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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dB(데시벨). 15일 오후 3시경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노동자·서민 살리기 총파업 대회에서 측정된 순간 최대 소음 기록이다. 무대에서 80m나 떨어진 곳인데도 헬기 프로펠러 소리(100dB)에 육박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귀를 막은 채 행사장 주변을 지났다.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허모 씨(54)는 “모두 절박한 사정이 있겠지만 집회 때마다 소음 때문에 이런 불편을 겪다 보니 집회 참가자의 주장까지 공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은 현장 소음 관리에 나선 남대문경찰서 소음관리팀과 동행했다. 조합원 5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인 광장의 무대 양옆에는 대형 스피커 3, 4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대형 크레인 한 대에는 스피커 8개가 매달려 있었다. 일종의 ‘공중 스피커’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주변 방해물이 없다 보니 더 크고 멀리 퍼진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무대에서 약 80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했다. 집회 시작 30분 전 서울역광장 소음은 66.8dB이었다. 하지만 집회 시작 후 규정에 따라 10분간 평균 소음을 측정하자 기준치(75dB)를 넘는 80.4dB이 기록됐다. 경찰은 곧바로 주최 측에 소음을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라는 유지명령서를 전달했다. 일부 참가자는 “정당한 집회 권리를 소음 측정으로 방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소음 기준 강화? “글쎄요” 지난해 7월 21일 강화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광장, 상가 지역 소음 기준은 주간 80dB, 야간 70dB에서 각각 주간 75dB, 야간 65dB로 낮아졌다. 소음 신고가 들어온 건물 외벽에서 1∼3.5m 떨어진 지점 1.2∼1.5m 높이에서 측정한다. 경찰이 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집회현장 소음 측정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1∼6월) 8443건에서 올 상반기 1만4147건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집회소음도는 평균 68.9dB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3dB에 비해 1.4dB 정도 줄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소음도는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야간에는 주거지역(60.8dB·기준 60dB)과 그 외 지역(66.8dB) 모두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그만큼 불편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 경찰은 규정과 현실 사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10분 딜레마’다. 시행령 개정으로 5분씩 2회 측정치의 평균값에서 10분씩 1회 측정한 평균값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측정이 2회에서 1회로 줄었지만 여전히 주최 측은 마음만 먹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집회 참가자는 측정 시간이 10분이란 걸 알고 소리를 키웠다가 줄이기를 반복한다”며 “이런 ‘소리 숨바꼭질’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주변 시민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음 공해 해결을 위해서는 소리 크기에 큰 비중을 둔 현재의 소음 관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리 크기뿐 아니라 성분, 지속 시간 등 소리 3요소를 고루 따져야 한다는 것.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소음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음질 나쁜 스피커, 확성기 같은 장비나 소음 지속 시간 등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괴롭히기식 소음 공해를 차단해 소음 감소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자유 위축시킨다” 반발도 필요하면 처벌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 소음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가 계속되는 만큼 기준 초과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처벌 기준(50만 원 이하의 벌금)은 한국 생활 수준에 비춰볼 때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경찰이 소음 측정을 명목으로 소규모 집회까지 따라다니며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며 “소음 피해 민원이 발생하면 경찰이 주최 측과 협의해 음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 기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으로 집회 소음 기준이 강화된 지 21일로 1년을 맞는다. 하지만 집회 현장의 소음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찰청이 작성한 ‘소음 기준 강화 집시법 시행령 개정 이후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집회 소음은 68.9dB(데시벨)로 기준 강화 이전인 70.3dB에 비해 1.4dB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4dB 감소는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민 불편이 큰 야간 시간 평균 집회 소음은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등 광장, 상가 지역 등이 66.8dB(기준 65dB), 주거지역과 학교 주변이 60.8dB(기준 60dB)로 측정됐다. 강화된 소음 기준치를 모두 초과한 것이다. 주간 시간 광장, 상가 지역 등은 71.5dB에서 69.7dB(기준 75dB)로, 주거지역은 63.6dB에서 63.3dB(기준 65dB)로 소폭 감소했다. 새로운 시행령은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시행됐다. 집회가 많은 광장과 상가 지역의 소음 기준이 주간 80dB, 야간 70dB에서 각각 5dB씩 낮아졌다. 주거지역, 학교 주변은 소음 기준이 주간 65dB, 야간 60dB로 변함이 없지만 종합병원, 공공도서관 주변이 소음 기준 적용 대상에 추가로 포함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국가정보원이 불법 사찰에 활용하기 위해 도청 및 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위키리크스가 8일 이탈리아 보안업체인 ‘해킹팀’에서 유출된 자료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한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다. 위키리크스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육군 5163부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에 걸쳐 해킹팀에 도·감청 프로그램 구입 및 유지 비용으로 총 68만6400유로(약 8억5800만 원)를 지불했다. 5163부대는 국정원이 한때 대외적으로 사용한 위장 명칭 중 하나다. 