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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없이 건전한 대화로 하루를 시작하니 활기차고 좋습니다. 모임 시간도 길지 않아서 커피 한잔하고 출근하기 좋아요.”13일 오전 7시 반경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커피챗’ 행사에서 만난 회사원 황보연 씨(30)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황 씨가 참여한 ‘서울모닝커피클럽’의 커피챗은 아침 출근 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참여자 8명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할 만한 서울 관광지’를 주제로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원 우정인 씨(41)는 “술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서 (모임에) 참여했다”고 했다.● “술 줄이고 ‘갓생’ 살래요”도파민을 자극하는 쇼츠 등 콘텐츠가 유행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술을 멀리하는 이른바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술에 취하지 않은(Sober)’과 ‘궁금한(curious)’를 합친 신조어로, 불필요한 음주를 줄이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생활 양식을 의미한다. 영미권에서 시작한 이 문화는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태도와 결합해 모닝 커피챗, 모닝 파티 등으로 번지고 있다.그 배경엔 젊은 세대의 높은 건강 관리 관심도가 있다. 한국리서치 6월 조사에서 18~29세 응답자의 74%, 30대의 71%가 “건강 관리를 위한 비용 투자가 효과적이다”고 답했다. 조사진은 “젊은 세대일수록 건강 관리에 대한 투자, 태도적 측면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주류 판매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407만4000㎘였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지난해 315만1371㎘로 줄었다.취하지 않는 시간에 자기 계발에 힘쓰는 ‘갓생(god+인생)’ 트렌드도 영향을 줬다. 소버 큐리어스 문화를 접한 뒤 올해부터 술을 끊었다는 회사원 유모 씨(32)는 “술 마시는 시간, 숙취에 시달리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며 “그 대신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밤에는 영어 공부를 한다”고 덧붙였다.● 커피 마시며 ‘아침 춤 파티’소버 큐리어스 문화는 건전한 교감으로도 확장한다. 서울모닝커피클럽은 “술 없이 아침을 즐기자”는 모토로 오전 7시에 카페에 모여 3시간가량 춤을 추는 ‘커피 레이브’ 행사도 운영한다. 커피와 광란의 파티를 뜻하는 레이브를 합친 표현으로, 20, 30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매번 300여 명의 신청자를 채우고 있다.무알코올·비흡연 모임도 인기다. 사회 활동의 필수처럼 여겨졌던 술 대신 아예 커피와 차만 마시며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화에는 술이 필수라는 인식은 줄어들고 새로운 생활양식이 유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해외에서는 소버 큐리어스 경험을 챌린지처럼 공유한다. 영국의 웰빙 관련 웹사이트 ‘원 이어 노 비어(One year no beer)’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원자를 받아 90일, 365일 등 기간을 나눠 금주 챌린지를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금주와 이로 인한 자기 성찰의 경험을 나눈다.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버 큐리어스는 술, 회식 등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공동체 활동을 젊은 세대가 지양하기 시작한 현상”이라며 “커피 마시기 등 적은 에너지로 최소한의 감정 교류 등을 나누는 바람이 더해져 커피챗 유행으로까지 확산했다”고 분석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쾅’ 소리와 함께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러고는 기억이 끊겼대요.” 8일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에서 만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생존자 이모 씨(64)의 아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 씨는 사고 당시 보일러 타워 5호기 25m 높이(약 8층 높이)에서 산소절단기로 철 구조물을 자르는 작업을 하던 중 구조물 붕괴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갈비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지만 매몰되지 않았고 사고 직후 구조됐다. 소방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해도 의아하고 신기한 일”이라며 “바깥쪽에서 작업을 한 덕분에 매몰을 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 씨는 현재 거동은커녕 말을 잇기도 어려운 상태다. 아내는 “말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워 거의 대화하지 못했다”며 “사고 충격이 커 당시 순간을 거의 떠올리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폐기흉(폐에 구멍이 나 공기가 흉강으로 새어드는 상태) 진단을 받은 이 씨는 고개만 간신히 움직일 정도로 쇠약한 상태다. 그는 HJ중공업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 소속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생존자 양모 씨(44)는 사고 당시 지상에서 사다리차를 조종하다 구조물 붕괴 직후 차량에서 뛰쳐나와 몸을 피했다. 왼쪽 가슴과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울산 남구 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를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이런 대형 재해를 겪으면 일상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행정안전부 위탁을 받아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업트라우마센터 등이 사고 피해자와 가족,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쾅’ 소리와 함께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리고는 기억이 끊겼대요.”8일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에서 만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생존자 이모 씨(64)의 아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이 씨는 사고 당시 보일러 타워 5호기 25m 높이(약 8층 높이)에서 산소절단기로 철 구조물을 자르는 작업을 하던 중 구조물 붕괴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갈비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지만 매몰되지 않았고 사고 직후 구조됐다. 