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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이 뒤늦게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14일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을 비롯해 향토 민요 또는 통속 민요로 불리는 모든 아리랑 계통의 악곡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리랑은 지역과 세대를 넘어 광범위하게 전승되고 있기 때문에 ‘아리랑 보유자 ○○○’ 같은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문화재보호법은 특정 보유자가 있어야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법이 개정됨에 따라 아리랑도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게 됐다.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로 다양한 곡으로 변화하며 활발히 전승된 점 △한민족의 음악적 특징을 기반으로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점 △희로애락을 다양한 사설로 표현하는 점이 높게 평가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올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005년 8월 1800여 명의 사상자를 낳은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침수된 시내 메모리얼 병원의 상황은 심각했다. 전력이 끊기자 의료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통풍을 위해 창문을 깨자 병실은 비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37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오물 냄새가 진동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 등 중환자들이 극도의 고통을 겪었다. 의사들은 심폐소생술 거부(DNR)를 요청한, 병세가 가장 위중한 환자들을 맨 나중에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환자들이 고문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내가 저 환자들이었다면 차라리 천국으로 가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는 말을 꺼낸다. 의료진은 약물을 주입해 일부 환자를 안락사시켰다. 의사 겸 기자인 저자는 카트리나 재해 당시 이 병원에서 닷새 동안 일어난 일을 재구성한 ‘The Deadly Choices at Memorial’ 기사로 2010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카트리나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고립됐지만 연방군은 사흘 뒤에야 투입됐고, 휴가 중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난이 발생한 뒤 하루가 지나서야 복귀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메모리얼 병원은 당시 미국 정부와 기관이 얼마나 무능력하게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은 한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사건 관계자들을 500회 넘게 인터뷰하고 당시 정황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며 “시스템이 붕괴된 사회에서 삶과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묻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강제 징용자들이 배상을 받으려는 데 대해 일본 정부는 경제적인 문제라고 말하지만 이는 인간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투쟁입니다.” ‘전시포로 연구회’ 공동대표이자 최근까지 ‘강제 징용 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온 우쓰미 아이코(內海愛子)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명예교수(74·사진)는 “가해자인 일본과 기업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의 의사를 확실히 하고, 그 사죄의 표시로 보상과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쓰미 교수는 10∼12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역사 NGO 대회’에 참가해 ‘동아시아의 전후 질서와 역사 화해를 위한 일본의 역할과 기대’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9일 방한한 우쓰미 교수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쓰미 교수는 최근 일본 산업화 유물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국면에서 강제 징용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산 설명에 쓰인 단어가 ‘강제 노동(forced labor)’이냐 ‘의사에 반해 일하게 됐다(forced to work)’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 식민 지배를 대등한 국가끼리의 합법적인 병합이라는 인식을 갖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부가 문화재인 창덕궁 낙선재 권역 내 일부 전각에서 숙박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궁(宮)스테이’를 추진한다는 보도 이후 찬반 논란이 뜨겁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부는 창덕궁뿐 아니라 고궁과 경주 서악서원 등 지방에 산재한 서원, 향교, 옛 지방 관아에서의 숙박프로그램을 하나로 묶는 통합 브랜드 ‘케이 헤리티지 인(K-Heritage Inn·가칭)’을 이르면 내년에 출범시킬 계획이어서 문화재 활용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보존이냐, 활용이냐 ‘궁스테이’ 사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의 승인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본보 보도 직후인 지난달 30일 일부 문화재위원들과 함께 창덕궁과 경복궁의 현장 답사를 마쳤다. 아직 사적분과위원회 심사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사적분과위원회는 문화재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승인 심사에서 재적 과반 참석에 출석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궁스테이에 대해서는 문화재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깃든 궁궐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 김광현 서울대 교수(건축학)는 “모든 문화재에는 각각의 역사적 기억이 오롯이 담겨 있다”며 “다른 곳이면 몰라도 한 나라의 왕궁을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7년 전 숭례문 화재 참사의 트라우마도 궁스테이 추진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양과 다른 목조 문화재의 특성상 화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홍성걸 서울대 교수(건축학)는 “우리나라 목조 문화재는 지붕이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며 “활용도 좋지만 보존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을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활용을 통한 보존’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이 집에 살지 않으면 곧 폐가가 되듯 최선의 문화재 보존은 활용이라는 것.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건축학)은 “일부에서 화재 위험성을 거론하는데 빈집에서 오히려 방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고택(古宅)도 일단 사람이 사는 게 보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적인 흐름도 ‘박제된 문화재’로 보존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모델로 삼고 있는 건 스페인 파라도르(parador) 호텔. 그라나다와 세고비아, 톨레도 등 유서 깊은 도시에 자리 잡은 고성과 수도원, 요새 등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체인 숙박시설이다. 스페인 전국에만 90여 개에 달하는 파라도르 호텔이 있다. 