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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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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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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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 안전램프에 담겨 한반도로

    고대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가 그리스 전역을 돈 뒤 한국에 인수됐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인수 행사가 열린 31일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 행사는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현지 시간 오전 11시. 약 1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리스 리듬체조학교 학생 60명으로 구성된 공연단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됐다. 곧이어 공연예술가 팝핀현준과 국악인 박애리 부부, 전통무용수와 비보이 등이 어우러진 한국의 문화 공연이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의 입장 후 올림픽 찬가와 애국가, 그리스 국가가 차례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올림픽기와 태극기, 그리스 국기가 나란히 게양됐다. 중고교생 45명으로 구성된 유소년 합창단은 한국어로 애국가를 불렀다. 관례에 따라 하루 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하룻밤을 보낸 평창 성화는 그리스 주자들과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였던 김기훈 울산과학대 교수에 의해 스타디움까지 봉송됐다. 김 교수는 마지막 그리스 주자인 알파인 스키 유망주 이오아니스 프로이오스에게 성화를 건넸다. 프로이오스는 스타디움을 반 바퀴 돈 뒤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성화가 밝게 타오르는 가운데 대제사장 역의 카테리나 레후를 비롯한 여사제들은 그리스 전통 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안무를 선보였다. 의식을 끝낸 뒤 레후는 성화대로 다가가 성화봉에 불을 붙여 스피로스 카프랄로스 그리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 건넸다. 카프랄로스 위원장이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 위원장에게 이 성화봉을 전달하면서 성화는 비로소 완전히 ‘평창의 불’이 됐다. 이 위원장이 평창 성화를 특수 제작한 안전램프에 담는 것을 마지막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안전램프에 담긴 성화는 전세기를 타고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인수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평창 홍보대사 김연아가 이 안전램프를 함께 들고 비행기 트랙을 내려올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이라는 슬로건 아래 평창 올림픽이 개막하는 내년 2월 9일까지 101일 동안 7500명의 주자와 함께 2018km를 달리게 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북한이 평창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은 수백 발의 미사일로도 얻을 수 없는 평화를 향한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 경기장인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18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올림픽을 통해 화합한다면 강원도 평창은 이름 그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창이 움트는 화합의 장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도전과 위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그러나 평화통일의 원칙은 확고하다”고 했다. 이어 “평화는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이며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말했다.아테네=이헌재 uni@donga.com / 유근형 기자}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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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北참가 이끌어내 평화-화합 구현”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다. 국내외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일으켜 흥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인수단의 일원으로 그리스를 찾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은 31일 아테네 현지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어떻게든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장관은 앞선 성화 인수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대회 참가와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협조를 요청했다. 북한이 평창에 온다면 안전 올림픽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최근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온다면 출전 관련 경비뿐 아니라 훈련도 IOC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의 렴대옥-김주식 조가 9월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쇼트트랙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에서도 출전권 획득의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11월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평창 올림픽 휴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도 장관은 “올림픽 개막(2018년 2월 9일) 일주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3월 18일) 일주일 후까지, 즉 내년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의 축제를 즐기자는 의미”라며 “이미 많은 나라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참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을 보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도 장관은 “지금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국면으로 넘어간다면 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 화합의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1일 시작되는 성화 봉송이 대회 열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밝혔다. 그는 “비로소 성화가 국내에 도착하고 봉송이 시작되면 국민도 올림픽이 바로 앞에 왔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 축제로 열리는 성화 봉송을 TV로 보시지 말고 현장에서 보시길 당부드린다. 통조림보다 싱싱한 그대로를 먹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마지막으로 “올림픽뿐 아니라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 부탁드린다. 많은 장애인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찾았고,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 한다. 그들의 감동 스토리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테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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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의 불, 11월 1일부터 전국 2018km 대장정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D―100일인 1일 한국 땅을 밟는다. 지난달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는 현지 봉송을 마친 뒤 31일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성화 인수 행사를 통해 ‘평창의 불’이 됐다. 이날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스피로스 카프랄로스 그리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에게서 성화를 넘겨받았다. 전세기 편으로 아테네를 떠난 성화는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500여 명으로 이루어진 국민 환영단이 성화를 맞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약 3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성화는 인천대교에서 봉송을 시작한다. 첫날 성화 봉송 주자로는 피겨스케이팅 샛별 유영, MC 유재석, 연예인 수지, ‘빙상 여제’ 이상화 등이 나선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이라고 명명된 평창 성화는 101일 동안 주자 7500명이 전국 2018km를 누빈 뒤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내년 2월 9일 성화대에 점화된다. 성화 도착으로 대회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선수단은 안방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꿈꾸고 있다. 한국은 빙상, 썰매 등에서 금메달 8개를 포함해 20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순위 4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 올림픽 선수단장에는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부단장을 맡았던 김지용 국민학원 이사장이 선임됐다.김종석 kjs0123@donga.com / 아테네=이헌재 기자}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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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워둬! 평창 무대 센터자리”

