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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7∼9월) 국내 자산운용사가 거둬들인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투자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운용사 수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34개 자산운용사의 3분기 순이익은 1655억 원으로 2분기(4∼6월) 2146억 원보다 22.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 영업이익도 2058억 원으로 2분기보다 24.0% 감소했다. 펀드 및 투자일임 상품 판매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이 2분기보다 712억 원(10.9%) 감소한 영향이 컸다.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1009조1000억 원으로 0.1% 줄었다. 펀드 수탁액은 0.6% 늘었지만 투자일임 계약 규모가 1조9000억 원(0.4%) 감소했다. 펀드 중 공모펀드 규모는 220조7000억 원으로 5% 줄어든 반면 사모펀드(320조9000억 원)는 4% 늘었다. 자산운용사 중 3분기 흑자를 낸 곳은 141곳이다. 나머지 93곳은 적자를 내 적자회사 비율이 39.7%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동안 하락했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이달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 향후 대출 금리가 더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전달보다 일제히 올랐다. KEB하나은행이 연 3.40%로 전달보다 0.09%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은 연 3.44%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올랐고, 신한은행은 연 3.47%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대출 금리는 올해 5월 연중 최고치로 치솟은 뒤 9월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미국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미 국채 금리 상승의 여파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10월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 대출 금리와 연동되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9월 12일 2.264%에서 10월 8일 2.479%로 한 달도 안 돼 0.215%포인트 올랐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융자산 2억 원을 굴리는 50대 회사원 안모 씨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때 해외 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2007년 ‘펀드 광풍’에 휩쓸려 중국 펀드와 베트남 펀드에 뭉칫돈을 넣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 토막이 난 기억이 있어서다. 안 씨는 “그때 알짜 펀드라는 은행 직원 말만 듣고 가입했던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며 “수익이 덜 나와도 정보가 많고 익숙한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안 씨처럼 좁은 국내 시장에 갇힌 ‘우물 안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해외로 눈 돌리는 투자자가 늘면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이란 용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투자자도 저성장·저금리·저수익의 3저(低) 시대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투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금융사들의 투자 역량이나 관련 제도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우물 안 한국’에 갇힌 투자자들 한국 투자자들의 국내 편중 현상은 유독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이 해외 펀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현재 4207억 달러(약 476조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27.5%에 그친다. 반면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GDP 대비 해외 투자 비중이 84.2%나 된다. 영국(139.2%), 프랑스(113.5%) 등 유럽 선진국은 100%를 웃돈다. 큰돈을 굴리고 투자 경험이 많은 한국의 부자들조차 해외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국내 부동산(29%)을 가장 선호했다. 국내 펀드와 주식을 찾은 자산가도 각각 10%를 넘었다. 하지만 해외 펀드(7%)와 해외 주식(1.8%)을 선택한 자산가는 적었다. 서울 강남권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자산가들도 해외 펀드나 해외 주식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해외 투자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금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해외 투자에서 공공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39.6%였다. 일본은 이 비중이 0.1%에 불과하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 부문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이뤄지다 보면 민간 금융회사들의 투자 역량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역량 높이고, 세제도 손봐야” 한국의 투자 영토가 이처럼 좁은 것은 국내 금융사들이 균형 잡힌 글로벌 분산투자를 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탓이 크다.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금융사들이 해외 투자처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고 다양한 투자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 한때 펀드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는 금융사의 미흡한 운용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인사이트 펀드는 ‘전문가의 통찰력(인사이트)을 바탕으로 시장 위험에 대처한다’고 홍보하며 2007년 10월 나왔다. 하지만 분산투자 대신 중국 시장에 ‘몰빵’한 탓에 금융위기가 닥치자 수익률은 반 토막 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국내에 익숙하거나 주가가 오르는 특정 지역에 ‘몰빵’하는 상품을 만들게 된다”며 “특히 국내는 수익이 난다 싶으면 몰려가는 ‘묻지 마 투자’가 심해 공들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금융사들이 해외에 적극 진출해야 더 많은 해외 상품을 만들고 수익률이 좋은 현지 상품을 국내에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자산시장의 2%도 안 되는 한국 시장에만 머물러 있다가는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금융위기 같은 악재가 터졌을 때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노후가 길어져 자산 굴리기가 더 중요해진 만큼 수익성과 안전성을 갖춘 해외 우량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강원경 KEB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센터장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투자한 뒤 해외 자산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주목받고 있지만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하고 거래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 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조은아 기자}
