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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원자력발전 비중 축소를 권고안의 주요 내용으로 내놓았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쓸 수 있는 ‘탈원전 카드’는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원전 관련 공약은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 폐쇄 △신규 원전의 건설 백지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번 공론화위 결정으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재개되면서 3대 탈원전 공약 가운데 하나가 취소됐다. 문제는 나머지 2개 공약도 현 정부 임기 내에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국내 원전 11기를 폐쇄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가 폐쇄하겠다는 11기 가운데 가장 빨리 수명이 도래하는 원전은 기한이 2022년 11월 20일까지인 월성 1호기다. 문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 9일로 끝난다. 정부가 월성 1호기의 사용 기한을 10년 연장한 점을 들어 조기 폐쇄를 검토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현 정부가 설계수명 종료를 이유로 폐쇄할 수 있는 원전은 없다.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원전 80년 사용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등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원전을 연장 가동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겠다는 정책 역시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탈원전 정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경북 울진군 신한울 3, 4호기 △경북 영덕군 천지 1, 2호기 △강원 삼척시 삼척 1, 2호기(가칭) 등 원전 6기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애초 계획에 불과했던 원전을 짓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 상황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 그의 저서인 ‘넛지(Nudge)’가 각종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관료 사회나 공공부문에서도 다시 널리 읽히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넛지를 활용한 정책 개발 사례가 그리 많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이와 비슷한 행동경제학 이론이 실제 정책에 적용돼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10월, 경기 안양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13세 어린이가 우회전 하던 차에 치여 숨졌다. 이 어린이는 녹색 신호를 확인하고 건넜지만 변을 당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던 어린이가 차에 치이기도 했다. 어린이의 횡단보도 사고가 계속되자 관할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건널목에서 인도 안쪽으로 50cm∼1m 들어간 곳의 바닥에 노란색 발자국을 그려 넣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 어린이들은 등하교 시간에 도로에 바짝 붙어 있다가 신호가 바뀌면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노란색 발자국 그림이 생기자 어린이들이 차도에 붙지 않고 그려진 발자국에 얌전히 발을 대고 기다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차도와 멀리 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10월까지 관할 903개 모든 초등학교 주변 건널목에 노란 발자국을 그려 넣었다. 그러자 지난해 1∼8월 52건이나 됐던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가 올해 1∼8월에는 38건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사상자 역시 55명에서 37명으로 줄었다. 경기남부청 이선우 교통계장은 “‘넛지’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4년 1월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에 ‘가야금 건강계단’을 조성했다. 비만을 예방하고, 생활 속 걷기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이 계단은 오를 때마다 가야금 연주 소리가 난다. 또 계단을 이용하면 기업의 후원을 받아 한 사람당 10원씩 기부가 이뤄지도록 했다. 건강계단이 생긴 이후로 평소 같으면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던 시민들이 점점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이 건강계단을 지하철역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외국은 ‘넛지’의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 국세청은 2009년 체납자에게 보내는 독촉장에 ‘영국인의 90%가 세금을 냈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그러자 전년도에 비해 연체된 세금을 납부한 비율이 57%에서 86%로 올라갔다. 2010년 집권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아예 새 정부를 구성하면서 넛지를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 ‘행동 통찰팀’을 만들었다. 금연, 에너지 효율, 장기 기증, 소비자 보호, 자선 기부, 준법 전략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연금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넛지 개념을 사용했다. 젊은층의 퇴직연금 가입자 수가 많지 않아 고민하던 오바마 행정부는 연금 가입을 ‘의사를 밝힌 뒤 가입’하는 방식에서 ‘자동 가입시킨 뒤 탈퇴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자 가입률이 크게 치솟았다. 자격 요건이 되는데도 가입하지 않던 사람들을 연금제도의 테두리 안에 쉽게 끌어들인 것이다. 효과를 본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저축 장려책으로 ‘점진적 저축 증대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급여 인상분에 맞춰 저축 금액이 자동으로 늘어날 수 있게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저축률 증대에 큰 기여를 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20일 의결했다. 기재위는 이날 오후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진행하던 국정감사를 잠시 중단하고 전체회의를 열어 개소세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1월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현재 일반담배 개소세(594원·20개비 1갑 기준)의 21.2%인 126원의 개소세가 적용되고 있다. 전자담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가 자신들의 제품을 세금이 낮은 파이프 담배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기재위는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8월 소위원회에서 전자담배 개소세를 일반 담배의 100%로 올리자고 여야가 합의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며 의결이 미뤄졌다. 