소방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해도 의아하고 신기한 일”이라며 “바깥쪽에서 작업을 한 덕분에 매몰을 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 씨는 현재 거동은커녕 말을 잇기도 어려운 상태다. 아내는 “말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워 거의 대화하지 못했다”며 “사고 충격이 커 당시 순간을 거의 떠올리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폐기흉(폐에 구멍이 나 공기가 흉강으로 새어드는 상태) 진단을 받은 이 씨는 고개만 간신히 움직일 정도로 쇠약한 상태다. 그는 HJ중공업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 소속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다른 생존자 양모 씨(44)는 사고 당시 지상에서 사다리차를 조종하다가 구조물 붕괴 직후 차량에서 뛰쳐나와 몸을 피했다. 왼쪽 가슴과 머리에 타박상을 입어 울산 남구 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를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이런 대형 재해를 겪으면 일상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행정안전부 위탁을 받아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업트라우마센터 등이 사고 피해자와 가족,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아내는 끝내 주저앉았다. 사진 속 남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내는 이내 고개를 떨군 뒤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적막만 흐르던 빈소는 금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 전날 남구 한국동서발전 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아내는 “사고 당일 ‘점심 뭐 먹었냐’는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일하는 걸 뿌듯해했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의 사고 소식에 아내는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 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한 뒤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올해 초 조선소에서 일했던 전 씨는 반도체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입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 보려고 과거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린 일용직을 택했다. 전 씨의 친척은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이 씨의 처형은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 씨는) 60대였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일도 잘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사 발주를 맡았던 HJ중공업 관계자 10여 명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한 유족은 “뉴스에서 이런 사고를 볼 때마다 ‘앞으론 사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구조대원들에게 “빨리 구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아내는 끝내 주저앉았다. 사진 속 남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내는 이내 고개를 떨군 뒤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적막만 흐르던 빈소는 금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 전날 남구 한국동서발전 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아내는 “사고 당일 ‘점심 뭐 먹었냐’는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일하는 걸 뿌듯해했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의 사고 소식에 아내는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한 뒤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올해 초 조선소에서 일했던 전 씨는 반도체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입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보려고 과거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린 일용직을 택했다. 전 씨의 친척은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이 씨의 처형은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 씨는) 60대였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일도 잘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공사 발주를 맡았던 HJ중공업 관계자 10여 명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한 유족은 “뉴스에서 이런 사고를 볼 때마다 ‘앞으론 사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구조대원들에게 “빨리 구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마약 반입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마약 운반책의 자필 편지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의 수신인은 함께 마약을 밀수한 또 다른 운반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편지의 진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합수단 “세관 도움 없었다”는 취지의 편지 확보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합수단은 지난 7월, 백해룡 경정이 2023년 9월 5일 검거한 말레이시아인 여성 운반책 A 씨가 수감된 교정시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작성한 편지를 확보했는데, 그 안에는 마약 밀수 당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백 경정이 검거한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으로, 과거에는 “인천공항 세관 공무원들이 마약 밀수에 협조했다”고 진술했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특히 해당 편지의 수신인은 당시 함께 검거된 B 씨로 확인됐다.백 경정은 그동안 마약 운반책 3명(A 씨, B 씨, C 씨)의 초기 진술을 토대로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9월,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말레이시아 국적 운반책 2명을 검거해 “세관 직원이 범행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운반책들은 경찰 조사에서 “올해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할 당시 현지 총책으로부터 ‘한국 세관이 너희를 알아보고 빼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경찰은 이 진술과 현장검증 등을 근거로 세관 연루 가능성을 수사했지만, 백 경정은 이후 “검찰과 경찰 고위 간부들로부터 외압을 받고 지구대장으로 좌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백 경정이 합수단에 파견된 뒤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기존 합동수사팀과 별도로 소규모 전담팀을 구성해 백 경정에게 세관 마약 사건을 맡긴 상태다. 