우리은행이 2022년까지 우수 중견기업 300곳을 발굴해 해외 진출 등을 위해 총 3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중견기업 비즈니스 서밋’을 열고 중견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내용의 ‘그레이트 비전 2022’를 발표했다. 우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선정한 우수 중견기업에 회사별로 최대 300억 원까지 총 3조 원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뛰어난 기술을 가진 중견기업에 직접투자 규모를 늘리는 한편 이들 기업이 수출이나 해외 진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이날 중견기업연합회, KOTRA, 산업기술진흥원 등과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상호협약’을 맺고 올바른 기업문화 정착과 상생협력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세계 금융사들은 현재 ‘4차 산업혁명’ 전쟁 중입니다. 한국도 핀테크, 빅데이터, 마이데이터(신용정보를 모아 자산관리 등을 해주는 서비스) 등이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사진)은 20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국내 은행권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규제 완화는 국내 금융업 발전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 금융사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은행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연합회보다 회원사인 은행들이 더 돋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규제 완화에 대해서만큼은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미국 골드만삭스는 데이터 분석업체인 데이터마이너를 인수해 1억30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투자하고 정보기술(IT) 전문가 비중을 27%까지 끌어올리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사들은 규제 때문에 이런 시도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지적은 앞서 16일 은행장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금융회사의 핀테크업체 인수를 제한하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김 회장은 동아일보의 ‘강한 금융이 강한 경제를 만든다’ 시리즈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이 실물경제의 보완 수단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서비스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나와야 한다”며 “지난해 은행권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전체 순이익의 7.7% 수준이었는데 이를 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 만에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적기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정부도 금융을 해외에서도 통하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30대 회사원 A 씨는 올해 4월 개인 간(P2P) 대출업체 ‘폴라리스펀딩’의 골드바 담보대출 상품에 200만 원을 투자했다. 2개월만 투자하면 연 20%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투자금의 3%를 즉시 돌려준다는 말에 솔깃했다. 이 업체는 1kg짜리 골드바 123개를 담보로 받아 보관하고 있다며 골드바 금고 사진과 한국금거래소 보증서를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게시했다. 하지만 이 골드바와 보증서는 모두 가짜였고 A 씨는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 P2P 대출 시장이 대안 투자로 각광받으며 급속도로 커진 가운데 사기, 횡령 등 P2P 업체의 불법 행위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금액만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 피해자 수만 명 1000억 원 넘게 날려 금융감독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의 ‘P2P 대출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P2P 업체 178곳의 대출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점검 결과 178곳 중 20곳(11.2%)에서 사기, 횡령 등의 혐의가 포착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경찰에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 P2P 대출은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을 온라인을 통해 연결해 주는 금융 서비스다. 하지만 P2P 업체가 투자자를 속이고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유용, 횡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폴라리스펀딩 대표는 가짜 금괴와 보증서 사진으로 약 50억 원을 모아 개인 용도로 썼다. 회사가 보유하지도 않은 부동산이나 사업권을 홈페이지에 올려 투자금을 끌어모은 사례도 있었다. 신규 투자자에게서 받은 돈을 기존에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금으로 주는 ‘돌려 막기’도 만연했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수만 명의 투자자가 10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업계 상위의 유명 P2P 업체들까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투자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2위인 피플펀드는 대표적인 구조화 상품이 하나의 기초자산으로 여러 건의 담보를 설정한 사실이 확인돼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때 업계 ‘빅3’에 들었던 루프펀딩도 사기 혐의가 적발돼 대표 등 2명이 구속됐다.○ 부동산 대출 쏠림 심해 P2P 대출 시장은 중위험, 중수익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9월 말 현재 P2P금융협회 소속 59개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2조6827억 원. 비회원사까지 합치면 P2P 대출 시장 규모는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로 하는 대형 업체인 헤라펀딩이 부도를 내는 등 ‘부도’ ‘먹튀’ P2P 업체가 속출하고 대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P2P 투자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 특히 전체 P2P 대출의 65%가 부동산 PF 관련 상품에 쏠려 있어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피해 사례가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성재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은 “업계 1위인 테라펀딩도 부동산 비중이 높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P2P 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지속적으로 하는 한편 금융위와 함께 관련 법체계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대부업법으로 P2P 업체를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P2P 업체를 별도로 관리할 새로운 법을 만들고 당국의 감독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지난해 7월 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도 최대 제약사인 ‘선파마’와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CMO는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바이오의약품을 위탁받아 생산하고 공정 개발까지 참여하는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유럽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28만9000원(7월 24일 종가)을 찍었다. 