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49

추천

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종교70%
문학/출판20%
문화 일반7%
인사일반3%
  • [책의 향기]생각의 지렛대로 삶의 종점 움직이기

    한때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음(知音)은 고사하고 휴대전화에 수백 명이 있지만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대리만족으로 진정한 우정을 노래한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탐독했는데. 어느 날 문득, 엉뚱하게도 시의 주제와는 정반대의 생각이 들면서 자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시인도 그런 우정을 얻기 힘드니까 이렇게 절실하게 시를 썼을 텐데 하물며 나야…. 만약 ‘저런 우정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자책과 후회만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를 썼던 저자가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삶이 이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고, 결말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의 힘을 그러모으자”라고 제안했다. 삶의 결말이 영화처럼 바뀌기를 바란다면, 지렛대로 바위를 움직이듯 생각의 지렛대로 삶을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부끄러움, 권태, 냄새, 무의미, 사랑과 질투, 심지어 음악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생각하는 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 익숙한 것, 당연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실을 저지른 인간은 타인이 던지는 조소의 나락으로 떨어져 아무런 구원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이 저지른 과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을 고귀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부끄러움의 마음을 품는 것 자체가 우리를 구원한다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1부 ‘일상의 보석’ 중 ‘부끄러움, 인간의 위대한 마음’에서)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를 일반인의 쉬운 표현으로 바꾸면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늘 익숙하게 한쪽 방향, 한쪽 면만 바라보고 살다가 익숙한 것은 낯설게, 어두운 것은 밝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결론을 바꿀 수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이 두 배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책은 군데군데 다소 난해한 대목도 있다. 부제 ‘삶의 무의미를 견디는 연습’.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강해 보이는 불끄는 영웅들… 절반이 ‘마음의 그을음’ 시달려”

    “소방관들은 워낙 건강해 보이니까, 정신적 힘듦을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참고 있는 것뿐이더라고요.” 3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천주교 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의 강혁준 아우구스티노 신부(소방공무원 사목 담당)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는 2018년 8월 전 교구 중 처음으로 소방공무원 담당 사목을 신설했다. 강 신부는 지금까지 7년째 전문 상담·치유사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개별 및 집단 상담, 예술 치료 등을 통해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돕고 있다. 강 신부는 “흔히 소방관이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많이 숨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순직보다 극단적 선택이 더 많다”고 했다. 최근 소방청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더라도, 2015∼2024년 위험 직무 순직 공무원은 35명인 반면 극단적 선택은 134명에 이른다. 지난여름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컸다. 소방관들의 심리적 건강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이었다. 거의 절반(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강 신부는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은 치료도 필요하지만, 운동으로 평소 몸 건강을 관리하듯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평상시에 마음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속해서 단련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런데 워낙 일이 힘들고, 긴급 출동이 많아 꾸준히 단련할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각 소방서에서 마음 건강 단련·치료 프로그램을 꼭 근무 시간에 했으면 좋겠다고도 권했다. 강 신부는 “안 그래도 힘들어 쉬고 싶은데, 근무 끝난 뒤 누가 하고 싶겠느냐”며 “소방관들도 ‘난 괜찮은데 무슨 치료를 받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머리로는 괜찮은 것 같아도,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쌓여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 전 교구에서 소방관 담당 사목은 강 신부가 유일하다. “한 구급차 소방관은 위급 환자를 태우고 병원 ‘뺑뺑이’를 하다 결국 집에 내려줬던 일을 겪은 뒤 지금도 운전대를 못 잡고 있어요. 그만큼 소방관들은 다양한 종류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돕는 데도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성모 마리아 ‘공동 구세주’ 칭호 부적절”… 교황청, 수백년 이어져온 논쟁에 마침표

    교황청이 성모 마리아를 더 이상 ‘공동 구속자(救贖者·구세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가톨릭계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논쟁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현지 시간) 개정해 공표한 ‘신앙인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Faithful People)’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 구속자(Co-redemptrix)라는 칭호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 구속(대신 속죄해 구원함)의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예수의 인간 구속 사역을 도왔을 뿐 공동으로 행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신앙인의 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을 담은 교리 문서다. 교황청은 “공동 구속자란 표현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 즉 예수만이 주님에게 무한한 희생을 바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체라는 사실을 가릴 위험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성모 마리아를 참되게 공경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모 마리아를 “구원과 은총의 일에서 첫째이자 으뜸가는 협력자”로 규정하고, ‘주님의 어머니’ ‘주님의 충실한 신앙인의 어머니’ 등 모성을 나타내는 칭호를 쓰길 권고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황청 “성모 마리아는 공동 구세주 아니다” 수백년 논쟁 종지부

