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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뛰는 물가에 고단했던 올해, 이마트는 ‘가격잡기’에 총력을 기울여 고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마트는 올 한 해 동안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렴하고 품질 좋은 해외소싱을 확대하고, 자체 브랜드(PL) 상품 개발을 늘려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고객들에게 공급했다. 이마트가 지난달 말 출시한 49만9000원짜리 초저가 발광다이오드(LED) TV는 고가(高價)의 LED TV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출시 3일 만에 준비한 5000대 물량이 모두 판매된 바 있다. 이는 유통, 전자업계뿐 아니라 이마트 기획자들조차 깜짝 놀랜 사건이었다. 이달 8일 선보인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도 세간의 화제였다. 이 커피는 다른 대형마트 상품 대비 20∼40%, 커피전문점 원두커피보다는 최대 80%가량 싼 가격에 출시됐다. 이마트는 “이마트 차원에서 직접 브라질 농장을 방문해 생두를 직접 들여온 게 가격 거품 빼기에 큰 역할을 했다”며 “원두 내리기에 필요한 커피머신 판매까지 함께 뛰어오르는 보너스 효과도 거뒀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이마트는 스크린 골프 대중화를 겨냥한 49만9000원짜리 골프채 풀세트를 내놓아 히트를 쳤으며 9900원 청바지, 병행수입을 통해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명품 향수 등을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대형마트의 기본인 ‘값싼 상품 제공’ 외에도 이마트는 다양한 쇼핑 문화를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예로 이마트의 PL 패션브랜드로 출발한 데이즈(Daiz)는 올해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로 거듭나면서 대형마트 패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이마트는 반려동물 전문매장인 몰리스펫숍, 스포츠전문매장인 ‘스포츠빅텐’ 등을 통해 대형마트의 전문성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말 문을 연 미국식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현재 국내에 4개 매장을 오픈하며 고객들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쇼핑 환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새롭게 선보인 이마트몰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를 통해 리뉴얼 오픈 1년 만에 150%가 넘는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5월 ㈜이마트로 법인분리를 해 ‘이마트 Way’라는 경영 핵심가치와 ‘비전 2020’을 제시하고 글로벌 종합유통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마트의 경영 철학인 ‘이마트 Way’는 고객, 브랜드, 디자인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또 ‘비전 2020’에는 멀티채널, 라이프솔루션, 글로벌 컴퍼니를 3대 축으로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3조7000억 원을 달성해 글로벌 종합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마트는 “종전의 단기적인 가격 행사를 지양하고 대형마트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할 낮은 비용 시스템(Low Cost Operation)을 강화해 고객들에게 품질 좋은 상품을 싸게 팔겠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백신 잘못 놨다가 새끼돼지가 유산된 집도 있대요. 멀쩡했던 돼지가 죽는 일도 있었다던데…. 안 하면 벌금 무니까 어쩔 수 없이 백신 놓는 거지.” (경기 화성 A돼지농가 주인) 국내 축산농가들 사이에서 일명 ‘백신 괴담’이 흉흉하다. 정부는 올 초 구제역 대란을 겪은 뒤 전국의 축산농가에 의무적으로 구제역 예방접종 백신을 놓도록 했다. 그런데 이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가축이 죽거나 새끼를 유산하는 등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는 게 백신 괴담의 요지다. 이런 소문은 구제역 대란이 한창 진행 중이던 올 초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가 구제역 바이러스의 활동이 심해지는 겨울이 찾아오면서 심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그런 얘기가 도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니) 금방 사라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 사이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퍼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들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등 백신 접종을 회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정부는 축산농가가 백신을 투여했는지 집중 단속하고, 적발 시 벌금(최대 500만 원)까지 물리겠다고 나섰지만 백신 괴담과 이에 따른 불안감은 계속됐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달 전국 49개 시군 6364개 축산농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설문에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34.7%(2207개)의 축산농가가 ‘백신 접종 후 2주 내에 부작용이 있었다’고 답했다. 주요 증상은 새끼를 유산하거나 폐사했으며, 수태율이 낮아지고 살도 빠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중 부작용이 심하다고 주장한 30농가를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를 주관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이들 농가는 올 1, 2월 백신접종 당시 (쓰면 안 되는) 차가운 상태의 주사액을 주입하고, 불안감 때문에 정량보다 과도한 백신을 접종해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호흡기 질환으로 폐사하거나 인공수정 금지 기간이라 새끼를 배지 못했던 것도 백신 접종 기간에 벌어진 일이란 이유로 ‘백신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돼지는 조사농가 모두 올 2월 이후로는 폐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1, 2월의 일을 지금도 여전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백신 괴담’은 낭설이라는 결론이다. 근거 없는 소문을 믿고 백신 접종을 회피하는 농민들도 문제지만 백신 괴담이 퍼지기 전에 정부가 축산농가들의 우려를 귀담아듣고 좀 더 빨리 광범위한 조사와 결론을 내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소망화장품의 ‘다나한’은 팔자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다나한 RGII 프리미엄 EX 팔자주름 크림’의 성공적 런칭을 기념해 내년 1월 8일까지 크림 또는 에센스를 사는 고객에게 아이크림을 증정한다. ‘다나한 RGII 프리미엄 EX 팔자주름 크림’은 올해 10월 출시된 제품으로, 최초 생산수량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직 입가에 생기는 팔자주름 개선을 목표로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팔자주름이 있고 없고가 얼굴 나이의 차이’라는 광고 카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국내 여성들의 약 60%가 자신들의 얼굴에서 팔자주름이 보일 때 나이가 들었다고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착안한 것이다. 