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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다가옵니다. 방학이 되면 무엇을 하나요? 대부분의 친구들이 공부를 하겠죠. 혹은 부모님과의 여행 계획을 짜기도 합니다. 여행 계획을 짜다 보면 늘 내가 사는 곳과 먼 곳, 차로 몇 시간 혹은 비행기로 몇 시간 가야 하는 곳을 생각하곤 합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이곳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일부러 여행을 오는 곳입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내가 사는 이곳을 하루하루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에는 서울, 부산, 공주, 전주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도시 열 세 곳이 소개됩니다. 그 도시의 역사와 가볼 곳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도시와 견주어 생각해 볼 만한 다른 나라의 도시도 소개합니다. 우선 자기가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도시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도시를 자세히 읽어 보세요. 내가 아는 만큼 그 도시를 잘 소개하고 있나요? 나라면 이곳에 관해 이런 이야기를 할 텐데, 이런 이야기는 왜 안 했을까 하는 점은 없나요? 어쩌면 여러분이 사는 그 도시에 관해서는, 책을 쓰신 분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책 따라 여행하기준비물: 책, 사진기(혹은 휴대전화) 1. 책에 소개된 도시 중 자신이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을 골라 꼼꼼히 읽고 갈 곳을 딱 한 곳 정한다. 2. 그곳을 소개한 다른 책이 있는지 도서관에서 찾아본다. 3. 그곳에 가는 교통편을 알아본다. (이런 계획 세우는 것을 어른들께 맡기지 마세요. 하지만 먼 길은 어른들과 함께 가세요.) 4. 그곳에 가서 책에 소개된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찍는다.(이 책에는 사진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요. 다른 책에 더 좋은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을 따라 찍어 보세요.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처럼 똑같이 찍어 보는 거예요.) 5. 아무도 소개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는다. 6. 한 곳에서 딱 두 장의 사진만을 남긴다. 짧은 코멘트를 써서 각자의 방법으로 모은다. 김혜원 어린이도서교육연구가}

얼마 전 TV 오디션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기타리스트 신중현이 출연했다. 씨스타의 효린이 ‘커피 한 잔’(1964년)을 부르고, ‘노브레인’이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년)를 리메이크해서 연주했다. 노브레인은 “한국 록의 창시자 신중현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저희 같은 밴드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1960년대는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오늘의 한국’을 만든 기원이 되는 시기다. 국문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잡지와 문학 작품에 비친 1960년대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저자는 “‘자유’로 상징되는 1960년의 4·19와 ‘빵’으로 표상되는 1961년의 5·16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온 한국현대사의 갈등과 대립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한다. 1960년대 지성계는 ‘자유주의’보다는 한국적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관념이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저자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책으로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박정희의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 최인훈의 ‘회색인’을 꼽았다. 이념적 양극(兩極)이었던 박정희와 함석헌을 비롯해 서로 다른 지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민족주의에 관한 한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동시대인이자 상호보완적 동지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1960년대 개발시대에 불어닥친 교양주의, 자기계발 붐도 살펴본다. ‘고전읽기 운동’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정권의 문화정치는 독서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고전 100선’ 같은 전집, 총서, 신서 등의 교양기획물이 발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전혜린의 자살은 소녀들의 문학열과 실존에 대한 고민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또한 1950년대 ‘자유부인’으로 상징되던 여성들의 성해방 물결이 4·19와 5·16 이후 어떻게 남성 주도의 시대로 넘어갔는지 해석하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1960년대 사상계, 청맥 등 지식인 잡지를 중심으로 분석한 탓인지, 역사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의 사료 인용이나 TV, 가요, 민중문화 등 ‘아래로부터’의 문화현상 탐구 부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5일 오전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은 여전히 독자들의 시선을 잘 끄는 매대에 놓여 있었다. 그의 후보 사퇴 후 ‘주요 대선후보 관련 서적’ 코너가 대폭 축소됐음에도 이 책은 에세이 분야 진열대의 주요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교보문고가 지난달 23일 안 후보의 대선출마 포기선언 전후 20일간 이 책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선언 전(245권)과 후(211권) 판매량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서점 YES24에서도 포기선언 후 매일 30∼50권씩 팔려 11월 일평균 50권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최연순 김영사 주간은 “안 후보의 사퇴 이후 서점이나 도매상에서 ‘안철수의 생각’ 반품 의뢰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전했다. 7월 19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발간 다음 날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7초에 한 권씩 팔리고, 열흘 만에 30만 부가 인쇄되는 등 국내 서점계의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YES24에 따르면 9월 들어 하루 200∼300권씩 팔리던 이 책은 9월 19일 대선출마 선언일에는 하루 600권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 책은 현재까지 70만 권이 팔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에 이어 올해의 종합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국내 출판계에서 저자의 인세가 책값의 10% 선인 점을 감안할 때, 안 전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1만3000원)으로 4개월 만에 9억 원이 넘는 인세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등 안 전 후보가 예전에 썼던 책들도 올해 더 많이 팔려 추가 인세수입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노현희 정치사회 코너 북마스터는 “후보 사퇴 이후에도 안철수 전 후보의 역할과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안철수의 생각’을 주요 진열대에서 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선후보 코너를 박근혜, 문재인 후보 중심으로 다시 꾸몄는데, 야권후보 단일화가 두 후보 관련 서적 판매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초등학생 사이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인간처럼 질투하고 시기하는 신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아이들은 신들 이름을 줄줄 외우고, 신들의 가계도를 훤히 꿰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멋진 신화가 없는 건가요?” 