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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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종교57%
문학/출판27%
문화 일반7%
사회일반3%
정치일반3%
인사일반3%
  • NGO 첫 바티칸 초청 연설… “교황도 AI 파급 심각하게 여겨”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더군요.” 9월 11일(현지 시간)부터 사흘 동안 바티칸에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창조,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를 개최한 교황청 신학학술원은 교황청 내 7개 학술원 중 가장 권위가 높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이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비정부기구(NGO)가 이 자리에서 연설한 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종교를 넘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와 공공선을 위한 폭넓은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라고 했다. ―주제가 신학에 국한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2002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됐는데, 그동안은 신학을 중심으로 한 세미나였습니다. 그런데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한 올해부터 성격이 지구적·인류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각 분야 민간기구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인, 학자 등이 처음으로 초청됐는데, 청소년 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저희도 초청받은 거죠.” ―교황청의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요.“푸른나무재단은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도 사회학자로서 늘 우리 사회가 가진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지요. 비단 청소년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만,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신학학술원장의 초청문을 봤을 때 정말 가슴이 뛰더군요. 이런 자리에서라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 싶은….” ―연설 주제는 학술원에서 요청한 것인지요.“그건 아니고, 워낙 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많다 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다 싶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청이나 참가자 100여 명도 여러 주제 중에서도 AI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더군요. 특히 교황께서도 즉위 때부터 AI 문제를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교황직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하셨고요.” ―세미나에서 AI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의 부재를 언급했습니다.“과거에는 청소년 폭력이 고등학교에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사이버 범죄가 늘면서 역전된 건데, 그중 AI로 인한 피해가 급속히 커지고 있어요. 딥페이크 등을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AI가 발달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인데,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문제의식을 잘 못 느낍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재미있어서요’ ‘그냥이요’ 이렇게 말하거든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AI 위험성의 본질은 고도로 발전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와 규제의 부재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통해 탄소 배출 감축,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나오듯 AI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요. AI 윤리를 단순히 도덕적인 말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AI 시대는 필연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후 위기에 잘 대비한 산업구조를 갖춘 나라가 생존하는 것처럼 실질적인 일이 아니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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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위험성은 기술 이끌 윤리의 부재…교황도 최우선 과제라고 해”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더군요.”9월 11일(현지 시간)부터 사흘 동안 바티칸에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창조,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를 개최한 교황청 신학학술원은 교황청 내 7개 학술원 중 가장 권위가 높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이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비정부기구(NGO)가 이 자리에서 연설한 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종교를 넘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와 공공선을 위한 폭넓은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라고 했다.―주제가 신학에 국한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2002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됐는데, 그동안은 신학을 중심으로 한 세미나였습니다. 그런데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한 올해부터 성격이 지구적·인류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각 분야 민간 기구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인, 학자 등이 처음으로 초청됐는데, 청소년 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저희 초청받은 거죠.”―교황청의 초청 이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요.“푸른나무재단은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도 사회학자로서 늘 우리 사회가 가진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지요. 비단 청소년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만,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신학학술원장의 초청문을 봤을 때 정말 가슴이 뛰더군요. 이런 자리에서라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 싶은….”―연설 주제는 학술원에서 요청한 것인지요.“그건 아니고, 워낙 AI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많다 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다 싶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청이나 참가자 100여 명도 여러 주제 중에서도 AI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더군요. 특히 교황께서도 즉위 때부터 AI 문제를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교황직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하셨고요.”―세미나에서 AI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의 부재를 언급했습니다.“과거에는 청소년 폭력이 고등학교에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사이버 범죄가 늘면서 역전된 건데, 그중 AI로 인한 피해가 급속히 커지고 있어요. 딥페이크 등을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AI가 발달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인데,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문제의식을 잘 못 느낍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재미있어서요’ ‘그냥이요’ 이렇게 말하거든요.”