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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시 거친오름 일대 50만 m² 규모의 노루생태관찰원. 어린이들이 주는 사철나무 잎을 받아먹으려고 노루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나뭇잎을 꺼내들자 노루들이 순식간에 고개를 들어 낚아챘다. 한 노루는 먹이를 더 달라고 머리를 목책 사이로 들이밀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일본의 나라(奈良) 현 사슴공원처럼 노루들이 천연덕스럽게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에 신기해했다. 야생노루들은 70∼80m까지 접근하면 그대로 꼬리를 보이며 달아나지만 이곳의 노루 21마리는 사람과 친숙하다. 5년 동안 순치 과정을 거친 결과로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노루생태관찰원에 앞으로 더 많은 노루가 들어온다. 제주도가 개체 수 급증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농민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했다. 후속조치로 ‘생포 작전’을 대대적으로 펴 노루생태관찰원에 이주시킬 계획이다.○ 사면초가에 놓인 노루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했지만 일반인은 함부로 포획할 수 없다. 농작물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잡거나 노루를 이용한 음식물, 가공품을 만들면 최고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제주도는 ‘노루 생포 이주사업단’을 꾸려 농경지 주변에 서식하는 노루를 대상으로 포획작업에 나선다. 포획한 노루를 우선 노루생태관찰원에 수용한다. 200여 마리를 생포해 노루생태관찰원에 이주시키고 내년에 추가로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2리 궁대악오름 주변 55만 m²를 새로운 노루생태관찰원으로 만들어 500여 마리를 수용할 계획이다. 이곳에 콩, 무 등을 뿌려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도록 할 방침이다. 제주도 허경종 환경자산과장은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자 일부 주민은 맘대로 잡아먹거나 사냥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노루의 종 보존은 물론이고 제주 상징성, 노루에 대한 도민 정서 등을 고려해 노루 포획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개체 수 조절 한계 노루 생포는 야생동물관리협회 제주도지부가 맡는다. 제주도는 마취총 3정과 생포용 틀 2개를 구입해 지원할 예정이다. 마취총은 정당 350만 원, 생포용 틀은 개당 250만 원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마취 총 명중률이 40%에 불과하고 총에 맞더라도 노루가 숲 속으로 달아나면 수색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생포 작업의 효율성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지역 야생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먹이 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개체 수가 늘었다. 제주대 오홍식 교수팀이 2011년 3월부터 1년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노루 1만77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 개체인 3300마리의 5배가량이다. km²당 노루의 적정밀도는 8마리로 알려졌지만 제주지역 노루 분포는 해발 500∼600m 45.6마리, 해발 400∼500m 36.7마리 등이다. 노루 밀도가 적정치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생포 작업을 벌이더라도 개체 수 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 오장근 박사는 “농경지 주변 노루들을 포위하거나 유인용 농작물을 심는 방법도 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노하우를 쌓으면 적절한 포획 방법과 개체 수 조절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늘 푸른색에 피라미드 형태로 곧게 뻗어 제주 한라산에서만 자생군락을 이루는 구상나무. 이 나무는 종자번식 등을 거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고 있다. 죽은 뒤에는 기묘한 형상으로 남아 ‘살아서 100년, 죽어서 100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나무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최근 한국 특산종인 구상나무(학명 Abies Koreana)를 ‘멸종위기’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종전 IUCN이 정한 ‘위험에 처한 적색목록’ 6등급 가운데 멸종위기근접 등급에서 2단계 높은 멸종위기 등급으로 바뀐 것. 등급을 상향 조정한 이유는 기후변화 등으로 자생지 분포면적이 급속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상나무는 제주도 외에 가야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 일부 자라고 있지만 군락을 형성한 곳은 한라산뿐이다. 국내 구상나무 자생지 면적은 여의도 면적(8.4km²)보다 다소 넓은 12km² 정도다. 10km² 이내로 감소하면 멸종위기 단계에서 ‘극심 멸종위기’ 단계로 진입한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가 구상나무 유전자와 생태 특성 등을 조사한 결과 추운 기후에서 자라나는 한대성 식물인 구상나무가 기후변화에 따라 수분 공급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생장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라산연구소 고정군 수목시험과장은 “한라산 구상나무는 생육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는 최고 지대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기후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에서 자생하는 특성 때문에 자생지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라산에 구상나무가 분포한 지역은 7.9km² 규모다. 