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인공 헌트리스가 바비 인형으로 거듭난다.넷플릭스는 21일(현지 시간) “케데헌 완구 제작을 위해 마텔, 해즈브로와 공동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회사와 공동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건 업계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며 “팬들의 폭발적 수요에 부응하고 세계적인 히트작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은 첫 제품으로 헌트릭스 인형 3종 세트를 제작한다. 다음 달부터 온라인 플랫폼 ‘마텔 크리에이션즈(Mattel Creations)’에서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배송은 내년에 시작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액션 피겨, 액세서리, 놀이 세트 등 케데헌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된다.‘스크래블’ ‘배틀쉽’ 등 보드게임 제조사로 잘 알려진 해즈브로는 첫 제품으로 ‘모노폴리 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의 부동산 투자를 통해 돈을 모으는 카드 게임이다. 미국 아마존과 대형마트에서 선주문을 받고, 내년부터 배송된다. 해즈브로의 장난감·라이선싱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인 팀 킬핀은 “케데헌의 역동적 세계를 스크린 너머로 확장해 팬들에게 몰입형 체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한편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케데헌’ 싱어롱 버전을 특별 상영한다. CGV용산아이파크몰 등 전국 100여 개 극장에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따라 부르며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응원봉 지참도 가능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신생대 고래화석과 결핵체(結核體·퇴적물 입자 사이에 광물이 침전해 만들어진 단단한 덩어리)가 천연기념물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포항 두호층(포항 분지에 분포하는 신생대 마이오세 퇴적암 지층의 하나) 고래화석과 결핵체를 천연기념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지정 예고된 고래화석은 신생대의 두 번째 시대인 신진기 두호층에서 2008년 발견됐다. 퇴적암 내에 개체 하나가 온전히 보존돼 있어 국내에서는 희귀 사례로 손꼽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내 신생대 고래화석 중 가장 큰 표본”이라고 설명했다.결핵체는 만들어질 당시의 환경을 알려주는 자료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결핵체는 총 2개로 2019년 포항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굴됐다. 지름이 2m 가까이 돼 국내에서 발견된 결핵체 중 큰 편이다.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닮은 원형이 비교적 온전히 보존돼 있어 심미적 가치도 있다고 평가된다. 두 자연유산은 현재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에 보관돼 있으며,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천연기념물로 최종 지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MBC 국정감사 비공개 업무보고 자리에서 자신과 관련된 보도를 문제 삼다가 박장호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MBC 기자들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비칠 수 있다”며 항의 성명을 냈다. MBC 기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등이 21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전날 업무보고에서 MBC가 19일 과방위 국감 관련 보도를 하며 편집과 사실 전달에 잘못이 있다며 박 본부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해당 보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방위에서 일어난 설전을 다루면서 최 위원장이 기자들을 퇴장시킨 내용을 포함한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 리포트로 알려졌다. 박 본부장이 이에 대해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최 위원장은 ‘왜 내 질문에 대해 평가하느냐’며 ‘이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취지로 질책한 뒤 본부장을 퇴장시켰다고 한다. MBC 기자회는 성명에서 “방송관계법을 총괄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공영방송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도 관련 임원을 상대로 퇴장을 명령한 행위는 부적절함을 넘어 권력기관이 언론을 위압하거나 간섭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며 “최 위원장의 문제 제기는 대상도, 방식도, 장소도 모두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역시 “국감 질의 시간을 자신과 관련된 특정 보도에 대한 불만 제기에 할애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퇴장까지 시킨 것은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신생대 고래화석과 결핵체(結核體·퇴적물 입자 사이에 광물이 침전해 만들어진 단단한 덩어리)가 천연기념물이 된다.