소망화장품 관계자는 “‘(팔자주름이) 있다, 없다’의 알기 쉬운 광고와 온·오프라인에서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최초 생산수량이 모두 매진되는 쾌거를 올렸다”며 “고객들이 원하던 제품군 개발을 통해 예약 판매를 실시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아이크림 증정 이벤트는 이 같은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기획됐으며, 전국의 뷰티 크레딧, 다나한 매장과 화장품 전문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소망화장품 측은 “증정하는 제품은 구매제품과 동일한 브랜드의 아이크림이며 일부 증정품은 매장에서 품절됐을 때는 수분에센스나 수분크림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크림 하나 가격으로 아이크림까지 장만할 수 있는 이번 이벤트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올 한 해 동안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벌였다.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던 것은 농산물이다. 구제역과 이상기후, 병충해 피해와 어획 부진 등 각종 악재로 올해 국내산 축산물, 농산물, 수산물 값은 크게 출렁였다. 건고추는 전년 대비 평균 77% 상승했고, 건오징어는 57.4% 올랐다. 사과(32.2%) 고등어(22.6%) 돼지고기(21.5%) 계란(16.8%)…. 19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연간 소매가격 정보에 따르면 aT가 집계하는 70여 종의 국산 농산물 가격 중 20여 종의 연평균 가격이 지난 3년 치 중 올해 최고치를 형성했다. aT는 매년 △식량작물 △채소류 △과실류 △수산물 △축산물 등 5개 부문의 가격을 집계해 비교하고 있다.○ 쌀 8.7% 최근 3년새 최고 상승폭 올해는 쌀, 팥, 녹두, 고구마, 감자 등 식량 작물로 분류되는 농산물의 가격이 크게 올랐던 한 해였다. 올해 쌀값은 전년 대비 평균 8.7% 올랐다. 이는 최근 3년간 유례없는 상승폭이다. 올해 쌀값은 지난해 흉작 여파에다 쌀값 추가 상승을 노리는 양곡업자들이 쌀을 보유하고도 이를 시장에 풀지 않으면서 계속 올랐다. 정부는 정부미를 방출하는 한편, 수입 쌀 가격을 인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올해 20kg 쌀 한 포대 가격은 평균 4만4800원 선에 거래돼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힘겹게 했다. 팥(63.9%) 녹두(54.3%) 고구마(30.8%) 감자(15.1%) 등 기타 식량작물도 큰 폭의 가격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팥, 녹두 등 곡류는 날로 중국산 수입 물량이 늘면서 국내 재배면적이 줄어 국산 가격이 크게 치솟는 모양새다. 수산물 분야에서도 ‘중국 쇼크’가 적지 않았다. 올해 국내산 건오징어와 물오징어는 각각 연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57.4%, 38.9%씩 올라 ‘금징어’라 불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동해 등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어민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 북한 수역에서 무문별한 오징어 포획을 벌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동해의 오징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올해는 ‘국민생선’인 고등어 가격도 22.6%나 올라 마리당 평균가격이 4000원을 넘었다. 고등어는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역에 들어와 불법 포획을 하기 때문에 조업이 어려워졌다는 게 국내 수산업계의 분석이다.○ 채소, 과일값 롤러코스터 채소, 과일류는 값도 비쌌지만 일부 품목은 연중 최저 값, 최고 값이 최대 3배 이상 차이 나는 롤러코스터 현상을 보여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먼저 전년 대비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건 건고추였다. 건고추는 올해 평균값이 무려 77%나 폭등해 김장철 주부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특히 올여름 긴 장마가 계속된 이후 전국의 고추밭에 고추탄저병이 돌면서 하반기(7∼12월) 고추 값이 크게 뛰었다. 연중 가격이 큰 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해 시장을 어지럽힌 때도 있었다. 한 예로 부추(1kg·상품기준)는 전년대비 가격 상승이 1.9%에 그쳤지만 올해 연중 최고 가격(1만340원)과 최소 가격(3531원)의 차가 3배에 육박해 소비자들이 느낀 체감물가는 실제보다 높았다. 과일은 사과(32.2%) 배(27.7%) 감귤(12.3%) 포도(6.9%) 등이 전년 대비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사과와 배는 유독 길었던 여름 장마와 일조량 부족, 그 뒤 이어진 폭염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포도 역시 칠레산 등 수입산의 유입으로 국내 포도 농가 수가 줄면서 매년 평균 가격(캠벨 상품·1kg 기준)이 4757원(2009년), 5770원(2010년), 6170원(2011년)으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축산 분야에서는 구제역 타격을 받은 돼지고기 값이 21.5%로 가장 많이 올랐고, 닭고기(6.9%) 계란(16.8%) 우유(1%)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닭과 계란 값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대량 도살처분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우유는 젖소들의 구제역 피해가 적지 않았음에도 정부 압박에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지역난방요금(아파트, 빌라 등)이 9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4.9% 인상됐다. 전용면적 60m²(약 18.15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월평균 난방비가 2300원가량 오르는 셈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6일 “17일부터 지역난방 열 요금을 평균 4.9% 올린다”고 밝혔다. 인상된 요금 적용을 받게 되는 가구는 전국 117만 가구에 이른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번 인상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인상에 따른 것”이라며 “기본요금은 그대로 둔 채 사용요금만 올렸다”고 설명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대비해 농축수산업 시설 현대화에 매년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내년에 전략품목 육성을 통해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고, 농협 개혁을 통해 국내 농산물 유통망도 개선하여 물가 안정을 도모해 나가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2년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서 농식품부는 먼저 잇단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축수산업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농식품부는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뿐만 아니라 호주, 콜롬비아 등 농업강국과의 FTA 체결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며 “그러나 아직 국내 