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남성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적 감수성으로 소수를 이해하면서 일해 나가겠다.” 2004년 연공서열을 깨고 첫 여성 대법관으로 파격적으로 발탁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지명 직후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동아일보가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원장과 대법관 35명의 판결 성향을 분석한 결과 가장 진보적 성향을 드러냈다. 자신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와 정반대편에는 박근혜 정부 때 국무총리 후보와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까지 받았던 검사 출신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올해 2월 타계한 앤터닌 스캘리아 전 미국 연방대법관이 보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진보를 각각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한국의 긴즈버그’가 김 전 대법관이라면 ‘한국의 스캘리아’는 안 전 대법관인 셈이다.○ 진보 이인복 후임, 대법원 진로에 영향 본보 분석 결과 현직 대법관 중에는 이인복 이상훈 대법관이 대표적 진보, 고영한 김창석 대법관이 대표적인 보수로 나타났다. 진보를 왼쪽, 보수를 오른쪽에 두는 스펙트럼에 분석 대상 35명 전원을 나열해 가장 진보(김영란)를 1위, 가장 보수(안대희)를 35위로 표시할 때 현직 14명(박병대 법원행정처장 포함) 중에서는 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이 각각 10위, 11위, 13위였다. 반면 보수 성향으로는 고영한 김창석 박병대 대법관이 ‘보수 챔피언’인 안대희 전 대법관의 바로 왼쪽인 34위, 33위, 32위에 위치했다. 김용덕 대법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은 각각 29위, 28위, 조희대 대법관은 23위였다. 재미있는 것은 권순일 박보영 박상옥 이기택 김소영 등 5명의 대법관이다. 이들은 스펙트럼의 중간쯤인 15∼19위에 차례대로 집중돼 있었다. 판결 성향만으로 보면 이 5명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캐스팅보트를 쥔 ‘스윙보터(부동층)’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현직 가운데 가장 진보적으로 평가된 이인복 대법관이 올 9월 1월 임기 만료로 물러나게 되면서 후임 대법관이 누구냐에 따라 향후 대법원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성향에 따라 대법원 내 ‘진보-보수’ 균형과 다양화 경향이 계속될지, 그 반대일지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복 대법관 퇴임 후에도 진보 성향의 이상훈 대법관과 보수 성향의 박병대 대법관이 각각 내년 2월과 6월에 퇴임해 양 대법원장의 재임 중 마지막 제청 3석의 향배가 주목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6일까지 이인복 대법관 후임 심사 대상자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3배수의 후보자 명단을 양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현직 진보 1, 2위인 이인복 이상훈 대법관은 한명숙 이석기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내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같은 형사사건뿐 아니라 광우병 보도, 통상임금 사건에서도 소수의견에 뜻을 모았다. 이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임금 소급 청구는 제한한 판결 때 진보 3위인 김신 대법관과 함께 “다수의견의 논리가 너무 낯설어 당혹감마저 든다. 거듭 살펴도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해 화제가 됐다. 현직 보수 1위인 고영한 대법관은 ‘진보 3인방’(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냈던 통상임금 사건의 주심이었다. 그는 임금협상 과정에서의 ‘신의성실 원칙’을 강조해 임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다수의견을 이끌어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현직 보수 2위인 김창석 대법관은 12명의 대법관이 인정했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홀로 부인해 가장 보수적인 판결을 내렸다. 박병대 대법관은 과거사 사건 배상 문제에서 엄격한 판결을 내렸다. 2013년 5월 주심을 맡은 사건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희생자 확인을 한 사실만으로 국가가 바로 유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이끌었다.○ 김영란 등 ‘진보 5인방’ 가장 왼쪽 대법관 35명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영란 전수안 박시환 이홍훈 김지형 전 대법관은 이번 분석에서 각각 진보 1, 2, 3, 4, 6위를 차지했다. 이 대법관 5명은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기본권과 소수자 보호에 한목소리를 내는 일이 많았다. 5명이 함께 대법원에 몸담았던 2006년 7월부터 2010년 8월까지 4년간 합의에 공동 참여한 65건의 사건 중 41건에서 같은 의견을 냈다. 국가보안법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이 5명의 존재감은 특히 두드러졌다. 남북공동실천연대 사건 때 반대 의견 5명 가운데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전 대법관은 이적단체성을 부인했고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적단체성은 인정했지만 이적표현물 소지만으로 이적행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전 대법관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덧붙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차례 방북한 혐의로 기소된 송두율 교수 사건에서 박시환 전수안 김지형 전 대법관은 “국가보안법상 탈출죄가 안 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35명 중 가장 보수적인 판결 성향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인 안 대법관은 2012년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해 “교육공무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유죄 판단을 했다. 같은 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군 복무 중 자살과 직무수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전향적 판결을 할 때는 “자살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2010년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다 퇴학당한 강의석 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상고심에서 강 씨의 손을 들어준 다수 의견과 달리 “종교단체가 설립한 학교가 종교 교육을 할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 기자}

