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 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신용(빚)이 민간 소비 증가율을 2013년부터 매년 0.40∼0.44%포인트씩 둔화시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64.1%)에 머물렀다면 지난해 민간 소비가 현재보다 4.9∼5.4% 높았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유독 빨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보다 13.8%포인트 늘었다.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이 77개국 중 중국(26.2%포인트), 홍콩(22.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5년 1분기(1∼3월)∼2025년 1분기 한국의 원리금 부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증가 폭(1.6%포인트)은 17개국 중 노르웨이(5.9%포인트) 다음인 2위였다. 가계부채가 소비 위축을 유발하는 주된 이유로 주택가격의 미미한 ‘부의 효과’가 지목됐다. 부의 효과란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소비를 더 늘리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한은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1% 오를 때마다 민간 소비가 0.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소비 탄력성 추정치(0.03∼0.23%)보다 낮다. 빚을 내 사들인 집값이 오르더라도 그 차액만큼 담보로 대출받거나 현금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많지 않은 탓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 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신용(빚)이 민간 소비 증가율을 2013년부터 매년 0.40~0.44%포인트씩 둔화시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64.1%)에 머물렀다면 지난해 민간 소비가 현재보다 4.9~5.4% 높았을 것라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유독 빨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보다 13.8%포인트 늘었다.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이 77개국 중 중국(26.2%포인트), 홍콩(22.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5년 1분기(1~3월)~2025년 1분기 한국의 원리금 부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증가 폭(1.6%포인트)은 17개국 중 노르웨이(5.9%포인트) 다음인 2위였다.가계부채가 소비 위축을 유발하는 주된 이유로 주택가격의 미미한 ‘부의 효과’가 지목됐다. 부의 효과란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소비를 더 늘리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한은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1% 오를 때마다 민간 소비가 0.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소비 탄력성 추정치(0.03~0.23%)보다 낮다.빚을 내 사들인 집값이 오르더라도 그 차액만큼 담보로 대출받거나 현금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많지 않은 탓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국은행이 27일 환율 고공 행진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며 4회 연속 동결했다. 금리 결정 이유와 향후 방향을 보여주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선 ‘인하 기조’란 표현을 ‘인하 가능성’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한은이 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결정 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지목하며 “유행처럼 해외 투자가 퍼지는 것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국고채 금리 1년 4개월 만에 3% 돌파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올해 7월과 8월, 10월 회의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번 결정은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7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1464.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연 4.0%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이율을 좇아 자금이 유출되며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할 가능성도 동결 결정 이유로 꼽힌다.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도 완화됐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0%로, 내년도 GDP 성장률은 1.6%에서 1.8%로 끌어올렸다. 이번에 처음 나온 2027년 성장률 전망은 1.9%다.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 인하 종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10월 통화 완화 정책을 시작한 뒤 지난달까지 의결문에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를 줄곧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인하 기조’가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바뀌었다.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후 금리를 연 2.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7월 31일(3.004%)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 연 3%를 넘어섰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8bp(베이시스 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오른 연 3.013%에 장을 마쳤다.● “서학개미, ‘쿨하다’며 유행처럼 투자해 걱정”금리 동결의 핵심 원인이 된 고환율에 대해 이 총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젊은 분들이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물어봤더니 답이 ‘쿨하잖아요’ 이렇게 딱 나오더라”며 “이게 무슨 유행처럼 커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대책으로 정부가 국민연금을 ‘소방수’로 내세우려 한다는 지적도 부인했다. 이 총재는 “민간이 해외로 (투자금을) 많이 가져가면 나라 전체의 최적화된 포트폴리오가 어떤지 국민연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영향을 무시하기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끼치는 영향 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다른 나라와 달리 연금 운용 자금이 가파르게 늘었다가 고령화가 심화하면 (자산을 팔아) 빠르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수한 실정”이라며 “유연하게 환율 수준에 맞춰서 (전략적 환헤지 등을) 하는 것이 국민의 노후자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국은행이 27일 환율 고공 행진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며 4회 연속 동결했다. 금리 결정 이유와 향후 방향을 보여주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선 ‘인하 기조’란 표현을 ‘인하 가능성’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한은이 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결정 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지목하며 “유행처럼 해외 투자가 퍼지는 것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국고채 금리 1년4개월 만에 3% 돌파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올해 7월과, 8월, 10월 회의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이번 결정은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7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1464.