―뾰족한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AI 위험성의 본질은 고도로 발전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끌어갈 윤리와 규제의 부재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통해 탄소 배출감축,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나오듯 AI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요. AI 윤리를 단순히 도덕적인 말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AI 시대는 필연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후 위기에 잘 대비한 산업구조를 갖춘 나라가 생존하는 것처럼 실질적인 일이 아니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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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청년대회, 종교-인종 넘어 100만명의 축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작은 월드컵’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10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서울 WYD 조직위의 기획 사무국장인 이영제 요셉 신부는 “WYD는 단순히 가톨릭이나 청년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종교, 인종, 나이,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인의 축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직위는 지난달 말에 개최 기간(7월 29일∼8월 2일 지역 교구 대회, 8월 3∼8일 서울 본대회) 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WYD 기간에 ‘작은 월드컵’이 있다고요. “잘 모르는 분이 많지만, 대회 기간에 국가별 축구 대회도 열립니다. 물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경기지만, 나라별로 예선을 통과한 한두 팀이 서울 WYD에서 국가 대항전을 갖습니다. WYD가 점점 더 종교적인 행사를 뛰어넘어 세계 청년들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글로벌 어젠다를 토론하는 축제로 승화되고 있거든요.” ―대회 기간 종교 행사만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개막 미사, 교황 환영 행사, 밤샘 미사 등 종교 프로그램을 뼈대로, 세계에서 온 100만 명의 청년들이 서울 전역에서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서울을 8개 정도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스포츠 대회, 각 나라 문화 소개 및 체험, 음악·연극 등 예술 공연, 전시, 토론 등이 내내 열리니까요. 한마디로 서울 전체가 들썩이는 거죠.” ―2023년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 때문에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청년들이 방학 때 오기 때문에 봄, 가을에 열긴 힘들어요. 저희가 15년 치 날씨를 분석했지만 워낙 기후변화가 심해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숙박과 식사는 각 성당 본당에서 준비합니다. 서울에 230여 개 본당이 있는데, 참가자들을 배분받아 필요한 숙박 장소와 식사를 마련하는 식이죠. 그런데 참가자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순례자라니요. “WYD는 관광이 아니라 순례의 정신으로 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숙소는 호텔, 모텔이 아니라 성당이나 학교 등 공공시설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온다는 뜻이죠. 식사도 교황청이 제시하는 소박한 선에서 제공되고요.” ―북한 청년들의 참가 여부가 관심사입니다. “아직 확답할 수 없지만,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워낙 북한 방문을 강하게 추진하셨기 때문에, 레오 14세 교황도 그에 담긴 뜻을 충분히 알고 계실 겁니다. 교황께서 방한 중에 탈북 청년들과 식사 자리를 갖고, 북한을 포함한 평화의 메시지 등도 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각에선 ‘WYD 지원 특별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학교 강당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해요.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비자 면제 국가가 아닌 경우 한시적으로 특별 비자도 필요하지요. 100만 명이 서울에 모이는데, 경찰이나 소방서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1988 서울 올림픽처럼 큰 행사인데, 특별법이 없다면 정말 힘들게 치를 것 같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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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7 서울 WYD에 ‘작은 월드컵’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작은 월드컵’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10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서울 WYD 조직위의 기획 사무국장인 이영제 요셉 신부는 “WYD는 단순히 가톨릭이나 청년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종교, 인종, 나이,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인의 축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직위는 지난 달 말에 개최 기간(7월 29~8월 2일 지역 교구 대회·8월 3~8일 서울 본대회) 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서울 WYD 기간에 ‘작은 월드컵’이 있다고요.“잘 모르는 분이 많지만, 대회 기간에 국가별 축구 대회도 열립니다. 물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경기지만, 나라 별로 예선을 통과한 한 두 팀이 서울 WYD에서 국가 대항전을 갖습니다. WYD가 점점 더 종교적인 행사를 뛰어넘어 세계 청년들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글로벌 어젠다를 토론하는 축제로 승화되고 있거든요.”―대회 기간 종교 행사만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개막 미사, 교황 환영 행사, 밤샘 미사 등 종교 프로그램을 뼈대로, 세계에서 온 100만 명의 청년들이 서울 전역에서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서울을 8개 정도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스포츠 대회, 각 나라 문화 소개 및 체험, 음악·연극 등 예술 공연, 전시, 토론 등이 내내 열리니까요. 한마디로 서울 전체가 들썩이는 거죠.” ―2023년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 때문에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청년들이 방학 때 오기 때문에 봄, 가을에 열긴 힘들어요. 저희가 15년 치 날씨를 분석했지만 워낙 기후 변화가 심해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숙박과 식사는 각 성당 본당에서 준비합니다. 서울에 230여 개 본당이 있는데, 참가자들을 배분받아 필요한 숙박 장소와 식사를 마련하는 식이죠. 그런데 참가자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순례자라니요.“WYD는 관광이 아니라 순례의 정신으로 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숙소는 호텔, 모텔이 아니라 성당이나 학교 등 공공시설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온다는 뜻이죠. 식사도 교황청이 제시하는 소박한 선에서 제공되고요.” ―북한 청년들의 참가 여부가 관심입니다.“아직 확답할 수 없지만,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워낙 북한 방문을 강하게 추진하셨기 때문에, 레오 14세 교황도 그에 담긴 뜻을 충분히 알고 계실 겁니다. 교황께서 방한 중에 탈북 청년들과의 식사 자리를 갖고, 북한을 포함한 평화의 메시지 등도 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일각에선 ‘WYD 지원 특별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학교 강당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해요.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비자 면제 국가가 아닌 경우 한시적으로 특별 비자도 필요하지요. 100만 명이 서울에 모이는데, 경찰이나 소방서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88 서울 올림픽처럼 큰 행사인데, 특별법이 없다면 정말 힘들게 치를 것 같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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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님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 하실수도”

