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꼬르륵’ 하는 소리를 즐기세요. 몸이 스스로 노화 방지, 회춘, 암예방을 위한 생명 호르몬을 발동시켰다는 신호입니다.”출간 직후 국내 서점가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한 ‘1일 1식’(위즈덤스타일)의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 씨(56·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일본 유방암 수술의 권위자이자 국제안티에이징학회 명예회장인 그는 피부가 매끈하고 군살이 없어 30대처럼 보였다.그는 “인간이 세 끼를 배불리 먹게 된 것은 100년도 안 됐다”며 “인류는 굶주림과 추위에 맞설 때 더 강력한 ‘생명력 유전자’를 발휘하도록 진화해왔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노화와 병을 막고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 ‘시트루인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가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 ‘공복(空腹)’ 상태이다. 그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한 번 들리면 내장비만이 연소하고, 두 번 들리면 외모가 젊어지고, 세 번 들리면 혈관이 젊어진다”고 주장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꼬르륵’ 소리가 나는 성장기 어린이나 내장비만이 적은 젊은 여성들은 식사를 여러 번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내장비만인 30대 이후 남성이 ‘꼬르륵’ 소리를 기다리지 않고 매끼 포식하는 것은 노화와 질병, 출생률 저하의 원인이 됩니다.”그는 ‘1일 1식’을 실천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밥과 국 한 그릇, 반찬 한 그릇을 먹는 ‘1즙 1채’ 식사법을 권했다. 또 과일이나 작은 생선을 껍질째 혹은 뼈째로 먹는 ‘일물전체(一物全體)’ 식법이 완전한 영양소 섭취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식사량을 줄인다고 누구나 장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는 있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웃음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웃음 치료사’, 사과의 말을 대신 전해주고 서로의 오해를 풀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과 대변인’,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쇼핑을 해주고,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골라주는 ‘퍼스널 쇼퍼’…. 생소하지만 다양하고 세분화된 현대 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실제 직업들이다. 한국의 경우 1950년대 2000여 종에 불과했던 직업이 현재는 1만2000여 종으로 늘어났다. 불과 20년 전에 성행했던 직업인데도 지금은 없어졌는가 하면 예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것들이 신종 직업으로 생겨났다. 현재 직업의 절반가량이 점차 새로운 직업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생성하고 소멸하고, 분화되기도 하고 통합되기도 하는 직업들에 대해 청소년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이 많을수록 길을 찾기도 쉽다. 이에 여러 가지 직업에 대한 기본 정보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동아일보사의 ‘만화로 보는 직업의 세계’(1∼5권)는 진로 전문교육기관의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되는 유망 직업과 미래에 수요가 늘어나게 될 첨단 직업들을 안내한다. 부모가 아이의 진로지도를 할 수 있도록 ‘보너스 진로지도’라는 친절한 정보도 제공한다. 만화로 돼 있어 쉽게 읽힌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들에게 권한다. 화려해 보이는 직업의 이면에 있는 땀과 눈물, 고통과 외로움 등 직업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일러주는 ‘톡 까놓고 직업 톡’(김상호 지음)도 읽어볼 만하다. ‘연봉이 높으면 성공한 직업일까?’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 밥을 굶어도 정말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면서 읽다 보면 직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사라지고, 어느 직업이든 보람과 어려움, 좌절과 성취감 등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잘못된 직업으로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고 말하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은 행복한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도 좋은 일을 찾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직업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찾아낸 정보가 있으면 신문이나 인터넷 등을 활용해서 그 정보들을 확장해 보자.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만나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던 직업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내가 원하던 직업이 아니었구나’ 하면서 빨리 다른 길을 알아보게 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오길주 경민대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

2100년 1월 1일. 전날 밤 송년회를 하느라 녹초가 된 남자는 침대에서 기어 나와 두 발을 질질 끌며 화장실로 향한다. 세수를 하는 동안 거울과 변기, 배수구에 장착된 수백 개의 센서가 남자의 입김에서 뿜어져 나온 분자들과 몸속의 혈액을 분석한다. 화장실을 나온 남자는 집 안의 모든 가구와 가전제품을 생각만으로 작동시키는 전선을 머리에 두른다. 잠시 후 집 안의 온도가 상승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자 바로 인터넷 창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를 읽는다. 화성 기지의 혹한, 고대에 멸종된 검치호랑이 화석의 DNA 복원 소식, 우주 엘리베이터 관광객 운항 소식 등이 흘러나온다. 남자는 초전도 고속도로를 거쳐 출근한다. 자기력을 이용해 자동차와 트럭 등이 모두 도로 위에 떠서 매끈하게 날아가기 때문에 연료 소모가 거의 없다. 그는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나 열차가 마찰력을 극복하는 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나이는 72세다. 그러나 신체 장기와 근육의 상태는 지금의 서른 살쯤에 해당한다. 유전학적으로 몸의 세포를 수정해 몸이 갈수록 더 젊어진다. 남자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로봇을 설계하는 전문가다. 로봇 시장의 규모는 20세기의 자동차 시장보다 크다. 올해 61세인 아내는 첫 아기를 임신했다. 아내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창조적인 직업을 찾아 관광가이드, 변호사, 웹디자이너 등으로 직업을 바꿨다. 남자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만든 우주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내와 함께 우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가 저녁에 귀가하니 거실의 벽지 스크린에 로봇 의사가 나타난다. 의사는 “오늘 아침에 화장실 거울에 설치된 DNA 센서가 당신의 췌장에서 암세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암세포가 종양으로 자라기 전에 초소형 나노봇을 이용한 치료를 받기로 한다. 그는 지난해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을 때도 당시 입고 있던 옷에 내장된 칩이 자동으로 구급차를 부르고, 과거의 진료기록과 현재 몸 상태를 구급대원들에게 알려줘 구조됐다. 