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연 4.0%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이율을 좇아 자금이 유출되며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할 가능성도 동결 결정 이유로 꼽힌다.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도 완화됐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0%로, 내년도 GDP 성장률은 1.6%에서 1.8%로 끌어올렸다. 이번에 처음 나온 2027년 성장률 전망은 1.9%다.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 인하 종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10월 통화 완화 정책을 시작한 뒤 지난달까지 의결문에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를 줄곧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인하 기조’가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바뀌었다.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후 금리를 연 2.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7월 31일(3.004%)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 연 3%를 넘어섰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8bp(베이시스 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오른 연 3.013%에 장을 마쳤다. ● “서학개미, ‘쿨하다’며 유행처럼 투자해 걱정”금리 동결의 핵심 원인이 된 고환율에 대해 이 총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젊은 분들이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물어봤더니 답이 ‘쿨하잖아요’ 이렇게 딱 나오더라”며 “이게 무슨 유행처럼 커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고환율 대책으로 정부가 국민연금을 ‘소방수’로 내세우려 한다는 지적도 부인했다. 이 총재는 “민간이 해외로 (투자금을) 많이 가져가면 나라 전체의 최적화된 포트폴리오가 어떤지 국민연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영향을 무시하기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끼치는 영향 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다른 나라와 달리 연금 운용 자금이 가파르게 늘었다가 고령화가 심화하면 (자산을 팔아) 빠르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수한 실정”이라며 “유연하게 환율 수준에 맞춰서 (전략적 환헤지 등을) 하는 것이 국민의 노후자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9월 말 선보인 ‘한국투자 미국 펀더멘털 테크 랩’이 한 달여 만에 900억 원어치 이상 판매됐다. 한국투자 미국 펀더멘털 테크 랩은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펀더멘털 테크 주식운용팀의 투자 자문을 활용해 한국투자증권이 투자 운용을 맡는 구조를 지녔다. 전 세계 기술주 강세 흐름에 힘입어 출시 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등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증시 내 기술 업종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반도체,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등 핵심 산업의 이익 상승 동력이 강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술주의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완화되고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기술주들의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한국투자 미국 펀더멘털 테크 랩’은 이러한 시장 흐름을 반영해 △반도체와 하드웨어 △디지털 혁신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보안 △핀테크 △온라인 소비 등 6대 테마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자산 구성)를 꾸렸다. 단기 유행에 치우치기보다는 장기 성장성과 실적 기반 안정성에 방점을 두며 AI 확산으로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미국 기술 산업 전반에 폭넓게 분산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지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AI와 클라우드, 반도체, 사이버보안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 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글로벌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장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테크 중심 자문형 랩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 미국 펀더먼털 테크 랩의 최소 계약 금액은 5000만 원으로 설정돼 있다. 계약기간은 1년이고 만기가 되면 연장도 가능하다. 상품 관련 세부 사항은 전국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또는 고객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화투자증권이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서 기업의 틀을 다시 짠다. 올해 9월 장병호 신임 대표이사 취임 이후 한화투자증권은 조직 체계를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하고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구축하며 해외 법인까지 디지털 전략의 축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디지털 중심 조직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기존 디지털혁신실을 디지털혁신부문으로 격상해 플랫폼 기획·개발을 통합 관장하고 미래전략실을 신설해 토큰 증권(STO), 온체인 사업, 글로벌 확장, 신사업 발굴 등 중장기 성장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세웠다. ‘디지털 L&D(Learning & Development) 센터’의 신설은 이번 변화의 핵심 장치다. 이곳은 전사적 디지털 역량을 내재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디지털 자산·플랫폼·인공지능(AI)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 전문가를 양성하고 다양한 AI 플랫폼을 활용해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고 있다. AI 개발자, 블록체인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등 디지털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화투자증권의 핵심 가치 및 사업 방향성과 신규 정보기술(IT) 인력을 융화시키는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의 대내외 ‘투자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리서치센터는 디지털자산리서치팀도 새로 꾸렸다. 최근 리서치센터가 자산전략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을 주요 투자자산으로 다루기 시작한 점도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 변화를 시사한다. 한화투자증권 디지털 전략의 핵심에는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기술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이 있다. 디지털 자산 플랫폼 개발에 착수하고 고객이 주식·채권 같은 기존 자산뿐 아니라 STO를 포함한 각종 디지털 자산까지 하나의 앱에서 보유·관리·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STO 법제화 시점에 발맞춰 디지털 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플랫폼 구축을 선제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기술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는 그동안 이어온 투자 흐름과도 연결된다. 