농업계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자생적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앞으로 10년간 농어업 시설 현대화에 연평균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낙후된 시설 때문에 가축 질병 발생에 취약한 축산 분야 등에 현대화 자금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또 농식품부는 인삼, 파프리카, 굴, 막걸리 등 25개 전략품목을 집중 육성해 올해 76억 달러 규모인 농식품 수출을 내년엔 100억 달러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종자 산업, 관상어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 분야 신성장동력 산업도 확충해 장기 수출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한편 농식품부는 국내 물가 안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산물 가격 변동의 폭을 줄이기 위해 농협의 유통 판매 역량을 강화하는 농협 구조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국내 농산물 생산량의 50%가 농협을 통해 판매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고 “농촌이 선진화돼야 진정한 선진사회가 된다”며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고 정책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 것이 (농촌에 대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단지 농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 내 자식이 성공하도록 하듯 냉철한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 농민이) 세계 어떤 농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회복시켜놓은 서해 ‘황금어장’에서 한국어선보다 많은 중국어선이 떼로 몰려와 ‘싹쓸이 불법조업’을 하는데도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국 어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수협중앙회는 최근 ‘중국어선 불법조업 규탄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와 주한 중국대사관 등에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어선 수와 어획할당량을 줄이고 중국 측의 불법 어로를 강력 근절해주도록 요청하라’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단속 강화하고 협상도 다시 해야” 한중 양국은 연근해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2001년 4월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서로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인정하고 공동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양국 EEZ 내에서의 조업실적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어선의 중국 EEZ 내 어획량은 3231t에 불과했지만 중국어선의 한국 EEZ 내 어획량은 4만4863t으로 14배 가까이 됐다. 같은 해 양국이 허가한 한국 EEZ 내 중국어선은 1814척, 중국 EEZ 내 한국어선은 1613척이었다. 문제는 한국 EEZ 내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이 1만 척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EEZ 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매일 3000여 척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배 한 척이 연간 조업하는 일수가 100일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3000여 척의 어선 가운데 85% 이상이 불법 어선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실제 양측의 어획량 차이는 100배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국 측 EEZ에서 조업할 수 있는 중국어선 수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1762척이 6만5000t을 잡아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국도 중국 측 EEZ에서 1613척이 6만4000t을 잡아도 되지만 한국 어부들은 허용량의 2∼6%만 잡고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어민들은 정부가 왜 우리에게 손해나는 협정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어선들이 그동안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받는 어획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어획량을 기록했음에도 이 어획량을 줄이지 않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양국 EEZ에서의 조업허가 선박과 어획할당량도 현실에 맞게 대폭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황금어장 만드니 중국어선만 ‘살 판’ 어민들은 중국 정부가 어족자원 보호에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5300억 원을 투입해 9만5000여 척의 어선 중 1만6660척을 감척했다. 그 결과 한국 측 EEZ가 황금어장이 된 것이다. 2016년까지는 3700척을 추가로 감척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 측은 자국 EEZ 내 어족자원 보호는 물론 감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감척하라고 보조금을 주면 이번엔 무등록 유령 어선이 돼 한국 측 EEZ로 불법 어로를 하러 온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국 측 EEZ에서 조업하면 돈을 벌기 어렵지만 한국 측에서 불법 조업을 하면 한 번에 2000만∼1억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중국 어선들이 기를 쓰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저자세 이유는? 해양법 전문가들은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것이 국제법상 정당한데도 정부가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은 한중 어업협정의 ‘자동파기 조항’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1년 협정을 체결한 지 5년이 지나면 언제라도 1년 전에 서로 통보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규정(16조 3항) 탓에 언제든지 중국이 파기하겠다고 통보하면 협정이 자동 폐기되는 사태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협정이 폐기되면 한국 EEZ 내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이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고 멋대로 EEZ 협정을 파기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염두에 두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게 어민과 전문가의 주장이다. 한중일 3개국 어민들은 어업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약정 체결을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측이 협정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약정도 ‘자율적인 다짐’ 수준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생을 조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일본’과의 인연이다. 