“대부분 50대, 남성,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 법관 위주로….” 2014년 1월 차한성 당시 대법관의 후임인 조희대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때 나온 질의다. 대법원 보수성향 획일화를 비판한 내용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50대 남성인 권순일(2014년 9월 임명), 박상옥(2015년 5월), 이기택(2015년 9월)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 때도 이 같은 질문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본보 분석 결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10명의 대법관 중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된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의 판결성향지수만 놓고 보면 중도에 가깝거나 오히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양승태의 신진 대법관, 진보적 ‘스윙보터’로 출신 학교와 나이 탓에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의 판결 성향은 실제로는 이런 통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전임자와 단순 비교해도 권 대법관은 전임인 양창수 전 대법관보다 무려 15단계나 진보 쪽에 위치해 있었다. 실제 권 대법관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게 노조를 허용하고,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를 무효화하는 데 앞장섰다. 박 대법관도 전임 신영철 전 대법관보다 8단계, 이 대법관도 전임 민일영 전 대법관보다 6단계 진보 쪽에 있었다. 조 대법관은 차한성 전 대법관보다 한 단계 더 보수 쪽이었다. 이 4명은 사안에 따라 의견을 같이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보수화된 대법원의 스윙보터(swing voter)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대법관은 올 2월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병사 5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임 병장 사건’에서 이 대법관과 함께 “(국가의) 병영관리 소홀 탓도 있는데 범행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형에 반대했다. 같은 날 선고된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 인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4명의 대법관은 나란히 처벌할 수 있다며 소수 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은 인출을 위해 통장 명의인의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는 처벌조항이 규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엄격하게 해석한 반면 조 대법관 등은 법 해석을 유연하게 했다.○ 대통령 바뀔 때마다 대법원 다양성 확대 양 대법원장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재임 중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바뀌었다. 대통령 교체 시점을 기준으로 각각 전기와 후기로 나눴을 때 대법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전기에 비해 후기의 판결 성향은 다양화되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진보 쪽으로 스펙트럼이 좁게 모였다가 이명박 대통령 때는 보수-진보 양쪽으로 넓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양 대법원장으로 교체된 뒤 노무현 대통령 때 임명된 김영란 전수안 박시환 이홍훈 김지형 대법관 등 ‘진보 그룹’이 물러나면서 스펙트럼이 보수 쪽으로 좁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 다시 박근혜 대통령 들어 2, 3년 차 신진 대법관들이 중도 경향을 띠면서 보수 영역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이에 대해 의사결정 구조상 비슷한 성향의 대법원장-대통령 조합에서 ‘이심전심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임기가 겹칠 때는 대법관의 판결 성향 스펙트럼이 임명권자 성향 쪽으로 좁혀지고, 다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있을 때는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한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자기를 임명하지 않은 대통령과 일할 때 다양한 판결이 나온다는 의미로,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분립 또는 인사독립이 대법원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진보성향의 보수 판결, 보수성향의 진보 판결 임명 때부터 퇴임까지 한결같이 진보, 또는 보수 성향을 보인 대법관은 거의 없었다. 특정 이념 편향적이라고 분류되던 일부 대법관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실과 달랐다. 대다수의 대법관들은 시기에 따라 성향이 덜 드러나거나 아예 반대쪽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법원 안팎에서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다가 지난해 퇴임한 신영철 민일영 대법관도 양 대법원장 취임 후 판결 성향이 중도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임명 전 촛불재판 개입 논란에서, 민 전 대법관은 재임 시절 ‘안기부 X파일’ 사건, ‘제주해군기지 승인 취소’ 사건의 주심을 맡아 보수적인 판결을 이끌었다는 이유 등으로 전형적인 보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신 전 대법관과 민 전 대법관은 각각 보수 쪽에서 11, 12위로 열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했다. 대법원장 교체기에 재임하던 대법관 11명 중 9명이 ‘우클릭’했지만 두 사람만 중도 쪽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전원합의체 사건을 형사, 민사, 특별(행정 및 특허) 사건 3가지로 나눠 분석한 결과 대표적 진보 그룹으로 분류된 김영란 전수안 박시환 이홍훈 김지형 전 대법관은 형사사건에서 진보성향(1, 2, 3, 5, 6위)이 뚜렷했지만 민사에서는 이합 집산했고, 행정사건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색채(1, 2, 3, 4, 8위)를 보였다. 5명이 함께 참여했던 판결 65건 중 24건에서 의견이 갈렸는데 노동, 여성, 경제 질서, 인권 등 분야에서 각자의 법 해석이 달랐다.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 기자}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연방대법원을 이끈 얼 워런 전 대법원장(1953∼1969년 재임)은 공화당 출신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지명했다. 그는 대법원장에 오른 뒤 지명권자의 의도와 달리 흑백 분리교육을 철폐하고, ‘미란다 원칙’으로 잘 알려진 피의자 권리보호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오죽하면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 후 “워런을 지명한 것은 인생 최악의 멍청한 실수”라고 했을 정도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 샌드라 데이 오코너(1981∼2006년 재임)도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했다. 하지만 그는 고비마다 ‘중도 대법관(median justice)’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이처럼 미국 연방대법관은 정치적으로 임명되지만 소신에 따라 판결하는 사례가 많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 연방대법관은 임명 당시에는 대체로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 정치·사법철학을 공유한다. 그러나 일단 자리에 앉으면 대통령보다는 동료들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기가 6년인 한국과 달리 미국 연방대법관은 종신제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권에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연방대법관 지명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다.