논란이 거듭되자 기재부는 일반 담배의 80% 수준으로 개소세를 올리자고 제안했고 기재위는 여야 간사 합의 끝에 89%까지 올리기로 합의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는 529원으로 지금보다 403원 오르게 된다. 정부는 일본의 일반담배 대비 전자담배 세율이 80%인데도 판매 가격이 거의 같고 담배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을 봤을 때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개소세에 이어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등도 일반 담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줄줄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 전자담배 가격이 계속 현 수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자산 규모 5조 원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인터넷 검색서비스업체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집중 포격을 받았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에도 독과점 규제를 받지 않는 점과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 등이 도마에 올랐다. 네이버는 19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감 시작과 동시에 집중 포화를 당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네이버로 인한 중소 사업자, 정보기술(IT) 사업자의 눈물이 있다. 네이버는 가격비교 사이트, 부동산 사이트 등을 대놓고 베꼈다”며 포문을 열었다. 또 정 의원은 광고료를 많이 줄 수 있는 업체에 교묘하게 이익을 줘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업체가 검색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네이버가 시장 지배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네이버 광고와 관련해 소상공인 민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자로서 지위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네이버의 검색 정보와 광고 정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조치가 모바일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PC 및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업 영역이 명확히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점도 거듭 지적됐다. 사실상 독과점에 가까운 네이버를 규제하기 위해 ‘검색 시장’을 새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 자료를 허위 제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정위는 올해 9월 처음으로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를 총수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되지 않았던 2014년과 2015년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의장이 국감 증인으로 불출석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 전 의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출장을 사유로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국감 회피용 해외 체류를 하는 것으로, 재벌이 아니라고 하지만 하는 행동은 재벌과 다를 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건혁 gun@donga.com·김준일 기자}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째 환율 관련 관찰대상국 리스트에는 올려놓으며 한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 시간) ‘2017년 환율보고서’를 공개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5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발표부터 4번 연속 관찰대상국에 지정됐다. 미국은 매년 4월, 10월 등 두 차례씩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은 자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대미(對美) 무역흑자 연간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GDP 대비 외화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내 조달계약 참여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2가지 요건에 해당하거나 한 항목에서 과도하게 높은 수치를 나타내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줄곧 중국과 함께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한국은 기본적으로 환율을 시장에 맡겨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대응에 나서 왔다. 실제로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달러 순매수 규모를 줄이며 미국 정부의 오해를 받을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연간 대미 무역흑자가 220억 달러에 이르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7%에 달한다며 관찰대상국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억 달러 감소했고,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를 포함하면 120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자국에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당분간 거두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를 들고나올 경우 한국이 덩달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 북핵 대응 등에서 미중 양국의 갈등이 불거지면 한국 역시 환율조작국 시비에 다시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째 환율 관련 관찰대상국 리스트에는 올려놓으며 한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2017년 환율보고서’를 공개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5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발표부터 4번 연속 관찰대상국에 지정됐다. 미국은 매년 4월, 10월 두 차례씩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은 자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대미(對美) 무역흑자 연간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GDP 대비 외화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내 조달계약 참여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2가지 요건에 해당하거나 한 항목에서 과도하게 높은 수치를 나타내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줄곧 중국과 함께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한국은 기본적으로 환율을 시장에 맡겨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대응에 나서 왔다. 