어른들도 우리 신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상을 만들고, 인간의 생사를 관장하고, 해와 달을 만들고, 농사를 짓게 도와주던 신들이 있습니다. ‘우리 신화로 만나는 처음 세상 이야기’를 보면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들은 그리스 로마 신들처럼 질투하거나 화내지 않습니다. 인간 편에서 기다리고 보듬어 줍니다. 서양 신이 자극적이라면, 우리들 신은 따스합니다. 이 책에는 여러 신이 나옵니다. 궁산이, 명월이, 자청비, 백장군, 선문이, 마고할미들입니다. 이들의 이름과 특징을 모아 ‘우리 신화 인명사전’을 만들어 보면 이 이름들을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우리 신화 인명사전 만들기준비물: A5 메모카드, 바인더 링, 필기도구 1. 이 책에 나오는 신들을 샅샅이 찾는다.2. 준비된 메모카드에 신들에 대한 정보를 적는다. 한 장에 하나의 신 이름, 특징적인 외모, 하는 일, 성격 등을 적는다. 3. 모든 신의 정보카드를 만들면 가나다순으로 메모카드를 간추린다. 4. 바인더 링으로 메모카드를 고정하고 표지도 만든다. 김혜원 어린이도서교육연구가}

최초의 미국 식민지 개척자였던 영국의 청교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춤’ 금지였다. 신대륙에서 완벽한 세계를 창안할 기회를 꿈꾸었던 그들은 성적인 자유를 단죄했고, 쾌락을 불러오는 행위를 비난했다. 건국 초기 미국은 ‘자유의 수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보다 더 억압됐으며, 노동윤리에 강박된 국민 문화를 형성했다. 오늘의 미국은 어떤가. 흥겹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리듬과 즉흥성이 특징인 재즈와 힙합이 없는 미국은, 게이와 레즈비언이 커밍아웃을 엄두도 못 내는 미국은, 브로드웨이 라스베이거스 할리우드가 없는 미국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세상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쾌락을 만들어내고, 자유를 확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주인공은 건국의 아버지, 노예 폐지론자, 사회주의 혁명가, 민권운동가와 같은 ‘위인들’이 아니다. 바로 술꾼과 매춘부, 게으른 노예와 범죄자, 탈선 청소년, 동성애자와 같은 ‘불한당들(renegades)’이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을 보듯 책은 생생하게 미국의 뒷골목을 들추어낸다. 사창가와 게이 나이트클럽을 들여다보고, 노예들의 비밀파티로 안내한다. 주말을 만들어낸 술꾼 노동자들, 인종 간 통합을 실천한 범죄자들, 피임기구를 퍼뜨린 이민자들, 대량 소비사회를 이끌어낸 하층민들…. 저자는 그들의 전복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한 사회적 금기들을 합법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자유로운 미국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특히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들이 누리는 ‘재미’는 백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미국 시민의 규범에서 벗어난 흑인 노예들의 생활은 춤과 노래, 음주, 성생활에서 엄청난 자유를 누렸다. 노예해방 후에도 ‘목장의 호시절’로 돌아가고자 했던 흑인이 많았다고 전해질 정도다. 저자는 갱스터들이 없었다면 라스베이거스. 브로드웨이, 할리우드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건국신화의 영웅에만 익숙해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논쟁적이고, 분방하고, 저속하며, 독창적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날이 추워지고 있다. 소녀상은 발이 시리다.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 열세 살에 끌려왔을 때의 맨발 모습 그대로다. 그들은 소녀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신발까지 빼앗아 버렸다. 추운 날씨에 떨고 있던 소녀상에게 어느 날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담요로 차가운 종아리를 감싸 주었고, 얼어붙은 맨발에 보송보송한 수면양말을 신겨 주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지 곧 1년이 된다. 지난해 12월 14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 1000회 기념으로 세워진 평화비 소녀상이다. 높이 130cm의 소녀상은 울지도, 웃지도 않고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다. 두 손은 치마를 꼭 쥐고, 발뒤꿈치는 여전히 땅에 붙이지 못한 채 앉아 있다. 일본대사관 앞길은 ‘평화로’라고 이름 붙여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때만 북적이던 이곳에 평일에도 소녀상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녀상은 언젠가부터 일본군 위안부가 70, 80대 노(老)할머니들의 문제라고 치부해 왔던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일제가 성노예로 끌고 가 잔혹하게 짓밟았던 것은 눈부신 10대 소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올해 수요집회에는 소녀상 또래의 여중고생들이 수백 명이나 함께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말 소녀상의 가슴은 또한 번 무너져 내렸다. 일본 극우단체 회원인 스즈키 노부유키(47)가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쓰인 흰색 말뚝을 소녀상의 다리에 묶었던 것이다. 그는 “일본 대사관 코앞에 매춘부 동상, 매춘부 기념비가 서 있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장마가 한창이던 7월 초. 한 경찰관이 커다란 우산을 들고 소녀상에 다가왔다. 서울지방경찰청 13기동대 소속 김영래 경위(49)였다. 소녀상의 움푹 파인 눈에 들어간 빗물은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는 소녀상이 ‘말뚝 테러’에서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을 야단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는 소녀상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리고 한 시간 넘게 소녀상에 우산을 받쳐 주면서 근무를 섰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올해 8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소녀상이 너무 작아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치욕적”이라며 더 큰 추모상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성, 김서경 부부는 “소녀상이 거대해져 미화되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도 실제로 보면 너무 작아 관광객들이 실망할 정도다. 그러나 각국의 국빈이 벨기에를 방문할 때마다 벌거벗은 꼬마동상을 위해 옷을 선물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 작은 소녀상도 설날에는 한복으로, 크리스마스에는 빨간 망토로 갈아입는다. 곰돌이 인형, 꽃, 신발을 놓고 간 사람도 있다. 때로는 작아서 더욱 슬프고, 친근해지는 대상도 있다. 