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 5명 중 1명 정도가 의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정도다. 대법관 인사청문회 낙마 사례가 통틀어 한 건뿐인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 대법관의 첫 판결 성향 분석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다양화의 초점을 ‘출신’이 아니라 ‘개별 식견’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은 대법관 후보의 출신 고교와 대학, 성별만으로 대법원의 다양화를 주장하는 의견이 강하지만 미국에선 여성, 소수인종 등 배경만으로 판결 성향을 따지지 않는다. 미국 연방대법관 청문회는 1993년부터 후보자의 개인 신상 검증을 비공개로 하고, 공개청문회에선 사법정책이나 법리에 대한 질의응답에 집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1991년 사상 두 번째 흑인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의 청문회 때 연방판사 시절 보좌관 성희롱 의혹이 폭로되면서 사생활 비밀은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개별 연방대법관의 판결 내용에 초점을 맞춰 대법원 전체의 성향 추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했지만 한국에선 대법관 판결 성향에 대한 계량적인 검증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가 친분이 있던 수도권 지방법원의 K 부장판사에게 자신의 외제 차량을 중고차 매매 형태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넘겼다는 의혹이 26일 제기됐다. 정 전 대표와 브로커 이민희 씨(56·구속 기소)의 법조계 로비 사건을 집중 수사 중인 검찰은 K 부장판사 의혹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자신이 소유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를 2014년경 약 5000만 원에 K 부장판사에게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차량의 중고차 거래 시세는 70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를 매매한 시기는 정 전 대표가 경찰에서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때를 전후해서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당시 중고차 시세대로 거래를 했다. 거래대금은 계좌로 송금받았다. 문제가 없는 정상적 거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의 거래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심에서 보석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도록 K 부장판사를 통해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에 로비해 달라고 부탁한 정황이 일부 드러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K 부장판사의 딸은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국내 미인대회에서 1위로 입상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사에 착수할 단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검찰은 정 전 대표와 이민희 씨, 또 다른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4·구속) 등을 상대로 현직 판검사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이민희 씨 등에게서 2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한 서울중앙지검 김모 수사관을 25일 구속 수감했다. 김 수사관은 2012년경 이 씨와 조모 씨(59)로부터 2012년경 자신의 사기 사건과 관련해 잘 봐 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받은 혐의다. 조 씨는 홍만표 변호사(57·구속 기소)에게 사건을 맡기기 위해 브로커 이민희 씨에게 1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현직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한편 검찰이 이동찬 씨로부터 현직 법조인을 상대로 한 금품 로비 진술을 받아내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될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이 이 씨의 진술이 핵심 쟁점이 된 사건에서 유무죄 판단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씨로부터 금괴 밀수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45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된 인천공항세관 진모 전 국장(61)에 대해 “이 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씨 등에게 금괴 밀수에 대한 도움을 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인천공항세관 직원 이모 씨에게는 유죄를 확정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약 2개월 간 사고를 수습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전남 진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 김모 경감(당시 49세)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직후 김 경감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던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현장 수습 업무를 담당했다. 김 경감은 70여 일간 3, 4일을 제외하고는 귀가도 못한 채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런 공로로 2014년도 상반기 특별승진 대상자로 추천됐지만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호소하던 김 경감은 우울증에 걸렸고 같은 해 6월 26일 오후 진도대교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경감의 부인은 유족보상금을 요구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와 무관한 사적행위의 결과”라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김 경감의 부인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김 경감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아 우울증이 발병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협력업체 등에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영진 전 KT&G 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3일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23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민 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민 전 사장은 협력업체와 회사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에게서 인사 청탁 등을 명목으로 1억7900만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객관적 물증이 없고 민 전 사장에게 금품을 줬다는 부하직원 및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등 신빙성이 떨어져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돈을 