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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진입해 발진하다가 돌연 급정거해 1시간 31분 동안 이륙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정비 중이라는 안내방송 외엔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활주로에 멈춰 선 비행기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대한항공 국내선 KE1201편은 지난달 24일 오전 7시 5분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기 위해 승객 148명을 태우고 게이트를 떠났다. 여객기는 활주로에 진입해 굉음을 내며 달리다가 갑자기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탑승객 A 씨는 “멈춘 지 5분여가 지나서야 ‘이륙을 준비하던 중에 기계에 불이 들어와 멈췄다. 잠시만 자리에서 대기해 달라’는 안내방송만 나왔다”고 전했다. 기장의 안내방송은 이후 세 차례 더 이뤄졌다. 오전 8시 10분쯤엔 “10∼15분만 더 기다려 달라”며 물을 한 잔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활주로 위에서 기다리던 A 씨는 한 커플이 짐을 들고 내리는 걸 보고 환승을 요구했다. 그러자 승무원이 찾아와 거듭 환승 의사를 확인하며 대응 매뉴얼을 읽기 급급했다. 실랑이 끝에 A 씨는 오전 8시 25분경에야 내릴 수 있었다. 여객기는 10여 분 후 김포공항을 떠났다. 탑승객 148명 중 A 씨를 포함한 4, 5명은 다른 여객기로 바꿔 탈 수 있었지만 조용히 있었던 대부분 승객들은 아무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A 씨는 “처음엔 가만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먼저 내리는 다른 승객을 보고 용기를 냈다”며 “만약 기체 이상으로 사고가 났다면 항의를 해서 내린 사람만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가 1시간 30분이나 활주로에 멈춰 서 있는데도 기다리라고만 하는 안이한 대처에 화가 난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스피드 브레이크에 경고등이 들어와 안전 점검을 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어 다시 이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진입한 이후엔 관제탑 지시를 받아야 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며 “절대 다수가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고, 환승을 원하는 승객에게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부동산 카페’ ‘발품부동산’ 등 공인중개사임을 연상시키는 명칭으로 광고하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공인중개사가 아닌데도 부동산 카페 등의 명칭으로 광고물을 만든 혐의(공인중개사 업무 및 부동산거래선고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1월 경기 김포에 ‘부동산 cafe’ ‘발품 부동산’이라는 간판을 야외에 내걸고 ‘발품부동산 대표’라고 적힌 명함을 쓰며 부동산 투자자문업을 해왔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공인중개사’ ‘부동산중개’ 등 유사 명칭이나 공인중개사임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해 광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1심은 이 씨의 광고행위가 불법이라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발품부동산’ ‘부동산 cafe’가 일반인에게 부동산중개소로 오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부동산이란 표현이 일상에서 부동산중개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되고, 이씨가 내건 간판에 작은 글씨로 ‘주택, 공장매매/임대전문’이라고 적혀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이 광고행위가 이 씨를 공인중개사로 오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충남 서해 최대 산란 어장인 상펄어장의 관할권을 두고 5년 넘게 다퉈 온 홍성군과 태안군의 해상 경계선 분쟁이 막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1905일 만이다. 그동안 공유수면에 대한 해상 경계선을 규정하는 법이 없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황금어장을 두고 서로 자치권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헌재가 지자체 해안선을 기준으로 등거리 중간선 원칙을 적용해 해상 관할권을 나누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면서 향후 다른 지자체 간 해상 갈등에도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홍성군이 태안군을 상대로 ‘태안군이 2010년 상펄어장에 대해 안면도수산업협동조합에 내준 어업면허권이 홍성군 자치권을 침해하므로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6 대 3으로 헌재가 정한 해상 경계선에 따라 어장 관할을 나누라는 결정을 30일 내렸다. 바다인 천수만을 기준으로 동쪽이 홍성군, 서쪽이 태안군인데, 천수만 중앙에 있는 죽도라는 섬 인근 해역 관할권이 쟁점이 됐다. 이 일대는 봄에는 꽃게, 가을에는 대하, 겨울에는 새조개 등 어족 자원이 풍부한 황금어장이라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두 지자체가 서로 관할권을 주장해 왔다. 헌재는 두 지자체 해안선을 기준으로 등거리 중간선 원칙을 적용해 관할권을 나누라고 결정했다. 과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그려진 해상 경계선을 기준으로 관할을 인정하던 과거 선례 법리를 바꾼 것이다. 헌재는 국립해양조사원에 의뢰해 두 지자체 해안선을 기준으로 중간점을 선으로 연결해 해상 경계를 정했다. 그 결과 상펄어장 동남쪽은 홍성군이, 서북쪽은 태안군이 가져가게 됐다. 조동주 djc@donga.com / 태안=이기진 기자}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 이후 사법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식 변호사 보수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성공보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법정 보수+지출비용’ 형태로 수임계약을 맺는데, 연방변호사보수법에 따라 법정 보수와 지출비용을 세부적인 기준에 맞춰 일정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민사소송에 대해선 소송가액을 기준으로 법정 보수를 정한다. 