소녀상은 예술작품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일본의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망언을 해 대지만, 일본 정부는 소녀상에 쏟아지는 관심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는 소녀상은 미국 디트로이트에도 세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소녀상의 뒤편 그림자에는 나비 한 마리가 새겨져 있다. 나비는 환생(還生)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는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위안부 문제가 잊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나비는 할머니들의 ‘소녀시대’의 기억을 다시 불러왔다. 이제 소녀상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프로골퍼 최경주는 경기 도중에 미스샷을 날리더라도 절대로 골프채로 땅을 치거나 나쁜 말을 내뱉지 않는다. 1999년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한 약속이다. 아무리 한국말로 욕을 한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나 갤러리도 느낌으로 다 알아듣기 때문이다. “미스샷을 내고 욕을 하면 사람들은 ‘공도 못 치는 게 욕이나 한다’고 흉을 보지, ‘속 시원하게 잘 뱉었으니 다음 샷은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등을 두드려 주지 않습니다. 나보다 키가 크고 스윙 스피드도 월등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마음까지 불안정하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최근 펴낸 자서전 ‘코리안 탱크, 최경주’(비전과리더십)에서 전남 완도의 촌놈이 미국 PGA투어 선수로 자리 잡게 되기까지의 좌절과 도전을 펼쳐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안정된 스윙을 하려면 스윙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항상 똑같아야 하는데 그 똑같은 동작을 ‘루틴’이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도 늘 변하지 않는 ‘단순함’에서 힘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PGA투어 도중에 반드시 지키는 원칙은 또 있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절대로 TV를 켜지 않는 것이다. 집중과 안정을 위해서다. 그 대신 숙소에서 책이나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는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정독을 한다”고 말했다. 속독은 익숙해지지 않아서인지 금방 잊어버리고,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10여 년 전 PGA투어를 준비하면서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때부터 책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지요. 2년 전에는 2주에 한 권씩 읽기로 마음먹고 1년간 약 25권을 독파한 경험이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큰 욕심은 없어요. ‘한 권당 한 문장씩만 내 것으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읽습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그는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두란노)과 유진 오켈리의 ‘인생이 내게 준 선물’(꽃삽)을 꼽았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인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유진 오켈리는 세계적인 KPMG그룹의 최고경영자(CEO)였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죽기 직전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부인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을 쓰며 삶을 정리하는 모습이 감명을 주었습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항상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은 반대로 삶의 매 순간 순간이 그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말로 와 닿았습니다.” 그는 2007년 골프 꿈나무 육성과 자선사업을 위해 ‘최경주재단’을 설립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는 재단 설립 과정에 큰 도움을 준 책이다. 그는 “전 세계의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염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절제와 인내심, 정신력과 기다림 같은 덕목”이라며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지 말고 스포츠를 통해 리더십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골프는 심판의 판정이 없는 운동입니다. 정해진 홀에 들어갈 때까지 선수 스스로 컨트롤 하는 경기죠. OB나 해저드 등 공동으로 정한 구역을 지키고, 시간을 준수하고,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스포츠를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 출판계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여전히 인문학, 그중에서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는 영국의 서점을 방문해 보면 금방 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로 자기계발 및 경제 경영 관련 도서가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의 서점에서는 역사책이 단연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도 세계사, 영국사, 아시아사, 세계 대전사 등 다양한 종류로 세분돼 있으니 영국인들이 얼마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책 코너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은 BBC 정치부의 앤드루 마 기자가 9월 말 출간한 ‘세계의 역사(History of the World)’다. 저자는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BBC로 옮겨왔으며 2005년부터 BBC에서 ‘앤드루 마 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 5년간 ‘앤드루 마의 현대 영국의 역사’와 ‘앤드루 마의 현대 영국을 만든 것’ 등 굵직한 역사 프로그램을 선보여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동명의 역사서들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세계의 역사’도 출간과 동시에 8부작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으며 BBC를 통해 방송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책은 7만 년 전의 고대 마야인으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베냉 왕국, 폴란드 왕국, 몽골 제국, 아프리카인들의 대이동 등 다채로운 문명의 역사를 담고 있다. 유럽인이 쓴 역사서가 대체로 유럽 중심의 세계관에 따라 기술되는 것에 비해 마 기자는 이 책에서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의 다양한 문명을 그곳 사람의 시선에서 담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과 같은 세계사적 사건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페루나 우크라이나, 중미에서의 문명의 시작을 다루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저자는 실패하고 사라진 문명들, 이른바 ‘승자’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가질 법한 의문들에 답한다. 