해발 1300m 이상 고지대 52군데에 퍼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생명력이 강한 소나무와 제주조릿대 등이 고지대로 서식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구상나무 생태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최근 전나무에 접붙이는 방법으로 환경 적응에 강한 구상나무 보존림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상나무는 1920년 미국 하버드대 부설 아널드수목원 소속 아시아담당 식물학자인 어니스트 H 윌슨이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며 “한라산은 세계 유일의 구상나무 대단위 숲이 있지만 점차 분포 면적이 감소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세금 및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는 제주투자진흥지구 개발사업이 부진하면 지구 지정을 해제한다. 제주도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제주투자진흥지구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투자진흥지구 사업장이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개발사업이 부진하면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조항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시행령에 신설한다. 사업 진도가 부진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물린다. 투자진흥지구 지정 신청서를 허위로 제출하는 사업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벌칙 규정도 신설한다. 현재는 개발사업이 부진해도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규정이 없다. 제주도는 2002년부터 투자액이 50억 원 이상인 관광호텔업, 종합 및 전문휴양업, 관광유람선업, 문화산업, 국제학교 등 24개 업종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제주헬스케어타운, 셰프라인 월드 등 34개 사업장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했다. 이번 제도 개선은 ㈜보광제주가 60억 원가량의 세금 감면 혜택 등을 받은 투자진흥지구인 성산포해양관광단지 토지 일부를 다른 사업자에게 되팔아 논란이 된 데 따른 것이다. 보광제주 측은 사업용지 65만3000여 m² 가운데 3만7800여 m²를 지난해 3월 중국 기업인들이 설립한 오삼코리아에 매각해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광제주는 사업 시행 이후 콘도미니엄, 빌라 등을 신축했을 뿐 당초 약속한 수중전망대, 해양공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일본 4대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四國)에 제주올레와 교류를 다지는 ‘우정의 길’이 열렸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는 23일 시코쿠 현지에서 ‘제주올레-시코쿠 오헨로 우정의 길’ 개장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시코쿠 오헨로는 해안을 따라 88개 절을 순례하는 1400km의 장거리 트레일로 1200년의 역사를 지녔다. 당나라에서 귀국해 진언종을 개창한 일본 고보(弘法·744∼835) 대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의 길이자 시코쿠 섬 전체를 한 바퀴 걸어서 여행하는 길이다. 이번에 지정한 우정의 길은 시코쿠 도쿠시마(德島) 현 나루토(鳴門) 공원에서 88개 절 가운데 첫 번째인 료젠(靈山)사까지이다. 시작점에 제주올레의 표식인 간세(제주 조랑말을 형상한 것으로 게으름을 뜻하는 제주어)를 설치하고 간세의 몸통에 얹는 안장에 제주올레와의 우정의 길이라는 내용을 표시했다. 제주올레 측은 11월 제주에서 열리는 ‘2013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에 일본 관계자 등을 초청해 올레 13코스를 ‘시코쿠 오헨로 우정의 길’로 명명할 예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전국적인 걷기여행 붐을 일으킨 ‘제주올레’가 지역주민과 상생하며 소규모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디딤돌을 만든다. 제주를 한 바퀴 도는 정규코스를 모두 완성한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는 올해부터 올레길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지역사회 공헌사업으로 추진한 ‘1사(社) 1올레마을 결연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금까지 13개 마을과 기업을 연결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무릉외갓집’은 결연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주민과 ㈜벤타코리아가 함께 탄생시켰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엄선한 농수산물을 한 달에 한 번씩 가정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올해 1월 연간회원 500명을 돌파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로부터 마을과 기업의 제휴 성공사례로 인정받았다. 지역주민과 회사 관계자 등은 15일부터 16일까지 ‘무릉외갓집 홈커밍데이’를 열어 올레길을 함께 걷고 공연을 즐겼다. 제주올레 측은 마스코트인 ‘간세인형’을 제작하는 공방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마케팅 확대를 위해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 체험카페인 ‘바농’을 개장했다. 바농은 바늘을 뜻하는 제주어로 헌 옷이나 자투리 천을 이용해 간세인형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제주지역 다문화가정 여성 15명이 구성한 간세인형공방조합이 운영한다. 