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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모든 것을 새롭게 각오하고 해야 한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를 향해 “지난 3년간 정부 정책이 이완됐고, 또 지난겨울부터 대선에 이르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부분이 흐트러져 있었다”며 이같이 질타했다. 국정기획위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 3년, 또 비상계엄과 내란이라는 이 6개월 동안 공직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많이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전 부처의 업무보고를 다시 받는 수준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선 “좀 더 평등해진 사회, 좀 더 성장하는 사회가 이번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과 관련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중 구조와 임금 격차”라며 “격차 해소를 위해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공약에 넣었다”고 했다. 이날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환경부는 4대강 재자연화 방안을 포함해 하천의 수량·수질 등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방안 마련을 보고했다. 산업부 업무보고에서는 대미 관세협의 신속 타결,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이 논의됐다. 외교부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 추진을, 통일부는 남북 연락채널 복원 및 평화경제 구상 방향성 등을 보고했다. 전날 국세청 업무보고에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탈세 등을 추적하는 시스템 구축과 이를 통해 최소 연 1조 원 이상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구체적 수치가 나오자 업무보고에 참석한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위원들이 호평을 하며 박수까지 쳤다”고 했다. 국방부는 국군방첩사령부에 대해 그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국정기획위에 전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의 직무는 군사 보안 관련 업무, 군 관련 방첩(防諜) 업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 등에 관한 수사 등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방첩 업무 정도만 남기고 다른 업무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다른 부대로 분산하는 방안이 보고된 것. 방첩사는 현재 3성 장군(중장)이 지휘하는 부대지만 기능이 축소될 경우 부대의 격 역시 소장급 부대나 준장급 부대로 크게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전세대출이나 정책모기지 등에도 DSR을 적용해 대출을 조이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 언급했던 근로소득세 개편은 국정기획위에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년간 30조 원이 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만큼 근소세 부담 완화를 단시일 내에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한미일이 18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한미일 3국이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훈련에 나선 것이다. 공군은 “한미일 전투기 공중 훈련이 이날 오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됐다”며 “훈련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및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시행됐다”고 밝혔다. 한미일 공중 훈련이 실시된 건 올해 1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훈련엔 우리 공군 F-15K 2대와 주한 미 공군 F-16 6대, 일본 항공자위대 F-2 2대 등이 참가했다. 3국은 적기 출현 상황을 가정해 이를 격파하고 방어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3국 공중 훈련 시 참가하는 B-52나 B-1B 등 전략폭격기는 이번엔 참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 훈련은 수개월 전 계획된 것으로 미군의 전력 운용 계획과 훈련 특성 등을 고려해 전략폭격기가 빠진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을 두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안보 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내던 2022년 10월 한미일의 동해상 미사일 방어 훈련을 두고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육군은 이날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예정된 포사격 훈련도 진행했다.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위해 MDL 이남 5km 내에서 진행하던 육군의 포사격 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육군은 이날 오전 강원 화천군 칠성 사격장에서 105mm 차륜형 자주포인 K105A1 6문을 동원해 포탄 77발 사격을 계획대로 실시했다. 군 소식통은 “해병대도 9·19 군사합의상 해상 적대 행위 금지 구역이었던 서북도서에서 다음 주 중 포 사격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러시아에 공병과 건설 인력 등 6000명을 추가로 파병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한 북한의 3차 파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거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의 밀착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1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날) 평양에서 열린 회담에서 북한의 공병과 건설 인력을 러시아에 파견해 쿠르스크 지역 복구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쇼이구 서기는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이구 서기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달 4일 이후 13일 만이다. 인테르팍스통신은 북한의 3차 파병 규모가 공병 1000명과 군사 건설 인력 5000명 등 6000명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2000명에 달하는 북한군 특수부대원 등 전투 병력을 파병한 데 이어 올 초 3000명 안팎의 병력을 추가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파병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북한군 규모가 2만 명을 넘어서는 것. 