이 시대에는 옷을 입고 있는 한 온라인 상태다. 이 책은 양자물리학이 100년 후 인간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내다본 미래학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평행우주’ ‘불가능은 없다’를 썼고 TV 과학다큐멘터리 진행자로도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그는 의학, 생명공학, 우주과학 등을 연구하는 첨단과학자 3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현대물리학을 쉽게 해설한다. 저자는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2020년경 종말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무리 작게 줄여도 트랜지스터가 원자 크기 이하로는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이나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신소재를 개발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급한 과학기술은 이미 알려져 있는 물리학 법칙에 따른 것이며, 모두 이미 시제품이 만들어졌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여기에 와 있다. 단지 사방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러나 문제는 상상력이다. 이 책은 과학적인 반면 미래학 서적 특유의 기상천외한 참신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쥘 베른은 1863년 출간된 ‘20세기 파리’에서 인터넷까지 예견했다지 않은가. 온난화나 환경파괴, 전염병, 테러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과학기술 발전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오히려 미덥지 않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가을이 풍성한 건 무엇보다 가을걷이 덕분입니다. 봄에 심은 갖가지 곡식들은 여름 한철 햇볕으로 알알이 여물지요. 잘 익은 곡식은 서리가 내려앉기 전에 거둬들여야 합니다. 그 곡식과 열매들로 한바탕 잔치도 벌입니다. 농사가 삶의 근본이었던 우리 조상들 한해살이가 그랬습니다. 곡식으로 말하자면 이젠 우리 것 남의 것 구분도 안 되는 요즘, 우리 곡식을 잘 소개한 책이 있습니다. 우리가 늘 먹는 곡식을 언제부터 길러왔는지, 언제 심고 거두며,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곡식 한 알을 심어 기르면 얼마나 많은 양을 거둬들일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있지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는 곡식도 보고, 그중 우리 주식인 벼에 대해서도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이 어떻게 식탁에까지 오르는지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노정임 작가의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벼’(철수와영희)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합니다.○ 독후활동―벼 세밀화 그리기준비물―흰 도화지 또는 크라프트지, 뾰족하게 깎은 연필이나 샤프펜슬, 지우개 1. 볍씨부터 다 익은 벼 이삭까지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한다.2. 볍씨 모양이 둥근지, 길쭉한지, 가로줄은 몇 개인지, 양 끝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도록 한다.3. 줄기에 낟알이 매달린 모양을 잘 살핀다.4. 잎 모양은 어떤지, 잎맥은 어떻게 생겼는지, 줄기에서 잎은 어떻게 뻗어 나오는지 본다.5. 책에 실린 그림에는 뿌리까지 묘사돼 있지 않다. 벼 이삭은 뿌리를 어디에 내리는지 책 내용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나눈다.6. 흰 도화지도 좋지만 흙빛 나는 크라프트지에 연필로 관찰한 것을 그려본다.7.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장면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있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뿌리나 주변 풍경으로 사람, 햇빛, 땅, 허수아비 등을 그리는 것도 좋다. 김혜진 어린이책교육연구가}

추석입니다. 자동차로 기차로 버스로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고향을 찾아갑니다.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죠. 지치고 힘들지라도 되도록이면 가려 합니다. 그곳에 가족이 있으니까요. 모이고 만나고 위안을 얻습니다. 이렇게 추석은 우리에게 각별한 명절입니다. 그런데 추석에 대한 그림책이나 동화를 찾으니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러저러한 날이라는 지식을 전달하는 책들만 몇몇 보이고, 추석이 가진 의미를 따뜻하게 전달하는 책은 없나 봅니다. 그래서 오래전 발간된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책을 보면 옷차림이나 물건 등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지만, 추석이라는 명절이 주는 흥겨움과 따뜻함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았습니다. 색동옷을 입은 솔이를 따라 솔이 할머니 집 명절 지내는 모습을 찬찬히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집 추석과는 이런 건 같구나, 저런 건 다르구나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날 겁니다. ○독후활동-말주머니, 생각주머니준비물: 여러 가지 색지, 가위, 연필 1. 솔이가 버스를 타려고 서 있는 기나긴 줄이 그려진 그림을 꼼꼼히 살핀다. 누구누구가 가족인지, 혼자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을 상상해 본다.2. 1번 그림을 복사한다. 3. 여러 가지 색지로 말주머니 모양을 오려 놓는다. 생각주머니는 말주머니와 구별되도록 조금 다른 모양으로 오린다.4.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하겠다’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하겠다’하고 상상한 내용을 말주머니 혹은 생각주머니에 써서 그림 위에 붙인다. 내용에 맞게 주머니의 색깔을 골라 쓴다.5. 몇 쪽 뒤에 있는 ‘마당에서 달을 보며 송편 빚는 모습’을 그린 그림도 복사해 같은 활동을 한다. 김혜원 어린이책교육연구가}

“창밖으로 수십 군데에서 불길이 보였다.” 2005년 8월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하던 아일린 콜린스 선장은 지상 300km 상공에서 엄청나게 큰 불길을 보았다고 했다. 아마존에 이어 세계의 ‘두 번째 허파’로 불리는 중앙아프리카 콩고분지 우림지대였다. 숲속에서 화전을 일구는 농부들이 일으킨 불길과 연기, 숲이 사라진 황무지에서 피어오르던 흙먼지가 우주에서도 보였던 것이다. 2004년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 왕가리 마타이(1940∼2011). 그는 1977년 환경단체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해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 45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미국 유학 후 케냐 나이로비대학에서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생물학)를 취득한 저자는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현장에서 시골 여성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그는 2005년 중앙아프리카 콩고분지 우림 지역에 걸쳐 있는 10개국 정부로부터 ‘생태계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콩고분지는 180만 km²가 넘는 면적에 5000만 명과 수많은 동식물 종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 수령 200년이 넘는 나무 상당수가 벽돌공장의 땔감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에 그는 눈물을 흘렸다. 목재 회사 직원은 “걱정하지 마라. 