상장한 지 9개월여 만에 상장 당일(2016년 11월 10일) 종가인 14만4000원의 두 배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송도2공장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과 3공장 준공 등 생산 능력을 입증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 초 “2010년 솔직히 바이오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도 성공을 자신하진 못했다”며 “그래도 반도체를 넘어설 미래 사업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장기 투자를 해왔고 그 덕에 지금의 바이오 계열사들의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CMO는 품질과 스피드, 가격이 생명이란 점에서 제조업에 가깝다. 다른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편인 제약업계에서도 후발 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쉽게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론자와 독일 베링거 등 경쟁사가 30년에 걸쳐 이룬 생산능력을 7년 만에 따라잡고 세계 3위 업체로 성장했다.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불과 12명으로 출발했지만 8년 만에 직원 수가 2800명을 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인정받던 회사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건 올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감리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동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처리한 것이 분식회계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앞서 금감원은 2016년 회사 상장 당시, 그리고 상장 직후 참여연대가 회계처리 적합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초에도 당시 진웅섭 금감원장이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던 사안이기도 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당시 국내 3대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검토를 거쳤고 금감원도 여러 차례 문제없다고 말했던 사안”이라고 반박했지만 주가는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이후 3차례의 감리위와 5차례의 증선위를 거치면서 금융당국은 또 한 번 말을 뒤집었다. 올해 7월 1차 감리 때만 해도 ‘회사의 선택사항’이라고 했던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에 대해 11월 2차 감리 결과에선 “2012년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인식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금융당국의 애매모호한 기준을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춤을 췄다. 금감원 감리조치 사전 통지 후 첫 거래일인 5월 2일 40만4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올해 8월 삼성이 바이오를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 3공장이 본격적인 생산을 개시하면서 주가는 53만8000원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10월 31일 증선위가 재감리 결과를 심의한다는 소식에 38만7500원으로 추락했고, 이달 들어 시장에 퍼진 ‘상장 폐지’ 루머와 맞물려 2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2017년 7월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결국 피해는 시장의 평가와 기업의 미래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보게 됐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사흘(12∼14일) 동안 97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투자가는 각각 829억 원, 9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에 문제가 없다고 금융당국이 한 차례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겐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상장 폐지는 면하겠지만 앞으로 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평가해서 투자하기보다는, 당국과의 관계에 더 무게를 두고 투자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의 수주 현황과 사업 실적을 보면 견고한 성장세가 이어진 것이 분명한데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와 그에 따른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잣대가 결국 멀쩡했던 회사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과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할 당국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는 양상이란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는 회계기준 변경이 삼성물산 합병 및 승계 논란과 관련 있다는 주장은 시점상 앞뒤가 바뀌어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2015년 5월 결정됐고 합병은 7월에 마무리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은 2015년 말 결산 시점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회계분식의 출발점은 기업가치의 하락 여부에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이나 미국 엔론처럼 매출의 과다계상과 매출원가의 과소계상이 출발점이 돼야 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가치에 영향이나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폭락 속에 삼성전자 주식까지 동반 추락하면서 올해 삼성그룹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은 418조3258억 원으로, 지난해 말의 475조1252억 원에서 56조7994억 원(11.95%)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지현 jhk85@donga.com·이건혁 기자}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통신요금이나 전기요금 등 공과금을 제때 납부하는 주부나 청년층의 신용등급이 올라간다. 