서 이사장은 “올레길을 플랫폼으로 삼아 농촌과 도시, 지역과 세계, 길과 문화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며 “길 위에 문화를 입히고 지역을 살리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길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에서 처음 시행한 ‘음주운전 신고보상금’ 제도가 음주운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음주운전 신고보상제를 시행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100일 동안 성과를 분석한 결과 시행 이전 100일간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28건이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음주운전 신고보상금제 시행 이전 100일 동안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40건으로 사망 7명, 부상 204명을 기록한 데 비해 시행 이후 교통사고는 112건으로 줄었고 인명피해는 사망 5명, 부상 189명으로 나타났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입법평가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사고 1건이 발생하면 6243만 원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감안하면 17억4800여만 원을 절감한 것이다. 음주운전 신고보상금제 시행 100일 동안 보상금이 지급된 것은 모두 38건으로 1건당 30만 원이 지급됐다. 경찰이 신고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해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정지 10명, 면허취소 28명으로 나타났다. 신고된 음주운전 차량은 도로를 비틀거리며 운행하거나 운전자가 술에 취해 잠든 채 멈춰버린 차량이 대부분이다. 제주지방경찰청 김형근 교통안전계장은 “음주운전 신고보상금제가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차량을 봤다는 신고가 계속 늘고 있다”며 “신고보상금제 운영과 별도로 음주운전을 뿌리 뽑을 때까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단속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2010년부터 3년 연속 제주지역이 교통문화지수 ‘꼴찌’라는 불명예에서 탈출하기 위해 음주운전을 비롯해 안전띠 미착용, 신호위반, 과속운전 등 8개 항목을 선정해 강력한 단속활동을 펼치고 수학여행단 등 단체 관광객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운수업체 관계자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버려진 땅이었던 ‘곶자왈’이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확인됐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는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제주지역 곶자왈에 대한 생태조사를 마치고 13일 ‘곶자왈 환경자원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곶자왈은 해발 20m에서 600m 지역에 걸쳐 있으며 전체 면적은 110km²에 이른다. 크게 조천∼함덕, 구좌∼성산, 한경∼안덕, 애월 곶자왈 등 4개 지대로 나뉜다. 이번 조사에서 포유류 19종, 조류 84종, 곤충 1246종, 식물 770종 등을 확인했다. 솔잎난, 제주고사리삼, 개가시나무, 순채, 대흥란, 으름난초, 차걸이난, 백운란 등 멸종위기 식물 8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제주지역에 서식하는 양치식물 56%가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의 공통 분포종은 221종으로 나타나 해안 저지대와 고산지역을 이어주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물로는 노루, 제주족제비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인 붉은해오라기, 팔색조, 긴꼬리딱새, 비바리뱀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포유류는 곶자왈을 번식지, 은신처로 활용하고 있으며 조류는 번식이나 월동, 중간 기착지로 이용한다. 곶자왈이 민가나 목장지로 둘러싸인 형태여서 민가에서 관리 소홀 등으로 탈출한 멧돼지, 사슴, 개, 고양이 등의 외래동물과 기존 야생동물이 서식지 및 먹이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곶자왈은 수풀을 뜻하는 ‘곶’과, 돌과 자갈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어로 크고 작은 용암 돌덩어리가 불규칙하게 쪼개진 곳에 형성된 자연림을 뜻한다. 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고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 숯, 약초 등을 얻는 장소로 이용했다. 양영환 한라산연구소장은 “곶자왈은 동식물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지형, 경관 측면에서 중요한 생태계로 산림문화의 단면을 포함하는 역사적 공간”이라며 “인위적 훼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곶자왈을 보존하기 위한 실질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절물휴양림. 땅바닥에는 하얀 변산바람꽃이 무리지어 피었고 장수를 상징하는 세복수초에 황금술잔을 연상시키는 노란 꽃이 맺혔다. 줄기에 잔털이 수북한 새끼노루귀는 앙증맞기 그지없다. ‘봄의 전령 삼총사’로 불리는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서 봄기운이 완연해졌지만 바람이 불자 노란 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삼나무의 꽃가루다. 울창한 삼나무 숲은 방향물질인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삼림욕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지만 삼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제주의 봄은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고통의 계절이다.○ 삼나무의 빛과 그늘 삼나무 숲을 걸으면 피톤치드의 효과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식물이 자기 방어수단으로 내뿜는 물질인 피톤치드는 항산화 항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삼나무 숲을 찾는 발길이 수년 전부터 부쩍 늘었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삼나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1011∼1087pptv(1조분의 1을 나타내는 부피단위)로 활엽수림(290∼513pptv)에 비해 훨씬 높다. 