영국 국방정보국(DI)는 15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 수가 현재까지 6000명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일 전격 중지한 가운데 북한도 이른바 ‘귀신 소리’로 불리던 대남 소음 방송을 12일부터 중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 방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지된 지 약 10시간이 지난 12일 자정 전후로 중지됐다. 지난해 6월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로 윤석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대남 방송을 시작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대남 방송은 우리 측 대북 확성기 방송이 뉴스, 음악, 날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송출하던 것과 달리 쇠 깎는 소리, 곡소리 등 기괴한 소음을 송출하는 방식이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중간 휴식 시간을 포함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송출됐지만, 대남 방송은 접경지역 중 인구 밀집 지역이 있는 강화 등을 향해선 심야 및 새벽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불규칙적으로 송출됐다. 이에 주민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호응으로 접경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게 됐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상호 신뢰 회복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선 “북한이 긴장 완화 조치를 계속 이어갈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하루 정도 지난 상황이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방송을 중지하면서도 스피커 등 방송 관련 장비는 철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언제든 대남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앞서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고,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매설 등의 물리적인 단절 조치를 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완화를 넘어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9·19남북군사합의 복원 조치도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군사 합의상 적대 행위 금지 구역이었던 군사분계선(MDL) 이남 5km 내 사격장 및 서북도서에서의 포사격 훈련부터 금지할 가능성이 나온 것. 다만 군 관계자는 “이달 중순과 하순에도 해당 지역에서 계획된 훈련이 있다. 훈련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추가 조치에 대해선 북한 동향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일 전격 중지한 가운데 북한도 이른바 ‘귀신 소리’로 불리던 대남 소음 방송을 12일부터 중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지된 지 약 10시간이 지난 12일 자정 전후로 중지됐다. 지난해 6월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로 윤석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대남 방송을 시작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대남방송은 우리 측 대북 확성기 방송이 뉴스, 음악, 날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송출하던 것과 달리 쇠 깎는 소리, 곡소리 등 기괴한 소음을 송출하는 방식이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송출됐지만 대남방송은 접경지역 중 인구 밀집 지역이 있는 강화 등을 향해선 심야 및 새벽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불규칙적으로 송출됐다. 이에 주민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호응으로 접경 지역 주민들 고통을 덜어드리게 됐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상호 신뢰 회복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선 “북한이 긴장 완화 조치를 계속 이어갈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하루 정도 지난 상황이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방송을 중지하면서도 스피커 등 방송 관련 장비는 철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언제든 대남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앞서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고,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매설 등의 물리적인 단절 조치를 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완화를 넘어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9·19남북군사합의 복원 조치도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사 합의상 적대 행위 금지 구역이었던 군사분계선(MDL) 이남 5km 내 사격장 및 서북도서에서의 포사격 훈련부터 금지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 다만 군 관계자는 “이달 중순과 하순에도 해당 지역에서 계획된 훈련이 있다. 훈련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추가 조치에 대해선 북한 동향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방부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비정규군 공로자들에 대해 무공훈장을 서훈했다고 밝혔다. 서훈 대상은 ‘6·25 비정규군 보상법’에 따라 공로자로 인정받은 비정규군 중 전쟁 기간 미8240부대(켈로부대) 또는 영도유격대(미 중앙정보국 첩보부대) 등에서 활약했으면서도 무공수훈을 받지 못한 고 이종학 씨 등 24명이다. 이 씨는 미국 극동사령부가 북한 지역 첩보 활동을 위해 만든 부대인 켈로부대 예하 동키(Donkey)11부대장으로 유격 작전을 지휘했다. 1951년 4월 인천 옹진군 교정면에서 북한군 순찰대를 기습한 송림리 전투에서 적 17명을 사살한 공로 등으로 이날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11일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년 만에 중지했다. 9일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이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북한이 항의해 온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고 나선 것. 대통령실은 확성기 방송 중지에 대해 “상호 신뢰 회복에 물꼬를 트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에 상응 조치를 촉구했다. 