또 개인사업자의 신용정보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신용평가회사(CB)가 만들어져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대출 금리나 한도가 한층 더 차등화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21일 당정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이른바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중 신용정보법이 우선 개정되는 것으로, 여당 의원 13명이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CB사는 통신요금,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의 연체 여부는 물론이고 온라인 쇼핑몰 결제 내용 같은 비(非)금융 정보를 반영해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평가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선 부채 규모, 연체 정보 등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해 소득이 없거나 대출 등 금융 거래가 없는 주부, 사회초년생의 신용등급이 낮게 책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금융권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부, 청년층 등 약 1000만 명의 신용등급이 높아지는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사업자의 신용도를 전문으로 평가하는 CB사도 도입된다. 자영업자의 재정 안정성과 경영 위험도, 대표자 정보 등을 기반으로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회사로, 기존 CB사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사도 이를 겸업할 수 있게 된다. 개인사업자의 신용등급이 세분되면 금융회사들이 자영업자의 대출 한도나 금리를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융당국이 14일 2년 전의 결정을 번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적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면서 증권선물위원회의 회계기준 해석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회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회계 처리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데 반해 증선위가 너무 엄격하게 회계기준을 적용해 분식회계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판단을 이유로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도 검토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선위의 회계기준 해석 논란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29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대폭 늘린 것은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일부 회계 전문가는 2011년 도입된 IFRS가 회계처리 원칙만 지키면 세부적 판단은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분식회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 회장은 “기업의 가치평가가 이뤄진 수학적 공식에 문제가 없고 다른 바이오 회사도 비슷하게 처리됐다면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지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통일된 평가기준이 없어 해당 기업이나 회계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고위 임원도 “복수의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 나면 더 이상 IFRS를 쓰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IFRS 원칙에 따라 필요하고 맞는 방향으로 합법적인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있다”며 “이를 범죄를 모의한 것처럼 금융당국이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IFRS가 허용하는 자율성의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당초 계산된 것보다 높게 나오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까지 감리하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고의적으로 변경한 만큼 해당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면 이 회사의 최대 지분(43.44%)을 가진 모회사 삼성물산도 재무제표를 변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도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감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7일 국회에서 삼성물산 감리 착수 요구에 “일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삼성물산 감리에 들어가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역할을 했던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적정했는지를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선위는 이번 판단 때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 심의의 초점을 맞췄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2.37% 하락한 10만3000원에 마감했다. 재계는 금융당국이 2016년 12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놓고 2년 만에 180도 다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건혁 gun@donga.com·황태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주식 거래가 정지된 첫날인 15일 주식시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했다. 특히 간판 바이오 기업의 거래 중단에도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들은 상승세로 마감했다. 회계 판단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고 향후 반등을 기대하며 바이오주를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바이오 종목은 물론이고 주식시장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는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5.05% 오른 21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녹십자(1.81%) 유한양행(2.14%) JW중외제약(1.68%) 등 주요 바이오 종목도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8.31% 급등했고, 셀트리온제약도 2.73% 올랐다. 1년 7개월 동안 이어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이 마무리된 것이 바이오 종목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인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를 대신해 ‘셀트리온 3인방’ 등 주요 바이오주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해석도 있다. 바이오 종목의 상승에 힘입어 코스피는 5거래일 만에 상승해 20.01포인트(0.97%) 오른 2,088.0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 역시 1.46% 오른 681.38에 마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제약·바이오 종목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날 외국인들이 의약품 업종을 대거 순매도하며 이런 우려에 불을 지폈다. 현재 8만 명이 넘는 삼성바이오 소액주주들은 거래 정지로 돈이 묶였다. 특히 신용거래로 주식을 사들인 주주들은 이자만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고의 분식회계와 거래 정지로 손해를 봤다며 삼성바이오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집단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문제가 없던 게 문제가 되는 게 혼란스럽다”는 투자자들의 글이 잇따랐다. 삼성바이오 주식을 직접 보유한 투자자뿐 아니라 이 주식을 담은 주식형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많진 않지만 조금씩 투자자들의 환매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가 편입된 국내 펀드는 총 663개다.송충현 balgun@donga.com·이건혁 기자}