외관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만 리모델링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합리적인 문화재 활용 방안 이처럼 언뜻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문화재 보존과 활용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원형 훼손을 막기 위해 내부 개조를 최소화하고 관람객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물 외관과 주요 구조를 보존하되 내부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관람객으로선 불편하더라도 오히려 그것이 본래의 고궁 생활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재인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화재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궁궐 내 취사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박뿐만 아니라 고궁 전각 내부를 전시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근 복원된 덕수궁 석조전 내부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꼭 숙박시설이 아니더라도 강의장이나 세미나실, 박물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김상운 sukim@donga.com·조종엽·민병선 기자▼한복 차림 외국인 20여 명, 시습당서 茶道수업에 한창…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개방 5년 만에 지역 명물 된 경주 서악서원3일 경북 경주시 서악서원(西岳書院). 무열왕릉을 지나 호젓한 산길을 따라 한 30분쯤 걸었을까. 진흥왕릉과 서악동 삼층석탑(보물 제65호) 아래로 산뜻한 단청을 두른 서원이 나타났다. 신라시대 설총과 김유신, 최치원의 위패를 나란히 모신 사당을 중심으로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東齋)와 서재(西齋)를 좌우로 배치한 전형적인 조선시대 서원이다. 이곳은 경북도 지정문화재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존속한 47개 서원 중 하나다. 1563년 설립돼 45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보통 서원들이 그렇듯 으레 엄숙하고 조용한 나머지 썰렁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상상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중앙의 시습당(時習堂)은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한복을 갖춰 입은 외국인 20여 명이 수업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유생들이 배웠던 경전 대신 찻잔을 손에 쥐고 다도(茶道)를 배웠다. 동재와 서재는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안에 들어가 보니 에어컨부터 전기장판까지 냉난방을 갖춘 숙박시설로 꾸며져 있었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집 같았다. 그러나 이곳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폐가와 다름없었다. 평소 서원은 꽁꽁 잠겨 있었고 매년 두 차례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잠깐 문을 열었다. 사람이 살지 않다 보니 400년 넘은 목조건물에는 거미줄이 쳐졌고 내부는 곳곳이 뒤틀려 틈까지 벌어졌다. 관리에 애를 먹던 문중은 문화재 위탁 운영기관에 서원을 맡기고 외부에 공개했다. 조선시대 서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낮에는 활쏘기와 다도, 국악공연, 붓글씨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폐가는 곧 지역 명물이 됐다. 인근 무열왕릉에서 진흥왕릉, 서악동 삼층석탑, 도봉서당을 거쳐 서악서원을 잇는 40분짜리 산책 코스까지 생겼다. 지난해 서악서원을 방문한 인원은 1만5000명에 이른다.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은 “고택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환기가 제대로 안 되고 습기 때문에 집이 망가지게 마련”이라며 “최선의 문화재 보존은 활용”이라고 강조했다.경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달궈진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올리자 지글지글 기름이 끓었다. 정말 이래도 될까. 잠시 망설였지만 ‘백주부’를 믿어보기로 했다. 미리 무를 넣어 오래 끓여놓은 된장 베이스를 프라이팬에 들이부었다. 삼겹살 기름이라니…. 보기만 해도 느끼하다. 오래 묵은 시골 된장인지라 백주부의 레시피대로 설탕 반 숟가락 투하. 먹어보니, ‘아, 맛있다’. 설탕 덕인지 정말 텁텁함이 잡혔다. 그리고 자극적이다. 밖에서 사먹는 것 같은 맛이 난다.” 기자가 ‘집밥 백선생’(tvN)에서 요리 연구가 백종원이 소개한 요리법을 따라 ‘삼겹살 된장찌개’를 끓여봤다. 최근 블로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백종원 표 요리를 따라 해봤다는 게시물이 넘친다. 대세는 ‘백주부’ 백종원이다. ‘집밥 백선생’의 시청률은 6.4%(1일·닐슨코리아 유료방송시청가구 기준). 3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백종원은 ‘한식대첩’(올리브TV)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더니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MBC)에서 대박이 났다. 김구라 이은결 등 다른 출연자들보다 그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가장 뜨겁다. 그러나 설탕과 양념을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그의 요리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을 중시하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백종원이 보여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 레시피를 따른 것”이라며 “(먹을 만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종원의 요리법은 건강과는 ‘별로 안 친해’ 보인다. ‘마리텔’ 2회에서 그는 빵에 땅콩버터, 바나나, 하얀 초콜릿,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뒤 버터를 듬뿍 사용해 ‘칼로리 폭탄 토스트’를 굽는다. 그는 태연하게 “급하게 살이 쪄야 하는 분들은 이걸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설탕 안 넣어서 맛없는 것보다 낫다”며 비빔국수 양념장에 설탕을 쏟아 붓는다. 시청자들은 ‘진격의 설탕’이라며 환호한다. 조미료 사용도 종종 권장한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허기진 대중들이 ‘금기를 깨는’ 요리법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 하기 쉽다는 게 백종원 요리법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물 ○○○mL’가 아니라 “물은 참치 넣은 뒤 빈 참치캔 양으로 2번 넣으면 됩니다” 식으로 설명한다. “재료가 없으면 이건 안 넣어도 됩니다”는 말도 자주 한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백종원은 요리가 어렵다는 생각을 깨뜨렸다”며 “마리텔에서는 채팅창을 보며 누리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한식대첩’에서는 각종 먹거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등 프로그램별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백종원 등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를 낳은 ‘쿡방’은 계속 진화 중이다. KBS2 ‘요리인류 키친’을 진행하는 이욱정 PD는 “백종원 씨는 외식사업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며 “한국의 쿡방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고 지금보다 다양한 포맷으로 확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중앙 은행가들은 경기가 패닉이 발생해 유동성이 증발하기 시작하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맡는다.”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가속기를 엄청나게 밟아댔다. 세계 경제는 붕괴 직전에서 돌아섰고, 금융시스템은 보존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으로 일하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저자도 그 주역이다. 