다만 공정성 논란 등을 이유로, 백 경정이 속한 수사팀은 ‘외압 의혹’ 부분은 담당하지 않고 있다. 합수단이 확보한 편지는 백 경정이 파견되기 전 이미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반책 “거짓말할 이유 없다” 진술한 인물A 씨는 2023년 인천공항 현장검증 당시 “허위 진술을 하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경찰의 말에 “누구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는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 인물이다.또 다른 운반책 C 씨는 같은 현장검증에서 “정신분열증이 도졌는지 귀에서 소리가 들리고 마음이 복잡하다”며 불안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A 씨와 C 씨는 마약을 인천공항으로 들여올 당시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4번과 5번 검색대를 통과했다고 진술했다. B 씨는 “허벅지 압박으로 피가 흘러 뒤처졌지만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하지만 최근 확보된 편지에는 이 같은 초기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운반책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인 만큼, 초기 진술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합수단은 편지의 작성 경위와 내용의 사실관계를 검증 중이다. 백 경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부터 합수단에 파견돼 세관 마약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울 강동구의 한 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 중 한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을 물게 되자 대화를 시도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강동경찰서는 4일 60대 남성 조모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강동구 천호동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사무실에서 50대 여성과 60대 여성, 70대 남성을 과도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이 조합의 직전 조합장이었고, 피해자들 모두 임시조합장과 총무 등 조합 관계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 씨는 올 7월 피해자 중 한 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입건됐고, 9월 ‘조합 청산을 시도하는 등 사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조합장에서 해임됐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조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그는 사건 전날에도 당사자와 대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경찰은 조 씨가 조합장에서 해임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이런 ‘칼부림’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칼을 이용한 범죄는 2020년 8519건에서 지난해 9221건으로 8.2% 증가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감자탕집에서 ‘로또 서비스’를 주지 않는다며 주인 부부를 흉기로 공격해 아내가 숨지고 남편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 상담 지원 등이 필요하고 지역사회에서 조기에 위험 행동 표출 징후 등을 제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다겸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수료신예린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수료}

서울 강동구의 한 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 중 한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을 물게 되자 대화를 시도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강동경찰서는 4일 60대 남성 조모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강동구 천호동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사무실에서 50대 여성과 60대 여성, 70대 남성을 과도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이 조합의 직전 조합장이었고, 피해자들 모두 임시조합장과 총무 등 조합 관계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 씨는 올 7월 피해자 중 한 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입건됐고, 9월 ‘조합 청산을 시도하는 등 사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조합장에서 해임됐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조 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그는 사건 전날에도 당사자와 대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경찰은 조 씨가 조합장에서 해임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이런 ‘칼부림’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칼을 이용한 범죄는 2020년 8519건에서 지난해 9221건으로 8.2% 증가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감자탕집에서 ‘로또 서비스’를 주지 않는다며 주인 부부를 흉기로 공격해 아내가 숨지고 남편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 상담 지원 등이 필요하고 지역사회에서 조기에 위험 행동 표출 징후 등을 제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다겸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수료신예린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세계 최고 지능지수(IQ) 276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김영훈 씨가 “오늘날 한국 정부는 애국자를 처벌하고 공산주의자들을 찬양한다”며 미국 망명 의사를 밝혔다.김 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분 35초 분량의 영상을 올려 “기독교인이자 세계 최고 IQ 기록 보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현재 미국으로 망명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성경적 진리를 억압하고 선조들이 지켜내려 싸운 자유를 배반하는 친북 좌파 정권이 지배하는 한국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며 “악에 굴복하지 않겠다. 