    “스승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리운 이름 ‘법정’(法頂·1932∼2010).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선 법정 스님 원적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소유(無所有)’ 등 스님의 가르침과 삶을 조명하는 첫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법정 스님은 일생을 무소유 정신과 함께 종교의 틀을 넘어 자비와 지혜가 하나 되는 수행의 길을 대중에게 일깨운 ‘참 어른’으로 존경받는다. 6일 길상사에서 만난 주지 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삶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지치고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비움으로 채우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15년 만에 처음 열렸다는 게 의외입니다.“제일 맏상좌로서 스승의 가르침과 삶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더군다나 법정 스님은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으로 늘 손꼽히던 분이셨는데요. 그간 절판된 산문집 ‘무소유’를 복간해야 한다는 권유도 많았고요. 그런데 늘 스님의 유언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유언이라니요.“법정 스님은 돌아가실 때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단순히 출판만 금지한 게 아니라 ‘내 이름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신 거죠. 생전에 당신의 법문과 말씀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모두 직접 폐기하셨을 정도니까요. 그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을 바꾼 계기라도 있습니까.“종교를 떠나 스님의 말씀과 글에 위안받은 분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지난해 봄 출간된 법정 스님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는 나오자마자 동이 날 정도였지요. 그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많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소유는 단순한 청빈이 아니라 탐욕, 불안, 소외 등에 힘들어하는 요즘 사람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는 등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재조명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자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었지요.” ―우문입니다만, ‘무소유’란 무엇인지요.“법정 스님은 차가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느 대중이 스님에게 ‘무소유라면서 왜 차를 갖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지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갖지 말라’가 아니라 ‘갖되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스님은 당신이 시주받아 세운 길상사에서 생전에 단 하루도 주무시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돌아가시고, 다비(茶毘)를 위해 다음 날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하기 전까지 딱 하루만 묵으셨지요.”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하하하. 나는 안 쓰는데, 남 주는 건 또 아깝다면…그게 불필요한 것이지요. 쓰지도 않으면서 붙들고 있으면 그게 바로 얽매어 있는 것이고요.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 그게 정신적 자유이고 곧 무소유입니다.” ―길상사를 ‘우물’처럼 만들고 싶다고 하셨더군요.“많은 분이 길상사를 찾지만, 한 바퀴 돌며 구경할 뿐 딱히 가져가는 건 없지요. 앞으로 ‘법정 학술상’을 제정해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무소유 문학관’을 세워 문학적 향기는 물론이고 언행이 일치한 스님의 삶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법정’이라는 맑고 향기로운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돌아가실 수 있다면, 힘들고 지친 삶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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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고종, ‘인류문화유산’ 영산재 광화문서 봉행

    한국불교태고종(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4회 태고종 영산재(靈山齋) 및 국제수계대법회를 봉행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유산인 영산재는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한 영산회상을 재현한 불교 의식. 수계법회(受戒法會)는 불자로서 지켜야 할 생활 규범과 수행 규칙을 스승으로부터 받고, 이를 지키겠다고 서원하는 의식이다. 상진 스님은 봉행사에서 “영산재는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 즉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을 얻음)의 경지에 이르는 데 참뜻이 있다”라며 “시민 화합과 소통을 기원하는 태고종 영산재를 통해 글로벌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날로 새로워지고 문화민족의 자긍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제수계대법회는 전계아사리(수계자에게 계율을 전달하는 스님)가 십선계를 내리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참회 진언 및 연비의식으로 진행됐다. 이어 영산재가 신중작법, 복청게, 천수바라, 법고, 거불, 축원, 향수나열, 사다라니, 축원화청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과 원로의장 호명 스님, 중앙종회의장 시각 스님, 주호영 국회부의장,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타니 생랏 주한 태국대사, 탄트 신 주한 미얀마대사 등 불교 및 정관계 인사들과 신자 1만여 명이 참석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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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님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 하실수도”

    “스승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놈! 뭐 하는 짓이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그리운 이름 ‘법정’(法頂·1932~2010).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선 법정 스님 원적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소유(無所有)’ 등 스님의 가르침과 삶을 조명하는 첫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법정 스님은 일생을 무소유 정신과 함께 종교의 틀을 넘어 자비와 지혜가 하나 되는 수행의 길을 대중에게 일깨운 ‘참 어른’으로 존경 받는다. 6일 길상사에서 만난 주지 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삶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지치고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비움으로 채우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했다.―15년 만에 처음 열렸다는 게 의외입니다.“제일 맏상좌로서 스승의 가르침과 삶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더군다나 법정 스님은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으로 늘 손꼽히던 분이셨는데요. 그간 절판된 산문집 ‘무소유’를 복간해야 한다는 권유도 많았고요. 그런데 늘 스님의 유언이 마음에 걸리더군요.”―유언이라니요.