다만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따라 대남 단절에 나선 북한이 이번 조치에 호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李, 확성기 방송 중지 직접 지시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후 2시를 기해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도록 지시했다”면서 “대선 과정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바를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대북전단과 확성기 방송 중단을 공약했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했던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며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정부가 9·19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함께 북한을 겨냥한 심리전 수단을 꺼내 든 것. 이후 군은 매일 최대 30km까지 방송이 전달되는 확성기를 통해 한국의 발전상과 ‘김씨 일가 3대 세습’ 및 북한 인권 실태 비판, K팝 등 대북 심리전 방송(자유의 소리)을 송출해 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확성기 방송 중단과 방식 등을 검토해 왔다. 당초 외교안보 주요 인선이 완료된 뒤 NSC를 통해 방송 중지를 결정하는 방안 등이 고려됐지만 취임 일주일 만에 직접 이 대통령이 속도감 있게 공약을 이행한 것. 이에 앞서 이틀 전인 9일엔 대통령실 지침을 받아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 존중을 앞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중단을 요청했다. 강 대변인은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겪어 온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은 정부가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여 뒤인 지난해 7월부터 대남 확성기로 기계음 등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또 최근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없었고, 확성기 방송 재개의 계기가 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상황 등도 고려했다.● 文정부 때와 달리 “北과 사전 협의 없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확성기 방송 중지를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해 “북한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남북은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그해 5월 같은 날 확성기를 철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확성기 방송 ‘중단’이 아닌 일시적 조치를 내포하는 ‘중지’ 표현을 쓰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군 당국도 이날 방송은 중지했지만 전 전선에 걸쳐 설치돼 있던 고정식 확성기를 철거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 등 호응 조치가 이어질 경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신뢰 구축 조치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북전단 및 확성기 방송 중단 외에도 2023년 4월 이후 단절된 남북 연락 채널 복원과 전방 일대 군사훈련 중단 등을 담은 9·19합의 복원을 공약한 상황이다. 강 대변인은 “국민 안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두고 관련 사안들을 신중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북전단 중단 요청과 확성기 방송 중지 등 선제적 조치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남북 관계 구상이 시작부터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전략적 인내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부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북 저자세 논란 등 여론 분열의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휴전선 일대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기계음 등 북한의 대남 방송이 중단됐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대남 방송은 지역별로 가동 시간이 제각각”이라며 “우리 확성기 방송 중단과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인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가 중이던 공군의 KF-16 전투기가 이륙 도중 조종사가 비상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 전투기가 해외 연합훈련 중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다. 앞서 3월 KF-16 전투기의 민간 오폭과 4월 KA-1 공중통제공격기의 기관총 낙하에 이어 올해 들어 공군에서만 3번째 사고가 발생한 것. 지난달 29일 승무원 4명이 순직한 해군의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를 포함해 군내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12·3 비상계엄’ 여파로 지휘부 공백 장기화 등으로 인한 기강 해이가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활주로서 이륙 도중 조종사 비상탈출” 공군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 2분경(한국 시간) 알래스카주 아일슨 미 공군기지에서 KF-16 전투기 1대가 이륙 도중 갑자기 조종석의 덮개(캐노피)가 열리면서 조종사 2명이 비상탈출했다. 조종석의 ‘이젝션(사출) 장치’가 작동되면서 조종사들은 하늘로 솟구친 뒤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지상으로 떨어진 것. 사고기의 전·후방석에 탑승한 조종사들은 모두 대위라고 공군은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 항공기가 이륙 도중 비상탈출과 함께 활주로를 이탈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고 직후 기수가 심하게 파손된 채 시커먼 연기를 내면서 불타고 있는 사고 기체를 현지 소방대원들이 진화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공군은 “사고 직후 구조된 조종사 2명은 미 육군병원으로 이송돼 검진한 결과 경미한 화상과 열상 외 특별한 부상은 없다”며 “사고 항공기는 화재로 인한 부분 파손된 상태로 기지 활주로 옆 풀밭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투기의 비상탈출은 조종 불능 등 유사시 조종사가 핸들이나 고리 형태의 이젝션 장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일부 기종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이젝션을 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고 원인을 단언할 수 없다”며 “미 측과 긴밀한 협의하에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했다. 