숲에는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더 있다”고 위로했다.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남아 있다는 직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매우 보편적인 세계관이 깔려 있다. 베어낼 수 있는 나무가,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마실 수 있는 물이, 채굴할 수 있는 광물질이 무한정 남아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이런 태도로 지구를 대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생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무와 숲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정신적 영적인 가치를 역설한다. 그는 “인류 문명이 시작된 뒤로 나무는 식량과 약재, 건축 재료였을 뿐 아니라 치유하고 위로하고 사람과 신이 연결되는 장소였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은 ‘죽은 나무’의 목재로서의 가치만 따지지만, ‘살아 있는 나무’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해야 비로소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의 나무심기 운동은 무분별한 벌목과 환경 파괴를 일삼는 독재 정부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009년 그를 분쟁종식을 호소하는 유엔 평화사절로 임명했다. 그는 “차드와 수단이 오래도록 영토분쟁을 벌이는 동안 그들이 욕심내는 바로 그 땅을 사하라 사막이 차지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지금 예언자가 있다면 ‘분쟁을 멈추시오. 그리고 함께 모든 자원의 사막화를 막는 일에 쏟아 부으시오’라고 말할 것이다. 정치가와 군인들은 지금 발밑에서 확산되는 사막이, 어떤 총칼로 무장한 적보다 더 파괴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이들 마음은 참 복잡하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마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혼자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마음도 적지 않다. 그림책을 보다 보면 이 복잡한 마음을 다스려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달토끼의 선물’(문승연 글 그림·길벗어린이)은 선물의 의미를 담은 그림책이다. 쥐는 달토끼에게서 떡 선물을 받고 기분이 좋다. 그래서 뱀에게 가장 아끼는 나팔을 선물한다. 이렇게 선물을 받은 동물은 또 다른 동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 릴레이를 펼친다. ‘선물’을 매개로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밝은 색감만큼이나 따뜻하게 전해진다. 반면 ‘욕심쟁이 딸기 아저씨’(김유경 글 그림·노란돼지)처럼 모든 것을 혼자 차지해야만 하는 마음은 불행의 씨앗이 된다. 아저씨는 딸기가 좋아서 자기 동네는 물론이고 옆 동네 딸기까지 모두 사들여 혼자서 먹고 또 먹는다. 하지만 혼자 먹는 딸기는 맛도 없고 재미가 없다. 게다가 배탈까지 난다. 그때 마을 쪽에서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네 사람들이 재미나게 이야기하며 함께 수박을 먹는 모습을 못내 부러워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수박을 가져와 드셔 보란다. 아저씨는 마음이 편치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아저씨는 다음 날 모아두었던 딸기를 모두 딸기잼으로 만들어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아저씨는 즐겁고 뿌듯하고 마음 속에서 무언가 꽉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딸기만큼이나 빨개진 아저씨 얼굴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아닐까. 딸기 아저씨는 그래도 다행이다. ‘단물고개’(소중애 글·오정택 그림·비룡소)에 나오는 총각은 나눔의 행복을 깨닫기도 전에 망해버리니 참 딱한 노릇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나무꾼 총각은 효심이 깊고 착하다. 어느 날 산에 갔다가 차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물이 나오는 샘을 발견한다. 총각은 이 물을 팔아서 돈을 벌기로 한다. 그리고 ‘호랑이 조심해라’ ‘꼭꼭 씹어 먹어라’라며 아들을 염려하던 어머니조차 팽개치고, 차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물이 나오는 샘을 곡괭이로 파헤친다. 하지만 샘에서는 차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물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이들 마음은 순간순간 달토끼 마음이 되었다가 딸기 아저씨가 되었다가, 단물고개 총각의 마음도 되었다가 할 것이다. 주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 결국 내 기쁨으로 돌아오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라는 사실을 재미나게 일러주는 그림책들을 펼쳐보자.조월례 어린이도서평론가}

“지난 25차례 미국 대선의 결과를 분석하면 선거 전 다우존스지수가 올라갈 경우 여당 후보가 당선됐고, 그 반대면 정권교체가 발생했어요. 12월 한국 대선도 선거일 1∼2주 전 코스피의 흐름을 주시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복잡성 과학 전문가 존 캐스티 박사(69·사진)가 26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회적 분위기’(Social Mood)이론을 소개했다. 수학자 출신인 그는 오스트리아 빈 소재 응용시스템분석을 위한 국제연구소(IIASA)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2005년 미래탐구 학회인 케노스서클(Kenos Circle)을 설립했다. 그는 저서 ‘대중의 직관’(반비)에서 여론조사 등 통계를 이용한 전문가의 예측보다 대중의 느낌이나 믿음을 표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경제위기, 정권교체 등 미래 변화를 훨씬 더 잘 예측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사회적 분위기’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금융시장 지수와 신문,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나타난 어휘 분석 등을 꼽았다. “주가 지수는 개개인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전망을 총합적으로 나타내는 ‘합리적 온도계’로 불립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일 때는 세계화, 참여, 환영, 행복 등의 단어가 유행하고, 부정적일 때는 지역화, 거절, 분열 등의 말이 많이 쓰입니다. 실제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는 수년 전부터 ‘통합’보다 ‘분리’라는 말이 유행했죠.” 그는 국내 대선의 ‘안철수 돌풍’에 대해서는 “경제위기로 인한 부정적 ‘사회 분위기’가 기성 정당 후보에 대한 혐오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남북한 내부의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이면 남북관계도 우호적이 되지만, 부정적일 때 국지적인 충돌과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디즘’이란 용어를 낳은 프랑스 작가 마르키 드 사드(1740∼1814)에 대한 논란이 200년 만에 부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간행물윤리위원회가 1785년 발표된 사드의 소설 ‘소돔의 120일’(동서문화사)에 대해 즉시 수거, 폐기 처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19세 미만 금지 처분인 ‘청소년 유해간행물’ 판정과 달리 ‘유해간행물’ 판정은 모든 독자가 책을 읽을 수 없도록 하는 책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근친상간, 수간(獸姦), 시간(屍姦) 등 음란성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이 소식은 프랑스 통신사 AFP를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뉴욕데일리는 “인터넷에서 언제든 포르노를 볼 수 있는 2012년에, 더구나 민주주의가 발전된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놀랍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일간지 NRC한델스블라트는 “18세기 말에 나온 책이 200년 만에 국제적인 스캔들을 일으켰다”고 조롱했다. ‘소돔의 120일’은 루이 14세 치하에서 공작, 법원장, 주교, 징세청부인 등 부유한 권력자 4인이 젊은 남녀 노예들을 이끌고 120일간 향락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 보니 외설스럽다기보다 너무 끔찍해 읽기 쉽지 않았다. 