줬다는 사람들이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민 전 사장과 관련해 추가 수사를 받자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고자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 전 사장이 중동 담배유통상으로부터 스위스 명품시계를 받고 거래상의 특혜를 줬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특혜성 계약이 아니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게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0년 청주 연초제조창 매각 당시 공무원에게 6억 원대의 뇌물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도 부하 직원의 단독 행동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거세게 반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금품을 줬다는 사람이 검찰과 법정에서 모두 수수 사실을 인정했는데 무죄가 선고되면 사실상 부정부패 수사가 불가능해진다”며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왜 인사를 안 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내 피트니스센터. 유모 씨(76)는 정수기 컵을 교체하던 30대 여직원 A 씨를 향해 대뜸 언성을 높였다. 놀란 A 씨는 곧바로 몸을 돌려 유 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때 갑자기 유 씨의 손이 A 씨의 다리를 향했다. 이어 A 씨가 입고 있던 트레이닝 바지 밑단을 잡고 종아리에서 허벅지 부위까지 끌어올리며 “바지를 이렇게 짧게 입어야지”라고 말했다. 유 씨는 “옷 입을 줄 모르네, 다리를 다른 사람들이 잘 보이게 입어야지”라고 말하며 손으로 A 씨의 허벅지를 한 차례 만지고 냄새를 맡듯이 얼굴을 허벅지 부위에 갖다 댔다. 당황한 A 씨는 아무 대응도 못 한 채 울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A 씨는 유 씨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유 씨가 1960, 70년대 유명했던 여가수 B 씨(73)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다. 결국 A 씨의 신고로 유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유 씨는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옷을 들어올리며 손이 허벅지에 스쳤을 수 있지만 추행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주완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유 씨에게 벌금 500만 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탈북 여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 심사가 21일 열렸지만 재판 진행을 둘러싼 법원 재판부와 법률 대리인들 간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탈북 여종업원들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를 청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재판 절차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 심리로 열린 인신보호 구제 심사는 2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12명의 탈북 여종업원은 출석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측 법정 대리인과 민변은 이들의 불출석 사유를 둘러싸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정원 측은 “종업원들이 출석을 거부했다”고 주장했고, 민변은 “본인 거부는 법원이 통상 인정하는 입원, 해외 체류 등 불출석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받아쳤다. 재판부는 보안상의 이유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심문 내용이 추후에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녹음 및 속기를 금지했는데, 민변은 이것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민변 측에 소송 위임의 적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임장 원본과 북한 가족들이 위임장을 작성하는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재판부는 심리 진행을 위해 민변 측에 인신보호 구제 청구 이유를 물었으나 민변은 답변을 거부하고 종업원들 출석을 재차 요구하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민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냄에 따라 법원이 기피 신청을 수용할지 결정한 뒤에 인신보호 사건의 절차가 계속 진행된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민변 통일위원장인 채희준 변호사는 “북한 종업원들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을 끝낼 수 없어 재차 소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장은 오늘 무조건 끝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재판부가 공정하게 재판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공정한 재판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피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소록도에는 단 하나의 묘가 있다. 한센인의 주검을 화장한 뒤 안치하는 ‘만령당’이라는 봉안당 뒤에 위치한 작은 산소다. 죽은 뒤 유골을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만령당에 안치했다가 산소에 뿌린다.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만령당에 안치돼 있거나 산소에 뿌려진 사람만 지난해 10월까지 1만942명이다. 판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산소를 향해 짧은 묵념을 올렸다. 현장 검증 안내를 맡은 한센인 이남철 씨(58)는 판사들을 향해 “소록도 사람들은 세 번 죽는다고 말한다”며 “한센병 때문에 고통 겪고, 죽어서 해부되고, 해부된 뒤 화장된다”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강제 낙태·단종 수술 피해 한센인’ 손해배상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판사 강영수)가 현장 검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국립소록도병원이 개원한 지 100년이 흐른 이래 재판부가 소록도 현장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와 변호인단 등은 현지 주민의 안내를 받으며 소록도 내 주요 장소 7곳을 직접 돌아봤다. 한센인 부모가 미감아(병에 감염되지 않은 아이)와 한 달에 한 번 2∼3m의 거리를 두고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수탄장’과 도망가려 했거나 문제를 일으킨 한센인을 가뒀던 ‘감금실’ 등 주로 한센인의 아픔과 상처가 깃든 곳들이다. 이날 재판부는 현장 검증 외에 특별 재판을 열어 한센인 환자 및 당시 의료진 등 증인 4명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했다. 재판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단종·낙태가 국가 정책적으로 시행됐는지 △환자 본인의 의사와 관련 없이 강제됐는지 등 쟁점 사항에 대한 양측 의견을 들었다. 