한화투자증권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업체인 두나무, 인터넷 은행인 토스뱅크뿐만 아니라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등에 투자해 왔다. 다양한 디지털 자산 관련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도 검토하고 있어 디지털 자산 플랫폼 개발의 기초 체력이자 향후 디지털 금융사업 확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고도화된 플랫폼 개발 역량은 올해 선보인 신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MTS는 AI 기반 검색, 뉴스 요약, 개인화 탐색 기능 등을 강화해 전통적 주문 중심 MTS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 통합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국내외 주식, 채권, 연금, 다양한 파생상품을 아우르는 한화투자증권 MTS의 통합 디지털 자산관리 시스템과 현재 개발 중인 디지털 자산 거래 기능을 결합한 고도화된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디지털 전환은 해외 법인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법인이 현지에서 디지털 증권사로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확장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베트남 파인트리증권은 모바일 환경이 강한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춰 디지털 리테일 플랫폼을 빠르게 구축해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한화투자증권이 인수 완료한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 역시 현지 주식시장 상승 시점에 발맞춰 올해 5월 MTS를 출시하고 디지털 리테일 사업을 본격화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칩타다나자산운용 인수까지 마무리할 경우 현지에서 ‘상품기획-판매-관리’ 전 과정을 하나로 묶는 디지털 종합 투자 플랫폼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공적연금이 부족해 고령층(55∼79세)이 은퇴 이후에도 일을 놓지 못한다는 국민연금의 분석이 나왔다. 일하길 원하는 고령층은 대략 73세까지 근로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일하길 원하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란 답이 54.4%로 가장 많았다. 26일 오유진 국민연금연구원 주임연구원의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3년 기준 37.3%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6%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회원국 중 1위였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25.3%)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의 희망 근로 연령은 73.4세에 달했다. 고령층 인구 가운데 69.4%는 장래에도 계속 일을 하고자 했다. 근로 희망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4.4%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해서’(4.0%), ‘사회가 필요로 함’(3.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생계형 노인 근로가 많은 원인을 공적연금에서 찾았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6만 원에 불과했다. 같은 해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인 134만 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수입이 부족한 노인들이 결국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소득 공백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1969년생 이후부터 65세다. 더군다나 주된 일자리(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 퇴직 연령은 지난해 기준으로 52.9세로 나타났다. 퇴직 후 10년이 넘는 기간은 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 개혁을 강조했다. IMF는 25일 정년 연장 관련 별도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한국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8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OECD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늦추면 총고용이 14% 증가한다. 또 고령층 생산성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207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2% 증가한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만 노동 공급 확대가 극대화되고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IMF의 주장이다. 오 연구원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올리면 중·고령층의 노동 공급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공적연금이 부족해 고령층(55~79세)이 은퇴 이후에도 일을 놓지 못한다는 국민연금의 분석이 나왔다. 일하길 원하는 고령층은 대략 73세까지 근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일하길 원하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란 답이 54.4%로 가장 많았다.노동 정책을 개편해 고령층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8세로 상향 조정하는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고령층의 희망 근로 연령은 73.4세26일 오유진 국민연금연구원 주임연구원의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3년 기준 37.3%였다.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6%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회원국 중 1위였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25.3%)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이와 관련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의 희망 근로 연령은 73.4세에 달했다. 고령층 인구 가운데 69.4%는 장래에도 계속 일을 하고자 했다. 근로 희망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4.4%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해서’(4.0%), ‘사회가 필요로 함’(3.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보고서는 생계형 노인 근로가 많은 원인을 공적연금에서 찾았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6만 원에 불과했다. 같은 해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인 134만 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수입이 부족한 노인들이 결국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소득 공백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1969년생 이후부터 65세다. 더군다나 주된 일자리(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 퇴직 연령은 지난해 기준으로 52.9세로 나타났다. 퇴직 뒤 10년 넘는 기간은 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것이다.●IMF “한국 정년 65세로 상향해야”IMF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 개혁을 강조했다. IMF는 25일 정년 연장 관련 별도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한국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8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OECD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늦추면 총고용이 14% 증가한다. 