    교황청이 성모 마리아를 더 이상 ‘공동 구속자(救贖者·구세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가톨릭 계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논쟁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현지 시간) 개정해 공표한 ‘신앙인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Faithful People)’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 구속자(Co-redemptrix)라는 칭호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는 인간 구속(대신 속죄해 구원함)의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예수의 인간 구속 사역을 도왔을 뿐 공동으로 행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신앙인의 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을 담은 교리 문서다.교황청은 “공동 구속자란 표현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 즉 예수만이 주님에게 무한한 희생을 바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체라는 사실을 가릴 위험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성모 마리아를 참되게 공경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모 마리아를 “구원과 은총의 일에서 첫째이자 으뜸가는 협력자”로 규정하고, ‘주님의 어머니’ ‘주님의 충실한 신앙인의 어머니’ 등 모성을 나타내는 칭호를 쓰길 권고했다.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역대 교황들조차 다른 입장을 취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등 21세기 교황들은 이번 지침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5
    • 좋아요
    • 코멘트
  • “소방관들 순직보다 극단적 선택 많아…마음 건강 돌봄 절실”

    “소방관들은 워낙 건강해 보이니까, 정신적 힘듦을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참고 있는 것뿐이더라고요.”3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천주교 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의 강혁준 아우구스티노 신부(소방공무원 사목 담당)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는 2018년 8월 전 교구 중 처음으로 소방공무원 담당 사목을 신설했다. 강 신부는 지금까지 7년 째 전문 상담·치유사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개별 및 집단 상담, 예술 치료 등을 통해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돕고 있다.강 신부는 “흔히 소방관이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많이 숨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순직보다 극단적 선택이 더 많다”라고 했다. 최근 소방청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더라도, 2015~2024년 위험 직무 순직 공무원은 35명. 반면 같은 기간 극단적 선택은 134명에 이른다. 지난 여름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컸다. 소방관들의 심리적 건강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이었다. 거의 절반(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강 신부는 “한 은퇴한 소방관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화상(火傷)을 입고 엄마를 찾다가 숨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치료를 받고 있다”며 “많은 소방관이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힘들 때 환청, 환각, 탄 냄새 등이 나타나는 증상을 겪는다”고 했다. 소방관 중엔 김치나 회를 못 먹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김치는 피, 회는 인명 피해 현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은 치료도 필요하지만, 운동으로 평소 몸 건강을 관리하듯 예방하는 게 중요해요. 평상시에 마음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속해서 단련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워낙 일이 힘들고, 긴급 출동이 많아 꾸준히 단련할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아요.”때문에 각 소방서에서 마음 건강 단련·치료 프로그램을 꼭 근무 시간에 했으면 좋겠다고도 권했다. 강 신부는 “안 그래도 힘들어 쉬고 싶은데, 근무 끝난 뒤 누가 하고 싶겠느냐”라며 “소방관들도 ‘난 괜찮은데 무슨 치료를 받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머리로는 괜찮은 것 같아도,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쌓여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가톨릭 전 교구에서 소방관 담당 사목은 강 신부가 유일하다. 소방관 전담직도 10여 년간 경찰 사목을 담당하며 소방관들의 고충을 알게 된 그가 당시 서울대교구 총대리였던 손희송 주교에게 건의해 신설됐다.“한 구급차 소방관은 위급 환자를 태우고 병원 ‘뺑뺑이’를 하다 결국 집에 내려줬던 일을 겪은 뒤 지금도 운전대를 못 잡고 있어요. 그만큼 소방관들은 다양한 종류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단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돕는데도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5
    • 좋아요
    • 코멘트
