸다. 이번에 이 사실이 경찰에 적발돼 부모가 한국 국적을 잃었고 미연이도 자동적으로 국적과 출생신고까지 모두 취소되게 생겼다. 미연이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변호사는 “불법을 저지른 부모는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지만 부모에게 이용당한 아이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조은아 achim@donga.com / 청주=노지원 / 김예윤 기자}

한국계 최초로 미국 해병대 장성이 된 대니얼 유 소장(57·사진)이 태평양 지역 미군 특수전 부대를 지휘하는 특전사령관 자리에 올랐다.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닷컴은 태평양사령부 산하 특전사령부(SOCPAC)의 신임 사령관에 통합특수작전사령부(SOCOM) 작전국장인 유 소장이 12일(현지 시간) 취임했다고 보도했다. 해병대 장성이 통합특전사령부 산하 특전사령관에 오른 건 유 소장이 처음이다. SOCPAC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모든 특수전을 조정, 기획, 지휘하는 곳이다.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림팩) 등 여러 훈련에 특수전 부대와 병력을 투입해 우방국과 협력한다. 유 소장은 미국에서 태어나 1985년 애리조나주립대(ASU)를 졸업한 뒤 해병대 간부후보생(OCS) 과정을 거쳐 소위로 임관했다. 최정예 해병대원으로 구성되는 수색중대의 중대장과 합동참모본부 작전장교 등을 지내 현장 지휘는 물론이고 정책 집행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소장은 스탠퍼드대 부설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외교협회(CFR) 군사 특별연구원 등도 지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중국 서북부 사막에서 생겨난 황사가 베이징(北京)으로 불어와 11일 올해 두 번째 황사 경보가 발령됐다. 이 황사는 12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11일 오후부터 12일 오전까지 베이징, 톈진(天津), 네이멍구(內蒙古) 중동부, 지린(吉林) 서부, 랴오닝(遼寧) 서부, 헤이룽장(黑龍江) 서부, 산시(山西) 북부, 허베이(河北) 중북부에 황사 남색경보(낮은 단계)를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황사는 12일 새벽부터 국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새벽부터 아침에는 서해 5도가, 오후부터 밤사이 중부 서해안과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내륙이 황사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기상청은 기류와 비의 영향으로 지난주 한반도 전역에 내렸던 황사보다는 강도가 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은아 achim@donga.com·김호경 기자}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39세인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전진)’ 후보가 승리하면서 최근 지구촌의 30, 40대 젊은 지도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개혁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성 정치를 깨부수는 신선함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42)는 마크롱과 같은 나이인 39세에 이탈리아 총리에 당선됐었다. 젊은 총리답게 개혁법안을 내놨지만 번번이 상원에서 부결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상원의원을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과감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개헌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총리직과 당 대표직을 내놔야 했다. 이번에 비슷한 연배인 마크롱이 승리하며 지난달 30일 민주당 대표에 다시 오른 그가 총리로 컴백하는 데에도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46)는 젊은 리더인 데다 준수한 용모에 패션 감각이 남달라 프랑스 유권자들이 마크롱과 자주 비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트뤼도는 2015년 11월 총리에 취임해 첫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고 난민과 원주민을 입각시켜 환영받았다. 지난해 10월 취임 1주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2%였다. 하지만 한때 하원에서 야당 의원을 거칠게 잡아끄는 돌출 행동을 보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벨기에 최연소 총리인 샤를 미셸 총리(42)는 마크롱처럼 39세에 총리가 됐다. 지난해 3월 브뤼셀 국제공항 테러를 수습하며 젊은 지도자이지만 노련하게 위기에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43)도 2015년 41세에 총리직에 올라 그리스에서 150년 만의 최연소 총리로 기록됐다. 그는 그리스에 ‘빚을 갚으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독일에 “그리스 국민을 상대로 불장난을 말라”고 큰소리를 치며 자국 구제금융 협상을 이끌어 국내에서 지지를 얻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45)과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48)도 모두 40대 초반에 대통령이 됐다. 중동에서도 젊은 지도자들이 부상했다. 유세프 샤헤드 튀니지 총리(42)는 지난해 권좌에 올랐다. 1956년 튀니지 독립 이후 최연소 지도자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37)은 2013년 33세에 국왕이 됐다. 젊은 국왕답게 ‘전자 정부’를 마련해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꾀하고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프랑스를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만들겠다는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도 선거에 개입하려는 해커들의 공격을 피해 갈 수 없었다.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거나 당선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의 해킹은 지난해 미국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프랑스 대선에서도 결선 투표 이틀 전 지지율 1위 후보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정체불명의 해커들이 유출한 마크롱 후보 측의 이메일과 당의 회계 정보 9GB(기가바이트) 분량은 공식 선거운동이 종료된 6일 밤 12시를 몇 시간 앞두고 #MacronLeaks(마크롱리크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3시간 반 만에 이 해시태그는 4만7000번이 사용됐다. 대선일 투표 마감 44시간 전부터는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언론 보도가 법적으로 금지돼 후보자 측이 해명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계획된 범행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언론에 유출된 이메일과 문서의 내용을 보도하지 않도록 명령하며 “이 문서를 출판하거나 복제해 퍼뜨릴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퍼지고 있는 문서 중에는 허위도 많아 진짜와 가짜 문서가 뒤섞여 전파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후폭풍은 선거 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량 해킹 행태와 과정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 핵심 인사의 이메일 유출과 흡사해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웹 분석회사 트렌드마이크로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민주당 해킹을 주도한 러시아 크렘린궁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는 사이버 위협 그룹 ‘APT28’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유출된 문서 중 일부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엑셀 러시아어판이나 러시아어 사용 컴퓨터로 편집된 흔적이 발견됐다. 마크롱 캠프의 디지털 디렉터 무니르 마주비는 “지난해 12월 이후 매달 수천 번의 해킹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시도 역시 러시아가 후원하는 해커그룹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비판적인 마크롱의 당선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현실화됐다는 추정이다. 뉴욕타임스는 극우 성향인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미국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장 먼저 유출된 문서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것은 미국 극우 잡지 ‘반란(The Rebel)’을 내는 친트럼프 활동가 잭 퍼소빅이었다. 르펜 캠프 진영과의 연계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르펜은 3일 TV 토론 때 넌지시 “마크롱 후보에게 해외에 숨겨진 계좌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운을 띄웠고 이후 SNS에서는 “마크롱이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바하마에 계좌가 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마크롱은 4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르펜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FN 플로리앙 필리포 부총재는 6일 밤 12시를 2분 앞두고 ‘마크롱 리크스로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던 조사가 드러나는 것인가’라는 글을 올려 마크롱과 관련해 뭔가 숨겨진 내용이 있는 것 같은 연막을 피웠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조은아 기자}
이란 북부 골레스탄 주의 한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50명의 광원이 매몰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3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발사고는 골레스탄 주 아자드샤르 지역 제메스탄유르트 탄광에서 3일 낮 12시 45분경(현지 시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16명은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몰자가 많아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사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매몰자가 8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폭발 사고는 광원들이 교대하던 중에 발생했다. 탄광 안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화차에 시동이 걸리는 순간 메탄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약 500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중이었는데, 탄광 입구 근처에 있던 20여 명은 구조됐고 매몰자를 구하러 탄광에 접근한 25명은 유독 가스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 당국은 구조대를 현장에 급파해 탄광 내부로 통하는 우회 터널을 파는 방식으로 매몰된 광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린 이후 이란의 광산업은 활기를 찾았으며 채굴된 석탄들은 대부분 제철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