저자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뱅커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과 AIG 구제, 정부 내 갈등 등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와 금융 시스템은 ‘스트레스 테스트(거시경제 변수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선언한다. 저자는 솔직한 편이다. 저자는 2007년 3월 서브프라임 대출이 증권으로 재포장돼 위험을 평가하기 어려워졌다고 경고했지만 스스로의 말대로 “그건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2006년만 해도 “조정이 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힌다. 1일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글로벌 환율 전쟁과 1100조 원의 가계부채 사이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택한 한국이 만에 하나 대형 금융위기를 겪는다면 과연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까. 2008년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대량으로 살포한 달러를 거둬 들이기 위해 언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은 세계 경제가 아직도 당시의 그늘에서 못 벗어났다는 것을 뜻한다”라며 “위기관리 비법을 정책 결정자들에게 전수하는 책”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저도 한때 청각장애인처럼 말을 못하는 괴로움을 느낀 적이 있어요.” 3일 ‘청각장애인 성전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바다 재능 나눔 음악회’를 여는 S.E.S. 출신의 뮤지컬 배우 바다(본명 최성희·35)와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47)를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보컬학원에서 만났다. 바다는 안양예고 1학년 재학 시절 얘기를 꺼내며 왜 청각장애를 남의 일처럼 느끼지 않았는지, 재능 기부 제안에 흔쾌히 응했는지를 설명했다. “학교 연극 오디션 보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전혀 안 나왔어요. 후두염증이었어요. 수술을 받고 원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6개월 동안 말을 못하고 지냈어요.” 가수가 꿈인 소녀에게는 작지 않은 시련이었다. 그는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야 했다. 친구와 주변인의 도움과 배려를 많이 받았다. 당시 그를 청각장애인으로 오해한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리며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주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바다의 눈이 금세 빨개졌다. 이번 음악회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가 주최한다. 담당 사제인 박 신부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신학 공부를 할 여건이 안 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마쳤다. 2011년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한 성당 건립에 착수해 2013년 터를 매입했지만 건축비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박 신부는 “청각장애인은 수화 통역이 없으면 미사에서 신부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비장애인 신자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며 “청각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고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고 수화로 말했다. 바다는 올봄 서울 한남동 성당에서 박 신부를 처음 봤다. 이후 박 신부가 바다에게 노래 한두 곡 정도를 곁들인 특강을 부탁했다. 바다는 아예 공연을 열겠다고 나섰다.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인터뷰 중 바다는 성가 ‘나’ 중 몇 소절을 불렀다. 뮤지컬 때의 폭발적인 발성과는 달리 아주 부드러운 음색이었다. 바다는 감성적인 노래를 부를 때면 가족이 소래포구 인근 도두머리 마을의 작은 성당 귀퉁이를 빌려 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안 좋았거든요. ‘아픈 아빠를 낫게 해주세요’라고 다락방에서 기도하고, 달밤에 제 그림자를 보며 옷이 흠뻑 젖도록 노래와 춤 연습을 했어요. 제가 성당 청소 담당이었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할머니가 항상 일찍 오셔서 침묵의 기도를 하셨죠.” 음악회는 3일 오후 7시 반 서울 용산구 이촌로 천주교 한강성당에서 열린다. S.E.S. 시절의 히트곡과 성가 등 10여 곡을 부른다(2만 원·02-995-7394) “데뷔 18년이 됐지만 어쿠스틱 공연은 처음이에요. 화려하지 않아도 관객분들이 ‘영혼을 샤워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청각장애가 없었다면 분명 저보다 훨씬 더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하셨을 분들이 계셨을 거예요. 그분들을 대신해 노래할게요.”(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저도 때로 청각장애인처럼 말을 못하는 괴로움을 느낀 적이 있어요.” 3일 ‘청각장애인 성전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바다 재능 나눔 음악회’를 여는 S.E.S. 출신의 뮤지컬 배우 바다(본명 최성희·35)와 아시아 최초의 청각 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47)를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보컬학원에서 만났다. 바다는 안양예고 1학년 재학 시절 얘기를 꺼내며 왜 청각장애를 남의 일처럼 느끼지 않았는지, 재능 기부 제안에 흔쾌히 응했는지를 설명했다. “학교 연극 오디션 보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전혀 안나왔어요. 후두염증이었어요. 수술을 받고 원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6개월 동안 말을 못하고 지냈어요.” 가수가 꿈인 소녀에게는 작지 않은 시련이었다. 그는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야했다. 친구와 주변인의 도움과 배려를 많이 받았다. 당시 그를 청각 장애인으로 오해한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리며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주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바다의 눈이 금세 빨개졌다. 이번 음악회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가 주최한다. 담당 사제인 박 신부는 청각장애인이 한국에서 신학 공부를 할 여건이 안 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마쳤다. 2011년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한 성당 건립에 착수해 2013년 부지를 매입했지만 건축비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박 신부는 “청각장애인은 수화 통역이 없으면 미사에서 신부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비장애인 신자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며 “청각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고 수화로 말했다. 바다는 올 봄 서울 한남동 성당에서 박 신부를 처음 봤다. 이후 박 신부가 바다에게 노래 한 두곡 정도를 곁들인 특강을 부탁했다. 바다는 아예 공연을 열겠다고 나섰다.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인터뷰 중 바다는 성가 ‘나’ 중 몇 소절을 불렀다. 뮤지컬 때의 폭발적인 발성과는 달리 아주 부드러운 음색이었다. 바다는 감성적인 노래를 부를 때면 가족이 인천 소래포구 도두머리 마을의 작은 성당 한 켠을 빌려 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안 좋았거든요. ‘아픈 아빠를 낫게 해주세요’라고 다락방에서 기도하고, 달밤에 제 그림자를 보며 옷이 흠뻑 젖도록 노래와 춤 연습을 했어요. 제가 성당 청소 담당이었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할머니가 항상 일찍 오셔서 침묵의 기도를 하셨죠.” 