공군은 사고 조사팀과 긴급정비팀 10여 명을 11일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KC-330) 편으로 현지로 급파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군용기 사고” 이번 사고를 비롯해 연이은 군용기 사고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3월 이후 군내 항공기 사고는 매달 반복되는 상황이다. 3월 6일엔 공군의 KF-16 전투기 2대가 연합훈련 중 민가에 폭탄을 투하해 민간인과 군인 등 66명이 다쳤고, 건물 203동, 차량 16대가 파손되는 등 219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조종사들의 부주의로 폭격 좌표를 오입력한 사실이 드러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11일 뒤엔 육군의 대형 무인기가 착륙 중 헬기와 충돌해 두 기체 모두 전소하면서 200억 원 이상의 물적 피해가 났다. 4월 18일엔 공군의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비행훈련 중 기관총과 실탄, 연료통을 비정상 투하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 사고 원인도 조종사 과실로 드러나 또다시 군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렸다. 이어 지난달 29일엔 해군의 해상초계기가 이착륙 훈련 중 추락해 승무원 4명이 순직하는 사고까지 터졌다. 이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군용기 사고에 군 당국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군 안팎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방부 장관의 부재 등 군 지휘부의 난맥상으로 군내 기강이 느슨해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군 당국자는 “최근 군에서 대형 사고가 유달리 빈번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새 정부가 가급적 이른 시기에 국방수장 임명을 통해 지휘부 공백을 메우고,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등 군을 추슬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재개한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을 1년 만에 전면 중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공언했던 확성기 방송 중단이 이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현실화한 것. 일각에선 정부가 먼저 북한에 적대적인 남북 관계를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11일 여권 및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오후 전방 전 전선에 걸쳐 설치돼있는 고정식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는 대통령실 지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군 당국은 “남북 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확성기 방송이 상부 지시에 따라 중지됐다”고 밝혔다.앞서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9·19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함께 북한을 겨냥한 심리전 수단을 꺼내든 것. 이후 군은 매일 10~30km까지 방송이 전달되는 확성기를 통해 한국의 발전상과 ‘김씨 일가 3대 세습’ 및 북한 인권 실태 비판, K팝 등 대북 심리전 방송(자유의 소리)을 송출해왔다.대통령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확성기 방송 중단 시점과 방식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9일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 존중을 앞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이날 군 당국이 확성기 방송까지 중단하면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인 행동에 나선 것.당초 외교안보 주요 인선이 완료된 뒤 NSC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한 데엔 북한의 대남 방송 맞대응에 따른 접경지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장기화된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뒤 한 달여 뒤인 지난해 7월부터 대남 확성기로 기계음 등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또 확성기 방송 재개의 계기가 됐던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북 방송을 해왔던 군 당국은 12·3 비상계엄 이후인 올해 초부터 군 장병 피로도와 방송 효과 등을 고려해 이동식 확성기는 철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이 현재 보유한 대북 확성기는 고정식 24개와 이동식 16개 등 총 40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군은 2023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에 따른 북한군의 전방 대남 단절 작업이 재개되는 올해 봄에 이동식 확성기를 투입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휴전선 일대 북한군 작업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막 신병교육대 훈련을 수료한 이등병과 이 병사를 인솔해 가던 중사가 K-2 소총을 렌터카에 두고 내리고도 이를 까맣게 몰랐다가 민간인의 신고로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 장병들이 소총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다 분실 사실조차 몰랐던 만큼 총기 관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군 당국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육군 모 사단 A 중사는 5일 신병교육대 훈련을 마친 B 이등병을 렌터카에 태워 부대로 인솔했다. A 중사는 부대 차량이 배차되지 않자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렸다. B 이등병은 자대에서 지급받은 K-2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이 소총을 차량 트렁크에 싣고 부대로 출발했다. 문제는 이들이 부대에 도착한 뒤 렌터카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소총을 트렁크에 넣어둔 사실을 잊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렌터카를 그대로 반납했고 사흘이 지난 8일에서야 한 민간인이 “차 안에 소총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해 소총 분실 사실을 인지했다. 해당 부대는 신고를 받은 즉시 소총을 회수했다. 