소송가액 300∼50만 유로를 47개 구간으로 구분해 변호사 보수를 25∼2296유로로 정했다. 변호사는 소송가액에 맞춰 일률적인 보수를 받는다. 형사소송은 지방법원 형사단독, 지방법원 합의부, 고등법원 등 심급별로 차별화해 재판 1회당 최소∼최대치를 정해 이 범위 안에서 법정 보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교통비, 사무실 부재, 재판 참석으로 인한 수입 손실 등에 대한 보상금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동거리 1km당 0.25유로를 받고 주차비도 따로 받는다. 공판기일에 참석하느라 생기는 수입 손실은 시간당 최대 17유로이며 하루 10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변론을 돕느라 사무실을 비우는 보상금으로 8시간 이상∼14시간 미만은 6유로, 14시간 이상∼24시간 미만은 12유로, 24시간은 24유로 등으로 세분하고 있다. 독일 변호사 출신인 한수웅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은 국민 1인당 변호사 수가 한국보다 많고 법률보험이 일상화돼 있어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이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북 상주 독극물 사이다 사건 용의자로 구속된 박모 할머니(82)가 30일 검찰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다. 박 할머니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해왔으나 대구지검 상주지청(지청장 신영식)으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 심경을 바꿔 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범행 동기가 딱히 분명하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검찰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로 새로운 진술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박 할머니는 14일 오후 2시 43분경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에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넣어 이를 마신 마을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로 구속됐다. 조동주 djc@donga.com / 상주=장영훈 기자}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한 ‘밤과음악사이’ 지점에 춤을 출 수 있도록 마련된 무도장을 철거하라는 관할구청의 명령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밤과음악사이는 1980~2000년대 인기가요를 틀어주고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으로, 304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술집이다. 대법원은 구청의 무도장 철거 명령이 부당하긴 하지만 일반음식점에 춤을 출 수 있도록 점멸조명과 무대를 설치한 건 식품위생법에 어긋나 형사처벌과 영업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밤과음악사이 건대입구점 대표 하모 씨가 서울 광진구청을 상대로 낸 시설개수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밤과음악사이 건대입구점은 2011년 12월 일반 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가게에 음악을 틀어주는 디제이박스와 점멸조명 등을 설치해 춤을 출 수 있는 무도장을 꾸몄다. 2013년 9월 단속 나온 경찰이 “유흥주점 영업허가를 받아야 설치할 수 있는 무도장을 일반음식점에 설치했다”며 광진구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고, 구청이 시설을 고치라고 명령했지만 업소 측은 이에 반발하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구청의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시설개수명령의 근거가 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대해 “일반음식점에 설치된 무도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다만 업태에 맞지 않는 시설을 설치해 영업한 만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고, 접객영업자 준수사항 위반으로 영업제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같은 취지로 소송을 낸 서울 강남의 M주점 측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면 호흡 측정 결과가 기준 미달로 나오더라도 당사자 동의를 얻어 다시 채혈 측정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음주운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김모 씨(5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6월 오전 0시 5분경 인천 부평구 교차로에서 차량 6대를 잇따라 들이받아 10명에게 전치 2, 3주 부상을 입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운전을 의심해 호흡을 측정해보니 음주운전 기준(혈중알코올농도 0.05%)에 미달된 수치인 0.024%가 나왔다. 당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김 씨를 본 피해자들이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자 경찰은 김 씨 동의를 얻어 채혈 측정을 했더니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239%가 나왔다. 