    올림픽은 남의 이야기였다.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가 열린 2014년 2월. 그들은 각각 다른 공간에 있었다. 한국의 박우상은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었다. 러시아하키리그(KHL) 시비르 노보시비르스크 소속 골리로 뛰던 맷 달튼(안양 한라)은 텅 빈 아파트에서 TV로 동료들의 경기를 봤다.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진출했던 백지선 감독은 NHL 디트로이트 산하 아메리칸하키리그(AHL) 그랜드 래피즈의 코치였다. 생활하는 곳도, 맡은 일도 제각각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부럽기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절대 이뤄질 것 같지 않던 이들의 꿈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현실이 된다. 백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한국 팀을 지휘한다. 달튼은 중요 포지션인 골리로, 박우상은 주장으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평창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에 속한 한국은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체코(6위), 스위스(7위)와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1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세계랭킹(21위)이 가장 낮다. 개최국에 주어진 자동출전권으로 참가한다. 이들이 평창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그건 바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일이다.○ 우리는 가족, 가족은 우리의 힘 2014년 7월 부임한 백 감독이 가장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Family)’이다. 가족은 힘들 때나 좋을 때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다. 백 감독은 부임 직후 ‘패밀리 데이’를 만들었다. 이날만큼은 감독과 선수의 가족들이 함께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부모를 모시고 오는 선수도 있고,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선수도 있다. 박우상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탄 건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선수의 가족까지 배려하는 감독님의 품격과 감독님의 실력까지…. 믿고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7명의 귀화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역시 모두 한 가족이다. 달튼을 비롯해 특별 귀화로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 생활을 오래해 한국 문화와 음식에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토종 선수들과 귀화 선수들의 입맛이 뒤바뀌는 일도 생긴다. 박우상은 “머리와 눈 색깔만 다를 뿐이지 그냥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토종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 스파게티를 많이 먹는다. 그런데 귀화 선수들은 오히려 ‘밥심’이 필요하다며 김밥을 주문해 먹곤 한다”며 웃었다. 달튼은 “캐나다에 있는 가족만큼 대표팀이나 소속팀 동료들이 가깝게 느껴진다”며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캐나다의 ‘진짜’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와서 나와 내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꿈을 남기고 싶은 새로운 영웅들 달튼은 “내가 하키 선수가 된 것은 어린 시절 나의 영웅들의 환상적인 경기를 봤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강호들과 치열하게 맞붙는 것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내가 60세가 됐을 때 우리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본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상도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을 더 많이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더 노력하고 있다. 늘어나는 팬들의 관심에 더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벌떼와 상어 “벌떼처럼 똘똘 뭉치고,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달려들어라.” 백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경기 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벌은 한 마리일 때는 별게 아닐지 몰라도 뭉치면 위험한 곤충이 된다. 또한 상어는 ‘킬러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한 한국 선수들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법은 이미 큰 효과를 봤다. 한국은 올해 4월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2위에 오르며 세계 최고 16개국만 들어가는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에 진출했다. 한국 대표팀은 11월에는 각자 소속팀에서 아시아리그 경기를 뛰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한다. 12월 11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2018시즌 유로아이스하키투어 채널원컵에 출전한다. 유럽 강호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 한국은 특별히 초청을 받았다. 백 감독은 “평창 올림픽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어떤 경기도 진다는 생각을 안 해 봤다”고 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이헌재 기자}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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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헌재]文대통령의 시구는 몇 점?

    동네 야구 좀 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글러브 낀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와인드업 동작도 그럴듯했다. 공은 원 바운드로 포수 미트에 들어왔지만 일반인치고는 수준급이었다.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KIA의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 깜짝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먼저 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느껴졌다. 야구를 잘 모르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중에는 간혹 구두를 신고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메이저리그 팀의 그라운드 키퍼였다면 눈에 불을 켜고 막을 일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잔디에 해를 주지 않는 편안한 운동화를 신었다. 마이크를 잡느라 시간을 지체하지도 않았다. 군더더기 동작 없이 공을 던진 뒤 곧장 마운드를 내려왔다. KIA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악수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예전에 야구장을 유세장으로 착각한 한 정치인은 시구에 앞서 일장연설을 한 적이 있다. 시구 후엔 차렷 자세로 선 선수 및 관계자들과 느릿느릿 악수를 했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려 했으니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이번 시구를 지켜본 관중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로 문 대통령을 환영했고, 문 대통령은 ‘개념 시구’로 화답했다. 하지만 까칠한 야구 기자의 눈으로 볼 때 만점을 주긴 어렵다. 역대 모든 정치인 시구를 통틀어 최고의 시구이긴 했지만 100점에는 2%가 모자랐다. 가장 큰 아쉬움은 문 대통령이 야구팬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응원 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경남고를 나온 문 대통령은 롯데 팬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고 최동원이 1988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추진할 때 법률 자문을 맡은 인연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롯데 팬임을 스스로 밝힌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대표 점퍼를 입었다. 정치적인 고려가 더 강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야구광으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임을 자랑스럽게 드러냈다. 2009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시구자로 나섰을 때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듬해 4월에는 워싱턴과 필라델피아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는데 당시에는 홈팀 워싱턴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다. 그 대신 머리에는 화이트삭스 모자를 썼다. 그는 이에 대해 “시카고가 나의 뿌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젊은 시절 시카고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또 하나는 문 대통령이 경기 도중 경기장을 떠났다는 점이다. 시간을 초 단위로 쓸 만큼 바쁜 대통령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야구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하이라이트이다.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도 표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팬들이 부지기수다. 1차전부터 7차전까지 모든 표가 이미 매진됐다. 보통 야구팬처럼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 특정 팀을 응원하는 대통령을 용납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여유롭게 야구 관전을 하는 걸 마뜩잖은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탈한 문 대통령이라면, 또한 여유 있는 사회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이라면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내년엔 자신이 좋아하는 팀 모자를 쓰고 응원하는 문 대통령을 야구장에서 봤으면 좋겠다. 주변 야구팬들과 여유롭게 ‘치맥’을 즐기며 하이파이브를 나눈다면 금상첨화이고.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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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 “선수로 두 번 치른 올림픽… 이번엔 즐길 수 있어 기대”