국가유산청은 “포항 두호층(포항 분지에 분포하는 신생대 마이오세 퇴적암 지층의 하나) 고래화석과 결핵체를 천연기념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지정 예고된 고래화석은 신생대의 두번째 시대인 신진기 두호층에서 2008년 발견됐다. 퇴적암 내에 개체 하나가 온전히 보존돼 있어 국내에서는 희귀 사례로 손꼽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내 신생대 고래화석 중 가장 큰 표본”이라고 설명했다.결핵체는 만들어질 당시의 환경을 알려주는 자료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결핵체는 총 2개로 2019년 포항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굴됐다. 지름이 2m 가까이 돼 국내에서 발견된 결핵체 중 크기가 큰 편이다.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닮은 원형이 비교적 온전히 보존돼 있어 심미적 가치도 있다고 평가된다.두 자연유산은 현재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에 보관돼 있으며, 30일 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천연기념물로 최종 지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500여 년 전 신라에서 최고위급 장수(將帥)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경북 경주 황남동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금동관 파편이 출토됐으며, 주변 부곽(副槨)에선 시종으로 보이는 순장자의 인골 전신(全身)도 함께 나왔다. 국가유산청은 20일 경주 황남동에서 가진 공개회에서 “4세기 말∼5세기 초 최상위 신분의 장수가 묻힌 무덤이 갑옷과 마갑(馬甲), 금동관 등 껴묻거리 165점과 함께 확인됐다”며 “신라 중장기병 무덤이 발견된 건 2009년 쪽샘 C10호분에 이어 두 번째”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무덤은 형태나 출토 유물 등을 통해 초기 국가 단계였던 사로국이 ‘황금 신라’로 발전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단 점에서 가치가 크다.● 가장 오래된 신라 금동관 파편‘황남동 1호 목곽묘’로 명명된 이 무덤은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인 황남동 120호분을 발굴 조사하던 도중 그 하부에서 찾았다. 2∼4세기 한반도 전역에서 성행한 무덤 형식인 덧널무덤(목곽분)과 5세기 후반부터 신라 특유의 형식으로 자리 잡은 돌무지덧널무덤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황남대총, 천마총으로 잘 알려진 돌무지덧널무덤이 출현하는 과정을 연구할 단서로 평가된다.이민형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1팀장은 “목곽 주위로 적석(積石·둘레 돌)이 놓였고, 무덤이 지상화됐단 점에서 일반적인 덧널무덤과 다르다”며 “다만 봉분이 낮고 완만하며, 부곽엔 적석이 거의 없는 등 완전한 돌무지덧널무덤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무덤의 주인은 당대 최고위에 이른 무관일 것으로 추정된다. 크게 주곽과 부곽으로 이뤄져 있는데, 부곽에서 갑옷과 투구 등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주곽에선 30세 전후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와 금동관 파편, 금귀걸이 1쌍이 확인됐다. 오른쪽 상체 근처에선 철제 고리자루큰칼도 출토됐다.가장 눈여겨볼 유물은 금동관 파편이다. 황남대총 금동관 6점보다도 시기가 앞서, 신라 왕경에서 출토된 금동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열 국가유산진흥원 팀장은 “파편에는 세모(△), T자(凸) 문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고구려 수도 국내성의 터인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 지역에서 출토된 금동 장식과 유사하다”며 “신라가 고구려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순장 인골 전신이 온전히 출토 갑옷과 투구, 마갑 등은 무덤 주인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쪽샘 C10호 목곽묘에서 나온 갑옷은 철재로만 이뤄졌지만, 이번 갑옷은 몸통과 허리 아래에 가죽이 사용됐다. 갑옷 전문가인 박준현 부경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가죽이 혼용된 찰갑은 무게가 가볍고 활동성이 높다”며 “장수 중에도 위계가 높은 이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로 껴묻거리를 넣는 부곽엔 순장자 인골이 묻혀 눈길을 끈다. 키 160∼165cm로, 주인공을 보좌하던 시종으로 보인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지증왕이 502년 순장을 금지할 만큼 신라의 순장은 널리 퍼진 풍습이었으나, 그동안 인골이 무덤 주인이 묻힌 공간에서 파편적으로 확인돼 추정에 그쳤다”며 “부곽에서 전신이 발견되며 순장 풍습의 실체를 확인했다는 의의가 크다”고 했다. 비슷한 양상의 무덤이 추가로 발굴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심현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경주 시내에 있는 5세기 후반∼6세기 돌무지덧널무덤 하부에 이런 무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발굴 현장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경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새끼 원숭이의 작은 손가락이 어미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두 팔로 새끼를 받쳐 안은 어미의 표정에서는 온화한 사랑이 묻어난다. 12세기 제작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은 남아 있는 고려청자 가운데 흔치 않은 원숭이 모양으로, 몸통의 맑은 비색과 철채로 