음악회는 3일 오후 7시반 서울 용산구 이촌로 천주교 한강성당에서 열린다. S.E,S. 시절의 히트곡과 성가 등 10여 곡을 부른다(2만 원·02-995-7394) “데뷔 18년이 됐지만 어쿠스틱 공연은 처음이에요. 화려하지 않아도 관객 분들이 ‘영혼을 샤워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청각 장애가 없었다면 분명 저보다 훨씬 더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하셨을 분들이 계셨을 거예요. 그분들을 대신해 노래할게요.”(바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지난해 국내 대학 졸업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평균 1445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약 65주, 그러니까 1년 3개월이 걸린다. 물론 10원 한 장 쓰지 않고 ‘숨만 쉬고’ 산다고 가정했을 때다. 저자인 켄 일구나스(사진)도 상황이 심각했다. 미국에서 비교적 등록금이 저렴한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를 다니며 마트 카트 정리, 잔디 깎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졸업 시점인 2006년 상환해야 할 3만2000달러(약 3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만 남았다.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기자를 꿈꾸며 전국의 신문사 인턴 자리에 지원하지만 모두 낙방한다. 저자는 이후 춥고 어두운 알래스카의 한 마을에서 모텔 청소부, 보조 조리사, 여행 가이드로 일하면서 착실하게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간다. 멕시코 만 보호 봉사단원, 국립공원 산간 지역 관리원, 택배 배달원 등으로 3년여간 고군분투한 끝에 빚에서 자유로워진다. ‘어떻게 해서든 빚을 지지 않고 졸업하겠다.’ 듀크대 대학원 인문교양 프로그램에 진학한 저자는 이런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중고 봉고차를 사서 대학교 주차장에 세워놓고 몰래 집 삼아 산다. 월든 호숫가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처럼 극도로 소비를 제한하면서 말이다. 차를 달려 알래스카로 떠날 수도 없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성적인 청년들이 으레 그렇듯 호들갑스럽고 수다스럽지만 흔치 않은 경험을 익살스러운 문체로 풀어내 술술 읽힌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큐레이션 업체 ‘피키캐스트’의 슬로건은 ‘우주의 얕은 재미’다. 하지만 피키캐스트가 남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다가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모바일 앱이 출시된 피키캐스트는 ‘먹어본 사람만 안다는 초밥계 숨겨진 다크호스’ ‘놓치면 후회하는 오늘의 짤(우스운 사진이나 동영상)’ ‘내일의 별자리 운세’ 등 재미 위주의 신변잡기적 콘텐츠로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피키캐스트 모바일 앱은 누적 다운로드가 지난달 900만 건을 돌파했다. 중복을 제외한 월간 순 피키캐스트 이용자 수는 올 3월 300만 명(코리안클릭 조사)에 이르렀다. 게시물별 조회 수도 수만∼수십만 건 수준으로 웬만한 언론사 닷컴에 필적한다. 》○ 이미지를 참조? 무단 도용? 그러나 피키캐스트가 콘텐츠를 골라서 보여주는(큐레이팅) 방식은 사실 콘텐츠 도둑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콘텐츠 업체 대표는 “큐레이션은 양질의 정보를 선별해내는 서비스를 뜻하는데, 피키캐스트는 트래픽이 잘 나오는 콘텐츠를 불펌(사용 허락을 받지 않고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퍼오는 행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17∼22일 피키캐스트 게시글 중 20개에 사용된 사진, ‘움짤’(움직이는 짧은 동영상) 등 383개 이미지의 출처를 분석해 보니 별도의 사용 허락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232개(60.6%)였다. 피키캐스트는 이들 이미지의 출처를 표기할 때 ‘이미지 참조 ○○○’라고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원이미지를 다운로드해 그대로 올리고 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피키캐스트는 ‘우주의 콘텐츠를 베끼고, 교도소 담장을 오고 가면서’ 성장해 왔다”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불펌을 적발하거나 항의하기 어려운 해외 매체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키캐스트가 사용한 이미지는 미국 지피닷컴(giphy.com)이나 레딧닷컴(reddit.com)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가 많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블로그 서비스인 텀블러 등에 올라온 콘텐츠 중 일부를 잘라내 올린 것도 상당했다. 불펌은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놀이 삼아 하지만 피키캐스트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소속 에디터들이 직접 올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피키캐스트는 불펌으로 트래픽을 확보한 뒤 네이티브 광고를 팔아 수익을 낸다. 피키캐스트 측은 “사업 초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자체 제작을 늘리는 한편 최대한 원출처를 찾아 제휴나 보상을 하고 있다”며 “원출처를 찾을 수 없는 콘텐츠 사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상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이며, 그를 위해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 문제 해결하고 있어? 피키캐스트는 올해 ‘피키픽처스’를 설립해 일부 동영상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영상은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아이디어나 연출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키픽처스가 만든 ‘여자가 남탕에 간다면’ 동영상은 출연자의 성별만 바뀌었을 뿐 tvN이 방영했던 ‘롤러코스터―남녀생활탐구백서 2화 공중목욕탕 편’과 유사했다. 이에 대해 피키캐스트 측은 “‘롤코’를 보고 만든 것은 아니며, 성별 역할 체인지에 착안해 일반적으로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자체 제작 콘텐츠가 절반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방을 통해 창작할 수도 있지만 ‘플러스알파(+α)’를 통해 없던 것을 가미하면서 자기화해야 진정한 창작”이라며 “피키캐스트처럼 콘텐츠에 질적 변화를 주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퇴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최근 피키캐스트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슬쩍 삭제하기도 했다. 한때 피키캐스트는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매 장면을 그대로 캡처해 드라마 내용을 보여준 시리즈물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이 게시물은 지금은 검색되지 않는다.○ 플랫폼화 성공하나? 피키캐스트에는 18일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틀린 메르스 예방법 3가지’가 올라왔다. 연합뉴스TV와 협약을 맺고 리포트를 전재한 것. 연합뉴스TV 관계자는 “시청층을 확대하기 위해 콘텐츠 사용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피키캐스트는 최근 뉴스통신사, 언론사 등과도 제휴해 생활 밀착형 뉴스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뉴스로도 일부 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피키캐스트는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워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행 씨는 “불펌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저작권 기반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창작자가 아니라 창작물을 베낀 사람들이 돈을 벌게 되면 콘텐츠 업계는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공정 이용’이란? ▼저작자 이익 부당하게 침해 않을 땐 보도 비평 교육 등 저작물 이용가능 저작권자가 있는 창작물도 특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이를 ‘공정 이용(fair use)’이라고 하는데 국내 현행 저작권법에도 도입돼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침해 여부 판단의 기준은 △영리성, 비영리성 등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및 잠재 시장에서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사용목적이 상업적인지는 특히 중요하다. 