김 씨는 진정한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위법하게 피를 뽑아 검사했다며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1심은 김 씨가 강요 없이 직접 혈액채취 동의서에 서명했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해야만 채혈 측정을 할 수 있는데, 운전자가 불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채혈을 요구한 건 절차상 위법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운전자 태도나 사고 피해 등을 고려해 호흡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운전자 동의를 얻어 혈액 채취로 다시 음주측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혈액 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걸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거나, 운전자의 자발적 의사가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대법원은 김 씨가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만취한 상태였고, 혈액 채취에 순순히 응해 직접 동의서에 서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음주측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직위해제를 당했던 국립대 교수 2명이 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면서 다시 교직에 설 수 있게 됐다. 국립대 교수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면직 처분되기 때문에 학교는 복직을 원칙적으로 막을 수 없다. 피해 학생들이 여전히 재학 중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012년 6월경 교내에서 야식을 사러 가던 여제자 안모 씨의 어깨를 감싸 안고 손에 돈을 쥐어주며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공주대 이모 교수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교수와 함께 기소됐던 같은 과 최모 교수는 올해 1월 2심에서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가 3월 상고를 취하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최 교수는 2012년 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중 신입생 3명의 허리를 감싸듯 올리거나 엉덩이를 툭툭 치고, 노래방에서 손을 잡고 춤추는 등 5회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교수는 사이가 나쁜 동료 교수가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여학생들을 동원해 자신들을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50대인 교수들이 20대 초반 여제자의 허리와 영덩이에 손을 올리거나 쓸어내리는 걸 반복했다면 성적 의미가 있는데다 피해자가 혐오감을 느꼈다면 명백한 성추행이라고 판결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서 두 교수는 사건 초기 받은 직위해체 처분이 취소돼 교단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학교 측은 최종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직위해제를 유지했지만 두 교수가 금고 이하의 형을 확정 받으면서 직위해제를 풀어야 했다. 최 교수는 3월 상고를 취하하고 벌금형을 확정 받았지만 복직하지 않고 병가를 냈고, 이 교수는 다음 학기부터 복직할 수 있게 됐다. 두 교수는 이미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상태라 다시 징계를 받지 않는다. 두 교수를 고소했던 학생 4명 중 3명은 아직도 학부 재학생이다. 두 교수가 강의를 재개하면 다시 교수와 제자로 만날 수 있다. 공주대 관계자는 “두 교수가 아직 다음 학기에 강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선제적으로 강의를 하지 말라고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교수가 강의를 하겠다고 요청하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대법원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기업 데이터베이스(DB) 등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한 결정을 내놓았다. 이번 결정은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을 주요한 수사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검찰의 기업 비리 수사 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제약업체 회장 이모 씨가 수원지검의 압수수색이 절차상 위법인 만큼 취소해야 한다며 제기한 재항고 사건에서 “한 단계라도 절차가 위법했다면 모든 압수수색을 취소해야 한다”며 이 씨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서 대법원은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성립 요건을 처음 제시했다. 자료의 추출 및 복제, 분석 등 모든 과정에 피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며, 압수한 증거에서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범죄 혐의에 관한 자료를 발견할 때에는 즉시 법원에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절차를 어겼을 때에는 이미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압수수색 전체가 취소되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2011년 4월 이 씨의 배임 혐의에 관한 영장을 발부받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디지털 저장매체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로 가져와 복제했다. 이 씨는 이 과정을 지켜보다 중간에 자리를 떴다. 검사는 대검에서 복제한 전자정보를 자신의 외장하드에 복제해 들여다보다가 약사법 위반 등 다른 혐의의 단서를 포착해 해당 문서를 출력했다. 