문제는 삼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농촌 도시를 막론하고 대기 중에 엄청난 꽃가루가 날아다닌다. 쌀알 크기의 꽃 한 송이에 1만3000개의 화분이 생산될 정도로 양이 많다. 삼나무가 유난히 많은 일본에서는 ‘삼나무 꽃가루 경보’를 발령하는 등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가 됐다. 제주지역도 비슷하다. 봄철에 발작적 재채기, 콧물, 가려움증,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알레르기 환자가 급증한다. 제주의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발병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이유가 삼나무 꽃가루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삼나무 꽃가루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알레르기 환자에게 제주의 봄은 치명적이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재천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는 시기가 삼나무 꽃가루가 발생하는 때와 일치한다”며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면 사전에 외출을 자제하고 손과 코, 얼굴 등을 깨끗이 씻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 늘 푸른 나무인 삼나무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원래 자생 수종은 아니다. 제주어(語)로 ‘쑥대낭’으로 불리는 삼나무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목재생산 등을 위해 일본에서 들여왔다. 땔감이나 숯 생산을 위해 자생 수종을 베어낸 오름(작은 화산체) 등에 집중적으로 삼나무 조림을 했다. 삼나무는 연평균 기온이 12도 이상으로 비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난대 및 온대 수종이어서 제주지역 기후특성과 들어맞았다. 1970년대 녹화사업에서 삼나무는 권장 수종의 하나였다. 10년이 되기 전에 20m 이상 자라는 속성수로 건축 토목 선박 가구재 등에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다. 1970년대 제주에 귤 재배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삼나무를 방풍림으로 심었다. 귤 과수원 주변에 어김없이 삼나무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지역 삼나무 숲 면적은 6000ha에 이른다. 귤 과수원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는 바람을 막아주기는 하지만 햇빛을 가려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편백나무 등에 비해 경제수종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졌다. 여기에 알레르기 유발 원인으로 꼽히면서 제주 삼나무는 대부분 제거될 운명에 놓였다. 제주도 고영복 녹지환경과장은 “간벌과 갱신사업 등으로 인공조림한 삼나무를 연차적으로 없애나갈 계획”이라며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황칠나무 고로쇠나무 등 경제가치가 높은 자생종을 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크루즈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문제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다. 제주도는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과 협의를 벌여 제주해군기지에 크루즈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보장하는 내용의 공동사용협정에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합의문에 따르면 크루즈선박은 국가비상사태를 제외하고 언제든지 접안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군사작전 등의 이유로 군함이 접안시설을 이용하고자 할 때는 제주도지사와 미리 협의하도록 하는 등 크루즈선박에 접안시설 우선 사용권을 줬다. 크루즈선박에 대한 해상 교통관제를 국토부가 맡고 국방부는 크루즈선박의 운항 편의를 위해 군함 등의 정보를 국토부에 제공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크루즈 항만구역의 방호와 경비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제주도는 크루즈 항만시설과 부대시설의 유지 및 보수를 담당한다. 관할 구역은 서부두, 남부두, 크루즈터미널까지 이동로 등이다. 국방부는 해군기지 완공 후 3년 동안 크루즈선박 입출항에 필요한 예인선 2척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방부, 국토부, 제주도 등은 합의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장관, 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공동사용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국회는 1월 1일 해군기지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해군기지 항만 관제권, 항만시설 유지 및 보수 비용 등에 관한 협정서를 70일 안에 체결한 뒤 보고하도록 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의 새로운 산업단지가 조천읍 와흘리(80만 m²)에 들어선다. 제주도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1627억 원을 투자해 이 지역에 녹색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단지에 식품 및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뷰티 향장품,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레저스포츠, 정보기술(IT) 융합 등 90여 개 기업이 들어선다. 지역주민은 생산품 직매장을 개설해 메밀, 더덕 등 지역 특산품을 판매한다. 