신앙이 박해받지 않고 보호받는 미국에 피난처를 구한다”고 했다.김 씨는 다른 게시글에서도 “한국 정부가 친북 정권이 되었기 때문에 정치적·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망명을 신청한 첫 번째 한국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의해 투옥된 다른 기독교 목사들처럼 나 또한 곧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가 언급한 ‘종교적 박해’는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담임목사가 지난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손 목사는 대선을 앞둔 5월 전후로 교회 예배와 기도회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낙선을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김 씨는 지난해 세계마인드스포츠위원회(WMSC)가 주최한 ‘세계기억력대회’에서 IQ 276으로 최고 기록을 보유한 인물로 소개됐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초고지능단체 ‘메가소사이어티’의 유일한 한국인 회원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미국 신학교협회(ATS) 인가 신학교의 신학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갑자기 검은 물체가 튀어나와 기절할 뻔했어요. 자세히 보니 주인 없는 개였습니다.” 서울대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이 일대에선 최근 들개 출몰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관악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인근에서 들개 6마리가 포착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대는 관악구에 지원을 요청했고, 출동한 전문가 등이 마취총을 이용해 6마리를 포획했다. 서울대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인근에선 예전에도 들개가 종종 목격됐다. 이에 서울대는 들개가 자주 출몰하는 기숙사와 교수회관 등 8곳에 포획틀을 운영해 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반려견들이 산속에서 들개가 됐다”며 “유기견들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2세대 들개가 늘어났고, 날이 추워지면서 먹이를 찾아 민가 쪽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근에 들개 약 3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자연번식 개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울대 인근에서 포착된 들개 떼 영상과 들개와 마주쳤을 때 “비명을 지르지 말고 관심을 주지 말 것” “손에 든 음식은 버리고 뒤돌지 말 것” 등 행동 요령이 공유되고 있다. 관악구는 2022년부터 전문가와 수의사 등 5명으로 구성된 들개 안전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관악구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악구에서 포획된 들개는 63마리로, 2023년 46마리, 지난해 56마리보다 증가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들개가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지만 반려견은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려견과 산책할 때 조심하고, 들개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갑자기 검은 물체가 튀어나와 기절할 뻔했어요. 자세히 보니 주인 없는 개였습니다.” 서울대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이 일대에선 최근 들개 출몰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관악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인근에서 들개 6마리가 포착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대는 관악구에 지원을 요청했고, 출동한 전문가 등이 마취총을 이용해 6마리를 포획했다. 서울대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인근에선 예전에도 들개가 종종 목격됐다. 이에 서울대는 들개가 자주 출몰하는 기숙사와 교수회관 등 8곳에 포획틀을 운영해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반려견들이 산속에서 들개가 됐다”며 “유기견들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2세대 들개가 늘어났고, 날이 추워지면서 먹이를 찾아 민가 쪽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인근에 들개 약 3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자연번식 개체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울대 인근에서 포착된 들개 떼 영상과 들개와 마주쳤을 때 “비명을 지르지 말고 관심을 주지 말 것”, “손에 든 음식은 버리고 뒤돌지 말 것” 등 행동 요령이 공유되고 있다. 관악구는 2022년부터 전문가와 수의사 등 5명으로 구성된 들개 안전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서울대 재학생은 “요즘 (서울대에) 들개가 너무 많은데 누구 한 명이 다쳐야 (해결)되는 거냐”고 우려하기도 했다.관악구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악구에서 포획된 들개는 63마리로, 2023년 46마리, 지난해 56마리보다 증가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들개가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지만, 반려견은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려견과 산책할 때 조심하고, 들개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경찰에 세 번째로 출석했다. 이 전 위원장 측은 무리한 체포였다며 경찰 관계자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이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3시간가량 조사받은 뒤 오후 4시경 나오며 “대통령 편에 서지 않으면 죄인이 되는 세상,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 측 임무영 변호사는 “(3차 조사도) 경찰이 불필요하게 출석해서 조사받을 것을 요구한 행위이기 때문에 (체포처럼)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고발 대상은 추후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비했던 내용을 전반적으로 추가 조사했고, 사실관계에 대한 (이 전 위원장의) 의도 등을 살폈다”며 “필요한 조사였을 뿐이고, 직권남용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반박했다.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고발돼 이달 2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고 검찰에 사건을 불구속 송치할 계획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미성년자도 위고비 살 수 있습니다. 