표현된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연적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17일 개막한 기획전 ‘보화비장(葆華秘藏)’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근대 한국 미술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장가 7인의 대표 수집품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려청자를 열성적으로 모은 영국 출신 변호사 존 갯즈비(1884∼1970), 조선 서화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한 위창 오세창(1864∼1953) 등이 소장했던 작품으로, 국보 4건과 보물 4건을 포함해 총 26건을 선보인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남긴 ‘대팽고회(大烹高會)’가 특히 눈길을 끈다. 추사의 글씨를 수집, 연구하는 데 매진했던 ‘조선의 마지막 내관’ 송은 이병직(1896∼1973)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예서체로 평범한 일상이 갖는 가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애국가 후렴구가 적힌 심산 노수현(1899∼1978)의 그림 ‘무궁화’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전시에선 개화기 수집가들의 취향과 방식까지 살펴볼 수 있다. 김영욱 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개화기엔 각종 전람회와 경매를 통해 고미술품이 활발히 유통되고 미술품 감상 문화가 확산했다”며 “소장가들은 골동상과 함께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며 각자의 취향과 안목으로 독자적인 컬렉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탁본 명장인 대한불교조계종 흥선 스님(사진)이 40여 년간 제작한 탁본 자료를 대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승려의 행적을 기록한 탑비, 묘비에 새겨진 글, 역사 기록물인 승전비 등의 탁본 자료 558건 1143점을 흥선 스님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기증 탁본엔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업적을 기리는 ‘여수 통제이공수군대첩비’ 탁본, 고려시대 승려인 혜소국사 정현(972∼1054)의 삶과 행적을 담은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탁본 등이 포함됐다. 박물관 측은 “역대 최대 규모의 탁본 기증”이라며 “흥선 스님의 탁본은 기존 탁본보다 판독 가능한 글자가 훨씬 많고, 글을 새긴 끌 자국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기증된 탁본들은 향후 연구와 전시에 활용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새끼 원숭이의 작은 손가락이 어미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두 팔로 새끼를 받쳐 안은 어미의 표정에서는 온화한 사랑이 묻어난다. 12세기 제작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은 남아 있는 고려청자 가운데 흔치 않은 원숭이 모양으로, 몸통의 맑은 비색과 철채로 표현된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작품이다.이 연적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17일 개막한 기획전 ‘보화비장(葆華秘藏)’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근대 한국 미술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장가 7인의 대표 수집품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려청자를 열성적으로 모은 영국 출신 변호사 존 갯즈비(1884~1970), 조선 서화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한 위창 오세창(1864~1953) 등이 소장했던 작품으로, 국보 4건과 보물 4건을 포함해 총 26건을 선보인다.추사 김정희(1786~1856)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남긴 ‘대팽고회(大烹高會)’가 특히 눈길을 끈다. 추사의 글씨를 수집, 연구하는 데 매진했던 ‘조선의 마지막 내관’ 송은 이병직(1896~1973)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예서체로 평범한 일상이 갖는 가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애국가 후렴구가 적힌 심산 노수현(1899~1978)의 그림 ‘무궁화’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전시에선 개화기 수집가들의 취향과 방식까지 살펴 볼 수 있다. 김영욱 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개화기엔 각종 전람회와 경매를 통해 고미술품이 활발히 유통되고 미술품 감상 문화가 확산했다”며 “소장가들은 골동상과 함께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며 각자의 취향과 안목으로 독자적인 컬렉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세기 이후 지구의 숲은 크게 파괴됐고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 그 원흉으로 꼽히는 게 탄소 배출이다. 그런데 탄소 배출 추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세계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이미 최고점을 지나고 최근 몇 년 동안 서서히 하락세란 점이다. 1인당 배출량은 1950년 2.4t에서 30년 만인 1980년 4.4t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후 약 30년 동안 11% 늘어 2012년 4.9t을 기록했다. 하지만 4.9t을 정점으로 추세가 뚜렷하게 둔화했다. 2018년부터 배출량이 늘지 않더니, 2020년 팬데믹을 지나면서는 줄어들고 있다. 