박 명예회장은 여섯 살 때인 1933년 가을에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시즈오카 현 아다미 시의 철도 터널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갔다. 식민지의 소년이었던 박 명예회장은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 일본어를 배웠다. 박 명예회장은 와세다대 기계공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45년 8·15 광복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1963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1964년 박정희 대통령 특사로 일본에 파견되면서 평생에 걸쳐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된다. 당시 박 명예회장은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 막후 접촉을 위해 무려 10개월 동안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일본 열도를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일본 최대 제철소인 야하타 제철(현 신일본제철)의 회장이자 일본철강연맹 회장이었던 이나야마 요시히로 사장 등과 인연을 맺었다. 박 명예회장은 이나야마 사장 등 일본 재계 핵심 인사들과 쌓은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와 철강업계를 설득해 1969년 포항제철이 일본으로부터 대일청구권 자금을 끌어다 공장을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일파 경영인이었던 그는 1981년 한일경제협회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일본 정계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었다. 그는 일본의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 등과 1970년대부터 탄탄한 우정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박 명예회장은 1988년 한일의원연맹 한국 대표로 일하면서 일본 정계에서의 인맥을 바탕으로 일본으로부터 40억 달러의 경협자금을 받아 오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언제나 “(한국을 발전시키려면) 일본을 아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일본을 ‘알고, 활용하고, 넘어서는(知日·用日·克日)’ 3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이날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전직 총리들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한 달 전에 도쿄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와 함께 만났을 때 ‘괜찮다’고 했는데 오늘 돌아가셨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뭐라고요? 찾았다고요? 와! 찾았답니다!”10월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과 사무실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올여름부터 두 달 넘게 찾아 헤맸던 ‘그’를 드디어 찾았다는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12일 열리는 ‘제48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을 고(故) 윌리엄 존 덩컨 씨의 유족, 아들 앤드루 덩컨 씨였다.지경부는 이달로 예상됐던 한국 무역규모(수출+수입) 1조 달러 달성을 기념해 올여름부터 수개월 동안 국내 무역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뽑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12일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총 31명의 유공자가 표창을 받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에는 영국인 윌리엄 존 덩컨 씨를 비롯해 일본인 고 아리가 도시히코 씨(有賀敏彦·동탑산업훈장), 그리고 이탈리아인 조르제토 주자로 씨(철탑산업훈장) 등 외국인도 3명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각 우리나라 무역 초창기 조선, 제철,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금탑훈장 英 덩컨 씨 무명 현대重에 10척 발주… “배는 한국에 물어봐라” ▼○ 한국 조선의 미래를 믿어준 덩컨 씨이번 기념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덩컨 씨는 한국 정부가 그에게 상을 전달하기 위해 영국 경찰청에까지 협조요청을 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한국 조선업과 현대중공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준 덩컨 씨는 1981년 위암으로 숨졌다. 그 후 유족의 행방이 묘연해 지경부와 외교통상부, 현대중공업 유럽지사까지 모두 나선 끝에 유족을 찾았다. 현지 경찰에 조회 요청은 물론이고 지역 신문에 기사와 광고까지 낸 끝에 얻은 성과였다.스코틀랜드 출신인 덩컨 씨는 한국 조선업의 태동기였던 1970년대, 중동의 선박회사 UASC(United Arab Shipping Company)의 기술수석 책임자로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UASC는 현대중공업에 화물선 10척을 발주한 상태였는데, 그 진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1975년 봄, 그를 맞으러 부산공항에 나가 있던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그는 당시 세계 조선해운업의 중심지였던 영국에서 영향력이 막강했던 인물로 선박의 계약뿐 아니라 배의 건조 기술과정에서 절대적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그 자리에 마중을 나갔던 황성혁 당시 현대중공업 영업총괄자는 “‘술도, 여자도, 돈도 좋아하지 않는다. 일만 열심히 한다’는 게 일본 조선업계에 난 그의 평판이었다”며 “특히 동양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온 그는 한옥과 한식을 매우 좋아했다. 황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일본을 싫어하고 한국인의 솔직함을 좋아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그런 그이지만 현대중공업 생산부서 사람들에게는 항상 완벽을 요구해 ‘악질’로 통했다. 그의 ‘지독한 기술지도’는 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황 씨는 “그는 한 시간 전까지도 현장 직원들과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우고서도 밖에 나가 외국인들을 만나면 ‘이 친구들(현대중공업)은 영국이 100년 동안 한 일을 3∼4년에 해낸 친구들이야. 이제 세계 조선업은 이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해야 해’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그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선박수주 국제입찰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1981년 1월, 중동에서는 컨테이너선 네 척의 국제입찰이 열렸는데 이는 앞으로 발주될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했다.이 입찰 경쟁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조선소는 현대중공업과 일본의 IHI조선소. 당시 발주사 임원들의 마음은 일본 쪽으로 넘어가 있었지만 덩컨 씨는 현대중공업을 밀었다. 관건은 수주단가였는데 협상 관계자였던 덩컨 씨는 현대중공업 측에 일본이 제시한 최종 수주가격에 대한 힌트를 줬다. 