국정원이 해킹팀에서 구입한 ‘RCS’는 PC나 스마트폰을 원격조종 및 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누군가가 스파이 프로그램이 설치된 PC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통화 내용을 녹음해 e메일로 전송하거나 기기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수차례 업그레이드돼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도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킹팀은 자사가 판매하는 RCS의 구현 기능에 따라 ‘다빈치’ ‘갈릴레오’ 등의 별칭을 붙여 구분했다. 해킹팀의 홍보 브로슈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가 설치된 PC는 물론이고 애플의 맥도 해킹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역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갤럭시’ 등에서 프로그램이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이라는 비정부기구에 따르면 해킹팀은 35개국의 300여 개 업체 및 단체에 이런 도·감청 프로그램을 판매해 왔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청첩장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거나 e메일에 첨부된 문서를 열었을 때 스파이 프로그램에 감염될 수 있다”며 “일단 PC나 스마트폰에 해킹팀의 RCS 같은 스파이 프로그램이 깔리면 기기 사용자는 그 사실을 알기 어렵고 백신으로도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불법 사찰을 위해 RCS를 구입해 활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출된 해킹팀 자료에는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2011년 11월 21, 2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해킹팀 본사를 방문했고 2013년 2월에는 해킹팀이 서울에서 ‘SKA’(국정원의 위장 명칭) 요원들을 만난 사실이 담겨 있다. 당시 해킹팀이 국방정보본부 산하 대북 통신감청부대로 추정되는 ‘SEC’를 방문한 내용도 e메일에 들어 있다. 경찰청 역시 해킹팀과 접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14일 “경찰이 해킹 장비를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현재 해킹 장비를 쓰고 있지 않을뿐더러 들여올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박창규 kyu@donga.com·곽도영·박훈상 기자}

경찰이 올해 4월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집회에서 불법 시위로 발생한 피해액에 대해 집회 주최 단체와 대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4일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로 인한 경찰 피해액을 9000만 원으로 산정하고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등 3개 단체와 박래군, 김혜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등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시위대의 폭력행위로 차벽, 경찰버스, 경찰 장구류 등이 파손돼 7800만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시위대에 맞아 부상한 경찰관 40명에게 1인당 위자료 30만 원씩 모두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증 자료를 분석하면 피해액을 입증할 수 있다”며 “법무부와 협의해 이번 주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현장에서 부상한 경찰관 치료비 등을 물어내라고 주최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2013년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세월호 추모 집회를 불법으로 이끈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래군, 김혜진 공동운영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이날 신청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은 인터넷으로 교통사고 조사일정을 예약하는 교통조사 예약시스템을 13일부터 시행한다. 교통사고가 경찰에 접수된 민원인은 ‘교통범칙금 인터넷 납부·교통조사 예약 시스템’(www.efine.go.kr)에서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한 뒤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골라 신청하면 된다. 경찰에 접수된 교통사고뿐 아니라 단순 음주·무면허운전 사건도 포함된다. 경찰은 일선 경찰서 교통조사 경찰이 교대 근무를 하는 탓에 민원인들이 담당 조사관과 일정을 정하는 데 불편함을 겪자 이런 시스템을 마련했다.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민원인은 조사관이 조사 일정을 확인해 예약 등록을 돕기로 했다. 예약 후 급한 사정이 생기면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존나’ ‘자살’ ‘앰창인생’ ‘관심종자’…. 요즘 청소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다. 청소년이 인터넷 공간에 올린 게시글 13만 건을 분석한 빅데이터는 그들이 쓰는 언어뿐 아니라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마음속 고민과 상처는 무엇인지 솔직하게 드러냈다.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는 12일 ‘청소년의 언어 실태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위원회가 소셜분석업체 메조미디어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웹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13만2244건을 분석한 자료다. 해당 사이트는 네이트 판 10대 게시판, 인스티즈, 앱짱닷컴 등이다. 위원회는 게시글을 주제별로 욕설(18.9%), 은어(10.2%), 상처(1.3%), 폄하·비하(1%), 왕따(0.9%), 기타(67.7%) 등으로 분류했다. 기타 글은 “게임하러 갈래”처럼 특정 주제가 없는 일상적 내용이나 짧은 단문이다.○ “문장 전체 읽어도 의미 해석 어려워” 청소년이 가장 많이 쓰는 비속어는 ‘존나’(6111건)였다. 이어서 ‘새끼’(5537건) ‘좆’(4767건) ‘씨발’(4031건) ‘시발’(3667건) 등 순이었다. ‘ㅁㅊ’(미친) ‘ㅂㅅ’(병신) ‘ㅅㅂ’(시발) 등 초성만 사용하거나 ‘씌바’처럼 맞춤법을 변형해 사용하기도 했다. 인터넷 업체의 욕설, 비속어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욕설의 대상은 친구(48%)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불특정 여성(15%)과 남성(10%)이었다. 가족 중에선 엄마(5%)를 향한 욕이 가장 많았다. “시발 내가 우리 엄마 성격을 많이 닮아서 떽떽거리고 하는데 엄마는 나보다 훨씬 심함” 등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온 욕이 다수였다. 동생, 아빠는 각각 3%였다. 청소년이 쓰는 은어는 종잡을 수 없이 다양했다. ‘ㅂㄷㅂㄷ’(부들부들) 같이 초성만 사용하거나 ‘열폭’(열등감 폭발)처럼 단어나 문장을 줄여 썼다. 최근엔 ‘낫닝겐’처럼 영어 ‘Not’과 일본어 ‘닝겐(にんげん·인간)’을 합치는 외국어 조합 유형도 발견됐다. 