“법정 스님은 돌아가실 때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단순히 출판만 금지한 게 아니라 ‘내 이름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신 거죠. 생전에 당신의 법문과 말씀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모두 직접 폐기하셨을 정도니까요. 그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마음을 바꾼 계기라도 있습니까.“종교를 떠나 스님의 말씀과 글에 위안받은 분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지난해 봄 출간된 법정 스님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는 나오자마자 동이 날 정도였지요. 그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많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소유는 단순한 청빈이 아니라 탐욕, 불안, 소외 등에 힘들어하는 요즘 사람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는 등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재조명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자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었지요.”―우문입니다만, ‘무소유’란 무엇인지요.“법정 스님은 차가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느 대중이 스님에게 ‘무소유라면서 왜 차를 갖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지요.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갖지 말라’가 아니라 ‘갖되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스님은 당신이 시주받아 세운 길상사에서 생전에 단 하루도 주무시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돌아가시고, 다비(茶毘)를 위해 다음날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하기 전까지 딱 하루만 묵으셨지요.”―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나는 안 쓰는데, 남 주는 건 또 아깝다면…그게 불필요한 것이지요. 쓰지도 않으면서 붙들고 있으면 그게 바로 얽매어있는 것이고요.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 그게 정신적 자유이고 곧 무소유입니다.”―길상사를 ‘우물’처럼 만들고 싶다고 하셨더군요.“많은 분이 길상사를 찾지만, 한 바퀴 돌며 구경할 뿐 딱히 가져가는 건 없지요. 앞으로 ‘법정 학술상’을 제정해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무소유 문학관’을 세워 문학적 향기는 물론이고 언행이 일치한 스님의 삶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법정’이라는 맑고 향기로운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돌아가실 수 있다면, 힘들고 지친 삶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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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각의 지렛대로 삶의 종점 움직이기

    한때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음(知音)은 고사하고 휴대전화에 수백 명이 있지만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대리만족으로 진정한 우정을 노래한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탐독했는데. 어느 날 문득, 엉뚱하게도 시의 주제와는 정반대의 생각이 들면서 자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시인도 그런 우정을 얻기 힘드니까 이렇게 절실하게 시를 썼을 텐데 하물며 나야…. 만약 ‘저런 우정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자책과 후회만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를 썼던 저자가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삶이 이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고, 결말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의 힘을 그러모으자”라고 제안했다. 삶의 결말이 영화처럼 바뀌기를 바란다면, 지렛대로 바위를 움직이듯 생각의 지렛대로 삶을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부끄러움, 권태, 냄새, 무의미, 사랑과 질투, 심지어 음악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생각하는 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 익숙한 것, 당연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실을 저지른 인간은 타인이 던지는 조소의 나락으로 떨어져 아무런 구원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이 저지른 과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을 고귀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부끄러움의 마음을 품는 것 자체가 우리를 구원한다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1부 ‘일상의 보석’ 중 ‘부끄러움, 인간의 위대한 마음’에서)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를 일반인의 쉬운 표현으로 바꾸면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늘 익숙하게 한쪽 방향, 한쪽 면만 바라보고 살다가 익숙한 것은 낯설게, 어두운 것은 밝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결론을 바꿀 수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이 두 배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책은 군데군데 다소 난해한 대목도 있다. 부제 ‘삶의 무의미를 견디는 연습’.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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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해 보이는 불끄는 영웅들… 절반이 ‘마음의 그을음’ 시달려”

    “소방관들은 워낙 건강해 보이니까, 정신적 힘듦을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참고 있는 것뿐이더라고요.” 3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천주교 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의 강혁준 아우구스티노 신부(소방공무원 사목 담당)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는 2018년 8월 전 교구 중 처음으로 소방공무원 담당 사목을 신설했다. 강 신부는 지금까지 7년째 전문 상담·치유사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개별 및 집단 상담, 예술 치료 등을 통해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돕고 있다. 강 신부는 “흔히 소방관이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많이 숨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순직보다 극단적 선택이 더 많다”고 했다. 최근 소방청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더라도, 2015∼2024년 위험 직무 순직 공무원은 35명인 반면 극단적 선택은 134명에 이른다. 지난여름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컸다. 소방관들의 심리적 건강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이었다. 거의 절반(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강 신부는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은 치료도 필요하지만, 운동으로 평소 몸 건강을 관리하듯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평상시에 마음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속해서 단련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런데 워낙 일이 힘들고, 긴급 출동이 많아 꾸준히 단련할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각 소방서에서 마음 건강 단련·치료 프로그램을 꼭 근무 시간에 했으면 좋겠다고도 권했다. 강 신부는 “안 그래도 힘들어 쉬고 싶은데, 근무 끝난 뒤 누가 하고 싶겠느냐”며 “소방관들도 ‘난 괜찮은데 무슨 치료를 받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머리로는 괜찮은 것 같아도,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쌓여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 전 교구에서 소방관 담당 사목은 강 신부가 유일하다. “한 구급차 소방관은 위급 환자를 태우고 병원 ‘뺑뺑이’를 하다 결국 집에 내려줬던 일을 겪은 뒤 지금도 운전대를 못 잡고 있어요. 그만큼 소방관들은 다양한 종류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돕는 데도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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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모 마리아 ‘공동 구세주’ 칭호 부적절”… 교황청, 수백년 이어져온 논쟁에 마침표