사드는 인체의 부분을 하나하나 해체해 가며 쾌락의 원천을 밝혀 내려는 과학자처럼 집요하게 가학 행위를 서술해 나간다. 사드는 ‘변태성욕자’란 죄목으로 평생 30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방탕한 성생활뿐 아니라 종교와 도덕, 권력에 대한 모독을 일삼는 그는 위험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785년 바스티유 감옥에서 37일 만에 ‘소돔의 120일’을 써 냈다. 폭 11cm, 길이 120cm나 되는 띠를 구해 빽빽이 글을 써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자신을 가둔 절대왕정 권력자들의 위선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1975년 이탈리아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 감독도 영화 ‘살로 소돔 120일’을 만들면서 1944년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의 말기로 배경을 바꿔 권력을 비판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연을 드러낸 사드의 작품은 20세기의 정신분석학,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니힐리즘 등 지성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드에 관심을 가진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성적인 동기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정신분석학을 발전시켰다. 작가 시몬 보부아르는 ‘사드는 불태워져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사드는 실존주의보다 150년이나 앞선 자유주의 철학가”라고 말했다. 보들레르는 자연 상태의 인간과 사드의 악을 연결시키면서 ‘악의 꽃’을 썼고,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역사상 존재한 가장 자유로운 정신”이라고 사드를 칭송했다. 사드의 판타지는 공포 및 공상과학소설(SF), 영화 등 대중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그레이의 50가지’도 사도마조히즘(가학과 피학적 고통을 통한 성적 쾌감)을 다룬 소설이다. 신체를 절단하는 고통과 가학적 행위가 빈번히 등장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세계도 사드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돔의 120일’에 대한 폐기 결정은 최근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이 불심검문을 부활시키는 등 경직된 우리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한류 문화 강국을 표방한 나라에서 고전이 된 18세기 작품조차 포용 못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면 ‘19금’ 딱지를 붙이면 될 것을, 어른들도 못 읽게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모르고,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합니다.”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43)가 최근 펴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소나무)는 아이들의 행복과 놀이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그는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즐겁게 놀던 에너지와 힘으로 버티는 것 같은데, 아무도 놀고 싶은 아이들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놀이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녀야 아이입니다. 구르고 뒹굴고 물어뜯고, 때로 비명도 지르며 한 시절을 보내야 아이다운 아이죠. 아이들은 아직 사람이 아니에요. 짐승이 사람이 되려면 놀아야 합니다. 놀아봐야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해야 재미있고 행복한지를 알 수 있죠. 적어도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소중한 게 놀이입니다.” 그는 청소년들의 자살, 학교폭력, 집단따돌림(왕따)이 심해지는 원인을 ‘놀이의 실종’에서 찾았다. 왕따는 놀지 못해 더는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이 살려고 만들어낸 처절한 놀이라고 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오직 달걀만 낳도록 강요받으며 하루 종일 잠도 못자는 닭들은 어떻게 버틸까요. 그 생존전략이 바로 ‘괴롭히기’입니다. 닭장 속 닭들은 허약한 닭을 부리로 쪼면서 제 고통을 잊습니다. 이마저 못하도록 막는다면 남는 것은 자해밖에 없을 겁니다.” 놀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논다. 소비, 폭력, 섹스,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는 “게임은 처음부터 중독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셧다운제니 인터넷 종량제니 별별 수단을 다 써도 소용없다”며 “게임중독을 치유할 유일한 대안은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사라진 전통 노래와 놀이를 채집해 복원했다. ‘께롱께롱 놀이노래’(보리) ‘어린이 민속과 놀이문화’(민속원) ‘옛 아이들의 노래와 놀이 읽기’(박이정) ‘동무 동무 씨동무’(창비) 등이 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놀이 방법을 볼 수 있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돌아다니며 애들이 노는 사진을 찍어왔다. 편 씨는 이렇게 채집한 별별 놀이를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 공부방의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가르쳐주고 함께 놀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사주지 마세요. 소비의 맛을 알면 놀이는 끝입니다. 장난감 코너에서 울며 떼쓰는 것은 ‘아빠, 제발 나랑 놀아줘’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이 없다고요? 내 아이가 옆집 아이를 기다리는 첫 아이가 되도록 해주세요.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 겁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에서 인터넷 서점의 가격 할인 경쟁으로 오프라인 서점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도 도서정가제를 파괴하는 미국 아마존의 가격할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오렐리 필리페티 프랑스 문화·통신장관(사진)은 14일 낭시에서 열린 도서축제 개막식에서 “미국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각종 할인 혜택으로 프랑스의 도서정가제 규정을 교묘하게 위반하며 서점들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아마존이 룩셈부르크에 본부를 두고 프랑스에서 생긴 이익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행태도 적극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1981년 자크 랑 문화장관 시절에 도서를 정가의 5%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도서정가제 법 규정을 마련했다. 반면 미국에는 도서정가제가 없다. 