또 고령층 생산성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207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2% 증가한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만 노동 공급 확대가 극대화되고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IMF의 주장이다. IMF 측은 “(연금 개혁은) 기금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오 연구원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올리는 것이 중·고령층의 노동공급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정책 시행을 통해 고령층에 대한 노동 수요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가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6포인트 오른 112.4로 집계됐다. 지수는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하며 2017년 11월(113.9)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기면 장기 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현재의 소비 심리가 더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달에는 향후경기전망 지수가 102로 전월 대비 8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가계수입전망(104)과 생활형편전망(101), 현재경기판단(96) 등도 한 달 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현재생활형편(96)과 소비지출전망(110)은 전월과 동일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개선이 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떨어졌던 지수가 관세 불확실성 등이 해소되면서 기저효과로 많이 올라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1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월 122이던 것이 119로 3포인트 하락했다. 그렇지만 6·27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인 7월(109)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6개월 뒤 금리 수준을 예상하는 금리수준전망 지수는 98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2.6%를 유지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자 올해 3분기(7~9월) 해외 카드 사용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 실적’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들이 3분기에 해외에서 이용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합계 결제액은 59억2900만 달러(약 8조 7000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에 기록했던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57억800만 달러)보다 3.9% 늘었다.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4~6월) 대비해서는 사용액이 7.3% 증가했다.학교 방학이나 직장인 휴가철이 끼어 있는 3분기는 전통적으로 해외 카드 결제액이 많다. 한은은 올해도 3분기에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해 국외 카드 결제액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는 내국인 출국자 수가 709만3000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4.8% 늘었다. 지난해 3분기(717만 명)보다는 출국자가 소폭 줄었지만 소비심리 회복, 물가상승 등으로 사용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외국인의 올해 3분기 카드 국내 결제액은 37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2분기(37억90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526만 명에 이르는 등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단독 판매한 손익차등형 펀드의 규모가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손실 가능성은 줄이고 수익은 우선 배분하는 고객 보호형 금융상품이 수익률 측면에서도 강점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투증권이 이달 3일 선보인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한국밸류 코리아기업가치포커스 펀드’는 19일부로 약 1607억 원을 모집하며 설정이 완료됐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후순위 투자 출자분까지 포함하면 전체 운용 규모는 약 1880억 원이다. 이에 따라 한투증권이 올해 모집한 공모형 손익차등형 펀드의 규모는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펀드는 고객을 선순위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계열사를 후순위로 하는 손익차등형 구조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일정 수준까지는 후순위가 먼저 손실을 흡수해 선순위 투자자의 위험을 완충하며 이익이 발생하는 구간에서도 선순위에게 우선 배분하도록 설계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다. 한투증권은 지금까지 공모 12개, 사모 22개의 손익차등형 펀드를 선보였다. 일시적인 조정 구간이 존재했던 시기에도 개인투자자 구간의 손실을 완충하며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적 안정성을 입증해 왔다. 공모형 펀드의 경우 올해 이전 설정된 8개 중 7개가 이미 조기 상환되는 등 목표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실적이 축적되면서 시장의 신뢰도 역시 크게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설정된 손익차등형 펀드 ‘한국밸류라이프V파워’와 ‘한국투자한미핵심성장포커스’는 각각 1000억 원이 넘는 설정액을 기록했다. 한투증권은 지속 가능한 투자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금융시장 흐름에 맞춰 손익차등형 펀드를 비롯한 소비자 보호형 구조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단순히 수익률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자의 위험 감내 수준과 재무 목표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지속해서 마련하고 있다. 한편 한투증권은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를 강화하며 상품 투자 전 과정에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규정 준수 차원을 넘어 고객 보호를 위한 선제적 노력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사장 직속 ‘소비자보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개인고객그룹장, 최고고객책임자(CCO), 프라이빗뱅커(PB) 전략본부장 등 고객 접점과 상품 기획을 총괄하는 핵심 인력들이 참여하는 컨트롤타워다. 상품 아이디어 단계부터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판매 과정의 적정성·투명성, 사후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운영한다. 고령자 보호와 투자자 경각심 제고를 위한 조치도 시행했다. 단기매매, 집중투자, 신용거래 등에 대한 경고 문구를 일 1∼2회 제공하는 ‘투자 유의 팝업’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적용해 투자자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은 “고객 신뢰를 공고히 하고 소비자 보호와 상품 품질 관리에서 업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원화 가치 하락)에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환율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외환시장 4자 협의체’가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에 활용되며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비공개회의를 연 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금일 첫 회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 4자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정부와 외환 당국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이렇게 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달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창용 한은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의 후속 조치다.