위원회는 “영어 어그레시브(aggressive)에서 나온 ‘어그로’(관심 끌기)처럼 새롭게 만들어진 은어는 맥락을 모르면 그 뜻을 짐작하기도 어려웠다”며 “기성세대는 문장 전체를 읽더라도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규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사무총장은 “청소년이 사용하는 언어 중 은어와 욕설이 3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청소년 스스로 언어를 순화하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툰 감정 표현 ‘그냥 죽고 싶다’ 청소년의 언어 속에는 그들의 아픔과 고민도 진하게 묻어났다. 상처 관련 글에선 ‘자살’(692건)이 다른 표현에 비해 많이 등장했다. “자살하거파 짐 다 내려 노코” “자살하고 싶다 내년엔 죽어 있길”처럼 자살을 쉽게 입에 올렸다.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자살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살 다음으로 ‘ㅠㅠ’(436건) ‘싫어’(156건) ‘잘못’(145건) 등이 많이 등장했다. 한혜원 밝은청소년 부장은 “청소년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극심한데 가족과 소통이 잘되지 않아 풀기가 쉽지 않다”며 “소통이 잘되지 않으니 감정 표현도 서툴러 ‘그냥 죽고 싶다’란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비하할 땐 ‘앰창인생’이란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 ‘앰창’이란 어머니를 성매매 여성에 비유하는 은어다.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직업을 폄하할 때도 ‘앰창인생’이란 딱지를 붙였다. 타인이나 자신을 폄하·비하하는 소재로는 ‘외모’(77.1%)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돼지, 뚱뚱 등이 많이 등장해 비만에 대한 고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따 관련 글의 40.6%에선 ‘괴롭히다’ ‘힘들다’ ‘무섭다’ 등 직접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표현이 확인됐다. “진정걸고 왕따 탈출하고 싶다. 제발 진짜 개절실”처럼 절박함이 묻어났다. ‘성격’이란 단어도 자주 등장해 청소년들이 왕따 문제의 원인을 성격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왕따와 관련해 주로 ‘엄마’와 ‘선생님’이 자주 언급된 것으로 볼 때 청소년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양측에 호소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관심종자가 싫어요” 청소년이 가장 ‘극혐’(극도로 혐오)하는 대상으론 ‘관심종자’가 꼽혔다. “관심종자는 극혐 오브 극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관심종자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번 조사에서 벌레, 오타쿠(마니아) 등보다 더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철상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미성숙 단계인 청소년은 어른의 보호를 확인하기 위해 관심을 필요로 하니 ‘관심종자’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며 “그들 삶의 방식을 이해하려면 청소년들의 독특한 표현 양식을 적절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청소년들이 인터넷 공간에 올린 게시 글 13만 건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보니 욕설, 은어, 비속어 사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해 기성세대와의 ‘언어 장벽’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국민 3명 중 1명은 다른 세대와 대화할 때 서로 ‘소통이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12일 공개한 ‘언어 사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와 ‘청소년의 언어 실태 빅데이터 분석’에 나온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로 다른 세대와 대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소통이 안 된다’는 응답자가 32.2%였다. ‘소통이 잘된다’는 58.4%, ‘모르겠다’는 9.4%였다. 특히 60세 이상은 50.3%가 ‘소통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은어 사용 문제로 세대 간 소통의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42.7%가 ‘불편하다’고 대답했다.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는 부모가 아니면 은어의 뜻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이 주로 쓰는 ‘노잼’(재미 없다), ‘열폭’(열등감 폭발), ‘낫닝겐’(인간이 아님)을 알고 있다고 답한 10대는 각각 92.3%, 71%, 61.6%였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각각 41.9%, 35.4%, 13.7%로 10대의 절반 이하였다. 청소년들도 비속어, 신조어 사용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했다. 언어 사용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분야로 ‘청소년의 비속어, 신조어 사용’을 꼽은 응답 비율이 10대(64.8%)에서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 평균은 52.5%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청소년 스스로 그 해법을 고민하는 환경을 우리 사회가 만들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와 경찰청은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국민 안전과 글로벌 과학 치안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최양희 미래부 장관(왼쪽)과 강신명 경찰청장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이 행복한 안전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활용이 중요한 만큼 서로 협력하고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창설 이래 최초로 외국 법집행기관과 현지 합동 작전을 펼쳐 도피 중인 범인을 검거했다. 경찰청은 필리핀으로 도피했던 ‘봉천동 식구파’ 두목 양모 씨(49)와 부두목 민모 씨(45)를 필리핀 이민청과 합동으로 최근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상대국 법집행기관과 범죄정보를 공유하고 수사 협조를 구하는 공조수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경찰이 직접 현지에 나가 상대국 법집행기관과 검거 작전 수립부터 참여해 붙잡은 합동작전은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 등은 2001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봉천동 사거리파’와 ‘현대시장파’를 통합해 봉천동 식구파를 조직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000억 원대 유사석유를 판매해 거둔 수익 등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2011년 10월 필리핀으로 건너간 이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단체 등의 구성·활동)로 수배된 상태였다. 