아마존은 프랑스 내에서 형식상으로는 도서정가제 규정을 지키고 있지만 단골고객에게 주는 무료배송 등 각종 혜택을 합치면 할인율이 5%가 넘는다. 또 신간을 중고서적으로 대폭 할인 판매하는 편법으로 도서정가제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2008년 프랑스 법원은 무료배송이 도서정가제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어 필리페티 장관의 이번 발언은 정치적인 선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온라인 기업들이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에 자사를 두고 프랑스나 독일에서의 영업이익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필리페티 장관은 “창작과 인쇄 산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한 세금은 다시 그 나라의 창작 시스템에 투자되는 것이 정상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인터넷 서점은 정가의 10%까지 할인 판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들은 신간 도서와 구간 도서를 묶음으로 팔면서 30∼50% 할인 판매하는 등 법망을 피하면서 무한 할인 경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3년 2470여 개에 이르던 서점 수가 2009년에는 1700여 개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모르고,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합니다."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43)가 최근 펴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소나무)는 아이들의 행복과 놀이와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그는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즐겁게 놀던 에너지와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놀고 싶은 아이들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놀이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녀야 아이입니다. 구르고, 뒹굴고, 물어뜯고, 때로 비명도 지르며 한 시절을 보내야 아이다운 아이죠. 아이들은 아직 사람이 아니에요. 짐승이 사람이 되려면 놀아야 합니다. 놀아봐야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해야 재미있고 행복한지를 알 수 있죠. 적어도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소중한 게 놀이입니다." 그는 청소년들의 자살, 학교폭력, 왕따가 심해지는 원인을 '놀이의 실종'에서 찾았다. 왕따는 놀지 못해 더는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이 살려고 만들어낸 처절한 놀이라고 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오직 달걀만 낳도록 강요받으며 하루 종일 잠도 못자는 닭들은 어떻게 버틸까요. 그 생존전략이 바로 '괴롭히기'입니다. 닭장 속 닭들은 허약한 닭을 부리로 쪼면서 제 고통을 잊습니다. 이마저 못 하도록 막는다면 남는 것은 자해밖에 없을 겁니다." 놀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논다. 소비, 폭력, 섹스,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는 "게임은 처음부터 중독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셧다운제니 인터넷 종량제니 별별 수단을 다 써도 소용없다"며 "게임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사라진 전통 노래와 놀이를 채집해 복원했다. '께롱께롱 놀이노래'(보리) '어린이 민속과 놀이문화'(민속원) '옛 아이들의 노래와 놀이 읽기'(박이정) '동무 동무 씨동무'(창비) 등이 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놀이 방법을 볼 수 있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돌아다니며 애들이 노는 사진을 찍어왔다. 편 씨는 이렇게 채집한 별별 놀이를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 공부방의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가르쳐주고 함께 놀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사주지 마세요. 소비의 맛을 알면 놀이는 끝입니다. 장난감 코너에서 울며 떼쓰는 것은 '아빠, 제발 나랑 놀아줘'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이 없다고요? 내 아이가 옆집 아이를 기다리는 첫 아이가 되도록 해주세요.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 겁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Story 1 우리는 김도윤 제갈현열이다. 대학생 77% 차지하는 지방대 출신, 하룻밤 커피믹스 40봉지 씹으며 노력했다. 공모전 휩쓸고 ‘대한민국 인재상’도 받았다. 하지만 대기업 인턴지원조차 힘들었다. 영어실력도 인맥도 돈도 없는 두 청년, 학벌천국 코리아 생존지침서를 썼다.Story 2 나는 15세때 가출 폭주족 문제소녀 김수영. TV퀴즈쇼서 골든벨, 연세대 졸업했다. 골드만삭스 입사했지만 몸에서 암세포 발견, ‘죽기 전 해보고 싶은 꿈’ 73가지에 도전, 8년간 전 세계 100여 개국 체험 여행… 병마를 이겨낸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힐링’과 위로가 넘쳐나는 세상. 성공한 어른들의 멘토링에도 이제 지쳤다. “괜찮다, 괜찮다”는 토닥거림은 한순간의 위로일 뿐,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제 전쟁과 같은 청춘을 뚫고 나온 서른 살 청년들의 ‘진짜 청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쓴소리와 독설 속에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리얼리티가 담겨 있다.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꿈이야말로 최고의 학벌”이라고 외치는 젊은이들이다.○ 서른 살, 지방대 졸업생 두 남자 김도윤(31), 제갈현열 씨(30)는 서른 살에 대구 계명대를 졸업했다. 취업하는 데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한민국 대학생의 약 77%를 차지하는 지방대 출신이다. 대학 입학 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산 끝에 두 사람은 화려한 스펙을 쌓았다. 각종 대학생 광고대회와 공모전을 휩쓸고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학벌의 벽은 높았다. “실례지만 학교가 어딘지…? 이번에 인턴 지원가능한 대학교 중 계명대학교는 없습니다.”광고기획자를 꿈꾸던 제갈 씨가 광고회사 인턴을 지원했을 때 접수 직원은 학교부터 묻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지도 묻지 않았다. 오직 하나만 물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빌어먹을 학벌이란 놈을 마주한 것이….”그러나 두 사람은 변변한 영어성적도 없이, 학벌도, 인맥도 없이 오직 열정으로 승부해 국내의 대기업 광고회사와 다국적 기업의 컨설턴트로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은 “당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방대여서가 아니다. 지방대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던진다. “학벌 또한 노력의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화려한 스펙을 따라잡을 수 없을 땐 나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야 한다. 40일간 동시에 6개의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배가 불러서 도저히 더 못 마시겠더라. 그래서 물 없이 하룻밤에 일회용 커피믹스 30∼40봉지를 씹어 먹으며 버텼다.”(제갈 씨)“취업을 위한 공채나 인턴에 실패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누가 나처럼 채용기간이 아닌데도 기업을 찾아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e메일을 보내고, 신문에 광고를 내본 사람이 있는가. 