역사를 바꾼 인물들, 예를 들어 클레오파트라, 칭기즈칸,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마오쩌둥과 같은 거물들을 다루면서 어떻게 몇몇 지도자들은 현실 감각을 잃었는지, 어째서 혁명은 때로는 행복보다는 독재자들을 낳는 것인지, 왜 일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부유한지 등을 설명한다. 가디언지는 “마 기자의 새 책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과 인물을 뛰어난 이야기 능력으로 풀어놓았다”고 평가했다.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책 한 권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나운서 손미나 씨(40)가 2006년 스페인 연수를 다녀와서 쓴 ‘스페인, 너는 자유다’. 당시 KBS ‘도전 골든벨’을 진행했던 발랄했던 모습의 그는 1년 만에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에 긴 생머리를 하고 돌아왔다. 이 책은 수많은 여성독자들의 호응 속에 20만 권 넘게 팔렸다. 그는 이듬해 KBS에 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작가로 나섰다.그로부터 6년간 일본 도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랑스 파리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는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태양의 여행자’,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아르헨티나’,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등을 펴내며 치열한 작가의 삶을 살아왔다. 누구나 선망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종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살아온 그는 요즘 20∼30대 여성들이 닮고 싶어 하는 롤 모델 중 하나다.“파리에 있을 때 바스티유 광장 근처의 철학카페에 자주 갔어요. 일요일 오전 10시마다 머리 희끗한 아저씨, 주방에서 막 튀어나온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에스프레소 한 잔과 수첩을 놓고 이야기하는데, 대학 강의실 못지않은 진지한 분위기였어요. 우리는 철학이 어렵고 특권층만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당당함과 여유가 부러웠죠.”손 씨는 3년간의 파리 생활을 마치고 올해 7월 귀국했다. 당분간 국내에 머무르며 내년에 출간할 프랑스에 관한 책을 쓸 작정이다. 그는 최근 ‘파리의 철학’(봄바람)이란 테마로 다이어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책의 향기’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몽각 씨의 사진집 ‘윤미네 집’(포토넷)을 권했다. 큰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기까지의 모습을 아버지가 흑백사진에 담아낸 기록이다. 손 씨는 “이 책은 글 없이 사진만 보아도 따뜻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볼 때마다 올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 생각이 난다. “병실에서 아버지는 고향(개성)이 같아 가장 좋아했던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아버지가 남기신 수백 통의 편지와 글을 모아 아버지의 역사를 추억하는 책을 쓰고 싶어요.”그의 두 번째 추천 책은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기’(이야기나무). ‘카우치 서핑’이란 해외 배낭여행자들에게 인터넷 신청을 거쳐 무료로 자신의 집 소파를 잠자리로 제공하는 것. 손 씨는 “집주인은 여행자들과 만나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자들은 돈이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문화”라며 “이 책을 읽고 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손 씨는 연말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펭귄클래식코리아)을 골라줬다. 그는 “이 책에서 베르테르는 호메로스의 시를 읽으면서 사랑의 슬픔을 다독인다”며 “현재의 내가 200여 년 전의 괴테, 기원전의 호메로스를 만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고전의 힘”이라고 말했다.손 씨는 “내년에는 페루의 마추픽추에 가서 몇 달간 머무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 전에는 팟캐스트 ‘손미나의 여행사전’을 진행하며 젊은 여성들과 고민을 함께 나눌 계획이다. “많은 이들이 프랑스 여성들을 부러워하는 데 날씬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 말고, 그들의 실용적이고 검소하고 독립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워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에 가보면 절반 이상이 한국의 30대 여성들이라고 합니다. 30대가 되면 인생이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젊은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힐링 캠프를 준비할 계획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두 책은 아이들이 쓴 일기를 모아 놓은 책입니다. 일기 쓰기는 아이들에게 참 힘든 숙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책들은 일기 쓰기가 힘든 친구가 읽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내 또래 아이들이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싶어서 놀라울 때도 있고, ‘하! 이런 글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죠. 그러고 나서 자신이 지금까지 써 왔던 일기들을 한 번 쭉 훑어보세요. 아주 어렸을 때 쓴 한 줄짜리 일기, 그림일기부터 말이죠. 그러다 보면 이건 참 마음에 든다 싶은 것이 있을 거예요. 그런 일기들을 모아 ‘나의 일기책’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독후활동-나의 일기를 책으로 만들기준비물: 탁상용 달력, 소포지 전지, 양면테이프, 어렸을 때부터 쓴 일기들, 사인펜 1. 어릴 때부터 쓴 일기를 찬찬히 읽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둔다. 2. 탁상용 달력의 밑면을 칼로 잘라낸다(어른들의 도움을 받는다). 3. 탁상용 달력의 달력 한 장 한 장에 소포지를 붙인다. 이때 풀보다 양면테이프가 좋다. 이렇게 전체를 붙이면 약 20쪽의 단단한 표지를 가진 책 모양이 완성된다. 4. 골라놓은 일기를 책에 옮겨 적는다. 컴퓨터로 옮겨 인쇄해서 사용해도 된다. 이때 편마다 제목을 붙이면 더 좋다.5. 글에 어울리는 삽화를 그린다. 6. 책 제목을 정한다. 각 편의 제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방법도 있다.7. 표지를 꾸민다. 제목뿐 아니라 글·그림에 자기 이름을 쓰고, 출판사 이름도 정해 본다. 기존에 출판된 책을 살펴 책 모양을 갖추는 데 필요한 것을 찾아서 꾸민다(정가, 펴낸 날, 바코드, 지은이의 말, 추천사, 지은이 소개 등). 김혜원 어린이도서교육연구가}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다 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흔히 듣던 말이다. 서로 네 것 내 것 없이 이웃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농사일이든, 집안일이든 품앗이를 통해 함께 나누며 살았다. 지금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돼 버린 이웃과 함께 북적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책들이 있다. 마침 김장철이 다가온다. ‘북적북적 우리 집에 김장하러 오세요’(소중애 글·정문주 그림·푸른숲주니어)는 베트남에서 시집와서 아직 우리 문화가 낯선 슬기네와 우혁이네가 김장을 하는 이야기이다. 두 집안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배추를 다듬고 씻고, 양념을 만들어 김치를 서로의 입에 넣어 주는 왁자한 풍경을 그린 그림이 흥겹다. 