처방전, 신분증 필요 없습니다.” 23일 기자가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해 “미성년자도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판매자는 1분도 안 돼 “가능하다”며 절차를 안내했다. “처음 복용하는 17세 학생은 5mg을 추천한다”는 답변까지 돌아왔다. 고도비만 치료제이자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전문의약품을 미성년자에게 아무런 검증 없이 권장한 것이다. 이날 취재팀이 해외 직구 사이트와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본 결과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가 처방전 없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메일과 주소만 입력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고, 결제는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대신 할 수 있었다. 구매자 신분 확인 절차는 어디에도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에 대해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성인에 비해 담석증, 담낭염 등의 발생률이 높았다”고 고시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오남용하면 요요 현상으로 고도비만이나 골다공증까지 겪을 수 있다”며 “불법 판매 단속과 함께 청소년 외모 강박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처방없이 자기 배에 비만주사제 찌르는 아이들… “부작용 위험”‘위고비’ 불법 해외직구“처방전-신분증 필요없다” 유혹… 코인 결제 ‘심부름 대행’ 우후죽순불법 판매 광고, 1년새 5배로 급증… “은밀히 거래돼 약물 오남용 우려”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고비 직구’ 등을 검색하자 해외 직구 사이트와 구매를 대행해 주겠다는 텔레그램 판매 채널이 줄줄이 검색됐다. 그중 한 명을 접촉하자 “처음이면 5mg부터 시작하라”는 조언과 함께 ‘주사 맞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진이 여러 장 도착했다. “아직 성인이 아닌데 괜찮냐”고 묻자 상대는 태연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병원이 아니니까요.”● “부모 동의 필요 없다” 직구 거래 유혹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 등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권장되는 비만치료 주사제다. 특히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초기 증상부터 담낭염, 급성 신부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더 위험하다. 미성년자 처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성인의 비대면 처방도 제한했다.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런 규제가 무력했다. 한 판매자는 “미성년자나 병원에 못 가는 사정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찾는다”며 구매자를 안심시켰다. 인도의 한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는 “한국인이라도 신분증이나 처방전은 필요 없다(not required)”며 구체적인 주사 용량까지 추천했다. 또 다른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 역시 “부모 동의나 처방전은 필요하지 않다”며 “집으로 바로 택배 발송해 준다”고 거래를 유도했다.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부작용까지 설명하는 판매자도 있었다.국내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대신 사준다는 텔레그램 ‘심부름 대행’ 채널이 성행하고 있었다. 대다수가 복잡한 절차 없이 e메일과 주소 등만 적으면 입금 후 약을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복용자의 상태 등 정확한 기준 없이도 약을 처방받아 오남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다.이들은 거래 명세를 숨길 방법까지 안내했다. 한 채널 운영자는 “아시다시피 이게 불법적인 거래잖아요? 계좌 거래를 하면 서로 위험하니 보통은 (결제를)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진행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불법 판매 1년 만에 5배 급증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는 총 270건에 달했다. 앞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고비 오남용을 우려하며 의료기관의 처방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식약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병의원에서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처방한 횟수는 2604건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물량을 고려하면 실제 오남용 실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2021년 39건, 2022년 106건, 2023년 103건, 지난해 522건으로 1년 새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1∼8월에도 이미 218건이 적발됐다.온라인에서 미성년자가 쉽게 위고비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와 더불어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줄일 수 있도록 비만을 외모의 기준이 아닌 건강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모 압박을 받는 청소년들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으로 약물에 손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심리적 지원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미성년자도 ‘위고비’ 많이 찾습니다. 처방전, 신분증 필요 없습니다.” 23일 기자가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도 위고비를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판매자는 1분도 안 돼 구매 절차를 안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직구 사이트와 구매를 대행해 주겠다는 텔레그램 채널이 줄줄이 검색됐다. 이들은 “부모님 동의는 필요 없다”며 구체적인 용량과 부작용 등을 마치 의료기관처럼 설명했다.● “17세 학생은 5mg 추천”… 처방전 없이 주사제 직구이처럼 미성년자가 처방전이나 부모 동의 없이 비만 치료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 비만 치료제 처방을 제한했지만, 해외 직구나 심부름 대행 서비스를 통한 편법 거래가 여전히 활발했다.