    “그리스엔 처음 왔다. 신기하다. 이번 성화 봉송을 통해 평창 올림픽 열기가 뜨거워졌으면 좋겠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인수단의 일원으로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아테네를 찾은 ‘피겨여왕’ 김연아(27·사진)가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김연아는 30일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성화 인수 드레스 리허설에 참가해 “성화 봉송이 시작된다고 하니 정말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실감 난다.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양궁 종목 등이 열리기도 했다. 김연아는 선수 시절이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앞둔 2005년 12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직전인 2009년 12월 캐나다에서도 성화 봉송을 했다. 24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성화는 31일 평창 조직위에 인수된 뒤 올림픽을 100일 앞둔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다. 김연아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성화를 비행기에서 내리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연아는 “선수로 두 번의 올림픽을 치렀지만 지금은 기분이 다르다. 관중 입장에서 올림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31일 그리스 내 봉송의 마지막 주자(그리스인)에게 성화봉을 전달할 한국인 주자로는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기훈 울산과학대 교수가 나선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딴 김 교수는 “올림픽을 유치할 정도로 겨울 종목 강국이 된 한국을 대표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아테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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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K 완봉승… 끝내준 양현종

    에이스란 무엇인가.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두산의 한국시리즈(7전 4승제) 2차전을 본 사람이라면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KIA 왼손 투수 양현종이 혼신의 역투로 에이스의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KIA는 이날 9이닝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의 완벽투를 발판 삼아 1-0으로 승리했다. 전날 패배를 되갚은 KIA는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추며 3차전이 열리는 서울로 향하게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를 통틀어서도 첫손에 꼽힐 만한 ‘명품 투수전’이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14승(9패)을 거둔 두산 왼손 선발 장원준은 KIA 타선을 7이닝 4안타 4삼진 5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매회 출루를 허용했지만 특유의 완급 조절로 실점을 하지 않았다. 1회와 3회 두 번 모두 김주찬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났고, 4회에는 선두타자 버나디나를 견제로 잡아냈다. 장원준은 정규시즌까지 포함해 올 시즌 들어 가장 많은 117개의 공을 던지며 제 몫을 다했다. 그렇지만 이날 진정한 주인공은 양현종이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꿈의 20승(6패)을 거둔 슈퍼 에이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양현종은 최고 시속 148km의 빠른 공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골고루 구사하며 9이닝 4안타 2볼넷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다. 삼진은 무려 11개나 솎아냈다. 1-0 완봉승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나온 대기록이다. 포스트시즌을 통틀어도 3번째다. 김일융(당시 삼성)이 1986년 플레이오프 1차전, 주형광(당시 롯데)이 1995년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1-0 완봉승을 이룬 바 있다. 한국시리즈 10번째이자 포스트시즌 21번째 완봉승이기도 했다. KIA는 8회말 1사 1, 3루에서 3루 주자였던 김주찬이 나지완의 3루 땅볼 때 런다운에 걸렸지만 빠른 상황 판단으로 홈을 밟았다. 이 득점은 그대로 결승점이 됐고, KIA는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최초로 타점 없이 승리한 팀이 됐다. 8회까지 101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사 1루에서 이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양의지와의 대결이 펼쳐졌다. 앞선 김주찬의 런다운 때 나왔던 자신의 뼈아픈 실수를 만회하려는 양의지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양현종은 11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양의지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양현종이 이날 던진 122개의 공 역시 올 시즌 자신의 최다 투구 기록이었다. 자신의 멘토인 간베 도시오 전 KIA 투수코치를 이날 경기에 초대한 양현종은 “2009년 한국시리즈 때만 해도 마냥 어렸던 내가 팀을 이끌고, 에이스로서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모습을 코치님께 보여드려서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이닝이 끝날 때 양팔을 들어올리며 홈 팬의 환호를 유도할 만큼 투지를 보인 양현종은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양 팀의 3차전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겨서 열린다. 3차전 선발은 보우덴(두산)과 팻딘(KIA)이 유력하다. ▼ “양현종이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 ▽KIA 김기태 감독=양현종의 완봉, 감독으로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9회에 이대진 코치가 올라가 상태를 물었는데 양현종이 괜찮다고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내용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양쪽 투수들이 모두 잘 던진 가운데 오늘 승리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팬들이 보내주신 함성에 큰 힘을 느꼈다.▼ “아웃 두 개 잡으려 욕심내다 실수” ▼ ▽두산 김태형 감독=오랜만에 좋은 투수전을 봤다. 장원준의 피칭도 플레이오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양현종이 워낙 좋은 공을 던졌다. (런다운 상황은) 하나씩 해도 되는 건데 아웃 두 개를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 보니 실수를 했다. 결정적인 실수였지만 원정에서 1승 1패 했으니 괜찮다.   광주=이헌재 uni@donga.com·임보미 기자}

    •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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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판부터 터진 웅담포… 두산, 한국시리즈 1차전 KIA 격파

