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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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6-01-11~2026-02-10
대통령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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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홍대 앞에서 살아남는 비법? 진짜 ‘나다운 장사’에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주변 골목을 누비다 보면 눈길을 끄는 가게가 참 많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가격은 얼마인지, 맛과 서비스는 어떤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개성을 뽐내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누군지, 그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어 늘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가 출간됐다. 책은 홍대 ‘힙스터’(Hipster·트렌드를 앞서가는 사람)를 사로잡은 사장 9명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주점, 이탈리아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수제버거, 빵집, 치킨집 등 종류도 다양하다.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라면 창업 컨설턴트가 들려줄 수 없는 사장의 좌충우돌 경험담에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마포구 상수동에서 막걸리바 ‘무명집’을 운영하는 사장 양진석 씨(41).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30년간 식육식당을 운영하며 고기를 손질하느라 손에 상처가 아물 날 없었던 성실한 부모 아래서 컸다. 미대에 진학했다 중퇴하고 직장인, 대필 작가 등으로 일하다 2010년 가게를 열었다. ―장사하면서 책까지 썼다. “홍대 앞 작은 가게 사장들 중에는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다가 밥벌이가 힘들어 가게 문을 연 사람이 많다. 문득 장사도 그들이 만드는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도 예술 못지않은 숭고한 가치가 있을까’란 질문을 갖고 홍대 앞 사장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홍대 앞에서 살아남은 사장들에게 공통점이 있나. “일본어로 ‘곤조(根性·근성)’라는 게 있지 않나. 그게 있었다. 그들은 ‘내 방식대로 간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진 않다’란 고집이 확고했다. 자신의 취향을 가게 브랜드로 만들고, 알바생을 안 쓰고 정직원과 일하는 등 ‘나다운 장사’를 했다. 정작 조리법엔 특별한 비법이 없었다. 사장이 직접 매일 좋은 재료를 챙기는 기본만 지켰다. 근데 기본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 ―무명집만의 ‘곤조’가 있나. “‘오늘 하루 좋은 친구 한 명만 사귀자’란 글귀를 카운터 옆에 써뒀다. 별의별 진상 손님이 많아서 힘들다가도 친절한 손님 한 명 모시고 나면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르르 녹는다. 장사해서 좋은 점은 좋은 분이 찾아와 주고 친해질 때다.” ―홍대 앞에서 진짜 맛집을 고르는 비법을 알려 달라. “사장들끼리 밥 먹어도 일단 검색은 한다. 근데 블로그는 정말 믿을 게 못 된다. 가까운 사람에게 묻는 게 가장 정확하다.” ―대필 작가로 일했는데, 장사가 글쓰기에 도움을 주나. “손님을 택할 수 없으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친화력과 관찰력이 생겼다. 그 덕분인지 사장들을 인터뷰하며 속내를 많이 끌어낼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책을 계속 쓰고 싶다.” ―예비 창업자에게 팁을 준다면…. “무모하지도 말고, 겁먹지도 말라.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이렇게만 말하고 싶다. 궁금한 게 있으면 e메일(shoutsider@naver.com)과 트위터(@Huge_tong)로 문의하면 친절히 설명하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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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광대, ‘濟生醫世 정신’ 실천하며 인문·의료·국제화 경쟁력 쑥쑥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지역 최고의 사학인 원광대는 원불교 개교정신에 바탕을 두고 과학과 도학을 겸비한 전인교육으로 새 문명사회 건설의 주역 양성을 건학의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다. 원광대의 시초는 1946년 설립한 유일학림(唯一學林)이다. 1951년 초급대학으로 설립 인가돼 1953년 4년제 정규대, 1971년 12월에 종합대로 승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4년 12월 제12대 총장으로 우산 김도종 박사가 취임한 이후 ‘원광의 기(氣)’를 살리자는 새 바람 속에 ‘창조형 대학’ ‘학생 중심 대학’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광대는 160만 m²의 광활한 캠퍼스를 터전으로 16개 단과대에 59개 학과, 12개 학부를 두고 있다. 또 일반대학원, 교육대학원, 경영대학원, 행정대학원, 동양학대학원, 보건·보완의학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식품산업기술대학원이 설치돼 있다. 의료 분야는 제생의세(濟生醫世)라는 원불교 정신에 입각해 운영되는 원광대의 자랑이다. 동서의학을 모두 포용하고 있어 뛰어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국제화를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인문융합 생명존중대학을 목표로 인문학적 소양 강화와 의·생명, 중국 문제, 그린에너지 등 4대 특성화를 내세워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으며 현재 24개국 102개 대학 및 기관과 자매 결연을 맺었다. 2009년에는 호남지역 사립대 중 유일하게 법학전문대학원을 설립했고, 교육개혁 평가 7년 연속 우수대학과 대학특성화 최우수대학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3년 개교한 원광디지털대(총장 남궁문)는 명문 사이버대로 도약하고 있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한 ‘원격대학 종합평가’에서 종합 우수 대학으로 선정됐으며, ‘2013 사이버대학교 역량평가‘에서 전체영역 최고등급을 받는 등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차별화된 학습시스템, 우수한 교수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첨단 교육은 원광디지털대만의 강점이다. 특히 일반 컴퓨터, 휴대전화, 태블릿 PC 등에서 모두 지원되는 ‘스마트에듀’와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전국 최고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7개의 지역 캠퍼스를 통해 실습, 특강, 동아리 모임 등 오프라인 교육이 연계돼 실시되고 있다. 학과는 △웰빙건강학부(한방건강학과 한방미용예술학과 요가명상학과) △한국문화학부(전통공연예술학과 한국복식과학학과 차문화경영학과 한국어문화학과 동양학과 원불교학과) △실용복지학부(사회복지학과 중독재활복지학과 언어치료학과 경찰학과 부동산학과 얼굴경영학과) 등 총 3개 학부 15개 학과로 구성돼 있다. 원광디지털대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마음공부지도사 민간자격을 최종 등록했고 올해 총 39명의 마음공부지도사를 배출했다. 이는 마음공부로 공인된 첫 자격증이다. 6월 1일부터 신입생, 편입생 모집을 시작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wdu.ac.kr) 또는 문의전화(1588-285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광보건대학교(총장 김인종)는 1976년 원광학원에서 설립한 사립대학으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인재양성’이라는 건학이념 아래 과학과 도학을 겸비한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개교 이래 39년여간 4만8000여 명의 산업인력을 배출하며 호남의 명문사학으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현재 총 6학부(보건의료학부 보건복지학부 호텔관광외식학부 한류예술학부 간호학부 군사학부)에 21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호남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교육부 주요사업 7개 전 분야(WCC·LINC·전문대학기관평가인증·특성화전문대학지원사업·세계로프로젝트·교육기부기관인증)를 석권해 그 역량을 공인받은 바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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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도시락 토크]인기웹툰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