그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협상팀에 ‘12.1’이라는 숫자가 적힌 냅킨을 떨어뜨렸다. 1210만 달러라는 뜻이었다. 그날 밤 네 척의 컨테이너선은 현대중공업의 품에 안겼다. 지경부는 “한국 조선업에 대한 그의 믿음과 기술지도는 한국이 세계 1위 조선업 국가가 되는 초석이 됐다”고 말했다. 12일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그의 아들 앤드루 덩컨 씨가 상을 받는다. ○ 국내 제철산업 첫 돌 놓은 아리가 씨12일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게 될 외국인은 2007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본인 아리가 도시히코 씨다. 그는 신일본제철 감사역으로 한국에 와 1967년 출발한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시작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당시 한국은 최초의 종합제철소 건설을 목표로 야심 차게 첫 삽을 떴지만, 업계 관계자 그 누구도 제철소는커녕 쇳물을 녹이는 고로조차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의 선진기술을 전수받는 것이 급선무인 그때, 일본으로의 견학과 연수를 소개해준 이가 바로 아리가 씨였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일본에 제철소 건설을 위한 컨설팅을 요청했을 때도, 목욕탕 한 곳 제대로 없던 시골 포항에 3년이나 머물며 포항제철 1기 건설의 기술지도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신일본제철 본사에서 ‘기술 전수를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을 받았을 정도였다.지경부는 “일본 측에 ‘한국의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설득해 양국 정부가 자금조달 협정을 맺을 수 있게 한 것도 아리가 씨였다”며 “이런 그를 대신해 부인 아리가 후미코 여사가 12일 기념식에서 상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니를 디자인한 주자로 씨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외국인은 세계적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자로 ‘이탈디자인 주자로’ 대표다. 그는 한국 자동차의 고유 모델이자, 최초로 해외에 수출된 현대자동차 ‘포니’를 디자인했다.현대자동차가 포니를 개발하던 1973년 당시 그는 자동차 산업계에서 ‘스타일링의 귀재’로 불렸다.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파사트’, 일본 ‘이스즈’ 차도 그의 작품이었다. 그가 디자인한 포니는 1976년 에콰도르에 5대가 수출된 것을 시작으로 1982년 포니2가 나오기 전까지 9만2000대의 수출을 기록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는 토대가 됐다. 주자로 씨는 그 뒤로도 마티즈, 렉스턴, 쏘나타, 매그너스 등 국내 차를 디자인하며 한국 차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지경부는 “최근 그가 디자인한 코란도C는 6월부터 매달 3000대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12일 시상식에서 직접 참석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6일 발생한 울산 석유화학단지 정전 사고를 계기로 전력공급 안정성 문제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한국전력이 기업들의 ‘전선 복선화(이중선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지식경제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전선 복선화란 각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을 전선을 2개씩 만드는 것으로, 단선으로 공급받을 때보다 정전 사고 발생 위험이 낮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다. 8일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잇따르는 산업단지 정전사고와 관련해 기업들의 전선 복선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지경부에 정식 건의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배선선로가 이중으로 돼 있으면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한쪽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큰 사고가 날 위험성이 훨씬 낮아진다”며 “그간 고객(기업)에게 복선화를 적극 권장해왔지만 비용문제 때문에 이를 적용한 곳이 많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전선 복선화는 기업들의 선택사항이다. 한전은 이를 ‘의무화’해서라도 정전 사고 발생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갈수록 산단 설비 노후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산단 정전사고는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복선화만이 대규모 정전사태를 예방할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에 조성된 주요 산단은 지은 지가 30∼50년에 이르러 관련 설비가 매우 노후한 실정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복선화를 위해서는 변전소에서 기업까지 전선을 하나 더 구축해야 하는데 km당 구축비용이 지상 설치(철탑)의 경우 10억 원, 지하 설치(매립)의 경우 40억 원이 든다. 보통 변전소에서 기업까지의 거리는 수 km에 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최소 100억 원 가량의 초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울산 산단에 입주해 있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복선화가 좋다고 해도 중소기업이 이 정도 설치비용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몇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사고를 대비해 복선화를 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복선화가 기술적으로 정전을 막을 완벽한 대안이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현재 복선화를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동일한 변전소에서 선을 두 개 끌어오는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은 각각 다른 변전소에서 선을 하나씩 끌어오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구축이 용이하지만 변전소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대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발전소마다 출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전류가 한곳에 모이는 과정에서 관리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는 게 문제다. 이미 복선화를 하고도 정전 피해를 본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도 복선화에 대한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다. 올 초 여수 산단 정전 당시 GS칼텍스는 복선화가 돼 있었지만, 두 선 모두 같은 변전소와 연결돼 있어 정전 피해를 보았다. 이번 울산 산단 정전에서는 일부 기업이 각기 다른 변전소(신울산변전소와 용연변전소)를 통해 복선화를 구축하고도 전류를 스위치해 주는 내부 설비가 고장 나 정전 피해를 보았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서 전원이 끊기면 수 초 안에 다른 쪽 라인으로부터 전력 공급이 재개돼야 하는데 이게 기술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기계가 절대 꺼지지 않는다는 확실한 전제가 있지 않는 한 복선화는 무리”라고 말했다. 