    “초절정입니다. 좋은 타격감을 언제까지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죠.”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의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두산 타자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두산 관계자는 “김재환과 오재일의 방망이에 물이 올랐다. 지금 분위기라면 어떤 투수가 나와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주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두산 타자들은 NC 마운드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경기당 12.5점씩, 4경기에서 모두 50점을 올렸다. 승리를 거둔 2∼4차전에서만 모두 1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 중심에는 김재환과 오재일이 있었다. 왼손 강타자 김재환과 오재일은 각각 3개와 5개의 홈런을 쳤다. 둘의 플레이오프 타율은 각각 0.471과 0.600이나 됐다.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 열린 ‘단군매치’(곰과 호랑이의 싸움에서 유래된 말) 1차전의 승부를 결정지은 것도 역시 두 선수의 파워였다. 정규 시즌 2위 두산은 이날 김재환과 오재일의 연속 타자 홈런을 앞세워 KIA를 5-3으로 꺾고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난해까지 35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모두 22번(75.8%)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두산은 경기 초반 올 시즌 20승을 거둔 상대 선발 헥터의 호투에 밀려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0-0이던 4회초 헥터의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와 안치홍의 실책으로 맞은 2사 만루에서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둘의 홈런포가 불을 뿜은 것은 5회초였다. 박건우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난 뒤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김재환은 헥터의 4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시속 148km)를 퍼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4타수 1안타 2득점을 기록한 김재환은 포스트시즌 8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유지현(LG 수석코치)이 보유하고 있던 이 부문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곧이어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은 헥터의 한가운데 직구(시속 147km)를 받아쳐 우측 스탠드에 꽂히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타구는 ‘기아자동차 홈런존’을 직접 때렸고 오재일은 기아차가 제공하는 3900만 원 상당의 스팅어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받게 됐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니퍼트의 호투가 빛났다.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니퍼트는 6이닝을 5안타 3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던 니퍼트는 버나디나에게 3점 홈런을 맞긴 했지만 막강 KIA 타선을 상대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8회에 등판한 김강률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KIA는 3-5로 추격하던 8회말 무사 1, 2루 찬스에서 안치홍이 3루수 앞 병살타로 기회를 날린 게 아쉬웠다. 양 팀은 26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두산은 장원준, KIA는 양현종이 선발 등판한다. 광주=이헌재 uni@donga.com·임보미 기자  박세혁 큰 경기 리드 잘해줘▽김태형 두산 감독=첫 경기를 잘 풀어나가서 앞으로 남은 경기를 선수들이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8회 함덕주가 더 끌고 갔으면 했는데 고심하다가 김강률을 내보냈다. 사실 경험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잘해줬다. 포수 박세혁도 큰 경기에서 차분하게 리드를 잘해줬다.  걱정했던 불펜 안정돼 다행▽김기태 KIA 감독=첫 경기를 지긴 했지만 우리 투수들이 잘 던졌다. (선발) 헥터가 5점을 주긴 했지만 피칭이 나쁘지는 않았다. 두산 타자들이 잘 쳤다고 본다. 걱정했던 불펜이 안정적인 게 다행이다. 아쉬웠던 점은 빨리 잊고 내일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워 잘하겠다.}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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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화, 특별기로 모셔와 차량 100여대 ‘호위 봉송’

    24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聖火)는 그리스 올림픽위원회 주관 아래 일주일간 그리스 전역을 돈다. 31일 평창 대표단에 공식적으로 인수된 뒤에야 비로소 평창의 불이 된다. 평창 성화는 그때부터 ‘VVVIP’급 대접을 받는다. 성화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온다. 인천∼아테네 구간에는 원래 직항이 없지만 평창 올림픽 스폰서인 대한항공이 성화를 무사히 ‘모셔 오기’ 위해 특별히 직항편을 마련했다.  살아있는 불인 성화는 어떻게 비행기에 탈 수 있을까. 이날 평창조직위에 따르면 성화는 성화봉에서 분리돼 약 50cm 정도 높이의 안전램프에 담긴다. 안전램프는 다시 전용 항공 케이스에 고정 보관된다. 기기 고장 등에 대비해 2개의 안전램프에 성화를 나눠 담는다. 평창 인수단은 3인 1조로 2개 팀을 편성해 각 팀이 기내에서 1개씩의 안전램프를 쉼 없이 지킨다. 특수 설계된 안전램프는 연료를 재충전하지 않고 52시간 동안 버틸 수 있다. 성화가 10시간 35분의 비행 끝에 한국에 들어오는 11월 1일(평창 올림픽 개막 D-100일) 인천에서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준비돼 있다. 101일간의 성화 봉송 여정을 상징하는 101명의 주자가 2018명의 서포터스와 함께 인천대교를 횡단하며 성공적인 봉송을 기원한다.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는 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태양 등이 참여하는 축하행사가 열린다. 평창 성화는 내년 2월 9일 평창에 도착할 때까지 한 명의 봉송 주자를 4명의 지원 주자가 둘러싸는 방식으로 전국 17개 시도를 돈다. 장소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가 있지만 성화봉송단이 이동할 때마다 기본적으로 32대의 차량이 동원된다. 경찰 오토바이가 봉송단 앞뒤를 호위하는 가운데 봉송 운영 차량과 취재 차량, 스폰서 차량, 구급차 등이 함께 움직인다. 여기에 사전 점검팀, 물자 운송팀, 지역축하행사 운영팀 등 지원 차량까지 더해지면 100대가 넘는 차량이 성화를 중심으로 한 번에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화가 전국을 돌 때는 지역마다 마련된 임시성화대에 불을 붙여 성화를 보관한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조선시대 왕이 행차할 때 어가행렬을 연상하면 될 것 같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이라는 슬로건처럼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성화 봉송 행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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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만의 성화, 우리 고장선 어떻게 맞을까