제주도는 단지 조성 사업을 완료하면 131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3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 6300여 명의 인구 유입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까지 이뤄지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기초로 산업단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김진석 제주도 지식경제국장은 “기존 농공단지가 포화 상태여서 제조업체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새로운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현재 입주를 원하는 도내외 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0일 오전 제주시 해안동 제주도축산진흥원 목장 부근 전봇대에 까치 30여 마리가 한꺼번에 앉았다. 산란기를 맞아 둥지를 만드는 시기인 때문인지 일부는 영역 다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까치는 보통 3, 4마리가 띄엄띄엄 모여 다니는데 제주도에선 수십 마리가 떼 지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엔 까치가 서식하지 않았으나 1989년 항공사 등이 3차례에 걸쳐 ‘길조’라며 53마리를 방사한 이후 터를 잡았다. 이후 개체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현재 1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도 발견된다. 까치는 제주도에선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지난해 전봇대 위의 까치집 때문에 합선으로 정전 사고가 55건 발생했다.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만들면서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철사, 못 등 금속물질을 끼우는 바람에 합선이 일어나는 것. 한국전력 제주본부는 지난해 까치집 5700여 개를 제거하고 3600여 마리를 포획하는 등 해마다 ‘까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까치는 제주도 텃새인 직박구리, 딱새 등의 서식처를 침범하며 조류 생태계를 교란하고 콩 더덕 단감 등 농작물에 피해를 줘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까치는 원래 바람에 약해 섬 지역에선 서식하지 못하지만 제주도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과 도심이 발달해 적응하기 쉬웠다. 겨울철 따스한 날씨도 까치의 번식을 돕는 요인이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완병 박사는 “까치는 곤충의 애벌레나 성충을 먹잇감으로 하는 익조(益鳥)의 역할도 하기에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며 “까치를 교훈 삼아 앞으로 인위적인 방사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억새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지역 작은 화산체인 따라비오름(해발 342m). 6일 오후 정상에 오르자 발밑으로 조선시대 목장지대로 최고의 말을 생산한 ‘갑마장’의 정경이 한눈에 펼쳐졌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높이 105m에 이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13기가 쉼 없이 돌아가며 주변 경관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지난해 가동하기 시작한 15MW 규모 국산화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뒤 오름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심각한 부조화를 낳고 있다. 제주의 바람을 활용한 풍력발전은 환경오염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의 대표주자이면서도 ‘양날의 칼’처럼 천혜의 제주 자연경관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공자원인 바람을 활용한 풍력발전 사업에 따른 이익이 지역사회에 돌아가지 않은 채 기업의 잇속만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람의 사유화 논란 제주도는 최근 풍력발전사업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업지구 5곳을 통과시킨 후 21일까지 지구의 명칭, 용량 및 규모, 예상발전량, 계통연계방법 등을 확정해 풍력발전지구로 지정할 예정이다. 심의를 통과한 5곳 가운데 SK디앤디가 가시지구(30MW), GS건설과 현대증권이 김녕지구(30MW), 두산중공업이 월령지구(24MW), 중부발전이 상명지구(21MW)를 각각 따냈다. 일부 지구는 지역업체, 마을회나 공동목장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지만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제주의 풍력발전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중 매서운 바람이 부는 제주지역은 풍력발전 가동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력판매금액이 1kWh에 246원가량으로 육지의 170∼180원에 비해 비싸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한국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제주지역 전체 풍력발전 수익 491억 원 가운데 83%에 이르는 407억 원이 도외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김동주 대안사회팀장은 “풍력발전 이용기간을 20년가량으로 보면 투자비를 제외하고도 12년 정도 이익을 챙긴다”고 말했다.