분실 당시 소총엔 실탄이나 공포탄 등은 없었지만 군 수사당국은 이들이 총기를 분실하고도 이를 몰랐던 것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소총 분실의 책임 소재를 놓고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의 소총이 B 이등병에게 공식 수여된 것이 아니라면 분실 책임 소재는 A 중사에게 있다고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밝혔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B 이등병에게 소총이 공식 수여된 사실이 있는지 등 사건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리 책임이 있는 사람은 군형법상 군용물 분실죄로 입건돼 처벌받게 된다. 현재 육군 군사경찰이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가운데 군 당국은 해당 부대의 총기 관리 현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를 다른 부대로도 확대할지도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총기를 분실한 것도 문제지만 분실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 더 큰 문제로 심각한 기강 해이 문제로 보고 있다”며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리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막 신병 교육대 훈련을 수료한 이등병과 이 병사를 인솔해 가던 중사가 K-2 소총을 렌터카에 두고 내리고도 이를 까맣게 몰랐다가 민간인의 신고로 뒤늦게 알게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 장병들이 소총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한데다 분실 사실조차 몰랐던 만큼 총기 관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군 당국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육군 모 사단 A 중사는 5일 신병교육대 훈련을 마친 B 이등병을 렌터카에 태워 부대로 인솔했다. A 중사는 부대 차량이 배차되지 않자 렌터카업체에서 차를 빌렸다. B 이등병은 자대에서 지급받은 K-2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이 소총을 차량 트렁크에 싣고 부대로 출발했다. 문제는 이들이 부대에 도착한 뒤 렌터카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소총을 트렁크에 넣어둔 사실을 잊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렌터카를 그대로 반납했고 사흘이 지난 8일에서야 한 민간인이 “차 안에 소총이 있다”며 민간 경찰에 신고한 것을 계기로 소총 분실 사실을 인지했다. 해당 부대는 신고를 받은 즉시 소총을 회수했다. 분실 당시 소총엔 실탄이나 공포탄 등은 없었지만 군 수사당국은 이들이 총기를 분실하고도 이를 몰랐던 것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소총 분실의 책임 소재를 놓고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의 소총이 B 이등병에게 공식 수여된 것이 아니라면 분실 책임 소재는 A 중사에게 있다고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밝혔다. 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B 이등병에게 소총이 공식 수여된 사실이 있는지 등 사건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리 책임이 있는 사람은 군형법상 군용물 분실죄로 입건돼 처벌받게 된다. 현재 육군 군사경찰이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가운데 군 당국은 해당 부대의 총기 관리 현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를 다른 부대로도 확대할지도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총기를 분실한 것도 문제지만 분실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 더 큰 문제로 심각한 기강 해이 문제로 보고 있다”며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리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제2의 3·1운동으로 불리는 ‘6·10만세운동’ 제99주년 기념식이 10일 국가보훈부 주최로 서울 종로구 중앙고등학교에서 열린다. 6·10만세운동은 순종 인산일(장례일)인 1926년 6월 10일 학생들이 주도한 독립만세운동으로 3·1운동, 1929년 학생 독립운동과 함께 일제에 맞서 만세를 외친 3대 독립운동이다. 당시 서울 지역 학생들은 인산 행렬 곳곳에서 격문을 뿌리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행사는 ‘우리의 대한, 모두의 독립, 하나 된 만세’를 주제로 열리며 독립유공자 유족 등 400여 명이 참석한다. 6·10만세운동 10주년 당시 백범 김구 선생 등이 한국국민당 명의로 발표한 선언서도 낭독된다. 낭독은 당시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이 다닌 중앙고등보통학교 후신 중앙고 학생과 연희전문학교 후신 연세대 학생, 보성전문학교 후신 고려대 학생 등 3인이 맡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1일 청진항에서 진수식을 열던 중 쓰러진 5000t급 구축함을 보름 만에 똑바로 세우는 데 성공한 가운데, 이 구축함이 러시아에 인접한 나진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5일 부두에 계류시키는 데 성공한 신형 구축함을 나진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해당 구축함은 쓰러지긴 했지만 엔진 등의 작동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도 구축함이 재검사를 거친 뒤 나진 배수리 공장 건독에서 세부 복구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진조선소와 청진조선소는 연간 건조 능력이 각각 2만8200t, 2만5700t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형 선박 건조 조건은 오히려 나진보다 청진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구축함을 러시아에 근접한 나진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두고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일 평양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이달 하순 전원회의 전까지 복원을 공개적으로 지시한 만큼 무리한 일정을 지키려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1일 청진항에서 진수식을 열던 중 쓰러진 5000t급 구축함을 보름 만에 똑바로 세우는 데 성공한 가운데 이 구축함이 러시아에 인접한 나진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5일 부두에 계류시키는데 성공한 신형 구축함을 나진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해당 구축함은 쓰러지긴 했지만 엔진 등의 작동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도 구축함이 재검사를 거친 뒤 나진 배수리 공장 건도크에서 세부 복구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진조선소와 청진조선소는 연간 건조 능력이 각각 2만8200t, 2만5700t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형 선박 건조 조건은 오히려 나진보다 청진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구축함을 러시아에 근접한 