시가총액 22조 원이 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이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 8만여 명이 날벼락을 맞았다. 상장폐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주식 거래가 재개되기까지 한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14일 금융당국의 ‘고의 분식회계’ 판정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39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날 주식시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가 중단된 것이다. 이어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대상인지 판단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상장기업이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고 분식 규모가 자본금의 2.5%를 넘으면 상장 규정에 따라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거래소는 앞으로 15영업일 이내에 상장폐지 대상인지 심사한다. 필요하면 심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심사 결과 상장폐지 대상으로 결론나면 거래소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에 또 오른다. 여기서 20영업일 이내에 △상장유지 △상장폐지 △개선 기간 부여 중 최종 결정을 내린다.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즉시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 지난해 회계부정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던 한국항공우주(KAI)는 상장폐지 대상이 아닌 걸로 결론나면서 6거래일 만에 매매가 재개됐다. 하지만 KAI 사례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정지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사상 최대 분식회계(5조 원)를 벌인 대우조선해양은 기업심사위원회에서 1년 개선 기간을 받아 1년 3개월여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 8만175명(3분기 보고서 기준)이 이날 종가 기준 4조7628억 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은 9.1%에 그친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2009년 2월 실질심사제도 도입 이후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6.70% 오른 33만4500원에 마감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일부 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코스피 거래정지를 발표했고 상장폐지까지 검토하는 상장적격성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의 미래에도 대형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산업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삼성바이오, 2015년만 일부러 회계 바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사와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회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했다. 단독으로 지배하는 회사란 의미다. 이 때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 청구권) 계약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갑자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바이오젠사와 공동 지배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로 가치가 커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다고 봤다. 회계기준이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도 높아졌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증선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증선위는 분식회계 판단 이유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합작계약서나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였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뒤늦게라도 관계회사로 바로잡은 것이 무슨 문제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에 주목했다. 증선위는 이 내부 문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부러 2015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한 정황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할 이유가 명확히 생겼는데 2015년부터만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아” 한국거래소는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 상장폐지 대상인지 판단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벌인다. 심사가 신속히 이루어지면 거래정지는 수일 내에 풀릴 수 있다. 하지만 기업심사위원회가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 최대 1년간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2016년 5조 원 분식회계 수사로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해양은 거래가 풀리는 데 1년 3개월이 걸렸다. 한 증권사 대표는 “심사가 길어질수록 시장 혼란도 커지기 때문에 거래소가 정말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위원장도 “한국거래소가 2009년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뒤 16개 회사가 심사에 올랐으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자들도 이날 상장 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호재로 본 것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 대비 6.70% 상승한 3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증선위 발표와 동시에 주식거래가 정지되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8만175명(작년말 기준)의 개인투자자들이 5조2000억 원(당시 종가기준) 어치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 바이오업계 “예상 못한 결정” 충격 바이오업계는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결정”이라며 큰 충격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업계 임원은 “이번 결정은 성장하고 있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과연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73조 원 규모 바이오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 세계 최대 규모인 제3공장 가동으로 글로벌 최대 CMO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해외 제약사들과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해 진행한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업체의 도덕성을 중요한 수주 잣대로 삼는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태동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정부 규제 등으로 바이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자체가 위축될 경우 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은행 지점이 월급 통장이나 신용카드 개설 등의 조건을 달고 금리 혜택을 주는 ‘조정금리’를 공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은행권은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 대출금리 산정 체계 개선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상품별 대출금리를 매달 공개하면서 기준금리와 여기 더해지는 가산금리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 대출을 받을 때는 조정금리가 더해진 금리를 적용받는다. 