원고와 피고 측은 한센인의 비극에 대한 아픔은 공유했지만 한센인 단종 수술의 강제성에 대해서는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소록도에서 낙태 수술을 한 차례 받았던 70대 여성 A 씨가 나와 낙태 수술을 받을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A 씨는 “임신을 하자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 수술을 받아야 했다”며 “굉장히 고통스러웠고 피도 많이 흘렸으나 수술 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소록도병원과 여수애양병원에서 30년간 한센인을 치료했던 김인권 원장(65)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해 “당시 정관 수술을 안 한 사람들은 소록도 밖으로 내몰렸기 때문에 환자들을 위해 수술을 해줘야만 했다”며 “국가나 당시 종사자들로 인해 피해를 본 한센인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 기일을 마친 뒤 원고(한센인) 측 변호인은 “소록도까지 내려와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 주신 점 고맙다”며 “실제 진실에 접근해 한센인 입장에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피고(정부) 측 변호인은 “이 소송의 실질적 원고는 한센인들의 치료를 맡은 의료진과 봉사자들”이라며 “한센인의 아픔도 치유되어야 하지만 그간 고생한 분들의 명예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소송을 포함해 강제 낙태·단종 수술로 피해를 본 한센인 500여 명이 2011년부터 국가를 상대로 5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소록도=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나도 제자들을 잘못 가르친 책임이 크다.”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대, 뉴욕대 등에서 30년 넘게 법학을 가르치고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소장으로도 활동한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75)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조계 비리와 관련해 참담한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2년부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무료 봉사활동을 병행한 그는 지난해 4월 ICC 소장 임무를 끝내고 유니세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기부, 아동 문제 등 유니세프 활동을 설명하던 그는 전관예우 등 법조 비리가 화제에 오르자 후배들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법조계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전관예우, 그리고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문제로 시끄럽다. “요새 거론되는 이들 중 내가 가르쳤던 제자도 여럿이다. 나도 잘못 가르친 책임이 크다. 전관예우와 ‘현관 비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전관예우는 현관 비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썩은 사과 한두 개 골라낸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길게 보고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하는데 (법원과 법무·검찰, 변호사단체 등) 법조 수뇌부는 사과 몇 개만 들어낼 생각만 한다. (사태를 방치하면) 나중에 의료 서비스를 사회화하듯 법조 서비스도 사회화하자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때는 법조계가 통곡해도 늦는다. 법조계가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몇 년이 지나도 어려울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이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나.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가 2만 명이 넘고 한없이 쏟아지는데 경쟁과 비리가 안 생기겠나. 어정쩡하게 도입한 로스쿨도 한 원인이다. 로스쿨 도입 논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의 공약인 사법개혁 일환으로 로스쿨을 추진하겠다며 나를 만났다. 당시 이렇게 얘기했다. ‘(로스쿨 도입은) 국가고시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에서 질 높은 법학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뜻이다. 로스쿨 도입에 찬성하지만 두 가지 대전제(big if)가 충족돼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가 로스쿨에 대대적인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하고, 기존과 180도 다른 질 높은 법학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 미국식 법조인 양성 방식인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 수많은 변호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어 공정한 경쟁의 룰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귀 기울여 듣지 않더라.” ―로스쿨 도입의 폐해로 사법시험 존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가 얘기할 건 아니다. 다만 교수들이 지금 사법시험 존치가 좋다, 나쁘다 따질 일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면 국민이 보고 판단할 것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6·25전쟁 때 한강 다리가 끊겨 피란도 못 가고 서울에서 지하실에 숨어 지냈다. 열 살 때 (징용에서 자유로워) 가족의 먹거리를 조달하려고 돌아다닌 적이 있다. 옛 경기 양주군 노해면 창동리(현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에서 길에 방치된 여성, 어린이들의 시신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부산 피란 시절 유니세프에서 꿀꿀이죽이며 지우개, 연필, 도화지 등 학용품을 받아 덕을 입기도 했다. 60년 지난 지금 그때의 은혜를 갚는 셈이다. 회장을 맡고 있지만 월급은 물론 수당도 안 받고 무료 봉사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유니세프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모금 총액 3위, (모금 5대국 중) 송금률 1위다. 특히 정기 후원자(개인 기부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점은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목표는 무엇인가. “어린이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31조가 어린이의 ‘놀 권리(right to play)’다. 그런데 한국 부모들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 학원 등 여기저기 강제로 끌고 다니기에 바쁘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전국 33개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아동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생각이다.”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국무총리는 지난해 현 정부가 요청한 것을 포함해 두 번 제안받았다. 모두 거절했다. 사람은 때가 있고 분수를 알아야지. 내 나이가 몇인데 총리를 하나. 앞으로도 총리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다.” ―세 살 아래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통령 출마설이 나온다. “무조건 출마할 것이다. 반 총장을 40년 넘게 봐 왔는데, 욕심이 많고 스마트한 사람이다. 시운을 잘 탔고,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ICC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전쟁 범죄 등을 처벌하지만, 부녀자와 어린이 등을 보호하는 인권 활동도 활발하게 한다. 이런 공로로 ICC 소장 재직 때 ICC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거의 확정된 적도 있다. 막판에 바뀌긴 했지만….(웃음)” :: ○ 송상현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미국 툴레인대 법학석사, 미국 코넬대 법학박사 △고시 행정과 14회(1962년), 사법과 16회(1963년) △서울대 교수(1972∼2007년), 서울대 명예교수(2007년∼) △국제형사재판소 초대 재판관(2003∼2009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2009∼2015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2012년∼) 인터뷰=정경준 사회부장 news91@donga.com / 정리=권오혁 기자}