정해진 루트만 시도해보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 말라.”(김 씨)베스트셀러가 된 명사들의 멘토링 책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한 자기계발서의 “20대는 인생의 오전 6시다”라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오전 6시는 아직 새벽이지만, 현실에서 20대는 인생의 대부분이 결정되는 시기다. 비판의 대상이 된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에세이라는 점에도 눈길이 간다.두 사람은 “막연한 긍정론은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기회를 빼앗고, 막연한 희망론은 현실에서 절망을 낳으며, 막연한 위로는 마음의 쉼은 줄지언정 나아감을 주지는 못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실을 잊게 하는 당의정이 아니라, 꿈을 이루려면 어떤 조건과 자격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말해주는 쓴소리가 필요하다.” ○ 문제아의 꿈 리스트‘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의 저자(32)는 열다섯 살에 가출해 폭주족 생활을 한 문제소녀였다. 뒤늦게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해 TV퀴즈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렸고, 연세대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꿈’ 73가지 리스트를 만들었다.2005년 영국 런던으로 떠났던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부모님께 집 사드리기, 킬리만자로 오르기, 뮤지컬 무대 오르기 등 지난 7년간 70여 개국에서 46가지의 꿈을 이뤄왔다. 지난해 6월부터는 다시 회사를 휴직한 채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프로젝트는 홀로 카메라 한 대 들고 1년간 2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다. 지하에 비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란의 한 커플은 “자유를 찾아 호주로 떠나고 싶다”고 했고, 팔레스타인 난민 아마드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신경의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병마를 이기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저자가 전 세계 젊은이들과 나눈 꿈 이야기가 환경 탓, 여건 탓만 하며 살아가기 쉬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다시마 세이조 글, 그림·사계절)=한중일 세 나라의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만드는 ‘평화그림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전쟁에서 죽은 어느 병사가 영혼이 되어 세상을 내려다본다. 증오와 복수는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1만500원. 별명 그리는 아이(염은비 글, 그림·정글짐북스)=별명 하나 없이 평범한 소녀는 스스로 ‘느림보’라는 별명을 짓지만 더 굼뜬 친구에게 그 별명을 빼앗긴다. 다른 친구들의 별명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소녀는 자존감을 찾아간다. 7세∼초등 저학년. 1만2000원. 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원영주 글·이수진 그림·주니어김영사)=정약용, 이이, 박제가, 허균 등 이름난 선비들이 전국 곳곳을 유람한 뒤 쓴 기행문 스무 편을 담았다. 동양화풍 그림과 관련 장소의 사진을 함께 실어 생생함을 느끼도록 했다. 초등 전 학년∼중학생. 1만 원. 스스와 네루네루(아라이 료지 글, 그림·시공주니어)=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두 아이 스스와 네루네루가 지어낸 세계가 펼쳐진다. 나뭇가지를 잡고 타잔 흉내를 내거나 아슬아슬한 협곡 사이를 외발자전거로 건넌다.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자유를 누린다. 9500원.}

어릴 때부터 미셸 콴을 닮고 싶어서 그의 경기 장면을 흉내 내는 ‘올림픽 놀이’를 즐겼다는 김연아, 집무실에 링컨의 흉상을 세워두고 “이런 상황에서 링컨 대통령은 어떻게 했을까” 하며 링컨과 가상의 대화를 나눈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밀레의 작품을 좋아해서 매일 똑같이 그리는 연습을 하고, 그의 삶까지 닮으려고 노력했던 빈센트 반 고흐.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본보기 삼아 삶을 개척해나갔다. 자기 진로를 탐색할 때 이처럼 따라 할 본보기가 있으면 좋다. 성공한 직업인 중에서 닮고 싶은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역할 모델(role model)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자신의 역할 모델을 찾고 그 사람의 생활이 어떠한지, 일을 해나가면서 어떤 것이 어렵고, 또 보람은 언제 느끼는지, 좌절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를 살펴보면 자신의 진로를 찾을 때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 모델은 강한 동기 부여를 해 학생들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가능성과 꿈을 끌어내도록 돕는다. 청소년들이 역할 모델을 찾을 때 도움이 되는 책으로 명진출판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가 볼 만하다. 반기문, 힐러리 클린턴,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이병철 등 유명인의 일대기를 쉬운 문체로 풀어놓았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로서 자신의 부(富)를 자선을 통해 나누고 있는 워런 버핏, 좌절과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방송인이 된 오프라 윈프리, 성실과 열정으로 세계적 리더의 자리에 선 힐러리 클린턴. 이들은 오래전의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그들이 살아온 생활에 관심을 갖다보면 그들의 직업세계에도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평생 한 가지 뜻을 이루기 위해 살아온 우리 시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 이야기인 ‘우리 인물 이야기’(우리교육)를 추천한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여성운동가 이효재 씨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책들을 읽을 때는 책 속 인물들의 진로선택 과정, 직업인으로서 일을 해나가는 모습 등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 정보나 자료를 찾아내고, 그들로부터 본받을 점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 것이 좋다. 책 속에 나오는 역할 모델과 자신의 차이점을 해소할 방법들은 어떤 게 있을까도 고민해볼 만하다. 책 속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듯이 중간 중간 자기 생각이나 결심을 책 속 여백에 적어보는 것도 좋다. 살다가 좌절하거나 힘들 때 그 책을 꺼내 자신이 해 놓았던 메모 등을 다시 보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힘을 얻게 될 것이다.오길주 경민대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