  • “詩를 읊을 때의 그 따스함… 우리는 다시 사람다워지죠”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목마는 하늘에 있고/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가을바람 소리는/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박인환 시 ‘목마와 숙녀’에서) 단발머리 소녀를 향한 터질 것 같은 마음에, 밤새 쓴 ‘자작시’를 건넸던 적이 있다. 답장은 고사하고 눈길 한 번 못 받은 게 서러워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를 읊었지만 더는 외우지 못해 소주병만 깠던 청춘. 그 시절, 읽는 것만으로도 설렜던 윤동주, 유치환,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언제 내 곁을 떠나갔을까. 누구나 간직한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시와 시인을 만나는 ‘명동 詩(시) 낭송콘서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대다수 활동이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시 낭송’은 그야말로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 10년째 행사를 주최해 온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시인·사진)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 만나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보여주는 문화”라며 “그 따스함이 좋아서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1982년 여성들에게 문학 교육과 문학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여성문예원은 2015년부터 서울 중구문화원과 함께 매년 2∼4차례 시 낭송 콘서트를 열고 있다. 배우 최불암 박정자, 시인 나태주 김용택 이승하, 소설가 김훈 등 여러 명사가 함께해 왔다. 콘서트는 시 낭송과 함께 문학 관련 강의, 낭독극 및 음악 공연 등으로 이뤄진다. 낭독극은 배우들이 대본을 읽는 형태로 진행되는, 주로 동작 없이 화술과 목소리로 연기하는 공연이다. ‘국민배우’ 최불암은 거의 매년 참여한 단골 게스트. 김 원장은 “최 선생님은 예술과 낭만, 시가 흐르는 문화의 거리였던 명동에서 옛 모습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며 “시 낭송뿐만 아니라 직접 낭독극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젠 시를 즐기는 문화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소모임 등을 통해 시를 쓰고 낭독하고 문학기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사람도 매회 100∼2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 원장은 “시 낭독은 자신이 느낀 감동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낭송자가 느낀 감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시 낭독회가 주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올해 25회 시 낭송콘서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다. 소설가 김훈, 시인 도종환 등과 함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김동리의 ‘명동의 달’, 정해종의 ‘흐르는 명동’ 등의 시 낭독과 가수 해바라기,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를 낭송하면 감동의 물결을 온 몸으로 표현할수 있죠”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 詩 ‘목마와 숙녀’에서)단발머리 소녀를 향한 터질 것 같은 마음에, 밤새 쓴 ‘자작시’를 건넸던 적이 있다. 답장은 고사하고 눈길 한번 못 받은 게 서러워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를 읊었지만 더는 외우지 못해 소주병만 깠던 청춘. 그 시절, 읽는 것만으로도 설렜던 윤동주, 유치환,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언제 내 곁을 떠나갔을까.누구나 간직한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시와 시인을 만나는 ‘명동 詩(시) 낭송콘서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대다수 활동이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시 낭송’은 그야말로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 10년째 행사를 주최해 온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시인)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 만나 “갈수록 각박해 가는 세상에서 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보여주는 문화”라며 “그 따스함이 좋아서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라고 말했다.1982년 여성들에게 문학 교육과 문학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여성문예원은 2015년부터 서울 중구문화원과 함께 매년 2~4차례 시 낭송 콘서트를 열고 있다. 배우 최불암 박정자, 시인 나태주 김용택 이승하, 소설가 김훈 등 여러 명사들이 함께 해왔다. 콘서트는 시 낭송과 함께 문학 관련 강의, 낭독극 및 음악 공연 등으로 이뤄진다. 낭독극은 배우들이 대본을 읽는 형태로 진행되는, 주로 동작 없이 화술과 목소리로 연기하는 공연이다. ‘국민배우’ 최불암은 거의 매년 참여한 단골 게스트. 김 원장은 “최 선생님은 예술과 낭만, 시가 흐르는 문화의 거리였던 명동에서 옛 모습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며 “시 낭송뿐만 아니라 직접 낭독극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젠 시를 즐기는 문화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소모임 등을 통해 시를 쓰고 낭독하고 문학기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별한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사람도 매회 100~2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 원장은 “시 낭독은 자신이 느낀 감동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라며 “낭송자가 느낀 감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시 낭독회가 주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올해 25회 시 낭송콘서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다. 소설가 김훈, 시인 도종환 등과 함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김동리의 ‘명동의 달’, 정해종의 ‘흐르는 명동’ 등의 시 낭독과 가수 해바라기,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3
    • 좋아요
    • 코멘트
  • ‘제 9회 안산 생명 사랑걷기 축제’ 열려