새로운 범죄 첩보를 건네받은 특수부 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약사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다시 압수수색을 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 참여권 보장과 별도의 영장 없이 압수물을 복제해 임의로 들여다보고 배임 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출력한 건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수많은 인원과 시간이 필요한 디지털 자료 분석 과정에 피의자의 참여권을 일일이 보장하라는 것은 사실상 기업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회사원 김모 씨(52)는 지난해 아들이 절도 혐의로 구속되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과거 형사재판을 받아 본 지인이 ‘무조건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쓰라’고 강력히 권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자 변호사는 담당 판사와 친분이 있다며 아들을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 대가로 성공보수 1억 원을 요구했다. 착수금으로 이미 1000만 원을 건넨 김 씨는 액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들이 보석으로 석방되고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그는 은행 대출을 받아 1억 원을 건넸다. 그동안 법조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상황을 가상한 사례다. 하지만 앞으로는 김 씨 사례처럼 변호사가 석방이나 무죄 등을 조건으로 별도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대법원은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뿌리 뽑는 ‘혁명적인’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 형사는 무효, 민사는 유효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3일 허모 씨(38)가 조모 변호사에게 석방 대가로 건넨 성공보수 1억 원을 돌려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전원일치로 확정하면서 이 판결 이후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석방이나 집행유예 등 피고에게 유리한 수사·재판 결과에 대해 ‘성공’이라는 이름을 붙여 금전적인 대가를 결부시키는 건 국가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 행위는 무효’라는 민법 103조를 근거로 이같이 판결했다. 23일 이전에 맺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효력이 인정된다. 변호사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민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이번 판결로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 비용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형사사건 피의자는 수백만∼수천만 원의 착수금을 먼저 내고 구속영장 기각이나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 등을 이끌어 내는 조건으로 별도의 성공보수를 주는 수임 계약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현직 판검사에게 청탁할 수 있는 기회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억대의 성공보수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구속된 유력 기업인을 석방시켜 주고 100억 원 이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사법 혁명” vs “법률 서비스 질 저하” 절박한 상황에 놓인 대다수 형사사건 당사자는 비싼 성공보수에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내고 몇 해 전 개업한 한 변호사는 성공보수 1억 원 미만의 사건은 아예 수임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위급 전관들은 착수금을 거의 받지 않고 성공보수를 억 단위로 받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은 전관 출신 변호사를 무력화하는 ‘혁명적’인 판례 변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착수금을 대거 올리는 편법이 등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예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일정 부분 반영시킨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리 수임료를 받은 만큼 사건 수임 이후 서비스 질이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변호사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처럼 시간 단위로 보수를 지급하는 관행이 정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착수금만 챙기고 일은 거의 제대로 하지 않는 소위 ‘먹튀’ 변호사를 양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먹튀 변호사는 시장에서 저절로 걸러질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국민의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불식시킬 사법 혁명”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기자}
앞으로 형사사건 피의자가 석방이나 불구속 등을 조건으로 변호사와 성공보수약정을 체결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이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타파하고자 내놓은 판결에 수임료 체계의 전면 변화가 불가피해진 변호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성공보수는 사실상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후배인 현직 판·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근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3일 허모 씨(38)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 판결 이후부터 맺어지는 모든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허 씨는 아버지가 절도 혐의로 구속된 직후 조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 원, 석방 조건으로 성공보수약정을 맺고 1억 원을 건넸다. 