    “‘천재 신인의 등장’, ‘화려한 데뷔’ 같은 두 가지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대형 포털사이트 데뷔만 고집하지 말고 지금 만화를 연재하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으세요. 만화가가 되어야 만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만화를 일단 그려야 만화가가 되는 것입니다.” 인기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33)가 14일 한국 만화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마련한 ‘청년드림 도시락 토크’ 행사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만화가를 꿈꾸는 만화 전공 대학생들이 참가했다. 창밖에 내리는, 새싹의 성장을 돕는 봄비처럼 선배 작가의 친절한 조언이 예비 만화가들의 꿈을 무럭무럭 키워 주는 듯했다.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2009년 웹툰 ‘투자의 여왕’으로 데뷔했다. 그는 2011년부터 심리학을 소재로 한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하며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닥터 프로스트’는 최근 드라마로 제작되며 인기를 모았다. 대학생들은 웹툰 작가의 고충부터 물었다. 이 작가는 “중학생 대상 강연이면 상상력과 창의력만 이야기하겠지만 만화 전공생이니 웹툰계의 실상을 들려주겠다”며 입을 열었다. 작가가 꼽은 고충은 ‘마감의 고통’이다. 그는 “웹툰 시작을 10번 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마감을 지켜 이야기를 끝낼 때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며 “경험은 끝에 쌓인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 데뷔작 스토리를 방대하게 구상해 100회가 지나도록 못 끝내는 것보다 6∼10개월 안에 완결 지을 분량으로 짜야 한단다. 빠른 성공도 권하지 않았다. 그는 “운이 좋아서 데뷔작이 크게 성공했다면 정작 작가는 자신이 무얼 잘해서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고해상도로 파악하는 노력을 할 때 길게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글과 그림 모두 소질이 없었는데 고해상도로 들여다보니 낯을 안 가리고 남과 쉽게 친해지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만나며 자문과 취재에 기반한 만화를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마감에 쫓기면 대체 언제 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작가는 “한창 연재할 땐 일주일 내내 하루 20시간씩 일한다. 마감 중에 앉은 채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체력을 강조했다. 이 작가는 “그림 실력은 무조건 는다는 믿음을 갖고 체력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쉴 때도 꼭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자유롭고 화려해 보이는 웹툰 작가들의 고충도 들려줬다. 마감 압박으로 체력적 심리적으로 한계에 달했을 때 웹툰에 달린 악플까지 본다면 심각할 경우 공황발작 증세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단다. 이 작가는 근본적인 스트레스 해결책으로 ‘자문자답’을 강조했다. 그는 “원고를 마감하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며 “그땐 집요하게 만화를 그리는 이유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고 했다. 단지 만화가 재밌어서 한다는 생각만으론 마감 스트레스, 적은 원고료, 독자의 악성댓글 앞에서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이 작가는 오랜 자문자답 끝에 “웹툰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란 답을 찾았다. 이후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좋아서 웹툰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이야기에는 사람과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특히 웹툰은 혼자서 돈도 안 들이고 그림과 글만으로 대중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김도희(21) 이민진(21) 이주희 씨(23),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이용경(22) 조은별(22) 김태희 씨(19)가 참석했고 남성으로는 유일하게 세종대 김현준 씨(19)가 함께했다. 김도희 씨는 “만화가가 되려고 하는 이유를 분명히 잡아야 회의감을 느끼지 않고 더욱더 열심히 할 수 있단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내가 만화가란 직업을 얼마나 동경하고 사랑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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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달픈 현실 달래는 작은 행복… 술도녀들이여, 건배~”

    《 ‘낮저밤이.’ 낮엔 저임금에 시달리고, 밤엔 ‘이게 사는 건가’ 싶은 도시 처녀들의 삶. 하루 종일 시달린 늦은 밤이면 집에 가서 당장 ‘뻗고 싶다’는 간절함뿐이다. 그런데 방바닥에 핸드백을 던지고 브래지어 끈을 탁 풀고 나면 술 생각이 난다….(최고운 작가의 트윗 재구성) 오랜 친구와 마시는 달달한 소주처럼 입맛 당기는 술 에세이와 웹툰에 20, 30대 여성이 취했다. 트위터(@toxicalice)에서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최고운 작가(36)는 최근 ‘인생에서 술이 필요한 순간’이란 부제를 단 에세이 ‘아무 날도 아닌 날’(라의눈)을 펴냈다. 북유럽의 ‘오뎅바 마담’을 꿈꾸는 그는 30대 도시녀의 대담하고 솔직한 삶을 술과 안주에 곁들여 내놓았다.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술도녀)을 그리는 작가 미깡(필명·35)은 외모와 성격, 주량과 술버릇도 제각각인 서른여섯 동갑내기 술꾼 ‘꾸미’ ‘리우’ ‘정뚱’의 술과 일, 연애 이야기를 풀어냈다. 홀로 술 마시던 또래 여성 독자들은 ‘술도녀’를 보며 그들과 함께 술 마시는 듯 고독함을 달랜다. 지난 1년간 조회수가 5000만 건이 넘었다. 최근 서울 홍대입구 역 근처 전통 주점에서 미깡과 최 작가, 최 작가의 책을 기획한 최현숙 편집자(36)와 보쌈에 술을 곁들였다. 술도녀들은 각각 취향에 따라 전통주(미깡), 소주(최 작가), 맥주(최 편집자)를 골랐다. 세 시간 인터뷰를 끝내고 건장한 기자도 손을 내젓는데 한잔 더 하자는 그들의 눈동자는 초롱초롱했다. 결국 주량은 확인 불가였다. ―술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최현숙=우리 주변엔 늘 술 마시는 사람이 있었다. 미깡 작가가 웹툰을 그리면서 술이 콘텐츠의 양지로 나왔고 최 작가가 술에 다양한 인생 경험을 녹여 외연을 넓혔다. 여성도 자유롭게 술을 즐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미깡=회사 다닐 땐 하루 종일 나만의 시간이 없어 아무리 피곤해도 그냥 자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일중독에 성격도 완벽주의에 가까워서 술을 마셔야 스트레스가 풀렸다. 또래 여성들도 비슷해서인지 웹툰에 “공감한다” “외롭지 않다”는 댓글을 많이 달았다. ―술도녀도 결혼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데…. ▽최고운=이젠 결혼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과도기 상태다. 주변에 ‘비혼(非婚)자’도 굉장히 많다. 갔다가 빨리 돌아오는 돌싱도 많고, 황혼 이혼도 늘면서 부모 세대도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다. ▽미깡=술도녀를 그리고 있지만 결혼하고 출산까지 했다. 주변 친구들은 거의 미혼이다. 난 결혼의 ‘ㄱ’(기역) 자도 꺼내지 않는다. 주인공이 여럿이니까 결혼해서 유부녀 술꾼이 되거나 비혼으로 살거나 다양하게 다뤄볼 수 있다. ―술을 콘텐츠로 빚기가 쉽지만은 않겠다. ▽미깡=재밌는 이야기라면서 술자리 제보 메일이 꽤 들어오는데 받아서 쓴 적이 없다. 술 마시고 망가진 이야기는 당사자를 아는 사람만 재미있다는 한계가 있다. ‘너만 웃겨’란 소리 들으면 실패한 것이다. ▽최고운=술과 섹스 칼럼을 쓰다 보니 음담패설에 가까운 이야기를 고민 상담이라며 써달라는 사람도 있다. 술로 이겨보려는 남자도 많아서 당혹스럽다. 술잔이 연거푸 돌자 술도녀들은 술맛도 모른 채 척박하게 사는 아랫세대를 걱정했다. ▽최고운=깨지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긴 못 하겠다. 현재의 불행을 참지 말자. 현재의 작은 행복을 쌓아야 미래의 내 삶이 행복해진다. 그러려면 술을 마셔라, 맛있는 안주와 함께.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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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我慢 버려야”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예닐곱 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나는 내가 좋다/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시 ‘나는 내가 좋다’ 전문) 40대 남자가 제 입으로 “나는 내가 좋다”니, 흉이나 볼 생각에 진짜 볍씨 자국이 있는지 물었다. 문태준 시인(45)은 안경을 벗더니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그는 “잘 보면 볍씨 자국이 보일 거다”라고 했다. 진짜 그랬다. 그는 타작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다 검불이 눈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찬물로 입을 헹궈내더니 혀로 아들의 안구를 핥았다. 그는 “가장 부드러운 살로/혀로/핥아주시던”이라며 시 ‘혀’를 쓰기도 했다. 문 시인이 새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사진)을 최근 펴냈다. ‘먼 곳’ 이후 3년 만이다. 안구의 볍씨 자국을 핥아주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혀처럼 우리네 상처를 핥아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시집에 담겼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인을 만났다. 20년 차 불교방송 PD이기도 한 시인은 “불교의 가르침을 공기처럼 마시고 산다”고 했다. 그의 시도 선시(禪詩)를 닮았다. ‘누구에게라도 미리 묻지 않는다면’에선 눈앞의 새를 마음대로 그리기를 멈추고 새의 의중을 물어본다. “나는 새의 언어로 새에게 자세히 물어/새의 뜻대로 배경을 만들어가기로 했네/새에게 미리 묻지 않는다면/새는 완성된 그림을 바꿔달라고/스케치북 속에서 첫울음을 울기 시작하겠지”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에선 땅에 떨어진 과일을 줍기 위해선 “몸을 굽혀 균형을 맞추지 않는다면” 주울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상대보다 높은, 독보적인 지위에 오르려는 ‘아만(我慢)’을 없애야 한다. 다른 사람, 동물, 사람과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에 대한 불교적인 사유를 담았다”고 했다. 문 시인은 ‘작가의 말’에 “대상과 세계에 솔직한 말을 걸고 싶었다. 둘러대지 말고 짧게 선명하게”라고 썼다. 연작시 ‘드로잉’ 14편에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드로잉은 단선으로 움직임과 뚜렷한 특징을 선명하게 잡아냅니다. 우리 시의 가능성을 고민하다 관찰로 시를 쓰려고 했어요. 드로잉 화법처럼 시의 언어, 단선의 언어로 사물과 사건을 포착했어요. 동양의 절제, 여백을 시에 담은 것이죠.” 이번 시집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시를 찾을 수 없었다. 문 시인은 “슬픔이 감당이 안 돼 쓸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말할 수 없음’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과 동갑내기 아이를 둔 시인이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느껴졌다. 매일 오전 4시면 일어나 아파트 거실에 놓인 앉은뱅이책상 앞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시를 읽고 시를 짓는다. 동트는 창밖으로 반짝반짝 깨어나는 것들을 보며 시 ‘여행자의 노래’를 썼다. “나에게는 많은 재산이 있다네/하루의 첫음절인 아침, 고갯마루인 정오, 저녁의 어둑어둑함, 외로운 조각달” 그는 “세사(世事)를 어느 정도 끝내고 시 쓰는 시간만이 내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며 “시를 쓰지 않으면 목욕을 하지 않은 것처럼 찝찝하고 좋은 시를 쓰면 온천한 듯 개운하다”고 했다. 시집엔 시 61편이 수록됐다. 몇 번이나 온천물에 몸을 담갔을까. 그는 “매번 온천한 것 같았다”며 수줍게 웃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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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내가 좋다” 40대 남자 문태준의 시를 보니…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예닐곱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나는 내가 좋다/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시 ‘나는 내가 좋다’ 전문) 40대 남자가 제 입으로 “나는 내가 좋다”니, 흉이나 볼 생각에 진짜 볍씨 자국이 있는지 물었다. 문태준 시인(45)은 안경을 벗더니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그는 “잘 보면 볍씨 자국이 보일 거다”라고 했다. 진짜 그랬다. 그는 타작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다 검불이 눈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찬물로 입을 헹궈내더니 혀로 아들의 안구를 핥았다. 그는 “가장 부드러운 살로/혀로/핥아주시던”이라며 시 ‘혀’를 쓰기도 했다. 문 시인이 새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을 최근 펴냈다. ‘먼 곳’ 이후 3년 만이다. 안구의 볍씨 자국을 핥아주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혀처럼 우리네 상처를 핥아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시집에 담겼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일을 만났다. 20년 차 불교방송 PD이기도 한 시인은 “불교 가르침을 공기처럼 마시고 산다”고 했다. 그의 시도 선시(禪詩)를 닮았다. ‘누구에게라도 미리 묻지 않는다면’에선 눈앞의 새를 마음대로 그리기를 멈추고 새의 의중을 물어본다. “나는 새의 언어로 새에게 자세히 물어/새의 뜻대로 배경을 만들어가기로 했네/새에게 미리 묻지 않는다면/새는 완성된 그림을 바꿔달라고/스케치북 속에서 첫울음을 울기 시작하겠지”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에선 땅에 떨어진 과일을 줍기 위해선 ‘몸을 굽혀 균형을 맞추지 않는다면’ 주울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상대보다 높은, 독보적인 지위에 오르려는 ‘아만’(我慢)을 없애야 한다. 다른 사람, 동물, 사람과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에 대한 불교적인 사유를 담았다”고 했다. 문 시인은 ‘작가의 말’에 “대상과 세계에게 솔직한 말을 걸고 싶었다. 둘러대지 말고 짧게 선명하게”라고 썼다. 연작시 ‘드로잉’ 14편에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드로잉은 단선으로 움직임과 뚜렷한 특징을 선명하게 잡아냅니다. 우리 시의 가능성을 고민하다가 관찰로 시를 쓰려했어요. 드로잉 화법처럼 시의 언어, 단선의 언어로 사물과 사건을 포착했어요. 동양의 절제, 여백을 시에 담은 것이죠.” 이번 시집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시를 찾을 수 없었다. 문 시인은 “슬픔이 감당이 안돼 쓸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말할 수 없음’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과 동갑내기 아이를 둔 시인이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느껴졌다.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아파트 거실에 놓인 앉은뱅이책상 앞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시를 읽고 시를 짓는다. ‘동트는 창밖으로 반짝반짝 깨어나는’ 것들을 보며 시 ‘여행자의 노래’를 썼다. “나에게는 많은 재산이 있다네/하루의 첫음절인 아침, 고갯마루인 정오, 저녁의 어둑어둑함, 외로운 조각달/” 그는 “세사(世事)를 어느 정도 끝내고 시 쓰는 시간만이 내게 있다면 행복할 할 것 같다”며 “시를 쓰지 않으면 목욕을 하지 않은 것처럼 찝찝하고 좋은 시를 쓰면 온천한 듯 개운하다”고 했다. 시집엔 시 61편이 수록됐다. 몇 번이나 온천물에 몸을 담갔을까. 그는 “매번 온천한 것 같았다”며 수줍게 웃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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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지금은 사라져버린 브랜드, 그것으로 자녀들이 부모를 이해했으면…