    굿프랜드 복지재단(이사장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이 주최한 ‘제9회 안산 생명 사랑 걷기 축제 & 건강 체험 한마당’이 2일 경기 안산문화광장에서 이민근 안산시장, 박대순 안산시의회 의장 및 3만50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굿프랜드 복지재단이 2017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이 행사는, 하루 평균 40.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시대에 함께 걸으며 살아있음의 기쁨을 누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내와 미국, 일본에서 열린 걷기 축제에는 다양한 인종, 나이의 시민들이 참여해 총 1만1000여km의 걸음을 적립했다. 적립된 걸음 1000만원은 200여 명의 이주민 아동과 청소년들의 교육과 한국 생활 적응에 사용된다.김학중 이사장은 “나 하나의 걸음은 작지만, 이런 작은 걸음이 모이면 큰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며 “이런 노력으로 우리 사회가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로 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3
    • 좋아요
    • 코멘트
  • 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 폐회… ‘서울선언’ 채택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 오정현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폐회했다. ‘모든 이에게 복음을’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개막한 WEA 서울총회에는 2000여 명의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가했다.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 문제 등 기독교가 처한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대회 마지막 날 채택한 ‘서울 선언’을 통해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의 여파, 심화하는 경제적 불확실성, 여러 지역에서 고조되는 갈등,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부상 등 우리는 인류 역사상 중대한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며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세계 교회 또한 같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류 공동의 인간성을 외면하는 태도와 사랑의 능력으로 폭력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 모든 민족을 위한 정의와 진리 안에서 평화를 선택한 이들과 함께 서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단호히 거부한다”라고 선언했다. 서울총회는 WEA 새 의장에 고드프리 요가라자 아시아복음주의연맹 회장을 선출하는 것을 끝으로 5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1846년 설립된 WEA는 161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린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세계복음주의연맹 서울총회 폐막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 오정현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폐회했다.‘모든 이에게 복음을’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개막한 WEA 서울총회에는 2000여 명의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가해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 문제 등 기독교가 처한 문제를 논의했다.이들은 대회 마지막 날 채택한 ‘서울 선언’을 통해 “전 세계를 뒤흔든 세계적 팬데믹의 여파, 심화하는 경제적 불확실성, 여러 지역에서 고조되는 갈등, 인공지능의 급속한 부상 등 우리는 인류 역사상 중대한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라며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세계 교회 또한 같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류 공동의 인간성을 외면하는 태도와 사랑의 능력으로 폭력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 모든 민족을 위한 정의와 진리 안에서 평화를 선택한 이들과 함께 서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단호히 거부한다”라고 선언했다.서울총회는 WEA 새 의장에 고드프리 요가라자 아시아복음주의연맹 회장을 선출하는 것을 끝으로 5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1846년 설립된 WEA는 146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2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남초 커뮤니티’ 분노 폭탄… 평범한 남성들이 왜

    오래전 수도권 지하철에 여성 전용 칸이 도입된 적이 있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 같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객차에 여성들만 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여론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뭣보다 ‘지하철을 탄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라는 지적이 많았다. 범죄를 막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 제도는 워낙 여론도 나쁘고 실효성도 없어 결국 흐지부지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남성’에겐 상처를 남겼고, 어떤 이에겐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세월이 상당히 지난 지금, 이 ‘일부 남성’은 일부가 아닌 상당한 규모까지 커졌다. 한데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가 보다. 온라인에서의 여성 혐오, 극단주의, 데이트 폭력 등을 연구해 온 호주 사회학자가 이른바 온라인 ‘남초(男超)’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시대의 실질적인 정치적·사회적 ‘현상’이 된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분석했다. 젊은 남성의 이런 분노는 어디에서 왔고, 왜 모두의 문제가 됐을까. 저자는 이런 남성들을 열등감에 빠진 못난 남자로 간주하고, 그 원인을 단순하게 ‘유해(有害)한 남성성’의 틀에 맞춰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해한 남성성’이란 남성성 중 일부 ‘유해한’ 특질이 폭력, 혐오, 기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개념. 저자는 여성 혐오는 남성이 본래부터 가진 나쁜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병리적 현상’이기에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 혐오가 본래부터 남성 안에 내재한 속성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꾸짖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여성을 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역차별당한다고 믿는 젊은 남성의 억울함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과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그들은 평범하고 지루하기도 한 바로 옆집 남자와 다를 바 없는 개인이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그저 일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려 애쓸 뿐이다. …(비록 끔찍한 방식으로 기는 하지만) 점점 더 버거워지는 세상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1장 ‘젊은 남성, 사회의 폭탄이 되다’에서) 사실 이런 부류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어렵다. 본의와 다르게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도 자신의 분석이 거친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젊은 남성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이런 폭력은 이미 우리 사회 구조 속에 깊숙이 내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도대체 세계적으로 만연해 가는 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소셜미디어 차단이나 잘못된 말과 행동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 등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차단은 남성들을 전보다 더 규제가 약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새 플랫폼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행태로 흐른다. 대신 남성들의 분노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느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대남의 분노를 ‘유해한 남성성’만으로 봐야 하는가