법조계 원로인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75·사진)이 최근 불거진 법조 비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4일 서울 마포구 위원회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세 시간 가까이 단독 인터뷰를 하며 “(비리에 연루된) 제자들을 잘못 가르친 내 잘못도 크다”라면서도 “썩은 사과 한두 개를 골라낸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넥슨 주식으로 대박을 터뜨린 진경준 검사장, ‘정운호 게이트’로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 등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그의 제자다. 송 회장은 “전관예우와 ‘현관(現官·현직 법조인) 비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깨진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몇 년이 지나도 어려운데, 법조 수뇌부는 사과 몇 개만 들어낼 생각만 한다”고 비판했다. 길게 보고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양산된 변호사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을 법조 비리의 한 배경으로 꼽았다. “사법 개혁을 추진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로스쿨은 정부의 대대적 예산 지원, 기존과는 180도 다른 양질의 교육 등 두 가지 대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남북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라는 체제의 차이만큼 사법 시스템의 간극도 크다. 통일의 한 축인 사법제도의 통합을 실현하려면 남북의 법제, 사법 인력 양성, 일반 시민들의 법에 대한 인식 등 전혀 다른 사법 환경의 이질성을 완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남한과 북한 사법체계의 가장 큰 차이는 독립성이다. 북한의 사법기관은 당과 내각에 종속돼 있고 재판제도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형식상 현대법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매우 열악하다. 일부 학자가 ‘사법의 진공상태’로 평가할 정도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남북한의 사법 체계 간극이 커서 그대로 섞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의 권력 분립이나 사법 독립성 등을 보장받기 위해선 북한 체제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먼저 바뀌어야 사법 통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남한 사회에서도 남북 사법 통합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실정법상 ‘통일’의 개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규정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다.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분단의 종료’를 ‘남북한이 법률적 또는 사실적으로 하나의 국가 체제를 형성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는 정도다. 1992년 9월 제8차 고위급회담에서 정부는 남북법률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등 노력을 보였지만 북측의 비협조로 이후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법제도의 통합이 통일의 필수 과정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나마 통일 전에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법을 통일 상황에 맞게 정비하는 동시에 북한의 재판제도도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개인 재산권과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관할권과 준거법의 문제와 함께 소송위임의 증명, 소송비용 등 소송 절차를 둘러싼 문제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도 통일 이전에 동·서독 간 사법 관련 법률과 규정의 제정·개정을 거쳐 통일 이후 사법 통합의 과도기를 최소화했다. 북한 내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분쟁해결 제도 정비를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안정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행정소송 절차 등 분쟁해결 제도를 갖춰가도록 하는 것이다. 또 정치색이 옅고 체제와 무관한 분야부터 인적 차원의 교류를 늘릴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남북한 사법제도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법부는 1995년 통일사법연구를 시작해 2006년에 판사들 중심으로 통일사법정책연구반이 구성했고 2014년부터 사법정책연구원에 통일사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과의 사법 교류 및 사법체제 통합을 위한 과제를 시기별·단계별로 도출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변호사를 고용해 이른바 ‘사무장 로펌’을 운영한 사무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가 아무 처벌을 받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48)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 씨는 변호사가 아닌데도 변호사를 고용해 2010년 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법무법인 두 곳을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방의 지청장 출신 변호사 이모 씨(73)는 사무장이 운영하는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운영 전반에 깊이 개입했지만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이 씨와 박 씨는 ‘동업 관계’에 가깝다. 로펌 사무장 출신인 박 씨는 과거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했던 이 씨 명의로 2010년 법무법인을 설립했다. 사무실 운영을 위해 지인으로부터 빌린 2억1000만 원을 ‘대표 변호사’인 이 씨가 부담한다는 취지로 ‘동업 정산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현행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 로펌’을 운영한 사람과 명의를 대여해 주거나 동업한 변호사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씨를 징계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 삼은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로 소액주주들과 총 250억 원이 넘는 민사소송에도 휘말린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 420여 명은 대우조선해양 법인과 고재호 전 사장, 이 회사의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240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5건의 소송을 냈다. 