    ‘‘아이차’가 그저 빙과의 기본적 속성을 그리고 있는 것에 비해 ‘쮸쮸’는 소비자들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이름입니다. 어린이 혹은 오래오래 어린이로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와 동기를 기묘하게 자극합니다.’(‘삼강하드 혹은 쮸쮸바’에서) 카피라이터인 윤준호 서울예대 교수(55)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60가지 브랜드에 담긴 시대의 초상을 재기발랄한 감성으로 풀어낸 ‘고물과 보물’을 펴냈다. 책에선 포니, 닭표 간장, 범표 운동화, 산토닌, 삼학 소주 등을 다룬다. 그는 10년 전 ‘20세기 브랜드에 관한 명상’이란 제목으로 48가지 브랜드 이야기를 쓴 바 있다. 이번엔 12가지 브랜드를 새롭게 추가하고 기존 원고를 대폭 수정했다. 윤 교수는 개정증보판을 출간한 이유로 “21세기 청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좌우, 지역, 정파 대립도 문제지만 내겐 세대 간 단절이 더 안타깝고 공포스러웠다”며 “윗세대와 불화를 겪는 청년들이 부모가 사용했던 브랜드 이야기를 읽고 조금이라도 이해할 구석을 찾길 바랐다”고 했다. 청년에게 읽히겠다는 목적으로 고물을 닦아 보물로 만들 듯이 지루한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고 문장도 간결하게 다듬었다. 60가지 브랜드 중 저자가 가장 애착을 갖는 브랜드는 바로 ‘삼천리호 자전거’다. 그는 책에서 “헬리콥터가 잠자리를 생각나게 하고, 자동차가 말이나 치타 같은 짐승을 연상하게 한다면 자전거는 소를 떠오르게 합니다”라고 썼다. 소처럼 가는 자전거라면 복장 터질 것 같은데…. “지금 오토바이나 트럭이 하는 일을 1970, 80년대엔 자전거가 했어요. 자전거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온몸으로, 짐승처럼 일을 했을 겁니다. 쌀가마니 날라 주고, 전보를 전하고, 짜장면을 배달하고…. 우리가 농경시대를 벗어나는 데 자전거는 엄청난 일을 했어요.” 윤 교수는 다시 보물로 만들고 싶은 브랜드로 ‘삼중당문고’를 골랐다. 그는 책에서 “‘삼중당문고’란 이름에 향수를 갖는 분들이라면, 지금 어디서든 그 시절에 읽은 책값의 몇십 배, 아니 몇백 배를 진작 뽑아내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분들일 겁니다”라고 풀이했다. 인터뷰 내내 조근조근 말하던 그가 대뜸 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에 구호가 필요하다면 ‘공부하자! 대한민국’으로 하고 싶어요. 경제가 어려워서, 책값이 비싸서 안 읽는다고 하지 말고 문고본 붐을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책은 절대 우릴 괴롭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윤 교수는 ‘윤제림’이란 이름으로 시도 쓴다. 1987년 등단해 ‘삼천리호 자전거’ 등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시도 브랜드, 사물을 소재로 쓴 것이 많다. 그는 “시는 받아쓰기”라며 “관념적인 이야기보다 이웃, 물건, 꽃이 내게 받아쓰라고 불러주는 것을 주로 옮긴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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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년 동안의 고독’ 마르케스 1주기 맞아 그래픽 평전 출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남미문학의 거장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타계 1주년(17일)을 맞아 그래픽 평전 ‘마르케스: 가보의 마법 같은 삶과 백년 동안의 고독’(푸른지식·사진)이 나왔다. 그의 고국 콜롬비아의 젊은 소설가와 만화가 4명이 존경을 담아 만든 평전으로 현지에선 2013년 출간됐다. 평전은 대표적 소설 ‘백년의 고독’의 창작 과정 등 마르케스의 환상적 소설 세계와 삶을 화려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백년의 고독’은 1967년 출간돼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5000만 부 이상 팔렸다. 가상의 마을 마콘도를 배경으로 부엔디아 가족의 7대에 걸친 사랑, 환상, 고독을 보여줘 고단한 남미 민초의 삶을 조명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65년 마르케스는 여름휴가를 맞아 부인과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을 달린다. 순간 도로 위를 노란 나비가 날아오르더니 처음 얼음을 만졌던 유년 시절의 환영이 펼쳐진다. 마르케스는 유년 시절 콜롬비아 북부 작은 마을의 외가에서 자라며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외할아버지와 예지 능력이 있는 신비한 외할머니 손에 크면서 훗날 현실과 환상적 세계를 아우르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토대를 다졌다. 스토리를 쓴 오스카르 판토하는 “마르케스에겐 마술적 사실주의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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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인문학관 개관 15주년… ‘문인들의 애송시’展