김치를 함께 담그며 인종이 다르고, 사는 형편이 다른 두 집안은 자연스레 이웃 가족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배추가 맛깔스러운 김치가 되기까지의 정보는 덤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김규택 글 그림·느림보)은 동지 팥죽으로 마을이 하나가 돼 가는 모습을 신명나는 그림으로 보여 준다. 우리 선조들은 붉은 빛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막아 준다고 하여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생기면 팥떡이나 팥죽을 만들어 나누었다. 이 책에선 한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닫고 사사건건 싸우기만 하던 중 괴물이 나타나 위험에 빠지자, 똘이가 기지를 발휘해 동짓날까지 팥죽을 끓여 주겠다고 약속해 괴물이 잠시 물러나게 한다.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생기자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접고 하나가 되어 가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을 마련하고 팥죽을 끓이고 팥죽이 눌어붙지 않게 가마솥 안에 나룻배를 띄우고 여럿이 노를 저으면서 땀을 흘리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미움도, 분노도 스르르 녹아 버린 것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여 와글거리며 북적거리는 장면들 속에서도 인물들 하나하나의 표정과 몸짓이 살아 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 안에 나룻배를 띄우고 노를 젓는 매력적인 장면은 이 책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사람과 어우러지는 재미를 살려주는 또 하나의 책으로 ‘장날’(이윤진 글·이서지 그림·한솔수북)을 꼽을 수 있다. 조선시대 장날의 풍경을 4m 병풍 책으로 표현한 이 그림책은 마치 시장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숱한 사람들로 가득한 시장을 거니는 듯 화면을 가득 채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사고팔고, 먹고 마시고, 만나고, 즐기는 시장 풍경 속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조월례 어린이도서평론가}

“신병훈련소에 8주간 있으면서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과자봉지 뒷면에 쓰인 영양성분 표시나, 행군하다 길에서 주운 신문 조각을 정신없이 읽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규하 병장은 지난해 초 강원 화천군에 있는 최전방 부대 육군 제27사단(이기자부대) 통일선봉대대에 배치되던 첫날 깜짝 놀랐다. 험준한 화악산(1468m)과 곡운구곡(谷雲九曲)의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 부대에 수천 권의 책이 꽂혀 있는 작은 병영도서관을 보고서다. “밖에서도 읽지 못했던 신간도서가 가득한 걸 보고 세상과 단절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희망을 느꼈습니다.”○ TV,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는 군인들 이 부대에 병영도서관이 생긴 것은 2010년 10월. 신막사를 지으면서 병영생활관 3층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했다. 책꽂이에는 시민단체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주민, 부대원들이 기증한 책 8700권이 비치됐다. 병영도서관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렸던 청춘들의 군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는 군대 환경에서 장병들은 처음 맛보는 책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장재호 상병은 이등병 때 병장의 손에 이끌려 도서관을 처음 찾았다. 선임병은 그에게 군 생활에서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며 ‘삼국지 인생전략 오디세이’를 추천했다. 그는 이후 병영도서관에서 매주 1, 2권씩 1년간 50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읽었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바깥세상으로부터 잊혀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불안감의 정체를 알고 나니 거기서 벗어나게 되더군요.” 안경을 낀 앳된 얼굴의 한민기 상병은 요즘 ‘야생화 백과사전’과 구병모의 소설 ‘아가미’를 재밌게 읽고 있다. 한 상병은 “강원도 산골에서 훈련을 받다 보면 야외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데, 도심에서는 볼 수 없던 꽃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기쁨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근 국방일보가 장병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병영도서관을 이용하는 군인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2.4권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한 달에 0.8권, 1년에 9.9권)의 세 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지난해 병영독서 우수 부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던 이기자부대도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분기별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독서왕’과 독후감 경연대회 수상자에게는 3박 4일의 포상휴가를 준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대 국문학과 정성미 교수를 초청해 병사들과 ‘논어’ ‘징비록’ 등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책을 읽으면 더 강한 군대가 된다 예전의 군대에서는 내무반에서 최고참 병장이 TV를 보고 있으면 모두들 TV를 봐야 했다. 그러나 올해 8월 말 ‘계급별 병영생활관’ 제도가 시범 실시된 이후 막사의 풍경은 달라졌다. 이 제도는 오후 5시 반 일과시간이 끝난 이후부터 취침시간까지 이등병은 이등병끼리, 병장은 병장끼리 별도의 생활관을 사용하는 제도다. 장병들은 내무반에서도 선임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가시간에 자유롭게 자기계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정훈장교 이상엽 중위는 “요즘 군대에서는 이등병의 얼굴 표정은 크게 밝아진 반면 병장들은 어두워졌는데 이는 제대 후 취업 걱정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부 장병들은 여가시간에 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인터넷으로 3학점짜리 대학 강의를 듣는다. 병영도서관에 구비된 900여 권의 수험서를 활용해 국가검정기술자격증을 딴 이도 많다. 장건 일병은 지난달 양식조리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일병이라 내무반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잠을 줄여 도서관에서 밤 12시까지 남아 2주간 공부해 필기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정문홍 병장은 제대 후 일본에서 타투(문신)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봉근주 대대장은 “책을 통해 국가와 역사에 대한 의식을 갖고, 전우들과 좋은 생각을 나누고, 미래의 삶에 대한 계획을 실천하는 장병들이라면 더욱 강한 군대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문화부는 올해 전군 50개 부대를 대상으로 독서 지도사 파견, 작가 초청 강연, 북콘서트 등을 여는 병영독서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130개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영호 문화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장은 “대한민국 60만 장병이 21개월간의 복무기간 중 책 읽는 문화에 익숙해진다면 제대 후에도 독서 습관을 유지하면서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살아야 하는 이유’라. 