경찰청 인터폴과 서울지방경찰청 인터폴 추적팀은 지난달 29일 필리핀으로 건너가 필리핀 이민청, 한국 경찰이 현지에 설치한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필리핀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전담 부서)와 함께 양 씨 등을 추적했다. 양 씨는 검거망이 좁혀지자 지난달 30일 검거팀에 자수했고, 민 씨는 세부에서 100㎞ 떨어진 레이터섬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필리핀에서 도피 중인 조직폭력배, 동네조폭 등을 계속 추적해 검거할 예정이다. 현재 필리핀으로 도피한 용의자는 모두 486명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10일부터 한 달간 ‘보복운전’을 집중 단속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복운전은 차량을 흉기로 활용한 불법성 강한 폭력행위인데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한 달간 보복운전 집중 신고 및 단속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8일 보복운전 행위에 대해 도로교통법이 아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해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보복운전 근절을 위해 일선 경찰서 강력팀에 전담팀을 설치할 계획이다. 스마트 국민 제보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 국민신문고 등에 보복운전을 신고하면 전담팀이 즉각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현장에서 112 신고를 하면 경찰이 출동해 영상물을 받아 수사할 계획이다. 강 청장은 “이번 집중단속으로 보복운전이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임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교통질서가 한 단계 더 선진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메르스 감염 확산이 소강상태에 들어섰다고 판단해 10일부터 음주운전 단속도 정상화하기로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중국에서 연수 중인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을 태운 버스는 1일 오후 3시 반경(현지 시간)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과 단둥(丹東) 경계 지점 조선족마을 부근 다리에서 이동하던 중 추락했다. 버스는 강바닥에 거꾸로 뒤집힌 채 찌그러진 상태였다.○ 1시간 동안 오지 않은 구조대 당시 사고 버스에는 한국 공무원 교육생 24명과 행정자치부 산하 지방행정연수원 소속 인솔자 1명, 한국인 가이드 1명, 중국인(가이드, 운전사) 2명 등 모두 28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로 공무원 등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구조차량이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아 부상자 치료와 이송이 늦어졌다. 사고 직후엔 구조장비가 없어 나무막대기, 쇠막대로 부상자를 끄집어냈다. 뒤늦게 중장비가 와 버스를 들어올렸지만 부상자 대부분이 사고 충격으로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 구조대원 대신 현지 군인과 주민들이 먼저 출동해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출동한 중국 군인들이 사망자를 사고 버스 옆에 천으로 덮어 놓은 장면이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사고 버스에 앞서 출발한 버스에 탔던 공무원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돌아왔다. 울산시 소속 공무원 김모 씨는 “사고가 났다고 해서 구조하기 위해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며 “내려가서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경황이 없었다. 지금도 손이 떨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현재 공안의 통제를 받아 부상자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멀쩡한 다리 위 추락 왜? 정확한 사고 원인이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맞은편에서 오던 버스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사고 차량 바로 뒤 버스에 타고 있던 김현 광주시 사무관(53)은 “바로 앞에 가던 5호차 버스가 직진하다 커브를 돌고 다리에 진입하고 나서 강바닥으로 추락했다. 버스가 뒤집혀 추락했는데 버스 밑 부분의 하중이 승객들에게 전해지면서 사고를 키운 듯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고가 난 다리는 버스 두 대가 나란히 지나가는 게 가능할 정도의 폭이라 정비 불량이나 운전 미숙 등 다른 이유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내 관광버스의 고질적인 과속이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목격자들은 다리 위 도로 포장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선양 총영사관 측에 따르면 사고가 난 왕복 2차로 도로는 2급 지방도로로 겨울에는 차량 통행이 제한될 정도로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굽은 도로가 끝나자마자 교량이 건설돼 있어 평소에도 사고 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 A 사무관이 탄 버스도 사고 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돌아갔다. A 사무관은 “다리 아래를 보니 구조장비가 아닌 중장비(불도저)가 찌그러진 차량을 옮기고 있어 일부 직원들도 내려가 구조작업을 도우려 했다. 하지만 중국 공안이 통제해 곧 현장에서 빠져 부상자와 대화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부상자 치료도 차질 우려 사고 버스를 뒤따르던 버스에 탔던 경남도 B 사무관은 “버스 출발 간격이 길어 사고 지점에 도착했을 땐 구조대까지 투입된 상황이었다”며 “현재 중국 공안의 통제를 받고 숙소로 돌아와 부상자,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부상자들은 사망자와 함께 지안시의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지점은 백두산 관광 후 지안 시∼퉁화∼단둥으로 내려가는 300km에 이르는 코스로 버스로 4시간 반 이동하는 일정이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호경 / 광주=이형주 기자}

취업을 앞둔 청년은 누구나 좋은 일자리를 꿈꾼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정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은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임시직의 불안한 일자리로 몰리고 있다. 일부는 ‘열정 페이’라는 이름으로 절박한 청년의 심정을 악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아일보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아르바이트 전문 취업포털 알바몬은 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2015 착한 알바 선포식’을 개최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집중되는 알바 분야의 근로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모범적인 사업장을 발굴하고, 이러한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이날 업체 5곳이 착한 알바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사업장은 기업 2곳(롯데시네마, 이디야커피)과 자영업체 3곳(제주회&감포막회, 이디야커피 시흥시화점, 돈돈현수막)이다. 