불안과 절망에 호소하는 기후 위기 담론이 난무하는 오늘날, 구체적인 수치와 장기적 흐름을 보며 환경 문제에 접근한 책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경과학을 연구해 온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수석 연구원이 썼다. 저자는 “아이들의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는 의견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과학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믿지 않는다”며 기후 위기에 대한 자극적 경고와 단편적 해법에 매몰되지 말라고 강조한다. 책은 삼림 파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생물다양성 훼손 등 7가지 환경 문제에 얽힌 오해에 반박을 제기한다. ‘2050년엔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해양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21세기 중반까지 세계적 붕괴의 징조가 전혀 없으며 3000년이 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3억5000만 t 중 해양으로 유입되는 양은 약 100만 t에 그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물론 이 세상은 끄떡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환경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 맞다.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혹독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현재 인류가 도달한 기술 수준에서 기후 위기는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의 부제처럼 우리가 ‘지속 가능한 지구를 건설할 첫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책에 따르면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은 현재 상당 수준 발전돼 있다. 대기오염은 화력발전소 굴뚝에 ‘스크러버’라는 장치를 부착해 줄일 수 있다. 배출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황을 고체로 변화시켜 포집하는 장치다. 해양 플라스틱의 경우 ‘인터셉터 오리지널’이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강 밖으로 흘러나오는 부유물들을 가로막아 한데 가뒀다가, 적합한 쓰레기 처리 시설로 자동 운송하는 방법이다. 개개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법도 각 장마다 제시됐다. 그런데 기존에 잘 알려진 실천법 가운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분류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일회용 빨대와 비닐봉지는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과도하게 ‘퇴출 대상’으로 취급받는다고 꼬집었다. “종이 가방은 서너 번, 면 가방은 수백 번을 써야 비닐봉지의 탄소발자국과 같아질 수 있다. 물 사용, 산성화, 질소에 의한 수질 오염 등의 측면에서도 비닐봉지가 낫다”는 식이다.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개개인의 오해를 바로잡는 데 주력하다 보니 구조적 책임을 다소 약하게 지적한다. 삼림 파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소고기 섭취 줄이기를 제시하고, 어류 남획을 막을 방법으로 생선 섭취 줄이기, 원하는 어종만 선택적으로 포획할 수 있도록 장비 개선하기 등을 내놓는다. 그에 비해 정책적 해법은 “엄격한 제도를 마련해 남획을 방지한다” 등 막연한 수준에 그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2개의 스피커 중 하나에서 가벼운 타악기 소리가 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곧이어 맞은편 스피커에서 웅성대는 소리와 구성진 국악 선율이 들려왔다. 여기에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라디오 음성, 아기 옹알이 등이 차례로 더해지자, 마치 오래된 영화 속에 들어간 듯 아련한 분위기가 스튜디오를 메웠다. 잠시 뒤 모든 스피커가 제각기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돌연 끝나버렸고, 시끄러운 소음만 남았다.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 18, 19일 서울 성북구 TINC에서 열리는 음악 공연 ‘12 사운드’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작품의 기획과 작곡, 실시간 연주를 맡은 안상욱 씨(42)는 “오늘날 세상에 음악과 소리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를 녹음해 작곡의 재료로 쓰는 ‘구체음악’으로 이를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12 사운드’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약 1시간 길이로 4악장으로 구성됐다. 1908년 발표 당시 관객의 강한 반발을 샀던 아널드 쇤베르크 ‘현악 4중주 2번’의 빠르기와 구성을 차용했다. 타악기 연주자이자 크로스오버 밴드 ‘고래야’의 멤버인 안 씨가 설계한 컨트롤러를 활용해 스피커별로 배정된 소리를 실시간 변조한다. 안 씨는 “오늘날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은 소리에 노출된 탓에 그 어떤 소리를 들어도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리를 어떻게 취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상에 소리가 범람하면서 노이즈캔슬링, 알고리즘 추천 등 기술이 보급됐어요. 듣기 싫은 소리를 삭제하고 원하는 소리만 반복해서 듣는 게 일상이 됐죠. 