실제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달러 순매수 규모를 줄이며 미국 정부의 오해를 받을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또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액화석유가스(LPG), 셰일가스 등의 대미 원자재 수입을 늘렸고 반도체 장비, 농산물 수입도 확대했다. 미국은 한국의 연간 대미 무역흑자가 220억 달러에 달하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7%에 달한다며 관찰대상국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억 달러 감소했고,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를 포함하면 120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자국에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경상수지 흑자는 상반기 동안에만 5.3% 감소했다. 원화가 달러와 대비 완만하게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한국 당국이 순매수 개입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당분간 거두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를 들고 나올 경우 한국이 덩달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 북핵 대응 등에서 미-중 양국의 갈등이 불거지면 한국 역시 환율조작국 시비에 다시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달 삼성 등 5대 그룹 경영진과 만난다. 올 6월 4대 그룹 경영진을 만나 스스로 변화할 것을 주문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 2차 간담회에서 대기업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내달 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의 전문경영인을 만난다. 김 위원장이 먼저 재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가맹사업, 대규모 유통업, 하도급 분야의 갑을관계 개선 대책을 의욕적으로 내놓았다. 대기업 정책에 대한 공정위의 방향을 시장에 충분히 알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에 “자율 상생 방안을 찾아 달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공정위 내부에서는 대기업이 김 위원장의 주문에도 ‘액션’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간담회 일정을 다시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4대 대기업 외에 롯데가 새로 포함된 것 역시 공정위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입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 뒤라 누가 참석할지 불투명하다. 현대차는 정진행 사장, SK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LG는 하현회 사장 등 6월 회동에 참석했던 경영인들이 다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 재판이나 실적 부진으로 내부 사정이 어려워서 적극적인 개혁 조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주세(酒稅)로 거둬들인 세수(稅收)가 3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와 소주가 주세 세원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가운데 위스키는 소비량 감소로 세수 역시 줄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에서 받은 ‘주류 출고량 및 과세표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걷힌 주세는 3조237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2조5227억 원이었던 주세 세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3년 연속 줄어들었다가 2011년부터 다시 해마다 늘고 있다. 10년간 걷힌 주세는 28조3666억 원이었으며 연간 기준 주세가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3조926억 원)이 처음이었다. 주세의 절반가량은 맥주로 거둬들였다. 지난해 맥주에 붙은 주세는 1조4221억 원으로 전체 주세의 43.9%를 차지했다. 희석식 소주가 1조2120억 원(37.4%)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위스키는 지난 10년간 출고량이 급격히 줄면서 주세 역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07년 출고된 위스키에 붙은 주세는 1170억 원으로 맥주, 희석식 소주에 이어 3번째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위스키 주세는 110억 원에 불과했다. 접대문화가 바뀌면서 위스키가 많이 소비되는 룸살롱, 단란주점 등 고급 유흥주점이 예전만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인천항만공사(IPA)는 구인난을 겪는 인천항 협력 기업과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를 연결해 주는 ‘행복한 일이 생기는 인천항―동행면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구직자와 인천항의 중소 물류기업이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해 주는 사업이다. 인천항 협력 기업이 인천항만공사에 채용 서비스를 요청하면 인천항만공사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고용센터, 인하대 미래인재개발원 등과 함께 구직자를 물색해 해당 기업에 연결해 준다. 구직자는 해당 기업 현장을 둘러본 뒤 인천항만공사가 제공한 면접장에서 취업을 원하는 회사 관계자와 대면 면접을 한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 물류기업인 서광로지스와 12일 첫 동행면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광로지스는 지게차 운전원 1명을 채용하겠다고 인천항만공사에 밝혔고 이후 직무적합자 6명이 회사 현장 투어 및 대면 면접을 거쳤다. 안길섭 인천항만공사 인사관리팀장은 “중소 물류기업은 기업 규모가 작아 구직자로부터 외면받기도 하는데 이러한 채용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한 나라나 국제 정세에는 개개의 지도자들의 성향과 이념, 기술 말고도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영향은 일시적이다.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지리의 힘(팀 마샬·사이·2016년) 》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한은 여전히 광적인 데다 곧잘 효과가 있는 ‘강력한 약자’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지배층은 볼모나 다름없는 주민들에게 조국이 온갖 역경과 외국 악마들에게 당당히 맞서는 강력하고 위엄 있는 나라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북한 지배층이 이런 행세를 할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를 지리적으로 분석한다. 18세기 한반도의 ‘은자의 왕국’이라는 별칭은 한반도가 정복과 점령, 혹은 어디론가 가기 위한 경유지가 되자 스스로 고립을 택한 데서 나왔다. 