위고비는 주 1회 복부에 직접 주사하는 자가투여형 전문의약품으로, 식욕 억제 및 혈당 조절 호르몬 작용을 모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거나, 27이 넘으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처방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특히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초기 증상부터 담낭염, 급성신부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부작용에 취약한 미성년자의 경우 더욱 위험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약을 투여받은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성인 환자에 비해 담석증, 담낭염, 저혈압, 발진 및 두드러기의 발생률이 높았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해외 판매자들은 이런 기준을 무시한 채 미성년자에게까지 ‘용량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인도의 한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는 “한국인이라도 신분증이나 처방전은 필요 없다(not required)”며, “처음 복용하는 17세 학생은 5mg을 추천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부모 동의나 처방전이 필요 없다. 집으로 바로 발송해 준다”며 거래를 유도했다. 대다수가 복잡한 절차 없이 e메일과 주소 등만 적으면 입금 후 약을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국내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대신 사준다는 텔레그램 ‘심부름 대행’ 채널이 성행하고 있었다. 기자가 한 채널에 문의하자 “미성년자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불법이라 계좌 거래 대신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오전 9시 전 결제 시 대도시는 당일 배송 가능하다” “근육량 감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부작용 설명까지 덧붙였다.● 비만치료제 불법 판매 적발 1년 새 5배로 급증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는 총 270건에 달했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고비 오남용을 우려하며 의료기관의 처방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2021년 39건, 2022년 106건, 2023년 103건, 지난해 522건으로 지난 1년 동안에만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1~8월에도 이미 218건이 적발됐다.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미성년자가 쉽게 위고비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들의 외모 압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인보다 부작용에 취약한 청소년들이 비만 치료제에 의존하게 되면 요요 현상으로 인해 고도비만이 되거나 골다공증까지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의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줄일 수 있도록 비만을 외모의 기준이 아닌 건강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의 위고비 편법 구매에 대해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모에 대한 압박 심해져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찾아오는 우울증이 발현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59·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인을 별건 수사로 압박해 허위 진술을 이끌어 냈다고 판단하며 “그런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약 석 달간 구속 수감까지 됐던 김 센터장이 무죄를 받으면서 3년여간 카카오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당분간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法 “검찰의 별건 수사, 진실 왜곡”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법인인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하이브가 에스엠 공개매수를 추진하던 시기,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높게 끌어올려 인수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뒤 8월 재판에 넘겨졌다.재판부는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가 대규모 장내 매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없다”며 “주문 시점과 간격, 물량 등을 보면 인위적으로 주가를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의 ‘지분 확보 목적’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문장이 별건으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검찰의 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별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이 전 부문장의 부인 윤정희 씨가 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전 부문장에 대해 수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회사 및 관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김 센터장의 ‘주가 조작 공모’를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한 것이다.● 檢 “항소 검토” 카카오 “AI 전략 속도”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왔다.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금융감독원은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인 처벌까지 검토 중”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김 센터장을 구속 기소했고, 그는 지난해 10월 보석되기 전까지 약 3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검찰은 2270건의 증거를 제출하며 김 센터장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진술 압박 등 판결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는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센터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금고형 이상 판결 시 처하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차질 우려도 벗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내에선 김 센터장이 추진해 온 인공지능(AI)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 등 미래 성장 어젠다에 힘이 실릴 거란 기대가 높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59·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인을 별건 수사로 압박해 허위 진술을 이끌어냈다고 판단하며 “그런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센터장의 무죄로 