고환율 안잡히자 구원투수로…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할듯외환당국-국민연금 협의체 가동환율 안정 위해 ‘탄력적 회동’ 논의국민연금 ‘국내 투자 확대’ 거론도시장선 “자칫 수익성 악화” 우려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24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수시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외환시장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4자 협의체 관계자는 “비정기적으로 만나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출렁일 때 탄력적으로 만나 환율 안정 방안을 신속하게 내놓겠다는 취지다. ● 외환 당국-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 수순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약 73조8000억 원)에서 650억 달러로 상향했다. 국민연금은 이를 활용해 당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 시기에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 등 환헤지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지만 올해 6∼7월경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가 되자 외환스와프는 활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은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자 협의체 관계자는 “기한이 연말까지인 외환스와프 연장은 이미 실무자 선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연금까지 환율 안정에 투입하려는 이유는 그만큼 고환율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올해 6월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올리며 정부 차원의 외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압박에 나섰음에도 ‘최후의 카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긴박하다는 뜻이다. 앞서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지난달 13일과 이달 14일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고환율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대규모 해외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증가한 달러 수요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절반 이상은 해외 주식·채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원화를 달러로 바꿔 사들인 자산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공공성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의 적립 규모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 축소 계획을 재검토해 다시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전체 기금 중 36.8%를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 주식 목표 비중은 33.0%였는데 4%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5.4%였는데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4.8%로 줄었다. 국민연금이 수익성 관리를 위해 2029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겠다고 계획해 뒀기 때문이다.● “국민 노후자금 수익 악화 우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를 위한 구원투수로 동원되면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이 수익을 높이기에 유리한 시점이 아니라 환율 방어에 필요할 때 해외 투자 비중을 조절하면 자칫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연간 운용수익률은 8월 기준으로 8.22%에 달해 2022∼2024년 평균(6.98%)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데 이러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24일 오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환율을 거론했다. 정 장관은 “환율의 불안정성, 대내외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의 노후가 달린 국민연금을 건들기 전에 환율 상승의 다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고, 설립 목적도 환율 안정이 아니다”라며 “환율 상승의 다른 요인이 많은데, 국민연금 환헤지가 실효성이 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더라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수익성에 큰 영향이 있을 정도로 활용하면 안 되고, 이러한 협의체 활동을 통해 시장에 심리적 안전판을 만드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1.5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477.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4월 9일 1484.1원을 기록한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다. 4자 협의체 발족이 발표된 뒤에도 오후 7시 기준 1478원대에 거래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원화 가치 하락)에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환율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과거 금융위기 때 정부가 국민연금 등과 환율을 논의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외환시장 4자 협의체’가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와 복지부, 한은, 국민연금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비공개 회의를 한 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금일 첫 회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외환시장 관련해 4자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정부와 외환당국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이렇게 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달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논의 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의 후속 조치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원인으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거품론의 핵심 근거로 ‘순환 거래(Circular Deals)’가 주목받고 있다. 순환 거래란 AI 업체들이 서로 투자하고, 그 투자금으로 AI 칩 등을 구매해주는 방식의 거래를 의미한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약 147조 원) 투자를 발표하고, 오픈AI는 그 투자금으로 엔비디아의 AI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하는 식이다. AI 거품론자들은 순환 거래 생태계에 얽힌 특정 기업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 AI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어려워지며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맞서 성장론자들은 순환 거래가 선순환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AI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오픈AI-오라클, 거미줄처럼 얽힌 거래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7∼21일) 코스피는 롤러코스터처럼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다 3.95%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지난주 2.74%, 이달 들어 6.12% 하락했다. 