    영인문학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17일부터 ‘오늘 생각나는 시’ 전시를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영인문학관 전시실에서 연다. 시인들이 자신의 작품 중 ‘오늘 읽고 싶은 시’를 골라 손글씨로 쓴 작품을 전시한다. 고은 시인, 문정희 한국시인협회장 등 24명의 시인이 참가했다. 시인뿐만 아니라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소설가 박범신 김홍신 등이 손글씨로 쓴 자작시와 애송시도 전시한다. 17일 개회식에는 이어령 전 장관, 김남조 시인, 이종상 화가 등이 참석해 작품 낭독과 축사를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엔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참가해 ‘소설가들의 자작시와 애송시’ ‘오늘 읽고 싶은 외국시와 한국시’ ‘화가들의 애송시’ 등 다양한 주제로 시낭송회를 연다. 다음 달 30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3000∼5000원. 02-379-3182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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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상의 ‘양철북’ 울리려… 독일 대문호 떠나다

    소설 ‘양철북’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가 13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 인근 뤼베크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8세. 그는 1927년 독일 단치히자유시(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독일계 아버지와 슬라브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청소년기를 보냈고 뒤셀도르프국립미술대, 베를린예술대 등에서 수학했다. 그는 독일 전후 세대 문학 조류를 대변하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17세 고교생 시절 나치군에 복무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 포로가 됐다가 석방되고 잡부와 석공으로 일하다가 조각가가 되려고 뒤셀도르프미술학교를 거쳐 1952년 베를린예술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파리에서 조각과 그래픽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소설을 썼다. 1959년 쓴 ‘양철북’은 그를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반열로 끌어올렸다. 양철북은 1979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양철북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세 살이 되던 생일날 일부러 계단에서 떨어져 성장을 멈추기로 하고 양철북을 잡는다. 이 소설은 그의 가족의 역사, 자신의 고독한 학교시절, 단치히의 소시민적 세계, 전쟁과 전후 시대를 이른바 ‘개구리 시점’으로 회상한 자서전적 장편이다. 당대 문학계는 비정상적인 난쟁이의 눈에 비친 정상인들의 세계가 더욱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이채롭게 구성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의 나치 복무 전력이 대중의 배반감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그는 지성인으로서 정치적 행동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1960년 독일 사회민주당에 들어가 핵무기 반대를 외치며 빌리 브란트 총리의 재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끄는가 하면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 소속 헬무트 콜의 낙선 운동에도 나섰다. 일간 디벨트가 2005년 실시한 ‘현존하는 독일인 중 최고의 인물’에도 그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요슈카 피셔 전 외교장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콜 전 총리 등과 함께 거명됐다. 고향인 단치히 3부작으로 불리는 ‘고양이와 쥐’(1961년), ‘개들의 시절’(1963년)도 인간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그렸다. 한국에선 그라스의 대표작 ‘양철북’을 비롯해 ‘넙치’ ‘텔크테에서의 만남’ ‘게걸음으로 가다’ ‘라스트 댄스’ ‘나의 세기’ 등이 번역돼 소개됐다. 그는 2002년 5월 한일 월드컵 전야제에 참가해 축시 ‘밤의 경기장’을 낭송하기도 했다. 독일 분단을 겪은 그는 판문점도 방문했다. 2006년 그라스가 출간한 자서전 ‘양파껍질을 벗기며’를 번역 중인 장희창 동의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판문점을 다녀온 그라스가 흥분한 표정으로 ‘남북한이 형제인데 왜 그렇게 싸우느냐, 제발 싸우지 말라’고 당부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양파껍질을 벗기며’는 국내에 6월 출간될 예정이다.이유종 pen@donga.com·박훈상 기자 }

    •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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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1주년]관련 책 31종… ‘금요일엔 돌아오렴’ 가장 많이 팔려

    세월호는 출판시장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발간된 관련 도서는 총 31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현장에서 유가족을 인터뷰해 이들의 아픔을 절절히 담아냈다. 이어 박민규, 김애란 등 작가 12명이 쓴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가 2위였다. 세월호 1주년을 맞는 이달에만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연속변침’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는 왜?’ 등 7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지난달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다’ ‘4월의 편지’ 등 2권이 나왔다. 이들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애도부터 참사 원인 진단과 예방책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세월호 관련 도서를 구입한 독자층은 40대가 44.4%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어머니 연령대인 40대 여성(26.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단도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고은, 김사인 시인 등이 쓴 추모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가 나온 데 이어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와 심상대 소설가 등이 집필한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예옥)가 최근 출간됐다. 한국작가회의는 세월호 참사 1주년 전날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 진실 인양 촉구 문화제 ‘다시 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를 연다. 총 4부로 기획된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네가 없는 식탁에서 편지를 쓴다’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현장 르포를 낭독한다. 연희문학창작촌이 지난해 9월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고 있는 ‘304 낭독회’ 8번째 행사도 25일 열린다. 이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304회 열릴 예정이다. 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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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관련도서 1년간 31종 출판…구입 독자층은?