단테는 지옥으로 갔다. 그가 살고 있던 세상이 지옥 같았기 때문에 잠깐 악몽을 꾼 것일까? 그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문에 새겨진 글을 읽게 되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지옥편 3곡, 9행) 단테의 책은 동시대 피렌체 사람들에게도 난해한 책이었다.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정치범이었다. ‘신곡’은 난해한 책일 뿐 아니라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이기도 했다. 외면당하던 단테와 ‘신곡’을 되살린 사람은 ‘데카메론’의 저자 보카치오(1313∼1375)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인곡(人曲)이라 불렀고, 단테의 책을 신곡(神曲·Divine Comedy)으로 불렀다. 우리는 보카치오의 소개를 통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인 만남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남남이 된다. 단테는 피렌체의 명문가 규수인 젬마 도나티와 결혼하게 되고, 베아트리체 역시 은행가였던 바르디 가문으로 시집을 갔다. 상실한 첫사랑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단테는 ‘신곡’의 처음 시작부터 지옥으로 내려간다. 베아트리체가 없는 삶, 가슴 뛰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우리는 이미 지옥의 문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단테는 자신의 시대를 절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역사가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단테의 시대에 피렌체 금융업이 자본주의 초기 양식으로 발전했고 노동생산성의 파격적인 증가로 인해 유럽 문명은 중세 말기의 중흥을 맞게 된다. 그러나 피렌체의 최고시인이자 정치가였던 단테에게는 가슴 아픈 절망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테는 정치적 발언에 거침이 없었고, 불의에 당당하게 대응하던 행동하는 삶을 살았다.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는 교황청을 향해 독설을 품는 단테를 유배형에 처한다. 예나 지금이나 입바른 소릴 해대면 이런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신곡’은 로마의 건국신화를 쓴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으며 단테가 지옥과 연옥을 여행하고, 천국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흥미롭게도 단테는 1000쪽이나 되는 ‘신곡’에서 단 한 번도 아내 젬마를 거명하지 않았다. 정치범으로 객지를 떠돌아다니던 남편이 다른 여자 이름을 줄기차게 읊어대는 것을 보았다면, 아내는 화병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사랑에 빠진 단테’를 쓴 저자는 이러한 단테의 독특한 사랑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숙고하는 삶(vita contemplativa)’과 ‘행동하는 삶(vita activa)’의 조화를 추구하던 단테에게 사랑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는 ‘신곡’을 단테가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기 위한 알레고리화된 자서전이라고 해석한다. 알레고리란 말이 어려우면, 상징이나 비유로 보면 될 것이다. 사랑에 빠진 단테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며 지옥과 연옥과 천국으로 오가는 자기 고백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단테는 사랑의 혁명가였다. ‘연옥’ 편 24곡에서는 “사랑의 지성을 가진 여인”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것이 단테가 일으킨 사랑의 혁명이다. 중세시대를 지배했던 신학은 사랑을 하나님의 전유물로 생각했다. 사랑은 신적인 것이었다. 인간은 욕망할 뿐이고, 어느 과학자의 표현대로 이기적인 유전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기 위한 성욕이 사랑의 유일한 발현일 뿐이다. 그런데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에서 ‘사랑의 지성을 가진’, 다시 말하자면 ‘사랑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아는’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투사시킨 것이다. 단테가 베아트리체의 모습에서 사랑의 지성을 가진 인간을 발견했을 때, 중세의 암흑이 물러나기 시작했고, 창조와 아름다움의 시대 르네상스가 탄생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단테의 ‘신곡’을 중세의 장송곡이라 부르게 되었다. 사랑의 지성이 메말라버린 한국 땅에, 권력을 향한 질주만이 횡행하는 이 시대를 향해, 단테의 영혼이 한 권의 책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 이 책을 펼치는 자, ‘사랑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아는’ 사랑에 빠진 단테가 되리라. 한형곤 선생께서 완역한 ‘신곡’(서해문집)과 함께 비교하면서 읽으면 깊어가는 가을이 더욱 멋지리라.김상근 연세대 교수·신학}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다닐 때 썼던 처녀작 ‘하얀 이빨(White Teeth)’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이디 스미스. 이 여류작가는 이후 ‘서명하는 남자’ ‘아름다움에 대하여’ 등을 잇달아 출간하며 영국 출판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6년 오렌지상을 수상했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후로는 신작이 없었다. 7년간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새 소설 제목 ‘NW’는 런던의 북쪽(North)과 서쪽(West)을 뜻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서로 붙어 있는 윌스던과 햄스테드에 사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햄스테드는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윌스던은 서민 동네인데 실제로 작가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우선 여주인공 내털리와 리아. 한때 친한 친구였던 이들은 사회적 신분이 달라지며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내털리는 사교계의 유명 인사인 남편을 만나 햄스테드의 거대한 집에 살고, 리아는 프랑스계 흑인 남편 미셸과 초라한 구립 아파트에 거주한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던 견고한 우정은 이들이 사는 동네처럼 둘로 갈라져 첨예한 갈등을 빚는다. 여기에 리아가 어렸을 때 짝사랑했던 미소년 네이선이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스 정류장에서 하릴없이 소일한다. 리아와 내털리, 그리고 네이선의 공통점은 세 사람 모두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이 소설의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인 필릭스이다. 그는 세 명의 남녀와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네이선에게 삶의 모델이 되는 역할을 한다. 필릭스는 사회적 편견과 가난을 어떻게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지를 네이선에게 보여준다. 작품을 읽으면 왜 작가가 이 소설을 “나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스미스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영국에 이민 온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설에서 나오듯 그리 부유하지 않은 이민자 가정이 많은 동네에서 자란 그는 가족 전체를 통틀어 처음으로 대학에, 그것도 명문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한다. 대학 시절 썼던 소설로 신데렐라처럼 문단에 데뷔한 그는 누구보다도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심리와 환경을 잘 이해할 것이다. 소설가 필립 헨셔는 “이 소설은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스미스가 사람들을 깊고 투명하게 관찰하고 그려냈다는 점이다”고 극찬했다. 과거는 극복 가능한 것인가. 태어나면서부터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과연 나의 힘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소설은 작가가 살아오며 자문했던 질문들에 대해 작가 스스로 내놓은 해답인지도 모른다.런던=안주현 통신원}