    《24일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는 11월 1일 대한민국 관문 인천에서 국내 봉송을 시작한다. 성화는 전국 17개 시도를 돌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아름다움과 역사, 문화 등을 전 세계에 전한다. 전국 각지에서 로봇과 케이블카 거북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화가 봉송된다. 성화가 지나는 지역마다 다채로운 축제도 준비돼 있다. 성화의 주요 코스와 예정 날짜, 성화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알아본다.》  저는 올림픽 성화(聖火)입니다. 성스러운 불이란 뜻이지요. 1948년까지만 해도 ‘올림픽의 불(Olympic Fire)’이라 불렸습니다. ‘성스러운 올림픽의 불(Sacred Olympic Fire)’, 즉 성화란 공식 이름을 갖게 된 건 1950년 올림픽 헌장에 공식적으로 명기되면서부터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불은 신들과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불은 제우스와 헤라 등 여러 신의 신전을 항상 밝히고 있었지요. 올림픽의 발상지 올림피아에서 고대 올림픽이 열릴 때도 저는 언제나 함께였습니다. 중세를 거치며 잠들었던 제가 되살아난 것은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름 올림픽이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주 경기장 상단에 설치한 중계탑 위에 성화를 밝힌 것이지요. 하지만 고대 올림픽처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태양광선을 이용해 채화를 한 뒤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까지 성화봉송을 한 첫 대회는 1936년 베를린 여름 올림픽이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장이던 카를 디엠 박사가 예전 고대 그리스에서 열렸던 ‘람파데드모리아’라는 횃불 릴레이 경주를 모티브로 고안했지요. 3075명의 주자가 1km씩 3075km를 나눠 달린 이 성화봉송은 나치 독일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아돌프 히틀러는 발칸반도 여러 나라 청년들을 성화봉송 주자로 동원했고, 불과 몇 년 후 이 나라들은 독일의 침략 대상이 되었지요. 이 대회 이후 그리스에서 시작해 개최 도시로 이어지는 성화봉송은 올림픽의 전통이 됐습니다. 성화봉송은 각 올림픽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하게 됐지요. 겨울 올림픽 성화봉송의 역사는 약간 다릅니다. 겨울 올림픽에서 성화봉송이 가장 먼저 시작된 대회는 1952년 열린 노르웨이 오슬로 올림픽입니다. 채화지는 그리스 올림피아가 아니라 스키의 발상지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모르게달 계곡이었습니다.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성화는 로마에서 채화됐지요. 겨울 올림픽 성화가 여름 올림픽처럼 올림피아에서 채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올림픽부터였습니다.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성화는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후 일주일간 그리스 전역을 돌게 됩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리스 올림픽위원회 소속입니다. 31일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평창 조직위원회에 인수된 뒤에야 비로소 평창의 불이 됩니다. 그동안 주최국들은 자국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봉송 루트와 봉송 수단을 사용해 왔지요. 그 덕분에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손엔 성화를, 다른 한손으로 수영을 하는 주자의 손에 들려 마르세유 앞바다를 헤엄치기도 했고(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올림픽),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도록 준비한 뒤 다이버 손에 들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바닷속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때는 북극에도 다녀왔습니다. 콩코드 여객기를 타고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한 적도 있고(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 위성을 통해 불꽃을 전송한 적도 있습니다(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저는 아니지만 성화봉은 우주까지 나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우주비행사가 우주 구경까지 시켜주었지요. 평창 성화는 다른 나라엔 가지 않고 한국 내에서만 릴레이를 할 예정입니다. 역대 최장 거리 성화봉송(13만7000km)이었던 2008년 중국 베이징 여름 올림픽의 여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곳곳에서 숱한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리스 채화 현장부터 기습 시위가 발생했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위대에 의해 성화가 꺼지기도 했지요. 티베트 사태와 중국 내 인권 문제 등이 겹치며 시위와 폭력이 난무했어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후 나라 사이를 오가는 성화봉송을 금지했습니다. 한국에 가면 29년 전인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활활 타오른 저의 형님을 만날 일이 기대됩니다. 형님이 지금 어디 있냐고요? 서울 올림픽 성화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고 하네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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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타 논란 1R 취소’ 사상 초유 사태

    선수들의 집단 반발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가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KLPGA는 20일 오전 “전날 열린 1라운드를 취소하고 오늘 1라운드를 다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회는 3라운드로 축소됐다. 하루 전인 19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골프장(파72)에서 열린 1라운드는 ‘벌타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대회 조직위가 10번홀과 13번홀 등에서 그린과 프린지(그린 주변에 띠 모양으로 잔디를 짧게 깎아 놓은 지역)를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아 적지 않은 선수들이 본의 아니게 규칙을 위반했다. 슈퍼 루키 최혜진(18) 등이 벌타를 받았지만 나중에 운영 실수를 인정한 KLPGA 측은 이들에게 면책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다른 선수들이 반발했다. 양측은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눴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0일 2라운드를 맞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오전 9시 10분으로 예정된 2라운드 시작을 거부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KLPGA 측은 오전 10시 전날 1라운드 결과를 모두 무효화하고 이날부터 1라운드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KLPGA 1부 투어 경기가 날씨 등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선수들의 집단 반발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혼란 속에 새로 치러진 1라운드에서 김해림(사진)은 버디만 8개를 잡아 8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일몰로 인해 절반가량의 선수들이 경기를 채 마치지 못한 가운데 전날 6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던 최혜진은 9번홀까지 1언더파를 쳐 공동 14위에 자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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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피드 전향 이정수 ‘평창의 꿈’ 좌절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티켓에 도전했던 이정수(28·사진)의 꿈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는 20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SK텔레콤배 제52회 전국 남녀 종목별 스피드 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1분52초10을 기록했다. 출전 선수 19명 가운데 10위에 그친 이정수는 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 출전권을 따는 데 실패했다. 월드컵 1∼4차 대회는 평창 올림픽 예선전을 겸한다. 2월 열린 삿포로 아시아경기까지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정수는 4월에 열린 2017∼2018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 2차 선발전에서 후배들에게 밀려 대표에 선발되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만 바라보며 선수생활을 연장해왔던 이정수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다시 한 번 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후배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종목 1위는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이 차지했다. 1분49초07로 결승선을 통과해 모태범(대한항공)이 갖고 있던 대회기록(1분49초54)을 갈아 치운 이승훈은 1500m, 5000m, 1만 m, 팀 추월, 매스스타트 등 5개 종목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여자 1500m 준우승을 차지한 김보름(강원도청)도 이승훈과 마찬가지로 같은 5개 종목 국가대표로 뽑혔다. ‘빙속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는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8초23의 기록으로 1차 레이스에 이어 다시 한 번 1위에 올랐다.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는 김태윤(서울시청)이 35초34로 우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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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저스-양키스, 무르익는 ‘WS 결투’