○ 수익환원 장치 마련해야 풍력 자원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풍력발전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3MW 풍력발전기 1기당 설치비가 50억∼6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상풍력발전 외에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도 에너지공사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고 대기업의 해상풍력 시험장소를 제공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가동하는 풍력발전은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는 28.75MW,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 41MW, 민간기업인 한신에너지가 33MW 등 106.25MW에 이른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육상풍력 350MW, 해상풍력 2GW 등을 추진해 전체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제주도 김홍두 스마트그리드과장은 “풍력발전지구지정 고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도지사에게 개발이익 공유화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라며 “풍력자원에 대한 공공성 확보와 개발이익 공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오름(작은 화산체)을 통째로 태우는 ‘2013 제주들불축제’가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펼쳐진다. 지난해까지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던 축제 시기를 올해부터 경칩이 낀 주의 주말로 옮겼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겨울 늦추위가 기승을 부려 날씨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들판에 불을 놓았던 전통 풍습인 ‘불 놓기’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축제로 1997년부터 시작했다. 제주시와 제주시관광축제추진협의회는 축제 시기를 변경하면서 프로그램 구성을 보강했다. 지난해보다 11개가 늘어난 63개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개막일인 8일에 2000만 관광객 유치 기원제를 시작으로 희망기원대행진, 횃불대행진, 제주탄생 아트쇼 등을 펼친다. 9일은 도민 통합의 날로 줄다리기, 집줄놓기 경연, 읍면동 대항 윷놀이, 마상마예공연, 제주힐링콘서트 등을 마련했다.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말춤 페스티벌, 국제교류도시 공연, 화산분출쇼를 거쳐 오름의 30만 m²를 태우는 불 놓기로 대미를 장식한다. 부대 행사로 오름등반체험, 잔디썰매타기, 전통 도예체험, 기마대와 함께하는 포토 존, 체험 승마교실, 새별오름 우체국 운영 등 체험 위주 행사로 꾸몄다. 민속장터에서는 제주 전통 민속주 코너, 특산물 전시판매장, 세계 다문화음식 코너 등을 마련했다. 제주시 종합경기장과 서귀포시 2청사에서 행사장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아쿠아플라넷, 로케디오월드, 공룡랜드 등 주변 관광지에서는 축제 개최를 기념해 입장료의 20∼30%를 할인한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서 ‘아리랑 판타지’를 연주했던 음악가 양방언 씨(53)가 아버지 고향인 제주에서 무료 공연을 펼친다.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센터장 이창익)는 7일 오후 4시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재일제주인 양방언의 음악과 인생’을 주제로 특별콘서트를 연다. 양 씨는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난 재일제주인 2세 음악가로 일본, 홍콩, 영국, 독일 등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작곡가, 연주가, 편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클래식, 록, 재즈 장르를 넘나들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 공식음악인 ‘프런티어’와 아버지 고향인 제주도를 그리는 ‘프린스 오브 제주’ 등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담은 곡으로 유명하다. 이번 콘서트는 제주대 정주희 교수(음악학)가 사회를 맡고 광고디렉터인 박규호 씨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오후 3시 반부터 450명 선착순 입장.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진그룹 계열인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생산을 위한 지하수 취수량 증산이 무산됐다. 2011년부터 시도한 지하수 취수량 증산은 논란 끝에 최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도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을 보류했다.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공항의 ‘지하수 개발 및 이용시설 변경 허가 동의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한국공항의 증산 허용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고 사유화를 우려하는 도민사회의 논란이 많아 도민 공감대 형성 과정이 필요하다”며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량 증산은 이번 9대 도의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 30일까지 상정되지 않아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경도시위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가 상임위 결정을 따르기로 합의했는데 상임위는 물론이고 전체 의원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직권으로 상정을 보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으나 더이상 반발하지 않았다. 환경도시위원회는 26일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 및 이용시설 변경허가 동의안에 대해 하루 20t 증량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수정 가결했다. 제주 농축수산물 수송을 위한 중형기 투입, 도민 항공료 할인 확대, 장학제도 확대 등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먹는 샘물은 총량 4%의 범위에서 통신판매만 허용하는 조건을 달았다. 당초 한국공항 측은 현재 하루 지하수 취수량을 100t에서 200t으로 100t 증산을 요청했다. 한국공항은 상정 보류 결정에 대해 “제주 지하수 관련 현행 법령은 적절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지하수를 국공유화하거나 영리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에 요청한 하루 취수량은 제주시내 대형 목욕탕의 하루 물 사용량에도 미치지 않는 양일뿐만 아니라 적법, 정당하게 신청한 증량인 만큼 조속히 승인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역 작은 화산체인 큰사슴이오름 남쪽 사면. 