오늘날 이 물음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풍요 뒤의 장기 침체 탓일까. 미래는 이제 꿈과 희망만이 아니라 불안이자 공포이기도 하다. 수명이 길어진 사회에서는 일찍 죽는 위험보다 장수에 수반되는 위험이 더 커졌다. 1998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저자는 서문에서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비통함과 회한을 토로한다. 이어 발생한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는 일본인들에게 일상에 널려 있는 견고한 광경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자연은 ‘제어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인위적으로 만든 법률, 국가, 사회, 정치, 경제 제도 등은 ‘바꿀 수 없다’는 이중적 오류를 행해왔다”며 “대표적 결과가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대 이후 발명된 ‘행복 방정식’은 그 한계를 속속들이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이제 ‘보통의 행복’은 특권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 등의 통찰을 되새기며 그동안의 ‘행복 방정식’을 근본부터 성찰해 간다. “자본주의는 점점 스포츠 게임을 닮아간다. 우승자만 행복의 축배를 들 뿐, 패배자는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당하고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은 ‘진짜 자기’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는 ‘불안’의 냄새를 이용한 자본주의의 상술에 불과하다. 행복하기 위해선 자기 찾기에 집착하는 것보다, 자기를 잊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n)’ 개념이다. “‘거듭나기’란 생사의 갈림길을 헤맬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빠져나간 지경에 도달하고, 새로운 가치나 인생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일생을 끝내는 ‘한 번 태어나는 형(once born)’보다 ‘병든 영혼’으로 두 번째 삶을 사는 ‘거듭나기’의 인생이 더욱 중요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동문학가 고정욱 씨(52)가 200번째 동화책 ‘가슴으로 크는 아이’(자유로운상상)를 펴냈다. 1급 장애인인 그가 지금까지 쓴 동화와 소설 200권은 모두 305만 부 이상 팔렸다. 그만큼 다작(多作)을 내놓고 이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동화작가는 전 세계에서도 보기 힘들다. 소설가로 등단했던 그가 동화를 쓰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동화를 쓰게 됐다. 뇌성마비 장애아가 주인공인 데뷔작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70만 부가 판매됐다. 시각장애아와 안내견의 이야기를 다룬 ‘안내견 탄실이’는 30만 부, 지체장애아와 친구의 우정을 그린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100만 권이 나갔다. 그는 돌 무렵 소아마비를 앓고 1급 장애인이 됐다. 고교 시절 의대 진학을 꿈꿨지만 “장애인을 받아주는 의대는 없다”는 교사의 말에 크게 낙담했다. 진로를 바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이 넘도록 여러 대학에서 강사생활을 하다가 아동문학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애를 딛고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그에게 학교와 관공서, 기업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진다. 그는 1년에 20권 이상의 책을 쓰고, 매년 200여 차례 강연을 다닌다. 독서의 계절인 요즘은 한 달에 29일을 강의하기도 한다. 그에게 어떻게 그런 다작과 강연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소아마비 장애인에게는 포스트 폴리오 신드롬이라는 게 있어요. 몸의 근육 가운데 3분의 2가 하체에 몰려 있는데 이를 쓰지 않으니 심폐, 내장, 심장 기능이 60세가 넘으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소아마비 장애인 가운데 장수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는 목숨을 걸고 씁니다. 언제 삶이 끝날지 모르니까요.” 그의 작품 30여 개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번역돼 소개됐다. 그는 “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걸 볼 때 내가 이 세상에 장애인으로 살게 된 소명의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며 “죽는 날까지 500권의 동화책을 쓰고, 내 책이 전 세계 100개 언어로 번역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라는 주제는 세계인이 모두 공감할 것으로 생각해요. 마지막 꿈은…장애인 문학으로 노벨 문학상을 타는 겁니다. 하하.”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최근 전자책 단말기를 활용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출퇴근할 때 심심풀이로 읽기 위해 인터넷 서점에서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픽처’와 수전 콜린스의 ‘헝거게임’을 다운로드했다. 너무 재밌어서 지하철과 화장실 등에서 틈틈이 읽었는데도 며칠 만에 다 읽어버렸다. 남들은 내가 태블릿 PC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주변의 시선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전자책 매출액은 2007년 킨들 첫 출시 이후 매년 400% 정도씩 성장해왔다. 올해 아마존은 종이책 100권을 팔 때, 전자책을 114권이나 팔았다. 국내에선 전자책 붐이 아직 미미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전자책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영국 피어슨그룹의 출판사 펭귄과 독일 베텔스만그룹의 랜덤하우스가 합병을 발표했다. 전세계 출판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출판사의 탄생이었다. 이번 합병은 전자책 붐이 얼마나 빠르게 기존 출판산업을 격동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1935년 창립된 펭귄은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출판사다. 기하학적 수평선 무늬와 펭귄 로고, 장르별 컬러로 표시하는(오렌지는 소설, 그린은 범죄물, 블루는 자서전, 핑크는 여행서적 등) 표지 디자인은 펭귄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랜덤하우스는 올해 E 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 팔리는 대히트를 쳤다. 펭귄과 랜덤하우스는 이번 주 미국 도서시장에서 톱 순위 25위 안에 드는 베스트셀러 중 10여 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강력한 브랜드와 베스트셀러를 갖춘 두 회사가 경영난도 아닌데 왜 합병해야 했을까.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쇄, 창고, 물류, 생산 시설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절감과 콘텐츠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전자책 협상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아마존과의 한판 승부를 위한 출판계의 몸집 키우기로 봐야 한다. 그동안 인터넷 서점은 종이책을 팔면서도 각종 가격 할인 정책으로 수많은 오프라인 서점의 문을 닫게 했고, 출판사들의 경영을 어렵게 했다. 