    미국 동부에 뉴욕이 있다면 서부엔 로스앤젤레스가 있다. 동부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팀이 뉴욕 양키스라면 서부의 대표 주자는 LA 다저스다. 전통의 라이벌 양키스와 다저스가 36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꿈의 대결을 펼칠 수 있을까. 양 리그 최고 명문을 자부하는 두 팀의 맞대결이 눈앞에 다가왔다. 양키스는 19일 안방인 뉴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1, 2차전에서 모두 패했던 양키스는 3∼5차전을 쓸어 담으며 대망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 나간다면 2009년 이후 8년 만의 일이 된다.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호투가 빛났다. 포스트시즌 들어 에이스 본능을 회복한 다나카는 이날 휴스턴 타선을 상대로 7이닝 3안타 1볼넷 8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정규시즌에서 13승 12패 평균자책점 4.74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던 다나카는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20이닝 동안 2점만을 내주는 짠물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다저스는 같은 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2-3으로 졌다. 하지만 시리즈 전적에서 3승 1패로 앞서고 있어 한 번만 더 이기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다.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1988년 이후 29년 만의 월드시리즈가 된다. 두 팀의 맞대결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다. 다저스는 원래 뉴욕 브루클린을 홈으로 사용하다 1958년 로스앤젤레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함께 뉴욕을 연고지로 할 당시부터 라이벌이었던 두 팀은 다저스가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뒤에는 각각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팀이 됐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27번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다저스는 6번 우승했다. 지난해까지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건 모두 11번이다. 이 중 양키스가 8번을 이겼고, 다저스는 3차례 승리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1981년에는 다저스가 양키스를 제압하고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양 팀의 매치업도 화려하다. 양키스에 다나카가 있다면 다저스에는 일본인 선발 투수 다루빗슈 유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 시절 최고를 다퉜던 둘은 월드시리즈에서 정면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양키스의 ‘슈퍼 루키’ 에런 저지와 다저스의 신예 거포 코디 벨린저의 홈런 대결도 흥미롭다. 저지와 벨린저는 정규시즌에서 각각 52개와 3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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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헌재]수비의 품격

    얼마 전부터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다. 자천타천으로 감독까지 겸하게 됐다. 야구기자 생활을 오래하면서 수많은 ‘명장’들의 용병술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게 이유였다. 사실은 나이순으로 감독이 됐을 뿐이다. 막상 몸으로 부딪쳐 보니 느끼는 게 많다. 먼저 사회인 야구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동네야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식 구장이 있고, 엄격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 있다. 백네트 뒤에는 기록원도 있다. 경기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팀 기록은 물론 자신의 기록까지 인터넷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경기 내적으로는 승부는 ‘수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투수가 잘 던지고, 타자가 잘 쳐 봐야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 수비다. 사회인 야구에서는 곧잘 한 이닝에 10점이 난다. 여기에는 거의 100% 실책이 끼어 있다. 어이없는 실책은 투수의 난조를 부르고, 투수가 무너지면 팀이 허물어진다.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KBO리그 포스트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17일 열린 NC-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패를 가른 것도 수비였다. NC 중견수 김준완이 4회에 선보인 ‘슈퍼 캐치’는 분위기를 단숨에 NC 쪽으로 가져왔다. 반면 두산 야수진의 잇단 실책은 대량 실점의 원인이 됐다. 경기 후 양 팀 감독 모두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요하다는 것과 중요성에 걸맞게 대우받는다는 것은 별개인 듯하다. KBO리그는 매년 시즌 후 14개 부문(투수 6개, 야수 8개)에 대한 공식 시상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수비 관련 부문은 없다. 1982년 출범 당시 수비수들을 위한 시상이었던 ‘골든글러브’는 1984년부터 포지션별 최고 인기 선수를 가리는 상으로 변했다. 그래서 글러브와는 전혀 관계없는 지명타자까지 골든글러브를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포지션별로 최고 수비수들에게 ‘골드글러브’를 수상한다. 수비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아는 각 팀 감독, 코치들이 수상자를 선정한다. 대신 타자들은 ‘실버 슬러거상’을 받는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골든글러브와 ‘베스트9’을 따로 시상한다. 골든글러브가 수비수들을 위한 상이라면, 베스트9는 각 포지션의 최고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수비란 건 참 묘하다. 타율이나 평균자책점처럼 수치화하기 쉽지 않다. 총알같이 옆을 빠져나가는 땅볼 타구가 있다 치자. 이기적인 선수는 그 공을 그냥 내버려 둔다. 그러면 안타가 되고, 팀은 위기를 맞는다. 반대로 어떤 선수는 죽기 살기로 몸을 날려 공을 잡는다. 아웃을 시키면 다행이지만 어렵게 잡은 공을 1루로 공을 던지다 악송구를 범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면 그 선수에게는 실책이 기록된다. 팀을 위해 헌신했지만 개인에 대한 평가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둘 중 누가 더 팀에 필요한 선수인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팬들과 언론은 밖으로 드러난 수치로 선수를 평가하곤 한다.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서다. 야구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많은 조직에서 기본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보다 밖으로 드러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우리 팀은 짧은 훈련 시간과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3위에 입상했다. 얼마 후 있을 해단식에서 팀을 위해 몸을 날린 최고 수비수에게 최우수선수(MVP) 상을 줄 생각이다.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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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C “두산이 높다 한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확정한 직후 눈시울을 붉혔다. OB 선수 시절엔 선배로, 두산 코치 땐 감독으로 모셨던 상대 팀 김경문 NC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1등만 존재하는 현실이 착잡하다”며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두 김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1년 만의 리턴 매치를 치른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시작되는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가 그 무대다. NC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최종 5차전에서 롯데를 9-0으로 완파했다. 정규시즌 4위 NC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두산을 상대한다. NC와 두산이 가을야구에서 만나는 것은 2015년 이후 3년 연속이다. 작년까지 승자는 모두 김태형 감독의 두산이었다. 2015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NC는 2승 1패로 앞서다 내리 두 경기를 내주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김태형 감독과 악수를 나누며 “우리를 이겼으니 꼭 우승까지 하라”며 덕담을 건넸다. 두산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작년에는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NC에 4전 전승을 거두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승부조작 의혹, 테임즈(현 메이저리그 밀워키)의 음주운전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NC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 두산 감독 시절을 포함해 10번째 포스트시즌에 오른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두산부터 넘어야 첫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NC는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롯데마저 이기며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특히 이날 열린 롯데와의 5차전에서 영봉승을 거둬 기분 좋게 서울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선발 등판한 해커가 6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0-0 동점이던 경기 초반 득점 기회를 번번이 날린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5회초 3실점으로 강판된 뒤 6명의 투수를 더 투입했지만 타선의 침묵 속에 시리즈를 마감했다. 5회초 타선이 대거 7득점 하며 승부를 갈랐다. 1차전 호투에 이어 5차전 승리투수가 된 해커는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는 좀 더 내용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NC는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두산다운 야구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후반기 대약진하며 5년 만에 가을 잔치에 올랐던 롯데는 지역 라이벌 NC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부산=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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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아섭이 살렸다