법원은 2008년 S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이 영화 ‘대괴수 용가리’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3분 가까이 영상을 사용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SBS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판매된 점 등을 영리적 이용이라고 본 것이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누리꾼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캡처해 새로운 콘텍스트를 만드는 것 등은 공정 이용의 범위 내에서 좀 더 폭넓게 허락돼야 하지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창작한 것을 베껴서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큐레이션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콘텐츠를 골라서 보여주는 서비스.:: 네이티브 광고 ::본 콘텐츠와 비슷한 형식으로 만든 광고. 본 콘텐츠와 분리된 배너 광고보다 사용자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상파 첫 ‘예능 드라마’로 주목받은 KBS ‘프로듀사’(금, 토 오후 9시 15분)가 20일 최종회에서 18%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12회로 끝났다.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PD와 프로그램을 실명으로 등장시키는 등 현실적 묘사와 김수현 등 톱스타 출연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방영 시간을 자의적으로 늘린 고무줄 편성과 과도한 간접광고(PPL) 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 고무줄 편성과 과도한 간접광고 ‘프로듀사’는 원래 80분으로 편성됐다. 광고가 완판됐을 경우 실제 드라마 본내용은 70분이 채 안 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프로듀사’ 마지막 회(90분 편성)는 본내용만 무려 106분이 방영됐다. 이는 광고까지 포함하면 편성표상 120분 방영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웬만한 미니시리즈 2편에 가까운 분량인 셈이다. KBS 편성국 측은 “당일 방송 시간에 임박해 넘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한 PD는 “뒤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예고 없이 방영 시간을 늘리는 것은 일종의 방송 사고”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정상적인 시간 연장이 그동안 소화하지 못한 간접광고(PPL)를 넣기 위해서거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도 나온다. ‘프로듀사’는 그동안 제품을 갑자기 클로즈업으로 잡는 등 PPL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로듀사’의 관계자는 “시청률 올리기나 간접광고 유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KBS 관계자는 “제작 일정이 촉박해 방송 시간에 맞추다 보니 분량을 줄여 편집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KBS 30억 원 넘는 ‘대박’ 지상파로는 처음으로 ‘금토 드라마’로 선보인 ‘프로듀사’의 시청률은 지난달 15일 첫 회 10.1%(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에서 꾸준히 올라 마지막 화에는 17.7%를 기록했다. 올해 방영된 주중 미니시리즈 중 15%를 넘은 드라마가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성과다. ‘프로듀사’는 KBS에 지금까지 제작비를 빼고도 30억 원 이상을 벌어 준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비는 50억여 원(회당 4억여 원)이지만 광고가 초반을 제외하고 거의 완판된 데다(약 38억 원) 해외 방영권(약 26억 원)과 협찬 및 간접광고 수익(약 20억 원) 등을 합치면 매출이 84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계속 늘어날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의 주문형비디오(VOD) 매출 등은 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시즌2’ 제작도 관심거리다. 이미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를 요구하는 시청자 글이 잇따르고 있다. KBS 입장에서도 대박 콘텐츠의 후속 시즌을 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예능국 현실에서 사랑 놀음으로 ‘프로듀사’는 초반 예능 PD와 톱스타 및 연예기획사의 갈등,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파문 등 예능국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예능국 현장은 사라지고 신디(아이유)→백승찬(김수현)→탁예진(공효진)→라준모(차태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4각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네 사람 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프로그램 구성작가나 FD 등 방송사 비정규직의 애환이나 현실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방송 작가는 “현실 속 막내 작가들은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데 드라마 속에선 늘씬한 몸매로 시선을 끄는 캐릭터일 뿐이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토니는 학계의 싸움꾼으로 이름을 알렸다. 토니의 위치는 진실이 아니라 재판을 이기는 것이 목표인 변호사의 자리에 있었다. (…) ‘20세기를 생각한다’는 대단한 책이 아니다.” 역사학의 거인 에릭 홉스봄이 죽기 8개월 전인 2012년 4월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실은 ‘20세기를 생각한다’ 서평 중 일부다. 지은이 토니 주트가 마르크스주의자인 홉스봄에게 “가슴을 치며 당신이 실패했음을 대중 앞에 실토하라”고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 해도 짜디짠 평가다. 사회민주주의적 자유주의자로서 공산주의를 맹렬하게 비판한 지은이 주트는 책에서 21세기의 시장 만능주의도 비판한다. 주트는 “독재와 폭력, 권위주의와 인권 억압은 사라졌으며 21세기는 최소화된 국가 안에서 모두가 세계화의 혜택을 입고 시장이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것”이라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20세기의 교훈과 기억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라고 묻는다. 국가의 개입이 전체주의를 초래한다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논리는 ‘정치적 자폐성’에 불과하고 영국과 북구의 복지국가에서 보듯 오히려 파시즘을 막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주트가 역사가로서의 명성이 정점에 달하던 2008년 루게릭 병 진단을 받은 뒤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주트의 지적 전기와 함께 20세기 정치사상의 한계와 도덕적 실패에 대한 사색이 담겼다. 앞서 소개한 홉스봄의 서평은 이렇게 끝맺는다. “그렇지만 이 책은 현대의 역사가들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훌륭한 한 인간과 그가 살아내고자 했던 삶을 기록한 값진 기념비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KBS2 드라마 ‘프로듀사’가 메르스 사태로 곤경에 빠진 한국 관광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최근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등 한류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자 한국관광공사가 KBS에 “‘프로듀사’ 촬영지에 한류 거리를 조성하고 출연진 팬미팅을 열자”고 제안했다. 