증시 변동성 지수도 치솟았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AI 기업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영화 ‘빅쇼트’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다음 날인 20일(현지 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을 지목하며 “나열된 모든 회사는 매출 인식이 의심스럽다”며 “미래에 이것을 선순환이 아닌 사기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업들의 순환 거래를 ‘사기’라고 저격한 것이다. 실제로 AI 업체들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순환 거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순환 거래 문제가 대두된 것은 9월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오픈AI에 대한 10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또 오픈AI는 같은 달 오라클로부터 클라우드를 공급받겠다며 3000억 달러(약 442조 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어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해 40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의 엔비디아 AI 칩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아직 적자 상태인 오픈AI에 투자한 자금이 오라클을 거쳐 다시 엔비디아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분 거래도 얽혀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MS는 오픈AI의 지분을 27% 갖고 있고, 오픈AI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큰손 고객이다. 엔비디아는 AI 특화 데이터센터 기업인 코어위브의 지분을 5% 보유하고 있는데,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칩을 사들여 데이터센터를 AI 기업들에 빌려주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오픈AI, 앤스로픽 등 AI 기업들이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 선순환이 되지만 문제는 적자가 지속되고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만약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출 열기가 꺾이게 되면 엔비디아와 MS 같은 기업들은 이중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AI 거품론 줄다리기’ 당분간 이어질 듯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AI 성장론자들은 AI 순환 거래는 과거 닷컴버블 때와 달리 데이터센터 건설 등 실질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황 CEO도 최근 1년 만에 62% 급증한 매출 실적을 발표하며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픈AI는 3년 전 선보인 챗봇의 주간 사용자가 지난달 8억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도 월간 사용자 10억 명을 달성하는 데 5년이 걸렸는데 오픈AI는 이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수익을 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거품론과 성장론이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조정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지컬 AI가 적용된 의료기기나 자동차가 나오는 등의 구체적 성과가 없으면 거품 우려가 이어질 수 있다”며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3,500 선을 깰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거품론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격이 조정되고 미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재개하면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하며 지난달 실질 원화 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1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75.6원으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에 원화의 구매력과 경쟁력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의 원화 실질 실효환율(REER)은 89.09로 집계됐다. 실질 실효환율은 자국 통화가 주요 교역 상대국 대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나타낸 환율이다. BIS는 세계 주요 교역국의 물가 수준과 무역 비중을 반영해 실질 실효환율을 산출한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원화의 실질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실질 실효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졌던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3.6%(51.2원) 상승한 만큼 이달 실질 실효환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은·국민연금은 이르면 24일 회의에서 환율 안정 대책을 논의한다. 27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기재부-한은-국민연금 ‘환율 대책회의’ 이르면 오늘 개최원화 실질가치 하락환율 안정에 국민연금 동원 논의원화의 실질 실효환율이 오랜 기간 90을 밑돈 것은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12월(73.41)부터 1998년 11월(86.63)까지가 대표적이다. 1998년 1월에는 68.07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10월(83.12)부터 2009년 8월(88.88)까지도 지난달보다 실질 실효환율이 낮았다. 당시 저점은 2009년 2월(78.65)이었다. 금융위기 국면의 환율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BIS가 통계를 발표하는 주요 교역국 64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지난달 실질 실효환율이 낮은 곳은 일본(70.41)과 중국(87.94)뿐이었다. 중국은 올해 4월부터 86∼87 선을 오갔으나, 일본은 4월 75.8이었던 실질 실효환율이 이달 급격하게 하락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확장 재정 기조로 엔화가 약세 흐름을 보인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 개인, 기업, 연기금 등이 미국에 투자를 늘리면서 발생한 달러 수급 불균형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만 12조2990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45억6445만 달러(약 6조7188억 원) 규모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주식시장에서 달러와 원화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원화 약세 요인 5가지로 무역 불확실성, 미국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엔화 약세에 대한 연동, 외화 유출, 외국인 투매를 꼽으면서도 이 중 외화 유출과 외국인 투매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달러는 완만한 약세가 예상되지만 정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외 투자가 주도하는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르면 24일 열리는 관계 부처 회의에서 국민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을 환헤지(위험 회피) 등을 통해 환율 안정에 동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고환율 방어에 동원되면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동원할지 여부와 그 방식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김모 씨는 이달 들어 10억 원을 달러로 환전해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기 때문. 김 씨는 “매달 달러로 지급되는 연금은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해 달러 기반 자산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투자자의 ‘달러 쇼핑’이 늘고 있다. 