    “제발, 제발….” 그라운드를 질주하던 롯데 손아섭의 입에서 간절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좌중간을 향해 날아가던 타구는 그의 말처럼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경기의 흐름을 한순간에 롯데로 가져온 3점 홈런이었다. 홈런임을 확인한 순간 손아섭은 관중석과 더그아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하루를 쉰 뒤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NC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손아섭의 독무대였다. 롯데는 이날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의 특급 활약을 펼친 손아섭을 앞세워 NC를 7-1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손아섭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다. 보통 때 그는 홈런을 쳐도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하지만 11일 열린 3차전에서 4-12로 뒤진 8회초 2점 홈런을 친 뒤엔 화끈한 홈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조원우 롯데 감독마저 “평소 그런 액션을 하는 선수가 아닌데…”라며 놀라움을 표할 정도였다. 자칫 가라앉을 뻔한 팀 분위기를 살리려는 의도였다. 효과는 컸다. 그날 6-13으로 대패하며 시리즈 전적에서 1승 2패가 된 롯데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하지만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손아섭의 홈런 세리머니 후 조용하던 더그아웃이 축제장으로 변했다. 고참 선수건 어린 선수건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가 돼 파이팅을 외쳤다”고 말했다. 4차전을 앞두고 손아섭은 자신의 큰 액션에 대해 “쉽게 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이날 다시 한 번 롯데 벤치를 축제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지던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손아섭은 NC 선발 투수 최금강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 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소중한 선취점이었다. 2-1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5회초 2사 1, 2루에서는 “제발∼”이라는 간절한 외침과 함께 좌중월 3점 홈런을 쳤다. 손아섭이 물꼬를 트자 동료들도 홈런으로 화답했다. 이대호와 전준우는 각각 6회와 7회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이번 시리즈 첫 홈런을 신고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손아섭의 몫이었다. 롯데 선발 투수 린드블럼은 8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5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승리 투수가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결정하게 될 두 팀의 최종 5차전은 하루를 쉰 뒤 15일 오후 2시 부산 사직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롯데는 ‘영건’ 박세웅, NC는 ‘에이스’ 해커를 선발 투수로 내세울 예정이다.창원=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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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이 비에 젖자 ‘조원우-김경문’은 웃지만…

    “그때도 이렇게 비가 왔었는데….” 롯데-NC의 KBO리그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이 열릴 예정이던 12일 창원 마산구장.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김경문 NC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그때는 LG-NC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던 2014년이다. 그해 10월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차전은 많은 비로 인해 다음 날로 순연됐다. 하지만 21일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22일이 돼서야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경기가 이틀 연속 취소된 것은 내 야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해 NC는 결국 1승 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마산구장과 비의 인연은 12일에도 이어졌다.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오후까지 계속 이어졌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개시 시간(오후 6시 반)을 1시간가량 앞둔 오후 5시 32분에 취소를 결정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17번째 우천 취소다. 순연된 경기는 13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승 1패로 앞서고 있는 NC는 비를 반기는 분위기다. 주전 포수 김태군의 체력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김태군은 하루 전 2차전에서 4시간 넘는 혈투를 벌인 후 늦은 밤에 서울로 이동했다. 1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경찰 야구단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올 시즌 후 경찰청에 입대하는 김태군은 시험을 치르자마자 다시 창원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이 때문에 김태군을 선발이 아닌 교체로 기용할 예정이었다. 2차전에서 던졌던 이민호, 임창민 등 중간계투 요원들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로서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 하루 전 6-13으로 대패했던 롯데는 이날 휴식으로 팀 분위기를 추슬러 NC의 좋은 흐름을 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어제 경기는 졌지만 팀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루 잘 쉬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선발로 예고했던 박세웅 대신 에이스 린드블럼을 4차전에 내세운다. 이에 비해 NC는 예정대로 최금강으로 계속 가기로 했다. 선발진의 무게에서는 롯데의 우위가 예상된다. 향후 포스트시즌 일정은 13일 4차전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만약 NC가 이겨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으면 전체 포스트시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플레이오프는 16일부터, 한국시리즈는 24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롯데가 이겨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가면 전체 일정이 하루씩 뒤로 밀린다. 이 경우 플레이오프 1차전은 17일, 한국시리즈 1차전은 25일로 각각 늦춰진다.  창원=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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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런 5방 NC, 파워대결 승리