지경부 역시 “복선화 비용은 모두 업체 부담이기 때문에 의무화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7일부터 울산 정전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합동점검반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시설 증설과정에서 생긴 자재 또는 시공불량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전은 용연변전소의 과부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선 케이블 단선을 2개에서 3개로 증설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 ‘알뜰주유소’ 2차 입찰도 유찰정부가 기름값 거품을 빼기 위해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입찰이 2차 입찰에서도 또다시 공급 정유회사를 선정하지 못해 유찰됐다. 지식경제부는 8일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주관한 알뜰주유소 휘발유 공급을 위한 공동구매 입찰에서 낙찰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현재 농협, 석유공사와 함께 정유사 4사가 모두 참여하는 수의계약을 위한 협상을 추진 중”이라며 “입찰조건을 변경한 후 조기에 재입찰을 추진하고 연내에 알뜰주유소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 오비맥주 “내주 출고가 7.48% 인상”오비맥주가 11일부터 카스와 OB골든라거, 카프리 등 맥주 제품 출고가를 7.48% 인상한다고 8일 밝혔다. 오비맥주가 맥주 출고가를 올린 것은 2009년 10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오비맥주의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는 500mL 제품 출고가가 1021.8원에서 1098.22원으로 76.42원 오른다. 출고가 인상으로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판매하는 맥주 가격도 순차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측은 “맥주 원자재인 맥아뿐만 아니라 국제 원유(原油)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이 더해져 현 가격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며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한국 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수출 모두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식경제부는 8일 ‘2012년 자동차산업 전망’을 발표하고 내년도 한국의 자동차 국내생산과 해외생산이 각각 전년 대비 3.1%, 9.8%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올해 전년 대비 국내생산 증가율이 21.6%와 6.7%(추정), 해외생산 증가율이 37%, 17.1%(추정)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수출과 내수판매는 각각 전년 대비 3.9%, 2.8%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경부는 “현대차 중국 3공장과 브라질공장 준공이 각각 내년 7월, 11월로 예정돼 있어 해외 생산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 해외에서 생산되는 한국차는 총 335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은 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늘어나 올해보다 3.9% 증가한 32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는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29%, 11.1%(추정)에 달했던 작년과 올해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또 내년에는 일본과 미국 차들이 공격적인 판촉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판매경쟁은 올해보다 더욱 치열해질 예정이다. 한편 11월 한국 내수시장에서의 국산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해 11만5768대에 그쳤다. 그러나 수입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9230대를 기록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6일 오후 4시 반, 서울 중구 명동거리.정부가 정한 ‘겨울철 전력 비상수급기간’(5일∼내년 2월 29일) 시행 이틀째인 이날 거리에는 올겨울 전력 부족으로 인한 블랙아웃(대규모 동시 정전) 위기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상점들은 입구에 대형 온풍기를 켜둔 채 문을 활짝 열어 놓았고 점원들은 반팔 유니폼을 입은 채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날 도심은 오후 5시 반이 지나서야 어둑어둑해졌지만 거리의 네온사인은 이미 오후 4시부터 번쩍거리고 있었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15일부터 이런 상점들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이를 계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식경제부가 2일 내놓은 절전 규제방안이 ‘말뿐’임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 문 활짝…실내온도는 27도 육박전력 비상수급기간은 올겨울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5일부터 시작됐다. 비상기간에 백화점 호텔 대형마트 등 중대형 건물은 실내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겨울까지는 478곳의 대형 건물만 20도 이하 유지 규제를 받았지만 올겨울부터는 전력소비량이 100kW 이상 1000kW 미만인 건물 4만7000여 곳이 모두 이 규제를 받는다. 5층 규모의 은행 등 중형 건물이 이에 해당한다.비상기간에는 네온사인 조명도 제한된다. 정부 규제안에 따르면 상점들은 올겨울 내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절대 네온사인을 켜면 안 된다. 7시 이후에는 켤 수 있지만 업소당 1개만 허용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대책들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백화점 등 대부분 상점 20도 넘어 ‘단속 대상’ ▼이날 기자가 에너지관리공단이 온도 단속을 나갈 때 쓰는 전자식 정밀온도계를 사용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밀리오레 등 명동의 주요 건물을 돌아본 결과 온도 20도 이하를 지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롯데백화점의 실내온도는 22.1도, 신세계백화점은 22.8도였고 밀리오레는 무려 24.7도를 나타냈다.중형 건물의 실내온도도 마찬가지였다. 유니클로 플래그십 스토어(21.7도)와 4층 규모의 커피빈 매장(22.7도), 자라 매장(20.9도)은 모두 20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명동의 한 올리브영 매장은 매장 전면 문을 완전히 개방한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7도의 찬 공기에도 매장 안 온도는 무려 26.7도를 나타냈다.○ 오후 4시부터 네온사인 ‘번쩍’이 같은 중대형 건물의 공통점은 시스템에어컨을 통해 냉난방을 컨트롤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대부분의 건물에 적용된 시스템에어컨은 건물 천장 등에 내장할 수 있어 외관상 아름답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소비전력은 어마어마해 전기장판의 25배, 전기히터의 16배에 달한다. 