현재 프로듀사는 중국 등에서 정식 방영되고 있지 않지만 김수현 출연작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높은 점을 활용하자는 것. KBS 관계자는 “김수현 등 출연진의 초상권을 비롯한 선결 문제가 있지만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15일 김수현 등 한류 스타들을 동원해 한국 관광을 유도하는 광고를 만들어 중화권 등에 방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적 반응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한류의 인기가 높아도 외국인이 메르스 공포를 이길 수 있을까”라며 “인기 프로그램과 연예인으로 관광산업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발상이 우습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도 “관광공사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무엇을 하든 외국인 관광객이 눈길을 주겠는가”라며 “먼저 메르스를 잡고 난 다음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겨울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가다가 새벽 3시에 기름이 떨어진 적이 있어요. 갓길에 세우고 한참 손을 흔드니까 덤프트럭이 잠깐 서요. 사정을 듣더니 ‘아, 그래요’ 하고 그냥 가더라고요. 한참을 서 있는데, 멀리서 누가 걸어오는 거예요. 아까 그 트럭 기사 분이었어요. 톨게이트를 나가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서 페트병에 담아서 되돌아 걸어온 거죠. 족히 3km는 걸었겠더라고요.” 채널A 프로그램 ‘두근두근 카메라 미·사·고’(‘미사고’·일 오후 8시 20분)의 MC를 맡고 있는 개그맨 김국진 씨(50)와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34)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김 씨는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그 기사분이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미사고’는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뜻. 평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 단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몰래 이벤트를 벌여 감동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14일 6회에는 17세 사위와 젊은 장모의 사연 등을 다뤘다. 독한 설정과 공격적인 말투의 예능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점잖고 착하게’ 방송하고 있는 김 씨와 잘 어울린다. 김 씨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제목만 보고 MC를 맡기로 결정했다”며 “진행하다 보면 출연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눈물을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사고’는 고부 갈등으로 시어머니와 2년 동안 연락을 끊은 며느리가 죄송하다며 화해를 청하거나 간 이식을 해 준 아들에게 아버지가 고마움을 표하는 등 출연자들의 감정이 밀도 높게 드러나는 상황이 많다. 김 씨는 “감정의 흐름을 봐서 두 사람 자체로 충분하다 싶으면 빠져 있다가 분위기를 풀어야겠다 싶으면 그 사이로 들어간다”며 “출연자 사이에 쌓인 감정의 매듭을 어느 한 부분 풀어 주면 나머지는 두 분이 알아서 푼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가 진행자 대신 출연자로 나서도 매번 다른 사연으로 6개월 치 방송 분량이 나올 것 같다”며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저도 미안하고 고마운 누군가에게 가슴에 품은 말을 털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아나운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가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씨는 “독하고 센 프로그램은 잘할 자신이 없다”며 “KBS 입사했을 때부터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전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근 지상파 드라마는 ‘재벌 풍년’이다. 현재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모두 22개. 이 중 재벌과 상관없는 사극 2편과 농촌 드라마 1편을 제외한 19개 드라마 중 13개(68.4%)가 재벌이나 대기업을 극의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드라마 세 개 중 두 개꼴이다. “부자가 되는 길은 부자로 태어나는 거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사랑이 있으면 뭘 해도 행복하다’(는 것은) 부모님 말씀이다. 난 속지 않는다. 가난하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 8일 처음 방영된 SBS 월화 드라마 ‘상류사회’ 중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유민그룹 대리 준기(성준)의 독백이다. 준기는 유민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창수(박형식)와 태진퍼시픽 그룹 회장의 딸 윤하(유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인생 역전을 꿈꾼다. 한정환 책임PD는 “‘이수일과 심순애’ 스토리처럼 경제적인 환경이 아주 다른 재벌 가족 일원과 서민 사이에 조건을 떠난 진실한 사랑이 가능한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준기의 독백은 재벌 드라마가 왜 많은지를 압축해 보여 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극중 재벌가에는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경과 ‘노력해도 저렇게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동시에 투영된다”며 “양면성을 모두 보여 줄 수 있어 극적인 갈등을 다루는 드라마의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재벌이 등장하는 13개 드라마에 나오는 회사를 업종별로 분류해 본 결과 유통 소비재 산업이 많았다. 골프웨어를 비롯한 의류 제조·판매업이 4개, 외식업이 3개, 리조트가 2개, 백화점이 2개였다. 이는 드라마 협찬 기업과 무관치 않다. 협찬 기업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어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원래 썼던 극본 속 업종이 협찬 기업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계절별로 주요 소비재가 달라지기 때문에 드라마 속 기업의 업종도 이에 따라 바뀐다”며 “주인공 직업이 디자이너거나 사무실 배경이 디자인 회사가 많은 것도 의류업체가 협찬하는 드라마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중 기업명이 협찬사를 연상하도록 지어지기도 한다. KBS ‘파랑새의 집’의 ‘누가 월드’나 MBC ‘여자를 울려’의 ‘우진 F&T’, SBS ‘상류사회’의 태진퍼시픽 등은 드라마 주요 협찬 회사명과 일부 글자가 같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계층 상승이 어려워졌고 이를 TV 속에서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지면서 재벌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또 드라마의 간접 광고가 일반화되면서 고급 제품을 노출시키기 쉬운 화려한 재벌가 설정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재벌은 신데렐라 스토리나 복수극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벌의 속살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드라마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국내 최고 로펌을 배경으로 상류층의 생활을 블랙코미디로 다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에는 재벌가가 어떻게 구성되고 그들만의 세계를 유지하는지를 다루면서 사회 이면의 시스템과 계층 의식을 드러내는 드라마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너, 내가 죽을 만큼 아픈 사람인 줄 알고 불쌍해서 그동안 옆에 있어 준 거야? 나 안 아파. 너 ‘죽을 때까지 내 꺼’라고 했지. 근데 이제 어떻게 하냐.”(‘맨도롱 또똣’ 이정주) “계속 네 꺼야. 죽을 때까지 네 꺼야.”(백건우) 4일 ‘제주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개미와 베짱이의 사랑’을 소재로 한 MBC 수목 드라마 ‘맨도롱 또똣’ 8회의 한 장면이다. 