이 사업장들은 앞서 진행한 ‘착한 알바 수기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곳이다. 본보와 청년위원회, 알바몬은 앞서 접수된 300여 개의 사연 중 13개를 선정한 뒤 응모자가 추천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답사와 검증작업을 거쳤다. 이 업체들은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 △주휴일 보장 △초과근무 등 법정수당 지급 등을 준수해 청년 친화적인 사업장이 되겠다고 서약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여야 대표도 참석해 착한 알바 캠페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금의 알바 시장은 저임금과 부당한 대우로 청년들의 절망과 좌절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희망과 꿈의 인큐베이터’로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청년들의 노동을 헐값으로 사려 해서는 안 된다”며 “알바 하나를 해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주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새정치연합 박광온 김영록 의원도 착한 알바 캠페인에 공감하며 동참을 약속했다.박창규 kyu@donga.com·박훈상 기자}
“청년 아르바이트생(알바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등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알바생들이 차별과 부당대우를 받지 않도록 인권보호에도 앞장설 것을 이 자리에 모인 청년과 내빈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1일 열린 ‘2015 착한 알바 선포식’에서 착한 알바 캠페인에 동참하는 이디야커피와 롯데시네마는 ‘청년 친화적인 착한 알바 사업장’ 만들기를 약속했다. 이디야커피는 청년 알바생의 자기 계발을 위해 ‘이디야 메이트 희망기금’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디야커피는 2013년부터 매년 400명의 이디야 메이트(직원)에게 50만 원씩 2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자기 계발을 할 기회를 주기 위해 희망기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알바생의 의견을 경청하는 사업장을 만들어 상생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시네마도 도전하는 청년들의 열정과 꿈을 응원한다. 유승철 롯데시네마 상무는 “착한 알바 선포식을 축하하며 롯데시네마는 청년 알바생 배려에 더욱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며 “청년 알바생들을 위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 공헌도 충실히 수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참여 기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과 함께 착한 알바 기업을 발굴해 착한 알바 문화를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계절, 시기별로 알바생을 많이 고용하는 스키장, 놀이공원 등에서 ‘알바주간’, ‘알바축제’ 같은 다채로운 행사도 계획 중이다. 황호택 동아일보 상무는 “고용 없는 성장과 낮은 취업률 속에서 알바는 청년들의 상시적인 직업이 됐다”며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을 위해 착한 알바로 처우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아서 코넌 도일 재단이 공식 인정한 유일한 홈즈 작가. 영국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60)에게 붙은 수식어다. 2011년 1월 아서 코넌 도일(1859∼1930)의 직계 후손이 직접 운영하는 이 재단은 “명탐정 셜록 홈즈를 부활시키겠다”며 깜짝 발표를 했다. 재단에서 공식 인정한 호로비츠가 새로운 홈즈 소설을 출간한다는 내용이었다. 재단은 저작권 관리와 함께 코넌 도일 사후 홈즈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에 앞서 호로비츠는 2000년대 초 재단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고 곧장 수락했다. 그 역시 17세 때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셜록 홈즈 작품집을 읽고서 ‘범죄 작가(Crime Writer)’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1년 9월 8년간의 방대한 자료 조사와 집필 기간을 거쳐 쓴 ‘셜록 홈즈-실크 하우스의 비밀’이 출간됐다. 영국 현지에선 ‘완벽하게 셜록 홈즈를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만 부가 팔리며 인기를 모았다. 호로비츠가 쓴 두 번째 셜록 홈즈 소설 ‘셜록 홈즈-모리어티의 죽음’이 최근 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모리어티의 죽음’은 홈즈와 숙적 모리어티 교수의 맞대결을 그린 유명한 단편 ‘마지막 사건’의 이후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내 셜록 홈즈 마니아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한국 독자들은 재단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이전트가 혹시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냐고 하기에 즉시 하겠다고 대답했다. 코넌 도일 직계 후손들은 무척 관대했다. 특별히 요구하는 바도 거의 없었고, 탈고할 때까지 직접 만난 일도 없었다.” ―‘실크 하우스…’에 대한 칭찬은 코넌 도일‘처럼’ ‘답게’ 썼단 거다. 당신도 ‘알렉스 라이더’ 시리즈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홈즈 시리즈의 그늘로 들어가는 것이 아쉽지 않았나. “원전이 ‘그늘’이라고 생각한 적은 전혀 없다. 그 작품들은 코넌 도일이 환상적으로 정제한 놀라운 세계관과 문학사상 손꼽히게 위대한 캐릭터를 제공해준 영감의 원천이었다. 솔직히 ‘실크 하우스…’를 잘 쓸 자신이 있었다. 마음에 의심이나 거리낌이 한 점이라도 있었다면 작품을 끝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아주 간단한 규칙을 세웠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I would change nothing)’. 코넌 도일이 하지 않았을 법한 일은 나도 할 생각이 없다. 나는 셜록 홈즈는 내게 속한 존재가 아니라, 그와 그가 등장하는 책을 사랑하는 수백만 명의 전 세계 팬들에게 속한 존재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홈즈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셜록 홈즈 마니아가 오래 기다린 모리어티가 등장한다. “원작에서 모리어티가 실제로 등장하는 건 ‘마지막 사건’ 단 한 편이고, 몇몇 작품에서는 이름이 언급될 뿐이다. 그러나 그는 범죄 문학에서 크나큰 위치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불구대천의 숙적으로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서로에게 크나큰 경의를 품고 있지만 말이다. 코넌 도일은 한때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쓰는 데 지쳐 버렸고, 그래서 홈즈를 ‘죽이기’ 위해 모리어티를 창조해 냈다. 모리어티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당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나. “까다롭게 굴려는 건 아니지만 사실 난 매일을 색다르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지금 난 에게 해 끄트머리에 있는 크레타 섬에서 이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때로는 영국 서퍽 주에 있는 오퍼드란 작은 마을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쓴다. 