조정금리는 월급 통장을 만들거나 신용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할 때 주는 우대금리를 비롯해 은행 본부에서 정하는 우대금리 등을 뜻한다. 조정금리는 보통 은행 지점장 전결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같은 대출상품을 선택하더라도 은행이나 지점별로 각각 다른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TF는 소비자가 적용받은 조정금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은행별 조정금리 평균치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은행이 대출자에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 조정금리 등을 담은 대출금리 산정 명세서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TF는 이달 중 개선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5개 증권사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내줬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2011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발표한 지 6년 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은 멀기만 하다. 현재 5개 증권사 중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2곳뿐이다. 나머지 3곳은 1년째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발목이 잡히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으로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초대형 IB’ ‘메가뱅크’ 육성 구호가 나온 지 오래지만 한국 금융회사들은 ‘골목대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맞붙기 위해선 몸집을 불리는 게 급선무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금융업의 대형화는 제자리걸음이다.○ ‘골목대장’ 신세 국내 금융사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은행들도 국제무대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7월 발표한 ‘세계 100대 은행’에 국내 은행은 6곳만 이름을 올렸다. 이마저도 가장 높은 순위는 국내 리딩뱅크인 KB금융지주가 차지한 59위였다. KB금융의 덩치(기본 자산 291억400만 달러)는 세계 1위 중국공상은행(3241억2600만 달러)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의 규모(자기자본 기준)는 8조1600억 원이다. 세계 최대 IB인 골드만삭스(867억 달러·약 98조 원)와 아시아 1위인 일본 노무라증권(246억 달러·약 28조 원)에 한참 뒤떨어진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금융사들은 세계 시장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외국계 공룡 금융사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진행된 대형 인수합병(M&A), 계열사 매각처럼 돈 되는 ‘빅딜’은 풍부한 자금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운 외국계 공룡들이 휩쓸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금융사의 입지는 더 좁다. 한국전력이 2009년 400억 달러(약 44조7000억 원) 규모로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공사에 국내 금융사도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한전은 유럽계 은행과 손잡고 공사를 진행했다. “UAE 정부가 한국 금융사는 규모가 작아 장기간 돈을 댈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A건설사도 5년 전 중동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따낸 뒤 국내 은행을 자금 조달 파트너로 참여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동, 유럽 국가들이 아직 한국 금융사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 가로막는 정부 국내 금융사의 덩치를 키워 손실을 감내할 능력을 키우고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할 역량을 높여야 하는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명박 정부 때는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메가뱅크 육성을 추진했다가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일례로 이달 초 금융위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12가지 혁신과제에 초대형 IB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초대형 IB를 은행 수준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당국 일각에서 나온다. 현 정부가 소비자 보호, 감독 강화를 앞세우다 보니 금융사들도 대형화 움직임을 주저한다는 시각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사들의 덩치가 커지면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자연스럽게 실력도 올라간다”며 “성장동력이 떨어진 국내 금융업에 ‘대형화’는 성장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건혁 gun@donga.com·조은아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싱가포르국립대 옆에 위치한 미국 최대 생명보험사 메트라이프의 연구개발(R&D)센터 ‘루먼랩’. 사무실에 들어서자 정보기술(IT) 벤처기업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싱가포르인을 비롯해 미국, 일본,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3개국에서 온 직원 21명이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 도시바, 미국 게임개발업체 블리자드, 구글, 한국 LG 등에서 일한 IT, 헬스케어, 모바일 분야 전문가다. 메트라이프는 싱가포르에서 보험 영업조차 하지 않는데도 2015년 본사 R&D센터를 이곳에 세웠다. 루먼랩의 지아 자만 최고경영자(CEO)는 “적은 규제, 금융허브의 탄탄한 인프라, 영어 사용이 자유로운 환경 때문에 싱가포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루먼랩은 메트라이프가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시장에서 선보일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엔 인도 시장에 적용할 가상현실(VR) 기반의 보험 상담서비스를 내놓았다. 싱가포르 금융당국(통화청)이 2016년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하자 루먼랩도 문을 두드려 올해 6월 적용 대상에 선정됐다. 루먼랩이 현재 규제 샌드박스에서 실험하는 것은 블록체인을 접목한 보험 서비스 ‘비타나’다. 