    세월호는 출판시장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발간된 관련 도서는 총 31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현장에서 유가족을 인터뷰해 이들의 아픔을 절절히 담아냈다. 이어 박민규, 김애란 등 작가 12명이 쓴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가 2위였다. 세월호 1주기를 맞는 이달에만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연속변침’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는 왜?’ 등 7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지난달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다’ ‘4월의 편지’ 2권이 나왔다. 이들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애도부터 참사 원인 진단과 예방책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세월호 관련 도서를 구입한 독자층은 40대가 44.4%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어머니 연령대인 40대 여성(26.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단도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고은, 김사인 시인 등이 쓴 추모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가 나온 데 이어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와 심상대 소설가 등이 집필한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예옥)가 최근 출간됐다. 한국작가회의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전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 진실 인양 촉구 문화제 ‘다시 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를 연다. 총 4부로 기획된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네가 없는 식탁에서 편지를 쓴다’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현장 르포를 낭독한다. 연희문학창작촌이 지난해 9월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고 있는 ‘304 낭독회’ 8번째 행사도 25일 열린다. 이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304회 열릴 예정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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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치매 걸린 아버지, 그의 인품이 한방울씩 샌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 “아우구스트 가이거(아버지)의 위트와 지혜. 아버지에게서 말이 더디게 나오고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감탄스러운 문장들이 점점 드물어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모든 게 사라져간다는 것이. 마치 피를 흘리는 아버지를 슬로모션으로 지켜보는 느낌이다. 삶이 아버지에게서 한 방울 한 방울 새어나가고 있다. 아버지의 인품이 아버지라는 사람에게서 한 방울 한 방울 새어나가고 있다.”(15쪽) 저자는 치매로 고통받는 아버지와 함께한 10년간의 자전적 기록을 소설로 썼다. 그는 일본 목판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말인 “지극히 보편적인 것도 개인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로 소설을 시작한다. 제목 ‘유배중인 나의 왕’은 그의 아버지를 가리킨다. 아버지는 평생 살아온 집을 낯설어하더니 늘 ‘집에 가자’며 유배당한 늙은 왕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서성였다. 쾌활하고 잘 웃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뒤에도 추운 날씨 탓에 차가워진 아들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너희는 너희 할 일을 하렴. 그동안 나는 이 손을 녹여주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따뜻한 순간은 짧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선 자동차가 어떻게 저 안에 들어갔느냐며 놀라고 뉴스 앵커 입에 비스킷을 대고 계속 먹으라고 권한다. 그는 이런 아버지를 보며, 치매 환자를 어린이 같다고 비유하는 세상을 향해 “정말이지 화가 치미는 일이다. 아이는 능력을 얻고, 치매 환자는 능력을 잃는다”고 일갈한다. 고통스러운 체험 속에서 저자만의 철학을 찾았기에 읽어볼 만하다. 저자의 다음 문장엔 밑줄을 치고 여러 번 읽었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더는 줄 게 없어도, 적어도 늙고 아픈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려줄 수 있다. 좋은 쪽으로 가정하면, 이것도 아버지로서의 일이고 자식으로서의 일일 수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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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구경선씨 “한 권의 책, 불났을 때 물 한 동이처럼 고맙습니다”

    《 구경선 씨(32)는 두 살 때 열병을 앓고 귀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말을 해보지 못한 딸의 혀가 굳을까 걱정돼 설탕을 입 주변에 발라 빨아 먹는 연습을 하게 했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내면 딸은 고사리 손을 어머니 목에 대고 울림을 느꼈다. 그러곤 제 목에 손을 대고 같은 울림으로 소리를 내며 말을 배웠다. 입 모양으로 상대의 말을 읽는 법도 익혔다. 》게다가 그는 2년 전부터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 그의 눈은 지름 8.8cm밖에 볼 수 없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동반하는 어셔 증후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큰 귀를 가진 토끼 베니가 그의 분신이 됐다. 그림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예담)엔 베니가 등장해 그의 인생 역정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 드리기 등 꿈을 이룬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한다. 베스트셀러 ‘그래도…’가 ‘기적의 책 캠페인’ 4월 도서에 선정됐다. 캠페인은 1억 원 모금 프로젝트로서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과 교보문고,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그를 만났다. 그림 속 베니와 꼭 닮았다. 기자가 노트북에 질문을 적어 보이면 그가 소리 내 답했다. 그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물 한 동이만 날라주어도 정말 고마운 일이죠. 책 한 권이 물 한 동이라고 생각하시고 ‘기적의 책’ 한 권만 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이 꼭 필요한가. “병원에 가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간호사에게 제 순서에 꼭 알려 달라고 부탁해요. 그런데 간호사도 워낙 바쁘니까 따로 알려주지 않아 오래 기다린 적이 많았어요. 장애 어린이를 위한 병원이 생기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병을 고칠 수 있겠죠.” ―독자가 베니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솔직함이죠. 누구나 어렸을 땐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친구 하자’며 먼저 손을 내미는데, 나이가 들면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죠. 제가 먼저 용기를 내서 사람들에게 솔직함을 보여준 것 같아요.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쉽게 할 수가 없는 순간이 있는데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한 것도 영향이 있겠죠.” ―요즘 어떤 작업 중인가. “베니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을 작업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게요.” ―책에서 베니가 선글라스에 지팡이를 짚는 걸로 나온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앓는데 늘 즐거울 수만 있나. “괜찮은데, 가끔 우울해져 그냥 눈물이 뚝뚝 나올 때도 있죠.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쇼핑도 하죠. 감정의 굴곡이 있는 건 저도 똑같아요. 호호.” ―책에 담지 않은 버킷리스트가 있나. “내년이면 엄마가 환갑인데 집을 꼭 사드리고 싶어요. 작업실에서 보면 어머니에게 사주고 싶은 아파트가 보여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독자를 위해 책에 서명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도 참 소중합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소중하단 걸 꼭 알았으면 해요. 저도 그걸 알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 채 절망 속에서 좌절한 채 살았거든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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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님 같은 사장님… 알바생이 웃었다

    《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아요.” 고통받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이 많지만 착한 알바 사업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이렇게 말하며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알바생을 아들, 딸, 친동생처럼 챙겨야 가게에 활기가 돌고 매상도 오른다고 했다. 사장은 정과 기술, 노하우까지 전해주려 애쓴다. 이런 사업장의 알바생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듯 땀 흘리며 경험 쌓기에 바쁘다. 》 “여긴 시급 받는 곳이 아니라 제 꿈을 키우는 곳이에요.”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인근 브라운스커피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알바생) 홍지연 씨(25)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커피 바리스타를 꿈꾸는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평일 오후 이곳에서 알바생으로 일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땄지만 부족한 현장 경험을 채우려고 이곳을 택했다. 손님의 주문이 약간 줄자 바리스타 경력 9년 차인 사장 석주환 씨(35)는 홍 씨에게 ‘라테 아트’(커피 위에 우유 거품으로 만드는 그림) 기술을 가르쳤다. “천천히, 서둘지 않으면 돼”라고 조언받은 홍 씨는 멋진 하트 그림을 완성했다. 홍 씨는 “학원에선 자격증에 필요한 기술만 알려주는데 사장님은 훗날 내가 창업했을 때 필요한 노하우도 알려준다”면서 “때론 돈 받고 배운단 생각도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석 씨는 주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경쟁하느라 가게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통을 알바생에게 전가할 생각은 없다. 브라운스커피는 △근로계약서 작성 △초과근무 수당 지급 △정규직 전환 기회 마련 등을 준수하고 있다. 석 씨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저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적은 시급으로 일하는 알바생의 고충을 모른 척할 순 없다”며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고 매출도 오르기에 장기적으론 사장과 알바생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했다.○ “정 주고, 기술 주고” 알바생이 꼽은 착한 알바의 조건은 ‘기술과 정(情)’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이모 씨(23)는 족발집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식 요리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대학생이던 그는 아내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 임신을 해 족발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족발집 사장은 이 씨가 성실하게 일하자 족발 삶는 법부터 써는 법, 양념 제조법 같은 장사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이 씨는 “이런 것까지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다해 알려주셨다”며 “여러 알바를 해봤지만 알바생 미래를 걱정해준 건 족발집 사장님이 처음”이라고 했다. 충남 논산에서 던킨도너츠 매장을 운영하는 박계령 씨(31)는 ‘매장의 첫 번째 고객은 알바생이다’란 원칙을 세웠다. 창업 전 알바하며 겪은 설움을 잘 알기에 알바생에게 먼저 먹고 싶은 도넛을 권하고 퇴근 시간 10분 전에 꼭 퇴근하라고 알려준다. 명절이나 기념일엔 보너스도 챙겨준다. 그는 “동생처럼 챙겨주면 알바생도 더 밝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한다. 결국 사람을 얻는 건 돈이 아닌 정이다”라고 말했다.○ 업주들 “우리도 할 말 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착한 알바 일터가 늘기 위해선 알바생의 양보와 희생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사장 최모 씨(38)는 “한 달이 넘도록 생맥주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알바생도 있다”며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채워 돈을 받으려는 알바생에게 좋은 대접 해주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 종로의 커피전문점 사장 오모 씨(33·여)도 “손님이 없을 땐 스스로 가게 청소와 정리를 해주면 먼저 시급도 올려 줄 텐데, 멍하니 앉아있거나 청소시켰다고 싫은 티 내는 알바생을 보면 솔직히 최저임금도 아깝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알바생 스스로가 권리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낼 때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을 보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착한 알바 일터를 만들려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도 크기에 이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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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자, 한국문학으로 날자꾸나… 근데 ‘똥피리’는 뭘로 번역하지