확실히 물가에서 작업이 잘된다. 하루에 열 시간 정도, 다른 건 전부 잊어버릴 정도로 글에 집중한다. 보통은 펜으로 직접 쓴 뒤에 컴퓨터로 옮긴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너무 좋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국 문학은 왜 ‘문학동네만의 동네’가 됐나.” 1년 전 새내기 문학 담당 기자가 되고서 가진 한 모임에서 한 출판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1993년 문을 연 문학동네가 경쟁 출판사인 창비, 문학과지성사를 제치고 문학 분야 1위 출판사로 자리 잡게 된 과정에 불만이 많았다. 과도한 선인세 지급으로 유명 작가들을 자사로 결집시키고, 그에 비해 새로운 작가 발굴엔 소홀하고, 상품성만 있다면 ‘주례사 비평(칭찬 일색 비평)’으로 문학성까지 심어준다는 주장이었다. 수긍할 만한 대목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문학동네의 장점에 주목하고 싶었다. 선인세로 작가의 삶이 윤택해져 문학에만 집중하게 한다면, 과한 마케팅이 새로운 문학 독자를 발굴해 전체 파이를 키운다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최근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을 보면서 잊고 지냈던 그 말이 떠올랐다. 16일 신 씨의 표절 논란이 일어나고서 문학동네는 창비, 문학과지성사와 함께 ‘문학권력’으로 비판받았다. 신 씨 표절에 대한 입장 표명이나 사과 한 줄 없던 문학동네는 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문학권력을 비판해온 평론가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씨 등 5명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호명’하며 자사가 마련한 비공개 좌담에 나올 것을 ‘청했다’. 그 내용은 자사의 문예지에 싣겠다는 것이다. 이후 문학동네 팬들이 주로 모이는 문학동네 인터넷카페에서조차 말만 청한 것이지 고압적이라는 비판 의견들이 나왔다. 호명받은 평론가들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 태도에 대해 항의했다. 권성우 오길영 이명원 평론가는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동네는 28일 또 한 번 “초청받은 분들 중 일부는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충분한 토론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언한 후 그것을 근거로 상대에게 무언가를 징벌하듯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차 참석을 요구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비판을 의식한 듯 자세를 낮췄지만 좌담회 참석 요구는 굽히지 않았다. 개인 자격으로 문학동네를 포함한 문학권력을 비판했던 평론가들에게 문학동네 편집위원 일동이란 집단으로 개인들을 한 명 한 명 콕 찍듯 호명하는 것이 공정할까. 그것도 공개 토론회가 아닌 비공개 좌담이다. 대부분 문학동네의 태도를 고압적이라고 비판하는데도 재차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행여 한국 문학을 ‘나만의 동네’로 여기는 오만함은 아니길 바란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원불교는 치킨 먹어도 됨.’(원치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원불교의 사이버 교화에 힘쓰는 페이지(facebook.com/WonIntro) 이름이다. 이름도 도발적인데, 페이스북 커버 사진은 원불교 상징인 둥그런 일원상과 닭다리가 결합된 이미지(사진)다. 이 페이지는 일명 ‘원치됨’으로 불리며 하루 방문자 3만5000명이 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치됨의 인기 비결은 인터넷식 유머다. 게시글 ‘원불교? 눈물 좀 닦고’에선 오열하는 사진을 올린 뒤 원불교 신자가 13만 명으로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신(神)으로 믿는 신자 10만 명과 비슷하다고 적었다. ‘원불교 누구한테 기도함?’에선 예수님과 부처님은 자신에게 온 기도 건수가 수억 개에 달한다고 힘들어하는 반면 원불교 대종사는 ‘우리 애들은 저한테 기도 안 한다’며 느긋해하는 내용도 있다. 유머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원불교 소개다. 신자 수가 적어도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은 활발히 한다거나, 기도는 대종사가 아닌 천지, 동포, 부모를 위해 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원치됨의 운영자는 KAIST 대학원 박사과정 조창순 씨(27). 그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원불교를 믿는다고 하면 주위에서 ‘불교 짝퉁 아니냐’ ‘거긴 고기 먹느냐’ 등의 질문에 시달렸다”며 “인터넷을 통해 원불교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2013년 4월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에게 원불교 언어인 ‘인과보응의 이치와 불생불멸의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 일원상을…’ 같은 방법으로 설명하는 일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원불교의 역사, 사상, 복장 등에 관한 상식을 젊은 세대가 즐겨 쓰는 인터넷 코드에 녹이자 효과가 컸다. 종교가 없거나 타 종교 신자들이 원불교가 궁금해서 찾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페이지 이름에 치킨을 넣은 것도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불법(佛法)을 누구나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게 원불교”라며 “치킨만큼 일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없어서 고기 대신 썼다”고 했다. 이 페이지가 인기를 모으자 주변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열어보라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그는 “100년밖에 안된 종교답게 원불교는 현대적이고 합리적이고, 사회적 물의를 한 번도 일으킨 적이 없을 만큼 깨끗하다”며 “일원상이 예수님, 부처님 같은 개인이 아닌 그분들이 깨친 공통의 진리를 상징하듯, ‘원치됨’은 여러 종교인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원불교는 치킨 먹어도 됨.’ (원치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원불교의 사이버 교화에 힘쓰는 페이지 이름이다. 이름도 도발적인데, 페이스북 커버 사진은 원불교 상징인 둥그런 일원상과 닭다리가 결합된 이미지다. 이 페이지는 일명 ‘원치됨’으로 불리며 하루 방문자 3만5000명이 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치됨의 인기 비결은 인터넷식 유머다. 게시글 ‘원불교? 눈물 좀 닦고’에선 오열하는 사진을 올린 뒤 원불교 신자가 13만 명으로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신(神)으로 믿는 신자 10만 명과 비슷하다고 적었다. ‘원불교 누구한테 기도함?’에선 예수님과 부처님은 자신에게 온 기도 건수가 수억 개에 달한다고 힘들어하는 반면 원불교 대종사는 ‘우리 애들은 저한테 기도 안 한다’며 하소연한는 내용도 있다. 유머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원불교 소개다. 