달러 기반 보험, 채권, 주식 등의 자산을 사들이거나 아니면 달러 자체를 모으는 투자다. 19일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0.3원 오른 1465.6원에 주간거래를 마치며 고공행진할 정도로 달러는 비싸지고 있다. 그럼에도 ‘포모(FOMO·소외 공포)’족들은 “달러가 더 비싸지기 전에 사자”며 달러 자산을 모은다. 과거 달러가 비싸지면 수요가 줄던 것과 달라진 영상이다. ● 고환율에도 ‘달러 쇼핑’ 늘린다보험을 아예 달러로 구매하는 수요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19일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올해(이달 17일 기준) 달러 보험 상품 누적 판매액은 1조4732억 원에 달한다. 올해가 한 달 반 정도 남았지만 판매 실적이 지난해 연간 판매액(9506억 원) 대비 약 55% 늘었다. 달러 매입을 늘리는 투자자들도 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17일 기준 609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말 대비 24억 달러가량 늘었다. 전년 동월(604억 달러)과 비교하면 5억 달러가량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받지만, 한미 기준금리 격차(1.5∼2%포인트) 영향으로 금리가 한화 예금보다 은행별로 0.2∼0.5%포인트가량 높게 설정돼 유인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열풍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일 기준 1541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한 사업가는 지난달 아내와 자녀 명의로 미국 주식에 각각 10억 원씩 20억 원어치를 추가 투자했다. 그는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등장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건실한 미국 AI 기업들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도 최근 법인의 여유자금 10억 원을 해외 증시에 투자했다.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해 반도체 업체들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보고 해외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을 넣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출 기업은 달러로 받은 자금 중 일부를 해외 증시에 다시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달러 자산 확보 심리 강하게 작용” 국내 투자자들이 달러가 비싸져도 투자를 늘리는 핵심 이유는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20년 들어 모바일을 통한 해외 투자가 쉬워져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수시로 글로벌 증시에 뛰어드는 점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1∼9월 574억9000만 달러였던 내국인의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가 올해 1∼9월 998억5000만 달러로 74%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말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도 1조562억 달러에 이른다. 순대외금융자산은 한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대외금융자산(2조7976억 달러)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대외금융부채(1조7414억 달러)를 뺀 액수다. 서울 강남 지역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6월쯤 환율이 1300원대일 때 미국 국채를 산 고객들은 5개월 만에 이자수익 2%에 환차익이 7% 정도 났을 것”이라며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달러 쇼핑을 늘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2030세대들이 차라리 미국에 직접 투자하자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원화 약세가 심화하면 고환율에 대비해 달러를 추가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더 늘며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결국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미국 관세 폭풍 속에 해외 투자가 더욱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내부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경제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거센 금융시장 매도세(selloff)에 모든 것이(everything) 휘말렸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상자산, 금, 기술주 등이 17일(현지 시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달만 해도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한창이었지만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모두 팔리며 가격이 떨어지는 ‘에브리싱 셀오프’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시장이 흔들리자 이날 ‘월가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한 주 전에 비해 27.2% 급등한 22.38까지 올랐다. 심리적 저항선인 20을 넘기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 가상자산 시총 한 달 새 769조 원 증발 가상자산 대표주인 비트코인은 지난달만 해도 개당 12만6000달러였지만 18일 오후 4시 기준 8만9000달러 선에 거래됐다. 24시간 전에 비해 5.9% 하락한 것이다. 이는 고점 대비 29% 떨어진 수준이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0월 19일∼11월 18일)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5246억 달러(약 769조 원) 증발했다. 비트코인이 약세를 면치 못하자 이더리움과 리플(XRP) 등 주요 가상자산도 24시간 전 대비 각각 6%, 5%가량 하락하며 고전했다.미국 기술주도 하락했다. 1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0.84%와 0.92% 하락했다. WSJ에 따르면 이 두 지수는 이날 138거래일 만에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50거래일의 종가 평균을 반영한 ‘50일 이동평균선’보다 낮아지면 조정이나 하락 추세로 해석된다. 뉴욕 증시가 힘을 못 쓰자 코스피도 4,000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18일 전날 대비 3.32% 하락해 3,953.6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달 3일(4,221.87)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거 이탈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외국인은 이날도 55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뜨거운 상승세를 보였던 금과 은 가격도 여지없이 추락했다. 금융 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현물은 18일 트로이온스당(약 31.1g) 4000달러 선에서, 은 현물은 4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금은 지난달 4300달러, 은은 54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품귀 현상까지 벌어진 바 있다. ● 美 경제 먹구름 우려가 원인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에브리싱 랠리가 주춤한 것은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시장의 우려는 기준금리의 향방이다. 당초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정책 긴축 선호) 신호에 시장은 동결 전망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기준금리 등 시장 유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비트코인은 4년 주기로 반복되는 반감기 영향도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반감기 후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하는 현상을 반복해 왔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여전하다. 