나진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두고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일 평양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이달 하순 전원회의 전까지 복원을 공개적으로 지시한 만큼 무리한 일정을 지키려면 러시아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번에 중국을 못 잡으면 더는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예비역 육군 대장·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론의 배경에 대해 “미 정부가 오래된 개념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새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한미는 2003년부터 시작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등을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해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 전력에 머물지 않고 동북아 기동군,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 기동군으로 그 역할을 확대한다는 것에 양국은 이미 일정 부분 합의했던 것. 임 전 부사령관은 “미국이 최근 이 문제를 계속 강조하는 건 패권을 둔 미중 경쟁이 가장 치열해진 지금이야말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시기라는 의미”라고 했다. 임 전 부사령관은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4연임이 2027년 결정되는 만큼 중국이 그전까지 대만 침공 등으로 장기 집권의 명분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대만은 미군 입장에선 한반도와 단일한 작전 지역”이라며 “단일 작전 지역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작전을 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미국이 주한미군을 절대 활용하지 않고 미 본토 병력을 데려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주한미군의 역할 전환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추가 대응책을 확실히 강구한 다음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에는 한미동맹의 전반적인 개념을 재정립해 지속 가능한 동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전 부사령관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한미동맹은 ‘상호성’ 대신 미군이 대북 억제 등으로 베풀고 우리는 그 혜택을 받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며 “이제는 한국도 세계 5위 군사 강국인 만큼 주한미군 주둔 비용 인상을 비롯해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미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대신 미국의 대한 확장억제 공약 강화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을 확실하게 받아내는 등 한미동맹을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상호 방위’ 개념으로 리셋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 주민들이 탄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표류하다 우리 군에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 조사 결과 이들은 귀순 의사가 없으며 실수로 넘어온 만큼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 서해 NLL을 실수로 넘어온 북한 주민 2명 역시 송환을 요구했지만 북한의 무응답이 이어지면서 3개월 넘게 한국에 ‘반강제 체류’ 중인 가운데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한 것. 일각에선 이들의 송환이 조만간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계기로 남북이 오랜 기간 차단됐던 소통 창구를 다시 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초 북한 주민을 태운 목선이 동해 NLL을 넘어 표류 중인 모습을 우리 군이 발견해 이들의 신병을 관계 당국에 인계했다. 목선에 타고 있던 북한 주민은 3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어업 활동 중에 길을 잃고 NLL을 넘었으며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앞서 3월 7일 서해에서 발견된 주민 2명이 송환을 요청하자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유엔사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인 ‘핑크폰’으로 북한과 통화를 시도하는 등 송환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이들의 남한 체류는 5일로 91일째가 됐다. 송환을 원한 북한 주민이 남한에 체류한 사례 중 가장 길다. 일각에선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 오던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한 만큼 서해 및 동해에서 발견된 주민들의 송환이 동시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4일 취임 선서 이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5일 “한국에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뒤 두 달 만인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한국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전한 것 역시 관계 개선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정부 소식통은 “서해와 동해 발견 북한 주민들의 송환이 조만간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계기로 그간 남북 관계로 악화됐던 통신이 재개되는 등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라며 “송환을 위해 북한과의 접촉 시도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선을 앞두고 지난 정부 3년을 돌아보면 군 관련 사건이 유독 많았다는 느낌이다. 지난달 29일에도 해상초계기 추락 사건으로 해군 장병 4명이 산화했다. 정권별 군 관련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 정부의 군 관련 위기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에선 자해적 결정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오판이 이어졌다. 후속 조치 과정에서 논란이 커진 사례가 많아 실제 일어난 사건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난 듯한 착시 효과를 주는 셈이다. 공공분쟁 조정 전문가인 로런스 서스킨드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저서 ‘달려드는 고객과 시민, 끌어안는 기업과 정부’에서 기업인과 정부 관리가 분노한 공중(公衆)을 상대하는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로 “책임질 부분을 받아들이고 실수를 인정하고 권력을 분배한다”고 명시했다. 