    ‘나스타’로 불리는 나성범(NC)은 KBO리그에서 보기 드물게 투타 재능을 고루 갖춘 선수로 꼽힌다. 대학 시절까지 왼손 강속구 투수로 활약했던 나성범은 NC 입단 후 타자로 전향해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줄곧 외야수로 뛰고 있지만 투수로 나선 적도 있다. 2015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나성범은 9회 2사 후 투수로 등판해 3분의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km까지 나왔다.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NC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나성범의 방망이와 어깨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나성범의 투타 활약 속에 NC는 롯데를 13-6으로 대파했다. 시리즈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선 NC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역대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한 팀은 10번 중 8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나성범의 방망이가 불을 뿜은 것은 5-4, 한 점 차로 쫓기던 5회말이었다.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은 롯데 2번째 투수 김원중의 한가운데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기세를 탄 NC 타선은 이후 4안타와 1볼넷을 묶어 3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수비수로서의 나성범은 평소답지 않았다. 곧 이은 6회 초 수비에서 선두 타자 전준우의 평범한 뜬공을 놓쳤다. 기록상 안타였지만 실책에 가까웠다. 1사 1, 2루에서의 수비도 아쉬웠다. 이대호의 안타성 타구를 잘 쫓아갔지만 마지막 순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평소의 나성범이었다면 충분히 잡아낼 만한 타구였다. 그렇지만 1사 만루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것은 그의 어깨였다. 롯데 박헌도의 날카로운 뜬공을 잡아낸 나성범은 투수처럼 강하게 홈을 향해 공을 뿌렸다. 손을 떠난 공은 레이저처럼 정확하게 포수 김태군의 미트에 들어왔고, 태그 업해 홈으로 들어오던 3루 주자 전준우를 잡아냈다. 롯데의 추격 의지를 단숨에 끊어버린 병살 플레이였다. 투수전이 펼쳐졌던 1, 2차전과 달리 이날 양 팀 타선은 화끈한 공격을 주고받았다. 힘에서 앞선 건 NC였다. 1회 스크럭스의 2점 홈런을 시작으로 3회 노진혁의 2점 홈런, 5회 나성범의 2점 홈런, 6회 모창민의 솔로 홈런, 8회 노진혁의 솔로포까지 NC는 5방의 대포를 합작했다. 한 경기 5홈런은 역대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홈런 기록이다. 반면 롯데는 8회에 터진 손아섭의 투런포가 유일했다. 5회 타점을 추가한 NC 이호준은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타점 신기록(14개)을 세웠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실점(30점) 및 자책점(25점) 기록을 경신했다. 양 팀은 12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NC는 최금강, 롯데는 박세웅이 선발 등판한다. 창원=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노진혁 기대 이상 활약”▽김경문 NC 감독=상대가 따라올 때마다 좋은 홈런이 나온 게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다. (노진혁 기용은) 오늘 운이 참 좋다. 안타 하나만 쳐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내년에 노진혁을 많이 보게 될 거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박)석민이도 실책은 했지만 다음 경기 잘 준비했으면 한다. “린드블럼 등 투수 전원 대기”▽조원우 롯데 감독=선발 (송)승준이 조금 길게 던져줬으면 했는데 아쉽다. 오늘은 타선이 조금 살아난 게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 상황에 맞춰 총력전을 하겠다. 내일은 (선발) 린드블럼 등 투수 자원 전원이 대기할 것이다. 4차전에 승리하더라도 5차전 선발로 레일리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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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성,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첫 한국인 주자로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4강 신화의 주역 박지성(36)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의 첫 한국인 주자로 나선다. 11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박지성은 24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거행되는 성화 채화 행사에 참여한 뒤 곧바로 이어지는 성화 봉송에도 참가한다. 전통적으로 채화 뒤 첫 주자는 그리스올림픽위원회가 지정하는 그리스인이 맡는다. 이후 개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통을 이어받는데 박지성이 뜻깊은 첫 한국인 주자로 선정됐다. 직전 대회인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그리스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이오아니스 안토니우가 첫 주자였고, 이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러시아 대표팀 공격수였던 알렉산드르 오베치킨(워싱턴)이 성화봉을 이어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산소탱크’란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박지성은 은퇴 후 축구 행정가를 목표로 학업과 대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8월부터는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한국인 첫 봉송 주자로 선정된 데는 선수로서의 업적과 국제적 지명도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 올림픽 성화는 채화 후 일주일간 그리스 전역을 돈 뒤 평창 올림픽 개막 100일 전인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다. 평창 성화는 인천을 시작으로 내년 2월 9일까지 7500명의 주자와 함께 전국을 누비게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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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C-롯데 젊은 어깨, 선동열호서 뭉친다

    “자기 공만 던지면 문제없을 것이다.” 현역 시절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53)이 향후 한국 야구를 책임질 ‘영건’들에게 합격점을 줬다. 선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10일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출전할 25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해 발표했다. 11월 16∼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한국, 일본, 대만의 만 24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다. 한국 야구 대표팀 사상 첫 전임 감독을 맡은 선 감독의 국제 무대 데뷔전이기도 하다. 대표팀 명단에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NC와 롯데의 젊은 투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 선발로 나서 7이닝 3안타 5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장현식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선 감독은 “장현식이 경기 초반에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7회까지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상당히 좋은 구위를 갖고 있더라”고 평했다. 1, 2차전에 모두 등판한 롯데 중간 계투 요원 박진형 역시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선 감독은 또 롯데 박세웅, 두산 함덕주, KIA 임기영, LG 김대현 등을 선발 요원으로 꼽았다. 그는 “관건은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는 것이다. 실투와 볼넷만 줄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야수 쪽에서는 고졸 신인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후(넥센)를 필두로 김하성(넥센) 박민우(NC) 구자욱(삼성) 등이 선발됐다. 고졸 신인 최초로 전 경기에 출전하며 KBO리그 신인 최다 안타 기록(179개)을 세운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코치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아시아챔피언십 대표팀=▽투수(12명): 김윤동 임기영(이상 KIA) 김명신 함덕주(이상 두산) 이민호 장현식 구창모(이상 NC) 박세웅 박진형(이상 롯데) 김대현(LG) 장필준(삼성) 심재민(kt) ▽포수(2명): 한승택(KIA) 장승현(두산) ▽내야수(6명): 최원준(KIA) 류지혁(두산) 박민우(NC) 김하성(넥센) 하주석(한화) 정현(kt) ▽외야수(5명): 김성욱(NC) 나경민(롯데) 이정후(넥센) 안익훈(LG) 구자욱(삼성)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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