    교황청이 성모 마리아를 더 이상 ‘공동 구속자(救贖者·구세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가톨릭계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논쟁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현지 시간) 개정해 공표한 ‘신앙인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Faithful People)’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 구속자(Co-redemptrix)라는 칭호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 구속(대신 속죄해 구원함)의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예수의 인간 구속 사역을 도왔을 뿐 공동으로 행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신앙인의 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을 담은 교리 문서다. 교황청은 “공동 구속자란 표현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 즉 예수만이 주님에게 무한한 희생을 바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체라는 사실을 가릴 위험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성모 마리아를 참되게 공경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모 마리아를 “구원과 은총의 일에서 첫째이자 으뜸가는 협력자”로 규정하고, ‘주님의 어머니’ ‘주님의 충실한 신앙인의 어머니’ 등 모성을 나타내는 칭호를 쓰길 권고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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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청 “성모 마리아는 공동 구세주 아니다” 수백년 논쟁 종지부

    교황청이 성모 마리아를 더 이상 ‘공동 구속자(救贖者·구세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가톨릭 계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논쟁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현지 시간) 개정해 공표한 ‘신앙인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Faithful People)’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 구속자(Co-redemptrix)라는 칭호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는 인간 구속(대신 속죄해 구원함)의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예수의 인간 구속 사역을 도왔을 뿐 공동으로 행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신앙인의 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입장을 담은 교리 문서다.교황청은 “공동 구속자란 표현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 즉 예수만이 주님에게 무한한 희생을 바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체라는 사실을 가릴 위험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성모 마리아를 참되게 공경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모 마리아를 “구원과 은총의 일에서 첫째이자 으뜸가는 협력자”로 규정하고, ‘주님의 어머니’ ‘주님의 충실한 신앙인의 어머니’ 등 모성을 나타내는 칭호를 쓰길 권고했다.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역대 교황들조차 다른 입장을 취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등 21세기 교황들은 이번 지침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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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들 순직보다 극단적 선택 많아…마음 건강 돌봄 절실”

    “소방관들은 워낙 건강해 보이니까, 정신적 힘듦을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참고 있는 것뿐이더라고요.”3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만난 천주교 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의 강혁준 아우구스티노 신부(소방공무원 사목 담당)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는 2018년 8월 전 교구 중 처음으로 소방공무원 담당 사목을 신설했다. 강 신부는 지금까지 7년 째 전문 상담·치유사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개별 및 집단 상담, 예술 치료 등을 통해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돕고 있다.강 신부는 “흔히 소방관이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많이 숨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순직보다 극단적 선택이 더 많다”라고 했다. 최근 소방청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더라도, 2015~2024년 위험 직무 순직 공무원은 35명. 반면 같은 기간 극단적 선택은 134명에 이른다. 지난 여름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컸다. 소방관들의 심리적 건강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이었다. 거의 절반(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강 신부는 “한 은퇴한 소방관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화상(火傷)을 입고 엄마를 찾다가 숨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치료를 받고 있다”며 “많은 소방관이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힘들 때 환청, 환각, 탄 냄새 등이 나타나는 증상을 겪는다”고 했다. 소방관 중엔 김치나 회를 못 먹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김치는 피, 회는 인명 피해 현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은 치료도 필요하지만, 운동으로 평소 몸 건강을 관리하듯 예방하는 게 중요해요. 평상시에 마음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속해서 단련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워낙 일이 힘들고, 긴급 출동이 많아 꾸준히 단련할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아요.”때문에 각 소방서에서 마음 건강 단련·치료 프로그램을 꼭 근무 시간에 했으면 좋겠다고도 권했다. 강 신부는 “안 그래도 힘들어 쉬고 싶은데, 근무 끝난 뒤 누가 하고 싶겠느냐”라며 “소방관들도 ‘난 괜찮은데 무슨 치료를 받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머리로는 괜찮은 것 같아도,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쌓여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가톨릭 전 교구에서 소방관 담당 사목은 강 신부가 유일하다. 소방관 전담직도 10여 년간 경찰 사목을 담당하며 소방관들의 고충을 알게 된 그가 당시 서울대교구 총대리였던 손희송 주교에게 건의해 신설됐다.“한 구급차 소방관은 위급 환자를 태우고 병원 ‘뺑뺑이’를 하다 결국 집에 내려줬던 일을 겪은 뒤 지금도 운전대를 못 잡고 있어요. 그만큼 소방관들은 다양한 종류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단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돕는데도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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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를 읊을 때의 그 따스함… 우리는 다시 사람다워지죠”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목마는 하늘에 있고/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가을바람 소리는/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박인환 시 ‘목마와 숙녀’에서) 단발머리 소녀를 향한 터질 것 같은 마음에, 밤새 쓴 ‘자작시’를 건넸던 적이 있다. 