이후 허 씨 아버지가 보석으로 석방되고 집행유예형이 확정되자 허 씨는 조 변호사를 상대로 1억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1억 원이 담당 판사에 대한 청탁 활동비였고, 액수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1심과 달리 2심은 허 씨의 주장을 인정해 조 변호사에게 1억 원 중 4000만 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를 전원일치로 확정하면서 앞으로 형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금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뿌리 뽑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재판부는 석방이나 집행유예 등 피고에게 유리한 수사·재판 결과에 대해 ‘성공’이라는 이름을 붙여 금전적인 대가를 결부시키는 건 국가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해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민법 103조를 근거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민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약정은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성공보수는 사실상 전관 출신 변호사가 비전관 변호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받아온 게 현실이다. 의뢰인은 전관 변호사가 현직 판·검사에게 청탁할 수 있는 기회나 능력을 더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일반 형사사건의 석방 성공보수로 수억 원을 받아왔고, 유명 기업인의 경우 100억 원을 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변호사 보수가 변호사와 의뢰인간 합의로 결정되는 게 원칙이지만 형사사건은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로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형사절차나 법조 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성·공정성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보수를 단순히 사적 자치의 원칙에 입각한 대가 수수관계로 맡겨둘 수만은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착수금+성공보수’ 형태이던 변호사업계 수임료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성공보수가 없어지면서 최초에 내는 착수금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서민들만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과 변호사 선임료 총액은 과거보다 낮아질 거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대형 로펌처럼 시간 단위로 진행 경비를 받는 형태의 수임료 계약이 일반화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대다수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사건 수임도 줄었는데 형사사건 성공보수까지 없어지면 입지가 확연히 좁아진다는 주장이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부친에게 물려받을 그룹 재산을 공익재단인 학교법인에 위장 증여해 상속세 100억여 원을 내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지양 효자건설 회장(54)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5억 원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 회장에게 이 같은 형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유 회장은 2010년 4월 효자그룹 자산과 개인 상속재산 700여억 원을 명지전문대를 운영하는 명지학원에 증여해 상속세 100억여 원을 공제받았다. 공익재단에 출연한 재산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으려면 대가성이 없어야 하지만 유 회장은 기부 조건으로 이사 1명 지명권과 교비 100억 원의 용처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면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룹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회사 명의의 부동산을 학교로 넘겨 회사에 수백억 원의 피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유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공익법인에 증여하는 것처럼 속여 100억 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회사 채권자에게 큰 피해를 입혀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5년과 벌금 210억 원을 선고했다. 2심은 유 회장이 범행을 반성하고 상속세를 내려고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4년과 벌금 105억 원으로 감형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올해 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삼봉 전 사법연수원장(59·사진)이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16층 무궁화홀에서 박 전 원장 명의의 황조근정훈장을 부인 황미영 여사에게 전수했다. 재직 기간 33년 이상의 차관급 공무원 중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황조근정훈장은 대통령이 수여하는 게 원칙이지만 퇴직 법원장에게는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이 전수한다. 