이정주(강소라)가 죽을병에 걸린 것으로 오해했던 백건우(유연석)가 정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며 정주를 껴안았다. 16부작 드라마의 반환점을 도는 중간 클라이맥스인데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 드라마는 ‘홍 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작품. 홍 자매는 “여성의 판타지를 가장 잘 극화한다”는 평을 받으며 ‘로맨틱 코미디(로코) 드라마의 최고봉’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맨도롱 또똣’의 시청률은 7% 안팎(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이다. 홍 자매의 이전 작품 ‘최고의 사랑’(MBC·2011년) ‘주군의 태양’(SBS·2013년) 등이 2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다. ‘알콩달콩한’ 사랑의 판타지마저 마음 편하게 즐기기 어려워진 걸까? 최근 TV 드라마에서 로코의 성적이 썩 좋지 않다. SBS 주말극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도 7일 16회가 방영되며 주인공의 로맨스가 상당히 진전됐지만 시청률이 3%대다. 지난해에도 KBS ‘연애의 발견’ ‘트로트의 연인’, MBC ‘앙큼한 돌싱녀’,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로코의 시청률이 대체로 저조했다. 공희정 문화평론가는 “‘맨도롱 또똣’은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홍 자매의 이전 작품보다 재미가 덜하지 않다”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이 달콤한 드라마에서 ‘펀치’(SBS)나 ‘풍문으로 들었소’(SBS)처럼 사회의 어둡고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는 드라마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로코의 퇴조는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팍팍한 최근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랑싸움에 감정 이입을 할 만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취업 등의 부담 탓에 연애가 일종의 판타지가 돼 버린 젊은이들은 로코를 즐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로코의 주 시청층인 이들이 실시간 TV를 이전보다 덜 보는 것도 로코 시청률 부진의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장르와 혼합된 일부 로코물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로코와 판타지 사극을 섞어 버무린 ‘빛나거나 미치거나’(MBC·2015년), 수사물과 혼합한 ‘너희들은 포위됐다’(SBS·2014년) 등이 그렇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만 담는 정통 로코 장르보다는 스릴러나 판타지, 사극 등 다른 장르와 버무려 줄거리 예측을 어렵게 하고 긴장감을 주는 복합장르 드라마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모바일이나 유료방송 주문형비디오(VOD)로 TV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많아지면서 시청률은 낮아도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는 TV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16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KBS 월화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는 시청률이 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안팎이지만 SNS상 반응은 뜨겁다. KBS 페이스북 계정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통상 수백∼수천 건인 데 비해 이 프로그램 관련 게시물에는 1만5000∼2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트위터에 3000건이 넘는 관련 트윗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KBS는 최근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로 만든 이모티콘을 카카오톡에 출시했다. 지난달 15일 처음 방영된 KBS 금요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도 시청률은 3∼4%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여론분석 회사인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밝힌 온라인 여론지수에서는 방영 일주일 만에 드라마 부문 2위에 올랐다. 또 인터넷 뉴스구독, 검색량, SNS와 블로그 등에 언급된 정도를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콘텐츠 파워지수(CPI·CJ E&M 조사)에서도 전체 5위였다. KBS 관계자는 “방송 뒤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실시간으로 TV를 보지 않는 젊은 시청자의 증가와 관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실시간 TV 시청자가 상대적으로 고령인 반면 인터넷TV(IPTV)나 모바일의 비(非)실시간 시청자는 비교적 젊다”며 “이 때문에 인터넷과 SNS에선 젊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또 이들 프로그램은 비투비의 육성재, AOA의 설현 등 아이돌 그룹 멤버를 비롯해 10대 후반∼20대 중반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 화제 끌기에 초점을 맞추다 자극적인 장면을 걸러내지 않아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도 나온다. 올 1∼3월 방영됐던 Mnet의 ‘언프리티 랩스타’는 시청률이 1% 남짓(케이블 시청 가구 기준)이었지만 래퍼 제시(본명 호현주)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디스 랩 등으로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CPI도 5∼13위로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욕설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음성과 손가락 욕설 표현을 장시간 방송했다”며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중지 및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가수 김연우가 복면 쓰고 노래하면 반칙? 7일 방영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지난달 24일에 이어 두 번째 가왕을 차지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가수 김연우라는 의견이 절대 다수인 가운데 일부 시청자들은 “압도적인 가창력을 가진 김연우의 출연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해 평가단 중 한 명인 작곡가 김형석은 “성악, 발라드, 록, R&B 등 모든 장르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갖고 있는 장인”이라며 극찬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정체에 대해 “김연우라는 것에 내 ‘손모가지’와 전 재산을 걸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다들 김연우로 인정하는 분위기. “지난달 17일 클레오파트라가 부른 ‘오페라의 유령’ 무대와 김연우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을 때의 무대가 매우 비슷했다” “키나 인사하는 모습이 김연우와 판박이다” 등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7일 출연한 가수 조장혁이 클레오파트라를 가리켜 “저게” “저 꼬마” 등으로 편하게 부른 것도 김연우와 평소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KBS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가 코믹한 대본과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8회가 방영된 6일 시청률은 13.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였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18%까지 치솟았다. 특히 드라마에 묘사된 예능국의 모습이 현실과 얼마나 유사한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상파 예능 PD와 연예기획사 관계자에게 얼마나 같고, 또 다른지 들어봤다. 