답장은 고사하고 눈길 한 번 못 받은 게 서러워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를 읊었지만 더는 외우지 못해 소주병만 깠던 청춘. 그 시절, 읽는 것만으로도 설렜던 윤동주, 유치환,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언제 내 곁을 떠나갔을까. 누구나 간직한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시와 시인을 만나는 ‘명동 詩(시) 낭송콘서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대다수 활동이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시 낭송’은 그야말로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 10년째 행사를 주최해 온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시인·사진)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 만나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보여주는 문화”라며 “그 따스함이 좋아서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1982년 여성들에게 문학 교육과 문학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여성문예원은 2015년부터 서울 중구문화원과 함께 매년 2∼4차례 시 낭송 콘서트를 열고 있다. 배우 최불암 박정자, 시인 나태주 김용택 이승하, 소설가 김훈 등 여러 명사가 함께해 왔다. 콘서트는 시 낭송과 함께 문학 관련 강의, 낭독극 및 음악 공연 등으로 이뤄진다. 낭독극은 배우들이 대본을 읽는 형태로 진행되는, 주로 동작 없이 화술과 목소리로 연기하는 공연이다. ‘국민배우’ 최불암은 거의 매년 참여한 단골 게스트. 김 원장은 “최 선생님은 예술과 낭만, 시가 흐르는 문화의 거리였던 명동에서 옛 모습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며 “시 낭송뿐만 아니라 직접 낭독극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젠 시를 즐기는 문화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소모임 등을 통해 시를 쓰고 낭독하고 문학기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사람도 매회 100∼2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 원장은 “시 낭독은 자신이 느낀 감동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낭송자가 느낀 감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시 낭독회가 주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올해 25회 시 낭송콘서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다. 소설가 김훈, 시인 도종환 등과 함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김동리의 ‘명동의 달’, 정해종의 ‘흐르는 명동’ 등의 시 낭독과 가수 해바라기,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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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를 낭송하면 감동의 물결을 온 몸으로 표현할수 있죠”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 詩 ‘목마와 숙녀’에서)단발머리 소녀를 향한 터질 것 같은 마음에, 밤새 쓴 ‘자작시’를 건넸던 적이 있다. 답장은 고사하고 눈길 한번 못 받은 게 서러워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를 읊었지만 더는 외우지 못해 소주병만 깠던 청춘. 그 시절, 읽는 것만으로도 설렜던 윤동주, 유치환,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언제 내 곁을 떠나갔을까.누구나 간직한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시와 시인을 만나는 ‘명동 詩(시) 낭송콘서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대다수 활동이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시 낭송’은 그야말로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 10년째 행사를 주최해 온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시인)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 만나 “갈수록 각박해 가는 세상에서 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보여주는 문화”라며 “그 따스함이 좋아서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라고 말했다.1982년 여성들에게 문학 교육과 문학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여성문예원은 2015년부터 서울 중구문화원과 함께 매년 2~4차례 시 낭송 콘서트를 열고 있다. 배우 최불암 박정자, 시인 나태주 김용택 이승하, 소설가 김훈 등 여러 명사들이 함께 해왔다. 콘서트는 시 낭송과 함께 문학 관련 강의, 낭독극 및 음악 공연 등으로 이뤄진다. 낭독극은 배우들이 대본을 읽는 형태로 진행되는, 주로 동작 없이 화술과 목소리로 연기하는 공연이다. ‘국민배우’ 최불암은 거의 매년 참여한 단골 게스트. 김 원장은 “최 선생님은 예술과 낭만, 시가 흐르는 문화의 거리였던 명동에서 옛 모습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며 “시 낭송뿐만 아니라 직접 낭독극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젠 시를 즐기는 문화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소모임 등을 통해 시를 쓰고 낭독하고 문학기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별한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사람도 매회 100~2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 원장은 “시 낭독은 자신이 느낀 감동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라며 “낭송자가 느낀 감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시 낭독회가 주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올해 25회 시 낭송콘서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다. 소설가 김훈, 시인 도종환 등과 함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김동리의 ‘명동의 달’, 정해종의 ‘흐르는 명동’ 등의 시 낭독과 가수 해바라기,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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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9회 안산 생명 사랑걷기 축제’ 열려

    굿프랜드 복지재단(이사장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이 주최한 ‘제9회 안산 생명 사랑 걷기 축제 & 건강 체험 한마당’이 2일 경기 안산문화광장에서 이민근 안산시장, 박대순 안산시의회 의장 및 3만50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굿프랜드 복지재단이 2017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이 행사는, 하루 평균 40.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시대에 함께 걸으며 살아있음의 기쁨을 누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내와 미국, 일본에서 열린 걷기 축제에는 다양한 인종, 나이의 시민들이 참여해 총 1만1000여km의 걸음을 적립했다. 적립된 걸음 1000만원은 200여 명의 이주민 아동과 청소년들의 교육과 한국 생활 적응에 사용된다.김학중 이사장은 “나 하나의 걸음은 작지만, 이런 작은 걸음이 모이면 큰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며 “이런 노력으로 우리 사회가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로 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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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 폐회… ‘서울선언’ 채택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 오정현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폐회했다. ‘모든 이에게 복음을’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개막한 WEA 서울총회에는 2000여 명의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가했다.