박 전 원장은 올해 2월 평생 법관제에 대한 소신에 따라 사법연수원장 임기를 마치면 법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시군법원 판사로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사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전 원장과 사법연수원 11기 동기인 박흥대 전 부산고법원장(61)과 최우식 전 대구고법원장(58)도 이론과 실무를 조화한 합리적인 판결로 국민 권익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현웅 법무부 장관(사진)은 21일 범죄 예방 환경개선사업(셉테드·CPTED)을 추진 중인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과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을 방문해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9일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행보로 흉악 범죄가 빈번한 지역 방문을 선택한 건 강력 범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장관이 언급한 ‘태완이법’은 현재 25년(2007년 개정 전 15년)인 살인죄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1999년 5월 20일 대구 동구 길거리에서 김태완 군(당시 6세)에게 이유 없이 황산을 쏟아부어 전신 3도 화상을 입히고 49일 만에 세상을 떠나게 한 범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최근 만료돼 처벌이 불가능해지면서 법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장관이 방문한 원곡동과 매교동은 법무부가 추진 중인 범죄 예상 환경 개선 사업 대상으로 올해 새로 선정된 지역이다. 원곡동은 외국인 노동자가 집중돼 있어 외국인 범죄가 빈번한 곳이다. 팔달구 일대는 최근 수원역 여대생 실종 사망 사건뿐 아니라 2012년 오원춘, 2014년 박춘풍 등 조선족에 의한 토막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법무부는 낙후된 지역 환경과 시설 등을 개보수해 범죄 유발 요인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 장관은 “재범 위험이 큰 흉악범은 최대 7년 동안 별도로 수용하는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고 전자발찌나 성충동 약물치료 등을 통해 출소자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친인척을 허위로 회사 임원으로 등재시켜 17억여 원을 빼돌리고 무리한 투자로 회사에 7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60)에게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전 회장은 2007~2012년 이스타항공그룹 계열사에 친인척을 임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17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계열사끼리 아무런 담보 없이 지원한 사업 자금을 항공운수업과 새만금개발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해 700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범죄로 회사 주가가 떨어지고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 전 회장이 배임으로 얻은 개인적 이익이 거의 없고 피해 회사들과 일부 합의한 점을 감안해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전남 영광군 백수읍 천정리 천기마을은 농사짓는 27가구가 수십 년간 오순도순 모여 살아온 시골마을이다. 서로 집안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을 만큼 한 가족처럼 지내온 농부들은 농사를 시작할 3월부터 돌연 불화에 빠졌다. 평소 호형호제하던 주민들 사이에선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편을 갈라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웃사촌 간의 반목은 “죽여버리겠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심해졌다. 사건은 모내기에 쓰려고 논길에 쌓아둔 비료포대 때문에 불거졌다. 마을 주민 A 씨가 3월 18일 오전 11시경 50cc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 2차로 논길을 지나다가 오른쪽 길가에 쌓인 비료 90포대를 들이받고 사망했다. 주민들이 4월 초 모내기에 쓰려고 논 옆 길가에 매년 관행적으로 쌓아두던 비료포대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무심코 비료포대를 길가에 쌓아뒀던 전모 씨(75) 등 동네 농부 3명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검에 송치됐다. 전 씨 등 3명은 “매년 해오던 대로 논 옆 길가에 포대를 쌓아둔 것뿐인데 이게 왜 벌을 받을 죄가 되느냐”며 반발했다. 도로교통법에는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내버려두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온 70대 농부에게는 이웃사촌의 죽음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게 억울하게 느껴졌다. 피해자 유족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자 격분했다. 고요하던 마을을 뒤흔든 사망 사고에 주민들까지 감정싸움에 휘말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지검 형사2부(부장 조기룡)는 단순한 형사처벌보다는 마을의 실질적인 평화 회복이 관건이라고 판단해 형사조정을 시도했다. 형사조정은 범죄사실이 가볍거나 민사 분쟁에 가까운 사건에 대해 전문위원들이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 피해보상 등을 중재하고 검찰은 기소유예 등을 통해 형사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당사자가 모두 노인이라 검찰이 전남 영광군 백수읍으로 직접 가서 조정을 시도했다. 김용배 광주지검 형사조정위원회 운영실장(58) 등 6명은 지난달 24일 백수읍사무소에서 피의자인 전 씨 등 3명과 피해자 차남을 불러 2시간 30여 분 동안 ‘마라톤 중재’를 했다. 처음엔 차남이 “우리 형이 한마디 사과도 없는 가해자들을 직접 보면 죽이고 싶어질 거 같다고 해서 내가 대신 왔다”고 말했을 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다. 김 실장이 비료포대를 쌓아둔 게 왜 처벌 대상인지 끈질기게 이해시키자 전 씨 등이 비로소 사과했다. 전 씨 등 3명이 총 900만 원을 물어주고 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장례비 3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형사조정의 힘은 합의 사흘 뒤에 더욱 빛을 발했다. A 씨 부인이 광주지검으로 전화를 걸어 “피의자들 모두 남편과 평생 호형호제했던 이들인데 사과받은 걸로 만족한다”며 합의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전 씨 등 3명을 기소유예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연을 들은 김진태 검찰총장은 17일 천기마을 마을회관에 대형 시계를 기증했다. 