명절을 쇠는 재미 중 하나가 시골에 가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시골에 가면 어른이 있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금기가 들어 있고 그 금기를 만들어 낸 사연이 있습니다. ‘어디는 가지 마, 미친 여자가 살아. 거기도 가지 마, 무서운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잡아먹는대.’ 그런데 알고 보면 미친 여자는 갓난아이를 잃어버려 그렇게 된 것이고, 무서운 할아버지는 아들이 일찍 죽고 난 후 세상에 대해 마음을 닫은 것입니다. 이야기는 한편 두렵고, 한편 애잔합니다.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저절로 삶을 익혀 나갑니다. 이 책은 작가가 어린 시절에 살던 시골마을 이야기입니다. 시골(득산리)로 전학 온 주인공이 반 아이들과 친해지는 계기도 이야기 때문입니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절대 혼자 집에 오면 안 된다는 득산리 규칙. 그 규칙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친구들의 진지한 눈빛.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뱀산, 웅덩이, 무덤, 방앗간, 밤밭. 모든 것이 두려움을 자극합니다. 친구들은 같은 두려움을 앞에 두고 동지 의식을 느끼게 되죠. 아이들은 그렇게 친해지고 자랍니다. 또래 문화가 중요한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특히 재미있을 책입니다.○ ‘이야기 지도’와 ‘책 속의 책’ 만들기준비물은 큰 종이, 사인펜 같은 그림 도구, A4용지, 연필, 가위, 풀.1. 책을 꼼꼼히 읽고 학교에서 득산리 가는 길을 상상한다.2. 큰 종이에 ‘과수원길, 아카시아길, 뱀산, 아기무덤, 상엿집, 방앗간, 밤밭’ 등 이야기에 중요한 곳을 찾아서 적당한 위치를 잡아 지도처럼 만들고 이름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린다. 3. 각각의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간단히 써 넣어서 이야기 지도를 만든다. 4. A4용지를 미니북 형태로 접어 ‘방앗간 할아버지’와 ‘돼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작은 책을 만든다. 5. 만든 책을 이야기 지도의 적당한 위치에 붙인다. ‘방앗간 할아버지’ 책은 방앗간에, ‘돼지 할아버지’ 책은 밤밭에 붙인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책도 만들 수 있다. 김혜원 어린이책교육연구가}

‘와인 전문 사진가.’ 와인 칼럼니스트 김혁 씨(50)의 또 다른 직함이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찍은 와인 사진을 모아 ‘프랑스 와인기행 1, 2권’ ‘이탈리아 와인기행’을 냈던 그가 최근 새 책 ‘스페인 와인기행’(알덴테북스·사진)을 선보였다. 김 씨는 매년 유럽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를 50곳 이상 방문해 와인 제조업자와 인터뷰하고 포도밭, 와인 숙성 창고 등을 사진에 담는다. 발품이 만만찮게 드는 작업이다. 이번 ‘스페인 와인기행’을 출간하면서는 인쇄된 와인 사진의 색상이 맘에 들지 않아 초판 3000부를 전부 폐기하고 다시 찍어냈다. 그는 “와인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보고 듣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포도밭을 찍을 때는 테루아르(토양과 기후 등의 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죠. 포도나무 사이로 보이는 토양이 돌멩이가 많은지, 진흙질인지를 클로즈업해야 합니다. 와인이 담긴 잔을 찍을 때는 와인이 글리세린처럼 흘러내리는 모양을 찍어줘야 와인이 얼마나 강하고 집중도가 높은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와인 본연의 색깔을 잡아내려면 흰색 바탕에 플래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하죠.” 프랑스 캉대에서 유학할 당시 지질학을 전공했던 그는 에어프랑스에서 12년간 기내 음식과 음료를 총괄하는 케이터링 매니저로 일하면서 와인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매년 6주씩 주어지는 휴가 때마다 와이너리를 답사했다. 2005년부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복합문화공간 ‘포도플라자’ 관장을 맡아 각국 와인생산자 협회나 와인수입 회사의 지원으로 매년 3주씩 와인기행을 다녀온다. 20년간 와이너리 기행에서 찍은 사진만 12만 컷이 넘는다. “와인은 서양의 문화,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어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안달루시아의 셰리 와인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때 배에 싣고 갔던 와인입니다. 몇 달 동안 항해할 때 통에 실린 물은 썩었지만 셰리 와인은 (잘 숙성돼) 선원들을 살려주는 생명수가 됐지요.” 와인 생산지로 눈여겨볼 만한 곳을 묻자 그는 스페인 와인을 적극 추천했다. “국내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 외에 미국 유학파가 많아 미국 칠레 등 신대륙 와인이 인기가 있지요. 스페인 와인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밸류 와인’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필립 로스(79·사진)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실린 자신의 작품 프로필 오류 수정을 놓고 위키피디아 측과 공방을 벌였다. 로스는 최근 뉴요커지에 실린 공개편지를 통해 “위키피디아에 실린 내 소설 ‘휴먼 스테인’ 작품 설명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휴먼스테인’은 명망이 높던 교수가 하루아침에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혀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의 위선과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휴먼 스테인’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는 것. 위키피디아에는 ‘휴먼 스테인’이 문학평론가 아나톨 브로이어드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작가인 로스는 공개편지에서 “프린스턴대 동료 교수였던 멜빈 튜민이 실제 겪었던 일을 소설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멜빈 교수는 장기 결석 중인 흑인 학생 두 명을 지칭하며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인가, 유령(Spooks)인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Spook’가 한때 흑인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멜빈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아나톨 브로이어드는 소설을 쓰기 전에 알지도 못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 측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최고의 권위자라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원이 될 수는 없다. 제2의 정보출처가 필요하다”며 로스의 정정 요구를 거절했다. 위키피디아는 누리꾼이 정보를 임의로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자 2009년부터 생존 인물에 대한 정보의 편집은 투표로 선출된 관리자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보를 바꿀 때는 신문기사 등 공개된 자료 같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로스의 편지가 뉴요커에 실려 논란이 되자 위키피디아 측은 기존의 정보를 그대로 놔둔 채 이 공개편지를 ‘2차 정보출처’로 간주해 그가 주장하는 내용을 ‘휴먼 스테인’ 항목에 추가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칼럼니스트는 “로스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도 너무 심하게 나무라지 말자. 어쨌든 정보출처가 하나보다 둘일 경우가 나으니까”라고 평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