책은 모르쇠, 딴소리 등 상황을 모면하려는 술책이 공중의 분노를 얼마나 확산시키는지도 짚는다. 지난 정부는 이 뻔한 원칙을 무시했다. 공중의 분노를 조기 진화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확산시키고 장기화했다. 채모 상병 사건을 보자.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분노를 조기에 사그라들게 할 수 있었던 최소 두 번의 기회를 걷어찼다. 채 상병 순직 10여 일 뒤인 2023년 8월 2일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 그해 7월 말 해병대사령관을 만나 “모든 책임을 지겠다. 부하들을 선처해 달라”면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이 기사에는 “지휘관의 책임감에 감동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문제는 보도 직후였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 A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군인이 어떻게 사의를 표명할 수 있느냐. 해병대가 언론 플레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난해 7월 임 사단장은 2023년 7월 28일 사의를 표명했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이를 결재했지만 같은 해 7월 31일 결재가 번복됐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렇다면 A는 왜 화를 냈을까. 2023년 7월 31일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느냐”는 ‘윤석열 대통령 격노’가 있었던 날로 알려져 있다. 군에서는 이 격노를 계기로 ‘임 사단장 구하기’기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추측건대 이 보도 이후 확산된 임 사단장 사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달가웠을 리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때 임 사단장의 자진 사퇴 의사가 받아들여졌다면 어땠을까. 한 병사의 죽음에 ‘투스타’ 사단장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면 청춘을 바친 의무 복무자의 희생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예우하는 정부로 평가받지 않았을까. 또 다른 기회도 있었다. 2023년 8월엔 채 상병 죽음에 있어 임 사단장 책임이 중대하다고 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조사 결과와 이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중간 결과가 일치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이에 국방부는 “조사본부의 재검토와 관련한 일부 매체 보도는 사실이 아님.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공지했다. 오보라고 규정한 대응이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난해 6월 당시 조사본부가 만든 중간보고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엔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로도 임 사단장 혐의가 중대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10개월 전 국방부가 정확한 보도를 오보로 만들어 언론 보도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 한 것이다. 당시 조사본부 중간보고 문건에 담긴 결과 그대로 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명확하게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고,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임 사단장 구하기’에서 손을 뗐더라면 정부는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위기 대응의 모범 답안이라 할 만한 사례도 있다. 올해 3월 공군 전투기 오폭 사건이 터지자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국방부로 와 사과했다. 4성 장군이 직접 기자들에게 사건 브리핑을 하고 곧장 고개를 숙이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변명도 없었다. 기자들 질의에는 보안 문제가 없는 한 모두 답했다. 이런 원칙적인 대응으로 이 위기는 단기간에 마무리됐다. 3일 탄생할 새 정부에서도 군 관련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그때 채 상병 사건 대응의 길을 택할까, 오폭 사건 대응의 길을 택할까. 새 정부는 분노한 공중을 상대하는 뻔하고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
한국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양국이 공동 개발 중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관련 자료를 빼내다가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인니 기술진 5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빼낸 자료 중 단순 회의 자료 등 외에 중대 기밀이 없어 사실상 형사 처분을 면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방위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인니 기술진 팀장 A 씨 등 5명에 대해 지난달 말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만 사안의 경중 등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하며 지난해 1월부터 1년 반 가까이 진행하던 수사를 모두 종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수사 장기화로 KF-21 개발에 제동이 걸릴 경우 향후 추가 개발 및 수출 등에 문제가 생기는 등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니 기술진이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에 보관했던 KF-21 관련 자료 중엔 매일 진행되는 회의 자료 등 외에 민감한 기밀이 없다는 점도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그간 KF-21 공동개발국인 인니 정부는 자국 기술진 5명에 대한 한국 사법당국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추가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루트로 우리 정부에 전해왔다. 인니는 지난해 5월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KF-21 공동개발 분담금을 당초 계약 금액의 3분의 1가량인 6000억 원만 내는 대신 기술 이전도 그 정도만 받겠다고 제안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현재 6000억 원 중 남은 분담금은 2000억 원이다. 