김해수 광주지검장은 조기룡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통해 마을에 돼지고기와 떡, 막걸리를 보내 마을 주민의 화합을 축하하고 최 씨 유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 부장검사는 “형사조정 없이 처벌만 했다면 자칫 마을공동체가 비료포대 때문에 파괴될 수도 있었다”며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형사조정 덕에 마을 전체가 화목을 되찾았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Yo! 1988년 9월 1일 헌법재판소가 창설됐고,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호해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역할 이곳이 바로! 헌법재판소∼.” 제67주년 제헌절인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흥겨운 리듬과 랩이 울려 퍼지자 자리를 가득 메운 어린이와 어른 230여 명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헌재의 역사와 역할을 경쾌한 랩으로 담아낸 이 노래는 헌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2015년 헌법사랑 공모전’ 대상 수상작 ‘헌법재판소를 소개합니다’였다. 1분 분량의 노래는 정훈(40)-전정임 씨(39·여) 부부가 일주일에 걸쳐 만들었다. 정 씨 부부는 이번 공모전에 제출할 노래를 만들기 위해 사흘 동안 헌재 홈페이지 등에서 헌법과 헌재의 역사를 공부했다. 부부가 곡과 가사를 함께 만들었고 정 씨가 직접 노래와 랩을 불렀다. 헌법재판소장상과 상금 500만 원을 받은 정 씨는 수상 직후 “평소 헌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제대로 알게 됐다”며 “노래만 들어도 헌재의 역사와 역할을 알 수 있도록 쉽게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열린 헌법사랑 공모전은 헌법사랑을 주제로 초등부는 글짓기/포스터, 중·고등부는 UCC 또는 사진/포스터, 대학·일반부는 UCC 또는 사진/노래(CM송)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전국에서 작품 808점이 접수됐다. 제헌절에 열린 시상식은 헌재 대강당 좌석 180석이 가득 차 일부 참석자는 서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대상을 받은 정 씨 부부를 포함해 56명이 금·은·동상을 수상했고 총 상금은 2700만 원이나 됐다. 첫 공모전을 맞아 박한철 헌재 소장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주간 등이 시상자로 나섰다. 다툼이 많던 가정에서 집안에 헌법을 만들어 화목해졌다는 내용의 ‘불량가족 탈출기’로 초등부 글짓기 부문 금상(동아일보 사장상)을 수상한 전주 만성초 강서연 양(11)은 “실제 우리 가족 이야기를 글로 썼는데 상을 타게 됐다”며 기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권오신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수감 중·사진)이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 직원을 동원한 인터넷 불법 선거운동을 지시했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판단을 유보했다.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 전 원장에게 다소 유리한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전원 일치로 파기하고 핵심 증거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보석 신청은 기각해 계속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1심 법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했었다.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 김모 씨 e메일 계정의 ‘내게 쓴 메일함’에서 첨부파일 형태로 발견된 텍스트파일 ‘425지논’과 ‘시큐리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425지논 파일에는 정치적 이슈별 논지가 날짜별로 정리돼 있고,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 직원들 이름으로 추정되는 앞 두 글자와 트위터 계정 269개 등이 적혀 있는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다. 대법원은 ‘두 파일이 업무상 작성해 온 문서라 작성자의 법정 진술 없이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수감 중)의 2012년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유보’였다. 여야 정치권에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일단은 어느 한쪽의 손도 명쾌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 이어 대법원의 재상고심까지 최종 결론이 나려면 내년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법 위반 관련 2개 파일 증거능력 없어” 대법원은 16일 원 전 원장의 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의 유무죄를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쓰였던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무죄 취지에 가까운 파기환송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은 결정적 증거였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정원 심리전단 김모 씨의 e메일에 첨부된 두 텍스트 파일이 유죄 증거로 판단되면서 올해 2월 원 전 원장은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425지논 파일은 2012년 4월 25일∼12월 5일 정부 정책 홍보와 야권 주장 반박 등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 요점을 담은 ‘논지’를 앞뒤로 바꿔 이름 붙인 파일이며, ‘시큐리티 파일’은 트위터 계정 269개 및 비밀번호, 활동 내용 등을 담은 ‘ssecurity.txt’ 형태의 파일이다. 2월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e메일과 파일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는 김 씨의 법정 진술에도 