아마존은 이날 AI 인프라 투자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약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3년 만에 대규모로 돈을 빌려 AI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 시장에선 AI 투자 과열 신호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결국 한국 시간 20일 오전 7시에 나오는 엔비디아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가 AI 거품론 진위를 가늠할 ‘진실의 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또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그간 발표되지 못했던 9월 고용지표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시간 20일 오후 10시 30분에 나오는 고용지표는 미 경제 둔화 우려에 대한 방향타로 꼽힌다.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도 영향을 준다. ‘에브리싱 셀오프’는 조정 국면일 뿐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에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주가 조정”이라며 “엔비디아 실적과 미국 고용지표 발표 뒤 ‘안도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비트코인, 금, 주식 등 주요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가 흔들리고 있다. 다음 달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여전해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장 중 한때 5% 넘게 급락하며 개당 8만9000달러대에 거래됐다. 지난달 6일 12만6000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40여 일 만에 9만 달러 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관세 우려가 극에 달했던 올해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가격 상승분(약 33%)을 모두 반납했고, 10월 고점 대비로는 29% 하락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올해 4월 ‘비트코인이 향후 10년 안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말이 무색해졌다. 증시 그래프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32% 하락한 3,953.6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3일 역대 최고점(4,221.87)을 찍은 뒤 외국인의 ‘팔자’ 행렬에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17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종합지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92%, 0.84%, 1.18% 하락했다. 금 현물도 전날 대비 1% 가까이 하락한 트로이온스(약 31.1g)당 4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역대 최고점이었던 지난달 20일 시세(4356.50달러) 대비 8% 넘게 하락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코스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를 앞세워 장 초반 1%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코스피는 17일 오전 11시 30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1.69% 상승한 4,079.31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이 1996억 원어치 순매수에 나서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기관도 642억 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개인은 2575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수익 실현에 나섰다.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09% 상승한 10만200원, SK하이닉스는 6.88% 오른 59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 외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는 HD현대중공업(2.22%), 두산에너빌리티(0.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0.21%), LG에너지솔루션(0.11%) 등이 상승 흐름을 보였다. 반면 KB금융(―1.78%), 셀트리온(―3.16%) 등이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올린 농심과 삼양식품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은 올해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7%,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49.9% 급증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농심의 목표가를 기존 55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교보증권은 52만 원에서 57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양식품에 대해서는 유안타증권이 목표 주가를 178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려잡았다. 이러한 영향으로 농심은 9.94% 오른 46만4500원, 삼양식품은 전 3.64% 오른 136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코스닥은 장 초반 등락을 거듭하다 전 거래일 대비 0.33% 상승한 900.85에 거래 중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미는 한국이 미국에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을 투자하지 않기로 하는 동시에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한미전략투자공사를 만들어 산하에 특별기금을 만들고,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더해 투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미 양국이 14일 공개한 통상·안보 협상 관련 공동 설명자료에는 ‘외환시장 안정’이 별도 항목으로 포함됐다. 양국은 “MOU 공약이 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한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며 “한국이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MOU 이행이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며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그와 같은 요청을 적절히 검토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정부는 최대 2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화자산 운용 수익과 더불어 특별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부족분에 대해서는 한미전략투자공사를 만들고 산하에 특별기금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에서 (투자금을) 조달하면 원화 절하 압력이 굉장히 강해질 것이고, 이는 한미가 서로 바라지 않는 바다. 그래서 팩트시트에 ‘외환시장에서 조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연간 투자액이 200억 달러를 넘지 않도록 한 것은 외환 유출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별도 항목을 만든 것은 두 나라가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한국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졌을 때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외환시장은 진정 추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하락한 145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474.9원까지 급등하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올해 일간 최대인 2조3575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코스피가 3.8%까지 하락했지만 당국이 시장 개입 의사를 밝히고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진정된 것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