앞으로 전자책 시대를 맞아 아마존, 애플, 구글 등 거대 온라인 기업은 작가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e-출판’까지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시장에서 출판사의 역할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출판사는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활을 건 싸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펭귄랜덤하우스가 아무리 공룡이라고 해도 매출액은 아마존의 6%, 구글의 8%, 애플의 2%에 불과하다. 하퍼 콜린스, 아셰트, 맥밀런, 사이먼&슈스터 등 남은 거대 출판사들까지 연합전선을 펴지 않는 한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기업을 이기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출판사가 무작정 몸집을 키우는 데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펭귄은 결국 정체성을 잃게 될 것” “거대 출판사가 작가들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서점들의 할인판매로 인해 실질적으로 도서정가제가 무너져 출판시장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또한 전자책 판매방식과 가격 설정에 대한 시장의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출판사들도 언젠가는 아마존, 애플, 구글같은 글로벌 기업이나 KT, SKT 같은 통신대기업과 전자책을 놓고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 콘텐츠의 주춧돌이 되는 출판시장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대선 기간인데도 후보자들이 문화정책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아쉽게도 들리지 않는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세계 각국의 신화는 우주론과 관계가 있다. 신화 속 우주는 대부분 신들의 세계, 인간이 사는 지상, 지하 세계로 나뉜다. 북유럽 신화는 위드그라실이라는 거대한 물푸레나무 주위에 아홉 개의 세계가 있다고 본다. 이와 달리 나이지리아의 요루바족 신화는 세상을 ‘아이예’(물리적 세계)와 ‘오룬’(보이지 않는 세계)으로 간단히 나눴다. 그리스, 로마, 아메리카,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화의 상징세계를 풍부한 도판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꿀, 젖, 피, 소금, 독수리, 뱀 등 키워드로 접근한 신화 해석도 흥미롭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현대 사회의 기본 인프라는 법치주의입니다. 공(公) 사(私) 영역에서 광범위한 법치가 자리 잡지 못한다면 성장 발전의 기반인 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설립자인 김인섭 명예 대표변호사(76·사진)가 자서전 ‘추풍령에서 태평양까지’(나남)를 펴냈다. 책에는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판사 변호사 시민운동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의 인생 역정을 담았다. 부제는 ‘법치주의를 추구했던 한 법조인의 초상’. 그의 법관 생활 18년간은 박정희 대통령의 압축성장 기간과 맞물리고 이후 변호사 생활 22년은 민주화 시절과 겹친다. 그는 “법조인은 판결문으로만 말한다는 전통이 있는데, 한 시대를 살아온 법조인의 회고록도 중요한 현대사 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에서 김 변호사는 1967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의 주심판사로서 피고인 이창희(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차남)의 병보석을 불허한 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민족주의비교연구회(민비연)’ 회원들을 간첩으로 조작하려 했으나 이 회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일 등 정권의 압박과 회유에 맞섰던 판사 시절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또 1964년 한일회담 반대 데모로 구속된 고려대 재학생 이명박(현 대통령)의 신원보증을 서준 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저자에게 정치 입문을 강권했던 비화도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1961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이후 18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그는 1977년 부장판사로 승진한 뒤 단독 집무실과 운전사가 딸린 관용차를 제공받고는 스스로 ‘빚꾸러기(빚을 많이 진 사람)’라는 자각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1986년 법무법인 태평양을 설립해 국제적인 로펌으로 키워냈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실현한다는 그의 굳은 소신은 변치 않았다. 2002년 현역 법조인에서 은퇴한 후에는 법치주의를 내건 시민운동 ‘굿소사이어티’ 활동을 해왔다. “적어도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압축성장 시대의 변칙적 법 운영을 마감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도 변칙의 잔영이 이곳저곳에서 어른거립니다. 제가 은퇴한 후 법치주의 시민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런 자각 때문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는 자기 몸에 대해 얼마나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요. 여기 황당하지만 집요하게 우리 몸의 한 부분을 관찰한 책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이고은 글·그림)가 있습니다. 심심해서 시작한 관찰이랍니다. 하지만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머리카락과 그 주변에 관한 기록들이 세심합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그림까지 곁들여 친절하고 진솔하게 표현했습니다. 매일 보고 만지는 머리카락으로 많은 생각과 연구를 한 이 책은 제목처럼 엉뚱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상을 이토록 살피고 돌아보는 방식이 신선합니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알아채지 못한 것들에게 애정 갖기, 우리도 함께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독후활동-나의 엉뚱한 ☆☆연구 스크랩북 만들기준비물: 카메라, 8절 혹은 3절 스케치북, 사인펜, 색연필, 크레파스 등 필기도구, 가위, 풀, 신문, 잡지, 각종 스티커, 테이프 등 스크랩북 만들기에 적합한 모든 것. 1.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찾아본다. 2. 모두 함께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3. 거울을 보거나 사진을 찍어 유심히 관찰한다. 녹음이나 녹화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함께 한다. 4. 밖으로 나가 그 부분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는다. 5. 돌아와 관찰한 것을 그리거나 사진을 출력해서 스크랩한다.6. 관찰한 대상과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을 각종 인쇄물에서 찾아 오려붙인다.7.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자료들을 첨부한다. 8. 적당한 제목을 정해 표지를 꾸민다. 8.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혜진 어린이책교육연구가}