야생 노루 30여 마리가 한꺼번에 모습을 보였다. 대규모 꽃밭을 만들기 위해 씨를 뿌려놓은 곳에서 갓 돋아난 유채를 뜯어먹느라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루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50여 m까지 다가가자 하얀 꽁지를 보이며 달리기 시작했으나 꽃밭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한라산 고지대로 이동해야 할 노루들이 해발 300∼400m 큰사슴이오름 주변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아 연중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채 새싹을 비롯해 주변에 밭작물로 심은 더덕 메밀 등의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에게는 자연재해와 더불어 ‘공공의 적’이 됐다. 이들 야생 노루가 결국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발도 있었지만 농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고 유해동물로 포함시킨 ‘제주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7월 1일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해 총기류, 올무 등으로 포획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도의회는 부대의견으로 제주도가 적정 포획지역 지정 등 효율적 포획방안을 수립하도록 했다. 노루가 유해동물로 지정됐지만 함부로 포획해서 식용 등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일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제주도는 노루 포획에 대해 엄격히 제한할 예정이다. 총포를 사용한 노루 사냥이 아니라 그물 등을 사용해 밭 주변 노루를 생포한다. 이들 노루를 기존에 조성한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에 수용한다. 추가로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2리 궁대악오름 주변 55만 m²를 새로운 노루생태관찰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곳에 콩, 무 등의 종자를 뿌려 자연스럽게 먹이를 섭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노루생태관찰원 운영 평가 등을 거쳐 개체수 조절을 위한 적정 방안을 찾는다. 제주지역 야생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먹이 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활동을 펼치면서 개체수가 늘었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2011년 5∼11월 해발 600m 이하인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루 개체 수는 1만7700여 마리로 나타났다. 100만 m²(약 30만 평)당 노루의 적정밀도는 8마리로 알려졌지만 제주지역 노루 분포는 해발 500∼600m 45.6마리, 해발 400∼500m 36.7마리 등으로 나타났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 마을공동목장 일대에 대규모 허브농장을 갖춘 화장품마을이 조성된다. 제주테크노파크 코스메틱클러스터사업단(단장 김기옥)은 화장품산업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올해부터 2014년까지 제주형 화장품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사업비는 28억7000만 원으로 어음2리 지역 59농가가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33만 m²에 기능성 식물 등을 재배하는 허브농장을 조성한다. 재배한 허브를 계약 수매하고 개화 시기인 6월경 허브축제를 개최한다. 코스메틱클러스터사업단은 화장품마을 콘텐츠 개발을 위한 브랜드 이미지, 캐릭터 개발, 화장품마을 공동판매장 신축 등을 추진하고 손수건, 쇼핑백, 우산 등 응용상품 개발사업을 지원한다. 이 사업단은 인천 소재 화장품회사인 ㈜유씨엘(UCL)을 유치해 올 상반기 화장품마을에 제조공장을 착공한다. 화장품마을에 향장품(香粧品)박물관, 화장품 및 향료 체험장, 친환경 화장품 원료 재배장 등을 추가로 만든다. 김 단장은 “자연주의를 내건 화장품 테마마을을 조성해 허브작물 재배와 화장품 생산을 활성화하면 새로운 융·복합형 산업모델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식물학계의 ‘대부(代父)’가 강단에서 물러났다. 제주지역 자생식물연구의 1세대이자 원로인 김문홍 제주대 교수(65·생명과학·사진)가 27일 정년퇴임했다. 김 교수는 1978년 제주대 전임강사로 부임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지역 식물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그동안 제주의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일본인이나 다른 지역 학자가 주도했다. 도외 학자들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시적으로 제주에서 연구 및 채집활동을 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식물상을 온전히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 김 교수는 다른 지역 학자들이 떠난 시기에도 부지런히 한라산을 오르내리고, 들판과 오름(작은 화산체)을 다니며 자생식물을 찾아내고 분류했다. 1985년 펴낸 제주식물도감은 그 같은 노력의 결정체나 다름없었다. 세계적으로 제주에만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을 발견해 2001년 학계에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제주고사리삼은 1속(屬) 1종(種)인 희귀식물로 식물학자인 박만규와 제주도의 이름을 따서 ‘만규아 제주엔세(Mankyua chejuense)’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연구 활동이 넓어지면서 자생식물은 물론이고 한라산 자원조사 연구에서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식물 및 식생조사를 비롯해 문화재 관리, 임업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 기초를 마련했다. 