이런 시스템에어컨은 전국에 약 350만 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 때문에 난방용 전력은 매년 원자력발전소 5기 분량(500만 kW)씩 증가하는 실정이다. 네온사인 규제 준수 현황도 난방과 다르지 않았다. 정부가 네온사인 점등을 규제하는 것은 네온사인이 일반 간판보다 전력소비가 8배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동거리의 노래방 호프집 마사지숍 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가 지지도 않은 오후 4시 반부터 네온사인을 켠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단속 맡은 지자체 “비현실적”이에 대해 지경부는 “계도기간에 각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전력 등이 열심히 홍보하면 절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막상 이번 비상기간에 계도 및 단속업무를 맡게 된 지자체들의 말은 달랐다. 7일 명동을 담당하는 중구청 관계자는 “6일에야 갑자기 ‘절전 홍보와 단속을 진행하라’는 공지를 받았는데 너무 촉박하다”며 “계도기간은 8일밖에 안 남았고 이후에는 단속을 해야 하는데 단속 대상도, 필요 인원도, 필요 장비도 확정되지 않아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실제 이날까지 중구청이 파악한 관내 단속 대상 건물은 650곳이었는데 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 했다.절전에 대한 계도도, 실효성 있는 단속 방안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4만7000여 곳 건물과 사업주들은 15일부터 무작위 단속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난방 온도나 네온사인 점등 규정을 위반하면 최초 적발 시 5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2차 적발 시 100만 원, 3차 적발 시 200만 원을 물어야 한다. 4차 이상 적발되면 적발될 때마다 매번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올해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66억 달러(약 7조5000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 1∼11월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66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5.8% 늘었다고 7일 밝혔다. 품목별로는 김(57.0%) 고등어(65.1%) 커피조제품(47.7%) 파프리카(18.5%) 등의 수출증가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고등어는 수출용 소형 고등어의 어획량이 늘면서 이집트와 베트남, 스리랑카로의 수출량이 증가했다. 오징어와 삼치, 게살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단감(19.7%), 감귤(74.6%) 등 과실류 수출도 증가했다. 단감과 감귤은 말레이시아와 미국 수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단 사과(―33.0%)는 최대 시장인 대만의 잔류농약 전수검사 실시로 수출이 줄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中企 기술인력 2만8181명 부족중소기업계 기술인력 부족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는 종업원 10인 이상 기업 1만51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산업 기술인력 부족인원은 2만818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밝혔다. 산업 기술인력은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이공계 전공자로 사업체에서 연구개발 및 기술업무를 맡은 임직원을 뜻한다. 특히 기업규모별로 종사자 수 300명 미만 중소기업들의 인력 부족비율은 6.5%로 300명 이상 대기업(1.1%)의 6배에 달했다. 특히 종사자 수 10∼29명의 소기업은 부족비율이 9.9%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소프트웨어(5796명·8.1%)와 화학(2753명·5.9%) 기계(3241명·5.4%) 등의 부족인원이 특히 많았다. ■ 대한생명 영업망 대폭 확충대한생명(대표 신은철 부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영업망 조직 확대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현재 대도시 중심으로 7개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대한생명은 이달 중으로 서울 강동, 경원(경기 수원 및 강원권), 영남(울산 및 동해권) 지역본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한생명은 23일까지 신설 지역본부의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 농협 올해 유류 공급 2조원 돌파농협중앙회는 전국 농협주유소에 공급한 유류가 총 2조1576억 원어치로 지난해보다 37.7%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연간 유류 공급액은 1조7000억 원으로, 2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주유소는 독립브랜드인 NH오일 주유소 346개를 비롯해 총 488곳이다. 농협은 올해 말까지 2조5000억 원어치의 유류를 공급해 시장점유율을 4.2%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에너지 절약’ 서울역서 패션쇼에너지관리공단은 7일 서울역에서 ‘전기 절약 우리 모두 다함께 온(溫)맵시로 실천해요’ 패션쇼를 열었다. 공단 임직원들과 개그맨 조영빈 씨가 내복을 입고 모델로 나섰다. 이와 함께 문풍지와 커튼으로 외풍을 막아 전기요금을 20%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단막극도 선보였다. 9월 대규모 정전사태를 교훈 삼아 전기 절약의 중요성을 강조한 ‘9·15 대한민국이 멈춘 날’이라는 주제의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일정한 시간에 집결해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벌였다.}
우정사업본부는 한국의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우표 2종, 총 150만 장을 7일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한다고 6일 밝혔다. 기념 우표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를 담아 디자인했으며 우표의 ‘1’자 모양은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농협, 팜스테이마을 대상 시상식농협중앙회는 6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제1회 팜스테이마을 대상 시상식’을 열고 전국 4개 마을에 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인 팜스테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것으로, 우수 운영마을을 선정하고 마을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개최된 1회 시상식에서는 전북 남원 달오름마을이 대상을 받았으며, 경북 고령 개실마을과 경남 창원 빗돌배기마을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우수상에는 전남 강진 청자골 달마지마을이 선발됐다. ■ P&G 글로벌다중협력 사업 설명회세계 1위 규모의 소비재 기업인 미국 P&G가 한국에서 뷰티·미용·화장품 분야의 투자대상과 기술협력 파트너를 찾는다. KOTRA와 지식경제부의 외국인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코리아는 6일 서울 서초구 KOTRA 본사에서 P&G의 글로벌다중협력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KOTRA와 P&G는 사업설명회 이후 관심 있는 국내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하고 기술성과 사업성 심사, 현장 실사를 거쳐 최종 투자계약이 체결되기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 대우인터 양수영 부사장 은탑훈장대우인터내셔널은 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1 해외자원개발 심포지엄’에서 이 회사 자원개발부문장인 양수영 부사장이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고 밝혔다.}