    ‘개새끼’ 앞에서 막혔다. 박형서의 단편소설 ‘아르판’을 번역할 때다. “한국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마을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개새끼처럼 뛰어다니기도 했다”란 문장을 마주했다. ‘개새끼’를 영어로 옮기려면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그냥 dog(개)로 하자니 심심하다. mutt(특히 잡종인 개)이나 mongrel(잡종견), stray dog(야생 개) 등을 놓고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점잖지 못하게 마구 날뛰는 모양’을 잘 살리기 위해 mutt으로 골랐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나. 난 인도 뉴델리에서 온 서른한 살 아그넬 조셉이다. TV만 틀면 유창한 한국말에 잘생긴 외국인들이 줄지어 나오는데, 여기서 인사하려니 무척 쑥스럽다. 그래도 내 명함을 건네면 한국 사람들은 전부 놀란다. ‘한국문학번역원 영문화권/E-Book팀 아그넬 조셉.’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처음이자 유일한 외국인 직원이다. 지난해 8월 입사해 번역원에서 일하며 한국문학 번역도 하고 있다. 인도 학교에선 영어로 교육해서 영어는 영어권 국가 사람 못지않게 잘한다. 올 2월엔 고국 인도에서 열린 뉴델리국제도서전에 소설가 신경숙, 시인 최승호 최정례 선생을 모시고 다녀오기도 했다. 그분들도 내가 인사하니까 깜짝 놀라시더라.○ 건달과 간다르바 고교 시절 부모님 조언에 따라 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어쩌면 돈 잘 버는 의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비위가 약해 쥐도 해부할 수 없어 곧 포기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동아시아 언어 중에서 고민했다. 삼촌이 인도 네루대 일본어과 교수라 자연스럽게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 알게 됐다. 세 나라의 언어를 인터넷으로 찾아들었는데, 한국어를 듣는 순간 ‘삘’이 왔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하나 없이 뜻을 몰라도 그저 즐겁게 들렸다. 한국말은 모국어인 말라얄람어와도 비슷하다. 지금도 멍하니 한국말을 듣고 있으면 말라얄람어로 이야기하는 게 아닌지 착각할 때도 있다. 부모님도 한국에 놀러 와선 똑같이 느꼈다고 했다. 실제 한국어 중엔 인도어에서 유래된 단어들이 있다. 조직폭력배나 깡패를 지칭하는 ‘건달’이란 말도 인도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Gandharva·음악을 다스리는 신)에서 유래했단다. 2001년 주저 없이 네루대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수업 첫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국인 선생님이 맨 앞자리에 앉은 날 보더니 창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그땐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멍하니 바라만 봤다. 눈치 빠른 친구들이 창문을 열 때까지 멍했다. 한국말을 인터넷으로만 들었지 한국인 입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들은 한국말이 “창문을 열어 달라”라니, 무척 의미심장하다. 내게 한국으로 창을 내준 것은 문학이었다. 한국어를 잘하고 싶어 한국 문학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 박완서 선생의 ‘엄마의 말뚝’이다. 소설에선 남편을 잃고 서울로 올라와 터를 잡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우리 어머니도 인도 남부 시골마을에서 대도시 뉴델리로 올라오셨다.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어머니 고향 풍경과 정서가 고스란히 박 선생의 소설 속에 녹아 있었다. 그때 느낀 교감이 한국 문학을 계속 갈구하게 했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놀라웠다. 나도 살집이 있는 편이라 지하철에 앉아서 갈 때면 혹시나 옆 사람에게 살이 닿지 않을까 걱정하곤 했다. 소설에선 뚱뚱한 남자 주인공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데, 나처럼 뚱뚱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날 이후 한국 문학에 완전히 ‘꽂혔다’.○ 갑과 을에서 벗어나고파 2006년부터 2년간 한국에 머물며 경희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 체류가 끝나고 인도로 돌아가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계약서엔 한국 문학에서 만난 아름답고 맛깔나는 문장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갑과 을밖에 없었다. 수입은 넉넉했지만 딱딱한 문장만 가득한 문서들을 번역하고 있자니 답답했다. 고민 끝에 2012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5기 과정에 지원해 합격했다.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고 싶은 원대한 포부가 생겼다’, 이런 걸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그저 퍼즐 조각을 맞추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때 느껴지는 이기적인 쾌락 때문에 번역을 시작했다. 번역아카데미는 전쟁터였다. 한국인 4명과 영국인 2명, 미국인 1명 그리고 나까지 8명이 한 반이었다. 외국인 넷은 ‘가실게요’ 같은 문법에 어긋나는 한국어 사용에 한국 사람보다 더 분노할 준비가 돼 있었다. 단어 하나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두고도 치열하게 논쟁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엔 얼굴이 벌게지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 유행어 ‘사람이 아니무니다’ 같은 대사도 번역해야 했다. 살짝 김빠지는 일도 있었다. 처음 번역을 배울 때 ‘구름처럼 몰려들다’, ‘약속이나 한 듯’, ‘병풍을 두른 듯’ 같은 표현은 매력이 넘쳐흘렀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 번역해서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나중에야 자주 등장하는 상투적인 문구라는 걸 알았다. 가장 많이 만나는 서술어는 ‘떠오르다’. 그래서 매번 상황에 맞게 새롭게 번역하느라 고민이다. 2013년 번역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제12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에 응모했다. 원고 마감 직전까지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하성란 소설 ‘오후, 가로지르다’를 번역했는데, 오후가 그냥 오후인지 어떤 하루의 오후인지 고민했다. 소설은 ‘수많은 큐비클들 사이를 길고 검은 그림자가 휙 가로지른다’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오후(afternoon)와 가로지르다(across)를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Cutting Across the Afternoon of Life’로 정했다. 일생을 가리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인생의 오후’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Afternoon, Cut Across’로 번역할 걸 그랬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고 그저 고민 또 고민뿐이다. 여기서 잠깐, 아그넬 조셉은 신인상 결과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번역원 동료 오은지 대리가 대신 귀띔했다. 조셉은 그해 영어 분야에서 미국 영국 같은 본토 영어권 응시자를 제치고 첫 단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원래 영어 분야는 공동 수상자를 선정해 왔는데 1등과 2등의 실력 차가 크다는 이유로 1명만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작품처럼 읽히는 완성도 높은 번역”이라고 극찬했다.(조셉은 “상금은 한 명에게 몰아서 주지 않았다”며 조금 아쉬워했다.) 그해 번역원은 영어권 진출 확대를 위해 ‘영문화권/E-Book팀’을 신설하고 한국어와 영어 실력이 능통하고 한국 문학에 조예가 깊은 원어민을 찾고 있었다. 다른 영어권 국가 출신보다도 번역 실력이 뛰어난 조셉이 적격자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10월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매년 10월에 같은 분(고은 시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그분 집 앞에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그분이 노벨 문학상 발표일에 맞춰 한국을 비우는 모습이 생경했다. 나도 한국이 노벨 문학상을 받길 고대하지만, 한국엔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아도 훌륭한 작가들이 충분히 많다. 한국 문학도 강하다! TV에 나오는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대표해서 “우리나라는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한 나라의 문화나 국민의 생각을 저렇게 쉽게 규정해도 되나 싶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이 한국 문학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한국 문학은 주제도, 쓰는 방식도 다채롭다. 게다가 단편문학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 한국 문학과 정신은 연결돼 있고, 문학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똥피리는 어떻게 “박제가 되어버린 번역가를 아시오.” 이상의 ‘날개’ 도입부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를 비틀어 써봤다. 번역아카데미 동기는 이상을 좋아하는 나를 “어이, 박제 양반”이라 부른다. 이상은 순전히 자기를 위해 쓰는 작가라 매력 있다. 성공, 명예, 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원하는 대로 써나가는 작가가 얼마나 되겠나. 텍스트를 제일 깊게 읽는 번역가로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이상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작가 중엔 박민규의 문장이 늘 새롭다. 이렇게 한국 문학과의 사랑은 계속된다. 아직 결혼 안 한 노총각이지만 당분간은 한국 문학과 진하게 연애하고 싶다. 다시 씨름하고 있는 번역 문제로 돌아가야겠다. 박민규 작가의 ‘낮잠’ 중에 이런 묘사가 나온다. “노성진의 왼편, 두 자리 건너에 앉은 놈이 정동필이다. 키가 큰 윤동필이란 친구가 있어 작은 동필이라 불리던 녀석이다. 백육십이 될까 싶은…정말이지 작은 키다. 참견하길 좋아하고 촐싹대는 면이 있어 ‘똥피리’란 별명을 따로 갖고 있었다.” 아, 똥피리는 또 어떻게 옮겨야 하나.※조셉 씨와의 인터뷰를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그의 한국어는 완벽해서 통역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름 아그넬(Agnel)은 인도에서도 흔한 이름이 아니라 인도 공무원은 실수로 angel(천사)로 그의 여권을 발권했다. 한국 문학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가 될지 기대해 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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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어 듣는 순간 ‘삘’이 왔다, 뜻 몰라도 즐겁게 들려“…누구?