불구하고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는 증거로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315조의 2호가 근거가 됐다. e메일 대부분이 평일 업무시간대에 작성됐고,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 김 씨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원합의체는 “425지논 파일은 출처가 불명확한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의 언론 기사 일부분과 트윗글이며, 시큐리티 파일은 기계적으로 반복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파일에 포함된 업무 관련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됐는지 알 수 없고, 다른 심리전단 직원 e메일 계정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점에서 두 파일이 업무상 통상문서가 아님을 보여 준다”고 판단했다. 김 씨의 신변잡기 정보도 포함돼 있다는 점도 업무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중 하나였다.○ 파기환송심-재상고심 거쳐 최종 결론 대법원은 항소심의 유죄 판단은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전제로 내린 판결인 만큼 이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인된 상황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가운데 트윗글과 리트윗글을 제외한 2125회의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 작성, 1214회에 걸친 찬반클릭 행위는 모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선 선거법 위반 부분에 일부 유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고, 전부 무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파기환송심 이후엔 다시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든 뒤에야 결론이 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사건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기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유무죄 판단 없는 파기환송’이라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상고심 선고에 원 전 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고심 변론에 합류해 화제가 됐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선고 직후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처음의 이동명 변호사는 “논리적으로 납득은 되지만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실체 판단을 안 해줘서 섭섭하다”며 “대법원이 지혜롭게 심판을 피해 간 듯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인인 설대석 변호사는 “증거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남은 증거만 가지고 대법원이 판단을 내리기엔 부담을 느꼈을 수 있을 거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조동주 기자}

한국 4인조 절도범이 2012년 일본 쓰시마(對馬) 섬에서 훔쳐온 통일신라시대 불상 동조여래입상(銅造如來立像·사진)이 일본으로 돌려보내진다. 절도 당시 점유자가 요청하면 국내법에 따라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부장 유상범 검사장)는 동조여래입상이 한반도에서 불법적으로 일본에 유출됐다고 볼 정황이 없는 데다 국내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점유자였던 일본 신사에 돌려주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동아일보가 ‘한국 도둑들이 훔쳐 온 일본 문화재 2점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한국이 과거 일제가 강탈해간 수많은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할 명분이 약해진다’고 지적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검찰과 문화재청은 좌대를 포함해 높이 38.2cm, 무게 4.1kg의 이 불상이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만큼 일본에 반출된 경위를 전문가 20여 명을 통해 심층 감정했지만 불법 유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다만 탄소연대기 측정을 통해 8세기에 제작한 진품이라는 게 확인됐고, 당시 수도인 경주의 왕궁 공방에서 만들었을 거란 추정이 나왔다. 이후 6개월 동안 본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사찰 등이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동조여래입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전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인 동조여래입상은 16일 일본 신사 측에 넘겨진다. 일본 언론은 이번 반환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한국인이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과거 약탈당했다는 문화재를 도둑질해 와 소유권을 주장하며 안 돌려준다면 세계 어느 나라가 우리를 법치국가로 보겠는가”라며 “우리 손이 깨끗해야 일본에 할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4인조 절도범이 함께 훔쳐 온 관세음보살좌상은 부석사와 일본 간논(觀音)사 간 소유권 분쟁이 끝나기 전엔 반환하지 않을 방침이다. 불상 내부에서 고려시대인 1330년에 제작돼 충남 서산 부석사에 봉안됐다는 복장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석사 측은 “불상이 과거 약탈당한 물품인 만큼 일본으로 돌려보내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를 대전지법이 인용했다. 다만 일본 간논사가 한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 판단에 따라 행선지가 결정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