그 탓에 요즘 아이들 가운데선 바람 소리나 물소리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우리가 수 세기 동안 발전시킨 청취 기술의 이면이라고 봅니다.” 각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는 안 씨가 동료 음악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수집했다. 소리의 홍수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만의 소리를 찾고 연주하는 12명을 선정한 뒤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소리를 음원 파일로 공유받았다. 가야금 연주자가 유년 시절 집에서 듣던 클래식 라디오 방송, 전자음악가가 충남 홍성에서 녹음한 기계음, 기타리스트가 녹음한 아이의 옹알이 등 다양하다. 각 소리는 최대 8배속까지 빨라지기도 하고, 아주 짧은 구간으로 잘게 쪼개지기도 하면서 작곡의 재료로 사용됐다. 안 씨는 “소리에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고 했다. 특정 소리를 들을 때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듣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란다. “소리는 발생한 뒤 듣는 행위로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돼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지금껏 무심하게 들어온 소리들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스스로 어떤 소리 환경에 놓여 있는지, 어떤 소리에 애정을 품는지 곱씹어보면 좋겠습니다.” 아트코리아랩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이번 공연은 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2개의 스피커 중 하나에서 가벼운 타악기 소리가 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곧이어 맞은편 스피커에서 웅성대는 소리와 구성진 국악 선율이 들려왔다. 여기에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라디오 음성, 아기 옹알이 등이 차례로 더해지자, 마치 오래된 영화 속에 들어간 듯 아련한 분위기가 스튜디오를 메웠다. 잠시 뒤 모든 스피커가 제각기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돌연 끝나버렸고, 시끄러운 소음만이 남았다.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 18, 19일 서울 성북구 TINC에서 열리는 음악 공연 ‘12 사운드’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작품의 기획과 작곡, 실시간 연주를 맡은 안상욱 씨(42)는 “오늘날 세상에 음악과 소리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를 녹음해 작곡의 재료로 쓰는 ‘구체음악’으로써 이를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12 사운드’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약 1시간 길이로 4악장 구성이다. 1908년 발표 당시 관객의 강한 반발을 샀던 아놀드 쇤베르크 ‘현악 4중주 2번’의 빠르기와 구성을 차용했다. 타악기 연주자이자 크로스오버 밴드 ‘고래야’의 멤버인 안 씨가 설계한 컨트롤러를 활용해 스피커 별로 배정된 소리를 실시간 변조한다. 안 씨는 “오늘날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은 소리에 노출된 탓에 그 어떤 소리를 들어도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리를 어떻게 취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세상에 소리가 범람하면서 노이즈캔슬링, 알고리즘 추천 등 기술이 보급됐어요. 듣기 싫은 소리를 삭제하고 원하는 소리만 반복해서 듣는 게 일상이 됐죠. 그 탓에 요즘 아이들 가운데선 바람 소리나 물소리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우리가 수 세기 동안 발전시킨 청취 기술의 이면이라고 봅니다.”각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는 안 씨가 동료 음악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수집했다. 소리의 홍수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만의 소리를 찾고 연주하는 12명을 선정한 뒤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소리를 음원 파일로 공유받았다. 가야금 연주자가 유년 시절 집에서 듣던 클래식 라디오 방송, 전자음악가가 충남 홍성에서 녹음한 기계음, 기타리스트가 녹음한 아이의 옹알이 등 다양하다. 각 소리는 최대 8배속까지 빨라지기도 하고, 아주 짧은 구간으로 잘게 쪼개지기도 하면서 작곡의 재료로 사용됐다.안 씨는 “소리에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고 했다. 특정 소리를 들을 때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듣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란다. “소리는 발생한 뒤 듣는 행위로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돼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지금껏 무심하게 들어온 소리들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스스로 어떤 소리 환경에 놓여있는지, 어떤 소리에 애정을 품는지 곱씹어보면 좋겠습니다.”아트코리아랩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이번 공연은 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13일 ‘제39회 책의 날’을 맞아 권종택 보림출판사 대표(사진)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문체부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의 날 기념식에서 권 대표 등 29명에게 포상했다. 1976년 보림출판사를 창립한 권 대표는 1970년대 단행본 그림책 시장의 기틀을 다진 공로를 인정받았다. 