    오래전 수도권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이 도입된 적이 있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 같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객차에 여성들만 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여론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지하철을 탄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라는 지적이 많았다.범죄를 막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 제도는 워낙 여론도 나쁘고 실효성도 없어 결국 흐지부지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남성’에겐 상처를 남겼고, 어떤 이에겐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세월이 상당히 지난 지금, 이 ‘일부 남성’은 일부가 아닌 상당한 규모까지 커졌다. 한데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가 보다.온라인에서의 여성 혐오, 극단주의, 데이트 폭력 등을 연구해 온 호주 사회학자가 이른바 온라인 ‘남초(男超)’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시대의 실질적인 정치적·사회적 ‘현상’이 된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분석했다. 젊은 남성의 이런 분노는 어디에서 왔고, 왜 모두의 문제가 됐을까.저자는 이런 남성들을 열등감에 빠진 못난 남자로 간주하고, 그 원인을 단순하게 ‘유해(有害)한 남성성’의 틀에 맞춰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해한 남성성’이란 남성성 중 일부 ‘유해한’ 특질이 폭력, 혐오, 기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개념.저자는 여성 혐오는 남성이 본래부터 가진 나쁜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병리적 현상’이기에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 혐오가 본래부터 남성 안에 내재한 속성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꾸짖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 해결도 못 할뿐더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여성을 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역차별당한다고 믿는 젊은 남성의 억울함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과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오히려 그들은 평범하고 지루하기도 한 바로 옆집 남자와 다를 바 없는 개인이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그저 일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려 애쓸 뿐이다. …(비록 끔찍한 방식으로 기는 하지만) 점점 더 버거워지는 세상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1장 ‘젊은 남성, 사회의 폭탄이 되다’에서)사실 이런 부류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어렵다. 본의와 다르게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도 자신의 분석이 거친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젊은 남성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이런 폭력은 이미 우리 사회 구조 속에 깊숙이 내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도대체 세계적으로 만연해 가는 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저자는 소셜미디어 차단이나 잘못된 말과 행동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 등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차단은 남성들을 전보다 더 규제가 약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새 플랫폼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행태로 흐른다. 대신 남성들의 분노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느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31
    • 좋아요
    • 코멘트
  • 수녀-교무-스님의 ‘영적 우정’… “종교 달라도 모두가 수행자”

    지난달 1, 2일 이해인 수녀가 머무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비구와 비구니, 남녀 교무, 신부와 수녀 등 수행 생활을 하는 종교인 30여 명이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을 체험하며 영적 친교를 나누는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톨릭 수도원이 스님 등 타 종교인에게 문을 열고 함께 수도 생활을 체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모임을 주최한 박재찬 안셀모 신부(사진)는 27일 서울 중구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에서 만나 “이웃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체험하는 것만큼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서로 화합하는 데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은 다양한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 대화를 위해 1994년 북미와 유럽 대화위원회를 통합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를 설립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위원회는 2019년 발족했으며, 박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절과 원불교 성지를 방문해 그분들의 수행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스님들이 의아해하며 ‘왜 여기 오셨느냐’고 묻더라고요.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했지요.” 박 신부는 “기도와 수행 등 이웃 종교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 종교 간 만남은 자칫 형식적인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종교는 달라도 수행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수행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가까운 친구, 도반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1박 2일 동안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성무일도(聖務日禱)와 미사 등 가톨릭 전례에 참가했다. 또 종교별 명상 및 수행법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녀가 성경을 천천히 읽고 묵상·기도·관상으로 이어지는 가톨릭 전통 영적 독서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설명하면, 스님은 집중과 관찰을 통한 명상법과 차(茶) 명상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덤(?)으로 이해인 수녀는 ‘나의 삶, 시와 기도’란 주제로 젊은 시절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며 이웃 종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 박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토머스 머턴과 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이던 머턴 신부(1915∼1968)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각 종교의 수도승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자 중 한 명. 자기 종교를 초월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했다. 이 때문에 타 종교에 관심이 높아 유교, 도교 공부와 함께 ‘장자(莊子)’까지 번역했다고 한다. “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이른 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나눔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걸 느끼게 되지요. 다양한 종교적 갈등이 존재하는 오늘날, 모든 종교인에게 뭣보다 필요한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종교 간 대화에는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라고 하셨다. 먼저 서로 신뢰하고 우정을 쌓으며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하신 말씀”이라며 “지금은 수도자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점차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자리로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님-교무 초대한 수녀원…“이웃 종교 체험하며 화합해야”

