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까치와의 전쟁’ 어찌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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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교란-농작물 피해… 작년에만 3600마리 포획

10일 오전 제주시 해안동 제주도축산진흥원 목장 부근 전봇대에 까치 30여 마리가 한꺼번에 앉았다. 산란기를 맞아 둥지를 만드는 시기인 때문인지 일부는 영역 다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까치는 보통 3, 4마리가 띄엄띄엄 모여 다니는데 제주도에선 수십 마리가 떼 지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엔 까치가 서식하지 않았으나 1989년 항공사 등이 3차례에 걸쳐 ‘길조’라며 53마리를 방사한 이후 터를 잡았다. 이후 개체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현재 1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도 발견된다.

까치는 제주도에선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지난해 전봇대 위의 까치집 때문에 합선으로 정전 사고가 55건 발생했다. 까치가 전봇대에 둥지를 만들면서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철사, 못 등 금속물질을 끼우는 바람에 합선이 일어나는 것. 한국전력 제주본부는 지난해 까치집 5700여 개를 제거하고 3600여 마리를 포획하는 등 해마다 ‘까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까치는 제주도 텃새인 직박구리, 딱새 등의 서식처를 침범하며 조류 생태계를 교란하고 콩 더덕 단감 등 농작물에 피해를 줘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까치는 원래 바람에 약해 섬 지역에선 서식하지 못하지만 제주도는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과 도심이 발달해 적응하기 쉬웠다. 겨울철 따스한 날씨도 까치의 번식을 돕는 요인이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완병 박사는 “까치는 곤충의 애벌레나 성충을 먹잇감으로 하는 익조(益鳥)의 역할도 하기에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며 “까치를 교훈 삼아 앞으로 인위적인 방사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까치#제주도#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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