이와 별도로 소액주주 윤모 씨는 대우조선해양을, 이모 씨는 대우조선해양과 고 전 사장을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2명이 청구한 손해배상 규모는 총 10억여 원에 이른다. 소액주주들은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부터 공격적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에 뛰어들었고 그 이후 2014년까지 매년 4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는 회사의 공시와 사업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은 잠정 실적공시를 통해 2015년 2분기(4∼6월) 영업손실이 3조여 원에 이른다고 발표해 주가 폭락으로 큰 피해를 봤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각각 소송을 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서 발생한 손실을 제때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자산과 수익을 부풀리다 뒤늦게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며 “회사의 분식회계는 물론이고 안진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도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해 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경영진의 분식회계 및 부실 감사를 규명해 낸다면 이들의 피해 회복은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수면내시경 검진 환자들을 추행한 50대 전직 의사가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27일 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양모 씨(58)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3년간 개인신상정보 공개 고지를 선고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료재단 내시경 센터장이었던 양 씨는 2013년 10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대장 내시경 검진을 위해 수면유도제를 투약받고 잠든 여성 환자 3명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양 씨는 의료인으로 환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면 유도제를 투여받아 항거 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몹시 나쁘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제자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수년간 가혹행위를 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27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집단 흉기 등 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경기 모 대학 전 교수 장모 씨(53)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가혹행위에 가담한 장 씨의 제자 장모 씨(25), 정모 씨(27·여), 김모 씨(30)도 각각 4년, 2년, 1년 6월을 선고받아 1심보다 감형됐다. 재판부는 “장 씨의 범행 내용 자체는 시쳇말로 엽기적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로 범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 모두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낸 점, 일부 혐의가 공소장에서 제외된 점 등을 들어 이전보다 낮은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장 씨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학회 사무국에 취업시킨 제자 A 씨가 일을 잘 못 한다는 이유 등으로 2013년 3월부터 2년여 간 인분을 먹이고 알루미늄 막대기와 야구방망이, 최루가스 등으로 수십 차례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57)가 미신고 수임료를 부동산 투자에 사용하면서 수십억 원의 탈세를 저지르고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한다. 거대 비리를 척결한 ‘잘나가는’ 선배였던 홍 변호사를 피의자로 소환한 검찰은 그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洪 측근, “탈세 혐의 일부 인정”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가 선임계 없이 ‘몰래 변론’으로 거둔 수익 상당수가 부동산 관리업체 A사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탈세를 한 혐의를 포착했다. ‘몰래 변론’ 자체는 과태료 사안에 해당하지만 홍 변호사는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자금을 굴리는 과정에서 탈세 혐의를 적용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발견됐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사무장 전모 씨(51) 등을 조사하면서 홍 변호사의 소득이 장부에 축소 기재되거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세탁된 뒤 각종 투자에 이용된 단서를 잡았다. 홍 변호사 측 관계자는 “A사 직원 등 참고인 진술로 (홍 변호사의) 조세 포탈 혐의가 드러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개업한 뒤 5년간 수백 건을 변호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부인, A사 명의로 된 오피스텔만 100여 채에 이른다. 퇴임 당시 그의 재산은 11억여 원 수준이었다.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가 홍 변호사에게 건넸다는 자금의 성격을 어떻게 결론 낼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홍 변호사와 정 대표, 홍 변호사의 고교 후배인 브로커 이민희 씨(56·구속)를 대질 신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홍 변호사에게 준 돈은 9억여 원인데 이 중 5억∼6억 원이 나의 도박 사건과 관련됐다. 나머지는 홍 변호사가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을 맡아준 비용을 내가 준 것”이라는 취지로 돈의 액수와 성격을 다소 모호하게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는 당초 “정 대표에게서 받은 돈은 1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 단계에서 2억 원, 검찰 단계에서 3억 원을 받았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건넨 자금에 ‘수사기관 교제 비용’의 성격도 있다고 검찰이 판단할 경우 홍 변호사에게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홍 변호사는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감형 구형이나 보석 ‘적의처리’(법원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도 좋다는 뜻) 의견을 낸 것에 내가 관여한 것은 전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 홍만표’ 보는 싸늘한 후배들 시선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검 수사기획관 신분으로 수사하는 등 잘나가는 선배였던 홍 변호사의 ‘급전직하(急轉直下)’를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선은 그리 너그럽지 않다. 한 검사는 “과거에 맡은 사건에서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자 ‘마이너한(중요하지 않은) 사건에 무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사를 홍 변호사가 전해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사건 처분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자 홍 변호사가 ‘훈계성 편지’를 보내왔다는 증언도 있다. 특히 “홍 변호사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듯한 뉘앙스의 말을 한 적도 있다”는 주장도 검사들한테서 나왔다. 홍 변호사는 검찰에 있을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급)을 지내면서 검찰 인사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를 소환한다고 해서 특별히 예우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권오혁 기자}