    지난달 1, 2일 이해인 수녀가 머무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비구와 비구니, 남녀 교무, 신부와 수녀 등 수행 생활을 하는 종교인 30여 명이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을 체험하며 영적 친교를 나누는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톨릭 수도원이 스님 등 타 종교인에게 문을 열고 함께 수도 생활을 체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모임을 주최한 박재찬 안셀모 신부는 27일 서울 중구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에서 만나 “이웃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체험하는 것만큼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서로 화합하는데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은 다양한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 대화를 위해 1994년 북미와 유럽 대화위원회를 통합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를 설립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위원회는 2019년 발족했으며, 박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절과 원불교 성지를 방문해 그분들의 수행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스님들이 의아해하며 ‘왜 여기 오셨느냐’라고 묻더라고요.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했지요.”박 신부는 “기도와 수행 등 이웃 종교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 종교 간 만남은 자칫 형식적인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종교는 달라도 수행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수행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가까운 친구, 도반이 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1박 2일 동안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성무일도(聖務日禱)와 미사 등 가톨릭 전례에 참가했다. 또 종교별 명상 및 수행법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녀가 성경을 천천히 읽고 묵상·기도·관상으로 이어지는 가톨릭 전통 영적 독서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설명하면, 스님은 집중과 관찰을 통한 명상법과 차(茶) 명상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덤(?)으로 이해인 수녀는 ‘나의 삶, 시와 기도’란 주제로 젊은 시절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며 이웃 종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박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토마스 머튼과 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이던 머튼 신부(1915~1968)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각 종교의 수도승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자 중 한 명. 자기 종교를 초월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했다. 때문에 타 종교에 관심이 높아 유교, 도교 공부와 함께 ‘장자(莊子)’까지 번역했다고 한다.“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이른 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나눔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걸 느끼게 되지요. 다양한 종교적 갈등이 존재하는 오늘날, 모든 종교인에게 뭣보다 필요한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종교 간 대화에는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라고 하셨다. 먼저 서로 신뢰하고 우정을 쌓으며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하신 말씀”이라며 “지금은 수도자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점차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자리로 확산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30
    • 좋아요
    • 코멘트
  • 교황 레오 14세, 2027년 8월초 한국 온다

    교황이 참가하는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개최일이 2027년 7월 29일∼8월 8일(10박 11일)로 확정됐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WYD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7월 29일∼8월 2일은 전국 15개 교구에서 교구 대회로, 8월 3∼8일은 서울에서 본대회로 진행된다. 본대회 전 교구 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이 각 교구 신자와 교류하며 K문화를 체험하고, 홈스테이 등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에서 열리는 본대회는 정 대주교가 집전하는 개막 미사(3일), 젊은이 축제(4일), 교황 환영 행사(5일), 교리교육(4∼6일), 연극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예수의 수난 여정을 그리는 십자가의 길(6일), 밤샘 기도(7일)와 파견 미사(8일) 등이 순서대로 열린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레오 14세 교황이 다음 개최지를 선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회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교황 환영 행사는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중 한 곳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대규모 신자가 모이는 밤샘 기도와 파견 미사 후보지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과 인근 지역을 검토 중”이라며 “교황 환영 행사 등의 정확한 장소는 교황청과 협의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WYD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한 ‘세계 젊은이의 날’을 기념해 1986년 로마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교황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발전했으며,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는 400만 명,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 명이 참여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에 세계 각지에서 약 10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인 이경상 주교는 “17번째 대회인 서울 WYD는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분단국가에서는 처음”이라며 “가능하면 북한 청년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로 약 2조∼3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1만1000∼1만6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순택 대주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청년들을 향한 우리의 약속이자 인류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초대”라며 “2027년 서울은 단순한 행사 개최지를 넘어 희망과 연대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서울서 2027년 7월 29일 개막 확정

    교황이 참가하는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개최일이 2027년 7월 29~8월 8일(10박 11일)로 확정됐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WYD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7월 29부터 8월 2일은 전국 15개 교구에서 교구 대회로, 8월 3~8일은 서울에서 본대회로 진행된다. 본대회 전 교구 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이 각 교구 신자와 교류하며 K 문화를 체험하고, 홈스테이 등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에서 열리는 본대회는 정 대주교가 집전하는 개막 미사(3일), 젊은이 축제(4일), 교황 환영 행사(5일), 교리교육(4~6일), 연극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예수의 수난 여정을 그리는 십자가의 길(6일), 밤샘 기도(7일)와 파견 미사(8일) 등이 순서대로 열린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레오 14세 교황이 다음 개최지를 선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대회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교황 환영 행사는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중 한 곳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대규모 신자가 모이는 밤샘 기도와 파견 미사 후보지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과 인근 지역을 검토 중”이라며 “교황 환영 행사 등의 정확한 장소는 교황청과 협의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WYD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한 ‘세계 젊은이의 날’을 기념해 1986년 로마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교황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발전했으며,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는 400만 명,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 명이 참여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에 세계 각지에서 약 10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인 이경상 주교는 “17번째 대회인 서울 WYD는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분단국가에서는 처음”이라며 “가능하면 북한 청년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로 약 2조~3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1만1000~1만 6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순택 대주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청년들을 향한 우리의 약속이자, 인류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초대”라며 “2027년 서울은 단순한 행사 개최지를 넘어 희망과 연대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27
    • 좋아요
    • 코멘트
  • “아이들은 믿어주는 어른이 필요… 한명만 함께 걸어도 다시 일어서”