3년여간 카카오그룹의 발목을 잡아온 사법 리스크는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法 “검찰의 별건수사, 진실 왜곡”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법인인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가 대규모 장내 매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없다”며 “주문 시점과 간격, 물량 등을 보면 인위적으로 주가를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시장에서는 하이브 공개매수 종료 후에도 주가 상승 전망이 있었고, 피고인들의 ‘지분 확보 목적’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법원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별건으로 조사받으면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혜택을 받은 만큼, 허위 진술의 동기와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법원은 선고 직후에도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직접 거론했다. “본건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별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이 전 부문장의 부인 윤정희 씨가 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 대표와 이 전 부문장에 대해 수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회사 및 관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김 센터장의 ‘주가 조작 공모’를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 진술이 별건 압박 속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해 배척한 것이다.● 檢 “항소 검토”… 카카오 “AI·글로벌 전략에 속도”이번 사건은 2023년 2월 하이브가 에스엠 공개매수를 추진하던 시기, 카카오가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12만 원)보다 높게 끌어올려 경영권 인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인에 대한 처벌까지 검토 중”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후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으로 넘어가 김 센터장 등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2270건의 증거를 제출하며 김 센터장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함께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는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 센터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김 센터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며 금고형 이상 판결로 인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차질 우려도 사라졌다. 카카오 내부에선 김 센터장이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추진해온 인공지능(AI)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 등 미래 성장 아젠다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리베이트 수수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등 의료인이 올 상반기(1~6월)에만 96명으로,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유령회사를 세워 허위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가족 명의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수법이 한층 교묘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법처리 결과 리베이트 수수가 확정돼 경고·자격정지·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9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9명)보다 10배 넘게 늘었다. 2020년 68명, 2021년 53명, 2022년 29명, 2023년 9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급증한 것이다.이는 이재명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를 3대 부패 비리로 규정하고 특별 단속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올 7월부터 이달까지 ‘사회적 신뢰 회복 및 국민통합을 위한 부패·비리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다.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자사 의약품 처방이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인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다. 과거에는 식대, 강의료, 상품권 제공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자금 흐름을 숨기기 위한 복잡한 구조가 등장했다.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지난 8월, 유령법인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하고 해당 법인 지분을 의료인에게 넘긴 뒤 배당금과 법인카드 명목으로 약 50억 원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로 도매업체 대표와 대학병원 이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표는 이사장의 가족을 유령법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서부지검 관계자는 “전통적 현금·상품권 리베이트를 넘어, 대형 경제범죄에서나 볼 법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개원의는 “최근엔 내부 고발 우려로 제약사 본사 대신 개별 영업사원이 개인사업자 형태로 병의원에 무료 세무·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늘었다”고 전했다.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쌍벌제’가 시행된 지 9년째이지만, 업계 리베이트는 여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발 우려가 커지면서 더 은밀한 방식으로 리베이트가 진화했다”고 전하기도.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제약·유통의 불투명한 마진 구조를 바로잡고 가격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범죄에 가담했다가 구금됐던 한국인 피의자 64명이 18일 국내로 송환됐다. 이날 오전 9시 53분경 인천국제공항에는 정부가 준비한 전세기를 타고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피의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의자들은 일반 방문객과 동선을 분리한 통제선을 따라 수갑을 찬 채 고개를 숙이고 이동했다. 양옆엔 2명의 호송관이 팔짱을 끼고 이들을 차량으로 압송했다. 