한반도가 이런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천연장벽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북쪽에서는 일단 압록강을 건너면 남쪽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 반대로 해상에서 육로로 진입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배경에서 몽골, 일본 등이 한국을 여러 차례 침략했다. 북한이 연약한 것 같되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역할을 해내는 것은 일종의 트릭으로, 한국의 위치와 역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25년간 국제 문제를 취재해 온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지리가 인류 생활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지정학(geopolitics), 지경학(geoeconomics)이 아닌 지리(geo)로 세계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시선이다. 저자는 미국, 서유럽, 중국,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나눠 ‘지리의 힘’이 현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꼼꼼히 나열하고 있다. 예컨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영국이 유럽대륙에서 떨어져 있는 섬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중국해 분쟁 등 중국이 수많은 영유권 분쟁을 겪는 건 중국의 해상 지리 특성에 따른 봉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의 분석은 언뜻 ‘결정론’적인 접근처럼 보이지만, 세계 정치와 경제가 작동하는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밌는 시선이기도 하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실험적인 고용정책을 잇달아 밀어붙이면서 ‘공공기관이 실험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분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 채용정책이 구체적인 효과 검증 없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능력 중심 사회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를 공공부문이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지 2주 만인 7월 5일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332개의 모든 공공기관이 7월부터, 149개 지방공기업은 8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는 게 골자였다. 불과 2주 만에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공공기관의 채용방식이 급격히 바뀌자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하던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공공기관들이 전형 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는데도 서울 노량진 등의 일부 학원은 취업준비생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각종 강좌를 개설해 수강료를 챙겼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면서 정부에 좀처럼 쓴소리를 하지 않았던 국책 연구원들이 나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공공기관 채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고’에서 “순환보직으로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채용으로는 블라인드 채용의 본질적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부정 청탁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급하게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할당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도 계속됐다. 실력 중심의 채용문화를 만들겠다며 출신지, 출신 학교 등을 가리는 채용 방식을 만들어 놓고 동시에 지역인재를 할당해 뽑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서였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는 일자리 정책, 노동시장 정책 등 정권 기조의 뼈대가 되는 굵직한 포부를 내놓으면서 ‘공공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써왔다. ‘민간의 변화를 이끌려면 공공부문이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그럴듯한 포장이 붙었지만, 실상은 동원하기 쉬운 공공기관을 리트머스시험지로 이용하는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 의무화, 박근혜 정부의 임금피크제 등은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민간에 정착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대기업이 친족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10일 공정위는 모(母)대기업에서 분리된 친족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계열분리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분리된 친족기업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받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사는 30% 이상의 내부거래가 있으면 제재 대상이 되지만, 친족분리 기업은 모대기업과의 거래량이 많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 중심에 있던 유수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유수홀딩스는 일부 계열사가 한진해운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68%에 달했다. 하지만 2015년 유수홀딩스가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없었다. 2015년 2월 공정위가 4대 그룹에서 분리된 48개 회사 실태를 알아본 결과 23개 회사가 모그룹에 전체 거래의 50% 이상을 기대고 있었다. 공정위는 친족 분리된 회사에 분리 이후에도 일정 기간 모그룹 거래 내역을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이 발견되면 친족분리를 취소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해 12월 초부터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상향 조정했다. IMF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IMF는 10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2.7%)보다 0.3%포인트 올려 잡은 3.0%로 전망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3.0%로 예측했다. 이 역시 기존 전망(2.8%)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앞서 9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3.0%, 내년 3.0%로 볼 것”이라며 전망치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좋아진 것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기의 영향이 크다. 