    특이한 신부가 하나 있다. 편의점 ‘알바 대타’를 뛰고, 그도 모자라 가게를 인수까지 해버렸다. 낮에는 청소년을 학대하는 보육시설을 경찰에 고발하고, 밤마다 청소년들과 함께 운동한다. 그러기를 10여 년. 22일 인천 부평구 인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에서 만난 송원섭 베드로 신부(관장)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 그들을 믿어주는 어른”이라며 “함께 걸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 쉼터, 위탁가정 등에 있다가 만 18세가 돼 시설을 나온 18∼24세 청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약간의 자립 지원금, 숙소 등을 지원하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자립은 ‘맨땅에 헤딩’이나 다를 바 없다.‘별바라기’는 이런 자립준비청년 중 우울증, 무기력, 경계선 지능 등 심리적·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청년들 60여 명을 송 신부와 10명의 사회복지사가 돌보는 곳이다. 2013년부터 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런 청년들은 보육시설을 나와도 바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기에 이곳에서 먼저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을 한 뒤 나아지면 자립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육시설에서 살았다고 하면 자립심이나 생활력이 강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단다. 제대로 된 훈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보니 조금만 힘들어 보여도 포기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습관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다.“아이들이 힘든 일도 안 해보고,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여러 사람을 만나니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인근 편의점 사장님들과 계약해 정식으로 채용됐는데, 힘드니까 갑자기 전화해서 ‘아프다’며 새벽 근무를 안 나가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밤새 남의 가게를 비워둘 수는 없는 일. 결국 ‘빵꾸’가 날 때마다 알바 대타는 그의 몫이 됐다. 좋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채용해 준 편의점 사장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가 없어, 아예 인근 편의점을 직접 인수해 사회 적응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보육시설 고발은 마음의 문을 연 아이들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벌어졌다. 지난해 경찰에 고발해 1곳을 폐업시켰고, 현재 2곳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자립준비청년 중에 아르바이트비로 자기가 한 살 때부터 살던 영유아 보육원 3∼5세 동생들을 늘 챙기는 애가 있어요. 8세가 되면 영유아 보육원을 나와 청소년 보육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동생들에게 늘 ‘거긴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당부하더라고요.” 송 신부는 “자기가 거기 나왔는데, 말도 못 하게 학대당했기 때문이라고 울면서 말하더라”며 “웬만하면 고발 같은 거 잘 못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자립지원관 이름인 ‘별바라기’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걷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주자는 뜻이다. 송 신부는 “혼자 자립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엄마가 너무 그립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슬퍼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며 “부모가 돼줄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함께하면 반드시 (아이들도) 달라진다는 걸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했다.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편의점 인수해 보육청년 자립 돕는 송원섭 신부 “믿으면 혼자설 수 있어”