다른 종교와 비교할 때 신자 수는 적지만 구호단체에서 활동하는 신자 비율은 높다거나, 기도는 대종사가 아닌 천지, 동포, 부모를 위해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원치됨의 운영자는 카이스트(KAIST) 대학원 박사과정 조창순 씨(27). 그는 동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원불교를 믿는다고 하면 주위에서 ‘불교 짝퉁 아니냐’ ‘거긴 고기 먹느냐’ 등의 질문에 시달렸다”며 “인터넷을 통해 원불교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2013년 4월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에게 원불교 언어인 ‘인과보응의 이치와 불생불멸의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 일원상을…’ 같은 방법으로 설명하는 일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원불교의 역사, 사상, 복장 등에 관한 상식을 젊은 세대가 즐겨 쓰는 인터넷 코드에 녹이자 효과가 컸다. 종교가 없거나 타종교 신자들이 원불교가 궁금해서 찾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페이지 이름에 치킨을 넣은 것도 친숙하게 다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불법(佛法)을 누구나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게 원불교”라며 “치킨만큼 일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없어서 고기 대신 썼다”고 했다. 이 페이지가 인기를 모으자 주변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열어보라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그는 “100년 밖에 안 된 종교답게 원불교는 현대적이고 합리적이고, 사회적 물의를 한 번도 일으킨 적이 없을 만큼 깨끗하다”며 “일원상이 예수님, 부처님 같은 개인이 아닌 그분들이 깨친 공통의 진리를 상징하듯, ‘원치됨’은 여러 종교인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기억은 예고 없이 떠올랐고, 그것을 다스릴 수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당황스러운 것이 되었다.” 주인공 ‘나’(지율)는 열한 살 때 과잉기억증후군을 자각한다. 학교에서 돌아와 쇠고기야채죽을 먹는데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생후 9개월 당시 아기용 식탁에 앉아 먹은 으깨진 밥알과 호박, 당근 조각이며 자신을 돌보던 엄마의 옷차림까지 생생히 기억했다. 그의 기억은 어머니가 기록한 육아일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기억을 조절하는 법은 쉽지 않았다. ‘나는 내 마음이 끝없이 아래로 스크롤할 수 있는 새하얀 웹문서라고 상상했고, 기억들은 거기에 첨부되는 동영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 갑자기 재생 버튼을 누른 듯 눈앞에 떠오른 기억은 그를 몽롱한 상태로 만들었다. 나는 타고난 기억력으로 의대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관둔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정반대의 여자 ‘은유’를 만난다. 은유는 반대로 자신의 삶마저 사회면 자투리 기사처럼 기억하지 못했다. 둘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나는 안에서 폭발하는 기억 때문에 은유에게 집중하지 못했고, 은유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수치스러운 기억을 말하지 못했다. 소설 끝자락에서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모든 불필요한 과거를 망각이라는 순리에 맡기고, 본래 그것들이 가야 했던 곳에 돌려놓고 싶었다”며 망각을 위한 약물 치료를 택한다. 저자는 그 장면에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 자기 세계에 갇혀 있던 ‘나’가 망각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둘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까. 결말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설에서 나는 먼 훗날 은유가 읽어줬던 소설의 기억을 되살리며 필사한다. 그 소설은 사고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기억의 천재 푸네스’다. 저자는 보르헤스 소설 인용구와 과잉기억증후군을 묘사하기 위해 참고한 정보 출처를 확실히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최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소설 분야 1위는 지난달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 출신의 칼럼니스트이자 유명한 블로거다. 그는 이 작품을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댓글로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출판사가 이 블로그를 보고 책 출간을 제안했다. 이 책은 현지에서 70만 부 이상 팔렸고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됐다. 다산책방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소설이 문예지나 인터넷 등에 연재되지만저자가 독자의 반응을 작품에 반영하고 독자와 소통하는 일은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개미’ ‘뇌’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경우 출판사에 투고해 데뷔했다. 》○ “등단 제도 문학 생태계 다양성 저해” 등단은 한국만의 독특한 작가 데뷔 제도다. 작가 지망생들은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 외에 문예지에 원고를 투고하고 평론가들의 심사를 거쳐 등단하게 된다. 주요 문학출판사가 문예지를 갖고 있어 자연스럽게 등단과 평론, 출판 과정에서 ‘문학권력’과 작가들의 폐쇄적 관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가 전문가 10인에게 한국 문학의 새로운 ‘백년대계’에 관해 문의한 결과 등단 제도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여럿 나왔다. 강무성 열린책들 주간은 “등단 제도에서 합격증을 받기 위해선 내면의 이끌림보다 심사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작품이 다양해지려면 미등단 작가 작품도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해종 박하 대표도 “등단 제도는 문학 생태계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며 “강한 개성,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작가 발굴을 위해서라도 등단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이런 등단 제도를 통과한 문예창작과 출신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는 데 비해 해외에선 출판사 투고 중심으로 다양한 직업과 세대의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로 구축된 문학권력의 폐해와 개선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민음사 대표 편집인을 지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해외는 문학작품의 생산 조직과 비평 조직이 결합된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만 그렇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비평 집단과 출판 자본이 분리돼 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가 내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시카고대가 출간하는 ‘크리티컬 인콰이어리’ 등은 출판사와 상관없는 독립된 비평 공간이다.