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 문제 등 기독교가 처한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대회 마지막 날 채택한 ‘서울 선언’을 통해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의 여파, 심화하는 경제적 불확실성, 여러 지역에서 고조되는 갈등,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부상 등 우리는 인류 역사상 중대한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며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세계 교회 또한 같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류 공동의 인간성을 외면하는 태도와 사랑의 능력으로 폭력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 모든 민족을 위한 정의와 진리 안에서 평화를 선택한 이들과 함께 서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단호히 거부한다”라고 선언했다. 서울총회는 WEA 새 의장에 고드프리 요가라자 아시아복음주의연맹 회장을 선출하는 것을 끝으로 5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1846년 설립된 WEA는 161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린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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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세계복음주의연맹 서울총회 폐막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 오정현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폐회했다.‘모든 이에게 복음을’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개막한 WEA 서울총회에는 2000여 명의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가해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 문제 등 기독교가 처한 문제를 논의했다.이들은 대회 마지막 날 채택한 ‘서울 선언’을 통해 “전 세계를 뒤흔든 세계적 팬데믹의 여파, 심화하는 경제적 불확실성, 여러 지역에서 고조되는 갈등, 인공지능의 급속한 부상 등 우리는 인류 역사상 중대한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라며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세계 교회 또한 같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류 공동의 인간성을 외면하는 태도와 사랑의 능력으로 폭력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 모든 민족을 위한 정의와 진리 안에서 평화를 선택한 이들과 함께 서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단호히 거부한다”라고 선언했다.서울총회는 WEA 새 의장에 고드프리 요가라자 아시아복음주의연맹 회장을 선출하는 것을 끝으로 5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1846년 설립된 WEA는 146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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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남초 커뮤니티’ 분노 폭탄… 평범한 남성들이 왜

    오래전 수도권 지하철에 여성 전용 칸이 도입된 적이 있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 같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객차에 여성들만 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여론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뭣보다 ‘지하철을 탄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라는 지적이 많았다. 범죄를 막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 제도는 워낙 여론도 나쁘고 실효성도 없어 결국 흐지부지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남성’에겐 상처를 남겼고, 어떤 이에겐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세월이 상당히 지난 지금, 이 ‘일부 남성’은 일부가 아닌 상당한 규모까지 커졌다. 한데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가 보다. 온라인에서의 여성 혐오, 극단주의, 데이트 폭력 등을 연구해 온 호주 사회학자가 이른바 온라인 ‘남초(男超)’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시대의 실질적인 정치적·사회적 ‘현상’이 된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분석했다. 젊은 남성의 이런 분노는 어디에서 왔고, 왜 모두의 문제가 됐을까. 저자는 이런 남성들을 열등감에 빠진 못난 남자로 간주하고, 그 원인을 단순하게 ‘유해(有害)한 남성성’의 틀에 맞춰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해한 남성성’이란 남성성 중 일부 ‘유해한’ 특질이 폭력, 혐오, 기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개념. 저자는 여성 혐오는 남성이 본래부터 가진 나쁜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병리적 현상’이기에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 혐오가 본래부터 남성 안에 내재한 속성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꾸짖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여성을 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역차별당한다고 믿는 젊은 남성의 억울함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과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그들은 평범하고 지루하기도 한 바로 옆집 남자와 다를 바 없는 개인이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그저 일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려 애쓸 뿐이다. …(비록 끔찍한 방식으로 기는 하지만) 점점 더 버거워지는 세상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1장 ‘젊은 남성, 사회의 폭탄이 되다’에서) 사실 이런 부류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어렵다. 본의와 다르게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도 자신의 분석이 거친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젊은 남성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이런 폭력은 이미 우리 사회 구조 속에 깊숙이 내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도대체 세계적으로 만연해 가는 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소셜미디어 차단이나 잘못된 말과 행동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 등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차단은 남성들을 전보다 더 규제가 약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새 플랫폼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행태로 흐른다. 대신 남성들의 분노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느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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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남의 분노를 ‘유해한 남성성’만으로 봐야 하는가