    《‘개새끼’ 앞에서 막혔다. 박형서의 단편소설 ‘아르판’을 번역할 때다. “한국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마을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개새끼처럼 뛰어다니기도 했다”란 문장을 마주했다. ‘개새끼’를 영어로 옮기려면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그냥 dog(개)로 하자니 심심하다. mutt(특히 잡종인 개)나 mongrel(잡종견), stray dog(야생 개) 등을 놓고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점잖지 못하게 마구 날뛰는 모양’을 잘 살리기 위해 mutt로 골랐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나.》 난 인도 뉴델리에서 온 서른한 살 아그넬 조셉이다. TV만 틀면 유창한 한국말에 잘 생긴 외국인들이 줄지어 나오는데, 여기서 인사하려니 무척 쑥스럽다. 그래도 내 명함을 건네면 한국 사람들은 전부 놀란다. ‘한국문학번역원 영문화권/E-Book팀 아그넬 조셉.’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처음이자 유일한 외국인 직원이다. 지난해 8월 입사해 번역원에서 일하며 한국문학 번역도 하고 있다. 인도 학교에선 영어로 교육해서 영어는 영어권 국가 못지않게 잘한다. 올 2월엔 고국 인도에서 열린 뉴델리국제도서전에 소설가 신경숙, 시인 최승호 최정례 선생을 모시고 다녀오기도 했다. 그분들도 내가 인사하니까 깜짝 놀라시더라.○건달과 간다르바 고교 시절 부모님 조언에 따라 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어쩌면 돈 잘 버는 의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비위가 약해 쥐도 해부할 수 없어 곧 포기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동아시아 언어 중에 고민했다. 삼촌이 인도 네루대 일본어과 교수라 자연스럽게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 알게 됐다. 세 나라의 언어를 인터넷으로 찾아들었는데, 한국어를 듣는 순간 ‘삘’이 왔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하나 없이 뜻을 몰라도 그저 즐겁게 들렸다. 한국말은 모국어인 말라얄람어와도 비슷하다. 지금도 멍하니 한국말을 듣고 있으면 말라얄람어로 이야기하는 게 아닌지 착각할 때도 있다. 부모님도 한국에 놀러 와선 똑같이 느꼈다고 했다. 실제 한국어 중엔 인도어에서 유래된 단어들이 있다. 조직폭력배나 깡패를 지칭하는 ‘건달’이란 말도 인도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Gandharva·음악을 다스리는 신)에서 유래했단다. 2001년 주저 없이 네루대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수업 첫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국인 선생님이 맨 앞자리에 앉은 날 보더니 창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그땐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멍하니 바라만 봤다. 눈치 빠른 친구들이 창문을 열 때까지 멍했다. 한국말을 인터넷으로만 들었지 한국인 입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들은 한국말이 “창문을 열어 달라”니, 무척 의미심장하다. 내게 한국으로 창을 내준 것은 문학이었다. 한국어를 잘 하고 싶어 한국문학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 박완서 선생의 ‘엄마의 말뚝’이다. 소설에선 남편을 잃고 서울로 올라와 터를 잡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우리 어머니도 인도 남부 시골마을에서 대도시 뉴델리로 올라오셨다.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어머니 고향 풍경과 정서가 고스란히 박 선생의 소설 속에 녹아 있었다. 그때 느낀 교감이 한국 문학을 계속 갈구하게 했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놀라웠다. 나도 살집이 있는 편이라 지하철에 앉아서 갈 때면 혹시나 옆 사람에게 살이 닿지 않을까 걱정하곤 했다. 소설에선 뚱뚱한 남자 주인공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데, 나처럼 뚱뚱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날 이후 한국 문학에 완전히 ‘꽂혔다.’○갑과 을에서 벗어나고파 2006년부터 2년간 한국에 머물며 경희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 체류가 끝나고 인도로 돌아가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계약서엔 한국 문학에서 만난 아름답고 맛깔 나는 문장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갑과 을밖에 없었다. 수입은 넉넉했지만 딱딱한 문장만 가득한 문서들을 번역하고 있자니 답답했다. 고민 끝에 2012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5기 과정에 지원해 합격했다.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고 싶은 원대한 포부가 생겼다, 이런 포부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그저 퍼즐 조각을 맞추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때 느껴지는 이기적인 쾌락 때문에 번역을 시작했다. 인도는 다채로운 문화와 민족, 언어의 땅이라 언어 사이를 항해하게 하는 번역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기도 했다. 번역아카데미는 전쟁터였다. 한국인 4명과 영국인 2명, 미국인 1명 그리고 나까지 8명이 한 반이었다. 외국인 넷은 ‘가실게요’ 같은 문법에 어긋나는 한국어 사용에 한국 사람보다 더 분노할 준비가 돼 있었다. 단어 하나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두고도 치열하게 논쟁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엔 얼굴이 벌게지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 유행어 ‘사람이 아니무니다’ 같은 대사도 번역해야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도 육두문자 섞인 욕도 맛깔나게 번역해야 했다. 한국어 문장 하나가 영어로 얼마나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살짝 김빠지는 일도 있었다. 처음 번역을 배울 때 ‘구름처럼 몰려들다’, ‘약속이나 한 듯’, ‘병풍을 두른 듯’ 같은 표현은 매력이 넘쳐흘렀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 번역해서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나중에야 자주 등장하는 상투적인 문구라는 걸 알았다. 가장 많이 만나는 서술어는 ‘떠오르다’. 그래서 매번 상황에 맞게 새롭게 번역하느라 고민이다. 2013년 번역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제12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에 응모했다. 원고 마감 직전까지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하성란 소설 ‘오후, 가로지르다’를 번역했는데, 오후가 그냥 오후인지 어떤 하루의 오후인지 고민했다. 소설은 ‘수많은 큐비클들 사이를 길고 검은 그림자가 휙 가로지른다’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오후(afternoon)와 가로지르다(across)를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Cutting Across the Afternoon of Life’로 정했다. 일생을 가리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인생의 오후’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Afternoon, Cut Across’로 번역할 걸 그랬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고 그저 고민 또 고민뿐이다. 여기서 잠깐, 아그넬 조셉은 신인상 결과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번역원 동료 오은지 대리가 대신 귀띔했다. 조셉은 그해 영어 분야에서 미국 영국 같은 본토 영어권 응시자를 제치고 첫 단독 수상 영예를 안았다. 원래 영어 분야는 공동 수상자를 선정했는데 1등과 2등의 실력차가 크다는 이유로 1명만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작품처럼 읽히는 완성도 높은 번역”이라고 극찬했다.(조셉은 “상금은 한 명에게 몰아서 주지 않았다”며 조금 아쉬워했다.) 그해 번역원은 영어권 진출확대를 위해 ‘영어권/E-book팀’을 신설하고 한국어와 영어 실력이 능통하고 한국문학에 조예가 깊은 원어민을 찾고 있었다. 다른 영어권 국가 출신보다도 번역 실력이 뛰어난 조셉이 적격자로 인정받았다. 2014년 10월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매년 10월 마다 같은 분(고은 시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그 분 집 앞에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그분이 노벨문학상 발표일에 맞춰 한국을 비우는 모습이 생경했다. 나도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받길 고대하지만, 한국엔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아도 훌륭한 작가들이 충분히 많다. 한국 문학도 강하다! TV에 나오는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대표해서 “우리나라는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한 나라의 문화나 국민의 생각을 저렇게 쉽게 규정해도 되나 싶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이 한국 문학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한국 문학은 주제도, 쓰는 방식도 다채롭다. 게다가 단편문학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 한국 문학과 정신은 연결돼 있고, 문학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똥피리는 어떻게 “박제가 되어버린 번역가를 아시오.” 이상의 ‘날개’ 도입부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를 비틀어 써봤다. 번역아카데미 동기는 이상을 좋아하는 나를 “어이, 박제 양반”이라 부른다. 이상은 순전히 자기를 위해 쓰는 작가라 매력 있다. 성공 명예 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원하는 대로 써나가는 작가가 얼마나 되겠나. 텍스트를 제일 깊게 읽는 번역가로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이상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작가 중엔 박민규의 문장이 늘 새롭다. 이렇게 한국문학과의 사랑은 계속된다. 아직 결혼 안 한 노총각이지만 당분간은 한국문학과 진하게 연애하고 싶다. 다시 씨름하고 있는 번역 문제로 돌아가야겠다. 박민규 작가의 ‘낮잠’ 중에 이런 묘사가 나온다. “노성진의 왼편, 두 자리 건너에 앉은 놈이 정동필이다. 키가 큰 윤동필이란 친구가 있어 작은 동필이라 불리던 녀석이다. 백육십이 될까 싶은…정말이지 작은 키다. 참견하길 좋아하고 촐싹대는 면이 있어 ‘똥피리’ 란 별명을 따로 갖고 있었다.” 아, 똥피리는 또 어떻게 옮겨야 하나.※조셉 씨와 인터뷰를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그의 한국어는 완벽해서 통역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름 아그넬(agnel)은 인도에서도 흔한 이름이 아니라 인도 공무원은 실수로 angel(천사)로 그의 여권을 발권했다. 한국 문학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가 될지 기대해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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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각·시각 장애 있지만…분신 ‘베니’와 함께 이룬 버킷리스트