미국이 소비 호조세를 바탕으로 올 2분기에 예상보다 웃돈 3.1%(연율 기준)의 성장률을 거두고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IMF는 “세계적으로 투자 및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산업 생산도 반등해 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근거로 IMF는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소폭 조정했다. 중국은 성장세가 다소 꺾이지만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게 아시아 지역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IMF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큰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 대해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높였다. IMF와 정부의 예측대로 한국이 올해 3%대 성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광공업 생산, 소비 등의 회복세가 더딘 데다 설비투자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북핵 위협에 따른 금융 불안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가 경제 심리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간판 일자리 사업’으로 등장한 정책이다. 하지만 지원 절차가 복잡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올해 예산 709억 원 중 93억 원이 집행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직원의 임금을 지원해주는 이른바 ‘2+1 추가 고용제’는 예산이 편성된 뒤에도 상세 운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추석을 앞둔 지난달 말부터 집행되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교한 사업 설계는 뒷전으로 밀리고 일자리 사업에 배정해 놓은 나랏돈은 쓰지도 못하고 묵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속도전에 힘쓰기 전에 현재 시행 중인 일자리 정책에 문제점이 없는지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홍보 부족 탓하는 정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부터 “일자리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빨리 집행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신했던 ‘빠른 집행’은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청년이 쥐는 목돈을 1200만 원에서 1600만 원으로 400만 원 올렸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집행률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지난달 13.1%에 그쳤다. 취업성공패키지 역시 예산 집행률(55.1%)이 올해 7월까지의 전체 평균(62.9%)에 못 미친다. 이 예산은 올해 안에 쓰지 못하면 모두 불용(不用) 처리된다. 지난달까지 두 사업에서 못 쓴 예산만 2600억 원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 감소분(1000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취업성공패키지의 청년 구직촉진수당은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라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내일채움공제는 6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투입되는 예산이 더 많아지는 구조라 연말에는 집행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통과 두 달 지나서야 집행 사업 운영 방안을 뒤늦게 만드느라 실제 예산 집행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2+1 추가 고용제’는 지난달 말에야 집행이 시작됐다. 이마저도 1차 공모 신청자에 대한 심사 절차에 착수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지원을 받을 대상자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기재부 측은 “사업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공모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일자리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업은 마지막 날까지 최대한 발굴해서 넣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사업들을 포함시키다 보니 운영 방안조차 없는 정책들에 예산을 ‘묻지마 편성’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기대했던 고용 창출 효과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일자리 2만3500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월 청년실업률(9.4%)이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고용 시장 한파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땜질식 수정’에 나서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예산이 늘어날수록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내수 진작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김준일 기자}

대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직접 투자한 금액이 최근 5년 사이 갑절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기업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자금이 향하는 현상은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가 강화된 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역외탈세 방지 대책과 국내투자 유인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이 조세회피처 15곳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31억6890만 달러(약 3조6642억 원)로 2012년(13억840만 달러)보다 18억6050달러(142.2%) 늘었다. 조세회피처는 개인 또는 법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 및 지역을 가리킨다.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등 대서양 태평양의 작은 섬들이 많다. 법인을 세울 때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어서 탈세의 온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은 악질적인 조세회피처에 대한 조세정보 공유를 촉구하고 있다.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직접투자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시행과 맞물려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법인의 조세회피처 투자금액은 35억4030만 달러(약 4조713억 원)였다. 이 중 대기업 비중은 90%로 2012년(65%)보다 25%포인트 늘었다.