임신부가 병원에서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으면 진단 결과가 블록체인을 통해 보험사로 즉시 전달돼 보험금이 실시간으로 지급되고, 이 결과가 다시 병원과 금융당국에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싱가포르 규제 샌드박스에서 개인 의료정보를 비롯해 블록체인 신기술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만 CEO는 “‘규제 프리’ 인프라 못지않게 금융당국의 적극적 대응과 열린 마음도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당국에 문의하면 즉각 피드백이 온다”고 말했다.싱가포르=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융당국과 정권 실세가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는 ‘구태 관치(官治)’는 문재인 정부 들어 노골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금융업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적폐’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3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기까지 이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은 1월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금융인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라”고 말하며 하나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부의 인사 개입 논란은 643조 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CIO 지원을 권유한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장 실장의 개입이 있었는데도 탈락했으니 내부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뜻”이라는 옹색한 변명을 내놨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마피아)로 불리는 ‘낙하산 인사’ 관행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이 지난달 국내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개 은행의 감사가 금감원이나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의 조용순 감사는 노무현 정부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 출신이다. 은행 고유 업무는 물론이고 경영진 비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 직무와도 무관한 경력의 인사가 억대 연봉을 받는 국책은행 감사 자리에 앉은 것이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금융권 복귀도 이어졌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은 올 1월 이 회사의 부회장으로 복귀했고, 역시 2012년 문 캠프에 참여했던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해 9월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특별취재팀▽ 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 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3분기(7∼9월) 자동차보험 영업에서 2000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폭염으로 사고가 증가하면서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금융감독원은 11개 손해보험사의 3분기 자동차보험 영업 실적이 1988억 원 적자였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올해 1∼9월에 2104억 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437억 원 흑자를 냈다. 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이 3분기 87.6%로 크게 오른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8∼80% 수준으로 보고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2009년 자본시장법 전면 개편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최 위원장이 20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을 막힘없이 이어가자 일부 취재진은 “준비를 많이 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여당과 협의해 내놓은 12가지 혁신과제에는 창업 초기의 벤처·중소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다. 먼저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도입이 눈에 띈다. BDC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나 상장을 먼저 한 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변호사나 회계사, 에인절 투자자, 금융투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도 ‘전문 투자자’가 될 수 있도록 진입 장벽도 낮췄다. 증권사가 새로운 사업을 추가할 때 받아야 하는 심사 체계도 간소화했다. 금융권은 이번 혁신과제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일단 금융회사들이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돈을 대는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들은 대체로 반영됐다. 하지만 정부가 그려놓은 청사진대로 혁신과제가 현실화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앞세운 여당이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거나 입법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나 시장이 원하는 의도와 달리 엉뚱한 내용이 끼어들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가운데 제대로 작동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번 혁신과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정부는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2013년 제3의 주식시장인 ‘코넥스시장’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코넥스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상장기업은 최근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당국은 올해 초에도 코스닥시장을 벤처기업 창업을 촉진하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각종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으로 나온 ‘코스닥 벤처펀드’는 6개월 만에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며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을 받은 증권사 3곳은 여전히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반응에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도 준비를 많이 했으니 시장도 함께 준비하고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런 부탁만 갖고 혁신과제를 성공한 정책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이번 대책은 이전과 다르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도 놀랄 만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책 발표만 해놓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손태승 우리은행장(59·사진)이 내년 1월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으로 내정됐다. 