    구경선 씨(32)는 두 살 때 열병을 앓고 귀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말을 해보지 못한 딸의 혀가 굳을까 걱정돼 설탕을 입 주변에 발라 빨아 먹는 연습을 하게 했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내면 딸은 고사리손을 어머니 목에 대고 울림을 느꼈다. 그리곤 제 목에 손을 대고 같은 울림으로 소리를 내며 말을 배웠다. 입 모양으로 상대의 말을 읽는 법도 익혔다. 게다가 그는 2년 전부터 시력을 잃고 있다. 현재 그의 눈은 지름 8.8cm 밖에 볼 수 없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동반하는 어셔증후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큰 귀를 가진 토끼 베니가 그의 분신이 됐다. 그림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위즈덤하우스)엔 베니가 등장해 그의 인생역정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등 꿈을 이룬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한다. 베스트셀러 ‘그래도…’가 ‘기적의 책 캠페인’ 4월 도서에 선정됐다. 캠페인은 1억 원 모금 프로젝트로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과 교보문고,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그를 만났다. 그림 속 베니와 꼭 닮았다. 기자가 노트북에 질문을 적어 보이면 그가 소리내 답했다. 그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물 한 동이만 날라주어도 정말 고마운 일이죠. 책 한 권이 물 한 동이라고 생각하시고 ‘기적의 책’ 한 권만 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이 꼭 필요한가. “병원에 가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간호사에게 제 순서에 꼭 알려달라고 부탁해요. 그런데 간호사도 워낙 바쁘니까 따로 알려주지 않아 오래 기다린 적이 많았어요. 장애어린이를 위한 병원이 생기면 좀 더 편안 환경에서 병을 고칠 수 있겠죠.” ―독자가 베니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솔직함이죠. 누구나 어렸을 땐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친구하자’며 먼저 손 내미는데, 나이가 들면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죠. 제가 먼저 용기를 내서 사람들에게 솔직함을 보여준 것 같아요.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쉽게 할 수가 없는 순간도 있는데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한 것도 영향이 있겠죠.”― 요즘 어떤 작업 중인가. “베니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을 작업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게요.”― 책에서 베니가 선글라스에 지팡이를 짚는 걸로 나온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앓는데 늘 즐거울 수만 있나. “괜찮은데, 가끔 우울해져 그냥 눈물이 뚝뚝 나올 때도 있죠. 일부러 아무 것도 안 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죠. 감정의 굴곡이 있는 건 저도 똑 같아요. 호호.”― 책에 담지 않은 버킷리스트가 있나. “내년이면 엄마가 환갑인데 집을 꼭 사드리고 싶어요. 작업실에서 보면 어머니에게 사주고 싶은 아파트가 보여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독자를 위해 책에 서명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도 참 소중합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소중하단 걸 꼭 알았으면 해요. 저도 그걸 알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 채 절망 속에서 좌절한 채 살았거든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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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만 버는 청년알바

    지난달 19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20대 청년이 자신의 방에서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 이사 온 뒤로 호프집 서빙, 치킨 배달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 왔지만 결국 버겁기만 했던 삶의 끈을 놓아 버렸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7월(11.5%)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 등을 더한 ‘체감실업률’은 12.5%로 더 높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실제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몰리고 있다. 아직 취업이 결정되지 않았거나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찾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3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4년제 대학생의 37.8%가 재학 중 학교 안이나 밖에서 일자리를 가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청소년에게도 아르바이트는 일상이 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중 25.1%가 한 번 이상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음식점 서빙, 전단 돌리기, 뷔페나 결혼식장 안내 및 서빙, 편의점 점원 등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파트타임으로 인식되는 일자리에 널리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청년들의 아르바이트는 근로조건이 양호하지 않은 편이다. 아르바이트는 본래 안정된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짬을 내 용돈을 벌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취업문이 막힌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생계수단으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7일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취업포털 알바몬과 함께 협약을 맺고 ‘착한 알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수기를 공모하는 한편 근로계약서 작성 준수 등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점포를 ‘착한 알바’ 사업장으로 선정할 계획이다.박창규 kyu@donga.com·박훈상 기자}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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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생의 마스코트’ 걸스데이 혜리의 바람 “내 아들딸이라는 생각, 조금만 더…”

    “청년에게 착한 알바를∼!” ‘맑스돌’, ‘노동돌’로 불리는 걸스데이 멤버 혜리(본명 이혜리·21·사진)가 7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착한 알바 캠페인을 통해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을 내 딸, 내 아들처럼 아껴 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혜리는 2월 출연한 알바몬 CF에서 “알바가 갑이다”를 외치며 ‘법정 최저시급 5580원’,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같은 알바생 권리를 알렸다. 누리꾼들은 “요즘 청소년들은 전태일의 근로기준법은 몰라도 혜리의 최저시급 5580원은 안다”며 박수를 보냈다. ―최저임금, 야간근무수당을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광고를 준비하면서 최저임금은 얼마인지, 야간수당을 얼마나 더 받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았어요. 현실을 알게 돼서 기쁘기도 하고 한편 씁쓸하기도 했어요.” ―일부 고용주는 CF를 비판하기도 했다. “제가 양쪽 입장이 다 되어 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뭐가 옳고 그르다고 하기엔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래도 일을 열심히 했는데 그에 따른 대가를 정확하게 받지 못한 부분은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오르는 물가에 비해 최저임금이 정말 열악하게 오르는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좀 더 건강한 아르바이트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아르바이트생의 능률도 더 오르지 않을까요.” ―아르바이트하면서 꿈을 좇는 또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주변에 아르바이트하는 친구가 많아요. 아르바이트하는 제 또래를 보면 왠지 한 번 더 인사하고 꼭 ‘수고하세요’라고 하게 되더라고요.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어요. 항상 그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면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착한 알바 캠페인에 기대하는 바가 있나.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서로 내 ‘부모님이다, 자녀다’란 생각만 빨리 한다면 금방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거예요. 아르바이트생을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 주기만 해도 이 캠페인은 성공이에요. 파이팅!”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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