◇한국동서발전△발전처장 이남혁 △건설처장 배상규 △호남화력발전처장 양동철 △동해화력발전처장 이종철 △일산열병합발전처장 박신동 △당진화력 제1발전처장 이석구 △울산화력 건설처장 임송호 △해외사업실장 김영한 △경영관리처장 이준섭 △동해화력바이오매스건설반장 박정순 △호남화력 발전부장 박창희 △동해화력 발전부장 정백용 △일산열병합 발전부장 김상철}
한국이 연간 무역규모(수출+수입) 1조 달러를 돌파했다. 1962년 세계 104위(5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 규모가 50년 만에 1만 배 증가했다. 이번 성과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다. 지식경제부는 “5일 오후 3시 반을 기해 관세청 통관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5153억 달러, 수입은 4855억 달러로 무역 규모가 1조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수출 5570억 달러, 수입 5230억 달러로 연간 무역 규모는 1조800억 달러, 무역흑자는 3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이로써 올해 한국의 세계 수출 순위는 지난해 8위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7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순위는 지난해와 같은 9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무역 규모는 총 1조16억 달러였다. 지경부는 “올해 수출은 철강, 자동차, 석유제품이 주도했다”며 “특히 수출은 1964년 1억 달러 규모에서 47년 만에 5000배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의 수출 순위는 우간다, 수단, 튀니지보다도 낮은 100위권 밖이었지만 올해는 중국, 독일, 미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7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62년 87달러에서 올해 2만3000달러(추정)로 200배 이상 증가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무역 1조 달러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세계 교역무대에 ‘늦깎이’로 데뷔한 우리나라는 1967년까지도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규모가 1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44년 만에 무역규모를 1000배로 늘리며 중국을 제외한 신흥 개발도상국 가운데 최초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 주요 교역대국과 어깨를 견주는 주연으로 자리 매김했다. 하지만 부품·소재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수출 경쟁력 약세와 소수 주력품목에 편중되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점들도 많다.○ 수출 주도경제로 일군 무역강국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을 엔진 삼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쉬지 않고 달렸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960년대에는 매년 평균 22%, 1970년대에는 30%씩 성장하며 1988년 1000억 달러, 2005년 5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고속성장을 해왔다.무역규모가 커진 데에는 수출품목의 세대교체가 주효했다. 1970년대에는 섬유류가 전체 수출액의 40%가량을 차지하고 합판, 가발 등의 노동집약적 상품이 수출품의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조선,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세계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속속 등장했고 반도체(세계 3위)와 자동차(세계 5위)의 ‘쌍두마차’가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성장속도 면에서도 우리나라 무역은 세계 각국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앞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8개 국가는 1000억 달러 돌파 이후 1조 달러 달성까지 평균 26.4년,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까지 평균 8.4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각각 23년과 6년 만에 이뤄냈다. ○ 무역 1조 달러는 새로운 ‘출발점’전문가들은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우리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한국형 무역 모델’을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보고서에서 “우리 수출은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 △휴대전화의 6대 주력품목 비중이 높은 ‘소수 주력품목 구조’여서 이를 보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무역이 최근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이들 품목이 각각 경기순환에 따른 보완작용을 한 덕분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출증가를 주도하던 조선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하자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그 대표적 예다.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국내외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이들 수출 주력품목이 동시에 하락세로 접어들어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위 10대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2010년 기준으로 51.1%에 달한다. 반면 우리보다 앞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들은 이 비중이 모두 35% 이하이며 이탈리아는 19.9%에 불과하다. 제현정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이처럼 소수품목에 집중된 구조를 개선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성과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중국과 비슷하다는 점도 잠재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은 의류, 완구, 신발류 등 경공업 제품 중심이던 수출구조를 2000년대 들어 컴퓨터, 가전, 선박 등 우리나라 기업의 ‘텃밭’이었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중국이 낮은 임금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거세게 도전해올 때에 대비해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출상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무역규모 2조 달러 달성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하루빨리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