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일정 수준을 넘긴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기업이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을 풀어 임금 상승과 배당을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조세회피처로 나가는 돈만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시행 첫해인 2015년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투자금액(31억1670만 달러)은 사상 처음으로 30억 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다. 해외투자로 사내유보금을 줄이면 세금도 함께 줄어드는데 기업들이 이 점을 악용해 조세회피처로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법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조세회피처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케이맨 제도(32억2610만 달러)였다. 2012년(10억8630만 달러)과 비교하면 약 3배로 늘었다. 해외직접 투자 금액 대부분이 케이맨 제도로 흘러간 것이다. 이곳은 세계 최악의 조세회피처 중 한 곳으로 꼽히며 검찰이 대기업 수사를 할 때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소재지로 종종 등장하는 곳이다. 영국의 건지섬(2억690만 달러), 마셜 제도(6290만 달러), 영국령 버진아일랜드(2600만 달러) 등에도 많았다. 제대로 된 기업 투자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심재철 의원은 “대기업이 조세피난처에 무분별하게 투자를 확대하면 국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동시에 탈세로 이어질 우려가 높아진다”며 “과세 당국이 철저히 감독하고, 조사 역량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 10년간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가장 많이 취업한 기업은 삼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과 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이 국무조정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월∼올해 8월 퇴직한 4급(서기관) 이상 고위공직자 중 124명이 삼성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취업한 1974명 중 6%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 계열사에 99명이 취업했고, 한화그룹 45명, SK그룹 37명, KT 29명 등이 뒤를 이었다. 퇴직 고위공직자의 주요 낙하산 통로로 여겨지는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취업한 고위공직자는 113명이었다. 대형 로펌에는 45명이 입사했다. 취업자들의 옛 소속기관은 국방부(506명)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대통령비서실 및 경호처(136명), 금융감독원(118명), 검찰(109명), 국정원(92명) 순이었다. 주로 인허가 감독 및 규제, 사정을 담당하는 기관 출신이 새로운 직장을 잘 구했다. 군 출신은 방위산업체에, 금융위원회 출신은 금융계열사에,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은 대형 로펌에 주로 새 둥지를 틀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근 1년간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돈이 3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기준으로 해외 지출액이 30조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국내 소비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해외 씀씀이만 급격히 커지면서 내수 활성화로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공염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광, 의료 등 국내 서비스 산업이 규제에 묶여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의 핵심인 가계의 지갑이 나라 밖에서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로 향하는 소비 심리를 국내로 돌리지 못하면 연 3%대로의 경제성장률 회복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계의 해외 지출 금액은 올 상반기 15조61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14조7186억 원)와 합하면 최근 1년간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돈은 30조3305억 원에 달했다. 이는 해외 관광 등을 떠나 쓴 돈이 대부분이다. 해외 직구(직접구입)나 업무(회사 출장 등)로 쓴 금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연도별 해외 지출 금액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21조8884억 원이었던 해외 지출은 2015년(26조7023억 원)에 처음 25조 원을 넘어섰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첫 3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10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로 해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해외 씀씀이 증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추석 연휴에 하루 기준 해외 출국자 수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여행객은 11만4751명으로 이전 최다인 올해 7월 30일(10만9918명)을 뛰어넘었다. 이러는 사이 올해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가 확정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8월 여행수지 적자는 109억3650만 달러(12조5300억 원)로 역대 최대 적자폭을 보였던 2015년(100억5560만 달러·11조5000억 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에 더해 혁신성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규제 개혁 등 과거 정부에서 썼던 정책들을 재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각종 법률 개정이 여야 정쟁에 휘말려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현 정부에서 보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달 전체 실업자 중 절반 가까이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자와 비교해 특히 전문대 졸업생의 실업이 큰 폭으로 늘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전체 실업자 100만1000명 중 49만1000명(49.1%)이 대졸 이상 학력의 실업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대 졸업이 16만5000명, 4년제 대학 졸업이 32만6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전체 실업자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대졸 이상 실업자는 12.9%(5만6000명)나 늘었다. 