    오래전 수도권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이 도입된 적이 있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 같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객차에 여성들만 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여론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지하철을 탄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라는 지적이 많았다.범죄를 막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 제도는 워낙 여론도 나쁘고 실효성도 없어 결국 흐지부지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남성’에겐 상처를 남겼고, 어떤 이에겐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세월이 상당히 지난 지금, 이 ‘일부 남성’은 일부가 아닌 상당한 규모까지 커졌다. 한데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가 보다.온라인에서의 여성 혐오, 극단주의, 데이트 폭력 등을 연구해 온 호주 사회학자가 이른바 온라인 ‘남초(男超)’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시대의 실질적인 정치적·사회적 ‘현상’이 된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분석했다. 젊은 남성의 이런 분노는 어디에서 왔고, 왜 모두의 문제가 됐을까.저자는 이런 남성들을 열등감에 빠진 못난 남자로 간주하고, 그 원인을 단순하게 ‘유해(有害)한 남성성’의 틀에 맞춰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해한 남성성’이란 남성성 중 일부 ‘유해한’ 특질이 폭력, 혐오, 기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개념.저자는 여성 혐오는 남성이 본래부터 가진 나쁜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병리적 현상’이기에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 혐오가 본래부터 남성 안에 내재한 속성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꾸짖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 해결도 못 할뿐더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여성을 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역차별당한다고 믿는 젊은 남성의 억울함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과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오히려 그들은 평범하고 지루하기도 한 바로 옆집 남자와 다를 바 없는 개인이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그저 일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려 애쓸 뿐이다. …(비록 끔찍한 방식으로 기는 하지만) 점점 더 버거워지는 세상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1장 ‘젊은 남성, 사회의 폭탄이 되다’에서)사실 이런 부류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어렵다. 본의와 다르게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도 자신의 분석이 거친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젊은 남성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이런 폭력은 이미 우리 사회 구조 속에 깊숙이 내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도대체 세계적으로 만연해 가는 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저자는 소셜미디어 차단이나 잘못된 말과 행동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 등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차단은 남성들을 전보다 더 규제가 약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새 플랫폼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행태로 흐른다. 대신 남성들의 분노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느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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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녀-교무-스님의 ‘영적 우정’… “종교 달라도 모두가 수행자”

    지난달 1, 2일 이해인 수녀가 머무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비구와 비구니, 남녀 교무, 신부와 수녀 등 수행 생활을 하는 종교인 30여 명이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을 체험하며 영적 친교를 나누는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톨릭 수도원이 스님 등 타 종교인에게 문을 열고 함께 수도 생활을 체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모임을 주최한 박재찬 안셀모 신부(사진)는 27일 서울 중구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에서 만나 “이웃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체험하는 것만큼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서로 화합하는 데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은 다양한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 대화를 위해 1994년 북미와 유럽 대화위원회를 통합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를 설립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위원회는 2019년 발족했으며, 박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절과 원불교 성지를 방문해 그분들의 수행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스님들이 의아해하며 ‘왜 여기 오셨느냐’고 묻더라고요.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했지요.” 박 신부는 “기도와 수행 등 이웃 종교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 종교 간 만남은 자칫 형식적인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종교는 달라도 수행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수행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가까운 친구, 도반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1박 2일 동안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성무일도(聖務日禱)와 미사 등 가톨릭 전례에 참가했다. 또 종교별 명상 및 수행법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녀가 성경을 천천히 읽고 묵상·기도·관상으로 이어지는 가톨릭 전통 영적 독서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설명하면, 스님은 집중과 관찰을 통한 명상법과 차(茶) 명상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덤(?)으로 이해인 수녀는 ‘나의 삶, 시와 기도’란 주제로 젊은 시절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며 이웃 종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 박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토머스 머턴과 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이던 머턴 신부(1915∼1968)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각 종교의 수도승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자 중 한 명. 자기 종교를 초월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했다. 이 때문에 타 종교에 관심이 높아 유교, 도교 공부와 함께 ‘장자(莊子)’까지 번역했다고 한다. “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이른 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나눔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걸 느끼게 되지요. 다양한 종교적 갈등이 존재하는 오늘날, 모든 종교인에게 뭣보다 필요한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종교 간 대화에는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라고 하셨다. 먼저 서로 신뢰하고 우정을 쌓으며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하신 말씀”이라며 “지금은 수도자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점차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자리로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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