대부분 20, 30대 남성으로, 반바지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양팔과 다리에 문신이 있는 송환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 호송자는 맞이하러 나온 한 남성에게 “엄마한테 연락했어? 미안해”라고 소리쳤다. 송환자들은 호송 차량 23대에 나눠 타고 전국 각 경찰서로 이동했다.이들은 18일 오전 3시경(한국 시간) 전세기에 타자마자 기내에서 체포됐다. 국적법상 국적기 내부는 대한민국 영토라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체포 이후 48시간 내 석방하거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송환자들은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에 연루됐다. 조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규모, 조직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약물, 마약 투약 의혹이 제기돼 송환자 전원 마약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충남경찰청(45명), 경기북부경찰청(15명), 대전경찰청(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1명), 경기 김포경찰서(1명), 강원 원주경찰서(1명) 등으로 분산돼 조사 중이다. 피의자 대다수인 45명을 넘겨받은 충남청은 수사관 150여 명을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 서대문서는 리딩방 사기 사건에 연루된 남성 1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환 대상자들 다수가 온몸에 문신을 한 범죄 연루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선 “범죄자를 구해온 것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감금됐던 한국인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페이스북에 밝힌 데 대해 현지 사업가 이모 씨는 “정치인의 쇼맨십”이라며 “피해자와 범죄자를 구분해 달라는 교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는 외면한 채 좋은 그림 하나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영웅 프레임’을 짰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구조했다는 인물에 대해 이 교민은 “피해자가 아니라 캄보디아 경찰에 의해 체포된 용의자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덧붙였다.인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17일 오후 2시경(현지 시간)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번화가 ‘펍 스트리트’ 인근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한 건물은 다른 건물과 다른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인근 건물과는 달리 문을 걸어 잠가두고, 내부에도 불을 다 꺼뒀다. 창살 앞으로 다가가 보니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깜빡이는 불빛만 건물이 기능하고 있다고 알렸다. 취재진과 동행한 현지인은 “온라인 범죄가 이뤄지는 ‘웬치’(범죄단지)다. 관광지라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다.앙코르와트 인근에 있는 시엠레아프는 유적지는 물론이고 여행자 거리가 있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한국인들 역시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4만 명이 방문했다. 관광 도시답게 프놈펜이나 시아누크빌 등과 달리 범죄와 무관하다는 인식이 강하다.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전언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역에 있는 웬치는 이곳 시엠레아프에도 존재한다. 수도 프놈펜에서 차량으로 약 5시간 거리에 있음에도 범죄의 손길이 뻗친 것. 시엠레아프 내 웬치는 관광지라는 지역적 특성에 숨어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현지인조차 이곳에 웬치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현지 공무원은 “잘 보이지만 않을 뿐 웬치는 존재한다”며 “도심 속에 숨어들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은 7월 시엠레아프의 한 빌라에서 온라인 사기에 연루된 네팔인 13명을 붙잡았다. 이들의 거점은 대규모 범죄단지가 아닌 평범한 빌라였다. 범죄조직들이 일상으로 숨어들어 찾아내기 쉽지 않은 ‘아파트형 웬치’ 형태로 이미 변모한 셈이다.이곳에서 운영되는 웬치는 주로 온라인 도박 등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감금, 폭행 등의 폭력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교민은 “(시엠레아프는) 관광지라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리고 이목도 집중되기 때문에 폭행 등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민도 “시엠레아프에서 고문 등 범죄가 벌어진 적은 없다”고 했다.하지만 캄보디아 곳곳에서 범죄단지가 발견되고 있어 시엠레아프 역시 사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앙코르와트 유적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관광객도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현지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범죄단지인 건 변함이 없다”며 “더 큰 문제로 비화하기 전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시엠레아프=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서울동부지검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정부 합동수사팀에 파견된 백해룡 경정에게 개별팀의 팀장으로서 수사 전결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은정 검사장이 이끄는 동부지검은 합수팀 내 별도로 백 경정을 포함해 5명의 경찰 수사관으로 마련되는 ‘백해룡팀’을 검찰 내 ‘작은 경찰서’처럼 꾸려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합동수사팀과 별개로 구성하면서 자체 수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팀장으로서 결재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백 경정은 ‘셀프 조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외압 관련 수사를 제외한 세관 마약 의혹 등에 대해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영장 신청, 검찰 송치 등 경찰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백 경정의 사무실은 동부지검 청사 10층에 마련됐다. 백 경정 사무실 컴퓨터는 경찰 내부망이 연결돼 있다고 한다.앞서 백 경정은 전날 파견 후 첫 출근길에 합동수사팀을 “불법단체”라고 비판하며 현재의 구조로는 본인이 뜻한 대로 수사를 할 수 없고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며 반발했다. 동부지검은 “모든 수사 과정에서 위법성 시비가 없도록 적법절차를 엄격히 준수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