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멸종위기에서 ‘공공의 적’ 된 제주 야생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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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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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지역 큰사슴이오름 주변에 야생노루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꽃밭에서 유채 새싹을 뜯어먹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지역 큰사슴이오름 주변에 야생노루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꽃밭에서 유채 새싹을 뜯어먹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역 작은 화산체인 큰사슴이오름 남쪽 사면. 야생 노루 30여 마리가 한꺼번에 모습을 보였다. 대규모 꽃밭을 만들기 위해 씨를 뿌려놓은 곳에서 갓 돋아난 유채를 뜯어먹느라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루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50여 m까지 다가가자 하얀 꽁지를 보이며 달리기 시작했으나 꽃밭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한라산 고지대로 이동해야 할 노루들이 해발 300∼400m 큰사슴이오름 주변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아 연중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채 새싹을 비롯해 주변에 밭작물로 심은 더덕 메밀 등의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에게는 자연재해와 더불어 ‘공공의 적’이 됐다.

이들 야생 노루가 결국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발도 있었지만 농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고 유해동물로 포함시킨 ‘제주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7월 1일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해 총기류, 올무 등으로 포획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도의회는 부대의견으로 제주도가 적정 포획지역 지정 등 효율적 포획방안을 수립하도록 했다.

노루가 유해동물로 지정됐지만 함부로 포획해서 식용 등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일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제주도는 노루 포획에 대해 엄격히 제한할 예정이다. 총포를 사용한 노루 사냥이 아니라 그물 등을 사용해 밭 주변 노루를 생포한다. 이들 노루를 기존에 조성한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에 수용한다. 추가로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2리 궁대악오름 주변 55만 m²를 새로운 노루생태관찰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곳에 콩, 무 등의 종자를 뿌려 자연스럽게 먹이를 섭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노루생태관찰원 운영 평가 등을 거쳐 개체수 조절을 위한 적정 방안을 찾는다.

제주지역 야생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먹이 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활동을 펼치면서 개체수가 늘었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2011년 5∼11월 해발 600m 이하인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루 개체 수는 1만7700여 마리로 나타났다. 100만 m²(약 30만 평)당 노루의 적정밀도는 8마리로 알려졌지만 제주지역 노루 분포는 해발 500∼600m 45.6마리, 해발 400∼500m 36.7마리 등으로 나타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야생 노루#유해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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