인니는 이를 올해와 KF-21 개발이 마무리되는 내년에 나눠 낸다는 계획이었으나 기술진 수사가 장기화되고 이들의 출국이 금지된 것 등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양국 간 분담금 납부 논의는 물론 기술 이전, 인니의 KF-21 구매 등의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1년 넘게 끌어온 인니 기술진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고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면서 양국의 공동 개발 관련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런 수사 결과를 들고 이달 중순을 전후해 인니를 직접 방문해 남은 분담금 납부 문제 등의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9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P-3C 해상 초계기 추락 사고를 조사 중인 해군이 사고 원인 파악의 핵심 열쇠가 될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현장에서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까지도 관제탑과 정상적인 교신을 한 것으로 확인돼 1분 사이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군은 30일 사고 현장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음성녹음저장장치에는 조종사 등 승무원들의 기내 통화 내용과 항공기외 통화 내용 등이 녹음돼 있어 추락 직전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인 29일 오후 1시 48분 관제탑과 교신했는데 비상 상황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해군은 전했다.다만 사고 원인을 풀어줄 또 다른 핵심 열쇠인 비행정보저장장치(블랙박스)는 장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정보저장장치는 비행기의 자세, 방향, 속도 등 비행 세부 정보들이 저장돼 추락 직전 상황을 알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군용 항공기 관련 법률에는 비행정보저장장치를 해군 초계기에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다만 사고기의 경우 올해 말까지 이 장치를 장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해군이 이날 공개한 포항기지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사고기는 정상적으로 이륙해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던 중 불과 10여 초 만에 갑작스럽게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했다. 약 270m 상공에서 갑자기 추진력을 잃은 듯 수직으로 급강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사고기의 기체 정비 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종은 1966년 미국에서 생산됐지만 우리 해군은 이를 사실상 새 기체로 바꾸는 개량 작업을 통해 2010년 7월 이를 도입했다. 동체를 부품 단위까지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창정비’는 2021년 8월까지 진행했다. 해군 관계자는 “올해 정비도 야전 정비는 2월에, 부대 정비는 4, 5월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고기가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노후화로 인한 기체 결함 등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은 “사고기는 총 1만5000시간의 비행시간이 보장돼 있는데, 현재까지 비행시간은 6800여 시간으로 절반이 안 되게 운영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해군은 이번 사고로 순직한 장병이 정조종사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이태훈 대위, 전술사 윤동규 강신원 중사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들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하고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9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P-3C 해상 초계기 추락 사고를 조사 중인 해군이 사고 원인 파악의 핵심 열쇠가 될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현장에서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까지도 관제탑과 정상적인 교신을 한 것으로 확인돼 1분 사이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해군은 30일 사고 현장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음성녹음저장장치에는 조종사 등 승무원들의 기내 통화 내용과 항공기외 통화 내용 등이 녹음돼 있어 추락 직전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인 29일 오후 1시 48분 관제탑과 교신했는데 비상 상황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해군은 전했다.다만 사고 원인을 풀어줄 또 다른 핵심 열쇠인 비행정보저장장치(블랙박스)는 장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정보저장장치는 비행기의 자세, 방향, 속도 등 비행 세부 정보들이 저장돼 추락 직전 상황을 알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군용 항공기 관련 법률에는 비행정보저장장치를 해군 초계기에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다만 사고기의 경우 올해 말까지 이 장치를 장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해군이 이날 공개한 포항기지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사고기는 정상적으로 이륙해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던 중 불과 10여 초 만에 갑작스럽게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했다. 약 270미터 상공에서 갑자기 추진력을 잃은 듯 수직으로 급강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사고기의 기체 정비 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종은 1966년 미국에 생산됐지만 우리 해군은 이를 사실상 새 기체로 바꾸는 개량 작업을 통해 2010년 7월 이를 도입했다. 동체를 부품 단위까지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창정비’는 2021년 8월까지 진행했다. 해군 관계자는 “올해 정비도 야전 정비는 2월에, 부대 정비는 4, 5월 진행했다”고 말했다.사고기가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있던 만큼 노후화로 인한 기체 결함 등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은 “사고기는 총 1만5000시간 비행시간이 보장돼 있는데, 현재까지 비행시간은 6800여 시간으로 절반이 안 되게 운영됐다”고 반박했다.한편 해군은 이번 사고로 순직한 장병이 정조종사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이태훈 대위, 전술사 윤동규 강신원 중사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들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하고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