○ 새로운 스토리텔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독자와 소통하는 작품이 나오기 위해선 문장에 대한 집착이 아닌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출판사 대표는 “이야기가 있는 소설은 ‘원 소스 멀티 유스’가 가능하다.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가 되면서 문학의 지평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국내 단편문학이 감성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측면이 컸지만 일반 독자들은 ‘이야기성’이 강한 장편에 관심을 갖는 만큼 장편 서사를 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 베스트셀러 열풍을 일으킨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기자와 PD로 일했다. 그는 “언론에서 일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창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표절 사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숙 씨를 둘러싼 표절 사태가 오히려 “한국 문학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영준 경희대 교수는 “문학이 한국을 만들어 왔고, 한국의 정치적 상상력은 문학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한국 문학의 사회적 위치가 높기 때문에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작가회의는 표절을 막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 협의와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고,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도 문학 표절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신 씨의 책을 출간해온 문학동네는 25일 문학권력을 비판했던 평론가들과 자사 편집위원이 함께하는 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문학동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문학동네가 경청해야 할 말씀을 들려주신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이상 다섯 분께 저희가 마련한 좌담의 장에 참석해 주실 것을 청한다”고 밝혔다.김지영 kimjy@donga.com·박훈상·김윤종 기자}

“(소설가) 신경숙 씨와 출판사의 어이없는 해명을 보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었어요. 당분간 한국 소설은 덮어두고 외국 소설만 골라 읽을 거예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소설 코너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 씨(26·여)의 목소리엔 실망감이 가득했다. 한국 소설을 매달 꾸준히 사서 읽었다는 그는 “신경숙 씨 책은 중고서점에 곧 내놓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해외 소설 코너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 씨(33·여)는 “한국 소설이 표현, 소재, 줄거리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지만 우리 작가니까 애정을 갖고 읽었다”며 “신 씨 표절 논란을 보면서 그마저도 베낀 것 같은 생각에 해외 소설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설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24일 동아일보가 온라인서점 예스24와 함께 2005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국내 문학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2010년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던 것이 2011년 이후 기세가 꺾였다. 2011년에는 13%, 2013년 16.6%, 2014년에는 무려 17%나 전년 대비 판매가 감소했다. 2012년 한 해만 전년 대비 6.1%의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는 문인이 아닌 혜민 스님의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안철수의 생각’이 그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상반기 대비 33%나 판매량이 감소했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국내 문학은 12권이 포함됐지만 그림책 또는 에세이였을 뿐 창작 소설이나 시집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예스24 관계자는 “이야기나 형식 면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세대의 요구에 한국 문학이 아직 대답을 못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이 독자들에게 외면받은 이유는 뭘까. 출판 현장에선 무엇보다 독자 중심이 아닌 문단 중심의 출판 방식을 꼽는다. 출판사의 문학 편집자 5명은 전화 인터뷰에서 문학 문예지 게재를 위한 단편 위주 집필과 요즘 독자가 원하는 스토리텔링 발굴이 아닌 문체 미학에의 집착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실제 독자들은 단편소설집보다는 장편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 문단의 경우 등단 뒤 단편을 발표해 문예지에 게재하고 평단의 인정을 받은 뒤에야 장편 집필에 들어가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 편집자 A 씨는 “단편은 삶의 찰나에 깊이 파고들어가는 문학성은 깊지만 정작 사람 사는 이야기를 충분히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며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독자들에겐 읽기 어렵거나 재미없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문체 미학에 집착해 ‘골방 문학’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편집자 B 씨는 “문장에만 집착하느라 책상머리에 앉아 필사를 하고 있으니 현장 취재를 통한 새로운 소재나 스토리텔링 발굴이 되지 않고 있다”며 “어설픈 디테일을 보면서 편집자로서 답답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문과 감성에 주력하는 단편과 달리 장편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종목’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국내 작가들은 서사 구조가 취약한, ‘단편 같은 장편’을 쓰는 경우가 많다. 편집자 C 씨도 “국내 작가들은 자신의 소설이 스마트폰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스토리텔링 없이는 이젠 소설이 읽히기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기존 글쓰기의 답습이 아닌, 독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향 전환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순문학의 죽음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이야기의 힘을 계속 무시했다간 앞으로 문단은 권력이라는 말을 갖다 쓰기도 민망한 종이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