어린이 인문·예술 교양서 발간과 인형극장 설립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점도 높이 평가됐다. 대통령 표창은 고(故) 홍석 전 도서출판 풀빛 대표와 한봉숙 도서출판 푸른사상사 대표에게 수여됐다. 국무총리 표창은 황민호 대원씨아이 대표, 김태웅 동양북스 대표가 받았다. 문체부 장관 표창은 김은경 신구대 겸임교수 등에게 수여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된다는 말은 듣기만 하던 것을 서울 근처에서 실제로 보게 됐다. 동리가 변해 밭이 되고 집터가 변해 강이 되어버린 것이다.”(1925년 7월 28일 동아일보) 1925년 7월 ‘20세기 한반도 최악의 홍수’라 불리는 을축년 대홍수가 서울을 집어삼켰다. 당시 8일 동안 753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초가집들은 “멀리멀리 정처 없이 서해로 떠나가고 말았”으며, 가축과 농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26일부터 선보인 특별전 ‘미증유(未曾有)의 대홍수’는 각종 기록물을 통해 을축년 대홍수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홍수 관련 지도와 보고서, 신문 기사, 수필 등 214점을 밀도 높게 전시해 당시 재해를 재구성했다. 전시품은 아무래도 문헌 위주지만, 영상물과 보도 사진 등 풍부한 시각 자료를 더해 볼거리를 보완했다. 오늘날 마포 일대를 포함한 경성 근교 농지가 타격을 입어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폭등한 현실은 표로 보여준다. 일본인 나카무라 겐토가 쓴 ‘경성부근 수해실황기’에 따르면 100개에 80엔 정도 하던 무 가격은 수해 이후 180엔으로, 가지 100개 가격은 70엔에서 130엔으로 치솟았다. 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 조선인은 이재민 구제 정책에서조차 차별받았다. 이정민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본인에게는 쌀죽을 나눠줬지만, 조선인에게는 좁쌀과 입쌀을 섞은 주먹밥이 제공됐다”며 “항일운동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민족적인 구호 활동을 막고 관련 언론 보도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960년대 이후 서울의 수해 방재 대책과 2022년 중부권 폭우 사태도 함께 짚는다. 이 연구사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제방 축조 등 치수(治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혀 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 재난을 돌아보고 대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6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된다는 말은 듣기만 하던 것을 서울 근처에서 실제로 보게 됐다. 동리가 변해 밭이 되고 집터가 변해 강이 되어버린 것이다.”(1925년 7월 28일 동아일보)1925년 7월 ‘20세기 한반도 최악의 홍수’라 불리는 을축년 대홍수가 서울을 집어삼켰다. 당시 8일 동안 753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초가집들은 “멀리멀리 정처 없이 서해로 떠나가고 말았”으며, 가축과 농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26일부터 선보인 특별전 ‘미증유(未曾有)의 대홍수’는 각종 기록물을 통해 을축년 대홍수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홍수 관련 지도와 보고서, 신문 기사, 수필 등 214점을 밀도 높게 전시해 당시 재해를 재구성했다.전시품은 아무래도 문헌 위주지만, 영상물과 보도 사진 등 풍부한 시각 자료를 더해 볼거리를 보완했다. 오늘날 마포 일대를 포함한 경성 근교 농지가 타격을 입으면서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폭등한 현실은 표로 보여준다. 일본인 나카무라 겐토가 쓴 ‘경성부근 수해실황기’에 따르면 100개에 80엔 정도 하던 무 가격은 수해 이후 180엔으로, 가지 100개 가격은 70엔에서 130엔으로 치솟았다.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 조선인은 이재민 구제 정책에서조차 차별받았다. 이정민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본인에게는 쌀죽을 나눠줬지만, 조선인에게는 좁쌀과 입쌀을 섞은 주먹밥이 제공됐다”며 “항일운동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민족적인 구호 활동을 막고 관련 언론 보도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960년대 이후 서울의 수해 방재 대책과 2022년 중부권 폭우 사태도 함께 짚는다. 이 연구사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제방 축조 등 치수(治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혀져 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 재난을 돌아보고 대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6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노벨 문학상은 ‘묵시록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사진)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 시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강렬하고도 예지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2002년 케르테스 임레(1929∼2016) 이후 23년 만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현지 라디오를 통해 “매우 기쁘면서도 평온하고, 긴장된다”며 “오늘은 내가 노벨상 수상자가 된 첫째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2월 스웨덴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선 “상을 받으면 놀라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주목이라고? 