‘작은 회사’가 뜨고 있다. 불황에 빠진 세계경제 상황 속에서 ‘안정적이고 큰 회사’란 공상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높은 연봉의 대기업, 철밥통 공기업의 좁은 문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취업난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이제 눈을 돌려보자. 두 권의 책은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로 먹고사는, 작은 회사에서 프로직업인으로서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일의 즐거움이 삶의 즐거움으로” 스토리텔링 회사에 다니던 김정래(30) 전민진 씨(29)는 이십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뒀다. 30대에 새로운 삶을 도전하기에 앞서 두 사람은 또래의 청춘들이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궁금했다. 둘은 젊은이 13명을 만나 얘기를 듣고 그들이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유와 고민을 책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에 솔직하게 담아냈다. 부엉이 안경, 나뭇잎과 꽃을 넣어 만든 안경, 만화 캐릭터 조로 안경 등 기발한 안경테를 만들어내는 젠틀몬스터 그래픽의 안경디자이너 우빛나, 강원 횡성군에서 신선한 우유를 만들어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서울F&B 기획관리부 과장 박현정, 인디밴드 전문 기획사 붕가붕가레코드 매니지먼트 팀장 김설화, 저소득층도 쉽게 살 수 있는 보급형 보청기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 전략기획실장 김정현…. 한국 사회에는 작은 회사에 다니면 스펙이 모자라거나, 불안한 미래를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작은 회사에 다니는 매력은 간판이나 급여, 사회적 평가로 잴 수 없는 ‘일과 삶’의 즐거움에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로움”(김설화 팀장)이 있고, “개인의 개성이 곧 회사의 색깔이 되는 짜릿한 경험”(디자인 서점 땡스북스 점장 김욱)을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작다’라기보다는 ‘깊은’ 회사”(디자이너 우빛나)라고 해야 맞다는 전언이다. 저자 김정래 씨는 “우리 사회는 대학을 졸업하면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취업해야 하고, 취업하면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직업과 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에 대해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민진 씨는 “우리 세대는 선배가 없다. 학교 선배들은 모두들 취업준비에 바쁘고, 교수님들도 논문 쓰시느라 바빠 물어볼 사람이 없다”며 “작은 회사 중에는 일의 재미뿐 아니라 보수나 조건도 좋은 회사가 많은데 취업지망생들이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만의 생존법·프로의식 얻는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41)는 “20대 시절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가장 좋은 창업 인큐베이팅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작은 회사에서는 1인다(多)역을 맡아 회사와 함께 밑바닥부터 성장해가며, 정글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는 “대기업을 수십 년 재직하다 나오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막막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10∼15년만 버티면 이직이나 창업을 하더라도 두렵지 않은 나만의 프로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13명의 창조적인 작은 기업 창업자의 스토리를 담은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를 펴냈다. 정 대표도 7년간 공연과 이벤트 기획을 하는 콘텐츠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해 안식년을 얻어 통영에 내려갔다가 새로운 지역 비즈니스 시장을 발견하고 두 번째 회사인 ‘남해의봄날’을 차렸다. 지역의 작은 기업, 문화예술가들과 함께 남해안 곳곳에 숨겨진 풍부한 콘텐츠를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정 대표는 “요즘 출간되는 책들이 ‘너무 힘들지, 힘들지’라고 위로만 하니까 청춘들이 ‘그래, 나 힘들어’ 하고 주저앉는 것 같다”며 “내가 배우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똑똑하게 앞날을 개척해나가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그런 묻혀진 젊은이들을 조명해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누구나 꿈을 꾸면 이룰 수 있는 것일까. 모든 사람의 꿈을 들어주는 마법사가 있어서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도록 해준다면 얼마나 신날까. 그러나 아쉽게도 만화 속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대부분 그럴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한 꿈을 크게 꾸되, 한 손에 꿈과 함께 다른 한 손에는 ‘땀’과 ‘열정’을 들고 있다. 화려한 꿈 뒤로 눈물과 노력, 도전과 고통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상 과학만화 속의 용감한 여자 용사를 동경하던 소녀는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고, 태권도를 배우고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마침내 세계 49번째,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여성 우주인이 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그의 우주도전기 ‘꿈을 쏘아라, 미래를 열어라’(샘터사)를 보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고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남다른 노력과 땀, 지치지 않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은 또 어떻게 했을까. 그들 모두는 남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지치지 않고 달려간다. 아니 쓰러져도 일어나서 달려간다. 방송인 김병만의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실크로드)는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잘 곳이 없어서 무대 위에서 자고, 공중화장실에서 세수하고, 개그맨 공채에서도 7번이나 낙방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가슴 뭉클하게 전해 준다. 그는 이 책에서 작은 키가 지금도 콤플렉스지만 키를 탓하기보다는 키 때문에 더 노력한다고 말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하느라 타박상이나 멍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고, 어려운 연기를 한 날에는 몸이 아파서 똑바로 눕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 큰 행복이라고 이야기한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꿈을 이룬 또 다른 모범사례로 축구선수 박지성이 있다. 그는 작고 왜소한 데다 발은 평발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일기장에 ‘고달프고 힘이 든다. 다른 사람도 참는데, 내가 못 참으랴. 힘들지만 참아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라고 쓰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고 결국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었다. 박지성은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중앙북스)에서 절망을 극복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출발이 더디고, 삐끗했다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성취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목표를 향해 얼마나 꾸준히 걸어가느냐에 달렸다’고.오길주 경민대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