손 행장은 2020년 3월까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며 2014년 이후 5년 만에 부활하는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게 됐다. 손 행장은 “안정적으로 지주 체제를 구축하고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2020년 3월 결산 주주총회 때까지 손 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직하는 체제로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손 행장을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같은 별도의 절차도 거치지 않기로 했다. 손 행장은 다음 달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우리은행 측은 “사외이사들만 따로 간담회를 수차례 열어 지배구조 문제를 논의한 결과 지주사 설립 초기엔 현 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도 겸직 체제가 낫다는 정부 측 의견을 전달했다. 지주사 출범 이후에도 우리은행의 자산 비중이 99%로 절대적이어서 당분간 은행 중심의 그룹 경영이 불가피한 데다 우리카드·우리종금의 자회사 이전 등 현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주-은행 간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이 고려된 결과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선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을 유력하게 점치면서도 선임 시점은 이달 23일 임시 이사회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사회는 지주 회장이 빠르게 조직을 장악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신속하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사태로 예기치 않게 물러나면서 은행을 이끌게 된 손 행장은 취임 1년 만에 부활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첫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는 1959년 광주 출생으로 전주고,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한일은행으로 입사해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전략통’으로 꼽힌다. 손 행장은 채용비리 같은 외부 풍파와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해묵은 내부 갈등 속에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의 지지도 높다. 특히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경영 측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손 행장은 신임 지주 회장으로서 비(非)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의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지주사의 자산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규모 인수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아울러 예보가 가진 잔여 지분 18%를 털어내는 ‘완전 민영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실적을 유지하고 주가도 잘 관리해야 한다. 한편 우리은행은 민영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주 이사회도 현재 과점주주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5명을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인가하면서 국내 금융권의 ‘5대 금융지주 시대’가 4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였던 ‘우리금융지주’(가칭)가 내년 초에 공식 출범하면 비(非)은행 계열사 확대를 위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의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안정화와 완전 민영화 등도 부활한 지주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에 선임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할 것이 유력하다.○ 내년 1월, 5대 금융지주 재개막 금융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이 신청한 금융지주사 전환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내년 1월 6개 자회사 등을 지배하는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다”며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지주사 체제로 전환 완료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회장 후보 자격과 선임 절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사회에서 우리은행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이사를 통해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1년 정도 한시적으로 겸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5명도 이 의견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겸직 체제가 확정되면 손 행장이 지주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 사외이사는 “손 행장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았고 경영 성과도 나쁘지 않아 후보로 나선다면 문제 삼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다음 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고 지주 회장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는 해체된 지 4년 만에 부활을 눈앞에 뒀다. 정부는 2001년 한빛·경남·광주·평화은행과 하나로종합금융을 묶고 공적자금 12조7663억 원을 투입해 우리금융지주를 세웠다. 2010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뒤 ‘계열사 분리’ 매각이 추진됐고, 2014년 11월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지배구조, M&A, 완전 민영화 과제 떠안아 부활한 우리금융지주의 성패는 지배구조 안정화와 대형 M&A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 겸직 체제는 출범 초기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다시 분리할 때 잡음이 나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고 성과를 내야 후임 행장을 뽑을 때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말 현재 우리은행과 계열사의 자산 376조3000억 원 중 97%가 은행에 쏠려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해 다양한 융복합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부동산신탁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인수 후보군도 물색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를 새로 세워 키우기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예보가 가진 잔여 지분 18%를 털어내는 ‘완전 민영화’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지주가 부활해도 당장 금융권의 판도를 흔들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지주사로 전환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계산법이 달라지는데, 이를 관리하려면 대규모 실탄을 동원해 M&A를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