    여기 특이한 신부가 하나 있다.편의점 ‘알바 대타’를 뛰고, 그도 모자라 가게를 인수까지 해버렸다. 낮에는 청소년을 학대하는 보육시설을 경찰에 고발하고, 밤마다 청소년들과 함께 운동한다. 그러기를 10여 년. 22일 인천 부평구 인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에서 만난 송원섭 베드로 신부(관장)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믿어주는 어른”이라며 “함께 걸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 쉼터, 위탁가정 등에 있다가 만 18세가 돼 시설을 나온 19~24세 이하의 청년. 정부와 지자체에서 약간의 자립 지원금, 숙소 등을 지원하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자립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별바라기’에서는 자립준비청년 중 우울증, 무기력, 경계성 지능 장애 등 심리적·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청년들 60여 명을 송 신부와 10명의 사회복지사가 돌보고 있다. 2013년부터 별바라기 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런 청년들은 보육시설을 나와도 바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기에 이곳에서 먼저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을 한 뒤 나아지면 자립하는 과정을 거친다”라고 말했다.얼핏 보육시설에서 살았다고 하면 만화 주인공 ‘캔디’처럼 자립심, 생활력이 강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일반 가정에서는 부모가 때려서라도 깨워 학교를 보내지만, 보육시설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기 때문. 어릴 때부터 싫은 일을 안 해 버릇하다 보니, 조금만 힘들어 보여도 포기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습관이 배 있다는 것이다.“아이들이 힘든 일도 안 해보고,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여러 사람을 만나니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인근 편의점 사장님들과 계약해 정식으로 채용됐는데, 힘드니까 갑자기 전화해서 ‘아프다’며 새벽 근무를 안 나오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밤새 남의 가게를 비워둘 수는 없는 일. 결국 ‘빵꾸’가 날 때마다 ‘알바 대타’는 그의 몫이 됐다.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채용해 준 편의점 사장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가 없어 아예 인근 편의점을 직접 인수해 사회 적응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보육시설’ 고발은 마음의 문을 연 아이들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벌어졌다. 지난해 경찰에 고발해 1곳을 폐업시켰고, 현재 2곳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자립준비청년 중에 아르바이트비로 자기가 1살 때부터 살던 영유아 보육원 3~5살 동생들 늘 챙기는 애가 있어요. 8살이 되면 영유아 보육원을 나와 청소년 보육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동생들에게 늘 ‘OO는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당부하더라고요.”송 신부는 “자기가 거기 나왔는데, 말도 못 하게 학대당했기 때문이라고 울면서 말하더라”라며 “웬만하면 고발 같은 거 잘 못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자립지원관 이름인 ‘별바라기’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걷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주자는 의미다. 송 신부는 “혼자 자립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엄마가 너무 그립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슬퍼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라며 “부모가 돼줄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동반해 준다면 반드시 달라진다는 것을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2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美 법의학자-FBI 키워낸 ‘시체 농장’

    미국 테네시대에는 ‘시체 농장(Body Farm)’으로 불리는,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소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연쇄 살인마들이 마구 사람을 죽이는 또는 좀비들이 출몰하는 곳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정식 이름은 ‘테네시대 인류학 연구소(University of Tennessee Anthropological Research Facility)’. 인간의 시체가 자연 상태에서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연구하는 세계 최초의 연구소다. 1980년 시체 농장을 설립한 저자가 ‘뼈 탐정’에 불과했던 유해 감식을 어떻게 ‘법의인류학’이란 과학으로 발전시켰는지를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마치 유명한 미 과학수사 드라마인 ‘본즈(Bones)’나 ‘CSI: 과학수사대’를 보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경이롭게 다가오는 건, 이 모든 것이 사실 젊은 시절 저자의 뼈아픈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샤이 대령의 사망 추정 시각을 무려 113년이나 잘못 판단했음을 깨닫고 나니 제일 먼저 엄청난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취재하던 신문기자들에게 아주 확신에 차서 말했었건만, 이제 나는 오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7장 ‘시체 농장, 탄생하다’에서) 저자는 망신과 구겨진 체면을 신경 쓰기보다 자신의 무지를 처절하게 반성하며 ‘시체 농장’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4000m² 넓이의 이 연구소를 통해 다양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사망 직후부터 시체가 뼈만 남을 때까지 벌어지는 ‘모든 것’을 연구하고 기록했다. 그 결과 사람의 사망 시각을 가장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수사 기관에 제공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살인 사건을 해결한 것은 물론이고 많은 법의학자와 검시관,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키워내는 산실이 됐다. 실수와 실패를 감추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 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더 나은 내가 되는 가장 용감한 선택이라는 옛 성현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부제 ‘죽음의 진실을 연구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시체 농장 이야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복음주의연맹, 27∼31일 서울총회… 亞서 두 번째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 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오정현 목사)가 27∼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개최된다.1846년 설립된 WEA는 세계 146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적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2019년 제13차 WE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다. 주제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2033을 향하여’.5일간 열리는 총회에서는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동성애로 인한 가정 파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등 기독교가 처한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논의된다. WEA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KEF), 평화한국(Peace Kore) 등과 연대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 선교사들의 석방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주요 의제로 상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서울총회 조직위원회는 “1907년 평양 대부흥으로 타오른 복음의 불씨는 1970∼1990년대 폭발적 부흥과 함께 세계 선교 운동으로 확산했다”며 “이후 한국교회는 약 170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비서구권 최대의 선교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또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총회는 비서구 교회의 자립, 자치 모델을 세계와 공유하고, 성경적 가치관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