오늘 스톡홀름의 한 약국에 갔더니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몰라봤다”고 했다.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작가는 부다페스트대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몽골 등에 체류하며 작품을 썼다. 2015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상은 계속된다’로 같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폐허와 종말이라는 주제를 특유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형식으로 담아내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한림원은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라며 “그의 세계는 동양으로 시선을 돌려 보다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국내에도 출간된 대표작 ‘사탄탱고’(1985년)는 헝가리 남동부의 버려진 집단농장 마을이 배경인 소설이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체제에 유린당하고 끝내 고통의 굴레에 갇히는 과정을 그려냈다. 1994년 헝가리 영화감독인 터르 벨러가 동명의 흑백영화를 제작했으며, 상영 시간이 7시간 반(439분)에 이른다. 2015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영국 작가 머리나 워너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음역을 가진 몽상가적 작가”라며 “겁나고 낯설면서 동시에 소름 끼치도록 웃긴 장면을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작품이 지닌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 국내에 그의 소설은 ‘사탄탱고’를 비롯해 ‘저항의 멜랑콜리’(1989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년) 등 6권이 번역 출간돼 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는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라고 했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소설을 모두 펴낸 출판사 알마의 안지미 대표는 “가장 큰 특징은 만연체 문장으로, 소설 ‘라스트 울프’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졌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헝가리 문학 전문가인 김보국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은 “서사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무게감이 있고, 탄탄하면서도 깊게 심리를 파고드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노벨 문학상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6억5000만 원)다. 관례에 따르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시대 지방 비리를 감찰하고 민생을 살핀 ‘암행어사’를 조명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이달 1일 개막한 특별전 ‘암행어사, 백성의 곁에 서다’는 암행어사와 관련된 문화유산 105건을 통해 이들의 활동과 역사, 상징성 등을 소개한다. 암행어사는 16∼20세기 임금의 명을 받아 전국 각지로 파견돼 정세를 살핀 특별 관리. 박물관 측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되는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수는 약 7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번 특별전은 18세기 활약한 박문수(1691∼1756) 등 어사 6명의 초상과 마패 16점 등을 선보인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로도 친숙한 ‘어사 박문수’는 조선 영조 대의 문신으로 부정한 관리들을 적발하고 가난한 백성을 구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나가는 고을에서 크게 잘 다스리거나 법을 어기는 자가 있는지 신분을 숨기고 살피도록 하라”는 어명이 담긴 봉서(封書)도 전시됐다. 내년 2월 22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노벨 문학상은 ‘묵시록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 시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강렬하고도 예지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2002년 케르테스 임레(1929~2016) 이후 23년 만이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현지 라디오를 통해 “매우 기쁘면서도 평온하고, 긴장된다”며 “오늘은 내가 노벨상 수상자가 된 첫째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2월 스웨덴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선 “상을 받으면 놀라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주목이라고? 오늘 스톡홀름의 한 약국에 갔더니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몰라봤다”고 했다.