제자를 추행하고 유사성행위까지 시킨 교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교사 김모 씨(38)에게 1심과 같이 징역 6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근무하던 고등학교 제자인 A 양에게 시험문제를 내 틀린 개수만큼 옷을 벗게 하는 등 같은 해 10월까지 총 43회에 걸쳐 추행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일부 행위를 촬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교육을 빌미로 제자인 피해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고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거물급 무기 중개상인 정의승 유비엠텍 대표(77)의 600억 원대 재산에 ‘추징보전’ 조치가 내려졌다. 추징보전은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을 피고인이 재판 도중에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묶어두는 조치다. 정 대표는 독일 잠수함 도입 과정에서 받은 중개수수료 1319억 원을 해외 차명계좌에 숨긴 혐의(해외 재산 도피, 조세 포탈)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가 정 대표의 예금 및 비상장 주식 630억여 원에 대해 청구한 추징보전을 수용했다. 1세대 무기 중개상으로 불리는 정 대표는 1993년 ‘율곡비리’ 때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력이 있다. 법원은 검찰 수사 자료와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정 대표의 공소사실 일부가 소명된다고 보고, 법원의 확정 판결 전까지 재산을 묶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 대표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지난달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사실에는 정 대표가 2008년 세무조사에서 은닉자금이 발각되자 이듬해 8월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소유의 스위스 은행 계좌로 다시 돈을 옮긴 혐의도 포함됐다.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정 대표에 대한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변호인단 요청에 따라 첫 공판 날짜는 7월 20일로 결정됐다. 검찰은 정 대표 측이 재판을 일부러 지연시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군 방탄복 납품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직권 남용 등)를 받는 예비역 육군 소장 이모 씨(62)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26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 씨는 우리 군이 북한군의 철갑탄을 방어할 수 있는 방탄복 조달 계획을 마련했다가 이를 돌연 철회하고 S사의 방탄복을 납품받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S사에서 수천만 원을 받고 부인을 S사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39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일선 부대와 해외 파병부대 등에 공급된 S사의 방탄복은 감사원 조사 결과 철갑탄에 완전히 관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권오혁 hyuk@donga.com·장관석 기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의 석방을 위해 법원과 검찰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민희 씨(56)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대표의 원정 도박사건 변론으로 최소 5억 원을 받고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는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져 도피 중인 이 씨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21일 새벽 자수한 이 씨에 대해 고교 동창 조모 씨로부터 3억여 원을 받아 갚지 않은 혐의 등으로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씨는 서울메트로 측에 로비할 명목으로 2011년경 정 대표 측으로부터 9억 원을 받은 혐의(사기, 변호사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또 사건 의뢰인에게 홍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의뢰인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씨가 검거됨에 따라 정 대표의 구명 로비, 홍 변호사의 탈세 및 변호사법 위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21일 0시 반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생명 사거리 근처 공중전화로 검찰청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다. 당시 이 씨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소지품은 없었고 수개월간의 도피 생활로 불안하고 초췌해 보이는 행색으로 물병을 제대로 들고 있지 못할 정도로 손이 떨렸다. 최소 4개월여의 도피 생활 중 경기 하남시 남양주시 일대 모텔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이따금 답답할 때는 충남 아산과 충북 청주 등을 다녀왔다. 폭력 조직의 비호 속에 전북 전주에 숨었다는 의혹에 대해 이 씨는 “도피 초기에 전주를 다녀온 적은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 씨는 정 대표 측에서 받은 9억여 원과 유명 가수의 동생 조 씨로부터 받은 3억여 원을 생활비와 룸살롱 유흥비 등으로 모두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홍 변호사와 정 대표의 관계를 잘 모른다” “홍 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홍 변호사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부분은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특별수사 전문가’인 홍 변호사가 수배 중인 이 씨와 말을 맞췄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고교 선배이자 밀접한 관계인 홍 변호사 등 주변으로부터 “자수하면 혐의를 감면받을 여지가 있다”는 설득을 듣고 자수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는 시각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