후학 양성은 당연하면서도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의 제자들은 제주도 한라산연구소,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등의 기관이나 단체 곳곳에 포진해 식물 분류와 생태학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려대 임학과 출신으로 일본 도쿄(東京)농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년퇴임과 함께 제주대 명예교수로 발령받았다. 그는 제자들로 구성된 정년퇴임준비위원회와 함께 304쪽 분량의 포켓사이즈로 올레코스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정리한 ‘주머니 속 올레식물’을 펴냈다. 28일 제주시 그랜드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한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에서 먹는 샘물을 생산하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을 놓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6일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 및 이용시설 변경허가 동의안에 대해 하루 20t 증량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수정 가결했다. 당초 한국공항 측은 현재 하루 지하수 취수량을 100t에서 200t으로 100t 증산을 요청했다. 환경도시위원회는 증산을 허용하면서 먹는 샘물을 일반에 판매할 수 없도록 했으며 총량의 4% 범위에서 인터넷 통신판매만 가능하도록 했다. 제주 농축수산물 수송물량 확대를 위한 항공화물 중형기 투입을 비롯해 장학제도 확대, 도민 항공료 할인 등의 부대조건을 달았다. 환경도시위원회에서 가결한 동의안은 28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제주지역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등 시민사회단체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27일 성명을 내고 “제주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와 공익적 이용원칙이 대기업의 떡고물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주장하며 본회의 부결이나 도의회 의장의 상정거부를 촉구했다. 한국공항 측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허가량이 너무 미미할 뿐만 아니라 부대조건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했지만 허가량이 너무 미미해 허탈하다”며 “본회의 처리 이후에 공식 입장을 밝히겠지만 현재로서는 허가동의안을 받아들일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의회 동의 절차에 앞서 하루 100t 증산에 대해 제주도는 지하수심의위원회를 열고 지하수위 변동 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루 200t은 제주지역 특급관광호텔에서 사용하는 500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5일 오후 제주 제주시 조천읍의 작은 화산체인 부대악오름 주변 분화구. 20여 마리 야생 노루가 어슬렁거리며 떼 지어 나타났다. 말을 사육하기 위해 조성한 목장의 풀을 여유롭게 뜯어 먹었다. 100여 m까지 접근해도 고개를 들어 눈치만 살필 뿐 달아날 기색이 없었다. 인기척에 익숙한 듯했다. 10여 년 전에는 한라산 고지대에서 생활하던 노루들이 겨울철 저지대에서 생활하다 봄이 찾아오면 다시 고지대로 돌아갔으나 지금은 저지대에 정착했다. 잔디가 새로 돋아나는 골프장 주변은 노루의 새로운 서식처가 됐다. 먹이가 풍부한 제주시 구좌읍, 애월읍 지역 밭 주변에서도 노루들이 자주 보인다. 콩, 당근, 무 등의 새싹을 마구 뜯어 먹으면서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해 인위적으로 포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3년 동안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25일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이 28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7월 1일부터 3년 동안 유해 야생동물에 노루가 포함돼 총기류, 올무 등으로 노루를 포획할 수 있다. 제주도는 조례가 공포되면 노루 생포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총포를 사용한 노루 사냥이 아니라 그물 등을 사용해 밭 주변 노루를 우선 잡는다. 이들 노루를 기존에 조성한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에 수용한다. 추가로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2리 궁대악오름 주변 55만 m²에 새로운 노루생태관찰원을 만들 계획이다. 이곳에 콩, 무 등의 종자를 뿌려 자연스럽게 먹이를 섭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노루생태관찰원 운영 평가 등을 거쳐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적정 방안을 찾는다. 제주지역 야생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먹이 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개체 수가 늘었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2011년 5∼11월 해발 600m 이하인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루 개체 수는 1만7700여 마리로 나타났다. 100만 m²당 노루의 적정밀도는 8마리로 알려졌지만 제주지역 노루 분포는 해발 500∼600m 45.6마리, 해발 400∼500m 36.7마리 등으로 나타났다. 노루 개체 수가 늘면서 농작물 피해도 덩달아 극심해졌다. 참깨, 메밀, 더덕, 감자 등의 밭작물은 물론이고 감귤, 감, 매실 등의 과실수와 산딸나무, 벚나무 등의 관상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지난해 제주지역 271개 농가가 201만 m²에 8억53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신고했으나 현장조사를 거쳐 제주도가 지급한 보상금은 3억3200만 원에 불과했다. 농민들은 피해예방시설, 설치비를 늘려도 피해가 반복된다며 포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