특히 전문대 졸업생의 실업자 수가 35.6%(4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정부부터 전문대 중심의 직업교육을 강화하면서 전문대 졸업자 자체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졸 이상 실업자의 대부분은 청년층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올해 2분기(4∼6월)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전체 대졸 실업자(54만6000명) 가운데 20∼34세 대졸 실업자는 36만6000명으로 전체의 67% 수준이었다. 고학력 실업자 3명 중 2명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연령대에 몰려 있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학력 수준이 올라가 대졸 취업 준비생이 많은 상황에서,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치 않으면서 나타나는 결과로 풀이된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달 한국 수출이 550억 달러(약 63조575억 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987년 한 해 동안 수출한 금액(473억 달러)보다 규모가 크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재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9월 한국 수출액은 551억3000만 달러(통관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다. 30년 전인 1987년 연간 수출액보다 많은 금액을 한 달 동안 벌어들인 셈이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23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 수출액 증가폭은 6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5% 늘어나며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무역수지는 137억5000만 달러로 68개월 연속 흑자였다. 지난달 수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역시 반도체였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70% 늘어난 96억945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6%였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29.3%로 5.7%포인트 낮아진다. 또 철강제품이 단가 상승과 대규모 프로젝트성 철구조물 수출 등에 힘입어 1년 전보다 107.2% 증가하며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다. 1∼9월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액이 7849억 달러에 이르면서 연간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2014년 1조982억 달러 이후 지난해까지 무역액은 1조 달러를 밑돌았다. 다만 최장 열흘에 이르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들이 ‘밀어내기’에 나선 데다 북핵 위기 등으로 4분기(10∼12월) 수출 증가폭이 주춤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많은 업체가 10월 수출 물량을 지난달에 다 밀어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4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김준일 기자}

통계 작성(1956년) 이후 역대 월별 최대치를 나타낸 지난달 수출은 양적인 부분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였다. 내수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수출만큼은 한국 경제의 상승세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들게 했다. 특히 13개 주력 수출품목 중 10개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내 ‘한국 경제가 반도체 하나로 버틴다’는 그동안의 우려를 잠시 씻어냈다. 하지만 어느 해보다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미리 물량을 밀어낸 측면이 있고, 대외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해 성급한 낙관론을 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 수출은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이 늘었다. 그러나 ‘반도체 하나 억지로 붙들고 (수출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반도체에 기댄 측면이 컸다. 하지만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동향’을 뜯어보면 주요 수출 품목의 고른 수출 증가가 눈에 띈다. 철강(107.2%) 반도체(70%) 석유화학(41.5%) 선박(38.7%) 등 한국 수출의 기둥 제품들이 대부분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철강의 경우 중국이 국영 철강기업을 구조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철강재 수출 단가 상승이 수출 금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는 슈퍼 호황기 속에 스마트폰 신제품이 쏟아져 나와 여전히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석유화학은 유가 상승의 덕을 봤다. 선박은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기저효과가 있었다. 이번 수출 실적에서 또 하나 고무적인 측면은 시장이 다변화됐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액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국의 2대 수출 시장이 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수출액은 91억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8% 상승했다. 아세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한 중간재 부품을 대거 현지에 수입했기 때문이다. 중국(135억 달러·23.4%), 미국(66억 달러·28.9%), 베트남(47억 달러·69.4%), 중남미(35억 달러·65.2%)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월 수출액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통관을 앞당기는 바람에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년이라면 10월에 수출할 것을 9월에 수출한 ‘물량 밀어내기’의 효과가 컸다는 뜻이다. 또 작년에는 9월에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 9월 조업일수가 2.5일 더 많아 수출액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수출액 증가가 물량 증가보다는 금액 상승 영향이 더 컸다는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모두 가격 상승 덕을 봤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출액 증가세가 잦아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는 것도 향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KOTRA가 발표한 4분기(10∼12월) 수출선행지수는 59.7로 3분기(7∼9월)보다 4.2포인트 하락했다. 수출선행지수는 해외 바이어와 주재 상사들의 주문 동향을 토대로 한국의 수출 경기를 예측한 지수다. 수출 증가에 대한 조정이 4분기에 일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4분기부터 세계 통상 환경이 악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며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