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작가는 부다페스트대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몽골 등에 체류하며 작품을 썼다. 2015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상은 계속된다’로 같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 폐허와 종말이라는 주제를 특유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형식으로 담아내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한림원은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라며 “그의 세계는 동양으로 시선을 돌려 보다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2018년 국내에도 출간된 대표작 ‘사탄탱고’(1985년)는 헝가리 남동부의 버려진 집단농장 마을이 배경인 소설이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체제에 유린당하고 끝내 고통의 굴레에 갇히는 과정을 그려냈다. 1994년 헝가리 영화감독인 터르 벨러가 동명의 흑백영화를 제작했으며, 상영 시간이 7시간 반(439분)에 이른다.2015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영국 작가 머리나 워너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음역을 가진 몽상가적 작가”라며 “겁나고 낯설면서 동시에 소름 끼치도록 웃긴 장면을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작품이 지닌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국내에 그의 소설은 ‘사탄탱고’를 비롯해 ‘저항의 멜랑콜리’(1989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년) 등 6권이 번역 출간돼 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는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라고 했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소설을 모두 펴낸 출판사 알마의 안지미 대표는 “가장 큰 특징은 만연체 문장으로, 소설 ‘라스트 울프’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졌을 정도”라고 소개했다.헝가리 문학 전문가인 김보국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은 “서사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무게감이 있고, 탄탄하면서도 깊게 심리를 파고드는 작가”라고 설명했다.노벨 문학상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6억5000만 원)다. 관례에 따르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바리톤 이고호(28·사진)가 이탈리아 바를라시나에서 5일(현지 시간) 폐막한 루이지 알바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는 결선에서 도니체티 오페라 ‘폴리우토’ 중 아리아 ‘데시우스, 세상의 주님’을 불러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이고호는 가톨릭대 음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토리노 베르디 음악원에 재학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는 조선왕릉의 숲길 9곳이 다음 달 말까지 전면 개방됐다. 8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서울 태릉과 강릉을 잇는 구간을 포함해 경기 파주 장릉의 능침 북쪽 숲길, 화성 융릉에서 건릉에 이르는 숲길, 여주 영릉과 외곽 숲길 등 9개 구간이 최근 개방됐다. 이번에 열린 숲길은 총 19.59km로 이달에는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다음 달에는 오전 9시∼오후 4시 반까지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월요일은 휴장한다. 이달 18∼26일엔 ‘2025년 세계유산 조선왕릉축전’이 선정릉을 비롯한 조선왕릉 9곳에서 개최된다. 조선시대 왕이 왕릉에 행차하는 능행(陵幸)을 재현한 ‘조선 능행’,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지는 ‘왕릉음악회’ 등 행사가 마련됐다. 오늘날 9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능참봉’과 함께 왕릉을 걸으며 왕릉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참봉이 들려주는 왕릉 이야기’도 진행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립한글박물관이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역사와 문화를 100가지 키워드를 정리한 ‘한글문화지식 100’을 출간했다.박물관에 따르면 이 책은 한글의 문자학적 원리와 한글을 지키고 전하며 문화를 가꾸기 위해 힘쓴 인물 및 단체, 관련 사건 등을 담았다. 1443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때부터 컴퓨터 자판에 한글이 적용되기까지를 대상으로 국어학과 국문학, 서지학, 국어 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2019년부터 약 5년간 연구한 내용을 실었다.책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쓰였을까’를 다룬 장에선 “1920년대 이후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자 한글날을 제정하고 기관지 ‘한글’을 발행하면서”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책은 한글날 당일 낮 12시와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인근에서 각각 50명에게 선착순으로 배포되며, 박물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