극중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대형 연예기획사의 ‘파워’다. ‘뮤직뱅크’ 연출자 탁예진 PD(공효진)를 만나기 위해 방송사 앞 카페에 죽치고 있는 매니저들도 있지만 극중 톱가수 신디(아이유) 등을 데리고 있는 기획사 ‘변 엔터테인먼트’의 변미숙 대표(나영희)는 PD 앞에서도 ‘갑’이다. ‘1박 2일’ 라준모 PD(차태현)를 ‘당신’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촬영 현장의 진행부터 프로그램 편집까지 사사건건 참견한다. 드라마에 기획사 대표로 출연한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극중 섭외 문제로 찾아온 라 PD를 한참 기다리게 하다가 겨우 영상 통화를 했으나 통화 품질을 핑계로 제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지상파 예능 PD A 씨는 “드라마 내용처럼 PD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출연에 있어서는 대형 기획사가 ‘갑’이 된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지상파 예능 PD인 B 씨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사이가 좋지 않은 모 지상파에 소속 연예인들을 한동안 출연시키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최근에야 관계가 회복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정 기획사가 인기 연예인의 출연을 걸고 신인을 ‘꽂아달라고’ 압력을 넣는 일도 벌어진다. 가수 매니저인 C 씨는 “아무리 톱스타를 보유한 기획사라고 해도 신인 연예인들을 방송에 노출시키려면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방송 내용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극중 탁예진 PD는 신디가 심의 기준보다 야한 의상을 고집하며 “옷을 갈아입느니 차라리 노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자 사정하며 달래서 간신히 무대에 내보낸다. 이 장면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B 씨는 “매니저를 통해 불평할 수는 있어도 가수와 PD가 직접 부딪히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더구나 신디 연배의 젊은 가수가 메인 PD한테 대놓고 항의하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PD인 D 씨는 “현장에서 갑자기 한 가수가 노래를 안 부르겠다고 하면 다른 가수로 대체하면 된다”고 말했다. 극중 신디는 백승찬(김수현)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온다. 연예인과 PD의 로맨스는 얼마나 현실적일까. MBC 예능 PD와 결혼한 스타 개그맨 신동엽과 드라마 PD와 결혼한 연기자 원미경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드물다. B 씨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지 15년가량 됐는데 여자 연예인이 남자 PD를 짝사랑하는 일을 본 적이 없다”며 “드라마 촬영처럼 2∼3개월 PD와 연기자가 함께 현장에서 먹고 자는 경우 ‘눈이 맞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D들은 드라마가 막내 PD의 바쁜 일상 등 예능국의 소소한 분위기는 비교적 잘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B 씨는 “막내 PD는 예고나 NG 컷 빼는 일 등 기초적인 편집을 주로 하는데 일주일에 2, 3일은 집에 못 가고 편집실에서 두세 시간 쪽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먹을거리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막내 PD 승찬은 과자나 호떡 같은 것을 사러 다니느라 바쁘다. 한 PD는 “예능 PD들은 의식주 중 입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한 욕구가 충족이 안 되기 때문에 먹는 것에 집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현실의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의 외모와 패션이다. 한 여성 PD는 “실제 방송국에는 김수현처럼 잘생긴 PD가 없을 뿐 아니라 인물이 좀 되는 PD도 헐렁한 옷을 며칠씩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배우 임수정은 카페 뒤쪽 출입구로 슬쩍 들어왔다. 매니저에게 “잠깐만, 여기 앉아 있다가 갈게요” 하더니 1층 창가에 앉아 통유리창 너머를 한동안 내다봤다. 한적하고, 특별할 것 없는 거리였다. 카페에 앉아 햇볕을 쬐는 것도 여배우에게는 쉬운 일만은 아닌 듯했다. “볕이 정말 좋은데, 마침 사람도 별로 없어서요. 6월 햇볕이 이렇게 사랑스럽구나. 그래서 (연예인들이 요즘) 결혼들을 하나? 결혼한 중학교 친구가 있거든요. ‘소박한 결혼’ 얘기가 나왔는데, 저한테 ‘너는 드레스 자주 입잖아!’ 그러더라고요. ‘그럼 결혼을 여러 번 하든지!’ 그랬죠. 차 한잔 하실래요?”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행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카페 지하에서 그녀는 묻지도 않은 얘기를 재미있다는 듯이 했다. 4일 개봉하는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임수정은 위험하지만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여자 지연 역으로 나온다. 지연은 요트 위에서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으로 누군가를 유혹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관객을 유혹하는 여배우라는 직업과 지연의 모습이 겹쳤다. “닮았네요. 배우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진짜 제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계속 다른 캐릭터로 사람들을 만나니까요. 내가 영화 속 지연이라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나를 드러내면서 솔직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 아닐까요. 저도 평소 돌아다니고 싶을 때는 돌아다녀요. 전시회도 보러 가고, 운동도 하고, 꽃꽂이도 배우러 가고. 20대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양손을 한껏 펼치며) 이만큼 가득해서 진짜 나와의 괴리감이나 헛헛한 감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임수정은 30대 중반이다. 캐릭터를 확장하며 ‘롱런’하는 배우와 대중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배우가 갈리는 시기다. 그녀는 일찍부터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 ‘각설탕’(2006년) ‘김종욱 찾기’(2010년)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 등에서 정신질환자, 기수(騎手), 무대감독 등을 맡아 털털하거나 심지어 망가진 모습까지 연기해 왔다. 그러나 임수정의 연관검색어 1위는 아직도 ‘나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동안 미모’가 역으로 다양한 배역을 맡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테다. “‘임수정’ 하면 그래도 임수정만의 색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나름 고군분투하면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마냥 예쁘지만은 않은 캐릭터를 하면서 노력해 왔어요. 지금 인정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3년 만의 복귀작인 ‘은밀한 유혹’도 멜로에 스릴러가 혼합돼 있다. 그러나 영화 전반부 멜로의 심리묘사가 촘촘하지 못하고, 남자 주인공 성열(유연석)에게 이끌려가는 지연의 속내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임수정은 “연기하면서 ‘욕망을 어디까지 드러낼 것이냐’가 가장 어려웠다”며 “지연의 욕망이 연기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면 감독님이 자꾸 ‘내려라’라며 드러내는 것을 자제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임수정은 본인이 즐거워하는 배역과 대중이 원하는 캐릭터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행복’(감독 허진호)은 지금 봐도 좋은데, 그 영화 속 은희처럼 여리면서도 포용하는 모성적인 캐릭터를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누군가를 흉기로 ‘훅’ 찌르고 쓱 닦아낸 뒤 백에 넣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얌전히 앉아 있는 그런 ‘진짜 나쁜 여자’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